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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2023-10-05 09:26:26

우리가 몰랐던 세계에 대한 깨달음

2023 부산국제영화제 기대작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영화제가 많지만, 부산은 많은 상영작과 가까운 동선으로영화를 많이 보기 최적의 코스인데다가 가을의 뜨거운 햇빛과 차가운 공기, 그리고 바다까지 즐길 있어 매해 기다리는 영화제가 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열흘 동안 4 극장 25 스크린에서 69개국 209편의 공식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등 269편을 상영한다. 많은 영화들 중에서 과연 어떤 영화를 고를 것인지는 사람들마다 기준점이 다를 것이다.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 첫번째는 개봉하지 않을 같은 영화,  두번째는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 되는 영화다. 그리고 세번째는 영화제를 맞아 특별상영하는 고전들이다.

 

첫번째 기준의 영화에 부합하는 영화들은 미국이나, 일본 보다는 유럽이나 아시아 영화가 많다. 3국이라는 말이 모호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아름 다운 이야기들로 짜여진 상업영화도 즐겁게 보지만,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과거 때문인지나는 조금 현실을 직시 있는 소재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영화들은 개봉이 어렵다. 극장에서 보고 싶지만, 그럴수 없으니 영화제에서 찾아서 밖에.

 

예매 오픈일 전날, 영화 소개를 꼼꼼히 보며, 시간표를 짰다. 올해는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생각이어서, 토요일에 최대한 많은 영화를 보려면 보고 싶은 영화의 러닝타임을 계산하고 최적의 동선으로 움직여야 했다. 매진을 대비해 시간별로 1순위, 2순위로 영화를 배치하고, 메인 타임엔 3순위까지 영화를 정해 두었다. 오픈 시간인 오후 2시엔 외부일정이었지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모바일로 접속했다. 하나 하나, 차근 차근 예매를 시작했지만, 보고 싶었던 토요일 17 <공드리의 솔루션북> 거의 1-2 컷으로 매진이 되어버렸다. 제일 먼저 예매했어야 했는데혹시나 해서 아침 영화부터 순서대로 예매했던 것이 실수 였다. <공드리의 솔루션북> 제외한 영화 4편의 예매를 마친 시간은 2 5. 올해 예매 대전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1순위로 보고 싶었던 영화로 예매했으니, 이만 하면 충분하다.

 

작년에는 여성 인권과 난민에 관한 주제를 다룬 영화를 주로 보았는데올해 예매 내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무슬림과 아시아 여성인권 영화에서 아프리카 여성 인권에 관한 영화로,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아프리카 난민에 관한 이야기에서 폴란드로 들어오는 중동 난민에 대한 영화로 지역이 바뀌었을 뿐이다. 세계의 곳곳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인간의 기본권 조차 가질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뜻일 것이다.

 

소수 다양성으로 표현하지만, 사실 이런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집단 대부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수적으로 적지 않지만, 세상에 목소리를 자본이나 힘이 적은 것일뿐. 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사람들이 실상을 알도록,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충격적이고 먹먹했던 작년의 영화들에 이어서 올해는 어떤 현실을 직면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그리하여 나의 세계는 얼마나 커지게 될지, 올해의 영화제도 기대된다.

 

<지극히 사적인 인권에 관한 영화 기대작>

 

1.신부 납치

우무트는 간호 조무사로 일하면서 정식 간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실하고 밝은 청년으로 어머니와 함께 서로를 의지 하며 산다. 에게멘은 고철을 훔쳐 생계를 이러가는데, 늙은 아버지와 둘이 사는 집에 누이들이 와서 살림을 대신 해준다. 이들은 날마다 에게멘에게 결혼 것을 종용하는데, 그에게는 숨겨둔 애인 메예림이 있다. 메예림은 납치당해 결혼했다가 딸을 데리고 이혼한 처지로, 에게멘은 가족들에게 메예림을 떳떳이 소개하지 못한다. 여전히 키르키스스탄에 만연한 신부 납치의 악습을 고발하는 영화는 충격적인 많은 실화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시종 건조한 시선으로 인물들과 사건을 관찰자의 위치에서 따라간다. 묵직하게 서사를 쌓아가는 힘과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에도 길을 잃지 않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이영화의 강점이다.

 

2. 푸른 장벽

2021년 하반기 벨라루스가 중동에서 흘러 들어온 난민들을 인접한 폴란드로 보내면서, 푸른 숲으로 우거진 국경 지대에서 양국의 군인들과 중간에 낀 난민들이 충돌하게 된다.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최신작 <푸른 장벽> 은 철저한 조사에 기초해 다큐멘터리적 접근을 취함으로써, 때로는 현실이 픽션보다 참혹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지만 우리 세상 모든 면이 정치적”이라 했던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 모든 등장 인물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하게 된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새우등 터지는 난민, 그들을 도우려는 인권 단체, 그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주민, 그들을 몰아내야 하는 국경 수비대의 다양한 시점을 통해 우리가 선택을 내리는 순간, 그 희미한 선악의 경계를 반추하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 짧은 에필로그에 이르러, 불과 일 년 후 폴란드의 또 다른 국경에서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3. 10미얀마

 

10년 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옴니버스 영화 <10년>. 2015년 홍콩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일본, 대만, 태국을 거치며 국제적 연작이 된 <10년> 시리즈는 사회적 상상력과 영화적 상상력의 결합으로 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0 년: 미얀마>는 다섯 명의 감독이 다섯 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전 시리즈가 직관적이고 명쾌한 메시지를 그렸다면 미얀마 편은 보다 절제되어 있으며 관객에게 더 많은 상상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각 에피소드에서 연상되는 의문사, 정치범, 저항군, 폭력, 검열 등의 키워드는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엄혹하고 암울한 현실을 상기시킨다. 홍콩을 비롯한 이전 시리즈의 제작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완성된 작품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아시아 국가들의 ‘밀크티 동맹’이 영화인의 연대로 재탄생하여 결실을 보았다.


 

4. 21주후

 

임신 21주 차인 여자는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나 종교적으로도 금지된 낙태를 결정한다. 유산한 아이를 몰래 묻어주기 위해 도시의 이곳저곳을 떠돌지만,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곳을 찾을 수 없다.

 

5. 꿈꾸는 청소부

 슬럼가에서 딸 무니와 함께 사는 비르주와 쇼나 부부는 매일 아침 콜카타의 부촌을 돌며 손수레에 쓰레기를 수거한다. 쓰레기 가운데 쓸만한 물건들을 골라내 집으로 가져가고, 이 물건들은 매일 밤 딸에게 들려줄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비르주는 관리자로부터 앞으로는 오토바이로 쓰레기를 수거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고, 오토바이를 몰 줄 모르는 그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전작을 통해 인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선보여온 수만 고쉬 감독은 이 영화에서 쓰레기 수거일을 하는 부부의 일상에 근접해 들어가는 카메라를 통해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과 환영적 리얼리즘을 절묘하게 결합한다. 딸에게 들려주는 판타지가 비르주의 현실적 불안과 뒤섞이며 영화는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 격차를 언급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꿈꾸는 가족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한다.

작성자 . 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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