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3-19 01:59:21
봄과 어울리는 영화.zip
<4월 이야기> <봄날은 간다> <초속 5센티미터>
안녕하세요!
이번 주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번 주까지만 해도 날씨가 쌀쌀했는데
이번 주에는 제법 따스해 봄기운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곧 꽃이 만개한 길거리를 볼 수 있겠죠?
그래서 봄을 맞이해 봄에 보기 좋은 영화를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4월 이야기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학에 진학한 후, 고등학교 때 짝사랑한 선배를 마주친 우즈키.
사랑을 꿈꾸는 스무 살 소녀의 순수한 로맨스
cine pick!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 선보이는
두 번째 사랑 이야기.
설렘, 아련함이 마음속에 가득 남는 영화.
Streaming Service
웨이브, 시즌
봄날은 간다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복잡한 서울을 도망치듯 떠나온 혜원.
평화로운 고향에서 따스함을 새로이 느낀다.
자연의 소소한 기쁨 속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는 사이,
어느새 사계절이 지나 봄이 오고.
cine pick!
두 배우의 최고의 작품이자 리즈 시절을 담은 영화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진한 여운이 남는 영화.
Streaming Service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초속 5센티미터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초등학교 친구였던 타카키와 아카리는 졸업과 동시에 헤어지게 된다.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이 남은 두 사람은 반년 만에 다시 연락하게 되고,
폭설이 내리던 어느 밤, 타카키는 아카리를 찾아 나선다.
cine pick!
영화를 보는 내내 각자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영화.
영상미까지 뛰어난 영화이다.
Streaming Service
웨이브, 왓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인 폴은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폴은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해 그녀가
키우는 작물을 먹고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cine pick!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너무 예뻐서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도 감상할 수 있는 영화.
Streaming Service
웨이브, 왓챠
갓 헬프 더 걸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위태로운 방황의 시기를 겪던 이브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그 시간들을 통해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잘하는 것을
깨달은 이브에게 뜻밖의 위기가 찾아온다.
cine pick!
빈티지한 색감, 음악, 패션이 만나
눈과 귀 모두 즐거운 영회.
잔잔하지만,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영화.
Streaming Service
웨이브, 왓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우연히 발견한 인기 여학생의 비밀.
외톨이 남학생은 그렇게 그녀와 가까워진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후, 그는 알게 된다.
그녀의 무언가가 마음속에 살아남았음을.
cine pick!
포스터와 스틸컷에서부터 느껴지는 봄의 기운.
제목만 보면 뭔가 무섭게 느껴지지만,
제목이 무슨 뜻인지 영화를 통해 꼭 확인해 보자!
Streaming Service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리틀 포레스트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복잡한 서울을 도망치듯 떠나온 혜원.
평화로운 고향에서 따스함을 새로이 느낀다.
자연의 소소한 기쁨 속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는 사이,
어느새 사계절이 지나 봄이 오고.
cine pick!
담백함과 수수함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위로와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Streaming Service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
- 상관없어, 그냥 계속 연기해
정신없이 일상을 보내다가도 순간 삶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
한평생 우리를 따라다녔고 또 따라다닐 이 질문은,
'대체 무엇이 의미 있는가'
자꾸만 길을 잃는 이들에게 웨스 앤더슨은 영화를 통해 말한다. '상관없어, 그냥 계속 연기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극작가 콘래드가 쓴 연극과 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스터로이드'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열린 '소행성의 날' 행사 참석을 위해 과학 천재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등 여러 사람이 모인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외계인의 등장으로 이들은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갇히고 만다. 이 이상한 연극의 전개를 이해하기 위해 극 속 인물들과 극 밖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의미를 찾아내려 애쓴다.
영화는 연극 속 내용과 비하인드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연극을 현실처럼, 비하인드인 현실을 연극처럼 보여준다는 것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라는 극은 컬러 화면이며, 자연스러운 화면 전환을 보여주는 반면, 비하인드 씬에서는 흑백 화면과 내레이션, 연극 세트와 같은 화면 구성을 가진다. 이러한 경계는 영화가 진행되며 자꾸만 무너진다. 현실의 내레이터 배우가 뜬금없이 연극 장면에서 등장하고, 오기 역의 배우는 도저히 극 중 오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연극 밖으로 뛰쳐나간다. 엔딩에서는 연기학원에 앉아있던 배우들이 모두 잠에 빠져드는 연기를 펼친다. 그중 한 배우가 벌떡 일어나며 무언갈 외치는데 이때 배우를 비추는 화면은 컬러로 바뀐다. 현실과 극의 경계가 뒤섞이는 순간이다.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 없어.'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 없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외계인이 나타난 후 우드로는 아버지 오기에게 말한다. '모든 게 불확실해요. 외계인이 또 올지, 오면 무슨 말을 할지, 왜 소행성을 훔친 건지, 그게 우리건 맞는 건지, 우린 아는 게 없다고요. 어쩌면 저 우주에 뭔가 우리 삶의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요.' 수상한 외계인의 등장이 우드로의 인생을 흔들어 놓는 동안, 오기 역 배우 존스는 조금 다른 사건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왜 오기는 전기 버너 위에 손을 올렸는가.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이상한 점은 한 둘이 아니다. 땅을 파는 자판기, 잘려 나간 오기와 아내의 장면, 알 수 없는 외계인의 의도. 그러나 존스가 가장 궁금해하는 건 오기가 버너 위에 왜 손을 올렸는지다. 결국 극 밖으로 뛰쳐나와 연출가 슈버트를 찾아간 그는 말한다. 아직도 이 연극의 의미를 모르겠어요. 슈버트는 그런 그에게 의미는 상관없으니, 그냥 이대로 계속 연기하라 답한다.
다시 무대에 오르기 전 존스는 아내 역을 맡았던 배우를 우연히 만난다. 그녀에게서 잊고 있던 삭제 장면에 관해 들은 그는 묻는다. 왜 잘랐을까요? 좋은 장면인데. 배우는 답한다. 아마 러닝타임 때문이겠죠.
극으로 돌아간 존스는 무사히 연기를 끝내고,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성황리에 막을 내린다. 그러나 우드로도, 존스도, 연출가도, 관객도 각자의 의문을 해결하진 못했다. 그래도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상관없다는 것.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기에 인생은 너무나도 짧고, 극의 모든 뜻을 파악하기도 전에 영화는 끝난다. 우리는 끝내 아무것도 알 수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의문을 가지고서라도 나아가는 것이다. 엔딩에서 배우들이 외친 대사처럼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조차 없다.
-
- 모험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각종 위험에 맞서 떠나는 모험을 주제로 한 영화
총 디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모험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해적: 바다로 간 산적
ⓒ 네이버 영화
synopsis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으로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의 바다 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cine pick!
각기 다른 이유로 국새를 찾아 바다에 모인 개성 넘치는 12인은 영화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묵직한 감동과 더불어 강도 높은 액션을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바다 한가운데, 좁은 구명보트에서 호랑이와 함께 남게 된 소년이 겪은 227일간의 놀라운
여정을 그려낸 영화.
cine pick!
얀 마텔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실사 촬영과 CG를 결합하여 환상적인 시각효과를
구현해냈다. 영화는 뉴욕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최초 상영 후 전세계 언론에서 찬사를
보내기도 하였다.
캐스트 어웨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페덱스 직원인 척은 연인 캘리와 만나지도 못할 만큼 바쁘게 지낸다. 크리스마스 이브, 데이트
중 급히 호출된 척은 비행기 착륙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은 후 무인도에서 눈을 뜬다.
cine pick!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음향상에 후보에 올라선 <캐스트 어웨이>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이다. 제작비로 9천만 달러가
소요되었지만, 월드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4억 296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코렐라인
ⓒ 네이버 영화
synopsis
부모님이 바빠 이사 후 혼자 집안을 돌아다니던 중 숨겨진 작은 문을 발견한다. 그날 밤 우연히
문을 열어 본 코렐라인은 또 다른 세계로 가게 되는데...
cine pick!
세계 최초로 제작된 3D 입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비밀의 문>은 재미있는
스토리 더불어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귀여운 캐릭터에
반전 넘치는 무서운 스토리로 어른을 위한 공포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문라이즈 킹덤
ⓒ 네이버 영화
synopsis
12살 소년과 소녀가 사랑에 빠져 함께 도망친 후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필사적인 수색을 그린 독특한 드라마 영화.
cine pick!
부드러운 색감, 대칭 구도, 매력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웨스 앤더스 감독의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2012년 제 65회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많은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기도 하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유쾌, 상쾌, 통쾌 모두를 느끼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하였습니다.
영화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3월 19일 바로 오늘 개봉된 영화로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는 당시 치명적이었던 독일 잠수함 U보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영국에서 탄생한 비밀 특수 부대의 작전 과정을 유쾌, 상쾌, 통쾌하게 담고 있다. 시사회에 참석하여 영화를 관람한 후 크게 세 가지 매력 포인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 3월 19일에 극장에서 개봉된 <언젠틀 오퍼레이션>에서 주목해야 하는 세 가지 포인트에 대해 알아보자.
화려한 경력의 제작진과 출연진
영화를 보기 전 주목해야 하는 첫 번째 포인트는 바로 화려한 경력의 제작진과 출연진이다. 영화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한 <셜록홈즈> 시리즈와 <젠틀맨> 그리고 천만 관객을 이끈 <알라딘>의 감독인 ‘가이 리치’가 극본과 감독을 맡았다. 제작에는 <탑건>, <아마겟돈>, <블랙 호크 다운> 등 이미 유명한 작품을 다수 제작한 ‘제리 브룩하이머’ 가 참여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 또한 제작진과 마찬가지로 이미 다수의 작품을 통해 실력이 증명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가장 먼저 <슈퍼맨>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헨리 카빌’은 이번 영화에서 주연인 ‘거스 마치 필립스’ 역을 맡아 무자비함과 유머 그리고 리더십을 겸비한 군인을 연기했다. ‘헨리 카빌’ 외에도 넷플릭스 시리즈인 <삼체>에서 '오기 살라자르' 역을 맡은 '에이사 곤살레스'가 독일군 장교를 유혹하는 역할을 맡아 독일군 장교와의 아슬아슬한 텐션을 보여줘 영화의 흥미진진함을 돋보이게 했다. 또한 <듄>에서 자미스 역을 맡은 뱁스 올루산모쿤까지 부대원으로 등장하는 등 이미 눈에 익숙한 배우들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2016년에 영국 기밀문서가 공개되면서 알려진 제2차 세계대전 영국 총리 처칠의 지도하에 시행된 ‘우체국장 작전’을 그린 영화로 실화 기반 제작 영화이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이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으며 긴장감 있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제작된 영화라는 점에서 부대원들이 무사히 임무를 완성할 것이라는 예측은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소 내용이 뻔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토리 전개 중 드러나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의 등장 특히 중간에 계획했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부대원들이 성공시킬지를 보는 과정은 관람객으로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게 한다.
어두운 배경과 상반되는 통쾌함과 유쾌함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지만 <언젠틀 오퍼레이션>은 굉장히 코믹한 영화이다. 영화는 ‘거스 마치 필립스’의 부대원들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독일군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독일군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부대원들은 결국 독일군에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그 순간 부대원들은 순식간에 모든 독일군을 무자비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처리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독일군의 큰 배를 폭파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작전을 완수하러 떠난다. 길지 않은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가 이후의 영화 흐름을 모두 설명해 준다고 봐도 된다. 독일군을 절도 있고 잔인하게 처리하는 부대원들의 모습과 배 한 척이 폭파되는 화려한 액션, 독일군을 상대하면서 나오는 코미디스러운 장면과 동시에 느껴지는 긴장감이 오프닝 시퀀스에 모두 담겨 있다. 특히 부대원들의 화려한 액션과 함께 플레이되는 음악은 장면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든다. 드럼 소리에 집중하면서 영화를 즐긴다면 더 긴장감 있고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하였습니다.
-
- 이 드라마를 보고서야 루이14세를 이해했다, 드라마 <베르사유>
- 베르사유 (Versailles, 2015-2018) 시즌3 완결
제작 : 프랑스·캐나다, 역사·드라마 │ 연출 : 다니엘 로비, 크리스토프 슈르베, 자릴 라스페르, 또마 벵상
극본 : 사이먼 미렌, 데이비드 울스텐크로프트 │ 출연 : 조지 블래그덴(루이14세), 알렉산더 블라호스(필리프 공작),
안나 브루스터(몽테스팡 부인) 외 다수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다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나폴레옹에 대해 재해석한 발언이 화제였다. 오랜 시간 프랑스의 영웅으로 치하되어왔던 나폴레옹의 화려한 공적들 뒤로는, 전쟁 중독과 더불어 인종차별 및 여성차별이라는 단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은 변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과거에 평가된 인물들도 모두 현대의 관점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빛나는 태양왕으로만 익히 배워왔던 ‘루이 14세’를 보다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 한 편을 보게 됐다. 바로 프랑스와 캐나다가 합작하여 만든 드라마 <베르사유>다. 딱딱한 교과서로 루이 14세를 접했던 나는, 그간 루이 14세에 대해서라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긴 절대군주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드라마 <베르사유> 역시 그가 군주로서 황금기를 걷던 시절을 조명하긴 하지만, 3편의 시즌으로 이루어진 긴 이야기 속에는 ‘인간’ 루이의 삶이 녹아있다. 군주로서의 위엄과 공존했던 오만과 허영, 그리고 여러 업적 아래 가려진 불안과 고독에 대해서 말이다. 새벽 두 시까지 눈을 붙이지 못하며 단숨에 이 드라마를 정주행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관음적 즐거움을 이 드라마가 가득 담고 있었기 때문인 듯 싶다.
루이는 왜 변덕스럽고 외로웠을까
드라마에 비친 루이의 모습 중 한 면은 아주 화려하고 권세가 드높았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한 면은, 아무도 믿지 못하고 급기야 몽유병과 불면증에 시달리기까지 하는 나약한 루이를 보여준다. 실제로 베르사유 내에서는 연쇄독살사건이 일어난 적 있으며, 루이를 암살하려다 발각된 외부세력들도 몇 차례나 있었다. 그로 인한 루이의 정신적 두려움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 두려움을 가리는 방어적인 오만과 함께. 어쩌면 그가 건설한 절대왕정의 틀, 베르사유라는 위대한 건축물은 모두 자신이 언제 소멸할지 모른다는 공포로부터 기인했던 걸까.
루이 14세는, 선왕인 루이 13세가 결혼 23년 만에 낳은 후계자였다. 오랜 기간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선왕과 왕비를 두고 불임이라는 설도 돌았었고, 뒤늦게 태어난 루이 14세와 필리프 공작(루이의 남동생)을 두고서도 왕비가 불륜을 저질러 낳았다는 루머가 돌았었다고 한다. ─ 실제로 이 논란을 두고 시즌3에서는, 선왕이 다른 남자와 왕비를 관계하게 하여 루이 14세를 낳았다는 픽션이 가미되는데, 역사적 진실은 그 누구도 지금껏 모른다.
어쨌거나 출생부터 이야기가 많았던 루이 14세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여러 세력들 속에 성장해야 했다. 성인이 되어 궁전을 파리에서 파리 외곽인 베르사유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귀족들의 끊임없는 불만과 대신들의 반대를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상처가 많은 조개일수록 더 맑고 단단한 진주가 피어난다고 했던가. 출생부터 집권 기간 내내 불안과 고독을 경험했던 루이 14세는 업적과 위세에 집착하며 살아간 결과, 결국 우리가 아는 ‘태양왕’으로 기록되며 프랑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다.
루이 14세에게 영향을 끼친 여인들
루이의 양면을 보여준다는 것 말고도, 드라마 <베르사유>의 또 다른 재미를 꼽자면 그건 바로 그를 둘러싼 여인들일 것이다. 실제로 왕비 ‘마리 테레즈’ 말고도 여러 명의 애첩을 두었던 루이는, 옆에 어떤 정부를 두느냐에 따라 성격이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시즌1에서는 남동생 필리프 공작의 아내인 ‘헨리에타’와의 불륜을, 시즌2에서는 빼어난 미모로 루이를 쥐락펴락했던 ‘몽테스팡 후작부인’을, 시즌3에서는 철저한 종교적 신념으로 루이에게 내적인 안정을 안겨준 ‘맹트농 부인’을 다룬다. 세 여인의 성격이 모두 다르고, 그로 인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루이를 보는 것은 때로는 마음 아프고 때로는 분노가 치미는 일이었다.
누구도 믿지 못했던 국왕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루이의 갈망이었던 걸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왕비를 제외하고는 루이의 정부들은 모두 루이에게 역사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헨리에타는 요절했으며, 몽테스팡 부인은 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흑마법에 가담했고, 맹트농 부인은 훗날 루이가 개신교를 박해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드라마지만 영어 대사를 쓰는 드라마
영국 발음으로 대사를 하는 배우들을 보고, 당연히 처음엔 영국 드라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방영한 나라는 채널 ‘CANAL+’의 프랑스다. 실제로 루이 14세와 베르사유라는 소재가 프랑스의 것이니, 프랑스에서는 왜 자국의 역사를 영어로 제작해 다시 프랑스어로 더빙하냐는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엔 프랑스 궁정을 배경으로 영어를 쓰는 것이 적응이 안되기도 하지만, 점점 그 이질감보다는 배우의 연기력과 쫄깃하고 섬세한 연출력에 빠져들게 되는 건 이 드라마가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일 테다. 자부심 높은 프랑스 국민들에겐 조금 상처가 되었을지 모르나, 캐나다와의 합작으로 영미권까지 흡수한 덕에 이 드라마가 오늘날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꼭 화낼 일만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역사드라마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
십 년 전쯤, 오랜 시간 프랑스의 마녀로 오해되어온 ‘마리 앙투아네트’를 재해석했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힘 있는 자에 의해 기록된 수많은 역사들이 인물을 평면적으로 묘사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마녀였고, 콜럼버스는 위대한 개척자였고, 명성황후는 일본 자객에 의해 시해당했다는 이유로 선하고 가련한 왕비로 오랜 시간 각인되어왔다. 하지만 사실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매우 자애로운 성격이었고, 콜럼버스는 개척이 아니라 원주민 땅을 침범한 것이며, 명성황후는 살아생전 국고를 탕진한 매우 지독한 왕비였다는 것이 현대에 이르러 조명되고 있다. 역사 속에 딱딱하게 자리 잡은 이러한 인물들을 다각도로 탐구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것은 현대인들의 즐거움이자 사명일 것이다.
자기가 세상 잘 난 줄 알았고, 실제로도 잘났던 루이 14세에게도 말 못 할 허물은 많았다. 국민들의 배고픔을 이해하지 못했고, 개신교를 박해했으며, 충직한 대신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외면하며 무리한 전쟁을 이어나갔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독불장군이었으나, 그러면서도 하염없이 여인들의 입김에 녹아드는 한 남자였던, 인간 루이를 만나보는 기쁨 그리고 고통이 모두 <베르사유>에 담겨있다. 3편의 시즌 속에서 루이를 만나는 동안, 많은 이들이 그의 단면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다.
-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매튜 본의 불완전한 자기 복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보어 전쟁 도중 아내를 잃은 '올랜도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는 아들을 보호해달라는 아내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 '콘래드(리스 딕킨슨)'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도 전 유럽을 덮친 1차 세계 대전마저 피할 수는 없었다.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평화주의자 올랜도는 군에 자진 입대하려는 콘래드와 갈등을 빚지만 끝내 아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고, 그렇게 콘래드는 전쟁터로 향한다. 이에 옥스퍼드 공작은 아들을 지키고, 더 나아가 무의미한 희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믿음직한 유모 '폴리(제마 아터턴)'와 집사 '숄라(자이먼 운수)'와 함께 자체 비밀 정보기관을 운영하며 러시아 황실을 조종하는 '라스푸틴(리스 이반스)'처럼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흑막들을 처단할 불가피한 임무에 나선다.
<킹스맨>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킹스맨의 기원을 다루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여러모로 기존 시리즈와 결이 다르다. 프리퀄 작품이니 만큼 시리즈의 두 주역 에그시와 해리가 모두 등장하지 않으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20세기 초가 배경이라서 기상천외한 신무기도 없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간단명료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잔혹한 액션마저 즐길 수 있게 만들 정도로 유쾌한 활극에 가까웠던 지난 시리즈와는 사뭇 대비를 이룬다. 몇몇 포인트를 제외하면 웃음을 유도하거나 B급 감성이 느껴지는 장면이 많지 않으며, 전쟁영화 혹은 정치극처럼 느껴질 만큼 시종일관 진중하다.
대신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튜 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수작,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많은 부분 닮았다. 단순히 특정 시리즈의 프리퀄 작품이라는 포지션만 같은 것이 아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스케일이 더 크다는 점만 제외하면 영화의 콘셉트부터 핵심적인 갈등 구도와 주제에 이르기까지 판박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우선 두 작품은 모두 대체역사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퍼스트 클래스>가 쿠바 미사일 위기에 엑스맨이 개입했다는 상상력에 기반한다면, <퍼스트 에이전트>는 1차 세계 대전의 발발과 전개, 결말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건마다 킹스맨이 개입해 있다는 설정을 보여준다.
각 영화의 두 주인공이 폭력에 대한 대조적인 견해 차이로 인해 대립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는 뮤턴트라는 소수자가 생존하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도 활용하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 논쟁을 펼치며, 이는 마치 마틴 루터 킹과 말콤 X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퍼스트 에이전트>에서는 아버지인 올랜도 옥스퍼드 공작과 아들인 콘래드가 갈등을 빚는다. 보어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으로 인해 모든 폭력과 전쟁을 혐오하게 된 평화주의자 아버지와 귀족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직위인 공작 가문의 후계자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자진 입대하려는 아들의 충돌이 극의 중심에 위치한 것이다. 단지 이 대립 구도가 유지된 결과 엑스맨이 창설된 것과 달리, 갈등의 종식으로 말미암아 킹스맨이 조직된 것만이 두 영화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두 영화 간의 유사점이 필연적으로 비교를 낳고, 그 결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완성도가 저해된다는 데 있다. 우선 한 가지 사건에 집중하고 미국과 소련의 충돌이라는 명료한 세계사적 배경을 제시해 갈등 구도를 단순화하고 극의 밀도를 높일 수 있었던 <퍼스트 클래스>와 달리, <퍼스트 에이전트>는 수년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등장인물과 갈등 구도가 모두 많고 복잡해지면서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옥스퍼드 공작 부자의 갈등이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1차 세계 대전의 주요 참전국인 영국, 독일, 러시아 각국의 정치 상황과 세 나라의 군주이자 사촌관계인 조지 6세, 빌헬름 2세, 니콜라이 2세의 관계성이 또 다른 갈등구도를 이룬다. 이에 더해 세 군주를 조종하려는 흑막의 이야기도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며, 뒤늦게 참전하는 미국의 윌슨 대통령 이야기까지 묘사해야 하다 보니 영화가 좀처럼 균형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균형의 붕괴는 영화가 실존 인물들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러시아 제국의 비선 실세였던 라스푸틴이나 실제 능력과는 별개로 미녀 스파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마타 하리를 그저 한 차례의 액션신을 보여주기 위한 엑스트라로 소비하는 것은 영화 한 편에 담기 어려운 분량의 한계를 여실히 내보인다. 또한 사라예보 사건부터 참호전과 러시아 혁명, 치머만 전보 사건에 이르기까지 워낙 방대한 사건들을 2시간 안에 녹여내야 하다 보니 당시 국제 관계와 개별 사건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영화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남아프리카에서 펼쳐진 보어 전쟁도 오프닝부터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결코 낮지 않다.
한편 옥스퍼드 공작 부자의 갈등 구도는 공감을 살만한 힘이 부족하며, 특히 이야기적 측면에서 <킹스맨> 시리즈를 <킹스맨>답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놓치는 듯 보인다. 실제로 옥스퍼드 공작과 콘래드의 갈등은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대립에 비해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소수자로서 생존을 위해 폭력적으로 저항할지 말 지를 둔 갈등 구조가 직설적으로 자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평화와 반전의 가치가 참전이라는 귀족의 의무와 충돌하는 것은 그만큼의 강렬함이나 절박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연출적 측면에서 기인한 문제이기도 하다. 작중 옥스퍼드 공작이 완고한 평화주의자가 된 이유는 그의 보어 전쟁 참전 당시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영화에서 짧은 회상신을 제외하면 해당 경험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충분치 않으므로 옥스퍼드 공작의 신념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고, 부자간의 갈등도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또한 옥스퍼드 부자가 어디까지나 영국의 최상위 귀족이자 젠틀맨이라는 점은 영국적인 매력을 더함으로써 <킹스맨> 시리즈의 영국적인 매력을 감소시키는 아이러니함을 낳는다. 흔히 <킹스맨> 시리즈의 영국적 특징이라면 킹스맨의 어원, 아서 왕 전설에서 차용한 코드 네임, 007을 의식한 설정과 대사들, 무기로 활용되는 양복, 구두, 우산 같은 외적 특징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킹스맨>의 영국적 특성은 하층 계급이었던 에그시가 해리를 만나 귀족과 젠틀맨들의 세계에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 자체에 담겨 있기도 하다. 에그시가 보여준 판타지는 아직도 왕실, 귀족과 평민 같은 계급 차이가 명백한 영국이기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관객 한 명 한 명이 에그시가 되어 신분상승의 로망을 영국적인 방식으로 충족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킹스맨> 시리즈의 주요한 매력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옥스퍼드 부자가 누구보다도 영국적인 캐릭터지만 해리와 에그시의 관계처럼 로망과 판타지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인물은 아니기에 그들의 서사는 상대적으로 흡입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는 <킹스맨>이 <킹스맨>답지 못한 문제를 유발한다. 그 결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튜 본 감독의 작품으로서는 <퍼스트 클래스>의 하위 호환 격이라는 인상을 남김과 동시에 킹스맨 시리즈로서의 정체성도 명확히 챙기지 못한다.
물론 매튜 본 감독 특유의 감각이나 <킹스맨> 시리즈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목들 덕분에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킬링 영화로서 최소한의 본분은 다해낸다. 예를 들어 라스푸틴과의 결투씬이나 절벽 엘리베이터 시퀀스는 역동적이고 시원하지만 동시에 잔혹한 매튜 본 특유의 액션 연출과 B급 감성이 빛을 발한다. 또한 독일군과 영국군 참호 사이에서 펼쳐지는 콘래드 전투와 결투 장면은 비교적 담백하게 묘사되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며,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정치와 무관하게 선제적으로 행동한다는 킹스맨의 창립 이념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순간적인 재치로 메우기에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구멍은 예상보다 너무나도 컸고, 시리즈와 매튜 본의 이름값을 고려할 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P(Poor 형편없는)
잘못된 방향으로의 자기 복제가 낳은, 시리즈와 감독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범작
-
- 새로운 캡틴을 봤지만 옛날 캡틴이 그리운 이유
새로운 캡틴을 봤지만 옛날 캡틴이 그리운 이유
연이은 부진한 영화 성적으로 마블은 연간 영화 2편, 드라마 3편 정도만 제작해 콘텐츠의 품질에 신경 쓰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 시작은 아니지만, 영화의 질에 집중하는 과정으로서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이하 '브뉴월')는 꽤나 상징적이다. '캡틴'이 '어벤져스' 내에 의미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앞으로의 마블 영화의 방향에 아주 중요한 순간에 새로운 '캡틴'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것은 기존 마블 골수팬들은 물론, 마블의 전성기 영화를 라이트하게 즐겼던 일반 대중들에게도 일종의 '마지막 희망'으로 서 작동했다. '인피니티 사가'의 스토리를 따라갔던 그 열광과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길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브뉴월'은 그렇게 작용했을까? 분명 낯선 캐릭터도 아니며, 우리가 익히 아는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보지만 어쩐지 영화를 보고 나면 과거의 마블 영화가 으레 그랬듯 어떠한 '기대감'보다는 '헛헛한' 감정이 제일 먼저 든 이유는 왜일까.
첫 번째 이유 : 고뇌하지 않는 인물
"You are NOT STEVE ROGERS"
기어이 미국의 대통령직까지 달성하게 된 '로스' 대통령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된 '샘'에게 했던 대사다. 필자의 생각엔 이 질문이 '브뉴월'을 끌고 나아가는 동력이 되었어야 했다. '스티브 로저스'가 아닌 '샘 윌슨'의 캡틴 아메리카를 보여주려면 그에 대한 차별화된 답이 제시 됐어야 했다. 우리가, 이미 인피티니 사가의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에 익숙해져 있는 일반 관객이 '샘 윌슨'을 2대 '캡아'로 인정하려면 공감 가는 서사가 뒷받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영웅적 신념, 고민이 선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필연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2대'의 이야기와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성장 서사... 등등 '2대'라는 것이 갖고 있는 여러 특질들을 '샘 윌슨'이라는 캐릭터에 녹여낼 수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관객은 좀 더 공감하며 새로운 캡틴에 비로소 익숙해지고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2대'가 갖고 있는 설움을 겪어본 적이 있지 않던가.
하지만 '브뉴월'의 '캡틴'은 정말 그저 '군인 캡틴'으로만 전락하고 말았다. 본인의 신념보다는 '명령'이 우선인 군인 캐릭터는 우리가 '캡아'에게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그가 '미국'을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만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땅히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정부에 저항을 해서라도 지켜나갈 줄 아는 '뚝심'을 말이다. 하지만 다분히 정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미 대통령'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적 관계는 그저 '로스 장군'의 개인적인 심장병 문제, 약물 문제, '리더'의 계략이라는 제3의 문제로 희석된다. 우리가 기대하는 어떠한 정치적 함의를 내세우지 못한 채, '샘'만이 갖고 있는 신념도 드러내지 못한 채, 그저 '로스'와 '샘'의 개인적 싸움에서만 그친다. 레드 헐크로 변한 '로스'를 잠재운 것도 '샘'만의 신념이 아닌 '배티'와의 약속이라는 다분히 감성적인 요인인 것도 본래 '캡아'만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재미를 심하게 희석시킨다.
우리는 고뇌하지 않는 영웅 캐릭터에 매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가 영화계에 등장한 이후, 단순한 히어로 캐릭터를 보는 것은 이제 매력적이지 못하다. 선대 '캡아'와의 관계에서 '2대 캡아'인 '샘'의 위치, 그러한 '샘'만의 신념, 그리고 그러한 신념을 위한 고뇌가 없는 영웅이었던 '브뉴월'의 캡틴, 그래서 필자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스티브'의 캡틴이 다시 떠올랐고, 그래서 '헛헛한' 감정을 느꼈다.
(물론, '브뉴월'에서 '샘'의 서사를 보여주기 위한 내적 고뇌는 바로 '슈퍼 혈청'도, 최첨단 슈트도 없는 평범한 인간인 내가 히어로를 할 수 있을까? 였다. 그러나 정작 레드헐크를 제압하는 데 사용된 슈트는 '와칸다'의 최신 기술이 들어간 슈트였으며, '로스'와의 갈등을 해소한 것도 그저 '샘'의 '감성 팔이'라면...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 : 매력 없는 빌런의 배치
'히어로' 영화 장르는 프로타고니스트가 '히어로'인 만큼 빌런인 안타고니스트의 매력도 중요하다. 수작이라 평가받는 히어로 영화의 '빌런' 캐릭터는 '히어로' 캐릭터만큼이나 공을 들여서 만든다.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가 서사에서 서로 상호대립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는 것처럼, 히어로와 빌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브뉴월'의 빌런은 어떠한가? 이 영화에는 총 세 명이 등장한다. 서펀트 소사이어티의 리더 격인 '사이드 와인더', 그들과 협력 관계로 있었던 최종 보스 '리더(사무엘 스턴스)' 그리고 그의 복수 대상인 미 대통령 '레드 헐크(로스)'. 사실 각각의 빌런 캐릭터만 떼어 놓고 보면 꽤 괜찮은 서사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이드 와인더'는 전형적인 정치 스릴러 내지 첩보물의 빌런이며 '리더'는 '제모 남작', '리들러'와 같은 전형적인 두뇌형 악당 캐릭터, '레드 헐크'는 헐크와 맞먹는 힘과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때려 부수는' 빌런 캐릭터. 사실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이 스토리 속에서 기능하는 방식 혹은 배치되어 있는 방식으로 인해 서사의 힘이 떨어져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브뉴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리더'의 등장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리더의 분장도 맘에 썩 들진 않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이니 제쳐두더라도, '리더'의 등장이 너무 빨랐다. '리더'는 좀 더 비밀스럽고 음침하게 어둠 속에서 미국을 조종하고 있어야 했다. 사람들을 조종하고, 그 배후가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는 이 영화를 좀 더 '정치 스릴러적'인 분위기로 끌고 갔을 것이다. 또, 큰 문제는 '리더'가 대립하고 있는 상대가 '캡틴 아메리카'인 '샘 윌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실험실에 가두고 미국을 위한 실험쥐처럼 이용한 '로스'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한 것이다. 너무 빨리 정체가 공개된 '리더'의 '개인적 복수심'은 거대한 정치적 스릴러였던 초반의 분위기를 평범한 SF로 희석시킨다. 개인적인 심장 문제로 딸과의 화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벌고 싶어 하는 '로스'의 개인적 욕망, 10년간 '로스'에게 갇혀 미국의 실험쥐로 이용당한 '리더'의 개인적 복수심 사이, 우리의 주인공 '캡아'의 신념은 사실 설 자리가 없다.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서사적 갈등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서사에 이러한 개인적 복수심과 개인적 욕망은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물론 '리더'가 미국 전체를 공격하고 그것을 막기 위한 캡틴의 대결이라 볼 수도 있지만, 리더의 복수의 대상이 하필이면 미 대통령이 된 것이지 미국 체제의 전복이 그의 주목적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리더'와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은 어딘지 모르게 '붕 떠있는' 느낌을 주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라리 '리더'의 등장이라도 늦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이드 와인더'의 분량이다. 작중 유일하게 '캡틴 아메리카'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라면 '리더'도, '레드헐크'도 아닌 '사이드 와인더'이다. 하지만 서펀트 소사이어티라는 집단에 대한 설명이 명확히 되지 않았다. 마블에 대한 '찐팬'이 아니라면 대체 뭐 하는 집단인지, 왜 캡틴 아메리카랑 대립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극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평범한 액션 첩보극의 빌런으로서 대중들이 낯설어하는 인물을 아니지만, 그렇다고 캡틴과의 서사적 관계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관객 입장에서는 몰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반부, 그는 '캡틴'에게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되고 이후에 내뱉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아직 우리는 적대 관계임을 보여주는 작위적인 대사까지 등장한다. 대체 서펀트 소사이어티가 캡틴을 싫어하는지, 왜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보여주기만 한다. 관객은 충분한 이해 없이 따라갈 뿐이다. 그래서 멋진 CG 액션이 등장하지만 과거처럼 몰입하기 힘들다. 이 또한 꽤 아쉬웠던 부분이다.
마지막으로는 '레드 헐크'는 서사의 도구로서만 사용되고 버려진다. '레드 헐크'는 '브뉴월'의 예고편 속 등장으로 굉장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작중 등장시간은 최후반부 전투씬이 전부다. 그마저도 이전의 마블 영화들의 최후 전투씬에 비해 다소 빈약한 액션신을 보여준다. 영화의 대부분은 사실 '로스' 장군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가 갖고 있는 딸과의 갈등, 이전의 모습과 달라져서 딸과 화해하고 싶은 욕망이 극을 이끌어가는 그의 주된 동기이다. 그의 욕망을 방해하는 것은 '리더'의 혈청 투약으로 인한 내적 분노뿐이다. 그의 욕망을 방해하는 주된 요인이 자신의 정의를 실현시키려는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이라면 좀 더 몰입감 있는 플롯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이유 : 구심점 없는 스토리
사실 '브뉴월'은 평이하게 잘 만든, 잘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새로운 캡틴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관여도가 낮게 되는 이유의 가장 큰 문제는 구심점 없는 이야기가 크다고 생각한다. 위에 설명했듯, 인물의 관계가 각자 '따로 노는' 느낌이다. 이렇다 할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도 사실 크게 없다. 2대 팔콘이 되려는 '토레스'도 왜 팔콘이 되고 싶어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인물이 작동하는 방식에 '왜'를 설명하기보다 그저 보여주고 관객은 따라갈 뿐이다. '토레스'의 열정이 이해되지 않은 채 전투기 액션 장면에서 소위 과한 열정으로 '나대다가' 위험에 빠지는 클리셰는 지루할 따름이다. 인물의 유기적 관계가 없어 이야기의 구심점을 잃는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것을 하나로 엮는 것에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히 잘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앤트맨과 와스프 : 퀀터매니아>처럼 혹평을 들을 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마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캐릭터의 매력도가 높아야 한다. 우리가 캐릭터를 맘에 들어하고 그 캐릭터를 '덕질'하는 것이 마블과 같은 히어로 장르가 나아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평면적인 인물들이 보여줄 것만 보여주는 식의 안정적이지만 그 이상이 없는 전개는 앞으로의 마블을 기대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
- [자산어보] 배경지식 리뷰:돌아온 이준익 감독,자산어보는 어떤 책인가?
#자산어보#이준익#정약전
극장 가시기 전 참고하세요!
-
- 코x나로 미국이 건설했지만 딱하나 놓친 한 가지 [영화리뷰/결말포함]
-
무비워크 : Movie Walk
SUBSCRIBE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
- 영화 <부기맨> 메인 예고편
스티븐 킹 원작 & 롭 새비지 연출 [콰이어트 플레이스] [기묘한 이야기] 제작진 상상인가, 진짜인가! 보는 것만으로도 숨멎, 심멎하게 만드는 [부기맨] 메인 예고편 전격 공개
-
- 영화 <내가 날 부를 때> 30초 예고편
꿈을 이루기 위해 홀로 돈을 벌고 공부하며 고군분투하던 ‘안란’.
어느 날, 간절히 바라던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몇 번 본적도 없는 어린 남동생이 안란에게 덜컥 맡겨진다.
동생을 키우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누나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어른들.
“내 인생에는 너만 있는 게 아냐.
나에게도 우주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