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8-27 09:16:26
[SIWFF 데일리] 투명한 수채화처럼, 다시 시작
영화 <잉게보르크 바흐만: 사막으로의 여행>
SYNOPSIS
비범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자신의 시로 남성 지배적인 독일 문학계를 사로잡는다. 경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 바흐만은 유명한 극작가 막스 프리슈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열정적이었으나 일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끝없이 부딪힌다. 지친 바흐만은 친구들과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자기 자신, 무엇보다 자신의 시를 되찾기 위해.
PROGRAM NOTE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실제로 스위스 극작가였던 막스 프리슈와 연인관계였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이어졌고, 이후 바흐만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중 오스트리아의 영화감독이자 극작가였던 아돌프 오펠을 만나게 된다. 오펠은 그녀에게 이집트 사막으로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하는데, 이 여행으로 바흐만은 여성이자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여행의 경험은 그녀의 이후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영화는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자서전 중 한 부분일 수 있는 일련의 이야기를 비 연대기적으로 교차, 나열한다.
관객은 영화 속에서 서로 다른 세 개의 몸을 만난다. 하나는 무한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자신을 확장하고자 하는 바흐만의 몸, 또 하나는 그 몸이 발산하는 생동감을 질투하면서 그 몸을 지배하려는 막스 프리슈의 무겁고 자기중심적인, 고집스러운 몸이다. 마지막 하나는 무거운 몸에 짓눌려 극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몸에게 손을 내밀어 비로소 모든 억압의 경계를 벗어나 넓은 세상을 향해 확장될 수 있게 안내하는 아돌프 오펠의 몸이다. 서로 다른 세 몸이 엮어내는 관계의 직조를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해 질문한다. [이경미]

서른 살을 목전에 두었던 어느 날, <삼십세>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른을 맞는 새해에 읽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며 샀다. 대다수의 책이 그렇듯 아직도 펼쳐지지 못한 채… 책장 한 구석에 꽂혀 있다. 사실 서른을 언제 넘긴 거지 당황하며 어느 날 펴서 몇 장 넘겼고, 읽은 내용 대비 많은 밑줄을 쳤던 것까지는 기억하지만… 언젠가 제대로 다시 읽을 책으로 보아두고 넘어갔다. 마흔 되기 전에만 읽으면 되겠지 뭐.
그리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그 작가의 이름을 본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게다가 로자 룩셈부르크, 한나 아렌트 등 저명한 여성 인사들의 얼굴을 영화로 새로이 그려내는 데 정통한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이다. 심지어 그 얼굴을 비키 크립스가 분하고 있다. <팬텀 스레드>나 <코르사주> 등 언제나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가, 이미 문단의 화려한 이름이 되어 있는 시절의 잉게보르크 바흐만을 연기한다. 궁금했던 얼굴을.

영화는 사건의 발생 순서에 따라 선형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 스위스 극작가 막스 프리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관계를 쌓아가는 과거 시간의 한 축과, 그와 헤어지고 아돌프 오펠이라는 인물을 만나 사막 여행을 떠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미래 시간의 한 축을 얼기설기 엮었다. 두 개의 관계, 두 개의 시간 축에서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상대와 어떤 식으로 사랑의 관계를 쌓아 가는지, 어떤 태도와 어떤 표정을 짓는지가 대조되어 보일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그리고 영화 내내, 그러니까 전혀 다른 두 개의 시간 축 내내, 심지어 글이 써지지 않거나 시를 쓰지 못하겠다는 말을 할 때조차도, 그는 시인이고 작가이고 예술가이다. 비키 크립스는 잉게보르크가 시인임을 매 순간 표정에서 눈빛에서 뿜어내듯 연기했다. 그러니 누구를 사랑하든, 어디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든, 잉게보르크는 잉게보르크라는 예술가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는 실존했던 한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예술하는 여성의 풍성한 이야기로도 기능하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요즘 <문명특급>에서 재재가 펼치는 연애상담에 사연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면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라도… 내보내고 싶어진다. 아님 진짜 하다 못해 귀에 대고 뉴진스 노래 ETA라도 좀 틀어주시겠어요? 아무튼 뜯어말리고 싶어진다. 걔는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수상한 밑밥을 까는 발언을 많이 했다고. 아니 남자는 여자를 잘 몰라서 여자의 자기 표현이 중요하다는 인간이, 정작 잉게보르크가 자기를 표현하는 중요한 질문에는 대답도 안 했잖아. 일단 모든 말의 주어가 남자는~ 여자는~ 이런 식의 일반화인 사람은 믿으면 안돼! 게다가 처음부터 너를 ‘독일의 스타’로만 보고 있으면서 왜 취리히로 널 부르는 거야? 너 진짜 취리히에, 그 사람 집에 갈 거야?
잉게보르크가 막스와 같은 유형의 사람이었다면 그런 막스와 순탄한 사랑을 했을 것이다. 끼리끼리 잘 만나셨네요 소리나 들었겠지. 그러나 잉게보르크는 세계에 표표히 서 있는 존재다. 나치가 오용했던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자기 책임을 지는 몽상가를 그려냈다. 빌런도 없고 정해진 운명 같은 것도 없는 주인공. 취약한 세계에 홀로 있는. 거기에는 잉게보르크 본인이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사실 잉게보르크와 같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자신이 취약한 세계에 발 디딘 존재라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
실존 인물 막스 프리슈와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어떤 관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 막스는 잉게보르크와 만나 두 사람의 새로운 세상을 꾸리는 게 아니라, 자기 세상 안에 잉게보르크를 넣어두고 싶어한다. 잉게보르크의 말마따나 일하는 여성, 생각하는 여성, 자주적인 여성에게는 최악의 형태다. 막스가 일하는 시간을 비롯 자기 루틴을 명확하게 지킨답시고 커피 잔 하나를 들고 타자기 앞에 덜렁 앉을 때, 잉게보르크는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하고, 타자기 소리에 괴로워한다. 불만을 제기하면 아이처럼 어르고 달래는 말이 돌아온다.
이따금 자신에 대한 과도한 확신은 주변을 불행하게 만든다. 잉게보르크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 위험은 감수하겠다고 말하면서, 잉게보르크는 자신 옆에서 불행해지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막스의 기묘한 자기 확신처럼. 사막에 데려다 주겠다던 남자는 아름다운 자기 나라를 못 떠나겠다고 하고, 잉게보르크의 일적인 대화나 과거의 인연 하나하나에도 벌컥 화를 내며 식사 준비나 제대로 하라고 한다. 그 지점에서 이 사랑은 분명 잉게보르크를 파괴하는 방향이었다고 본다. 결국 잉게보르크가 막스의 일기장인 푸른 노트를 펴보는 순간, 꼭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푸른 노트가 푸른 수염은 아니었던가.

반면 아돌프는 들어주는 사람이다. 잉게보르크가 미라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며 모래밭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하는 비합리적 요구까지 순순히 응하고 듣는다. 잉게보르크가 밤 산책을 거절하면 그냥 조용히 물러난다. 자신이 아니면 잉게보르크의 꽃병이 채워지지 않길 바랐던 막스와 달리, 그는 잉게보르크를 그대로 둔다. 잉게보르크의 방식으로 해방을 맞는 순간에도 조용히 옆에서 웃고 있고, 자유롭게 걸어가는 잉게보르크를 뒤에서 지켜보다가 그가 관심을 보인 직물을 구입할 뿐이다. 선물하는 장면 같은 것도 없이, 그냥 다음 장면에 잉게보르크가 머리에 두르고 있다. 이 작고 사소한, 그래서 좋은 사랑.
통제와 소유, 안정적이라는 환상의 텁텁함. 막스 프리슈의 육중한 몸과 그의 집에 가득한 색채는 꼭 유화 물감 같다. 덧발라 완성할수록 무언가가 가려진다. 반대로 아돌프 오펠의 말과 행동들은 잉게보르크 주변에 투명한 수채화로 그린 배경이 된다. 사막을 바라보는 잉게보르크의 얼굴이 그래서 편안해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잘 안 맞는 사람이랑 헤어졌고 새로운 사람 만난 여자 이야기’ 정도로만 요약할 수 없다. 막스와의 끝, 아돌프와의 시작…이라기엔 너무나, 제목처럼, 잉게보르크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건 잉게보르크의 끝, 잉게보르크의 시작이다. 사랑은 물론 삶의 커다란 일부이고, 아돌프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잘 맞지 않았던 막스와의 사랑 또한 잉게보르크에게는 큰 부분이었다. 헤어지고 오래 아팠을 만큼. 그러나 그 내내, 잉게보르크는 예술가였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투명하고 솔직하게 반응하는 인간인 동시에, 준엄하게 말을 골라내고 언어의 심지를 돋우는 시인이었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커다란 것을 떠나보낸 후에 한 번쯤 꺼내 보면 좋을 영화이다. 새로운 삶, 새로운 시작을 계속해 가는 게 인생이니까. 동시에 내가 사랑하고, 내게 커다란 의미를 가진 것들이 떠나간 후에도 내게 존재하는 것, 내가 차마 손 닿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조차도 나를 떠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도 질문하게 된다. 잉게보르크의 시와 같은 것, 그것만 있다면 많은 끝이 찾아와도 또 다시 무수한 시작점을 이어 붙여가며 어찌저찌 인생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완만한 선형으로. 그 옆에 수채화 물감으로 투명하고 곱게 배경을 칠해주는 사랑이 있다면, 더욱 좋겠다.
2023.08.26. 15:30-17:2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MX관 (상영코드 220)
2023.08.29. 14:00-15:5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상영코드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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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밤, 꼭 봐야할 스릴러 zip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벌써 토요일이네요…!
비 내리는 밤, 축축한 공기가 서늘함을 더하죠.
서늘하고 축축한 스릴러가 생각날 때
여러분의 ‘비 오는 밤 필람 스릴러’는 무엇인가요?
❶ 아이덴티티 (2003), 제임스 맨골드
❷ 하녀 (1960), 김기영
❸ 인썸니아 (2002), 크리스토퍼 놀란
❹ 마더 (2009), 봉준호
❺ 택시 드라이버 (1976), 마틴 스콜세지
❻ 프라이멀 피어 (1996), 그레고리 호블릿
❼ 미스틱 리버 (2003), 클린트 이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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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면의 밤이 이제 그만 멈출 수 있도록
아침이 밝기 전에 겨울 노래를 다 익혀야 해요.
도돌이표 사이 반복해 흐르던 불면의 밤이 이제 그만 멈출 수 있도록.길상호, '겨울의 노래', 『우리의 죄는 야옹』
늦은 밤, 누군가의 집 앞에서 서성이는 한 여자. 들어갈까 말까, 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서기를 반복. 결국 문을 두드린다. 어떤 남자의 집이다. 이웃에 살지만 데면데면하고 서로 잘 알지는 못하는 사이인 두 사람. 집 안을 흘끗거리는 여자를 보고 남자는 어색하게 집 안으로 안내한다. 뜸을 들이며 머뭇거리던 여자가 본론을 꺼낸다.
"괜찮으시면 언제 제 집에 오셔서 같이 주무실래요?
섹스를 하자는 게 아니에요.
그냥, 침대에 함께 누워서 잠들 때까지 얘기하면서 밤을 보내자는 거죠.
밤은 정말 끔찍하지 않아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생각해보겠다고 한 남자는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여자의 집에 전화를 건다. “어제 이야기한 것 말인데, 좋아요.”, “언제가 좋을까요?”, “내일 밤?” 2014년 작고한 켄트 하루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2017)은 위와 같이 시작된다. ‘애디’(제인 폰다)는 남편과,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는 아내와 각각 사별한 뒤다. 두 사람은 70대고, 혼자 살고 있다. 이를테면 동네 커피숍에서 또래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정원을 손질하는 등 소일하며 살던 두 사람은 서로가 수십 년을 이웃하며 한 동네에 살았다는 것에 놀라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밤에 우리 영혼은>은 흔하게 떠올릴 법한, 황혼의 로맨스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혼자라는 삶에서 근본적으로 사라질 수 없는, 누구나의 보편적인 외로움에 대한 영화에 가깝다. 타인과 함께 있지 않아서 찾아오는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의 적막을 견디기 어려울 때 생기는 외로움. 처음에 ‘루이스’는 동네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여 ‘애디’의 집 뒷문으로 출입하지만 ‘애디’는 그가 앞문으로 들어오길 원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고독감은 누군가로부터가 아니라 바로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애디’는 용기를 낸 것이다. 비슷한 취향이나 세계관을 가진 타인과 나누는 대화가 일정 부분 해소해줄 수 있을 외로움을 인정하면서.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빗소리를 들었다. 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이렇게 좋을 자격이 내게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그가 말했다. 어머, 당신도 행복할 자격 있어요. 그렇게 안 믿어요? 지난 두어 달, 그리된 것 같아요. 이유는 뭔지 몰라도요.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여전히 회의적인 거죠? 모든 것은 변하니까요.
-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김재성 옮김, 뮤진트리, 2016, 111쪽.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라는, 박연준 시인이 프리다 칼로에 대해 쓴 책 제목을 떠올린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 있다는 느낌. 자동차 소리나 밖을 지나는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 홀로 불 켜진 편의점과, 영업 마감 시간을 앞두고 드문드문 손님이 앉아 있는 작은 술집. 밤은 조용한 시간이어서 다른 사람보다는 혼자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는 시간이다.
‘손만 잡고 자는’ 영화 속 두 사람을 보면서, ‘함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누군가의 존재를 막연하게 떠올린다. 혼자인 낮에는 커피숍에 앉아 책 한 권을 낀 채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점원을 흘끗 관찰하기도 하지만 혼자인 밤에는 반겨주는 이 없는 집에 들어가 어둠과 적막을 뚫고 침실이나 서재로 향한다. 음악을 틀어두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에 몰입하는 건 혼자임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
이 글 역시 새벽에 쓰고 있다. 몇 명일지 모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글보다 몇 명인지 아는 특정 소수에게 닿는 글이 더 쓰고 싶은 글이라고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바로 지금과 같은 마음 때문이다. 스스로를 지금 당장 누군가와 대화가 필요한 외로운 사람이라 의식하지는 않는다. 실은, 혼자서 꽤 시간을 오래 잘 보내는 편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 글이 혼자만의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일이라 생각하면,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말 걸기’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괴롭거나 외롭지 않게 된다. 외로운 영혼들이 서로에게 용기를 내서 건네는 대화로 혼자의 두 밤을 두 사람의 한 밤으로 채워가는 <밤에 우리 영혼은>의 이야기는 대단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적적한 밤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빛을 밝히는 작고 은은한 독서용 램프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이 글을 하루 일과를 끝마친 밤에 읽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하자면,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넘어 생면부지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된다. 밤에 우리 영화는요, 하고 말을 걸듯이.
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 포스터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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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엔 추리물 몰아보기(Feat. 크라임씬 과몰입러)
요즘 크라임씬이 장안의 화제죠.
크라임씬은 2014년부터 시작된 추리 예능인데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계속해서 1위를 차지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죠.
씨네랩지기도 참 좋아하는 작품이랍니다!
연휴에 몰아보기 위해 아직 아껴두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오랜만에 찾아온 황금 연휴, 크라임씬 몰아보면서 그 기세를 이어 추리 요소가 가득한 영화까지 이어 보면 너무 좋을 것 같죠?
오늘 소개해드린 영화 말고 재밌는 영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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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과 시선의 방향
SYNOPSIS.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POINT.
✔️ 실화 기반이지만,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전개됩니다.
✔️ 그러나 잔인한 장면은 들어있지 않아요. 저는 이 지점이 좋았습니다.
✔️ 속도감 있는 전개 안에서, 방송국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의 책임감과 고민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 더불어 언론인들의 전문가다운 면모로 척척 손발이 맞는 장면들도 재미있었어요.
✔️ 그 장면들을 뒷받침하는 것은 다양한 배우들의 협연입니다. <퍼스트 카우>, <쇼잉 업>에서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존 마가로, <티처스 라운지>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레오니 베네쉬가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 포스터만 보면 <스포트라이트>보다 10년 앞서 나온 영화처럼 보여요... 하지만 영화는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영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버거워하고, 영화라 해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테러를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건 존 마가로의 얼굴이 궁금해서였다. <퍼스트 카우>에서 소처럼 순박한 눈망울을 보여주었고, <쇼잉 업>에서 불퉁하게 세상과 불화하는 동생의 표정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그리고 나는 존 마가로를 못 알아볼 뻔 했다. 아니 존 마가로를 궁금해 할 겨를이 없었다. 빠른 전개 안에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느라.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영화관에 앉았지만, 극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언론의 생중계 현장을 담은 영화이다 보니 그들의 대화와 상황 설명을 통해 친절하게 정보가 전달되고, 방송을 만드는 과정을 척척 담아내어 그 설명이 늘어지는 법도 없다. LA 비평가 협회상에서 편집상을 수상한 이유를 알 것 같은 대목이다.
전개가 빠른 영화의 스토리라인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보고 나서 마음에 남은 생각들만 정리해 보고 싶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
영화 초반에 인물들이 서로의 국적을 인식하고 있음이 대사에서 수 차례 드러난다. 지네딘 수알렘이 연기한 캐릭터 자크의 경우, 자크라는 이름보다 프랑스인이라는 국적으로 더 많이 불리고 인지될 만큼 국적이 강조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당시의 상황을 조망한다. 독일에 대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세계, 세계에 대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독일. 앙금은 남아있지만 이제 가장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이벤트가 펼쳐져야 한다. 국적에 따라 다른 입장은 개인의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 평화와 우호를 말하는 행사에서조차 국적을 고려하여 방영 우선순위를 결정할 만큼.
우리 각자의 자리는 과연 각자만의 자리인가. 독일과 프랑스, 미국의 관계 뿐 아니라 영화의 배경이 되는 테러 사건 또한 국적에 따라 다른 입장과 감정이 뒤얽힌 사건이다. 테러리즘 사건 하나만 놓고 가타부타 판단하기엔 너무 많은 사건과 역사가 줄줄이 얽혀 있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맥마흔 선언과 밸푸어 선언의 발화자였던 영국을 비롯해 여기 얽힌 국가들이 더 많이 있다.
과거는 온전하게 과거로만 존재하지 못하고, 타자는 철저하게 타자로만 존재하지 못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무언가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가능한가? 언론인이라면 다르게 답할 수 있겠지만... 시민인 나로서는 그저 연결되어 있는 서로를 감각하며 나의 자리를 확인하고 내 시각이 어느 방향에 서 있는지를 좀더 명확히 아는 것, 그리고 그만큼을 감안하는 것, 어쩌면 그게 최선의 균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밖에서 조심스러워지는 마음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도 영화 바깥이 궁금했다. 그리고 보는 동안 혹시라도 이스라엘의 '피해자성'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올까봐 꽤나 긴장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감독과 제작진이 유대인인지 다급하게 찾아보게 될까봐 긴장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에. 영화의 안과 밖 또한 예외가 아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인질이 석방되고 군이 철수하고 있다. 그동안 사람을 말살할 것처럼 쏟아붓던 공격이 멈춘 것은 참으로 다행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지구를 "장악"해서 "재개발"하곘다는 소리를 하고 있고, 휴전 협상 다음 단계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 세상에서 팔레스타인 과격 단체가 이스라엘 대표단을 인질로 잡아 벌인 테러극을 담은 영화라면, 이 영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그리는지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전혀 담지 않았고, 테러 사건의 전개는 전화와 전보를 비롯한 소식으로 전달되어 대사로 공유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본인 할 일을 하는 언론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주력한 영화다운 선택이다.
영화 속 언론인들은 이제 막 도입된 위성 생중계라는 신기술과, 자신들이 정통한 각종 기술을 펼쳐 보인다. 옛날 텔레비전에는 저런 식으로 자막을 깔았던 거구나, 사진을 저런 식으로 확대했구나, 스튜디오 연결은 저렇게 하는구나... 같은 생각들을 하며 본 그들의 능숙한 손놀림 뒤에는, 지금 어디와 연결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 소식을 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그때그때 선택해야 하는 언론인들의 본능이 있다. 역시나, 영화 밖에서 조심스러워지는 마음이다.
제작자의 마음과 시청자의 마음
능숙하게 자기 일을 하면서 그때그때 판단을 내리는 언론인들의 모습은, 전문가처럼 보여 한편으로는 멋있으면서도... 동시에 징그럽다. 선택을 내릴 때 그들은 인간성을 우선순위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선택이 미칠 파장을, 그 경우의 수를 일일이 계산한다면 방송은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이 영화처럼 급박하게 굴러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뉴스 보도국이 아니라 스포츠국이지만 지금 상황을 곧바로 담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라는 사명감과, 방송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욕심과, 갑작스럽게 굴러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따라가는 데 분주한 마음은 이리저리 뒤엉킨다. 그 안에서 최소한의 윤리 준칙이 무너지기 너무 쉬워 보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동안 제작자의 마음보다 더 징그러운 것을 발견하는데, 내 안에서 발견한 시청자의 마음이다. 사건 전개를 궁금해 하면서 상황이 전개되기를 기다리는 기자의 마음, 또 나의 마음. 그건 어디를 향하고 있나. 심지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텔레비전을 보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모두가 각자의 스크린을 각자의 알고리즘 안에서 보고 있는 세상이다. 더블체크되지 않은 정보 채널이 마구 난립하는 세상.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언론인들이 서로 논의하며 갈등하여 적정선을 찾아가는 결과물조차 뜻하지 않은 사고를 칠 수 있는데, 그 과정조차 생략된 '가짜 뉴스 채널'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실시간으로 본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한때 실시간으로 보면서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어떤 순간들을 떠올렸다. 거대한 참사가 일어나는 장면을 몇날며칠 우리가 가만히 보고 있었던 순간들. 정제되고 편집된 뉴스 영상이 아닌, 마구잡이로 찍힌 사고 현장을 조용한 방에서 핸드폰으로 들여다 보면서 '이걸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맞아?' 싶었던 순간들. 가슴이 쿵쾅거려 잠들기 어려웠던 밤들로 이어졌지만, 이런 날들이 길어지고 아득해지면 무뎌질 수밖에 없다.
지난 15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얼추 추산하기로도 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고, 이 중 70% 가량이 여성과 어린이라는 UN의 분석이 있었다.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거라는 추측이, 카더라 통신이 아닌 의학 학술지에 실렸다. 병원과 학교는 의례적으로 마지막 안전지대지만, 전쟁 규칙을 무시하고 조준 폭격하기도 했다. 하루에 몇 명씩 죽었다더라, 그 중 아이들이 몇이라더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끔찍한 소식을 무수히 들으며 나는 이미 무뎌졌다. 실시간으로 본다는 것은 사람을 미치게 괴롭게 하거나 무뎌지게 하거나, 둘 중 하나의 수순이 되기 쉽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이 의미있게 느껴졌다. 불 꺼진 스튜디오에서 제프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 그곳은 유일하게 희미한 빛이 드는 공간이었다.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게시판이다.
우리의 시선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상황 전개 소식을 듣고 복도에 선 언론인들을 비추는 카메라가 흔들렸듯. 물론 흔들리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잡겠지만, 언론인도 흔들린다. (흔들렸을 때의 결과가 너무 끔찍하기에, 그들에게 남다른 균형 감각이 주어지길 간절히 바라게 되지만.) 시청자도 흔들린다. 시청자는 숫자가 되어 언론인에게 영향을 주고, 언론인들은 또 다른 숫자를 창조해낸다. 우리는 순환한다.
그러나 흔들림 끝에 우리의 시선이 희미한 빛 아래 사람의 얼굴에 머물 수 있다면. 결국 시선은 마음 가는 곳을 향하게 되어 있다. 95분을 빼곡하게 채우는 영화적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지만, 동시에 영화 바깥 나의 시선을 가다듬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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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인지 자작인지 뭣이 중헌디
조금도 의심할 여지없이 이름마저도 '응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나 영국 출신!' 이렇게 얘기하는 것만 같은 넷플릭스의 <브리저튼>. 19세기 영국판 <가십걸>이라고 해서 시대극이나 사극을 좋아하는 편이라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 그전에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 <루팡>을 보고 넷플릭스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있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 포함 모두들 시즌 2가 얼른 다시 돌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시즌 1의 여덟 편을 보는 내내, 나는 브리저튼 집안 8남매 중 다섯째인 엘로이즈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게 보면서도 아래와 같은 의문들이 지속적으로 떠올랐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결혼에 목숨을 걸어야 하지?'
'왜 남자들은 저렇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사는데 여자들은 못하지?'
언니인 다프네가 런던 사교계에 데뷔하여 좋은 신랑감을 찾기 위해 가면을 쓰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참아내는 것을 보며 엘로이즈는 언니처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서고, 결혼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공부와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시대가 시대이고 고증을 착실히 한 작품인지라 어쩔 수 없겠지만, (근데 그래 놓고 왜 굳이 다인종으로 캐스팅했는지는 잘 이해가 안되기는 함) 수많은 무도회에서 여자들은 춤을 신청하는 카드를 받아야지만 남자들과 춤을 출 수 있다. 남자들만 선택권을 가지고 있고 여자들은 선택받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 물론 남자들에게 '어서 나에게 춤추자고 신청해!' 압박을 넣을 수는 있다. 그리고 남자들이 관심 있는 여성에게 구애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가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남자들만 여자의 집에 방문할 뿐, 여자들이 먼저 발을 떼는 장면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장면들은 특정 문화나 관습, 풍습이 후대까지 굉장히 길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줬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주변은 아직까지도 여자들이 먼저 고백을 하거나 프러포즈를 하는 것에 대해서 위의 관점에서 해석을 한다. 여자가 먼저 말을 꺼낼 만큼 매력이 없다거나, 혹은 멋지다거나라는 식으로 평가를 한다. 그 기저에는 아무래도 호감의 표시나 프러포즈는 남자가 먼저 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런 생각들이 혹시 인간의 유전자에 박혀있어서 절대 빼낼 수 없는 건가 싶을 정도이다.
결국 우리의 1등 신붓감 다프네는 왕족 다음으로 높다는 공작의 부인이 된다. 조건만 최고인 게 아니라 둘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기까지 하니 일단 다프네의 결혼은 성공한 듯 보인다. 계속 보다 보니 당시 귀족 여성들이 왜 그렇게 결혼에 목을 매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녀들은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지 않는다. 그녀들은 단지 공작부인 혹은 자작부인, 이렇게 누군가의 부인으로 불릴 뿐이다. 쓰고 보니 '취집'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 배경을 생각하니 앞서 가졌던 의문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정도로 정리가 되었다. 실제 그 시대에 영국에서 살며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와 그녀의 자매들도 처음에 편견 때문에 남성 이름의 필명을 써서 책을 출간했을 정도라고 하니 그 당시의 시대상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그녀들을 정상 참작해주자.
우리나라는 은장도가 있을 정도로 여성이 순결이나 정조를 지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처럼 여겨졌다. 나는 이게 유교문화에서 파생된 것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영국 귀족 사교계에서도 떠받들어지는 가치였다. 미혼 여성들은 정원에 남자와 단 둘이 있기만 해도 스캔들에 휩싸여 혼사길 막힐 걱정을 해야 한다. 이 외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의 가장은 엄마가 아닌 첫째 아들인 점, 귀족 여성들의 생계와 삶의 질은 남편에게 달려있다는 점, 혼전임신이 굉장한 흠으로 여겨지는 점 등 여러 가지들이 내가 지금 사는 세상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앞서 말한 관습이나 풍습이 19세기와 21세기, 영국과 한국이라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듯하다. 좋다 나쁘다 혹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렇게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서 다 비슷한 걸 보면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마지막에 다프네는 본인을 괴롭혔던 가면을 벗고, '척'하지 않고 살기로 한다. 진실되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본인이 쓴 가면을 벗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프네는 물론 결혼과 출산을 인생의 과업으로 여기지만, 나름 주먹도 날릴 줄 아는 여성이었다. 내 남편이 공작인지 자작인지보다 중요한 건,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지점에서 다프네에게는 본인의 부모님처럼 아이들을 낳고 잘 기르면서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엘로이즈는 피아노와 자수를 배우는 대신,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싶어한다. 이 고민에는 정답이 없으니 다프네와 엘로이즈처럼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면 그뿐이다. 내 해답도 찾아가고 있는 중!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스인 줄만 알았는데, 보고 나니 의외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작품이었다. 얼른 시즌2가 나오길!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윤캔두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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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중국 개봉 가능할까?
마블 스튜디오의 CEO인 케빈 파이기는, 최근 인터뷰에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대한 중국 팬들의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파이기는 미국 레드 카펫 시사회에서 중국 영화평론가 레이먼드 저우(Raymond Zhou)와 14분 동안 영어로 단독 인터뷰를 가졌는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담긴 중국(아시아) 혐오에 대해 집중 조명했죠.
이 영화에 대한 중국 개봉일은 아직 발표된 적 없으며, 공식적으로 검열이 통과됐는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합니다. 과거 마블 스튜디오가 중국에서 거둔 수익을 본다면, 이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성공도 중국 시장에 달렸다고 볼 수 있겠죠. 박스오피스 수입의 가장 큰 열쇠가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어벤저스: 앤드 게임>은 중국에서 미국보다 이틀 먼저 개봉했으며, 총 6억 2,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외국 영화가 되었으며, 전체 수입도 6번째로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마블은 이 프로젝트(샹치)가 처음 발표된 이후 중국 현지에서 나타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프랜차이즈의 첫 아시아 슈퍼히어로가 기존 히어로들과 같이 충분한 매력을 갖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중국에서는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을까요? 첫 번째로, 많은 중국 팬들은 원작 만화에서 샹치의 아버지이자 적으로 나오는 푸 만추(Fu Manchu)가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 소비돼 온 전형적인 ‘중국인 악당’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인에 대한 서양인들의 인종주의적 편견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죠. 이에 관련하여 파이기는, “초기 만화책의 일부를 가져왔을 뿐”이라고 발하며, “어떤 식으로든, 어떤 형태든 이는 마블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 점을 여러 번 강조하고 반복했죠.
“푸 만추는 우리가 소유하거나, 소유하고자 하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만화에서 많이, 아주 많이, 아주 오래전에 바뀌었어요. 우리는 이 영화에 그를 출연시킬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푸만추는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고, 샹치의 아버지도 아니며, 심지어 마블 캐릭터도 아니고, 수십 년 동안 등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두 번째로, 만화에서 때때로 ‘샹치’가 서양을 수용하기 위해 중국 뿌리를 버리는 것으로 그려지고, 심지어 한 줄거리(코믹북)에서는 아버지를 살해하기까지 한다는 것이 중국의 우려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이기는, “이러한 부분은 우리가 변화시킨 요소 중 하나입니다.”라며 중국 팬들을 안심시켰다. “만화는 모두 60년, 70년,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거의 모든 만화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우리는 MCU 방식으로 바꾸고 싶은 요소들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그러한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는 “이 영화는 사실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라며 샹치가 젊은 시절에 아버지의 유산으로부터 도망친 후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되는지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이 문제를 어떻게 직면하고 극복할 것인지가 이야기의 일부분이라고 전했죠.
이 외에도, 극 중 악당인 만다린을 연기하는 양조위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라고 표현했으며, 주인공인 시무 리우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습니다. 중국 팬들은 시무 리우가 이 역할을 맡을 만큼 매력적이거나 카리스마 있지 않다는 지적을 해왔는데요. 심지어 이 캐스팅을 인종차별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파이기는 이에 관해, MCU의 새로운 캐릭터는 상당수가 덜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했으며, 톰 히들스턴, 크리스 헴스워그, 톰 홀랜드, 크리스 에반스 심지어 초기에 큰 반발을 일으켰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빗대어 해명했습니다.
이 인터뷰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는데, 중국 현지 반응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 영화 블로거는 파이기가 “모호하거나 의도적으로 대답한 것”이 아닌 매우 진실되게 인터뷰에 임했다고 평가했죠. 중국 매체 웨이보의 한 유저는 “이전에는 안 볼까 생각했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려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댓글을 작성했습니다. 물론, 다른 네티즌들은 “샹치가 개봉하기 직전이 되어서야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했다”라며 비판하기도 했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포함한 MCU의 미래가 달려 있을 수도 있는 중국 시장, 케빈 파이기의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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