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08 13:08:12
제95회 아카데미 후보작 미리보기
<더 웨일>부터 까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다음 달 3월 12일에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기대가 뜨겁습니다.
시상식을 기다리는 국내 영화팬들을 위해 CGV, 롯데시네마,씨네큐브등에서 후보작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상영 일정을 먼저 알려드릴게요 :-)
<CGV 2023 아카데미 기획전> : 2월 11일(일) ~ 3월 21일(화)
<씨네큐브 2023 아카데미 화제작 열전> : 2월 15일(수) ~ 3월 28일(화)
<롯데시네마 2023 아카데미 기획전> : 2월 22일(수) ~ 3월 12일(일)
그럼 이제 어떤 작품들이 상영될 예정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더 웨일
The Whale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7분
감독: 대런 아로노포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등
배급: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개봉: 2023년 3월 1일
시놉시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CINE PICK!
A24가 제작 및 배급까지 맡은 <더 웨일>은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가 9년 만에 만난 10대 딸과 쓰는 마지막 에세이를 담은 작품으로, <블랙 스완>, <마더!> 등으로 유명한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입니다. <미이라>의 전설적 스타 브렌든 프레이저가 272kg 대학 강사 ‘찰리’ 역을 맡고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세이디 싱크'와 아시안계 배우 '홍 차우' 등이 가세하며 더욱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로 떠올랐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3개 부문(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분장상) 후보에 오른 <더 웨일>은 남우주연상과 분장상 부문 수상이 유력한 것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개요: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 코미디 | 영국, 미국 | 109분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패럴, 브렌던 글리슨 등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봉: 2023년 상반기
시놉시스
파드레익은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에서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가 교류하는 사람은 오랜 절친 콤과 마을 유일한 경찰의 아들 도미닉뿐이다. 어느 날, 콤이 파드레익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그를 피하기 시작한다. 일방적인 절교를 받아들일 수 없던 파드레익은 계속해서 그의 주변을 맴돌고, 이에 콤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면서 둘의 운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CINE PICK!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 등을 휩쓸었던 <쓰리 빌보드>의 마틴 맥도나 감독이 연출을 맡고, <더 배트맨>, <신비한 동물 사전>부터 <킬링 디어>, <더 랍스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내공을 가진 콜린 파렐이 주연을 맡은 '이니셰린의 밴시'는 평생 친구였던 두 남자 중 한 사람이 그들의 우정을 끝내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감독 본인이 과거에 집필했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공개 이후 엄청난 호평이 쏟아졌고 국내 관객들에게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상반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브렌단 글리슨, 배리 케오간),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악상 등 총 9개 후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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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드라마 |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 104분
감독: 루카스 돈트
출연: 에덴 담브라인, 구스타브 드 왤레 등
배급: 찬란
개봉: 2023년 예정
시놉시스
온 가족이 함께 사는 목가적인 시골의 한 마을. 13세 소년 레오와 래미는 무엇으로도 깰 수 없어 보이는 친밀한 우정을 나누며 지낸다. 하지만 학교의 또래 아이들이 던지는 냉담한 시선과 조롱은 그들 사이를 점점 갈라놓고 결국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CINE PICK!
영화 <클로즈>는 2022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 2023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화제작입니다. 셀린 시아마, 배리 젠킨스, 션 베이커 감독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이 시대의 스토리텔러 루카스 돈트 감독 작품으로, 루카스 돈트 감독은 첫 장편 <걸>로 2018 칸영화제 4관왕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 32관왕, 40회 노미네이션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어린 소년들이 마주해야 했던 변화의 계절을 시리도록 아름답게 표현한 이 작품은 “<400번의 구타>, <보이후드>가 자리한 영화의 신전에 이 아름다운 영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Time Out), “부정할 수 없이 뛰어난 루카스 돈트 감독의 탁월한 작품”(BBC.com),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 울림”(IndieWire) 등의 극찬과 함께 현재까지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2%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TAR 타르
Tar

개요: 드라마 | 미국 | 158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케이트 블란쳇, 노에미 메를랑 등
배급: UPI 코리아
개봉: 2023년 2월 22일
시놉시스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CINE PICK!
<TAR 타르>는 베를린 유력 교향악단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수석 지휘자로 선출된 저명한 지휘자이자 작곡자인 리디아 타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클래식 업계와 더불어 혼란스러운 사생활과 창작의 고통 등 타르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개봉한 'TAR 타르'는 IMDB 7.1, 로튼토마토 신선도 90%, 메타크리틱 91점이라는 호평을 얻었으며, 독일어 말하기와 피아노 연주, 지휘 기술을 완벽히 소화해 극찬을 받았던 케이트 블란쳇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이밖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촬영은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했던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가 맡았으며, 편집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를 작업했던 모니카 윌이 함께했습니다. 특히 <조커>에 이어 의 음악을 맡은 힐더 구드나도티르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어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말없는 소녀
The Quiet Girl

개요: 가족 | 아일랜드 | 95분
감독: 콤 바이레아드
출연: 캐서린 클린치, 캐리 크로울리 등
시놉시스
1981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이트는 가난으로 당장 그녀를 돌볼 수 없게 된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당분간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생전 처음 본 부부와 함께 살게 된 카이트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아내 에이블린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지만, 무뚝뚝한 남편 션은 이 모든 게 못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션도 카이트의 순수함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CINE PICK!
<말없는 소녀>는 베를린영화제를 필두로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올해 최고의 아일랜드 영화’라는 찬사를 받은 영화입니다. 많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 가슴 시리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로 온 가족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EO
EO

개요: 드라마 | 폴란드, 이탈리아 | 86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사만다 드지말스카, 이자벨 위페르 등
수입: 찬란
개봉: 2023년 예정
시놉시스
동물의 눈으로 본 세상은 신비로운 곳이다. 우울한 눈빛의 회색 당나귀 ‘EO’는 삶의 여정에서 선한 사람과 나쁜 사람들을 만나고,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행운을 재앙으로, 또 절망을 예상치 못한 행복으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굴레를 겪는다. 하지만 그는 단 한순간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CINE PICK!
영화 <EO>는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 및 각본의 2022년작 폴란드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제7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며, 로베르 브레송의 1966년작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한 폴란드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당나귀의 일생을 따라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80대의 노장 감독이 선보이는 자연 다큐 스타일과 아방가르드풍 실험 영화와 VR 체험을 능숙하게 오가는 완숙한 솜씨와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연출은 EO가 갈망하는 해방을 고스란히 옮겨놓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애프터썬>,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총 11개 부문 후보에 올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분장상/시각효과상/음향상 후보에 오른 <더 배트맨>, 의상상/미술상/음악상 후보에 오른 <바빌론> 등의 기개봉작도 함께 상영한다고 하니 아쉽게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던 영화들도 이번 기회에 함께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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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의 에피소드가 모두 개성 있었던 일본 영화
3가지 에피소드를 담은 일본 영화!<우연과 상상>
하니엘의 영화 미리 알기
스구미와 메이코는 절친이다. 메이코는 스구미에게 소개받은 남자에 대해 어떻냐고 물어본다. 카즈야키라는 훈훈한 남자이며 첫 만남에 성관계를 하려고 했는데 쉽게 돼질 않았다. 메이코는 카즈야키와 스구미의 관계에 대해서 계속 물어본다. 카즈야키라는 남자는 전 여자친구가 있고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말을 하는 스구미는 음담패설을 한다. 서로의 이야기가 코드가 통했는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이야기가 계속된다. 스구미가 집에 도착해 내리고 난 후에 메이코는 자신이 가는 목적지와 다른 원래 있었던 회사로 돌아가는데 그곳에는 회사의 사장이자 스구미의 남자인 카즈야키가 있었고 메이코는 계속해서 카즈야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데...
나오는 성적 매력을 가진 남자들에게 쉽게 몸을 내주는 여자이다. 그런 그녀에게 섹스 파트너가 있었는데 그 남자는 나오와 함께 TV를 보는데 자신의 대학교에서 불어(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세가와라는 교수가 쓴 소설로 상을 받는 것을 본다. 사실상 나오도 그 교수님을 아는지라 상을 받은 세가와 교수가 자신의 제자였던 나오의 남자에게 갑질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세가와 교수를 찾아가 미인계로 유혹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가정을 꾸리고 있었고 자식과 남편이 있었다. 세가와 교수 앞에서 나오는 책 중에 자신이 좋아했던 야한 구절을 자신의 목소리로 낭송을 하는데... 과연 나오에게는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제논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은 편리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끊게 되고 예전처럼 편지나 우편으로 소식을 전하게 된다. 나츠코는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가지만 존재감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는 동창이 있지만 나츠코는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고등학교 동창회가 끝나고 나츠코는 미카 아야라는 자신과 유독 친했던 동창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미카 아야라는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고 놀란다. 미카 아야와 닮은 여자의 집까지 찾아간 나츠코는 안절부절한다. 그러나 미카 아야와 닮은 여자와 나츠코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 둘은 과연 어떤 사이로 발전하게 될까?
난해했지만 코믹 요소도 있어서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였다.
하니엘의 주관적인 영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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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영화의 공식
어는 날 그저 집에 누워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TV란 나에게 언제나 콘텐츠를 제공한다. 집에 있었을 뿐인데 영화 한 편을 뚝딱했다. 그것도 이미 다 보고 보고 또봐서 내용을 외울 수준으로 많입 본 영화였는데 또 봤다. 왜 90년대 헐리웃 영화는 내용을 다 알면서도 식상하다고 생각을 안하고 보게 되는 걸까. CG도 요즘만 못하고 클리셰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영화 '볼케이노'에 대한 감상평이다.
1. 재난영화의 공식이 된 영화
대단히 신기한 내용은 없다. 단지 LA시내에 용암이 분출된다는 건이 특징이랄까. 지층이 불안정한 지역에 지하철을 만들다니, 이 설정부터가 위험하다. 그리고 이걸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던 설정이 이들을 안전불감증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주었다. 안전불감증은 재난영화를 보는데에 언제나 필요한 요소인만큼 이 영화는 많은 클리셰를 갖고 있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 허둥지둥대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언제나 이 재난은 예고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마다 우리 모두 불안함을 안고 볼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를 볼 때도 그렇다. 제목이 '볼케이노'이니 화산이 터지는 것은 극명한 사실이고, 지질학자인 에이미 반즈의 친구가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곧 큰 일이 나겠다는 것은 예감하게 된다. 생각보다 아주 심각하게 깜짝 놀랄만한 사건은 발생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끝까지 관람하게 된다.
그런데 왜 안 지루할까. 나의 모친은 명작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내가 무엇 때문에 명작이라고 평가했던 걸까. 이 영화가 옛날 영화일지언정 시대착오적인 영화는 아니라는 감상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걸까.
이 영화는 로맨스도 아주 살짝 있고, 가족애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주된 소구포인트는 재난 상황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묘책이 과연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재난 영화는 극단적으로 새드 엔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두들 '이 사람들이 전부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성 없는 생각이라고도 동시에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초반에 사람들이 다치고 희생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LA의 많은 시민들은 살아남는다. 이 정도면 재난 영화로서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데, LA시민들이 살아난 방법이 영화가 아니면 불가능한 방식이라서 픽션이 해낼 수 있는 가장 훈훈한 재난영화의 결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물은 15분만에 무너뜨리는다는 것은 영화적 발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라면 가져가야할 허구성과 로맨스, 가족애, 그리고 훈훈한 엔딩이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재난영화의 공식이 아닐까
2.
토미 리 존스의 나름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 지금도 명배우이지만 날라다니던 그 때 그 배우들을 보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 참 좋은 일이다. 마치 90년대의 톰 행크스를 보고 있자면 별 거 안하고 있어도 보기 좋은 팬심이 솟구치는 것과 같다. 이 영화에는 돈치들도 나오는데 어벤져스 시리즈로 익숙한 사람들에게 그의 젊은 모습은 참 신선할 것이다.
그런 배우들이 날라다니던 시절을 보고 있자면 과거의 나를 회상하게 되기도 하고 그렇다. 한 인간의 빛나는 전성기를 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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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에서 나풀거리며 날아온 무근본 코미디
새삼 신기한 이야기지만 300여 일 남았다. 시간 겁나 안 간다고 한탄할 때가 엊그제 같았다. 근데 사실 그건 엊그제 일이 맞다. 시간 정말 안 간다. 무려 336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안 가는 건 매한가지다. 신기한 일이다. 아마 반강제적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으니 그런 것 같다. 또 막상 이렇게 시간 안 간다고 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100일이 지나 있겠지. 뭐 그런 행복회로가 없으면 정말 정말 지루해서 못 견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막연하게 지루한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소집해제 하면 뭘 할까? 적금을 깨는 거야. 적금으로 여행을 가는 거지. 그리고 남은 돈 얼마 남겨서 노트북을 바꾸면 되겠어. 10개월이나 남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꿈 정도는 꿀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그럼 건물 한 두 채 사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잉여롭게 누워있어도 될 것 같다. 엄마, 아빠한테 효도도 하고 말이지. 없는 지갑 털어서 복권을 살 까 싶지만 5천 원은 소중하기에 참기로 한다. 최전방의 어느 군부대. 여기에 나와 비슷한 꿈을 꿨던 말년 병장이 있다. 갑자기 날아온 복권 한 장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자. 장소는 극장이다!
길 가다가 만원 주운 것과는 달라
이게 뭐야? 갑자기 웬 복권? 군생활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말년 병장 천우는 종이 한 장을 주웠다. 복권? 갑자기? 사실 군대와 복권이란 단어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천우도 아무 생각 없이 복권을 주웠다. 이거 발표는 언제 하는 거지? 뭐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 결과를 확인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방송을 보는 천우. 숫자 하나가 맞았다. 맞았네. 무덤덤한 천우. 두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맞았네. 오늘 운이 좋은가보다. 세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뭐지? 뭔가 이상한 것 같다. 그런데 말년병장이라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재미가 없어지는 마력이 있는 시기다. 금세 평정심으로 돌아온 천우. 근데 맞는 숫자가 네 개가 되고 다섯 개가 된다. 응? 여섯 번째 숫자 하나 남았다. 이것까지 맞았다. 엥? 이게 뭐지? 실화인가? 눈앞에 보이는 건 꿈이 아니다. 말년병장 천우는 여섯 개의 복권 전부를 맞춘 당첨자가 됐다.
헐. 헐. 헐. 말도 안 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조회해봤다. 57억이라는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57억이면 집 한 두 채를 사도 남는 돈 아닌가. 집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꿈이었던 농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전역까지는 3개월이 남았다. 안 그래도 안 가는 시간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니. 57억이라니. 밥을 먹으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웃음이 나오다 못해 저절로 눈물이 난다. 그동안의 고생이 왠지 모르게 생각나는 것 같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내무반. 천우는 복권 용지를 가지고 밖에서 후임과 대화하고 있었다. 바람이 서늘하게 부는 근무지도 왠지 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안 읽던 책을 읽기 시작하던 천우. 책을 읽으며 근무를 하고 있는데 후임 한 명이 말을 건다. "병장님. 저 화장실 가고 싶지 말입니다." "갔다 와~" 배가 아픈 후임은 천우의 앞을 스윽 지나가며 아픈 배를 움켜잡았다. 그때, 후임이 지나가던 찰나에 복권 용지가 사르륵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복권 용지가 북으로 넘어갔다. 자. 57억이 눈앞에서 증발되게 생긴 천우. 천우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단 웃겼어
일단 장르는 코미디다. 이 장르의 가장 첫 번째 본분은 무엇? 웃겨야 한다. 별생각 없이 상영관에 들어가서인진 모르겠지만 난 꽤나 웃다 나왔다. 가장 최근에 봤던 코미디 향 첨가 영화는 두 편이었다. <외계+인> 1부와 <불릿 트레인>이다. 전자에선 그냥 내내 정색하고 봤고 후반부에는 정확히 두 번 웃었으므로 코미디 타점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티켓 값이 4천 원이니까 봤지 아니었으면 중간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들어갔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선회하는 재미를 느꼈으니 내 기준에서 코미디의 기능을 충분히 한 셈이다.
이 웃긴 고경표 배우가 복권 당첨을 확인하고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때 각본을 상상하면 좀 허무맹랑할 수도 있다. 근데 고경표 배우는 이를 굉장히 잘 소화한다. 좀 실없는 인물의 내면 묘사,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하고, 초중반부의 인물 구도를 설계하기 위해 나름 중요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이 시퀀스는 좋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좀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 있는 연기를 진짜 미친놈같이 소화해서 '역시 이 배우는 좋은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에 공개됐던 <서울 대작전>, 배우의 전작 <헤어질 결심> 세 역할의 톤이 다 다른 건 이 배우가 얼마나 욕심이 있고 능력까지 받쳐주는지를 볼 수 있는 훌륭한 단면이었다. 이 장면 이후에도 좀 여러모로 입장이 난처한 인간의 마음이 표정에서 잘 드러났다. 전체적인 코미디 톤을 이끄는 좋은 연기였다.
다른 배우들의 호연 외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에 대해 쓸 수 있다. 바로 '무근본'코미디라는 것. 이 코미디는 근본이 없다. 일단 이야기의 전개에 대해 써보자면, 솔직히 아쉽다(그리고 이 부분은 후술 할 것이다). 극을 전개할 때마다 '와 이러면 진짜 웃기겠는데?' 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대로 이어진다. 이러면 따라오는 단점이 뭐냐. 일단 뻔하다는 전개와 이야기 간의 접착력이 딱 달라붙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뒤집어서 표현하면 상황상황마다 인물의 표정이나 구도 촬영을 잘해놨어서 웃기기에는 최적화됐다는 뜻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코미디에는 웃음 강박이 없는 것 같다. 뭐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글쓴이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알던 웃음 패턴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단 여러분이 이 글과 영화의 예고편을 읽으며 바로 눈에 들어오는 설정이 하나 있다. 바로 군대다. 우리나라 군대 하면 생각나는 것이 뭐가 있을까? 폐쇄된 공간, 억압된 자유, 남북한의 군사 긴장상태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때 생각날 수 있는 소재를 경제적으로 박박 긁어모은다. 그 외에도 우리가 예능프로그램을 본다거나, 수많은 짤에서 볼 수 있던 유머 소재들도 적재적소에 잘 쓰였다. 뭔가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것보다 익숙한 패턴을 잘 변용했다는 점에서 코미디 영화로서의 안전장치는 잘 구성한 것 같다.
얕게 쓰이진 않았던
이 영화가 <D.P>처럼 우리나라 군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보기는 사실 어렵다. 뭐 그런 사회비판적인 코드가 주요하게 작동할만한 영화가 아닌 것도 맞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니까. 그 이유 때문에 사실 좀 불필요하게 들어간 부분이 없진 않다. 굳이 그 상황이 아니어도 인물이 그런 행동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이 마저도 코미디로 활용한 재기 발랄함은 강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말 단순히 웃기기 위해 모든 세포를 기울인 효과다.
또 반대 측면에서 북한 묘사도 코미디로 활용한 부분이 있다. 이렇게 남북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때 어려운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럼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북한에 대한 묘사다. 일단 남북한 현실에 대한 묘사 중 어느 쪽에 힘을 더 줬냐고 묻는다면 북한 쪽에 힘을 더 줬다고 생각한다. 일단 북한은 실질적으로 기본적인 농축산업도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로 묘사된다. 또 군 내부가 어떻게 평소에 운영되는지 모를 정도로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 또 북한 내부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쓰자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인재가 등장하기 어려운 현실’에 관한 내용이 코미디 요소로도 쓰이지만 소재의 활용에서도 적절하게 잘 쓰인 부분은 흥미롭다. 그리고 병사의 동기부여에 관한 부분, 나라를 위해 10년씩이나 꿈을 희생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까지 단순히 웃기려고만 이런 것들을 설정한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가장 결정적으로 시각적으로 북한군을 묘사하는 방식이 있다. 앞에서 상기한 내용은 글쓴이 본인의 생각이 어느 정도 담겨있다. 그런데 몇몇 장면들은 이 감독이 북한이란 나라를 조롱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모두가 들 것이다. 이 외에도 인물 간의 처지를 의도적으로 대비시켜서 북한이란 나라를 더 깊게 비판하는 부분은 어렵지 않게 관객들이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물들이 상대 나라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을 어떻게 영화가 거리를 두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면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각본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점 당연히 있지
뭐 이렇게 순수하게 웃기고 남북한 현실 묘사 깔끔하게 잘했다고 해서 모든 게 능사인 건 아니다. 이 영화 단점 당연히 있다. 일단 각본의 퀄리티다. 일단 영화 시작되고 한 10분까지 설정에서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이 말이 안 되는 건 그렇다 치자. 모든 영화에서 핍진성, 개연성을 따지는 건 피곤하니까. 그런데 이 가정법이 영화 끝까지 쭉 이어진다는 건 분명한 호불호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밌겠는데!’를 때려 박은 이 영화. 그런 코미디 요소에 모든 걸 다 투자했기 때문에 이야기 몰입하는 데 있어 좀 깨는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이야기가 불협화음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내적 논리와 함께 진행되는 영화. 그냥 웃기기 때문에 이 정도는 그래, 싶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다. 후반부다. 남한에서 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그 사건을 겪기 전에 배경으로 제시되는 부분은 나름 잘 설정했다. 이 나름대로 코미디가 되기도 하고, 허무맹랑하긴 해도 다음에 이어지는 일의 배경이 되는 점에서 꼼꼼함은 어느 정도 챙긴 셈이다. 그런데 이런 인물을 극 중 타인들이 지켜보거나 대응하는 방식은 의문부호가 들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가는 둘째 치고, 얼핏 보면 이 사람들을 혐오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역시 앞에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그냥 이 상황에서 가장 재미있는 방식이라 이런 식으로 전개한 건 그럴 수 있다. 근데 이 지점은 살짝 다르게 변용해도 이야기 전개가 말이 된다. 그 부분까지 코미디로 소화시켜야만 하는 이유도 없고.
또 이 외에는 극후 반부가 살짝 아쉽긴 하다. 일단 CG가 엔딩부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안 그래도 결말 부분의 이야기 전개가 아쉬운데 이 부분까지 있으니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 강하다. 또 앞 문장에도 썼듯 이야기를 쓰다 만 것은 좀 아쉽다. 엔딩부에서 보여주는 떡밥 하나는 아예 불필요했고, 물렁했던 극 전개가 빈약해지기까지 한다. 뒷심이 강했으면 조금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기다려 왔던 영화
뭐 이런저런 이유로 아쉬운 부분도 있는 영화지만 사실 많은 분들이 이런 작품들을 기다려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해 개봉했던 이른바 '빅 4'들은 스케일이 큰 영화들이었다. 반면에 이 영화는 규모가 작다. 그러다 보니 큰 스케일의 영화에 익숙했던 글쓴이 같은 분들에겐 눈이 편한 느낌이 든다. SNL이나 여타 시트콤에서는 보기는 좀 크지만 규모가 크지도 않아 왠지 잊고 있었던 정통파 코미디를 그리워했던 분이라면 안성맞춤이다.
또한 한국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주인공인 천우 역의 고경표 배우는 드라마에 많이 나왔다. <응답하라 1988>로 유명세를 얻었던 고경표 배우는 영화판에서는 그렇게 많이 볼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왔다 하더라도 영 시원찮은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고경표 배우가 표현력이 굉장히 뛰어난 연기자라는 걸 알게 된다. 난감하면 난감핟대로, 맘먹고 웃기려면 웃긴대로 표정연기가 뚜렷하니 이 배우는 유아인 배우처럼 큰 존재감을 뽐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질 결심>에 이어 이 <육사오>에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음은 음문석 배우다. 아마 올해 12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2>에서 봤던 얼굴로 많이 기억하실 것 같다. 이 배우 연기 잘했다. <범죄도시 2>에서도 연기 잘했는데 이 영화에선 특히 더 잘했다. 감정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뻔뻔함,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대위 역이기 때문에 장병들을 이끌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위치까지 이 작품의 최전선에서 극을 이끈다. 래퍼 겸 댄서 겸 배우신 것 같은데 이 쪽에 굉장한 포텐이 있는 것 같다. 얼굴도 잘생겼다. 39세 안 같다. 또한 박세완 배우는 이름만 알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반짝반짝하는 존재감은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남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일단 겁나 예쁘시다.
또 윤병희 배우와 이이경 배우도 기억에 남는다. 윤병희 배우는 얼굴이 굉장히 익숙하다. <범죄도시 2>에서 휘발유 역을 맡았을 때도 뭔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이 배우는 휘발유 캐릭터와는 다른 인물을 보여준다. 개성이 센 마스크라 이 배우 하면 휘발유가 먼저 생각나겠지만 후반부까지 극을 끌고 가는 힘은 굉장한 박력이 있었다. 또 이이경 배우는 얼마 전에 본 <공조>에서 봤었다. 그런데 이 배우는 확실히 여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그 좁은 면적에서 이렇게 예술 잘하는 사람들이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유치할 수도 있고 질척댈 수도 있는 유머를 생기 있게 잘 소화한 건 이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 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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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p or hurt
핑계 없는 무덤은 없고, 나의 모든 행동에는 늘 이유가 있다.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낙인찍듯 단편적으로 결론 내려질 때 억울하다. 그러나 동시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짧은 영상이나 몇 줄 글만으로 상대를 쉽게 간파했다 생각하며 낙인찍듯 손쉽게 말한다. 사람은 정말 왜 이럴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내일 되면 뉴스 속 누군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을, 나는 또 왜 이럴까?
영화 <더 웨일>의 주인공 찰리는 사랑스럽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에게 주어지는 정보를 종합할 때, 그가 과거에 내린 선택이나 행동들이 남긴 상처를 생각하면 그렇다.
그러나 건강하지 않은 몸과 마음을 여실히 보여주면서도 괜찮다, 미안하다, 말을 달고 있는 그의 측은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궁금해진다. 무엇이 그를 저렇게 몰았을까?
#hurt: 상처받은 마음
극이 진행되면서 조각조각 이어지는 정보들을 통해, 관객은 찰리의 삶을 스친 일들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가 남긴 상처와 그에게 남은 상처. 너무 사랑한 것들이 소실된 자리에 남은 커다란 상처들. 그 자리는 어쩌면 누군가가 쓰던, 지금은 텅 비어버린 방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찰리로서는 들어갈 수도 없는 방.
찰리는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여기까지 왔다. ‘저렇게 먹으면 없던 병도 생기겠는데…’ 싶은 음식을 욱욱거리며 밀어 넣은 끝에 그가 토해내는 것은 눈물이다. 눈물을 토하기 위해 음식을 토해야만 했던 것일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눈물도 토해내기 어려운 마음이란 무엇일까.
그 안에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했던 찰리는 이제 잔뜩 지친 고래처럼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그 자리에서 그가 꺼낸 카드는 뜻밖에도 딸이다. 상처를 주었던 존재이자, 이제 상처를 되돌려 받으면서도 바라보는 존재.
#help: 도움의 손길
이 극에는 찰리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친구 리즈는 찰리의 필요를 살피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함께 있다. 찰리의 서사를 공유하고 있고, 찰리에게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는다. 찰리의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 뻔한 음식도 사다 준다. 이대로는 찰리의 죽음이 가까워져 온다는 걸 감지하지만, 찰리의 방향성을 바꾸려 하진 않는다. 리즈는 인간이 결코 서로를 구원할 수 없다고 믿으니까.
반면 토마스는 자신이 보기에 찰리에게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 즉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따금 찰리를 찾아온다. 찰리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알고 난 후로 오히려 찰리에게 더욱 접근하며, 찰리의 방향성을 바꾸기 위해 애쓴다. 그는 자신이 내미는 손길이 선의의 도움, 도움닫기를 할 수 있도록 내미는 발판 같은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본 도움이 있다면, 메리가 앨런에게 건넸다는 “May I help you?”라는 말에서. 어쩌면 종교인들이 그토록 목 놓아 외치는 복음은 그 안에 있는 것 같다. 메리에게는 사랑이 있다. 오랜 고통과 절연의 시간 끝에서 상대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 자리에 생명이 있다. 이제는 말해도 소용없는 추억들을 굳이 더듬거리면서 듣는 숨소리. 상처와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면서도 잠깐 내보이는 그 속살 같은 마음.
그 마음을 찰리도 느꼈는지 모른다. 토마스가 엘리에 대해 말하면서 “날 도우려고 한 건지 아니면 상처 주려고 한 건지help me or hurt me” 모르겠다고 할 때, 그게 도움이었다고 판단한 걸 보면. 결국 상처를 남겼지만 사랑한 대상에게서 미진하나마 포용을 보고, 그는 날아오르는 고래가 된다.
#love, 어쩌면 그것이 사랑
찰리뿐 아니라 이 극 속의 인물들은 제각각의 생채기가 나 있기에,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상처 난 마음에서 배어 나오는 말들은 절반의 진실만을 품고 있다. 사람은 사람의 무게를 온전히 구원할 수 없다는 리즈의 말도 맞지만, 동시에 사람이 사람을 무조건 외면할 수 없다는 찰리의 말도 맞다.
그 안에서 help와 hurt는 어쩌면 한 끗 차이다. 종교적인 행위의 일탈에 대한 토마스의 이중적인 태도에서 help라는 말에 감추어져 있던 hurt를 보아도, help로도 hurt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엘리의 행동을 보아도, hurt의 마음을 품고 있다 생각했지만 실은 괴로워하면서도 help가 우러나왔던 메리의 마음을 보더라도. help와 hurt는 모순적으로 뒤죽박죽이다.
인간과 인간이 솔직한 마음을 부딪는 일은 너무 어렵지만, 어쩌면 그것이 사랑인지 모른다. 솔직하게 마음을 여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의 서사에 귀를 기울이며 포용하는 것. 지저분해진 찰리의 방에 붙어 있는 포스터는 하필 <템페스트>다. 복수 대신 포용과 용서로 화해라는 결말을 이루는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서사를 품고 있다. 찰리가 토마스에게 했던 말처럼, 누구에게나 겉보기로 알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어쩌면 ‘전형적인’ 사람이란 없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서사는 계시처럼 받아들이면서 타인의 서사를 견디지 못한다면 그들의 help는 hurt밖에 될 수 없으며, 사랑은 전해지지 않고, 구원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주 솔직할 것. 마음을 열 것. 그것이 모든 처음이다. 그 작은 단추를 풀지 못하면 온 생에 상처가 남고 만다. 고래를 향한 “가엾은 집념”으로 가득한 <모비 딕>의 늙은 선장처럼. 동시에 이는 모든 끝이기도 하다. 남은 상처를 다시 헤아리게 만드는 힘 또한 여기에서 비롯되니까.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무수하게 변용되고 변주되며 닳고 해진 문장. 우리가 모두 각기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이 문장을, 빛나는 고래 같은 찰리의 순간들을 통해 다시 헤아려 본다. 솔직하게, 열린 마음으로.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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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핫 Too Hot>, 성욕보다 더 뜨거운 것!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투 핫 too hot>
미국 편, 브라질 편, 라틴 아메리카 편... 이제 미국 편은 시즌3 방영을 앞두고 있다.
프로그램의 배경은 이렇다.
서로 섹스해라! 해라! 하는 분위기를 대놓고 만들어 놓은 후, 섹스는 절대 안 된다!라는 룰이 적용되는 곳.
성적인 접촉은 '규칙 위반'이며, '벌금'으로 이어진다!
어머어마한 액수의 상금을 걸고, 섹스를 포함한 어떠한 성적인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면 벌금 형식으로 상금이 깎인다. 출연자들은, 난잡한 성교 파티를 상상하며 모였다가 모두 멘붕!
이국적인 장소에서, 매력적인 젊은 남녀가 거의 옷을 입지 않고 24시간 붙어 지낸다.
당연히 규칙 위반은 수시로 벌어진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규칙 위반을 하던 출연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한다.
"그냥 할까? 아님 상금을 위해 참을까?"
물론 스킨십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상금'이다.
그런데, 어차피 그 상금은 처음부터 이들의 목적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상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로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저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싶어 모인 것이다.
상금은, 참가자들의 성욕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갑자기 폭탄처럼 터지는 반전이다!
그보다 더 강력한 원동력,
이들이 자신들의 본성을 억누르고, 매력적인 이성과의 스킨십을 자제할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내 옆사람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 다른 사람에게 욕먹고 싶지 않은 마음"
이다.
<투 핫> 브라질편 참가자들
세상 쿨하기 그지없는 <투 핫> 브라질 편 참가자들이, 사실은 그 어느 편에 출연한 참가자들보다 훨씬 더 '주변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추구할 것 같은 그들이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다!<투 핫> 브라질 편에서는, 참가자들이 '규칙 위반'하는 내용 중에 '섹스'가 포함된다.
한밤중에 여자들은 상의 탈의, 남자들은 하의 탈의를 한 채로 다 같이 수영장 물에 들어가 파티를 벌인다.
(대체 누가, 넷플릭스 <솔로 지옥>이 한국 판 '투 핫'이라고 했던가!)
브라질 편 출연자들은 확실히 더 핫hot 했다! 진짜 프로그램 제목처럼, TOO HOT!
그런데, 재미난 것은, 다른 어느 시리즈에서보다도 '주변 사람의 눈치, 아는 사람의 눈치, 친구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는 것 또한 바로 브라질 편 참가자들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넘치는 성욕보다 더 참을 수 없어한 것은,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상금이 깎여서 친구들이 실망하고 비난할 때,
또는 나의 행동이나 말이 누군가에게 불쾌감이나 불편감을 주었을 때,
나에게 가해지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과 비난이다.
나를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여론, 나의 잘못에 대한 재판의 현장!
모두가 함께 생활하기에 나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은 즉석에서 바로바로 전달된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눈물도 가장 많이 터져 나온 시리즈가 되었다!!!
친구 눈치, 다른 참가자 눈치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그전의 당당하고 쿨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그 어떤 것보다 이들의 본성과 욕구를 자제시키고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상금 자체도 아니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바로, 그들의 옆 사람, 같이 있는 다른 참가자들이었다.
최근 동네 커뮤니티 카페에 가입하여 몇 번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주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무난한' 주제의 글이었다.
무난한 주제에는 편안하고 평화로운 댓글들만 달린다.
그런데, 종종 '무난하지 않은 주제'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면 격렬한 댓글들이 달린다.
심한 욕까지는 하지 않지만, 글에서도 격한 감정들이 느껴진다.
나는, 무난한 주제만 골라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격렬한 싸움은 지켜보는, 그런 축에 속했다.
격렬한 싸움에는 말리고 싶지 않다....
애초에 무난하지 않은 주제는 올릴 생각도 하지 않고, 무난하지 않은 주제에는 댓글도 달지 않는다.
<투 핫> 참가자들이 대단한 것은,
그 전쟁 같은 '무난하지 않은'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행동한다는 점!
그 결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사랑"을 찾는 것!다른 사람의 부정적 의견을 듣는 것,
나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듣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고 고통스럽다.
이것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적응될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의 진심을 표현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
이러한 용기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투 핫> 참가자들이, 마냥 다른 참가자들의 비난과 감시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면, 사랑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욕을 많이 먹었지만, 유일하게 '찐 커플'이 된 '브렌다'와 '마테우스'
<투 핫> 브라질 편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었던 '브렌다'와 '마테우스' 커플.
규칙 위반을 가장 심하게 많이 하면서,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미움을 많이 샀다.
그로 인해 눈치도 많이 보고, 눈물도 보였지만,
결국 이들은 최종 선택에서, '찐 커플'로 거듭났다.
<투 핫>이 보여준 것,
첫째, 세상 쿨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
둘째, '다른 사람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 욕먹기 싫은 욕구'에만 몰두하다 보면, 또 다른 중요한 욕구, 이를 테면 '사랑'에 대한 욕구는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
세상에 쿨한 사람은 없다.
욕먹고도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만, 욕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위축되어, 더 중요한 가치를 놓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나 자신을 던져야 하는 그런 순간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남에게 욕먹기 싫어서 욕먹지 않을 행동만 골라서 하는 사람만 존재한다면,
과연 이 세상이 움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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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정서 학대
개봉 전 스크리너 시사회로 먼저 관람하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인생에서 꽤 중요한 존재다. 우리 모두는 갓 태어났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엄마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것을 알려준다. 다른 무엇보다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랑이라고 하는 그 감정은 부족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애정결핍이 되고, 너무 넘치면 애정 과잉이 되어 한 사람의 성향을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 우리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대부분은 따뜻함과 포용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엄마의 사랑은 넘치든 모자라든 큰 영향을 준다.
그럼 엄마에게 아이란 무엇일까. 사실 아직까지 현대사회에서도 엄마는 전통적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육아에 대한 부담을 아빠와 사회 제도가 약간은 보조해주지만 여전히 엄마에게 육아의 부담의 무게가 좀 더 있다는 건 사실이다. 그렇게 엄마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커리어의 일부를 포기하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태어난 초기에 대부분의 엄마는 혼란스러워하고 고민도 많아진다. 그 상황에서 아이를 교육하고 또 사랑을 주게 되는데 여기서 각 엄마들의 사랑의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어떤 방식은 조금 과격할 것이고, 어떤 방식은 한없이 부드러울 것이다. 그 강약은 엄마도 아이도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그 사랑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엄마가 딸에게 주는 사랑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
영화 <비올레타>는 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이야기 속에는 엄마인 한나(이자벨 위페르)가 딸인 비올레타(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에게 주는 사랑의 방식이 그려진다. 영화 초반 비올레타의 모습에서 엄마는 그저 그리운 존재다. 증조할머니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 그는 주로 외부 활동을 하고 가끔씩 찾아오는 엄마를 볼 때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집 밖으로 나가는 엄마 한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비올레타의 모습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한나는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카메라로 누군가를 찍는 등 예술 쪽 관련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로 인한 감정적 부재는 있지만 비올레타는 학교에서 크게 문제가 없는 아이였다. 증조할머니의 보살핌과 기도를 받으며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주변에 특별히 나쁜 친구들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상황 그대로 자랐어도 어느 정도 일반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엄마 한나가 좀 더 적극적으로 비올레타를 찾아오기 시작한 이후 벌어진다. 동료 미술가인 에른스트(드니 라방)에게 카메라를 받은 이후 한나는 여러 모델을 이용해 자신의 사진작품들을 작업해나간다. 일반인 중에서 모델을 선택하는데, 그가 선택한 모델 중 한 명이 바로 비올레타다.
한나는 비올레타에게 보고 싶었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딸이 사진의 모델이 되는 길을 이끈다. 비올레타에게 그 사랑이라는 말은 한없이 달콤한, 자신이 그렇게 원했던 엄마의 사랑이다. 문제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거기서부터 의심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딸을 찾아오지 않다가 갑자기 매일 찾아오는 엄마가 말하는 사랑이 얼마나 진실된 것일까. 그런데 비올레타는 그렇게 엄마가 자신을 원한다는 그 자체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린다. 그만큼 그동안 받지 못한 엄마의 사랑은 달콤하다.
엄마가 주는 사랑과 비올레타가 원하는 사랑 사이의 괴리
사실 영화 속 엄마 한나가 요구하는 수준이 단순히 이쁜 옷을 입고 사진 촬영을 몇 번 하는 정도라면 보는 관객들도 모녀의 관계와 활동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 한나는 계속적으로 사진의 수위를 높여간다. 아직 중학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비올레타는 엄마의 요구에 맞추어 어른 옷을 입고 화장도 짙게 한다. 그때부터 비올레타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게되고,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이 되거나 따돌림을 당한다. 거기에 심한 노출 사진까지 찍게 되면서 비올레타는 하기 싫은 일과 엄마의 사랑 사이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엄마 한나의 논리는 간단하다. 자신의 작품을 완벽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모델은 딸 비올레타고, 그와 함께 작업했을 때 그가 일하는 예술계에서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인정받고 돈을 버는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비올레타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건 비올레타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소녀에 불과한 비올레타는 엄마가 찍는 사진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엄마의 사랑이 필요했지만 그 사랑은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고 그것을 대중에게 공개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사랑에 숨겨진 폭력은 결코 외면할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엄마와 함께 하는 건, 공포와 짜증이 된다. 아이에게 그 상황은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고 자기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다. 그러니까 엄마에게 떨어지면 사랑받지 못하고 유일한 가족이 되어버린 한 사람과 멀어지게 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엄마와 같이 있으면 자신의 치부가 외부에 공개된다. 아이는 도망갈 곳이 없다. 최악의 경우, 죽음만이 그 탈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질문할 수밖에 없다. 엄마에게 아이란 무엇일까. 엄마에게는 아이로 인해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장벽이 생긴다. 경력에 단절이 생긴다거나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남편이 없고 혼자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건 더 큰 벽이 된다. 영화 속 한나는 비올레타를 모델로 사진을 찍으면 딸과 시간을 보내며 딸이 원하는 사랑을 충족시켜 줄 수 있고, 자신의 커리어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한 가지는 비올레타는 아직 성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자신이 생각한 사랑과 커리어의 균형은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이 영화 안에서 엄마 한나에게 아이는 자신의 안정과 출세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다. 즉, 아이가 만든 사회의 장벽을 아이로 넘으려고 결정한 것이다.
너무나 이기적인 엄마 한나의 사랑
영화 <비올레타>를 다 보고 나면 엄마 한나가 내뱉는 ‘사랑’이라는 말이 굉장히 폭력적이고 일방적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안기는 비올레타의 모습에서는 측은함과 분노를 느낀다. 사실 부모가 된 모두가 하는 실수 중에 하나일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교육시키고 또 함께 하지만 그것은 아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부모의 사랑이 필요해서 아이는 그저 부모가 원하는 대로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다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처음에는 그들이 생각했을 때 아이를 위한 놀이나 교육을 시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게 아이에게 가장 적절한 길을 찾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아이를 위한 사랑일 것이다.
엄마 한나는 그 사랑을 이용했다. 어쩌면 딸에게 주는 사랑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한나의 아픈 과거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나가 비올레타에게 했던 나쁜 사랑을 정당화할 수 없다. 한나는 비올레타에게 계속 사랑한다고 소리치지만 비올레타에게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고 멀리 도망치게 만드는 아픈 말이 되어 버린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분노가 치미게 되는 건, 그런 한나의 이기적인 사랑 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아픈 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용서할 수 없는 건, 영화 맨 마지막 비올레타의 행동을 통해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비올레타>는 2011년에 만들어져 칸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다. 또한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드니 라방의 뛰어난 연기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비올레타 역의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도 성공적인 데뷔를 했던 영화다. 이 영화에서 특히 화제가 되었던 것은 이 영화를 연출한 에버 이오네스코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다. 자신의 엄마가 어린 시절 자신을 촬영했던 경험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감독은 그것의 특징적인 아픔을 영화적 이야기로 재구성하여 <비올레타>를 완성했다.
영화 <비올레타>는 비록 만들어진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부모가 주는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아이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강요는 오히려 아이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모든 부모가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 적정한 선을 찾아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질문하면서 좀 더 좋은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부모도 아이도 한나와 비올레타의 길을 걷지는 않을 것이다. <비올레타>는 그 사랑의 방식이 잘못 이루어진 모습을 잘 보여준다. 특히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조금 아프더라도 이 영화 관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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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나쁜 녀석들> 메인 예고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재소자 벤 하시가 중태에 빠지자 민심은 격양된다.
한편 벤 하시의 출신지역으로 순찰을 돌던 경찰 젠스와 마이크는
불량해 보이는 소년 새미를 특별한 이유 없이 단속한다.
새미를 연행하려던 찰나 벤 하시의 사망 소식이 들리고,
이어서 그들이 탄 차는 무장 폭도들에게 습격을 당한다.
걷잡을 수없이 커져버린 폭동에 경찰 본부 지원마저 끊겨버리고,
무장 폭도들에 둘러 쌓인 그들이 도망칠 구멍은 보이지 않는데..
과연 젠스와 마이크는 이 혼란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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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저승보다 낯선> 메인 예고편
“이게 죽은 거라면 죽음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로 코마에 빠진 영화감독 민우는
이상하게도 영화를 찍으려 했던 신도시 주변의 황량한 제방길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생각 혹은 의식일지도 모르는 이곳은 번잡하고 시끄러운 삶을 살았던 그에게는 역설적이게도 천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믿는 놈을 만난다.
영화이야기와 이야기를 만들려는 자의 운명을 이야기하던 민우는
젊은 나이에 죽어가는 놈의 운명에 연민을 느끼고 두 사람은 먼 듯 가까워진다.
혹시 자기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우는 같이 탈출해보려 하지만,
놈은 이미 이곳에 익숙해져 가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데…
저승 비슷한, 저승이고 하기에는 이상한, 저승이 아니라고 하기엔 낯선,
그저 텅 빈 곳에서 삶과 죽음이 존재하고 사라지고 ‘이야기’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