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05-04 13:06:08
[JIFF 데일리] ‘올란도’로부터 시작되는 트랜스젠더 계보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Orlando, My Political Biography
폴 B. 프레시아도/France/2023/98min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는 어느 날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이 바뀐 올란도가 수백 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울프가 사랑했던 여성 비타 색빌 웨스트가 모델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올란도》의 설정과 작품이 쓰인 배경을 결합하면, 이 소설이 트랜스 여성을 향한 동성애적 욕망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이 쓰인 게 1928년. 출간 100주년을 앞둔 지금, 폴 B. 프레시아도 감독은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에서 《올란도》를 다시 읽는다. 그럼으로써 올란도로부터 이어져오는 트랜스 계보를 써내려가고자 한다.
《올란도》는 프레시아도 감독에게 경외와 분노를 동시에 자아낸다. 트랜스 서사의 ‘원형’으로 삼을 만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경외를, 모든 트랜스젠더의 자서전은 《올란도》를 능가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동시대의 수많은 트랜스가 귀족이자 시인이었던 올란도가 누린 특권에서 이질감을 느낀다는 데서는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즉,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올란도》에 대한 헌사이자 이를 비판적으로 넘어서기 위한 시도다.

영화에는 동시대의 수많은 올란도‘들’이 등장한다. 젠더 이분법이 포섭하지 못하는 모든 존재는 ‘올란도’다. 영화에서는 8세부터 70세까지의 트랜스젠더/논바이너리(non-binary, 자신을 성별 이분법으로 분류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일컬음) 26명이 《올란도》와 자기 서사를 오가며 ‘원형’을 변주한다. 동시대의 올란도들은 현대의 젠더 이분법보다 버지니아 울프가 백여 년 전 그려낸 세계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 물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한 것도 많기에 최초의 올란도와 그 후예는 완전히 같지 않다. 《올란도》의 시적 아름다움이 가능케 하는 자유를 노래하다가도 정신병원, ‘남성’과 ‘여성’뿐인 신분증이 야기하는 불안,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법의 문제 등을 수시로 소환하는 동시대 올란도들의 이야기를 보라. 요컨대, 이들은 ‘최초의 올란도’를 재연하는 동시에 이를 자기 나름대로 재구성한다. 어디까지가 ‘원형’이고 어디부터가 ‘변형(trans)’인지 모를 이야기는 우리를 성별 이분법의 기나긴 역사와 이 폭력적인 체제가 양산한 트랜스젠더의 경험, 감정의 궤적으로 인도한다. 패러디와 유머를 활용해 기어이 폭력적인 규범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낸 올란도들의 이야기는 쾌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올란도 이후에도 수많은 트랜스젠더 아이콘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가 올란도와 마찬가지로 그 후예들이 동일시하는 대상이 되었다. 미국에서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 크리스틴 조겐슨이 대표적이다. 수잔 스트라이커가 쓴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보면, 조겐슨의 유명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편지를 하도 많이 보내서 미국 어디에서든 주소 없이 ‘크리스틴 조겐슨’이라고만 써서 편지를 붙여도 그녀의 집에 배송되었다고 한다. 올란도의 후예들이 동일시하는 건 대중에게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가시화한 인물뿐만이 아니다. 모든 특권에 반대하며 혁명을 주창한 급진적 트랜스젠더 활동가들도 동일시의 대상이다. 동시대의 올란도들은 여러 번의 동일시를 통해 젠더 이분법이 누더기로 만든 트랜스젠더 계보를 복원한다.
영화의 마지막, 인상적인 세 장면이 연달아 나온다. 첫 번째는 의사가 《올란도》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수술하는 장면이다. 의사는 “폭력뿐이었다(Violence was all)”는 구절을 오려내고, 책에 실린 올란도의 얼굴을 동시대 올란도들의 얼굴로 교체한다. ‘정신병자’로 낙인찍혀 의료 조치의 대상이 되어야 할 존재는 트랜스젠더가 아닌 그들을 주변화한 젠더 이분법이라는 점을 ‘수술’이라는 트랜스젠더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의료 행위로 패러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당당히 스스로가 트랜스젠더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의 ‘올란도 선언’이다. 아이의 이미지는 대개 이성애 규범적인 핵가족의 미래를 상징하는 보수적 상징으로 활용되지만,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에서는 그렇지 않다. 트랜스젠더임에도 우울하지 않은 아이들의 얼굴은 올란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앞으로도 다채롭게 변주되어 이어질 것임을 분명하게 암시한다.
마지막은 《올란도》 출간 100주년인 2028년을 맞아, 《올란도》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은 판사가 체제의 폭력에 시달려온 존재들에게 논바이너리 국가의 시민권을 부여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최초의 올란도(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식민주의‧제국주의의 관성을 거부하고 배제된 자들을 위한 국가와 권리를 선포하는 장면, 즉 권력을 전유하는 장면으로 독해할 수 있다.
이 진지하고 감동적이면서도 풍자 정신이 충만한 블랙/코미디가 최종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시적 세계에서만 가능했던 트랜스젠더의 자유를 현실로 가져오라는 것.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퀴어가 나오는 작품의 문학성은 예찬하면서도 정작 현실의 문제에는 눈감는 사람, 독특한 상상력으로 우리를 속박하는 규범의 경계를 넘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독창적‧실험적 영화다.
*국내에는 ‘올랜도’로 번역된 것이 더 많으나 영화의 제목에 맞춰 편의상 ‘올란도’로 표기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 초청으로 제24회전주국제영화제에 기자로 참석해 작성한 글입니다.
★이 영화는 제 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4월 30일 13시, 5월 3일 17시 30분, 5월 4일 16시 30분에 상영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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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달까지 가는 롤러코스터
DIRECTOR. 안드레스 후라도
CAST. 안토니오 자르코
SYNOPSIS. 냉전의 긴장 속,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국경 지대 다리엔(Darién)에서 길을 잃은 우주 비행사들이 원주민들 때문에 놀라 깊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들이 목이 잘리거나 야생 식인종에게 잡아먹히게 될 거라고 예상했을까? <외계 우주 정복자 환영>은 열대 생존 훈련에 사용된 프로파간다 아카이브와 관련 영화들을 재조립해 우주 정복이라는 미션에 새겨진 식민주의적 내러티브에 도전한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첫 감정은, 역사 속에서 갈기갈기 찢긴 상처의 조각들을 퀼트처럼 엮은 영화 같다는 것이었다. 파나마의 정글에서 생존 훈련을 받는 우주 비행사들에 대한 뉴스 풋티지 영상을 보여준 다음 "원주민의 콜럼버스 발견은 그들에게 재앙이었다"는 텍스트를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는 이 영화의 방향성을 명확히 해 준다. 이 영화를 거칠게 요약하면, 달과 우주에 대한 인간의 야심을 식민지 혹은 제3세계 착취에 대한 야심과 대구를 이루도록 병치시켜, 조각조각 자르고 붙인 작품이다.
우선 콜럼버스라는 이름을 어원으로 하는 국가명, 콜롬비아의 역사를 조금 살펴보자. 많은 남미 국가들이 그렇듯, 콜롬비아 또한 원주민들이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땅이었다. 천문학과 금 세공에 능했던 무이스카족의 이야기는 훗날 서양에 '엘도라도' 황금 도시의 전설로 전해진다. 그리고 15세기 말에서 16세기 무렵, 스페인이 무이스카 왕국을 정복하고 오늘날까지 수도인 보고타를 설립하면서 길고 긴 식민지배의 날들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주민 인구가 급감할 만큼 잔혹한 학살이 있었다. 게다가 현지 주민들은 유럽인들에게 묻어 온 천연두, 홍역 등의 질병에 면역이 없었으므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스페인은 당시 식민지에서 엔코미엔다라는 시스템을 쓰고 있었다. 이는 해당 지역에 파견한 통치자에게 토지와 주민 통치권을 위임하는 것인데, 통치자는 노동력과 세금을 징발할 수 있었고 여기에는 보호와 기독교 개종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사실상 국가로서는 방임이었고, 통치자 입장에서는 현지 주민들을 쥐고 짜서 나오는 만큼 가질 수 있는 조건이었다. 착취적인 강제 노동과 폭력으로, 사실상 노예노동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괴롭고 지난한 역사 끝에 마침내 19세기, 뜨거운 심장을 가졌던 시몬 볼리바르가 이끄는 독립군을 주축으로, 콜롬비아 사람들은 독립을 이룩한다.
하지만 독립국이 되었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이제는 미국과의 관계가 협력과 갈등 사이를 미묘하게 오락가락하는 20세기가 시작된다. 파나마는 콜롬비아의 영토였는데, 파나마 운하 건설을 원했던 미국이 파나마의 독립을 지원해 버린다. 추후 보상금을 지급하고, 군사와 외교 문제로 미국과 협력은 깊어진다. 남미에서 콜롬비아는 미국의 주요한 "반공" 동맹이었다. 그 결과 영화에서도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미국과 콜롬비아가 협력한다는 내용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우주를 향한 야욕은 패권에 대한 야욕의 다른 표현일 뿐이었으므로, 닐 암스트롱을 비롯한 우주 영웅들이 콜롬비아를 방문했을 때 온 국가가 그들을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질문이 나온다. 저개발 제3세계 국가로서, 우주에 수백만 달러를 태운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우주비행사들은 "달에서 돈을 찾은 사람은 없다."는 식의 정보값 0인 문장으로 대답한다. 할 말이 없었겠지.
그러나 달에서 돈을 찾은 사람은 정말 없는가? 애초에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에 충격을 받고 이룩한 성과로, 달 착륙은 철저하게 정치경제적 계산이 깔린 프로젝트였다. 물론 우리가 달에서 무슨 광물을 캐다 사는 건 아니니까 "향후 몇 년간 인류가 얻는 것은 정보일 것"이라는 닐 암스트롱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라지만, 수많은 산업이 창출되고 국방 전략 자산화를 했던 것, 소프트파워를 과시한 것을 고려하면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얻은 건 사실이다. 뭐랄까, 1945년에 일본인들이 살던 집을 내버려두고 자기네 나라로 돌아갔다고 해서 그들이 식민지배로 '돈'을 얻지 않은 건 아니니까.
식민지에 대한 착취는 언제나 다방면으로 이루어진다. 보고 있노라면 '달을 정복'하겠다던 옛 유럽인들의 상상도는 식민지를 향한 제국주의의 탐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래 전 유럽이 상상한 '달 정복'의 풍경은 이렇다. '야만인'과 '유인원'의 중간쯤 되는 존재들이 날아다니고 있고, 꽃잎 위에 여성이 자고 있으며 (와중에 망원경까지 쓰고 보고 있다), 낯선 동물들과 새들이 많다. 이들은 큰 범선을 타고 달에 날아가, '야만인'들의 목에 밧줄을 두르고 채찍질을 하고, 동물들을 사냥해 배에 주렁주렁 매달고 돌아오는 꿈을 꾼다. 나비 요정 같은 저 여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도에서조차,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겠지. 하긴 우주비행사들도 '여성 우주인'이 있어서 안고 자면 좋겠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
보고 있으면 "너네는 뭐가 그렇게 다 쉽냐?"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인디언'을 '발견'한지 20년 되었다고 그들의 '역사'를 쓰겠다더니, 그들은 '흥이 많고 호전적이다' 뭐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 '이우아나'라는 동물을 육상동물로 분류할지 수상동물로 분류할지 고민하다가 멋대로 어느 한쪽에 귀속시킨다. 이 동물은 훗날 생존 훈련을 받는 우주비행사들에게 먹이로 주어진다. 늘 이런 식이지. 신비화하는 동시에 그 신비를 쥐고 흔들고 싶어 하는 것.
이우아나를 보며 일제 강점기 때 숱하게 사라진 우리 개 '동경이'를 떠올렸고, 회사를 차려 금을 채취하는 장면을 보면서 구한말부터 우리도 겪은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아픈 사람들을 보낸 곳이 있다기에 병원이라도 지었나 했더니 거기서 '하이바나'를 했단다. 약초에서 기인하고,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부르게 만드는 것. '하이바나'가 샤먼이라는 의미임을 생각하면, 치료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식민지배를 받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타자화된다. '인간 사냥꾼', '금속을 좋아하는 사람들' 같은 식으로 신비화되고, 철저하게 세팅된 자리에서 우주비행사가 이들을 만나는 자리를 '크로스-컬처'한 경험이라고 한다. 어떤 문화도 넘나들지 않고, 자기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자들이 이제는 언어까지 반지르르하게 넘본다. 대책 없는 착취. 상대를 지속 가능하게 두지 않는 착취. 그게 식민지의 본질이다.
이 모든 야만은 지난 세기의 것이어야만 한다고 선언하듯, 이 영화는 시종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듯한 옛날식 노이즈로 덮여 있다. 오래 전의 풋티지뿐 아니라 모든 장면이 그렇다. 일정한 화면비 안에서 펼쳐지지도 않는다. 달 모양으로 둥근 화면만 한참 보여 주기도, 화면을 양분해 멜리에스의 영화 한 장면과 현실을 나란히 보이기도 한다.
각종 풋티지가 빠르게 전환되고 많은 부분이 텍스트 자막으로 처리되어 지나가다 보니, 배경 지식 없이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다. 느낌만으로 따라가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앞에서 뿌린 ("갑자기 왜 이구아나?") 내용이 뒤에서 대구를 이루며 거두어질 때, 그리고 거기서 야만성의 편린이 드러날 때 한 번씩 가슴이 철렁한다. 그래도 가장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은 역시 마지막 풋티지일 것이다. 광고 문구처럼 빠르고 현란하게 지구가 아프다는 말을 내뱉는 순간, 이 식민지배의 야만이 우리 모두의 것임이 피부로 와 닿기 때문이다. 조각조각 이어 붙여 매단 돛단배를 타고 달까지 도달한 순간, 내가 타고 있는 것이 롤러코스터임을 깨닫는다. 신기한 영화적 경험이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2025.04.30-05.09) 상영일정]
2025.05.02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025.05.03 17:00 CGV전주고사 8관
2025.05.07 20:30 CGV전주고사 8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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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언제 진짜입니까
* 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애프터 양 After Yang, 2021
미국 / 드라마 / 96분
감독: 코고나다나는 언제 진짜입니까, <애프터 양>
신나는 음악이 흐르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열심히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4인 이상 가족만이 도전할 수 있는 월례 댄스 대회에 참가 중인 가족들. 그중엔 제이크의 가족도 포함되어있다. ‘제이크’와 ‘키라’가 입양한 딸(‘미카’)과 미카의 문화와 유산을 잇기 위한 안드로이드 ‘양’으로 구성된 4인 가족. 안드로이드가 가족 구성원이라는 설정에서 느껴지듯, <애프터 양>의 세계관엔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테크노 사피엔스 말고도 많은 복제인간이 존재한다.
영화에서 인간은 위대한 종족으로 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안드로이드와 복제인간과 함께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안정을 찾는 평범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우리가 단순히 필요 때문에 무선 로봇청소기를 사는 것처럼, 그들도 같은 목적으로 안드로이드와 복제인간을 구입하고 사용한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그들에게 원하는 서비스엔 ‘가족의 역할’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양이 문화와 유산을 이을 미카의 동반자이자 보디가드, 베이비시터, 그리고 둘도 없는 친오빠로 사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가족이 되는 데 필요한 요소는 <애프터 양>에서만큼은 조금의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혈연? 그런 건 처음부터 고려할 가치도 없는, 의미 없는, 불필요한 것들이다.
양은 항상 바쁜 키라와 제이크를 대신해 미카의 옆을 지켜준다. 입양아란 사실에 미카가 혼란스러워할 때마다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단단한 뿌리가 미카에게도 존재함을 알려준다. ‘진짜’ 아빠, ‘진짜’ 엄마가 가진 의미를 다시 정의해주며 미카에게 완전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미카에게 양은 안드로이드 그 이상의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양이 댄스 대회를 마친 후 깨어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한다. 양의 고장으로 제이크는 당황한다. 학교를 잘 다니던 미카는 등교를 거부하고, 아내는 늘 언급했던 문제를 다시 또 꺼내 든다. 양에게 의존했던 부모의 역할을 이젠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들은 미카가 잊지 말아야 할 문화와 유산을 계속 이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양이 없어도 되는 가정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제이크는 양을 고치는 걸 택한다.
출처: 영화 <애프터 양> 스틸컷 (다음)새 제품으로 샀다고 생각했던 양은 사실 쓰였다가 온 제품이었다. 한 번도 꺼지지 않은 채 수면 모드 상태에서 여러 고객의 '무엇'으로 살았던 것이다. 제이크는 너무 비싼 수리비에 고민하다 양의 중심부가 문제라는 말에 테크노 사피엔스 박물관으로 향한다. 관장은 양의 중심부에 들어있는 기억장치를 발견하고, 귀중한 연구자료가 될 것이라며 제이크에게 양을 기부해 달라고 부탁한다. 제이크는 확답을 미뤄두고 양의 기억장치를 들고 집에 온다. 홀로 소파에 앉아 양의 비밀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제이크. <애프터 양>의 진짜 이야기는 그가 양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화면 가득 채워진 검은 하늘과 산발적으로 퍼진 빛나는 별들. 끝없이 아름다운 우주에서 각각 독립된 세계로 살아있는 기억들. 양의 과거는 그 추억 속에, 시간 속에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이크는 별 하나하나에 깃든 양이 담은 시선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몰랐던 양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얼마나 양과 함께한 시간을 의미 있게 생각했는지 깨닫는다.
양의 기억의 조각들엔 공통적인 물음이 들어있다.
계속 눈으로 세상을, 사람을,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이유를 찾고 있다는 것. 양은 틈만 나면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나란 존재를 마주했다. 차에 모든 것이 담겨 있어 좋다는 제이크의 말에 “제게도 차가 그냥 지식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툭 마음을 털어놓기도 하고, 끝은 시작이란 말을 믿는지 묻는 키라에 “모르겠어요, 그런 믿음은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아서”라며 인간의 씁쓸함 같은 것을 표현한다. 솔직히 끝에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다며 웃지만, 슬픈 적도 있었냐는 물음엔 자신이 느낄 수 없는 슬픔에 대해 고심한 흔적을 보인다. 슬픔, 기쁨, 외로움, 허망함, 분노‥ 그에게 인간의 감정은 딱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시 말해 아무리 찾아봐도 안드로이드가 결코 인지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출처: 영화 <애프터 양> 스틸컷 (다음)
“‥ 무가 없으면 유도 없으니까요.”
고민하다 키라에게 답한 양의 말. 그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에 영화는 수많은 질문을 생산한다.
양은 ‘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까. 아무것도 없음이, 단순히 손에 잡은 게 없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 역시 주입된 정보였을까? 그는 인간이 되고 싶었을까? 아니, 인간처럼 살고 싶었던 걸까? 양은 왜 갑자기 멈췄을까. 스스로의 의지였을까? 그게 가능은 한 걸까? 테크노 소재를 다루는 영화와 비교해 <애프터 양>이 훨씬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양의 목적이 ‘인간으로 살고 싶다’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양은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아니, 양은 끊임없이 ‘진짜’를 찾고 있었다.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만의 언어로 말이다. 그만의 시선으로, 그만의 기억법으로, 그만의 관계로 ‘내’가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진짜’를 발견하고자 했다. 테크노가 인간이 되고 싶어 하거나, 사랑을 할 수 있냐는 물음은 인간의 관점에서 출발해 인간의 관점 밖으로 나가지 못한 질문일 뿐이었다. 에이다가 제이크에게 인간만이 가진 마땅한 우월함을 꼬집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양은 인간으로 사는 일을 열망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자신에게 필요한 진짜를 찾는 ‘방법’을 궁금했다. 존재의 의무만으로 인간이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게 아니듯, 양에게도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믿음이 필요했다. “행복해?”란 질문이 자신에게 맞는 질문인지 되묻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나비를 좋아하는 중국인이라서 나비를 수집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나비를 수집하고 싶은 것처럼. 양은 자신이 저장한 기억이 어떤 의미가 되는지, 어떤 감정으로 저장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감정의 총책인지, 덩어리인지 그리하여 진짜 피부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인간 같은 테크노여서가 아니라, ‘양’이란 유일무이한 개체로서.
출처: 영화 <애프터 양> 스틸컷 (다음)
왜? 양은 어느 순간부터 누가 묻지도 않은 것들에 의심하기 시작했고, 의문을 품고서 자꾸만 안드로이드인 자신을 봤기 때문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일은 의심을 전제로 해야만 가능하다. 의심으로 인해 생긴 믿음으로 진짜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짜는 평생 나의 존재를, 의미를 만드는 데 계속 작용된다. 거울이 시작이었을 수도 있고, 가족사진을 찍기 바로 직전 어딘가를 응시하던 순간, 복제인간으로 탄생한 에이다의 웃음, 새벽마다 속삭이는 미카의 목소리, 제이크와 키라의 물음이었을 수도 있다. 우린 무엇이 양의 기억장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됐는지는 모른다. 다만 양이 진작부터 사진만 찍어대는 셔터의 역할에서 이탈해 있었다는 걸 인지할 뿐이다.
제이크는 양의 기억을 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양이 미카에게 좋은 오빠가 되어준 것처럼, 자신과 아내에게도 좋은 아들, 나아가 친구였다는 걸 몸소 체감한다. 마치 진짜 가족을 영영 떠나보내는 것처럼 그는 키라와 함께 양의 거취를 최종적으로 논의한다. 양의 기억은 인간에게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면서, 테크노 사피엔스 박물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양을 주지 않으려는 기술자에게 내 것이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딱 잘라 말했던 제이크가 변한 것이다. 미카가 양이 테크노여서 사랑한 게 아닌 것처럼, 양이 미카에게 저장된 뿌리가 아니라 진정한 뿌리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처럼. 두 사람에게 양은 테크노로 기능하지 않은 순간부터 귀중해졌다.
본래 양은 인간이 원했기에 만들어졌다. 인간이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원이다.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이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원히 변치 않는 것, 한계를 거뜬히 뛰어넘는 힘, 테크노와 복제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들의 분명한 목적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 손을 떠난 것들을 결코 좌지우지할 수 없다. 만들고 생산하고, 세상에 내놓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도, 이후엔 내 것이 될 수 없다.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어떠한 말로 대체할 필요도 없다.
출처: 영화 <애프터 양> 스틸컷 (다음)
양의 중심부에 문제가 생긴 건 인간의 계획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발생한 것이다.
인간의 언어로 양은 죽었지만, 양의 언어론 그는 살아있다.
양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그의 가슴에 귀를 대보는 에이다의 행동이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는 것도 그래서 당연하다. 양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진짜’를 두고 우린 또 우리의 언어로 해석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고찰하는 방식과 같다 하겠지. <애프터 양>은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양의 기억을 끄집어낸 게 아니다. 인간의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해서 인간의 시각으로 읽히는 게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양만의 이야기와 양만이 해내고자 하는 지점이 충분히 존재함을 알려주고자 한다. 양은 독립된 대상으로서 나의 진짜를 찾고 싶은 테크노이자, 테크노가 아닌 ‘양’이다. 양의 기억장치는 기계적으로 ‘저장’한 게 아니라 자의적으로 ‘품고’ 있었던 감정의 소용돌이고, 그 속으로 <애프터 양>이 관객을 초대한 것이다.
감독은 <콜럼버스>를 통해 비대칭에서 각자의 균형을 찾는 법을 공유했었다. 그 안에서 각자의 치유의 공간을 찾기를 바랐다. <애프터 양>을 통해선, 존재의 다름과 존재의 존재 이유를 함께 고민해보길 원한다. 코고나다 감독만의 낯설지만, 감각적인 표현방식이 한층 더 세밀하고 섬세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진짜’를 갈망하는 양의 우주가 내게로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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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할 것인가? 행동할 것인가!
1979년 12월, 서울엔 봄이 오지 않았다. 대신 2023년 극장가에 봄이 왔다. 14일 기준으로 <서울의 봄>은 750만 명을 넘었고, 천만 관객을 향해 진격 중이다. 관객 동원 수에 비례하듯 영화를 통해 12·12 사태와 관련 인물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극 중 수경사령관 이태신 수경 작전참모 강동찬, 헌병감 김준엽, 특전사 오진호 소령 등 전두광이 이끄는 하나회 세력과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는 상황. 군인으로서 해야 할 본분을 다한 이들의 모습은 인생을 살면서 한 번은 마주치는 ‘존재’ 또는 ‘행동’하는 삶에 대한 선택과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 존재할 것인가? 행동할 것인가!
영화 <서울의 봄> 스틸 /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략가이자 실천가 중 한 사람인 존 보이드. F-16의 아버지, ‘걸프전 승리의 설계자’로 불리는 등 전투기 조종사로 군사 전력가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접 행동하는 삶을 실천하고, 참된 군인으로서의 길을 제자들에게 전파했다. 그는 수많은 젊은 장교들에게 앞으로 두 갈래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쪽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출세의 길이 열릴 수 있지만, 세상과 타협해야 하고, 친구들에게 등을 돌려야 한다. 다른 한쪽은 출세하지도, 좋은 임무를 맡지도 못할 수 있지만, 세상과의 타협, 친구와 자신을 배반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 /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존 보이드는 중요한 사람이 될 것인가(또는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중요한 일을 할 것인가(또는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과 그 중요성을 설파한 것이다. 그가 이렇게 교육한 것은 군대라는 사회 내에서 계급에 따른 일이나 위치, 그에 수반된 권력이 결국 자신의 성취로 착각하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 그는 의무, 명예, 조국 등 군인이라면 꼭 가져야 하는 가치가 한 번의 결정으로 자만, 권력, 욕심으로 더럽혀진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존 보이드는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매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해낸 인물이지만, 형식에 갇힌 관료주의와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의 마지막 계급은 대령이었다. 그리고 남겨진 건 아파트 한 채와 연금뿐이었다고 한다.
| 존재하는 전두광, 행동하는 이태신
영화 <서울의 봄> 스틸 /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은 존 보이드의 이 개념을 영화로 옮겨 놓는 듯 두 인물을 대립시킨다.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전두광(황정민)과 중요한 일을 하는 이태신(정우성)이 바로 그들이다. 1979년 10·26 사태가 벌어진 뒤 이 수사를 합동수사본부장 전두광 보안사령관이 책임진다. 그리고 그는 권력의 맛을 알게 된다. 당시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정상호 육군참모총장(이성민)은 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10·26 사건 종결 후, 전두광, 노태건(박해준) 등 주요 요직을 맡은 인물을 타지역으로 내려보내려 한다. 이를 알게 된 이들은 권력을 오랫동안 장악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기에 이른다.
전두광은 물론, 하나회 멤버들은 이 모든 일이 다 조국을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행태를 보면 권력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난 이들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쿠데타 진행 과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일들이 벌어졌을 때 전두광을 비난하다가도 어떻게든 해결되면 칭찬모드로 변경하는 이들은 권력 앞에 놓인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어찌 보면 전두광은 이들의 습성을 미리 인지하고 좌지우지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도 똑같은 인물이었으니까.
영화 <서울의 봄> 스틸 /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의 반대에 서서 서울을 지키는 이태신은 자리가 아닌 일에 몸을 던지는 인물이다. 그 일은 조국과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난다. 정상호가 전두광을 견제하기 위해 이태신을 수도경비사령관에 앉힌 것도 그 사명감 때문이다. 곁눈질하지 않고 자신이 택한 신념의 길을 오롯이 가는 그에게 권력보다 더 중요한 건 군인이 해야 할 일이다.
두 인물의 가장 큰 차이는 ‘목적’에 있다. 전두광은 권력과 존재라는 목적을 두고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일을 택한다. 반면, 이태신은 명예로운 참된 군인으로서 일하고 행동하는 일을 목적으로 둔다. 일을 행함에 있어 자신은 없다. 나라와 군인만 있을 뿐이다.
| 전두광의 영화가 아니라는 미덕
영화 <서울의 봄> 스틸 /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아수라> 이후 7년 만에 <서울의 봄>을 들고 온 김성수 감독은 관객을 1979년 12월 12일로 데려가 진압군과 반란군의 대결을 보여준다. 역사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고 상상력을 가미해 사건을 재구성한 감독은 앞서 소개한 대결 구도를 기반으로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펼쳐낸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이 전두광의 영화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소리를 들었던 그 겨울밤으로부터 44년이 지났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날의 사건이 한국 현대사의 운명적인 전환점이 됐는지, 가슴 속에 있던 오래된 숙제를 영화로 보여주려고 했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이 운명적인 전환점이 한 개인의 야망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하이에나처럼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하나회 무리들의 욕심이 서울의 봄을 빼앗은 거라고 말한다. 권력을 미끼 삼아 타협하고 몸집을 키운 한 집단의 야욕은 군인으로서의 신념을 가진 지키는 자들은 물론, 그토록 민주주의의 봄을 기다려온 국민들의 마음마저 집어삼킨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 /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중요한 일을 하기 보다 중요한 사람이 되려는 이들이 많은 이때 <서울의 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삶의 목적을 어디에 뒀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는 걸 이 영화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존재하는 삶, 행동하는 삶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설 것이다. 그 선택에 의해 누구나 전두광이, 이태신이 될 수 있다. 선택의 순간, <서울의 봄>을 기억해 보면 어떨까!
참고문헌: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 흐름출판
로버트 코람, [보이드], 플래닛 미디어
평점: 3.5 / 5.0
한줄평: 권력에 취한 이들의 하룻밤에 봄날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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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붉은 전설 - 원작 기반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고는' 볼만하다
TVA 기반의 애니메이션은 사실 대부분 그 작품의 팬들이 본다. 왜냐하면 애초에 제작의도 자체가 팬층만을 위한 팬서비스에 가깝고, 그렇기에 작품의 독립성도 낮기에 아예 새로운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에 리뷰하는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붉은 전설"도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TVA의 연장선상에 놓여진 작품이다. 필자는 이 원작의 팬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단 하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인 "펄프 픽션"의 각본가 로저 아버리가 만점(!)을 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이 씨네필들 사이에서도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이 사건(?)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펄프 픽션을 굉장히 재밌고 봤고 고평가하는 작품인데, 그 영화의 각본가가 무려 만점을 줬다니! 필자가 아는 원작은 '그 쪽 계열', 오타쿠 타겟층의 애니인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딱 하나다. '생각보다는' 괜찮다. 필자는 과거에 장르는 다르지만 TVA 기반 극장판 중 "주문은 토끼입니까?? ~디어 마이 시스터~"를 보고 정말 심각하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졸작의 반열이었다면 이 애니메이션은 그나마 평작이라 부를만한 영화. 원래 원작이 있는, 그것도 오타쿠 타겟층이라면 한계가 보이는데, 이 영화는 그 한계를 잘 알고 그 한계 안에서 애쓴 영화이다. 애초에 이 영화의 감독을 전세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영화 역사상 거장 감독을 앉혀둔다고 해서 걸작이 탄생하지는 못한다. 애초에 이 영화는 TVA라는 발목을 잡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진지해지다가 유쾌하게 풀어내는 점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필자는 이 영화 기반의 TVA를 1기를 초반만 보다 말았는데, 그 정도만 알아도 영화 이해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대다수의 애니에서 악평의 요소로 작용하는 '작붕'을 호평 받을 수 있게 일종의 유머 포인트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같이 훌륭하고 경이로운 작화로 승부하는 애니메이션 위주로 보다가 이런 애니메이션을 보니 신선했다. 솔직히 이것도 나름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여러 장점들을 말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알아야 한다는 점에 영화의 독립성은 낮게 평할 수 밖에 없고, 필자가 오타쿠 계열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들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원작을 알고 좋아한다면 추천. 애초에 이 쪽 계열 애니가 다 그렇지만 말이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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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3주차 개봉예정작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
🎫 6월 3주차 개봉예정작이 도착했습니다!🌈“내가 빠져든 건 네 찬란함일까, 젊음일까”
루카 구아다니노의 작품 <퀴어>가 개봉했습니다.
우리들의 ‘제임스본드’였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요🥹
특히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서
1950년대의 분위기를 생생히 살렸다고 합니다.
감각적인 영상은 물론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긴 작품으로
많은 씨네필들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여름을 날려버릴 서늘한 레전드
좀비 영화가 다시 돌아오는데요
바로 <28년 후>입니다! 조디 코머,애런 존슨, 랄프 파인즈, 잭 오코넬까지
엄청난 캐스팅으로 돌아왔습니다.
게다가 대니 보일 감독이라니
저도 빨리 보고 싶네요,,, 🤤
이 작품들 외에도 아일랜드 코미디,애니메이션, 한국의 독립영화까지
개봉예정작 중 과연 여러분의 PICK🔥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네요!👀
🎬 6월 3주차 PICK!►<엘리오>
►<잔챙이>
►<니캡>
►<28년 후>
►<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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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풀 웹툰 원작 '무빙' 후기 (feat. 잔인한가요? 무빙볼수있는곳)
무빙
디즈니+, 23.08.09 오픈
액션, 청소년 관람불가
한국, 20부작
원작: 카카오 웹툰 <무빙>
출연: 이정하, 류승룡, 한효주 등
안녕하세요 에깸이에요 :)
드디어 어제자로 '무빙'이 20부작 완결이 났습니다!
'무빙'의 단점은 송출 OTT가 디즈니 플러스라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승전결 완벽한 드라마로 유명한데요
저는 디플이 있지만,, 욕하고 싸우고 난동 피우는 게
그닥 제 취향이 아닌지라 안 보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어떠한 이유로 한 편을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 피 찔끔 나는 것도 못 보는 거대 무찔이인데 ㅠㅠ
14~15회 정도까지는 참고 볼 수 있을 정도예요
팔이 잘리고 손가락이 잘려도 그닥 징그럽지 않게 묘사되거든요
근데 마지막 19, 20화는 정말 징그러워서... 화면을 돌렸답니다
싸우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드라마긴 하지만
그 사이 로맨스에 가슴 뛰고
부성애와 모성애에 눈물 흘리기도 하는 ㅠㅠ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니까요!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웹툰 원작을 안 봐서 봉석이가 주인공인 줄 알았어요
1회부터 봉석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거든요
심지어 조인성 배우님은 이야기 중반까지 등장하지도 않는데
대체 왜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배우 주연! 이라고 홍보하나 했죠
부모들의 에피소드는
이야기가 조금 진행된 후에 슬쩍 슬쩍 나오더라구요
처음엔 굉장히 산뜻+호기심+신기 이런 느낌이었다면
각 부모들 에피소드 나오면서는 정말 분위기가 무거워져서
구성적으로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음 특히 저는 장주원의 로맨스와
이재만의 강훈에 대한 사랑이 가장 와닿았는데요......
설마 제가 류승룡 님의 로맨스를 보고 설레는 날이 올 줄이야
게다가 상대는 속히 말하는 다방 아가씨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로맨스가 아름답게 보여요
강풀 작가님이 워낙 감정 표현을 잘하시는 분이고
또 직접 각본에 참여하셨다 보니까
그 장점이 잘 드러난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아직 하반기가 조금 남긴 했지만
여태 방영한 드라마 중 최고의 작품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학생 능력자들의 에피소드와
성인 능력자들의 에피소드가 만나는 지점은
북한 능력자들과 맞닥뜨렸을 때인데요
갑자기 영화st 느낌이 나면서 모든 회차에 싸우는 내용밖에 안 나오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보는 맛이 있더라고요?
놀랐던 건 북한 능력자들에게도 개개인 서사를 줬단 거였어요
솔직히 그냥 빌런으로만 치부했어도 되는 캐릭터들이거든요
시청자가 응원하는 건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일 테고
그런 면에서 결국 북한 능력자들은 악역일 뿐인데
각자에게 그랬어야만 하는 이유, 즉 서사를 나눠줌으로써
이들(인민)은 잘못이 없고 고위층이 잘못됐다는 걸 보여 줘요
용득이가 친구 재석이를 잃고 펑펑 울고 있을 때
길을 지나가던 희수가 달래주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결국 엔딩에선 장주원네 가게에서 일하기도 하고요 ㅋㅋ
엔딩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개인적으로 전개가 뛰어난 드라마였어서 그런지 엔딩이 좀... 실망적이었어요
사실 어떻게 했어도 완벽한 결말이 나올 수 없는 구조였어요
19회차 동안 눈과 마음을 그렇게 즐기게 둬 놓고
어떻게 한 회차만에 그 모든 걸 뛰어넘게 만들겠어요
그저 시청자들이 당연하게 원하는 결말을 내밀어 줬을 뿐이겠죠
다만 엔딩으로 갈수록 CG가 대충대충 되어졌고
감정선도 흐지부지해지다 못해 마지막은 지나치게 잔잔해졌다
라는 평입니다 ㅎㅎ ;;
어떤 드라마보다도 캐릭터가 역대급으로 많이 등장하는 드라만데요
이 캐릭터는 누군데 갑자기 등장해...?? 하는 순간이 많아요
하지만 서사를 보면 또 아... 이렇게 엮여 있었구나 싶고
어느 순간 그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고 있는 저를 볼 수 있습니다 ㅠㅠ
확실히 마스크걸도 그렇고,, 요즘 OTT 드라마 대세는
각 부마다 각 캐릭터들의 서사를 보여 주는 구성인가 봐요
암튼 구성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2023 최고의 드라마였다 생각하는 '무빙'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2회 정도까지가 레전드였고
뒤로 갈수록 슬슬 루즈해져서 본방 보기 미뤘던 것 같아요
지금도 블로그 쓰려고 후다닥 보고 왔네요 하핫
+) 아 글고,,,
강훈이 역 맡으신 김도훈 배우님 개잘생............
평생 안경캐 해 주세요 ㅠㅠ;;
*스토리: 5/5점
*연출: 4/5점
*영상미: 4/5점
*OST: 1/5점
*연기: 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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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알라딘 총정리 #9
환몽씨네 디즈니 특집 1편!
영화 알라딘 (Aladdin, 1992) 분석**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도 내년도 디즈니꺼!
환몽씨네 '디즈니 라이브 액션' 특집!'알라딘'과 '라이온 킹'에 대해 재밌게 떠들어 봤어요 :)
1편에서는 알라딘 실사화를 기념해,
환몽씨네가 26년만에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이야기합니다.- 승승장구하는 디즈니
- 디즈니의 실사 프로젝트 ‘디즈니 라이브 액션’
- 알라딘이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
- 알라딘이 중국인이라고?
- 디즈니의 캐릭터 설정
- 영화주제 : Be Yourself
- 실사화에서 기대되는 장면!영화 '알라딘'을 보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2편 '라이온킹'도 많은 기대해주세요!
#알라딘 #aladin #영화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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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면 후회하는 몰입도 최강의 공포영화 입니다.[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트렁크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배급사)의 사용 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넷플릭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많은 영화와 시리즈를 즐기세요!
영화에취한다 채널에서 결말까지 볼 수 있는 영화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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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임 유어 맨> 리뷰 예고편
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오직 '알마'만을 위해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된 맞춤형 로맨스 파트너 '톰'과 3주간의 특별한 동거르 시작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