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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 K2023-05-25 02:58:02

7명의 감독이 바라본 코로나가 존재하는 지금의 세상

영화 <끝없는 폭풍의 해> 리뷰

 

코로나는 우리 사회를 정말 상상도 못한 형태로 뒤바꾸어 두었다.

현재는 사실상 엔데믹이라 부른다고는 하지만, 코로나의 영향은 우리 생활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그리고 예술에도 크나큰 변화를 일으켰다.

그 변화들을 거장들이 바라본 시선은 어떨까?

그 아이디어로 시작한 옴니버스 영화, <끝없는 폭풍의 해>를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다.

자파르 파나히, 안소니 천, 말릭 비탈, 로라 포이트러스, 도밍가 소토마요르, 데이빗 로워리,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이렇게 7명의 감독이 모여만든 옴니버스 영화이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단편은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이다.

마치 베니스 70 미래 재장전 중 김기덕 감독의 "나의 어머니" 처럼, 작중에서 감독이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지금 이게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바뀐 가족들의 모습과 이야기 주제, 밖의 풍경 등 바뀌어버린 일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음과 동시에, 희망을 안겨준다.

 

안소니 천 감독의 단편은 코로나 시국, 오랜 기간 봉쇄된 우한의 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코로나로 힘들어진 한 가정의 모습을 담담하고 현실적이게 담아낸다.

남자 배우 얼굴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바로 후 보 감독의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에서 주연으로 나온 장 위 배우였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의 분위기도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의 색감과 분위기 같다고 느꼈다.

 

말릭 비탈 감독의 단편은 다큐멘터리 형식에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미디어 아트 같은 방식으로 양육권 소송 중인 남자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전적인 이야기임과 동시에, 여기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끼친 코로나 시국이 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그런지 흥미롭게 감상한 단편이다.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의 단편은 이스라엘의 기업 NSO에서 만든 해킹툴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미국 정부와의 접촉, 실제 위협을 받거나 살해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인터넷으로 공유되는 시대에, 전세계적인 해킹은 정말 심각한 문제인만큼, 심도깊게 관람한 다큐였다.

 

도밍가 소토마요르 카스티요 감독의 단편은 코로나 시국에서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행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난했던 단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로인 건 아니었고 그럭저럭 괜찮게 감상했다.

마무리가 상당히 여운을 남긴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단편은 오래된 편지로부터 시작해 무언가를 찾아가는 한 여자의 여정을 담는다.

분위기나 줄거리가 "고스트 스토리"를 좀 연상시키는 내용이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직관적인 연출이라 크게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코로나가 범람하는 시대, 어떻게보면 되게 비현실적인 지금 이 시대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단편은 불을 켜둔 침대에 꼬이는 벌레들을 찍은 단편이다.

인간이 쓰는 공간인 침대에 모여들어 수많은 날개짓 소리가 들리는 광경은, 마치 코로나라는 거대한 폭풍의 해에 휩쓸린 인류를 연상시킨다.

아피찻퐁 감독답게 난해한 느낌이 들지만, 초반에 나오는 설명과 이 영화의 제목, 끝없는 폭풍의 해를 생각하며 감상하면 이해가 더 잘될것이다.

 

옴니버스 영화를 보면 대부분 몇개는 아쉬운 게 있는데, 이 영화는 단편 7개 모두 버릴 거 하나 없이 전부 중간내지 중상 수준의 단편이라 만족스러웠다.

특히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첫번째 단편과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마지막 단편이 정말 시작과 끝을 잘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만난 정말 훌륭한 옴니버스 영화.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작성자 . 씨네필 K

출처 . https://www.instagram.com/cinephile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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