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08 13:08:12
제95회 아카데미 후보작 미리보기
<더 웨일>부터 까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다음 달 3월 12일에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기대가 뜨겁습니다.
시상식을 기다리는 국내 영화팬들을 위해 CGV, 롯데시네마,씨네큐브등에서 후보작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상영 일정을 먼저 알려드릴게요 :-)
<CGV 2023 아카데미 기획전> : 2월 11일(일) ~ 3월 21일(화)
<씨네큐브 2023 아카데미 화제작 열전> : 2월 15일(수) ~ 3월 28일(화)
<롯데시네마 2023 아카데미 기획전> : 2월 22일(수) ~ 3월 12일(일)
그럼 이제 어떤 작품들이 상영될 예정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더 웨일
The Whale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7분
감독: 대런 아로노포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등
배급: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개봉: 2023년 3월 1일
시놉시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CINE PICK!
A24가 제작 및 배급까지 맡은 <더 웨일>은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가 9년 만에 만난 10대 딸과 쓰는 마지막 에세이를 담은 작품으로, <블랙 스완>, <마더!> 등으로 유명한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입니다. <미이라>의 전설적 스타 브렌든 프레이저가 272kg 대학 강사 ‘찰리’ 역을 맡고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세이디 싱크'와 아시안계 배우 '홍 차우' 등이 가세하며 더욱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로 떠올랐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3개 부문(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분장상) 후보에 오른 <더 웨일>은 남우주연상과 분장상 부문 수상이 유력한 것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개요: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 코미디 | 영국, 미국 | 109분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패럴, 브렌던 글리슨 등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봉: 2023년 상반기
시놉시스
파드레익은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에서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가 교류하는 사람은 오랜 절친 콤과 마을 유일한 경찰의 아들 도미닉뿐이다. 어느 날, 콤이 파드레익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그를 피하기 시작한다. 일방적인 절교를 받아들일 수 없던 파드레익은 계속해서 그의 주변을 맴돌고, 이에 콤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면서 둘의 운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CINE PICK!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 등을 휩쓸었던 <쓰리 빌보드>의 마틴 맥도나 감독이 연출을 맡고, <더 배트맨>, <신비한 동물 사전>부터 <킬링 디어>, <더 랍스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내공을 가진 콜린 파렐이 주연을 맡은 '이니셰린의 밴시'는 평생 친구였던 두 남자 중 한 사람이 그들의 우정을 끝내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감독 본인이 과거에 집필했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공개 이후 엄청난 호평이 쏟아졌고 국내 관객들에게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상반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브렌단 글리슨, 배리 케오간),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악상 등 총 9개 후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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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드라마 |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 104분
감독: 루카스 돈트
출연: 에덴 담브라인, 구스타브 드 왤레 등
배급: 찬란
개봉: 2023년 예정
시놉시스
온 가족이 함께 사는 목가적인 시골의 한 마을. 13세 소년 레오와 래미는 무엇으로도 깰 수 없어 보이는 친밀한 우정을 나누며 지낸다. 하지만 학교의 또래 아이들이 던지는 냉담한 시선과 조롱은 그들 사이를 점점 갈라놓고 결국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CINE PICK!
영화 <클로즈>는 2022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 2023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화제작입니다. 셀린 시아마, 배리 젠킨스, 션 베이커 감독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이 시대의 스토리텔러 루카스 돈트 감독 작품으로, 루카스 돈트 감독은 첫 장편 <걸>로 2018 칸영화제 4관왕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 32관왕, 40회 노미네이션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어린 소년들이 마주해야 했던 변화의 계절을 시리도록 아름답게 표현한 이 작품은 “<400번의 구타>, <보이후드>가 자리한 영화의 신전에 이 아름다운 영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Time Out), “부정할 수 없이 뛰어난 루카스 돈트 감독의 탁월한 작품”(BBC.com),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 울림”(IndieWire) 등의 극찬과 함께 현재까지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2%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TAR 타르
Tar

개요: 드라마 | 미국 | 158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케이트 블란쳇, 노에미 메를랑 등
배급: UPI 코리아
개봉: 2023년 2월 22일
시놉시스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CINE PICK!
<TAR 타르>는 베를린 유력 교향악단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수석 지휘자로 선출된 저명한 지휘자이자 작곡자인 리디아 타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클래식 업계와 더불어 혼란스러운 사생활과 창작의 고통 등 타르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개봉한 'TAR 타르'는 IMDB 7.1, 로튼토마토 신선도 90%, 메타크리틱 91점이라는 호평을 얻었으며, 독일어 말하기와 피아노 연주, 지휘 기술을 완벽히 소화해 극찬을 받았던 케이트 블란쳇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이밖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촬영은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했던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가 맡았으며, 편집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를 작업했던 모니카 윌이 함께했습니다. 특히 <조커>에 이어 의 음악을 맡은 힐더 구드나도티르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어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말없는 소녀
The Quiet Girl

개요: 가족 | 아일랜드 | 95분
감독: 콤 바이레아드
출연: 캐서린 클린치, 캐리 크로울리 등
시놉시스
1981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이트는 가난으로 당장 그녀를 돌볼 수 없게 된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당분간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생전 처음 본 부부와 함께 살게 된 카이트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아내 에이블린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지만, 무뚝뚝한 남편 션은 이 모든 게 못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션도 카이트의 순수함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CINE PICK!
<말없는 소녀>는 베를린영화제를 필두로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올해 최고의 아일랜드 영화’라는 찬사를 받은 영화입니다. 많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 가슴 시리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로 온 가족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EO
EO

개요: 드라마 | 폴란드, 이탈리아 | 86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사만다 드지말스카, 이자벨 위페르 등
수입: 찬란
개봉: 2023년 예정
시놉시스
동물의 눈으로 본 세상은 신비로운 곳이다. 우울한 눈빛의 회색 당나귀 ‘EO’는 삶의 여정에서 선한 사람과 나쁜 사람들을 만나고,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행운을 재앙으로, 또 절망을 예상치 못한 행복으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굴레를 겪는다. 하지만 그는 단 한순간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CINE PICK!
영화 <EO>는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 및 각본의 2022년작 폴란드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제7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며, 로베르 브레송의 1966년작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한 폴란드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당나귀의 일생을 따라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80대의 노장 감독이 선보이는 자연 다큐 스타일과 아방가르드풍 실험 영화와 VR 체험을 능숙하게 오가는 완숙한 솜씨와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연출은 EO가 갈망하는 해방을 고스란히 옮겨놓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애프터썬>,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총 11개 부문 후보에 올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분장상/시각효과상/음향상 후보에 오른 <더 배트맨>, 의상상/미술상/음악상 후보에 오른 <바빌론> 등의 기개봉작도 함께 상영한다고 하니 아쉽게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던 영화들도 이번 기회에 함께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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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린 건 많지만 먹을 건 별로 없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이한별/나나/고현정).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다.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성인 방송 BJ로 활동한다는 것. 그녀가 마스크를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외모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함이다. 외모 때문에 연예인이라는 어린 시절 꿈도 포기해야 했던 그녀. 짝사랑하는 직장 상사 '박기훈'(최다니엘)에게도 무시당하는 모미는 인터넷 방송에서 자기 몸매와 끼를 뽐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어느 날, 모미는 회사에서 박기훈과 막내 여직원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다. 이를 이용해 짝사랑을 이루고 질투심을 해소하려던 그녀. 하지만 그녀의 정체를 아는 동료 '주오남'(안재홍)과 엮이기 시작하면서 그녀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이에 그녀는 주오남과의 문제를 해결하고, 얼굴을 바꿔 새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엄혜란)가 그녀를 추적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채.
<마스크걸>, 주객이 전도되다
한국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취업, 연애, 결혼 등 인생의 고비마다 외모가 발목을 잡는다는 경험담은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미디어 역시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의 외모지상주의를 고발하는 작품은 장르를 불문하고 꾸준히 제작됐다. 멀게는 <미녀는 괴로워>부터 가깝게는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여신강림>, 그리고 <기기괴괴 성형수>에 이르기까지.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김용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드라마는 한 여성의 비극을 통해 외모지상주의 폐해를 고발하려 한다. 하지만 <마스크걸>은 절반의 성공이다. 총 3부, 130회에 이르는 웹툰을 410분, 7화 분량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주객이 전도됐기 때문이다.
피카레스크 구성으로 일군 절반의 성공
시작은 인상적이다. 전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처럼 각 중심인물 별로 에피소드를 분배한 선택이 적중했다. 옴니버스 구성, 특히 피카레스크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 결과 캐릭터의 동기와 선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특히 김모미와 주오남, 김경자 중심으로 펼쳐지는 1~3화의 몰입력은 강력하다. 사실 김모미나 주오남은 일반적인 인물이 아니다. 외모로 인한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마스크걸을 향한 집착은 극단적인 설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가 두 인물의 시점에서 같은 사건을 보여준 덕분에 자칫 지나치게 만화적일 뻔한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
이에 더해 사건의 발단을 맡은 주오남은 물론,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김모미와 김경자의 서사는 유기적으로 얽혀 진행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빠져나갈 수 없는 악연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 장점은 1~3화의 특징 덕분에 더 눈에 띈다. 뒷 에피소드와 달리 도입부는 세 인물의 갈등과 조합이 두드러진다. 같은 사건을 상이한 시점에서 보거나, 시간대가 곧장 이어지는 에피소드이므로.
무너지는 성공 방정식
하지만 중반부부터 <마스크걸>의 성공 방정식은 독이다. 옴니버스, 피카레스크 구성은 필연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형식은 한 가지 공통 주제나 소재를 중심으로 연관이 없을지도 모르는 여러 이야기를 엮는다. 각 에피소드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캐릭터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묘사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서사의 연결성이 약해져서 전반적인 디테일이나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마스크걸>의 각색은 옴니버스 구성의 약점을 극대화해 버렸다. 드라마를 7부작으로 구성하면서 원작 내용은 다수 생략됐다. 특히 원작의 1부와 3부 내용에 비해 2부 분량이 대폭 줄었다. 여기에 옴니버스 구조의 특징이 더해졌다. 도입에서 결말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의 디테일이 부재하고, 모미의 행적이 매끄럽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네 번째 에피소드가 문제다. 김춘애에게 초점을 맞춘 부작용이 크다. 초반부 김모미와 후반부 김모미는 별개의 캐릭터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4화에서 처음 등장한 나나의 김모미는 둘의 가교여야 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드라마는 오히려 춘애의 과거사에 주목한다. 모미는 그녀의 인생에 잠시 끼어든 조연일 뿐이다. 춘애가 중요한 캐릭터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녀는 4화 이후 등장이 없다. 그러니 모미의 변화도, 후반부 그녀의 감정선도 부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그녀가 주오남의 아기를 낳겠다고 말하거나 경찰에 자수한 동기는 이해할 수 있지만, 유추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성형 수술 전과 비교했을 때 감옥 안에서 보이는 모미의 성격이나 행동이 크게 달라진 점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극 중에서는 잠적 후 술집에서 일하기 전까지 그녀의 행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 또 작중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모미는 외견상 전혀 임산부로 보이지 않는다.
장르적 쾌감을 잃다
덩달아 다른 문제가 파생된다. 우선 원작의 장르적 쾌감이 약하다. 따져 보면 작중 등장인물은 누구 하나 정상이 없다. 주인공부터가 악인이다. 김모미는 외모지상주의와 파렴치한 인간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 하지만 동시에 명백한 살인범이고 살인미수범이다. 주오남도, 김경자도, 김미모도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니다. 이처럼 입체적인 인간이 서로를 비난하며 물고 뜯을 때 군상극, 곧 피카레스크의 재미는 극대화된다.
그런데 <마스크걸>은 장르적 재미를 스스로 포기한다. 일례로 원작에 없는 면죄부가 모미에게 매번 주어진다. 성폭행을 시도하던 핸섬스님은 주오남이 대신 죽인다. 강간범 살해는 자기 방어다. 탈옥은 딸을 구하기 위함이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그녀에게는 늘 정당한 이유가 생긴다. 그 결과 <마스크걸>은 피해자인 주인공이 인생 역경을 극복하는 흔한 감동 스토리로 귀결된다.
감독 전작을 고려하면 군상극을 포기한 결정은 의아하다. 마찬가지로 원작(소설)이 있는 군상극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악인들과 그들 사이에 낀 소시민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살렸기 때문. 영화는 등장인물을 '짐승'으로 비유했다. 악인들의 욕망과 비윤리적인 행동을 짐승에 빗대고, 동시에 오직 생존이 목적인 소시민들의 짐승적인 본능도 놓치지 않았다. 이를 보면 감독이 각색 능력이 없거나 극단적인 인물을 묘사하는 데 거부감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마스크걸>의 결과물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차린 건 많은데 먹을 게 없는
군상극을 포기하자 <마스크걸>이 제시한 여러 사회적 주제도 평면적으로 소비되고 만다. 일단 작품의 핵심 주제여야 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에는 힘이 안 실린다. 모미의 서사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성형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실패한 대가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주제의식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미의 성형 이유를 그녀가 겪은 차별에서 찾아야 했다. 그녀는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숱한 모욕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녀가 BJ 활동을 하다가 인생이 꼬인 근본적인 원인도 거기에 있다.
그런데 정작 드라마는 그녀가 살인범으로 잡히지 않으려고 성형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마스크걸'이라는 소재의 파급력도, 성형의 중요성도 약해진다. 고현정의 모미를 굳이 마스크걸이라고 지칭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데서 문제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다른 소재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아니다. <마스크걸>에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 외에도 많은 사회적 이슈가 담겨 있다. 인터넷 방송, 스토커, 몰카, 가정환경의 중요성, 교도소 내 권력 문제... 선악이 공존하는 등장인물의 행동은 도덕적, 종교적 문제로 확장될 여지도 남긴다.
하지만 이 주제들은 극 전반적으로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한 에피소드 내에서의 양념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마스크걸>은 오히려 방향성을 잃는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애매하다. 차린 건 많지만 먹을 게 없는 셈이다.
용두사미로 끝나다
옴니버스 형식의 필연적인 약점. 무리한 축약으로 인한 장르적 재미 감소. 약해진 주제의식. 세 가지 문제가 결합된 결과 <마스크걸>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만다. 독특한 소재를 내세운 도입부와 달리 후반부는 평범하다. 도입부에서 캐릭터에게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 역시 차별점 있는 캐릭터가 없다는 단점으로 돌변한다.
실제로 후반부는 아들의 원한을 갚겠다는 엄마와 딸을 구하려는 엄마의 싸움이 펼쳐진다. 다른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히 본 신파로 가득하다. 초반부의 기괴한 분위기와 후반부의 전개를 대조하면 이 결말은 더욱 전형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여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를 바 없는 행보다. 원작과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자기 이야기를 지탱 못하고 무너진다. <택배기사>나 <종이의 집>,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그래도 위안이라면 배우 한 명 한 명의 존재감을 뽐내는 데는 성공했다는 점이다. 배우의 연기력만 감상해도 결말까지 정주행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마스크걸>이 데뷔작인 이한별은 원작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초반부 눈길을 사로잡았다. 안재홍의 주오남은 괴기한 초반부 분위기를 단숨에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중후반부부터는 엄혜란이 시청자를 빨아들인다. 아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은 <더 글로리>에 이어서 다시 한번 분위기를 주도하는 존재감을 뽐냈다. 나나와 고현정 역시 각본상 어느 정도 결함이 있는 캐릭터를 맡았지만, 한계선 내에서는 각자 역할을 충실히 다해냈다.
Poor 형편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를 보는 맛에 정주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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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피로 쓴 안티 히어로의 조악한 탄생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희귀 혈액병을 앓고 있는 생화학자 ‘마이클 모비우스(자레드 레토)'.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인공 혈액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끝에 그는 흡혈 박쥐의 DNA에 치료제 개발의 힌트가 숨어 있음을 발견한다. 모비우스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친구이자 후원자인 ‘마일로(맷 스미스)'가 준비해준 배에서 동료 ‘마르틴(아드리아 아르호나)'과 함께 불법적인 실험을 진행하고,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임상 실험을 진행한 후 그는 새 치료제가 강력한 힘과 능력을 줌과 동시에 인간의 피를 마셔야만 해소되는 갈증도 선사함을 깨닫는다. 이에 모비우스는 FBI 요원 '사이먼(타이리스 깁슨)'으로부터 치료제 개발 사실을 숨기려 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치료제를 맞은 마일로는 모비우스와 같은 힘을 갖게 되고, 모비우스는 새로운 힘에 도취된 친구 앞을 가로막는다.
SSU의 딜레마
자레드 레토, 맷 스미스, 타이리스 깁슨 등이 출연한 <모비우스>는 소니의 슈퍼 빌런 세계관인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ony's Spider-Man Universe, SSU)'의 세 번째 작품으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폭발적인 흥행 이후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베놈>으로 포문을 연 SSU는 현재 스파이더맨의 빌런들이 모인 팀인 '시니스터 식스(Sinister Six)'를 선보이기 위한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으며, <모비우스> 역시 그 준비 작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이때 SSU는 흥미롭게도, 또 필연적으로 한 가지 딜레마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스파이더맨의 빌런들이 모인 세계관이기에 SSU는 관객들을 주인공들에게 공감시킴과 동시에 그들이 명백한 악인이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놈>에서 실패자와 패배자로 낙인찍힌 베놈과 에디 브룩이 의기투합하여 자신들의 존재감과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어필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그들은 살인과 식인처럼 위법적인 수단을 거침없이 활용하면서 안티 히어로 혹은 빌런으로서의 정체성도 버리지 않는다.
<모비우스>도 예외는 아니다. 시니스터 식스의 멤버가 될 것을 암시한 만큼, 모비우스 역시 자신이 단순한 슈퍼히어로가 아닌 빌런의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때 <모비우스>는 '피'와 '아버지'라는 지극히 고전적인 수단을 통해 새로운 주인공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선과 악의 경계선, 피
애초에 캐릭터의 모티브가 흡혈귀인 만큼, <모비우스>에서는 피라는 소재가 거듭 등장한다. 당장 흡혈 박쥐를 잡으러 간 영화의 첫 장면에서 모비우스는 스스로의 손에 상처를 내 그 피로 박쥐들을 유인한다. 어린 모비우스와 마일로도 그들이 매일같이 하루 세 번 혈액 투석을 해야 하는 병을 앓는다는 공통점 덕분에 친구가 된다. 그래서 모비우스는 그 치료 과정을 단축시키기 위한 인공 혈액을 발명하고, 아예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외부의 피를 먹어도 문제가 없는 흡혈 박쥐를 연구한다.
특히 모비우스의 실험이 부작용을 낳은 후에 피는 더욱 중요한 소재가 된다. 박쥐로부터 얻어낸 혈청 덕분에 폭발적인 힘과 새로운 몸을 얻게 된 그는 사람의 피를 마시지 않는 한 능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에 그는 자신이 개발한 인공혈액으로 갈증을 달래려 한다. 이미 변신 직후 실험을 진행하던 배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그들의 피를 마신 것에 극심한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 혈액이 갈증을 늦출 뿐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는 관계로, 모비우스에게 사람의 피는 최후의 기준점이 되어버린다. 본능에 굴복해서 세상을 파괴할 힘을 갖거나, 욕구를 따르지 않고 세상을 구원할 존재가 되는 기로에 선 것이다. 따라서 모비우스에게 피는 선과 악, 히어로와 빌런을 가르는 일종의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모비우스와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마일로를 대조시킬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친구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비우스가 개발한 혈청을 주사한 마일로. 그는 혈청을 맞은 후 자행한 살인에 괴로워하고 이를 억제하려고 하는 친구와 대비되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거리낌 없이 활용해 폭력을 행사하고, 경찰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 또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이 저지른 악행과 범죄를 회상하며 즐거워하고 춤을 추기까지 한다. 이때 두 친구 사이에 차이점은 오직 하나다. 본능을 따라 사람의 피를 마시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피와 아버지로 확립하는 안티 히어로/빌런의 정체성
이에 더해 영화는 모비우스와 마일로, 그리고 에밀이라는 유사 부자 관계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끌어들여 감정적 요소를 더하고, 선과 악의 차이를 더욱 구체화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 무의식에는 파괴적 욕동(타나토스)과 사랑의 욕동(에로스)이 존재한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증오하다가도 그 증오를 선망으로 바꾸어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양가적 감정에 휩싸인다. 이때 양가적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하지만, 그로 인해 죄책감에 휩싸이며, 죄책감은 아들로 하여금 아버지로 상징되는 규율과 규칙을 내재화하게 만든다. 그 규칙에는 기독교와 같이 강력한 규율을 지닌 종교를 포함해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 윤리, 도덕, 법 등이 있다.
그래서 아버지나 다름없는 에밀의 밑에서 함께 자란 두 박쥐 인간의 차이점은 흥미롭다. 실제로 마일로는 에밀이 언제나 모비우스를 우선시했고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다면서 에밀에게 증오를 표하지만, 모비우스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준 에밀을 선망하며 그를 롤모델로 여긴다. 따라서 마일로가 아버지의 존재를 파괴하는 것은 그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빌런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마일로를 막고자 하는 모비우스의 모습은 그가 히어로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이는 앞서 본 선과 악의 기준인 피와도 연관된다. 두 친구에게 피를 마시는 것은 본능적인 욕구에 굴복하는 일이다. 따라서 마일로가 피를 마시는 행위는 욕동을 이기지 못해 아버지를 죽이고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악행이다. 그가 괜히 경찰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모비우스가 인공 혈액을 마시는 것은 욕동을 억누르며 선의 길을 걸으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피와 아버지라는 소재는 역설적으로 모비우스가 결코 히어로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수감되었을 때나, 또 클라이맥스에서 펼쳐지는 대결을 앞두고 모비우스 역시 끝내 사람의 피를 마셔서 힘을 얻기 때문이다. 폭주하는 마일로를 막은 결과는 좋았을지 모르나, 그 역시 본능과 욕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그 과정에서 사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작중 FBI 요원 사이먼으로 대변되며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이 낳은 사회적 질서에 심대한 피해를 끼치고 만다. 그렇게 베놈의 뒤를 이어 피로 쓴 안티 히어로이자 빌런인 모비우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기의 매력을 가리는 설득력 없는 화법
문제는 엉성한 각본과 조악한 편집으로 인해 모비우스의 탄생기가 지닌 차별성과 매력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모비우스>의 시나리오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모비우스와 마일로 간의 관계를 명확히 묘사하는 데 실패한다. 철저히 두 친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정작 친구 관계의 시작점인 유년 시절을 보여주는 분량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들의 공통분모인 에밀과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대목이 부족하다 보니 둘의 갈등과 대립이 선명히 그려지지 않기도 한다.
또한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러닝 타임에 무리하게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 결과, 급 전개되는 로맨스처럼 여러 사건들은 설명되지 않은 채 그저 발생하는 데 그친다. 덩달아 모비우스의 조력자인 마르틴, 모비우스와 마일로를 쫓는 FBI 요원 사이먼 같은 캐릭터들도 무의미하게 소비된다. 자레드 레토와 맷 스미스의 연기가 눈을 사로잡는 데는 두 주인공 외에 뚜렷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가 없는 것도 큰 몫을 맡는 것이다.
히어로 영화, 액션 영화에 기대할 만한 볼거리의 질이 낮은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사실 <모비우스> 속 액션의 콘셉트는 분명 나쁘지 않다. 박쥐의 상징성에 주목한 <더 배트맨>과 달리, 박쥐의 원초적 습성에 주목해 박쥐의 능력을 직관적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인상적이다. 또 배나 병원처럼 한정된 장소에서 고전적인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초반부 액션은 그 자체로도 눈길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액션의 규모가 커지려는 중후반부에서 단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밤거리와 지하 동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피아식별을 어렵게 하며, 알아보기 힘든 액션은 클라이맥스에서 긴장감을 최대치로 고조시키는 데도 무용하다.
여기에 새로 만든 연구실을 놔두고 굳이 기존 연구실을 찾아가서 무기를 만드는 장면처럼 바로 앞뒤 장면의 연결조차 매끄럽지 못한 편집이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그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터 <베놈>, <베놈 2>에 이르는 소니의 히어로 영화들은 어수선한 편집으로 인해 필요한 분량이 대거 생략되고 완성도가 하락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비우스>도 고질병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과거 마블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비법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 "세계관을 걱정하지 마라. 영화를 걱정하라( don't worry about the universe. Worry about the movie")"라고 답한 바 있다. 이 말은 2개의 쿠키 영상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SSU의 거대하고 야심한 미래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는 듯하다. 스스로의 매력과 잠재력조차 온전히 살려내지 못한 <모비우스>는 케빈 파이기의 조언과 정확히 반대에 위치한 작품으로, 현재 SSU의 다음 타자로 예정된 <크레이븐 더 헌터>를 향한 기대감을 전혀 키우지 못한 채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D(Dreadful, 끔찍한)
시작은 그럴싸하나 끝은 미약한 흡혈귀 빌런의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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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포크 호러' 그리고 매혹적인 지옥도
‘포크 호러’ 장르에 관한 잔잔한 조망
주술(Sorcery)
‘부천 초이스: 장편’ 섹션
크리스토퍼 머레이 감독
Chile, Mexico, Germany/2023/101min
19세기 말 칠레의 바닷가 마을. 선주민 우이이체푸족 청소년 로사 라인은 한 독일인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한다. 그런데 기괴한 일이 발생한다. 집주인이 키우는 양떼가 몰살되고 그 자리에 인디언 매듭이 남겨져 있던 것. 독일인 집주인은 라인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이를 말리는 그녀의 아버지를 잔인하게 죽이고 라인을 쫓아낸다. 자신을 ‘기독교도’라 여기는 라인은 슬픔과 혼란 속에서 선주민 어른들을 만나 부족의 세계관과 ‘주술’을 학습한다. 그리고 점령자 백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힘으로 ‘우리’와 ‘그들’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주술〉은 종족, 부족의 전통에서 공포 요소를 끌어오는 포크 호러(Folk Horror) 장르의 영화다. 포크 호러는 누군가(정주민)에게는 친숙하고 일상적인 일이 누군가(점령자)에게는 공포로 다가가는 상황을 토대로 장르의 재미를 쌓아 올린다. 다만 이 영화는 공포나 섬뜩함보다는 잔잔한 흐름 안에 장르적 특징을 녹여내 포크 호러라는 장르가 어떻게 성립되는지를 차분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선주민이 어렵게 획득한 ‘균형’이 권력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한 일시적‧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하다.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기괴한 매력의 지옥도
2551.02-지옥의 난교(2551.02-The Orgy of the Damned)
‘아드레날린 라이드’ 섹션
노르베르트 파펜비흘러 감독
Austria/2023/82min
도대체 괴상하다 못해 끔찍한,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는 이 영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매드맥스〉의 지옥도가 하드코어한 슬랩스틱‧액션‧성인‧코미디로 동굴 안에서 진행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원숭이 가면을 한 남자가 한 아이를 찾는다(사실 가면은 별 필요가 없다. 가면을 벗어도 원숭이 얼굴이니까). 그는 경찰에 수배 중으로, 그가 찾는 아이는 동굴의 경찰에게 잡혀 혹독한 훈련을 받는 중이다. 쫓기는 동시에 자신을 쫓는 사람들에게서 아이를 뺏어와야만 하는 상황. 도피와 추격이 혼종된 이 여정에서 원숭이 남자는 종합 격투기 시합장, 난음굴을 정처 없이 헤맨다. 이 여정에서 가면을 쓴 또 다른 여자를 만나 ‘구원’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한다. 마침내 한 자리에 모인 원숭이 남자, 아이, 가면 쓴 여자. 이들은 과연 ‘지옥’을 탈출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백미는 그로테스크라는 말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혼종적 신체‧욕망의 끝없는 연속에 있다. 이들 이미지는 흑백영화의 질감과 만나 기묘한 디스토피아적 생기를 얻는다. 인형‧해골과 섹스하는 사람들, 남성기와 여성기를 갈아 끼우며 행인을 유혹하는 매춘부, 남자들의 그룹 섹스, 귀두 대신 달린 눈알, 수간, 포경수술하지 않은 표피에 잔뜩 낀 구더기, 여섯 개의 풍성한 가슴을 가진 덩치 큰 남자, ‘과한’ 잔인함으로 상대를 유혹하는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 감독의 머릿속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쾌한, 그러나 관객을 사로잡는 혼종적 육체와 욕망의 향연이 펼쳐진다.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성별, 종(인간‧동물‧기계), 성적 욕망과 실천, 신체의 경계를 마음껏 난도질해 제멋대로 같다 붙인다. 그리하여 말끔히 분류되지 않는 존재들이 어지럽게(亂) 교류하는(交) ‘지옥’을 창조해낸다. 그러나 이 지옥을 탈출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 속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눈을 떼기도 싫다. 영화가 잔뜩 헝클어놓은 관점으로 ‘일상’에 돌아온다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한가한 안온함으로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를 잔뜩 비꼴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됩니다. 오프라인 상영 시간표와 온라인 상영작 리스트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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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7월 2주 개봉영화!
엘비스 ELVIS , 2022
‘엘비스’의 모든 것
영화 "엘비스"는 트럭을 몰던 무명가수 '엘비스'가 그를 한눈에 알아 본 스타 메이커 '톰 파커'를 만나 단 하나의 전설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1953년 데뷔 이래 1977년 사망하기까지 20여 년간 전성기를 누리며 대중음악 역사에 수많은 기록을 남긴 '엘비스'는
로큰롤 앨범 사상 최초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포함 빌보드 차트 1위 곡 17개 보유,
빌보드 200차트 최다 진입 아티스트 등 솔로 아티스트 중 범접할 수 없는 대기록을 세우며 지금까지도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이번 영화에서는 '엘비스'의 수많은 명곡이 탄생한 위대한 순간부터 화려한 슈퍼스타 인생의 이면,
20년 가까이 무대를 휩쓴 시대별 전성기와 위기의 순간들까지 그의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담아내 깊은 공감과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전 세계가 사랑한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든 것을 담아낸 영화!
첫번째 추천영화 "엘비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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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집 Contorted , 2022
한국의 스티븐 킹’ 전건우 작가의 동명 소설 원작
영화 "뒤틀린 집"은 원치 않게 외딴집으로 이사 온 가족이 열지 말아야 할 금단의 문을 열게 되면서 맞이한 섬뜩한 비극을 다룬 공포영화입니다.
영화는 공포소설의 대가 전건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죠 전건우 작가는
'마귀', '살롱 드 홈즈', 금요일의 괴담회 등 40여 권의 공포소설을 출간하며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뒤틀린 집'은 전통적인 풍수지리 괴담과 한국 현대 가족상을 바탕으로 가장 한국적인 흉가를 그려내며 한국판 '컨저링'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서구의 하우스 호러와는 다른 한국형 괴담만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두번째 추천영화 "뒤틀린 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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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THE KILLER _ A GIRL WHO DESERVES TO DIE , 2022
7월 한국-북미 동시 개봉 확정! 해외 48개국 선판매 쾌거!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호화로운 은퇴 생활을 즐기던 업계 최강 킬러 '의강'이
겁도 없이 자신을 건드린 놈들을 끝까지 쫓아 응징하는 스트레이트 액션영화 입니다.
지난 4월 개최되었던 제24회 우디네 극동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던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과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주요 국가를 포함한 해외 48개국 선판매 확정 소식을 전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드라마 '추노', '아이리스 2', '보이스'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액션 연기를 섭렵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액션 장인 장혁이 원탑 주연 '의강'을 맡아
그동안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킬러 캐릭터를 완성합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무빙과 공격 방식으로 스트레이트 액션이라는 독창적인 액션 스타일을 완성한
세번째 추천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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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도터 THE LOST DAUGHTER , 2021
7월 한국-북미 동시 개봉 확정! 해외 48개국 선판매 쾌거!
영화 "로스트 도터"는 그리스의 어느 해변으로 여름 휴가를 떠난 여교수가 어린 딸과 함께인 젊은 엄마를 보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데요
"로스트 도터"의 원작은 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사랑'입니다.
"로스트 도터"는 호젓한 휴양지에서의 열흘 남짓이라는 제한된 무대에서 관객을 인물들의 삶 속으로 이끄는 세 배우의 연기력이 필요한데요
아카데미 수상 배우 올리비아 콜맨, 세계적인 인기 스타 다코타 존슨, 캐스팅 1순위 신인 제시 버클리 매력 넘치는 세 여배우의 만남으로 시작부터 뜨거운 기대를 모았습니다.
특히 딸을 버리고 떠난 엄마 '레다'의 복합적인 심경을 섬세한 표정과 어투로 담아내
'장엄한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고 다시 한 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모성에 대한 신화를 깨부수고 여성에 대한 진실을 용기 있게 선언한 문제작!
네번째 추천영화 "로스트 도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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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 名探偵コナン: ハロウィンの花嫁 , Detective Conan: The Bride of Halloween , 2022
현지 호평 세례 쏟아진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
아오야마 고쇼의 '명탐정 코난' 25번째 극장판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가 개봉을 합니다.
이번 극장판에서는 아무로 토오루의 경찰 동기들과 악연으로 이어진 사상 최악의 폭파범이 3년 만에 다시 나타나 도시 전체를 위협하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막기 위한 아무로 토오루와 코난의 공조를 그리는데요
특히 이번 시리즈에는 TV 애니메이션 '크게 휘두르며', '하이큐!!' 시리즈, '하이큐!!' 극장판 등에서 디테일과 높은 퀄리티를 선보인
미츠나카 스스무 감독이 '명탐정 코난' 시리즈에 합류, 캐릭터와 스토리의 밸런스를 맞추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 최초로 원작 만화/애니메이션 에피소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스토리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제압,
흥행 수입 50억 엔 최단기간 돌파한 명탐정 코난 역대급 극장판!
다섯번째 추천영화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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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성과 연결, 마블의 분위기 전환
우리는 살면서 계속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처음 태어나 부모를 만나고 주변 가족들을 만난다. 그러다 자라면서 친구와 지인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는 관계는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더 신뢰하고 의지하는 존재로 변해간다. 때론 다투기도 하고 멀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한다.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을 만드는 일은 현재에는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누군가와 강한 연결관계가 되어간다는 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리고 각자가 서로 연결되어있을 때 그 힘은 막강해진다.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가까운 곳의 관계뿐 아니라 먼 나라의 사람들과 연결될 기회를 만들었다. 인터넷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인종과 여러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먼 곳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과 가까워질 기회도 있다. 그 관계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다른 인종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연결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그렇게 다양한 연결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때다. 어려움이 있으면 연대하고 서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힘을 얻어 행동으로 이어나간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렇게 서로 연결된 힘이 있으면 쉽게 그것은 깨지지 않는다.
다양성과 연결에 대한 이야기
영화 <이터널스>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마블의 새로운 영화다. 영화 속 이터널스 주요 인물들은 포식자인 데비안츠를 막기 위해 지구로 온 히어로들이다. 7천 년 전 지구에 온 이후 주요 지역에 지구인과 생활하면서 주변에 나타나는 데비안츠를 사냥했고, 그 포식자들이 모습을 완전히 감춘이후에는 각자의 삶을 지구에서 보내게 된다. 그들은 우주와 이터널스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이라는 존재를 따르고 있으며, 지구로 와서 데비안츠를 사냥하는 것도 그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터널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인 에이작(셀마 헤이엑)은 셀레스티얼과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그의 말에 따라 지구에서의 생활을 리드한다.
<이터널스> 안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다양하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세르시(젬마 찬), 이카리스(리처드 매든)를 비롯해 테나(안젤리나 졸리), 길가메시(마동석), 킨고(쿠마일 난지아니), 마카리(로렌 리들로프), 파스토스(브라이언 다이리 헨리), 드루이그(베리 케오간) 그리고 스프라이트(리아 맥휴)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숫자도 많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도 다양하다. 백인, 아시아인, 남미인 등 인종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양성애와 동성애 같은 성향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 어떤 히어로 영화와 비교해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구성 자체에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태계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성은 생명을 순환의 고리에 넣어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할 수 있게 만든다.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포식자들이 등장하고 때론 그들 사이에 충돌이 생기지만 여러 아픔과 복잡한 사건들이 벌어진 이후에 좀 더 나은 존재가 탄생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세상을 번성하게 할 아이디어들도 등장한다. 그래서 이터널스의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성은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되고 동기가 된다. 그들이 포식자가 된 데비안츠를 물리치는 일도 결국에는 지구 생명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지구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지구로 온 이터널스
그들이 맨 처음 지구에 왔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힘을 합쳐 괴물 데비안츠를 물리친다. 꽤 긴 시간 동안 그들은 함께하며 공통의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데 힘을 모은다. 그들이 가진 각자의 특성은 지구 안에 존재하고 있는 데비안츠들을 물리치는 일이 원활히 진행되게 만든다. 결국 지구 안의 데비안츠를 모두 물리친 이후 목적을 잃은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오랜 시간 같이 지내며 각자가 가진 의견이 달라졌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달라졌다. 그렇게 따로 생활하게 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가진 힘도 서서히 약해진다. 개개인의 능력은 여전할지 몰라도 이터널스라는 집단의 힘은 줄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자신들의 힘이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도래했고 이에 그들 스스로 자신의 힘을 내려 놓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데비안츠라는 파괴적 존재와 비교 했을 때 좀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지구에 머물렀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이것은 그들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힘을 주는 또 다른 근원이 된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말할 수 있을 그 애정은 지구인들이 싸우고 서로 칼을 찌르는 상황에서 그들을 도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적인 존재인 그들이 지구인들을 돕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왜인지 그들을 이끄는 셀레스티얼은 지구인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다. 역사 속에서 수없이 잔인한 전쟁과 질병이 지구인들을 괴롭혀도 이터널스는 그것에 개입하지 못했다. 그것이 전 우주적으로 벌어졌던 이벤트인 악당 타노스의 악행에도 이터널스가 개입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영화는 이터널스 멤버들 간에도 지구인의 일에 개입을 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 내내 멤버들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 아니라 계속 서로를 의심하고 밀어낸다. 영화 <이터널스>에는 셀레스티얼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등장하고, 어떤 이유로 엄청나게 진화해버린 데비안츠가 등장함으로써 기본적인 긴장감을 바탕에 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높은 긴장을 불러오는 것은 이터널스 멤버들 간의 갈등이 폭발하는 때다. 실제로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도 이 구도는 계속 이어진다. 마지막까지 서로 간을 설득하며 연결을 시도하려는 모습은 마치 현재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여사는 현실에서 다양성의 융합을 통해 힘을 극대화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닮아있다. 결국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수없이 발현된 다양성을 하나로 모아 융합하는 것이다.
영화는 과거에서 현재가 되기까지 각 구성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보여주며 영화의 중반까지 진행해 나간다. 그들 각자가 가진 사연이 결국 후반부에 이어지게 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다. 15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너무나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모든 인물들은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기존의 히어로들이 아니어서 그들에게 익숙해지는데 필요한 시간에는 한참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기존 마블 영화에 비해 그 안의 캐릭터와 공감하고 그들의 행동에 의한 감정적 울림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결말부 몇몇 캐릭터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기존 마블 영화와 차별화되는 이 영화의 메시지
하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의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이나 그들이 향하는 방향 속에 포함된 영화의 주제의식은 다른 마블 영화에 비해서 또렷한 편이다. 여러 가지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나 캐릭터 행동의 변화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떤 방향인지, 그리고 향후 이어질 마블 영화가 어떤 주제의식 안에서 진행될지를 보여준다는 개괄적인 의미는 가지고 있다. 이들이 가진 다양성과 그 다양성이 한곳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주제의식이고 그것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영화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 로 베니스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는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여러 수상을 했다. <노매드랜드>에서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 연결과 우정,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줬는데, 그런 감독이 가진 자신만의 이야기가 영화 <이터널스>에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전혀 성향이 다른 두 영화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에서 조금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 마블 영화라는 조금은 특이한 영역에서도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그가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오롯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이터널스> 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한국 배우인 마동석은 길가메시 역으로 등장해 그가 가진 특유의 타격감 있는 액션을 펼친다. 젬마 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쿠마일 난지아니 등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그들이 가진 특유의 감성과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영화가 가진 주제와 맞닿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기존 마블 영화와 같은 밝고 오락적인 영화는 아닐지라도 앞으로 개봉할 마블의 다양한 영화들이 어떤 곳으로 향할지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마블의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또한 아쉬움은 있더라도 영화에 포함된 다양한 액션 장면은 여전히 이 영화가 마블 영화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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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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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을 전진하는 인간 안중근에 대하여
<하얼빈>은 나라를 구한 영웅 안중근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동지들의 남은 생을 살아가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간 안중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애국심 고취를 위한 영화이기보다는 고통과 회한 속에 살면서도 독립을 위해 한 발짝 걸어 나가는 한 사람의 의지,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이들의 영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을 홀로 걷는 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현빈). 하지만 그의 얼굴엔 대한 독립을 이루기 위한 불굴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전 전투 후 만국공법에 따라 풀어준 일본 전쟁포로의 급습에 동지들이 목숨을 잃고, 이에 따른 미안함과 죄책감이 드리워져 있다. 이 일 이후 독립군 사이에는 그에 대한 의심과 질책이 이어지고, 그는 자신의 약지를 잘라 늙은 늑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로 맹세한다. 그리고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과 함께 하얼빈으로 향한다.
예상과는 다른 모습의 안중근을 만난다는 건 필연적일 수 있다. 이유는 위대한 그의 영웅담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그동안 뮤지컬, 영화 등에서 그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하얼빈>은 태생적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가야 했고, 우민호 감독은 이에 맞춰 애국심에 가려진 한 인간의 고뇌와 슬픔, 그럼에도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이의 발자취를 아주 건조하고 객관적으로 따라간다.최대한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객관화시키려는 연출 의도에 의해 안중근 의사의 거룩하고도 숭고한 희생 정신은 먹먹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감정의 늪에 빠져 거사를 이루기까지의 버텨온 힘듦이 퇴색될 것을 우려한 듯 신파스러운 감정 극대화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영웅적 신화를 지양하는 영화 성격상 수 없이 반복되는 안중근의 내적 고뇌, 특히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의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먼저 간 동지들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그의 입장에서 삶은 그 자체로 고난이자, 책무이며,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동력 그 자체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하얼빈>은 안중근이란 한 인물만의 영화이기보다는 이름 없이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이름 모를 독립군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안중근은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독립군들의 내적 갈등과 그럼에도 독립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토 히로부미 척결에 동참한 우덕순과 김상현, 공부인(전여빈), 이창섭(이동욱) 등의 독립군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럼에도 자신의 위치에서 몸을 바쳐 싸운 이들의 노고는 거사의 밑거름이 된다. 그 마무리를, 그리고 독립의 굳건한 의지를 피력한 건 안중근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르 영화에서 그려지는 영웅 서사와 반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영화는 낯설게 느껴진다. 우민호 감독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밀정’ 소재를 집어넣어 추리 요소와 긴장감을 계속해서 집어넣는다. 결은 다르지만 주인공의 인간적 고뇌와 공포를 담은 초반부는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이, 스파이 장르의 느낌이 다분한 후반부는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생각날 정도다. 특히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스파이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독립 투사들의 내적 갈등은 심화되고, 이는 하얼빈 거사의 방해 요소가 된다.
영화 자체가 무거운 분위기 속 진행되고, 영웅 서사에 따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의도 때문에 무척이나 덤덤한 작품으로 와닿는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이나 안중근 의사의 사형 집행 등 후반부 극적 장면들 또한 그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이는 관객에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더불어 실화와 가상의 이야기를 뒤섞은 이야기 속 캐릭터들이 너무 밋밋하게 그려지는 것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관객을 사로잡는 건 시선을 사로잡는 영상이다. 홍경표 촬영 감독이 담은 광활한 자연은 또 하나의 볼거리. 100% 로케이션으로 담은 풍광 속 고립되고 외로운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그들이 느꼈을 법한 감정을 오롯이 전한다. 특히 극 초반 얼어붙은 두만강을 외롭게 건너는 안중근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의도적으로 빛과 어둠이 드리워진 독립군들의 얼굴 또한 몇 마디 대사보다 많은 것을 전한다.
연말 시즌에 인간 안중근을 만나는 건 다소 낯설 수 있다. 이런 단점을 알고 있음에도 이 영화가 우리 곁에 찾아온 건 영웅은 혼자의 힘을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름 없는 독립 투사들. 그들은 왜 대한독립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바쳤을까? 매번 실패하고 두렵고, 불안에 떨어도 왜 계속해서 정진했을까? 그건 아마 앞서 생을 마감한 동지들의 고귀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안중근 죽음 이후 동료들의 독립 항쟁이 이어지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한강 작가는 이렇게 질문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어쩌면 어느해 보다 어둡고 답답한 이 시기에 개봉한 이 영화가 그 질문의 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진제공: CJ ENM
평점: 3.5 / 5.0
한줄평: 차갑게 불타오르는 인간 안중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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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가디슈」 1차 예고편 분석 그리고 예매권 이벤트
?'모가디슈(2021 여름)' 1차 예고편 확장판 분석
그리고 예매권 이벤트
*자세한 내용은 고정댓글 참조- 모가디슈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액션
감독: 류승완
각본: 류승완
제작: 강혜정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외
촬영: 최영환
조명: 이재혁
편집
미술
음악
의상
주제곡
촬영 기간: 2019년 11월 ~ 2020년 2월
제작사: 대한민국 외유내강, 덱스터 스튜디오, 필름케이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대한민국 국기 2021년 7월
화면비
상영 시간: 121분
제작비: 240억 원#모가디슈 #모가디슈리뷰 #모가디슈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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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다! 그 시대 야만족을 그냥 진짜같이 표현한 영화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llwey01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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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메인 예고편
언제 죽을지 몰라도 뜨거운 사랑은 하고 싶은 마르타. 데이트 앱을 켜 운명의 남자를 찾기 시작하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어째 단 한명도 없다?!
하지만 포기 직전의 마르타에게도 기적은 있었으니...이 시대의 완벽남 아르투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마르타는 아찔한 흑역사를 생성하고, 그 대가로 단 한번의 저녁 식사 기회를 얻게 되는데..!
우리가 사랑에 빠질 확률 9.5%
마르타의 목숨을 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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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라일리의 새로운..추억 할머니?' 영상
“ㄱ하니..? 처음 본부에 왔던 날?” 더욱 풍성해진 ‘라일리’의 감정들! (with ‘추억’ 할머니) 6월 12일, 극장에서 [인사이드 아웃 2]와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