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06 16:09:35
3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3월 3일 ~ 3월 5일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주말은 날씨가 너무 좋았죠! 낮에는 완연한 봄날씨였는데요, 이번 주도 날이 따뜻하다고 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바람이 차니 외투를 단단히 챙기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지난 주말 동안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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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3월 첫 주 극장을 찾은 관람객 수는 총 212만 2천 명, 그중 주말 관람객 수는 104만 3천 명으로 지난주보다 34% 증가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박스오피스 1위는 영화 <악인전>을 성공적으로 연출한 이원태 감독의 신작 <대외비>에게 돌아갔는데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과 달리 영화에 대한 전체적 평이 아쉬운 가운데 좌석 판매율은 12%를 기록했습니다. 2위의 경우 기존의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재구성한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에게 돌아갔으며 누적 관객 384만 3천 명을 기록해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 순위를 다시 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습니다. 뒤를 이어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4위를, 지난 주말 1위를 차지했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네 계단 내려온 5위를 기록했습니다. 개봉 2주 차인 <서치2>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며 6위에 머물렀고, 차태현과 유연석이 주연을 맡아 여러 마리의 개들과의 동행을 그린 힐링 로드무비 <멍뭉이>는 7위로 데뷔했습니다. 아래에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이어나가 볼게요 :)
1. <대외비>(NEW)

한국 영화 <대외비>가 주말 관객 25만 7천여 명을 동원하며 근소한 차이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외화의 강세 속에서 1위라는 칭찬할 만한 성적이지만, 2위를 차지한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와의 관객 수가 2만 명 남짓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힘겨운 싸움이었습니다.
앞서 <대외비>는 개봉 첫날이었던 지난 1일 18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출발했으나 뒤따라 개봉한 <귀멸의 칼날>에게 곧바로 밀리며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틀 연속 2위에 머물렀습니다. 이어지는 주말 동안 간신히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서는 데 성공했으나 현재 예매 관객 순위가 6위로 떨어진 상황, 오는 8일 개봉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할리우드 스릴러 <똑똑똑>, 기개봉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보다 낮은 순위입니다. 어렵게 손에 얻은 박스오피스 1위지만, 돌아오는 주말 <대외비>의 극장 성적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2.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NEW)

이번 편에서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 그리고 음주 우즈이 텐겐이 혈귀 규타로, 다키 남매와 벌이는 전투를 담은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가 주말 23만 5천여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좌석판매율은 무려 46.9%로 충성 팬덤의 위력을 입증했는데요, 해당 작품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중 7번째 작품으로, 앞서 2021년 개봉했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은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218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3. <더 퍼스트 슬램덩크>(⬇︎1)

지난 1월 4일 개봉해 무려 두 달간 국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며 장기 흥행 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주말 관객 수 11만 4806명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384만 3529명으로, 6년 동안 역대 국내개봉 일본영화 흥행 1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너의 이름은>의 누적 관객 380만 명의 성적을 제친 기록입니다. 이로써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되었는데요, 그간 어느 작품도 도달하지 못했던 400만의 고지를 찍고 그 이상의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슬램덩크에게 역대 흥행 순위 1위의 자리를 빼앗긴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이번 주말 다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예정에 있습니다.
이렇게 3위까지의 순위를 확인해 봤는데요, 그럼 씨네픽의 이번 주 142회 예측 이벤트였던 3월 1주 차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한 주 동안에도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습니다! 전체 참가자 중 <대외비>의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예측한 유저는 47%에 머물렀으며, <귀멸의 칼날>이 2위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한 유저는 각각 9%, 18%에 그쳐 낮은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대외비>와 <귀멸의 칼날>이 예상치 못한 접전을 벌이게 되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 듯한데요,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이번 주 토요일에 더 재미있고 유익한 예측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이어서 나머지 박스오피스 순위도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4.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NEW)

지난해 12월 10일부터 11일 양일간 개최된 가수 임영웅의 전국 투어 앵콜 공연 'IM HERO'를 담은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CGV 단독 개봉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순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개봉 전에도 압도적으로 높은 예매율 때문에 관심이 모아졌었는데요, 주말 관객 6만 5780명, 누적 관객 13만 4622명을 기록하며 실제 극장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한편,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임영웅의 해외 팬들을 위해 오는 4월 중순 미국과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에서의 개봉 또한 확정 지었다고 밝혔습니다.
5.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4)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MCU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개봉 후 2주간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유지했지만 눈에 띄는 하락세에 여타 마블 영화의 흥행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 때문에 큰 우려의 대상이었는데요, 결국 이번 주말 관객 수 6만 5403명, 누적 관객 150만 9941명으로 간신히 박스오피스 순위 5위를 달성했으며, 좌석 판매율 역시 7%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다음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입니다. 복싱 영화 <크리드3>가 미국 개봉 첫 주말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를 제치고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크리드3>는 <록키>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크리드> 시리즈 3번째 영화로, 국내에서도 지난 3월 1일 개봉했지만 박스오피스 23위에 그치며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전작들의 개봉 첫 주말 성적이 각각 2960만 달러, 355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크리드3>는 이번 주말 5865만 달러를 벌어들여 시작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뒤를 이어 지난주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코카인 베어>는 한 계단씩 떨어져 2위와 3위를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는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이 매출액 1011만 7806 달러로 4위에 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적 각성 운동의 하나로 평가받는 1960~70년대 '예수 운동'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지저스 레볼루션>이 5위를 차지했는데요, 해당 영화는 업계 최대 예상치였던 700만 달러를 한참 웃도는 3054만 1391달러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기독교 영화의 예상치 못한 흥행에 업계는 모두 놀라는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55%로 평단의 외면을 받았지만 팝콘 지수와 A+ 시네마스코어는 99%의 점수로 관객들의 호응이 무척 좋은 편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크리드3> 5865만 달러 (누적 5865만 달러)
2.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1247만 달러 (누적 1억 8679만 달러)
3. <코카인 베어> 1102만 달러 (누적 4128만 달러)
4.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1011만 달러 (누적 1011만 달러)
5. <지저스 레볼루션> 865만 달러 (누적 3054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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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3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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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녀에겐 그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해
3일의 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하늘나라에 살고 있는 박복자(김해숙)이다. 복자는 휴가를 앞두고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복자. 유령인 채로 3일간 땅으로 내려가는 것이 휴가의 내용이다. 그 대신 조건이 있다. 복자는 현실세계의 그 어떤 인물과 대화할 수 없다. 단지 현실세계의 기억만 머릿속에 포착하는 것이 휴가의 목적이다. 주저하지 않고 딸 진주(신민아)에게 향하는 복자. 딸이 미국 UCLA에서 교수 일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던 복자는 의외의 모습을 발견한다. 바로 자기가 살던 고향 집에, 그것도 혼자 살고 있는 딸을 본 것이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답답해 죽을 것 같은 복자. 유령인 복자는 딸이 처한 처지를 옆에서 바라보며 그녀의 휴가를 완성한다.
이거 달라는 거 맞지
<3일의 휴가>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영화다. 이 영화의 목적은 가족영화로서 감동을 주는 것과 음식을 다룬 영화로서 관객들의 허기짐(?)을 유발하는 것이다. 전자를 위해 영화가 취한 전략은 ‘김해숙’이다. 김해숙 배우는 이 영화에서 순박한 어머니상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그 중 글쓴이가 기억하는 장면은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이 장면에 오기까지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 박복자가 딸 진주에 대해 깨닫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보여준 김해숙 배우의 표정연기는 진한 울림을 준다. 또 복자 역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딸 진주와의 대화 씬이다. 이 대화들은 영화 안에서 중요한 과제가 있다. 관객들이 ‘내가 어머니에게 살갑게 대해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해숙 배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연기지만 그래도 이 몫을 충실히 이행한다. 물론 상대역의 신민아 배우도 훌륭했다. 신민아 배우가 맡은 진주는 가족과 관련한 어두운 상처가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이 이 인물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를 체화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대표적으로 이 인물의 평소 말투는 어두운 내면을 표현하는데 적합하다.
또 이 영화는 음식을 잘 다룬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배고픈 분들은 이 영화 보면 안된다. 대표적으로 화사한 조명으로 온기를 살린 촬영 방식은 음식의 생동감을 살리는 좋은 연출이었다. 심지어 요리하는 과정도 영화에 등장한다. 글쓴이는 멸치국수를 만드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면도 예쁘게 배열하고 국수도 푹 우려서 만드는데, 이 영화에서 가족영화로서의 특징뿐만 아니라 이런 '먹방'요소도 담고자 했다는 것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음식 종류도 현실감이 있어 좋았다. 보통 이런 음식 영화(그것도 한국영화)들은 고기류를 잘 안 다룬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스팸김치찌개나 멸치국수 같은 소재들이 등장한다. 우리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소재들이 등장해서 리얼리티를 높인 것이다. 물론 이야기 도중에 음식이 등장하는 이유도 타당하다. 가족의 의미를 강조하는 영화인 만큼 음식이 인물간의 대화를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그래서 줬어
<3일의 휴가>에 대해 변론을 대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 영화가 너무 신파극이다’라는 코멘트다. 물론 이 영화가 익숙한 공식을 답습하는 감은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상황을 억지로 짜 맞춰서 관객을 울리지는 않는다. 윤리적인 거리를 붕괴시켜 관객을 억지로 울리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또 반대로 2023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3일의 휴가>를 보고 ‘이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 거야’ 예측하지 못할까? 글쓴이는 어떤 관객이든 이런 전개를 예상할 것이라고 본다. 두가지를 고려해서, 글쓴이는 마음을 열고 이 영화가 얼마나 감동적인지를 찾는 것이 영화를 즐기는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이 윤리적인 문제, 그러니까 소재를 어떻게 존중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은 잘 지켰기 때문에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카페에서 핫초코라떼를 주문하고 ‘왜 이거 달아요’라고 사장님에게 물으면 뭔가 이상하잖아?
1차원적인 관계
당연히 이 영화의 단점도 느껴졌다. 일단 진주와 복자의 모녀관계다. 이 영화의 모녀관계는 한 줄로 요약 가능하다. ‘어떻게 요약할 수 있냐?’가 중요할 텐데, 한쪽이 일방적이면 다른 쪽은 받아주기만 한다. 이게 지나친 탓에 글쓴이는 두 사람이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보통 한 쪽이 일방적으로 다 져주는 관계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는 심지어 어머니 복자가 유령이 되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물리며 어머니로서, 딸로서 성장하는 서사를 가졌다면 관객 입장에서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름대로 이 모녀가 서로에게 이런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의 연출이 그렇게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와닿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사실 복자 캐릭터는 모녀관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아니더라도 아쉬웠다. 바로 복자가 인물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복자는 유령이기 때문에 딸 진주와 대화할 수 없다. 이를 복자 입장에선 초반에 파악함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리액션을 반복한다. 글쓴이는 이것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굳이 복자가 이렇게 행동할 필요 없는 것이다. 아예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불안정한 마무리
다음으로 아쉬웠던 점은 엔딩이다. 이 영화의 엔딩은 인과관계를 무너트린다는 점에서 아쉽다. 영화 후반부가 되면 인물이 처한 상황에 대해 한참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은 이것과 상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를 이렇게 끝낸다면 가이드(장기영) 캐릭터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글쓴이는 아니라고 본다. 반대로 이 인물이 이 선택 중 다른 것을 골라도 영화 마무리에는 큰 차이가 없을 듯 싶다. 또 인물이 이 선택을 고른다는 것에 감정선이 얕기 때문에, 후반부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쓴이는 인물의 이 선택이 과연 정말 딸을 위한 길이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또 이 영화만의 개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콘셉트는 특이했다. 딸과 엄마가 같은 공간에 있지만 대화할 수 없다 / 음식을 바탕으로 가족 간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라는 점이다. 영화가 이 목표 말고 나머지에선 다 실패하고 있다. 모녀관계를 얕게 탐구해서 개성이 느껴지지 않고 코미디로 보기엔 애매하며 힐링물로 받아들이기엔 이웃들의 캐릭터가 아쉽다. 두가지 요소 말고 나머지 것들이 얕기 때문에 영화의 많은 요소들이 기존 작품들의 연장선상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모 영화도 생각나고, <사랑과 영혼>, <리틀 포레스트>가 연상된다. 이런 영화들을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신선하다고 느끼겠지만 이외의 사람들에겐 이 <3일의 휴가>가 진부하게 들릴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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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최신개봉영화
10월의 마지막!
10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4주 개봉영화 5편!
애프터: 관계의 함정 After We Fell , 2021
애프터 그 세번째 이야기!
소설 발간보다 영화화가 먼저 성사된 원작 '애프터'는 40개국에서 30개의 언어로 출간되어
1,100만 부가 판매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작의 메가 히트에 힘입어 탄생한 '애프터' 프랜차이즈는 1편으로 제작비 대비 400%의 월드와이드 수익을 창출하고
4편까지 영화화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 시대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죠.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1편 '애프터'는 21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었으며, 2편인 '애프터: 그 후' 그리고 3편인 "애프터: 관계의 함정"이 개봉을 합니다.
"애프터: 관계의 함정"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애프터: 너에게 가는 길'을 관람하기 위해
꼭 정주행을 해야 할 '애프터'의 클라이맥스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테사'의 가족 이야기와
'하딘’ 본인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과거가 모두 밝혀지며 전작에서의 모든 떡밥을 회수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감독, 작가, 프로듀서, 배우가 완성한 여심저격 찐공감 100% 로맨스 탄생!
첫번째 추천영화 "애프터 관계의 함정"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퍼펙트 스틸 Naked Singularity , 2021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선택!
영화 "퍼펙트 스틸"은 인생을 바꿀 한방을 노리는 국선 변호사 ‘캐시’의 완벽한 절도를 그린 하이스트 무비입니다.
‘넘버 13’을 연출한 ‘그것’ 리부트판의 각본을 쓴 체이즈 팰머 감독의 신작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존 보예가, '그것' 시리즈의 빌 스카스가드,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올리비아 쿡, '미드웨이'의 에드 스크레인까지
쟁쟁한 할리우드 기대주를 모두 모은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021년 제64회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SFIFF 관객상 최고의 장편 부문을 수상하며 그 재미를 증명 받았죠
'글래디 에이터', '마션'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두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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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ANNETTE , 2021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귀환
2012년 '홀리 모터스'로 전 세계 시네필들의 마음을 훔쳤던 레오 까락스 감독이 9년 만에 신작 "아네트"로 귀환했습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이 만든 최초의 음악영화입니다.
영화 "아네트"는 예술가들의 도시 LA에서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함께 인생을 노래하지만,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빛과 어둠을 담은 작품입니다.
영화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오르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과 제작을 맡았으며,
영화 ‘라 비 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마리옹 꼬띠아르가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전설적인 뮤지션 ‘스팍스’와 함께한 레오 까락스 감독의 첫 음악 영화,
지금껏 본 적 없는 시네마틱 뮤지컬의 탄생!
세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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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アジアの天使 , The Asian Angel , 2021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여정을 떠나는 힐링 드라마입니다.
제작 단계부터 한국과 일본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 이시이 유야는
현재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감독입니다.
국내에서는 2014년 개봉한 '행복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8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다정한 위로와 상냥한 유머로 상처 입은 모두에게 마법같은 위안을 선사할
네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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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론 Ron’s Gone Wrong , 2021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2' 제작진이 선사하는 새로운 모험
영화 "고장난 론"은 최첨단 소셜 AI 로봇 비봇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세상 속 스릴 넘치는 모험과 특별한 우정을 다룬 이야기 입니다.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영화 '아더 크리스마스'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사라 스미스가 공동연출, 공동각본, 총괄제작을 책임졌고, 아카데미 수상작 '인사이드 아웃'과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굿 다이노'로 따듯하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장 필립 바인과
'코코', '인크레더블 2', '몬스터 대학'의 베테랑 스토리텔러 옥타비오 로드리게즈가 함께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 결과 "고장난 론"은 걷기, 말하기, 게임, 셀피, SNS 등 무한능력과 함께 모든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최첨단 소셜 AI 로봇인 비봇을 탄생시켰고, 그 완벽한 기술력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비봇 사이에 고장난 ‘론’이라는 변수를 첨가시키며
황당하고 위험한 사건을 겪지만 그로 인해 신나고 짜릿한 모험까지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디즈니, 픽사의 흥행 계보를 이을 로봇 캐릭터 ‘론’의 탄생!
다섯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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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치고 힘든 순간이 하이틴 영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성적표를 받은 미국의 고등학생, 거기에 적힌 글자는 ‘C’다. 여타의 학생이라면 우울한 기분으로 게을렀던 과거를 후회하거나 부모님께 혼날 걱정을 할 것이다. 그녀는 다르다. 선생님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부모님께 성적표 공개를 거부한다. 어떻게 자신하냐는 질문엔 매 학기 선생님들을 설득해 점수를 올렸다고 당당히 말한다. 심지어 독신인 토론 선생님이 행복하면 점수가 올라갈 거란 가정하에 다른 선생님과 로맨스를 만든다, 그녀의 계획은 성공하고 훌륭한 성적을 받으며 친구들의 고마움과 인기를 한꺼번에 얻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하이틴 영화 ‘클루리스’에서는 가능하다.
영화 ‘클루리스’는 벌써 개봉한 지 20년이 훌쩍 넘는 이야기로 제인 오스틴의 ‘에마’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만든 작품이다. 많은 사람이 하이틴 영화의 정석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꼭 봐야 할 하이틴 TOP’ 순위에도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마치 하이틴 영화계의 히치콕의 ‘사이코’고 셰익스피어다. 전체적인 내용은 간단하다. 베벌리 힐스에 사는 고등학생 셰어의 학교생활과 우정, 사랑을 다룬다. 부유한 집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자란 아가씨가 변호사 아빠를 닮아 말도 청산유수인데 자신감마저 넘칠 때 벌어지는 상황들이 주요 사건이다.
클루리스 영화의 특징은 셰어라는 인물의 특징과 일맥상통한다. 주인공의 매력이 특히 중요한 하이틴 영화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먼저 옷을 좋아한다. 몸에 달라붙는 슬립 원피스와 노란색 체크 셋업 의상, 가죽 치마와 프레피 룩은 화려한 외모와 잘 어울린다. 영화의 분위기마저 알록달록하고 다채롭게 보인다. 유행은 돌고 돌아서 촌스럽지 않고 2020년에 유행하는 의상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셰어가 집에서 입고 있는 보라색 이너와 세트인 카디건은 요즘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디자인이다. 게다가 영화가 셰어의 독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근 유행하는 Vlog를 보는 기분이 든다.
다음 특징은 영화 속 어떤 상황이라도 과즙미를 머금고 상큼하게 만드는 대사들이다. 아빠가 밤늦게 파티에 간 셰어에게 “몇 시인 줄 알아?”라고 묻자 그녀는 태연하게 씩 웃으며 ‘이 옷엔 시계가 안 어울려요.’라고 대답한다. 만화를 보며 의붓오빠인 조시에게 매우 실존주의적이라고 고급스럽게 말하고는 단어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또 다른 파티를 나가려고 할 때 아빠와 나누는 대사는 어이가 없어서라도 웃게 된다.
“그 옷이 뭐니!”
“드레스요.”
“누가 그래?”
“캘빈 클라인이요.”
설득력 없고 종종 이해되지 않는 그녀의 사고 회로는 당연하다는 듯 뻔뻔하고 당당하게 말하자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그녀 자신도 스스로 사랑스럽고 멋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또래 남자애들은 자신보다 옷도 못 입고 멍청하다고 무시한다.
이렇게 세상을 다 알 것처럼 친구들에게 훈계하고 세상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거라 행동하던 그녀도 사회의 벽에 부딪힌다. 맞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연결해주다가 상처 받고, 사람에 대한 그릇된 편견으로 위기에 처한다. 기어코 운전면허 시험까지 떨어졌을 땐, 자신이 몹시 작고 바보가 된 기분을 느낀다. 그녀가 영화의 첫 장면에서 말하듯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10대다.
진정으로 셰어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요소는 이 순간이다. 좌절한 순간들마저 그녀 답게 해결한다. 철없던 자신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다툰 친구에게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물품 기부 행사를 열며 앞장선다. 그러면서 엉뚱함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철없음을 깨닫는 순간조차 쇼윈도를 보며 내면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저 옷이 제 사이즈가 있을까요?’라며 독백한다. 옛날 영화답게 연출도 귀여워서 셰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할 땐 그녀 뒤에서 분수가 튀어 오른다. 그녀와 영화는 뭘 해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하이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쉽기 때문이 아닐까?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고 웃을 수 있다. 풋풋한 주인공의 로맨스에 대리 설렘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과거에 개봉한 하이틴 영화는 열이면 열 개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사랑을 이루고 우정을 얻고 성장한 주인공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마지막 장면이다. 우리의 일상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치고 무기력하게 버티는 시간들이 결국엔 하이틴 영화처럼 더는 닫을 수 없을 만큼 꽉 닫힌 행복으로 끝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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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8월 신작!
넷플릭스 8월! 신작 추천5편
키싱부스3
런닝타임: 1시간 53분
8월11일 공개
장르: 로맨스, 코미디
감독: 빈스 마셀로
출연: 조이 킹, 조엘 코트니, 제이컵 엘로디
절친이 있는 버클리? 남친이 있는 하버드?
둘 중 어디에 입학할지 못 정한 엘, 역대급 여름을 위한 버킷 리스트부터 세운다
근데 구 썸남의 등장으로 묘해진 이 분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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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8월27일 시리즈 공개
장르: 드라마, 웹툰 밀리터리
크리에이터 : 한준희, 김보통
출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이등병 준호에게 떨어진 새로운 임무
그는 탈영병을 추척하며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아무리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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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헌터
런닝타임: 1시간 43분
8월24일 공개
장르: 액션, 어드벤쳐
감독 : 폴 앤더슨
출연: 밀라 요보비치, 토니 자, 론 펄먼
실종된 팀원을 찾아 나선 아르테미스 대위와 부하들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어느 순간 이상한 세계에 와 있다.
초강력 거대 몬스터가 급습하는 이곳을 벗어나려면 몬스터와 싸워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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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
런닝타임: 1시간 36분
8월24일 공개
장르: 코미디, 호러
감독 : 크리스토퍼 랜던
출연: 제시카 로스, 이즈리얼 브루사드, 루비 모딘
오늘은 내 생일 그리고 내가 죽는날이다
생일날 가면을 쓴 의문의 인물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대학생
그런데 눈을 뜨니 같은 날이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도대체 언제까지 죽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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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압둘
런닝타임: 1시간 51분
8월23일 공개
장르: 드라마
감독 : 스티븐 프리어스
출연: 주디 덴치, 알리 파잘, 팀 피곳 스미스
빅토리아 여왕에게 전달할 선물을 들고 영국에 상륙한 인도 청년
존엄하신 여왕 폐하와 눈을 마추져버렸다
유쾌하고 순박한 이 청년, 81세의 고독한 여왕과 우정을 쌓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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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한 죽음일까, 강요된 죽음일까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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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안락사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점이다. '안락사' 자체는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토론 주제로 도마에 올라 왔다. 안락사의 역사가 오래된 스위스를 필두로 북미와 유럽 국가들이 안락사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다. 이 보편적 흐름에서 특이하게도 아시아만 동떨어져 있는데, 아마도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인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할 것이다.
<플랜75>는 집단주의 그 자체인 일본 감독의 영화이다. 북미나 유럽에서 제작되었다면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아시아 국가에서 안락사를 주제로 하니 디스토피아적 판타지처럼 다가온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 때야 내가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지만, 이제는 거울을 보면서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갈 것이고, 언젠가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희한하다. 내 마음과 정신상태는 20대 초반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육체가 늙고 사회적으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나는 사회가 규정한 정상 궤도의 삶을 살지도 않는데 이따금 나이를 생각해 보면 당황스러워지곤 한다. 누구라도 그럴 것 같다. 20대도, 30대도, 40대, 50대…. 90대인 우리 할머니도 그럴 것이다.
안락사 허용에 대한 관점은 지금도 첨예하게 대립한다. '죽을 권리'가 있다는 찬성과 윤리적인 측면의 반대다.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건 너무 추상적이라, 나는 그보다 '죽음을 강요'하므로 반대한다는 쪽에 힘을 싣는다. 안락사가 허용되면 아마도 죽고 싶지 않은데 죽어야 할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노인복지가 개판인 우리나라에서, 왜 안 죽느냐는 핍박이 없을 리 없다. 나는 살고 싶은데 누가 죽으라고 한다면, 그보다 더 큰 비극이 있을까.
그럼에도 죽을 때 죽더라도 곱게 죽고 싶다. 겨우 연명만 하며 살고 싶지 않다. 치매에 걸린다거나 의료기기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아야 한다면 그 또한 끔찍하다. 적당히 살고 죽을래, 라는 말을 죽어가면서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대로, 75살에 고통없이 죽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오케이 하고 죽을 준비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플랜75>는 초고령사회에 접어 들면서,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75세 이상의 노인에게 안락사를 권하는 국가정책사업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몇 분간의 장면은 후에 이어지는 장면들과 매우 이질적인데, 한 청년이 집단주의적 선언을 하며 자결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일본인들의 정서를 살짝 내비치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는, 가미가제식 자결을 보여 주는 건 감독이 일본인이어서일까? 썩 좋지 않았다.
아무튼 이후로는 호텔 청소부로 일하는 '미치'와 그의 친구들 이야기이다. 미치는 78세의 노인이지만 아직 경제활동을 한다. 젊은이들보다야 손이 느리기는 해도 아주 못할 만큼 늙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플랜75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 시청 직원인 '히로무'는 정신없이 바쁘다. 노인들에게 플랜75가 얼마나 좋은 정책인지 설명하고 신청을 받느라 여념없다. 일시금으로 지원금도 받고, 고통없이 죽을 수도 있으니 천국 아닌가.
그저 공무원으로서 나라에서 하는 일을 성실하게 하던 히로무는 삼촌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제 친척이 안락사를 신청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삼촌은 히로무의 부친과 사이가 좋지 않아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않을 정도였다. 몇 년 만에 만난 삼촌은 늙고 비루하기만 하다.
각종 교량이나 도로 공사에 참여하며 지역에서 수도 없이 헌혈을 했던 헌혈증을 발견하면서, 삼촌에게도 젊고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음을 안다. 그 삼촌과 지금의 비루한 삼촌이 동일 인물일까. 개인의 연속성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치도 마찬가지, 젊은 시절의 미치와 지금의 미치는 동일한 인물일까. 플랜75에 관심이 없었으나 아파트 퇴거 명령이 떨어지고, 직장을 잃으면서 미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안락사뿐이다. 문자 그대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떠밀리듯 플랜75를 신청하고, 미치는 전담 콜센터 직원인 '요코'와 정기적으로 통화를 한다. 통화를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하여, 지금의 감정에 대하여 털어 놓는다. 미치에게 결국 요코를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데, 요코도 회사 몰래 미치를 만나기로 한다.
같이 볼링을 치는 순간들, 크림소다의 맛, 친구들과 모여 앉아 사과를 깎아 먹는 것, 해가 지는 노을이나 비가 오는 풍경. 그런 사소한 것들이 사람을 살게 만든다. <플랜75>에서는 일상적인 풍경들을 천천히 카메라에 담는다. 미치가 빨래를 걷고, 친구의 집에 놀러 가고, 삼촌이 조카에게 요리를 해 주고, 조카가 삼촌을 모시고 짧은 여행을 떠나는, 어쩌면 지극히도 평범한 일상의 풍경.
플랜75에 참가하는 노인들에게는 지원금이 지급되는데, 초반의 히로무는 그들에게 그 돈으로 여행이라도 다녀 오라고 권한다. 그러나 삼촌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히로무의 감정이 서서히 변한다. 미치를 만난 이후 요코의 감정도 요동친다. 그들이 낡으면 폐기되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기가 막히도록 당연한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미치가 플랜75에 사인한 것은 자발적 선택일까, 강요된 선택일까. 바꿔 말해 죽기로 선택했을까, 죽으라고 강요받았을까. 미치는 죽고 싶지 않았다. 옆 침대에서 약물을 투입받으며 죽어가는 남자를 보며 두려워했다.
인간에게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죽어야 할 만큼 삶이 더 두렵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에게 안락사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할 수 있을까.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 예컨대 영원히 맑은 하늘을 서서히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볼 수 없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영원히 못 듣는다는 것. 그런 사소한 것들이 마음에 걸린다. 하루만 더, 한 번만 더, 이런 미련이 질질 샐 것만 같다.
그런데 또 늙을 만큼 늙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인이 되었을 때 나에게 곱게 죽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 기회를 놓칠까 싶기도 하다.
영화 <미 비포 유>를 함께 보는 것도 좋겠다. 설정도 분위기도 완전히 다르지만 비슷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미 비포 유>에서 촉망받았던 젊은 사업가 윌에 대한 마음과, <플랜75>의 미치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달랐다. 어이없게도 나는 무엇을 응원했나 싶다. 내가 좀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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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75(Plan 75)
감독: 하야카와 치에
출연: 바이쇼 치에코, 이소무라 하야토
러닝타임: 113분
개봉: 2024. 0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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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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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고립과 정박, 그러나 실재
DIRECTOR. 루루 헨드라(Loulou HENDRA)
CAST. 셰니나 시나몬(Shenina CINNAMON), 아르스웬디 베닝 스와라(Arswendy BENING SWARA), 앙가 유난다(Angga YUNANDA), 유수프 마하르디카(Yusuf MAHARDIKA) 외
PROGRAM NOTE.
마이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은 바다 위에 부유하는 허름한 수상가옥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오래전 땅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던 다약 원주민인 그녀는 광산 개발로 인해 땅을 빼앗기고 한 노인에 의해 구조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도 잃고 친척들과의 연락도 끊기게 된다. 십 년 넘게 바다 위에서 생존하지만 뭍에는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땅에 발이 닿기만 해도 혼절해버리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불길한 장소가 돼버린 땅이지만 그녀는 땅과 그 위의 생명들을 그리워한다. 낡고 무너져가는 집이 언제까지 물 위에서 버텨줄지도 알 수 없다. 인도네시아의 신예 루루 헨드라 감독의 <생존자의 땅>은 트라우마에 갇힌 인간의 몸부림과 내면적 성장에 대한 영화적 고찰이다. (박성호)
감독은 탄광 지역 개발로 삶이 불안해진 인도네시아의 한 도시를 보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불안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해졌다. 영화는 소음에 가까운 거대한 기계음만 들어간 까만 화면으로 시작해, 이내 기울어진 물 위의 집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그 불안과 그에 맞서는 인간의 힘을 세밀히 흘려 보낸다.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집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마이와 할아버지의 노력으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대다수의 한국인은 자신이 섬에 속한 존재가 아님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한 면이 막힌 반도에서의 삶은 이따금 섬의 생활을 그려보게 하는 측면이 분명 있지만, 온전히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 사는 삶과는 분명 감각이 다르다. 여기에 재해처럼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는 일들까지 더해지면 불안은 배가된다.
심지어 이 영화의 주인공 마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물러난 곳에 있다. 땅을 밟으면 코피를 쏟으며 기절하는 마이의 증세는 심리적 사유 외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영화는 이러한 증세가 찾아오기까지 마이의 삶에 있었던 굴곡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따금 대화에서 드러나는 할아버지의 삶과 마이 부모님의 죽음 이야기를 통해 막연하게 짐작하게 할 뿐이다. 확실한 건 현재 마이가 거의 유령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인간들이 쉽고도 자연스럽게 하는 행위에 제약을 얻은 존재.
그 때문에 마이의 집은 물 위에 배로 떠올린 곳이다. 기본적으로 고립을 특성으로 하는 공간이다. 키우는 닭 또한 흙 없이 갑판 위에 뿌린 모이를 쪼는 것밖에 할 수 없고, 많지 않은 마이의 대사는 대부분 할아버지를 향해 집에 대한 불안이나 욕구를 표현하는 내용으로, 거칠고 짤막하게 구성된다. 마이의 세계는 말로 재구성되는 양이 많지 않다.
할아버지 친구의 손자이자 마이에게 계속해서 친절한 손을 뻗어 오는 유스, 인도네시아의 군사문화 잔재의 기운이 드러나는 제복을 입고 외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라와, 두 사람을 만날 때에도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마이의 욕구는 단순하다. 다친 물소를 돌보고 싶고, 땅을 밟고 싶다. 이외에 대사로 발화되지 못한 마이의 마음들은 배를 타고 나가서 만날 수 있는 고목에 속삭임으로 전달된다.
고목 옹이에 입을 대고 마음을 전하는 마이는 결국 뭍의 존재들을 믿지 말라던 할아버지의 손녀다. 조상을 향한 할아버지의 기도는 비록 원하는 방향으로 응답된 적이 없지만, 조상들이 자신의 언행을 지켜보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현실에 손길도 미치고 있다고 믿는 마음 또한 실재(實在)를 중시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물소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야기할 때 사진을 보여주는 라와와 달리, 실재만을 믿고 증거로 채택하는 유스 또한 같은 할아버지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래서일까? 이들을 땅 너머로 몰아낸 자들의 존재는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탄광 회사는 두어 장면을 제외하면 말 속에서만 존재하고, 영화는 그들을 묘사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실재를 믿는 사람들의 영화에 실재하지 않음으로써 탄광 회사의 위치는 명확해진다. 그리고 더더욱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존재감을 갖게 된다. 마이와 할아버지가 처한 답답한 고립과 정박의 상황을 그들은 알지도 못한다. 검은 화면에 기계음만 들어가 있던 첫 장면과, 바로 이어진 마이의 집 장면의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
사진으로 증거를 삼는 라와, '자기 인생은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면서 할아버지의 결정은 들어주지 않는 삼촌의 존재는 마치 그 탄광 회사의 그림자 같다. 자기 이득을 위해 말을 이리저리 가져다 붙이고, 실재하는 것을 직면하기보다는 말이나 사진으로 재구성된 것들을 믿고 싶어 한다. 얼핏 보면 합리적이고 무고해 보이는 선택들이지만, 이 선택들이 누군가를 땅 끝으로, 땅 너머로 몰아내고 있음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영화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탄을 가득 실은 거대한 콘테이너 배가 스크린을 가로지를 때, 그 앞에 작은 조각배를 띄우고 두 다리 단단하게 선 사람의 뒷모습이다. 마치 이 영화 자체 같은 장면이었다. 환상의 악기 연주와 아름다운 춤처럼, 이 영화처럼, 불안을 흩뿌리는 탐욕에 맞서 고립되고 정박된 존재들은 늘 유약하다. 그러나 인간적이고, 그래서 아름답다. 고립되고 정박되었어도 이들은 두 다리로 여기에 실재한다. 현실 속의 마이와 같은 존재들이 어디 있는지, 나는 또 어디에 있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였다.
10/04 16:00 영화의전당 소극장 (상영코드 078)
10/05 10:00 CGV센텀시티 3관 (상영코드 157)
10/09 10:00 CGV센텀시티 7관 (상영코드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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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큘 포와로의 살인범 찾기! 모두가 용의자다!
명탐정 포와로가 돌아왔습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후속영화인 나일 강의 죽음이 개봉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포와로의 활약이 돋보이는데요.
호화 유람선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부유한 상속녀 리넷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보여지게 되는데요.
진정으로 리넷을 위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가려내는 것도 포와로가 할 일이 되겠네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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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터널스가 풀어줄 숙제들
#이터널스 #이터널스예고편 #마동석
2021. 05. 2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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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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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이터널스 궁금하지?
00:45 어벤져스와의 관계
02:42 아이언맨 in 인도
03:32 타노스급 뉴 빌런
04:47 타노스와의 관계
05:16 왕좌의 게임 삼각관계
06:14 이터널스가 가장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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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앵커> 티저 예고편
- 생방송 5분 전, 죽음을 예고한 의문의 제보전화? 사건 현장을 목격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완벽했던 앵커를 뒤흔든 충격적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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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무도 없는 곳> 메인 예고편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여기,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