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6-22 22:11:36
6월 3주차 <대사 한 줄, 영화 한 입>
영화 <레이디 버드>
한 주의 시작을 함께하는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
“What if this is the best version?
만약, 지금의 내가 가장 최선의 모습이라면요?”
청춘의 지독한 성장통을 솔직하게 담아낸
깊은 울림을 주는 대사입니다.
“난 네가 언제나 가능한 최고의 모습이길 바라.”
나조차 외면하고 싶었던 엉망진창의 시절들.
끝없이 비가 내리던 장마 같은 날들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어느 순간 맑게 갠 하늘 아래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죠.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언젠가는 알게 될 거예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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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선택이 만든 현재, 이단 헌트의 마지막 선택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첫 번째 이야기인 <미션 임파서블>에서 모든 팀원이 죽는 경험을 한다. 완벽했던 팀이 한순간에 사라졌고, 그는 그 죽음의 책임자처럼 몰렸다. 누명을 벗기 위해,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다시 팀을 꾸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미션은 3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단은 줄곧 달리고, 매달리고, 뛰어내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던지며 세상을 지키는 선택을 반복해왔다.
이단은 팀원이 희생되는 것에 무척 예민하다. 아마도 첫 이야기의 시작에서 모든 팀원이 죽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전 시리즈에 이어진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는 시리즈 내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뛰지만, 그 여러 미션 속에서 팀원이나 자신의 주변 사람이 다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그게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당시에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그 수많은 선택들이 이번 시리즈에서 총합이 되어 결과로 나타난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의 빌런인 AI 엔티티는 셀 수 없이 많은 가능성을 보게 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들을 보지는 못한다. 그 인간만의 선택은 이단 헌트가 주도하게 되고, 그래서 관객들은 그의 선택을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다.
[첫번째 감정] 이단의 선의
시리즈 전체를 보면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이단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이단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직업으로서 IMF라는 조직에서 첩보원 활동을 하지만, 그가 하는 대부분의 임무는 세상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시키는 일뿐만 아니라, 예측을 벗어나는 상황이나 적이 나타나면 그것도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미션 임파서블> 이라는 영화 시리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장면은 아마도 이단 헌트가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일 것이다.
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동료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린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는 스스로 선택하여 극단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차가운 배링해 깊은 바다속으로 들어가고, 비행기에 맨몸으로 매달린다. 그의 선의가 특히나 이번 영화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왜냐하면 이번 영화에선 그의 팀을 제외하면 그의 선의를 믿어주는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AI가 만들어낸 극단적인 상황속에서 다른 인물들은 최대한 공격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구하려 애쓴다. 하지만 이단은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선택을 생각해낸다.
그건 이단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어쩌면 이단 스스로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선택에 대해서 이단은 망설이지 않는다. 희생되는 사람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시리즈에서 가장 이단의 선의가 돋보인다. 지난 30년동안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이단도 나이가 들어왔다.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이단의 얼굴을 보면 세월이 느껴진다. 이제 조금은 힘들어보이는 그 외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던의 에너지는 변함없이 선의를 위해 불타오른다.
[두번째 감정] 이단의 믿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는, 이단이 혼자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벤지와 루터를 비롯해, 그의 곁에는 늘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단은 그들을 깊이 믿는다. 그 신뢰는 언제나 양방향이다. 벤지는 이단의 달리는 길을 위해 가장 정확한 타이밍으로 문을 열고, 루터는 목숨을 걸고 해킹을 감행한다. 그들은 수많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서로를 향한 믿음으로 살아남았다.
이 믿음은 단순하게 동료애라고 할 수 없다.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 함께할수록 더 강해지는 연대다. 이단은 그 믿음을 전제로 어떤 결정도 감행한다. 팀을 믿기에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 있고, 위험한 공간으로 스스로를 내던질 수 있다. 이 믿음이 없다면, 이 미션은 단 한 번도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강력한 믿음은 때로 이단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 믿음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도 상처받고, 더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그건 동시에 그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믿음과 선의, 이단의 두 가지 무기는 AI조차 예측할 수 없었던 선택을 이끌어낸다. 이단은 이번에도 그 믿음으로 세상을 구하고, 자신의 세계를 지킨다.
[세번째 감정] 이단의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는 이 시리즈에서 종종 감춰져 왔다. 하지만 이단은 늘 사랑을 품고 있었다. 그는 약혼자가 있었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관계를 끊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밀어낸다. 그게 이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 이단이 약혼자와 재회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찡하다. 그 순간에도 이단은 말을 아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말한다. 여전히 상대방의 안전을 바란다고.
그 이후, 이단이 보여주는 모든 행동은 일종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동료에게, 팀원에게, 그리고 자신이 책임졌던 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은 영화 속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누구보다도 그들을 아끼고, 지키고자 한다. 그래서 이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도 그는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팀원을 먼저 생각한다.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동료를 지키는 것이 먼저인 사람. 그게 이단 헌트다.
사랑은 결국 그가 가진 모든 감정의 원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말하지 않지만, 늘 사랑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그는 그 사랑으로 선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바로 그 사랑이다. 이단은 이번에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방식으로 미션을 완수한다.
마지막 선택은 모든 선택의 총합이다
<파이널 레코닝>은 제목 그대로, 지금까지의 모든 미션에 대한 결산이다. 처음부터 함께해온 사람들, 첫 시리즈의 떡밥들,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약속들까지. 모든 것이 이 이야기 안에 있다. 이단은 과거의 선택들로 인해 지금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또 새로운 선택을 한다. 그건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모든 과정이 낳은 새로운 시작이다.
지금의 우리 모두의 현재는 과거의 선택이 만든 결과다. 그 선택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단의 미션은 언제나 불가능했지만, 그는 그 불가능한 임무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선택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이단 헌트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결국 이단 헌트에 대한 헌정이다. 그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 여정을 이렇게 정성껏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톰 크루즈의 얼굴로 끝나는 영화
액션의 스케일은 시리즈 사상 최고다. 비행기에 매달리고, 절벽을 오르고, 잠수함으로 들어가는 장면들 모두가 놀랍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짜 대단한 이유는, 톰 크루즈의 얼굴 때문이다. 그 얼굴엔 모든 선택이 담겨 있다. 고통도, 후회도, 믿음도, 사랑도. 그 모든 것이 담긴 얼굴이 이단 헌트라는 인물의 마지막 선택을 대변한다.
사이먼 페그, 빙 라메스, 헤일리 앳웰 등 배우들의 연기도 빛났다. 팀원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영화는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강력한 빌런 대신, AI라는 무형의 존재를 빌런으로 삼은 점도 흥미롭다.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지, 선택이란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아이맥스로 촬영된 영화이기에, 아이맥스 혹은 4DX로 감상하면 이단의 마지막 선택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 영화를 끝까지 함께해줄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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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올해 초 개봉 소식을 듣고 보러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보지 못했던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다시 만나 반가웠고, 고양이들이 얼마나 귀엽게 나올지 기대됐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비주얼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했었는데, 고양이에 대한 아이들의 귀여운 그림과 발표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시놉시스
서울 동쪽 끝, 거대한 아파트 단지. 그곳은 오래도록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마음껏 뛰놀고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 모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곧 철거될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계속 살고 싶냐고"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행복한 작별을 위한 아름다운 분투가 시작된다.
* 해당 내용은 서울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소개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따뜻한 아파트가 있을까?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고양이 개체수가 250마리나 된다는 소리를 듣고 적잖이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아파트 단지 250마리나 길고양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만큼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파트 주민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지나가다보면 고양이 밥주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보란듯이 써있는 경우도 많아서 도대체 저 아파트 단지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여있었던 것일까 싶을 정도였다.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길생활을 해서 그런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고양이처럼 깨끗했고, 사람을 무서워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어서 이곳이야 말로 고양이들의 유토피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을 더럽다고 인식하거나 방해하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함께 이 공간을 사용하고 살아가는 존재로 단지 내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고양이를 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작품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보면서 계속해서 물음표가 가득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거의 동물의 왕국 수준으로 고양이를 쫒아다니면서 촬영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들을 너무나도 귀엽고 예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이 있는 지하실이나 폐허가 된 아파트들 사이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고양이, 나무 위에 올라가 꽃처럼 앉아 있는 고양이, 가게 앞을 문지기처럼 지키고 있는 고양이까지. 굉장히 다양한 고양이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고양이 생태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되어 있어서 신기했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이 고양이들이 카메라를 무서워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긴 시간 동안 정서적 유대관계를 쌓아왔다는 노력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이어져서 감독의 노력이 영화 곳곳에 묻어나서 보는 내내 감탄을 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지만 고양이 화보집이 아닌가 싶을 만큼 아파트 단지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눈호강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와 말이 통했다면
어쩌면 유토피아와도 같은 고양이들의 아파트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그들이 터전으로 잡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에 그 영역을 바꾸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공사에 들어가고 건물이 무너지는데 고양이들을 그곳에서 살게끔 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대책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고양이 대이주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는데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고양이들은 입양을 결정하고, 그 외의 고양이들은 조금 더 생활반경을 넓혀 옆에 있는 동산이나 다른 아파트단지로 이주할 수 있게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래서 도대체 저 많은 고양이들을 어떻게 이주를 시킬 것인지 궁금했다. 250마리를 한데 모아두고 통째로 이삿짐 이동하듯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역동물을 특성을 이용해서 사람들은 기존에 밥을 주던 자리를 조금씩 조금씩 땡겨와 고양이들의 영역을 조금씩 바꿔주고, 고양이들이 천천히 이동하는 영역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었다. 이 얼마나 인내심 가득한 프로젝트인가?
이 과정에서도 다른 아파트로 이주한 고양이들이 자꾸 철거를 앞둔 아파트단지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고양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사람이라면 이곳은 이제 공사가 들어갈 것이라 더이상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면 되지만 고양이들에게는 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에 이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위험한 공사현장으로 돌아가지 않게끔 만들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이 아이들과 정말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던 작품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에 대해서 잘 풀어낸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이 고양이들이 그곳에서도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마음에 퍼지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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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기에 가까운 사랑이 이렇게 이해될 줄이야
폴 토마스 앤더슨에 대한 찬사는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영화를 본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내 눈에 팬텀스레드라는 영화가 들어왔다. 분명 이 영화는 로맨스인데 굉장히 긴장감 있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그런 긴장감 말이다. 로맨스라고 하기엔 장르 영화에 가깝고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고 하기엔 배우들의 눈빛이 설렌다. 그들의 사랑을 정의 내린다면 광기의 사랑이 아닐까.
1. 예민하다 못해 까칠한 남자
레이놀즈는 잘나가는 디자이너다. 그의 삶은 디자인으로 시작해 디자인으로 끝난다. 워커홀릭이고 내가 만든 옷만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남자다. 상류층 여성들을 상대하며 그들의 인정을 받은 남자인 만큼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하지만 순수한 아름다움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성격은 더욱 괴팍해지고 모든 주변 사람들을 그의 일상에 끼워 맞추려는 이기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를 둘러싼 여자들은 모두 그의 삶에 맞추어 병정처럼 살아가고 있기에 자신에게 맞추지 않는 주체적인 여자는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의 누나, 시릴도 그의 인생에 맞춰 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잘생긴 외형과 재능으로 많은 여자들을 홀리면서도 여자들이 그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이유도 그의 그런 자기 중심적인 태도 때문이다.
그런 그의 인생에 나타난 알마는 순종과 개성 사이에서 뛰노는 여자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는, 어떻게 보면 치명적인 매력의 여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자신의 루틴에 맞추고자 했던 그는 점차 그녀의 엄마 같은 매력에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 그녀에게 잠식되어 버린다.
2. 순종의 끝은 그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다
알마는 처음부터 레이놀즈에게 반했다. 그의 화려한 외모와 그가 만드는 옷에 반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움이 전부인 세계에 들어온 그녀는 그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실망하지만 그를 포기하진 않는다. 그녀가 그의 루틴을 무시하는 경우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와의 단 둘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의 관계 속에서 항상 누군가 끼어든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의 온전한 관심이 필요했지만 그는 그녀를 자신의 삶의 병정으로서만 생각한다. 이 정도 됐으면 떨어져 나갔어야 맞는데, 그녀는 그에게 독버섯을 먹인다. '죽이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는 그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를 너무 사랑해 그와 자신 사이에 있는 벽을 깨기 위해, 자신에게 온전히 의지해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이는 것이다. 그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녀는 그를 갖고 싶은 것이다.
3.두 사람의 관계성
두 사람은 어긋나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찰떡궁합이다. 다시는 서로와 같은 상대는 못 만날 것 같다. 레이놀즈는 센 척 하지만 연약한 사람이고 알마는 순종적인 척하지만
가만 보면 소유욕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또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서로를 각자의 방식으로 길들이는 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레이놀즈는 규율로서, 알마는 무조건적인 희생으로서. 레이놀즈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연약함을 가리기 위해 규율로 자신을 휘감고 사는데, 그 연약함을 알아채고 그 규윻을 깨고 자신에게 온전히 기대라고 요구하는 알마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알마가 어느 순간 자신의 엄마와 대비되어 보이는 순간 그는 그녀에게 지배당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패권싸움에서 알마가 이긴 것이다. 이 싸움이 그들의 관계에서는 사랑싸움이었고, 그들의 사랑 싸움이 긴장감 넘쳐 보였던 이유는 매 순간 기싸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고 흔하디흔한 사랑싸움 같아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알마가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독버섯을 먹이는 것을 보면 어떤 누군가와의 관계성 속에서 사랑과 집착은 어쩌면 같은 말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집착은 그저 더 열망하는 사람이 가지는 사랑의 형태인 것이다. 사람을 내가 원하는대로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광기라고도 평가되지만 광기로라도 사랑을 해야하는 사람과 그 사랑의 평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두 사람의 관계성은 그 자체로 평화가 아닐까.
사랑을 느끼는 감정은 다분이 주관적이기에 남의 눈에 이상해 보이든 말든 당사자들이 느끼는 것이 평화롭다면 이들의 사랑이 광기로 보여도 인정해줘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결핍을 채우는 어떤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결핍이 많은 사람일수록, 결핍의 정도가 깊은 사람일수록 사랑을 잘하거나 사랑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겉으로 보면 레이놀즈가 더 결핍이 있어 보이지만 알마가 레이놀즈를 지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알마가 더 큰 결핍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보게 된다. 각자의 결핍을 충족하는 모습만으로도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겉보기에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결국 이 영화를 보면서 미쳐버린 걸까.
두 주연 배우의 눈빛이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영화 시작에서 흐르는 음악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들의 긴장감있는 관계를 잘 묘사한 것 같다. 아주 진중하면서 catchy하다. 음악만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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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7월 22일>, 영화가 고통을 재현하는 이유
넷플릭스 <7월 22일>, 영화가 고통을 재현하는 이유
2011년 7월 22일 오후 3시 반에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정부청사에 폭탄테러가 발생해 총리실 건물이 크게 파손되고 7명의 사망자와 19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같은 날 오슬러 북서쪽 30km에 위치한 우퇴위아 섬에서는 총기난사 테러가 발생했다. 우퇴위아 섬은 당시 집권 여당인 노동당 청년캠프 행사가 열린 장소였고, 700명이 넘는 10~20대 청소년이 캠프에 참여 중이었다. 고립된 장소에서 테러의 범인인 아네르스 브레이비크는 아무런 방해 없이 68명의 청소년을 죽였다. 2018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7월 22일>은 바로 이 노르웨이 테러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7월 22일>처럼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은 언제나 해당 사건을 얼마나, 또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관음증적인 성격을 지닌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은 철저히 제 3자의 시각에서 카메라에 담긴 인물들의 삶의 단면을 감상한다. 문제는 스크린에 펼쳐지는 인물들의 삶이 아픔과 고통으로 가득할 때다. 카메라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을 뿐,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더라도 결코 도울 수 없다. "누군가의 상처를 엔터테인먼트로써 바라만 보는 것이 윤리적인 일일까?"라는 의문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특히 그 상처가 가상이 시나리오가 아닌,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면 해당 사건을 재현해서 관객들에게 오락으로 제공하는 영화의 윤리성에 대해서는 더더욱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쟁 영화의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프닝 시퀀스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상황을 가장 완벽히 구현해 강렬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받는다. 영화는 관객들이 이 장면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느끼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전쟁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조국을 위해 희생하는 주인공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재현의 윤리를 잊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꼭 제2차 세계 대전이 아니더라도 전쟁터에 복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프닝 시퀀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철저히 고증을 하고 생생한 카메라 구도로 당시의 상황을 보여줄지라도 관객들은 결코 전쟁터를 실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재현은 철저히 기만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비처럼 쏟아지는 포탄과 총을 맞고 다리가 잘려 나간 군인들의 비명소리는 스크린 속의 가상에 불과하다. 영화를 보면서 다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의자에 앉아서 고통스러운 이미지와 음성을 접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그 현장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고, 이는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다루지 않는다면 그 또한 문제다. 영화의 존재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극 예술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극 예술의 시작이 등장인물의 고통과 비극에서 비롯된 강렬한 페이소스와 카타르시스에 기반을 둔 그리스 비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길을 그 어떤 미디어보다 생생하고 쉽게 열어준다는 점은 영화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7월 22일>은 왜 영화가 때로는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고통스러운 사건들을 재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절한 답변을 내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초반부만 놓고 보면 이 영화 역시 재현의 윤리를 잊은 듯 보인다. 테러를 준비하는 범인의 모습, 테러가 발생한 정부청사, 범인이 우퇴위아 섬에 들어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 벌어진 학살극, 무방비로 죽고 부상당한 학생들과 수많은 유가족들의 눈물과 비명까지 영화는 감독 특유의 핸드헬드 기법을 활용해 결코 길지 않지만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당시의 상황을 전달한다. 이 대목에서 <7월 22일>은 분명 반인류적 범죄를 오락으로 소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구성은 테러 사건의 고통스러운 이미지와 음성을 왜 되살려야만 했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7월 22일'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고, 테러의 전후 사정과 흐름을 구체적으로 짚는 것과 별개로 영화의 초점은 테러가 아니라 테러 이후 피해자들의 삶에 맞춰져 있다. 실제로 작중 테러를 묘사하는 장면은 2시간 중 첫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총격을 당해 뇌수술을 받은 '빌야르(요나스 스트란 그라블리)'와 그의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과 범인인 '아네르스(아네르스 다니엘센 리)'가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을 번갈아 비추면서 그 이후 러닝 타임을 가득 채운다.
이러한 구성은 보는 것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실감은 못할지언정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며, 더 나아가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힘겹게 법정에서 증언하는 빌야르는 이렇게 말한다. "(범인이) 나를 죽일지 살릴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러나 지금 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게는 아직 가족이 있고 친구들, 추억, 꿈, 희망, 그리고 사랑이 있어요.(...) 저는 살기로 선택했어요." 세상에 끔찍한 일이 많지만 이를 피해서는 안된다고, 두려움과 공포가 뺏지 못한 것을 믿고 이겨나가야 한다며, 가해자에게 그가 성공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힐난하는 이 대사는 물론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친구들을 잃고, 재활 과정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빌야르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최소한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영화가 참극을 굳이 재현하는 이유다.
한편 <7월 22일>의 재현은 테러 당시와 현재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유의미하기도 하다. 사건의 범인인 아네르스 브레이비크는 극우적인 이념의 소유자로, 늘어나는 무슬림 이민자들이 유럽을 망치고 있으며 백인들을 위한 유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테러를 일으켰다. 그리고 2020년 현재 모든 인류의 공통된 위기인 판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아네르스의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민족주의가 흑인과 동양인을 대상으로 여전히 살아있음을 목격한 바 있다. 이러한 차별과 억압의 결과가 어떤 모습일지 <7월 22일>은 9년 전 사건의 재현하면 일깨워 주고 있으며, 이는 과거의 아픔을 재현하는 작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이다.
E(Exceed expectations, 기대 이상)
때로는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영화가 고통을 되살려내는 이유
* 본 콘텐츠는 브런치 DAY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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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시리즈를 잇는 진짜 속편!
살다 보면 가족에게도 알릴 수 없는 비밀을 가지게 될 때가 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일들을 다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비밀이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각자가 알고 있는 정보는 다르다. 그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거나 곤란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소한 비밀들은 때때로 시간이 지나고 다른 가족에게 털어놓기도 하지만 큰 비밀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가슴에 묻어두기도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그 비밀을 간직하는 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만 알고 있는 무언가를 말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마음에 큰 그늘이 늘 자리하게 되면서 어떤 이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지내기도 한다. 그렇게 멀어진 거리는 가족 간의 관계 또한 멀어지게 만들고 서로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남은 가족들은 그 위험에서 벗어나겠지만 그 위험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외로움과 싸우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그 비밀로 인한 위험이 비로소 세상 밖에 공개되었을 때 남은 가족들은 그제야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비밀을 지키다 생을 마감한 노인과 그 가족의 이야기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그 비밀을 끝까지 지키다 생을 마감한 노인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 노인의 이름은 이곤 스팽글러(해롤드 레미스)다. 영화 초반에는 그가 유령과 벌이는 사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실패하고 그가 죽음을 맞이한 허름한 시골집에 그의 딸과 손주들이 들어온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그들은 그들의 가족인 이곤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손주들은 할아버지의 이름조차 모르고, 딸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족을 버리고 갔다는 원망을 토해낸다.
이번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손주들인 피비(맥케나 그레이스)와 트레버(핀 울프 하드)다. 특히 피비는 할아버지와 비슷한 스타일의 안경을 쓰고 과학적인 지식과 실험에 관심이 많다. 그는 허름한 할아버지의 집에서 그가 남긴 이상한 기계들을 찾고 유령의 존재에 대해 연구했던 할아버지의 숨겨진 방을 찾아낸다. 그리고 마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과 갑자기 나타나는 유령들에 대해 처음 눈치를 채는 인물이다. 즉, 이 영화 안에서 피비는 그 누구보다 할아버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그가 남긴 유산과 미스터리를 앞장서서 찾아가게 된다.
이곤의 딸인 켈리(캐리 쿤)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 갑자기 시골로 사라져 연락도 없이 지냈던 자신의 아버지는 켈리의 마음속에 가족을 버린 사람에 불과하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아버지의 마지막 집으로 오긴 했지만 그곳에서조차 그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라는 존재의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더 급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자신의 자녀들과 하루빨리 그곳을 벗어나는 일이다.
할아버지의 비밀을 파헤치는 손녀 피비
켈리는 과거 조금은 이상한 괴짜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피비에게서 본다. 피비는 과학적인 호기심과 지식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그것을 활용하여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유령의 존재를 알게 되고 할아버지가 남긴 기계들을 이용해 그 유령들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오빠인 트레버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유령 사냥을 시작한다. 그가 유령에 대한 것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할아버지가 남긴 비밀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나가는 것과 같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피비는 할아버지와 그의 딸 켈리 사이의 오해를 푸는 일종의 메신저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피비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1984년과 1990년에 개봉했던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진짜 속편이다. 그러니까 2016년에 나왔던 여성판 <고스트 버스터즈>보다는 좀 더 정통성이 있는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시리즈가 조금은 괴상하고 톡톡 튀는 유머를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는 그렇게 톡톡 튀는 유머의 맛은 줄어들고 가족에 대한 드라마가 좀 더 보강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시리즈가 가직 매력을 일부 가져오고는 있지만 기존의 매력을 조금 줄이고 다른 매력으로 채워 넣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인 피비를 제외하면 오빠 트레버나 다른 친구들, 그루버슨 선생님(폴 러드) 같은 인물들은 특별한 능력이나 역할 없이 기능적으로 필요해 넣은 캐릭터들로 보인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중심인물로 부각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해결하고 진행시키게 되는 건 피비뿐이다. 특히 이번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고스트 버스터즈> 1편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편에 등장했던 악령과 괴물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해결방법 또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벌어지는 유령과의 대결이나 물리치는 장면들에서 새로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기존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영화
이 영화는 기존 시리즈 팬들을 위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령을 낮추면서 새로운 팬들을 위한 장치들도 넣었지만 이 영화에 더 환호할 층은 바로 과거의 팬들이다.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고스트 버스터즈 카, 유령 잡는 기계들을 비롯하여 영화의 후반부에는 과거 시리즈의 고스트 버스터즈 팀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영화 정보에 업데이트된 배우 명단 중, 빌 머레이, 댄 아크로이드, 어니 허드슨 같은 기존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화면에 등장하고 유령을 잡는 모습을 본 과거 팬들은 이 영화에 환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강화된 드라마를 통해 가족의 화해를 그리지만 기존 팀원들과 이곤의 재회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존의 시리즈보다 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곤 스펭글러 역을 맡았던 배우 해롤드 레미스는 2014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과거 원작 시리즈의 각본을 썼고, 다른 여러 영화들에 각본을 썼다. 또한 영화 <사랑의 블랙홀> 같은 인기 영화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배우 해롤드 레미스에 대한 작별인사를 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를 위한 여러 따뜻한 장면들이 영화 후반부에 담겼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제이슨 라이트만은 과거 원작 시리즈의 감독인 이반 라이트만의 아들이다. 사실 제이슨 라이트만은 이런 류의 오락영화를 만든 경험이 많지 않다. <툴리>나 <인디에어> 같은 잔잔한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더 재능이 있었던 감독이지만 아버지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원작 시리즈에 비해 톡톡 튀는 매력은 부족하지만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드라마는 조금 보강되었다. 여러 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과거 팬들을 위한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리뷰>
https://youtu.be/gTeB_1hLG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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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GA 선정 21세기 최고의 각본
Writers Guild of America (미국작가조합)에서는 1949년부터 우수한 영화나 텔레비전, 라디오 등의
각본가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는데요.
미국작가조합상의 영화 부문 각본상과 각색상은 아카데미상쪽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아카데미상 수상 예측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WGA에서 선정한 최고의 각본101편중 top 25 영화를 가져왔습니다.
저는 19편 봤네요. 여러분들은 몇편을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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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리] 리뷰:청각장애를 넘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따뜻한 영화
#나는보리#영화리뷰#청각장애인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로 인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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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라이 대 싸이코 / 변요한 신혜선 / 그녀가 죽었다 / 스토킹 범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그녀가 죽었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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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봄밤> 메인 예고편
시적으로 읽히며 더욱 빛나는 영화의 가치
Variety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봄밤] 메인 예고편 공개! 🥀 2025.07.09 개봉 • 제 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포럼 • 제 11회 스페인필마드리드국제영화제 – 경쟁 •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 제 50회 서울독립영화제 - 본선 장편경쟁 • 제 1회 서울작심영화제 • 제 13회 무주산골영화제 - '창' 경쟁(뉴비전상) • 제 21회 인천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