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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ong2023-09-04 18:52:36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제주에서 볼 수 있다고?

제18회 제주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제18회 제주국제영화제가 8월 27일부터 9월 24일까지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점에서 열린다. 

 

권범 제주영화제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코비드-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났지만 세상은 아직도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며 영화제를 전회차보다 일찍 앞당긴 이유를 전했다. 올해 개막작은 지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콤 베리어드 감독의 <말 없는 소녀>다. 권 이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년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친척집살이’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인간사회의 진정한 연대의 의미를 응원하기 위해 개막작에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세계 섬 영화의 고유성과 독창성에 주목하는 섹션 ‘아일랜드 시네마’에서는 얼마 전 배우와 감독이 내한일정을 소화해 호평을 받았던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홍상수 감독의 <물안에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 <칠중주 : 홍콩 이야기>를 상영한다.

 

 매 해 제작되는 한국 영화 중 주목할만한 작품을 초청하는 ‘한국영화 초이스’ 섹션에서는 작년 개봉작으로 이미 명작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황윤 감독의 <수라>, 권철 감독의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상영한다.

 

영화 상영 전 스크린 이미지.

 

올해 500만 관객을 동원한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굳건한 인기를 과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필모그래피 <날씨의 아이> <초속 5센티미터> <너의 이름은.>, 프랑스 코미디의 거장 자크 타티를 기리는 ‘자크 타티 특별전’도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의 진행 하에 열린다. 

 

제주의 고유성과 독창성에 주목한 영화인들을 응원하는 섹션 ‘제주트멍경쟁’에서는 김경만 감독의 <돌들이 말할 때까지>, 이상목 감독의 <우도 해녀의 노래>, 우광훈 감독의 <인어춘몽>, <제주 떡 우주를 빚다>가 9일 관객을 만난다.  

<물안에서> 상영 전 모습.

나의 pick

홍상수, <물안에서>

미야케 쇼,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보통 홍상수의 영화들이 제주에서 상영되는 법이 거의 없다. 메가박스가 제주에서 철수한 이후로 홍상수의 ㅎ자도 볼 수 없는 게 제주 영화관의 현실이다. 이런저런 현상을 이유로 제주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상영된다는 점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제주영화제가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 다양한 영화들을 초청한 것에 감사함을 전한다.

 

이 영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 갔을 것이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듯하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자면 이 작품은 걸작보다 괴작에 가깝다고 본다. 익히 알려진 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거의 모든 러닝타임은 포커싱이 나가있어 정말 '물 안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 실험이 무의미하진 않다. 홍상수는 <극장전>부터 시작해 영화의 안과 밖을 해체시키는 실험을 해왔다. 바로 전작인 <소설가의 영화>에선 구조를 해체시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에 집중했고, <탑>에서는 '알고 있다'라는 인식론에 대해 논한다. 이 <물안에서> 역시 영화와 삶의 구분선에 포커싱을 흐려 무엇이 진짜인지 묻는다. 이런 실험은 전 세계에서 홍상수만 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 시도가  기존의 필모그래피에서 추구하는 바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이 실험이 과연 신선한가?' 혹은 '이 실험을 통해 얻은 것이 가치가 있던 것이었나?' 질문하게 만든다. 하지만 홍상수가 젊은 세대를 관찰하며 세상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이해한다면 거장의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가지가 돋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복서 케이코가 주인공인 영화다. 쉬고 싶은 케이코. 하지만 마음대로 모진 말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세상이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복싱장이 문을 닫는다는 말을 들은 케이코. 케이코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영화가 보편성을 얻는 과정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 인물의 가장 개인적인 행동이 우리 상황에 대입된다. 그 상황을 이해한 관객들은 '그래. 나도 그렇게 해 봐야겠어'라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무너져가는 현실에 스스로 올곧게 바로 선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스파이의 아내>의 구로사와 기요시,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문법에서 벗어나 감독 자신이 갖고 있던 올곧은 영화언어가 돋보인다. 제주에 상영관이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작품인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라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9월 16일 저녁 7시 30분 롯데시네마 제주 연동점에서 상영된다.

 

작성자 . udong

출처 . https://brunch.co.kr/@ddria5978uufm/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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