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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r2023-09-16 10:49:57

[SICFF 데일리] 장애인의 미래에 관한 상상력의 개수 +1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빅맨〉

빅맨/Bigman

카미엘 스하우베나르 감독/Netherlands, Germany/2022/89min

‘지‧평‧선(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선)’ 세션     


  딜란과 그의 친구 유스의 머릿속에는 온통 축구 생각뿐이다. 딜란의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는 유소년 축구팀에서 함께 운동하는 둘은 종일 축구공과 함께 붙어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둘의 관심사는 곧 있을 유소년 축구 대회다. 이 대회에서 우승해 프로 팀 스카우터에게 발탁되어 프로 선수 활동하고자 하는 꿈은 딜란과 유스를 단단히 묶어준다. 그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둘은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길을 걷던 중이었다. 그러다 보면 공이 도로로 굴러가는 일도 으레 있는 법이다. 다만 하필 그때 달려오던 자동차가 딜란과 부딪쳤다는 것만 빼면, 평소와 모든 게 같은 평범한 날이었다.     


  딜란은 척추 신경에 손상을 입고,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재활하면 다시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 열심히 재활 운동에 매진하는 딜란. 그러나 딜란에게 재활은 불가능하다. 신경이 완전히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딜란은 평생 휠체어와 떨어질 수 없다. 딜란이 축구와는 떨어져야만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타고난 스포츠맨십을 가진 딜란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골키퍼 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엎드린 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손으로 축구를 해보기도 한다. 실제로 친구들끼리 하는 조그만 게임에서 딜란의 노력은 빛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딜란이 유소년 대회 수준의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딜란의 강인한 의지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오랫동안 꿈꾸고 노력해온 일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변한 건 내게 장애가 생겼다는 사실뿐인데, 나를 둘러싼 온 세계가 뒤집히는 그런 상황. 좌절감이 들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딜란은 장애 학생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것이 수치스럽다. 소변이 나오는 것을 느끼지 못해 바지에 실례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딜란은 그를 가로막는 것들에 매번 좌절하고 실망하면서도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금세 다시금 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젠 정말 힘들 거야’와 ‘이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두 생각이 순서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보면 딜란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 어느새 이입된다.     


  뭐든 계속 해보는 딜란의 마음이 인상깊다. 딜란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축구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꿈을 좇는 과정에서 좌절과 실패는 상수다. 장애가 아니라도, 딜란이 무난히 프로 선수로 데뷔했더라도 그에게 매번 새로운 시련과 도전이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장애를 의지만 있으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문제로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딜란이 계속 축구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마다 장애 정체성을 새겨 넣는다. 딜란은 장애를 ‘극복’하려 하지도 않고, 계속 낙담한 채로 머물지도 않는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자기 몸의 가능성과 한계를 면밀히 점검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장애인의 미래는 줄곧 부정되어왔다. 혹은 비장애인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방식으로만 재현되어왔다. 딜란의 여정은 이 둘 사이에 있다. 장애가 생긴 운동선수 지망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회의에는 아랑곳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초인적 노력을 내세워 비장애인에게 ‘인정’받으려 하지도 않는다. 요컨대, 딜란은 꿈에 대한 확신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딜란의 서사, 딜란의 가족과 친구들의 서사, 기존의 장애 재현에 균열을 내는 또 다른 장애인의 서사가 차근히 쌓여 펼쳐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장애인의 미래에 관한 상상력의 개수’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열어젖히는 딜란은 여기에 또 하나의 서사를 더했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성자 . rewr

출처 . https://brunch.co.kr/@cyomsc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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