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7-05 23:23:46
[BIFAN 데일리] 애정의 물성, 물성의 애정
영화 <일시정지>
감독] 서원태
출연] 정윤철, 임필성, 임대형 등
프로그램 노트] 뉴욕에 5만 5천 점이 넘는 방대한 보유작을 자랑하는 ‘킴스 비디오’의 김용만 대표가 있다면, 광주에는 비디오 5만여 점과 책 5만여 권을 평생 수집해온 ‘호모 시네마쿠스’ 조대영 광주 동구 인문학당 디렉터가 있다. 그는 방위병으로 복무하던 1991년, ‘굿펠라스’라는 영화동아리를 결성한 이래 30년 넘도록 광주 지역 영화 운동에 몸담아왔다. 조대영의 방대한 VHS 비디오 수집품 중 약 2만5천 점을 2022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다. 이른바 ‘시네필’ 문화가 싹텄던 1990년대, 남한에서 VHS 비디오는 서구 시네마테크의 셀룰로이드 필름을 대체하는 물리적 지지체였다. 〈원초적 비디오 본색〉 전시를 계기로 제작된 〈일시정지〉는 함께 모여 필름 대신 비디오를 보았던 또 다른 ‘굿펠라스’들이 들려주는 ‘비디오 본색’에 대한 이야기다. (신은실)
이 영화는 비디오를 처음 틀었을 때의 컬러 화면으로 시작한다. 순간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장면인지 얼떨떨한 동시에, 저 이미지 자체가 진작에 지난 세기의 것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비디오라... 유치원 시절을 떠올린다. 유치원이 마치면 차량 한 대가 아이들을 동네 별로 나누어 1호차, 2호차, 3호차 순서대로 태워 날랐고, 3호차를 탔던 나는 1호차와 2호차로 먼저 떠나는 아이들이 다음 장면을 궁금해할 때 느긋하게 앉아 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주로 디즈니 영화나 <호호아줌마> 같은 걸 봤고, 매일 유치원의 일상을 마치는 순간은 어떤 비디오를 틀지 고르는 시간이었다. 이따금 흥미 없던 로봇 만화 같은 것을 무감하게 보았던 기억도 난다. 일시정지를 눌렀을 때 화면에 은색으로 실금처럼 그어져 올라가던 노이즈도. 되감기, 빨리감기, 같은 글자와 그때의 소리들도.
생각해 보니 제목인 ‘일시정지’는 아직 존재하지만 영문 제목에 들어간 ‘rewind’, 되감기라는 단어도 이미 사라진 것 같다. “10초 앞으로” 혹은 “30초 뒤로”가 있을 뿐이다. 시간의 흐름은 그렇게 모든 것을 멀리 보낸다. 신기술은 옛 것이 되고, “첨단 사업 전람회장”을 담은 뉴스는 꼭 박물관에서 미디어 아트로 틀어줄 것만 같다. 비디오도 이미 그런 존재가 되어 있다.
이 영화는 비디오 세대를 기억하는, 통사적인 관점에서 비디오 시대를 말해줄 수 있는 여러 명의 감독 인터뷰를 꼼꼼하게 담았다. <말아톤>, <대립군> 등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었다. (옛날 이야기 맞지만.)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OTT 경쟁 시대인 지금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갖고 사는 게 당연하지만, 당시만 해도 사적인 상영 공간이란 부재하는 개념이었다. 80년대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는 집이 하나둘 늘어나고, 90년대에는 급부상한 비디오 플레이어와 함께 비디오 렌탈점이 성행한다.
비디오와 영화는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성장한다. 비디오가 영화 필름의 질감을 담으려 노력했던 시절이 있는데, 필름과 필름 사이 자신의 무언가를 밀어 넣던 사람들의 노이즈 자글자글한 예술 세계가 있었는데… 이제 어디서 필름 생산을 멈췄다더라 하는 소리가 들려오다 못해 캠코더조차 ‘레트로 감성’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계에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인터뷰어들이 비디오에, 비디오 가게에 품은 그리움 또한 흥미로웠다. 유튜브만 뒤져도 전문가의 영화 추천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지금과 달리, 당시엔 비디오 가게가 장르적 추천 기능을 했고, 좋은 영화를 많이 추천해 주었다는 아르바이트생의 존재는 마치 ‘무림고수’처럼 느껴져 재미있었다. 영화 모임 기록도 있고. 서로의 영화 리스트를 직접 볼 수 있고, 얼굴을 맞대며 알 수 있었으니 사실 요즘의 모임들보다 더 솔직하고 흥미로웠을 것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키워내기 딱 알맞은 자리였을 것이다. 좋은 영화를 서로 추천하고, 복제하고, 나눠 보고… 그러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태동했을 것이다. 1980년 광주 관련 영상물이나, 아직 일본 문화가 개봉되기 전의 <러브레터>도 그렇게 번졌다.
과거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이 영화가 과거를 위무하는 데만 그쳤다면 아쉬웠을 것이다. 과거를 위무하는 마음은 이후 세대에게 필연적으로 위화감을 남기기 때문이다. 인터뷰어들의 말에서도 나로서는 조금 위화감을 느꼈다. 90년대 ‘에로 영화’와 맞물렸던 비디오 문화의 성행을 말하면서, 에로 영화 사장 이유로 페미니즘과 성 인지 감수성만을 언급했지만, 매체의 변화와 궤를 같이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성 인지 감수성과 페미니즘이 이유였다면 포르노 시장, 끔찍한 디지털 성범죄가 없었을 테니까. 우리 사회 성 인지 감수성이 뭐 얼마나 높다고 이럴 때만 “아쉬움”의 사유 자리에 놓이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불어 인터뷰어들 말대로 에로 영화 소비층의 존재가 기술의 발달에 기여한 점도 분명 있겠지만… 양으로만 기능할 수 있나? 음으로도 기능했다. 언급된 마틴 스콜세이지 같은 헐리우드 감독에 비해 과거 우리 나라 영화 감독을 디깅하는 문화가 잘 정착되지 않은 이유는, 과거 한국 영화의 이미지 브랜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성 인지 감수성”을 비롯해 다양한 감수성이 낮은 영화들과 맞닥뜨리거나, 그걸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아쉬움 타령 듣는 건 별로 재미있지 않아서.
그런 위화감도 잠시, 영화는 과거의 낭만과 풍요를 말하면서도 과거의 낭만만을 그리지 않고 나아간다. 유해환경 정화를 위해서라는 미명 하에, 대통령의 “헌법적 능력”까지 써서 “불량 비디오”를 금지했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청소년 보호구역에 성인 비디오 가게가 횡행하는 일은 지양해야 옳지만, 이외의 사적인 비디오에 관해서라면, 과연 관에 의해 이렇게 쓸어버리는 형태가 옳은가 하는 질문은 남는다. 미풍양속은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것이나, 관이 쓸어버리는 형태도 아름다운지.
그것도 다 옛 일이다. 이제는 물성으로 소유하는 것이 약해진 시대. 책도 영화도 모두 손에 잡히는 물성을 잃고 구독 경제의 사이클로 들어가 버렸다. 언제든 스크린에 띄워 볼 수 있지만, 구독을 해지하는 순간 스크린에 띄울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구독 경제에 저항감이 있었으나, 지금은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과 영화를 소유하지 않고도 언제든 볼 수 있으니, 구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이득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실제로는 ‘찜’, ‘보고 싶어요’만 바삐 눌러 놓으면서도.
그래서 이 영화의 메시지가 충격이었다. OTT에서 내려가면 그 영화를 더 볼 수 없고, OTT의 큐레이션은 대체로 작품성과 다양성보다는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의 이득을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갈수록 자극적이 되어 가는 데 반해 인간에 대한 고민은 옅어져간다고 느꼈던 어떤 작품들을 떠올렸다.) 기술 발전만 보면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 올려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현실은 오히려 물리 매체로 영화를 보던 시절에 비해 영화의 다양성이나 폭이 더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외로 그 사이 사라지는 영화들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은 내게 충격이었다. 그렇지. 기술의 발전이 꼭 우리의 발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 한복판에 살고 있으니, 자본의 논리를 완전히 제하고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영화 또한 자본 없이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자본의 논리가 파도처럼 거세게 밀려오는 세상에도, 지켜야 할 무언가는 있지 않을까. 비록 마이너해도, 많은 사람의 사랑과 선택을 받지 않아도, 자극적인 맛 하나 없이 슴슴하다 못해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그런 작품들의 자리를 작은 섬처럼 빼꼼 내어줄 필요 있지 않을까. 그 자리에서 안온하게 쉬어 갈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사람들이 또 있을 테니까. 인터뷰 중 나온 말처럼, 맥락 속에서 아카이브는 살아있을 것이다.
물성 없는 시대, 여전히 애정은 물성에 어린다. 비디오가 없는 시대는 굿즈 포화의 시대이기도 하다. 나는 영화 굿즈를 꼬박꼬박 모으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굿즈들은 집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 영화와 눈 맞춘 시간을, 영화가 내게 와 닿고 나를 바꿔준 지점을 기억하고 싶어서. 영화는 스크린 위를 흘러가고, 장면은 짧게 눈 맞춘 후 멀어지지만, 굿즈는 내 손에 남아 있으니까. 이 찐득한 애정을 물성으로 만져보곤 한다…고 얼마 전에 일기처럼 쓴 적이 있다. 언젠가 먼 훗날, 이들이 비디오를 추억하듯 나도 굿즈를 만지작거리며 애정의 물성을 이야기하게 될까.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상영시간표
7월 2일 20:00-21:02 CGV소풍 8관 (상영코드 443)
7월 5일 17:00-18:02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 (상영코드 722)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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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그댈 속일지라도
*스포일러 있음*
포스터부터 오리엔탈리즘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배경, 설정, BGM, 전개와 결말까지... 굉장히 '동양'스럽다. 뻔하디 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환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디즈니답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어떤 애니메이션이든지 동양의 가족으로 넘어오면 무조건 희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간다. 라야의 아버지인 벤자 족장은 딸을 살리는 대신 자신을 희생하고, 시수의 남매들은 시수를 대신해 희생하고, 나마리는 어머니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한다. 부모든 자식이든 형제든 어느 한 쪽은 희생하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같은 '가족'을 다루더라도 [엔칸토]나 [코코]에서는 그들의 단합과 화합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개개인의 역량과 감정 때문에 갈등이 생기지만, 그래도 우린 가족이라는 식이다. 가족단위를 개인의 집합으로 보느냐, 공동체의 일환으로 보느냐, 등등의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이제는 이런 틀을 깰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게 별것 아닌 듯해도, 은근히 이야기를 만들 때 제약을 가하게 되고 그러면 이야기에 점점 차별성이 사라지게 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배경이 현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려 해도, 뿌리 깊게 박힌 인식들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어린 소녀가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성장해서 세상을 구한다는 도입부 역시 그다지 특색 있는 편은 아니다. 판타지 액션 소년만화에서 흔히 봐왔던 설정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계기가 좀 싫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순수한 의지나 목표 때문이 아닌, 책임감이나 의무감 때문에 움직이게 된다는 것 자체가 괴롭다. '네가 마지막 희망이야!'라는 식의 무거운 짐을 아이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 자체가 싫달까...
그럼에도 한 가지 좋았던 점을 뽑아보라고 한다면 라야의 아군이 뻔한 듯, 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일 경우에는 함께하는 '파트너'를 지정할 뿐, '팀'을 만들지는 않는다. [겨울왕국], [주토피아], [모아나], [라푼젤]... '팀'을 구성해서 함께 모험을 떠난다는 것은 보통 소년만화의 주된 흐름이다. 마법 소녀 물에는 팀을 꾸리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보통 모험을 한다기보단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그러나 라야는 다섯 대륙의 사람들을 모두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데 성공했고, 그들은 서로를 믿고 힘을 모아 화합하기에 이른다.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친다는 전개는 뻔하지만,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였다는 것만은 굉장히 신선한 듯하다. 내가 다른 영화에서 그런 걸 못 찾았을 수도 있고.
안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지만 사실 보는 내내 재미는 있었다. 영상미도 있었고, 오히려 뻔한 스토리라서 부담없이 봤다고 해야할까? 기억에 남는 명작이라고 할 순 없어도, 볼만한 영화인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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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급형 넷플릭스 로맨스 콘텐츠
요새 영어공부를 슬금슬금 다시 시작했다. 시간이 참 많았는데 이제 시작하는 내 자신에 대해 한심함을 느끼면서도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더 늦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 전문직 직종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따라가기 급급하기에 이지리스닝을 찾다가 이 드라마를 찾아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공부라는 핑계로 계속 보긴했는데 두 번은 보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중간에 하차할 수도 있었는데 약간 막장드라마를 보는 심리로 봤는지도 모르겠다.
로맨스란 모름지기 배우의 얼굴이 곧 서사인 장르이기도 하다. 그러니 배우들의 얼굴에 대한 얘기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얼굴에 대한 취향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내 취향이네 아니네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콜의 역할은 참 2000년대에 많이 등장하는 나쁜 남자 클리셰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겉보기엔 반항적이지만 마음은 참 여린, 그런 캐릭터. 그 옛날 린제이로한과 힐러리 더프 같은 배우들이 활발히 활동할 때의 그 남주 감성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콜과 그의 동생인 알렉스의 여자 취향이 이렇게 똑같을 수 있다는 사실이 뇌절 포인트였다. 점점 보다보면 여기서 제일 문제는 재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솔직하지 못하고 위선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누가봐도 콜에게 더 이끌리면서 알렉스와 사귀는 지점에서부터 불안하다 싶었는데 결국 결말을 보고 캐릭터에 정이 떨어졌다. 학교 날라리에게 관심이 가면서도 '나는 모범생이야'라는 프레임에 갖혀 자신을 옥죄는 모습이 저럴거까지 있나 했다. 뭐 내 말대로 했다면 사실 로맨스의 맛은 없었을 것이다. 이 글을 누가 읽는다면 로맨스를 오래 보지 못한다면서 나름 열심히 봐놓고 이게 무슨 열폭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하
그저 넷플릭스가 잊을만하면 내놓는 그저 그런 스테디 셀러 카테고리의 작품이다. 예를 들면 '키싱부스'라던가 '엑스오키티'같은 장르 말이다. 가끔 넷플릭스를 보면 이런 오글거리는, 설렘이 과한 장르는 꾸준히 수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거 같다. 물론 선택해서 본 내 잘못이 크지만 보급형 넷플릭스 콘텐츠도 좀 신박한 로맨스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장르는 한 번 보고 끝내는 장르라고 보는데 계속 곱씹을수록 좋은 대사가 있는 그런 로맨스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새로운 콘텐츠 소비도 중요하지만 재방문율도 중요한 지표가 아닌 걸까 의문이 드는 작품이었다. 아, 그래도 이런 장르가 신인들의 등용문이라는 점은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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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져 버린 사랑 뒤의 또 다른 사랑.
흔적도 없이, 실체도 없이 사라진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평생 '우리'라는 글자에 그 사랑은 더욱 큰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잃은 상실도 잠시 그 후에 맞이하는 사실이 그동안 믿어왔던 사랑과 헌신을 한순간에 무너지게 한다.
정착하지 못했던 그의 마음을 알면 알수록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며 메리의 표정과 사랑이 잔뜩 담긴 음성 메시지가 대비된다. 차오르는 감정과는 다르게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평온한 얼굴에서 절망이 더 짙게 나타나며 영화의 중심을 잡아간다. 남편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메리는 남편이 사랑했던 여자를 찾아가게 된다.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고 쥬느와 마주치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킨다. 그의 집에서 일하게 된 메리는 쥬느의 주변을 관찰하고 어질러진 집 곳곳에서 자신이 알던 남편의 흔적을 찾는다. 끊임없이 파고드는 순간을 반복하며 왠지 모를 긴장감을 자아낸다. 메리에겐 그런 긴장감이 통하지 않는지 거울에 자신을 비추고 또 자신의 몸을 어루만진다. 그 외에 쥬느의 침대에 누워 이들이 나누었던 추억을 바라본 후에도 그의 사랑을 놓지 않으며 마음이 내려앉을 때마다 메시지를 곱씹는다.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끼는 것일까. 같은 사람을 사랑했지만, 누군가는 외면했고 누군가는 직면한 진실로 인해 그들의 엉킨 마음이 풀린다. 갈라진 벽은 점점 더 틈새를 벌어지게 하고 흩뿌려진 먼지는 시야를 가린다. 자각하지 못한 것들 것 한 번에 덮쳐오며 만료된 메시지와 급속도로 올라오는 감정들이 흘러가는 상황의 범위 위에 있는 선택을 결정한다. 온통 금이 가고 균열이 간 벼랑이 아닌 견고한 벼랑 위에서 사랑 후에 남겨진 그 감정이 나눠지지 않은 오로지 각자의 몫이 되어 돌아온다. 사랑 후의 두 여자는 새로운 시작 끝에 같은 곳을 바라보며 새로움을 맞이한다. 그는 하지 못했던 견고함을 해내는 순간이 이 영화의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영화는 사랑을 ‘하는 중’의 이야기가 아닌 ‘한 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게 상실 이후에 배신이라는 사실까지 맞이한 여자와 사랑이라는 불확실성에 자신을 던지며 속여온 여자가 손을 맞잡으며 또 다른 감정의 시작을 알린다. 사랑의 반쪽이라고 할 수 있는 아메드라는 존재가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두 여자의 감정들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지만 평이한 이야기 구성으로 갈 수 있는 소재를 감정 중심의 이야기 진행으로 몰입을 높인다. 감정이 아쉽지만, 감정이 좋은 그런 영화라 오래토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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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4월 첫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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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지난 주말 벚꽃이 한창 만개함에 따라 관객들의 발걸음이 영화관이 아닌 바깥으로 향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주말 동안에만 총 92만 5천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주간까지 합쳐 총 142만 3천 명의 관객이 다녀가 전 주(162만 6천 명) 대비 13%가량 하락한 관객 수를 기록하였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이 4주 연속 선두를 지켜내는 모습을 보였으며 지난 수요일 개봉한 게임 원작의 블록버스터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1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하였습니다. 이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6만 2천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3위를, 한국영화 <웅남이>와 <소울메이트>가 도합 6만 4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각각 4,5위를 기록하였습니다.
1.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이 이번 주에도 역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는데요, 지난주 대비 23.2%가량 감소한 관객 수를 기록해 약간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으로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가 적었던 것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와 별개로 누적 관객 수는 378만을 넘겨 이번 주말에는 무난히 400만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추세라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국내 최고 흥행작인 <너의 이름은>이 세운 기록을 가뿐히 넘기고 더 나아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록 또한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NEW)
신비한 유물을 찾아 떠나는 도적들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어드벤처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개봉 주차 주말 12만 명의 관객을 기록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동 시기 북미에서도 개봉을 마쳤는데 지난 주말 1위를 차지했던 <존 윅 4>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하였습니다.
3. <더 퍼스트 슬램덩크>(-)
4월 2일 일요일 한일 성우 무대인사와 GV를 마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 주와 마찬가지로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렀습니다. 주말 동안 6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는 438만여 명을 기록하였는데요, 개봉 14주 차를 맞아 오는 5일부터는 IMAX 상영과 엔딩 주제곡 가수인 10-FEET의 라이브 이벤트까지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4. <웅남이>(⬇︎2)
3월 4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던 박성광 감독의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 <웅남이>는 이번 주말 4만 5238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 26만 6263명을 기록하며 4위로 떨어졌습니다.
5. <소울메이트>(⬇︎1)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한 영화는 민용근 감독의 <소울메이트>입니다. 지난주에서 한 계단 떨어진 성적인데요, 주말 동안 총 1만 9천여 명의 관객 수를 더해 누적 관객 22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힘차게 데뷔했습니다. 시리즈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존 윅 4>는 한 계단 떨어진 2위를 기록하였는데요, 3위를 차지한 <히즈 온리 선>은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다룬 기독교 영화라고 합니다. 뒤를 이어 개봉 이래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두 편의 시리즈 영화 <스크림 6>와 <크리드 3>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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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4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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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주 씨네 뉴스는 국내외 다양한 소식으로 알차게 준비 해 보았는데요!
그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킹더랜드> 임윤아 이준호 로맨스 시청률 화제성
이준호는 연애가 서툰 본부장 구원 역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여심을 장악했습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넷플릭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제를 몰고있으며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상승세를 기록하며 로맨틱 코미디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밀수> 김혜수X염정아X조인성 독보적인 아우라
영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입니다.제작사 외유내강,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김혜수와 염정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며 웃음과 감동, 액션 이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작품에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자아냈습니다.
설경구, 도경수 <더 문> 전세계 155개국 선판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 김용화 감독의 차기작 <더 문>은 오는 8월2일 개봉을 확정했습니다. 설경구를 비롯하여 김희애, 도경수, 조한철, 박병은, 최병모, 홍승희 등 출연을 하며 제작비 280억원이 들어간 대작입니다. 국내 최초로 유인 달 탐사를 소재로 한 우주 배경의 영화며 미국, 호주,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태국 등 세계 155개국에 선판매 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시은 <오징어 게임2> 여주인공 캐스팅
<오징어 게임2> 원지안 비롯 박규영, 김시은, 조유리가 출연 확정을 지었습니다. 시즌2 남성 출연자 공개만 뜨면서 여성 출연자들이 없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여성 출연자들의 캐스팅 소식을 알렸습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7일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공유,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이 출연한다고 밝혀 기대감을 고조시켰습니다.
부천국제영화제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감독 아리에스터 “가장 나다운 작품”
<유전>과 <미드소마>의 감독 호러 마스터 아리 에스터 감독이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으로 찾아옵니다.감독은 “10년 동안 구상한, 나의 개성과 유머가 담긴 가장 나다운 작품”이라며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특별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가진 감독이자 파워풀한 도전자”라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협찬 최민식 배우 특별전
수많은 캐릭터로 한국영화에 획을 그은 최민식배우가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주빈으로 선정되어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선정되었습니다.대종상3회, 백상예술대상3회, 청룡영화상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3회등 30여개의 연기상을 받은 최민식에대해 정지우 감독은 “최민식이라는 배우는 무엇이든 다 뚫을 수 있는 창 같은 존재”라며 소개말을 남겼습니다.BIFAN은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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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 나이트> ★★ 초속 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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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나이트>
21세기 들어 서서히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계(특히 할리우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위기를 타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널리 팔린 마블-DC 코믹스 기반의 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이미 나와있는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하기도 하며, 오랜 설화와 신화에서 소재를 잔뜩 가져다 쓰기도 하죠. 아무렴 잘 닦아놓은 길을 걸어가는 게 머리를 짜내 새로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써서 황무지를 헤쳐나가는 거보다 평가+흥행적으로 훨씬 안정적일 테니까요.
▲ '원탁의 기사'를 소재로 하는 수많은 영화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전설 '원탁의 기사'는 쉴 새 없이 우려먹어도 뽑아낼게 많은 매우 훌륭한 기출 답안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 소재로 한 영화만 1년에 최소 1-2편씩 극장에서 매년 개봉하고 있으니 사골도 이런 훌륭한 사골이 없죠.
대충 최근 개봉작 생각나는 것만 해도 <킹 아서: 제왕의 검>(2015),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왕이 될 아이>(2019), <레드 슈즈>(2019)... 등등 넘쳐나니까요.
▲ 이번엔 A24가 이 전설을 각색했습니다
이번에는 예술영화 전문 제작사 'A24'가 또 이 원탁의 기사 이야기로 <그린 나이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정확히는 원탁의 기사 중 '아서 왕'의 친척이자 오른팔인 기사 '가웨인'의 이야기를 들고 말이죠.
참고로 영화는 개봉 이전에 '씨네랩' 초청으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참석하여 보고 왔습니다. 관계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 아서왕의 오른팔 '가웨인'의 이야기 <그린 나이트>
<그린 나이트>의 시놉시스
중세 시대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만찬을 즐기고 있는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그린 나이트'(랄프 이네슨)가 나타나서 자신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1년 후 똑같이 목을 대야 한다는 게임을 제안합니다. 아무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데브 파텔)이 이에 응하고 그는 손수 목을 칩니다.
그렇게 1년 후, 그는 연인 '에셀'(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소중한 사람을 등지고 명예를 위해 녹색 기사를 향한 아주 먼 길을 떠나게 되는데...
▲ 녹색 기사를 향한 여정을 담은 <그린 나이트>
★주의★
'영화의 주제와 특징'부분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 당하기 싫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부분까지
쭉 넘어가 주시길...<그린 나이트>의 주제와 특징
'중세 기사문학'하면 영웅이 되려는 기사가 모험을 나서서 종국에 영광을 얻고 돌아오는 시나리오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보통은 여기서 괴물이랑 싸우는 처절한 액션+가는 동안 만나는 여자와의 스쳐 지나가는 사랑 등을 이야기하기 마련이죠.영화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린 나이트>는 사실상 이 구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로드무비거든요.
▲ 로드무비 스타일을 따르는 <그린 나이트>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의 제작사 'A24'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A24가 과거에 만든 영화들
할리우드에서 '서치라이트 픽처스'와 함께 예술영화 제작사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A24는 <엑스 마키나>(2015),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레이디버드>(2018), <미드소마>(2019) 등등 개성 넘치는 수많은 작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감이 오시겠지만 이 영화는 상업성과 거리가 매우 멀다는 걸 짐작하실 수 있겠죠?
▲ 영화는 상업성과 거리가 매우 매우 멉니다.
영화는 내용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원탁의 기사 중 '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라는 1500년대 장편 시의 스토리를 차분히 따라가죠.
그런데 녹색 기사의 목을 내리치는 순간부터 가웨인의 목을 치는 순간까지의 로드무비 모험극은 흔히 우리가 봐왔던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시리즈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아니다. 하나도 같은 점이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죠.
▲ 우리가 주로 보는 판타지 영화와 결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그린 나이트>
기껏 성수까지 뿌려준 방패는 10분 만에 써보지도 못하고 두 동강 나고, 모험을 나선 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가웨인은 칼이나 도끼를 단 한 번도 똑바로 휘두르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액션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고,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쳐야 할 기사의 얼굴에는 근심과 서러움 만이 가득합니다.
계속 보다 보면 작중내내 가웨인 입가에 제대로 된 미소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날강도들에게 물건을 다 털리거나 독버섯 먹고 죽기 직전까지 가는 등... 이게 무슨 기사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영화가 전개되는 건가 당황스러웠는데, 생각을 좀 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 일부로 주인공 심리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장치들
서양권 교도소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Dead Man Walking"
감옥의 사형수가 전기의자로 걸어갈 때 하는 말이죠.
마찬가지로 작중 인형극으로 수없이 언급되듯이 가웨인은 영웅이 되러 가는 게 아니라 죽으러 가는 게 너무나 명확하니까 고의적으로 이런 심리 상황을 영화로 진득하게 표현한 게 아닐까 싶더군요.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는 너무 느~립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주마등(파노라마)처럼 인생이 스쳐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시간이 왜곡돼서 흘러간다고 하죠. 이를 반영했듯이 영화의 흐름은 아~~~주~~~느~~~리~~~게 전개됩니다. 마치 작중에 수없이 보여진 녹색 식물이 자라듯, 초속 5mm 정도로 천천히 전개되죠.
영화는 대충 잔가지 다 치고 썰 풀면 5분 안에 설명할 내용을 러닝타임으로 130분으로 늘렸고, 덕분에 감독 '데이빗 로워리'가 이걸 의도했든 안 했든 엄청나게 영화는 길게 늘어집니다.
▲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으로는 좋은 평가 주기 어렵네요.
늘어진 수준이 얼마나 지나치면 최소한 원작인 원탁의 기사 내용을 아는 사람이나 이런 영화에 익숙한 평론가라면 가웨인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꽤 좋게 볼 수 있겠으나, 그런 기본 배경이 없는 일반인들은 '이게 뭐야?'하면서 황당해 할 정도입니다.
저도 웬만하면 예술영화 특성상 긍정적으로 봐주려고 했는데 이건 정도가 심해도 좀 많이 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졸린 영화 만들어 놓고 예술영화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 여러모로 기법이 훌륭하긴 한데...
그나마 중간중간 적절히 패닝(Panning)-롤링(Rolling) 등을 활용한 여러 가지 훌륭한 촬영기법과 끊임없이 현란한 색채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린 건 정말 좋았습니다. 이 점 덕분에 데브 파텔의 연기력이 더 부각되는 면이 있는 건 덤이고요.
그러나 이런 장점까지 종합해도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합격점 맞기는 쉽지 않을 거 같네요.
▲ 종합적으로 잘 만들었으나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린 나이트>를 보고..
<그린 나이트>는 분명 잘 만든 영화입니다. 중세 시대 전설인 가웨인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아주 천천히 전개된 영화는 연기, 촬영, 연출의 의도성 면에선 충분히 박수받을만합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랑 '재밌는 영화'는 완전히 별개죠. 이건 흔히 볼 수 있는 재밌는 판타지 영화를 생각하면 제대로 뒤통수 맞을 수준입니다.
▲ 평가 꽤나 심각하게 나뉠 거 같네요.
이거 호불호 좀 심각하게 갈릴 거 같은데, 전 불호에 더 가깝습니다. 아직 제 뇌 속 평가 기준은 비평가보단 관람객과 일반 대중들에 더 가까우니까요.
게다가 영화가 다 끝날 때쯤(여우가 갑자기 말하는 시점)에 앞쪽에서 고개를 옆으로 숙인 채 졸고 있던 아저씨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개인적으로 <그린 나이트>를 섣불리 주위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당신은 기사가 아니에요"
<그린 나이트>
★★
초속 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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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7월 4주 신작 영화
[WEEKEND CHOICE MOVIE] #왓챠영화 #왓챠신작 #왓챠
#비와당신의이야기 #오문희 #아웃포스트 #라이더스오브저스티스 #손오공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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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 영화리뷰? 사이비 종교가 실제로 저지른 끔찍한 일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위커맨ㅣ방구석 1열ㅣ
? '사람들이 봤다고 거짓말하는 영화들 by 건데'
인문학과 함께 보는 결말포함 영화리뷰 시리즈
001. 위커맨(1973) - 드루이드 종교에 대해서
#영화결말포함 #영화리뷰 #위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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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런던 러브스토리> 예고편
1977년 영국 런던 펑크 음악에 심취해 있는 청년 Ann은 친구인 ‘빅’, ‘존’과 함께 최고의 펑크락 가수 매니저인 보디시아(니콜 키드먼)의 뒤풀이에 참석했다가 그곳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온 것 같은 엉뚱 발랄한 소녀 ZAN을 만나고 그녀의 매력에 반하게 된다.
사실 ZAN은 외국에서 온 여행객이 아니라 외계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다.
ZAN이 속해 있는 행성의 외계인 보호자(Parents Teacher)는 ZAN을 단속하려 하지만, 그녀는 일탈을 꿈꾸며 과감히 Ann을 따라 펑크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다. Ann과 그의 친구들과 함께 펑크락 가수 매니저인 보디시아의 클럽을 찾게 되고, 그 무대에서 ZAN과 Ann은 함께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즉흥적으로 무대에 올라 “The end of Journey”라는 노래를 부른 ZAN에게 Ann은 그 노래의 의미를 묻고, ZAN은 머지 않은 시간에 자신들의 행성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사실과 함께 자신의 임신 사실을 고백한다.
어른이 아이를 먹으며 종족 번식을 유지해 온 외계 종족 무리들은 서둘러 ZAN을 데리고 지구를 떠나려고 하지만 ZAN은 갈등한다.
지구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고 지구를 떠나 외계로 돌아가게 되면 아이를 보호할 수 없고….
마침내 ZAN은 어른이 아이를 먹는 종족의 섭식 의식을 폐지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Ann은 자신을 버리고 간 아버지를 생각하며 자신이 진정한 아빠가 되고 싶다며 ZAN에게 지구에 남아달라고 요청한다.
ZAN은 자신의 또다른 생명과 Ann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종족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없애고 소중한 아기를 키우기로 결심하고 Ann을 떠나기로 한다.
시간이 흘러 보디시아의 펑크락은 쇠락하였으나 성인이 된 Ann은 유명한 SF 소설가가 되어 그의 지난 시절들을 추억하게 된다.
그리고 출판 기념 사인회에 Ann을 찾아 펑크 음악의 뮤지션들의 이름을 가진 낯선 아이들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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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압꾸정> 런칭 예고편
이번엔 주먹 대신 말이다! 뷰티도시로 화려하게 컴백한 마블리 ✨ 대국이형 오지라퍼 모먼트에 '꾸'며드는 [압꾸정] 런칭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