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2023-03-30 12:47:47
결혼은 미친 짓이다
샷건 웨딩(2023)
*본 영화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달시’(제니퍼 로페즈)와 ‘톰’(조쉬 더하멜)의 결혼식 당일,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에 참석할 모두가 섬에 모인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이던 그때! 갑자기 들이닥친 해적으로 인해 결혼식장의 모두가 인질이 되고… ‘달시’와 ‘톰’은 무사히 혼인서약을 마치기 위해 목숨을 건 버진 로드를 걷게 되는데… 죽이든가, 죽든가! 가장 화X한 웨딩이 온다!
사람들은 흔히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샷건 웨딩> 속 이 커플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한 듯하다. 그런데 그 완성으로 가는 과정 중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 결혼식에서 일이 터진다. 그런데 이 일이 단순히 우연히 일어난 해프닝일까?
둘의 결혼식은 초반부터 삐걱댄다. 톰의 완벽해야 하는 결혼식은 불만 가득하고 달시는 자신의 자신이 바라던 결혼식이 아닌 것에 대해 계속해서 불편하다. 둘의 불만과 불안이 계속 쌓여가다 결혼식 날 아침이 밝는다. 갑자기 등장한 달시의 전애인, 션의 존재가 거슬리는 톰과 자신과 맞지 않는 전통에 자신을 끼워 맞추고 있는 달시는 결국 거스러미를 참지 못한다. 둘의 불만이 터져나가고 갈등으로 치닫는 순간 당사자 없는 결혼식에서는 납치 사건이 벌어진다.
결혼은 혼자가 아닌 둘이 하는 것이다. 또 결혼식 이후에는 동화처럼 엔딩이 나지 않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맞춰가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펼쳐진다. <샷건 웨딩> 속에서는 생전 겪을 일 없던 하객 납치 사건이 둘에게 현실로 들이닥친다.
그들은 계획을 짜는 순간조차도 삐걱거린다. 톰의 완벽해야 하는 계획에 자꾸 달시가 태클을 건다. 그런데 달시의 일차원적이고 대책 없는 계획이 자꾸만 먹힌다. 톰 혼자 준비했던 완벽한 결혼식은 이제 없지만 둘이서 이 결혼식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둘이 유일하게 같은 게 있다면 납치당한 하객들을 지켜내야겠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 하나에서 시작하여 둘은 점점 서로에게 맞춰 나간다.
내가 재미있게 봤던 건 달시의 드레스였다. 톰의 집에서 대대로 물려 입던 이 드레스는 당연히 톰과 결혼하는 달시에게로 넘어간다. 하지만 달시는 마음에 들지 않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이 드레스에 억지로 자신의 몸을 맞추는 달시의 모습은 원하지 않는 결혼식의 형태에 자신을 맞춰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전쟁 같은 상황에서 달시의 드레스는 타의든 자의든 찢겨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에게 맞는 형태로 웨딩드레스를 개조해낸 달시의 모습은 해방적이기까지 하다. 결혼식 중 신부에게 빠질 수 없는 드레스가 전통과 억압을 상징했다면 이를 찢어내고 자신에게 맞게 만들어낸 최종의 드레스는 달시가 사랑을 위해 참아왔던 것을 터뜨리고 자신을 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결혼식 납치 사건은 어떻게 보면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 실전 결혼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갈등을 좀 더 익사이팅하고 블록버스터스럽게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각자를 맞춰나가지 않고 혼자 준비했던 결혼식은 당연히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결혼은 혼자가 아닌 둘이 하는 것이니까. 반면 많은 면에서 다른 둘이 상황에 의해 서로에게 맞춰 나가면서 척척해내게 된다. 그리고 끝내 결혼식을 해낸다. 톰이 생각한 것처럼 완벽하지도 달시가 생각한 것처럼 둘만의 결혼식은 아니지만 불청객도 존재하지만 그들은 결혼식을 해낸다.
결혼식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샷건 웨딩>을 들춰보면 결혼 생활 그 자체이다. 결혼은 단순히 사랑의 결말부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과 함께인 새로운 장을 여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샷건 웨딩>은 합을 맞춰 나가고 예전의 것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찢어버려야 하는 결혼이라는 삶을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샷건 웨딩>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