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3-30 16:05:22
4월 신작 드라마 라인업
<퀸메이커>, <나쁜엄마>, <성난 사람들> 외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한 주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소식과 함께 찾아왔는데요,
바로 4월에 공개되는 신작 드라마 라인업입니다!
다가오는 4월은 신작 드라마 풍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요새 가장 핫한 배우! <더 글로리>로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도현의 <나쁜엄마>부터
김희애, 문소리 주연의 여성 투톱 넷플릭스 드라마 <퀸메이커>까지.
이름만 들어도 너무 설레는 작품들이 잔뜩 대기 중이니까요, 이번 4월은 지루할 틈이 전혀 없겠네요.
그럼 다가오는 4월, 어떤 드라마들을 만나볼 수 있을지 지금 바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쁜엄마
The Good Bad Mother

개요: JTBC 수목 드라마 | 14부작 | 오후 10:30
장르: 가족, 휴먼, 코미디
연출: 심나연
극본: 배세영
출연: 라미란, 이도현, 안은진 등
공개: 4월 26일

시놉시스
'세상의 모든 엄마는 나쁘다'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과 어느 날 아이가 돼버린 검사 아들 '강호'가 다시 모자 관계를 회복하는 내용을 담은 감동 힐링 코미디.
캐릭터 소개
진영순(cast. 라미란) :
돼지농장을 운영하며 홀로 아들인 강호를 키웠다.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나쁜 엄마를 자처한 인물.

최강호(cast. 이도현) :
엄마의 계획이 곧 자신의 인생이 될 수밖에 없어 자신만의 비밀을 품고 냉혈 검사가 됐다. 엄마까지 외면하며 철저히 성공만을 위해 달리던 그는 뜻밖의 사고로 어린아이가 되어 나쁜 엄마와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미주(cast. 안은진) :
강호의 오랜 친구이자 유일한 안식처. 속이 깊은 성격으로 불의를 참지 못하는 당찬 인물. 사랑도 명예도 남김없이 불태우고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아이가 된 강호와 재회하며 변화를 맞는다.

방삼식(cast. 유인수) :
조우리 대표 사고뭉치지만, 어릴 적부터 한 여자만 짝사랑하는 순정 마초의 면모를 지닌 인물.

CINE PICK!
제57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드라마 작품상 수상작 ‘괴물’을 연출한 심나연 감독과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극한직업’ ‘완벽한 타인’ 등에서 필력을 인정받은 배세영 작가가 만남, 그리고 믿고 보는 배우 라미란, 이도현, 안은진과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떠오른 신인 유인수를 비롯해 7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 조진웅의 특별 출연까지! 봐야 할 이유가 많아도 너무나 많다.
퀸메이커
The Good Bad Mother

개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12부작
장르: 드라마, 워맨스, 정치
연출: 오진석
극본: 문지영
출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등
공개: 4월 14일

시놉시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
캐릭터 소개
황도희(cast. 김희애) :
'은성그룹'의 전략기획실장. 여론을 주무르는 이미지 메이킹 전략의 귀재로, 기업의 골치 아픈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며 높은 신망을 얻고 있는 인물. 12년째 12cm 스텔레토 킬힐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여자다. 어느 날, '은성그룹'을 공격하던 인권변호사 오경숙의 서울 시장 선거 캠프에 합류하게 된다.

오경숙(cast. 문소리) :
약자의 편에 서서 세상과 맞서 싸우는 노동인권변호사.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서울 시장 선거에 뛰어들게 된다. 뜨거운 심장, 세상을 바라보는 올곧은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백재민(cast. 류수영) :
국민 아나운서. 메인 뉴스의 간판 앵커 자리를 수년간 굳건히 지킨 대한민국 대표 언론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여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 황도희, 오경숙과 대립한다.

CINE PICK!
김희애, 문소리를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데다가, 심지어 정치물이라고? 팬들 가슴 두근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아니지, 내 심장소린가?) 남성 중심의 기존 정치물과 달리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로 각본을 쓴 문지영 작가는 정치물은 올드하고 진지하며, 어렵다는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결코 같은 편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극과 극의 주인공이 어떻게 융화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는 작품.
성난 사람들
BEEF

개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10부작
장르: 드라마, 코미디
제작: 이성진
출연: 스티븐 연, 앨리 웡, 조지프 리 등
공개: 4월 6일

시놉시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금업자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두 사람 사이에서 난폭 운전 사건이 벌어지면서 내면의 어두운 분노를 자극하는 갈등이 촉발된다.
캐릭터 소개
대니 조(cast. 스티븐 연) :
좀처럼 일을 따내지 못해 피해 의식에 시달리는 도금업자.

에이미 라우(cast. 앨리 웡) :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자수성가 사업가.

CINE PICK!
HBO 드라마 <실리콘 밸리>를 포함해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작업 중인 이성진 감독이 총괄제작으로 참여한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 난폭운전을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 드라마인데 <미나리>를 통해 동양계 미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스티븐 연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겸 배우인 앨리 웡이 주연을 맡았으며 A24가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되었다.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으로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갖고 살아가는 분노와 증오를 신랄하면서도 감동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3
Romantic Dr. Kim 3

개요: SBS 금토 드라마 | 16부작 | 오후 10:00
장르: 의학, 휴먼, 드라마
연출: 유인식, 강보승
극본: 강은경, 임혜민
출연: 한석규, 안효섭, 이성경 등
공개: 4월 28일

시놉시스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진짜 닥터' 이야기
캐릭터 소개
김사부(cast. 한석규) :
본명 부용주, 국내 유일 트리플 보드 외과의.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괴짜 의사다.

서우진(cast. 안효섭) :
수술 천재’로 불릴 만큼 재능을 갖고 있지만, 불우한 인생 때문에 행복을 믿지 않았던 시니컬한 외과 의사. 김사부를 만나 변화하고 성장했으며, 3년 뒤 돌담병원의 든든한 써전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

차은재(cast. 이성경) :
주위의 칭찬과 기대 속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으나, 수술 울렁증으로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인물. 돌담병원으로 쫓기듯 내려와 인생 스승 김사부를 만나 수술 울렁증을 극복하고 진짜 의사가 되었다. 자신이 선택한 의사의 길을 돌담병원에서 끊임없이 증명하고 책임의 무게를 실감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

CINE PICK!
시즌1과 시즌2 모두 최고 시청률 27%를 돌파,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불리며 사랑받은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가 3년 만에 시즌3로 돌아왔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시즌2의 캐스팅이 거의 그대로 이어진 데다가 이전 시즌들을 작업했던 유인식 감독과 강은경 작가까지 함께해 호응을 얻고 있다. 시즌3에서는 거대재단으로부터 독립한 돌담병원이 돌담의료재단을 설립했던 시즌2의 엔딩 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3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진화한 돌담병원과 의사들의 성장이 그려지며 더욱 스펙터클한 이야기와 사건들을 풀어낼 예정.
스틸러: 일곱 개의 조선통보
Stealer: The Treasure Keeper

개요: tvN 수목 드라마 | 12부작 | 오후 10:30
장르: 케이퍼, 코미디, 액션
연출: 최준배
극본: 신경일
출연: 주원, 이주우, 조한철, 김재원, 최화정, 이덕화 등
공개: 4월 12일

시놉시스
베일에 싸인 문화재 도둑 스컹크와 비공식 문화재 환수팀 '카르마'가 뭉쳐, 법이 심판하지 못하는 자들을 상대로 펼치는 케이퍼 코믹 액션.
캐릭터 소개
황대명 a.k.a 스컹크(cast. 주원) :
문화재청 특별조사과 공무원. 칼퇴는 기본, 연월차에 각종 수당은 목숨을 걸고 챙기는 것도 모자라 근무시간에 조는 월급루팡. 그러나 부캐는 각종 능력을 겸비한 다크 히어로이자 문화재 도둑인 스컹크다.

최민우(cast. 이주우) :
경찰대학을 특급 성적으로 졸업한 엘리트 중 엘리트. 불같은 성격 탓에 꿈꿔왔던 강력반은 고사, 사무실 맨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문화재 전담팀으로 발령 났다.

장태인(cast. 조한철) :
비공식 문화재 환수팀 '카르마'의 창시자이자 팀장. 오랫동안 쫓고 있던 문화재 전문도독 스컹크가 결국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팀 '카르마'를 창단해 스컹크를 섭외, 은닉된 문화재를 불문 환수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CINE PICK!
국내에서 드라마 소재로는 매우 드물게 사용되는 케이퍼 장르를 차용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카터>에서 훌륭한 액션을 선보였던 배우 주원이 주인공을 맡아 낮에는 빈둥대는 공무원, 밤에는 사회 고위층들이 불법적으로 은닉 중인 문화재들을 훔치는 대도둑 스컹크로 분한다. 흥미로운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을지에 궁금증이 생기는 드라마.
보라! 데보라
Bora! Debora

개요: ENA 수목 드라마 | 14부작 | 오후 09:00
장르: 로맨틱 코미디
연출: 이태곤, 서민정
극본: 아경
출연: 유인나, 윤현민, 주상욱, 황찬성, 박소진 등
공개: 4월 12일

시놉시스
연애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연애코치 데보라와 연애는 진정성이라는 출판 기획자 수혁이 함께 연애서를 만들면서 시작되는 과몰입 유발 로맨스.
캐릭터 소개
연보라 a.k.a 데보라(cast. 유인나) :
최강 연애 코치. 위트 넘치고 솔직해 여자들의 워너비 ‘연플루언서(연애+인플루언서)’이자, 베스트셀러 연애서를 보유한 스타 작가이기도 한 ‘만렙’ 연애 코치다. 그야말로 연애에 진심이지만 정작 본인의 연애에는 한 치 앞을 못 보고 제대로 뒤통수를 맞는 인물.

이수혁(cast. 윤현민) :
까칠하지만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출판기획자. 무심한 듯 뜨겁고, 시크한 듯 다정한 그는 사랑이 어려운 남자다. ‘연애란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것’이라는 연애 이상주의자 같다가도, ‘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는 무신론자 같은 면모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인물이다.

한상진(cast. 주상욱) :
연애가 참을 수 없이 가볍고 쉽다. 도서출판 진리의 대표인 그는 수혁(윤현민 분)의 절친한 친구이자 사업 동반자다. 센스 넘치고 매너 좋은 그는 늘 만인의 사랑을 받는 분위기 메이커. 깊은 연애보다 자유분방한 삶을 만끽하는 인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남자다.

CINE PICK!
‘이 구역의 미친 X’, ‘검사내전’, ‘청춘시대 1,2’ 등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태곤 감독의 신작 ENA 드라마. 유인나, 윤현민, 주상욱, 황찬성, 박소진 등 로코 장인들의 만남과 현실적인 다양한 커플의 모습들을 통해 유쾌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
패밀리
Family: The Unbreakable Bond

개요: tvN 월화 드라마 | 12부작 | 오후 08:50
장르: 가족, 첩보, 코미디
연출: 장정도
극본: 정유선
출연: 장혁, 장나라, 채정안, 김남희 등
공개: 4월 17일

시놉시스
평범한 직장인으로 신분을 위장한 국정원 블랙 요원 남편과 완벽한 가족을 꿈꾸는 달콤 살벌한 아내의 아슬아슬한 가족 사수 첩보 코미디.
캐릭터 소개
권도훈(cast. 장혁) :
무역상사 사원으로 신분을 위장한 국정원 블랙 요원이자 강유라의 남편. 신속 정확하고 뒤처리 깔끔한 원샷원킬의 베테랑 저격수로, 바쁜 탓에 가족들에게 소홀하지만 아내 강유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충만한 인물.

강유라(cast. 장나라) :
살림 9단인 권도훈의 아내. 남편 권도훈을 만나 평생을 꿈꿔온 완벽한 가족을 꾸린 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만렙 살림꾼으로, 사랑스러운 모습 뒤에 비밀을 감춘 인물.

오천련(cast. 채정안) :
권도훈의 사수이자 프로페셔널한 국정원 공작관. 남들이 볼 땐 화려한 솔로 라이프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고픈 외로운 인물. 세 번의 이혼을 한 자신과 달리 권도훈만큼은 끝까지 가족을 지키길 바라는 마음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CINE PICK!
배우 장혁과 장나라의 4번째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가족드라마에 독특한 설정들이 첨가돼 편안하고 유쾌한 재미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닥터 차정숙
Doctor Cha

개요: Jtbc 주말 드라마 | 16부작 | 오후 10:30
장르: 메디컬, 가족, 성장
연출: 김대진, 김정욱
극본: 정여랑
출연: 엄정화, 김병철, 명세빈, 민우혁 등
공개: 4월 15일

시놉시스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캐릭터 소개
차정숙(cast. 엄정화) :
20년 차 전업주부에서 1년 차 가정의학과 레지던트가 되는 인물. 훌륭한 성적으로 의대를 졸업했지만, 종갓집 맏며느리이자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그녀는 사회에서 잘 나가는 동기들을 두고 살림의 여왕으로 거듭났다. 결혼과 육아, 시댁의 반대로 자아실현의 꿈은 멀어진 그녀에게 인생을 뒤흔들만한 사건이 발생하고, 고민 끝에 20년 전 포기했던 전공의 과정에 재도전을 결심한다.

서인호(cast. 김병철) :
차정숙의 깐깐하고 예민한 남편. 대장항문외과의 과장으로, 완벽한 이중생활을 유지하는 도덕군자다. 집안일과 육아, 고된 시댁 살림까지 도맡아 분투하는 아내 정숙은 나 몰라라 하고, 강한 자기애를 바탕으로 고급스러운 취향에 품위와 체면을 손상하는 모든 것을 참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다.

CINE PICK!
JTBC 새 토일드라마로, 의사가 된 20년 차 가정주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베테랑 배우 엄정화는 극 중 20년 동안 접어뒀던 의사 꿈에 다가선 차정숙 역을 맡아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하며, 김병철은 차정숙의 깐깐하고 예민한 남편이자, 철두철미한 대학병원 외과 과장 ‘서인호’를 연기해 집안과 밖에서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가장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분노케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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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4월에 공개되는 8편의 드라마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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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챌린저스 | 테니스 코트 위에서 피어난 삼각 로맨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대학 시절 부상 때문에 일찍 은퇴한 비운의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 그녀는 테니스 선수인 남편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의 코치를 맡아 테니스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눈앞에 둔 아트가 좀처럼 연패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타시는 남편을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시킨다.
그러나 타시는 자기 선택을 이내 후회한다. 아트의 어릴 적 절친이자, 자기 전 남자 친구인 ‘패트릭’(조쉬 오코너)의 대회 참가를 깨달았기 때문. 패트릭과의 만남을 가능한 피하려 한 타시. 그러나 테니스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아트와 달리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하는 패트릭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고, 아트와 패트릭은 코트 안팎에서 타시를 사이에 둔 랠리를 시작한다.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테니스 영화
팬데믹을 거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스포츠, 테니스. 과연 테니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기범 KBS 테니스 전문 기자에 따르면 테니스의 본질은 심리전이다. 정신적 무장이 흔들리는 순간 승부는 뒤엉킨다. 네트 앞 선수를 상대로 쉼 없이 뛰면서도 다음 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챔피언들은 무섭도록 냉철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심리전의 마스터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테니스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달리 코트 위 두 사람의 관계가 눈에 띄는 스포츠다. 단순히 공을 치는 게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우위에 서느냐가 핵심인 것. 여기에 테니스만의 독특한 규칙을 더하면 테니스에는 새로운 의미가 깃들기도 한다. 테니스에서 0점이 '러브(Love)'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테니스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누가 사랑의 우위를 점할지 결정하는 승부이기 때문.
이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테니스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인물 간의 관계, 특히 사랑의 감정과 에너지로 스크린으로 가득 채우는 데 집중하한다. 그의 신작 <챌린저스>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영화의 탈을 썼지만, 본질은 로맨스다. 테니스 랠리의 묘미를 120% 이끌어내되, 관객을 승패가 아닌 사랑과 우정, 욕망의 랠리 속에 빠뜨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구조로 극대화한 캐릭터의 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한 가지 특징은 '금기'다. 그는 사회적으로 널리 용인되지 않는 소재를 자주 다룬다. 동성애, 성인과 미성년의 사랑, 식인 등.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재를 관객에게 어떻게 납득시키느냐가 늘 관건이다. 관객이 구아다니노의 관점을 수용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대중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반면에 관객과 구아다니노가 어긋나면 <본즈 앤 올>처럼 외면받는 작품도 나올 수 있다.
이때 구아다니노는 영화를 극 예술 이전에 영상 예술로 대하는 듯하다. 정교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이해시키지는 않는다. 어차피 금기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논리적인 접근은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니까. 대신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에너지를 극대화해 관객으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에 빠져들도록 유도한다.
<챌린저스>도 마찬가지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절친. 두 절친을 가지고 노는 한 여성. 자칫 막장 드라마로 빠지기 쉬운 삼각관계다. 구구절절 설명해도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구아다니노는 <챌린저스>의 구조에는 크게 힘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시합을 가장 먼저 보여준 후에, 플래시 백을 다수 삽입해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부각하는 익숙한 구성을 취한다.
대신 <챌린저스>는 캐릭터를 빚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명확히 구분되는 세 캐릭터의 특징을 강조하고, 그들의 차이점이 빚어내는 갈등을 원동력 삼아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특히 그 갈등은 주로 테니스 코트 위에서, 다양한 랠리의 형태로 드러난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과 사랑의 대상을 의인화한 뒤 코트 위에 맞부딪히는 식인 셈이다. 극 중 "테니스는 관계"라는 타시의 대사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코트 위에서 피어나는 삼각형
우선 <챌린저스>는 두 절친을 대조한다. 아트는 계산적이다. 단 1%라도 열세라고 판단하면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첫눈에 타시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가 자기에게 넘어올 완벽한 기회가 올 때까지는 친구로 남는다. 코트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면 굳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가 찾아왔다고 판단하자 미련 없이 테니스 코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반면에 패트릭은 본능적이다. 고로 직선적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앞뒤 따지지 않고 달려 나간다. 코트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천재인 그는 마음 가는 대로 라켓을 휘두른다. 코트 위에서의 규칙과 매너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두 친구가 한 여자를 두고서, 또 네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건 놀랍지 않다. 추로스를 먹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타시는 이들과 또 다르다. 오직 테니스만 사랑하는 타시는 함께 테니스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그래서 아트를 꺾고 US 오픈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한 패트릭을 선택하거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위해 그녀를 코치로 영입하겠다는 아트와 사랑에 빠진다. 이는 높은 랭킹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잃은 아트와 순위는 낮지만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하는 패트릭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 영화 클리셰를 포기한 이유
따라서 <챌린저스>는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스포츠 영화다. 테니스와의 사랑과 타시와의 사랑을 나눌 수 없으므로. 두 절친의 우정도 마찬가지다. 아트와 패트릭은 테니스가 이어준 절친이다. 타시가 눈앞에 나타난 후로 관계가 끊어진 그들. 하지만 다시 한번 타시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펼치면서 그들은 코트 위에서 함께 한 추억을 비로소 되찾는다. 이는 둘의 치열한 랠리에 타시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누가 승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트와 패트릭의 마지막 시합이 셋의 관계를 파멸로 이끌지 않기 때문. 오히려 셋 모두의 인생에서 사랑, 우정, 테니스를 향한 욕망이 완성되는 순간에 가깝다. 달리 말해 머리로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셋의 사랑과 우정, 곧 '폴리아모리(Polyamory)'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인 셈이다.
이 관계성에 집중하기 위해 <챌린저스>는 스포츠 영화의 몇몇 클리셰를 포기한다. 중계진의 부재가 대표적이다. 보통 스포츠물에서는 중계진이 선수나 감독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며 극적인 상황을 조성한다. 하지만 <챌린저스>는 해설자를 없앴다. 대신 그 빈자리를 관객에게 양보한다. 세 주인공의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이 자기만의 관점에서 경기를 읽어 내도록 유도한다. 그 덕분에 세 주인공의 갈등은 더 첨예하게 느껴진다.
또 스포츠물에서 뺄 수 없는 라이벌 관계도 암시에 그친다. 천재 패트릭과 노력파 아트는 주니어 때부터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재회한 순간, 영화는 라이벌리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아트가 패트릭의 낮은 랭킹을 지적할 뿐이다. 그들의 게임은 사실 타시가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느냐가 핵심이니까. 다만 그 대가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밀 기회는 놓쳤다. 패트릭이 타시를 코치로 원하는 이유 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이야기
더 나아가 영화는 세 주인공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려 애쓴다. 일례로 그들의 관계가 코트 위에서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가능한 역동적인 테니스 경기를 보여주려 한다. 선수 같은 느낌을 내려다가 실패할 지점은 아예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공에 카메라를 붙인 구도로 랠리를 보여주거나, 감정이 실린 공을 3D 영화처럼 카메라를 향해 돌진시킨다. 그 결과 랠리 장면은 주인공들의 섹스 장면 못지않게 긴장감 넘친다.
'나인 인치 네일스'로 활동 중인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담당한 영화 음악도 인상적이다. <소설 네트워크>, <소울> 등의 영화 작업에 참여했던 그들은 앰비언트 스타일 음악으로 필요한 순간마다 긴장감을 고조한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의 두 창립자 간의 갈등과 배신을 음악에 담아냈듯이, 이번에도 사랑의 작대기가 엇갈리는 순간마다 그 균열감을 탁월하게 부각했다.
젠데이아의 인생 연기
마지막으로 배우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더 크라운>에서 찰스 왕세자를 연기한 조쉬 오코너, 토니 상과 에미 상을 모두 석권한 마이크 파이스트의 연기도 훌륭했다. 하지만 특히 젠데이아가 인상적이다. 그녀는 HBO 드라마 <유포리아>나 넷플릭스 <맬컴과 마리>에서 주연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이미 보여줬다. 반면에 조연으로 참여한 <스파이더맨>, <듄> 같은 블록버스터에서는 미묘하게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직접 제작자로 참여한 <챌린저스>에서는 다르다. 유독 빛난다. 구아다니노 감독과 협업이 신의 한 수로 보인다. 상술했듯이, 그의 영화에서는 사랑의 주도권을 쥔 캐릭터가 빛나야만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젠데이아도 마찬가지다. 타시는 테니스라는 목적을 위해 두 남자를 부추기는 인물, 곧 킹메이커다. 테니스 코트 위에서 게임은 두 남주가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타시다. 이처럼 본인이 중심에 서고, 상황을 통제하고, 가장 빛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자 젠데이아는 스크린을 자기 리듬대로 거침없이 휘어잡아 버렸다.
결정적인 전략 실패
다만 개봉일은 몇 안 되는 아쉬움이다. 과거에는 외화의 개봉 전략 중 2등 전략이 유효했다. 전체 개봉 영화 중 2등, 혹은 외화 중 2등 포지션을 차지한 뒤 낙수 효과를 살려 관객 수를 야금야금 늘리는 방식이다. <아바타>, <전우치>와 같이 개봉했는데도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셜록 홈즈>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 한국 극장가에서 2등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낙수효과는 사라졌기 때문. <서울의 봄> 이후 개봉한 <노량>은 흥행에 실패했다. 설 연휴 이후 개봉한 <파묘>는 7주간 1위를 차지하며 천만 영화가 됐다. 관객이 재미와 만족감이 담보된 대형 영화에 집중되는 경향은 나날이 강해졌다.
그렇기에 굳이 <범죄도시4>와 같은 날에 개봉해 초반 관객을 늘리기도 어렵고, 입소문을 퍼뜨리기에도 불리한 환경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감독의 명성으로 보나, 배우의 연기력으로 보나, 전체적인 완성도로 보나 <범죄도시4>의 흥행 광풍에 밀려 사라지기에는 아까운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공이 아닌 사랑, 우정, 욕망을 치고 달리는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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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앞에서 인간의 태도를 묻는 영화
❣️[Cinelab Curation]❣️
아직 4월임에도 낮 기온이 20도가 훌쩍 넘어가는 요즘,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벌써 걱정입니다…🥲
어제는 지구의 날이었죠.
오프라인에서는 건물 소등 캠페인을 하고, 온라인에서는 메일 삭제 운동을 하는 등 지구의 날을 맞아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리고 이번에 내한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는 자이로밴드를 회수하고, 페트병에 담긴 물의 반입을 금지하는 등 친환경적인 공연을 위해 노력한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이렇듯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이 취해야 할 행동을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아나가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이번 큐레이션을 통해 자연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고민해 보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강한 미래를 그려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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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차 -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내 모든 걸 버리고
*2017년도 영화 칼럼으로 발행한 글을 각색한 것임을 밝힙니다*
이 원고를 쓰기 전, 생각의 끈을 잡고 놓지 않으려고 애써 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금세 주의가 분산된다. 나이가 들수록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그럴 여유가 사라짐과 동시에, 삶에 대한 책임이 막중해져서 그런 것인 듯 싶다. 누군가 나에게 싱가포르에 와서 직장 생활 하는 자신이 비자와 연계된 이유로 마치 ‘생계형 직장인’ 같다는 말을 했었다. 디아스포라(Diaspora)의 삶이 안정될 수록 더 갈망하게 되는 것이 늘어난다. 영주권 발급도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최초 5년짜리 영주권이 내 삶에 시사 하는 바도 이리 큰데 하면서, 나는 2012년도 영화 화차(火車)를 생각해 냈다. 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도 불륜이라는 스캔들 때문에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하는, 영화 ‘아가씨’의 수려하고 여리여리하고 아름다운 이 배우가 임팩트 있는 배우로서 탈바꿈된 영화는 화차가 아니었을까.
영화 속에서 첫 남편과 식당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선영의 전 모습.
그녀에게는 아버지를 죽게 해 달라는 그래서 빚을 청산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과 신앙이 있었다.
화차라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수레 위에 총을 수십 개 장치하여 이동이 손쉽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총을 쏠 수 있게 한 조선시대 무기’라고 검색이 되지만, 일본에서는 ‘영화의 제목인 '화차'는 불 화(火), 수레 차(車)로, '지옥으로 가는 불수레'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화차는 헤이안 시대 일본 전설 속의 수레라고 하며,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불 수레이며 화차에 한번 올라탄 사람은 두 번 다시 내릴 수 없다고 한다. 이 무시무시한 제목 속 여주인 경선(김민희 분)은 왜 자신이 화차에 올라타 운명을 재촉해야 했는지 안타깝도록 절실하게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5년 전에 본 영화라서 모든 스토리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경선이 자신의 빚과 과거를 모두 끊어내기 위해 선영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친구가 되고,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 새 삶을 살아내고자 한다. 수의사였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서, 펜션에서 술을 마시고 친구의 목을 졸라 살해하며 울부짖는 경선. 이 영화에서 김민희의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슬프고, 그로테스크하고, 단죄해야 하지만 이해는 가는 그런 역할을 잘 소화했다.
그녀는 운다. 친구를 살해하고 새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기쁨에 또 웃는다.
영화의 도입부는 경선(선영의 삶을 빼앗은) 이 약혼자인 문호 (이선균 분)과 결혼 한 달을 앞두고 시부모님께 인사 가는 길에서 시작된다. 빗속에서 휴게소에 들렀으나 그녀는 돌연 사라져 버리고, 문호는 연유를 알 수 없이 그녀의 뒤를 쫓는다. 사촌 형인 형사에게 부탁해 찾아낸 그녀의 과거는 놀랍다. 원래 경선은 결혼한 적이 있었고, 남편은 건실하게 식당을 운영했고 그녀도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빚 때문에 사채업자가 들이닥쳐 생활이 망가져 버린다. 그녀는 그런 아버지를 죽게 해 달라고, 빚을 탕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작은 빚에서 시작된 사채가 커진 것을 막지 못해, 그리고 또 이어진 빚을 막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녀는, 가족이 없는 선영이라는 수의사와 만난다. 그리고는 위의 전개이다. 피칠갑을 하고 속옷 차림으로 진짜 선영을 살해하고 선영으로 거듭난 경선. 그녀는 죄책감에 울부짖는 것인지 안도감에 미소 짓는 것인지 모를 새벽을 보내고, 시체를 유기한 다음 선영의 동물병원에서 일하다가 문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문호와 선영. 선영의 과거에 대한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문호는 선영(경선)을 사랑했고,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너로 살라며 도망치라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된 기차역에서 선영은 읊조린다.
“나?? 나 강선영 아니야..... 나 사람 아니야.. 쓰레기야... 내 곁엔 아무도 없었어...”
그리고 타인의 모든 것을 빼앗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자신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라고 자위한다. 일본에서의 원작이 1992년에 써진 것을 감안하면 타인의 ‘명의 도용’이라는 범죄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을 읽어보면 일본 내의 사회적 이슈를 모티브로 인간의 삶을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이 영화를 한국의 영화관에서 혼자 봤던 (왜 '혼자였다는' 사실은 잊히지 않는지) 2012년 3월은 내 인생에서도 정말 추운 겨울이었다. 동트지 않은 새벽이 가장 춥다고 직장을 잠시 쉬던 그때 나는 참 많은 방황을 했더랬다. 건강 차 휴직한다고는 했으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 휴식이 온전히 휴식이 될 수 없었다. 영화 속 경선에 나를 이입한 건 아니었지만,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생기는 이러한 사회의 범죄가, 한국에서도 점점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은 해 봤었다.
미야베 미유키 책 중에 재밌게 읽었던 낙원, 그리고 모방범. 사진은 네이버에서 찾았다.
그때 썸 타던 남자친구 집에 있던 책들을 빌려와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정말 밤새서 읽었다.
그 이후의 한국 사회는 (지금은 내가 오히려 가끔 가는 곳이 되어 버렸기에 변화를 더 빨리 감지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더 급격히 일본화되어가고 있다. 1인 가구의 확산화, 전통적 가족 형태의 붕괴, 사회활동 이외 취미활동의 다변화, 반려동물과 식물 추구, 졸혼, 선택적 결혼, 묻지 마 범죄, 그리고 사회적 범죄, 성매매, 인신매매, 돈을 위해서 라면 희생되는 인권. 한국의 사회적 안전망이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악함과 잔학성을 막을 정도로 촘촘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점차 더 촘촘하게 변해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학창 시절 일본의 문화를 동경해서 일본어를 배웠던 나는,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것들을 알 즈음 한국인의 정이나 따뜻함, 융통성 등을 더 높이 사게 되었다. 한국은 아직 꿈틀대는 날 것의 생동감이 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생명의 샘이 솟아오른다. 민초의 힘은 여론을 형성하며 특권층을 제재하는 힘이 되어 왔다. 세계를 살펴봐도 이런 나라는 흔치 않다. 코로나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회의 모럴(morale)적 제재가 되기를 바라본다. 작금의 나는 한국의 문화나 식품은 환영받지만,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사람들에게 배척 받는 외국인으로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 원고를 썼던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온전히 나 자신으로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 달라지지 않았고,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경제적으로 착취당했던 것도 어느 정도는 벗어났다. 돈이라는 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고 하는 건 가진 자들의 이야기일도 몰라. 잘 살다가도 한 순간 삐끗하면 절벽 낭떠러지로 내몰릴 만큼, 세상은 무서운 곳이다. 경선처럼 자신의 모든 걸 지우고서라도 빚에서 벗어나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 볼뿐. 힘들어도 범죄는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 볼뿐. 이런 선한 마음들이 모여 선한 영향력을 내기를 바라볼 뿐,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씁쓸한 밤이다.
하지만 일본 문학 공부하던 그 시절 내가 읽은 소설의 탑은 바로 이것, '살인의 문' 원판.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은 문고본. 한 번쯤 살면서 생각해 볼 화와 살인의 욕망에 대해 다뤘다. 너무 그럴싸해서 나의 욕망도 함께 얹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고 싶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아일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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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수하지만, 류승완이라서 끝내 아쉽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화학 공장이 들어선 군천 앞바다. 바닷물이 더러워지자 해녀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고 만다. 이에 '춘자'(김혜수)는 리더 '진숙(염정아)'을 설득해 살 길을 찾아낸다. 바닷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가 바로 그것. 그러나 밀수 작업 도중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둘도 없는 친구였던 진숙과 춘자는 불구대천 원수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춘자는 진숙 앞에 다시 나타난다.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가 군천에서 밀수판을 키우기로 했으니 다시 협업하자는 것. 사고 이후 생계가 막막했던 진숙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군천 밀수판의 주인 '장도리'(박정민)가 사업에 끼어들면서 춘자의 계획은 조금씩 꼬여 버리고, 군천 앞바다에는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류승완이라서 기대했다
대한민국에서 믿고 보는 흥행 감독 중 하나인 류승완. 그의 필모그래피는 퍽 흥미롭다.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부당거래>부터 그의 영화는 자기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욕구를 저격할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군함도>로 실패를 겪은 뒤 담백하고 깔끔하게 스토리를 담아내는 데 집중한 <모가디슈>를 내놓은 것처럼.
그래서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기대가 컸다. 본연의 색깔, 대중성, 새로운 시도가 한 데 어우러진 듯 싶었기 때문이다. 예고편은 짧게나마 감독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B급 액션 범죄영화 같은 분위기, 만화 같은 연출, 센스 있는 대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말해봐야 입만 아픈 캐스팅은 케이퍼 무비에 최적화됐고, 해녀가 참여한 밀수라는 소재와 수중 액션은 익숙한 장르에 신선함과 계절감을 더할 듯 보였다.
결과물도 나쁘지는 않다. 여름 시장 텐트폴 무비의 첫 주자는 충분히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끝끝내 아쉬운 지점도 있다. 특히 아쉬움은 결말에 집중된다. 류승완의 각본은 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밀수>는 마지막 순간 과감함이 살짝 부족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혜수와 염정아가 빛나는 이유
<밀수>의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극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밀수>에서 의외로 가장 눈을 사로잡는 지점 역시 스토리다. 예고편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은 짙은 우수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혜수와 염정아의 얼굴을 한 채 스크린을 사로잡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영화는 1970년대 감성으로 가득하다. 단순히 레트로풍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산업화 시대의 감성이 짙다. 방법과 절차에 관계없이 생존이 최우선 되는 그 시대의 얼굴을 비춘다. 당장 해녀들은 굶어 죽을 위기다. 군천 바다 옆에 생긴 공장 때문에 전복이 다 폐사하는 지경이니. 그들이 밀수업에 가담하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진숙과 춘자가 있다. 춘자 주도로 금괴를 담은 상자를 옮기다가 세관에 적발된 해녀들. 체포되는 과정에서 진숙은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반면, 춘자는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이에 진숙은 춘자가 보상금을 챙기기 위해 밀고 했다고 오해하고, 춘자는 자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자책하며 오해를 풀지 않는다. 영화는 이처럼 오해가 쌓여 애정이 애증이 되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악을 쓰는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그러다 보니 전반부는 느슨한 듯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감정선은 음악 덕분에 배가된다. 음악감독 장기하가 만든 70년대풍 신곡과 70년대 가요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며 구슬픔과 애달픔을 강조해 준다. 미장센도 한몫한다. 다방과 나이트 등 당시 시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한 세트, 의상, 소품, 프로덕션 디자인 덕분에 진숙과 춘자의 삶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충분하지 못한 자맥질
다만 전반부 드라마가 주는 감흥에 비해 후반부의 장르적 쾌감은 다소 부족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짜임새가 문제다. 다이아몬드 밀수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는 분명 화려하다. 가이 리치의 범죄 영화 같다. 그는 한 편의 영화를 각기 다른 인물의 시점과 시간대로 분해한 뒤 새로운 모양으로 다시 짜 맞추는데 능한데, <밀수>도 마찬가지다. 하루 전과 하루 뒤, 몇 시간 전과 몇 시간 후를 넘나들며 관객을 현혹하려 한다.
정작 내실은 부족하다. 돈이나 보석을 쟁취하려는 이전투구가 없어서 케이퍼 무비 특유의 긴장감을 찾기 어렵다. 각자 목적이 다르다는 게 일찌감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목적의 무게감과 톤도 제각기 다르다. 일례로 진숙의 계획에 비해 장도리의 목적은 너무 가볍다. 진숙은 사무친 원한을 풀려고 하고, 장도리는 단순히 이익을 좇는다. 그러다 보니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각 캐릭터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문제의 금괴나 다이아몬드 모두 그저 장르의 논리에 따라오는 부속물에 불과하다.
물론 불협화음을 없애려는 시도는 있다. 먹먹한 서사와 장르를 엮는 역할을 춘자에게 맡긴다. 하지만 춘자에게도 이 임무는 벅차다. 그녀가 관객을 사로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녀가 숨긴 이야기도, 모든 사건의 전말도 클라이맥스 직전에서야 밝혀지기 때문이다. 결국 색깔도 온도도 다른 두 장르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유리되어 있다. 화려한 편집과 기막힌 선곡이 때로는 두서없이 느껴지고, 초반부터 쌓아온 빌드업에 비해 마지막 쾌감이 부족한 이유다.
장르의 관성에 잡아먹히다
쾌감이 부족한 다른 이유는 결말에서 찾을 수 있다. <밀수>는 더 과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몸을 아끼는 듯하다. 진숙은 아버지와 동생의 복수를 하는 데 성공한다. 악인들을 처절히 징벌한다. 그런 그녀에게 다이아몬드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다이아몬드와 금괴는 그간의 고생을 전부 안다는 듯이 해녀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마무리다. 가장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말의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결말이 뻔해서가 아니다. 씁쓸하기 때문이다. 춘자는 몰라도, 사실 진숙은 단 한 번도 다이아몬드가 목적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잃었던 우정을 되찾고, 가족의 복수를 하고, 빼앗겼던 아버지의 배도 되찾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에게 금괴와 다이아몬드는 값비싼 물건이기 이전에 비극의 시작점이었다. 그러니 아픔 가득한 다이아몬드가 그녀에게 과연 적절한 보상일지는 의문이다.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에서 뻔한 길을 가지 않은 전적이 있다. 남북한 사람들은 함께 부둥켜서 눈물을 흘리는 대신 담담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에 비하면 <밀수>의 결말은 편의적이다. 케이퍼 무비이니 살아남은 이에게 전리품을 안긴 셈이다. 장르적 관습에 캐릭터 개개인의 서사가 종속된 듯 보이기도 한다. 물론 텐트폴 무비로서 깔끔한 마무리인 것은 맞다. 다만 '류승완이니까' 아쉬움이 남는 끝맺음일 따름이다.
그래도 류승완은 류승완이다
하지만 유달리 영화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몇몇 장면 덕분에 호불호가 갈릴 단점 내지는 약점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고민시의 존재감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권 상사의 역할도 눈에 띈다. 스토리텔링의 중심을 염정아 김혜수가 잡고 있다면, 조인성은 마치 액션을 향한 류승완 감독의 열망이 담긴 캐릭터 같다.
사실 권 상사는 전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판을 깔고, 판을 키우고, 퇴장한다. 하이스트 영화에서 꼭 있어야 할 캐릭터다. 그런데 이 전형성이 오히려 반갑다. 등장 자체는 많지 않지만, 제 역할을 다한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불꽃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드라마는 권 상사가 칼을 빼 든 순간 갑자기 장르를 전환한다. 차분하다면 차분하고 답답하다면 답답한 전개가 그제야 본격적으로 풀린다.
언제나 류승완의 장기인 액션도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물론 액션 분량 자체가 많지는 않다. 전작인 <모가디슈>도 후반부 추격전을 제외하면 액션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적은 느낌이다. 스케일의 차이도 한몫한다. 그러다 보니 텐트폴 무비에 기대할 만큼 화끈한 임팩트를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퀄리티는 살아있다.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나이프 액션은 박진감과 타격감을 제대로 전달하며, 의외로 잔인한 면도 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수중 액션도 인상적이다. 보통 한국 영화의 액션은 수평적인 경우가 많은데, 바닷속이라는 환경을 살린 수직적인 움직임이 특히 신선하다.
<밀수>가 류승완 감독의 정점은 아닐 것이다. 완성도 면에서는 전작인 <모가디슈>도 넘어서지 못했다. 상업적으로는 차기작인 <베테랑 2>를 기대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 본연의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력 포인트는 확실하다. 개성, 완성도,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솜씨도 여전하다.
관건은 흥행이다. 손익분기점은 관객 330만 명. 전통의 강자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간신히 300만 관객을 넘기는 극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다행히도 개봉 타이밍은 잘 잡았다. 1주일 동안 온전히 극장가를 장악할 수 있다. 출발도 좋았다. '문화의 날' 덕분에 첫날 30만이 넘는 관객이 <밀수>를 선택했다.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쫓아오기 전에 <밀수>가 과연 얼마나 도망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Acceptable 무난함
서사와 장르의 미묘한 엇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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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영화후기
영화<미나리>는 1980년대 한국 이민자 가족이 아칸소 주의 시골에서 농장을 가꾸는 이야기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이들이 한국의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에 비유한 작명이라 한다. 제이콥(스티븐 연)와 그의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70년대 초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와서 병아리감별사로 거의 10년 동안 고생해서 모은 재산으로 아칸소 주의 농지 5에이커를 구입한다. 10살이 된 의젓한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심장병이 있는 7살짜리 아들 데이빗(앨런 S. 김)도 부모를 따라 낯선 땅에 도착한다.
제이콥은 미국에서 희귀한 한국산 채소를 길러 대박을 노리지만, 수원지와 떨어져있어 전 땅주인조차 포기한 황폐한 땅임을 모른다. 모니카는 낯선 아칸소로의 이주가 썩 내켜하지 않지만, (남편을 믿고) 농작물이 경작될 동안 병아리 농장에서 생계를 책임진다. 그녀가 일하러 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고국에서 친정어머니 순자(윤여정)을 모시게 된다.
1.헐리우드가 <미나리>를 주목하는 이유는?
영화 <미나리>는 거시적인 이민이야기와 미시적인 개인사를 교묘히 배치해 놨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주인공 시점을 둘로 쪼개 놓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제이콥의 시점에서 진행되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는 데이빗의 시점으로 나눠놨다. 아버지와 아들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어서 진부한 가족드라마로 낭비되지 않도록 막고 있다.
또,이 자전적인 영화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다. 한국인의 정(精)과 가족애를 내세웠음에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기존 한국영화들이 감정적으로 관객을 동요시키려 애쓰지만, <미나리>는 굉장히 냉철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결말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끝나지만 다 보고나면 우리는 이 가족에 대해 안심한다. 가족이 안고 있는 갈등이 '미나리'라는 희망으로 봉합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영화의 마법이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재하고 영화에서 이해가 안 될 부분들만 논의해보겠다.
주인공 데이빗의 눈에 비친 부모님, 이민 1세대는 전형적인 20세기 한국인이다. 가족을 위해 농장을 이루려는 아버지와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남편을 믿고 묵묵히 서포트하는 어머니가 그렇다. 반면에 이민 2세대는 미국 사회에서 미국인처럼 생활한다. 그것을 보여주는 아칸소의 ‘신앙공동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폴(윌 패튼)은 중남부에 걸친 복음주의 개신교가 강한 '바이블 벨트(Bible Belt)'을 의인화했다. 그가 십자기를 지고 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신앙심 깊은 모니카가 한인교회가 없는 아칸소에서 개신교들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장치로 활용했다. 이 점만 봐도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한예리 배우가 밝힌 비하인드에 의하면, 모니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10년간 병아리 감별사로 제법 큰 돈을 벌었지만, 남편은 그 돈을 고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그 와중에 남편 제이콥은 자신의 꿈이라며 농장을 계약하고 아칸소로 이사왔다. 그녀는 남편의 뜻을 존중하지만, 가슴 한편으로 조국을 그리워하고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모니카는 이민자의 설움을 같이 공유하던 캘리포니아 한인교회를 그리워하지만, 아이들은 지역교회를 배먹지 않고 다니며 백인 친구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아이들은 미국 청교도 문화에 동화되었다.
반대로 한국에서 온 순자는 낯선 존재다. 그녀는 딸이 아이들에게 데려가면 안된다고 한 위험한 숲으로 손자손녀를 데려가면서 뱀을 쫓아내려는 데이빗에게 위험한 건 눈에 보이는 게 좋으니 내버려두라 타이른다. 이것은 가정 내부의 문제를 서로 대화하고 같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이다. 즉, ‘농장’을 두고 제이콥과 모니카의 의견 차이에 대한 할머니의 조언이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미국사회에서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2.외할머니 순자는 왜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켰을까? 그리고 미나리의 의미는?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미국에서 본적이 없는 한국적인 할머니 상이라서 신선해서이다. 순자는 요리에 서툴지만, 어머니와는 다른 할머니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또,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한국에서 바리바리 음식보따리를 풀어놓는다거나 딸과 사위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그런 태도는 미국인에게는 굉장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겠지만 말이다.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하든. 김치에 넣어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국에도...아플 때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순자(윤여정)의 대사
할머니 순자(윤여정)의 대사를 유심히 들어보면 미나리의 의미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손자 데이빗(앨런 킴)에게 ‘너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스트롱한 보이야!‘라고 칭찬하거나 "아무데나 심어도 잘 자란다. 여러 곳에 쓸 수 있다"라고 주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므로 ‘미나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질긴 생명력과 할머니와 손자의 정(情)을 실로 우아하게 의인화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의 끈질긴 생명력과 이민자로써의 정착을 상징하는 소재가 순자가 심은 ‘미나리’다. 앞서말한 거시적·미시적 관점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것이다. 동시에 프로테스탄티즘과 프론티어 정신을 한국인의 민족성과 결부짓는다. 이것이 할리우드가 <미나리>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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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를 볼 시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수능이 끝난 뒤 절망의 감정이 아직도 선명이 기억난다. 걱정했던 수학을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생각하며 안도했던 것도 잠시 4교시 외국어영역 마킹을 하며, 이십 번대부터 한 칸씩 미뤄 쓴 걸 알았을 때 이미 시험 종료가 임박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을 들어 새 답안지를 요청했지만, 다시 처음부터 마킹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잘 못 된 걸 알았지만, 고칠 시간이 없다는 것. 잘 못된 걸 안 채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은 아쉬움보다는 자책감이 컸다. “내가 왜 그랬을까?”에서 시작해 “나는 왜 이럴까.” “나는 형편없어.”까지 자꾸 나를 몰아세웠다.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닫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냥 혼이 나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부모님께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답안지를 잘못 썼다는 것은 그냥 시험을 망친 아이의 변명 같이 느껴질 뿐이었으니까. 가채점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끝나버린 시험, 아니 끝나버린 인생인걸.이라는 심정이었달까.
입을 꾹 다물고, 40권이 지나서야 완결되는 만화책, 람세스나 로마인이야기 같은 호흡이 긴 소설책, 고2, 고3에 나온 비디오를 쌓아두고 보며, 현실 세상에서 멀리 떠나곤 했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은 잊혀졌고,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를 오래 떠돌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문득 우주 먼지 같이 작은 존재인 나의 고민이 하찮게 느껴져서 ‘아무렴 어때’라는 마음이 들었고, 무한한 시간 속에서 수능이라는 찰나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게 되는 마법을 경험한 뒤, 힘든 마음이 찾아올 때, 무작정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은 아니지만, 수많은 인생의 날들 중에 컴퓨터를 열어 24시간 정도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시리즈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는 것도 좋고, 취향도 중요하지만 이럴 때만큼은 가능하다면 현실과 접점이 없는 영화를 고른다. 세계관이 확실한 영화들. 나를 다른 곳,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스토리에 빠져들게 할 영화들이다. 최근에 새로 나온 시리즈들 중엔 디즈니플러스에서 <문나이트>나 <완다비전> <로키>도 즐겁게 보았지만, 그래도 역시 최애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 다.
반지의 제왕은 호흡도 길고 서사가 방대하여 오랜만에 보아도 다시 보이는 장면도 많고, 웅장한영상속에서 스토리에 빠지기가 좋고, 해리포터 시리즈는 내가 호그와트 재학생이 된 기분을 가지고 그 세계에 완전히 몰입해서 보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랄까. (영화를 보며 주인공과 함께 마법 수업 속 주문을 외워야 함)
‘영어 답안 따위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초연해졌을 때, 부모님께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참을 심각하게 듣고 계시던 아빠가 말씀하셨다. “4교시 끝날 때 알아서 다행이네. 1교시에 그랬으면 얼마나 마음이 더 힘들었겠냐. 운도 실력이다 생각하고 성적 맞춰서 일단 학교는 원하던 곳이 아니라도, 가고 싶은 과를 가서 배우고 싶었던 공부를 해봐. 그러고 나서 다음을 생각하렴.”
그렇다.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고, 인생은 망하지 않았다. 별일 아니라는 말을 들으니, 별일 아닌 게 되었다. 학교의 이름보다는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나아가 보겠다는 다짐은, 그 후에도 좌절감이 생길 때마다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더없이 기쁜 결과라면 조금 더 행복감을 누리고, 아쉬움이 남는다면 걱정하거나, 내일을 생각하기에 앞서 우선 나를 쉬게 했으면 좋겠다. 나를 둘러싼 작은 공간에 레펠로 이니미쿰(Repello Inimicum)* 주문을 걸어 두고 ‘충분히 애썼어. 정말 수고했어.’ 나를 돌보는 시간을 보내길. 모든 수험생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레펠로 이니미쿰(Repello Inimicum)
어느 한 장소를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마법. 라틴어 Repello와 Inimicus(적)의 합성어로,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2부에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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