짱징2023-02-03 10:18:20
드라마 안 본 사람의 '상견니' 리뷰 (feat. 타임슬립 영화 추천)
쿠키 있음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상견니
(23.01.25 개봉)
감독: 황천인
출연: 가가연, 허광한, 시백우 등
대만 드라마 탑으로 꼽히는 '상견니'가 이번에 영화로도 개봉했어요 ㅎㅎ 개봉 기념 배우들이 내한(무대인사)을 오시기도 했는데 티켓팅이 겁나게 힘들었기에,, 저는 그냥 영화만...
일단 저는 드라마 상견니를 보지 않았어요! 드라마를 영화화 한 거인 줄 알고 몇십 회 분량을 2시간으로 본다면 꿀이지~ 하고 예매했는데 알고보니 드라마의 스핀오프, 비하인드 느낌이라더라고요... 고로 저는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에 대해서 1도 모른 채로 영화를 보게 되었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위쉬안은 재회한다.
이들은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지고, 연인이 된다.
2017년, 항위쉬안은 해외 발령을 받는다.
항위쉬안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지만
이 선택은 그녀의 미래를 를바꿀 뿐만 아니라,
리쯔웨이와 모쥔제,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천윈루의 운명까지 바꾼다.
이제 이들은 수없이 뒤엉킨 타임라인 인속에서
서로를 구하기 위해
'라스트 댄스'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한다.
'상견니' 줄거리
이게 영화의 줄거리예요! 확실히 드라마 상견니의 후속 작품인 듯한 느낌이 들죠?
근데 결말은 비슷한 분위기인 거 같더라구요. 영화 상견니에서도 테이프를 태우면서 결국 모두에게 최선인 결과를 선택하거든요. 그로 인해 미래는 온통 바뀌게 되지만 그래도 0의 상태로 돌아가는 데는 성공합니다
영화 안 본 사람은 재미없는 이유!
첫 번째, 캐릭터를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래도 리쯔웨이와 항위쉬안의 재회가 이루어진다는 것부터가 드라마를 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에요. 제가 보기에 저 둘은 어딘가에서 봤나...? 싶은 관곈데, 서로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존재인 거 같거든요? 그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어려워요 ㅠㅠ
두 번째, 타임슬립이 지나치게 자주 나온다
타임슬립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환호하시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터널 선샤인>이나 <라라랜드>처럼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는 이야기를 안 좋아해요. 정신사납고 이해하기가 힘들어서요 '상견니'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정말 수십 번 등장해요...
누가 누군지는 알겠다만 어디서 온 건지는 이해 불가......
세 번째, CG가 구리다
떨어져 죽는 장면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싶을 정도로 영화에 중심적으로 작용하는 씬인데
CG가 증맬루... 구려용...... 떨어지면서 모래바람 후욱~ 피 그냥 줄줄...~ 한국인이 용납하지 못하는 CG의 형태랄까요.
좋았던 점은 배우들이 잘생겼다 정도... 남주는 물론이거니와 나오는 남자마다 잘생겼으니 눈호강이 되는 영화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오늘 밤 어쩌고에 미치에다 슌스케는 못 따라감
아 쿠키는 3개 정도 있는데요. 엔딩 크레딧 올라가면서 바로 나와서 (토이 스토리처럼) 크레딧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이러실 필욘 없습니다!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의사: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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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위키드>가 개봉 전 북미 시사회에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총 두 편으로 나누어 제작되었고, <위키드>는 그 중 첫 번째 작품입니다.
“큰 스크린에서 즐기는 환상적인 오즈의 마법”,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가장 훌륭하게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중 하나”, "두 주인공의 완벽한 연기" 등 영화뿐만 아니라 주연을 맡은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의 연기 역시 호평받고 있습니다.
**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이번 영화는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소설 <위키드>를 원작으로 하여, 오즈의 마녀들에 관한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한다고 합니다. 에리보는 엘파바를, 그란데는 글린다 역을 맡았습니다. 브로드웨이 공연의 작가 위니 홀즈먼과 다나 폭스가 함께 각본을 맡았으며, 스티븐 슈와츠가 영화용 음악을 새롭게 편곡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1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노량> '에이스메이커' 영화 투자 중단
<노량>, <악인전>, <댓글부대> 등 복수의 작품들을 투자했던 영화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설립 6년 만에 영화 메인투자·배급사업을 중단한다고 알렸습니다. 2022년부터 단 한 편의 투자작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대신 향후 드라마 제작 사업에 주력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종속기업으로 보유하고 있는 ‘에이스메이커스튜디오’를 통해 제작한 첫 작품 ‘러닝메이트’는 현재 ‘티빙’과 방영 시기를 조율 중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신작 <배심원 2번>,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남을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 받는 <배심원 2번>이 LA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AFI FEST에서 처음으로 상영됩니다. ‘워너 브라더스’는 <배심원 2번>을 제한적으로 50개 미만의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니콜라스 홀트, 토니 콜렛 등 화려한 출연진이 출연하고, 현재 로튼 토마토 94%, 메타크리틱 76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결정에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2024 캐나다 영화제' 개최
11월 7일(목)부터 20일(수)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2024 캐나다 영화제'가 개최됩니다. 21년도에 작고한 장 마크 발레의 대표작, 최근 높은 평가를 받은 캐나다의 동시대 영화들, 그리고 캐나다 다큐멘터리의 역사와 성취를 돌아보는 작품들이 상영됩니다.
특별히 <여기 사람이 산다>(2023)를 연출한 잭 러셀 감독이 영화제 동안 서울과 부산, 두 지역을 모두 방문하여 한국 관객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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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착오적인 스타워즈의 현주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다이들이 몰살당하고 은하 제국이 설립되자 타투인 행성의 외딴 동굴에 잠적한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 제자였던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가 악의 세력인 시스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는 새로운 희망이 될 '루크 스카이워커(그랜트 필리)'를 남몰래 보호하며 숨죽여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비완은 생존한 제다이들을 사냥하는 빌런 '세 번째 자매(모제스 잉그램)'를 대면하고, 그녀가 루크의 쌍둥이 남매인 '레아 오르가나(비비안 리라 블레어)'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레아를 구출하러 간 오비완의 앞에는 다스 베이더가 되어버린 옛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등장하고, 오비완은 오래전 펼쳤던 다스 베이더와의 운명적인 대결의 순간이 다시 찾아왔음을 깨닫는다.
디즈니+에서 공개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실사 드라마인 <오비완 케노비>는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로부터 10년 후 시점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는 악의 세력인 시스를 막지 못한 채 은둔한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가 1977년도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알렉 기네스 경이 연기한 현자 오비완 케노비로 거듭나는 계기를 보여준다.
<오비완 케노비>를 향한 기대는 상당했다. 오비완 케노비라는 캐릭터도 인기가 적지 않은 데다가 애증의 제자인 아나킨 스카이워커도 20여 년만에 같이 실사 시리즈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실사영화였던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혹평과 흥행 실패를 맛본 이후, 근래 <스타워즈> 시리즈가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기대감을 증폭했다. 디즈니+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이 흥행과 비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고, 이후 <더 북 오브 보바 펫>도 소기의 성과를 이룬 만큼 <오비완 케노비>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6부작으로 구성된 <오비완 케노비>는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작금의 스타워즈 시리즈가 얼마나 큰 위기에 처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친다.
물론 프리퀄이자 스핀오프라는 정체성에 충실하기에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없지는 않다. 우선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진주인공인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그의 스승인 오비완 케노비의 애증이 뒤섞인 관계가 위치한다. 특히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시스의 복수>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로 자신을 배신, 포기한 오비완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아나킨은 두 손으로 직접 오비완을 제거하고자 하며, 타락한 제자를 직접 베어야 했던 오비완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이러한 아나킨의 집착과 오비완의 회한을 과거 스승과 제자로서 광선검 대련을 하던 오비완과 아나킨의 모습과 대조한다. 이러한 연출은 두 인물의 감정선을 절정으로 고조시킴과 동시에 한 편의 에피소드 내에서는 짜릿한 반전까지 이끌어낸다.
또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오비완과 아나킨이 쌓아 올린 서사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운명적인 재대결이 등장하고, 이는 <스타워즈> 1, 2, 3편인 프리퀄 시리즈와 4, 5, 6편인 오리지널 시리즈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 중심에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정체성이 소멸되고, 그 유명한 다스 베이더로 완전히 각성하는 장면이 있다. 제다이였지만 악의 유혹에 넘어가 타락하여 다스 베이더가 된 아나킨. 드라마는 결투 도중 다스 베이더의 헬멧 안에 여전히 아나킨의 얼굴과 음성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며 다스 베이더라는 악인의 내면에 제다이인 아나킨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또 정확히 어느 시점을 계기로 아나킨의 정체성이 사라졌는지를 짚어주면서 프리퀄에서 묘사된 아나킨과 오리지널 삼부작에 등장한 다스 베이더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고 그의 서사를 보충한다. 여기에 아나킨에게 용서를 구하던 오비완이 다스 베이더가 된 그를 완전히 포기하는 장면까지 더해지면 기존 시리즈에 비해 이들의 비극적인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과거의 전설들을 재소환하고, 그들의 서사에 추가적인 내용을 덧붙이는 선택의 효과는 수많은 오마주들 덕분에 극대화된다. 자신이 아나킨을 죽였다는 다스 베이더에게 오비완은 "그럼 내 친구는 정말 죽어버렸군"이라고 일갈하는데, 이는 시리즈 6편인 <제다이의 귀환>에서 "그렇다면 제 아버지는 정말 죽었군요"라고 말하는 루크의 대사와 판박이다. 또한 제다이 마스터로 다시금 거듭난 후 수련을 떠나는 오비완이 어린 루크에게 "안녕(hello there)?"이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이 대사는 <새로운 희망>에서 오비완이 루크에게 건넨 첫 대사 이기도 하다. 오비완에게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알려주려는 그의 스승 '콰이곤 진(리암 니슨)'과 시스 군주인 팰퍼틴 황제의 재등장 역시 <스타워즈> 팬들이라면 쉬이 흘려보낼 수 없는 순간들이다.
문제는 애매모호한 드라마의 방향성 때문에 위의 장점이 퇴색된다는 점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오비완 케노비의 드라마여야 했다. 젊고 이상주의적이었던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 대신 아끼던 제자의 배신, 동료들의 죽음과 수호하던 국가의 파멸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오비완을 묘사해야 했다. 이와 동시에 미처 끝나지 않은 아나킨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오리지널 삼부작에 등장했던 현자 오비완 케노비로의 변화도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드라마의 초점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오비완에 대적하는 새로운 빌런인 세 번째 자매의 서사가 겉돌기 때문이다. 사실 세 번째 자매는 드라마의 진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다스 베이더에게 복수심과 혐오감을 품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조금씩 다스 베이더를 닮아간다. 오비완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행을 거듭하는 다스 베이더처럼 그녀도 복수심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며 타락한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의 악행을 반성하고 갱생하는 전개는 완전히 악에 물드는 다스 베이더와 제다이의 정체성을 되찾는 오비완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작중 그녀와 오비완의 접점이 거의 묘사되지 않다 보니, 두 주인공은 각자의 성장과 변화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 결과 세 번째 자매는 좀처럼 오비완과 다스 베이더 사이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심지어 다른 캐릭터의 분량을 빼앗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에 더해 전반적인 구성이나 연출이 세밀하지 않다 보니 방향성을 잃은 드라마의 표류도 끝나지 않는다. 6부작으로 구성된 분량 내에서 다루기에는 전체 내용이 과한 것인지 몰라도, 등장인물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식의 작위적인 전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불완전한 액션씬 역시 아쉬움을 키운다. 세 명의 성인이 어린 레아를 눈앞에서 놓치는 장면은 억지스럽고, 스톰트루퍼들은 이번에도 주인공들의 활약을 보여주기 위한 밋밋한 뒷배경으로 소비된다. <스타워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광선검 대결도 흔들리는 카메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완전하지 않은 CG로 인해 어색한 문제를 노출한다. 이는 시리즈의 중추적 인물인 오비완과 아나킨이 복귀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큰 결과물이다.
무엇보다도 드라마가 새로운 이야기와 앞으로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인기 있는 캐릭터들의 이름값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본 작의 장점마저도 퇴색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화라고도 불리는 <스타워즈>는 본질적으로 선과 악의 운명적인 대결을 그려낸 거대한 서사시였고, 신화 속 영웅들의 초인적인 활약을 즐기는 시리즈였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등장한 <스타워즈> 속 이야기는 현시점에서 사실 더 이상 소구력이 없다. 선악의 구분이 확실했던 냉전 시기와 달리 현대 사회의 많은 주체들은 선악의 이분법으로 손쉽게 나뉘지 않으며, 현대인들은 거대한 악보다도 모습을 감추고 있어서 예상할 수 없는 테러와 같은 악을 더 위협적으로 여긴다. 그래서 악을 처단하는 선한 영웅보다는, 쉽사리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정글과도 같은 현실에서 영웅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매 순간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공감을 자아내기에 더 용이하다.
이는 21세기의 <스타워즈>라 불리는 MCU의 '인피니티 사가'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엔드게임>도 비극적 서사시로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선악의 장엄한 대결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스 베이더에 비하면 타노스는 현대적 테러리스트에 더 가까운 빌런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전략적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한 후 손 쓸 틈 없이 달아난다. 기습을 당한 어벤져스도 제다이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시스를 완전히 제거하여 우주의 균형을 되찾고 평화를 수복하는 제다이와 달리,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면 결코 완전하다고 볼 수 없는 복수를 하는 데 그친다. 이는 9.11 테러 이후 복수를 꿈꾼 미국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복수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과 오버랩된다.
물론 그간 <스타워즈>도 시대상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왔다. 당장 프리퀄 삼부작은 은하 의회의 의장이었던 팰퍼틴이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수단을 활용해 은하 제국의 황제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테러와 같은 위협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자유와 권리를 포기하던 21세기 초반의 세태를 꼬집었다. 근래 스타워즈 시리즈 중 성공을 맛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만달로리안>의 주인공인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은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항상 기습과 배신을 경계하면서도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나름의 사랑과 믿음이 있는 그는 보다 현대적인 영웅상에 가깝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역시 제다이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전쟁을 그려내어 호평받았다. 하지만 <오비완 케노비>는 수십 년 전의 인물들을 재소환하여 오래전에 끝맺은 선과 악의 대립으로 회귀한다. 그 결과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오비완 케노비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알렉 기네스 경이 연기한 현자 오비완이 되어갈수록 그는 더 평면적인 캐릭터로 변하고, 그와 아나킨의 대립은 흥미가 덜해진다.
<오비완 케노비>를 포함해 현재 디즈니+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작품을 유독 한국에서만 늦게 공개하는 일련의 상황도 결코 작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이는 한국에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기가 적다는 자본주의적 논리에 따른 결정이겠지만, 동시에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자신만의 낭만이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절대다수가 악의 세력인 시스와 제국의 편으로 넘어갔고, 몇몇 되지 않는 소수이자 약자인 제다이와 저항군만이 악에 대항하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이들이 기적적으로 승리하는, 대세를 거스르는 용기와 낭만이 숨 쉬는 이야기. 이것이 스타워즈의 매력이었다. 그렇기에 시대의 흐름인 자본주의적 분석을 차별적 대우의 이유로 대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는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디즈니+는 끊임없이 스타워즈 드라마들을 준비 중이다. 이미 계획 중인 것만 해도 <만달로리안> 시즌 3, <아소카>, <안도르> 등이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들이 전부 과거의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만달로리안>과 <아소카>는 프리퀄과 오리지널 시리즈 사이의 시간대를 다루는 작품이고, <안도르>는 2017년에 개봉한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외전 겸 프리퀄이다. 즉, 이들 역시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이미 정해진 결말로 귀결되는 작품들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또 <오비완 케노비>의 완성도를 보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전한 부활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
P(Poor, 형편없음)
프랜차이즈의 마지막 남은 이름값까지 고갈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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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분명히 톱스타였던 내가 갑자기 무명 재연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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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의 톱스타
오빠 일어나! 누군가가 깨우는 소리에 박강은 부랴부랴 눈을 뜬다. 우리 기사 났어! 동침을 한 동료 여배우의 말에 눈이 뜨인다. 핸드폰을 키는 박강. 뉴스란에 박강의 스캔들이 대문짝 하게 걸려있다. 연말에 귀찮은 일 생겼네. 기사를 처리할 생각에 매니저부터 생각난다. 그런데 눈치 없이 박강은 매니저만 찾지 않았다. 파트너인 동료 여배우에게 이상한 소리를 한다. "이거 너네 회사가 낸 거 아냐?" 발끈하는 동료 여배우. 집에 크게 걸려있는 박강의 초상화에 커피를 뿌리고 집 밖을 나선다.
박강의 직업은 배우다. 배우라고 하는 것은 연기를 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박강은 톱스타다. 사생활은 더럽지만 연기는 곧잘 하는 박강. 한국영화대상이라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정도였다. 올해도 후보 지명뿐만 아니라 수상까지 성공하는 주인공. 박강은 수상소감으로 감사한 사람들에 대해 언급할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그동안 함께했던 회사 식구들이나 스태프들에게 고맙다고 할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초심 잃겠다'라는, 말실수 아닌 말실수를 해 실검에 등장한다. 안하무인의 톱스타 박강. 온 세상이 우습지만 특히 더 만만한 건 친구 겸 매니저 조윤이다. 회사가 대형 에이전트는 아닌 탓에 박강의 흥망성쇠에 조윤 가족의 일상이 달려있다. 분명 연극 같이 하던 친구이자 동료였는데 조윤은 박강이 하라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한다. 자기가 했던 수상소감처럼 초심을 완벽히 잃은 박강. 이런 박강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택시 하나를 탔을 뿐인데 자기가 톱스타였던 세계관에서 무명 재연배우인 세계관으로 옮겨진 것이다!
왜 지금 개봉을?
영화에서 중요한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다. 이 영화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구색을 갖췄다고 느낀 것은 이 시간적 배경 덕분이다. 영화의 이야기에서 이 작품이 왜 이 시기로 잡았는지 설명하는 편이다. 일단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것은 시기가 연말이라는 것이다. 연말이기 때문에 시상식이 있다. 이 시상식에서 박강이라는 인물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묘사하는 대사가 있다. 또 크리스마스 자체가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감독이 이야기의 완결성을 잘 생각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도 연관이 있다. 이 상징적인 의미는 후반부에 어떤 대사와 이어진다. 각본을 쓴 마대윤 감독이 이 부분을 일부러 만들었을까?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또 영화 전체적으로 크리스마스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이야기의 터닝포인트로 활용한 부분이 몇 개 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라는 소재에 여러 키워드를 넣다 보니 좀 아쉬워지는 부분이 있다. 왜 개봉시기가 2023년 1월일까? 하는 생각이다. 2022년 12월에 <아바타 : 물의 길>이라는 자연재해가 있었기 때문일까? 그런데 글쓴이는 11월 말에도 개봉시기로 적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인생의 탄생’이라는 관점이 극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모티브이기 때문에 1월의 개봉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올빼미>나 <육사오>처럼 장르적인 개성을 어느 정도는 잡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자의 영화(<육사오>)의 경우처럼 나름의 뚝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적당히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후에 개봉하는 <유령>, <교섭>보다 더한 임팩트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는 예감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시기가 좀 아쉬운 영화가 됐다.
심심하면 만날 수 있어
영화의 소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작년 11월에 개봉했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다. 찡한 가족드라마이자 ‘당신의 운명을 사랑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 영화. <덩케르크>처럼 미니멀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 넣을 수 있는 건 죄다 때려 박아서 내내 폭발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그 하나하나 빼곡히 넣은 소재가 영화의 주제 중 하나(‘모든 것을 경험하고 난 후의 삶’)과 이어져서 의미 없이 소모되는 것이 없었다. 이 <에브리씽~>은 이렇게 연출과 이야기가 맞아떨어지는 쾌감 덕분인지 많은 분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하려고 하는 말의 방식이 신선해서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전 세계의 영화인들이 사골국같이 우려낸 소재다. 이제 <에브리씽~>의 연출방식이 아니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비단 <소울>만 봐도 이런 소재 영화가 재작년에도 있었다.
이 <스위치>는 이렇게 익숙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개성이 느껴졌다. 바로 영화에서 기본적인 구성이 어느 정도는 갖춰졌기 때문이다. 이는 <올빼미>나 <육사오>와 유사한 느낌이다. <올빼미>가 대체역사물과 스릴러라는 익숙한 맛을 살렸다면 <육사오>는 그냥 순수하게 웃기는데 집중한 영화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위치>는 가족구성원들의 캐릭터를 잘 살렸고, 가족의 유대감을 살려 코미디로 소화하는 연출이 몇몇 보인다. 대표적으로 아내 수현 캐릭터가 박강의 행보를 설명해주는 인물처럼 보인다는 것이 그를 설명할 수 있다. 수현이 어떤 캐릭터로 설정됐느냐에 따라 박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영화는 좋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나름 잘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인물이 좋은 사람이라 마음이 간다. 그런데 아쉬운 부분도 있다. 수현의 몇몇 대사는 좀 오그라든다. “이렇게 예쁜 선물을 받아서 화가 난고야?”같은 대사는 아쉽다. 이 부분은 영화의 가장 큰 단점과도 이어진다. 수현에게 비교적 올드한 연출이 집중되기 때문에 거의 주인공쯤 되는 분량인 이민정 배우 부분이 약간 숙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사 몰입에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다른 가족구성원으로 나오는 어머니, 아들/딸은 나름 연출로 잘 살렸다. 자녀가 되는 로이, 로하 역할은 살짝 아쉬운 박강의 감정선에서 관객을 설득하는 역할을 한다. 무슨 말이냐고? 아이들이 귀엽다. 특히 박소이 배우도 귀엽지만 그 동생으로 나온 분이 애가 이쁘다. 극 중에서 그렇게 잘생긴 아이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냥 귀엽다. 캐릭터를 살리는 인물 설정이나 촬영방식에서 이 둘을 살리는 연출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캐릭터인 어머니 역은 두 인물의 차이를 보여주는 역할을 나쁘지 않게 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처음 등장할 때 어떤 위치에서 나왔고, 두 번째 등장할 때 어디서 만났는지를 보다 보면 가족구성원의 위치가 박강을 설명하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스위치>에서 신파극적인 요소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의 근거는 중 후반부쯤에 어머니가 어떤 연기를 보여주는 신이 있다. 뭐 다른 분들은 글쓴이만큼 좋아하진 않겠지만 나는 이 장면이 감정적으로 찡했다. 어머니와 아들 간의 관계를 이렇게 엉엉 울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다. 좋은 연출의 예시였다.
살짝 새는 구멍
영화에서 가장 근본적인 세팅은 역시 멀티버스다. 영화에서 직접적인 '다중우주' 언급이 없긴 하지만 뭐 다른 평행세계의 삶을 그렸다는 점에서 멀티버스를 언급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영화 자체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깊게 안 하고 지나가는 것이 좋았다. 단순히 작년만 해도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에서 이에 대한 묘사가 나왔다. 이 이유의 연장선상에서 다중우주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많았다. 당연히 이를 두 번 세 번 설명하면 좀 지루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 영화는 이 설정을 과감히 생략하며 이야기의 선택과 집중을 강점으로 발휘시켰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가족영화적 특성'에 임팩트를 집중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집중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살짝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박강이라는 인물을 곁에 둔 주변인들의 리액션이다. 영화에서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세계관이 바뀐 박강의 상태 묘사다. 박강은 다른 세계관에서 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당연하다. 다른 세계에서는 슈퍼스타였던 그가 서프라이즈 재연배우로 만족한다는 게 말이 쉽지 막상 내 입장이 되면 나 같아도 저렇게 행동한다. 여기에 물리적인 분량을 할당하고 인물의 서사를 쌓은 방식 자체는 코미디로서도 좋고 영화의 매끄러운 연결이라는 측면에서도 탁월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영화에서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박강의 가까운 지인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묘사된다. 여기서 박강의 인물선은 입체적인데 주인공과 친한 인간관계의 감정선은 평면적인 쪽에 가깝다. 설정에 대한 설명 이전에 박강이 어떻게 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인물 서사에서 이를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후반부의 어떤 이야기전개는 숙제를 푸는 듯이 쉭쉭 넘어간다. 수현이 좋은 사람인 것에 의존하는 셈이다.
그리고 어떤 떡밥은 영화가 강박적으로 풀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영화 전체적으로 따뜻한 가족영화적인 특성을 살렸다. 이를 위해서 떡밥을 푸는 행동은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 중 ‘와 이건 좋았다’ 싶은 부분도 있다. 가령 수현이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라는 것, 박강의 가족관계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수현이 그림을 그리는 부분은 이 부부에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소재가 된다. 박강의 가족관계에 대한 부분은 후반부까지 이야기를 나름 잘 챙겨서 이야기 서사에 굴곡을 부여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것이 ‘강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영화의 엔딩 장면에 대한 이야기다. <헌트>의 엔딩에 대해서 써보자면, 이 작품의 끝 장면은 고윤정 배우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이정재 감독이 나중에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이랬겠구나’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반대다. 영화의 인물들이 뭘 어떻게 했는지를 너무 대놓고 다 보여준다. 만약 처음 만난 그 장면에서 끊었으면 여운이 엄청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지나치게 친절한 셈이다.
낡은 구석들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이야기를 잘 갖춘 영화지만 나이 든 영화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바로 권상우 배우의 상의 탈의 신 몇 개다. 영화에서 권상우 배우가 상의탈의를 한 장면이 다섯 번 정도 된다. 여기서 두~세 번 빼고는 사실상의 탈의 안 해도 된다. 특히 찜질방에서 조윤과 대화하는 신은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권상우 배우 멋있는 걸 굳이 이 영화를 통해서 알아야 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여기서 보여주는 코미디 신은 호보다 불호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박강이 슈퍼스타인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장소에서 어떤 행동을 한다. 아 진짜 싫다. 이걸 재밌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글쓴이는 진짜 너무 싫었다. 왜 저러지? 싶었다. 이후에 박강과 어머니의 대화 신에서 느껴지는 뭉클함이 인상 깊어서 이게 더 두드러졌다.
그리고 수현이라는 캐릭터의 연출 방식도 살짝 아쉽다. 수현 캐릭터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다. 배우로서의 성과가 시원찮은 박강을 굳게 일으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 어머니로서도 두 아이들에게 좋은 어머니가 되어준다. 그렇다고 인물을 납작하게만 설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인물에서 몰입이 깨지는 느낌은 대사(들)에서 나온다. ‘나 같은 예쁜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나쁜 거야?’식의 대사는 이민정 배우가 처음 등장했던 <그대 웃어요>에서나 본 대사다. 이런 대사가 이야기가 잘 전개되다가 갑자기 등장해서 좀 의아해지는 부분이 있다. 이민정 배우의 사랑스러운 얼굴이 영화에 플러스가 되는 셈이다. 근데 수현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할 때 이것만 기억나는 거라면 이런 연출방식이 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직업은 배우
사실 권상우 배우에게 예술가적인 기대를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다. ‘옥상으로 따라와’와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빼곤 20대 후반인 글쓴이에게도 뭔가 신선한 느낌이 없다. 저번 작품인 <히트맨>에서도 뭔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이 <스위치>에서 권상우 배우는 굉장히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왠지 불쌍한 무명배우와 슈퍼스타의 간극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를 잘 연구해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극에서 굉장히 찡한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도 권상우 배우가 이렇게 감정적인 전달이 좋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연기를 보여준다. 안하무인 톱스타가 어떻게 이 어머니에게 감사함을 느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외로운 눈빛과 몸짓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 분이 새삼 직업이 셀럽이 아니라 배우인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 권상우 배우의 최고작 갱신에도 불구하고, 오정세 배우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이었다. 이 배우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극 중 극 연기다. 이 영화 안의 드라마 연기와 영화 자체의 퍼포먼스를 비교하면 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또 조윤이 톱스타가 된 세계관에서의 연기도 나름 충실했다. 대놓고 조윤을 안 챙기는 박강과는 다른 대비되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인물들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지'를 연구하고 표현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과시적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 절제된 인물로 톱스타의 오만과 미덕에 대해 연기하는 좋은 퍼포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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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움은 기세로 이기는 것
사람은 참 재미있다. 많은 사람이 한 가지 목적으로 모인 집단은 더 재미있다.우리는 모두 제각기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고 정서도 너무나 다른데, 집단으로 묶이는 순간 새로운 집단 심리가 탄생한다. 예컨대 모든 것이 정반대 같은 사람들도 '집에 가고 싶군….'이라는 말만큼은 같이 하고 있다든지. 학생 때, 아니 그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신입 때만 해도 힘차게 '넵!'을 외치던 사람들이 기묘하게 기운이 없어졌다든지.
그렇기에 이 영화 포스터를 보는 순간 묘한 양가감정에 사로잡힌다.
회사원은 언제나 싸우고 싶다니. 그 말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일에 관한 논쟁이 됐든, 그 과정에서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순간이든, 싸우고 싶은 마음은 직장인의 뇌리를 꽤나 자주 스친다. 그러나 기묘하게 기운이 없어진 직장인들은 싸울 힘도 별로 없다. 굳이 따지자면 좋게 좋게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런데 그 직장인들이 업무 외적으로 싸운다면?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교실 밖에서 패싸움하던 학생들처럼 직장인들에게도 그런 패거리가 있다면? 이 영화는 그 패거리가 존재할 뿐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운, 가장 현실적인 현실(=직장)에 한 겹의 판타지를 얹어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지만 원래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 일부 진실과 일부 거짓을 섞을 때 더 자연스러운 창조가 가능한 법이다. 패싸움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미디어 덕에 낯익은 소재라서, 익숙한 문법끼리의 조합인 데다가 그걸 메타적으로 설명해주는 내레이션이 친절하여 영화에 곧잘 녹아들 수 있다. 패거리를 이루고, (왜?) 서로 평정하고, (대체 왜?) 우열을 가리고, (산재 처리는 되나?) 심지어 다른 회사까지 찾아가 도장 깨기를 한다. (대체 일은 언제 해?)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계산과 이해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다. 보고 있다 보면 기묘한 친근감마저 든다. 어쩌면 위계로 짓눌러 속수무책의 "직장 내 괴롭힘"을 만들어내고 웃으면서 수동적 공격으로 속을 뒤집는 것보다는 대놓고 치고받고 싸우는 게 속 편해 보이기도 하고...
중간부터는 여직원이라고 칭하자니 몸싸움 상대로는 다소 억울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혹시 이것이 유리천장들의 억울한 파이 싸움을 상징하는 것일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는데 나 혼자 생각이 많아지는 걸까, 아니면 정말 많은 의미를 심어둔 걸까? 기묘한 고민이 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조차 우습고 유쾌하게 흘러가는 즐거운 코미디 영화다.
"캐릭터가 맛있고 배우들이 친절해요"라고 별점 가득 맛집 리뷰라도 남기고 싶을 만큼, 배우들이 캐릭터를 선명하게 살려낸다. 다소 과장될 수밖에 없는 표정과 대사, 캐릭터들임에도 들뜨는 인물 하나 없이, 방금 갓 만화에서 길어 올린 활어처럼 통통 튀어 오른다. 그렇게 죽일 듯이 때려놓지만, 의리도 있고 일반인을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묘한 정의감도 있으며, 심지어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철저하게 한다. 저러면 일은 대체 언제 하나 싶지만 전화도 친절하게 받고 회사 비품 하나까지 세심히 챙기는 성실한 직원들이기도 하다. 매력이 없을 수가 없다. 일본 남자 배우 기근이 심각해 보이던데 그 어려움을 이렇게 출연진 여초 현상으로 타파해 보려는 걸까 문득 그런 궁금증마저 들 만큼 모든 여자 배우들의 기세가 좋다.
그 중에서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두 사람. 등장하자마자 회사를 평정해 버린, 전형적인 소년 만화 주인공처럼 멋지게 등장한 란(히로세 아리스), 달콤한 케이크나 낮잠 같은 가볍고 나른한 주제로 스몰 토크를 하던 '평범한 여직원'이었다가 우연히 란과 친해지며 '주인공의 친구'가 되는 나오(나가노 메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소년 만화의 공식대로 풀어낸 메타적인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의 이해를 돕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싸움이든 일이든 이렇게 여성들이 다 해 먹는 작품에는 통쾌함이 있다. 소년만화에서 남자아이들에게만 부여하던 역할들을 여자들끼리 이리저리 나누고, 배역 이름조차 없이 "여자 1" 심지어 "여자 시체 1"이 되기 십상이었던 희미한 배역들마저 성별 반전이 이루어졌다. 이건 교묘한 미러링인가? "경단녀"들의 세계와 같은 행동 다른 반응의 세계를 비틀어 꼬집는 것인가? 별생각 없이 즐거운 영화인데 또 나 혼자 멀리 가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관객의 즐거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는데, 결말이 또 반전을 선사한다. 정말이지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영화였다.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유머 한 방,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엔딩이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결말을 딱 1분만 도려내고 싶었다. 내 취향에는 아쉬움이 깊은 마무리였음에도 이 영화가 싫어지지 않은 이유는 아마 이 영화의 뚝심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황당해하든 헛웃음을 짓든 아쉬워하든 아랑곳 않고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는 뚝심으로 이루어진 영화라서 마음이 끌린다.
그래. 뭐든 자기 '쪼'대로 가는 게 힙이든 핫이든 쿨이든 되는 거다. 유치하면 어떻고 뻔뻔하면 어때. 뭐가 됐든 하는 데까지 몰아붙이면 뭐라도 된다. 일본 영화계가 갈라파고스화됐다는 평을 숱하게 듣는다 해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풋풋한 사랑의 감성이나 싱그러운 꿈의 색채가 아니어도 뭐 어때. 어쩐지 잡다하게 눌어붙은 무거운 마음이나 고민 같은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내 쪼대로 가면 될 것 같다는, 묘한 힘이 솟아난다. 싸우는 직장인을 보고 나와서 성실한 직장인이 될 사람이 여기 있어요...
어쩐지 그 점은 싸움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싸움은 결국 기세로 하는 거 아닐까? 전력이 비슷하다면 자기 기세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그 누구도 완패할 수 없는 영화다.
즐겁게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어쩐지 이 영화 속 인물들에게 한 번 더 말을 걸고 싶어진다. 중간중간 이 "소년만화"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짚어보는 인물들에게. 그동안 자리가 허락되지 않던 이야기를 전복하고 그 안에서 내 위치를 잡은 모습 정말 너무 좋았는데, 그런데 꼭 그 이야기의 문법으로만 자신를 규정할 필요도 없다고. 각자가 주인공으로 각자의 해피 엔딩을 그려내면 된다고. 싸움 짱 여직원을 찾아가 결투를 신청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의 엔딩에도 그렇게 저항을 해 본다.
오늘 듣고 싶은 노래는 일본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보니 핑크의 happy ending. "믿어보렴 happy ending 네가 손 뻗은 바로 그 끝에 있어" 이 느낌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렇게 자기만의 기세로 싸움을 몰아붙이는 영화들이 많이 찾아와주길!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12월 15일에 개봉한 영화로 지금 극장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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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 - 더 탐닉하거나 도망치거나. 선택은 당신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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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많은 영화가 개봉을 연기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개봉을 강행하는 경우로 나뉘어졌다. 개봉을 강행하는 경우는 대부분 저예산이나 독립 영화였는데,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강행한 영화가 있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이다. 감독의 전작들의 평과 흥행에 과연 코로나 시국에도 흥행을 할 수 있을까, 극장가를 살릴 구원자가 될 것 인가 라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테넷이 의미 없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흥행과 평가는 별개이기에, 테넷 또한 감독의 전작들과 함께 주목할만한 영화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유료 시사회로 개봉 전에 관람했는데, 당시에 영화가 어렵다는 평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나오는 주요 용어들에 대해 개념을 숙지하고 관람을 하러 갔으나, 결국 영화에게 패배했다. 여기에서의 패배란, 이해를 못 했다는 것이다. 분명 초반부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중반부부터 난이도가 갑작스럽게 상승한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수학 문제를 푸는데 처음에는 기초 맛보기 문제 한 두문제 설명하다가 갑자기 블랙라벨 몇권을 통째로 갖고와서 무작정 설명하는 느낌이랄까. 예고편에서 중심적으로 보여주는 인버전이라는 개념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이 응용되면서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관객은 둘로 나뉘어 질 것이다. 더 파고들어 테넷을 탐닉하거나, 아니면 포기하고 도망치거나.
테넷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랑은 다르다. 통상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는 많은 관객들을 포용해야 하기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테넷은 그렇지 않다. 영화를 본 관객이 테넷 관계자이거나 천재가 아닌 이상 첫관람에 완벽한 이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처음봤는데 다 이해했다고 하는 사람은 천재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영화를 재관람함으로서 이해하는 재미,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맞춰지지 않는 퍼즐이, 다시 볼 수록 테넷이라는 이름의 퍼즐이 맞춰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매우 힘든 특성이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둘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탐닉하는 자는 영화를 다가가기를 원하는 이들이고 도망치는 자는 영화가 다가오기를 바라는 이들일 것이다.
영화 평론가들은 관객이 다가가는 영화를 통해 진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나도 그것을 동의하는 이들중 한 명이지만), 그렇다고 다가오기를 바라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란 보편적인 잣대도 존재하지만, 취향으로 갈리는 영역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둘로 나눠지기에, 테넷은 더더욱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탐닉한자와 포기한자, 두 그룹의 대조.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영화도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들 답게 본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문제는 이번의 '매력'을 탐닉하는 자와 쟁취하지 않는 자로 나뉨으로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것이다. 또 확실한 것은 이렇게 갈리기는 하지만,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 한번 봐볼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확실하게, 또 강력하게 매혹한다는 것이다. 어딘가 모를 은밀한 유혹.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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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파우더 밀크셰이크> 확고한 주제를 망친 우스운 작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혈혈단신으로 조직의 보스인 '네이선(폴 지아마티)'이 주는 살인 미션을 수행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킬러 '샘(카렌 길런)'. 나날이 살인에 무뎌져 가는 와중에도 그녀는 15년 전 홀연히 모습을 숨긴 엄마 '스칼렛(레나 헤디)'을 비난하면서도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진 돈가방을 회수하라는 미션을 실패한 그녀 앞에 자신이 죽인 한 남성의 딸 '에밀리(클로이 콜먼)'가 나타나고, 샘은 오랜만에 느낀 죄책감을 달래기 위해 에밀리를 보호해주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이내 돈을 잃어 분노한 네이선과 과거 샘에게 아들을 잃은 범죄조직의 수장 '매컬리스터(랠프 이네슨)'가 그들을 쫓기 시작하고, 샘은 도서관 사서로 위장한 세 명의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결전을 준비한다.
악역의 완성도는 액션이나 히어로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소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위압감, 그리고 탄탄한 철학적 논리로 무장한 악역이 있을 때 주인공이 겪는 역경과 성장, 그의 최종적인 승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값진 쾌감을 선사한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의 타노스, <007 스카이폴>의 실바가 없었다면 배트맨, 어벤져스, 제임스 본드의 고난은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고, 그들의 승리 혹은 패배도 심드렁했을지 모른다. 최근 큰 화제가 되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예고편에서 가장 큰 환호를 자아낸 장면 역시 과거의 악역인 닥터 옥토퍼스의 재등장이었다.
해외에서는 7월에 넷플릭스로 공개되었고 국내에서는 지난 8일에 극장에서 개봉한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악역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다. 악역이야말로 강경한 여성 서사를 바탕으로 한 액션 영화인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의 완성도가 무너진 결정적 대목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가부장제라고 하는 오래되고 거대한 악을 처단하기 위한 여성들의 사투를 담고 있는데, 정작 거악을 묘사하는 방식이 목적과 어울리지 않게 우습다 보니 가부장제를 처단한 여성들의 성취는 뜻대로 빛나지 못한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가 그려내고자 한 여성들의 사투는 제목을 구성한 두 가지 상징에 깃들어 있다. 우선 영화는 '밀크셰이크'라는 소재 안에 여성들 간의 연대감과 그 연대가 확장되는 모습을 담는다. 작중 밀크셰이크는 샘이 엄마와 이별하기 직전에 나눠마신 음료다. 그녀는 떨어져 지내면서도 엄마와 이별했던 그 식당에서 항상 밀크셰이크를 주문하며, 설사 혼자 있더라도 항상 두 개의 빨대를 꽂아 놓는다. 따라서 밀크셰이크는 그녀가 비록 겉으로는 엄마에게 분노와 실망을 쏟아내지만, 내심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와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마음 한쪽에 위치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장치다. 이처럼 끈끈한 여성, 모녀간의 관계는 긴 시간을 함께 했는데도 돈가방 하나에 와해되는 샘과 네이선의 유사 부녀 관계와 강력한 대조를 이룬다.
또한 밀크셰이크는 혈연관계로 묶여 있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보다 넓은 의미로 확장시킨다. 미션 중에 무고한 이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씻기 위해 샘은 희생자의 딸인 에밀리의 목숨을 책임지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샘을 만난 이후로 에밀리의 앞에는 항상 밀크셰이크가 놓여 있다. 샘이 그녀를 은신처로 데리고 갔을 때도, 에밀리의 안전을 걸고 매컬리스터와 협상을 벌일 때도 에밀리 앞에는 밀크셰이크가 있다. 이때 밀크셰이크로 맺어진 연대가 피해자로서의 여성 간에 형성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에밀리 입장에서 샘은 아버지를 죽인 킬러다. 그러나 그녀는 샘이 그러한 선택을 내리게 된 뒷배경을 알게 된 후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이에는 이로 복수하는 대신 손을 맞잡고 연대하는 길을 택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블랙 위도우>에서 나타샤 로마노프가 마지막 순간 빌런인 태스크마스터를 제압하는 대신 설득하고 회유한 것과 맞닿아 있다.
한편 제목의 나머지 반절을 구성하는 건파우더는 여성 연대의 지향점을 암시한다. 샘은 도움을 요청하러 간 도서관에서 새로운 총을 받는데, 그 총들은 제인 오스틴, 샬롯 브론테, 버지니아 울프 등 주요 여성 작가들의 저서 사이에 숨겨져 있다. 그래서 건파우더라는 상징은 자연히 밀크셰이크로 맺어진 여성 연대가 악으로 상정된 남성, 특히 가부장제라는 시스템을 공격해야 한다는 방향성으로 이어진다. 딸들과 달리 아들을 이해하는 것은 그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모든 순간마다 말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라는 빌런의 대사도 전혀 접점이 없는 두 단어가 하나의 제목에 뭉쳐야 하는 데 당위성을 더해준다.
다만 영화가 처단해야 할 악으로 설정된 인물이나 집단을 묘사하는 방식은 어설프고, 작위적이다. 우선 남성 캐릭터들은 무능력하다. 샘과 치열하게 부딪히는 네이선의 세 부하만 해도 지능이 부족하고, 눈치도 없으며, 판단력과 격투 실력이 극도로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볼링장이나 병원에서 샘이 이들과 한바탕 싸움을 펼칠 때 이 싸움은 전혀 긴장이 되지 않고, 이런 이들의 상사인 네이선과 그의 조직 역시 주인공 일행을 코너로 몰만한 위압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다른 남성들도 다르지 않다. 영화의 메인 빌런을 맡은 매컬리스터와 그의 조직은 돈 이외의 것은 신경 쓰지 않는 속물인 네이선마저 한 수 접고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범죄조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정작 첫 등장부터 끝까지 그들은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샘의 일행을 위기에 빠뜨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운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핸들과 페달을 각각 나누어 맡아 위기를 모면하는 샘과 에밀리에 비해 그들을 쫓는 남성들은 카 체이싱 장면에서 하나의 팀으로서 움직이지 못한다.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액션씬에서도 악역들은 숫자만 많을 뿐 샘과 스칼렛, 그리고 세 명의 사서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이처럼 작중 어떤 위기에도 불구하고 연대의 힘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여성과 항상 배신을 일삼고 무력하게 무너지는 남성들이라는 이분법은 확고하다. 그 결과, 지루한 확신만이 남아 여성들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도 쉽지 않고, 결국 영화는 최소한의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것마저 버거워 보인다.
이에 더해 한 편의 액션 영화, 범죄 영화로서도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에서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측면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가장 힘을 준 것으로 보이는 식당에서의 원테이크 학살극마저 <올드보이>부터 <킹스맨>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영화들이 오마주한 바로 그 액션 시퀀스의 또 다른 변형 사례를 더하는 데 그친다. 그나마 앞서 언급한 카 체이싱 장면이 여성 간의 연대라는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잘 보여주고, 모든 사람이 팔다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병원 난투극이 비교적 참신해 보일 따름이다.
또한 당장 액션 영화인데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어벤져스>에서 네뷸라를 연기한 카렌 길런, <300>에서 고르고 왕비 역을 맡은 레나 헤디, 최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건재함을 보여준 양자경에 이르기까지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들의 역량이 살아나는 장면이 없다. 당장 샘의 액션만 봐도 액션 연출이 효과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비교적 긴 리듬으로 배우들의 액션을 보여주다 보니 오히려 박력이 다소 부족하고 어설픈 움직임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맥없이 당하는 악역들의 어설픔은 배가되며, 그들을 해치우는 샘의 모습도 시원하거나 짜릿한 쾌감을 안기지 않는다.이에 더해 영화의 여러 세부 내용이 이전까지의 범죄 액션 영화들, 특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 시리즈와 유사하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도서관에 위치하여 두꺼운 책으로 위장한 무기 보관함이나 범죄자들이 드나드는 병원과 식당이라는 설정들이 대표적이다. 영화 속 세계관도 마찬가지인데, 하나의 기업으로 위장한 범죄조직이 여러 사업들에 손을 뻗은 것이나 범죄조직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빠져나갈 정도로 사회를 장악한 모습 등은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같은 메시지를 공유하는 <블랙 위도우>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주요 인물들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꾼 데 그친다는 비판을 받은 것과도 유사한 성격의 단점이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가 말하려는 바는 간명하다. 영화의 제목부터 흐름과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다양한 여성주의, 페미니즘 사상이 공유하는 공통의 문제의식, 곧 가부장제의 타파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발산된다. 이는 <블랙 위도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능력과 생각을 지닌 여성들이 모여 팀을 이뤄 남성 범죄자를 처단하며, 주인공이 자신을 조종하는 조커와 같은 남자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의 뜻을 함께할 제자 혹은 후계자를 두는 <버즈 오브 프레이> 같은 작품과 궤를 같이 한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그러나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위의 메시지가 갖는 힘과 설득력을 논하기 이전에 메시지 자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여러모로 부족한 완성도는 악으로 상정한 대상을 충분히 악독하게 그려내지 못할 경우 선의 편에 서서 사투를 펼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고, 관객들을 몰입시키지도 못한다는 실패 공식을 다시 한번 증명해준다. 이렇게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여성 영화이기 이전에 한 편의 영화로서 실망스러움을 숨기지 못한다.
P(Poor, 형편없음)
같은 파리지옥에 빠져버린 또 다른 파리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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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4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4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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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랙스> 예고편
위대한 실화
용감한 여정“그냥 혼자 있고 싶을 뿐이에요”
앨리스 스프링스부터 인도양까지
호주 사막 2,740km를 걸어서 횡단하기로 결심한 로빈(미아 와시코브스카).
오직 낙타 네 마리와 자신의 반려견만을 데리고 홀로 사막을 걷기 시작한다.
그녀의 무모한 계획에 이끌린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 작가 릭(아담 드라이버)이
중간 거점마다 여정을 기록하기로 한다.
광활하고도 고독한 사막 속,
위험천만한 여정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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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묘> 1차 예고편
"뭐가 나왔다고 거기서, 겁나 험한 게" 모두가 기다린 오컬트 미스터리 [사바하][검은사제들] 장재현 감독 신작 최민식X김고은X유해진X이도현 [파묘] 1차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