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5-02 20:06:37
[JIFF 데일리] 마음 가는 방향으로
<비밀 문자> 리뷰

OVERVIEW
비밀 문자 누슈에 대한 매료로 연결된 두 명의 중국인 밀레니얼 여성을 과거와 현재에 걸쳐 따라간다. 수백 년 된 이 언어는 여성 공동체의 연대, 희망, 생존을 위한 은밀한 지원 체계로 작동하면서 중국 여성들을 세대를 넘어 하나로 묶어왔다.
REVIEW
예외는 있었겠지만, 수천 년의 중국 역사에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복종해야 했고 읽거나 쓰는 것을 배울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비밀 문자인 ‘누슈’를 통해 때로는 신세 한탄을, 때로는 이루지 못할 꿈을 적어 내려가면서 여자들끼리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연대할 수 있었다. 이제 교육 기회가 균등해졌고, 여성의 권리도 전보다 나아지고 있기에 ‘누슈’는 더 이상 계승되기 어려운 ‘잊혀져 가는 문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여성들만이 이해할 수 있었던 문자 ’누슈‘를 각자의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는 두 여성을 통해 ’누슈‘의 역사와 중국 역사 속에서 여성의 의미, 그리고 그들이 ’누슈‘로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조명한다. 물론 ’누슈‘의 원래 의미와는 정반대로, 그저 예쁜 캘리그라피로만 인식하고 상업화하려는 관료들의 모습은 어처구니없기도 하지만, 불평등 속에서 자신의 삶과 생각을 기록하려고 노력해 온 중국 여성들의 ’놀라운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전진수)
세상 다른 수많은 사회처럼, 중국 봉건사회 또한 여성을 기존 제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교육과 사회생활은 요원했고, 자연스레 여성이 스스로 남긴 기록도 많지 않았다. 심지어 전족으로 발 뼈를 부수고 살을 뭉쳐 손쉬운 이동의 자유마저 금했다. 거기서 “노예 같은” 생활을 했다는 여자들은 자기들만 아는 문자를 만든다.
함께 괴로워했던 여자들만의 문자. 그 문자로 시를 짓고 노래를 하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살아가자는 응원을 전했다. 아주 오래 비밀로 내려오던 문자는 세상에 알려진 후로 누슈(女书)라고 불린다. 문자 그대로 여자가 썼다는 담백한 명칭이지만 거기 얽힌 이야기들은 주렁주렁 많다.
영화는 누슈의 어제와 오늘을 고루 비춘다. 누슈의 전승자인 후신이라는 인물을 시작으로, 몇 년 전부터 누슈를 배우기 시작한 쓰무라는 인물을 더하고, 누슈를 실제로 집에서 배운 누슈의 마지막 명장이자 후신을 가르친 허 선생님까지 이어, 누슈를 계속하는 이들을 담는다.
이들은 누슈를 사랑하고, 누슈의 의미를 지키고자 하지만, 가뜩이나 생은 쉽지 않은 것. 의미까지 더해 업고 가기가 쉽지 않다. 세상은 이들의 누슈를 향한 애정과 같은 시선으로 누슈를 바라보지 않는다. 후신의 글자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위한 자리에서 선물로 주어진다. 은밀한 여자들의 글씨였는데, 술잔을 든 남자들을 위한 선물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글씨와 시로 시작한 누슈는 이제 춤과 공연의 대상이다. 누슈 글씨를 쓰고 있는 여자들에게 몰려온 남자들이 "마을 미녀"들이 글을 쓰고 있다며 동물원에 온 것처럼 굴고는 "친구 하자"며 자기들끼리 낄낄거린다.
후신은 누슈로 상당한 성취를 이룬 인물이지만 이혼의 기억을 “여자로서의” 실패로 여기는 마음이 자꾸 올라온다. 다재다능하고 누슈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는 쓰무는 약혼자가 쉼 없이 던지는 말을 들으며 고민에 빠진다. 하루 만에 누슈를 해석해 왔던 듬직한 남자라 생각했응 텐데, 아직 결혼도 하기 전부터 쓰무를 들들 볶으면서도 자기는 부담 주고 있지 않다 말한다. 이들이 사는 오늘의 누슈를, 누슈의 기억을 가진 허 선생님도 바라본다. 그는 오늘날의 누슈가 원래의 누슈와는 전혀 다른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누슈 작품은 대다수가 자매애에 대한 것이다. 원부가를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누슈는 고통이 해소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에 마치 남자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여성 간의 연대와 지지를 택했다.
여전히 마을에는 새 신부가 나오고, 새로운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그중에는 아름답고 지고지순한 이야기도 있겠지만, 사랑 아닌 것들도 사랑을 가장한다. 그 허위의 이면에는 몰이해와 몰상식이 있다. 누슈를 인정하고 누슈를 위한 행사에 서 있지만 정작 누슈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는 남자들처럼. 사랑과 결혼을 말하며 결국에는 상대가 취해야 할 도리를 가르치려 드는, 결혼도 하기 전부터 임신에 좋다는 쓴 약을 먹이고, 밥 먹으러 가는 길에 입에 귤이나 넣어주고, 여자가 알아들은 말을 굳이 되풀이해 설명하는 남자처럼.
봉건제도 속의 남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남자들의 몰상식이 횡행할 때, 누슈의 노래 가사는 생생하게 살아 여기까지 전해진다. 왜 여자들은 마음껏 놀 수 없는지, 왜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지 묻는 노래 가사는 본질을 비춘다. 이런 질문은 새롭고 급진적인 사상이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자연스러운 질문을 던지는 것뿐인 것을. 대약진운동의 흐름 아래 남녀가 동등하게 교육을 받고 일을 했던 시절을 피부로 기억하는 이들은, 따로 교육을 받지 않아도 피부로 안다.

누슈를 둘러싼 남자들의 모습은 촌극에 가깝다. 어떻게 저러나 싶을 만큼 우당탕쿵탕 엉망진창이다. 방향성과 타깃조차 설정하지 않고서 상용화를 하겠다고 설치고, 누슈 관련 행사 무대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여성조차 세워놓지 않은 주제에, 제막식 하나도 제대로 못 해서 현판을 떨어뜨리고 난리가 난다. 그들을 보며 역설적으로 누슈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21세기에 저러고 있다니 봉건사회에선 어땠을까. 욕하고 때리지 않으면 다행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도망칠 수도 없는 발을 부여잡고 집안 모든 남자들의 발을 씻겨야 했던 여자들의 삶에 누슈가 어떤 의미였을지.
언어의 본질은 소통이다. 허 선생님과 후신 사이의, 편지를 읽고 틀린 문장을 바로잡아 주는 장면이 뭉클하니 아름다웠던 이유는 바로 그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담길 때 비로소 글자는 의미를 갖는다. (마케팅도 거기서 시작했어야 했다. 누슈 상용화로 뭐라도 해보려고 한 멍청한 중국 남자들이여.)
세상의 풍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양한 말을 듣고, 세파에 흔들리고, 그러면서도 후신과 쓰무를 비롯한 동시대의 수많은 여자들은 자기 삶을 살아간다. 어떤 여자는 유리 천장을 깨는 것이 너무 힘드니 그냥 이 자리에서 행복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누슈를 받아들인 이들은 앞길을 몰라도 마음 편한 길로 걸어가 보겠다 한다. 내가 떠받들어 살려야 하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강해질 때 새롭게 피어날 세상임을 인지한 것이다.
이들은 누슈를 통해 과거와 대화하면서 오늘을 넘기고 내일로 향한다. 누슈 가사 속의 든든한 큰언니들이, 괴로운 한 세상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의 흔적이, 모르고 가는 길이라도 씩씩하게 나아갈 힘이 되어줄 것이다.
2023. 04. 29. 17:00 CGV전주고사 8관 (247)
2023. 04. 30. 19:3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358)
2023. 05. 01. 16:30 CGV전주고사 5관 (441)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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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탈과 이탈, 도피와 탈피 사이를 나지막하게 가로지르는 선율.
하스미 시게히코의 저서 [영화장화]에서는 ‘영화는 활극이어야만 한다. 활극이란 숏의 반복, 거듭되는 숏이 새로운 숏으로 바뀔 때마다 커다란 충격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충격은 완만하다. 부드럽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마지막은 액션이 연결돼서 아주 부드럽게 흘러간다.’라고 <도쿄 소나타>를 평한다. 정적인 숏 속에서 <도쿄 소나타>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행동한다. 어떠한 결심을 하고 몸을 움직인다. 그 속에 큰 목적성은 없다.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지배적인 무의식이 행동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사사키 가족은 일탈과 이탈, 도피와 탈피를 경험한다. 네 명의 인물들은 각자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메구미는 일탈하는 인물이다. 오프닝 시퀀스, 열린 문 사이로 빗줄기가 들이친다. 서둘러 문을 닫고 바닥에 고인 빗물을 닦던 메구미는 다시금 문을 열어 허공을 응시한다. <도쿄 소나타>에서 집이란 정돈되어 있는 안락한 곳, 사사키 가정을 의미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가정을 위협하는 폭풍우는 앞으로의 갈등을 암시하는 듯하다. 여기서 문을 다시 여는 메구미의 행동은 굉장히 상징적이다. 관객은 가정의 갈등이 외부에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균열을 만들고 고통을 내부로 들이는 것은 메구미임을 알 수 있다. 류헤이의 실적에서부터 비롯된 폭풍우는 애써 모른 척해주는 메구미가 문을 닫기 때문에 집에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고인 빗물처럼 균열을 감지한 메구미는 다시 문을 열고, 결국 폭풍우는 사사키 가정을 침범하게 된다.
작중 메구미는 수많은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 <도쿄 소나타>의 주배경인 집은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그렇기에 집의 구조와 가구의 배치 같은 공간적 특성은 모두 의도된 연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구로사와 기요시는 사사키 가족을 결코 허투루 잡지 않는다. 힘을 준 숏이라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런 기요시가 메구미를 보여줄 때는 필수적으로 장애물을 배치한다. 책장, 찬장, 창틀 사이로 보이는 메구미는 언뜻 철창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반복되는 이중 프레임은 메구미에게 있어 평온한 가정이 얼마나 감옥처럼 느껴지는지를 가시화한다.
메구미가 일탈하고자 하는 시도는 영화 전반적으로 등장한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자동차를 보러 가는 것이 그러한 예시이다. 류헤이의 이탈을 알아챈 것도 바로 일탈의 과정 속에서다. 메구미는 애써 전업주부의 삶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좋은 엄마이자 아내이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가정의 불화에 심한 염증을 느끼는 인물이기도 하다. 류헤이의 권위가 하락하며 자아를 되찾은 메구미는 납치범에게 잡힌 인질일지라도 가정을 떠난다는 선택을 내린다. 결정권이라고는 메뉴를 고르는 것뿐이던 메구미가 처음 적극적으로 행동한 순간이다. 정해진 삶에서 벗어나 도착한 곳은 어떠한 프레임도 없는 망망대해다. 쓸려가 버릴 듯 파도를 느끼는 메구미는 도로로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강인한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강렬한 햇빛. 메구미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엉망이 된 집은 예전처럼 정돈되어 있진 않지만 따스한 햇볕이 들어온다. 다시 밥을 짓는 메구미는 이전과 같지 않다. 균열을 느끼고 받아들인 순간부터 메구미는 일탈을 통해 변화했기 때문이다.
류헤이는 이탈하는 인물이다. 가족을 지키는 권위적인 가장, 류헤이를 한 줄로 설명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앵글은 류헤이를 권위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기요시가 메구미를 이중 프레임 속에 가둔다면, 류헤이는 거대한 헤드룸으로 짓눌러버린다. 필요 이상으로 긴 헤드룸은 류헤이를 불안정하고 왜소하게 만든다. 영화 초반부 오피스에 뜬금없이 자리한 나무 모형은 류헤이와 닮았다. 가정을 지키는 가장 같기도 하고,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하는 공간 속에 섞여 들지 못한 이물질 같기도 하다. 그런 나무에는 거대한 옹이가 자리하고 있다. 속이 텅 비어 버린 구멍을 품은 류헤이는 끝내 무리에서 이탈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류헤이는 이탈할지언정 도망치지는 않는다. 여자와 아이, 젊은이들만 태우고 가버린 구명보트, 즉 출근하는 행렬에 섞여 들지는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혹은 가정적으로 도망쳐버린 망자들의 행렬에도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직으로 인한 이탈은 곧 권위의 상실로 이어진다. 메구미가 문을 열어 균열을 받아들일 때, 류헤이는 켄지의 가방을 잠가주며 균열을 외면한다.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잃지 않기 위함이다. 기요시는 류헤이의 권위를 식사 장면에서 주로 다룬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 사사키 가족 내 류헤이가 가지고 있는 위치를 시각적으로 그려낸다. 모두가 밥 먹을 준비를 마쳤음에도 류헤이가 맥주를 마시는 걸 기다리는 모습을 통해서는 서사적으로 표현한다. 그런 류헤이의 권위 싱실은 메구미가 류헤이의 실직을 알고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타난다. 항상 높은 곳 혹은 동일선상에 위치해 있던 류헤이가 메구미보다 낮은 층고에 위치함으로써 전복이 일어난다. 이후로 류헤이는 백화점에서 메구미를 마주했을 때 아니라고 소리친다. 자신이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청소하다 발견한 목돈을 탐냈다는 사실을 외면하면서. 켄지를 2층에서 1층으로 밀어버린 시점에서부터는 그 어떠한 가장 노릇도 하지 못한다. 그런 류헤이는 차에 치인 후 일종의 부활을 겪는다. 비로소 류헤이는 권위를 내려놓는다. 엉망이 된 몰골로 청소부 복장을 한 채 집으로 돌아온 류헤이를 메구미와 켄지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제야 식사 시간은 온기를 되찾는다.
타카시는 도피하는 인물이다. 타카시는 작중 내에서 가장 분량이 없는 인물이다. 그가 도피하는 인물이기에 그렇다. 타카시는 본인 스스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불황의 일본 사회 속에서 취업도 하지 못하고, 행복도 찾지 못한 채 방황할 뿐이다. 타카시는 일본의 평화를 지켜주는 건 미국이라고 말하며, 일본에 회의감을 가지고 미군에 지원한다. 하지만 국경을 그어 놓은 채, 메구미와 류헤이가 가져다주는 안락함에 기대 사는 건 오히려 타카시다. 국경을 벗어난 타카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버스 창틀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이다. 그러나 기요시는 도망친 곳에 결코 낙원은 없다고 말하진 않는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을지도 그 과정에서 타카시는 새로운 시야를 얻는다. 도피보다 삶을 마주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메구미가 이혼하지 않고 다시 밥을 짓는 것처럼, 류헤이가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켄지는 탈피하는 인물이다. <도쿄 소나타>는 선형적 내러티브 구조로 진행되다가, 영화의 중반 지점부터는 역순행적 회상 내러티브로 바뀐다. 플롯이 변화한 그 시점, 백화점에서 메구미와 류헤이가 마주한 뒤부터 사사키 가족은 각자의 사건을 겪기 시작한다. 만남 이후 메구미는 화면상 오른편으로 운전하고, 류헤이는 화면상 왼편으로 달린다. 켄지는 타구치를 만나 전에는 메구미처럼 오른쪽으로 걷는다. 이후, 켄지는 가출한 타구치가 아빠에게 잡히지 않게 도와주다 결국 타구치를 지키지 못한다. 류헤이가 가정을 지키지 못한 것처럼 켄지도 관계의 상실을 겪는다. 그때부터 켄지는 류헤이처럼 왼편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계단 갈등 이후 켄지가 류헤이를 이해하게 된 순간이다. 그럼에도 가정으로 가장 먼저 돌아온 건 켄지이고, 류헤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도 켄지의 연주이다. 켄지는 방어적이던 자신의 모습에서 탈피해 설익은 위로를 전하기보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곁에 머무르기를 선택한다.
메구미와 켄지, 류헤이와 타카시는 각각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라 볼 수 있다. 사사키 가족은 각자의 여정 끝에 다시금 식탁 앞으로 모인다. 그렇게 반복되는 식사 장면은 관객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사사키 가족은 자신들이 어떤 일을 겪고 왔는지 구태여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다시 밥을 먹을 뿐이다. 하스미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던 것이 흔들리고 무너지도록 만드는 것이 영화이다. 알려고 하지 않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알게 되는 순간이 살아있는 현재를 뒤흔드는 아주 현실적인 체험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도쿄 소나타>를 통해 관객은 무엇을 느꼈을까. <도쿄 소나타>는 사회가 머금고 있는 수많은 아픔을 일상적으로 살아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충격이 되어주었을까, 혹은 나지막한 선율로 위로가 되어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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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2부 | 발버둥칠수록 더 빠져드는 총체적 난국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간 몸속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 설계자의 탈옥을 막으려다 고려시대에 갇혀버린 ‘이안’(김태리). 우여곡절 끝에 시간의 문을 여는 '신검'을 되찾은 그녀는 '썬더'(김우빈)을 찾아 미래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미래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과거 이안을 구해준 은인 '무륵'(류준열)은 자기 몸속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존재에 관해 묻기 위해 그녀를 찾는다. 삼각산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무륵 몸속에 요괴가 깃들었다고 의심한다. 신검을 찾아 눈을 고치려는 맹인 도사 ‘능파’(진선규)와 설계자와 함께 미래로 돌아가려는 ‘자장’(김의성)도 이안을 뒤쫓는다.
그 사이 2023년 서울은 '설계자'가 터뜨린 외계물질 '하바' 때문에 혼란에 빠지고, 우연히 외계인의 정체를 확인한 '민개인'(이하늬)은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한다. 모든 하바가 터지기 48분 전, 드디어 과거로부터 시간의 문이 열리고 세계의 운명은 이안의 손에 떨어진다.
<외계+인 2부>, 뒷심도 부족했다
2022년 여름에 개봉한 <외계+인 1부>는 관객 150만 명을 겨우 넘기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이 730만 명이었고, 흥행에 실패한 적 없는 최동훈 감독 작품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인 성적표였다. 비평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장르, 다른 하나는 이야기였다.
<외계+인 1부>는 무협 판타지와 SF라는 장르를 섞어내려 했다. 하지만 두 장르의 근본적인 특성과 차이를 무시한 채 익숙한 CG로 도배해 버렸다. 결국 낯선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도 못했고, 화려한 볼거리도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기시감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려시대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도 혼란스러웠다. 두 시간대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자연히 최동훈만의 개성도 좀처럼 자리를 못 찾았다.
이는 1년 반 만에 돌아온 <외계+인 2부>의 과제이기도 했다. 두 문제를 해결하면 반등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일부 단점은 해결된 듯 보인다. 전편에서 시작된 서사는 설득력 있게 끝맺었다. CG와 액션도 규모에 걸맞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러나 전편의 평가를 반전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개선점은 예상 못한 문제를 유발했고, <외계+인 2부>만의 새로운 문제점도 튀어나왔기 때문.
터널 끝 빛은 찾았다
가장 눈에 띄는 개선점은 편집이다. 전편과 달리 과거와 현재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주인공이 현재로 넘어가거나 새 캐릭터를 소개하는 대목처럼 이유가 확실할 때만 화면이 전환되기 때문. 그 덕분에 마지막에야 전체 윤곽을 간신히 볼 수 있었던 1부와는 달리, 2부의 전체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부 줄거리를 요약한 대목도 영리한 선택이다. 전편 내용을 환기하고, 새 관객의 진입 장벽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최동훈 감독의 스타일이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외계+인 2부>는 전편에서 미스터리로 남겨둔 이안과 무륵의 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때 두 주인공 몸 외계인의 정체를 활용해 나름의 반전을 선사하고, 긴장감을 고조하는 전개가 꽤 효과적이다. '안옥윤'(전지현)과 미츠코가 쌍둥이라는 사실을 살려 이야기를 비틀었던 전작 <암살>을 연상시킨다.
1부에서 호평받은 액션은 한 층 더 발전했다. 특히 날아다니는 칼을 활용하는 능파 캐릭터 덕분에 액션이 더 육체적이고 과격해졌다. 능력이 확연히 구분되는 캐릭터들이 합을 맞추는 클라이맥스도 과장 보태 <어벤져스>를 보는 듯한 인상을 순간적으로 준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기대에 비해 액션 스케일이 크지 않고, 괴물과 도사들이 싸우는 모습도 <전우치>에서 본 액션과 유사해서 새롭지는 않다.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짙다
그런데 편집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대목도 있다. 전체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편하게 이해하도록 얼개를 짜는 과정에서 여러 장면이 잘려나간 듯 보인다. 이처럼 설득력을 더할 분량이 곳곳에서 사라진 결과, 흐름은 급하고 세밀함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특정 상황에 처하거나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객이 그 여파를 음미할 시간도 충분치 않다.
이안이 무륵의 정체를 깨닫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륵이 자기를 구해준 소년이었음을 깨달은 이안은 크게 기뻐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무륵의 몸속에 외계인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 이에 이안은 무륵을 홀로 남겨두고 떠난다. 이 일련의 과정에는 5분가량의 분량만 배정된다. 생명의 은인과 십수 년 만에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치고는 지나치게 빠른 전개다.
새 캐릭터인 능파의 묘사도 비슷하다. 자장에게 눈을 잃고 밀본에서 쫓겨난 그는 신검을 찾아 헤맨다. 신검으로 눈을 고친 후 자장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런데 영화는 그의 과거사를 자장의 수발을 들던 한 노파의 말과 능파의 대사로 가볍게 짚고 넘어가는 데서 그친다. 결국 두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도 등장인물들의 내적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자연히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여전히 부족한 일관성
이에 더해 <외계+인 2부>는 전체적으로 톤이 불안정하다. 이는 1부와 공유하는 단점이다. 다만 원인은 다르다. 1부는 무협 판타지와 SF라는 장르 간의 부조화가 문제였다. 고려시대를 주 배경으로 삼았고, 가드와 썬더를 제외한 모든 인물이 판타지 세계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극 중 비중은 가드와 썬더에게 집중됐다. 그렇다고 그들의 SF 이야기가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1부는 판타지와 SF 사이에서 부유했다.
2부에서는 다행히도 판타지와 SF의 간극이 작다. 과거와 현재의 연계가 확실해지고, 관객이 세계관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에는 유머 때문에 전반적인 톤이 흔들린다. 이는 감독의 전작인 <전우치>와의 차이점이다. <전우치>는 유쾌하나 가볍지 않았다. 자유분방한 '전우치(강동원)'의 반대편에서 '화담(김윤식)'과 '천관대사(백윤식)'가 무게를 잡아줬으니까. 덕분에 후반부에 분위기가 무거워져도 어색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외계+인 2부>는 강박에 사로잡힌 듯하다. 무륵, 민개인, 썬더 모두 관객을 어떻게든 웃기려 한다. 물론 두 신선이 현대에 온 장면처럼 웃음이 터질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유머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잃는 게 더 많다. 당장 톤이 불안정하니 몰입도가 떨어진다. 이는 시작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주막에서 이안은 자기를 쫓는 도사 둘과 싸운다. 이때 상황에 비해 도사 둘이 너무 가볍다. 다른 영화 캐릭터라 해도 안 놀랄 정도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균형을 못 찾는다. 빌런도 무게감을 잡지는 못한다. 자장은 설계자의 부하일 뿐이라 존재감이 약하다. 설계자 역이었던 소지섭도 회상씬에만 등장한다. 그렇다고 CG로 만든, 말 못 하는 외계인에게 역할을 기대할 수도 없다. 자연히 클라이맥스에서는 전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결연함, 비장미가 거의 안 느껴진다. 결국 <외계+인 2부>에는 더 화려해진 <전우치>를 보는 즐거움만 있을 뿐, 큰 감흥이 없다.
캐릭터 교통정리에 실패하다
캐릭터 교통정리에 또 한 번 실패하면서 영화는 더 꼬인다. 원래도 등장인물이 많은데, 여기에 새 캐릭터가 추가된다. 능파와 민개인처럼 1부에서 얼굴만 비췄거나,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기존 캐릭터의 이야기도 미처 끝맺지 못한 상황이니 영화는 자연히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외계+인 2부> 곳곳에서는 우연과 억지가 등장한다. 민개인이 경찰 대책 본부에 불쑥 쳐들어가서 억지를 부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완성도만 깎아 먹은 불필요한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장면이 없더라도 그녀의 행적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 비록 1부만큼은 아니어도, 중반부까지는 정신없는 지점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번에도 최동훈 감독 작품 답지 않은 대사 역시 문제를 키운다. 최동훈은 본래 명대사 제조기로 유명했다. 극 중 인물이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 맛을 살릴 줄 알았다. "묻고 더블로 가!"나 "내 몸속에 일본 놈들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 있습니다." "구멍이 두 개지요." 같은 대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외계+인 2부>에서는 외려 대사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 대사가 상황을 설명하는 도구에 그치기 때문이다. " ~~로 갑시다", "~~를 합시다/해야 돼", "저게 뭐지?"처럼 상황을 설명하기 바쁜 작위적인 대사가 쏟아진다. 자연히 캐릭터는 설명 기계에 불과해지고, 안 그래도 등장인물이 많은 가운데 제각기 매력이나 존재감을 뽐낼 기회도 잡지 못한다.
<외계+인>이라는 늪
애초에 <외계+인> 시리즈는 기획부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판타지 액션과 SF를 합치고, 10명 넘는 캐릭터가 한 데 등장하는 최동훈 스타일을 더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도 아닌데 한 번에 촬영을 마친 후 1부와 2부로 나눠서 개봉했고, 막대한 제작비까지 쏟아부었다. 성공만 하면 기념비적일 수 있었던 블록버스터였다. 단지 1부에서는 도박수가 통하지 않았고, 2부에서 실패가 확정됐을 따름이다.
어찌 보면 <외계+인 2부>는 늪이나 다름없다. 가능한 범주 내에서 1부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노력이 또 다른 문제를 키우고, 2부 만의 문제도 더해진 이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벗어나려 노력할수록 수습하기 어려워지는 늪이자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어떻게든 결말에 도달한 최동훈 감독의 뚝심만이 그의 차기작을 기대케 할 뿐이다.
Poor 형편없음
우여곡절 끝에 겨우 다다른 우당탕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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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0년대 감성 소환! Y2K영화&드라마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유행은 20년 주기라고 하죠?
현재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는 Y2K느낌 물씬 나는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엽기적인 그녀
My Sassy Gir
정보
개요: 코미디, 드라마, 멜로 | 한국
개봉: 2001.07.27.
감독: 곽재용
출연: 전지현, 차태현
배급: 아이엠픽처스, 시네마서비스
시놉시스
견우란 ID를 쓴 네티즌이 PC통신 유머란 에서 연재하여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두 남녀 대학생의 엽기발랄한 러브 스토리.
CINEPICK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적인 작품이며 주인공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속 주인공들의 나이는 24살로 젊은 청춘남녀의 패기와 장난기 가득한 연애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굉장한 히트를 기록했고 아직도 한국의 코믹 멜로는 이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전지현의 리즈작품에 항상 거론되는 이 영화는 당시 국민 첫사랑 답게 청초하고 수수한 전지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렌즈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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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코미디 | 미국
방영: 1994 ~ 2004
작가: 데이비드크레인, 마르타 카우프만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커트니 콕스, 리사 쿠드로, 매트 르블랑 등
배급: 워너브라더스
시놉시스
프렌즈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시트콤 드라마 중 하나로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6명의 친구들의 삶과 우정을 다룬 훈훈하고 코믹한 내용의 시트콤.
CINEPICK
청춘 드라마의 정수 미드 <프렌즈> 시리즈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시트콤 드라마 중 하나로 6명의 친구들의 삶과 우정을 다룬 훈훈하고 코믹한 내용의 시트콤입니다.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 패션 소품등 모든것이 화제를 모았으며 30년이 지난 지금봐도 감각적인 패션감각을 자랑하며 시대를 타지 않는 코미디를 보여주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영어 쉐도잉' 공부법이 있는데, 프렌즈 시리즈를 보면서 영어를 독학하는 공부법으로 그만큼 시리즈가 미국의 실생활을 담고 있고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화이트칙스
White Chicks
정보
개요: 코미디, 범죄 | 미국
개봉: 2004.11.17
감독: 키넌 아이버리 웨이언스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배급: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위장술 하나는 끝내주지만 정작 사건 해결은 못해본 FBI 명물 콤비 마커스와 케빈은 순간의 착각으로 거물급 마약상을 놓치는 일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FBI에서 퇴출 위기에 몰린 둘은 얼떨결에 자선파티 참석을 위해 LA에 오는 호텔재벌 윌슨가 자매의 모두가 꺼려하는 경호를 떠맡게 된다. 하지만 첫날부터 호틀갑 자매의 귀하신 얼굴에 상처를 내는 대형사고(?)를 치고 마는데... 길길이 날뛰는 자매 앞에 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딱 하나! 그녀들 대신 사교계를 휘어잡는 것!
CINEPICK
b급 감성을 살린 누구나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흑인 형사들이 백인 부유층 딸들을 여장하느데 백인 부유층에 관한 특징을 살리면서 웃음을 유발하며 이 부분이 인종차별적이거나 백인과 흑인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게 아닌 서로가 진솔한 대화와 정서적 교감으로 외모, 인종, 나이는 편견에 불가하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퀸카로 살아남는법
Mean Girls
정보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개봉: 2004.09.03
감독: 마크 워터스
출연: 린제이로한, 레이첼 맥 아담스, 레이시 샤버트, 리지 캐플란
배급: UIP코리아
시놉시스
동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성장한 케이디는 일리노이즈의 고등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케이디가 전학 온 고등학교에는 레지나라는 퀸카가 그녀의 매력을 주무기로 학교의 여왕으로 군림을 하고 있었다. 레지나는 케이디가 지닌 미모와 지성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교내 '여왕벌'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녀를 감시할 목적으로 케이디에게 접근을 하여 둘은 친구가 된다. 케이디는 수학시간에 만난 남학생 애런 사무엘에게 한눈에 반하여 그와 사귀려는 노력을 하지만 그는 바로 레지나의 헤어진 남자 친구였다. 케이디가 애런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안 레지나는 고의로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고 케이디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케이디는 레지나를 극도로 미워하게 되고 둘 사이에는 서로상대를 꺽기 위한 숨막히는 권모술수가 동원된 팽팽한 대결이 시작되는데.
CINEPICK
2000년대 하이틴 전설의 영화로 최근 아이돌 노래에서도 오마주되는 영화입니다.
린제이로한과 레이첼 맥아담스, 무명에 가까웠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청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영화로 인해 여기 나온 주인공들이 스타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십대 소녀들의 시기와 질투 성장을 그린 영화로 시간이 지난후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명작입니다.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정보
개요: 드라마 | 홍콩
개봉: 1995.09.02.
감독: 왕가위
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주가령
배급: ㈜디스테이션
시놉시스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CINEPICK
홍콩을 대표하는 왕가위 감독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허무, 고독의 주제를 다룬 로맨스 영화들을 주로 연출했으며 스텝프린팅기법을 통해 시간과 기억에 대한 예술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나레이션과 독백이 많아 작중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자칫 유치하게도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으나 홍콩의 역사적 정체성, 분위기를 나타낸 명작으로 투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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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플릭스 신작
넷플릭스 2022년 2월!
신작 추천5편
모럴센스
할말은 하고 사는 홍보팀 사원 정지우
부서 이동 후 모든 여직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잘생긴 대리 정지후
이름만 비슷할 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
잘못 배송된 택배로, 지후의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성적 취향을 알게 된 지우는
점점 그에게 관심이 생겨간다
감독: 박현진
출연: 서현, 이준영, 이엘, 서현우, 김한나, 안승균, 이석형, 김보라
장르: 로맨스 코미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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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사람들
성실한 기상청 예보관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동료
이들에게 기상청안에서의 사랑은 날씨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데
열대야보다 뜨겁고 국지성 호우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
크리에이터: 차영훈, 강은경, 선영
출연: 박민영, 송강, 윤박, 유라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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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
지방법원 소년부의 엄정한 판사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다루며,
소년범에 대한 반감, 정의와 형벌에 대한 굳건한 신념사이에서
군형을 잡아간다
크리에이터: 홍종찬, 김민석
출연: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장르: 범죄, 법정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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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항상 서로의 곁을 지키는 절친 3인방
마흔을 코앞에 둔 그녀들이 삶과 사랑,
상실을 경험하며 함께 걸어가는데...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
크리에이터: 김상호, 유영아
출연: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연우진, 이무생, 이태환, 안소희, 강말금
장르: 로맨틱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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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맞선
친구를 대신해 맞선 자리에 나간 하리
남자가 겁을 먹고 퇴짜를 놓게 할 작정이지만
맞선남이 하리가 다니는 회사의 CEO!
계획은 엉망이 되고 게다가 청혼까지 하게 되는데...
얼굴 천재 능력남 CEO와 정체를 속인 맞선녀 직원의 스릴 가득
‘퇴사 방지’ 오피스 로맨스
크리에이터: 박선호, 한설희, 홍보희
출연: 안효섭, 김세정, 긴민규, 설인아, 이덕화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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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2019)> 리뷰
이따금 영화를 보러 갈 때 나는 최소한의 시놉시스도 읽지 않고 가곤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하시모토 나오키의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2019)>가 일본 영화라는 것 정도만 알았고, 원작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가 소녀의 성장담이고, 그 성장의 저변엔 아이가 너무도 사랑했던 반려견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감독이 '치트키를 썼다'라고 느꼈다. 아마 어린 시절 반려동물과 잠시간이라도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원할 것만 같은 행복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상실은 우리를 너무나 크게 흔들어놓기 마련이니까. 실제로 상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순간부터 영화관에선 훌쩍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사실, 나 역시 훌쩍인 관객 중 한 명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엉엉 울어 충혈된 눈으로 대중교통을 타게 되는 걸 걱정했을 만큼.
하지만 이 영화, 아쉽다. 배우 개개인의 연기가 뛰어났던 것은 물론 아련하기 그지없는 풍경도 훌륭하게 담겼는데 말이다. 어째서일까? 나는 그것이 감독의 욕심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주인 시즈카가 쓴 원작의 모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 오히려 영화의 메시지를 불분명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굳이 비유하자면……. 코스 요리를 컴팩트하게 대접하려면 최소한 '정식' 정도는 되어야 했는데, 이 영화의 분량은 일 인분-한 그릇 요리에 불과했던지라, 재료가 좋았음에도 영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 이하 스포일러 주의
위에서 짤막하게 말했듯,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반려견과 이별한 소녀 사야카(닛츠 치세)가 상실을 어떻게 수용하며 성장하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내가 쓴 표현이 다소 애매한 까닭은, 나는 이 영화가 소녀의 성장을 그리는 데에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리무라 카스미의 모놀로그를 통해 사야카가 '어찌 되었든 유년기의 상실을 겪었으며 많은 흔들림을 겪었음에도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영화 내내 사야카는 결코 얕지 않은 수렁으로 거듭 떨어진다. 영화 말미 아이가 보이는 발돋움은 너무나도 미약하여 성장/치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뿐, 앞으로 모든 것이 잘 되리라고 안도하기엔 부족하다. 내가 꼽고 싶은 문제는 사야카를 온전히 이해하고 감싸 안는 어른이 부재한다는 사실이고, 나는 이 점에서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가 소프트한 버전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의 큰 줄기를 시간순에 맞추어 나열하자면 대략 이렇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 사야카는 우연히 자신처럼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강아지 루를 만난다. 동질감을 느낀 사야카는 부모님을 설득하여 루를 데려오는 데에 성공한다. 사야카는 루를 아꼈고, 루 역시 사야카를 잘 따랐다. 매 순간이 추억이었으나 행복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일 년을 채우지 못하고 루가 돌연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것이다. 긴 시간 병을 앓은 것도 아니었기에 상실은 너무도 급작스러웠고, 사야카는 어른들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라며 루의 죽음을 외면한다. 아이는 죽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사야카는 이미 할머니를 잃은 경험이 있고, 이후 조우하는 재즈카페 레이디버드의 주인 후세(오이다 요시)가 아들을 잃었음을 영민하기 눈치채기도 한다. 다만, 루의 죽음을 수용하지 않을 뿐이다. 안다는 것과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너무도 다른 영역이기에.
사야카의 모습은 분명 애도와 우울 사이 어드매에 위치한다. 물론 사야카가 루를 잃은 후 외부 세계에 맹렬한 적개심을 보이거나, 스스로를 학대하지는 않는다. 또한 눈물을 흘리거나 자신을 평가절하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실이 가져온 낙담은 아이의 여름을 삭제한다. 사야카의 여름은 루가 존재하던 과거에 머물러있다. 예컨대 아이는 루와 함께 다니던 산책길을 홀로 걸으며 존재하지 않는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있거나, 함께 뛰놀던 공터에서 마치 루가 있는 양 공을 던진다. 그런데 가족은 아이의 방황에 대해 침묵한다. 아무래도 소녀의 가족은 다정하지만, 아이의 외로움을 눈치챌만큼 사려 깊진 못한 것 같다. 심지어 숙모는 마당에 놓인 루의 집을 이젠 치울 때가 되지 않았냐고 넌지시 운을 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이는 떠돌이 개(혹은 그저 주인을 잃은 개일 수도 있으나 명시되지는 않는다) '루스'를 키우는 후세 할아버지와 친해지게 된다. 후세 할아버지는 아주 오래전 아들 고이치로(사토 유타로)를 잃고 아들의 죽음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평생을 보낸 인물로, 사야카와 다소 삐꺽이는 첫 만남을 가졌음에도 쉽게 친해진다. 영화 포스터상에선 '외톨이들의 우정'이라는 표현으로 축소되었으나 두 사람이 나눈 우정은 심장이 나락까지 떨어지는 경험을 한, 슬픔을 간직한 이들이 나이를 뛰어넘어 서로를 치유하는 여정이었다. 그것이 퍽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사야카가 저도 모르게 내뱉은 '소중한 건 기다리는 게 아니야, 찾으러 떠나는 거야!'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아이는 다시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문제는 후세 할아버지가 병을 앓고 있었다는 데에 있다. 후세 할아버지와 사야카가 바다에 놀러 갔던 날 기적이 일어난 것인지 둘은 서로의 결핍을 환상을 통해 마주했다. 아마 별 일이 없었더라면 두 사람은 각자를 절망에 빠뜨렸던 상실과 화해를 이뤘으리라. 하지만 후세 할아버지는 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난다. 그는 고이치로와 캐치볼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모종의 후련함을 느꼈던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완전한 치유라 보기 어렵다. 상실을 떠나보내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그에겐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의 죽음은 사야카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어찌하겠는가. 어린 소녀는 루를 잃은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하기 전, 슬픔을 공유할 수 있었던 친구마저 떠나보내게 된 셈이지 않나. 결국 사야카는 후세가 유언처럼 남긴 기차역을 찾아 헤맨다. 공터에서 루와 함께 발견했던 철근 앞에 선 순간 소녀가 후세와 고이치로, 루가 있는 '건너편'으로 가려하는 모습은 적지 않게 상징적이다. 아이가 삶이 아니라 죽음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영화는 아이가 죽음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후세 할아버지의 개 '루스'와의 재회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로 치유를 향한 유일한 해답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스럽다. 시간이 이별의 아픔을 해결해준다는 낙관은 무정하다. 비교적 공유 가능한 죽음인 '루'의 상실조차 오로지 후세와 나누며,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아픔을 견디고 있던 아이에게 찾아온 두 번째 상실은 정말이지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 병원의 간호사가 말하는 "너는 가족도 아니잖니, "라는 말은 마음을 도려내듯 아프다. 샤아카가 겪는 시련이 폭력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까닭은, 아이가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면의 슬픔을 어루만지지 않는 어른들의 무참한 모습 때문이리라.
글쎄,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말한 바 있으나, 나는 그의 말을 모든 이에게 적용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개인이 그리 생각할지라도 상실/시련을 겪는 주변인들이 지녀야 하는 윤리적 자세가 과연 침묵과 망각, '묻지 않음'에서 비롯되는 배려뿐이겠는가. 상흔이 가득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당신과 나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서로에게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먼저 내어줄 수 있는 용기와 온기가 아닐까.
이밖에,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의 특징 중 하나로 러닝타임 내내 회상과 환영이 자주 오버랩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영화가 주로 초점을 맞추는 시간대가 루의 죽음 이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으나, 논리적으로 회고하지 않는 아이들 특유의 시간선을 재현하기 위한 장치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만 나는 영화에서 모놀로그는 제외했거나, 영화 말미에 짧게라도 모놀로그를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가 등장하여 사야카의 모습을 비춰주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감독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처럼 아이의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상실과 상실 극복의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면 전자를, 한 개인이 자신을 성장하게 한 시련에 대한 회고를 기획한 것이었다면 후자를 선택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감독은 어린 사야카가 이끄는 극 중 성인이 된 사야카의 목소리를 덧입혔다. 이에 영화는 영상 속 메인 롤과 화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태로 진행되었고, 메울 수 없는 시간적 간극은 평행선을 달렸다. 영화를 이끄는 주체인 사야카가 분열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상황인데,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후세와 고이치로, 사야카의 조부모님, 강아지 루 등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욕심껏 전달한다. 결국 영화는 과도한 메시지/이야기가 콜라주 된 채 마무리된다.
이렇듯 아쉬움이 적지 않으나 언급했듯,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훌륭했다. 또한 영화 내내 펼쳐지는 일본의 따스한 풍경은 영화가 지닌 부드러운 톤의 이야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져 몰입하기가 놀라우리만큼 쉬웠다. 영화관에서 한참 울고 나왔으면서도 믿기지 않아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외국 영화를 보며 이토록 노스탤지어에 젖는 게 가능할까?라고.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고 괜스레 놀리던 어린 시절의 나는 오래 전의 기억이기에 빛바랜 지 오래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생명력을 얻었는지 떠올리기만 해도 코끝이 괜히 시큰해진다.
★★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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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기에 가까운 사랑이 이렇게 이해될 줄이야
폴 토마스 앤더슨에 대한 찬사는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영화를 본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내 눈에 팬텀스레드라는 영화가 들어왔다. 분명 이 영화는 로맨스인데 굉장히 긴장감 있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그런 긴장감 말이다. 로맨스라고 하기엔 장르 영화에 가깝고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고 하기엔 배우들의 눈빛이 설렌다. 그들의 사랑을 정의 내린다면 광기의 사랑이 아닐까.
1. 예민하다 못해 까칠한 남자
레이놀즈는 잘나가는 디자이너다. 그의 삶은 디자인으로 시작해 디자인으로 끝난다. 워커홀릭이고 내가 만든 옷만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남자다. 상류층 여성들을 상대하며 그들의 인정을 받은 남자인 만큼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하지만 순수한 아름다움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성격은 더욱 괴팍해지고 모든 주변 사람들을 그의 일상에 끼워 맞추려는 이기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를 둘러싼 여자들은 모두 그의 삶에 맞추어 병정처럼 살아가고 있기에 자신에게 맞추지 않는 주체적인 여자는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의 누나, 시릴도 그의 인생에 맞춰 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잘생긴 외형과 재능으로 많은 여자들을 홀리면서도 여자들이 그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이유도 그의 그런 자기 중심적인 태도 때문이다.
그런 그의 인생에 나타난 알마는 순종과 개성 사이에서 뛰노는 여자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는, 어떻게 보면 치명적인 매력의 여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자신의 루틴에 맞추고자 했던 그는 점차 그녀의 엄마 같은 매력에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 그녀에게 잠식되어 버린다.
2. 순종의 끝은 그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다
알마는 처음부터 레이놀즈에게 반했다. 그의 화려한 외모와 그가 만드는 옷에 반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움이 전부인 세계에 들어온 그녀는 그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실망하지만 그를 포기하진 않는다. 그녀가 그의 루틴을 무시하는 경우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와의 단 둘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의 관계 속에서 항상 누군가 끼어든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의 온전한 관심이 필요했지만 그는 그녀를 자신의 삶의 병정으로서만 생각한다. 이 정도 됐으면 떨어져 나갔어야 맞는데, 그녀는 그에게 독버섯을 먹인다. '죽이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는 그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를 너무 사랑해 그와 자신 사이에 있는 벽을 깨기 위해, 자신에게 온전히 의지해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이는 것이다. 그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녀는 그를 갖고 싶은 것이다.
3.두 사람의 관계성
두 사람은 어긋나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찰떡궁합이다. 다시는 서로와 같은 상대는 못 만날 것 같다. 레이놀즈는 센 척 하지만 연약한 사람이고 알마는 순종적인 척하지만
가만 보면 소유욕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또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서로를 각자의 방식으로 길들이는 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레이놀즈는 규율로서, 알마는 무조건적인 희생으로서. 레이놀즈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연약함을 가리기 위해 규율로 자신을 휘감고 사는데, 그 연약함을 알아채고 그 규윻을 깨고 자신에게 온전히 기대라고 요구하는 알마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알마가 어느 순간 자신의 엄마와 대비되어 보이는 순간 그는 그녀에게 지배당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패권싸움에서 알마가 이긴 것이다. 이 싸움이 그들의 관계에서는 사랑싸움이었고, 그들의 사랑 싸움이 긴장감 넘쳐 보였던 이유는 매 순간 기싸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고 흔하디흔한 사랑싸움 같아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알마가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독버섯을 먹이는 것을 보면 어떤 누군가와의 관계성 속에서 사랑과 집착은 어쩌면 같은 말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집착은 그저 더 열망하는 사람이 가지는 사랑의 형태인 것이다. 사람을 내가 원하는대로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광기라고도 평가되지만 광기로라도 사랑을 해야하는 사람과 그 사랑의 평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두 사람의 관계성은 그 자체로 평화가 아닐까.
사랑을 느끼는 감정은 다분이 주관적이기에 남의 눈에 이상해 보이든 말든 당사자들이 느끼는 것이 평화롭다면 이들의 사랑이 광기로 보여도 인정해줘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결핍을 채우는 어떤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결핍이 많은 사람일수록, 결핍의 정도가 깊은 사람일수록 사랑을 잘하거나 사랑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겉으로 보면 레이놀즈가 더 결핍이 있어 보이지만 알마가 레이놀즈를 지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알마가 더 큰 결핍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보게 된다. 각자의 결핍을 충족하는 모습만으로도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겉보기에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결국 이 영화를 보면서 미쳐버린 걸까.
두 주연 배우의 눈빛이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영화 시작에서 흐르는 음악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들의 긴장감있는 관계를 잘 묘사한 것 같다. 아주 진중하면서 catchy하다. 음악만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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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아톤리뷰/소개]초원이는 커서 고니가 됩니다. 조승우의 지리는 연기력!
#말아톤#말아톤리뷰#영화말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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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행 피해자, 아줌마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지난 20회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공동 대상을 수상한 영화 갈매기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씨네랩의 초청으로 개봉 전 시사회에 참석하고 왔는데요.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데 인디 영화임에도 매우 흥미롭게 본 영화입니다.
한 중년 여성이 가까운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 이후에 피해자의 심리와 행동을 세심히 보여주는데요.
피해를 당하는 모습은 영상에 담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모든걸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중년 여성이라서 그의 피해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하는 장면도 나오는데요.
결국 꿋꿋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그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우리가 흔히 아줌마라고 부르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이 많이 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 하세요!
영화는 7월 28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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