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08-27 09:16:26
[SIWFF 데일리] 투명한 수채화처럼, 다시 시작
영화 <잉게보르크 바흐만: 사막으로의 여행>
SYNOPSIS
비범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자신의 시로 남성 지배적인 독일 문학계를 사로잡는다. 경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 바흐만은 유명한 극작가 막스 프리슈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열정적이었으나 일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끝없이 부딪힌다. 지친 바흐만은 친구들과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자기 자신, 무엇보다 자신의 시를 되찾기 위해.
PROGRAM NOTE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실제로 스위스 극작가였던 막스 프리슈와 연인관계였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이어졌고, 이후 바흐만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중 오스트리아의 영화감독이자 극작가였던 아돌프 오펠을 만나게 된다. 오펠은 그녀에게 이집트 사막으로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하는데, 이 여행으로 바흐만은 여성이자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여행의 경험은 그녀의 이후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영화는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자서전 중 한 부분일 수 있는 일련의 이야기를 비 연대기적으로 교차, 나열한다.
관객은 영화 속에서 서로 다른 세 개의 몸을 만난다. 하나는 무한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자신을 확장하고자 하는 바흐만의 몸, 또 하나는 그 몸이 발산하는 생동감을 질투하면서 그 몸을 지배하려는 막스 프리슈의 무겁고 자기중심적인, 고집스러운 몸이다. 마지막 하나는 무거운 몸에 짓눌려 극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몸에게 손을 내밀어 비로소 모든 억압의 경계를 벗어나 넓은 세상을 향해 확장될 수 있게 안내하는 아돌프 오펠의 몸이다. 서로 다른 세 몸이 엮어내는 관계의 직조를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해 질문한다. [이경미]
서른 살을 목전에 두었던 어느 날, <삼십세>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른을 맞는 새해에 읽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며 샀다. 대다수의 책이 그렇듯 아직도 펼쳐지지 못한 채… 책장 한 구석에 꽂혀 있다. 사실 서른을 언제 넘긴 거지 당황하며 어느 날 펴서 몇 장 넘겼고, 읽은 내용 대비 많은 밑줄을 쳤던 것까지는 기억하지만… 언젠가 제대로 다시 읽을 책으로 보아두고 넘어갔다. 마흔 되기 전에만 읽으면 되겠지 뭐.
그리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그 작가의 이름을 본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게다가 로자 룩셈부르크, 한나 아렌트 등 저명한 여성 인사들의 얼굴을 영화로 새로이 그려내는 데 정통한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이다. 심지어 그 얼굴을 비키 크립스가 분하고 있다. <팬텀 스레드>나 <코르사주> 등 언제나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가, 이미 문단의 화려한 이름이 되어 있는 시절의 잉게보르크 바흐만을 연기한다. 궁금했던 얼굴을.
영화는 사건의 발생 순서에 따라 선형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 스위스 극작가 막스 프리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관계를 쌓아가는 과거 시간의 한 축과, 그와 헤어지고 아돌프 오펠이라는 인물을 만나 사막 여행을 떠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미래 시간의 한 축을 얼기설기 엮었다. 두 개의 관계, 두 개의 시간 축에서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상대와 어떤 식으로 사랑의 관계를 쌓아 가는지, 어떤 태도와 어떤 표정을 짓는지가 대조되어 보일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그리고 영화 내내, 그러니까 전혀 다른 두 개의 시간 축 내내, 심지어 글이 써지지 않거나 시를 쓰지 못하겠다는 말을 할 때조차도, 그는 시인이고 작가이고 예술가이다. 비키 크립스는 잉게보르크가 시인임을 매 순간 표정에서 눈빛에서 뿜어내듯 연기했다. 그러니 누구를 사랑하든, 어디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든, 잉게보르크는 잉게보르크라는 예술가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는 실존했던 한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예술하는 여성의 풍성한 이야기로도 기능하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요즘 <문명특급>에서 재재가 펼치는 연애상담에 사연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면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라도… 내보내고 싶어진다. 아님 진짜 하다 못해 귀에 대고 뉴진스 노래 ETA라도 좀 틀어주시겠어요? 아무튼 뜯어말리고 싶어진다. 걔는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수상한 밑밥을 까는 발언을 많이 했다고. 아니 남자는 여자를 잘 몰라서 여자의 자기 표현이 중요하다는 인간이, 정작 잉게보르크가 자기를 표현하는 중요한 질문에는 대답도 안 했잖아. 일단 모든 말의 주어가 남자는~ 여자는~ 이런 식의 일반화인 사람은 믿으면 안돼! 게다가 처음부터 너를 ‘독일의 스타’로만 보고 있으면서 왜 취리히로 널 부르는 거야? 너 진짜 취리히에, 그 사람 집에 갈 거야?
잉게보르크가 막스와 같은 유형의 사람이었다면 그런 막스와 순탄한 사랑을 했을 것이다. 끼리끼리 잘 만나셨네요 소리나 들었겠지. 그러나 잉게보르크는 세계에 표표히 서 있는 존재다. 나치가 오용했던 작품을 재해석하면서, 자기 책임을 지는 몽상가를 그려냈다. 빌런도 없고 정해진 운명 같은 것도 없는 주인공. 취약한 세계에 홀로 있는. 거기에는 잉게보르크 본인이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사실 잉게보르크와 같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자신이 취약한 세계에 발 디딘 존재라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
실존 인물 막스 프리슈와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어떤 관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 막스는 잉게보르크와 만나 두 사람의 새로운 세상을 꾸리는 게 아니라, 자기 세상 안에 잉게보르크를 넣어두고 싶어한다. 잉게보르크의 말마따나 일하는 여성, 생각하는 여성, 자주적인 여성에게는 최악의 형태다. 막스가 일하는 시간을 비롯 자기 루틴을 명확하게 지킨답시고 커피 잔 하나를 들고 타자기 앞에 덜렁 앉을 때, 잉게보르크는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하고, 타자기 소리에 괴로워한다. 불만을 제기하면 아이처럼 어르고 달래는 말이 돌아온다.
이따금 자신에 대한 과도한 확신은 주변을 불행하게 만든다. 잉게보르크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 위험은 감수하겠다고 말하면서, 잉게보르크는 자신 옆에서 불행해지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막스의 기묘한 자기 확신처럼. 사막에 데려다 주겠다던 남자는 아름다운 자기 나라를 못 떠나겠다고 하고, 잉게보르크의 일적인 대화나 과거의 인연 하나하나에도 벌컥 화를 내며 식사 준비나 제대로 하라고 한다. 그 지점에서 이 사랑은 분명 잉게보르크를 파괴하는 방향이었다고 본다. 결국 잉게보르크가 막스의 일기장인 푸른 노트를 펴보는 순간, 꼭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푸른 노트가 푸른 수염은 아니었던가.
반면 아돌프는 들어주는 사람이다. 잉게보르크가 미라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며 모래밭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하는 비합리적 요구까지 순순히 응하고 듣는다. 잉게보르크가 밤 산책을 거절하면 그냥 조용히 물러난다. 자신이 아니면 잉게보르크의 꽃병이 채워지지 않길 바랐던 막스와 달리, 그는 잉게보르크를 그대로 둔다. 잉게보르크의 방식으로 해방을 맞는 순간에도 조용히 옆에서 웃고 있고, 자유롭게 걸어가는 잉게보르크를 뒤에서 지켜보다가 그가 관심을 보인 직물을 구입할 뿐이다. 선물하는 장면 같은 것도 없이, 그냥 다음 장면에 잉게보르크가 머리에 두르고 있다. 이 작고 사소한, 그래서 좋은 사랑.
통제와 소유, 안정적이라는 환상의 텁텁함. 막스 프리슈의 육중한 몸과 그의 집에 가득한 색채는 꼭 유화 물감 같다. 덧발라 완성할수록 무언가가 가려진다. 반대로 아돌프 오펠의 말과 행동들은 잉게보르크 주변에 투명한 수채화로 그린 배경이 된다. 사막을 바라보는 잉게보르크의 얼굴이 그래서 편안해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잘 안 맞는 사람이랑 헤어졌고 새로운 사람 만난 여자 이야기’ 정도로만 요약할 수 없다. 막스와의 끝, 아돌프와의 시작…이라기엔 너무나, 제목처럼, 잉게보르크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건 잉게보르크의 끝, 잉게보르크의 시작이다. 사랑은 물론 삶의 커다란 일부이고, 아돌프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잘 맞지 않았던 막스와의 사랑 또한 잉게보르크에게는 큰 부분이었다. 헤어지고 오래 아팠을 만큼. 그러나 그 내내, 잉게보르크는 예술가였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투명하고 솔직하게 반응하는 인간인 동시에, 준엄하게 말을 골라내고 언어의 심지를 돋우는 시인이었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커다란 것을 떠나보낸 후에 한 번쯤 꺼내 보면 좋을 영화이다. 새로운 삶, 새로운 시작을 계속해 가는 게 인생이니까. 동시에 내가 사랑하고, 내게 커다란 의미를 가진 것들이 떠나간 후에도 내게 존재하는 것, 내가 차마 손 닿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조차도 나를 떠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도 질문하게 된다. 잉게보르크의 시와 같은 것, 그것만 있다면 많은 끝이 찾아와도 또 다시 무수한 시작점을 이어 붙여가며 어찌저찌 인생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완만한 선형으로. 그 옆에 수채화 물감으로 투명하고 곱게 배경을 칠해주는 사랑이 있다면, 더욱 좋겠다.
2023.08.26. 15:30-17:2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MX관 (상영코드 220)
2023.08.29. 14:00-15:5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상영코드 507)
Relative contents
-
- ? 12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
손익분기점이 최소 720만 명으로 개봉 시기 기준으로 역대 한국 영화 중 두 번째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이순신 장군 3부작의 파이널 영화로 많은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는데요. 전작
<명량>이 천만, <한산: 용의 출현>이 720만 명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번 <노량: 죽음의 바다>는 다소 높은 손익분기점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문화 형태가 달라지면서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Noryang: Deadly Sea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드라마 | 한국 | 153분
감독: 김한민
출연: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등
개봉: 2023.12.20.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놉시스
임진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나는 것이라 생각한 이순신은 명나라와 조명연합함대를 꾸려 왜군의 퇴각로를 막고 적들을 섬멸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왜군의 뇌물 공세에 넘어간 명나라 도독 진린은 왜군에게 퇴로를 열어주려 하고, 설상가상으로 왜군 수장인 시마즈의 살마군까지 왜군의 퇴각을 돕기 위해 노량으로 향하는데…
CINE PICK!
2014 <명량> , 2022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 해전과 충무공 이순신의 죽음을 다룬 영화입니다. 손익분기점이 최소 720만 명으로 개봉 시기 기준으로 역대 한국 영화 중 두 번째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입니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Aquaman and the Lost Kingdom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SF | 미국 | 124분
감독: 제임스완
출연: 제이슨 모모아, 패트릭 윌슨,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등
개봉: 2023.12.20.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아틀란티스 왕국을 이끌 왕의 자리에 오른 ‘아쿠아맨’. 그 앞에 ‘블랙 만타’가 세상을 뒤흔들 강력한 지배 아이템 ‘블랙 트라이던트’를 손에 넣게 된다. 그동안 겪지 못 했던 최악의 위협 속 ‘아쿠아맨’은 ‘블랙 만타’와 손을 잡았던 이부 동생 ‘옴’ 없이는 절대적 힘이 부족한 상황. 바다를 지배할 슈퍼 히어로가 세상의 판도를 바꾼다!
CINE PICK!
아틀란티스의 왕이 된 아쿠아맨이 왕국에 찾아온 최악의 위기와 숨겨진 비밀 속에서 전 세계를 지키기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위대한 여정을 그린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심해, 사막, 정글 등 초호화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이번 영화는 특히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입니다.
트롤: 밴드 투게더
Trolls Band Together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91분
감독: 월트 도른, 팀 헤이츠
출연: -
개봉: 2023.12.20.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최고의 아이돌 그룹 ‘브로존’. 역대급 무대 실수와 형제 간의 불화로 결국 해체한 뒤, 모두에게 잊혀 간 어느 날, 메인보컬 ‘플로이드’가 슈퍼스타 ‘벨벳’과 ‘비니어’에게 잡혀 재능을 빼앗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구하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브로존’을 재결합하고 완벽한 화음을 되찾으려 한다.
CINE PICK!
<트롤: 밴드 투게더>는 총 19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극장가를 뜨겁게를 달구고 있습니다. 개봉 3주 차에만 약 2,211억 원의 글로벌 수익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레드벨벳의 웬디와 라이즈 은석이 영화 속 ‘파피’ ‘브랜치’ 역을 맡으며 노래와 연기까지 다양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
FALLEN LEAVES
ⓒ 네이버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 핀란드 | 80분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알마 포이스티, 주시 바타넨
개봉: 2023.12.20.
배급: 찬란
시놉시스
2024년, 헬싱키의 외로운 두 영혼 안사와 홀라파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나 눈길을 주고받는다 “그럼 또 만날까요? 근데 이름도 모르네요” “다음에 알려줄게요” 서로의 이름도, 주소도 알지 못한 채 유일하게 받아 적은 전화번호마저 잃어버린다 운명이 이들을 갈라놓으려 할 때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CINE PICK!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및 각본의 영화로 제 76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핀란드 영화를 전세계적으로 알린 감독으로 영화마다 인간을 향한 연민과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
- 장미향 없이 더 짙고 어두운 클래식
-
아아, 이것이 정녕 클래식이라 하는가. <대부 2>를 보기 전, N사 <대부 2> 영화평을 봤을 때 왜 다들 '이 영화는 전설이다.' '명작이다'라는 말만 등장하고 구체적인 영화 감상평이 많이 없어서 이해가 안 됐었다. 하지만 <대부 2>를 보고 단번에 이해가 됐다. 이 영화는 이런 호칭밖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르와르 장르의 대부, 클래식 영화의 전설. 편협한 시각을 가진 나로서 과연 이 영화를 글로 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영화의 마무리는 관객들이 느낀 영화의 감상인데, 이 글을 통해 <대부 2>의 흠을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글을 적어본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부>(1972), <대부2>(1974)
<대부 2> 스틸컷
교차편집
<대부>에서 언급한 키워드다. 막내딸 결혼식 장면과 교회 세례 장면에 등장하는 교차편집 기법을 통해 영화에 큰 재미와 다양한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대부 2>는 교차편집을 확장해서 영화 자체가 교차편집이다. <대부 2>는 아들 마이클 코를 레오네(알 파치노)가 조직을 운영하는 모습과 아버지 돈 비토 코를 레오네(로버트 드 니로)가 살아왔던 유년기와 청년기를 교차한다. 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넣었을까. 다른 시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마이클과 비토가 은은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혈연이기도 하고, 둘 다 코를 레오 네파의 수장으로서 보이는 모습을 통해 나오는 아우라와 포스를 느낀다. 또한, 마이클은 조직 운영을 성장해가고, 비토는 미국으로 정착하며 성장해가는 연관성도 보인다. 이렇게 둘은 비슷한 성장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가족. 영화가 흘러갈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인연과 유대감이 단단해져 가는 비토와 달리 마이클은 점점 곁에 사람들이 없어져 가고 홀로 고독하고 짙은 담배 냄새를 풍길 법한 외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마이클의 고독은 마지막 가족 간의 식탁 장면에서 극에 치닫는다. 어쩌면 미래 자신의 모습을 예견하듯 점차 단란한 가족 식탁에 그 누구도 없어지는 외로운 모습은 르와르 장르에 덧없이 완벽한 클라이맥스이자 강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마이클을 더 고독하게 보이는 강화제는 비토의 교차편집 연출일 수도 있다.
미장센
다양한 기술력과 연출로 빚어진 현대 영화들의 미장센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대부 2> 미장센은 그야말로 오리지널(original) 다운 면모를 보인다. 옛날 필름 영화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색감이 <대부 2>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어주고, 주요 장면들마다 강렬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특히 옥상으로 따라다니면서 파누치를 암살하려는 장면은 후대에 나올 갱스터 영화에게 엄청난 영감과 본보기를 제공해준 장면일 것이다. 조명이 어둡다가 밝아졌다 하는 장면은 혹시나 들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보여주고, 소음을 줄이기 위한 수건의 활용은 투박하게 막은 것처럼 보이지만, 암살을 할 때 보여주는 센스가 느껴지는 미장센의 클래식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신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9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일본에서 주목받는 떠오르는 영화감독 미야케 쇼의 신작 <새벽의 모든>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극심한 감정 변화에 시달리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야마조에가 특별한 연대로 삶의 희망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공감 드라마입니다.
새벽의 모든은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고,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 이어 3연속 베를린에 초청된 미야케 쇼 감독은 일본을 대표하는 신예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의 섬세한 연출력과 따뜻한 시선으로, 삶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9월 셋째 주 개봉예정 PICK
새벽의 모든
All the Long Nights
개요: 드라마 | 일본 | 119분
감독: 미야케 쇼
주연: 마츠무라 호쿠토, 카미시라이시 모네, 미츠이시켄, 시부카와 키요히코
개봉: 2024.09.18.
배급: (주)디오시네마
줄거리
한 달에 한 번, PMS 때문에 짜증을 억제할 수 없게 되는 ‘후지사와’. 한층 악화된 증상에 다니던 회사를 도망치듯 그만둔 그녀는 아동용 과학 키트를 만드는 작은 회사, ‘쿠리타 과학’으로 이직한다.
친절한 동료들과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에 차츰 적응해 가던 중, 직장 내 자발적 아웃사이더 ‘야마조에’의 사소한 행동에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크게 분노를 터뜨린다. 그러던 어느 날, 발작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야마조에’가 극심한 공황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서로의 고충을 나눈 두 사람 사이에는 친구도 연인도 아닌 특별한 우정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수유천
BY THE STREAM
개요: 드라마 | 한국 | 111분
감독: 홍상수
주연: 김민희, 권해효, 조윤희, 하성국
개봉: 2024.09.18.
배급: (주)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줄거리
한 여대에서 촌극제가 있다. 전임이라는 이름의 강사가 외삼촌에게 자신의 학과 촌극 연출을 부탁한다. 전임은 매일 학교 앞 수유천에서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작품 패턴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외삼촌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몇 년 째 일을 못하고 있는 배우 겸 연출자이다.
사십 년 전 이 여대에서 대학 일학년의 신분으로 촌극을 연출했던 기억 때문에 연출을 맡은 것이다. 촌극하는 학생들 사이에 스캔들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나고, 전임과 외삼촌은 그 사건에 가볍게 끼어들게 된다. 그사이 외삼촌은 텍스타일과 여교수와 가까워지는데, 밤마다 하늘의 달은 점점 커져만 가고, 전임은 아침마다 수유천에서 그림을 그린다.
테인티드 러브
Tainted Love
개요: 드라마 | 중국 | 100분
감독: 마잉신
주연: 주동우, 장위, 장유호, 이몽
개봉: 2024.09.19.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사랑해… 거짓말” 연인에게 사기를 당한 여자 ‘저우란’. 진실을 찾기 위해 방문한 낯선 곳에서 두 남자 ‘린즈광’과 ‘쉬자오’를 만난다. 꿈 같았던 만남도 잠시, ‘저우란’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깊어지는 사랑과 의심 속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트랩
Trap
개요: 스릴러, 범죄, 미스터리 | 미국 | 105분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주연: 조쉬 하트넷, 아리엘 도노휴, 살레카 샤말란, 헤일리 밀즈, 알리슨 필
개봉: 2024.09.18.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팝스타의 콘서트, 경찰의 거대한 덫… 탈출해야만 한다!
10대 딸과 함께 인기 팝스타의 콘서트를 찾은 ‘쿠퍼’. 신나게 콘서트를 즐기던 그는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곳이 최악의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한 거대한 덫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쿠퍼’ 자신이 바로 연쇄살인마라는 것! 이제 ‘쿠퍼’는 수많은 관객과 경찰을 따돌리고 어린 딸과 함께 무사히 이 덫에서 탈출해야만 하는데…
-
- 당신만의 숲
-
한 아름다운 커플이 결혼을 한다. 그 결혼식의 참석자이자 약간은 얼간이같은 나일스는 사실 남의 결혼식이 열리는 그 날을 반복해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결혼식도 아니고, 자신의 친구도 아닌, 자신의 여자친구의 친구 결혼식을 어제도 보았고, 오늘도 보며, 내일도 보게 될 것이다. 무한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렇게 남들에게 지나가는 하루이지만 나일스에게는 똑같이 반복될 그 하루를 사는 와중에 세라를 만나 의도치 않게 그녀를 이 타임루프 세계에 끌어들인다.
나일스와 광란의 밤을 보내다가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혀버려 그의 인생을 망친 대가로 나일스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나일스 사냥꾼 로이를 포함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불멸의 저주에 걸린 이들은 과연 이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아니, 헤쳐나갈 마음들은 있는 건가??
1. 병맛 코드 속 숨겨진 진지한 메시지
이 영화는 정말 웃기다.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는 병맛을 넘어 정말 통통 터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영화 속에서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나일스, 세라 그리고 로이를 보고 있자면, 하루하루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보는 것 같았다.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에 허우적대는 그의 모습은 큰 보상없이, 이벤트 없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니, 어제 내가 저녁으로 뭘 먹었는지, 내가 지인을 만난 게 어제인지, 그제인지 잊는 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면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의 체념, 방황에서 비롯된 현대인들의 우울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분명히 영화는 병맛 코드로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짠함, 우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인들, 특히 직장인들의 삶은 큰 변화랄 것이 없다. 그저 오늘도 회사와 집을 오가며, 내일도 회사와 집을 오갈 것이고, 어제도 회사와 집을 오갔을 것이다. 그 와중에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고, 다른 친구와 비교를 하며 자괴감에 빠졌을 수도 있으며, 자신이 옳지 못한 행동을 저질러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인생 자체에서 크게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잊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난 과거에 뭘하고 살았는지 잊었어요. 기억이 잘 안나요."
현대인 중에서도 나일스는 이미 인생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렸는데, 다른 길을 찾아가 볼 생각조차 안하고, 체념한 사람을 상징한다. 앞으로 더 나아가볼 생각조차 포기한 사람들, 말하자면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는 캐릭터였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마냥 웃고 있지만 속은 문드러진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았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과거에 내가 한 실수들을 바로잡을 생각도 못하고, 과거를 잊은 듯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서였는지, 그냥 그가 처한 상황, 타임루프의 원인도 궁금해하지 않고, 그저 시니컬하게 오늘은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떻게 흘러갈지 다 보이는 결혼식 날을 보내야 할까 고민을 하면서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는 그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니, 현재라도 충실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타임루프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으면서도 타임루프를 벗어나 볼 생각도 없이 체념하고, 안주하는 모습이 더 현실성 있다고 보여진다.
반면, 세라는 나일스와는 달리, 그녀가 처한 이 말도안되는 현실을 바꿔보려고 발버둥치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녀가 이토록 발버둥치는 이유는 그녀의 내면 속에 자리잡은 자기비하적인 감정, 자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자책감, 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기비하적 감정은 그녀를 갉아먹고 있었지만 그녀 내면 깊은 곳에 그녀도 이런 거지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반작용적 감정도 있음을 보여주며, 그녀의 부정적인 일면이 그녀의 진취적인 면모를 더 부각시킨다.
이 비슷한 듯 다른 두 남녀의 차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결국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있음을 시사한다.
2.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영화가 진행될 수록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며, 각자만의 인생관을 대표하는 논리를 펼치는데, 그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나일스의 관점은
"어차피 이 타임루프 세계를 나가도 크게 대단하게 좋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이미 내가 익숙해진 세계이고, 크게 부족한 것이 없으니, 예상치 못하게 위험해질 수 있는 타임루프 밖의 세계는 이제 관심없어졌다."
라고 한다면, 세라의 관점은
"그래도 이 타임루프 세계를 벗어나면, 우리는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는가, 내가 과거에 행했던 과오들을 털어내지 못한 채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이 똑같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들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이렇게 죄책감을 안고, 안정감을 추구하기 보다는 과거를 청산하고, 위험한 불확실성에 배팅을 해보고자 한다."
라는 것이다. 이 비슷한 듯 다른 두 남녀의 차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결국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타임루프 세계관에서 살고 있는 이 두 남녀 뿐만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은 결국 안정감 vs 도전 정신으로 압축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관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혹은 당신은 어떤 관점에 동의하는지. 나는 개인적으로 세라에 생각에 동감하는 편이다.
3. 당신의 어바인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세라의 관점에 동의하지만 로이처럼 타임루프 세계관에서 꾸준히 살아가는 것에 대해 아주 부정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세계라면, 나만의 안식처를 찾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중에서 자신이 긍정하고 살만한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괜찮은 삶일 것이다. 로이가 그러했듯이.
하지만 난 이게 나일스의 시니컬한 체념과는 달리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일스는 자신만의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체념한 것이었다면, 로이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진행될 날들이지만 자신의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고, 자신의 아내가 더 이상 나이들지 않을 수 있음을 긍정하면서 자신의 삶까지 긍정하니, 더 이상 나일스 사냥꾼 노릇을 하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폭력을 행사하면서 자신의 망가진 인생을 책임을 나일스에게 돌리지 않아도 될만큼 행복하게 살 만한 숨통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런 로이의 삶의 방식을 통해, 누군가는 세라처럼 쳇바퀴 같은 삶을 용기있게 나올 수 없을지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남탓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어바인, 즉, 인생의 소확행을 찾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삶을 살아낸다면, 그 삶을 체념으로 점철된 망가진 삶이라고 누가 평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우리 모두 조금씩 우울하고, 자신을 자책하고, 원망하고, 가끔 남도 원망하면서 조금은 찌질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 자신을 위로하거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당신만의 어바인을 찾아낸다면, 당신은 세라처럼 쳇바퀴 같은 삶을 뚫고 나갈 용기가 없음을 비관하면서 살아갈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 모두 거창한 용기 없어도 되니까 자신만의 숲을 찾아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버텨내는 미학에 대해 고찰하는 영화이다.
그래서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만의 어바인이 있나요?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 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
- '존 윅' 시리즈의 총합체이자 진일보
-
복수는 나의 것
누군가 복수는 차갑게 해야 최고로 맛있는 반찬이라 했던가. 존 윅은 뭔가 연습하고 있다. 그의 주먹에서 대포 소리가 난다. 펑. 펑. 분노에 씌인 사람처럼 재활운동에 힘쓰고 있다. 카메라는 바워리로 향한다. 어딘가 향하는 바워리. 바워리의 도착지는 존 윅이 나무 허수아비를 샌드백삼아 쾅쾅 두드리고 있던 방이었다. 존에게 묻는 바워리. ‘준비 됐나? 존?’ ‘물론이지’ 존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머지않아 최고회의 장로를 암살한 존. 이제 시작이다. 시체 직전까지 갔던 존은 최고회의든 최저회의든 다 씹어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딘가로 향하는 윈스턴과 카론. 도착한 곳은 그라몽 후작의 방이었다. 장황한 소리를 들어놓는 그라몽 후작. 결론은 간단했다. 자긴 결국 인내심이 다 됐다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난 그라몽 후작. 1시간 길이의 모래시계가 다 되자 뉴욕 호텔을 폭파시킨다. 당황하는 윈스턴과 카론. 그라몽 후작은 두 사람에게 파문을 선언한다. 위기에 봉착한 윈스턴과 카론. 두 사람은 두 사람 나름대로, 존 윅은 존 윅의 방식으로 최고 회의를 향한 복수극을 계획한다. 세명 다 알고 있다. 이런 식을 반복하다간 끝이 없다는 걸. 그래서 어떻게? 윈스턴에게 뭔가 대안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이 길고 긴 복수극을 존 윅은 끝낼 수 있을까?
형 왔다
4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기존 '존 윅' 시리즈 1,2,3편은 그야말로 액션 대잔치였다. 1편 처음부터 3편 끝까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액션은 다 때려 박은 이 시리즈. 이 시리즈에서 액션 중 어느 것이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영화 전부 다 장난 아닌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상 깊던 장면을 뽑아보자면, 1,2,3편에 하나씩은 다 있다.
우선 1편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아내를 병마로 잃어 슬퍼하던 존 윅이 그녀가 남겨놓은 자동차와 강아지를 뺏은 인간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 하나를 깡그리 몰살시킨다. 추후 개봉하는 2,3,4편보다는 액션에 감정이 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구현하듯 서서히 하나하나 피격하는 존 윅의 사격솜씨가 느껴진다. 큰 저격용 총을 가지고 악당들의 머리통에 총알 박는 쾌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를 위해 총을 맞고 나서 난 후의 리액션 연기가 좋았다. 또 영화에서 좀 사족처럼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것도 이 액션 쾌감을 덧붙여준다. 무슨 말이냐? 존 윅이 아내랑 얼마만큼 친한지 그런 설명 필요 없다. 윈스턴과의 관계? 그냥 보면 안다. 이 사람이 얼마만큼 업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었나? 어차피 싸우는 거 직접 보면 안다. 빌런의 카리스마? 그게 왜 중요해? 내내 때려 부수는 쾌감과 키아누 리브스의 비주얼로 액션의 끝판까지 영화를 끌고 간다.
다음 2편이다. 2편은 영화의 형식이 눈에 띄었다. 영화 초반부에 윈스턴이 컨티넨탈 호텔에 대해 계속해서 강조한다. 존과 카론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당연히 관객에게 하는 말이다. 이 강조한 규칙은 영화 전반적으로 작동하는 핵심이 되어 극을 이끈다. 단순한 서사였던 1편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간단한 2편. 그러나 이 지점에서 영화는 서사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4편으로 이어지는 존 윅의 감정선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 곳곳에서 존(키아누 리브스의) 감정연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2편 <존 윅 : 리로드>의 액션도 굉장하다. 글쓴이가 뽑는 최고의 장면은 1편에 등장한 필기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떡밥을 회수했다는 것 자체도 나름 가치가 있지만 맨몸 액션의 쾌감이 이뤄 말할 수 없다. 또 이 작품 후반부에서 장소를 이동해 벌이는 격투신이 있다. 이 과정에서 나이프를 이용한 액션을 보여준다. 사실 ‘존 윅’을 위시로 한 액션 시리즈물에 사용되는 격투 연기는 행동이 재빠르고, 테이크가 짧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윈터 솔저와 블랙 팬서가 맨몸액션을 보여줄 때 샷이 짧게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장면이 확확 바뀌는 느낌이 들어 화려하다. 또 이 짧은 편집방식은 영화의 특성과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왜냐? 영화는 수많은 히어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러려면 샷이 짧아야 히어로들을 잘 보여줄 수 있겠지? 그러나 반대로 ‘존 윅’ 시리즈는 다르다. 어떤 액션을 뽑을 때 테이크를 길게 길게 가져가서 생동감을 살린다. 이 말은 곧 배우들이 이 액션 동작을 일일이 다 외워서 찍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배우들과 촬영팀의 열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음은 3편이다. 3편에도 전작들과의 차이점을 부여한다. 바로 액션에 감정을 넣으려는 시도다. 이 영화의 서사 역시 단순하다. 규칙을 어긴 존 윅이 세계 도처에 깔려있는 킬러들과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구조는 ‘존 윅이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처절하게 싸우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이 핵심을 앞에 두고 내내 주파하는 영화라 처절함을 점점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액션은 역시 총기 액션과 나이프 파이팅이다. 왜인진 잘 모르겠지만 사무라이라는 모티브가 영화에서 사용됐다. 좀 갑작스러웠던 설정 이긴 하지만 이런 설정들이 영화 나름대로 액션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시리즈의 총합체와 진일보
이 영화는 위에 상기한 1,2,3편의 장점을 그대로 다 때려 박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도시 두 번 바꾼다. 첫 번째는 오사카, 두, 세 번째는 유럽으로 간다. 3편에서 동양적인 소재가 들어갔던 걸 암시라도 했던 듯이 이 작품에서 사 사무라이라는 이미지를 나름 멋있게 활용한다. 또 2부에선 존 윅이라는 킬러의 과거와도 관련이 있다. 사실 2편은 존 윅의 과거와 싸우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본작 2부에서는 존윅이 과거의 어떤 것을 청산하기 위해 무슨 행동을 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 있다. 3부는 존윅의 현재와 과거를 다뤘다. 과거에서 맺었던 인연이 영화에서 반동인물이 된다. 그러나 이 인물이 들이닥친 현재는 영화에서 존과의 공통점을 이루는 지점이 된다. 또 존 윅의 현재가 얼마나 치열하고 내내 들끓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원형을 이루며 싸우는 액션 신을 본다면 3편 <존 윅 : 파라벨룸>의 절실함이 더 깊게 느껴진다.
또한 시리즈의 진일보도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뭔가 알 수 없이 후련함과 우울함이 느껴졌다. 영화 전체적으로 존윅에게 깔려있는 처절함 때문이었다. 영화는 자유를 차지하려는 갈망을 3시간에 걸쳐서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총알 한 발 주먹한 방에 존윅의 마음가짐이 담겨있다. 이건 뭐 극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반부 어떤 사람을 암살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를 멀리 떨어트려 인물이 혼자서 싸운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라디오를 등장시켜서 일대 다수의 갈등구조를 연상시키게 하는 부분이 그의 근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몇몇 장면에 ‘혼자’라는 느낌을 강화시켰고, 또 곳곳에 보이는 가족관계 묘사가 있어 존 윅이 얼마나 족쇄에 묶여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끔 한다. 그냥 장르적인 쾌감으로 끌고 가던 전작과는 다르게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기 위해 액션이 쓰인 셈이다.
세계여행
영화는 아시아와 유럽을 이곳저곳 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선 오사카를 공간적으로 설정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오사카 하면 일본에 속해있는 도시다. 일본과 액션 하면 생각나는 것은 사무라이다. 뭐 사무라이가 일본의 역사에서 일정 비중 차지했다는 것엔 여지가 없다. 뭐 넣을 수도 있지? 그런데 이 사무라이에 대한 묘사가 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는 것은 아쉽다. 아니 임진왜란 때 조총 쓰던 사람들이 너무 낡게 전투하는 것은 아닌가? 이 지역에서 킬러들의 존재감이 세서 망정이지 이 디테일은 영화에서 초반부를 설정하는 데 있어 크게 작용할 뻔했다. 물론 호평할 부분도 있다. 1부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두 부녀는 정말 멋있게 캐릭터를 설정했다.
다음은 2부다. 2부는 영화에서 어떤 분에 따라 좀 루즈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싶다. 이는 3부에서 1,2부를 상회하는 강력한 임팩트가 3부에서 찍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즉슨 2부가 약간 준비물같이 들린다는 점이다(물론 3부보다 못한다 뿐이지 여기서도 액션은 좋다). 그런데 뭐 3부도 마찬가지지만 방탄 정장을 무슨 치트키처럼 사용하는 감이 좀 있지 않았나 싶다. 다음 3부는 정말 굉장하다. 이 지역이 워낙 여행으로 유명한 도시다. 그래서 이 도시를 중심으로 우리가 잘 아는 랜드마크에서 액션신을 보여준다. 이때 묘사했던 도시의 풍광은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강점으로 묘사될 만하다. 또 이 도시의 문(?) 랜드마크에 실제로 가봤을 때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디테일을 구현하듯 세계의 명소들이 갖고 있는 특성들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이 3부에서 액션신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대단하다. 특히 어느 교회엔가 들어가서 액션 신을 벌이는 부분은 촬영이 어마어마했다고 느낀다.
캐릭터 쇼
이 ‘존 윅’ 시리즈를 액션 시리즈물로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는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1,2,3편에서 존 윅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가 몇 있다. 윈스턴 캐릭터가 1편에서 존을 도와주던 방식, 2편에서 여성 캐릭터와의 맞대결, 3부에서 할리 베리가 맡았던 역할 등 이 시리즈는 캐릭터의 멋을 살리는 데 있어 공을 많이 들인다. 이 4편에서는 이런 지점이 유지 내지는 강화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1부의 아키라, 2부의 ‘미스터 노바디’. 3부의 케인이다. 이 세 사람은 서사에서 중요한 입장에 놓임과 동시에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을 활용한 액션신을 명확한 촬영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서사에서 주요 인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캐릭터들 중에 견자단이 맡은 케인은 정말 훌륭하다. 60대 언저리의 나이와는 맞지 않는 날렵한 액션, 선글라스를 꼈지만 느낄 수 있는 황망함까지 액션 배우로서 이름을 날린 경험치를 톡톡히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으로 뽑는 부분인데, 아마 견자단의 액션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티켓 가격을 충분히 할 것 같다.
-
- (의외로) 치밀하고 꼼꼼하게 덫을 팠다
잊힐 때쯤 돌아온 우리나라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우리나라에 OTT가 정말 많다. 디즈니플러스도 있고 쿠팡플레이도 있고 왓챠도 있다. 다 가지각색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왓챠의 <좋좋소>와 <시멘틱 에러>, 쿠팡플레이의 <안나>, 티빙의 <돼지의 왕> 등등 방송사 드라마의 퀄리티를 상회하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 유행의 선두주자는 단연 넷플릭스다. 작년 <오징어 게임>으로 초대박을 치더니 <지옥>은 국내에서 좋아하는 평론가도 있을 정도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쏟아내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OTT가 가지는 장점이 있으니 이는 시너지가 분명하다. 다른 나라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넷플릭스. 이 덕에 <종이의 집>이나 <퀸즈 겜빗>까지 다양한 나라들의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이런 쉬운 접근성이 완성도와 관련이 있을까? 뭐 아닐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지만 좋은 건 세계가 방구석에 앉아서 우리의 컨텐츠를 보고 감탄할 수 있으니 2022년을 사는 우리나라는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2022년 6월, 넷플릭스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바탕으로 스페인 드라마 리메이크작을 발표했다. 통일이 된 대한민국에 강도사건이 일어났다.
아무렇지 않게 다가온 큰 일
20대 중반, MZ세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나지만 난 방탄소년단의 음악 5곡 이상을 알지 못한다. 물론 훌륭한 보이그룹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왠지 손이 가질 않았다. 근데 이 사람은 달랐다. 북한에 살던 주인공 홍단이는 아미의 회원이라고 한다. 헤드셋 끼고 계단에서 춤추는 것도 창피하지 않나 보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덕후로 살아남기란 어렵다. K-POP의 팬으로 그렇게 아슬아슬한 덕후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덕업 일치가 성사된 느낌이 든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에서 끝나는 수준이 아니었던 그녀. 홍단은 알고 보니 직업 군인이었다. 그렇게 군 복무를 지속하던 홍단. 이때, 사건이 터졌다. 통일이 된다고 한다. 모두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일이 벌어졌다.
남북한은 '공동 경제구역'을 만들어 조폐국을 만들었다. 지금 당장 나라를 합쳐 운영하기엔 걸린 제약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일단 조폐국을 만들어 통일 진행에 있어 바운더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조폐국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부서는 돈을 찍어내는 곳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조폐국에는 직원이 있다. 웬 중년의 아저씨는 시선을 어디로 둘 지 불안정하다. 시선이 도착한 곳은 미녀 여직원이다. 나 자기 보고 싶었어. 남자와 여자는 뭔가 숨어 지내야만 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는 남자에게 말한다. 나. 당신 아이 임신했어요.
드라마는 조폐국 외부의 이야기로 이어간다. 통일 한국에 살던 교수라는 남자는 강도단을 모으고 있었다. 교수의 목표는 조폐국이었다. 홍단에게도 차례가 돌아왔다. 홍단은 이 강도단에 영입됐다. 서로 신상정보도 모르는 채로 '도쿄' '베를린' '나이로비'와 같은 주요 수도국으로 닉네임을 정한다. 그렇게 계획을 실제로 움직이는 강도단. 하회탈을 쓴 채로 조폐국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는 데 성공한다. 그 인질 중에는 불륜 중에 아이를 임신했던 영민과 미선이 있었다. 이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남북한은 경찰을 꾸려 협상팀을 만들었다. 북한의 차무혁 대위와 선우진 경감은 이 사태에 맞서 인질극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한다. 여기까지의 내용이 파트 1의 1화 내용이다. 앞으로의 줄거리도 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장점이 분명 있어
시놉시스를 내 나름대로 쓰며 느낀 건 소재가 굉장히 신선했다. 보면서는 못 느꼈는데 이런 키워드의 드라마/영화가 몇 편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선한 소재를 잘 구현하듯 드라마의 강점은 시각화와 사운드 활용이다. 일단 하회탈이라는 소재 잘 골랐다. 그 묘하게 기괴한 무드를 표현한 느낌이 좋았다. 또 인질과 강도단이 입는 옷의 색감, 조폐국의 비주얼화까지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은 좋았다. 또, 통일 직후에 그냥 생각 없이 '다 잘될 거야' 식의 묘사가 아니라 조폐국이라는 중간 바운더리를 제시해서 상상력에 힘을 부여한 것도 좋았다. 감독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사운드 편집에도 강점을 가졌다. 이 드라마의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액션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액션 생동감에 사운드가 한몫을 차지했다. 피 터지는 소리, 펑 발포하는 소리까지 배우들의 고생뿐만 아니라 제작진분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 드라마를 보다 보면 BGM이 좀 자주 들린다. 이때 자주 들린다는 것도 3화 좀 넘어가고 나서야 알았다. 이 말은 즉슨 적재적소로 인물의 내면을 드러냈다는 뜻이 될 것이다. 특히 교수와 선우진 경감과의 인물관계를 묘사할 때 삽입됐던 OST가 기억에 남는다. 연출의 디테일함이 빛났던 부분이다.
또 이 드라마의 강점은 이야기 전개다. 어느 부분에서는 그동안 봐왔던 범죄물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양 진영 간의 두뇌싸움 묘사가 빛을 발했다. 어느 부분은 '아 이거 이렇게 반전 있을 듯' 생각하다가도 '헉' 싶은 부분도 있으니 나름 서사의 꼼꼼함이 장점으로 발현된 셈이다. 그냥 단순히 기발한 방식으로 논파해서 생각 외의 문제 해결 솔루션이 쨘하고 나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 각본이 하나 둘 단계들을 잘 닦아놔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 전개에 시점을 철저하게 맞춰 의외의 반전에 타격감을 부여하니 이 역시 연출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하는 부분이 6화 안에서 대응을 이루는 부분도 있어서 이 나름대로도 극의 개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이 드라마가 공개되고 2일이 지났다. 이미 많은 분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 드라마 관람 후기가 떴을 것 같다. 그리고 많지 않겠지만 적지 않은 평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평을 반영할 때 1화의 조악함은 좀 심각하다. 일단 1화의 극초반부 장면은 홍단이 시청자들에게 방탄소년단의 팬임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리고 계단에서 춤을 춘다. 텍스트라서 춤을 추는 모습을 묘사 못 하는 게 애석할 정도다. 이 부분 보고 끄는 사람 적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버닝>에서 그레이트 헝거를 찾으며 안무를 보여주던 배우와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공감성 수치다. 뭐 '아미'라는 것에 개연성을 부여하면 후의 액션이 어색하지 않게 된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안 만드는 게 나은 장면을 넣어 인물의 성격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가? 는 의문점이 든다. 그리고 홍단이 총기류 다루는데 능하다는 특성을 굳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지도 않다. 그냥 직업군인이라고만 제시해도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에 아무 지장이 없다. 또 K팝의 팬이라는 설정 하나에 좀 많은 상황을 퉁 치고 넘어가는 감이 있다. 뭔가 그럴듯한 이유 없이 인물의 운명을 가로지르는 일들이 많이 오고 간다.
또 대사의 디렉팅 톤이 다 이상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나아지긴 하지만 뭔가 후시녹음을 한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유지태, 김윤진, 전종서, 김성오, 박명환 같이 영화, 드라마에 나와서 검증받은 배우들이 다 따로 노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브로커>를 보면서 느꼈던 부분인데, 문장이 번역체 같다. '혼자 재미보고 싶으면 가서 딸이나 쳐' '너 같은 피라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해' '뽀시래기 입장' '전방 500M. 대기들 타시고' 이런 대사들은 일반인이 쓴 문장 같다. 굳이 거기서 한 인물이 '재미보고 싶으면~'이란 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또 '뽀시래기 입장'같은 대사들은 우리 영화 팬들이 사랑해 머지않는 대사인 '선수 입장'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각본에서 쓴 대사 문장들이 한동안 안 쓰던 것들을 차용하다 보니 1화에서 주는 난이도가 더 업그레이드된다. 이게 단순히 대사에서 오는 오글거림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 톤이 다 따로 논다. 이 어색함은 보는데 몰입이 안 될 정도다.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D.P>의 신선함을 기대했던 구독자들에게 하차의 충동이 느껴지는 부분으로 기능하기 충분하다.
넷플릭스 공무원과 그냥 공무원
그렇게 초반부를 넘어가야 보이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끝까지 볼 가치가 있다. 일단 베를린 역을 맡은 박해수 배우의 퍼포먼스가 놀라웠다. 최고 작은 역시 쌍문동 천재 <오징어 게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본작의 베를린은 그렇게 큰 변화가 없는 목소리 톤으로도 청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 인물이 갖고 있는 특징은 광기다. 근데 광기에 살짝 구멍이 있어야 한다. 어쩌면 살짝 안 맞을 수도 있는 캐릭터 설정을 베테랑 배우의 노련함으로 돌파한다. 1화와 2화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 박해수 배우의 흡인력으로 주파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후반부에 이 인물의 연기 내공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마 6화까지 보고 시청자 분들의 머릿속에 남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유지태 배우의 연기는 오해하기 쉬울 것 같다. 앞서 쓴 '따로 노는 대사 톤'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교수 역이다. 지나치게 설명하는 느낌, 인위적인 톤까지 얼핏 보면 가장 크게 다른 역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 교수 성격상 조폐국 밖에서 오더를 내리는 형식이라 이 고립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가장 결정적으로, <올드보이>와 <봄날은 간다>에서 볼 수 있었던 임팩트와 거리가 있는 느낌이라 글쓴이가 처음 볼 때는 ? 싶었다. 그러나 극이 전개되면 될수록 이 역은 유지태 배우가 갖고 있는 자산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5~6화가 되면 이 인물의 입장이 제시된다. 이때 표현해야 할 인물의 이중성을 눈빛, 목소리톤으로 소화해낸다. 새삼 놀랍지만 유지태 연기 잘하는 배우다.
무난하게 보기 좋아
워낙 명성이 자자한 원작이 있다. 이거 굳이 원작 안 봐도 된다.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보시는 것 추천한다. 이게 나중에 찾아보니까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원작을 알던 분은 이 장면이 어떻게 바뀌었고 우리나라 화 됐는지를 꼼꼼히 챙겨보는 재미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종서, 유지태, 박해수 같은 배우들이 강도단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도 팬들 입장에서 장점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김지훈 배우가 이런 사람이었어? 하는 놀라움과 이주빈 배우의 미모도 드라마의 강점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근데 뭐 이런저런 걸 빼서라도 갈등구조나 긴장감 묘사, 사건전개 속도가 탄탄한 강점인 드라마 충분히 무난하게 보기 좋다. 1화의 초고난이도 진입장벽만 버틴다면 파트 2를 기다리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
- 「매트릭스4」 중국 사상과 불교가 가득한 SF영화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1,매트릭스2,매트릭스3 결말포함
+ 매트릭스 스토리 해석 및 분석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
- 「그린나이트」 이 영상을 보고나면 이해가 될 겁니다 (*결말포함/영화리뷰)
? '그린나이트' 영화리뷰/결말포함 해석영상(*스포일러) 가웨인 기사, 녹색기사, 아서왕 전설
- 그린나이트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판타지, 호러
각본, 감독: 데이빗 로워리 원작: 중세 전설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
제작: 토비 할브룩스, 제임스 M.존스턴, 데이빗 로워리, 팀 헤딩턴, 테레사 스틸 페이지, 애런 길버트
출연: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외
촬영: 앤드류 드로즈 팰러모
음악: 대니얼 하트
편집: 데이빗 로워리
제작사: 레이 라인 엔터테인먼트, 브론 스튜디오, 세일러 베어
수입사: 대한민국 찬란
배급사: 미국 A24
-
- 넷플릭스 <엘리트들 시즌 4> 공식 예고편
[2021년 6월 18일, 넷플릭스 공개]
모든 것을 가졌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다.
6월 18일, 라스 엔시나스에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
- 영화 <트립 투 그리스> 30초 예고편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이번엔 그리스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따라가는 그리스 대리만족 미식 여행기영국 유명 배우 스티브와 롭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6일 동안의 그리스 여행을 떠난다.
터키 아소스를 시작으로 그리스 아테네, 이타카까지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낭만적인 여행을 통해
인생과 예술, 사랑에 대한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