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3-07-07 18:02:31
[BIFAN 데일리] 호수, 유리창, 거울로 그려낸 데칼코마니
<수퍼포지션>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카롤린 링 Karoline Lyngbye
출연] 미켈 폴스라르 Mikkel Boe FØLSGAARD, 마리 바크 한센 Marie BACH HANSEN
시놉시스
스틴과 타이트는 어린 아들 네모와 함께 코펜하겐의 도시 생활을 떠나 스웨덴의 한 고립된 숲으로 향하고, 그곳에서의 삶을 팟캐스트 녹음을 통해 기록하며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자 한다. 그러던 중 자신들과 똑같은 모습의 커플을 호수 건너편에서 발견하고, 곧 원한과 이기심, 욕망으로 뒤덮인 자신들의 자아와 마주하게 된다.
도플갱어를 마주한다면?
독일에서 기원한 미신 '도플갱어(Doppelgänger)'.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며, 그 사람을 만나면 자신은 죽는다는 내용으로 유명하다. 괴테도 자기랑 똑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전승이 있지만, 핵심은 도플갱어를 만나는 게 악운의 전조라는 점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도플갱어는 존재할 수 없다. 생김새부터 DNA까지 전부 같은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0.1%가 채 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본다 하더라도 이는 정신 질환 증상이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도플갱어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존재할 수 없는 존재를 봤다는 공포와 내가 미쳐버린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나를 감쌀 테니.
카롤린 링비의 장편영화 데뷔작 <수퍼포지션>은 그 공포와 두려움을 물고 늘어진다. 이 감정을 철저히 해부한다. '나와 똑같은 사람, 내 남편과 똑같은 남자, 내 아들과 똑같은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이라는 오싹한 상상을 원동력 삼아 굳건히 나아간다. 이 접근법은 생각보다 신선하다. 원초적인 감정에 충실히 몰두할 뿐, 좀처럼 딴 길로 새지 않기 때문이다.
호수가 두려운 이유
<수퍼포지션>의 지향점은 첫 장면부터 드러난다.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시작한다. 북유럽 특유의 길고 가는 삼림이 둘러싼 호수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호수를 보는 듯한데 모양이 평소와 다르다. 파란 하늘이 왼쪽, 호수가 오른쪽에 있다. 위아래가 아니라. 화면은 마치 데칼코마니 같다. 잔잔한 호수에 하늘이 비치면서 좌우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호수의 역할이 흥미롭다. 첫 장면 이후 호수는 한동안 아무 일도 안 한다. 스틴과 타이트가 지내는 집의 예쁜 배경을 할 뿐이다. 그러나 스틴이 호수 건너편에서 자기 가족 외의 다른 사람을 발견하자 호수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생긴다. 도플갱어가 있다는 의심. 곧 두려움이다.
이에 더해 영화는 호수를 다른 이미지로 끊임없이 바꿔낸다. 유리창이 대표적이다. 일가족이 숲 속 집에 들어설 때, 그들이 집 안에서 요리하거나 글을 쓸 때, 싸우는 순간까지. 카메라는 주인공과 주인공이 반사되어 비치는 모습을 같이 중심에 둔다. 그 덕분에 알 수 없는 호수의 두려움은 손쉽게 영화 전반으로 전염된다. 이는 도플갱어의 존재를 인지하기까지 초중반부의 흐름이 상당히 강한 흡인력을 자랑하는 이유다.
도플갱어의 진짜 의미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 때문에 두려울 수 있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두려운 걸까? 영화는 호수가 잠시 역할을 하지 않는 사이에 그 답을 미리 일러준다. 영화 전반을 사로잡은 두려움은 단순히 도플갱어 때문이 아니다. 도플갱어를 만나 알 수도 있는 답 때문이다. 바로 자기 자신에 관한 진실이다.
첫 팟캐스트 녹음 때부터 스틴과 타이트는 계속해서 갈등을 빚는다. 이번 기회에 서로에게 솔직해지자는 부부. 그러나 그 솔직함의 의미가 다르다. 스틴은 알몸을 보여주듯이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타이트는 필요한 일에 한해서만 솔직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갈등은 점점 커지고, 서로를 비난한다. 서로 무책임한 남편과 아내라고.
이때 도플갱어의 등장은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지금 자기 모습이 어떤지, 부부 관계는 어떠한지, 아이에게는 어떤 부모인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다. 처음에 서로를 경계하던 도플갱어 부부가 싸우는 대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인생을 공유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자기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꾼 사람과 자기 모습을 고집하는 사람의 운명이 갈리는 이유다. 거울을 보고 진짜 솔직해질 수 있는지, 아니면 그 거울에 비친 모습까지도 왜곡하며 외면할지. 자기 과오와 결점까지도 끌어안고 살아갈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 <수퍼포지션>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다.
다소 빛이 바랜 도전
아쉽게도 <수퍼포지션>은 초중반부의 흡입력을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이유는 두 개다.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우선 소재와 접근법의 참신함이 빛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물론 도플갱어와 거울의 이미지를 활용해 주인공의 심리를 파헤친다는 접근 자체는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문제는 최근 들어 멀티버스 소재를 꺼내든 영화가 너무 많다는 것. 멀티버스 영화도 대부분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을 통해 주인공의 인생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퍼포지션>의 도플갱어 이야기가 자기만의 한 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굳이 설명을 덧대는 약간의 욕심도 아쉽다. 영화는 도플갱어끼리 만난 이후에 상황을 해석하려 한다. 타이트는 자기가 미친 거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하나의 답이 도출된다. '중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제목 '수퍼포지션'이다. 평행세계가 겹쳐진 결과 도플갱어끼리 만나는 상황이 생겼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 설정 때문에 영화의 개성은 희석된다. <수퍼포지션>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일반적인 멀티버스 영화와는 달리 스릴러 내지 호러 영화의 분위기를 끌고 간다는 점이다. 명확한 설명 없이 도플갱어를 일종의 미스터리로 남겨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북유럽, 그것도 숲 속을 배경으로 삼다 보니 유달리 스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일종의 설명, 특히나 SF적인 설정이 붙어 버리니 본래 분위기나 색깔은 약해지고 만다.
Acceptable 무난함
고요한 호수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나와 나의 싸움
상영 일정
7/2 17:00 - 18:45 CGV소풍 9관
7/6 19:30 - 21:15 부천시청 어울마당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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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 세상이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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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시작하자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그의 말에 아휘는 늘 새롭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빌어먹을 인연이었다. 그리고 그 인연은 현재 진행형이다. 홍콩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다. 그것도 무려 아르헨티나로. 둘이 함께 이과수 폭포를 가기로 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둘은 다퉜다. 길 잘못 들어왔나. 일단 두 사람의 길은 어긋났다. 매일같이 싸우는 두 사람. 이번에도 다투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왜 버스를 타지 않았나’라는 것이다. 운전하고 가던 차가 고장 났다. 거리에 멈춰 선 두 사람. 둘은 이번에도 서로에게 이별을 고한다.
어찌저찌 다운타운으로 내려온 두 사람. 아휘는 가게 앞에서 소소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갑자기 아휘가 일하던 장소로 쓱 지나가던 보영. 괜히 나타난 보영의 존재. 서로를 인지한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다. 전화를 받은 아휘의 집주인. 보영이 전화를 걸었다. 잠깐 봐서 얘기하자는 보영의 말에 아휘는 쏜살같이 달려간다. 문을 두드리는 아휘. 그동안 쌓아놨던 울분을 터트리듯 보영에게 소리 지른다. 보영과 함께했던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는 아휘. 그런 아휘에게 가볍게 입 맞추며 ‘이제 가’라고 말하는 보영. 서로 만나기만 하면 불행해지는 것 같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왕가위의 영상언어
영화를 보고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지점은 정서를 구현하는 촬영이다. 왕가위의 페르소나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도일은 영화에서 핸드헬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인물의 정서를 드러내는 촬영법을 구사한다. 왕가위의 영화들이 그렇지만 이 사람 작품세계의 핵심은 역시 정서의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인물의 서사를 영화의 스타일에 맞추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이 왕가위의 작품 세계에서 품고 있는 이야기들은 좀 간단한 구석이 있다. 두 사람의 잊을 수 없는 며칠간의 로맨스(<화양연화>) 자기혐오에 가득 찬 남자의 말로(<아비정전>) 흩어지고 만나는 두 남녀(<중경삼림>) 등 마틴 맥도나나 박찬욱처럼 이야기의 구조로 자기만의 인장을 새긴 사람은 아니다(이는 <2046>이란 영화에서 특히 그랬다). 그 대신 왕가위는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감성을 각자의 배우가 맞게 화음을 이룬다는 점에서 다른 감독들과의 차이점을 보인다. 비단 이 영화만 해도 고독과 미련이라는 감정을 양조위와 장국영은 다르게 연기하는 것 같다. 아휘의 고독은 사랑했기 때문에 찾아올 수밖에 없는 고독이다. 나도 모르는 내가 나온다는 것이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국영이 연기했던 보영은 <아비정전>에서 볼 수 있었던 캐릭터와 살짝 다르다. 그냥 막가파 같지만 후반부의 인물 묘사를 보면 확실히 공통점은 있다. 그러나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아휘와는 다른 지점이다. 이 지점은 후반부에 가서 영화가 처연 해지는 포인트가 된다. 또 두 사람의 고독이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 영화에서 가장 좋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왕가위 특유의 색감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습함을 구현하는 색감이 많이 쓰였다. 물론 이 색감은 영화에서 영화의 분위기만 보여주려고 쓰인 건 아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색감을 하나의 톤으로, 그것도 일관성 있게 뺐다는 점이 극찬할만한 건 당연하다. 그것 말고도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는 지점은 영화를 본 많은 분들에게 인상 깊게 남을 것이다. 이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는 지점'은 두 사람의 사랑을 더 진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어느 인물에게 이 대사가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꼼꼼히 본다면 색감을 활용한 연출방법 중에 이런 것도 있구나 싶으실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색감 연출과 ost 삽입은 어마어마하다. 이 부분 하나만으로도 여러분의 감상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피 투게더
영화의 이야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한 연인이 싸우고 헤어지고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게 영화의 주요 줄거리다. 심지어 어떤 인물들은 기존의 왕가위 영화를 반복한 것처럼 보인다. 가령 아휘와 보영의 관계는 사실 <아비정전>에서 수리첸과 아비의 관계에서 봤던 듯하다. 또 <화양연화>에서 형식과 화법을 갖고 온 듯한 느낌도 있다. 전자는 엔딩과 관련된 부분이라 생략한다. 후자의 경우에서 영화에서 <타락천사>같이 화려한 연출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렇다(또 그렇다고 해서 왕가위 고유의 스타일이 아예 없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줄거리가 왕가위 세계에서 기록할만한 분기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영화가 지칭하는 '해피 투게더' 현재와 미래이기 때문이다.
왕가위의 세계관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의 특성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은 과거다. 인물들은 과거에 붙박여있다. 가령 <2046>에서 양조위 배우가 주연을 맡은 캐릭터만 봐도 그렇다. 또 <중경삼림> 2부에서 역시 양조위 배우가 맡은 주인공 역할도 전 연인을 잊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이다. <화양연화>는 그냥 제목부터 과거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반대다. 과거에 있던 일들이 영향이 있긴 하지만 여기에 붙박여있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로 새롭게 시작하는 연인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대신 영화는 징그러울 정도로 두 사람의 현재를 묘사한다. 둘은 이상한 소재로 말다툼도 하고, 별것도 아닌 것에 화내며 짜증 낸다. 둘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제목으로 '해피 투게더'와 '춘광사설'이 붙은 이유는 이 현재를 묘사하는 방식에 있다. 둘의 헤어짐과 만남이 왜 '해피'일까? 이건 여러분이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왜 이 시간이 나에게 행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 작품을 걸작으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존 왕가위의 영화와는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는 것이다.'과거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일들을 지금 현재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영화 후반부 기차라는 탈 것이 등장하는 것도 그 근거가 된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정말 무엇인지 반문하는 셈이다.
홍콩 반환
이 영화의 리뷰를 쓴다고 했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당시 홍콩의 시대상이다. 글쓴이는 이 <해피 투게더>를 볼 때 이게 그렇게 중요할까? 싶지만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왕가위 감독이 실제로 언급한 부분이 있으니 이 글에 담지 않을 수 없겠다. 1997년 당시 홍콩은 많이 불안정했다. 많은 분들이 미국이나 캐나다로 가는 여권을 구하려고 했다. 그중 가장 비참했던 건 영국 영주권이 있던(반환 이전의) 분들이 홍콩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영국 영주권이 있던 분들은 자기의 나라가 없어진 셈이다. 왕가위 감독은 '이 풍경을 다뤄야 할 것 같아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핵심으로 작동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런 시대상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IMAGINE ME AND YOU
지난 4월 1일은 장국영의 20주기였다. 그 덕에 <패왕별희>와 <해피 투게더>가 지금 재개봉 상영관이 열렸다고 한다. 글쓴이는 제주 사람이라 특정 기업 영화관을 갈 수 없다. 그래서 그냥 방구석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얼마나 많은 분들이 볼지는 모르지만 글쓴이는 이 작품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글쓴이처럼 20대 중반을 넘어가면 미완으로 남은 사랑이 있을 것이다. 그때 그랬으면 달랐을까. 내가 사과했으면 바뀌었을까. 내가 다르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그 '혹시'에 대해 대답한다. 최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분들이라면 유달리 영화가 아프게 들릴 것이다. 그리고 엔딩을 보고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싶으셨으면 좋겠다. 이 엔딩에 관련한 부분이 당시 홍콩의 시대상과 관련이 있다는 인터뷰도 있긴 있지만 여러분에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을 듯하다.
장국영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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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2월 첫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
갑자기 저번 주부터 기온이 확 내려가며 눈 소식이 있기도 했죠.
이제는 롱패딩 없이는 외출하기 힘들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모두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시길 바랍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1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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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올빼미> (-)
▶ 개봉 첫 주말에 이어 2주차 주말도 역시나 <올빼미>가 1위를 차지하였다. 전주보다 높은
좌석 판매율을 보이며 장기 흥행 질주가 예상된다. 각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조화로운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열띤 입소문의 열기로 높은 관객수를 보였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55만 3,13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76만 3,68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압꾸정> (NEW)
▶ 마동석이 이끄는 마동석 유니버스의 새로운 세계관 속 코미디 장르의 작품인 <압꾸정>은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로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좋은 영화이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21만 4,1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6만 4,54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탄생> (NEW)
▶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개척자 청년 김대건의 여정을 그린 대서사 영화로 세대와
종교를 뛰어넘는 영화를 선보였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7만
5,56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2만 38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29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1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그래프를 살펴 보면, 1위와 2위를 차지할 영화는 뚜렷하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위의 경우 정답자 비율 역시 높았습니다. 3위의 경우, <탄생>,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데시벨> 등 다양한 영화를 예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30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극장판 뽀로로와 친구들: 바이러스를 없애줘!> (NEW)
▶ 12월 1일에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은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이 동반하여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평일보다는 주말 관객 수가 확연히 많았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7만 2,96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7만 7,68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원피스 필름 레드> (▲4)
▶ 탄탄한 팬층을 지닌 원피스의 극장판 <원피스 필름 레드>가 개봉 주에는 TOP 5 안에
들어서지 못했지만, 12월 첫째 주 주말에는 4단계 올라 5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주말 동안 (12월 2일 - 12월 4일) 관객 수 6만 4,69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1만 9,03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국내와 달리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가 4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다. <The Violent>가 개봉하며 순위에 변동이 일어났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이 순위권 밖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주말 동안(12월 2일 - 12월 4일) 매출액은
17,593,000 (한화 약 22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393,724,077
달러 (한화 약 5,102억)를 달성하였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1,759만 달러 (누적 3억 9,372만 달러)
2. <VIolent Night> 1,330만 달러 (누적 1,330만 달러)
3. <스트레인지 월드 > 492만 달러 (누적 2,551만 달러)
4. <더 메뉴> 355만 달러 (누적 2,472만 달러)
5. <Devotion> 279만 달러 (누적 1,38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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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12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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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여운을 남기는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눈 깜짝할 새에 또 한 주가 빠르게 지나가고 어느덧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이번 주말은 모두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여러분의 고민을 줄여드리기 위해 씨네랩은 오늘도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미국의 천재적인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Charlie Kaufman)의 작품들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카우프만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유명인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하기도 하고(존 말코비치 되기), 세상 사람들 모두의 목소리가 똑같이 들려 괴로워하거나(아노말리사), 이별의 고통 때문에 기억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기도 합니다(이터널 선샤인). 카우프만의 매력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그로부터 비롯된 자아의 분열을 그만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것인데요,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카우프만의 작품세계에 한번 빠져들고 나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려우실 거랍니다.
찰리 카우프만은 누구?
먼저 찰리 카우프만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카우프만은 원래 1990년대 초부터 후반까지 TV 코미디 시리즈와 시트콤 시리즈의 작가로 활동하다가, 1999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의 각본을 쓰며 전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창작자로 떠올랐습니다. 해당 작품으로 그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뒤이어 <어댑테이션>, <이터널 선샤인> 등의 각본 작업으로 꾸준히 사랑받던 카우프만은 2007년 <시네도키, 뉴욕>을 통해 드디어 감독으로 데뷔하는데요, 안타깝게도 비평가들의 극과 극을 달리는 상반된 평가, 열악한 극장 성적으로 인해 이후 영화 제작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쓰는 족족이 제작에 실패하는 고배를 마시던 카우프만은 감독 데뷔 8년 만인 2015년, 듀크 존슨과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 <아노말리사>를 공동 연출하는 데 성공해 해당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장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후 카우프만은 2020년 장편소설 <Antkind>를 출간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통해 다시 한번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었습니다.
올해 1월 카우프만은 삼성이 기획한 'Filmed #withGalaxy'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을 활용해 촬영한 단편영화 <자칼과 반딧불이>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화와 관련된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라이언 고슬링을 염두에 두고 쓴 각본이 있으며, 라이언 고슬링이 실제로 제작 및 출연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이 무사히 성사되어 두 사람의 협업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영화팬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없겠네요 :)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들
존 말코비치 되기(1999)
Being John Malkovich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존 쿠삭, 카메론 디아즈, 캐서린 키너, 존 말코비치 등
장르: 판타지, 코미디
러닝타임: 112분
불경기에 부르는 곳이 없는 인형술사 크레이그. 생계는 아내 로테에게 맡긴 채 거리에서 인형극을 하다가 행인에게 얻어맞는다. 절망에 빠져 새 일을 찾기로 한 크레이그는 어느 날 주특기인 손놀림으로 '레스터 회사'에 서류정리 사원으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회사는 뉴욕시의 한 빌딩인데 7과 1/2층(7층과 8층) 사이에 사무실이 위치하는 기괴한 곳이다. 첫날부터 동료 여직원 맥신에게 반하지만 그녀는 냉담하고, 낙심한 그는 어느 날 서류를 정리하다 사무실의 캐비닛 뒤에 숨겨진 문을 발견한다. 문을 열고 작은 통로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어둡고 습기 찬 터널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배우 '존 말코비치'의 뇌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15분 동안 존 말코비치의 뇌 속에 머물 수 있고, 그의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레이그가 이 사실을 로테와 멕신에게 알리자 맥신은 통로를 이용해 돈을 벌려하고, 로테는 통로에 직접 들어가 해방감을 느낀다. 얼마 뒤 맥신이 말코비치를 유혹하러 갔다가 그 안의 로테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된 크레이그는 질투에 사로잡혀 로테를 집에 감금하고 말코비치 속으로 들어간다. 한편, 말코비치는 이상함을 느끼고 맥신의 뒤를 밟았다가 사람들이 돈을 내고 통로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분노하지만, 곧 머릿속을 점령한 크레이그에게 조종당하고 마는데...
자아의 성질과 영혼의 실존 말이야,
내가 과연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
이 관문이 얼마나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인지 모르겠어?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는 영화 <그녀>로도 유명한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을 쓴 1999년도 영화입니다. 인형을 조종하는 남자가 우연히 배우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판타지로, 이루지 못한 꿈과 욕망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려는 남자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카우프만이 시나리오를 완성했을 당시에 할리우드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내용은 기발하지만 영화로 만들기 어렵다'라며 제작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에게 시나리오가 닿았고, 코폴라가 자신의 사위였던 스파이크 존즈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며 두 사람의 협업이 시작되게 되었다네요. 두 사람은 이 영화로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독특한 카메라 워킹 또한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현실의 인물들을 비출 때 일반적인 눈높이로 고정되어 있던 카메라가 주인공들이 말코비치의 몸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핸드헬드를 활용한 1인칭 시점 숏으로 바뀌어 관객들 역시 말코비치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댑테이션(2002)
Adaptation.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메릴 스트립, 크리스 쿠퍼,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114분
<존 말코비치 되기>로 명성을 얻은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니콜라스 케이지)은 괴짜 난초 수집가 존 라로쉬(크리스 쿠퍼)에 관한 저널리스트 수잔 올리안(메릴 스트립)의 논픽션 책 <난초도둑>을 각색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소심하고 사색적인 찰리는 각색이 풀리지 않자 신경쇠약을 일으키는데, 찰리의 경박한 쌍둥이 동생 도날드(니콜라스 케이지 1인 2역)는 시나리오 강좌에서 배운 상업영화 공식에 맞춰 써낸 스릴러 각본이 비싼 돈에 팔리는 쾌거를 올린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찰리는 경멸해 온 시나리오 강좌를 청강하고 원작자가 숨긴 진실을 찾기 위해 올리안과 라로쉬의 뒤를 밟는다.
머리카락을 자르자. 머리칼이 많은 척 남들을 속이면 안 돼...
비참하잖아. 그냥 자신감을 갖자. 여자들도 그런 거 좋아하지.
남자도 매력이 필요해. 살아 있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할 거 같아.
호르몬 때문인가. 그럴지도 몰라.
호르몬 불균형하거나 뇌에 문제가 있어서 불안이 생기는 거지.
치료받아야 해. 그런데 못생긴 건 어떻게 하지.
그건 치료도 안 될 텐데...<어댑테이션>은 <존 말코비치 되기>에 이어 스파이크 존즈와 찰리 카우프만이 다시 한번 손을 잡은 영화입니다. 수잔 올린의 소설 <난초도둑>을 각색한 작품으로, 찰리 카우프만은 이 작품을 통해 허구의 인물이자 자신과 똑같이 <존 말코비치 되기>로 명성을 얻은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책 <난초도둑>의 각색 작업 중 고뇌에 빠져 상상과 일상이 혼합되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내용이 모두 허구일까요?
찰리 카우프만이라는 각본가는 실재하고, <난초도둑>도 실재합니다. 게다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책의 원작자인 '수잔 올린', 난초 수집가 '존 라로쉬' 모두 실제 인물이죠. 그러나 영화 속 찰리 카우프만이 상상하고 쓴 것처럼 수잔과 존은 내연 관계였던 적이 없으며 카우프만의 쌍둥이 형제 도날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강박에 시달리는 찰리를 중심으로 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창작의 고통 속에서 분열하는 시나리오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문학 작품 원작의 영화를 떠올렸을 때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의 독특한 접근이죠. 실제로 원작자 수잔 올린은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고 전하면서도 '삶과 집착'이라는 책의 주제에 충실함과 동시에 갈망, 실망과 같이 더욱 미묘한 부분들에 대한 통찰을 담은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해요.
영화 <어댑테이션>과 책 <난초도둑>에 등장하는 '유령 난초'는 정서경 작가가 쓴 한국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도 등장합니다. 너무나 다른 성격의 작품들이지만 인간의 욕망과 개인의 파멸, 성공, 갈등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할 지도 모르겠네요. 함께 감상하며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터널 선샤인(2005)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등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SF
러닝타임: 107분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당신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제발 이 기억만큼은 남겨 주세요,
이것만큼은...<이터널 선샤인>은 만드는 영화마다 환상적이고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미셸 공드리와 찰리 카우프만이 협업한 두 번째 작품입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뮤직비디오와 광고 연출로 먼저 주목을 받은 뒤 영화 <휴먼 네이처>로 영화감독 데뷔를 했는데요, <휴먼 네이처>가 찰리 카우프만과의 첫 번째 협업 프로젝트였으나 그리 좋은 평을 듣지 못했고, 두 번째로 함께한 작품인 <이터널 선샤인>이 두 사람 모두의 커리어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흥행과 비평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고,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공드리와 카우프만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됩니다.
제목인 '이터널 선샤인'은 영화에서 나오듯 알렉산더 포프의 시 'Eloisa to Abelard'의 한 구절인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무구한 마음의 영원한 햇빛)'에서 인용했다고 해요. 주연 배우로는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했으며 전체적인 줄거리는 헤어진 뒤 서로의 기억을 삭제하지만 결국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마는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괴롭게 만드는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망각하는 것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사랑에 관해서,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에 대해서 찰리 카우프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주인공 조엘은 연인이었던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던 중 결국 참지 못하고 제발 멈춰 달라고 애원하죠. 영화는 헤어진 연인을 완전히 잊고 싶기도 하고, 또 영원히 기억하고 싶기도 한, 연애가 끝난 뒤 복잡하게 꼬여버린 사람의 심리를 기괴하리만치 환상적인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냅니다. 반복되는 연애, 사랑, 실패. 그럼에도 눈물 나게 아름다웠던 그때의 우리를 기억한다면 그 지긋지긋한 인생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죠. <이터널 선샤인>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손꼽히며 개봉 이래 오랫동안 회자되는 로맨스 영화인 이유는 사랑을 경험해 본 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재를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었던 방식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찰리 카우프만의 글과 이를 뒷받침해 준 미셸 공드리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일 것입니다.
시네도키, 뉴욕(2008)
Synedoche, New York
감독: 찰리 카우프만
출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캐서린 키너, 새디 골드스타인, 미셸 윌리엄스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123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연극연출가 케이든. 교외에서 지역 극장을 운영하는 그의 삶은 황량해 보인다. 화가인 아내 아델은 자신의 경력을 쌓고자 어린 딸 올리브를 데리고 그를 떠나버린다. 묘하게 솔직해서 마음이 끌리는 극장직원 헤이즐과의 새로운 관계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무상함에 괴로워하던 그에게 거대한 연극무대를 올릴 일생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는 뉴욕의 창고에서 실물 크기의 도시를 만들어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극으로 올려 잔인하리만큼 정직하고, 진실된 인생을 그려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연극 속의 삶과 케이든의 실제 삶의 경계가 뒤엉키며 그가 맺은 모든 관계들은 한계에 다다르게 되는데…. 케이든은 과연 이 위대한 예술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이들 중 아무도 엑스트라는 없어요.
그들 모두는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삶을 살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 각자의 삶은 주목받아 마땅해요.<시네도키, 뉴욕>은 그간 각본 작업만 하던 찰리 카우프만의 감독 데뷔작인데요, 제6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첫 선을 보였고 이후 토론토, 시카고, 오스틴, 런던, 시체스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에 연이어 초청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BBC 선정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20위에 랭크되었던 <시네도키, 뉴욕>은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난해하기로 손꼽히며, 그만큼 관객 평이 크게 갈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강박에 사로잡혀 사는 연극 연출가 '케이든'의 연극 그 자체인 삶과, 또 삶 그 자체인 연극을 소재로 했으며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사건들을 거치며 늙어가다가 끝내 죽음에 이르는 주인공 역할은 2014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명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맡았습니다.
영화의 제목 중 일부인 '시네도키 Synedoche'는 사물의 한 부분으로써 그 사물 전체를 가리키거나, 그 반대로 전체로써 부분을 가리켜 비유하는 것을 뜻하는 '제유'라고 합니다. 찰리 카우프만의 이야기가 자주 그러하듯, <시네도키, 뉴욕>에서도 현실과 극의 경계는 수없이 여러 번 허물어지고 시공간 역시 제멋대로 왜곡됩니다.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영화이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볼수록 의미가 남달라 지는 작품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요, 외로운 삶 속에서 끝없이 투쟁하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노말리사(2015)
Anomalisa
감독: 찰리 카우프만, 듀크 존슨
출연: 제니퍼 제이슨 리, 데이빗 듈리스, 톰 누난 등
장르: 애니메이션, 코미디, 판타지
러닝타임: 90분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라는 저서로 존경받는 작가 '마이클 스톤'은 일상에 찌들어있다. 전문적인 고객서비스에 대한 연설을 위해 신시내티로 출장을 간 프레골리 호텔에서 마이클은 인생의 반려자가 될지도, 되지 않을지도 모를 제과회사 세일즈 담당자 '리사'를 만나면서 자포자기의 권태로운 삶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아픔은 무엇일까요?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아노말리사>는 찰리 카우프만이 2005년에 썼던 희곡을 원작으로 만든 스톱 모션 방식의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극 중에서 주인공 '마이클'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병인 '프레골리 증후군'과 유사한 정신병을 앓고 있습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똑같은 남자 목소리로 들리는 것입니다. 아내와 아들도 있고 커리어적으로도 훌륭한 삶을 살고 있지만 더없이 외로운 마이클은 출장을 간 곳에서 우연히 다른 사람들과 다른 목소리를 가진 여자 '리사'를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아노말리사>의 주인공은 찰리 카우프만의 손에서 탄생한 여러 캐릭터가 그러하듯 고독과 망상, 불안함에 빠져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끝까지 보고 나서의 감상이 관객마다 천차만별일 것으로 느껴지는 영화인데요, 찰리 카우프만의 다른 영화들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 역시 만족스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매우 정교한 스톱모션 기술 또한 이 영화의 백미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만이 낼 수 있는 미묘한 분위기가 영화의 메시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2020)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감독: 찰리 카우프만
출연: 제시 플레먼스, 제시 버클리, 토니 콜렛, 데이빗 듈리스 등
장르: 드라마, 공포, 스릴러
러닝타임: 134분
우리는 언제 만난 걸까. 언제까지 만나게 될까. 새로 사귄 남자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여자. 그의 부모님이 사는 외딴 농장에 가는 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흔들린다.
자신의 죽음이 필연적임을 아는 동물은 인간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동물들은 현재에 산다.
인간은 그럴 수 없기에 희망을 발명한 거다.<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찰리 카우프만이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스릴러 공포 영화입니다. 찰리 카우프만이 처음으로 호러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기도 하며, 캐나다 작가 '이언 리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시 플레먼스가 주인공 '제이크' 역을, 제시 버클리가 '제이크의 여자친구' 역을, 토니 콜렛과 데이비드 슐리스가 각각 '제이크의 부모님' 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소 찝찝할 수 있는 우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인공들은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시간과 공간은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 수 없게 뒤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에 다다르면 여자 주인공이 줄곧 읊조렸던 "이제 그만 끝낼까 해"의 의미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기이한 현상들의 전말이 밝혀집니다. 전개 방식 자체만으로도 영화적 성취가 큰 작품이며, 찰리 카우프만의 전매특허인 뒤틀린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제시 버클리와 제시 플레먼스, 그리고 정말 압도적인 토니 콜렛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 여섯 편을 만나 봤는데요, 어떠셨나요?
이미 카우프만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께도 좋은 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재미있는 영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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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명목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더 웨일>
오스카 시상식을 앞두고 남우주연상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브렌든 프레이저의 <더 웨일>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연출은 공간이용과 동선이다. 여기서 눈에 띈다는 말은 연극이라 하면 자연스러운데 영화라고 보니 눈에 익숙하지 않았던 연출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알았지만 <더 웨일>은 동명의 연극을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어떻게 보여졌고,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었는지 얘기해보려 한다. 영화는 주 무대를 찰리의 집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 외라 하면 피자를 받으러 가는 현관 또는 현관에서 주차장을 바라보는 시선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이는 연극에서는 공간적 제약이었을지라도 영화에서는 앞서 말했듯 집에서 밖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통제된 삶을 살고 있는 찰리의 답답함 또는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적합한 연출처럼 보여진다. 또한 이로 인해 찰리 외의 인물들은 모두 집 현관문을 왔다 갔다 하며 ‘찰리의 공간’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연출이 된다. 덕분에 인물들은 더욱 찰리의 공간에서 함께 오고 가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다른 연극적 연출을 말하자면 인물의 동선이다. 거실과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주방을 오고 갈 때, 특히 찰리와 상대 인물이 움직이며 대화를 할 때, 기존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 한 프레임의 중심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프레임의 반대를 향해 나간다던지 두 인물이 겹쳐지기보다는 겹쳐지지 않도록 보이는 동선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 또한 찰리와, 찰리의 어긋나는 사랑의 방향을 말한다면 이런 익숙하지 않은 동선은 찰리와 인물 간의 불편함을 보여주기에 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브렌든 프레이저가 오스카뿐만 아니라 다수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으로 수상 또는 후보로 지명된 데에는 브렌든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의 그의 삶 또한 조금의 영향도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밖의 일은 차치하고, <더 웨일>에서 보여준 브렌든 프레이저의 연기는 ‘찰리'를 실존하는 인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옆의 눈물을 흘리는 관객 사이에서 나는 찰리에게 동의할 수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찰리는 계속해서 한 방향의 사랑을 한다. 사랑이 언제나 양방향은 아니다. 하지만 찰리의 경우, 문제는 한쪽 때문에 다른 한쪽이 상처받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찰리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아내와 딸 엘리를 떠난다. 영화에서의 현재 또한 찰리는 자신의 사랑인 엘리를 위해 자신을 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불륜 또한 다른 방식이지만 결국 자신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향한 사랑을 신경 쓰지 않고 상처 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겠다. 전에 한 가수가 모든 사람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랑을 누구라도 사랑을 받거나 사랑을 하는 입장에 놓여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관객은 찰리의 입장을 이해할까? 찰리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의 입장에 이입할까? 나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떠나보내며 그 사람이 나를 떠난 만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인 적 있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그 사람이 아프거나 불행하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그만큼 더 미워졌던 경험이 있었기에 찰리보다는 엘리와 리즈에게 더 이입이 되었다. 그렇기에 찰리가 새에게 과일을 주기 위해 창가에 놓아둔 접시가 깨진 것을 보며 내가 엘리였다면 ‘저 새에게 줄 저 작은 사랑을 나에게 조금도 줄 수는 없었나'하며 접시를 깼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찰리는 좋은 에세이를 쓰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시작장면에서는 카메라를 끝 채 영상수업에서 학생들을 향해 계속 다듬을수록 좋은 글이 된다고 말하지만 영화가 끝나갈 때쯤에는 졸업을 위한 에세이를 써야 하는 엘리를 향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는 것이 자신의 진짜 에세이'라고 말한다. 삶을 글로 풀어낸 것이 에세이라면 자신의 삶을 잘 사는 방법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는 것이라고 에세이에 비유해 넌지시 말하는 듯하다. 결국 찰리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의 삶을 응원할 수는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응원하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영화였다. ‘응원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그 인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공감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는 말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는 말은 브렌든 프레이저의 연기 덕에 분명 찰리는 존재하는 인물로 느껴졌다는 말이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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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자식의 친구를 죽인 살인자를 면회하는 이유
범죄자의 인권은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까?
중범죄자도 경범죄자와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할까?
흉악범은 교화될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일상을 위협하는 강력 범죄가 나에게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오늘날의 범죄 사회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수시로 머릿속에 차오릅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제 대답은 항상 변덕스럽습니다. 범죄자도 사람이므로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우리 가족을 해친 사람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살아있다고 상상하면 절로 피가 거꾸로 솟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이처럼 선악, 가해자와 피해자, 인권에 관한 고민을 다시 한번 촉발하는 영화였습니다.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Kaneko′s Commissary
Summary
폭력으로 수감된 '가네코'는 면회 온 아내에도 화부터 내는 남자였다. 개차반이던 그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내와 아이, 삼촌이라는 가족의 힘이었다. '가네코'는 과거 자신처럼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영치물품을 넣어주고 대신 면회를 해주는 영치품 매점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평화는 아들의 친구인 어린 여자아이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산산이 부서진다.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Cast
감독: 후루카와 고
출연: 마루야마 류헤이, 마키 요코, 미우라 키라
'옥바라지'도 대행이 됩니다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구치소와 교도소에 영치품을 대신 전해주거나 면회를 대행해 주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전과자였던 '신지'의 과거와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영치품점의 역할을 소개합니다.
영치품점은 이른바 옥바라지 대행 서비스입니다. 정부 시설의 특성상, 구치소와 교도소는 주민센터와 같은 평일 낮 시간에만 방문객을 받는데요. 아무래도 평일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방문이 쉽지 않은 데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우려해 일부러 발길을 끊기도 합니다. 영치품점은 그 빈자리를 메꾸며 옥바라지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지요. 취재 과정에서 영치품점의 존재를 알게 된 후루카와 고 감독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영치품점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폭행 전과자였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지지에 힘입어 새 삶을 살고 있는 '신지'는 삼촌이 운영하던 영치품점을 물려받아 수감자와 가족들을 잇고 있습니다. 영치품과 면회는 수감자들의 권리이며, 이를 대행하는 자신의 업을 부끄러워하지 않죠.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아들 '카즈마'의 동네 친구 '카린'이 묻지 마 살인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남일로만 여겼던 강력 범죄가 내 일이 된 동네 사람들은 '가네코' 가족이 범죄자를 돕는 일을 한다며 거리를 두기 시작하죠. '신지'는 그 과정에서 무력함과 회의에 사로잡힙니다. 그렇게 혼란을 겪던 그에게 '카린'을 살해한 범인의 어머니가 영치품과 면회를 대행해 달라며 찾아오면서 ‘신지’는 또 다른 괴로움과 직면합니다.
영화는 사회가 규정하는 선악을 모두 경험한 '신지'라는 인물을 통해 선을 망치는 악과 악을 품는 선에 관한 통찰을 전합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선을 일순간에 파괴해 버리는 것이 악이지만, 그러한 악을 품을 수 있는 유일한 가치가 바로 선이지요. 선과 악 사이에는 절대 넘을 수 없는 철옹성 같은 벽이 세워져 있는 것 같더라도, 이 세상에 절대불변의 가치란 없고요. 관객은 교정 시설을 오가는 '신지'의 혼란을 스크린 너머로 체험하며, 선악에 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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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을 허무는 것, 결국 가족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에는 선과 악을 오가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우선 '신지'가 그렇습니다. 그는 동료를 폭행해 징역 3년을 받고, 감옥에서 난동을 부려 1년형을 추가로 선고받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출소 이후에는 이전의 삶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베푸는 선한 사람이 되었죠.
엄마를 살해한 야쿠자를 면회하기 위해 매일 교정 시설을 찾는 고등학생 '사치'도 그렇습니다. '사치'의 이야기는 '신지'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서브플롯인데요. 초반에는 '사치'가 그저 강도에 의해 엄마를 잃은 불쌍한 아이로 보였지만, 실은 엄마의 강요로 성매매에 시달리는 소녀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야쿠자는 성매매를 위해 그 집에 들렀다가,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어린 '사치'를 구하기 위해 엄마를 공격했던 것이었죠. 그 과정에서 엄마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린 사람은 바로 '사치'였습니다. 선이었다가도 악이 되고, 악이었다가도 선이 되는 인물들. 이처럼 영화 속 선과 악은 손바닥 뒤집듯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생각해 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는 선과 악을 오가며 살아갑니다. 그런 우리를 선의 방향으로, 또는 악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요? '신지'가 다시 설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미와코'의 단단한 지지와 아들 ‘카즈마’를 향한 부성애 덕분이었습니다. 살인이라는 분명한 악의 편에 서 있던 '사치'와 야쿠자는 어떨까요? 가족에게 이용당한 '사치'와 출소 후 가족 같았던 조직의 해체를 맞닥뜨린 야쿠자는 혈혈단신인 서로를 가족으로 인지하면서 서서히 악에서 벗어납니다. 이렇듯 영치품점을 소재로 벌어지는 여러 선과 악의 이야기 아래에는 따스한 가족애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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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을 허무는 가족의 힘을 말하는 영화지만, 메시지를 소구하는 과정에서 인물의 감정선을 다소 과장하거나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삽입해 영화의 탄력을 저해했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식 신파가 무릇 그렇듯이 어쩐지 다정함이 넘쳐, 다 보고 나면 괜히 마음이 포근해지는 작품이랍니다.
극 중 '카린'을 살해한 범인이 늘어놓은 궤변이 떠오릅니다. 100마리 개미를 모아 놓으면 그중 20%는 일하지 않고 농땡이를 피우는데, 일하던 80마리를 따로 떼어 놓으면 또 그중 20%가 일하지 않다는 실험을 언급하며 성악설을 주장하는 장면이었죠. 영화를 곱씹어 보니, 이처럼 쉽게 뒤바뀌는 선악 속에서도 언제나 80%의 보편적인 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외려 희망적으로 느껴집니다. 일하지 않는 20마리를 따로 떼어놓으면 그중 80%는 다시 선해진다는 사실까지도 말입니다.
One-Liner
누구나 흐릿한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악으로도, 다시 선으로도.
Schedule in BIFF
2024.10.03(목) 영화의전당 소극장 19:30
2024.10.04(금) CGV센텀시티 3관 19:30
2024.10.10(목) CGV센텀시티 7관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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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손에 손 잡히는
언제부터 였을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픽사"의 이미지가 멀어지던 게 말이다! "코로나19"로 모든 게 틀어진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을 시작으로 <소울 - 루카 -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극장이 아닌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되었다.
물론, 전작 <버즈 라이트이어>는 그토록 바라던 무대 "극장"으로 복귀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다. - 근데, 이런 반응은 전작 <버즈 라이트이어>뿐만 아니라 <소울 - 루카 -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게도...
과연, <엘리멘탈>은 다를까?영화는 불, 물, 땅, 바람까지 4개의 원소들이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
그곳에서 불같은 "앰버"는 우연치 않는 사고로 물 같은 "웨이드"를 만나게 되는데...1. 비결은 없어요~
앞서 말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픽사"의 이미지는 뭘까?
'잘 한다'라는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얼 잘하는지?'를 말이다.
이에 "픽사"에게 언급되는 장점은 신선한 이야기인데 재밌는 건 이들은 단, 한 번도 신선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적이 없다.
대표작 <토이 스토리>시리즈를 포함해 <업>과 <월-E>을 살펴보면, 버려진 장난감과 로봇 그리고, 독거노인까지 언제나 "언더독(사회적 약자)"를 내세워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 <니모를 찾아서>는 지느러미에 문제 있는 물고기가 주인공이었다!그럼에도, 관객들의 인상에 "신선함"으로 각인된 이유는 소재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
이번 <엘리멘탈>만 보더라도, 이런 '디테일'이 숨겨져있다.
극의 시작과 함께 보여주는 "이민심사"에서 불이 켜지는 소리를 듣는 심사관의 곤혹스러운 표정이 그러하다.
이외에도 "웨이드"에게 "불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쳐 준다든지 초대된 집에서 "물의 언어를 잘 쓴다"라는 무례한 대사를 건네받는 장면들까지 연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요소들을 익숙한 게 받아치는 자연스러움이 "픽사"가 보여주는 신선함의 비결이다.이처럼 <엘리멘탈>의 큰 그림, 세계관은 매력적이다.
'다만, 이를 100%로 채웠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생각에는 '아니!'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엘리멘탈>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 "앰버"와 "웨이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로맨스에서 <주토피아>의 추리 전개까지 모두 전담할 만큼 역할이 크다.
문제는 이 모든 이야기가 4개의 원소들이 모여사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벌어지는데, 보이는 것은 '불과 물'뿐이라는 것이다.2. 그러니 시리즈를 내놓아라!
이런 이유에는 "드라마"와 다르게, 2시간 내 한정적인 분량에서 풀어낼 수 있는 직관적인 요소에 있다.
무엇보다 물이 불을 꺼트릴 수 있는 관계성까지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데에 손쉽지만 "땅과 바람"은 그 관계조차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야기의 볼륨이 커질 수 있으니 애써 축소시키고 만 것이다.
이외에도 애인이라면, 겪어가는 갈등부터 도시가 침수되는 사건의 과정까지 많은 부분들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지나가는 것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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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 파트2, 1편만한 영화가 나왔을까?
?Rabbitgumi 입니다!
마녀 파트2가 개봉했습니다.
김다미 배우의 데뷔작 마녀1이 꽤 좋은 반응을 보였었죠.
물론 그 영화도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편이었습니다.
이번 2편은 어땠을까요?
영화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을 하고 있어요.
액션도 꽤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한국형 수퍼히어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영화가 어땠을지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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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K-좀비는 더이상 그만
#영화 #반도 #리뷰
액션, 드라마│한국│116분
감독 연상호│출연 강동원, 이정현전대미문의 재난 그 후 4년
폐허의 땅으로 다시 들어간다!
4년 전,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제한 시간 내에 지정된 트럭을 확보해
반도를 빠져 나와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4년 전보다
더욱 거세진 대규모 좀비 무리가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이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로 한다.
되돌아온 자, 살아남은 자 그리고 미쳐버린 자
필사의 사투가 시작된다!#리뷰문의
adonai0919@gmail.com#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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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콘크리트 카우보이>
[2021년 4월 2일 넷플릭스 공개]
반항적인 10대 소년 콜(케일럽 맥러플린)은 숱한 사고를 치던 끝에 필라델피아 북부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서먹한 아버지(이드리스 엘바)가 있는 그곳, 범죄의 세계가 유혹하는 도시에서.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속한 도시 카우보이 공동체의 생기 넘치는 문화에 젖어 들며,
콜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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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포켓몬스터 : 정글의 아이,코코> 메인 예고편
포켓몬의 손에서 자라
자신이 포켓몬이라고 믿는 소년 ‘코코’가
처음 만나게 된 인간 소년 ‘지우’와
파트너 포켓몬 ‘피카츄’의 친구가 되면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