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2-15 20:38:06
혹때려다 혹이 붙었다? | 영화 담보
승이의 울고 웃기는 담백한 영화
혹시 영화 담보라고 아시나요?~ 요즘 꾸준하게 넷플릭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어린 승이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요!
영화 담보는 영화 하모니를 연출한 강대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해 주고 있어요. 영화 담보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코미디, 시대극
감독 : 강대규
각본 : 윤제균, 손주연
출연진 :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 박소이
개봉일 : 2020년 9월 29일
평점 : 9.17
스트리밍 :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기획 의도
거칠고 까칠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떼인 돈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게 된다.
"담보가 무슨 뜻이에요?"
뜻도 모른 채 담보가 된 승이와 승이 엄마의 사정으로 아이의 입양까지 책임지게 된 두석과 종배.
하지만 부잣집으로 간 줄 알았던 승이가 엉뚱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승이를 데려와 돌보게 된다
돈 받으러 갔다가 인생의 보물을 만났다
여담
영화 담보는 추석 연휴에 개봉하면서 기존의 추석영화는 뻔하고 재미없다는
평가를 지우고 많은 사람들의 소문으로 박스 오피스 1위와 OTT에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성동일의 부성애 연기와 더불어 어린 승이 역을 맡은 박소이의 매력에 풍덩 빠져 뻔한 스토리와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한가득 받았다.
후기 및 결말
영화 담보 결말을 살펴보자면 승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두성은 친딸처럼 지극정성을 다하여 승이를 보살펴 키워준다.
승이 또한 아빠라고 부르며 진짜 가족이 된 세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며
기쁜 마음으로 승이를 만나러 가다가 머리 통증이 심각하여 운전 중에 다치고 만다.
10년 동안 두석이 사라지게 되자 승이와 종배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두석을 찾으러
다니다 비슷한 나이대 환자를 찾으면서 극적으로 서로 다시 재회하게 된다.
마지막은 승이와 함께 결혼식장에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영화 담보는 어찌 보면 결말이 뻔한 결말을 예상하지만,
어린 승이의 연기력에 웃으면 관객도 웃고, 울면 관객도 우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우리의 감정을 사로잡아줬다.
한줄평 : 담보가 보물이 되는 순간.
Relative contents
-
- 새엄마는 엄마가 아니잖아
벌써 20년이 넘도록 은퇴를 번복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아마 그의 최고 문제작이 될 듯하다. 난해하다는 평가부터, 최고라는 극찬까지 사람들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심지어는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도 시사회에서 "나도 무슨 얘긴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언급을 했다. 그만큼 이 애니메이션은 작가주의적 성향이 짙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숨겨진 뜻을 해석하려 들지 않고 그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애니메이션처럼 동화를 보는 기분으로 따라가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세계물일 뿐이다. 그래도 역시, 이야기는 통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싶어 지는 것들 투성이다. 특히 가장 중심인물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스튜디오지브리, 나아가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상징하는 이야기들로 꽉 차있고 그 안에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언과도 같은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 시절
미야자키 하야오는 여장부였지만 결핵으로 평생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어머니와, 군수공장으로 비행기를 만들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의 대부분 애니메이션에는 그래서 마더 콤플렉스, 강인한 여성상, 20세기 초 전투기에 대한 로망 등이 가득하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주인공 마히토는 엄마가 있던 병원이 불타 엄마가 돌아가시고, 도쿄대공습을 피해 시골 공장 근처로 이사 간다. 이 애니메이션은 그곳에서 몇 년을 보내는 도중, 집 근처 신비한 탑과 집 근처에 사는 왜가리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도 그렇게 도쿄대공습을 피해 공장 근처 시골집으로 이사 가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시골집으로 가서 이상한 세계로 가는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실제 어머니는 병원이 불타 일찍 돌아가시진 않았고 오래 사셨다.
군수공장으로 비행기를 만드는 아버지가 그대로 나오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마을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애니메이션은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최대한 전쟁에 대한 언급이나 일본의 피해를 강조하진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자해를 했는데도 다른 아이들이 그랬을 거라 철석같이 믿는 아빠가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하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가져와 집안에 늘어놓는 비행기의 유리덮개들은 줄지어있는 유리관 같은 모습이다. 이렇듯 자국민들도 죽음으로 내몬 전쟁의 실체를 은근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실제로 종종 일본의 제국주의가 타국에 남긴 상처를 비판했고, 군수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전쟁부역자라 부르며 싸우기도 했다.
스승과 친구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시대적 상황이 상황인지라 드러나는 정도일 뿐이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그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두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승이었던 타카하타 이사오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프로듀서이자 대표이사인 스즈키 토시오에 대한 이야기다. 스즈키 토시오가 개봉 전 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왜가리는 스즈키 토시오 본인이다. 자신과 했던 대화들이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녹아있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즈키 토시오는 애증의 관계다.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의 기자였던 스즈키 토시오가 미야자키 하야오 특집기사를 내려고 찾아갔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무시하며 문전박대한 일은 유명하다. 마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끈질기게 마히토를 찾아오는 왜가리와 흡사하다. 왜가리가 이상한 유언비어를 떠들고 다녀서 죽이고 싶어 하는 것도 비슷하다. 스즈키 토시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 만든 <게드전기> 홍보를 할 때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이야기'로 홍보해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분노한 적이 있다. 여러 루머와 안 좋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스즈키 토시오가 지브리 초창기 작품들을 히트시킨 프로듀서임에는 분명하므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생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걸 알고 애니메이션 속 마히토와 왜가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자기 길을 가려는 감독'과, '감독을 속이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고 이용해먹기도 하는 프로듀서'의 밀당이 느껴진다.
또 애니메이션 속 큰할아버지는 타카하타 이사오다. 타카하타 이사오는 '토에이 동화'입사 선배로, 애니메이션에서 영화적인 내러티브와 훌륭한 미장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감독한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으로는 <반딧불이의 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추억은 방울방울>, <이웃집 야마다 군>, <가구야 공주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내러티브가 잘 잡힌 미야자키 하야오의 20세기 작품들은 전부 타카하타 이사오가 조언을 하거나 참여한 작품이다. 그만큼 그는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와 구성 미장센 등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었다. 그는 <원령공주>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오로지 자기 멋대로 내달리는 작가주의적 작품이 되는 건 그래서다. 이것을 알고 애니메이션 속 큰할아버지의 대사나 행동을 잘 살펴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를 얼마나 존경했었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타카하타 이사오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작 도중 사망했다.
인터뷰에는 나오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탑 안의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키리코는 그의 그림스승이었던 천재 작화감독 오오츠카 야스오일 것 같다.(지브리의 채색 담당인 야스다 미치요라는 이야기도 있다) 키리코는 불꽃이 나오는 막대기로 선을 그리며, 그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 오오츠카 야스오도 단순한 그림 스승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험난한 애니메이터 인생을 이끌어준 선배이기도 하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
숲으로 들어가 사라진 마히토의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마히토는 탑으로 들어간다. 불에 타 죽은 마히토의 엄마가 살아있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왜가리를 따라서. 그 탑은 원래 우주에서 떨어진 물건으로, 아주 이상한 것이라고 한다. 큰 할아버지는 그 밖에다 건물을 만든 것이라고. 탑의 속 안으로 빨려 들어간 마히토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기이한 일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젊은 시절의 엄마와 하녀 키리코도 만난다. 탑 속의 세상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스즈키 토시오와 타카하타 이사오의 인연을 담고 있는 만큼 이 세계가 <애니메이션의 세계> 그 자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마주하는 황금문에는 '나를 배운 자는 죽는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거대한 무덤이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상업미술 업계 중에서도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같은 사람을 수없이 반복해서 그려야 하는 일,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관객에게 이해시키도록 변형해서 멋있게 만드는 일, 내 그림이 아닌 그림을 수천 장씩 그려야 하는 고통, 그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중노동이다. 심지어 박봉. 나 역시 디자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므로 그 고통을 어느 정도는 안다.
내가 대학생 때, 같이 날밤새며 과제를 해 추레한 모습으로 과실을 나서는데 원서를 내러 오는 학생들이 보였다. 난 친구들과 이렇게 소리쳤다. "여긴 지옥이야! 도망가려면 지금이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나오는 황금문의 문구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어리둥절하는 마히토는 펠리컨들에게 떠밀려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가지고 온 유일한 무기인 활은 다 망가져버렸다. 그래, 그렇게 멋모르고 이 업계에 들어오게 되는 거야. 게다가 그 망가진 활처럼, 네가 기존에 배운 건 다 쓸모없거든. 다시 배워. 애니메이션을 배운다고? 넌 이제 죽었다.
젊은 키리코는 '와라와라'라고 하는 생명을 돌보고 있다. 이 세계에서 그가 하는 일은 무덤을 지키는 것과, 와라와라에게 먹을 것을 팔아 그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을 돕는 일이다. 애니메이션은 그런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게 생명을 주어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 반복된 그림 몇 장을 그렸을 뿐인데, 그 그림은 살아서 움직이고 뛰어다닌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스승인 오오츠카 야스오도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진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생명을 창조하는 것만큼 숭고한 일이다. 비록 그 일을 배운 너는 죽겠지만. 응.
그러나 이 세계에도 위험한 존재가 있다. 펠리컨들과 앵무새들이다.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먹어치우는데 몰두한다. 펠리컨은 먹을 것이 없다고 해서 생명인 와라와라를 먹어치운다. 앵무새들은 뜨거운 숨을 훅훅거리며 사람을 잡아먹는다. 펠리컨은 갈라파고스화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상징한다. 후대 양성의 실패, 보수적인 정치환경, 국내 내수만으로도 돌아가는 경제, 오타쿠 문화의 확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침체되게 만들었다. 와라와라처럼 생명력 있는 애니가 태어나는 것을 갉아먹는다. 80~90년대만 해도 정말 독창적이고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예전 황금기 같은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다. 또한 제살을 깎아먹는 업계는 스튜디오 지브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수많은 재능 있는 애니메이터를 키워냈지만, 정작 모회사나 제작사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만 감독으로 원하기 때문에 제자들이 감독으로 데뷔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 결국 스튜디오 지브리는 늙고 죽어가고 있다.
앵무새는 남의 말을 따라 하는 존재다. 큰 덩치에 식욕에 침잠되어 훅훅거리는 모양새. 앵무새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토록 혐오하던 오타쿠들과 흡사하다. 앵무새들은 '애니메이션을 배운자'즉 애니메이터들을 먹이로 삼는다. 그들의 삶을 갈아 만든 모에화, 먹잇감에만 관심이 있다. 작업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업계가 똑같은 성적 모에화 대상물만 만들게 한다. 그리고 오타쿠는 대체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남이 만든 것에 열광하고 남이 만든 걸 보고 만드는 2차 창작(팬픽)에 열광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오타쿠를 치가 떨리도록 싫어했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
하지만 이런 위태위태한 세상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균형을 맞추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큰 할아버지, 타카하타 이사오다. 돌들을 깎아 만든 블럭을 아주 세밀하게 쌓아 만든 균형. 타카하타 이사오의 애니메이션은 그런 느낌이다. 큰할아버지는 마히토에게 그 블럭을 물려주고, 이 세계, 애니메이션의 균형을 지키게 하고 싶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멘토로 참여했던 작품들은 망상이나 상상보다는 현실적인 내러티브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하지만 잉꼬대왕, 오타쿠들의 대왕은 성격이 급해서 그 유산이 전달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다. 결국 블럭을 쪼개버리고, 큰할아버지가 유지하던 세상은 무너져버린다.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못한 유산은 사라져 버린다. 스튜디오 지브리도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물려받지 못해, 지난 9월 닛폰 테레비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사람들은 타카하타 이사오에게 미야자키 하야오가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하지만, 둘은 연출방향 자체가 다르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참여하지 않은 후기작들이 급격히 망상적인 작가주의적 애니메이션으로 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도 타카하타 이사오가 물려주려고 한 것들을 다 물려받지 못했다고 여기는 듯하다. 큰 할아버지가 물려주려고 한 블럭들 중, 그 난리통에 한 개만 겨우 가지고 나왔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지브리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도 이전 세대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지 못한 불완전한 세계였던 셈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제 자신의 친구와 스승들이 죽어가고 자신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마땅한 자신의 후계자가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스튜디오 지브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자신의 블럭을 펠리컨과 앵무새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팬들은 또 다음 세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럼, 미야자키 하야오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느꼈던 생명과 감동을 느껴야 할까. 이것에 대한 답은 바로 새엄마 나츠코와의 일화가 말해준다. 마히토는 엄마가 죽고, 엄마의 동생이라고는 하지만 새엄마로 들어온 나츠코와 데면데면하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새엄마를 엄마로 인정하고 엄마라고 부르는 일은 쉽지 않다. 마히토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나츠코는 이미 아버지의 아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나츠코가 숲 속 탑 안으로 들어가 산실에 들어가 힘들어하고 있는 장면은, 아직 관객들에게 '진정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근래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가 만든 첫 작품 <게드전기>는 엄청난 혹평속에 팬들은 그 작품을 인정조차 하기 싫어한다. 게다가 최근 고로의 작품은 3D 애니메이션이었다. 수작업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선 정말 파격적인 행보인 셈이다.
위에서 말한 애니메이션 업계의 펠리컨들, 여러 사정으로 결국 스튜디오 지브리의 후계자가 될만한 인물은 아버지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한 미야자키 고로밖에 없게 되었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사망한 지금 앞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마저 사망하게 된다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름으로 나올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고로가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행보를 보니 3D 쪽으로 가게 될 것 같다. 그것을 지브리의 팬들이 받아줄 것인가? 고로의 애니메이션을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이라 인정할 것인가? 엄마가 죽어서 갑작스레 새엄마가 된 나츠코에게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죽은 엄마를 살릴 수는 없다. 죽음은 죽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미야자키 하야오는 새엄마를 받아들여 달라고 말하고 있다. 고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사랑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나 '흉내 내는'것을 싫어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성격을 존중한다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도 역시 이전 세대의 유산을 다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온전하게 애니메이션 세상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노라고 고백한다. 좋든 싫든, 미야자키 하야오는 떠나게 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없는 세상, 그대들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자, 그대들이여. 어떻게 살 것인가?
----------------------------------------------------------------
*다른 곳에서 나오는 리뷰들을 보니, 충격적 이게도 이 작품이 일본 제국주의 미화로 알려지는 것 같다. 일단, 지브리의 타카하타 이사오는 일본 공산당 출신으로 제국주의 비판하는데 앞장서는 인물이다. <반딧불의의 묘>도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내용을 보면 일본의 제국이 '자국민마저'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비판하는 이야기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공산당원은 아니지만, 공산당지에 만화를 연재한 경력이나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일본의 좌파는 자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한다. 지브리의 두 거장이 그런 성향이니 지브리 전체는 사실 말할 것도 없다. 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역시 도쿄대공습이 나오지만,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거나 무서운 모습보다는 병원이 불타는 모습이 보일 뿐이고, 도쿄대공습이라는 말은 나오지도 않는다. 전쟁에 대한 피해나 반성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이 애니메이션은 그냥 반전영화가 되어버리므로, 그걸 최대한 피하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 시절에 집중한 것이다. 다음 장면은 그것을 더 잘 드러낸다.
마히토가 이사 간 시골 학교의 아이들과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기가 죽을뻔했다는 피해를 강조하기 위해 돌로 자기를 쳐서 자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한 게 아니라 넘어져서 그랬다고 하지만, 군수공장을 하던 아버지는 아이들이 그랬을 거라며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 장면은, 도쿄대공습이나 원폭이 일본의 자해와도 같은 원죄이며 제국이 그것을 남탓하고 있고,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변명하지 않는 일본국민을 비유하는 장면이다. 마히토는 아니라곤 하지만 거기서 더 강하게 변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마히토는 상처를 스스로 냈다고 큰할아버지에게 고백한다.
이런 지브리가 제국주의 미화라니, 그건 좀 억측이라 생각한다. 전작 <바람이 분다>도 일본 내부에 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 전쟁미화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오히려 전쟁을 비판하면서도 전쟁무기 광인 자신을 비판한 내용이다.
진짜 제국주의 미화는 일본 제국의 '대동아공영'을 은근하게 깔고 있는 <크리에이터>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슈도 안되었던 점이 사실 더 의아하다.
*키리코 캐릭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오오츠카 야스오이길 바랬으나, 이전 스즈키 토시오의 언급에 의하면 지브리 채색 담당이었던 야스다 미치오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우'라고 부르기도 했던 야스다 미치오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바람이 분다>까지 거의 모든 지브리의 작품에 채색을 담당해왔었다. 사실 오오츠카 야스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 스승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는 맞으나, 지브리가 만들어질 때 합류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같이 일하면 몸이 너무 힘들어서라고.
-
- <아야와 마녀>로 6년 만에 돌아온 스튜디오 지브리, 사상 최초 한국어 더빙 오디션 개최!
일본 애니메이션하면 가장 먼저 지브리가 떠오른다. 돼지로 변해버린 부모님을 되돌려 놓고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펼치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의 저주로 할머니가 되어버린 소녀 소피가 마법사 하울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온 두 자매가 숲속에 살고있는 신비로운 생명체 토토로와 만나는 <이웃집 토토로>까지. 지브리만의 생명력 있는 캐릭터들은 늘 우리의 마음 속에서 동심을 자극하고 기분 좋은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이처럼 언제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체와 개성넘치는 스토리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지브리가 이번엔 사상 첫 3D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로 우리 곁에 돌아온다는 소식이다.
<아야와 마녀> 티저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아야와 마녀>는 미스터리한 마법 저택에 발을 들인 10살 말괄량이 소녀 아야의 판타지 어드벤쳐다. 6년만에 돌아온 스튜디오 지브리의 신작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 아야의 한국어 더빙 목소리를 오디션을 통해 선발할 계획으로 밝혀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일명 '아야와 마녀 성우 챌린지'로 불리고 있는 이번 오디션은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 서점 YES24와 함께 진행되는 것으로 지난 4월 2일부터 진행중이다. YES24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본 속 주인공 아야의 대사를 녹음하거나 녹화하여, 필수 해시태그인 '#아야와마녀성우챌린지'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면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4월 16일까지 접수된 응모작 중 심사를 거쳐 50인을 선발하고, 이들에게는 비대면 미션이 추가로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 선발된 10인은 차후 '대원방송' 성우 녹음실에서 실전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이미지 출처: YES24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원작자이자 세계적인 판타지 소설 작가인 '다이애나 윈 존스'의 [이어위그와 마녀]를 원작으로 한 <아야와 마녀>는 스튜디오 지브리 최초 제 73회 칸영화제 오피셜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자 최초 FULL CG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주목 받고 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기획을,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개성 강하고 당돌한 캐릭터와 더불어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락 스피릿 짙은 OST까지 신선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한편, 그동안 2D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첫 3D 작품인만큼 기대감과 함께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본래 지브리 스튜디오만의 개성과 특색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오는, 모두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2D와 3D는 시각적으로 명확한 감정선의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에서 지브리만의 감성을 살리지 못한다면 '지브리 스튜디오'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다.
그러나 지브리의 새로운 첫 도전이라는 점과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할만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긴장감과 설레임을 모두 안고 우리 곁에 찾아올 사랑스러운 악동 '아야'가 과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씨네랩 에디터 Jade.
-
- 11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미스터리에 대한 <올빼미>의 개봉부터
<겨울왕국> <엔칸토> 제작진의 신작 <스트레인지 월드>의 개봉까지!
그럼 11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올빼미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한국 | 118분
감독: 안태진
출연: 류준열, 유해진 등
개봉: 2022.11.23
배급: (주)NEW줄거리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관전 포인트
역사적 소재를 현대적인 스릴러로 녹여냈으며, 한국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주맹증이라는 소재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기생충>, <독전>, <관상> 등의 작품에서 미술감독을 맡은
이하준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미술을 맡아 디테일하면서 감각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스트레인지 월드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2분
감독: 돈 홀, 퀴 응우옌
출연: 제이크 질렌할, 루시 리우, 데니스 퀘이드 등
개봉: 2022.11.23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줄거리
전설적인 탐험가 패밀리 ‘클레이드’가의 서로 다른 3대 가족들이 위험에 빠진 아발로니아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의
판타스틱 어드벤처.
관전 포인트
<겨울왕국>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요 제작진이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빅 히어로>를 연출한 돈 홀 감독이 연출을 맡아 새로운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유포자들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01분
감독: 홍석구배우: 박성훈, 김소은, 송진우 등
개봉: 2022.11.23
배급: 와이드 릴리즈(주)줄거리
핸드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사회, 사람들이 무심코 촬영한 영상들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지를 그린 범죄 추적 스릴러.
관전 포인트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을 소재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버 성범죄의
실상을 들여다보며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서스펜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50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배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등
개봉: 2022.11.23
배급: 워터홀컴퍼니(주)줄거리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양자경 분)’이 어느 날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관전 포인트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30만 관객을 돌파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메이킹
10분이 추가된 특별판으로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세이레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2분
감독: 박강배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등
개봉: 2022.11.24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줄거리
태어난 지 21일이 채 되지 않은 아기의 아빠 우진(서현우)이 외부의 출입을 막고 부정한 것을
조심해야하는 세이레의 금기를 깨고, 과거의 연인 세영(류아벨)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부터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관전 포인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으로 뛰어난 작품성과 진취적인 예술적 재능을
선보인 작품에 수여하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이다.
창밖은 겨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4분
감독: 이상진
배우: 곽민규, 한선화 등
개봉: 2022.11.24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가 된 '석우'와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가 만나 서로의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아주는 로맨틱 무비.
관전 포인트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를 차지한 <창밖은 겨울>은 아주 보통의 청춘들의 일상을 섬세한
연출로 포착해 아늑하고 평온한 매력으로 관객을 모을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
올드보이는 한국에서 성인이 되기 전에 볼 수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 고등학생 때 어쩌다 처음 보고 후유증이 정말 오래갔던 영화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다 그렇듯이 올드보이를 이번에 다시 봤을 때도 역시 영화가 지루할 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대해 찾아보니 기생충 이전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한국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였다고 한다. 또한 감독 본인의 언급에 따르면 젊은 시절 지금과는 다른 강한 에너지로 만들 수 있었던 영화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감탄이 생기는 영화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아는 모두에게 당장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이후 스포일러)
이 영화는 2003년에 대한민국에서 개봉했는데, 여러 영화 평론가들은 이 시기를 한국 영화의 황금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2003년 개봉작으로 알고 있는데, 그 영화 역시 올드보이 못지않게 재밌고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화에 기반해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많이 들어갔다고 느껴지는 살인의 추억과는 달리, 올드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주제를 품은 독특한 분위기 속에 관객이 들어가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2022년 현재의 사회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극찬받을 수 없는 내용일 것 같은데, 이 영화에는 자극적인 주제를 마주한 관객의 불편함을 잊게 만들고 분노보다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최근에 3번이나 감상했던 헤어질 결심 역시 불륜이라는 주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해당 주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편함을 잊게 만드는 스토리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보통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를 묶어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올드보이는 작중 대사처럼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에서 시작되는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 영화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를 반전을 제외하고 간단히 설명하면 주인공 오대수는 정체불명의 사람에 의해 15년 동안 사설 감옥에 감금되고, 풀려난 뒤 자신을 가둔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한 여정 속에서 미도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결국 자신을 가둔 범인인 이우진과 대면하게 된 오대수는 이 모든 여정이 자신의 복수가 아닌 이우진의 복수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모든 일이 학창 시절 자신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사죄의 의미로 자신의 혀를 자르게 된다. 복수를 끝마친 이우진은 마지막 복수의 대상인 자기 자신을 죽이고, 끔찍한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없던 오대수는 최면술사에게 자신의 기억을 지워줄 것을 부탁한 뒤 미도와 포옹하며 영화가 끝나게 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오대수의 복수가 아닌 이우진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지만, 최후반까지 관객들이 오대수의 복수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반전의 충격을 배로 만든다는 점이다. 영화를 두 번 이상 보지 않아도 이 영화는 후반부 이우진의 대사를 통해 영화 속 복선들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해석에 대한 어려움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한데, 개인적으로 나는 오대수가 기억을 완전히 잊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극복하고 살아가기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장면 오대수의 눈물 맺힌 웃음을 보면 사설 감옥 속 액자에 쓰여있던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라는 글귀가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모든 장면과 대사가 기억에 남는 영화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인상 깊었던 대사들이 있다. 오대수가 풀려난 뒤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 남자는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사람인데, '아무리 짐승보다 못한 놈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요?'라는 대사를 한다. 이 대사를 후반부 오대수가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데,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보았을 때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여러 주제의식 중 하나가 담긴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오대수가 자신을 사설 감옥에 가둘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독방 안에서 써 내려가는 '악행의 자서전'이다. 15년의 감금 동안 오대수는 자서전에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들의 목록과 그들을 향한 자신의 악행을 경중과 상관없이 모두 적어 넣는다. 위에서 언급했던 모래알과 바윗덩어리의 얘기와 함께 생각해봤을 때, 과연 나의 악행의 자서전은 몇 페이지 분량이 나올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대사는 역시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이다. 그 이유는 이 대사가 오대수와 관객들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혐오나 분노보다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대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온 세상 사람에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닌 이 영화 속 사건을 내가 겪게 된다면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져 노트북을 켜게 된다. 이 영화는 유튜브 영화에서 구매했는데 확실히 유튜브 하나로 예전의 좋은 영화들을 구매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편하고 좋은 것 같다. 2003년에 성인이었다면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다들 올드보이 보시길.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
-
- <작은 아씨들> : 이 영화가 왜 다시 만들어져야 하는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명작 <작은 아씨들>은 그간 여러 차례 영화화된 작품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2019년의 <작은 아씨들>을 촬영하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을 영화화할 때의 압박감만이 아니라 이미 영화로 제작된 작품을 다시 창작한다는 고민 역시 가졌으리라고 예상된다. 나 역시 <작은 아씨들>(2019)에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아야겠다고 속단했었으나, 먼저 영화를 본 관객들의 후기에 다시 약간의 기대를 회복하고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고전의 재해석이었다. 어떤 영화를 찍을 때, 특히나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다시 만들 때는 이 영화가 대체 이 시대에 왜 필요한지를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그 질문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영화이다.
2019년 <작은 아씨들>의 가장 혁신적인 연출은 현재(1868년)를 배경으로 시작해 과거 회상을 삽입한다는 점일 것이다. 조의 뉴욕을 보여주는 현재와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를 배경으로 한 과거는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대조된다. 현재의 조가 베스의 소식을 듣고 콩코드로 돌아간 후에도 이 구분은 유지된다. 이미 다섯 번이나 영화화된 고전을 리메이크하면서 고민되는 지점은 '어떻게 해야 관객의 지루함을 덜면서 신박함을 더할 수 있을지'이다. 과거 삽입이라는 비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은 이미 고전을 아는 관객들이 뻔한 전개를 예상하며 영화를 보는 것을 방지하고 몇몇 장면에서는 과거와 현실의 대조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베스의 침대 옆에서 병구완을 하다 잠든 조가 침대가 텅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암스트롱의 <작은 아씨들>은 모두가 아는 <작은 아씨들> 작품의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시간상 한계로 중요한 포인트, 특히 베스와 로렌스 씨의 감정교류 장면을 배제해서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은 왜 갑자기 로렌스 씨가 베스에게 피아노를 선물하며 진작 주었어야 했다고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과감한 연출로 원작의 중요한 사건들을 놓치지 않았다.
<작은 아씨들>은 본질적으로 당시 시대상에서 여자가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사회적 참여를 추구하는 작품이다. 다만 1994년작의 여자주인공 조 마치는 그 한계로 결혼을 해야만 하고 로맨스를 찾아야만 하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2019년작의 조는 너무나도 외롭다고 외치더라도 그 결말이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인물이다. 편집장의 요구로 결혼하지 않은 여자주인공은 죽거나 결혼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편집장 앞에서 비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꼿꼿한 사람이기도 하다. 94년작 <작은 아씨들>을 보기 시작했을 때 사실 초반부터 마미의 여성주의적 발언에 꽤 놀랐다. 암스트롱의 <작은 아씨들>의 마미는 로라 던이 연기한 마미보다 (최소한 말로는) 딸보다도 급진적인 사상가이며 더 오래된 작품인 94년작에서 19년작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인권 문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볼 수 있다. 마미가 딸들이 로리를 썰매개처럼 부리는 것을 보며 브룩 선생에게 여자 아이들을 근본적으로 남자 아이들과 신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으며 성인 여자가 연약해지는 것은 사회가 그들을 코르셋을 입혀 집안에 가둬두기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한다거나(19년작이든 94년작이든 브룩 선생은 좀 구식으로 맨박스에 갇혀 있어서 이 캐릭터와 메그를 이어주는 올콧의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메그가 부자 친구의 집에 놀러가서 고급 드레스, 특히 면화 드레스를 사지 않는 이유로 흑인 아이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면화 농장은 아이들을 착취하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한다거나, 마치 가 아버지가 흑인 노예를 해방시켜야한다는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참전했다는 배경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장면이 그렇다. 반면 19년작 <작은 아씨들>은 이러한 직접적이지만 부수적인 무수한 표현 대신, 결말로써 조를 해방시킨다.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작가 조를 가장 강조하는 버전이다. 영화 초반부, 책 <작은 아씨들>의 표지가 등장하며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데, 사실 그 앞에도 조는 이미 등장해 살아 숨쉬고 있다. 책 표지 등장 전의 조 마치와, 책이 인쇄된 후의 조 마치의 등장은 조가 책 바깥의 작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이 버전의 <작은 아씨들>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현재'로 시작해서 과거가 간헐적으로 플래시백되는 시간의 흐름을 가지는데, 즉 이 영화에서 중요한 시대는 따스하고 아름답고 네 자매가 모두 한 지붕 아래 살았던 행복한 과거가 아니라, 베스가 죽었고 자매는 뿔뿔이 흩어져 차가운 세상에 내던져졌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현재, 1868년이다. 1868년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이 출간된 해이기도 하다.
<작은 아씨들>을 집필한 올콧-거윅-조는 남자 편집자 대시우드에게 미혼 여성 주인공은 결혼하든가 죽든가 해야한다(이영도라는 남작가가 쓴,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 <폴라리스 랩소디>의 문장을 빌리자면, 어느 쪽이든 처녀는 죽는 것이다)는 강요에 가까운 조언을 받는다. 결국 작가 조(올콧)는 대시우드에게 '너 좋을대로 하라'는 여유를 보이며 작가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성공을 위해 이 정도는 타협할 수 있다는 태도로 조와 베어 교수를 결혼시킨다. 한편 실제 루이자 메이 올콧은 <작은 아씨들>의 대성공으로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는데 성공해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았다. 개봉한 직후에 영국에 있었기 때문에(이미 상영이 끝난 후였다) 극장에서 <작은 아씨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당시에 <작은 아씨들> 후기는 꽤 열심히 읽었었는데, 조가 베어와 이어진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소식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감상한 지금 내 의견을 말하자면, 비혼 엔딩이다. 극중 중절모를 쓴 작가 조의 입으로, 작가는 일관적인consistent한 주인공heroine을 쓰고 싶으며, 자신의 인물 조는 어렸을 때부터 로리의 청혼을 받은 순간까지 결혼하지 않으리라고 말했으니 결혼을 하지 않는 엔딩이 지당하고 마땅하다고 말한다. 대시우드, 즉 가부장적 헤테로 로맨틱 엔딩(a.k.a. 결혼)을 원하는 사회와 독자의 대변자는 독자들은 일관적인 여주인공이 아닌 결혼을 하는 여주인공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대시우드가 '왜 로리가 조와 결혼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하는 대사에서 거윅의 또다른 올콧 해석이 강조되었다고 생각한다. 올콧은 소녀와 소년의 우정은 필연적으로 소꿉친구 헤테로 로맨스 결말을 봐야한다는 사회와 독자의 '압제에 저항'하기 위해 로리를 지조없이 자기가 좋아한다는 조의 동생인 에이미와 결혼해버리는 놈으로 만들어 소꿉친구 헤테로물을 외치는 독자에게 한방을 먹인 것이다. (내 상상일 뿐이다)
원작과 2019년도 작품을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조는 베어와 결혼 엔딩을 보지만 조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 중 로맨스적 측면을 고찰할 때 로리라는 캐릭터를 떼어놓고 해석할 수는 없다. 우선 19년작과 94년작의 조와 로리 케미에 대해서 말하자면, 거윅 감독의 전작인 <레이디 버드>에서 시얼샤 로넌과 티모시 샬라메가 잠깐 동안 사귀는 사이였음에도 둘 사이에 낭만적 기류는 읽기 어려웠듯이, 2019년작은 1994년작보다 로맨스적 케미스트리가 훨씬 약하다고 생각한다.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이 차이는 로리 배역의 캐스팅에서 비롯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알려진 티모시 샬라메가 청초한 소년 이미지의 배우인 반면, 94년작의 로리 크리스천 베일은 <아메리칸 싸이코>나 <다크 나이트>를 찍기도 전이지만 확연히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배우이다. 샬라메가 1861년 과거 시점에서도, 1868년 현재 시점에서 방탕하게 사는 로리가 되었음에도 변함없이 가련미가 넘치는 소년이라면, 베일은 등장부터 곧 청년이 될 소년이라는 이미지이다. 헤테로 로맨스를 즐기는 주류 여성 관객들은 여주인공보다 아리땁고 가냘픈 남주인공을 원하지 않는다. (특수 니즈 제외, 보편론을 논하는 중) 헤테로 커플 키 차이는 몇 센티미터가 이상적이라느니 하는 헤테로 로맨스 롤플레잉에 적합한 구체적인 수치까지 존재하는 사회에서, 요약하자면 94년작 관객들은 매력적이고 케미 넘치는 처녀총각이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눈이 맞아야 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거부하는 위노나-조에게 배신감을 느끼도록 유도되지만, 19년작의 관객은 커플적 전망을 보기 어려운 사이의 아름다운 청춘의 우정을 고백으로 파괴하는 샬라메-로리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로맨스물에서 여주인공이 잠시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홀랑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남주인공은 그 순간 실격이다. 허용되는 범위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강요된 약혼까지뿐, 그때는 네 말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이제 네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네 동생에게 느끼는 사랑과 네게 느끼는 사랑은 다른 것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다르다는게 여주에게 느끼는 감정이 우정이고 여주 동생에게 느낀다는 감정이 사랑인 남자 캐릭터는 이미 로맨스 스토리의 남자 주인공이 아니라 여자 주인공의 과거의 장애물일 뿐이며 넘어야 할 흑역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상대가 막내동생인 에이미만 아니었더라면 할리우드 로맨스 기준으로는 허용일지도 모르겠지만, 조의 동생인 에이미에게 청혼한 순간 로리는 아웃이다. 차라리 마치 가에 편입되어 따스한 가정의 정을 느끼고 싶어서 몸부림치던 로리가 맏이 메그와 결혼했으면 눈살 한번 찌푸리고 말았겠지만, 네 자매 중 막내이며 가장 철이 없는 어린 아이로 나오는 에이미와 로리가 결합하는 전개는 소설이 출간되었을 당시에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으리라고 짐작한다. (94년도 영화의 에이미는 심지어 아역과 성인 배우가 따로 있는데, 어린 에이미에게 그와 비교하면 거대한 성인처럼 보이는 로리가 나중에 크면 결혼해주겠다고 입맞춰주는 장면까지 나와서 이후의 전개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게 만든다.) 이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거윅은 올콧이 낸 결말을 표면 그대로 읽는 대신 올콧이 그렇게 밖에 결말을 쓸 수 없었던 배경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의 심볼인 디즈니마저도 2010년대 <겨울왕국>과 <말레피센트> 이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작은 아씨들>의 책과 영화를 본 독자와 관객은 많을 것이나, 당시 루이자 메이 올콧이 어떤 이유로 작품의 결말을 수정했는지 혹은 어떤 이유로 캐릭터들의 결말이 선사되었는지를 각자 상상하는 것과 그 상상을 구체화해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것은 다른 경험일 것이다.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조의 운명을, 여자주인공의 결말을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
- [왓챠] 카디널 [Cardinal] [캐나다 드라마]
-
형사물 / 캐나다 TV 프로그램 / 캐나다 드라마 / 왓챠
아내의 조울증으로 불안을 안고 사는 형사 존 카디널은 남들보다 더 예민한 시각으로 사건을 관찰하는 형사다. 그래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단서를 발견하고 수사해 간다. 그런 카디널은 원주민 소녀의 실종사건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이유로 강력계에서 퇴출당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시즌1이 시작된다. 원주민 소녀의 실종을 살인으로 의심했던 카디널의 예상처럼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고, 강력계를 떠났던 카디널이 돌아와 수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카디널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경찰 조직 안에 있었고, 그의 파트너로 새롭게 투입된 형사에게 그를 감시할 것을 요청한다.
왓챠에 캐나다 드라마인 카디널의 시즌1, 2, 3, 4가 있고, 각 시즌의 에피소드는 6화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시즌 1, 2의 경우 2021년 10월 13일 만료되었다.
카디널은 꾸미거나 미화하는 액션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상황을 담아서 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래서 작품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굳이 화려한 액션이 필요하지도 않다.
실제로 범죄가 벌어진 현장에 화려한 액션이 있을까?
(물론 미국의 갱 범죄는 아니겠지만)
카디널의 작중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시즌별로 다른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완성도는 매우 탄탄하다.
보면서 자꾸만 "와 진짜 잘 만들었네."라는 혼잣말을 하게 된다.
특히 캐나다 특유의 문화성을 살려서 캐나다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원주민과 그 외 이주민.
그들이 섞여 살아가는 사회의 특성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작품 속의 계절감이 피부로 와닿는다.
카디널 속의 눈 쌓인 겨울의 풍경은 캐나다에서 왜 구스다운이 발달했는지 설명이 필요 없이 눈으로 보여준다.
저 동네에서 겨울에 코트만 입고 돌아다닌다면 얼어 죽을 것 같다.
숨 쉴 때마다 콧속이 얼 것 같아.
그리고 카디널을 보는 나는 한파가 들이닥친 겨울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다.
시즌1은 아이의 실종.
시즌2는 자신의 권위에 자만한 살인자이자 심리 조종자이자 마약상인 남자의 스토리.
시즌3는 종말이라는 망상에 시달리는 사이코 패스의 이야기.
시즌4는 환경 운동가였던 남자가 살인자가 되어 버린 이야기.
캐나다가 한때 드라마와 영화의 트렌드를 이끈 시기가 있다고 하던데, 그 말 뜻이 뭔지 알 것 같다.
넷플릭스와 왓챠에 캐나다 드라마가 적긴 하지만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작품들이 많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특히 카메라 앵글을 쓰거나 구성하는 방식이 낯설고 신선하다.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컷 하나하나를 낭비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화면구성을 볼 때면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글을 이렇게 써보고 싶다는 열망이 들 정도)
지금 당장 왓챠에서 카디널이 만료되기 전에 보시길.
-
- 참으로 시의적절한 가족 영화 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신작, 해피엔드가 개봉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2년 연속으로 '가족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점, 그리고 칸이 사랑한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이 '가족영화'라는 점이 참 재미난 관람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관람하시고 시청해주시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콘텐츠도 재밌게 시청해주세요!제작지원 : 그린나래미디어
#해피엔드 #미카엘하네케 #영화해피엔드
-
-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죽을 날을 알려준다면 당신은 4% 안에 들겠습니까??
#버킷리스트#죽기전에꼭봐야할영화#인생영화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https://toon.at/donate/63724555002223...
-
- 영화 <웬디> 30초 예고편
‘피터팬’ 탄생 110주년 기념,
새로운 주인공, 새로운 시각의 All New ‘피터팬’!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
- 웨이브 <앨런 vs. 패로 : 진실공방> 공식 예고편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의 만남고 ㅏ결혼부터 우디 앨런의 아동 성폭행 의혹까지 다룬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