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2023-10-13 17:22:01
[BIFF 데일리] 소통과 교류는 창조를 만들어 낸다.
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영화의황제> 인터뷰

"소통과 교류를 통해서 창조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2023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의 황제'
폐막작 기자회견에서 닝하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10월 13일 오전 부산 KNN 시어터 진행된 폐막작 기자회견에는 닝하오 감독과
영화의 황제에 출연한 다니엘 위, 리마 제이단 그리고 남동철 BlFF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함께 했다.

17년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찾은 닝하오 감독은
"부산에 영화 관련 시설도 많아졌고,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며"
"이와 같은 영화제를 통해 영화인들이 교류와 소통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고 설명했다.
영화 "영화의 황제"는 영화를 제작 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영화의 황제'는 홍콩의 스타 유덕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면는 코믹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가운데 감독은 중국의 영화와 홍콩의 영화 사이에 복잡하면서 미묘한 관계들을 다루고 있으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스텝들과 관계자들이 영화속에서 연기를 하며 진행되는 과정에서
리얼리티와 연출이 살아 있는 그런 이야기가 주목할만하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iff.kr/kor/html/schedule/date.asp?day1=4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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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본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개인이 겪은 끔찍한 일들도 아주 세세하게 전달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도 대중적으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다시 그것을 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아마도 현대 사회의 매체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고 인간이 가진 호기심이 더더욱 그것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사건사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고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어떤 사고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 끔찍한 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 진실을 찾아낼 때 영상이나 음성 같은 물리적인 증거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일을 직접 경험했거나 옆에서 보게 된 사람들의 증언은 중요하다. 수사기관들이나 기자들이 관련자들을 만나고 그때의 일을 들으려고 하는 노력은 진실을 찾으려는 가장 보편적인 노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 증언을 하는 사람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밀실 살인 사건 피의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영화
영화 <자백>은 어떤 사건과 관련 있는 한 남자와 그가 고용하려는 변호사가 주고받는 대화로 구성된 이야기다. 한 호텔 방 안에서 세희(나나)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방에 같이 있던 민호(소지섭)는 범행을 부인하지만 그 방 안에는 두 사람만 있었고 다른 문은 없었다. 그 상황에서 민호는 실력 좋은 변호사인 신애(김윤진)를 고용해 자신의 상황을 돌파하려고 한다. 영화는 민호와 신애가 한 별장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바탕으로 사건 이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알리바이나 증언을 말하고 있는 민호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다. 민호는 사건의 처음부터 세희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초반에는 민호가 하는 증언은 한줄기뿐이다. 그래서 민호의 말은 아주 강한 신뢰를 가진다. 그러다 중반부부터 증언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민호의 이야기는 점점 신뢰를 잃어간다. 그러니까 영화는 대부분을 민호가 이야기하는 증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말의 힘이 점점 빠져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 힘을 빼는 건 숨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변호사 신애의 힘이다. 정곡을 짚어내며 이야기의 약점을 보강하려는 신애의 노력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파악하여 변론에 활용하려는 것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힘이 된다.
진실이 바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그것은 아주 깊숙이 숨겨져 있다. 민호가 가지고 있는 진실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무척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지만 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이야기의 허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일단 민호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볼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게는 일차원적인 정보가 먼저 주어지고 영화 상영시간에 순차적으로 제공되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겹쳐지는 영화의 이야기
최근 한국에 큰 참사가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에서 보게 되었다. 그 참사가 왜 일어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증언과 재구성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영화 <자백> 속에서 증언하는 사람은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많은 순간 혼란스럽다. 참사 일어난 직후 그런 증언이나 정보들이 적었다. 그 순간에는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현실에서는 다양한 목격자와 증언들이 공존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일의 이면에 있는 일들을 좀 더 정확하게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현실에서는 그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진실이 드러나고 명확하게 책임져야 할 사람이 나온다. 영화 <자백>의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초반에는 진실이 모호하고 어떤 사람이 그 사건에 죄가 있는지 알 수없다. 하지만 서서히 그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그 진실의 대가를 누군가가 치른다. 여전히 모호한 현재의 상황과 무척 상반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초반과 중반은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다. 적절히 어울리는 한국 배우들을 각 캐릭터에 캐스팅했고, 그들의 연기가 주는 생동감도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는 조금 더 박진감이 넘치게 재구성되었다. 이야기의 반전을 일찍 공개하고 그 이후에 다른 작은 반전을 추가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꽉 끌어당긴다. 원작에서 다소 약했던 권선징악의 강도를 좀 더 센 방식으로 재구성하면서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좀 더 극대화시켰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스페인 원작의 담백하지만 임팩트 있는 결말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한국식 스릴러의 긴박하고 박진감 있는 결말이 너무 나갔다거나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한국식 클라이막스로 변형된 리메이크 영화
대체적으로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역할에 잘 맞는데, 특히 세희 역을 맡은 나나의 연기가 무척 좋다. 민호의 이야기에 따라 인물의 성향이 상반된 형태로 화면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 분위기에 따라 딱 맞는 연기 변화로 극에 설득력을 높여준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연기 모두를 소화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이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최근에 시리즈 [글리치]에서도 자연스럽고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나나는 향후에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난 영화 <자백>은 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통쾌함이 있다. 10.29 참사 이후 벌어지는 일들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이 영화에서의 민호가 하는 행동이 현실에서 다른 증언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는 가해자가 그가 한 짓의 대가를 치루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누구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직 진행 중인 현실의 이야기도 영화의 결말처럼 진정한 사과와 대가가 내려지길 기원한다. 그것이 그 일에 희생당한 사람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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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쏘았다> 리뷰
씨네랩의 시사회 초대로 아내와 함께 용산 CGV에서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를 감상했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브라질의 천재 피아니스트 테노리오 주니오르의 실종과 비극적 죽음을 중심으로 그려진 다큐 작품이다. 테노리오의 음악적 유산과 남미 우익 독재시대에 음악과 예술인, 그리고 역사가 교차하는 드라마틱한 서사를 영화는 섬세하게 전개해 보여준다.
20세기 중반,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수많은 쿠데타와 계엄령, 그로 인한 인권의 억압과 폭력으로 점철되었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칠레,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중남미의 우익 군부독재정권과 협력하여 좌파 척결을 공동 목표로 삼으며 ‘콘도르 작전’을 벌였다. 군인들은 매일 밤 골목에서 시민들을 감시하고 체포하였다. 체포된 사람의 대부분을 군부대의 조사실에서 고문하고 살해하였다. 남미의 군사독재 체제하에서 자유로운 예술과 표현은 억압되었고, 많은 예술가들이 좌파 혹은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 실종되거나 살해당했다.
영화는 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브라질의 천재 피아니스트 테노리오 주니오르의 삶과 죽음을 조명하며, 한 천재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역사의 희생물이 되었는지 드러낸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적 비극이 아니라, 우익 군부독재정권 치하의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인권과 개인의 자유가 어떤 식으로 침해되고 탄압받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한 예술가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실종과 죽음을 그리면서 무참하게 짓밟힌 예술혼을 조명하며, 민주주의 체제와 독재와 계엄 체제의 상반된 가치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선으로 테노리오의 삶과 예술 세계를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통해 감성적이고 시각적인 몰입감을 제공하여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전개는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로서의 무게감을 더한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이 실제 영상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며 역사적 진실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에 더하여 AI가 결합되면 과거에는 재현하기 어려웠던 사건과 인물들을 더욱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을 터이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만들어낼 새로운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이 영화는 음악, 예술, 그리고 역사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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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기억과 이미지의 서사적 탐구
영화 정보
감독: 레몽 드파르동 (Raymond DEPARDON)
제작국가: 프랑스
제작연도: 1984년
상영시간: 68분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형식: DCP, 흑백
상영 섹션: 시네필전주
Korean Premiere
시놉시스
레몽 드파르동이 홀로 카메라 앞에 앉아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시작과 의심, 기쁨에 대해 나지막히 이야기한다. 그는 감정에 복받쳐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우리에게 전한다.
리뷰
<찰칵 소리와 함께한 시절> Les Années déclic (The Declic Years)는 프랑스 감독 레몽 드파르동(Raymond Depardon)의 자전적 다큐멘터리이다.
한 예술가의 개인적 서사가 사회적 기억과 사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는 작품이다. <찰칵 소리와 함께한 시절>은 과거를 회고하는 작업에 머물지 않고, 예술적 정체성과 역사적 변화를 이미지로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심도 깊게 탐구한다. 영화는 시대적, 미학적 중요성과 더불어 영화와 사진이라는 매체가 상호작용하며 창출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레몽 드파르동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프랑스 사회의 급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기록을 통해 개인적 경험과 역사적 사건을 교차시킨다. 이러한 작업은 사진과 영상이 단순히 순간을 포착하는 도구를 넘어 시대의 흐름을 기록하는 매개체임을 증명한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개인적 서사가 어떻게 공적인 의미를 띠는지를 탐구한다.
영화 속 드파르동의 이미지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성격을 가진다. 도시와 농촌의 대조적 풍경, 노동자의 일상, 그리고 사회 변화의 기록은 특정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적 기억으로 기능하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본질적 역할을 상기시킨다. 이 작업은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기록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이미지가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성찰과 경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드파르동은 사진의 정적 이미지를 영화적 내러티브로 전환하며, 고정된 순간들이 시간적 흐름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미지의 기억 보존과 재해석 과정을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이미지의 기록적 힘을 환기시킨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넘쳐나는 이미지 속에서, <찰칵 소리와 함께한 시절>은 사진과 영상이 정보 전달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역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매체임을 강조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사진이라는 두 매체의 창의적 상호작용을 통해 예술과 기록의 경계를 재정의하며, 이미지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서사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상영일정
2025년 5월 2일 14:30
CGV 전주고사 5관
2025년 5월 5일 21:30
CGV 전주고사 5관
2025년 5월 8일 14:0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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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주 최신 개봉영화!
8월에도 어김없이 돌아온 개봉영화 소개!
8월 3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8월 3주 개봉영화 5편!
인질 Hostage: Missing Celebrity , 2021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된다
영화 "인질"은 인기배우 황정민이 목격자도 없는 강남의 한 골목길에서 인질범들에게 붙잡히며 펼쳐지는 탈출극입니다.
서울 청담동의 한 극장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의 제작발표회를 마친 황정민은
그날 밤 강남 한복판에서 어딘지 알 수 없는 아지트로 납치되고 이후 목숨을 걸고 산에서 탈출하는데요.
신예 감독 필감성과 '엑시트'의 흥행을 만든 제작사 외유내강의 작품입니다.
영화 "인질"은 가장 중요한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황정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동안 스크린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들을 캐스팅했습니다.
또한 약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모두 각자의 개성으로 자신만의 몫을 톡톡히 함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죠.
믿고 보는 황정민! 흥행 제작사 외유내강! 극한의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
첫번째 추천영화 "인질"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올드 Old , 2021
아침에는 아이, 오후에는 어른, 저녁에는 노인
영화 "올드"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해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타임 호러 스릴러입니다.
'23 아이덴티티'를 연출했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독창적인 콘셉트의 작품이죠
해외 유력 매체와 평단은 빠른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 기이한 해변이라는
지금껏 본 적 없는 흥미로운 컨셉과 몰입도 높은 전개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눈 먼 자들의 도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을 비롯해서
'주디', '헤라클레스' 루터스 스웰 등이 주연을 맡았죠
시간이 급격히 바뀌는 기이한 섬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초자연 현상과 살인 사건이 뒤섞인 공포!
두번째 추천영화 "올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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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Underground , 2019
부산도시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
영화 "언더그라운드"는 '버스를 타라', '그림자들의 섬'으로 한진중공업 노동 운동을 다루며
노동자 인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다큐멘터리스트 김정근 감독의 신작으로,
부산도시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언더그라운드"는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비프메세나상(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언더그라운드"의 주인공들은 기관사, 관제실 직원, 터널 관리공, 철도 정비공 등
지하철이 무사히 운행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사람들입니다.
새벽 4시 숙직실을 나서는 기관사, 수많은 모니터를 앞에 둔 관제실 직원, 전동차 내부를 손보는 직원,
역사를 청소하는 청소노동자들, 전동차를 닦고 조이고 분해하고 조립하는 정비공들,
그리고 선로를 수리하고 점검하는 직원까지.
도시의 하루를 열고 닫는 지하철에서,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지하철 노동자들이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한가운데,
시민들의 발 아래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노동을 그려냅니다
"당신의 발 아래 빛나는 노동의 괘적"
세번째 추천영화 "언더그라운드"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 , 2020
타임 루프 로맨틱 코미디
영화 '팜 스프링스'는 눈을 뜨면 항상 똑 같은 하루가 시작되는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두 남녀의 오늘만 사는 코믹 로맨스 입니다
지난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입니다
매일 하루가 똑같은 타임루프에 갇힌 세라가 우연한 사고로 나일스와 같이 타임 루프에 갇히게 되면서
타임 루프에서 벗어나려다 지친 세라는 나일스와 함께 매일 다른 하루하루를 즐기기 시작하지만,
충격적인 사실과 함께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을 맞게되죠.
기존 로맨틱 코미디 타임루프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두 주인공!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 잡을
네번째 추천영화 "팜 스프링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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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대문 藍色大門 , Blue Gate Crossing , 2002
“죽기 전에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
명작으로 소문난 작품, 대만 청춘 영화의 마스터피스 "남색대문"이 관객들의 강력 추천과 강제 개봉 요청 끝에
2021년 여름, 무려 20년 만에 국내 최초 로 개봉을 합니다.
영화 "남색대문"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어쩔 줄 몰랐던 열일곱, 한여름의 성장통을 지나는 세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2002년 대만에서 개봉 후 국내에서는 영화제와 기획전을 통해서만 소개되었던 남색대문.
정식 개봉을 한 적 없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진한 여운을 남기는
감성과 스토리로 명성을 떨치며 대만 청춘 영화의 명작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를 증명하듯 "남색대문"은 관람객들의 강력 추천 리뷰는 물론,
국내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 평균 별점 3.5점, 포털 사이트 다음 평점 8.3점으로
미개봉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높은 점수와 수많은 리뷰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설레는 아릿한 첫 짝사랑 스토리!
대만 청춘 영화의 클래식!
죽기전에 꼭 봐야할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남색대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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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비할수록 채워지는 이상한 마법을 손끝으로 느껴본다면
※영화 〈시티 라이트〉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기 도시를 떠돌아다니는 한 남자가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낡고 펑퍼짐한 양복과 맞지 않는 모자, 지팡이뿐인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길모퉁이에서 꽃을 팔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에게 부토니에를 사려했을 때 남자는 알게 되었다. 소녀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잠깐의 만남 이후 그는 길 위의 삶을 그만두기로 한다. 대신 자신을 위해 웃어주는 한 사람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는다.
20세기 문화예술을 말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되는 최고의 예술가이자 감독, 제작자 찰리 채플린의 영화 〈시티 라이트〉는 사랑에 빠진 눈먼 소녀를 지키기 위해 가난한 남자가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스 장르에는 언제나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는 중세 기사도 문학인 ‘로망스’부터 시작되었다. 기사와 귀부인이라는 계급과 신분의 차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플라토닉 사랑을 자아낸다. 닿지 못하는 사랑의 결실은 곧 귀족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수호하는 매뉴얼이 된다. 명예와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겸손하고 금욕적인 기사도의 원형은 당대의 사회 질서를 지배했다. 이후 로망스가 로맨스 소설로 변화하면서 ‘낭만적 사랑’의 서사가 등장하고, 현대에 와서는 사라진 신분과 계급 대신 다양한 심리적, 물질적 장애물로 세분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가로막은 집안과 신분을 지난 현대의 작가는 사장과 평직원, 북한의 장교와 남한의 유명 배우, 심지어는 도깨비와 인간 사이의 장애물까지 만들어낸다. 독자, 시청자, 또는 관객은 이 미끄러지는 위치와 관계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격차로 발생하는 오해와 편견, 이별과 재회에 이목을 집중한다. 하지만 로맨스 장르의 또 다른 특징은 독자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사랑과 이별에 갈등하고 위기를 맞는 이들은 결국 절대적인 사랑의 힘이라는 우연 혹은 필연으로 재회하고, 행복한 결말을 이룬다. 롤러코스터처럼 종잡을 수 없는 갈등의 연속에도 이미 독자는 이 바람 잘 날 없는 사랑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은연중에 품는다. 독자는 로맨스 안에서 현실과 다른 환상적 사랑의 결실을 바라기 때문이다.
과거의 로맨스는 주로 우월적 지위의 완벽한 남성이, 그보다 낮은 지위의 선량하지만 수동적인 여자 주인공을 구원하고 해방하는 드라마였다. 이는 현대의 로맨스 장르에서도 여전히 통용되는 법칙이다. 다만 그 안에서 여러 설정과 관계성의 변주를 준다. 앞서 언급했던 도깨비와 인간의 사랑처럼 믿을 수 없는 능력의 탈인간을 남자 주인공으로 설정하거나,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근대의 조선 양반집 여성과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한국계 미국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 로맨스 장르에서 특징 중 하나는 한쪽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두 사람의 결핍이 서로 마주하며 성장해 동등한 지위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은 여성 캐릭터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이제 로맨스의 여성은 과거의 인습에 따라 ‘도덕적 미덕’을 구현하는 존재로 남아있지 않다. 자신의 욕망과 목표를 정확히 인식하고 주체적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무조건 선량하거나 씩씩한 캐릭터도 아니다. 좌절과 절망, 탐욕과 부정을 숨기지 않기도 하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거침없이 행동한다. 과거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전복되기도 하며 미스터리, 공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확장된 장르의 변용과 해체도 이루어진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현실적 인식과 다양성의 확장이 맞물린 로맨스의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연대와 성장의 길로 함께 들어서는 관계가 된다.
〈시티 라이트〉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마법에 빠진 것처럼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를 관통하는 이 무조건적 선의와 환대의 가치는 유성 영화의 시대에 들어선 1930년대를 마주 선 찰리 채플린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결된다. 찰리 채플린이 연기하는 남자는 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생활하는 단벌 신사다. 평소처럼 길을 걷다 첫눈에 반한 소녀는 소리만 듣고 우연히도 고급 자동차에서 나오는 부유한 남자와 그를 착각한다. 남자는 당황하지만 소녀의 사정을 이해하고 그를 돕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집도 절도 없는 사정은 본인도 마찬가지기에 여느 때처럼 방황하며 고민을 하던 중 강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한 남성을 구한다. 그는 이 도시의 백만장자였고, 목숨을 살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찰리 채플린을 금세 친구로 사귀고 집으로 초대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술을 즐기는 이 백만장자는 찰리의 여러 사정을 묻지 않고 통 크게 그를 환대한다. 소녀를 돕기 위해 돈을 건네주기도 하고, 잠자리도 제공해 주는 등 선의를 베풀어 준다. 불의의 사고로 그와의 기억을 잃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성영화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1930년대 음향 기술의 도입에 반기를 들었던 그는 사회의 부조리에도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부의 불평등과 인간의 가치 하락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로써 영화는 사회의 약자들에게 가닿을 수 없는 도시의 불빛에 휘청거리는 소시민을 연기한다. 소녀의 집세와 개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얻으려 했던 그의 노력은 안타까움 속에 담긴 익살스러운 슬랩스틱에 담겨 웃음과 함께 복잡한 감정을 자아낸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 보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한다. 결국 경찰에 쫓기는 범죄자 신세가 되어서야 소녀에게 돈을 쥐여줄 수 있던 그의 마음은 오로지 한 곳으로 향한다. 자신도 변변치 않은 현실에도 소녀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일대기는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의 무성영화가 주는 그 울림과 가치를 고집스럽게 지켜내려는 감독 찰리 채플린의 심정과 닮았다.
이 영화를 말할 때 헬렌 켈러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찰리 채플린과 그의 짧은 만남은 영화의 스토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찰리 채플린과 헬렌 켈러는 국가의 억압과 독선에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대중과 미디어에 비치는 헬렌 켈러는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딛고 삶을 이어 온 투혼의 인물’ 정도였다. 모두가 행복한 동화 속 헬렌 켈러의 삶은 그의 스승 설리번 선생님과의 유대관계와 우정, 박애와 사랑의 성녀, 그 정도뿐이다. 정말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철저히 가려지고 윤색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헬렌 켈러는 서른 살까지의 인생까지다. 알려지지 않은 그는 공산주의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였고, 1900년대 초반 미국 사회당에 입당해 여성과 노동자, 유색인종의 권리와 평등을 위해 싸웠다. 여러 신문의 칼럼과 저서로 부정의한 사회로부터 투쟁해 온 헬렌을 보며 사람들은 그가 장애인과 사회복지 운동 외의 다른 운동에 투신하는 것을 싫어했다. 대중이 정해놓은 성스러운 이미지로 ‘숭배’ 해야 하는 ‘천사’가 정치 세력에 옮아 ‘불순한’ 사회운동을 하다니. 견디지 못한 언론은 그를 향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장애인이라는 그의 정체성을 과거에는 ‘삼중 장애의 역경을 딛고 세상에 나온 영웅’으로 추앙했지만 비난의 대상이 된 이후 ‘세상 물정 모르는 장애 여성의 치기’로 격하한 언론의 이중성은 극에 달했다. 장애를 단지 극복해야 할 비정상적 양태로 바라본 편협한 시각은 등을 돌렸을 때 더욱 모진 차별과 비난의 무기로 활용되었다.
찰리 채플린도 같은 곤경에 처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과 빈곤의 굴레를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한 그의 영화는 냉전 시대의 광풍 앞에 ‘공산주의적 선동’으로 몰린다. 소아성애자라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그는 결국 미국을 떠나 이민을 간다. 여성이자 장애인으로 사회의 진보를 위해 투신했던 헬렌의 삶에 감명을 받은 찰리는 〈시티 라이트〉에서 도시의 불빛을 볼 수 없던, 아니 도시의 따가운 시선에 가려진 한 소녀가 선한 의지와 노력으로 결국 주체적인 인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사적으로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영화 줄곧 원경에서 시민들의 군상, 그 안의 찰리 채플린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던 카메라는 눈을 뜬 소녀가 그의 얼굴이 아닌 손끝으로 남자를 알아보는 장면에서 또렷이 서로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관객은 무조건적 희생과 사랑의 연대라는, 자본주의와 거리가 멀어 보이던 가치를 묵묵히 이어나간 끝에 마침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게 되는 두 사람의 표정을 만난다. 고난 끝에 찾아온 행복이 현실이 되기 바라는 감독의 간절함은 참고 참다 마지막에 드디어 시선을 가까이 두는 탁월한 완급조절로 드러난다. 설명을 듣기 전에는 그 의미를 전혀 알 수도 없는 ‘평화와 번영’ 동상 위에서 대범하게 잠을 청하는 유쾌하고 날카로운 찰리 채플린의 시선은 이렇듯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마음을 울리는 직접적인 메시지로 표출한다.
우리는 사랑과 연대가 가진 힘을 알고 있다. 저 큰 도시 한 구석에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동상 하나 세운다고 그 가치는 실현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몸부림이겠지만, 자신의 곤궁함을 받아들이면서 한 인간의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그의 몸이 오히려 가장 시대의 변화를 추동하는 상징으로 내세울 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상이 아닌 행동이다. 우리의 진가는 사회에 겉돌고 외면받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지난달부터 우리는 서아시아의 한 나라가 무너지는 장면을 바라봤다. 한순간에 억압의 과거로 퇴보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타인을 포용할 만큼 충분히 밝은 도시의 불빛에 비해 비좁은 시민들의 인식은 여러 이유를 들어 세상의 불의와 고통을 애써 외면하고 만다. 사회에 내 집 하나 없이 무시당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해학을 담아 웃음과 눈물을 만든 찰리 채플린은 영화 내내 웃지도 않고 전 세계의 관객을 웃겼다. 어쩌면 우리는 난민과 이주민을 카메라 뒤편에서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닫힌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꺼이 카메라를 들고 가까이 줌을 당겨 그들을 만나고 손을 잡는 것이다. 다정함은 세상을 구한다. 그래야 절망 앞에 웃을 수 있고, 선의지를 담은 표정으로 타인을 반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마침내 행복을 찾은 남자의 이름은 리틀 트램프, 작은 방랑자이다.
※ 이 글은 파랑달의 브런치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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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 표류기
그림자꽃
줄거리
평범한 평양 시민 김련희 씨는 2011년, 간 치료 차 중국에 방문한다.
병원비는 예상보다 비쌌고, 그녀는 브로커에게 ‘한국에선 금방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에 속아 북한 여권을 뺏기고 한국에 들어온 김련희 씨.
그로부터 11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가족들 품에 돌아가지 못한 채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남한 표류기
숨은 의미 찾기
영화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김련희 씨가 한국을 떠나 북한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인권보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간첩은 돌려보내서는 안 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를 돕거나, 상처 준다.
김련희 씨는 대놓고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에는 익숙한 듯했다. 물론 댓글을 읽는 그녀의 표정은 서글펐지만. 들리지 않는 척 무시하기도 하고, 맞서 싸우기도 한다. 사실 그보다 그녀를 더 아프게 하는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위로하는 척,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그녀를 상처 주는 사람들이었다.
"북한 여자들은 왜 다 획일화되었느냔 말이야."
그저 분위기를 띄우자고 노래를 한 구절 불렀을 뿐이다. 그랬더니 북한 노래는 하나같이 똑같다며 체제를 들먹이는 사람들. 다 같이 즐기자고 노래해 보라며 그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노래가 끝나니 체제가 문제라며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 말을 듣고 있는 김련희 씨의 표정은, 대놓고 욕지거리를 날리는 사람을 바라볼 때보다 몇 배는 더 씁쓸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하고, 예술로 하나가 될 거라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한 배신의 몫은 훨씬 컸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때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마주할 수도 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
이승준 감독은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과 우리나라의 비슷한 점을 찾아보자고 생각해서 이 영화를 찍기 시작했노라 고백했다. 그 의도에 충실하게, 영화는 체제에 대한 토론이나 정치적 싸움을 담기보단 우리네 모두가 살아가는 영상을 담아내려 애썼다.
그들 역시 사람 가득한 출근길을 지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면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며 회포를 푼다. 특히 김련희 씨와 그의 딸인 리련금 씨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이 겹쳐 보이는 장면에서는 의문이 들었다. 이토록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다를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이 왜 떨어져 살아야 하는가?
더불어 주인공인 김련희 씨는 가지 못하는 평양의 모습을 영화에서 담아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김련희 씨의 가족인 리금룡 씨의 리련금 씨가 생활하는 모습은 이승준 감독과 친분이 있는 핀란드 영화감독이 찍어온 것이라고 한다. 같은 나라 사람인 이승준 감독도, 평양이 고향인 김련희 씨도 만나지 못하는 가족을, 다른 나라 사람이 대신 만나고 온다는 것이 어딘가 모순적이지 않은가.
김련희 씨가, 또한 우리가 그들의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건 오직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영화 내에서 김련희 씨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던 장면은 예정에 없던 장면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반갑고 아쉽게 느껴졌을 통화가, 분단된 쓰라린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켜준다.
"너가 북한에 돌아가는 것은, 그거는 이제 안 되는 거야."
고된 타향살이에 지친 김련희 씨는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을 당시 함께 건너온 동지들을 만났다. 그동안 못 나눈 안부와 한국에 건너올 때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이었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던 동지들은 김련희 씨에게 북한은 더 이상 갈 수 없노라고 못을 박았다. 그 말은 앞서 자신을 상처 주던 남한 사람들의 것보다 훨씬 묵직하고 날카로웠다. 한때는 목숨을 의지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앞장서 그녀더러 포기하라는 가혹한 현실을, 그녀는 견디기 힘들어 보였다.
그녀는 자신을 평양 시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남한의 체제가 잘못되었고 이념과 사상이 달라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은 아니다. 평양시민이라는 단어는 '어디의 누구'가 아닌 '누군가의 누구'로 살고 싶은 그녀의 소망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뿐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자신을 '서울시민'으로 칭하는 것을 두고 우린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에겐 서울에 마음을 뉠 집이 있고, 의지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스스로를 '서울'이라는 공동체에 속해있음을 약속하는 단어에 불과하다. 김련희 씨는 서울 어딘가에 누워 있어도, 서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어도 진정 쉬지는 못한다. 그녀가 속해있는 공동체는 평양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하는 '평양시민'이란 평양에 있는 나의 집, 나의 가족들의 김련희로 살고 싶노라고 말하는 것임을, 왜 우리는 또렷이 바라보지 못하는 것일까.
영화가 끝나기 직전, 스크린에는 탑골공원 근처를 배회하는 김련희 씨의 뒷모습으로 가득 찼다. 문득 해외여행을 갔던 때가 떠올랐다. 나와 다른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 그 속에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나. 그 순간의 나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어지러운 거리를 방황하는 김련희 씨의 뒷모습에 담긴 것은 설렘이나 기대가 아닌, 혼란과 당혹스러움이었다.
나는 내가 원해서 그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가득 매운 인파 속에서 나는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그 사실에 짜릿함을 느꼈다. 하지만 김련희 씨는 자신의 의지로 한국에 온 게 아니다. 원치 않았던 여행, 길을 잃었지만 아무에게도 길을 물을 수 없는 게 그녀의 처지다. 내겐 너무나 익숙한 풍경, 익숙한 사람들의 스침이 그녀에게는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이 되어 지나갔을 일이다.
"길어야 1년, 2년일 거야."
종각 거리를 배회하는 뒷모습에는 김련희 씨가 딸과 통화하는 음성이 겹쳐서 흘러나왔다. 언제쯤 오냐는 딸의 물음에 김련희 씨는 길어야 1, 2년이라며 딸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11년째 남한 땅에 표류 중이다.
'북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닌, '가족에게 가는' 길
감상평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아줌마 김련희입니다.”
영화를 보기 앞서 이승준 감독님과 김련희 씨 두 사람이 함께 올라 짤막한 무대인사를 남겼다. 그때 김련희 씨는 자신을 ‘평양 아줌마’라고 소개하며 수줍은 듯 웃었다. 그 짧은 단어를 듣는 순간부터 가슴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울림이 가득 퍼져나갔다. 맹숭맹숭한 그런 기분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15년도부터 찍기 시작해 19년도에야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김련희 씨는 혼란스러운 한국 역사의 중심에 서서 모든 것을 겪고 느끼며 살아왔다. 간간이 느꼈던 절망과 희망들의 폭이 너무나도 커서, 나까지 눈시울이 붉어질 것 같았다. 북한과 멀어지는 것 같아 초조하다가도 다시 가까워지는듯해 안심하고. 이제 곧 돌아갈 수 있겠구나 싶어 설레다가도, 계속해서 출국금지명령을 받아 절망하는 과정이, 비단 김련희 씨 개인의 것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가족이 있잖아요. 그 누구도 가족을 뺏겨선 안 돼요."
김련희 씨의 말마따나, 인간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살았든 죽었든, 좋든 싫든 누구나 가족이란 것이 있다. 이념과 체제 너머, 그녀는 인류가 기본으로 누려야 할 '행복'이라는 권리를 빼앗겼다고 호소한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자신을 비난하고, 자신의 북행을 반대했던 수많은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가족이 북에 머물러 있어도, 지금은 대립 상태이니 평생 거기에서 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우린 그녀의 문제를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그만이다. 가족하고 살고 싶다는 말, 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잘못된 게 아니지 않은가.
기막힌 우연처럼, 영화관을 나서며 이어폰을 꽂았더니 투애니원의 '컴백홈'이 흘러나왔다. 평소라면 그저 흥얼거리며 들었을 그 노래를 가사 한 자, 한 자 곱씹어가며 들었다. 나는 김련희 씨가 '북한으로 돌아가길' 바라진 않는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길',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이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으나, 솔직하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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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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