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2-24 08:46:46
하얼빈 | 자욱한 담배 연기로 써 내려간 참회록
<하얼빈>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 대한의군은 일본군을 기습해 승리를 거두지만, '안중근'(현빈) 장군은 일본군 소좌 '모리 다쓰오'(박훈)를 비롯해 사로잡은 포로를 풀어주라고 명령한다. 만국공법에 따른 의로운 선택이었으나 이 결정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풀려난 모리가 곧바로 일본군을 이끌고 역습을 가해 안중근의 부대원을 전멸시킨 것. 그로 인해 안중근은 대한의군 동료들에게도 의심받고, 본인도 자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안중근은 좌절하지 않고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 등 각자의 이유로 독립운동을 포기하지 못한 동료들도 모은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사살해 먼저 죽은 동료들의 몫까지 해내기 위해. 하지만 일본군은 밀정을 통해 의거 계획을 입수하고, 모리 소좌가 안중근을 필사적으로 추격하기 시작한다.
안중근의 참회록
독립운동과 참회. 두 단어를 합치면 한 인물이 떠오른다. 윤동주 시인이다. 흔히 그의 시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로 불린다. 일제 강점기에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적극 항거하지 못하는 자기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더 떳떳한 삶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하니까. '참회록'의 끝이 대표적이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사실 두 단어는 연관성이 곧바로 보이는 조합이 아니다. 독립운동은 보통 뜨겁게 느껴진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할 준비가 된 의사와 열사의 용기로 가득한 단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은 오히려 공감하기 쉽다. 다른 독립운동가들이 선망의 대상일 때, 그는 그들처럼 되지 못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기 때문. 때로는 슈퍼맨보다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가 더 필요한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민호 감독의 신작 <하얼빈>은 일반적이지 않다. 가장 유명한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장군이 주인공인데, 애국심을 고취하거나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다. 안중근을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윤동주 시인처럼 약점이 많은 인간으로 묘사한다. 그의 내면에 가득한 부끄러움과, 부끄러움을 원동력 삼은 의거를 쫓는다. 그렇기에 <하얼빈>은 연말 상업영화로서는 다소 의아하면서도, 쉬이 잊지 못해 곱씹어 볼 영화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참회
참회. 윤동주의 <참회록>처럼 <하얼빈>을 관통하는 감정선이다. 모든 캐릭터는 각자 뼈 깊숙이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 우덕순은 어릴 적 자기 자신의 언행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박점출'(정우성)과 공부인은 동생, 남편 대신 전사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후회가 있다. 김상현은 눈앞의 쾌락을 이기지 못한 스스로가 한스럽다. 마지막으로 안중근은 누구도 지키지 않는 국제법을 따른 대가로 동료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회한이 있다.
<하얼빈>은 크고 작은 서로 다른 후회와 회한이 모여 어떻게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는지를 밝힌다. 전반부에서는 제각기 연해주와 만주의 추위만큼 뼈아픈 한을 토해낸다. 후반부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일본군과 일제에게 그 한을 되갚아 주는 지를 보여준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때, 다른 인물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총성을 울린다.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독립운동가들에게 더 크고 중요한 일을 해낸다.
이러한 참회의 서사는 한 소품에 집약되어 있다. 바로 담배다. 정확히는 담배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극 중 독립운동가들은 끝없이 담배를 피운다. 두 명 이상이 실내에서 모이면 그 순간 바로 라이터나 담뱃불부터 찾는다. 기차 1등석에서도, 회의실에서도, 안가에서도, 기차역에 숨어서도 그들은 연달아 담배를 피운다. 4D 영화가 아닌데도 스크린에서 담배 냄새가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카메라는 흡연하는 사람보다 담배 연기 그 자체에 집중한다. 실내 공간에서는 햇빛, 전등 같은 광원을 카메라 정면에 위치시킨다. 자연히 배우 얼굴은 잘 안 보인다. 모자도 쓰고, 머리도 길다 보니 대부분 검은 실루엣처럼 보일 뿐이다. 이때 어두운 배경과 여러 실루엣 사이로 담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마치 지난 전투에서, 지난 임무에서 남은 후회와 반성을 담배에 담아 태워 날려 보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듯이.
인간 안중근과 장군 안중근
담배 연기처럼 인물들 사이를 떠도는 참회는 때로는 답답하지만, 그만큼 절절하고, 또 뭉클하다. 참회가 모이고 모여 인간 안중근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때문. 신아산 전투가 끝난 직후, 안중근은 대한 의군 동료들 사이에서 밀정으로 의심받는다. 승전 후 사로잡은 일본 소좌 모리를 포함해 전쟁포로 모두를 만국공법에 따라 석방했기 때문. 모리는 풀려나자마자 안중근 부대의 은신처를 기습해 독립군을 학살해 버린다.
겉보기에 안중근의 선택은 이상적이거나, 순진하거나, 어리석다. 힘겹게 찾아낸 밀정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밀정을 처결하지 않는다. 대신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이창섭의 말마따나 고결하다. 그의 신념이 결국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라는 나비효과를 낳았기 때문.
안중근 덕분에 목숨을 건진 모리는 군인답게 죽지 못했다는 수치심에 시달린다. 또 민간인을 학살한 자신과 다른 안중근을 보면서 더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결과 모리는 안중근 추격에만 열을 올리고, 결국 이토를 제때 지키지 못한다. 밀정에게 베푼 자비도 일견 지나치게 순진해 보이지만, 종국에는 이 선택이 또 다른 독립운동가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인간 안중근이 선택이 장군 겸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돕는 셈이다.
이처럼 안중근의 신념이 끝내 보상받는 전개는 그의 삶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후대가 보기에 그는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고결하다. 수감생활 중 일부 집필한 '동양평화론'에서 한중일 3국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며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하얼빈>은 그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참회의 시기를 살펴보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그의 사상과 신념까지도 감정적으로 감싸 안는다.
차갑게, 관찰하듯이
이처럼 이야기의 주제부터가 참회이다 보니, <하얼빈>은 타오르지 않고 냉정하다. 시작만 보더라도 차갑다. 안중근은 얼어붙은 두만강 위를 걸어서 연해주로 넘어가던 중, 얼음 위에 쓰러져서 못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 <하얼빈>은 이런 안중근을 그저 관찰한다. 별다른 부연 없이, 두만강 위에서 마치 삶의 의지를 잃은 듯한 안중근을 비춘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앞뒤 상황을 설명해 준다.
달리 말해 <하얼빈>은 관객이 주인공에게 몰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선택과 임무를 따라가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정적이고, 멀게 느껴진다. 우선 한번 구도를 잡은 카메라는 웬만해서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 고정된 구도 안에서 인물의 동선을 담아낸다. 일본군과 추격을 벌일 때도, 만주 벌판을 누빌 때도 컷의 전환이 빠르지도, 많지도 않다.
또 멀리서 관찰한다. 때때로 클로즈업도 활용하지만, 감정적인 대목마다 일부러 한 발씩 뺀다. 절대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불타오르도록 만들지 않는다. 죽은 동료들 사이에서 안중근이 통곡하면서 괴로워할 때도, 마침내 이토를 쏴 죽이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거리감을 유지한다. 원거리에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앵글로 안중근을 관찰할 뿐이다. 이는 과거 회상을 흑백으로 처리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냉정하게 타오르다
그 결과 <하얼빈>은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곱씹게 하는 힘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일본군과의 전투 시퀀스만 봐도 그렇다. 독립군과 일본군의 육박전을 관찰하면서 승리의 쾌감보다는 생존을 위한 처절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결국 자기 선택 때문에 겨우 살아남은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는 안중근의 죄책감, 속죄와 참회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겠다는 결심 모두에 강력한 설득력과 당위를 불어넣는다.
이는 장르와도 조화를 이룬다. <하얼빈>은 액션이 강렬한 <007>, <제이슨 본> 시리즈보다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클래식한 첩보물에 가깝다. 속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운 여러 인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리송하게 만들며 서스펜스를 쌓는다. 기차 안에서 밀정을 찾아내고, 그를 역이용해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막으려는 일본군을 떨쳐내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이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을 연상시키는 시퀀스이면서도, 참회라는 모티브를 장르적으로 영리하게 풀어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밀정은 누구인지. 그 배신자는 어떤 이유로 동료들을 버렸는지. 그리고 과연 그는 다른 동료들처럼 참회할 수 있을지. <밀정>에 비하면 투박한 듯 우직한 연출 곁들여지면서 이 장면은 강렬한 서스펜스와 반전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렇기에 관객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다. 같은 위인과 사건을 영상화한 <영웅>과는 정반대 되는 경험이다. <영웅>이 당장 안중근과 함께 하얼빈역으로 떠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하얼빈>은 나라면 안중근처럼 선택할 수 있었을까 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혹여 밀정이 된 인물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모난 영화의 매력
위 장점이 모두 더해진 결과 <하얼빈>은 2시간 동안 힘 빠지거나 지루한 순간 없이 긴장감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고 나간다. 먹먹할 때도, 엄청난 흡입력을 뽐내는 순간도 있다. 다만 이는 상업영화로서 마냥 장점이라고 하기 어렵다. 달리 말하자면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힘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 때문.
감독의 전작과도 대조적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시간 반 넘게 쌓아 올린 긴장감을 박 대통령 시해 시퀀스에서 모두 터뜨린다. 그에 반해 <하얼빈>은 그 긴장감을 터뜨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끌고 가면서 가슴에 응어리지게 만드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이토를 죽인 후 곧바로 사형 집행 장면으로 넘어간다. 죽음은 두렵지만, 내심 홀가분한 안중근이 참회록에 마침표를 찍는듯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도 도드라지는 작품은 아니다. 눈에 띄는 캐릭터도 부족하다. 그나마 박정민의 우덕순 정도가 생동감 있다. 나머지 인물들은 예상할 수 있는 독립운동가와 일본군 캐릭터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즉, 배우들이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역할 그 이상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하얼빈>의 흥행 성적은 더 궁금해진다. 의도한 분위기와 메시지를 살리기 위해 익숙한 클리셰나 흥행 공식은 과감히 내려놓은 영화이니까. 겨울을 배경으로 유사한 화법과 톤을 구사한 <남한산성>이 극찬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던 사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오징어 게임 2>와 거의 동시에 개봉되는 <하얼빈>은 과연 관객들을 집밖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어둠 속 담배 연기가 총구에서 피어오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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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최고의 티켓파워, 배우 브래들리 쿠퍼 #톺아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있는 100인 선정,
포브스 셀러브리티 100인에서 두 차례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탑배우 중 한명인
배우 브래들리 쿠퍼에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또한 곧 개봉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 <나이트메어 앨리>에 출연하는만큼
많은 영화팬들이 기다려왔을텐데요.
그 전에 앞서 '브래들리 쿠퍼'의 #톺아보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1. 프로필(Profile)
이름 : 브래들리 찰스 쿠퍼
(Bradley Charles Cooper)
출생 :1975년 1월 5일
국적 : 미국
직업 : 배우
2.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데뷔과정
<섹스 앤 더 시티 시즌2>(위) , <웻 핫 아메리칸 썸머>(아래)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주식중개인이었던 아버지와 방송국 NBC에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프로그램을 학습하면 많은 시간의 주말을 보냈고,
대학교에 졸업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연극을 배웠다고 하네요.
알 파치노, 알렉 볼드윈, 잭 니콜슨, 숀 펜 등이 졸업한 뉴욕배우 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1988년 <섹스 앤 더 시티 시즌2>의 잘생긴 미청년 역할로 극 중 '사라 제시카 파커'의 마음을 훔치는 역할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고,
2001년 <웻 핫 아메리칸 썸머>로 영화에 공식적으로 데뷔합니다.
3. '브래들리 쿠퍼'의 주요 필모작
- 2006년 작 <웨딩 크래셔>, 로지 역
출연진 : 오웬 윌슨, 레이첼 맥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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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잘난 척하는 가벼운 캐릭터로
브래들리 쿠퍼의 약간 재수없고 밉상인 연기를 볼 수 있다"
- 2009년 작 <행오버>, 필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에드 헬름스,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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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의 극 중 좌충우돌, 아수라장!
제대로 된 끝판왕의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다”
- 2013년 작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에이버리 크로스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라이언 고슬링, 에바 멘데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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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경찰관 '에이버리 크로스 역으로
극 중 '루크'를 과잉진압하여 죽이게 된다. 그 죄책감으로 매일매일 힘들어하며
고뇌하는 섬세한 감정선의 연기를 볼 수 있다'
"
- 2013년 작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팻 솔리타노 역
출연진 :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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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여전히 조울증을 앓고있는
'펫 솔리타노'역
브래들리 쿠퍼의 웃기고 울리는 최고 내공의 연기의 진가를 볼수 있는 작품 "
- 2014년 작 <아메리칸 허슬>, 리치 디마소 역
출연진 :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레미 레너, 제니퍼 로렌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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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의 헤어부터 의상까지 파격적인 변신을 볼 수 있는 작품
극 중 사기범을 잡는 FBI요원 '리치 디마소'역으로
진지하면서도 뭔가 우스꽝스러운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를 볼 수있다"
- 2014년 작 <아메리칸 스나이퍼>, 크리스 카일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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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군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스나이퍼로 평가받는 '크리스 카일' 역
전쟁에 참전하는 한 군인(인간)의 복잡한 내면연기를 놀랍게 표현해내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 2016년 작 <조이>, 닐 워커 역
출연진 :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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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채널 'QVC'의 경영 이사인 '닐 워커'역으로
브래들피 쿠퍼만의 젠틀하고 스마트한 연기와 모습을 볼 수 있다 "
- 2018년 작 <스타 이즈 본>, 잭슨 역
출연진 : 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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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컨트리 음악스타 '잭슨' 역으로
브래들리 쿠퍼의 상남자같은 매력의 연기는 물론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볼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
- 2022년 작 <리코리쉬 피자>, 존 피터스 역
출연진 : 알라나 하임, 쿠퍼 호프만, 숀 펜, 톰 웨이츠, 브래들리 쿠퍼, 베니 사프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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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970년대의 유명 영화 제작자 '존 피터스'역으로
브래들리 쿠퍼는 극 중의 짧은 분량이지만 엄청난 파급력의 연기를 볼 수 있다
헤어부터 의상까지 엄청난 싱크로율을 표현해냈다"
- 2022년 작 <나이트메어 앨리>, 스탠턴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토니 콜렛, 윌렘 대포, 루니 마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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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유랑단의 멤버 '스탠턴' 역으로
잘생기고 영리한 야심찬 청년의 모습을 연기한다.
극 중 많은 여성 캐릭터들의 인기를 얻는만큼
치명적인 옴므파탈의 매력의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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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배우 '브래들리 쿠퍼' #톺아보기 시간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배우 뿐만 아니라 영화제작자로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브래들리 쿠퍼'
앞으로도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다양한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씨네랩은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P.S 혹시 #톺아보기 배우로 추천하고 싶거나 관심있으신 배우들이 있으면
주저말고 편안하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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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디그 (The Dig, 2021)영화 후기
넷플릭스 영화 <더 디그>는 존 프레스턴의 2007년 발간한 소설이 원작이다. 그는 영화의 등장인물인 마거릿 ‘페기’ 프레스턴(릴리 제임스)의 친조카이다. 그녀는 로마 유리 보석을 소개해서 명성을 떨치게 되고, 이탈리아인 남편의 성을 따라 ‘마거릿 귀도’로 불리게 된다. 영화는 제목처럼 ‘발굴’이야기다. 2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9년 영국 동부 해안의 서포트 서튼(Sutton Hoo) 지역의 미망인 이디스 프리티 부인(캐리 멀리건)이 발굴가 바질 브라운(랄프 파인즈)을 고용하여 그녀의 사유지에 있는 둔덕을 파헤치고 거대한 유물을 발견하게 되는 실화를 다뤘다.
노동자 계급의 바질 브라운은 비록 학위는 없지만, 로마 유적 발굴 작업에 호출될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이디스는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고고학자들이 여타 작업에 바빠 의뢰를 거절한 가운데 브라운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그렇게 이디스와 바질은 6세기 경 유물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영국 고고학계에서 학위가 없는 그를 학자로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영박물관에서 파견한 고고학자 찰스 필립스(켄 스탓)와 제자 피콧 부부까지 참여하면서 판이 커지게 된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더그>의 매력은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감동 드라마에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빛을 발한다. 영화의 주제는 ‘마이너리티의 가치’다. 이 글을 읽는다고 절대 유추할 수 없게 설명하자면,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한계를 갖고 있다. 심장판막 이상증을 앓고 있는 이디스 프리티, 학위가 없어 명성을 전부 필립스에게 뺏긴 바질, 어머니를 지키고자 하는 아들 로버트 프리티(아치 반스), 징집 대상이 된 로리 로맥스(조니 플린), 동성애자이지만 숨겨야 했던 스튜어트(벤 채플린)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마이너리티를 집중 조명한다. 즉 미망인과 아마추어 발굴가의 노력은 6세기의 미지의 역사뿐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마이너리티도 모두 기억해야 할 역사라는 것이다. 결말부의 자막에서 이런 감독의 의도가 확실해진다.
영화에서 가장 뭉클했던 부분은? 가방끈이 짧은 바질 브라운이 학계에서 외면받는 부분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모자관계에 눈길이 더 갔다. 아들 로버트가 어머니를 지켜주고 싶다는 대사에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엄마를 지켜주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그 어린 꼬마가 그것을 잊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를 도리어 위로하는 대목에서 어찌나 짠하던지 가슴이 아팠다. 이디스 본인도 아픈 아버지를 돌보느라 결혼을 뒤로 미뤘던 것에 비쳐볼 때 그 마음이 오죽하랴!
캐리 멀리건이 <인사이드 르윈>에서 보여준 탄탄한 연기와 어린 나이에도 씩씩하게 역할을 소화한 아치 반스의 케미스트리는 진짜 엄마와 아들 같아 보여서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덧붙여 로버트가 '공상과학(SF)'을 좋아하는 설정이 붙어있다. 뜬금없이 보이겠지만, E.H. 카가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 것을 들어본 적 있는가? 고고학이란 유물을 통해 그 시대를 그럴싸하게 추론하는 학문이다. 이때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는 과학에서 가설 연역 모형을 구상할 때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단지 그것을 수학으로 표현한 것 뿐이다. 이렇듯 영화는 촘촘하고 사려 깊게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더 디그>는 이디스와 로버트의 사랑을 통해 필멸자의 숙명을 그리지만, 그들이 나눴던 모자의 정은 죽고나서도 잊히지 않음을 말한다. 이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과거의 유물을 제대로 보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사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고려해보면 이 해석을 더욱 유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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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TAR 타르' 리뷰
현대인들이 뒤집어쓴 얼굴 이면에는 직업인의 자아와 자유인의 자아가 있다. 직업인의 자아가 만들어진 건 일이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면서부터다. 사람들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 그 이상의 가치가 일에 포함되어 있다고 믿어야 했다. 일은 인간의 숙명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노동의 지위는 올라갔다. 노동은 노력으로 성취해 낼 수 있었다. 특정 직종의 면허, 자격증, 인증서는 그러한 노력의 징표다. 노력은 단순하고 당연한 진리를 내포한다. 그래서 노력이 필요 없는 성질은 설명이 불가하기에 경외하게 된다. 천재성에 놀라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일하는 모습에서 자기표현의 경지를 맛보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건 원래가 반복적이고 의미 없는 일상인지라 그 이상의 요건을 달성하면 일종의 상징이 된다. 달인의 몸놀림에 경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아함, 그 이상의 카리스마. 타르의 몸짓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그러했다. 마에스트로의 지휘를 실제로 가까이 보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커리어나 능력,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위대한 직업인들의 면모에는 공통점이 있을까? 공통점을 정리하면 그들과 같이 설 수 있을까?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적용이 가능할까? 특정 장면에서 타르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부드럽게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는데 좌우로 넓게 팔과 다리를 뻗고 대화를 나눈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그 자세에서 이 영화의 무게중심이 온전히 느껴졌다.
리디아 타르는 자신의 지휘 경력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교향곡 리허설에 들어간다. 그녀는 커리어와 능력 어느 면으로 보나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첫 여성 수석 지휘자로 얼마나 다양한 곡을 지휘했는지 셀 수도 없다. 무대와 스크린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기도 해서 4개의 주요 엔터테인먼트 수상식에서 모두 수상하기도 했다. 후학 양성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서전 출간과 함께 콘서트를 준비하는 바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철옹성 같은 바위를 산산조각 내는 건 작은 틈새로 스며드는 물방울이다.
리허설 현장을 기록한 과정들은 단적으로 그녀가 얼마나 놀라운 실력을 가진 사람인지 보여준다. 인터뷰 장면부터도 그랬지만 지휘, 심사, 의사소통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언어를 뒤섞어가며 표현해내고자 하는 정확한 음과 리듬을 짚어내며 지시한다. 그녀는 일련의 천재들이 그렇듯이 유별나게 괴팍하거나 괴상하게 특이점을 짚어내지는 않는다. 다만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미 오래전에 죽은 작곡가들이 악보에 남겨둔 단서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지휘자가 해석을 하는 과정은 적극적으로 악보의 여백에 뛰어들어 빈틈을 채워가는 일에 가깝다. 타르는 본인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행동에 거침이 없다. 그만한 실력이 뒷받침되기에 거침없는 행동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용인되는 것은 오롯이 그녀가 그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마에스트로의 자리에 올려놓은 건 '카바너',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었다.
사람이 날카로워지면 불안해진다. 의도는 바늘과 같다. 찌를지 꿰맬지 결정해야 한다. 타인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있다는 건 일단은 고지에 올라있는 것이다. 그 이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개인의 판단에 달린 일이다.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활용할 수도 있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해석은 주관의 소관이니까. 상대방을 내 속도로 잡아당길지 맞춰갈지 정해야 한다.
음악은 시간을 다룬다. 음악을 핵심 소재로 다루는 영화에서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집중해서 보면 좋다. 정해진 시간 내에 각각의 음이 저마다의 속도로 이어져야 비로소 음악이 된다.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한다. 지휘자가 시작과 끝을 선언한다. 또한, 그들이 메트로놈과 다른 이유는 템포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를 올리거나 내려서 각각의 소리를 유기적으로 밀고 당기며 감정을 자아내는 일은 전적으로 지휘자의 몫이다. 신의 존재를 모방하는 형태로 지휘자는 음악을 통해 그 권한을 시험한다. 영화의 중간중간에 신성을 다루는 비유를 통해서 이런 관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음악의 바깥에는 통제할 수 없는 시간이 놓여있다.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 잠시 멈추거나 두 배로 감거나 되돌아갈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이다.
통제할 수 없는 시간 앞에서 타르는 무너진다. 옆집 노인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돌아가거나 멈출 수 없어서 도망친다. 도피처는 중요치 않다. 무엇으로부터 도망갔는지가 중요하다. 음악 바깥에는 리허설이 없고 해석해야 할 여백은 너무나도 넓다. 매 순간순간 자신만의 능력으로 의도를 파헤쳐나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 앞에 거장은 없으니까. 태어난 데에는 이유가 없으니 의도 또한 없다. 해야 하는 일은 정해지지 않았고 추측은 무의미하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궤적을 충실하게 채워갈 뿐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할 뿐이다.
인성과 능력의 연관성을 따지는 건 우스운 일이다. 우린 둘 중 어느 것도 어느 누구에게서도 제대로 알 수 없다. 직업인의 자아나 자유인의 자아나 불안정한 건 매한가지니까. 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한 인간상이 정해지는 건 이 현실 세계 속에서는 비현실적인 일이다. 두 자아상을 온전하게 갖추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드는 감상이 인간의 면모는 아닐 것이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TAR 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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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박물관에서 벌어진 러-우크라 전쟁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크리미아의 유물(The Treasures of Crimea)
Netherlands/2021/84min/우카 후겐데이크 감독 작품
전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데 영향을 끼친다. 영화 〈크리미아의 유물〉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이 초래한 한 사건의 혼란스러운 궤적을 담았다. 사건의 장소는 박물관이다. 크림 반도의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는 소장품의 일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보냈다. 박물관끼리 소장품을 교환하여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일상적이기에 전혀 문제될 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시와 전쟁이 겹치며 소장품을 어디에 보낼 것인지를 두고 대립이 생긴다. 우크라이나는 크림 반도가 원래 자신의 영토였음을 강조하며 소장품이 크림 반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가 국가의 소유물이고, 해당 소장품이 ‘국보급 유물’이기에 당연히 자신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박물관은 소장품이 원래 있던 곳, 즉 크림 반도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차지한 것도 수십 년에 불과했다는 점도 상기한다. 무엇보다 문화재는 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지역의 역사를 표상하는 유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양측의 주장은 합리성과 맹점을 동시에 가진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은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문화 자산을 수호한다는 점에서는 타당하지만 문화의 주체를 국가에 한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박물관의 주장은 문화의 경계를 국가 너머로 확장하지만, 정치를 배제하겠다는 태도가 크림 반도를 점유한 러시아의 지배권을 승인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는다.
한 출연자의 말마따나 문화재는 문화, 정치, 역사가 뒤엉킨 감정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는 장소다. 현재 2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모두 승소했다. 최근 재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러시아를 대하는 국제 여론이 악화돼 최종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누가 승소하든 ‘크리미아의 유물’을 둘러싼 복잡한 논의 지형에서 ‘완전한’ 정답은 성취되지 못한 채 남을 것이다.* 〈크리미아의 유물〉이 던지는 문화재의 의미와 전쟁의 파급력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는 동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복잡한 문제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크리미아의 유물〉의 시도가 다소 공허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화는 학문적 열정으로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와 자기 땅에서 유물을 발견한 농부의 순수한 기쁨도 담아낸다. 그러나 ‘순수히 아름다운’ 문화는 없다. 그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인 학예사가 우크라이나 동료들에게는 러시아 편에 선 제국주의자로, 러시아 치하로 들어간 상황에 만족하는 주민들에게는 크림 반도의 유물을 반출한 사람으로 비난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영화의 암시적 대답은 문제의식에 비해 다소 나이브한 해결책이었던 셈이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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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같은 땅에 발붙인 마음
같은 땅에 발붙인 마음
영화 ‘나의 여신’ 리뷰감독] 최자영
출연] 손수현, 윤선우
시놉시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교수 임용을 준비하는 무속연구자 이선호. 세 번 연속 교수 임용에서 탈락하자, 새로운 연구 대상을 찾아 제주도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무형 문화재 소리를 듣는 여자 심방(무당) 안해리를 만난 선호는 그녀를 연구하기 위해 모영리당 소미로 들어가게 된다. 해리는 그런 선호에게 점점 마음을 연다.***
어린 시절 비디오를 틀면 호환, 마마보다 무섭고 어쩌고저쩌고하는 인트로 영상이 나왔다. 불법 비디오를 시청하다가 비행 청소년이 될 수 있다는 경고 영상인데, 지금 보니 좀 어이없을 만큼 개연성이 없다. 아무튼 경계심을 기르는 목적의 영상이다 보니 호랑이가 나오고 무당이 옷자락을 펄럭거리는 그림이 좀 무서웠다. 그게 무당에 대한 내 첫 기억이다.
무당을 찾아가 신점을 보거나 굿을 한 적이 없음에도, 무당의 얼굴은 내게 다양하게 추가된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소화의 말간 얼굴로, 홍칼리 작가의 무당 일기 에세이 ‘신령님이 보고 계셔’로… 그리고 지금 여기, 영화 ‘나의 여신’이 있다.
‘나의 여신’ 주인공 해리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으로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무당 대신 심방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심방을 따르면서 악기 연주, 제물 진설, 각종 심부름을 하는 도제를 소미라고 부른다. 내게는 생소했지만, 어감이 예쁜 말들이었다. 단어만큼이나, 그들을 담아낸 영화 또한 마음에 쏙 들어왔다.
우는 너를 다 태우는 버스가 되고 싶어
심방과 소미들은 전형적인 무당처럼 보이지 않는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친 해리의 무심한 표정, 타투가 새겨진 근육질 팔로 북을 치는 ‘계석’, 새빨갛게 머리를 염색한 ‘미영’은 얼핏 멋진 오리엔탈 밴드처럼 보일 정도다. 귀신의 기척을 느끼는 것도 “스펙”이라는 말이나 비트코인 같은 단어도 거침없이 입에 올리는 “MZ세대”다. “버스가 되고 싶어 빵빵!”하고 노래 부르며 웃는 모습은 해맑기까지 하다.
한편 많은 이들이 해리가 보통 무당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해리는 범상치 않은 아우라도 뿜어낸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흰옷을 입은 해리가 바다로 걸어가는데, 단순한 행위임에도 기묘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붉은 옷을 입고 기어가며 길흉을 점치는 모습 또한 그렇다. 신과 인간의 중재자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처럼 보인다.
더없이 인간 같아 보이다 또 더없이 신 같아 보이던 해리가 정말 심방, 인간과 신의 중재자 같다고 느껴졌던 건,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마음이 담기는 순간들이었다. 웃고 울고 만나고 헤어지고 배우고 가르치고…
인간, 신, 인간과 신의 중재자. 오묘한 경계가 모두 해리의 안에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람의 마음이고,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신의 조화일까? 보는 이마다 답이 다르겠지만, 끌어안는 존재가 신이고 안기는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리가 말갛게 웃으며 부른 노래. 나는 그 경쾌한 노래에서 해리의 경계를 읽는다. “너의 모든 슬픔의 정류장에 빼놓지 않고 정차하는, 우는 너를 다 태우는 버스가 되고 싶어!” (신승은의 노래 ‘헝’) 때로는 간절히 빌고 때로는 무너져 우는 존재인 인간, 그를 다 태워 가는 버스 같은 신. 그리고 그 버스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정류장을 찾아다니는, 버스 기사 같은 존재인 심방을.
두 세계의 융합일까 침범일까
심방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에는, 또 한 축의 사람들이 있다. 무당을 연구해서 논문을 쓰려는 민속학자들이다. 해리와 선호의 만남은 어쩌면 종교와 세속의 대통합 같기도 하고, 잘못된 만남 같기도 하다.
정확한 근거와 문헌을 바탕으로 논문을 써야 인정받는 학술의 세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줄”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무속의 세계. 성당에 다닌다는 윤 교수나, 굿판을 믿지도 않는 선호가 그 세계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이는 두 세계의 융합일까, 아니면 침범일까?고민하다 보면 우리 사는 세상이 과연 두 세계이긴 한 건지 의아하다는 생각이 따라온다.
어쩌면 이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계와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세계를 이분하는 시선이야말로, 어떤 것도 융합할 수 없는 시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애초에 융합하거나 침범할 두 세계가 존재하기는 했던 것일까? 무속의 세계는 예부터 민초의 마음 바로 곁에 있었다. 풍요를 바라는 마음, 무운을 간절히 비는 마음, 설움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마음… 그 바로 옆에. 우주 너머 아스라이 반짝이는 마음이 아니라, 바로 여기 같은 땅에 발붙인 마음이었다.
마음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것
영화에서도 교수가 선호에게 “무당과 연애하지 마라”고 말하고, 소설 ‘태백산맥’을 봐도 그렇지만, “무당과의 관계”란 예부터 참 수많은 말에 휩싸여 있다. 거기에는 무당의 힘에 대한 동경과 공포, 금기에 대한 이중적인 욕심이 스며 있다. 금기 아래 보호받고 싶은 마음과 금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각양각색의 시선이 스며 있지만, 공통점은 무당을 볼 때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보기보다 능력을 갖춘 존재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 영화 안에도 ‘유네스코 심방’이 별명일 만큼 용한 해리의 무속 능력에 초점을 두고 해리를 주목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심방이 우리에게 삶을 다해 던지는 메시지는 그렇지 않다. 심방은 예술과 위로의 영역에 서 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의 힘을 아는 존재들이다. 서로 나란히 서서 마음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것. 모든 종교가 인간을 그렇게 다독이는 일을 하고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무속의 한 장면을 통해 그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다.
바로 서우젯소리 장면이다. 실제 이 영화의 자문을 맡은 제주 큰굿 무형문화재 보유자 서순실 심방까지 모두 출연하여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최자영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관객에게 보내는 선물 같은” 순간이다.
서우젯소리란 제주도의 무가인데, 널리 알려지면서 여흥이나 노동요 목적의 민요로도 자리 잡았다고 한다. 굿판에서도 마지막에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피아노를 얹어, 그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특별한 버전으로 완성된, 화합의 노래다.
오래전 들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까지 공부에 공부를 거듭했던 최자영 감독의 시간이, 최근 출간된 에세이에 촬영을 마치고도 “왜인지 서러움을 잊을 수 없”다고 쓴 손수현 배우, 선호의 마음을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던 윤선우 배우, 관광지 제주 이면에 슬픔의 역사도 있음을 말하며 눈을 빛내던 황동희 배우 등 배우들의 정성과 노력이, 영화를 만든 모든 이들의 공이 서우젯소리에서 함께 원을 그린다.
둥글게 도는 서우젯소리 장면을 보며, “너의 모든 슬픔의 정류장에 빼놓지 않고 정차하는, 우는 너를 다 태우는 버스”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가 부르던 노래를 끝까지 이어 불러본다. “두통은 우리 집에 두고 가 내가 이따 가서 치울게!”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나의 여신’
2022-08-12 19:30
메가박스 제천 3관
1282022-08-14 16:30
CGV 제천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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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미란에게 제 41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 <정직한 후보>
"코미디 영화여서 노미네이트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사을 주세요." 지난 제 4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라미란의 수상 첫마디였다. 여우주연상을 탈 만큼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라미란은 혼신의 코미디 연기를 해냈고, 작품 역시 재밌게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영화 정직한 후보 시놉시스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이다. 2014년에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주상숙은 국민들 앞에서는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는 둘도 없이 청렴하고 믿음직한 국회의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서민을 자신의 일꾼으로 여기며 4선 당선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옵션이 아닌 필수로 여기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거짓말을 잃어버렸다는 스토리라인은 ‘만약 내가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면?’이라는 아찔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장유정 감독은 “거짓말쟁이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전혀 못하게 되었다는 설정 자체가 아주 재미있었다. 거짓말을 잃어버린 사람이 과연 어떤 이야기까지 쏟아낼 것인가라는 부분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원치 않게 갖게 된 ‘진실의 주둥이’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주상숙’의 촌철살인 팩트 폭격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웃음뿐만 아니라 답답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복잡한 세상 거짓없이 속 편하게 볼 수 있는 새로운 코미디 영화이다.
사건에 심각하게 몰입하지 않아도 됐던 가벼운 정치 영화정치 영화하면 굉장히 무겁고 느와르 분위기의 엄숙하고 비리가 가득한 그런 류의 작품이라고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 <정직한 후보>는 굉장히 가벼운 정치 콤디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씁쓸한 웃음을 남기는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정말 대놓고 웃기는 코미디 작품이었다.
거짓말을 통해 쌓아올린 정치인의 명예를 적당히 풍자하고 정치 선거판을 희화화하면서도 그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은 하지 않도록 그 선을 잘 지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리를 저지른 주상숙에 대해 실제 정치인들의 비리가 폭로됐을 때처럼 실망과 분노의 감정이 들기보다는 뭔가 애처롭고,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짜 정치인의 속내는 어떨까?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진짜 정치인의 속내는 어떨까?' 였다. 극 중 주상숙은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비리도 저지르고, 거래도 하며 거짓말을 일삼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못하게 되며 자신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날 때에 '부자 동네'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자신의 선거구를 부자 동네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진심이었다.
그래서 현실 정치인들의 공약과 그들이 하는 말 중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국민을 대표하지만 결국 어떤 국민도 대표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과연 그들에게 진심을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미지가 그렇다고 해서 정말 진심 하나도 없이 국회의원 노릇을 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판타지이긴 하지만 현재 내 지역구의원도 어디까지가 현실화 가능한 공약이고, 진심인지 알고 싶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코미디 전략이 필요할 수도
대부분의 정치 영화들이나 드라마 작품들을 보면 굉장히 소재를 무겁게 다루면서 비리의 실상을 보여주며 흑막을 밝혀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영화 제박 문법을 통해서 관객들은 대부분 희생자의 피해에 동조하며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이뤄지게 된다. 그래서 가해자로 설정되는 정치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현실과 맞물려 더욱 안좋아지기 마련이다. 이미지의 타락은 정치인이 국민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이어지고 이는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영화 <정직한 후보>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나 스스로 국회의원이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혀 동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직업군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내 지역구 의원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현실 정치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필자는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은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전략이 잘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존재의 의미 마저 희화화 시키지 않는다는 범주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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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9월 1주 신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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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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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 파이널 예고편
끝내주게 웅장하고 귀여워진 소원성취 액션 블록버스터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파이널 예고편 대!공!개! 이봐, 집사들! 장화신은 고양이와 함께 할 준비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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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종이의 집: 파트 5> 공개 예정 예고편
[1부 2021년 9월, 2부 2021년 12월, 넷플릭스 공개]
이제는 전투 그 이상이다. 전쟁이다! 레지스탕스가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