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9-28 10:38:12
'당나귀 EO'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렵다면
영화 <당나귀 EO> 리뷰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연출, 폴란드 영화, 제7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수상작, 예지 스콜리모프스키의 영화로는 국내 최초로 극장 개봉하는 작품 등의 정보에서 일반 관객들,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도 많은 시대를 살고 있는’ 그들을 유혹할만한 요소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당나귀 EO의 시점으로 서커스단에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된 뒤 농장, 축구장, 소시지 공장 등 다양한 인간 세상을 여행하며 (다양한 인간들로 인해) 기쁨과 고통, 행복과 재앙, 선의와 멸시 등을 겪는 당나귀 EO의 긴 여정을 차분하게, 내적으로 잔혹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은 우리가 어릴 적 보고 들었던 ‘우화(寓話)’를 떠올리게 한다.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에 작품은 인간과 동물, 동물과 인간의 공생, 공존의 화두를 덧붙이고 인간 세상의 이면에 대한 고발을 아름다운 미장센과 입체적인 사운드를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하는 카피와 함께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당나귀 EO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보고 밝고 명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하는 이들 또한 많을 것이다. 이에 당신이 상상하는 그런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만난다면, (함께 본 이의 감상처럼) 불편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영화를 통해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아직 만나지 못한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가 무척 궁금하다.
editor. 민병채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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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없으니 목소리만 커지는 법이지
첫째 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한부 환자 사미라(루피타 뇽오)다. 재미없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만 기다리는 삶이라서? 그게 아니라 이 병원에서의 삶이 재미없다. 음식도 싫고 위치도 별로고 시설도 맘에 안 들고 그냥 다 싫다. 그러나 그 와중에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사람들이다. 간호사(알렉스 울프)에게 투덜대는 사미라. 밖에 나가자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피자 먹으러 갈 거야!"라고 응수한다. 공연장 앞까지 왔다. 귀여운 고양이가 내 옆에 있다. 그렇게 공연만 보면 끝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지구를 강타한 크리처 '데스 엔젤'이 뉴욕 시를 공격하고 있다. 소리 내면 죽는다. 그리고 오늘은 그 재앙의 첫째 날이다. 살아남아야 할까? 왜? 표류하는 사미라. 하지만 왜 표류하는지 스스로 모를 뻔했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
콰이어트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했던 건 감각을 강조하는 연출이다. 우선 첫째. 시각이다. 이 영화에서 시각은 이야기의 전개라는 측면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왜? 영화가 기본적으로 청각적인 요소를 캐릭터 간의 장애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야기를 이끄는 데 있어 중요한 게 뭐지? 보는 것이다. 말하는 건 어려울지언정 보는 건 똑바로 봐야 소리를 내면 죽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걸 곧바로 이야기에 넣으면 긴장감이 덜하다. 영화는 여기에서 변화구를 뒀다. 이 시각을 영화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가 이 영화가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방법 중 하나다. 제목에 ‘콰이어트’가 들어가지만 오히려 시각으로 승부를 둔 영화의 선택지가 된 것이다. 다음은 촉각. 이 영화에서 뭔가를 느낀다는 인간의 특성은 인물이 가진 거대한 장애물이면서 인물들 간의 관계를 두텁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동시에 영화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 촉각과 관련이 있다. 각자 인물의 입장에서 촉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보시면 이 영화가 뭘 의도하고 줄거리를 짰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이 시각과 촉각보다 중요한 건 미각과 청각이다. 미각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인물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강력한 스포일러라 구체적으로 쓰긴 어렵지만, 아마 영화에서 많은 관객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사실 이 미각과 관련한 묘사는 영화의 주제의식에 의해 희생당한 감이 있다. 이 낡은 전개를 보완하기 위해 영화가 더 부지런했어야 했다. 어떤 식으로? 영화 안에 제시된 인물의 동기를 전면에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 동기가 맥없이 배회하니 많은 관객들이 ‘이게 뭐라고 여기까지 하나’라고 느끼기 충분하다.
이 영화에서 미각만큼 중요한 건 청각이다. 당연히 시리즈가 영화를 거쳐 청각적인 요소로 서스펜스를 유발하고 있으니 많은 관객분들이 이 기대를 가지고 영화관에 갈 것이다. 이 영화는 이 측면을 잘 살렸다. 가령 남자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한 장면이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장면이 만들어지는 이유나 카메라의 동선이나 심지어 CG 퀄리티에 배우 연기까지 모든 게 시너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운드가 장점이라는 것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점프 스케어라는 연출 기법이 있다. 소위 말하는 ‘갑툭튀’다. 이 영화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점프 스케어가 많다. 그리고 사운드가 엄청나게 커서 사람이 깜짝 놀라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후술하겠지만 이 영화는 호러라는 장르를 어느 정도는 포기했다. 왜? 디스토피아라는 세상과 이 영화의 공간을 강조하기 위해. 이것을 위해 영화는 호러라는 장르가 가진 것들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이걸 영화가 너무 잘 알아서인지 억지로 점프 스케어를 강조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갑자기 무언가가 맥락 없이 튀어나온 것만 기억에 남는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가 이런 느낌이었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관객을 압박하는 영화 아니었나? 글쓴이는 시리즈를 미적지근하게 본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엉성한 플롯이 영화의 발목을 잡는다.
플레이스
이 영화는 감각만큼이나 공간적 배경을 강조했다. 어떤 공간? 바로 지역이다. 이 영화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뉴욕이라는 도시를 감독과 각본가가 해석한 바를 그대로 녹여 내렸다. 어떤 식으로?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영화의 첫 장면에서 근거를 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뉴욕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걸 1대 1로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못하겠지? 당연히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되어 아수라장이 된 뉴욕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 무리가 있다. 그 대신 디스토피아에 맞게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이 장면이 줄거리 안에서 엄청나게 통제가 잘 된 것 같지는 않다(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전제조건과 전적으로 충돌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가 어떤 걸 반복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이 장면을 비롯해 영화의 군중들은 후반부를 제외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한다. 이 모티브의 반복은 디스토피아 장르의 근본 그 자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한국사회에 깊게 깔려있는 아파트에 대한 집착을 꼬집고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가 여성 해방 서사를 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도 이 장르의 근본을 살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현재를 보여주려고 했던 감독의 야심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재즈 카페
사실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건 호러가 아니다. 이 디스토피아 속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아기자기함이 있다. 이 아기자기함 자체는 영화가 잘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그 전후관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영화가 그걸 다 설명했다. 또 그 아기자기함을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도 사랑스럽게 잘 표현했다. 영화의 감정에 몰입하지 못하는 분들도 하이라이트 신이 인상 깊기에 충분하다. 영화가 짜 맞춰진 연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마법 같은 순간들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에서 그 장면은 연출가가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으로 이어지는 플롯은 우리가 아는 전작과의 동어반복에서 벗어났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소리 내면 죽는다는 설정으로 1,2편에 프리퀄까지 끌고 들어오면 그건 단지 같은 패턴의 반복일 뿐이다. 영화는 후반부에 다른 동력을 만들어서 나름의 결론을 낸 셈이다.
하지만 그 마법 이면에 깔려있는 것들이 과연 탄탄했나?라는 의문이 든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기본 전제조건. 두 주인공간의 관계다.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할만하다. 하지만 글쓴이도 이 관계가 현실적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주인공이 갖고 있는 병의 문제?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 특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영화가 그걸 잘 살렸나? 병을 면밀하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무리수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영화에서 감독이 정말 하고 싶은 말에 해당하는 부분이 매가리가 없으니 플롯이 겉돈다. 어떤 입장에서 야심만 가득한 채로 윽박지르는 영화로 보기에 충분하다.
94%쯤 완성된 듯
장르적인 것도 취하고 나머지의 목표도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밀하게 잘 짜였다고 보긴 어려운 영화다. 세세한 각본 오류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뉴욕 시가 폐쇄된 건지 미국 정부가 폐쇄된 건지 알 수 없게 연출된 것은 영화의 개연성이라는 밑 빠진 독을 채우겠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글쓴이는 영화의 약점이 거기 있다고 보지 않는다. 두 장르를 동시에 잡겠다는 과욕 때문에 뭔가를 포기했다. 근데 그 뭔가를 굳이 포기해야 했을까? 글쓴이는 아닌 것 같다. 점프 스케어를 아예 빼던지, 추격전을 더 강화하던지의 선택지를 골랐다면 달랐을 거라 생각한다. 적당히는 볼만할지 몰라도 시리즈의 팬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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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월의 마지막 주말도 다들 잘 보내셨나요?
전국을 얼어붙게 했던 한파가 이번 주부터는 누그러진다고 합니다.
낮 기온은 영상이지만, 아침 기온은 영하권이기 때문에
출근길 옷차림 따뜻하게 입고 나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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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더 퍼스트 슬램덩크> (▲1)
▶ 폭발적인 입소문을 타고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첫 주
3위를 차지하고, 개봉 2주차에 2위를 차지하고, 개봉 3주차에 1위로 올라섰다. 영화는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순위 TOP 5에 안착했다.
주말 동안 (1월 27일 - 1월 29일) 관객 수 24만 9,20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92만 2,71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교섭> (▼1)
▶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입소문 열풍으로 <교섭>은 한 단계 내려간 2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생생한 배우들의 연기력과 현지 프로덕션으로 영화에 몰입도를 더해 호평을 받고 있다.
주말 동안 (1월 27일 - 1월 29일) 관객 수 20만 5,503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43만 9,94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아바타: 물의 길> (-)
▶ 전 세계적인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아바타: 물의 길>은 1월 셋째 주에 이어 3위를 차지하였다.
영화의 글로벌 흥행 수익이 20억 5,473만 달러를 돌파하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흥행
기록을 넘어 전 세계 역대 흥행 수익 TOP 5에 등극했다.
주말 동안 (1월 27일 - 1월 29일) 관객 수 18만 7,43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억 35만 8,97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37회 예측 이벤트는 1월 4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실제 1위를 차지했던 <더 슬램덩크>의 1위를 예측한 유저는 3%에 불과했고,
약 60%의 유저가 <교섭>을 1위로 예측하였습니다.
2위와 3위의 경우 후보가 많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38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유령> (-)
▶ 영화 <유령>은 첩보 액션과 추리극, 캐릭터 영화가 합쳐진 복합 장르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재미 요소를 선사했다. 또한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더 풍성하게 구현된 공간과 소품을 통해
시각적 재미까지 선사하였다.
주말 동안 (1월 27일 - 1월 29일) 관객 수 8만 2,11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3만 1,64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상견니> (NEW)
▶ 아시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상견니>의 영화 버전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상견니>는 개봉 4일만에 누적 관객수 10만을 돌파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주말 동안 (1월 27일 - 1월 29일) 관객 수 8만 84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4만 5,20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는 <Pathaan>이 새롭게 박스오피스에 등장하며 <Missing>이 순위권 밖으로
하락하였다.
<Avatar: The Way of Water>는 주말 동안(1월 27일 - 1월 29일) 매출액은
15,700,000 (한화 약 19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620,276,353
달러 (한화 약 7,623억)를 달성하였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아바타: 물의 길> 1,570만 달러 (누적 6억 2,058만 달러)
2. <장화신은 고양이> 1,062만 달러 (누적 4,605만 달러)
3. <오토라는 남자> 637만 달러 (누적 8,227만 달러)
4. <메간> 637만 달러 (누적 8,227만 달러)
5. <Pathaan> 594만 달러 (누적 854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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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1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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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닉스, 양면성의 우화
1945년 6월, 온 얼굴에 붕대를 감고 피투성이가 된 채 독일 국경으로 입국하는 한 여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우슈비츠에서 얼굴에 총상을 맞고 생존한 유대인 가수 넬리(니나 호스)는 베를린으로 돌아와 성형수술을 받는다. 친구 레네(니나 쿤첸도르프)에 의하면 그녀의 가족은 모두 적었고, 피아니스트인 남편 조니(로널드 제르펠트)는 아내가 수용소로 끌려간 직후 이혼을 신청하고 사라진 상태다.
레네가 이스라엘 이민을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 조니를 찾아 나선다. 나이트클럽 ‘피닉스’에서 마침내 재회하지만, 아내가 죽었다고 믿는 조니는 얼굴이 변한 넬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비통함을 느낄 새도 없이 조니는 ‘넬리와 닮은 넬리’에게 아내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연기해달라고 주문한다. 유산을 노리는 남편 앞에서 넬리는 결국 자기 자신을 연기하기로 결심한다.
1. 멜로드라마와 필름 누아르의 기묘한 동거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독일(유럽)의 역사를 멜로 형식으로 풀어내는 감독이다. 그는 “러브스토리가 들어 있는 사회의 구조는 사랑 그 자체만큼 중요하다"라는 명언을 남긴 더글라스 셔크의 제자라 볼 수 있다. 그의 영화는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차츰 현실의 모순을 깨닫도록 설계되어있다.
영화는 두 가지 축으로 미스터리를 쌓아 올린다. 첫째, 유산 상속을 노린 거짓 연극이 준비하는 동안 남편이 아내를 알아볼까를 흥미진진하게 그린다.둘째, 비유대인인 남편이 혼자 살아남으려고 유대인인 아내를 고발했는지에 대한 정황적 의심이다.
영화 「피닉스」는 위베르 몽텔레의 소설 'Le Retour des cendres (재로부터의 귀환)'(1965)를 각색했다. 감독은 원작에서 핵심적인 아이디어만 가져와 독일 역사에 대입한다. 그러면서 ‘트라우마를 숨기려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숨김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페촐트 감독은 필름누아르의 가르침을 따른다. 인물을 빛과 어둠의 간극 사이에 배치한다. 넬리의 성형 수술한 얼굴을 검은 베일로 감춘다거나 인물들이 주로 밤거리를 배회하거나 어둑한 지하실에 머물게 한다. 영화가 점점 주인공을 밝은 빛에 노출시켜 혼란스러웠던 정체성과 상실감을 회복해나감을 관객에게 알린다.
2. 넬리의 이중적 위치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오인의 모티브’를 적극 활용한다. 감독은 ‘정체성의 혼란’을 멜로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주인공 넬리는 이중적 위치에 처해진다.
첫째, 상실감이다. 넬리는 얼굴에 총상을 입었기 때문에 성형수술 전후로 남편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외모가 바뀐다. 수술 이후 그녀는 남편의 흔적을 찾아 옛 집터를 방문하는 장면이 연달아 등장한다. 넬리의 얼굴이 다른 모습으로 ‘재건’되었듯 전후 베를린에 사는 주민도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둘째, 정체성의 혼란이다. 그녀는 남편 조니의 제안으로 자기 자신을 연기하게 된다. 이는 <현기증(1958)>의 여주인공 매들린(주디)이 겪은 딜레마와 유사하다. 두 영화의 연관 지점은 둘 다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행복했던 시절의 과거로 도피하고 싶은 피해자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3. 조니의 이중적 위치
감독에 의하면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레이디 이브(1941)>을 참고했다고 밝힌 만큼 조니는 <레이디 이브>의 찰스와 많이 닮았다. 피닉스가 등장하는 시점부터는 필름 누아르 <과거로부터(1947)>의 영향이 짙게 배어 나온다. 설명은 이쯤 해두고 왜 조니가 이중적 위치에 처하게 되는지를 고찰해보자!
첫째, 넬리는 피닉스 바에서 조니를 발견하지만, 그는 남편이 아닌 동명이었다. 그녀는 조니라는 남자를 뒤쫓아 으슥한 골목에 들어서게 된다. 그때 그 남자는 넬리의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핸드복을 낚아채 내용물을 확인한다. 처음엔 노상강도라고 여겼지만, 후에 이 의미가 밝혀진다.
둘째, 남편 조니가 가짜 연극을 꾸밀 때 넬리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수용소에서 겪었던 일을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며 조니를 설득한다. 그녀는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끔찍한 경험을 어디서 읽은 것이라고 대충 둘려대며 이야기한다. 수감자들은 아우슈비츠에 끌려온 신입 유태인을 직접 수색한다고 말한다. 어느 날 그녀가 어떤 소녀의 몸수색을 맡았는데, 그 안에서 소녀 엄마의 옷자락이 나왔다며 당시를 회고한다. 몸수색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잠깐 영화 오프닝을 되짚어보면, 국경 심문에서 경비병이 굳이 그녀의 얼굴을 신분증과 대조해본다. 이것은 영화에서 ‘신분확인’이 주제라는 것과 ‘검문검색’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암시였다.
돌이켜보면 동명이인 조니가 그녀에게 노상강도짓을 한 것은 일종의 몸수색이었던 것이다. 그 검문검색을 거친 뒤에야 진짜 남편 조니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황당한 유산상속 계획에 동참하며 그의 지하실에 머물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일정기간까지 누구와도 접촉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곳에 머물 것을 종용한다. 얼떨결에 지하실에 감금된 그녀는 또다시 수감된 셈이다. 그렇다면 첫 번째 경우의 동명이인에게 몸수색을 당하고 두 번째 경우의 남편 조니에게 수감되었다는 이중성에 갇히게 된다. 이것은 다음 4장을 읽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4. 두 남녀의 동상이몽
영화는 전후 독일 사회와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가짜가 돼버린 현실의 경험’ vs ‘진짜가 되어가는 가상의 역할극’의 구조를 가져간다. 그러기위해 피해자와 방관자의 관계를 비대칭적으로 놓는다. 넬리는 남편 생각을 하면서 아우슈비츠에서 버텼지만, 조니는 아내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유산이나 챙길 궁리 한다. 심지어 아내를 밀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친구 르네의 경고에도 넬리는 남편 곁을 맴돌며 행복했던 결혼생활의 부활을 꿈꾼다. 그렇기 때문에 넬리는 남편의 계획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불가능한지 조니를 납득시켜다 둘 사이의 견해 차이를 뒤늦게 깨닫는다. 그것이 완벽하다고 부를만한 엔딩과 조응한다.
먼저 피해자인 넬리의 입장에서 남편, 친구들, 친분이 있는 여관 주인 등 그녀 주변의 유럽인들은 변절해서 나치에 협력했다. 르네는 두 사람의 이스라엘 이민을 추진하면서 유럽인을 용서할 수 없다고 넬리를 설득한다. 즉 넬리는 홀로코스트 이전의 관계를 끊어내고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거나 남편을 포함한 유럽인을 용서하고 베를린에서 함께 사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녀는 남편을 사랑했기에 후자를 택한다. 끝끝내 유럽인을 용서할 수 없었던 르네는 절망한 끝에 권총으로 자살한다. 이것이 복선이다. 어쨌든 그녀는 남편을 택했고, 그의 지하실에서 외출을 금지당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수감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반대로 가해자 조니 역시 수감자이다. 앞서 말했듯이 수감자가 새로 온 신입을 검문검색하는 경우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수용소에 갇혀있을까? 그가 머무는 지하실에 가구나 살림도 별로 없고, 가진 돈도 2달러가 전부다. 즉, 조니는 전후 패전의 멍에를 짊어지고 있다. 가난뿐 아니라 고통받은 자들에 대한 죄책감과 부끄러움 역시 오롯이 그의 몫이다. 그렇게 그도 '양심의 가책'이라는 거대한 철장 안에 갇힌 셈이 된다.
5. 제목이 가진 이중성
피닉스는 죽어도 부활한다는 전설 속의 불새를 뜻한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불사’라는 의미일까? 제목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극 중 미군을 위한 나이트클럽의 이름이다. 당연하게도 전후 세계질서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자세히보면 영화 속 피닉스는 독일식 카바레도 아니고 미국식 클럽도 아닌 어중간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원래 이곳은 카바레였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쇼걸이 등장하는 무대가 있고, 악단이 배치되어 있다. 이는 주인공 넬리가 가수이고 남편 조니가 피아니스트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은 오늘날 독일문화의 단면이기도 하다. 독일 음원차트만 봐도 미국 팝송이 다수를 차지하고, 독일인들은 미국적 사고방식과 대중문화에 노출되어있다. 오프닝에서 독일어보다 영어가 먼저 등장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둘째, 역사가 반복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해를 돕기위해 히틀러는 왜 반유대주의를 외쳤을지부터 살펴보자, 먼저 배후중상설(Dolchstoßlegende)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독일은 사실 전투에서 사실 전투에서 지지 않았으나 유대인과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의 병역기피, 탈영, 파업선동, 간첩질 때문에 전쟁에서 졌다는 인지부조화적 음모론이다. 1929년 대공황이 닥치자 자본가·은행가 유대인 이미지로 말미암아 반유대주의가 폭발적으로 계층을 가리지 않고 널리 퍼지게 된다. 러시아가 공산화되자 그 배후에 유대인이 있다는 유대-볼셰비즘설(Judeo-Bolshevism)이 널리 퍼졌으며, 유대인이 세계 지배 음모를 꾸민다는 시온 의정서가 신봉되었고, 헨리 포드가 반유대 언론을 후원하면서 나치에게 영향을 미쳤다. 헨리 포드는 나치 독일에 막대한 자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이 분위기를 교묘하게 파고든 나치당이 정권을 잡게 되고,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땅에서 인종청소는 현재 진행 중이다. 그것도 유태인 스스로가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 (4.5/5.0)
Good : 오인의 모티브, 멜로드라마와 필름 누아르의 독창적 계승
Caution :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오독할 수 있다.
●독일 음악가 쿠르트 바일이 쓴 <Speak Low(1943)>은 전형적인 재즈음악이다. 재즈는 잘 알다시피 미국 남부가 고향이다. 주제가조차 이중성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넬리가 남편과 파리에서 쇼핑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테오도르 헤르츨이 주도한 시오니즘은 드래퓌스 사건에서 촉발되었으니 이 역시 그런 맥락을 깔고 있다.
●600만의 유대인, 1100만 명의 슬라브인, 50만의 집시(룸인), 연합군이나 레지스탕스의 포로 중에 유색인의 경우 현장에서 처형되거나 강제 노동·절멸 수용소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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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의 실험실
줄거리
[1화]
BTS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미 홍단.
종전 선언은 급작스럽게 찾아왔고, 한반도는 경제협력 공동구역(JEA)을 구축해 공동 화폐를 쓰기로 협의한다.
홍단은 지체 없이 서울로 떠났지만, 꿈꾸던 것과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돈과 직장을 잃은 채 업소에서 일을 하던 홍단은 포주와 일당들을 홧김에 죽이고 도망가는 신세가 된다.
그때 찾아온 '교수'는 그녀에게 함께 일할 것을 권한다. 그녀는 다른 일곱 명의 강도들처럼 '도쿄'라는 도시 이름으로 예명을 짓고 희대의 나쁜 짓에 기꺼이 참가하기로 한다.
그들의 목표는 JEA에 위치한 조폐국에서 4조 원을 훔치는 것. 사상 최대의 범죄가 시작된다!
[2화]
조폐국을 점거하는데 성공한 여덟 명의 강도단.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으나, 조폐 국장의 스마트워치가 사건의 발단이 된다.
인질들은 어찌어찌 경찰과의 접촉에 성공할 뻔했다가 결국 실패하고 만다.
이 일로 강도단의 우두머리인 '베를린'은 '아무도 죽거나 다쳐서는 안 된다'라는 교수의 지시를 어기고 인질을 죽이라는 단독 행동을 밀어붙이는데...
감상포인트
국가 이름으로 별명을 지은 여덟 명의 강도, 각 나라 이름을 상황과 대비해서 지켜볼 것
남북이 종전 선언을 하고 공동 화폐를 쓴다는 특수한 상황을 참고
강도와 경찰들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으니 감정 변화나 협력, 갈등 관계를 유심히 보기
감상평
한국판을 보니 스페인 판 원작 종이의 집도 보고 싶어졌다. 특수한 상황을 통해 감독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드라마. 어디에선 논란이라고도 하고 어디에선 찬사를 받고 있다고도 하는데, 아직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종이의 집 1화> 구간 정리
일단 1화는 강도들이 조폐국을 점령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때 나름 반전?(사실 다 예상 가능하지만)도 있으니 참고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왜 교수가 그렇게도 의기양양한지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조폐국에 일단 입성하고 경찰과 어떻게 대치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라서 1화는 전개되는 부분은 없다고 봐야 할 듯하다.
<종이의 집 2화> 구간 정리
2화부터 본격적으로 조폐국 내부와 외부의 상황을 번갈아가며 드라마가 진행된다.
교수는 1화에서 종이로 만든 조폐국 모형을 선보였듯, 복잡하고 거대한 어떤 모형을 만들어간다.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나오지는 않지만, 그가 협상을 할 때나 강도단과 연락을 취할 때마다 모형이 화면이 비친다. 표면적으로는 계획을 꾸미고 이 판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깊숙이 파고들기 위해서는 '종이'라는 특수성에 대해 생각해 보면 된다. 종이는 앞면이든 뒷면이든 조금만 힘을 가하면 쉽게 찢어진다. 그러니 종이로 만든 집은 안에서든 밖에서든 아주 약한 힘으로 건들기만 하면 누구든 찢거나 무너트릴 수 있다. 조폐국은 철옹성처럼 굳건하게 서 있지만 결국 작은 힘에도 금방 무너질 정도로 약한 종이의 집이다. 화폐는 곧 종이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상징이다.
교수는 이 계획을 시작함에 앞서 '누구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라는 전제를 걸었다. 그 말인즉슨, 종이로 만든 약한 조폐국이 무너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아무런 힘도 가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 그 의문에 같이 보고 있던 영화 평론가님(aka 남친)은 이렇게 답했다.
"교수는 지금 실험을 하고 있는 거야."
그렇다. 조폐국 내부로 들어가 보자. 수많은 남한 사람, 북한 사람이 존재하고 그들 사이에는 중국인과 미국인도 등장한다. 사실 국적을 따지고 들자면 이야기가 너무 쉬워진다. 조폐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여러 힘이 견제하고 있는 위태로운 한반도를 두고 남북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아마 수많은 나라의 도시 이름을 대비해서 보면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별점
★★★★(4.0 / 5.0)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흥미로운 시선의 작품이다.
과연 앞으로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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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두사와 싸우는 법
이 글은
영화 [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가거나 인용 시 출처를 반드시 남겨주세요.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은 어딘가 불편하다.
차마 건드리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과감하고 가감 없이 시선을 주는 면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저 고발의 목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이 불쾌감의 근원을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끄집어 내 양지로 가져오는 역할도 자처한다.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에 묻은 음습함이 얼마나 짙고 추했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알 수 있게 되었고. 이 마음이 뙤약볕에 잘 말려진 후 다시 제모습을 찾은 것을 보는 데서 오는 기시감도. 다시 품 속으로 마음을 돌려 넣을 때 오는 안도감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겟 아웃]과 [어스]에서는 인종 차별적인 문제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영화 [놉]은 그 어떤 알 수 없는 존재가 주는 공포로 관객들을 마주하려 한다. 영화 개봉 직전까지 알려진 정보가 없어 이로 인해 관객들의 추측만 난무했다는 점도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한국에서 자신의 작품이 흥행한 것이 너무 기뻐 조동필이라는 애칭을 sns에까지 박제해버린 감독의 이번 작품은. 얼굴도 안 보고 그냥 데려간다는 셋째 딸 같은 영화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죠스의 재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감독이 천재성을 드러내는 방법
사진출처:다음 영화
창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물이라는 말이 영화 [죠스]처럼 잘 어울리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스필버그 감독이라 해도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해 맞부딪칠 수밖에 없었을 기술적(혹은 금전적) 한계는. 달랑 지느러미를 보여주며 상어를 연상시키는 쪽으로 영화의 방향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아직 트이지 않은 길 때문에 목표 지점을 눈앞에 두고 돌아가야 했을 감독의 눈물이 바다처럼 차올랐으리라.
그러나 그 “달랑”지느러미 하나는 감독이 눈물로 쌓은 바다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영화 한 편의 서스펜스도 바닷물처럼 차오르게 하는 일등 공신이 되었고. 제목만큼이나 강인한 턱뼈로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초라는 전리품 같은 타이틀을 확신에 찬 채 우적우적 씹어 삼킬 수 있었다.
그 기념비적인 영화 이후로 몇십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오히려 기술의 발달을 영화 전반에 내세워 뭐든 "보여주려"라는 시대가 당도했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화려함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이제는 영화의 장애물이라고 판단했는지. 감독은 슬그머니 뒷걸음치는 것을 전략으로 삼은 듯하다.
[놉]은 영화 속 지느러미의 역할을 음향(음악)과 색채에 맡겼다. 그리고 그 미끼들의 효과는 영화계의 시초가 그랬던 것처럼 확실하고 효과적이다. 죠스의 움직임을 상징하는 소리들 만으로도. 영화 속의 긴장감은 저 멀리서부터 흩어지지 않고 끌어 모인 채 쌓이고.[놉]의 죠스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도 생생하게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몇 번에 걸쳐 영화계의 시초에 대해 강조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맞물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아무리 컴퓨터 그래픽이 눈을 사로잡는다 해도. 결국 본질은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없는 것에서 오는 공포라는 점을 감독은 진작에 간파한 셈이다.
바다만큼이나 끝과 속을 알 수 없는 하늘을 유유히 유영하는 UFO(라고 하자)를 바라보며, 죠스의 재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감독의 짠 내 나는 눈물바다가 아닌. 기술과 시초(초심)의 결합으로 한계 없이 하늘을 훨훨 날고 있다는 점이 다행으로. 그리고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UFO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
사진출처:다음 영화
이번 영화에서 공공의 적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UFO이다. 전작들에 비하면 조금 SF 적이고 간접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UFO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면. 이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영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에 걸맞게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는 미확인 비행물체이며.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으면 믿음의 영역에 들어올 수 없는 실체가 불확실한 것에 가깝다. 하지만 정확한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관심은 물론 음모론까지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면에서 보았을 때. 작품 속의 UFO가 가짜 뉴스, 혹은 비정상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있는 그 무언가(헛소문,찌라시 등등)로 해석한다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들 그것이 유명해서, 혹은 궁금해서 맹목적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광기로 그것을 쫓지만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정확한 실체조차 알 수 없다는 면에서 보아도. 또한 (앞 주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아주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공포의 대상을 그린 것마저도 헛소문의 실체나 퍼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 UFO가 반응하는 방식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정체불명의 괴물은 말 그대로 별 영양가 없어 보이는 관심에만 반응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 관음의 마음이 있어 눈길을 주는 자들만을 삼킨다.
목마와 깃발만을 성심성의껏 골라 내뱉는 것에서도 관심에 있어서의 가짜, 혹은 자신에게 반응하지 않는 것은 충실히 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기본 정서인 "알 수 없는" 감정과 실체 없이 공포를 조성하는 데 있어 이런 것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키(스티븐 연)로 대변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가짜 뉴스의 존재 자체에 사로잡혀 호기심을 드러내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UFO를 기회로 생각하며 어떻게든 실체 없이 달리는 말위에 올라타려는 태도를 보인다. 마치 그 뉴스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처럼.
결국 카더라 뉴스가 가진 비정형성에 관심이라는 독을 품은 사람들은, 모두 외눈박이 괴물에게 삼켜지는 형벌을 받고야 말았다.
나쁜 기적이란 무엇인가.;메두사와 싸우는 방법
사진출처:다음 영화
OJ(다니엘 칼루 유야)가 UFO와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와의 전투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신(God)들에게 페르세우스가 받은 것은 전투에서 실제로 쓸 "장비"들이었지만. OJ가 가진 무기들은 물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품에 가깝다는 것이 차이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OJ는 영화 속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UFO에게도 이름을 붙인다. 하나하나 특별하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특성들도 함께 떠올리려는 듯이. 영화에서 이름이 붙은 것들의 대부분이 짐승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길들일 수 있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UFO에게 진 재킷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이해가 가능하다. 여동생에게는 오빠에게 뺏겼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이름이었지만. OJ에게는 첫 번째 말(Horse)임과 동시에 조련에 있어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이름이었을 것이다. 가장 낯설었고, 가장 힘들었지만. 자신의 직업 철학에 있어 근간을 세우게 해 준.
OJ가 이 사태를 스스로 나쁜 기적이라 불렀다는 것에서도 그의 작지만 확실한 신념을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찬찬히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성품 탓에. 결국 이 진 재킷의 성격을 파악하면 이 사태도 마무리될 것이라 믿었을 테니 말이다.
그에게 "길들인다"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그 생물이 가진 고유한 성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한다는 것이었을 것이고. 어쩌면 이번 기회에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자신의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여동생에게 이 낯설고 큰 위험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도 함께 얹은 채로. 마치 내 실력을 지켜 보라는 듯 동생에게 수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OJ는 페르세우스가 그랬듯 진 재킷에게 등을 돌려 접근한다. 거울을 대신하는 그림자와, 소리만으로 진 재킷의 위치를 짐작하면서. 이 고집스럽고. 그 어떤 소란에도 성급하지 않던 OJ의 태도는 결국 진 재킷의 목을 베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다.
그는 끝까지 현혹되지 않았고. 한 번쯤은 궁금증에 고개를 돌릴 법한 자신의 마음마저도 다잡았다. 이름의 무거움과 사물의 본질을 아는 자는 그렇게 끝까지 꼿꼿하게.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웃을 수 있었다.
마치면서
영화의 후반부는 발견했을 땐 이미 피하기 늦은 눈사태를 보는 것 같다. 제아무리 달려 도망친다 해도 발목을 잡아 끄는 눈덩이들에 잡아먹히고도 남을 듯한 압박감이 굉장하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는 제법 눈싸움을 할 수 있을 법한 그 덩어리를 만드는 것조차 힘들다고 느껴질 만큼의 지루함이 꽤 길다. 그마저도 조각조각 나 있다는 인상이 들어 과연 이게 먹히기는 할까.라는 의문이 애써 만들어 놓은 작은 눈덩이마저도 녹이는 것만 같다.
이런 단점을 제외하면 영화는 꽤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하게 한다.
또한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알아채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우연이겠지만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 바이럴 등의 이슈들에 대한 생각이 곧바로 떠올랐다.
마케팅을 비롯한 대다수의 관객들, 혹은 평론가들의 말들을 무시할 수 없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의견에 그저 휩쓸리듯 선동되는 것은 대중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닌 것을 늘 알아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취향에 당당해지는 것. 또한 타인의 취향도 존중하는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것이 관객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시종일관 꼿꼿한 OJ의 태도가 유달리 마음에 남는다.
[이 글의 TMI]
1. 점프 스케어는 거의 없는데도 영화 분위기가 너무 무서움.
2. 그리스 로마 신화 덕후라 그런가 뭘 봐도 하나씩은 연상이 되는 듯.
3.휴가 중에도 영화 보고 리뷰 쓰는 나 칭찬해.(?)
4. 미키7 다 읽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어떻게 이걸 영화로 만드실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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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이야기가 새롭게 쓰여져 다른 옷을 입는 마법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좋아했던 영화의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오면 겁이 덜컥 겁이 난다. 혹시나 애정 했던 그 영화가 잘못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 영화를 사랑했던 시간들마저 훼손될까봐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좋아했던 영화의 리메이크작은 찾아 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우연히 본 영화가 너무 좋았는데, 리메이크작임을 알게 된 순간 덕질이 시작된다. 원작을 찾아보고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하고, 그 영화의 원작이 또 있는 경우에는 또 깊이 들어가 원작 소설이나 웹툰, 웹소설을 찾아 보는 기쁘고 즐거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소울메이트>는 단연코 후자다. 1998년 처음 만난 ‘하은’과 ‘미소’가 10대를 지나 어른이 되기 까지의 시간을 담고 있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20년전 청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소재와 소품들 그리고 제주도와 서울이라는 장면과 물리적인 거리감들, 그 사이를 채워주는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은 당연히 오리지널일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운 맛의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더 열심히 탐구하게 된 영화다.
초등학생 시절,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하은’은 조금은 자유롭게 엉뚱한 ‘미소’의 전학으로 처음 만나게 된다. 그림을 좋아했던 둘은 서로 그림을 그리며 가까워 졌고, 제주도에 미소만 남겨두고 떠난 엄마 대신 하은의 부모님과도 가깝게 지내며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가 되어간다. 시간이 지나 2004년 고등학생이 된 두 사람. 하은의 첫사랑 ‘진우’가 나타면서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미소는 학교를 그만두고 제주도를 떠나려하고, 하은은 그런 미소를 붙잡을 수가 없다. 그렇게 헤어진 미소는 서울에서, 하은은 제주도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어른이 되어간다. 거칠고, 때로 각박하고, 자유로운 미소의 삶. 단정하고 차분하고 안정적인 하은의 삶은 닮은 구석도 닿을 곳도 없어 보인다.
사랑과 배려가 때로 더 큰 오해를 가져오기도 하고, 자격지심으로 비뚤어져 버리기도 한 복잡한 감정과 사건사이에서 진실과 진심에 다가가는 과정이 가슴 아프게 그려진 영화다. 원작으로 알려진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대만 금마장영화제에서 역대 최초로 공동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연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쉽게 <소울메이트>가 <안녕,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원작은 따로 있다.
중국의 작가 칭산이 2000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칠월과 안생>인데, 소설 발표 후 2002년에는 만화로, 2011년에는 연극으로 각색되었고, 이후 2017년에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라는 영화로 제작되면서, 중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된다. 그 후 2019년 소설의 제목 그대로 <칠월과 안생>으로 무려 53부작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소울메이트>는 그 이후 2023년에 개봉되었다. 원작 소설의 문장도 섬세하지만, 단편소설이기 때문에 원작에서는 심리나 생각 등이 자세히 표현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영화가 더 좋았다는 평도 많다.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확실한 편이고, 두명의 친구가 각기 다른 성격과 환경에서 성장해가며 겪는 스토리가 조금은 격동적이라 그런지 단편 소설이 이토록 다양한 장르로 확대 재생산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사례를 보여준 것 같다. 특히 다른 콘텐츠로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채널과 시리즈의 길이, 혹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도 있어서 각 콘텐츠를 유심히 본다면 콘텐츠를 좋아하거나, 혹은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새롭게 쓰여져 다른 옷을 입고,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리메이크작의 묘미’ 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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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에 누구나와요? 그 사람들 나오나요?
큰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상이나 글은 영화 관람 후 읽어주세요! :)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기존 마블 영화의 팬이시거나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선물같은 영화입니다.
그동안 모든 시리즈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동안의 추억과 영화의 장면, 대사들이 많이 떠오르실 거에요.
마블이 작정하고 팬서비스를 해주는 영화 같기도 합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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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바리안> 메인 예고편
점령지 치안관 ‘마크 라이런스’는 원주민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중
잔인한 국경 부대가 들어와 원주민 말살 정책을 펼치고 한순간에 마을의 평화는 사라진다.
마크는 우연히 부상을 당한 원주민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인생을 건 고독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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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부바> 메인 예고편
웃고 즐기고~ 행복 만선이데이~♥♡ 찡하고 유쾌한 혈육 코미디 [어부바] 5월 11일 개봉확정! 온가족 극장으로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