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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작가2023-02-08 12:43:46

나의 늙음에 대한 기록을 당신의 마음 속에

넷플릭스 [올드] 리뷰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공포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점점 인생의 속도가 빨라진다. 누군가는 인생의 속도가 10대 때는 10킬로미터, 20대 때는 20킬로미터, 30대 때는 30킬로미터로 계속 늘어난다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나이 먹는 것 자체가 공포라기보단, 내 몸의 변화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운동을 안 해도 멀쩡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군살이 빠지지 않는다. 전에는 하루 푹 잠만 자도 금방 회복되었는데, 이젠 영양제를 먹지 않으면 찌뿌둥한 몸이 풀리질 않는다. 아직까지 내가 느끼는 공포는 이 정도다.

 

 

순수한 시절은 한때에 불과하다. 젊음과 아름다움은 금방 사그라든다. 돈과 명예, 권력은 죽음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렷했던 것들은 흐릿해지고, 확실했던 것마저 희미해진다. 우리는 그래서 죽음을, 늙어감을 두려워한다.

 

 

영화 [올드]는 이 두려움의 순간을 빨리 감기로 보여준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돌이켜 보면 그 순간에는 아주 중요하고 느리게만 흘러갔던 시간들이,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희미해져 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막막하기만 했던 일들은 나이를 먹고 많은 경험을 거치면서 사소한 일이 되어 버린다.

 

 

최근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이가 아파 치과에 갔는데 충치 치료 비용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말을 빌리자면 '가슴이 철렁'했단다. 내가 내 몸의 온전한 책임자가 된다는 것, 어떤 모든 순간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 우린 매 순간 발목에 새로운 책임의 족쇄를 찬다. 지금은 이토록 무거운 것들이 언젠가는 별것 아닌, 발목에 달린 족쇄 중에선 가장 가벼운 족쇄가 되겠지.

 

 

감독은 이토록 부질없는 개별적 삶의 순간일지라도 인간이 어떤 관계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그 삶은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와 손을 잡고 이 순간들을 마주할 것인지에 대한 나의 선택이다. 한 마디로, 우리는 '어떻게 나이를 먹을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낼지'를 더 고민해 봐야 한다. 인간의 삶은 결국 어떠한 관계 속에서 태어나, 또 다른 관계 속에서 저무는 것이기에.

 

"그냥 시간이 좀 필요해요."

"근데 우린 시간이 없어."



 

시간은 우릴 기다리지 않는다. 저 혼자 멀리 앞서나갈 뿐이다. 모든 순간을 그저 과거를 돌아보는데 허비한다면 우린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인정하고 나아가는 태도야말로 나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든다. 그때야 비로소 우린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낀다.

 

누군가와 함께 늙어가는 것, 내 늙음을 누군가의 마음속에 기록하는 것.

그것이 나이를 '잘' 먹는 방법이라면 방법이 아닐까.

 

작성자 . 최작가

출처 . https://blog.naver.com/shn0135/22300898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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