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6-13 15:00:07
영화 3000년의 기다림
당신의 3가지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여기 요술램프 지니처럼 3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 나타났어요.
영화 3000년의 기다림으로 상대방의 소원을 들어주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어요~
과연. 주인공은 어떤 3가지 소원을 빌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로 3000년의 기다림 영화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감독 / 각본 : 조지 밀러
출연진 : 이드리스 엘바, 틸다 스윈튼
개봉일 : 2022년 05월 20일
평점 : 7.80
스트리밍 : tvN , NETFLIX, 왓챠, 웨이브
기획 의도
알리세아 비니는 남편과 헤어지고 외롭게 사는 중년 민속학 학자다.
이스탄불로 출장 간 알리세아는 그랜드 바자르에서 왠지 눈길을 잡아 끈 병 하나를
사게 되고 호텔로 돌아와 손질을 하다가 실수로 병을 열게 된다.
풀려난 진은 알리세아에게 소원을 빌라고 말하지만,
알리세아는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
이에 진은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게 되는데...
여담
영화 3000년의 기다림 주인공인
틸다 스윈튼은 우리에게 설국열차에서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는 흥행에는 대실패했다.
코로나 시기에 개봉한 작품으로 영화 홍보에 실패했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니 요정에 대해 한 번 더 재탕?! 하는 느낌으로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에는 임팩트가 부족한 게 아닐까 싶다.
후기 및 결말
영화 3000년의 기다림 결말을 살펴보자면.
알리세아 비니는 3가지 소원을 말해야 하는데,
첫 번째 소원으로는 자신과의 사랑에 빠지는 소원을 빌며 본인 집의 영국으로 향하게 된다.
두 번째 소원으로는 소원으로 죽어가는 정령을 깨우기 위해 말을 하게 한다.
세 번째 소원으로는 정령에게 자유를 선사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클리셰를 덕지덕지 붙여놔서
영화를 보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전계와 흐름으로 이어간다.
킬링타임으로 심심하다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3000년의 기다림 어떨까 싶다.
한줄평 : 당신의 3가지 소원을 말해보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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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를 위해 총은 울리나.
이 글은 영화 [355]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 이제 뭐해?"
영화 [무뢰한]에서 자신의 분량 촬영을 마친 대배우 전도연이 울먹이며 한 말이라 했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연기력을 가진 그녀에게 마저도 충무로는 쉽사리 작품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성이라는 것이 21세기인 지금도 이렇게 장벽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였다.
그러나 PC(Political Correctness)는 영화판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여성 영화라는 타이틀을 가진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여태까지 억눌려 있던 여성들의 서사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은 조금씩 목소리를 높여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제 남자가 없어도, 혹은 남자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액션 영화들에서도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미스 슬로운]과 [제로 다크 서티]에서 액션뿐만이 아니라 지략까지 확인받은 제시카 차스테인을 앞세운 것만 봐도. 영화 [355]가 얼마나 이 흐름에 정점을 찍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세계 5개국의 요원들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였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영화 [355]가 가진 세 가지 포인트들을 리뷰로 정리해 보았다.
지킬 자격이 없는 자들의 공허한 총성.;과연 무엇을 지키는가.
사진출처:다음 영화
정확하게 케이퍼 무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팀을 이뤄 무언가를 탈취해 내는 영화의 특징답게,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각각의 포지션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단지 자신의 주특기에 따라 전방에 나서는가 아닌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그리고 이런 역할의 차이는 각 캐릭터의 "지켜야 할 존재"의 유무에서 온다.
명백하게 지킬 것이 있는 그라시엘라(페넬로페 크루즈)와 카디자(루피타 뇽오)는 현장에서 은퇴해 더 이상 "총질"을 하지 않거나 상담 정도의 역할을 맡고 있고, 자신만이 지켜야 할 전부이자 무기인 마리(다이앤 크루거)와 메이스(제시카 차스테인)은 무차별 공격 캐릭터에 가까운 것을 통해 알아챌 수 있다.
그러나 총을 들지 않으려 하던 카디자가 연인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총을 잡고, 자신의 성향과는 맞지 않지만 어쨌거나 함께한 동료를 지키기 위해 겨우 흉기를 사용하는 그라시엘라를 보면. 그녀들이 자신의 일생을 바쳐 지키려 하는 것이 얼마나 한 사람의 캐릭터를 잘 바꿔놓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이 지켜야 할 "무언가"의 리스트에 팀 355가 스며들게 하는 과정이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다. 너무 급작스럽다는 표현이 좀 더 알맞을 것 같다.
마리와 메이스는 만나기 전에도 각자가 속해있던 단체에서 황소고집으로 유명했으며, 서로 죽인다 해도 그 어떤 어색할 것도 없는 사이인 채로 만나게 된다. 팀 355에 합류한 과정까지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고 치부하며 넘어갈 수 있겠으나. 그녀들이 작은 임무 후 펍에 모여 맥주와 함께 개인적인 수다를 떠는 장면은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급속도로 쌓아 올렸다고 퉁치기엔 그들 사이의 서사가 너무 가볍고 형식적이라. 오히려 영화 앞부분에 공들여 쌓아올린 갈등이 모래성처럼 허망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지켜내겠다고 다짐한 세계 평화는 영화 내에서 조금은 부가적으로 느껴진다. 위기의 크기나 심각성을 주인공들이 오롯이 견뎌내며 파이널 빌런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기에, 마지막 전투에서 느껴야만 했을 비장함은 팀 355의 완전체가 모이는 속도만큼이나 느리고 산만하기만 하다.
세계 평화는커녕 영화 한 편마저도 지켜내지 못할 듯한 그녀들의 활약을 보며, 차스테인이 갈겨대는 총소리가 참으로 공허하게 느껴졌다. 대체 누구를 위해 총은 저렇게 울어야만 했을지는 알 수 없다.
여성 영화?;그 자격도 없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여성들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
혹은 남성에게 "뒤지지" 않는 액션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은 영화 전반에 잘 녹아 있다. 차스테인도 훌륭하지만 영화 [355]에서만큼은 다이앤 크루거의 압승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목표를 위해 돌진하고, 방해하는 모든 것은 지게차로 밀어버릴 배짱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그녀의 능력 또한 영화에서 십분 발휘되기에 영화가 진행될수록 심리적인 축이 차스테인에서 다이앤에게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액션 시퀀스에서 질 것이다. 혹은 밀릴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든든하다는 믿음이 마음 두둑이 쌓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염색체에 들러붙어 절대 떼어 버릴 수 없는 성별을 꼭 한 번은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은 것만 같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남자에게"배신 당해 울고, 그들을 모이게 한 요소가 배신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을 너무 쉽게 믿으며, 높은 힐을 신고 뛰어다닌다. 드레스를 입어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미인계도 빼먹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겠으나, 문제는 그 어떤 것도 입 밖으로 꺼내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고 입안에 맴도는 어린아이의 투정 마냥 임팩트가 없다. 그들이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후련함이나 뭉클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점이 영화가 지닌 어정쩡함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더불어 후속편을 암시라도 하는 듯한 주인공들의 대사는, 마음 가득 말라붙기 시작한 눅진하기 짝이 없는 탄산음료 같은 찝찝함을 선사한다.
그 어떤 여성을 대변할 수 있는 영화도, 후속편이 만들어질 만큼의 후련함을 주지도 못한 영화이기에 이 거북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페어플레이 하자;그게 무엇이든
사진 출처:다음 영화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선생님이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 했다.
부족한 언어 실력 때문에 분량이 적을 수도 있고, 그나마 있는 대사마저도 어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존재감이 너무 부풀려져 청중, 아니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 부터도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캐릭터가 영화에 존재한다.
극 중 린미셩(판빙빙)은 세계 제3차 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의 암호를 푸는 정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할은 카디자도 충분히 해 낼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므로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다.
또한 (흑화 한) 세바스찬 스탠은 그 물건을 얻기 위해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쏘아 죽일 만큼 잔인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미 장치가 활성화되어 쓸모없는 역할이 된 린미셩을 곱게 방에서 내보내는 자비를 베푼다.
마치 동양의 모든 신비가 거기에 담겨 있는 듯한 급작스러운 차(Tea) 문화의 전파와 독(Poison)의 효능 검증도 영화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팀 355가 들이닥쳐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정도의 보안 상태가 엉망인 세바스찬 스탠의 집이었다면 총알 한발씩으로도 이미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린미셩은 단지 결승전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버젓이 포스터에 등장하고 있다. 포스터 상으로 보면 다이앤 크루거와 같은 위치에 놓인 그녀가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영화를 위해 노력한 모든 사람들의 그 애쓰는 마음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등장하는 것만으로 다른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영화에 "끼워 넣기" 위한 안간힘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 믿겠지만, 애석하게도 그 생각은 머리부터 숨기고 보는 닭들이나 하는 생각일 뿐이다. 결국은 이 모든 아집의 합이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품격마저도 함께 떨어뜨리는 것을 왜 매번 모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그것이 영화이든 겨울 운동회이든 상관없이.
페어플레이하자.
청중들이 외치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 그나마 유지했던 연주자의 자리에도 앉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면 혼자만 남게 되던가.
마치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차여신의 절규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끝낼 것처럼 치명적이고 전투적이었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고군 분투는 영화를 살리기 위한 안간힘의 향연임이 너무도 자명했다.
게다가 다이앤 크루거가 이렇게 홀대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는 난생처음이라 많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그 어떤 요소 하나 제대로 자기주장하지 못하는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해 온 노력에만큼은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손뼉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니 속편 생각은 속 편하게 접어두시길 바란다.
[이 글의 TMI]
1. 다이앤 크루거 진짜 멋있었음.
2. 그 와중에 다이앤이 하는 독일어 들려서 신났음.
3. 그렇게 그 신남이 영화에서 신나는 마지막 포인트였다고 한다.
#최신영화 #영화리뷰 #영화355 #제시카차스테인 #다이앤크루거 #페넬로페크루즈 #루피타뇽오 #액션영화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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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타임 결말 줄거리 등장인물 넷플릭스 |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급여가 시간으로 지급해 주고,
커피 한 잔, 음식값이 시간으로 된다면?
이런 상상을 영화로 만든 작품
'인타임'이 있습니다.
2011년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레전드
작품이라서 다시 한번 보고 왔습니다.
그럼, 시간이 중요한 영화 인타임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액션, SF, 스릴러
감독 / 각본 : 앤드류 니콜
출연진 : 아만다 사이프리드, 저스트 팀버레이크. 킬리언 머피
개봉일 : 2011년 10월 27일
평점 : 7.41
스트리밍 : NETFLIX, Wavve, Whatch
기획 의도
가까운 미래,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신체적인 노화가 멈추고 왼 손목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유예 시간을
제공받는다. 이 시간으로 사람들은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집세를 내는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13자리의
시계가 0이 되는 순간, 그 즉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때문에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쳐
풍족한 시간을 갖고 인생을 누릴 수 있는 반면,
가난한 자들은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을 노동으로 사거나, 누군가에게 빌리거나,
아니면 훔쳐야만 한다.
살고 싶다면, 시간을 훔쳐라!
등장인물
윌 살라스 | 저스틴 팀브레이크
충분한 시간을 벌지 못하면
더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눈을 뜬다.
실비아 | 아만다 사이프리드
와이스 금융사의 회장 딸
여담
시간 = 화폐라는 소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어요.
다만, 이런 신선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개연성과 미래에 대한 소품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아쉬움이 한가득 남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시간'의 중요함을 잘 알려준 작품이라
아직도 회자되는 영화 인타임입니다.
후기 및 결말
경호원으로 위장한 윌은 실비아와 함께
회사에 찾아가 실비아의 아버지를 인질로 삼고
금고에 있는 시간을 훔쳐 나갑니다.
빈민가로 향한 윌과 실비아는
시간을 기부하다가 타임키퍼에게
잡힐 뻔하다가 위기를 극복합니다.
이들은 더 큰 규모의 은행을 털며
시간을 나눠주며 시스템을 붕괴하게
만들어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 인타임은 정말 참신한 소재로
아쉬운 전개와 뻔한 스토리로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참신한 소재 때문에 7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영화 인타임 추천드립니다.
한줄평 : 팔씨름하다 골로갈 수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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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괴의 바다에 울려 퍼지는 세이렌의 노래
이 글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보다 복수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그가 보여주는 복수의 세계는 때론 잔혹했지만 아름다워 몰래 훔쳐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했고. 눈을 가리면서도 쉬쉬하며 들여다본 복수들은 우리에게 크고 작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이제 복수를 버리는 카드 마냥 내려놓은 그가 야심 차게 다음 "믿을 구석"으로 집어 든 카드는 사랑인 듯하다. 복수가 끝나고 낫지 않을 것만 같은 상처들만 가득한 마음을 이제야라도 들여다보려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뭉툭한 막대기로 마음껏 긁어놓은 모래사장의 흉터도 모조리 끌어안는 바다처럼. 조용하고도 깊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영화가 늘 그랬듯 모질고 지독한 면으로 가득하기도 하다.
누군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사랑이 없다. 혹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훑어보면. 사실 사랑이란 테마는 언제나 그와 함께였다.
사랑해야. 미워할 힘도 얻는 법이니까 말이다.
언어로 표현하는 사랑의 단절;언어와 사랑을 둘 다 배워가는 두 사람.
사진 출처:다음 영화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을 시어머니로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마블 프랜차이즈 영화에서. 닉 퓨리를 지고지순한 효자로 만들어버린 엔드게임의 한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기념비(?) 적인 사건이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해석하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는지 알려주는 사건임과 동시에. 번역(혹은 통역) 실력이 단어의 뜻만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닌 의역, 혹은 맥락에 있어서도 통달해야 함을 알려주는 일이었다. 어렴풋이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닌 정확히 마음에 와닿게 해야 하는 것. 거기에 승패가 달린 셈이다.
그렇기에 영화가 서래와 해준이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언어의 차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으로 선택한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덕분에 두 사람은 영화 내내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에 대해 답답해하고. 왜 이 말을 지금 자신에게 했는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마음을 심장으로밖에 번역할 수 없는 앱 하나에 겨우 의존해 자신들의 마음을 어렴풋이 전달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두 사람의 비언어적 표현들은 누가 뭐라 해도 사랑임을 말하고 있지만. 온전하고 정확하게 "그 단어"를 내뱉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약간의 원망도. 또는 거기까지 해석하라고 말한 것이 아니지만 이미 몇 번이고 과대 해석과 오역을 끝낸 채 자신에 대한 마음을 멋대로 키워놓은 상대방의 눈을 봐야 하는 고통도.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떤 노력을 한다 해도 완벽하게 메울 수 없는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을 언어적 장벽에 빗댄 설정은 최선의 방법임과 동시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서래의 노래는 세이렌의 목소리를 닮았다;붕괴의 바다에서 울려 퍼지는 세이렌의 노래
사진 출처:다음 영화
서래와 해준의 관계는 세이렌의 신화가 진행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서래는 자신에게 살인자 판결을 받게 하고도 남을 수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는 해준을 온몸으로 유혹했다. 나의 바다에 어서 빠지라고 손짓하는 서래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기꺼이 홀린 채. 해준은 붕괴의 바닷속으로 스스로 풍덩. 하고 큰 소리를 내며 몸을 던졌다.
이미 한 번 죽어버린 해준은 예전의 모습을 거의 잃었고. 자신의 목숨 값으로 서래의 존재를 망각하는 것을 맞바꾸었다고 생각했지만. 서래의 노래와 서래는. 마치 이포의 안개처럼 없어지지도 않고 계속해서 해준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서래는 이제 두 번째 해준을 상대해야 했다.(참고 1) 이번만큼은 너의 노랫소리를 듣지 않겠노라는 의지와. 그때처럼 자신을 확신으로 바라봐 주지 않는 눈빛을 가진 해준 앞에서. 먼저 흔들렸던 것은 아마도 서래였을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두 사람이 이포를 배경으로 벌이는 마지막 혈전(?)은 서래와 해준이 벼르고 별러 온 13개월 만큼이나 치열하고 가슴 아프다. 어떻게든 상대방의 마음속에 생채기를 내려는 말들은 아프고 날이 서 있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 이 서걱서걱 썰려 나가는 것 같기만 하다.
결국 서래는 마지막 전투(?)에서 진 죗값으로 자신의 목숨을 이포에 바쳐야 했다. 마치 해준이 한 번 빠졌던 붕괴의 바다처럼 유난히 차갑고 거친 이포의 바다에서. 서래가 최후의 순간에 읊조린 노래는 세이렌의 빛바랜 마지막 절규처럼 느껴졌다.
결심의 순간과 만조가 맞아떨어지는 마지막 5분;모든 것을 뒤집는데 필요한 시간 단 5분
사진 출처:다음 영화
서래와 해준은 각각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한 과정들을 겪는다.
무언가를 결심하기까지의 고민. 또는 결심을 미루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혐오와 답보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영화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의 의지는 드라마틱 해 보이지 않고. 약하다 못해 자신들의 결심이 무엇인지도 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자아내기도 한다.
영화 전반부의 그들은 그렇게 우유부단하고. 때로는 휘청거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연민을 벗어나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들 속에서도 그 들은 쉽사리 결심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약한 의지들이 기어코 쌓여 이미 발목까지 차올랐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두 사람의 결심도, 그리고 결말을 담은 만조도 가까워졌음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결심과 만조의 순간은 그렇게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이 바닷물을 받아 들여야 할지. 혹은 지금이라도 살려달라며 소리를 쳐야 할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만조 때의 바다는 다짐 전의 모든 것을 수면 아래로 휩쓸어 버리고는 시치미를 뗀다.
결심이란 것이 그렇게 크고 단호한 것이며. 두 번 다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5분은. 영화를 보고 있는 나의 허파마저도 물에 잠기는 것 같은 압도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면서
영화의 중간중간은 사실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늘어진다는 생각을 벗어나 영화가 “길다”라는 생각에 다다르는 지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마지막 5분을 보고 나면. 이 모든 과정이 왜 반드시 있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최후의 5분을 보며. 정말로 말 그대로 숨이 막혔다.
머릿속에서 영화의 앞부분들이 순식간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지리멸렬해 보이던 모든 모습은 사실 매 순간 사랑한다고 외치는 두 남녀의 모습이었고.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 위해 발톱을 세운 것이 아닌. 내가 여태 얼마나 아팠는지를 알아달라고 말하는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토록 지독한 사랑 이야기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영화였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7월에 한 번 더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참고 1
세이렌에 관한 일화가 많긴 한데.
어떤 곳에서는 밀랍으로 귀를 막은 부하들과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은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노래에 반응하지 않고 바다를 무사히 건넜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세이렌보다도 훨씬 멋진 노래를 불러버렸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설이던 간에. 자신의 목적 달성에 실패한 세이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알려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오디세우스의 설화를 더 좋아함.
[이 글의 TMI]
1. 한 달 내내 잇몸치료받은 6월.
2.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2킬로가 빠져버림.
3. 그런데 사랑니도 하나 남은 게 올라오기 시작함.
4. 지옥의 6월이 되어버림.ㅠ
5. 다들 더운데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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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얼빈 | 자욱한 담배 연기로 써 내려간 참회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 대한의군은 일본군을 기습해 승리를 거두지만, '안중근'(현빈) 장군은 일본군 소좌 '모리 다쓰오'(박훈)를 비롯해 사로잡은 포로를 풀어주라고 명령한다. 만국공법에 따른 의로운 선택이었으나 이 결정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풀려난 모리가 곧바로 일본군을 이끌고 역습을 가해 안중근의 부대원을 전멸시킨 것. 그로 인해 안중근은 대한의군 동료들에게도 의심받고, 본인도 자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안중근은 좌절하지 않고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 등 각자의 이유로 독립운동을 포기하지 못한 동료들도 모은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사살해 먼저 죽은 동료들의 몫까지 해내기 위해. 하지만 일본군은 밀정을 통해 의거 계획을 입수하고, 모리 소좌가 안중근을 필사적으로 추격하기 시작한다.
안중근의 참회록
독립운동과 참회. 두 단어를 합치면 한 인물이 떠오른다. 윤동주 시인이다. 흔히 그의 시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로 불린다. 일제 강점기에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적극 항거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더 떳떳한 삶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하니까. '참회록'의 끝이 대표적이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사실 두 단어는 연관성이 곧바로 보이는 조합이 아니다. 독립운동은 보통 뜨겁게 느껴진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할 준비가 된 의사와 열사의 용기로 가득한 단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은 오히려 공감하기 쉽다. 다른 독립운동가들이 선망의 대상일 때, 그는 그들처럼 되지 못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기 때문. 때로는 슈퍼맨보다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가 더 필요한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민호 감독의 신작 <하얼빈>은 일반적이지 않다. 가장 유명한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장군이 주인공인데,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다. 안중근을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윤동주 시인처럼 약점이 많은 인간으로 묘사한다. 그의 내면에 가득한 부끄러움과, 부끄러움을 원동력 삼은 의거를 쫓는다. 그렇기에 <하얼빈>은 연말 상업영화로서는 다소 의아하면서도, 쉬이 잊지 못해 곱씹어 볼 영화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참회
참회. 윤동주의 <참회록>처럼 <하얼빈>을 관통하는 감정선이다. 모든 캐릭터는 각자 뼈 깊숙이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우덕순은 어릴 적 자기 자신의 언행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박점출'(정우성)과 공부인은 동생, 남편 대신 전사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후회가 있다. 김상현은 눈앞의 쾌락을 이기지 못한 스스로가 한스럽다. 마지막으로 안중근은 누구도 지키지 않는 국제법을 따른 대가로 동료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회한이 있다.
<하얼빈>은 크고 작은 서로 다른 후회와 회한이 모여 어떻게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는지를 밝힌다. 전반부에서는 제각기 연해주와 만주의 추위만큼 뼈아픈 한을 토해낸다. 후반부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일본군과 일제에게 그 한을 되갚아 주는 지를 보여준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때, 다른 인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총성을 울린다.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독립운동가들에게 더 크고 중요한 일을 해낸다.
이러한 참회의 서사는 한 소품에 집약되어 있다. 바로 담배다. 정확히는 담배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극 중 독립운동가들은 끝없이 담배를 피운다. 두 명 이상이 실내에서 모이면 그 순간 바로 라이터나 담뱃불부터 찾는다. 기차 1등석에서도, 회의실에서도, 안가에서도, 기차역에 숨어서도 그들은 연달아 담배를 피운다. 4D 영화가 아닌데도 스크린에서 담배 냄새가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카메라는 흡연하는 사람보다 담배 연기 그 자체에 집중한다. 실내 공간에서는 햇빛, 전등 같은 광원을 카메라 정면에 위치시킨다. 자연히 배우 얼굴은 잘 안 보인다. 모자도 쓰고, 머리도 길다 보니 대부분 검은 실루엣처럼 보일 뿐이다. 이때 어두운 배경과 여러 실루엣 사이로 담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마치 지난 전투에서, 지난 임무에서 남은 후회와 반성을 담배에 담아 태워 날려 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듯이.
인간 안중근과 장군 안중근
담배 연기처럼 인물들 사이를 떠도는 참회는 때로는 답답하지만, 그만큼 절절하고, 또 뭉클하다. 참회가 모이고 모여 인간 안중근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때문. 신아산 전투가 끝난 직후, 안중근은 대한 의군 동료들 사이에서 밀정으로 의심받는다. 승전 후 사로잡은 일본 소좌 모리를 포함해 전쟁포로 모두를 만국공법에 따라 석방했기 때문. 모리는 풀려나자마자 안중근 부대의 은신처를 기습해 독립군을 학살해 버린다.
겉보기에 안중근의 선택은 이상적이거나, 순진하거나, 어리석다. 힘겹게 찾아낸 밀정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밀정을 처결하지 않는다. 대신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이창섭의 말마따나 고결하다. 그의 신념이 결국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라는 나비효과를 낳았기 때문.
안중근 덕분에 목숨을 건진 모리는 군인답게 죽지 못했다는 수치심에 시달린다. 또 민간인을 학살한 자신과 다른 안중근을 보면서 더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결과 모리는 안중근 추격에만 열을 올리고, 결국 이토를 제때 지키지 못한다. 밀정에게 베푼 자비도 일견 지나치게 순진해 보이지만, 종국에는 이 선택이 또 다른 독립운동가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인간 안중근이 선택이 장군 겸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돕는 셈이다.
이처럼 안중근의 신념이 끝내 보상받는 전개는 그의 삶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후대가 보기에 그는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고결하다. 수감생활 중 일부 집필한 '동양평화론'에서 한중일 3국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며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하얼빈>은 그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참회의 시기를 살펴보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그의 사상과 신념까지도 감정적으로 감싸 안는다.
차갑게, 관찰하듯이
이처럼 이야기의 주제부터가 참회이다 보니, <하얼빈>은 타오르지 않고 냉정하다. 시작만 보더라도 차갑다. 안중근은 얼어붙은 두만강 위를 걸어서 연해주로 넘어가던 중, 얼음 위에 쓰러져서 못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 <하얼빈>은 이런 안중근을 그저 관찰한다. 별다른 부연 없이, 두만강 위에서 마치 삶의 의지를 잃은 듯한 안중근을 비춘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앞뒤 상황을 설명해 준다.
달리 말해 <하얼빈>은 관객이 주인공에게 몰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선택과 임무를 따라가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정적이고, 멀게 느껴진다. 우선 한번 구도를 잡은 카메라는 웬만해서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고정된 구도 안에서 인물의 동선을 담아낸다. 일본군과 추격을 벌일 때도, 만주 벌판을 누빌 때도 컷의 전환이 빠르지도, 많지도 않다.
또 멀리서 관찰한다. 때때로 클로즈업도 활용하지만, 감정적인 대목마다 일부러 한 발씩 뺀다. 절대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불타오르도록 만들지 않는다. 죽은 동료들 사이에서 안중근이 통곡하면서 괴로워할 때도, 마침내 이토를 쏴 죽이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거리감을 유지한다. 원거리에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앵글로 안중근을 관찰할 뿐이다. 이는 과거 회상을 흑백으로 처리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냉정하게 타오르다
그 결과 <하얼빈>은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곱씹게 하는 힘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일본군과의 전투 시퀀스만 봐도 그렇다. 독립군과 일본군의 육박전을 관찰하면서 승리의 쾌감보다는 생존을 위한 처절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결국 자기 선택 때문에 겨우 살아남은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는 안중근의 죄책감, 속죄와 참회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겠다는 결심 모두에 강력한 설득력과 당위를 불어넣는다.
이는 장르와도 조화를 이룬다. <하얼빈>은 액션이 강렬한 <007>, <제이슨 본> 시리즈보다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클래식한 첩보물에 가깝다. 속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운 여러 인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리송하게 만들며 서스펜스를 쌓는다. 기차 안에서 밀정을 찾아내고, 그를 역이용해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막으려는 일본군을 떨쳐내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이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을 연상시키는 시퀀스이면서도, 참회라는 모티브를 장르적으로 영리하게 풀어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밀정은 누구인지. 그 배신자는 어떤 이유로 동료들을 버렸는지. 그리고 과연 그는 다른 동료들처럼 참회할 수 있을지. <밀정>에 비하면 투박한 듯 우직한 연출 곁들여지면서 이 장면은 강렬한 서스펜스와 반전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렇기에 관객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다. 같은 위인과 사건을 영상화한 <영웅>과는 정반대 되는 경험이다. <영웅>이 당장 안중근과 함께 하얼빈역으로 떠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하얼빈>은 나라면 안중근처럼 선택할 수 있었을까 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혹여 밀정이 된 인물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모난 영화의 매력
위 장점이 모두 더해진 결과 <하얼빈>은 2시간 동안 힘 빠지거나 지루한 순간 없이 긴장감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고 나간다. 먹먹할 때도, 엄청난 흡입력을 뽐내는 순간도 있다. 다만 이는 상업영화로서 마냥 장점이라고 하기 어렵다. 달리 말하자면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힘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 때문.
감독의 전작과도 대조적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시간 반 넘게 쌓아 올린 긴장감을 박 대통령 시해 시퀀스에서 모두 터뜨린다. 그에 반해 <하얼빈>은 그 긴장감을 터뜨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끌고 가면서 가슴에 응어리지게 만드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이토를 죽인 후 곧바로 사형 집행 장면으로 넘어간다. 죽음은 두렵지만, 내심 홀가분한 안중근이 참회록에 마침표를 찍는듯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도 도드라지는 작품은 아니다. 눈에 띄는 캐릭터도 부족하다. 그나마 박정민의 우덕순 정도가 생동감 있다. 나머지 인물들은 예상할 수 있는 독립운동가와 일본군 캐릭터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즉, 배우들이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역할 그 이상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하얼빈>의 흥행 성적은 더 궁금해진다. 의도한 분위기와 메시지를 살리기 위해 익숙한 클리셰나 흥행 공식은 과감히 내려놓은 영화이니까. 겨울을 배경으로 유사한 화법과 톤을 구사한 <남한산성>이 극찬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던 사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오징어 게임 2>와 거의 동시에 개봉되는 <하얼빈>은 과연 관객들을 집밖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어둠 속 담배 연기가 총구에서 피어오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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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혜씨는 다운증후군 정신으로 갓생사는 셀러브리티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 역을 맡은 한지민의 쌍둥이 언니 영희로 출연한 배우가 화제이다. 장애 당사자가 직접 다운증후군 역할을 맡아 열연하였는데, 화면에 등장하는 초상화 그림을 모두 직접 그렸음이 알려지며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본명은 정은혜이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태로 담은 <다섯 개의 시선, 2005>의 단편 극영화 <언니가 이해하셔야 해요>로 데뷔하였다. 1990년생인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이 영화를 찍었고, 다큐멘터리 영화 <니 얼굴>은 20대 후반에서 30대에 들어서는 초상화 작가 정은혜의 삶을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영화 <니 얼굴, 2020> 포스터
<얼굴은 가장 처음 남에게 보여주는 나의 정체성>
마스크를 쓰고 사람을 만나는 일상이 보편화되어 남들에게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 현저히 줄었지만, 얼굴은 가장 처음 남에게 보여주는 나의 정체성이다. 은혜의 얼굴은 은혜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은혜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각자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것들을 꺼내 이리저리 조합해보며 판단하는데, 머릿속에 다운증후군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 생채기를 내는 오류를 산출하기도 한다.
은혜는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으면 휴대폰 카메라로 사람들의 얼굴부터 찍는다. 그리고 약 20분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의 얼굴을 종이 위에 선으로 옮긴다. 북한강이 보이는 양평 문호리 리버 마켓에서 비, 바람, 눈과 맞서며 손이 툼툼(!)해질 때까지 더운 날에는 시원한 것으로, 추운 날에는 따뜻한 것으로 속을 달래며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그가 그린 초상화는 2000장을 넘겼고, 아직도 매일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은혜는 사람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관찰하며 관계의 부재로 외로웠던 시간들을 20분씩 달랜다. 20분 동안 은혜를 채워준 사람들은 은혜의 눈으로 본 각자의 얼굴을 보며 꽤 오랫동안 은혜를 떠올릴 것이다.
은혜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그리며 성장한다.
<신파 없이 장애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
다운증후군은 혈액 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임신 중에도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를 가진 예비 엄마들은 다운증후군이라는 단어에 마음을 졸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약간의 확률로 다운증후군일 수도 있다는 수치를 받아 들면 아직 태어난 아이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법적으로 다운증후군인지 아닐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럴 확률이 있을 것 같다고 판단된 태아는 죽어도 괜찮은 생명이다. 확실히 다운증후군인 아기가 어쩌다 운이 좋게 죽음을 면하고 엄마 뱃속을 나온다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들은 울음바다 속으로 풍덩 빠져버린다. 사람들은 발전된 의학 기술을 두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엄마의 게으름과 무능을 탓하는 말을 먼저 내뱉을 수도 있다.
영화 <니 얼굴>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희생이나 비장애 형제자매의 상처,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다니다 무너져 내린 가정 경제 시스템 등이 보이지 않는다. 은혜를 중심으로 카메라를 들이댔고, 그러다가 자연히 딸려 나와버린 것들은 잔가지 쳐내듯 잘라내 버렸다.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만화, 영화, 글, 시위 등으로 이미 이전에 충분히 세상에 이야기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명하지 않아 우리가 잘 몰랐던 것일 뿐.
영화 <작은 여자 큰 여자 그 사이에 낀 남자, 2006>
<다운증후군 정신으로 갓생사는 셀러브리티>
1996년 제49회 칸 영화제에서 다니엘 오떼유와 파스칼 뒤켄이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다니엘 오떼유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파스칼 뒤켄은 벨기에 출신으로 칸의 장벽을 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영화 <제8요일, 1996>에서 비장애인과 다운증후군 장애인의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사회적인 언어이기도 하다. 파스칼 뒤켄은 배우라는 직업으로 사람들에게 다운증후군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사람들은 성찰을 약속하는 박수로 화답하였다. 대한민국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의무고용률에 못 미치는 장애인을 고용한 경우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법에 명시하였다. 2021년 한 해 동안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대신 정부에 납부한 돈이 모여 7000억이 넘었다. 장애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곳을 달라고, 가족들의 무거운 짐을 조금 덜어 달라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지 말라고 외치느라 은혜 엄마는 하얗게 세는 머리를 기를 새가 없었다.
정은혜 작가가 삽화를 그린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람씨의 행복한 직장생활>
앞으로 은혜씨는 청소 담당 직원, 작가, 배우, 크리에이터 등의 사회적 언어로 '다운증후군 정신으로 갓생사는 셀러브리티'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힘들 때는 짜증을 내고, 신이 날 때는 소리 내어 웃고, 마음이 복잡할 때는 폭풍 뜨개질을 하는 별 것 아닌 것들을 보고 우리들은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면 된다. 인기가 많아서 피곤한 셀러브리티의 숙명을 은혜씨는 투덜대면서 즐길 것이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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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너도 외롭다는 사실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할 말 다 하는 '팬지'. 집, 길거리, 마트... 그녀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트러블이 생긴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보듬는 사람은 여동생 '샨텔'뿐, 남편과 아들은 귀를 닫은 듯 그저 무심할 뿐이다. '어머니의 날'을 맞아 '팬지'와 '샨텔'의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 '팬지'가 무슨 말을 할지 조마조마하던 가족은 그녀의 뜻밖의 반응에 당황하는데...
<내 말 좀 들어줘> 줄거리
팬지는 말을 참지 않는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누구에게나 참지 않고 내뱉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말들은 전부 불만 섞인 독설이다. 그렇다 보니 팬지는 늘 트러블을 몰고 다니고,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지긋지긋한 눈빛으로 말을 쏟아내는 것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런 팬지의 모습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혹은 폭탄 같은 말에 정말 웃겨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의문이 든다. 팬지는 왜 늘 화가 나있지? 왜 다른 사람들을 쉽게 비방하지? 그녀의 분노는 어디서 기인된 거지?
영화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는 않는다. 팬지의 과거를 보여주지도, 미래를 예측하게도 두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팬지와 그녀의 주변을 보여줄 뿐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화가 생의 시작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어떠한 계기로 생겨난 것인지 우리는 살짝씩 나오는 이야기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금 팬지와 그녀 주변의 모습이다.
솔직하게 나는 폭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상대방의 태도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팬지보다도 팬지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아들, 그리고 남편에 더 답답함을 느꼈다. 모든 일에 입을 다물어 버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상대방을 보기만 하는 그 모습에서 어느 누군가를 떠올리기까지 했다. 왜 팬지가 그렇게까지 히스테릭한 걸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이들에게서 찾기까지도 했는데,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니지만, 팬지가 갖고 있는 외로움을 볼 수 있었다.
외로움. 이 영화의 가장 주요한 키워드다. 팬지는 외롭다. 혼자 감당해야 했던 과거에도, 입을 다문 채로 살아가는 두 가족들도, 늘 싸우게 되는 타인들까지 팬지를 아무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이해할 생각도 않는다. 이건 팬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녀의 아들 모세스, 남편인 커틀리 역시 각자의 고독을 갖고 있다. 다만 팬지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팬지의 동생, 샨델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화목해 보이는 이 가정에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 존재하고 그렇기에 각자가 갖고 있는 고독이 있다. 누군가의 방식이 좋고 누군가는 나쁘다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서로는 서로가 알지 못할 사정을 갖고 있고 외로움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 속 팬지를 비롯한 인물들의 모습은 익숙하다.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혹은 상대해 본 적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혹은 나 자신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들은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고 그렇기에 실제로 이 같은 사람들 역시 이들처럼 남모를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자신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껴 내 말 좀 들어달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가 관람 후 서로에 대해 각별히 포용하며 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저 이런 삶도 있을지 모른다, 다른 이들도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일러줄 뿐이다.
*이 글은 씨네랩에서 초청받아 참석한 <내 말 좀 들어줘>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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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매드랜드 후기 / 제92회 아카데미 3관왕 /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 미국 중서부의 자연경관 / home이 아닌 house가 없는 노매드의 삶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노매드랜드”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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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뷸런스, 정신차린 마이클 베이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액션 영화
?Rabbitgumi입니다!!
파괴지왕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앰뷸런스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아주 크게 기대받던 영화는 아니었죠.
예고편을 봤을 때, 은행을 털고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여서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꽤 재미있는 액션 영화였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가있는데 조금은 질질 끈다거나 오버하는 장면이 줄었어요.
이야기 구성에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액션과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긴장감 만은 확실히 잡습니다.
영상과 음향이 멋집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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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디아나 존스 : 운명의 다이얼> 티저 예고편
사상 최고의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의 귀환!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티저 예고편 공개 6월, 그가 선사하는 짜릿한 모험을 마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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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이윌 송> 메인 예고편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무명가수 ‘물결’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안고 무작정 안동으로 떠난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물결’을 만난 영화감독 ‘바람’은
어째선지 그녀가 못내 신경이 쓰여 자꾸만 주위를 맴돈다.
그렇게, 소중한 꿈만 좇아 바쁘게만 달려온 이들은
어느덧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꿈을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까
그 어떤 용기도 낼 수 없었던 두 청춘은
다시 찬란한 희망의 멜로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