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to2023-09-05 21:58:44
왔다가도 가는 건가 봐
영화 <어느 멋진 아침>리뷰
제목과는 다르게 영화는 ‘어느 멋진 아침’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주인공에게는 평범한 일과를 수행하는 아침이다. 신경의 기능이 퇴행하는 병에 걸린 아버지가 열쇠를 찾지 못해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좋아하셨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에 가시는 것을 돕고, 안부인사를 드린 뒤 그의 집을 나선다. 통역가로서 자신의 업무를 하고, 아이를 돌본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법한 죽음이나 낯선 외계생명체의 발견 같은 드라마틱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상념에 빠져 있거나 약간은 권태로워 보일지언정 대상화된 우울에 빠져 있지 않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어느 멋진 아침>은 마치 그가 생각하는 삶의 정의를 찬찬히 들려주는 영화같다. 영화 속 이야기는 긴 일대기가 아니다. 상실과 사랑을 담아내는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일년이라는 기간을 지나면서 아이를 기르는 것, 전에 알던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약간의 양심의 가책, 쾌락과 실의를 경험하는 것,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어느 멋진
아침>은 에릭 로메르 감독의 사계절 연작을 비롯한 작품의 유산을 물려받은 연출과 레아 세이두의
해가 갈수록 깊이를 더하는 연기력, 붙었다가 떨어지고, 다시
연결되는 관계 구조로 들어차 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를 통해 ‘멋진
아침’은 매일 찾아오는 것일수도, 방황 끝에 도달하고 싶은
목표 지점이 될 수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가도 문을 활짝 열어 두면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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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영화 Just the Two of Us 조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영화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극이 진행되는 뮤지컬 영화는 보고 있노라면 흥겹고 즐거운데요.
마음 안에서 노래가 울려 퍼진지 오래된 이들에게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장르 중 하나일 수도 있겠어요.
그동안 뮤지컬 음악을 싫어한다고 여겨왔던 올리비아였지만, 최근 들어 '드림 걸즈'를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사운드 오브 뮤직', '헤어 스프레이', '시카고', '레미제라블' 등을 재미있게 보았던 일들이 상기되었습니다.
오늘 포스팅 해드리는 '조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는 성탄절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으나, 배우들이 부르는 곡들은 크리스마스와는 무관한 노래들도 섞여 있답니다.
영화배우와 영화배우 겸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영화 스토리를 대변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 조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
개봉 - 2021년
국가 - 미국
관람등급 - 12세 이상
장르 - 코미디, 뮤지컬, 드라마, 판타지
러닝타임 - 99분
줄거리
어느 날 어떠한 사고로 인해 주인공 조이는 다른 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는 상대방의 마음 자체를 텍스트처럼 읽을 수 있었다면, 조이에서는 노래로 표현됩니다.
그러한 능력은 조이에게 있어 상대방의 마음속 어려움과 고통까지도 알게 되어 독심술 같은 이 능력이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조이가 듣고 있는 상대방의 마음이나 그녀의 마음을 음악으로 나타내기에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혹은 음악과 함께하는 연말연시 행사에 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녀는 작년에 하늘나라로 간 아버지를 대신해 늘 가족이 함께 해 오던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합니다.
좌충우돌 여러 어려움들은 있었지만,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조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가족의 모든 크리스마스가 행복하고 마냥 좋기만 했던 것으로 추억하지만, 사실 그들은 서로 다투기도 하고 불완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떠한 과거의 기억들은 늘 좋았던 것만 있었던 것 같지만, 막상 그때로 돌아가 보면 그 때 나름의 힘듦이 있었음을 깨닫곤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공감이 되더군요.
'제인 레비'와 '알렉스 뉴웰' 배우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99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으로 몰입을 할 만큼의 작품성 있는 영화는 아니라 보아 지지만, 가족의 소중함과 어느 누구나 힘든 부분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마치 오래된 친구가 내 곁에서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나눠주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Just the Two of Us 단지 우리 둘만이
크리스마스 날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어 하는 조이에게 남자친구는 'Just the Two of Us'를 열창하며 그녀와 단둘이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영화 내에서 단연 돋보였던 음악 중 하나라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덧붙이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이 노래는 R&B 가수 '빌 위더스 (Bill Withers)' 씨가 1982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그는 가스펠과 퓨전 재즈에 기반을 둔 탁월한 음악성을 통해 많은 흑인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을 해소시켜 주었고, 소울풀한 창법은 백인계 팝팬들에게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 가사 >
수정 같은 빗줄기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네
그 아름다움은 태양이 그 빗방울들을 통해 투명하게 빛날 때이지
내 마음에 무지개를 띄우면서
때때로 너를 생각할 때면 나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네
단지 우리 둘만이
우리가 노력한다면 할 수 있다네
단지 우리 둘이서
단지 우리 둘이서
단지 우리 둘이서
하늘에다 성을 지을 수 있다네
단지 우리 둘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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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누적관객수 500만을 돌파하며 국내 역대 디즈니, 픽사영화 누적관객수 1위로 올라선 <엘리멘탈>
과 시리즈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6년 만에 경신한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까지 넷째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해볼까요?
[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7월 넷째 주, 1위를 차지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그 뒤를 잇는 <엘리멘탈>은 총관객수 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디즈니,픽사의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개봉한지 4주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아직도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0일 개봉한 <명탐정코난: 흑청의 어영>이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1.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 ONE>
주말관객수 300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개봉 이후 두 번째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완성도 높은 액션으로 호평받고 있지만 만 팬데믹 여파를 고려해도 개봉 11일째 500만명을 넘어섰던 '미션 임파서블:폴아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입니다.
2. <엘리멘탈>
<엘리멘탈>이 <인사이드 아웃>을 넘어 역대 픽사1위 영화로 등극했습니다.
현재까지 50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고있으며 6월 14일 개봉후 역주행하며 6주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2위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전 세대의 호응과 입소문으로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흥행 기록에도 이목이 쏠릴 예정입니다.
3.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이 개봉당일 톰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을 꺾고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시리즈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6년 만에 경신했습니다.좌석 판매율 개봉당일 34% 관객수 11만명을 동원하며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인기를 다시한번 입증했습니다. 극장판으로는 26번째이며 지난 4월 일본 개봉 당시 900만 명 관객 동원을 하며 시리즈 최강 흥행을 한 작품입니다.
4.<바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PART ONE>을 꺾고 1위를 유지한 반면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는 좀처럼 기세를 못펼치고 있는 형태입니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로 커리어를 쌓은 그레타 거윅은 새로운 여성상의 '바비'를 그려내면서 개봉이전에도 전세계의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요. 다음주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
5.<인시디어스: 빨간 문>
공포마니아라면 꼭 본다는 <인시디어스>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 <인시디어스: 빨간 문>은 북미를 제외한 21개국에서 3170만 달러를 기록하고, 북미를 포함해 6400만 달러랄는 글로벌 오프닝 수익을 기록하며 2019년 이후 역대 공포영화 글로벌 오프닝 스코어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지게 되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7월 넷째주 <바비>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북미에서 같은 날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꺾고 개봉 첫날 약 900억이 넘는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북미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하는 한편 <오펜하이머>는 관람등급이 높아 관객층이 제한되는데도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올해 개봉한 같은 등급의 영화 <존 윅4>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바비>와 <오펜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둘이 합쳐 만든 <바벤하이머>라는 애칭이 붙으면서 흥행에 시너지를 내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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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둘> - ‘우리를 지키기 위한 느리고 아름다운 몸짓’
우리, 둘 (Deux, Two of Us)
개봉일 : 2021.07.28 (한국 기준)
감독 : 필리포 메네게티
출연 :바바라 수코바, 마틴 슈발리에, 레아 드루케, 제롬 바랑프랭, 허브 소근
‘우리를 지키기 위한 느리고 아름다운 몸짓’
젊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늦었다고는 할 수 없는 인생의 한순간, 우리, 둘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 순간. 니나와 마도는 당신을, 나를, 우리를 사랑한다.
<우리, 둘>은 노년에 접어든 한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며 올해 5월 개봉했던 <슈퍼노바>가 함께 떠올랐다. 모두가 찬란하다고 말하기엔 어색한 느낌이 드는 노년의 사랑.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동성 간의 사랑.
우리가 사랑하고, 너와 내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완전하게 무시하기엔 우리 앞에 놓인 것이 너무도 많기에, 우리를 가릴 수 있는 그늘막 밑으로 숨어들게 되는 사랑. ‘아름다운 우리’가 있지만 당당할 수 없었던 사랑. 늦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행복한 사랑. 자주 다뤄지지 않는 색을 띤 사랑이지만 이 또한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임은 틀림없다.
조금 방심한 채 상영관에 입장했는데, 영화를 보고 난후엔 꽤나 긴 여운에 사로잡혀 니나와 마도의 사랑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니나와 마도에겐 전부인 사랑이지만 누군가는 받아들일 수 없는 그 사랑에 대해. 이제 세상은 변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사랑에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고 외치지만 여전히 짊어지기엔 버거운 사랑과 인생의 무게를 느끼며 니나와 마도의 눈빛에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흔들림 없이 행복하다기보단 불안하게만 느껴지는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사랑하기에 지켜내야만 하는 우리, 둘. 천천히, 끊임없이 이어지는 니나와 마도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몸짓이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니나와 마도의 사랑이 무한하다 한들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기에,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 더욱 숭고하고 뭉클하게 다가온다.
우리, 둘 시놉시스
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은편에 살고 있는 니나와 마도. 마냥 가까운 이웃처럼 보이지만 사실 둘은 20년째 사랑을 이어온 연인이다. 은퇴도 했으니 여생은 로마에 가서 편하게 살자는 니나의 제안에 마도는 가족들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기로 한다.
마도의 생일, 쉽지 않은 고백 과정에서 그녀는 결국 충격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니나는 가족으로부터 마도를 되찾을 플랜을 짜기 시작하는데…
온 세상을 떠나보내도 함께하고 싶은 두 여인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 이야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니나와 마도는 서로를, 함께하는 우리를 사랑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며 2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니나와 마도를 제외한 세상은 둘을 ‘오래된 이웃’으로만 알고 있다. 마도는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사랑을 숨겼고 프레드릭과 앤은 엄마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삶이 충분하다고 느껴질 만큼 사랑하는 우리, 둘.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우리, 둘의 사랑. 두 사람은 짧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사랑을 속삭인다.
니나와 마도는 점점 빠르게 느껴지는 인생을 실감하며 이제 은퇴를 했으니 둘이 처음 만났던 로마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자녀를 두지 않은 니나는 다른 고민 없이 빠르게 집을 팔고 떠날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마도는 프레드릭과 앤에게 이사 계획을 밝히려고 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한다.
“할머니 정말 괜찮아요?”
마도의 생일날, 마도는 비밀을 털어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할머니의 미묘한 불안감을 느낀 손자 테오가 이렇게 묻는다. “할머니 정말 괜찮아요?”
이 사랑은 불안하다. 사실 이 사랑은 언제 끝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 두 사람의 나이와 사회적 시선을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내일 당장 갑자기 이별을 맞이해도 이상하지 않다.
똑딱똑딱 움직이는 마도 남편의 시계 소리, 브레몬트와 니나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점점 빠르게 들려오던 세탁기 소리, 프라이팬이 타들어가는 소리, 니나가 찻잔을 톡톡 때리는 소리, 마도가 없어진 날 주위에 들려오던 어지러운 사람들 소리가 주던 불안감. 행복하고 부드럽게 흐르기보단 긴장되고 초조하게 흐르던 순간들. 마도가 쓰러지던 날, 평온했던 두 사람의 시간은 잠시 멈췄다 이내 경직된 상태로 가쁘게 흐른다.
“미안해. 내가 한 말, 진심이 아니었어.”
마도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날, 니나는 마도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엔 친한 이웃일 뿐인 니나는 마도의 옆을 지키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니나의 집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오래 쓰지 않은 느낌의 침대, 텅 비어버린 냉장고, 깔끔하다 못해 허전한 느낌의 거실.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마도의 방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흐르는 방 안에서 니나는 여느 날보다 더 길고 느린 밤을 보낸다. 그렇게 긴 밤이 지나고 마도가 돌아왔음에도 니나는 마도를 가까이서 만나지 못한다. 니나는 현관문 구멍으로 간병인 뮤리엘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몰래 들어가 겨우 마도의 손을 잡아본다. 마음을 무겁게 누르던 사과와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봐도 마도는 반응이 없다.
“기억 안 나? 우리야.”
가족들은 마도에게 간병인을 붙이지만 마도의 상태는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니나는 마도를 만나기 위해 매일 문을 두드린다. 마도가 산책 나가는 날, 타이밍 좋게 함께 집안에 들어간 니나는 뮤리엘에게 신발을 건네받아 마도에게 신겨준다. 애정이 가득한 정성스러운 손길에 신발은 부드럽게 마도의 발에 맞아들어간다.
뮤리엘에게 마도는 돌봐야 하는 환자고, 니나에게 마도는 사랑하는 연인이다. 뮤리엘이 아무리 오랜 경력의 간병인이라 해도 뮤리엘과 니나의 행동과 눈빛엔 각자 다른 마음이 담겨있다. 그 차이 때문일까, 마도는 니나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 스스로 걸음을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된 마도. 두 사람에게도 어슴푸레 희망이 보이는듯했다.
“내가 마도의 유일한 사랑이죠”
앤은 엄마(마도)의 유일한 사랑이 오래전에 떠난 아빠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빠와 결혼을 했고,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아무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년 만에 밝혀진 엄마의 비밀은 앤을 혼란스럽게 했고,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한 앤은 마도를 호스피스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니나는 한순간에 마도를 빼앗긴다. 마도의 ‘진짜 유일한 사랑’은 니나인데.. 마도의 남편이 책장에 장식되어 있는 오래된 장식용 시계와 같은 인연이라면 니나는 그 시계를 대신할 모든 것인데, 앤과 프레드릭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노년의 나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에 목숨을 걸고 영원을 맹세하기엔 늦은 순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니나와 마도는 여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둘은 어떻게든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호스피스에 들어간 마도는 빙고판을 보며 니나의 번호를 정확히 떠올리고 전화를 건다. 겨우 호스피스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문안엔 희망이 아닌 허망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스 안에 들어있던 돈은 뮤리엘이 훔쳐 갔고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로마로 떠나기는커녕 당장 내일도 명확히 보이지 않는 상황. 니나와 마도는 절망적인 현실을 뒤로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춘다. 20년 전과 같은 음악, 그때처럼 마주 잡은 손. 20년이란 시간에 맞춰 늙어버린 몸은 전보다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우리.
마도는 느린 걸음으로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닫는다. 앤이 선물했던 고양이가 복도로 쫓겨나고, 두 사람을 방해하는 현실의 흔적들이 모두 사라진다. 니나의 집안엔 이제 마도와 니나뿐이다. 희망도 탈출구도 보이지 않지만, 니나와 마도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는 한 그저 서로를, 우리를 사랑할 것이다. 나의 유일한 사랑인 그녀가 내 남은 인생의 모든 것이자 의미니까.
우리는 연애를 하며 현실적 문제를 맞이했을 때 현실을 따라 사랑을 포기할 것인지, 조금 힘들어도 사랑을 붙잡을 것인지 수없이 고민한다. 내가 지금껏 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먼저 ‘사랑’을 포기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은 끝에 결국엔 후회에 도달했다. 사랑을 지키는 힘은 젊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상대와 우리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것임을 <우리, 둘>을 보며 한 번 더 느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을 내던져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사랑,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랑. 서로의 등을 감싸 안은 팔을 절대로 풀지 않을 사랑. 유한함을 마주한다 해도 포기하지 않을 무한한 사랑. 물리적 한계를 마주하기 전까진 이 아프고 아름다운 사랑이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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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히어로에게도 행복과 일상을 묻다.
이 글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목이 너무 길어서 아래의 글들에서는 모두 닥스 2로 줄여서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Phase4로 향하는 마블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새로운 히어로를 앞세운 영화들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익숙한 히어로들의 빈자리는 새삼 크게만 느껴졌다. 모든 영화가 다음 편을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마블 시리즈의 최대 불만은 적시타를 맞은 공처럼 튀어 올라 마블 관계자들이 하늘만 쳐다보게 하기 충분한 것만 같았다. 게임이 끝난 것 마냥 허망한 눈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살얼음판 같던 마블의 명성은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로 겨우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리셋해놓은 판이었지만. 이 판의 우세한 승자가 마블이 될 것이라는 것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마블의 구원투수가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까지 끝난(?) 시점에 침체된 영화계의 부흥이라는 기대까지도 어깨에 얹은 채 5월의 징검다리 휴일에 개봉했다.
그가 부리는 마법이 이번에도 모든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발휘했을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포 영화의 형식을 접목한 접근법도 꽤나 신선하고, 멀티 버스라는 장점을 십분 살려 볼거리도 가득하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닥스의 어깨에 놓인 책임감.;다시 생각해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명배우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역은 마치 캐스팅부터 마블의 운명을 짊어진 것만 같다. Phase3까지는 아이언맨 등의 걸출한 영웅들에 가려져 할당된 분량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능력이 출중한 캐릭터임을 드러냈을 때 이 점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큰 무리가 없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했다.
제작진은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모든 촬영 일정 등을 그에게 맞추는 등의 공을 들인 덕에 그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여태 배우가 쌓아온 커리어 덕에 솔로 영화 한 편만으로도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강한 힘을 가진 히어로로 각인될 수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새로운 마블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야 함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런 히어로에게도 마블의 현재 상황은 꽤나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멀티 유니버스라는 특성상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하는 것도 경험과 부담을 동시에 가진 작업이었을 테고.
그러나 영화 속 베니를 보고 있자면.
제작진의 직감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그는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각각의 도플갱어들을 완벽히 다른 인물들로 재연해 내고. 피터 파커에 이은 아메리카의 훈육(?)도 완벽하게 해 낸다. 자신이 애써 피했던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일상생활의 불안함을 즐기는 연기까지 보고 나면. 다시 한번 그가 얼마나 위대한 배우였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중압감에 눌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배우의 모습은 언제 봐도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왜 하필 공포인가;남은 자들에 집중하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마블은 이번 작품이 공포영화가 될 것이라 말해왔다. 대형 프랜차이즈 히어로 영화에 공포라는 장르가 언뜻 매치가 되지 않을 듯 보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마블이 취하는(혹은 바뀐) 자세와 공포가 그 어떤 때보다도 잘 맞아떨어진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마블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은 누가 뭐라 해도 타노스의 블립이었다."5년전 그 일"이라는 단어로 불리며 제대로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인물들이 늘 존재했고. 떠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장면들을 매 영화마다 넣어 희생자들에 대한 생각으로 고개를 떨구는 히어로들을 그리곤 했다. 하지만 이 "의식"은 마블의 침체기와 맞물리면서 팬들에게 떠난 영웅들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해서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그러나 마블은 이제. 혹은 "드디어".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은 자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부재로 가끔 긴 한숨을 몰래 쉬어야 하고. 다시는 누구를 잃지 않겠다는 마음과 지키겠다는 마음이 뒤엉켜 늘 불안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일상으로 돌아와 내 몸 하나 있을 자리를 겨우 유지해야만 했다.
이 불안함과 공포는 히어로들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수많은 희생 위에 쌓아올린, 아직은 위태로운 평화를 위해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 영화에서 충돌하지만. 모든 히어로 영화에서 그렇듯 반드시 한 쪽은 패하게 되어 있고, 그들의 염원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들에서 공포를 느끼기 충분한 장면들이 만들어진다.
생소하다고 생각한 공포는 요소는 영화에서 크게 겉돌지 않는다. 가끔 이게 진짜 마블 영화가 맞을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도 만들어 낸다. 공포를 순수한 무서움이라는 좁은 의미보다 두려움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영화는 정말 성공적인 시도를 해낸 셈이고. 마블이라는 이름 하에 조금은 격하되었던 영화의 "격"도 함께 올라갔음을 느낄 수 있다.
히어로에게도 행복은 존재한다.;행복은 환상이 아닌 현실에 존재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을 때 제일 맛있는 거예요.
스쿼트를 몇백 개(?) 하고, 울기 직전의 상태로 주저앉아있는 내게 트레이너 선생님이 해준 말이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인바디를 측정할 때마다 그 말이 조금씩 마음에 와닿았다. 고난이 없으면 케이크가 달게 느껴질 리가 없고. 그 감정을 느껴보지 못하면 고난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돌려 말해주신 것이었다.
완다는 케이크 한 판을 한 번에 먹는 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했다. 그녀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우주에 있는 것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늘 케이크보다는 쓰디쓴 맛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완다는 인정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꾼 셈이다.
영화는 완다의 행복을 향한 불가능한 여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히어로들에게도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진다.
예전의 마블 영화들은 정체성과 하늘을 찌를 듯한 의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Phase 4에 다다른 마블은 이제 히어로에게도 능력에 대한 질문보다는 일상에서의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던진다.
불안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딛어야 하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냐고 묻는 것을 보니. 이제 진정으로 마블이 새로운 세대를 열 준비가 되었나 보다.
마치면서
마블 관계자들은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이라 부르는 것을 내쉴 수 있을 것 같다.
보는 내내 케빈 파이기와 샘 레이미 감독을 향한 찬사를 멈출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영화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야 뭐 당연하고.) 애써 되찾은 마블의 명성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이기적으로 바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영화의 최애 장면]
단연코 자비에 교수가 완다의 의식을 구해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을 썼던 이유에 대해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음. 그 장면 때문에 영화를 두 번 세 번은 다시 보고 싶을 정도.
[이 글의 TMI]
1. 오이 오빠 소처럼 일해줘서 고마워요.
2. 오이 오빠 제발 내 시간과 돈과 사랑을 받아.
3. 우리나라 사람들 마블에 진짜 진심임. 개봉날 조조영화가 매진이라니.
#마블영화 #닥터스트레인지대혼돈의멀티버스 #베네딕트컴버배치 #샘레이미 #엘리자베스올슨 #베네딕트웡 #레이첼맥아담스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최신영화 #네이버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Munal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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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흑인의 성장을 그리다
작년,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알게된 영화 <컬러 퍼플>. 여성해방운동과 흑인해방운동이 펼쳐지고 있었던 1980년대 후반 만들어진 작품에서 과연 이들의 운동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기대가 됐던 작품이었다.
영화 <컬러퍼플> 시놉시스천성적으로 바보스러우리만치 착하기만 하고 오직 복종 밖에는 할 줄 모르는 셀리(후피 골드버그 분)는 14살 때 의붓 아버지에게 몸을 빼앗겨 아이를 둘이나 낳는다. 그러나 의붓 아버지는 그 아이들을 낳자마자 새뮤얼 목사와 코린 부부에게 갖다 줘 버린다. 셀리는 여전히 타인의 삶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오직 낙이 있다면 두 살 아래인 여동생 네티와 서로 의지하며 다정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러나 의붓아버지는 이제 어린 네티마저 건드리려 하고, 그러는 중에 40대 초반의 미스터라는 남자가 네티를 자기 아내로 줄 것을 요청하나 의붓 아버지는 네티는 너무 어리다며 대신 셀리를 데려가라고 한다. 이에 미스터는 어린 셀리를 아내로 맞아 데려간다.
그러나 셀리의 삶은 미스터의 전처 쇼생 아이들 등살과 미스터의 난폭한 성격때문에 노예보다 더 참혹한 생활을 하지만 착한 성품으로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준다. 그러던 어느날 네티는 의붓 아버지의 손을 피해 셀리네 집에 와서 살며 학교도 다니고 배운 걸 셀리에게도 가르쳐 주며 행복하게 살아가나 네티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미스터에게 겁탈 당할 뻔했다가 위기를 모변하지만 화가 난 미스터에게 쫓겨나고 그 후 미스터는 네티한테서 온 셀리의 모든 편지를 다 압수해 버린다.
미스터는 어릴 때부터 서로 연모하던 목사의 딸이자 떠돌이 가수 셕이 공연을 왔다가 병으로 쓰러지자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간호해 주며 함께 잠자리도 같이하나 셀리는 오히려 그러한 셕을 사랑으로 따뜻이 보살펴 준다. 이에 감동한 셕은 셀리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눈을 뜨게 만들어 주고 미스터가 없는 틈을 타 집안을 뒤져 네티한테서 온 편지를 찾아낸다. 그 편지에서 셀리는 자기 아이들이 다 살아 있고 네티와 함께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자라고 있으며 곧 미국으로 오겠다는 내용을 읽고 그 모든 소식을 수십년간이나 차단한 미스터에 대한 증오는 분노로 바뀌어 순하디 순하던 성품이 적극적으로 바뀌어 셕 부부와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셀리가 집을 나가고 오랜 세월 혼자 사는 데 지친 미스터는 차츰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셕은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미워했던 목사인 아버지께 돌아가 눈물겨운 화해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미스터의 주선으로 아프리카에 가 있던 네티와 셀리의 아들 아담 그리고 딸 올리비아는 미국으로 와 수십년만에 눈물겨운 가족 상봉을 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컬러 퍼플>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셀리의 주체성 회복
영화 <컬러 퍼플>은 정말 간단히 얘기를 해보자면 셀리가 주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물론, 그 과정이 스스로가 아닌 셀리보다 조금 더 주체적이라고 볼 수 있는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서 이뤄진다. 그래도 좋았던 부분은 셀리가 착하디 착하고 가부장제를 온몸으로 체화했을 때에는 다른 여성캐릭터 네티나 셕과 함께 등장할 때 같이 등장한다기 보다는 그림자로 등장한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사람의 형성을 띤 그림자로 셀리를 표현함으로써 아직은 개성을 표현하지 않은 여성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점차 개성을 드러내고 주체성을 회복하면서 온전한 인물로 표현된다.
너무나도 안타까웠던 소피아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고 시선을 따라갔던 인물은 소피아였다. 미스터에게 당당하게 아들을 내어달라 얘기하는 여장부의 모습이었던 소피아가 시장 아내에게 '이런 젠장'이라는 아주 순하디 순한 욕을 했다는 이유로, 흑인이 백인에게 욕을 했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감옥을 가게된다. 그 후 8년의 시간 동안 자신을 버리고 시장의 부인 집사로 들어가 노예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게 당당했던 인물이 사회의 벽에 부딪히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결말은 왜 그럴까?
시대의 한계가 느껴진 결말이었다. 뭔가 여성들이나 흑인들이 받는 핍박을 잘 보여준 작품이긴 했지만 그 여성이나 흑인들이 자리를 잡고 성장해 나갈 때는 그 개연성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갑자기??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옷수선 가게를 차린 셀리와 유산상속을 받고 굉장히 자유로운 여성으로 성장하는 갑작스러운 전개에게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럽지 않게 다가왔던 것 같다.
영화 <컬러 퍼플>은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잔잔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시대의 한계 덕분에 아쉬웠던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잘 됐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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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 신발을 지금 신고 있기 때문이야...
낡은 집을 새롭게 바꿔 어려운 이들을 돕던 예능 프로그램 러브하우스, 놀랍게 변신한 보금자리를 보여줄 때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던 익숙한 음악(<미술관 옆 동물원> OST 중 ‘Synopsis’)과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미술관 옆 동물원' 1988
결혼식 비디오 촬영기사인 ‘춘희’(심은하)는 짝사랑을 하고 있다. 촬영 때 가끔 마주치는 보좌관 ‘인공’(안성기)이 그 대상이다. 한편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철수'(이성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애인 ‘다혜’(송선미)의 집 문을 열고는 그녀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하여 그 집을 떠났고 이제 그곳은 춘희의 거처이다. 자신의 옛 연인이 더 이상 그곳에 살지 않음을 알게 된 철수는 함께 했던 공간을 버리고 마음까지 떠나 버린 다혜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한다. 집 전화만이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던 시절, 언제 걸려올지 모를 그녀의 전화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와 이미 월세를 철수 자신이 내었다는 권리 주장으로 둘의 좌충우돌 동거가 시작되는데. 몰입을 방해할만한 이러한 황당한 설정이 지나면 영화는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너무도 다른 생활 방식을 지닌 두 사람, 하지만 가장 극명한 차이는 사랑에 대한 서로의 가치관이다. 춘희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소녀 감성임에 반해 철수에게 있어 사랑이란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야 하는 현실적인 것이다. 이제 춘희가 써 나가던 시나리오에 철수가 끼어 들게 되고 그 제목은 ‘미술관 옆 동물원’, 미술관은 춘희가 좋아하는 장소이고 동물원은 철수가 가고 싶어 하는 장소이며 서로의 생각의 거리를 보여주는 은유적 공간인 것이다.
둘은 서로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아 결국 합의점은 미술관 옆 동물원.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설득하기 위하여 그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때로는 큰 소리를 내고, 때로는 “맘대로 하세요”라며 귀를 막고 무시하는 것이 전부다. 티격태격, 이러한 거친 과정이 지나며 그들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해 가지만 겉으로는 이전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그들이 써 나가는 시나리오 속 두 주인공의 변해 가는 모습을 통해 춘희와 철수의 변화를 조용히 보여준다. 그러던 중 철수의 휴가가 끝나고 춘희는 시나리오 공모를 포기한다.
춘희가 일을 보러 나간 사이 그녀가 갖고 싶어하던 선물과 과천으로 갔다가 귀대한다는 짧은 편지만을 남겨 두곤 집을 나선 철수, 황급히 그를 찾아 가는 춘희, 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의 길은 엇갈리고 만다. 철수는 춘희가 좋아하는 미술관으로, 춘희는 철수를 찾아 동물원으로.
철수와 춘희를 대변하는 은유적 공간
시나리오 속 두 주인공 ‘다혜’와 ‘인공’은 현실의 두 주인공처럼 먼 생각의 거리가 있다. 자전거, 외로움, 순수함이 다혜를 표현한다면 자동차, 현실, 무관심은 인공을 대변하며 미술관의 프레임과 우주는 두 사람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적 설정으로 영화에서 사용된다. 지금 보는 별의 빛이 수 억년 전의 것이라는 막대함을 사랑하는 인공, 하지만 다혜에게는 그 광활함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사각 프레임에 자신의 모든 것이 있다.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인공과 다혜, 어느덧 인공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가 이동 수단이 되어 가고, 다혜는 우주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조심스러운 고백도 한다. “그림 밖이 휠씬 따뜻해요.” 우주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다혜에게 우주는 영하 수 백 도의 진공 지옥이라 이야기하던 인공도 이젠 얼굴에 웃음이 늘었다. 좁은 프레임에 갇혀 누구도 받아들이기 힘들던 이와 너무 넓은 공간에 놓여 한 사람만을 받아들이기엔 공허했던 이가 공간을 넓히거나 좁히며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나리오 속 두 주인공은 좁히거나 넓히며 서로의 공간을 이해해 간다
자동차가 고장 난 인공이 다혜의 자전거에 그녀를 태우고 밤길을 가고 있다. “다혜씨, 오늘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어요, 누구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공씨, 오늘 처음으로 웃었어요.” 이렇듯 서로는 이해를 통해 사랑을 키워가고 이처럼 아름다운 장면에서 그 설렘을 더해 주는 익숙한 선율, 바로 영국 작곡가 ‘엘가’(Edward Elgar, 1857~1934)의 <사랑의 인사>(salut d’amour, op.12)다.
평민 집안에서 태어난 ‘엘가’는 어릴 적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으나 평범한 음악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8살 연상의 ‘앨리스’를 만나면서부터 그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엘가’에게 좋은 음악적 조언자이자 매니저였으며 음악적 영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실제 ‘엘가’의 명곡 <수수께끼 변주곡>(Variations on an original theme op. 36 ‘Enigma’)도 아내를 위한 선율을 구상하던 중 창작된 작품이다.
그들의 결혼이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평민인 ‘엘가’에 비해 ‘앨리스’는 귀족 집안의 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도 둘의 사랑을 막을 수 없었으며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되는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엘가’는 약혼자인 그녀에게 <사랑의 인사>를 작곡, 결혼 선물로 바친 것이다. 하니 들어 보면 곡의 제목만큼이나 사랑하는 이를 향한 절절함이 가득 묻어나는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로, 영화 속 둘의 대화가 비껴 말하는 듯 “우리 이제 사랑이죠?” 하며 나누는 그 첫 인사와 같기에 더 적절한 곡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맞춤 선곡인 것이다. 평생의 사랑을 얻은 ‘엘가’는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서의 이름을 얻게 된다. 그런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위풍당당행진곡>(Pomp and Circumstance, Op. 39)일 것이다. 탄광촌에 위치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감동적인 실화를 담은 '최민식' 주연의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2004)에 등장하여 뭉클함을 안겨 주기도 했던 이 곡은 1901년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위하여 작곡된 것으로 모두 5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1번이 가장 유명하다. 이후 <희망과 영광의 나라>라는 가사가 붙여져 불리어지며 영국을 상징하는 곡으로 자리 잡았는데, 주는 감흥이 제목만큼이나 당당한 것이라 지금도 졸업식장이나 영광스러운 자리에 어울려 자주 연주되는 명곡인 것이다.
'엘가'(Edward Elgar, 1857~1934)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엔 사랑에 관련한 명대사들로 가득하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춘희가 영화의 막바지 조용히 읊조렸던 “사랑이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버리는 것인 줄은 몰랐어”일 것이다. 잊혀지지 않는 또 하나의 장면, 시나리오 속의 다혜가 지구를 별이라고 언급하자 인공은 “지구는 별이 아니라 행성입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니. 그런 행성도 자기 주변만 맴도는 위성을 갖고 있죠, 달처럼.”이라며 고쳐 잡는다. 그런 그의 말에 “그럼 난 행성, 난 정말 달인가 보다. 내 안에서는 노을이 지지도 않으며, 그에게 미치는 내 중력은 너무도 약해 그를 당길 수도 없다. 누군가를 맞이하려는 듯 깨끗하게 치워진 내부. 난 태양빛을 못 받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월식 중인 불쌍한 달이다.”라던 그녀의 체념은 서글프지만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시(詩)다.
그리고 또 하나의 깊게 스며드는 대사와 장면. 함께 길을 가다 진열대에 놓여진 어느 구두를 바라보며 춘희가 이야기한다. 저 구두가 너무 예쁘다고, 이 길을 가다 보면 꼭 보게 된다고.
“들어가서 한번 신어볼래?”
“아냐 됐어”
“그러지 말고 한번 신어봐”
“나한테는 안 어울릴 꺼야, 지금 신은 신발처럼 편하지도 않을 꺼구”
“신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야, 저기 니꺼랑 똑같은거 있다, 그지?”
“그렇네, 처음 봤을 땐 너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지금 보니까 왠지 초라해 보이네”
“그건 그 신발을 지금 신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야”
추천음반
<사랑의 인사>는 피아노 반주를 동반한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품이지만 아름다운 선율로 인하여 다양한 악기들로 편곡되어 연주되곤 한다. 이렇듯 수많은 연주 중 가장 첫 손에 꼽을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것이다. 그녀의 데뷔앨범인 ‘콘 아모레’(Con amore, DECCA)에 수록된 이 곡을 듣다 보면 악기로 노래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선명히 보여주는 듯 사랑하는 이에 대한 절절함이 바이올린 소리에 녹아 있다. 누군가에게 프로포즈를 준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연주를 배경으로 까시라. 성공 확률이 확연히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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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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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1] 사랑과 계급에 관한 이탈리아 영화 마틴 에덴 을 관람하고 왔어요!
이탈리아 영화 마틴 에덴 이 궁금하신 분들는 영상 참고 부탁드려요.
간단한 리뷰도 넣어두었습니다.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려요. ^~^
brunch.co.kr/@moviehouse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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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루엘라> 화려한 반격 영상
처음부터 난 알았어. 내가 특별하단 걸
그게 불편한 인간들도 있겠지만 모두의 비위를 맞출 수는 없잖아?
그러다 보니 결국, 학교를 계속 다닐 수가 없었지
우여곡절 런던에 오게 된 나, 에스텔라는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운명처럼 만났고
나의 뛰어난 패션 감각을 이용해 완벽한 변장과 빠른 손놀림으로 런던 거리를 싹쓸이 했어
도둑질이 지겹게 느껴질 때쯤, 꿈에 그리던 리버티 백화점에 낙하산(?)으로 들어가게 됐어
거리를 떠돌았지만 패션을 향한 나의 열정만큼은 언제나 진심이었거든
근데 이게 뭐야, 옷에는 손도 못 대보고 하루 종일 바닥 청소라니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 런던 패션계를 꽉 쥐고 있는 남작 부인이 나타났어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난 남작 부인의 브랜드 디자이너로 들어가게 되었지
꿈을 이룰 것 같았던 순간도 잠시, 세상에 남작 부인이 ‘그런 사람’이었을 줄이야…
그래서 난 내가 누군지 보여주기로 했어
잘가, 에스텔라
난 이제 크루엘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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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상선언> 공식 예고편
[비상선언] 공식 예고편 드디어 공개! ✈️? 올 8월, 극장에서 함께 탑승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