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3-11 13:57:19
3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곡성> 뛰어넘은 <파묘> 800만 돌파
<곡성> 제친 <파묘>
<파묘>는 16일만에 700만 관객을 넘어서며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넘어 오컬트 장르 최고 흥행작이 되었는데요. 한국은 지금 파묘들었다. 이번주 주말 박스오피스 씨네픽과 함께해요
[국내 박스오피스]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지난 주말에도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 수 804만여 명으로 <서울의 봄>보다 일주일 빨리 8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다음으로 <듄: 파트 2>가 누적 관객 수 128만 명, <웡카>가 340만명을 기록하며 각각 2위,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선 <쿵푸팬더 4>가 <듄: 파트2>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섰습니다. <쿵푸팬더4>는 모든 쿵푸 마스터들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카멜레온’에 맞서기 위해 용의 전사인 자신마저 뛰어넘어야 하는 ‘포’의 새로운 도전을 그립니다. 앞서 <쿵푸팬더> 시리즈는 국내에서 약 1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달러의 수익을 낸 드림웍스 최고 흥행 시리즈로 국내에서는 오는 4월 10일 개봉예정입니다.
Relative contents
-
- 테넷(Tenet/ 영국, 미국/ 2020)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악의 진부함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갈 수 있는 기술, '인버전'을 발명한 미래의 한 과학자는 이것이 매우 위험하게 사용될 것을 우려하여 전 세계 특정 지역 9 곳에 인버전 기술을 실행시키는 도구인 '알고리즘'을 분산하여 숨겨두고 자살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중 하나가 러시아인 안드레이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였다.
한편 자연 현상을 거스르는 무기가 속속 발견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미국 CIA는 추적 끝에 이 무기들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막기 위해 정예 요원 주도자(protagonist, 존 데이비드 워싱턴, 그의 역할에는 이름이 부여되지 않았다.)를 작전에 투입하는데 그에게 임무를 부여한 상급자는 양 손가락을 겹치는 제스처와 '테넷'이라는 암호를 알려준다.
주도자는 미래에서 온 무기의 성분을 알아내어 이 금속을 다루는 전문가 산제이 싱을 만나기 위해 인도로 날아간다. 인도에서 철옹성 같은 은둔지에 거주하고 있는 산제이를 만나기 위해 지역의 요원 닐(로버트 패틴슨)의 도움을 받아 산제이를 만나지만 그는 허수아비였고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그의 아내 프리야(딤플 카파디아)였다. 프리야는 사토르에 대해 알려주고 주도자를 영국 정보기관으로 연결해준다.
영국 첩보 기관의 도움으로 사토르에 이르는 길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임을 알게 된 '주도자'는 캣의 약점을 알고 있다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한편 사토르에게 약점이 잡혀 그의 조종을 받는 처지에 놓인 아내, 캣은 남편을 증오하지만 아들 맥스를 포기할 수 없어 사토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영국 귀족 가문 출신으로 미술품감정사이다. 극도로 이기적이며 자기애가 강한 사토르에게는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남편의 지위를 상징하는 아내)인 셈이다. 그녀가 매우 특별하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게 큰 키에서도 잘 드러난다.
캣으로부터 사토르가 오슬로 공항의 프리포트에 자주 출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담한 작을 펼쳐 잠입한 주도자와 닐은 사토르가 인버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를 프리포트에 설치하고 과거로 가서 미래의 무기를 가져옴으로써 거대한 부를 쌓았음을 알게 된다.
주도자는 의심 많은 사토르의 마음을 살 방법을 알기 위해 프리야를 만난다. 그녀로부터 사토르가 플루토늄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운반 중인 플루토늄을 가져다주겠으니 도와달라며 사토르에게 접근하여 성공한다. 그러나 그가 찾고 있던 플루토늄은 플루토늄이 아니라 인류를 멸망시킬 알고리즘이었고 사토르는 이미 8개의 알고리즘을 확보한 뒤였다.
사토르가 모든 인류의 생명을 단번에 끝내려는 순간, 주도자와 닐은 각각 시간을 순행하는 팀과 시간을 거스르는 인버전 팀에 배치되어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시간의 협공'을 펼친다.
사실 <테넷>은 '인버전'을 젖혀두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주제도 매우 고전적이다. 세상에는 항상 악이 존재하고 이 악을 물리치기 위해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구하는 힘은 '사랑(예를 들면 캣이 아들 맥스를 악한 남편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랑, 이를 두고 주도자는 영화에서 프리야에게 "세상을 바꿀 진짜 폭탄"이라고 가르쳐 준다.)'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종종 악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자기애에 가득 차 타인을 조종하는 자, 그리고 타인의 생명을 마음대로 파괴하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신의 자리에 앉고자 하는 자로 설명되는데 <테넷>의 사토르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인류를 멸절시키려는 이유를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그가 가질 수 없는 세상이라면 아무도 갖지 못하게 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파괴력이 그에게 있음을 과시하고 싶었던 오만이 정확한 그 이유였다. 악에 대한 묘사가 진부한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악에 대한 설명만 제외하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창의적인 상상력과 표현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천재적이다.
<테넷>이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담론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영화의 모호함이다. 감독은 관객에게 설명을 아낌으로써 모호함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그 모호함 때문에 관객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되고 영화 관람 후 모호함에 대한 해석을 저마다 내어 놓다 보니 영화에 대한 담론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안내가 없다.
주도자가 인버전된 총알을 소개 받는 연구실 B-2는 영국일까, 미국일까, 캐나다일까, 호주일까. 연구실의 인테리어는 매우 고풍스럽다. 전화도 아날로그 식이다. 연구원의 옷 무늬도 복고풍이다. 시대적 배경은 언제일까. 감독의 불친절함 때문에 관객은 혼란스럽기까지 하여 다음, 또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사실과 픽션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간다는 것은 현실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물리학적 가설에 입각하여 영화 안에서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고 한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일반 관객은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앎과 모름 사이의 애매모호한 경계에 놓인 채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이해하기보다 느낀다는 것은 글이나 말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더 알고 싶은 마음에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둘째, 스크린에 펼쳐지는 공간 구성이 낯설 정도로 새롭다.
일반인들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러시아, 인도 등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라들이 아니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자연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산제이 싱을 만나기 위해 곡예사처럼 건물 벽을 타고 내리는 장면, 시간의 협공을 스크린 위에 표현하는 방식 등은 경이롭다. 이 새로움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셋째, 안정감이 결여된 상황 때문에 관객들은 불안하고 불안은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안정된 건물 안이 아니라 이동하는 배, 자동차이다. 실내도 실외도 아닌 애매한 곳이다.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발을 견고하게 내디딜 수 없는 바다 위, 혹은 빠르게 이동하는 도로 위이다. 이 지속적인 역동성은 관객을 영화에 붙들어 놓는다.
넷째, 현실적인 설정이 공감을 자아낸다.
무고한-그러나 그의 인생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생명을 해치려 할 때 같은 목적을 지닌 동료일지라도 가차 없이 살해하는 주도자의 캐릭터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모른 채 임무에 뛰어들어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자신이 바로 작전의 주도자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 이는 마치 우리가 인생을 한참 산 후에 되돌아보고 나서야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현실과 닮아있다.
결국 감독은 비현실적인 스크린 속 세상에 현실성을 부여함으로써 인간과 인생의 본질을 짚었다고 하겠다.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된 고전적인 주제가 화면에 웅장하게 펼쳐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어떤 중요하고 큰 일에 동참하고 난 듯한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원하는 특정 시간과 장소로 인버전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물리학적으로 그것은 가능한 것일까. 영화에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그만 머릿속이 엄청나게 복잡해져 버렸다(©2021. 최수형).
-
- 나이 듦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영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은 그저 그 시간에 집중한다. 특별히 몇몇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은 그들이 놀고 시간을 보내는 바로 그때를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친구와 다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좋은 기억을 쌓아나간다. 그래서 모두에게 유년기 시절의 좋은 추억들이 하나쯤은 있다. 그 시간 그 모든 것을 함께한 어른들은 그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고 자신의 마음에 기록한다. 언제든지 꺼내어 보고 그 당시를 추억하면서 자신의 깊숙이 담아두었던 자신의 유년기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영원할 것만 같던 유년기를 벗어나는 시기는 결국 찾아오며 누구도 예외는 없다.
청소년기가 되고 어른이 되면 몸에 커지고 아는 것도 조금은 더 많아진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고 자신만이 가고 싶은 방식으로 삶을 그리고 나아간다. 집을 떠나 새로운 곳을 모험하고 싶어지는 나이가 되면 결국 집 밖의 시간을 늘리게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일 때 가지고 있던 동심과 순수함, 천진함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동심은 아직 어른이 되어 커진 마음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후 누군가와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다가 문득 거울을 보면 나이가 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렇게 나이 듦을 경험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유년기 시절의 동심을 가지고 있다.
피터팬을 웬디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영화 <웬디>
영화 <웬디>는 동심과 나이 듦에 대한 영화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터팬을 재해석하여 웬디(데빈 프랑스)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기본적으로 판타지 장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웬디는 기찻길 바로 옆에 붙어있는 집에서 엄마와 더글라스(게이지 나퀸), 제임스(개빈 나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가 주방에서 요리할 때, 웬디는 옆에 앉아 같이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식당에 주변에서 놀거나 간단한 식당 일을 돕는다. 어찌 보면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이 집의 아이들은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재미없는 일상이 아닌 뭔가 색다른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영화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주로 식당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담는다. 마치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려 하는 것처럼 관객들도 집 밖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 초반 세 아이가 잠들기 전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엄마의 어릴 적 꿈에 대한 것인데, 웬디는 왜 지금은 그 꿈을 이룰 수 없는지를 묻는다. 이에 엄마는 지금 하는 일과 상황에 만족하니까 더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그 뒤에 바로 이어진다. 엄마가 나가고 웬디는 왜 엄마가 꿈을 실행하려 하지 않는지 혼잣말로 궁금해하는데,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엄마는 늙었으니까 못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이에 웬디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이 일련의 장면은 이 영화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주제와도 관련이 있다. 바로 나이 듦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피터팬과 원더랜드의 아이들은 나이가 들지 않는다. 영화 <웬디> 안에서도 우연히 기차에 탄 피터(야슈아 맥)를 발견하고 따라가는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는 늙지 않는 섬에 도착하고 거기서 꽤 오래 머무르고 있는 아이들을 만난다. 이들 역시 나이가 들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놀이를 하며 계속 아이로 생활하고 있다. 처음 그곳에 간 웬디는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와 재미를 경험하고 나서는 완전히 그들과 동화된다. 나이가 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이 그들에게 에너지가 되어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기쁨 안에 있는 섬의 아이들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건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 그 자체의 모습이다.
대비되는 아이와 노인
그 섬에는 아이들 뿐 아니라 노인들도 있다. 섬의 노인들은 처음에는 아이였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린 이들이다. 영화 속 노인 중 한 명인 버죠(로웰 랜디스)는 몰래 친구들에게 다가와 그들을 훔쳐보곤 한다. 아이들은 보통 도망가며 그가 버조가 아니라고 외친다. 버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일종의 늙음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버조가 과거 자신들과 같이 아이의 모습이었던 또래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가 나이 든 노인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이유로 친구로 인정하지 않고 쫒아내 버린다. 그렇게 노인으로 변한 이들은 노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분리되어 생활하게 된다.
사실 보조를 비롯한 노인들은 친한 친구를 잃거나 가슴 아픈 일을 겪고 나서 늙은 모습으로 변했다. 아픔을 경험하고 나서 철이 들고 조금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그런 아픔과 번뇌를 겪고 나서 조금은 다른 모습이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들처럼 사춘기의 변화를 겪고 또 가족과 학교에서 다양한 일을 겪는다. 그리고 그중에는 상처 받고 슬픈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일을 경험하다 보면 어느덧 어른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아이들은 금방 노인이 되어 버리지만 아이와 노인 사이에 어른이라는 시기가 존재한다. 영화는 그 모습을 생략하고 아이와 노인을 대비시키면서 과연 나이 듦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속 노인들은 다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것이 동력이 되어 피터의 일행과 노인 일행이 대립하게 되기도 한다.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피터팬에서 피터팬과 후크가 대결하는 것처럼 노인들은 젊음을 얻기 위해 아이들을 잡아들이고, 피터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둘의 대결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노인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려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들과 대립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 노인들은 조금씩 사람이나 사회에서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이 떨어지면 말 주변이 없어지고 조용히 무언가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노인들은 아이들에 비해 말이 없다.
웬디가 제안하는 노인을 바라보는 태도
웬디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노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인물이다. 노인으로 변한 아이들을 만나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들에게 같이 대화하고 놀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즉석에서 춤을 추며 그들과 어울린다. 어두운 표정만을 짓고 있던 노인들이 웬디 주변에 하나둘씩 모여 춤을 추기 시작할 때 그들의 얼굴에는 보이지 않았던 미소가 가득하다. 사실 노인들이 아이였을 때 노는 방법이나 느낌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저 늙었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그들을 우울하게 만든 것뿐이다. 영화는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그들과 함께 어울릴 것을 제안한다.
젊음이라는 것은 한번 잃으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언젠가 늙어간다. 그 모습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부정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찾아온다. 영화 후반부 누군가가 늙어서 못한다고 이야기할 때, 웬디는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영화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이 듦을 바라보는 우리들도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웬디도 엄마가 되고 자신의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슬픈 일이지만 그 나이 든 육체가 가진 마음만큼은 육체만큼 나이가 들지 않는다. 노인들도 나름의 동심을 가지고 있고, 그들만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영화 <웬디>를 연출한 데뷔작 <비스트>(2012)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신인 감독이다. 그는 두 번째 연출작인 <웬디>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 속에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고, 피터팬 원작이 담고 있는 내용에서 좀 더 철학적인 주제를 끌어내어 영상화했다. 극적인 요소가 다소 떨어지고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영화가 조금은 심심하고 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을 관객에게 명확히 던지는 영화다.*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웬디 리뷰>
https://youtu.be/Rsehc6qDPYc
-
- 제 노력으로 잘 죽을 수 있는 걸까요?
*씨네랩으로 초청받아 <숨>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윤재호 감독의 영화 <숨>은 죽음에 관한 영화다.
장례지도사, 노인, 유품정리사 등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가까운 인물들의 일상과 인터뷰가 주를 이룬다.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가까운 인물이라는 앞 문장을 쓰다가 단단히 모순이라고 느꼈다.
살아있는 한, 죽음이 가깝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나 싶어졌기 때문이다.
우린 모두 죽는다.
당연한 명제는 사는 게 바빠질수록 새삼스러워진다.
인간이 죽음을 얼마나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유품정리사가 인터뷰하는 대목이었다.
정리를 한다는 건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고
버릴 것들은 쓰레기봉투에 담겨 분리배출 해야 한다.
유품정리사가 망자의 버릴 물건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더니
동네 주민들이 귀신이라도 나오면 어떡할 거냐며 쓰레기 배출을 탐탁지 않아 했단다.
역시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구나.
그 인터뷰를 듣다가 떠오른 풍경이 하나 있다.
프라하에 살던 시절, 집 앞 골목 창가에 한 남자의 명패와 사진이 등장했다.
사진 근처엔 몇 다발의 꽃과 고인이 살아 생전 좋아했던 주전부리가 놓였다.
누군가가 때마다 밝히는 촛불도 세워져 있었다.
그 집에 살던 이가 사망한 모양이었는데 누구도 그 풍경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지만 그 앞에서 좋은 곳으로 가셨길 기도하게 되었다.
먼 길 떠나는 이웃 주민의 자동차 번호판을 응시하는 느낌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례지도사는 말한다.
개인의 죽음을 대하는 모습이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준다고.
골목을 지키던 남자의 영정과
쓰레기 배출을 꺼리던 이웃주민들의 태도가 겹쳤다.
한편, 영화를 보며 내가 죽는다는 사실에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사실에
깊게 몰입한 순간도 있었다.
죽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중년 부부는
좋은 죽음과 추한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추하게 죽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에 공감하지만
추하게 죽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개인의 노력 여하로 추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걸까.
추한 죽음을 맞은 이들을 대신해서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영화 <숨>은 72분 동안 다양한 각도에서 죽음을 얘기한다.
상영시간이 짧은 만큼, 파편 같은 이야기들이 정신없기도 했지만
파쇄된 종이를 하나하나 맞춰보니 그 단어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부웅 떠올랐다.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어떻게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가
영화 자체에서 무릎을 '탁' 칠만한 새로운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프라하 구시가 광장의 명물 천문시계처럼
오만한 인간에게 매시 정각에 삶과 죽음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아, 영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니
한 스님의 법명 앞에 고인을 나타내는 연고 고자가 적혀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동안에도
영화 속 산자는 현재 망자가 되어있다는 점이 영화의 연장선 같았다.
TRANSLATE withx
EnglishTRANSLATE withEnable collaborative features and customize widget: Bing Webmaster Portal
-
- 2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모두들 평안한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
.
.
(1)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NEW)
마블 스튜디오의 올해 첫 개봉작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주말 관객은 59만여명 정도에, 앞선 이틀간의 관객수까지 더해 누적 관객 수는 86만3천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마블 신작이 개봉 첫 주 100만명 이상을 동원했던 것에 비하며 부진한 성적으로, 지난해 11월 개봉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첫 주말 79만여명을 모으는 데 그친 것보다 못한 기록입니다.
2. <더 퍼스트 슬램덩크> (⬇︎1)
앞서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켜온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결국 마블에게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떨어졌습니다. 주말 관객 26만 9천여명에 누적 관객 328만 2천여명으로, 순위는 하락했지만 관객 수는 지난 3주간의 주말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3. <타이타닉: 25주년> (⬇︎1)
개봉 25주년을 기념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타이타닉: 25주년> 역시 지난 주보다 순위가 하락하며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주말 관객 수 9만 8천여명, 누적 관객 수 83만 9천여명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6위로 밀려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또다른 작품인 <아바타: 물의 길>은 글로벌 누적 흥행 수익 22억 4320만 달러를 돌파하며 <타이타닉>의 기존 흥행 수익을 뛰어넘고 글로벌 역대 박스오피스 톱3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40회 예측 이벤트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0%, 여성 40%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그 다음으로 20대, 40대, 50대, 10대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13세 미만 여성과(581,733명)과 46세 이상 여성(602,327명)이었습니다. 또한,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2%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의 성비 및 나잇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 (NEW)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의 4, 5위는 모두 애니메이션 영화에 의해 점령당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인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이 3만6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3위에 올랐는데요, <두다다쿵> 시리즈는 전 세계 40여 개국 이상에 수출되며 K-애니메이션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엄마를 찾아 후후섬으로 떠난 두다와 친구들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다뤘다는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은 형형색색 다채로운 색감과 실감나는 캐릭터들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화려한 즐거움을 선사하며 어린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5. <어메이징 모리스> (NEW)
5위도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 영화 <어메이징 모리스>입니다. 세계적인 판타지 소설 작가 테리 프래쳇의 '놀라운 모리스와 똑똑한 쥐 일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빌런 쥐 마왕에 맞선 사기력 만렙 말하는 고양이 모리스와 상극 친구들의 환상적인 팀플레이 어드벤처를 담은 작품입니다. 3만5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동시기 개봉작 <두다다쿵: 후후섬의 비밀>에게 밀렸지만, 누적관객 5만1천여명을 기록하며 개봉 첫 주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에 올랐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북미에서도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보다 2일 늦은 2월 17일 개봉하여 주말 매출액 1억 4백만 달러(한화 약 1352억 원)의 오프닝 흥행 수익을 냈으며, 전편인 <앤트맨>, <앤트맨과 와스프>를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2위에 이름을 올린 <아바타: 물의 길>은 누적 매출액 6억 57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22억 433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성공해 전세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타이타닉>을 추월했습니다. 당초 2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던 손익분기점은 진작 넘어선 상황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 3편이 현재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 3위, 4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1위를 차지했던 <매직 마이크>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 <매직 마이크스 라스트 댄스>는 3위로 떨어졌고,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이 4위에, 지난주 순위 진입에 실패했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Knock at the Cabin(국내에서 <똑똑똑>으로 개봉 예정)이 다시 5위에 올랐섰습니다.
.
.
.
씨네픽의 2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 한국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아카데미에 최초로 도전하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최근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에서 총 4개 부문 수상 (작품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의 영예를 안으며 그동안 로컬 시상식으로 인식되어왔던 외국어 영화의 장벽을 허물었다. 한편, 한국 토종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또한 오스카의 가다로운 입후보 요건을 충족하며 한국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 중 최초로 아카데미에 도전하게 되면서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미국 아카데미 심사위원회는 지난달 말 제 93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1차 후보인 총 27개 작품을 발표했다. <레드슈즈>는 해외 제목인 <Redshoes and the Seven Dwarfs> 로 디자니픽사의 <소울>,<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 드림웍스의 <크루즈 패밀리:뉴에이지 >, <트롤 : 월드투어> 등의 유명 스튜디오 작품들과 함께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은 입후보의 자격과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 강국인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만큼 <레드슈즈>가 한국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입후보 한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인이 일부 제작에 참여하거나, 투자/기획으로 참가한 작품이 미국에 진출한 사럐는 있었으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체 과정을 한국 제작진이 손수 만든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미국 배급사를 통해 현지에 진출한 사례는 <레드슈즈>가 최초이다. 즉, 이번 <레드슈즈>의 아카데미 도전은 순수 국내 제작진이 이루어 낸 토종 애니메이션의 아카데미 도전으로도 볼 수 있다. <레드 슈즈>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싸이더스 애니메이션이 기획한 3D 애니메이션으로 각본 및 연출은 홍성호 감독이,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감독은 김상진 디자이너가 맡았으며 김형순(주)로커스 대표와 황수진 PD가 프로듀서인 작품이다. 싸이더스 애니메이션 황수진 프로듀서는 "어려웠던 미국 진출에 이어 아카데미에 도전해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아직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애니메이션과 스튜디오는 도전하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계속 문을 두드리다 보면 머지않은 시기에 높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애니메이션과 싸이더스 애니메이션의 도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 너의 자리는 어디인가
PROGRAM NOTE.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뭄타즈는 섬세한 남편 하이더르, 가족 내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는 시아버지 아만, 큰형 내외 및 그들의 네 딸과 함께 산다. 몇 년째 전업주부로 살던 하이더르는 카리스마 있는 트랜스젠더 뮤지션 비바의 백댄서로 취직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뭄타즈는 전업주부가 될 것을 강요받는다. 하이더르는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비바에게 이끌리고, 뭄타즈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자아가 확고한 뭄타즈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비바 뿐 아니라 흔들리는 성적 정체성을 가진 하이더르와 시아버지 아만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종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억압되고 착취되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사임 사디크 감독의 데뷔작 <조이랜드>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박선영/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POINT.
✔️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눈여겨본 영화
✔️ 파키스탄이라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나라 영화인데, 어디서 <헤어질 결심> 냄새가 나요 킁킁
✔️ 파키스탄 출신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프로듀서로 참여. 말랄라는 여성 교육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 낸 인물이니만큼, 여성을 보는 시각에 대한 우려를 접어도 좋아요
✔️ 보고 난 직후는 물론, 보고 난 이후에도 며칠씩 여운이 계속되는 영화
✔️ 믿고 보는 '슈아픽쳐스' PICK! <행복한 라짜로>, <말없는 소녀> 같은 수작을 우리와 연결해준 곳이에요
✔️ 12월 13일 개봉!
영화 <조이랜드>는 거대한 하나의 일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연로하여 휠체어를 탄 아버지, 큰아들 '살림'과 아내 '누치', 둘째 아들 '하이더르'와 아내 '뭄타즈'. 그리고 살림과 누치 사이 아이들까지. 한 마당을 공유하며 사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옛날 마당 깊은 집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이내 일가족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가 그 마당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도-파키스탄 분리 독립 시기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 살았다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들의 땅 '라호르'는 파키스탄에서 둘째 가라면 아쉬울 만큼 유서 깊은 도시다. 다양한 왕조의 수도였던 곳, 한때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요 도시이기도 했던 곳, 그러나 1940년대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되던 시절 무수한 피가 흘렀던 곳. 차이가 차별이 되어 사람을 죽였던 곳. 그 모든 이야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흘러갔을 텐데, 이제 더 이상 차이가 차별이 되는 일은 없을까?
#"단일한" 파키스탄 사람이에요
일가족의 고요한 마당에서도 차별은 넘쳐 흐른다. 딸 넷을 낳았지만 아들이 아니라서 실망하는 것도, "아들"이니 응당 염소 하나쯤은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들에게 일자리가 생겼으니 자신의 커리어를 착착 쌓아 가던 며느리는 이제 전업 주부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그러나 그 아들의 일자리가 "에로틱한 공연"을 하는 극장이라는 사실은 이웃들에게 좀 비밀로 해두는 것도.
게다가 이런 차별은 절대 "단일한" 기준을 가질 수 없다. 차별은 양날의 칼이므로, 힘을 쥔 쪽에도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차별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자지만, 힘을 쥔 남성들이 만든 차별의 굴레가 어떤 남성들에게는 '맨박스'가 되듯이. 다만 힘을 쥔 쪽은 규칙을 이리저리 변용하면서 상처를 피할 길을 도모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차별은 이중 삼중의 잣대를 번복하여 만들어내고, 하나 둘 잣대가 늘어나다 보면 어느새 삐죽삐죽한 창살처럼 우리를 가둔다. 그 창살 안에서 버틸 재간이 없는 사람들이 튀어나올 때, "공동체를 지킨다"는 명목의 제재가 가해진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잣대들은 사실 공동체의 모두를 찌르고 있다. 힘을 쥔 쪽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 개념일 뿐이니까.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사실 모두 그 창살 바깥에 더 잘 어울리는 인물들이다. "전통적인 남성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 하이더르, 트랜스젠더 비바, 전업주부의 삶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뭄타즈, 받아들였지만 그런 뭄타즈를 이해하는 누치, 심지어 전통의 적극적인 수호자처럼 보였던 아버지나 이웃집 파야즈 부인조차도...
단일하지 않은 차별의 기준들은 각자의 비밀들을 만들어내고, 그 비밀은 거울이 깨지듯 방사형으로 퍼진다. 그 자리의 어느 누가 과연 행복했을까?
마치 "애빌린의 역설" 같다. 집단의 구성원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향의 결정임에도, 모두가 자신의 의사와 상반되는 결정을 하게 되는. 전통이라는 미명을 덮고 있는 것 중 이런 애빌린의 역설이 얼마나 많을까.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영화에는 많은 공간이 등장하지 않지만, 하나하나 매우 인상 깊다. 어느 장소 하나 일면적이기만 한 곳이 없다. 마당과 집안 깊은 곳이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는, 이 영화에 뭄타즈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유독 그 대비를 극명히 보여주었던 집. 사회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성별 역할을 내려놓는 공간이었던 극장. 모든 남성 관객들이 스스로에게만 유하게 적용되는 잣대의 틈으로"에로틱한 공연"을 보는 곳인 동시에, 비바에게는 반대로 그 모든 잣대의 창살을 내던지고 나와서 춤을 춘 장소였던 극장. 이름부터 기쁨을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의 공간'으로 상징되는 놀이공원 조이랜드. 누치와 뭄타즈가 잠시 일상의 고통을 잊고 소소한 일탈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정도의 일탈밖에 할 수 없는 삶의 무게와 거기서조차 존재하는 차별의 비릿한 시선을 느끼게도 하는 공간.
가장 역설적인 공간은 바다일 것이다. 비록 지금은 조악한 조명밖에 없는 방에서 바다의 흔적으로 들고 온 조개 껍데기 하나 덜렁 들고 있지만, 비바는 바다를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평생 라호르에서만 살아온 하이더르 또한, 가보지 못했지만 사실 언제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반면 카라치에 친척 집이 있어 언제든 해변에 가볼 수 있었음에도 옷이 젖는다는 이유로 발목밖에는 담가보지 못한 뭄타즈.
비바와 하이더르, 뭄타즈. 바다에 대한 이 세 사람의 기억과 접근성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만은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마치 <헤어질 결심>에서 "난 인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난 바다가 좋아요." 말했던 서래처럼, 이들 또한 인자한 사람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것.
이 영화가 "트랜스젠더와의 불륜 이야기"로 뭉뚱그리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트랜스젠더 비바가 '팜므 파탈'적인 매력으로 일가족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도 아니며 (진짜 아니다), 한 기혼 남성과 결혼 외부자 두 사람이 히히덕거리며 기혼 여성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진짜 아니다). 어쩐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생각났던 <헤어질 결심>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듯이.
이 영화는 단지 그 세 사람 모두가 눌려 있던 구조를 보여준다. 그 거대한 구조 아래 세 사람이 어떤 존재였는지 보여주고, 이들이 각각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두껍게 덮인 애빌린의 역설을 걷어내고 끝내 규칙에서 이탈하는 인간들의 자리가 어디인지 묻는다. 아름다운 인물들의 설렜던 마음을 손가락처럼 들어, 그 지점을 슬프게 가리킨다.
#뭄타즈의 이름
이 영화의 인물들이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설레지만 슬픈" 인물이었지만, 내 눈에 가장 밟힌 인물은 뭄타즈이다. 나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모르므로. 파키스탄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나로서는, '뭄타즈'라는 이름을 살면서 딱 두 번째 들었다.
처음으로 들은 이름 또한 현실에서 마주한 인물은 아닌데, 무굴 제국 황제 샤 자한의 아내였던 뭄타즈 마할이다. 샤 자한이 태어날 때만 해도 무굴 제국의 수도가 라호르였으니, 아주 인연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비록 그가 사망한 곳이자, 죽은 아내를 기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건축 사업을 벌인 곳은 라호르가 아닌 아그라였지만. 그 미친 사랑의 결과물이 타지마할이다. 뭄타즈 마할의 무덤.
샤 자한은 뭄타즈를 몹시 "총애"하여, 전쟁터에도 데리고 다녔다 한다.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후,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샤 자한은 타지마할을 짓기 위해 어마어마한 공력을 쏟아붓는다.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일일이 대리석을 파고 돌을 박아 넣었으며, 이탈리아처럼 먼 곳에서 수입해온 자재도 있었다. 똑같은 모양의 검은색 건물을 하나 더 지어 두 건물의 그림자가 포개지게 만들고 싶었다는데, 나라가 휘청일 정도의 건축을 보다 못한 아들 손에 끌어내려지며 이 미친 사랑의 공작이 불발되고 만다.
듣다 보면 늘 양가 감정이 드는 이야기이다. 그 나라 백성이었다면 그따위 무덤 보기도 싫었을 것 같고, 그 모든 이야기가 옛 전설처럼 고여 버린 지금으로서는 아무튼 그 도시를 먹고살게 해 주는 랜드마크가 되었으니. 그러나 그 뭄타즈 마할의 이름과 포개지는, <조이랜드> 속 뭄타즈를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샤 자한이 뭄타즈를 무척 사랑했다는 것만은 의심할 수 없지만 (누차 강조하지만 "미친" 사랑이다.) 그 사랑이 뭄타즈를 행복하게 했을지는 잘 모르겠기에. 말랄라 같은 프로듀서가 있었다면, 14명의 아이를 낳으며 전쟁터를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다면. 시대 정신조차 달랐던 때이니 뭄타즈가 무엇을 원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뭄타즈가 어떤 삶이든 선택할 수 있었다면, 다른 이야기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수백 년 전에 무덤에 갇힌 뭄타즈 마할도, 뭄타즈를 비롯해 각자의 창살에 갇혀 있던 이 영화 속 인물들도, 이 인물들이 표사하는 파키스탄 사회도, 그런 자유로운 선택지의 세상에 갑자기 짠 놓일 수는 없다. 그런 "조이랜드"는 우리에게 없다. 너무 아름답지만 멀고 아득한, 우리의 조이랜드.
그래서 이 영화가 마지막까지 쟁쟁 외친 소리가 며칠씩 여운으로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보지 못한, 가보지 못할 조이랜드가 아득하게 슬퍼서. 말랄라가 어떤 마음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했는지, 어쩐지 조금 알 것도 같은 기분이다.
-
- ? 18th JIMFF 이은정 감독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오랜만이다 의 #이은정 감독님 본격 탐구! ?♀️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오랜만이다]의 이은정 감독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8월 25일 대개봉!! ??
? 씨네픽쳐(스틸컷 퀴즈)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큐큐(Quote Quiz)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숏-퀴즈 절찬리 진행중!! ?
아이폰 다운로드 https://apps.apple.com/kr/app/%EC%94%...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
#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
- [Movielog #10] 각본가 맹키위츠가 바라본 그 시대의 위선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맹크가 넷플릭스에 공개 되었습니다.
고전 영화 시민 케인의 공동 각본가 맹키위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그가 시민 케인을 쓰게 된 이유나 쓰는 과정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영화사나 미국 당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 조금 흥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에요.
마치 예전 흑백영화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드는데요. 흑백영화 특유의 화면 질감과 음향이 완벽히 재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맹키위츠가 보고 들었던 그 당시의 할리우드 권력과 정치인들의 위선이 그대로 영화에 담겨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점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
- 영화 <아틱> 메인 예고편
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매즈 미켈슨)’.
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무전을 치고, 북극의 지형을 조사하고,
송어를 잡고, 죽은 동료의 무덤에 가서 인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추락한 헬기 속 생존자를 발견한다.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이대로 구조를 기다릴 수는 없고,
자칫 이동하면 함께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홀로 지내면서 잊고 있었던 생명의 온기.
그녀를 살리기 위해,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임시 기지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 속 선택의 순간…
살리기 위해 살아야 한다!
-
- 영화 <너에게 가는 길> 30초 예고편
34년차 소방 공무원 '나비'와 27년차 항공 승무원 '비비안',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내 아이의 커밍아웃 이후 오늘도 한 걸음 다가가는 중인 현재진행형 그녀들의 뜨거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