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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hilarious2023-05-31 23:36:30

시골이 인정 많다고 누가 그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리뷰

 

경기도의 인지도 없는 도시 출신으로서 가장 공감했던 드라마가 있다. '동백꽃 필무렵"이 그것인데 참 이드라마 보면 볼수록 현실고증이 참 잘되어 있다. 서울 사람들은 시골하면 동막골이나 인터넷이 잘 안터지는 곳을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한국의 평균적인 시골은 다 이런 느낌이다. 적당히 문명화되었지만 새로운 이에게 관심과 텃세를 동시에 부려대고 정이라는 이름의 온갖 오지랖들이 난무하는 곳. 그래도 수많은 규태들이 있는 곳.

 

 

1. 규태 캐릭터의 특이성

 

 

 

규태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흔하게 나온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내 주변에 산재해 있어 '무슨 이런 일상적 캐릭터가 드라마 캐릭터가 될 수 있어' 라고 생각할 만한 캐릭터이긴 하다. 내 주변에 허세부리고 다니시는 50대 이상의 아저씨들을 종합하면 규태가 된다. 내가 국회의원 누구와 막역하다부터 시장과 호형호제하시는분, 리스한 벤츠를 몰면서 시내에 1차선 도로밖에 없는 곳을 질주하시는 분, 그거 뭐 얼마나 벌어 라고 남의 직업을 까내리며 좋은 땅, 투자처 주입식 교육으로 소개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난 그저 규태가 생각난다.

 

 

남의 인생에 왈가왈부하는 유형부터 내 부를 자랑하는 유형까지 몇 가지 유형들이 있는데 나에겐 그분들이 그저 규태같아 보인다. 정리하자면, 나에게 '규태같다' 의 정의는 자신의 고향을 벗어나 본적이 없어 사고의 확장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그저 당신의 인생의 정답을 남에게 설파하고 다니시는 분들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난 내 부모에게 규태가 내 고향의 웬만한 아저씨들을 관통하는 캐릭터인 것 같다고 했을 때, 나의 모는 손뼉을 치며 공감해 주었고, 나의 부는 이해 자체를 못했다. 엄마는 외지 출신이고 아빠는 같은 곳에서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부는 그 아저씨들의 모습이 너무 당연해 자기객관화가 안되었던 것이다. 내가 주장한 '온동네규태설'은 생각보다 내 고향의 50대 이상 분들에게 꽤나 반응이 있었다. 혹자는 웃기다고, 그 다른 혹자는 똑똑하다고. 참 이게 똑똑하다고 칭찬받을 일인가 싶었지만.

 

 

2. 정이라는 것을 얻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관문, 텃세

 

 

 

시골에 살면 정이 넘치겠지 하겠지만 시골은 텃세가 만연한곳이다. 외지인이 지역 커뮤니티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은 웅성웅성한다, 뭐하던 사람이래, 어디서 이혼하고 왔대, 등등 TMI가 넘쳐난다. 물론 텃세가 가시고 나면 뭐 정 비슷한 따뜻함이 느껴질 때가 있겠지만 선을 잘 그어놔야 당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소문이 아주 빨라 내가 잠시 한 달동안 시내에 나타난다면 내가 백수가 되었다는 소식이 내 귀로 알아서 찾아오는 동네니 말 다했지 뭐. 내가 뭘 하고 사는지 다들 관심어리게 물어보는 것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장점이 있다면, 지역 사회에 소속된다는 느낌이 들고 있다면, 그들의 텃세는 언젠가부터 정으로 표현되고 있을 것이다. 텃세가 영원하지는 않기에 잘 버텨내면 기대하지 못한 뜻밖의 개이득이 생기기도 한다. 솔직히 지금까지 시골 동네에 대해 좋은 말만 하진 않았지만 나도 이들의 정이라는 이름의 오지랖을 통해 피해만 당했다고 하기엔 이 오지라퍼들에게 받은 게 참 많긴 했다. 허허

 

 

 

 

 

3. 동백꽃 필무렵을 통해 나의 위선을 돌아본다

 

 

드라마 상에서 동백이가 사람에게 둘러싸여 살아본 적이 없어 지역 아주머니들의 텃세가 더 서럽고, 이들이 마음을 열어주면서 오지랖을 부려주니 감동하기도 하는 걸 보면서 역시 이런 걸 부담스러워하는 내가 참 그 동네에서 별종이 아닐 수 없었겠다 싶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내가 제일 이상한 애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선을 그어놓고 고슴도치처럼 관심을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오지랖이 난무하는 시골 동네에 살아온 사람이라면 중간은 없는 것 같다. 원래 다 그런거지 하면서 수긍하면서 살던지, 나처럼 치를 떨며 떠나가던지. 정은 정대로 취하고, 자기만의 선을 함께 지켜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약간의 불편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망간 애라고 해도 딱히 할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골의 수많은 오지라퍼들을 싫어했고, 규태들은 더 싫어했지만 이들에게 한 번이라도 도움을 받지 않은 적은 없었기에 지금 이 글은 나의 위선을 고발하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드라마를 통해 내 위선을 느낄 수 있어서 이 드라마가 나에겐 꽤나 의미가 있는 드라마다. 그래서 때되면 그렇게 꺼내보게 되나보다.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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