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3-07-07 18:02:31
[BIFAN 데일리] 호수, 유리창, 거울로 그려낸 데칼코마니
<수퍼포지션>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카롤린 링 Karoline Lyngbye
출연] 미켈 폴스라르 Mikkel Boe FØLSGAARD, 마리 바크 한센 Marie BACH HANSEN
시놉시스
스틴과 타이트는 어린 아들 네모와 함께 코펜하겐의 도시 생활을 떠나 스웨덴의 한 고립된 숲으로 향하고, 그곳에서의 삶을 팟캐스트 녹음을 통해 기록하며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자 한다. 그러던 중 자신들과 똑같은 모습의 커플을 호수 건너편에서 발견하고, 곧 원한과 이기심, 욕망으로 뒤덮인 자신들의 자아와 마주하게 된다.
도플갱어를 마주한다면?
독일에서 기원한 미신 '도플갱어(Doppelgänger)'.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며, 그 사람을 만나면 자신은 죽는다는 내용으로 유명하다. 괴테도 자기랑 똑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전승이 있지만, 핵심은 도플갱어를 만나는 게 악운의 전조라는 점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도플갱어는 존재할 수 없다. 생김새부터 DNA까지 전부 같은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0.1%가 채 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본다 하더라도 이는 정신 질환 증상이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도플갱어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존재할 수 없는 존재를 봤다는 공포와 내가 미쳐버린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나를 감쌀 테니.
카롤린 링비의 장편영화 데뷔작 <수퍼포지션>은 그 공포와 두려움을 물고 늘어진다. 이 감정을 철저히 해부한다. '나와 똑같은 사람, 내 남편과 똑같은 남자, 내 아들과 똑같은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이라는 오싹한 상상을 원동력 삼아 굳건히 나아간다. 이 접근법은 생각보다 신선하다. 원초적인 감정에 충실히 몰두할 뿐, 좀처럼 딴 길로 새지 않기 때문이다.
호수가 두려운 이유
<수퍼포지션>의 지향점은 첫 장면부터 드러난다.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시작한다. 북유럽 특유의 길고 가는 삼림이 둘러싼 호수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호수를 보는 듯한데 모양이 평소와 다르다. 파란 하늘이 왼쪽, 호수가 오른쪽에 있다. 위아래가 아니라. 화면은 마치 데칼코마니 같다. 잔잔한 호수에 하늘이 비치면서 좌우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호수의 역할이 흥미롭다. 첫 장면 이후 호수는 한동안 아무 일도 안 한다. 스틴과 타이트가 지내는 집의 예쁜 배경을 할 뿐이다. 그러나 스틴이 호수 건너편에서 자기 가족 외의 다른 사람을 발견하자 호수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생긴다. 도플갱어가 있다는 의심. 곧 두려움이다.
이에 더해 영화는 호수를 다른 이미지로 끊임없이 바꿔낸다. 유리창이 대표적이다. 일가족이 숲 속 집에 들어설 때, 그들이 집 안에서 요리하거나 글을 쓸 때, 싸우는 순간까지. 카메라는 주인공과 주인공이 반사되어 비치는 모습을 같이 중심에 둔다. 그 덕분에 알 수 없는 호수의 두려움은 손쉽게 영화 전반으로 전염된다. 이는 도플갱어의 존재를 인지하기까지 초중반부의 흐름이 상당히 강한 흡인력을 자랑하는 이유다.
도플갱어의 진짜 의미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 때문에 두려울 수 있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두려운 걸까? 영화는 호수가 잠시 역할을 하지 않는 사이에 그 답을 미리 일러준다. 영화 전반을 사로잡은 두려움은 단순히 도플갱어 때문이 아니다. 도플갱어를 만나 알 수도 있는 답 때문이다. 바로 자기 자신에 관한 진실이다.
첫 팟캐스트 녹음 때부터 스틴과 타이트는 계속해서 갈등을 빚는다. 이번 기회에 서로에게 솔직해지자는 부부. 그러나 그 솔직함의 의미가 다르다. 스틴은 알몸을 보여주듯이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타이트는 필요한 일에 한해서만 솔직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갈등은 점점 커지고, 서로를 비난한다. 서로 무책임한 남편과 아내라고.
이때 도플갱어의 등장은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지금 자기 모습이 어떤지, 부부 관계는 어떠한지, 아이에게는 어떤 부모인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다. 처음에 서로를 경계하던 도플갱어 부부가 싸우는 대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인생을 공유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자기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꾼 사람과 자기 모습을 고집하는 사람의 운명이 갈리는 이유다. 거울을 보고 진짜 솔직해질 수 있는지, 아니면 그 거울에 비친 모습까지도 왜곡하며 외면할지. 자기 과오와 결점까지도 끌어안고 살아갈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 <수퍼포지션>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다.
다소 빛이 바랜 도전
아쉽게도 <수퍼포지션>은 초중반부의 흡입력을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이유는 두 개다.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우선 소재와 접근법의 참신함이 빛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물론 도플갱어와 거울의 이미지를 활용해 주인공의 심리를 파헤친다는 접근 자체는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문제는 최근 들어 멀티버스 소재를 꺼내든 영화가 너무 많다는 것. 멀티버스 영화도 대부분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을 통해 주인공의 인생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퍼포지션>의 도플갱어 이야기가 자기만의 한 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굳이 설명을 덧대는 약간의 욕심도 아쉽다. 영화는 도플갱어끼리 만난 이후에 상황을 해석하려 한다. 타이트는 자기가 미친 거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하나의 답이 도출된다. '중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제목 '수퍼포지션'이다. 평행세계가 겹쳐진 결과 도플갱어끼리 만나는 상황이 생겼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 설정 때문에 영화의 개성은 희석된다. <수퍼포지션>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일반적인 멀티버스 영화와는 달리 스릴러 내지 호러 영화의 분위기를 끌고 간다는 점이다. 명확한 설명 없이 도플갱어를 일종의 미스터리로 남겨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북유럽, 그것도 숲 속을 배경으로 삼다 보니 유달리 스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일종의 설명, 특히나 SF적인 설정이 붙어 버리니 본래 분위기나 색깔은 약해지고 만다.
Acceptable 무난함
고요한 호수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나와 나의 싸움
상영 일정
7/2 17:00 - 18:45 CGV소풍 9관
7/6 19:30 - 21:15 부천시청 어울마당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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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게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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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날까. 울 때는 엄마, 하고 울게 될까. 어쩌다 엄마라는 단어에 온갖가지의 감정이 붙어버렸을까.
우리 엄마는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었다. 초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부모님이 편지를 써 오라는 이상한 숙제를 내주곤 했었는데,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엄마가 작가이시냐, 시인이시냐 하고 물었다. 정작 나는 "녹음이 짙은 계절이구나."로 시작하는 그 편지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초딩이었다.
엄마의 엄마는 일본에서 유치원을 다녔던 있는 집 귀한 딸이었다. 자수를 끝내주게 놓아서 온 마을 사람들이 엄마의 엄마에게 옷을 지어달라고 했다. 노래를 잘하고 춤도 잘추는, 요즘 말로 예체능으로는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 엄마가 글재주를 타고났나 보다.
나는 엄마의 비밀상자에서 엄마의 자매들과 나눈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자녀가 있다면 비밀상자를 꼭꼭 숨겨두길 바란다). 한 이모가 엄마에게 "언니.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야."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다. 엄마는 뭐라고 답장을 썼을까. 또 다른 누군가는 "바보에게." 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엄마한테 보냈다. 연애편지인 듯했다. 엄마는 뭐라고 답장을 썼을까.
내가 초등학생일 때 엄마는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는 열 손가락에 관절염이 생겨 피아노는 물 건너갔다.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나와 동생이 중고등학생 때 보던 영단어장을 항상 거실에 두었는데, 몇 단어나 외웠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엄마는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었을까. 나는 엄마가 엄마라는 것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를 생각하면 슬퍼진다. 한 인간의 삶에서 '엄마'라는 단어를 빼고 모든 것이 지워졌으므로, 나는 엄마에 대해 알지 못한다. 엄마가 아닌 그 사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엄마한테 남은 것이 자식뿐이라 화가 난다. 일생동안 손가락이 다 휘어지도록 일했는데 엄마한테는 아무런 지위도, 성취도 없다. 그냥 엄마다.
엄마로서의 삶과 주체로서의 삶
엄마는 엄마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한다. 그러나 <로스트 도터>의 주인공 레다는 그러고 싶지 않다. 레다는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연구가 더 중요하고 자신의 욕망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여름 휴가 역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게 아니라 혼자서 떠난다. 휴가에서도 할일이 많다. 논문도 읽어야 하고 수영도 해야 하고 선탠도 해야 한다.
그런 레다의 고요는 한 대가족에 의해 박살이 난다. 이들은 이모 삼촌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 아이까지 섞인 대가족이다. 레다는 어린 여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니나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대가족, 특히 여자 아이와 아이의 엄마를 바라보는 레다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니나의 모습과 니나 또래쯤 되었을 레다의 과거 회상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레다는 엄마로서의 삶보다는 자기만의 삶을 살고 싶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집에는 남편이 있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두 딸이 있었다. 레다는 남편과 육아를 분담하면서, 자기의 몫이 아닐 때는 아이들이 울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이들은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그 사랑스러움만으로 자기 삶을 내팽겨칠 수가 없는 것이다.
비교문학 학자로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세월을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했겠나. 그걸 이제와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버릴 수 있을까. 지금도 수도 없는 여자들이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취업하여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노력했고, 또 열심히 살았나. 그런데 단지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그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 다시 돌아갈 자리는 없다.
대가족은 물놀이를 즐기느라 아이가 사라진 것도 모른다. 뒤늦게 아이를 잃어버린 걸 알아채고는 온 해변을 뒤지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레다는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숲속에서 혼자 놀고 있던 아이를 발견하고는 니나에게 데려다 준다. 니나는 레다에게 묻는다. 너무 힘들지만, 곧 지나가지 않겠냐고. 그러나 레다는 대답한다. 지나가지 않는다고.
결코 지나가지 않는 괴로움들
갈등은 아이가 가지고 놀던 인형이 사라지고부터 시작된다. 레다는 아이의 인형을 훔쳐가는데, 눈앞에서 아이가 울고불고, 어른들이 아무리 아이를 어르고 달래도 소용이 없다. 레다는 별장으로 돌아가 훔친 인형을 꼭 안고 잔다. 인형 옷도 새로 사서 입힌다.
평화롭던 대가족은 사라진 인형 하나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정말 이 가족은 평화로웠을까? 삼대가 모여 즐겁게 휴가를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니나의 괴로움이 있다. 니나에게는 평화가 없다. 늘 자기를 따라다니는 어린 딸, 눈에 안 보이면 사라지고마는 딸,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남편, 그리고 내연남.
니나의 내연남은 해변에서 일을 하는 대학생 윌이다. 윌은 누구에게나 다정하다. 그게 윌의 일이기도 하다. 레다와도 한번 저녁을 같이 먹는데, 레다는 윌에게 쉽사리 마음을 터놓는다. 레다가 인형을 돌려주기로 결심하고 니나의 집을 찾아갔을 때, 니나와 윌이 내연관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레다도 그런 적이 있었다. 학회에서 교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몇 번의 그런 생활이 반복된 후,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는 집을 나가버린다. 여기서 혹자는 엄마의 책임감을 운운하겠고, 혹자는 바람난 유부녀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겠으나 분명한 건 레다가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두 딸이 너무 버거워서, 아이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다 뒤처질 것 같아서, 또는 그밖의 여러 이유로 레다는 우울해한다. 학회에 나가 혼자 있는 것(또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이 레다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가만 보면 엄마들에게는 탈출구가 많지 않다. 나는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 잠가버렸지만, 엄마는 쾅 닫고 들어가 잠글 방이 없었다. 엄마에게는 방이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레다는 3년간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3년이 지나고, 아이들이 보고싶어져(영화에서는 그렇게 말하지만 아마도 레다의 우울이 가시고 난 후가 아닐까)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쯤은 아마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을 테고 엄마보다 친구를 찾았을 것이다.
레다는 인형을 돌려주지 않고, 마치 자식을 돌보듯이 인형을 돌본다. 아이는 어떤 인형을 사주어도 그 인형을 잊지 못한다. 니나 가정에는 작은 틈이 생겼고, 레다는 그 틈을 지켜본다. 니나는 괴로워한다. 인형을 잃어버린 아이는 엄마를 자꾸만 괴롭게 한다. 엄마가 괴롭지 않으려면 아이가 인형을 찾아야 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레다는 인형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저녁, 윌이 레다를 찾아와 방을 빌려달라고 한다. 무슨 그런 부탁이 다 있는지 모를 일이다. 윌은 예전의 저녁식사에서 레다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레다는 거절하지만 얼마 뒤 니나가 레다를 찾아온다. 레다는 기꺼이 방을 내어주겠다고 말하며, 인형을 돌려준다.
니나는 도대체 왜 그랬냐며 분노하지만, 레다는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그저 장난이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레다가 인형을 훔친 건 행복해 보이는 니나에게 '너도 한번 괴로워봐라' 하는 마음이었을까, 딸들을 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레다는 시장에서 니나를 마주친 적이 있다. 니나가 쓴 커다란 모자가 자꾸 바람에 날리자, 모자에 뾰족한 핀을 꽂아 고정시켜준다. 이렇게 하면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다고. 그 말은 팁 같으면서도 모종의 조언이나 충고 같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레다가 사는 집에 놀러가겠다고 했던 니나는 레다가 준 건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며 핀을 돌려준다. 핀은 마치 자식을 품을 자격도 없다는 듯이, 레다의 아랫배에 깊이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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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엄마의 사랑은 당연하다고 너무도 쉽게 오해하게 된다. 이 당연한 사랑을 받지 못해 병들고, 당연한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병든다.
엄마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거실이나 주방이 아닌, 엄마만의 방.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 또는 엄마 역할 말고 다른 일을 해야 할 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엄마의 방이 없다는 것은 엄마의 사랑만큼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레다는 니나와 아이를 보면서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반추한다. 자식을 등지기로 결심했던 레다에게 그 시절은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니나는 그 여름을 어떻게 기억할까. 어느 쪽으로나 썩 편치만은 않다.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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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 2021.
감독 : 메기 질렌할
주연 : 올리비아 콜맨, 다코타 존슨, 제시 버클리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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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웃음이 나온다."
Cast
Walter ASMUS
Director
Declan CLARKE
시놉시스
20세기 연극의 지형을 뒤흔든 혁신가라는 평을 듣는 부조리극의 대표작가 사무엘 베케트와 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가장 잘 연출하는 연출가로 알려진 발터 아스무스와의 깊은 동료애와 우정을 보여준다.
들어가며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올까? 말이 안되는 말이지만 어쩌면 누구나 경험해본 적이 있는 상황일 것이다. 기쁠 때 눈물이 나듯, 절망할 때 인생의 놀라움에(negative) 웃음이 터져본 사람만이 인생을 입체로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영화는 ‘부조리’는 단순하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아니라 세상의 다채로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설 수 있는 인간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현존하는 영화중 가장 ‘베케트적’ 영화
<내가 넘어져도 내버려둬>는 극적인 재미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관습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초목표를 찾고 갈등을 해결하는 류의 드라마가 없다. 거기다 영화엔 그 흔한 음향효과도 없고 줌인이나 줌아웃도 없으며 대사도 없다. 설명은 최소한의 나레이션과 자막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인위적 연출을 최소화했다. 오직 영화에 쓰인 모든 편지, 대본자료를 제공한 ‘발터 아스무스’를 제외하고는 움직이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이걸 영화라고 부를 수 있나 의문이 들때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그렇다. 이 모든 반응은 내가 ‘부조리극’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느낌과 정확히 일치했다.
재미는 없어도 의미는 있을 수 있잖아?
부조리극은 극도의 미니멀리즘,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형식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연극의 사조다. 역사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이후 등장하여 우리가 상실한 인간성, 소통의 가능성, 세계와의 관계에 주목하며 실존주의와 함께 다뤄지곤 한다. 영화의 모든 관습을 거부하고 아카이브의 힘으로 재현된 데클란 클라크의 <내가 넘어져도 내버려둬>는 베케트와 아스무스의 오랜 우정을 다룰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우리가 익숙하게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부조리 사조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었다.
영화가 이어붙이는 베케트와 아스무스의 편지와 사실에 근거한 자료들을 보고 있다보면 사실 편집과 연출을 거친 영화야 말로 인위적인 진실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자연이 그러하듯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이면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깨달음에 도착하게 된다. 화려한 편집과 각색 대신 고도로 절제된 효과, 침묵, 리듬, 존재의 본질을 살린 미니멀리즘으로 말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안에 딱딱하게 자리잡고 있던 부조리극 사조의 정의 역시 바뀐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한 마음먹기였다. 동시에 이 작품의 제목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도 풀린다.
“내가 넘어져도 내버려둬.”는 넘어져도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꼬장꼬장한 예술가의 아집이 아니다. 매번 넘어지지만 스스로 일어나는 힘이 사실 우리 인간이 가진 위대함이라는 묵묵한 응원에 가깝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최악의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우리는 사실 얼마나 강한 존재인가?
[Schedule in JIFF]
2025.05.01(목)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상영코드 140]
2025.05.04(일) 1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상영코드 414] GV
2025.05.06.(화) 17: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상영코드 656] GV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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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퀸 엘리자베스> 리뷰
<퀸 엘리자베스>는 영국의 왕실과 국민통합을 표상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왕좌에 머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1952년 즉위하여 2022년 9월 8일까지 70년간 재위한 군주다. 처칠을 시작으로 총 16명의 총리와 함께 했다.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노팅 힐〉을 연출한 로저 미첼 감독이 연출했다. 미첼 감독은 로맨스 영화의 대가일 뿐만 아니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TV부문에서 최우수 단편 드라마와 최우수 미니시리즈까지 수상하여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연출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내 삶이 길건 짧건 내 평생을 국민들을 섬기는 데 바칠 것을 여러분 앞에서 맹세합니다.” 퀸 에리자베스가 왕세녀 시절 21세 생일을 맞이하여 연설한 내용이다. 실제로 그녀는 사망하기 이틀 전에도 신임 총리를 임명하고 접견하는 등 죽는 순간까지도 국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우리 가족이 영국에서 가진 추억들을 조각조각 떠오르게 했다. 아내와 우리 가족은 8년의 영국 생활을 하면서 영국 여왕과도 친근해졌다. 여왕의 생일 등 왕실의 공식 행사 때 버킹엄 궁전 발코니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 매년 성탄일 오후 BBC에서 전 국민에게 보내는 그녀의 크리스마스 메시지. 영국여왕 재위 50주년을 기념하는 골드 주빌리(Golden Jubilee) 행사. 부군인 필립공이 총장으로 있는 캠브릿지대학을 방문하여 가까이서 여왕을 볼 기회도 가졌다.
96년을 산 인생이 늘 영광스러운 일만 있을 수 있겠는가. 감독은 왕관의 무게만큼이나 그녀의 가슴을 무겁게 했을 아픈 가족사도 적절히 드러내었다. 지난 100년의 현대사에 가장 주목할 만한 삶을 살은 여왕의 생을 담아낸 가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러닝타임은 90분이다. 여왕은 2년 전 별세하였다. 그런데 여왕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에 장례식 장면이 없다. 왜일까? 그건 로저 미첼 감독이 여왕 보다 1년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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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동안 미세먼지가 정말 심했는데요.ㅠ 주말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내셨는지요?
이번 주는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고 하니,
여러분들 모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씨네픽과 함께 매주 한 주의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할게요!
많은 관심 부탁드리면서, 이번 주는 11월 19일, 20일, 21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관객 스코어 분석입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장르만 로맨스>(▲8)
▶지난 17일 개봉한 한국 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이번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의 박스오피스 1위 소식인 것 같은데요. 모처럼 반가운 소식입니다! :)
19일~20일 관객 수 23만 3081명을 동원하며 마블 영화 <이터널스>를 제치고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는데요,
누적 관객 수는 현재 33만 1653명입니다.
<장르만 로맨스>는 배우 출신 감독 조은지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으로
'영화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작품' 입니다.
과연 <장르만 로맨스>의 정상 질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기대됩니다!
2위. <이터널스>(▼1)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개봉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마블 영화 <이터널스>입니다.
<이터널스>는 같은 기간동안 22만여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으며, 개봉 이후 지금까지 누적 관객 수는 284만 6432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과연 누적 관객 수 300만명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3위. <듄>(-)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전 주 순위와 동일한 <듄>입니다.
같은 기간(19~21일)동안 주말 관객 수 9만 134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134만 4613명입니다.
좌석 판매율은 16.2%로 주말 박스오피스 1,2를 차지한 작품들에 비해서 더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오히려 배정된 스크린 관 수에서는 티켓 판매율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씨네픽은 이번 주 75회 예측 이벤트는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
11월 19일~21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수를 예측하고 가장 가까운 숫자로 관객 수를 예측한 정답자분들에게 상금을 드리는 이벤트인데요.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이번 주 <프렌치 디스패치>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면 여성 63%, 남성 37%로 여성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5%로 가장 많이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는 30대가 3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대와 30대의 합한 비율이 총 76%로 <프렌치 디스패치>의 주 소비자층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주 관람 연령층은 20,30대 젊은 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제75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 <프렌치 디스패치> 스코어 게임의 20/30대 참가자 분들이 예측한 관객 스코어는 어떻게 됐을까요?
▶<프렌치 디스패치> 스코어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의 20/30대 비율은 78%로 무려 80%에 가깝습니다.
▶실제 <프렌치 디스패치> 주말 관객 스코어는 24,783명으로 씨네픽 참가자 상위권 예측 정답자 비율(오차범위 +- 10,000)은 16%입니다.
제 75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를 진행하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
4위. <강릉>(▼2)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전 주에 비해 두 계단 하락한 <강릉>이 차지했습니다.
<강릉>은 주말 관객 수 4만 2156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28만 937명을 기록했습니다.
5위. <디어 에반 핸슨>(NEW)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새롭게 진입한 <디어 에반 핸슨>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4만 1027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7만 3174명을 기록했는데요.
<디어 에반 핸슨>은 유니버설 픽처스의 배급 작품으로 인생 뮤지컬 영화로 손꼽히는 있는 '라라맨드'와 '위대한 쇼맨'의 음악 제작진이 모든 노래의 작사, 작곡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에미상, 그래미 상, 토니상을 석권한 배우 벤 플랫과 할리우드 명배우 줄리안 무어, 에이미 아담스 등이 출연했습니다.
<디어 에반 핸슨>은 ' 누군가 자신을 돌아봐 주길 바라는 소년 에반 핸슨이 한 통의 편지에 '코너'의 절친으로 오해 받고, 아들을 잃은 코너의 부모님을 위해 추억을 지어내면서 희망을 파장을 일으키게 되는 따뜻한 드라마 영화입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11월 19일 개봉한 <Ghostbusters: Afterlife>가 차지했습니다.
주말 동안 $44,000,000(한화 약 522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또한 $44,000,000(한화 약 522억)입니다.
국내에서는 12월 1일 개봉 예정 중에 있으며 빌 머레이, 그리고 앤트맨의 주인공 폴 러드 등이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니,
예전의 고스트버스터즈를 추억하고 있는 관객분들에게 좋은 소식일 것 같습니다! :)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여전한 화력을 보여주고 있는 <Eternals(이터널스)>입니다.
주말동안 $10,825,000(한화 약 12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지금까지 총 누적 매출액은 $135,817,163 한화로 약 1,611억원입니다.
<Clifford the Big Red Dog>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4위는 새롭게 진입한 <King Richard>입니다.
<King Richard>는 레전드 테니스 플레이어인 세레나 윌리엄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 그리고 윌리엄스 자매에 대한 이야기로 알려져있습니다.
씨네픽이 준비한 박스오피스 분석 시간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도 더욱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면서,
오늘도 힘차고 행복하게 시작하시고 한 주동안 건강하세요! :)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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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스카의 85년 역사 깨뜨리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출처: 네이버 영화
넷플릭스가 오스카 시상식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지 전세계에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가 1937년 제 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번의 노미네이트 된 메트로-골드윈-메이어(MGM)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과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오스카 ‘최고의 작품상’ 후보에 오른것에 이어, 이번 시상식에서는 스트리밍 역사상 최초로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말한 MGM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10작품을 ‘최고의 작품상’ 후보에 올리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 <위대한 지그펠트>가 3개의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가는 최다 수상자였으며 영화 <라이벨리드 레이디>, <로미오와 줄리엣>, <San Francisco>, <두 시민 이야기>도 수상에 함께 했습니다. 당시 MGM은 셜리 템플, 클라크 게이블, 주디 갈랜드, 스펜서 트레이시, 캐서린 헵번 등 최고의 배우들의 보금자리로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이었습니다. 한때 이 스튜디오는 "하늘에 있는 별보다 더 많은 스타를 거느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영화계의 터줏대감이었습니다.
넷플릭스 또한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들이 함께한 것으로 자랑할 만합니다. 수년 동안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 구매, 출시해 온 넷플릭스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영화 제작사들이 영화 개봉을 많이 하지 못하게 된 올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많은 최고의 경쟁작들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오스카 시상식이 5개월 남은 상황에서 수상 기록을 깨는 데 성공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어떻게 수상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올해가 최우수 작품상을 '슬라이딩 시스템'으로 투표하는 마지막 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1년 이 규정이 채택된 이후 수상 라인업으로 8~9명의 후보자를 선정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2022년 시상식부터 다시 '스트레이트 10 시스템’으로 전환해 AMPAS 유권자들이 투표로 10편의 영화를 선정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스템은 유권자들이 5편의 영화를 뽑고, 유권자들의 최소 5%를 차지한 1등 작품이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와 아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안정권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엄청난 극찬을 받았고 아카데미에서 전형적으로 인정받는 많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유권자의 약 63%가 기술 부문에 속해 있으며, 이 부분에서 <맹크>는 영화나 음향과 같은 카테고리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편집, 각본, 배우 부문 등에서 석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출처: 넷플릭스(Netflix)
또 다른 넷플릭스 영화인 조지 C. 울프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가 최고의 영화 퀄리티를 자랑하며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유리하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故) 채드윅 보즈먼은 그의 마지막 작품에서 펼친 열연으로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 2명 중 1명(다른 한 명은 <더 파더>의 배우 앤서니 홉킨스)으로 지목되고,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도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아졌다고 합니다. 지난 50년간 주연상 수상자 중 자신의 영화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배우는 단 1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두 주연 배우가 주연상 유력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이 영화는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도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스카 수상에 유력한 세 작품 외에 어려운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배우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등이 주연인 넷플릭스 뮤지컬 영화 <더 프롬>이 곧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요. 보통 뮤지컬 영화는 일반 관객과 비평가의 의견이 갈린다는 특징이 있어 미국 언론 매체들은 PGA나 SAG와 같은 주요 협회에서 후보에 이름이 오를 때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보고 있습니다.
배우 조지 클루니가 주연, 감독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단지 조지 클루니가 8개 후보에 오른 배우이고, 오스카상을 두 번 수상한 경력이 있다는 점과 공동 제작한 영화 <아르고>가 작품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당연히 작품상에 오를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작, 촬영, 오리지널 스코어, 시각 효과 등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미드나이트 스카이> 역시 오스카 시상식 후보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블랙위도우>와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 개봉이 2021년으로 밀려났지만, 실제로는 올해 오스카 경쟁자가 기록적으로 많습니다. 아마존 스튜디오, 애플 TV 플러스, HBO 맥스, 훌루를 포함한 스트리밍 콘텐츠가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점에 대해 버라이어티는 “스트리밍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올해는 영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넷플릭스는 꾸준히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마케팅하는 데에 집중한 만큼, 단지 후보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극찬을 받은 2018년 작품 <로마>, 2019년 작품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가 수상을 놓쳤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그 ‘유리천장’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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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카> - ‘걱정을 뒤로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디뎌!’
루카 (Luca)
개봉일 : 2021.06.17 (한국 기준)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
출연 : 제이콥 트렘블레이, 잭 딜런 그레이저, 엠마 버만
걱정을 뒤로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디뎌!
픽사의 새로운 영화 <루카>가 싱그러운 이탈리아의 여름을 들고 찾아왔다. 분명히 이 영화관으로 이동하는 내내 내 팔은 강한 햇빛에 따갑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영화 속 여름은 너무도 싱그럽고 활력이 넘쳐서 또다시 여름에 대한 기억 조작을 한판 당하고 나왔다. 톡톡 튀는 귀여운 주인공들과 평화로운 항구 마을, 넘치는 가족애와 아이의 호기심, 그리고 차별 없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가득찬 루카와 친구들의 여름이 그 어느 여름 하늘보다 맑게 빛났다.
“수면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마!” 엄마가 호기심 많은 아들 루카를 다그친다. 바다와 육지로 나뉜 세상. 바다와 육지에 사는 생물들은 서로를 바다괴물과 육지 괴물이라고 부른다. 조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 바다에선 바다괴물이 나온다고 말하며 꼬리를 가진 바다괴물의 실루엣을 보자마자 무섭고 흉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바다괴물의 정체는 루카와 가족들, 간단하게 말하자면 루카의 종족들이다. 바닷속에 사는 그들은 육지에 나가면 비늘이 사라지고 육지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물에 닿아 비늘이 솟아나는 순간 바다괴물이라 인식되며 배척을 받고, 심하면 사냥의 대상이 된다.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는 배에서 떨어진 육지 사람들의 물건을 보게 된다. 알람시계, 카드, 유리잔, 축음기. 처음 보는 물건들은 루카의 육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또 엄마가 안된다 하지 마라 가까이 가면 안된다. 라고 말하면 더 궁금해지는 게 아이의 심리가 아닌가. 루카는 육지 사람들에 대해 잘 안다는 알베르토의 감언이설에 이끌려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육지에 올라가는데 성공한다.
원래 육지에 살던 존재가 아닌 바다 괴물, 또는 다른 생물, 별종으로 취급되는 루카와 알베르토, 그리고 마을에서 만난 첫 번째 친구 줄리아. 루카와 알베르토는 줄리아를 통해 자전거 타는 법, 파스타 먹는 법, 하늘을 보는 법 등을 배우고 줄리아는 항상 혼자 참여했던 대회의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된다. 밝은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세 친구는 각자가 바라던 더 큰 세상으로의 여행,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육지로 나오고, 줄리아가 끝없이 대회에 출전하는 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자 누군가가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한 도전이었다.
줄리아는 루카와 알베르토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자전거를 잘 타는지, 포크질을 잘 하는지 같은 조건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목표가 있고, 자신과 비슷한 ‘별종’으로 불리는 루카와 알베르토를 자연스레 친구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이 순수한 우정을 보며 많은 걸 계량하고 나누던 나의 날카로운 시선을 반성하게 되었고, 씩씩하고 밝은 아이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받은 순간이었다.
루카 시놉시스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지만, 두렵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 자칭 인간세상 전문가 ‘알베르토’와 함께 모험을 감행하지만,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신하는 비밀 때문에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새로운 친구 ‘줄리아’와 함께 젤라또와 파스타를 실컷 먹고 스쿠터 여행을 꿈꾸는 여름은 그저 즐겁기만 한데…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비밀을 감출 수 있을까? 함께라서 행복한 여름, 우리들의 잊지 못할 모험이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살렌치오 브루노!
루카는 육지 세상이 궁금하지만 물 위로 올라가는 걸 두려워한다. 밖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사람들이 자신을 해하진 않을지... 온갖 궁금증과 걱정이 뒤섞이고 있을 때, 잠수복을 입은 자칭 육지 전문가 알베르토를 만나게 된다. 알베르토는 고민하고 있는 루카를 망설임 없이 물 위로 올려치고 루카에게 걷는 법을 알려준다.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딛고, 쓰러지기 전에 다른 발을 내디뎌!
알베르토의 응원과 코치 덕분에 루카는 육지에 빠르게 적응하게 된다. 하늘, 구름, 태양, 중력, 공기, 사람들의 물건으로 가득한 육지. 모든 게 새롭고 즐겁다. 지금껏 접하지 못한 세상은 두려움보다는 새롭고 궁금한 것으로 가득하다. 물에서 나와 해변 땅을 밟으니 하늘에 보이는 것이 궁금해지고, 육지 괴물이라 칭하는 육지 사람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특히 육지 사람들이 만든 ‘베스파’는 알베르토와 루카에게 더 큰 세상에 대한 꿈을 갖게 만든다.
알베르토는 베스파를 타고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자며 루카에게 함께 항구 마을로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루카는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육지 괴물’들의 마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베스파를 갖고 싶은 마음과 호기심에 알베르토의 제안을 수락한다.
“머릿속 브루노를 물리쳐야 해!”, “살렌치오, 브루노!”
처음으로 가본 육지 사람들의 마을엔 두려운 것이 가득했다. 바다괴물 또는 바다 생물들을 잡는 그림이 그려진 벽, 바다괴물을 사냥한다는 줄리아의 아빠. 모르는 물건들 투성이인 가게들. 그리고 혹여나 물이 닿아 피부가 변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새로 만난 세상과 새로운 도전 앞에서 루카가 작은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알베르토는 이렇게 말한다. “머릿속 브루노를 물리쳐야해!”, “살렌치오, 브루노!”.
알베르토는 루카의 머릿속엔 걱정을 하게 만드는 존재 ‘브루노’가 있다고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를 때,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야 할 때, 항구 마을로 모험을 떠날 때 등등. 루카는 여러 순간에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고 알베르토는 그 모든 걸 깨야 새로운 세상으로의 모험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루카는 알베르토의 말에 “살렌치오, 브루노!”를 외치며 더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내가 원하는 건 학교에 가는 거야.
새로운 육지 세상, 새로운 친구 줄리아, 높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들. 루카는 엄마가 항상 위험하다고만 말했던 육지에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고 줄리아처럼 학교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깊은 바다에서 그냥 생각만 하면서 사는 심해어 큰 아빠 같은 삶이 아닌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는 꿈. 근데, 육지 사람들이 ‘바다괴물 루카’를 받아줄까? 알베르토와 루카는 루카의 새로운 꿈을 중심에 두고 갈등을 일으킨다.
육지에서 알베르토와 루카, 줄리아는 별종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바다괴물인 알베르토와 루카, 그리고 이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줄리아. 루카의 부모님은 루카가 별종으로 취급받는 육지에 올라가지 않길 바라고 알베르토는 루카가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줄리아의 아빠는 매번 경기에 홀로 출전하는 줄리아를 걱정한다. 아이의 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별종으로 취급받고 배척당할지도 모르는 환경에 놓이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러웠던 게 아닐까.
루카와 알베르토, 줄리아는 어른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뒤로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경기에서 우승해 나도 이 마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줄리아와 나도 육지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더 큰 세상을 여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루카와 알베르토. 아이들을 만류하던 부모님들은 어느새 아이들의 꿈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준다. 루카의 엄마는 다른 아이들 사이에 섞여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루카를 멍하니 보며 “엄청 빠르다”라고 말하고 아이들이 우승을 했을 때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 줄리아의 아빠는 줄리아의 부탁에 경기 참여 비용을 마련해 주고 파스타 먹기 연습을 위해 여러 파스타를 준비해 준다. 그리고 루카와 알베르토를 바다 괴물이 아닌 줄리아의 친구, 자신의 새로운 아이로 받아들인다.
제가 잘 알죠. 이 아이들은 루카, 알베르토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바다 괴물이라 칭하는 존재들을 잘 모르고 있었음에도 바다에 산다는 이유로, 비늘을 가졌다는 이유로 괴물이라 말하고 배척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들이 큰 해를 끼치거나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우리와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게 아닌 틀린, 없애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한다. 육지와 바다의 명확한 선은 바다 사람들을 더 깊은 바닷속으로 숨게 만들었으며 육지와 바다의 사이를 더 멀게 만들었다.
루카와 알베르토, 줄리아는 그 진한 선을 뛰어넘고 친구가 되어 함께 손을 잡고 결승선을 통과한다. 그 모습은 구석에 숨어있던 바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용기를 내 드러낸 바다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육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육지, 바다 사람들은 드디어 편견 없이 서로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잘못된 존재가 아닌 조금 다른 존재임을 받아들인다.
“거긴 위험한 곳이야”, “너는 달라서 받아주지 않을 거야.” 같은 편견, 미리 집어먹은 걱정과 고민 앞에서 주저앉기보다 같은 꿈을 가진 친구의 손을 잡고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영화 <루카>. 더운 여름날, 특히 흰 구름이 하늘 가득 떠있는 날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지금보다 한 뼘쯤 더 행복해질 거라 말하고 싶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전을 앞두고 고민과 갈등, 두려움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분명 힘이 될 것이다. 머리에 가득 찬 두려움을, 브루노를 떨치고 새로운 꿈을 꾸자. “살렌치오, 브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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