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24 09:53:33
자연 앞에서 인간의 태도를 묻는 영화
자연과 인간
❣️[Cinelab Curation]❣️
아직 4월임에도 낮 기온이 20도가 훌쩍 넘어가는 요즘,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벌써 걱정입니다…🥲
어제는 지구의 날이었죠.
오프라인에서는 건물 소등 캠페인을 하고, 온라인에서는 메일 삭제 운동을 하는 등 지구의 날을 맞아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리고 이번에 내한한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는 자이로밴드를 회수하고, 페트병에 담긴 물의 반입을 금지하는 등 친환경적인 공연을 위해 노력한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이렇듯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이 취해야 할 행동을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아나가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이번 큐레이션을 통해 자연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고민해 보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강한 미래를 그려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___
_____
Relative contents
-
- 씨네랩 개봉작 소개 <리코리쉬 피자>, <언차티드>, <굿보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화요일!
한 주의 개봉작 중에서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작품을
씨네랩이 직접 큐레이션하여 소개드리는 콘텐츠를 시작합니다!
오늘도 힘차고 영화로운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면서,
그럼 다같이 주요 개봉작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
1. 리코리쉬 피자
멜로/로맨스 | 미국 | 134분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 출연 : 알라나 하임, 쿠퍼 호프만, 숀 펜, 톰 웨이츠, 브래들리 쿠퍼, 베니 사프디
개봉 : 2022년 2월 16일
배급사 : 유니버설 픽쳐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고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사랑에 빠진 소년 개리와 불안한 20대를 지나고 있는
알라나 1973년 어느 찬란한 여름날 청춘의 한복판으로 달려가는 그들의 이야기"
*관전포인트* :
제93회 미국비평가협회(작품상) 수상 및 다수의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 및 수상작.
무엇보다 영화의 기대 포인트는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일명 'PTA'의 신작이라는 점입니다.폴 토마스 앤더슨은 할리우드에서 스튜디오의 간섭을 받지않는 몇 안되는 영향력의 실력있는 명감독입니다.
아주 디테일하면서 장면마다 완벽한 구도를 구현하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연출 스타일로인간의 여러 감정을 표현하고 관객들에게 감동을 다양한 스타일로 선사합니다.
그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2017년 <팬텀 스레드>에 이후 오랜만에 내놓는 신작인만큼 기대를 안할 수가 없네요.
또한 출연하는 배우진들을 보면 또한 설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먼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배우 중 한 명인 '필립 세이어 호프만'의 아들 '쿠퍼 호프만'이 청춘, 사랑에 빠진 소년 '개리'를 연기하고 밴드 HAIM의 가수인 '알리나 하임'이 배우로 데뷔하여 불안한 20대 소녀를 연기합니다.
그밖에도 숀 펜, 브래들리 쿠퍼, 베니 사프디 등 한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배우들이 총집합하여 이야기를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라 짐작이 되는데요.
2월 16일, 드디어 개봉하는 <리코리쉬 피자> 여러분들도 많은 기대 하고 계실까요? :)
2. 언차티드
액션, 모험 | 미국 |
감독 : 루벤 플레셔| 출연 : 톰 홀랜드, 마크 월버그, 소피아 테일러 알리,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개봉 : 2022년 2월 16일 개봉
배급사 : 소니픽처스 코리아
"평범한 삶을 살던 ‘네이선’(톰 홀랜드)은 인생을 바꿀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그의 미션은 위험한 트레져 헌터 ‘설리’(마크 월버그)와 함께 사라진 형과 500년 전 잃어버린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트레져를 찾아내는 것. 그러나 몬카다(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위협과 추격 속, 누구보다 빠르게 미지의 세계에 닿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데…"
*관전포인트* :
<좀비랜드>, <베놈>을 연출한 루벤 플레셔 감독 신작.
무엇보다 <언차티드>의 가장 기대 포인트는 배우 '톰 홀랜드'의 출연일 것입니다.
아직까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는 가운데 올해 세계에서가장 사랑받은 배우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가운데 '톰 홀랜드'의 새로운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출연이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또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등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에서 주연을 연기하며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배우 '마크 월버그' 도 출연하니 어떠한 모습의 연기를 보여줄 지 기대됩니다.
<언차티드>는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있다는데요.어떻게 보면 실사화를 하는 영화인만큼 게임이 아닌 영화 속에서
화려한 모험/액션 블록버스터 장면을 구현할 수 있을지도 기대됩니다.
3. 굿 보스
드라마 | 스페인 | 120분
감독 :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 출연 : 하비에르 바르뎀, 마놀로 솔로, 알무데나 아모르 등
개봉 : 2022년 2월 10일 개봉
배급사 : ㈜디스테이션
"우수기업상 최종 후보에 오른 '블랑코 스케일즈'는 골칫거리 직원들 때문에 수상이 물 건너갈 판이다.
사장 ‘블랑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지만 그가 개입할수록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게 되고
겉 보기에 완벽했던 ‘굿 보스’의 실체가 밝혀지는데…"
*관전포인트* :
스페인 고야상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등 17개 부문 노미네이트작.
스페인의 국민배우이자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의 주연작입니다.
국내에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 연기로 큰 화제를 모은 배우입니다.
영화 <굿 보스>는 블랙 코미디 장르로 '하비에르 바르뎀'의 코미디 연기, 출중한 연기를 바탕으로새로운 매력의 모습을 선사할 예정인데요.
또한 영화를 연출한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만남은<햇빛 찬란한 월요일>, <에스코바르>에 이어 세번 째 협업이라고 합니다.
20년간 쌓아온 그들의 파트너쉽과 시너지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될 지 기대가 대목입니다.
씨네랩이 소개하는 개봉작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하루하루 안타까운 코로나 펜데믹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꼭 건강하고 안전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콘텐츠는 다음 주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안녕!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랑종>부터 <더 그레이트 샤크>까지! 올 여름 화제의 공포영화 BIG 3
2021년 더욱 강력해진 죠스의 등장을 알리는 <더 그레이트 샤크>부터 초자연적인 현상을 담은 호러 <랑종>, <귀문>까지 무더위를 한방에 날리기 위해 여름 극장가에 찾아온 공포 영화 BIG 3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개봉 전부터 뜨거운 입소문의 '그' 영화! <랑종>
먼저, 오는 7월 14일 개봉 예정인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로,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손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나홍진 감독이 집필한 원안에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오랜 리서치를 통해 태국 현지에 맞게 각색하여 연출한 영화는 몰입도 넘치는 서사와 생동감 넘치는 연출이 더해져 전에 없던 웰메이드 호러 영화로 탄생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은 촬영 감독조차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게 할 만큼 실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듯한 날것의 공포를 선사해 장르의 또 다른 세계로 끌어들일 예정이다.
체험형 공포의 새로운 패러다임! <귀문>
오는 8월 개봉 예정인 <귀문>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극강의 공포를 그린 작품으로, 배우 김강우가 생애 최초 공포 연기에 도전해 기대감을 더한다. 또한, 극 중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사건은 예측불허 긴장감을 자아내며 생생한 공포를 예고한다. 여기에, 한국 영화 최초로 2D부터 ScreenX, 4DX까지 다양한 포맷으로 동시 제작된 영화는 여러 호러 장면들을 생생하게 선보이며 리얼함을 배가시킬 전망이다.
더욱 강력해진 죠스의 등장! <더 그레이트 샤크>
이와 함께, 오는 8월 5일 개봉을 앞둔 <더 그레이트 샤크>는 초자연적인 소재를 담은 공포 영화와 차별화 된 원초적 공포의 정점 샤크 무비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더 그레이트 샤크>는 비행기 사고로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게 된 5인의 여행객이 굶주린 식인 상어 떼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숨 막히는 사투를 벌이는 극한 서바이벌 스릴러다. <47미터> 시리즈 제작진이 참여해 신뢰도를 높인 <더 그레이트 샤크>는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 <고질라 VS. 콩> 제작진까지 가세해 상어 비주얼과 바다 배경을 생생하게 구현해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의 최대치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무더운 열대야 속,
오늘 소개한 세 편의 공포 영화와 함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보자!
씨네랩 에디터 Jade.
-
- 용서의 무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군대를 모른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 영화가 실제 군대 모습을 잘 투영했다고 말하면 나는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첫 학기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발표주제로 이 영화를 정해주셨다. 첫 대학 수업이었고, 잘 하고 싶은 수업이었고, 팀플에 대한 기대가 있기도 했다. 대학생활에도 짬이 있다면 나의 짬은 없었다. 짬 많은 고학번들의 'PPT를 다룰 줄 몰라요' 같은 속 보이는 거짓말을 보고도 정말 그 말을 믿는 사람처럼 그러시구나, 하며 나 좋자고 온갖 고생을 다 했다. 영화 자체로는, 당시에는 진지하게 봤지만 시간이 지나니 많은 것이 사라졌다. 우습게도 나는 어리버리한 후임을 가르치는 태정의 웃음 섞인 '교육' 씬만 기억에 남을 뿐이었다.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보며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될까' 정도의 생각이 남았다. 살을 부딪히듯 닿는 슬픔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젯밤 다시 이 영화를 보면서 감겨오던 눈이 어느새 잠에서 완전히 깨버렸다. 결국 다 보고 잘 수 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여전히 나는 군대를 모르는데도, 대립되는 영화 속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이 익숙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나랑 같구나. 내 생활과 같구나. 분명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같구나.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정신이 차갑게 맑아졌다. 나는 태정과 승영 사이에 있었고, 지훈이처럼 감정에 휩쓸려 있었다. 누군가 말해준 적 있었다. 직장은 군대보다 좀 더 할 만한 버전이라고. 직장도 힘들긴 한데 여러모로 군대보단 나으니까 할 만하다고. 나는 그 말을 이제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태정과 승영, 지훈, 모두 같은 부대의 선후임 사이다. 셋 모두 서로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있는 사이. 태정과 승영은 중학교 동창이었고, 늘 후임을 잡기로 유명하던 태정 역시 승영에게는 마음이 쓰이는 만큼 관대할 수 밖에 없었다. 태정의 성격일 수도 있지만 승영에게 좀 더 마음이 약했던 것 같기도 하다. 군대라는 시스템을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승영은 사사건건 부대원들과 부딪힌다. 그에겐 비장하고도 원대한 꿈이 있다. 이 비합리적이고 불평등한 문화를 바꾸고 말거라는, 나만큼은 다른 선임과 다르게 '좋은 선임'이 되겠다고. 승영은 어찌보면 태정의 그늘 아래서 원하던대로 지훈에게 '좋은 선임'이 되는 듯 했다.
군대의 시스템을 긍정하는 사람은 영화 속에 아무도 없다. 문제야 많다. 많은데, 다만 지금 이대로가 편하고, 둘쑤셔봐야 힘들기만 할 뿐이라는게 중론이다. 바꾸는 거, 말은 쉽지. 근데 그게 말처럼 쉬울 것 같냐? 라는 태정의 말이 영화를 찌르고 있다. 누구를 비판할 수 있겠는가. 군생활 내내 선임한테 힘들게 깨지다가 고참되서 대우 좀 받아보자는 모습. 더 다치고 문제가 커질까봐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를 달고 사는 모습. 나는 달라야지 하다가도 결국은 맞춰줄 건 맞춰주자며 이 시스템에 순응하는 모습. 적응하지 못하고 벌어지는 상처에 허덕이는 모습. 사랑하는 이가 서로 필요할 때 함께 하지 못해서 어긋나고 부서지는 모습. 외롭고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상대를 한없이 추락시키고 희롱하는 모습. 마음 한 구석엔 죄책감과 후회감을 안고 사는 모습.
이들 전부가 잘못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시스템으로 모든 걸 합리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곳에 대사 하나 없이도 모두를 움직이는 존재는 바로 군대의 시스템이다. 군대라는 말로 모든 논리는 불필요해진다. 절대적인 고유명사다. 여전히 그런 곳이 있다. 표현만으로 부조리가 생각보다 쉬이 용인되는 곳. 등장인물은 군대라는 감독이자 무대 앞에서 연기한다. 어리버리한 일병을, 위아래로 까이는 상병을, 걸음걸이부터 자신감넘치는 병장을. 같은 사람이 계급이 변하면 연기의 결이 새로워진다. 소심하게 구석에 쳐박혀 맞던 이는 언제 그랬냐는듯 배를 내밀고 거만하게 걸어다닌다. 이들은 누군가에겐 피해자이자 가해자였을 수 있다. 동시에 이 모든 걸 유지시켜주는 일원이었다.
자존심이, 내 생각이 대수냐 싶을 때가 있다. 진심이 아닌 바에야 그냥 죄송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 할 때가 있다. 아주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는 좀 맞춰주고 비위도 맞추고, 그래야 나도 편한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문득 멈칫한다. 이러다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 이렇게 하나씩 바꾸다 보면 미래의 내가 똑같은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 승영처럼 흔들리다 누군가에게 절절하게 매달리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었다. 태정처럼 슬픔은 슬픔대로, 적당히 타협하다가도 밥을 입에 넣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감옥에 갇혀있다는 느낌. 나와 나의 친구들의 갇혔다는 느낌은 영원히 다를 것이다. 그들에겐 누구보다 힘들고 고생스러웠을 이야기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이들에겐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해받지 못하는 슬픔과, 이해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군대 밖에서도 이어진다. 끝나지 않고 사회에서도 변주된다. 군대생활이 사회생활, 직장생활로 이름만 수정했을 뿐이다.
태정과 승영, 지훈 모두 스스로에게 용서받지 못한 자들이다. 용서를 구할 존재는 따로 있는데 용서를 받지 못하는 존재만 늘어간다. 힘들어서 다른 이에게 또 다시 상처를 주고, 남들도 다 하는 거라서 상처를 준다, 그 땐 어떻게 그랬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잘 적응하려고 후임을 괴롭히고도 미안해서 담배를 주거나 먹을 것을 챙겨주던 태정. 눈엣가시처럼 삐딱선을 타다가 이내 순응하고, 그러면서도 후회하는 승영.마음의 상처까지도 어리버리함으로 묻혀서 홀로 화장실로 들어가야했던 지훈. 정말 모든 추억이 미화되는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묻어두고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닌가. 용서를 구해야 할 군대의 시스템은, 이런 시스템의 군대를 있게 한 이유는 말없이 그 자리에 있다. 이제는 너무 오래 되어서 당연한 것처럼. 그래서 원칙이 되어버린 것처럼. 새로운 반역자가 들어오면 한 마디 하겠지.
"야, 군대 잘 돌아간다. 너 같은 애들은 예전에도 있었지. 걔네들 다 어떻게 됐는지 알아? 관록이란 건 그렇게 무너지기 쉬운게 아니란다. 시대가 변했으니 조금은 바뀔 순 있지만, 사라질 순 없어."
속으로 웃어넘기면서 용서의 무덤으로 이들을 받아들일 것이다. 누구 하나 선뜻 잘못했다 진심으로 입을 열 수는 없는 곳. 크고 작은 잘못이 산처럼 쌓여있는 곳. 자기 자신에게 용서받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을 등 뒤에 줄 세워둔 곳으로.
-
- 의심받고 고통받은 고라니에게 심심한 사과를-2
사실 영화의 초반에 차에 치인 고라니가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잘 퍼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면 더욱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 사체가 어떻게 돌아다니게 되었냐는 것이다.
로드킬, 말 그대로 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서 사망하는 사고를 말한다. 한글로는 ‘동물 찻길 사고’라 한다.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운행 중에 야생동물이 갑작스럽게 도로에 침입해서 발생하는 차 사고라고 볼 수 있겠지만 동물 입장에서는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동물의 입장에서 강하게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동물을 피하다가 2차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고, 차량이 파손되면서 사람도 경제적인 손실을 입기도 한다.
로드킬은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잔인한 교통사고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의 숫자는 2018년 6월부터 체계적으로 수집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조사 및 관리 지침」을 공동으로 제정하였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굿로드'를 활용하였다.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은 뒤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특정 기관이나 단체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고할 수 있어서 시민들에게 오픈해 달라는 요구가 있는 상황이다. 즉, 제대로 집계하기 시작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7월에 로드킬 저감 대책을 수립한다면서 그동안의 통계가 발표되었다. 대부분의 로드킬은 국도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부산행>의 사고도 국도에서 발생했다. 그냥 생각하면 고속도로에서 더 많이 발생할 것 같은데 10배나 높게 국도의 사고량이 많다고 한다. 속도가 빠르다 보니 사체의 훼손이 심해서 발견하지 못하거나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을 것이고, 아무래도 동물들도 건너야 할 거리가 멀다 보니 위험하게 느껴져서 시도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과 비교하며 2019년에는 사고 발생량이 50% 정도가 증가하였다고 했다. 2018년 6월 이전에는 제대로 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늘어난 것이기도 하겠지만 도로가 더 많이 생겼기 때문에 사고의 수가 많아지기도 했을 것이다.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4월에서 6월까지, 그리고 10월이다. 아무래도 동물이 번식하고 이동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나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동물은 고라니다. 그다음은 고양이, 너구리 순이라고 한다. 역시나 고라니는 억울하다.
우리나라에서 고라니는 농작물을 망치는 나쁜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허가 기간에는 사냥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고라니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심지어 IUCN적색목록에 '취약 등급'으로 분류가 되어 있다. 아주 귀엽다고 알려진 랫서팬더와 우리나라에서는 복원을 진행하고 있기도 한 반달가슴곰과 동급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고라니 수의 반 이상이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하니 많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IUCN적색목록>
절멸 가능성이 있는 야생생물의 명단을 만들어 그 분포나 생식 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안내 책자
- 절멸종: 디메트로돈, 아르젠타비스 등
- 자생지 절멸종: 바바리 사자 등
- 심각한 위기종: 샴악어, 수마트라오랑우탄 등
- 멸종위기종: 설표, 판다 등
- 취약종: 랫서팬더, 반달가슴곰 등
- 위기근접종: 흰손 기번, 큰 개미핥기 등
- 관심 필요종: 미어캣, 붉은여우 등
- 자료 부족종: 날개다랑어 등
- 평가불가종: 왕도마뱀, 목도리도마뱀 등
야생동물들이 도로를 건널 수 있게 해 주는 것에 '생태통로'라는 것이다. 말이 좋아 생태통로이지 사람의 입장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동물들이 제대로 쓰고 있다고 100% 확신할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은 육교형 생태통로이다. 동물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통과용으로만 계획하고 실제 조성은 산책로처럼 만들어서 사람이 쓰는 경우가 꽤 있다. 야생동물들은 길도 잃었는데, 선심 쓰듯 만들어준 대체 도로도 빼앗기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태통로가 있어도 도로로 나오게 된다. 예전의 기록에 의하면 생태통로 주변에서 더 많은 로드킬이 발생했다고 한다. 미루어 보아 아마 동물들은 생태통로를 건너갈 수 있는 길로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동물들은 우리보다 감각이 더 예민하고 생명에 위험이 되는 것에 더 민감할 텐데 평소에 다니지 않던 곳을 지나가는 것이니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분은 이런 이야기도 하셨다. 동물들은 습성상 배운 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고, 산에서 산으로 이동할 때는 오르고 내리는 길이 있어야 하는데 육교형의 경우 직선이다 보니 다녀야 할 길로 인식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경우 생태통로를 언덕처럼 산처럼 만드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디자인은 대부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싸고 쉬운 방식을 택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생태통로의 개수는 45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새로 만들어지는 것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개선하는 것이 너무나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생태를 단절하는 형식의 새로운 도로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속도를 즐기고 빨리빨리의 민족이기에 더 많은 도로를 원하겠지만 이 좁은 땅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도로에서 야생동물을 발견하거나 로드킬을 당한 동물을 발견할 수도 있고, 혹은 어쩔 수 없이 치게 될 수 있다. 영화의 농부가 그랬다. 운전하면서 한 눈을 팔지 말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말이다. 낮에는 잘 보이는 편이니 한눈만 팔지 않으면 잘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야행성이라서 밤에 다니는 동물이 많으니 밤에 마주치게 된다면 전조등을 끄고 속도를 줄이면서 경적을 울려주는 것이 좋다. 간혹 놀라거나 사람인 줄 알고 상향등을 켜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동물도 사람도 오히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도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 후레쉬가 눈에 번쩍하면 한동안은 잘 안 보이는 것처럼 동물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라니는 순간적인 반응이 오면 움직이지 못한다. 산이나 너른 들판에서 가끔 고라니를 만나게 되는데 사람을 만나면 무작정 도망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한동안은 움직이지 못하고 멀리서 쳐다보고 있다가 도망가기 일쑤이다. 야생동물들은 차량을 멈춰 잠깐 기다려주면 피할 것이고, 속도를 줄여서 운전하고 있었다면 안전하게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산에서 갑자기 내려오는 야생동물은 피하지 못할 수 있다. 주변에 차가 없다면 최대한 피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야생동물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냥 치는 수밖에는 없다. 핸들을 갑자기 꺾는다든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2차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사고만큼 인명사고도 마음 아픈 것은 똑같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을 발견하거나 사고가 나면 고속도로의 경우 한국도로공사로 국도는 담당 도로관리청으로 신고하면 된다. 앞서 이야기한 애플리케이션이 일반인들에게도 오픈된다면 더 많은 사고와 유형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자료로 예방할 방법도 알아내야만 한다. 영화의 고라니가 생각보다 빠르게 좀비화되긴 했지만 만약에 농부가 신속하게 로드킬을 신고하고 사체가 수습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면 고라니에 의한 좀비 바이러스 확산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전화를 받으려고 운전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1차 책임은 있지만 말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코로나와 로드킬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로 통행 제한이 되니 차량의 수가 줄었고, 하루에 죽는 야생동물의 수 역시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메인이라는 주에서는 45%나 감소했다고 한다. 결국 애석하게도 로드킬은 인간의 활동이 줄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우리는 자동차의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사용해야 한다면 그 속도를 낮춰야 한다. 그러면 나 자신의 안전도 지킬 수 있고, 동물의 생명도 지킬 수 있다. 아무래도 빼앗는다는 말은 부정적이지만 그래도 동물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도로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
- 프랑스 애니메이션, 어디까지 봤니?
여러분은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 얼마나 보셨나요?
각 작품마다의 매력이 너무나 달라 더욱 흥미로운 오늘의 큐레이션인데요!
매력적인 작품이 한가득인 가운데,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이 바로 오늘(6/11) 개봉하였으니,
극장으로 확인하러 가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
- 새로운 곳에 뿌리내리려는 한 가족의 이야기
먼 이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이민의 길을 떠난다. 고국에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거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이민의 길은 사실 쉽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워가면서 조건이 좋지 않은 일부터 시작해야 새로움의 삶을 천천히 익숙한 삶으로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일을 해나가면서 조금씩 나은 일을 찾고 가족들과 삶을 이어나간다.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가족들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 힘든 이민의 삶을 받아들이고 점점 그곳의 일부분이 되어간다. 어떤 나라에서든 이민자들의 삶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여전히 그런 과정을 거친다.
사실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것이 꼭 이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면서 전혀 새로운 곳에 이사 가게 되어 살게 되거나 다른 환경으로 가게 될 때 우리는 그런 경험들을 한 번쯤은 겪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찾아 다시 삶을 만들어 나가는 장면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할 때, 그 쉽지 않은 현실을 앞에 두고 가족들은 때론 서로 의견 대립을 하고 싸운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손을 잡고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새로운 곳에 온전히 뿌리내리기 위해 의지할 곳은 바로바로 옆에 있는 가족뿐이다.
영화 <미나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제이콥(스티븐 연), 모니카(한예리),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빗(앨런 김) 가족이 알칸소의 새 집에 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미국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제이콥과 모니카의 가족이 다시 새로운 지역 알칸소로 이주해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제이콥은 바퀴가 달린 집과 그 주변의 땅에 농장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하는 일을 하며 같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미국 대도시의 삶에 잘 적응하지 못한 듯한 이들은 새로운 곳으로 옮겨 좀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거주 환경과 주변을 본 모니카가 실망감을 토로하지만 여기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남편 제이콥의 말에 일단 그곳에서의 삶을 준비한다.
제이콥이 준비하는 농장은 그의 가족이 좀 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제이콥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 주변의 땅에서 물을 찾는 일이다. 물길을 찾는 외부인을 불러와 살펴보거나 자신이 직접 땅을 파서 땅속의 물을 찾아 농사에 활용한다. 제이콥이 늘 물에 신경 쓰는 것처럼, 영화 속에서 물은 꽤 중요하다. 물만 잘 공급된다면 농사를 짓기 수월하고 이들 가족이 큰 불편함 없이 뿌리내려 사는데 도움이 된다. 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물이 끊겼을 때 가족을 압박하는 것은 생활의 불편함 뿐 아니라 경제적인 압박도 포함된다. 그들이 목이 타는 것과 같이 마음속도 타들어가고 부부는 의견 대립으로 충돌한다.
제이콥은 자신의 농장에서 작물을 성공적으로 수확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믿고 부단히 매달린다. 반면 모니카는 실패할 수도 있는 농장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병아리 감별을 지속적으로 하길 원한다. 그리고 조금은 더 큰 도시로 이주하여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가족과 함께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를 원한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위하지만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금 다르다. 제이콥은 농장의 성공이 가족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부단히 매달린다. 당장은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자신이 그리는 안정적인 상황이 그의 눈앞에 보인다. 그래서 그는 그 농장을 포기할 수 없다. 그 농장의 성공이 바로 가족의 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모니카는 적은 돈을 벌더라도 바로 지금 안정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당장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농장일에 매달리는 제이콥과 의견 대립을 하게 된다.
그런 작은 대립에도 불구하고 모니카와 제이콥은 서로의 그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모니카는 제이콥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은연중에 만들어준다. 비록 제이콥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가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는다. 또한 자신의 엄마인 순자(윤여정)를 미국으로 불러와 자신과 남편이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한다. 순자는 이 가족이 좀 더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윤활유이자 물 같은 존재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미국으로 올 때 가져온 고춧가루, 멸치 등은 밥상에 올라올 음식이 되어 가족들에게 고국의 맛을 선사하고, 그가 가져온 화투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놀이가 가진 재미를 알려준다. 비록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외할머니와 데면데면해 하지만 아이들은 곧 그것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조금씩 외할머니는 이 가족의 한 구성원이 되어간다.
그 익숙해진다는 것이 곧 친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완전히 마음을 열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이 영화 속 데이빗과 앤 도 마찬가지다. 대화조차 잘 통하지 않는 외할머니에게 그들이 친숙함을 금방 느끼기는 어렵다. 처음 외할머니를 만난 데이빗은 연신 할머니 같지 않다며 혼자 중얼거리는데, 한국의 할머니를 처음 만났고 기대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이 일하러 간 시간, 어쩔 수 없이 외할머니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데이빗과 앤은 외할머니와 함께 집에서 조금 떨어진 냇가에 산책을 나간다. 특히 데이빗은 그 산책의 시간을 보내며 순자와 교감하고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질병도 서서히 회복해나간다. 그렇게 모든 가족의 마음속에 익숙함이 자리해나갈 때 비로소 그들이 그곳에 정착할 수 있는 기운이 만들어진다.
<미나리> 속 특별한 장면들은 대부분 외할머니 순자와 데이빗이 만들어낸다.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은 짧은 한국어와 영어를 통해 이야기하는데 냇가 옆에서 데이빗과 부르는 원더풀 미나리 송에서도 정감이 느껴지고 티격태격 장난치는 듯한 두 사람의 행동도 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순자는 데이빗이 눈에 보이는 위험을 보이는 곳에 놓고 관리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심장병이 있어 늘 뛰기를 두려워하는 데이빗에게 그 위험을 직면하며 관리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데이빗은 마음도 몸도 서서히 치유가 되어간다 이 영화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면 외할머니와 손주가 만들어낸 이런 앙상블 때문일 것이다.
순자는 고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를 냇가에 뿌려 미나리를 키운다. 물만 있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는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니카와 데이빗 가족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가족에게 물만 있으면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큰 문제없이 정착할 기회가 만들어진다. 영화 후반 군집을 이루어 아주 잘 자라는 미나리의 모습은 어쩌면 이 가족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는 이들 가족이 잘 정착하여 살게 되는지, 농장 운영은 성공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그곳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마음인지는 잘 보여준다. 결국 다섯 명의 가족이 결코 떨어질 수는 없고 앞으로도 같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타오르는 농장에 뛰어든 제이콥과 모니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들은 싸운 직후였고, 이별의 결심까지 한 후였다. 하지만 남편이 노력하여 얻은 결과물이 타오르자 그것의 일부라도 구하고자 이리저리 물건을 불 밖으로 빼는 모니카의 모습에서 남편의 노력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그들이 결국 같이 그것을 해결해 나갈 것임을 보여준다.
가족의 고난사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영화 <미나리>는 긍정적인 영화다. 잠깐씩 모습을 비추는 알칸소의 이웃과 교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그들에게 호의적이다.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점 때문에 다르게 받아들여지지만 조금은 신기하게 바라보고 친해지려 다가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폴(윌 패튼)은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웃으로 등장하지만 결코 나쁜 인물이 아니다. 이해 못할 행동을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제이콥의 농사가 잘되길 빌면서 일손을 돕는다. 악의 없이 이 가족이 그 땅에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어쩌면 영화 속 그의 주술이 실제로 가족의 마음이 안정되도록 심리적인 도움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덕분에 농작물 수확도 잘할 수 있었고, 집안에 나쁜 일들도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까. 이민자들 주변에 있었던 좋은 이웃들의 모습을 폴이라는 인물이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폴이 이민자인 그들을 이상하게 취급하지 않은 것처럼 가족도 폴을 하나의 이웃으로 대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공감하며 관람할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부부의 이야기, 어떤 사람은 외할머니와 손주들의 이야기 그리고 본인이 이민자라면 이민자 자체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이민자들의 경험이 담겨 있지만 아주 보편적인 가족의 정서를 담고 있어 널리 공감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미나리 리뷰>
-
- [서브스턴스] 끝장리뷰 |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상징 | 야자수 의미 | 오프닝, 엔딩 해석 | 결말해석 | 세 번의 탈피 | 음식과 물질 | 스탠리 큐브릭 | 두 자아
[서브스턴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야자수, 세 가지 색 (빨간색 vs 파란색, 노란색)
Chapter 2 물질과 음식, 세 번의 탈피
00:00 괴랄한 수작
00:31 스탠리 큐브릭
01:14 야자수
02:30 세가지 색깔
05:12 의아한 지점
06:10 물질과 음식
07:52 나vs나
08:55 탈피, 변태
09:55 별점 및 한 줄 평
10:1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브스턴스 #서브스턴스해석 #서브스턴스리뷰 #서브스턴스후기 #영화서브스턴스 #서브스턴스영화 #서브스턴스결말 #데미무어 #THESUBSTANCEMOVIE #THESUBSTANCEREVIEW #코랄리파르쟈 #CoralieFargeat #마가렛퀄리 #MargaretQualley
-
- 학부모입니까? 학생이니? 선생님? 꼭 기억되어야 할 영화[인생걸작/영화리뷰]
#명화#학생영화#죽은시인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https://toon.at/donate/63724555002223...
-
-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공식 예고편
"미스터리 마술사 그의 마법에 걸렸다"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와 아이로 남고 싶은 마술사 '리을'
올 봄, 이들의 특별한 주문이 시작된다!
-
- 영화 <아바타 : 물의 길> 티저 예고편
“이것만은 변치 않아. 우리가 어딜 가든지, 가족은 우리의 요새야.” [아바타: 물의 길] 티저 예고편 대공개 2022년 12월, 오직 극장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