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04-13 07:57:23
나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완성도는 '없다'
〈나는 여기에 있다〉 리뷰
3★/10★
누군가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이 공여자 성격의 일부까지 함께 전해 받는다면? 우리 삶을 깊이 있게 드러내거나 성찰케 하는 질문은 아니지만 장르 영화 한 편은 적당히 채울 수 있을 만한 물음이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이 질문을 동력 삼아 나아가는 영화다. 폐 이식을 받은 ‘선두’와 심장을 이식받은 ‘규종’. 폐 이식 후 악화된 몸 상태로 위태롭게 형사 생활을 이어가던 선두는 어느 날 사건을 하나 맡는다. 평소에는 존재감도 없던 규종이 동료들과 술자리를 하던 중 갑자기 칼로 누군가를 찌른 사건이었다. 선두는 사건을 해결하려 할수록 점차 몸 상태가 악화되고, 규종의 악행은 점점 더 과감해진다. 그리고 두 남자가 사실은 같은 남자의 장기를 이식받았고, 그 남자는 선두가 검거한 살인자라는 사실도 밝혀진다. 영화는 같은 남자의 장기로 삶을 이어가는 선두와 규종의 필연적 대결과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좇는다.
그러나 연출이나 각본에 따라 흥미로울 수도 있었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나는 여기에 있다〉의 시도는 철저히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개연성을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장면이 제법 보이고, 영화가 모성을 활용하는 방식과 규종의 범행 동기는 매우 작위적이다. 몇몇 조연 배우의 연기는 저들이 과연 전문 연기자인지(혹은 감독이 아무런 디렉팅을 하지 않았는지)를 의심케 한다. 배역과 상황에 맞지 않는 의상과 소품도 자주 눈에 띤다. 긴장감을 고조시켜야 할 장면에 바닷길 풍경과 갯벌 액션신을 반복해서 활용한 이유도 모르겠다. 예산의 문제일 수도, 감독의 취향을 수도 있으나 어떤 경우든 일부 삭제하는 게 좋았을 듯하다.
요컨대 〈나는 여기에 있다〉는 장르 영화가 취할 법한 그럴듯한 아이디어 빼고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영화다. 제목이 품은 선언적 야심은 그 어디에도 다다르지 못한 채 길을 잃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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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 정주행 특집 ①] 귀를 기울이면 (Whisper of the Heart, 1995)
- 지브리 정주행 특집 첫번째 영화 -
"컨트리 로드,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귀를 기울이면, 1995
우리들의 꿈과 사랑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지브리가 보여주는 그 시절 몽글몽글한 첫사랑의 기억!
<귀를 기울이면>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SYNOPSIS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중학생 시즈쿠는 어느 날 도서카드에서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다. 요 며칠간 빌려 본 책들의 도서카드를 전부 확인해 본 시즈쿠는 세이지가 매번 자신보다 먼저 책을 빌려간 소년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세이지라는 인물에 대해 '그는 어떤 아이일까?' 혼자 상상하며 호기심을 갖는다.
한편,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배달하러 지하철에 오른 시즈쿠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고양이를 보게 된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양이를 따라간 시즈쿠는 처음 보는 마을, 신비롭게 생긴 골동품 가게에 들어간다. 그 골동품 가게의 자상한 주인 할아버지를 만난 시즈쿠는 할아버지의 손자가 다름 아닌 세이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이지는 바이올린 장인이라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이탈리아 유학까지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도전적이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소년이었다. 시즈쿠는 자신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세이지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그의 그런 모습에 자극을 받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작가로서의 꿈에 한 걸음 도전하기 시작한다.
▶ REVIEW
1. 90년대의 일상과 아날로그적인 감성
지브리 영화를 꽤 보긴 했지만, 주로 누구나 알만한 판타지 위주의 작품들만 보아온 나로서는 이런 일상물이 생소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사랑과 꿈에 대한 성장을 다루었으며, 일본의 서민적인 가정집 모습과 학교생활, 그리고 90년대 작품인만큼 아날로그적인 감성 충만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도서카드를 보면서 영화 <러브레터> 생각이 많이 났는데, 다른 작품 어딘가에서도 본 듯 한 걸 보니 일본에서는 흔한 소재인가보다. 일본 여행 갔을 때 현금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나는 이렇게 너무 빠르게 흘러가지 않는 모습들이 오히려 좋더라.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좋아할 작품! 주인공도 지금까지 지브리 작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귀엽다.
2. Take Me Home, Country Road
영화를 다 보고나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Country road~
세이지의 바이올린 연주와 시즈쿠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작품 내에서도 단연 꼽게 되는 명장면인데, 시즈쿠가 작사한 노래 가사가 너무 좋다.
「 홀로됨을 두려워하지 않고
힘내서 살기로 꿈을 정했네
외로움을 억누르고
강한 자신을 지켜 나가자
컨트리 로드, 이 길을 계속 걸어가면
고향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컨트리 로드
아무리 외롭더라도
절대 눈물은 보이지 말자
마음이 급한 건지
발걸음이 빨라지네
추억을 지우기 위해
컨트리 로드, 이 길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해도
나는 가지 않아
갈 수도 없지
컨트리 로드, 내일이 와도
변함없이 나는 나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네
안녕, 컨트리 로드 」
3. 오하요!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귀여웠던 장면!
친구였던 스기무라의 당황스러운 고백에 시즈쿠가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거절한 뒤, 등교길에 어색하게 만나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다. 일본어로 "오하요(안녕)!" 하는 두 사람의 딱딱한 입모양이 포인트다 ㅋㅋㅋㅋ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꼭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장면을 놓치지 마시길!
4. 꿈을 찾는 사람에게, 길을 잃은 사람에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리고 꼭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시작과 도전이, 꿈을 꾼다는 자체가 얼마나 빛나고 의미있는 일인지 말해주는 영화. 조금 부족하면 어때? 너무나 당연한 과정인데! '이 작품을 10대 때 봤으면 좋았겠다'는 네이버 평점이 너무나 와닿았다. 처음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 아직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길을 준비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일본 애니를 통해 꿈꾸고 위로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지브리에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꿈'과 '위로'를 다룬 건 처음이라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5. 우리들의 세이지는 누구일까?
사람들은 누구든 그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사건들을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든 반드시 경험하고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나의 세이지는 누구였는지, 그 시절 나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에 분해하고 또 무엇에 열광했으며 나의 어떤 미래 모습을 그리고 원했었는지 하나하나 대입해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시즈쿠보단 세이지에 가까웠다. 꿈과 목표가 명확했고,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확실한 꿈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그 시절 꾸었던 꿈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고, 지금은 잠시 멈춰서서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꿈도 변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충실한 현재에 사는 것이 후회없는 과거와 미래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 BEST QUOTES
1.
- 둘이 사랑하는 사인가요?
- 사랑하지만 사는 세계가 달라. 남자는 드워프의 왕이거든.
여자는 12시 종이 울릴 때만 양에서 원래대로 돌아온단다.
그래도 왕은 매시간 나탄서 공주를 기다린단다.
이 시계를 만든 장인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했겠지.
2.
- 이대로 단숨에 탑을 넘자
- 저렇게 높은데?
- 가까이 있는 것은 작게, 멀리 있는 것은 크게 보이는 법이지
3.
너도 귀엽진 않구나. 나랑 똑같아.
왜 변하는 걸까?
나도 전엔 밝고 귀여운 애였는데
이젠 책을 봐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아
머릿 속에서 누가 항상 현실은 다르다고 말해
우울한 일이지?
4.
남들과 다른 방식의 삶이란 그만큼 어려운 거란다.
무엇이 일어나도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으니까.
5.
- 시즈쿠, 다 읽었다. 고맙다. 아주 고마워.
- 거짓말! 솔직히 말해 주세요. 원하는만큼 못 썼어요.
뒷 부분은 엉망이고요. 저도 알아요.
- 그래, 거칠고 덜 다듬어진 게 세이지의 바이올린 같더구나.
시즈쿠의 원석을 보게 돼서 기뻤다.
수고했다. 넌 멋진 아이야.
서두를 필요 없다. 천천히 다듬어가렴.
6.
널 빨리 보고 싶었어.
속으로 네 이름을 불렀거든
'시즈쿠!' 하고.
그랬더니 정말 네가 나타난거야.
우리들 정말 굉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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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없는 할리우드는?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제9편인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5월 19일 국내에서 최초로 개봉됨과 동시에 공휴일 효과에 힘입어 개봉일 관객 수만 40만 명을 끌어모으며 흥행 초대박을 예견했는데요. 역시나, 개봉주 주말 관객 수 62만 명을 모으며, 개봉 5일 만에 관객 수 100만을 훌쩍 넘겨 오랜만에 코로나 이후 최고 흥행작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뛰어넘는 흥행을 기대해 볼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분노의 질주 9> (이하 F9)의 흥행 돌풍은 비단 한국에서만의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5월 19일, 한국과 동시에 개봉한 홍콩과 더불어 5월 21일 개봉을 택한 중국까지 총 8개의 시장에서 1억 6200만 달러 (한화 약 1830억 원)을 끌어모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최고 흥행을 일궈내 할리우드의 체면을 살려주었습니다.
이번 F9의 흥행은 극장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을 시작함에 있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인데요. 특히, 팬데믹 이전의 <분노의 질주> 전작의 개봉주 박스오피스 성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해외 수익 전체 162만 달러 중 135만 달러의 수익을 낸 중국 시장의 경우, 2017년의 <분노의 질주 8>이 세운 개봉주 수익 185만 달러에 이은 시리즈 2위에 달하는 기록이고, 최근 2년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100만 달러 수익을 돌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6월 25일 자국인 북미 개봉과 60개국에서의 개봉을 앞둔 F9는 할리우드 내 여타 대작들이 디즈니+ 등에서 동시 개봉을 택한 것과 달리, 극장에서 단독으로 개봉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아직 F9가 상륙하지 않은 할리우드 시장은 새로운 공포 시리즈를 써 내려갈 영화 <스파이럴>이 개봉 2주 차인 현재까지 총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이로써, 공포 대작 <쏘우> 시리즈는 전세계 10억 달러를 넘긴 시리즈 반열에 당당히 오르게 되었습니다. 2004년, <쏘우> 제 1편과 창대한 시작을 함께한 ‘제임스 완’ 감독은 F9의 전작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감독이기도 한데요.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한 시리즈 제7편은 어벤져스를 뛰어넘는 전세계 수익을 올린 대작입니다. 그런 제임스 완 감독이 써내려간 또다른 공포 세계관, <컨저링> 시리즈 제3편 또한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와 해외 박스오피스 시장이 이를 기점으로 더욱 살아나길 바라며,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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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액션은 어디로 갔는가?
드니 빌뇌브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그 느낌을 매우 좋아한다. <컨택트>와 <시카리오> 등에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미장센, 대사 없이 많은 설명을 담는 능력, 진중한 메시지 등 헐리우드의 젊은 3대 천재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만든 <듄> 시리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 감독인 한스짐머까지 합류해 기대가 컸고, 많은 유명한 SF에 영향을 준 이야기답게 무게감 있고 멋지게 담아냈다. 그리고 이번 <듄: part2>는 마치 20년 전 유행하던 블록버스터 트릴로지 무비들-<스파이더맨>, <엑스맨>,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의 2편처럼 1편보다 더 광대하고 박진감 있다.
그러나 2편에도 여러 가지 단점들이 존재했다. 1편에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살라메)의 고난과 역경을 다루었다면, 2편은 그가 안티메시아로써의 도약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액션'으로 가득 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편에서는 액션의 서사나 성장이 아주 부족하거나 거의 보이지 않아, 어떤 이들은 지루함을 느낄 정도다. 영화의 완성도가 훌륭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더 두드러져 보이고 액션 매니아의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워서, <듄: part 2>를 액션 영화의 관점으로 다뤄보았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캐릭터성이 사라진 액션
액션 영화에서 무술은 한 인물의 캐릭터성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가문, 민족,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듄: part 2>에서는 게릴라전을 하는 프레멘을 제외하고는 딱히 특징 있는 무술을 보여주지 않는다. 즉, 액션에 캐릭터가 없다.
간단한 예를 들면, 마블의 <어벤저스>는 이런 캐릭터 액션에 상당한 공을 들인 걸로 유명하다.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시대적으로 다른 사람이라 총 파지법이 다르다던지, 토르와 로키 등 아스가르드인들은 쓰는 무술이나 준비자세가 같다던지 하는 식으로. <샹치>와 같은 중국식 무협에서는 캐릭터의 인생철학이 캐릭터가 쓰는 무술에 담겨있고, 싸우고 포용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무술의 합으로 표현했다.
<듄: part 2>에서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하며 공포스러운 존재인 황실친위대 사다우카가 황제 옆에서 칼을 들고 있는 모습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마지막 선을 지키던 공작 친위대가 칼을 든 모습은 서양 롱소드 검술로, 둘 구분이 거의 가지 않는다. 가문 성격이 완전히 다른 하코넨과 아트레이데스도 무술 동작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액션을 잘 짠다는 것은 단순히 합을 잘 짜는 걸 말하지 않는다. 의상, 외모, 대사 등 캐릭터를 대비시키려고 그렇게 노력한 것 치고 액션의 캐릭터성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단 얘기다. 다만, 1편에서 처음 폴이 액션을 배울 때 했던 실수 - 목을 겨누느라 배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을 그대로 이용해서, 그보다 성장한 마무리는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 사람에게서 무술을 배운 것처럼 단조롭다.
프레멘의 무술은 단도를 주로 사용하고, 몰래 빠르게 움직여 죽이는 암살과 게릴라전에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군용 무술보단 잠입암살 무술인 닌자에 더 가깝고, 그 부분은 프레멘의 특징을 잘 살려서 좋다. 그러나 이는 폴이 배운 '펜싱 자세를 기본으로 한 검술'과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데, 그렇다면 폴이 프레멘에게 인정받기 위해 수행을 할 때 무술을 배우는 장면도 있어야 했다. 물론 1편에서 무술수련을 할 때 이미 다양한 무기들로 수련을 해온 설정이 어렴풋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실제와 자료로 보고 배운 건 다르다. 영화에서는 '사막 걸음'을 프레멘인 챠니가 제대로 된 걸로 다시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액션에서도 필요했다.
그리고 폴이 하는 검술의 펜싱자세는 다른 무술과 달리 주손 주발이 앞으로 나와있는 오소독스 자세다. 그 이유는 긴 칼로 빠르게 찌르고 빠지기 위함인데, 단도를 들고 육탄전을 감안해 싸우는 <듄> 세계의 특성상 잘 맞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준비 자세만 펜싱 자세고, 싸울 땐 그냥 군용 무술이다. 즉 '귀족'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준비자세만 멋으로 그렇게 했다는 뜻이다.
액션을 죽이는 잘못된 무기들
라반은 채찍을 사용하는데, 이게 그의 캐릭터가 말랑해지는 데 한몫했다. 채찍이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고, 그 큰 덩치에 조그만 채찍을 꺼내드는 모습은 조금 코믹하다. 페이드 로타는 칼을 두 개 든 이도류지만, 액션이 그의 캐릭터성을 나타내기엔 평범했다. 그 이유도 무기 때문이다. 페이드 로타의 검은 앞이 길고 내려앉은, '정글도'로 잘 알려진 마테체의 한 형태다. 정글도는 원래 도끼와 단검의 중간 형태로, 정글에서 생존용으로 쓰는 칼이다. 실제 무기로도 자주 쓰이지만, 날 앞쪽에 무게중심이 있고 손잡이 위에 손을 보호하는 키용이 없어서 가까이에서 찌르기에 적합한 무기가 아니다. 마테체는 오히려 덩굴을 베듯 도끼처럼 내려찍는 무기다. 그런데 페이드 로타의 액션은 일반 백병전 단검술이다. 그러니 동작이 둔해지고,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오히려 예리한 단검술보단 위협적으로 내리찍는 무술을 했다면 더 맞았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레멘의 무기, 크리스나이프도 그렇다. 크리스나이프는 샤이 훌루드의 이빨로 만든 단검으로, 날과 손잡이의 두께가 거의 같으며 역시 손을 보호하는 키용이 없다. 키용이 없는 칼은 사실 대부분 찌르는 전투용 칼이 아니다. 그런 칼로 유명한 것은 일본의 시라사야인데, 이건 칼을 들고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지팡이로 위장한 칼이며 베는 칼이다.
서양의 칼에서 손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날과 손잡이 사이의 키용
영화 <듄> 시리즈의 크리스나이프
칼과 칼이 맞붙는 싸움에서 키용은 굉장히 중요하다. <듄> 시리즈에서는 칼을 칼로 막고 힘겨루기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사실 진검이라면 날끼리 미끄러진 다음 키용끼리 부딪혀, 칼과 키용의 십자 모서리 부분끼리 엇갈려야 힘겨루기가 가능해진다. 즉, 키용이 없는 칼끼리 싸우면 금방 손가락이 잘려나간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키용이 없는 칼끼리 너무 챙챙 맞부딪힌다. 날끼리 부딪혀 힘겨루기를 하는 장면 자체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판타지 액션 연출이지만, 키용까지 없는 칼로 그렇게 싸우는 건 조금 그렇다. 사실 키용은 손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칼을 뺏거나 부러트리는 등 다양한 용도로 검술을 확장시킬 수 있는 장치다. 그런데 폴과 페이드 로타 둘 다 칼에 그게 없으니, 단순하게 찌르거나 휘두르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키용이 없다면 손이 미끄려져 힘을 준 찌르기가 힘들며, 오히려 내 손이 날까지 미끄러져 손이 다치게 된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식칼로 찌르다 엄지손가락이 나간 것을 기억해 보자. 즉 <듄: part 2>의 무기들은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디자인부터 잘못되었다. 단순한 액션 고증 문제가 아니라, 이런 것들이 영화의 액션을 심심하게 만든다. 칼 디자인은 그냥 영화적 장치니까 멋으로 보자고 하기엔, 다른 부분들에서 세계관을 엄청나게 잘 만들었다고 칭송받는 소설이 원작이라 아쉬울 뿐이다.
또한 <듄> 시리즈에서는 핵무기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고대의 엄청난 무기를 발견한 것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그 핵무기의 사용 방법이나 파괴 리액션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폴은 핵무기를 군대 뒤에 산을 폭파하는 데 쓰고, 그 잔해들이 운석처럼 군대를 덮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 핵무기의 가장 큰 위력은 폭발 반경에 1억 도가 넘는 순간온도와 몇천 도가 넘는 '열폭풍'이다. 수십 킬로미터 반경에 달하는 열폭풍으로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녹이고 날려버리는 것이 핵무기인데, <듄: part 2>에서는 그저 조금 센 미사일 수준으로만 보여서 너무 심심했다. 황제까지 죽이면 안 되니까 그랬다고 변명한다면, 황제는 우주선 안에 있으므로 그 정도는 견딜 수 있고 밖에 주둔한 군대를 싹 쓸어버리는 용도로 쓴다고 설정할 수도 있었다. 그게 안된 이유는, 모래벌레가 공격하는 장면이나 백병전 장면을 넣기 위해서로 보인다. 사실 애초에 핵무기를 백병전 전초전 격으로 발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 일대가 수십 년 이상 방사능에 오염되기 때문이다.
또 샤이 훌루드는 마지막 전투에서 등장만 화려할 뿐, 구체적으로 적들을 어떻게 섬멸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깔고 뭉개는 건지, 잡아먹는 건지, 차에 치이듯 사람들이 날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매머드가 적들을 상아로 쳐내 날려버리는 모습이나 밟는 모습이 세세하게 나와서 위압감을 줬던 걸 생각하면, <듄: part 2>에서의 샤이 훌루드를 활용한 액션은 많이 아쉽다. 지하에서 나와서 군인들 수십 명을 잡아먹거나 하늘의 비행정을 통째로 삼키는 등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걸 보여줬어야 더 재미있었을 텐데.
대단하지 않은 액션 서사의 포장
사실 이게 <듄: part 2>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폴이나 페이드 로타 둘 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을 했는데도 대단하다고 리액션을 하며 엄청난 음악을 깔아주고 있는 연출이 그것이다. 그것은 조금 과장하면, 동남아의 무술 고수라면서 손도 안 대고 제자들을 쓰러트리는 사기영상처럼 우스워 보이기까지 한다.
앞서 말했듯 <듄: part 2>에서는 프레멘이 되기 위해 폴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기 힘들다. 거기에 폴이 프레멘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한 부분이, 고작 '미끼가 되어 방어막이 풀리는 순간을 노리도록 한 것'이라는 게 많이 의아하다. 그 정도의 전술은 미리 가르치고 시작하던지, 당연히 해내야 하는 것 아닐까? 배우는 부분이 삭제되었다면, 프레멘이 생각하지 못할 기발한 작전들을 생각하는 것이 더 대단했을 것이다. 혹은 비행정에서 무기를 사용할 때만 방어막이 풀리는 것을 프레멘들이 모르고 있었던 걸까? 그럼 폴이 직접 포를 쏴서 그 짧은 틈을 맞추는 장면을 보여줬다면 뒤에 프레멘들이 폴을 대단하게 여기고 환호하는 모습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챠니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챠니가 포를 쏴서 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죽었다. 웅장한 화면에 더 엄청난 음악을 깔아버려 뭔가 엄청난 일을 한 것 같았지만, 생각해 보면 별거 없는 걸 포장한 것이다. 비행정의 움직임을 미래를 봐서 예측한 것도 아니고.
거꾸로, 프레멘의 액션도 그렇다. 프레멘은 적들이 사막에서 방어막을 켜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샤이 훌루드가 방어막의 진동 때문에 미쳐 날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막에서 게릴라전을 잘하는 건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수도에 들어가면 적들은 방어막을 켜고 있다. 방어막을 켠 상태에서의 검술은 일반 검술과는 달리 몸 근처에서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 방어막을 켠 적을 별로 상대해 본 적이 없는 프레멘은 그 검술을 어떻게 익혔을까? 폴이 그걸 가르쳐줬다면 더 폴의 능력을 높게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페이드 로타의 액션 서사도 그렇다. 페이드 로타의 액션은 그의 캐릭터와 위압감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다. 등장 전부터 그를 '싸이코닉'하다고 말하거나, 칼을 점검하며 주변 사람들을 찔러 죽여보는 모습 등으로 하코넨 남작이나 라반보다 더 대단할 것처럼 표현했지만, 실상은 그가 자기 혀에 칼을 가져다 대려다 피도 안 내고 그냥 옆사람을 찔러보던 장면처럼 맥이 빠졌다. 원작에서 그는, 그냥 미친놈이 아니라 굉장히 교활한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면모는 거의 보이지 않는데, 그럼 그냥 사이코패스 같은 면이라도 부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차라리 비슷한 장면의 비교라면 <글래디에이터>의 코모두스가 훨씬 교활하고 사이코 같고 두려움의 대상처럼 보인다. <듄> 소설이 훨씬 먼저 나왔으므로 <글래디에이터>가 그것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다.
원작을 살펴보니 페이드 로타의 생일 검투장면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한 교활한 최면 술수를 써놓고 마치 자기가 정당하게 힘으로 이긴 것처럼 포장해서 영웅처럼 그려지는 장면이다. 그리고 폴과 싸우다 그 최면이 자기한테 걸린 거라 착각해서 스스로를 옭아매 죽게 되는 게 원래 내용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영화에선 페이드 로타의 그런 술수나 자업자득의 교훈도 없이 그냥 칼싸움해서 지는 걸로만 보여줘 페이드 로타의 서사가 사라졌다. 그러니 밋밋한 것이다. 서사를 없앴다면 액션에서 캐릭터성을 부여할 수도 있었는데, 페이드 로타는 검술을 잘해서 오만하다는 거 말고 딱히 액션에서 드러난 게 없었다. 만약 페이드 로타가 너무 검술을 잘해서 폴의 검술을 흉내 낸 설정이었다면, 관객이 이해하기 힘들게 연출을 했다.
오히려 액션의 캐릭터 서사에서는 1984년 데이빗 린치의 <듄>이 조금 더 낫다
또한 샤이 훌루드와의 액션 서사도 대단하게만 보이지 실제로 대단한지 잘 모르겠다. 1편에서 프레멘에게 신처럼 여겨지던 샤이 훌루드가 2편에서 교통수단으로 다뤄지는 게 좀 의아했는데, 원작에서도 그런 모양이다. 그 부분 묘사를 보면, 프레멘이 샤이 훌루드를 생각하는 감정이나 느낌은 모아나가 바다에게 갖는 감정과 비슷하다. 인격체 신이라기 보단 만물이 창조된 대자연으로써의 경외감 같은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이 샤이 훌루드를 타는 장면은 사실 앞뒤가 맞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폴이 왜 대단한지, 샤이 훌루드와의 교감이나 길들이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서사가 전혀 없다. 이전에 <아바타>에서 나비족이 토루크를 길들이는 방식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는데, <듄: part 2>에서 보이는 샤이 훌루드와의 액션 교감 서사보단 낫다.
샤이 훌루드를 타는 것은 갈고리를 걸면 끝나는 것이고, 그 거대한 것을 손으로 버티며 조종하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쳐도 1편에선 분명 공격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는데, 그 정도의 갈고리가 걸쳐졌다고 해서 모래 속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친절하게 모래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태워주는 것은 왜인가. 또 갈고리를 풀면 바로 튕겨나가 떨어질 텐데 내릴 땐 어떻게 내린단 말인가. 베네 게세리트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도 '보이스'를 쓰는 것이 1편에 나왔었는데, 폴은 '보이스'를 이용해 남다르게 샤이 훌루드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설정이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마치 이 장면은 '폴이 샤이 훌루드를 타게 되어 프레멘에게 인정받았다'라는 한 문장을 대충 영상으로 멋지게 '설명'한 것뿐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특별한 교감이나 길들임 없이 되는대로 타는 설정은 샤이 훌루드의 캐릭터를 빈약하게 만들었다.
빈약한 전술
그리고 영화의 내용상으로 보자면, 황제의 군대를 잡는 마지막 전투는 전쟁액션 개연성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리 멀다고 해도 언덕 뒤에서 크게 연설을 하고 온 군대가 개전 전에 소리를 지르다니, 이건 기습전에서 해선 안될 일이다. 이런 장면은 남부에서 군대가 출발하기 전에 했어야 했다. 액션에서 종종 뒤에서 기습하는 적이 소리먼저 지르고 공격하려다 소리 듣고 눈치채고 피하거나 되받아치는 장면을 많이 봤을 것이다. 기습전은 조용해야 한다.
그리고 모래 속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오는 게릴라 전술은, 적들이 가는 길목을 예측하고 함정을 파서 기습할 때 쓴다. 앞에 스파이스 채굴기를 공격하는 건 그게 맞았다. 그러나 적의 진지 앞에서 모래 속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온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부터 거기에 숨어있었던 걸까. 아니면 모래 속을 기어서 거기까지 간 걸까. 그럼 그 뒤에 단체로 백병전을 위해 달려서 뛰어오는 건 왜 그럴까.
폴이 이 전투에서 특별히 한 것은 거대한 모래폭풍 예측이다. 나머지 전술이라는 건 그냥 순서대로 사방에서 쳐들어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전술이랄 게 없었다. 왜 이렇게 황제와 하코넨의 군대가 허무하게 당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폭풍이 먼저 수도를 감싸고, 비행정이 뜨지 못하는 가운데 익숙한 프레멘들만 자유롭게 움직이며 적들을 썰어버렸다면 모르지만 영화에선 그런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프레멘들은 애초에 방어막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그냥 레이저 빔으로 쓸어버리면 그만 아닐까? 하코넨한테 고전 무기도 다 허용했던 황제인데. 왜 황제 앞까지 왔는데 사다우카는 칼로 싸우는 걸까. 멋있고 장대한 장면들을 늘어놓기 위해, 개연성을 포기한 듯 보였다.
게다가 하코넨은 프레멘을 상대한 게 처음이 아니다. 지금이 가장 격렬한 저항이라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아라키스 행성을 지배하며 그들을 상대해 왔다. 그런데 프레멘의 저항이 거세진 상황에서 채굴기의 방어인력은 왜 이리도 허술한가? 거꾸로 채굴기를 미끼로 해서 프레멘을 몰살시킬 생각은 왜 못하나? 여기선 프레멘이 폴에 대한 종교적 믿음으로 더 강해진 것처럼 보인다기보다, 그냥 하코넨 쪽이 너무나 바보같이 보인다. 황제 또한 그렇다. 황제는 은하계의 대 가문들을 사다우카의 무력과 자신의 정치력으로 조율하는 세력이다. 물론 그 뒤에 베네 게세리트가 있었다고 해도, 여기서 보여주는 황제의 모습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허약한 모습이다. 만약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이 원작에 있다!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팬끼리 돌려보는 2차 창작 팬무비에 불과하다. 영화는 영화로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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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지만, 듄의 스토리가 현재 세계정세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아주 궁금해진다. 모티브를 따온 종족과 별개로 내용을 보자면 아트레이데스는 영국(미국) / 하코넨은 나치 / 프레멘은 유태인과 흡사하다. 현재 2편까지의 내용을 보면 영국이 유태인을 나치에게서 구해 유태인의 나라 이스라엘을 세워준 역사와 비교되는데, 그 뒤 이스라엘은 미국을 등에 업고 주변 아랍국가와 팔레스타인과 끝없이 전쟁해 왔다. 이는 3편에 나올 내용, 대가문들과의 전쟁과도 연결된다.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난민을 무차별 학살하는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듄: part 3>가 이것을 어떻게 느끼게 만들까? 미국인과 이스라엘 인들은 그 내용을 자신들의 이야기와 연결시킬 수 있을까?
드니 빌뇌브가 소설 <듄>을 너무나도 멋지게 실사 영화로 만들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의 고질적인 약점인 빈약한 액션 서사가 더욱 두드러졌다. 게다가 그 빈약함을 영상미와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멱살 잡고 끌고 가고 있는 모양새다. 1편보다 2편이 조금 더 완성도가 높다고 한다면, 3편은 부족함을 더 채워서 나왔으면 좋겠다. 장대한 우주 대 서사시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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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릴러 영화 추천 <O2>, 답답함과 막막함 사이
<O2> 포스터 및 스틸 이미지 (출처: IMDB)
<O2(Oxygen)>
바로 며칠 전에 공개된 따끈따끈한 넷플릭스 신작 영화 <O2>를 봤습니다. <O2>는 <엑스텐션>, <미러>, <피라냐>, <크롤> 등 시종일관 관객을 괴롭히는 한결같은 취향의 작품을 고집해온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나우 유 씨미: 마술 사기단>, <6 언더그라운드> 등에 출연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프랑스 출신의 팔방미인 배우 멜라니 로랑이 주연을 맡은 작품인데요. 공개 2달 전부터 블로그에 티저 예고편, 공식 예고편까지 올릴 정도로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던 영화입니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높은 로튼토마토 신선도를 기록하고 있고, 대체적으로 반응들이 괜찮은 편이라 기대감 100%인 상태로 영화를 봤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90%가 넘는 신선도를 기록할만한 작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O2>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냉동 수면 장치 안에서 눈을 뜬 주인공 '엘리자베스 앙센'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갇힌 곳이 어딘지도, 어쩌다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지도, 심지어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인데요. 거기다 온몸이 묶인 상태로 깨어난 탓에 눈을 뜨자마자 불안함은 최고조인 상태입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도와주세요~"를 외쳐보지만 들려오는 건 의료용 인터페이스 AI인 '밀로'의 음성뿐인데요. 엘리자베스는 밀로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극저온 캡슐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몸이 아프기 때문에 캡슐에 들어온 것이고, 문뜩문뜩 오버랩되는 기억의 파편을 토대로 자신이 병원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데요.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밀로에게 자신의 신원을 물어보는데요. 밀로는 이름 대신에 '오미크론 267'이라는 뚱딴지같은 대답을 내놓습니다. 곧이어 엘리자베스는 캡슐 안에 산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고, 캡슐 안에 가만히 누워 누군가가 자신을 구조해 줄 때까지 기다릴 여유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O2>는 제한된 장소에서 제한된 단서로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흔히 밀실 공포 스릴러라고 하죠. 그런 상황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 파워가 대단하기 때문에 그동안 영화의 단골 소재 중 하나로 많은 영화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당장 기억나는 것만 해도 <큐브>, <폰 부스>, <베리드> 등이 있었고, <O2>는 그 작품들에다가 SF 장르까지 결합하며 나름대로 차별화된 밀실 스릴러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일랜드>, <그래비티>, <패신저스> 등과 같은 다른 SF 영화들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는데요. 지금까지 적은 영화만 무려 6편이죠. 그만큼 <O2>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장면과 이야기를 한데 모은 것 같은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좋은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고 레퍼런스를 따오는 건 좋습니다. 사실 100%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는 만들기가 쉽지 않죠. 어떤 작품에서 영감을 받든, 더 좋은 영화만 만들어내면 대놓고 표절하고 따라 하지 않는 이상 뭐라 할 사람은 많지 않죠. 하지만 아쉽게도 <O2>는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폰부스>, <베리드>, <그래비티> 중에서 (이미지 출처: INDB)
나름대로 영화판에서 잔뼈 굵은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이기 때문에 영화 자체는 몰입도 있었습니다.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반전도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괜찮았고요. 특히 멜라니 로랑의 연기가 정말 좋았는데요. 이런 밀실 스릴러, 특히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한 명 밖에 등장하지 않는 1인극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홀로 극을 이끄는 배우의 역량이 중요할 수밖에는 없죠. 사실 <O2>는 목소리 출연도 몇 명 있었고, 회상 장면을 통해 다른 인물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멜라니 로랑이 홀로 극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무방한 영화입니다. 멜라니 로랑은 말 그대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온갖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의 상황을 침착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로 잘 표현해냈습니다.
그 외에 영화가 주는 스릴의 쾌감은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스릴보다는 답답하고 꽉 막힌 기분이 들었는데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이런 영화를 볼 때 꼭 한 번쯤은 "내가 저런 상황에 처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O2>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당연히 무섭고 섬뜩하겠지만 그보다는 막막하고 답답한 게 더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주인공이었다면 그냥 모든 걸 포기했을 것 같습니다..ㅎㅎ;; 엄청난 스릴은 기대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킬링타임 정도는 해주는 영화 <O2>였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리쓰남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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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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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나이브스 아웃2>, 12월 23일 공개
ⓒ 넷플릭스
2019년 개봉한 추리 스릴러 <나이브스 아웃>의 후속편이 넷플릭스에서 오는 12월 23일에 공개된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억만장자의 ‘살인 사건 게임’이 예고된 그리스 외딴섬에
초대되지 않은 뜻밖의 손님 브누아 블랑이 나타나 진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리하는 영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부국제 오픈시네마 첫 상영작 선정
ⓒ 네이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그간 부산국제영화제가 거리두기와 인원 제한 등으로
정상 개최할 수 없었던 ‘오픈 시네마’의 첫 상영작으로 선정되었다. 영화는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이 어느 날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정재, 스타워즈 주연 발탁
ⓒ 아티스트컴퍼니
배우 이정재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화 내용과 이정재가 맡은 캐릭터 등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공조2: 인터내셔날>, 개봉 첫 주 260만 관객 돌파
ⓒ 네이버 영화
유쾌하면서도 압도적인 볼거리로 호평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공조2: 인터내셔날>이 개봉 첫 주에
누적 관객수 260만 명을 돌파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극장가를 완전히 점령했다.
해외
<썬더볼츠>, 플로렌스 퓨·세바스찬 스탠 주연 확정
ⓒ 마블 인스타그램
10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D23 엑스포에서 케빈 파이기는 <썬더볼츠>의 캐스팅을 발표했습니다.
블랙 위도우 역의 플로렌스 퓨, 윈터 솔져 역의 세바스찬 스탠, 레드 가디언 역의 데이비드 하버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영화는 내년에 촬영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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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 근래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내가 나인지 일이 나인지 모를 일(?)아일체의 상태가 되었다고나 할까. 나 자신으로 불리기보다는 직책이나 일 그 자체로 불리기가 비일비재했던 요즘, 괜스레 센치해져서는 '삶이란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따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존재한다는 것. 그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그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가장 본질적인 자신으로서 존재하게 되는걸까?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의문을 품어 봤을 거라 생각된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주인공, 산드라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1. 이도 저도 아닌 삶
산드라의 삶은 미적지근하다. 평온함에서 오는 미지근함이 아니라 언제든지 끓어오르거나 얼어버릴 수 있는 애매한 상태라고나 할까. 그는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다정하고 충실한 딸이자 사랑스러운 외동딸을 소중히 보살피는 한부모 가정의 엄마이다. 또 한편으로 어머니의 방임 아래 자라난 소녀였고, 더 이상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 여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일들'을 묵묵히 수행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살아갈 뿐인 이 삶에서 나는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점점 그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잊어버리는 아버지를 보며 산드라는 수없이 되물었을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
"거기 육체(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는 껍데기일 뿐이고 책(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모은 유산)은 영혼이니까'라고. 이는 아버지를 두고 한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자신을 얼마쯤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 않을까.
2. 눈 먼 사랑
그런 그에게도 삶의 낙이 있다. 전남편의 친구인 클레망은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산드라의 곁을 지켜주며 그를 살뜰하게 위로해 준다. 클레망을 만나면 재미없고 우울한 나날들도 잠시 잊히고, 산드라는 온전히 그 자신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취한다. 클레망은 자신을 온전히 '산드라'로 봐주는 것만 같다. 산드라는 그가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을 '존재하게'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잊었던 것만 같은 사랑이 다시 불타오르자 그의 삶은 활력이 돈다. 그것이 너무 달콤해서일까. 그는 그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 클레망이라는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것. (그렇다. 프랑스 영화가 프랑스 영화했다.) 산드라에게는 클레망이 무엇보다도 절실하지만, 언제나 한쪽 다리는 '자기 가정'에 담그고 있는 클레망에게 산드라는 언제나 2순위다. 아무리 달콤한 말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들,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산드라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를 끊지 못한다. 이런 사랑이라도 해야 살 수 있을 것 같을테니까. 그것은 담배나 술과도 성질이 비슷하다. 해로울 게 분명한데도 끊지 못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아마도 산드라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미적지근하게. 때때로 위태롭게 불타오르면서.
3. 존재한다는 것
다시 산드라의 아버지의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 보자. 산드라의 아버지인 게오르그 교수는 퇴행성 질환으로 읺평생에 걸쳐 쌓아온 지식을 잊어간다. 얄궂은 뇌의 착각으로 인해 시력이 남아 있는데도 앞을 보지 못하고, 어느 장소에 있으면서도 그 장소에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해 버린다. 자신의 존재를 끊임 없이 지키고자 써내려갔던 게오르그의 수첩은 그의 절실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딸인 산드라도 어쩌면 아버지와 사정이 비슷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보다도 상황이 나쁜 것 같다. 적어도 아버지인 게오르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를 온전히 사랑해 주는 끝사랑이 남았지 않은가. 그는 여자로서의 자신을 잊고, 사랑을 잊었다. 나중에는 클레망을 온전히 독차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잊고, 잊은 척을 하는 사이에 그는 점점 약해진다. 희미해진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미적지근 한 삶 속에서. 어느 쓰고도 멋진 아침을 맞이하면서.
데카르트의 말처럼 '생각하는 이는 곧 존재하는 것'일까? 혹은 김춘수의 시처럼 '타인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그 자신'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진정한 나로서 산다는건 대체 어떤 것일까? 나는 철학자도 아니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남으로 말미암아 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만은 확실하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느 멋진 아침>을 보며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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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파일럿으로 변신한 조정석의 압도적 연기 / 빵빵 터지는 코미디 / 매력적인 이주명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파일럿"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쿠키영상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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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31]직쏘가 생각나게 하는 쏘우의 스핀오프 스파이럴 개봉!! 재밌다!
쏘우의 스핀오프 영화 스파이럴이 개봉했습니다.
배우 크리스락이 기획아이디어와 각본에도 참여했는데요.
주연 배우로도 활약하고 있죠.
코미디 배우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크게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고 있어요.
영화도 쏘우 시리즈의 초기 영화들 처럼 너무 급하지 않게 서서히 발동을 걸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너무 쏘우 시리즈와 동일한 구성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보는 재미는 있네요.
기존의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영화에요.
감독은 대런 린 보우즈만 인데, 쏘우 2,3,4편의 감독이었죠. 다시 원래 잘하던 시리즈로 돌아왔네요.
그동안 공포영화들을 찍어왔지만 사실 거의 B급공포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 전체를 봐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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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 메인 예고편
올해 대학에 입학한 첫째 아들 지미의 클럽 활동과 기상 시간까지 챙기는 바바라는 네 아이의 엄마다.
어느 날, 대학 클럽 신고식에서 지미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긴 시간을 침묵으로 기다린 바바라는 잠시 집안일을 미뤄 둔 채 지미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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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시오페아> 메인 예고편
“괜찮아…” 한마디에 눈물샘 폭발! 안성기 X 서현진 애틋한 부녀 열연 모두의 마음을 울릴 아주 특별한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