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2023-10-13 17:22:01
[BIFF 데일리] 소통과 교류는 창조를 만들어 낸다.
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영화의황제> 인터뷰

"소통과 교류를 통해서 창조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2023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의 황제'
폐막작 기자회견에서 닝하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10월 13일 오전 부산 KNN 시어터 진행된 폐막작 기자회견에는 닝하오 감독과
영화의 황제에 출연한 다니엘 위, 리마 제이단 그리고 남동철 BlFF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이 함께 했다.

17년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찾은 닝하오 감독은
"부산에 영화 관련 시설도 많아졌고,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며"
"이와 같은 영화제를 통해 영화인들이 교류와 소통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고 설명했다.
영화 "영화의 황제"는 영화를 제작 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영화의 황제'는 홍콩의 스타 유덕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면는 코믹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가운데 감독은 중국의 영화와 홍콩의 영화 사이에 복잡하면서 미묘한 관계들을 다루고 있으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스텝들과 관계자들이 영화속에서 연기를 하며 진행되는 과정에서
리얼리티와 연출이 살아 있는 그런 이야기가 주목할만하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biff.kr/kor/html/schedule/date.asp?day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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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7일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잘 알려진 배우 매기 스미스가 89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1934년 잉글랜드 태생인 스미스는 1950년대 영국 연극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70여 년간 영미권 연극·영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했으며 미국 아카데미상 2차례, 미국 에미상 4차례, 미국 토니상을 1차례 수상했습니다.
1990년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경(Sir)'에 해당하는 '데임(Dame)' 작위를 받았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은 성명에서 "국가의 보물에 막이 내렸다"며 "존경과 애정을 담아 그의 수많은 위대한 연기, 무대 안팎에서 빛난 온정과 재치를 전 세계와 함께 기린다"고 애도했으며 영화 팬들은 호그와트 성 앞에 모여 고인의 넋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10월 1주차 씨네뉴스 시작합니다
<베놈:라스트 댄스> 한국 최초 공개
영화 <베놈:라스트 댄스>는 오는 10월 23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합니다.
영화는 서로 뗄 수 없는 에디와 베놈이 각자의 세계로부터 도망자가 된 최악의 위기 속,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지독한 혼돈의 끝을 향해 달리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최초의 여자 씨름 영화 <모래바람> 11월 개봉
모래 위 여자들의 순수한 열정과 뜨거운 승부의 세계를 담은 최초의 여자 씨름 영화 <모래바람>이 11월 극장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영화 <모래바람>은 2009년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가 탄생한 이후 5명의 여자 씨름 선수들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고 천하장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충무로 ‘대한극장’ 66년만에 폐업
한국 영화 역사의 상징과 같은 충무로 대한극장이 9월 30일을 끝으로 폐업했습니다. 1958년 극장이 문을 연 지 66년 만으로 대한극장은 70밀리미터 와이드 필름을 초대형 화면에서 상영하는 최초의 극장이자 한국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대한극장 운영사인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건물을 문화예술공연 시설로 개조해 내년 4월 문을 연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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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한국 독립 영화나 다양성 영화들을 리뷰했을 때 제가 등대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크리에이터 '영화등대'님 인터뷰
오늘은 독립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돋보이는 영화등대님을 만나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커피와 영화, 영화등대님만의 취향이 잔뜩 묻어나는 오늘의 인터뷰 만나보시죠!
크리에이터님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5년이 조금 넘어가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영화등대’라고 합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도 함께하고 있는데, 그 일도 마찬가지로 유튜브 시작 반년 뒤에 시작했어요. 코로나가 막 퍼졌던 그 겨울부터였어요. 공교롭게도 코로나에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양쪽 일(‘카페’와 ‘영화’)이다 보니 조금 힘들긴 했었는데, 그래도 ‘열심히 보다는 좋아하는 느낌으로 하자’ 라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까 어느덧 5년 6개월 정도가 된 것 같아요.
그럼, 채널을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어떤 건가요?
지금 유튜브 채널도 거의 그런 색깔로 잡혀 있는데, 제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들이 대부분 독립 영화랑 예술 영화 쪽이더라구요. 그런 영화들이 저한테 위로도 되고, 힐링도 되거든요. 그리고 그런 영화들이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작 작은 영화들이 영화관에서 배정받는 시간대는 평일 오후 2시, 3시 이렇다 보니까 제대로 된 홍보도 어렵고, 주목을 받기가 어렵더라구요. 제가 느끼기엔 정말 좋은 영화들이어서 더 아쉬움이 컸어요. 그래서 혹시 내가 이 영화들에 대한 좋은 점들을 부각하는 영상을 만들면, 조금이라도 보는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봤는데 영상을 거의 120개 가까이 올리셨어요. 그중에서도 많은 영화들이 독립 영화, 예술 영화고요.
저는 사실 이 유튜브가 생업이 아니다 보니까 제가 힘들 때 영화를 보면서 얻었던 힘을 한국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 쪽에 환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거든요.
감사하게도 작은 영화 배급사들이나 아니면 영화제, 제작사 쪽에서도 가끔 이제 연락이 와서 협업하게 될 때도 있어요. 이쪽 일을 아예 안 해본 저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마운 일이라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그럼 바리스타를 하시게 된 계기는 어떤 걸까요?
한참 이렇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항상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받으면 유일하게 갔던 곳이 영화관이나 카페더라고요. 또, 영화 보고 나서 같이 영화 본 사람이랑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런 기억이 저한테는 되게 지금도 사는 데 되게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영화등대님의 추천작, <커피 오어 티>(2020))
그렇게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영화등대님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영화가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리뷰했던 영상 중에서 가장 조회 수가 많이 나왔던 영화가 있는데, 임지호 셰프님이라고 자연 친화적인 재료로 요리를 하시는 셰프님이 계세요. 그분이 몇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거든요.
<밥정>(2020)라는 영화인데, 셰프님이 세 분의 어머니를 섬기면서 108가지의 음식으로 마지막 제사를 올리는 그런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예요. 그 영화를 좀 힘들거나 아니면 뭔가 동력이 필요할 때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작품에서 그분이, 만나는 모든 사람을 다 소중하게 여기고 이제 계속 이렇게 마음속에 삶의 자리를 마련해 두는 그 과정을 보면서 항상 위로를 얻거든요.어떤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는지 그런 것도 있나요?
제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요즘 연락할 방법은 많아지는데, 정작 연락할 만한 사람들은 없어진 사회가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자기의 삶에서 뭔가 인간관계로든, 사회적으로든 지친 게 있을 때, 혹시 어떤 위로가 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 영화를 보는 걸 추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바리스타 하시면서 나중에 독립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 같은 것도 꾸리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공간이 생겼을 때 상영해 보고 싶은 작품들이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단편 영화가 잘 되고 소비가 돼야 영화계가 살아나고, 좋은 감독들이 많이 발굴된다고 생각해서 저는 단편 영화를 많이 상영을 해보고 싶어요.
<밥정> 말고도 올리셨던 콘텐츠 중에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도 궁금해요.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것과 관계없이!
그렇게 최근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망>(2024)이라는 영화 봤을 때 보물 같은 감독님과 보물 같은 배우들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작품을 리뷰했을 때, 영상 작업하면서도 오랜만에 즐거웠고 좋았어요. 그래서 배우분들이나 감독님 SNS 팔로우하면서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고요. (웃음)
또, 작품 자체가 장편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작품이 아니라 단편 영화를 만들고 후에 옴니버스식으로 묶어서 만든 영화라서 좀 구성 자체도 독특하거든요. 그리고 거기 나왔던 공간이나 길 자체가 은은하게 좀 위로를 주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어요.(영화등대님의 추천작, <타이페이 커피 스토리>(2010))
영상 리뷰를 만들면 여러 가지 애로사항도 많을 것 같아요.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글보다,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담게 되잖아요.
저는 채널 자체가 독립 영화랑 예술 영화 쪽을 많이 다루다 보니까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큰 상업 영화면, 그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스케일 같은 것들이 있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보러 가시잖아요. 사실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는 잘못하면 그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을 제 영상에서 이미 다 발설해 버리는 느낌이 될까 봐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요. 혹시 내 영상만 보고 이 영화를 다 봤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서, 독립 영화를 위주로 많이 리뷰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상을 계속 올리면서 나름의 철칙 같은 걸 세운 게 있어요. ‘웬만해서는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 그리고 ‘썸네일을 너무 자극적으로 만들지 말자’와 같이 개인적으로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데, 또 담백하게 만드는 게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쵸. 그 밸런스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 채널이 어떤 방향으로 계속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는지 바람이 있나요?지금 5년 반 정도 됐는데 그런 거 치고는 구독자가 많지 않아서, 구독자 수에 대한 이제 욕심을 버린 지가 좀 됐어요. 대신 한국 독립 영화나 다양성 영화들 리뷰 했을 때 ‘이 채널 가면 반응이나 후기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는 진짜 등대 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작은 영화나 배급사에는 작품을 알릴 수 있는 등대가 될 수도 있구요, 작은 영화나 독립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 중에서 궁금한 점이나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있을 때 제 채널로 와 주신다면 제가 좋은 등대 역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를 해봐요.영화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영화를 보실 때 4.5점에서 5.0으로 넘어가는 그 지점 있잖아요. 그 0.5점의 차이를 만드는 기준 같은 게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그 0.5점이 대중성인 것 같아요.
독립 영화는 주로 자전적인 이야기나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색깔의 작품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결국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영화로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상 UCC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있고요.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어떤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포인트가 없이 막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 거야 하는 작품이 되면 아무리 제가 좋게 봐도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없죠. 누가 봐도 좋게, 재미있게 보겠다 하면 이제 5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그럼,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부분이 있나요?
리뷰를 하다 보면, 특히나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 생기잖아요.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저는 불필요한 대사가 많냐 적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되게 싫어하는 영화 중에 하나가 불필요한 대사들, 예를 들어 욕이 많이 들어가는 걸 싫어해요. 이건 러닝 타임을 늘리려고 일부러 넣은 건가 싶어서 싫더라고요.
그래서 대사가 100줄이 있는 것보다 오히려 그 100분 동안 한 줄이 있는데 그 한 줄의 메시지가 와 닿는 영화면 이쪽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영화등대님의 추천작, <퍼펙트 데이즈>(2023))
씨네랩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해 주시고 계시잖아요. 이렇게 계속 인연을 놓지 않고 계속해 주시는 마음이 무엇인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사실 다른 창구에서 제 채널로 넘어와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씨네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일단 씨네랩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래도 뭔가 조금 더 영상을 올리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기분 좋은 당근과 채찍 같은 느낌으로 활동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마지막 질문으로 영화등대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말씀 부탁드리면서 이야기 마무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 독립 영화들을 많이 보는데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건 한국 독립 영화들이 결국 우리 이야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테러리스트를 잡고,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킬러들이 있는 마을에서 가족을 지키고, 이런 이야기도 영화로서 당연히 재밌지만, 대다수의 관객분들은 사실 그렇게 특별한 사건에 얽혀 있지는 않잖아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을 유지하는 게 대부분이죠.
그렇다 보니까 내가 너무 힘들거나 할 때, 나랑 비슷한 사람이 또 있구나,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건 한국 독립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러니 한국 독립 영화를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웃음)언젠가 커피와 영화, 영화등대님이 사랑하는 두 가지가 만난, 편하게 쉬며 다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의 탄생을 기대하며, 씨네랩이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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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등대님의 콘텐츠를 더 즐기고 싶다면, 씨네랩 영화등대님 리뷰 만나러 가기
영화등대님의 유튜브 채널 링크 : 영화등대
영화 등대님의 ‘커피와 함께 즐기기 좋은’ 영화 추천작 3편!
1. 커피 오어 티(2020)
- 작품의 주인공(진베이, 시우빙, 샤오췬)들은 이 윈난에서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쏟아 청년들이 모두 떠난 윈난의 저물어가던 ‘잎 차 사업’을 ‘커피 사업’으로 탈바꿈시킨다.
누군가에게 커피는 하나의 비즈니스 혹은 한 잔의 음료라는 의미에서 그치지만, 이 세 청춘에게 커피는 꾸준한 도전의 첫 수확이고, 성실함을 보상받는 인정이며,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화합이다. 디테일하진 않지만 커피나무를 심고 생두가 익어 수확을 하며 커피 원두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청춘과도 닮아있다. 처음엔 큰 가치를 갖지 못하지만, 로스팅을 하면서 점차 깊은 풍미와 향을 지니게 되는 생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우리 모두가 아직은 생두이지만 어디서 재배가 되고 어떻게 로스팅되냐에 따라 풍미와 향, 깊이와 무게감이 달라지기에 <커피 오어 티>를 보며 언젠간 내가 원하는 향과 깊이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담백한 자극을 받아보면 어떨까.
2.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2010)
- 영화의 시작부터 작품은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하나의 회사원처럼 소개한다. 익숙하게 포터필터를 결합해 샷을 내리고, 커피 퍽을 버린 뒤, 노즐을 한번 닦아주고 스팀을 쳐서 카페라테를 만드는 모습(바리스타의 시선으로 봤을 때 거품양이 라테보단 카푸치노가 맞다고 생각되지만). 마치 회사원이 외부 업체와 컨택하고 미팅을 잡고 보고서를 써서 상사에게 제출하는 모습과 다를 게 없다. 물론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디저트 역시 어떻게 찍어야 먹음직스럽게 보이는지도 넌지시 알려주는, 미래의 카페 창업자에게도 도움이 될법한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간질간질 곁들이는 로맨스, 고즈넉한 공간 다정한 사람들, 자매의 꿈과 사랑이 한데 어우러지는 과정을 보면 금방이라도 커피 향과 달콤한 빵냄새가 가득한 감성카페에 와있는 듯하다. 또한 관객들에게 던지는 몇몇 질문들은 꽤나 달콤한 꿈을 꾸게 만들기도, 조금 씁쓸한 현실을 직시하게도 만드는데, 카페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도 닮아있는 부분이 많다.
3. 퍼펙트 데이즈 (2023)
- 주인공 ‘히라야마’가 집 밖을 나와 처음으로 시작하는 루틴은 바로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뽑아마시기. ‘히라야마’가 항상 마시는 캔커피는 산토리의 캔커피 브랜드 보스의 카페오레. 한국의 레쓰비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페에서 막 제조된 시원하고 진한 카페라테도 좋지만, 아주 가끔은 적당히 시원하면서 가볍고, 은은한 단맛이 묘하게 계속 찾게 되는 시기가 있다. 생각해 보면 보스의 카페오레는 ‘히라야마’의 삶과도 닮아있는 구석이 꽤나 있다. 특별한 자극으로 가득 차있기보단 은은하고 연한 느낌부터 시작해, 비싼 가격 대신 접근성과 대중성이 높아 꼭 필요한 카페오레는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주는 청소업 종사자 ‘히라야마’의 삶과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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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뺄셈의 미학에 심취한 복수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허한 시간을 보내던 전직 경호원 '옥주(전종서). 어느 날, 그녀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유일한 친구이자 유학 중인 줄 알았던 발레리나 '민희'(박유림)가 자기 집에서 맥주 한 잔 하자고 부탁한 것. 하지만 민희 집에 도착한 옥주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이내 자살한 민희와 복수를 부탁한다는 편지를 발견한다.
친구의 편지를 단서 삼아 민희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로 결심한 옥주. 그녀는 민희가 남긴 ID를 추적해 여성과의 성관계를 영상으로 남기고 팔아먹는 성범죄자 '최프로'(김지훈)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에 옥주는 가장 확실하고 잔인하게 최프로와 그의 공범을 징벌할 계획을 짜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다.
<발레리나>와 '여백의 미'
‘여백의 미’는 흔히 동양화만의 미학으로 여겨진다. 화폭을 가득 채워서 그림을 그리는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에서는 일부러 남긴 여백을 흔히 찾아볼 수 있기에 통용되는 말이다. 이는 그리려는 대상의 외적인 면모보다 본질을 강조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간결하고 압축적인 그림을 통해 숨어 있던 대상의 본질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유도하는 미학적 접근인 셈이다.
물론 일장일단이 있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창작자의 의도나 목적이 와닿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많은 대중이 인지하는 최소한의 구성 요건을 갖출 때 창작자의 감성도 두드러질 수 있으니까. 지나치게 많이 생략해 버리면 해당 작품에서 감동을 받기는 어렵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발레리나>는 바로 이 대목을 간과했다. <테이큰> 시리즈부터 <존 윅> 시리즈까지 액션 복수극은 근 몇 년간 쏟아져 나왔다. 이에 <발레리나>는 복수 액션물의 클리셰를 깨기 위해 과감히 빼기의 미학에 도전한 듯하다. 분위기와 액션만으로 시청자를 설득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그저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먹었을 뿐이다. 영화는 시각 예술일 뿐만 아니라 극예술이라는 사실을.
발레처럼 풀어낸 복수극
<발레리나>는 마치 한 편의 발레를 보여주는 듯하다. 여러 스토리를 자세히 들려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인상적인 배경 안에서 화려한 액션에 집중한다. 옥주가 아무런 설명 없이 슈퍼마켓에서 강도를 때려잡는 첫 장면만 봐도 목적을 알 수 있다. <발레리나>라는 제목은 옥주의 복수극 그 자체를 의미하는 셈이다.
실제로 <발레리나>는 눈이 즐겁다. 발레의 구성 요소에 대응되는 영화적 장치를 영리하게 활용한 덕분이다. 무대 장치 및 조명과 음악으로써 무용수의 몸짓을 강조하듯이, 액션을 돋보이게 한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마약 생산 공장이 대표적이다. 공장은 마치 극장 같다. 옥주는 관객석에서 무대로 나아가듯이 계단을 내려간다. 흰색 천이 쳐진 공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액션은 한 편의 발레 공연이나 다름없다.
배경은 스토리 전달의 주된 수단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이해시키는 대신 직관적으로 전하기 때문. 노란 조명에 살림살이가 적은 방은 옥주의 헛헛함을 보여준다. 민희의 집은 화려한 조명과 유리 소품을 조합했다. 밝고 사교적이지만 누구보다 약한 민희의 이야기를 짐작케 한다. 앤틱한 소품이 많은 저택은 쾌락을 추구하고 허영심에 찌든 최프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마구간을 배경으로 악역 간의 갈등을 고조하기도 한다.
힙합 아티스트 그레이가 만든 음악도 옥주의 액션에 힘을 불어넣는다. 특히 긴 액션이 이어지는 시퀀스에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3개에서 4개의 곡을 활용해 변주를 주고, 모든 곡이 이어지도록 설계한 점도 인상적이다. 이에 더해 힙합 음악 속에 클래식이 섞인 듯한 사운드는 '다르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발레리나의 '이야기'가 없다
하지만 공간, 조명, 음악의 조합은 실효가 없다. 시나리오가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한 편의 '발레극'으로 설계했지만, 정작 '극'적인 요소가 없다. 자연히 눈과 귀가 즐거운 화려함도 점차 평범한 자극이 되어 버린다. 물론 새로운 서사를 전개하기 어려운 장르다 보니 자기만의 스타일, 퍼포먼스에 집중한 의도는 이해가능하다. 그럼에도 영화의 두 기둥 중 하나가 스토리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특히 제목인 '발레리나'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실패했다. 발레리나 친구를 잃은 주인공은 복수를 향해 질주한다. 당연히 발레리나와 주인공의 관계가 명확히 제시돼야 했다. 옥주에게 민희가 소중해진 계기와 지키지 못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했다. <발레리나>는 그러지 못했다. 시청자가 채워 넣어야 하는 여백의 미가 과하다. 뻔한 전개를 피하려다 제목이 '발레리나'여야 하는 이유조차 못 보여줬다.
이는 <존 윅> 시리즈와의 결정적인 차이다. 사실 <존 윅>도 개 한 마리 때문에 그 사달이 나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과 우스갯소리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존 윅>은 1편부터 최소한 주인공에게 개가 어떤 의미이고, 그에게 아내와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이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복수의 허망함과 굴레를 성찰하는 깊이감도 있었다.
이처럼 중심 플롯의 설득력이 없으니, 세부 플롯도 중구난방이다. 발단과 결과 외에 과정이 부족하다. '조사장'(김무열)과 최프로의 갈등만 봐도 그렇다. 두 남자의 관계는 묘하다. 친구인 듯 보이며서도 아래위가 확실하다. 영화는 이 긴장감을 활용하지 못한다. 최프로의 일방적인 불만만 강조되고, 둘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전에 조사장이 갑자기 퇴장한다. 절정 없이 허망한 결과만 남는 이야기인 셈이다.
현실을 끊어내는 데 실패하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때문에 <발레리나>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부유한다. 감독과 주연 인터뷰를 보면 <발레리나>는 철저히 환상 속에 지어진 성과 같은 영화여야 한다. 이충현 감독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어도 영화적인 판타지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말했고, 전종서 역시 "현실적으로 처벌이 될 수 없는 것을 영화상에서 통쾌하게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으니.
실제로 영화는 N번방 사건이나 버닝썬 게이트가 연상되는 소재를 철저히 허구의 공간에서 풀어내려 한다. 특히 미국 B급 장르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길가에 휴게소처럼 놓여 있는 식당이 대표적이다. 오프닝에 나오는 슈퍼 마켓도 비치된 제품이나 가게 인테리어, 분위기를 보면 외국 한인 마켓에 가까워 보인다. 옥주가 황무지에서 접선해 총을 구하는 장면도 서부 영화 속 한 장면을 닮았다.
그런데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많다 보니 세계관 구축도 난항이다. 최프로 집 인근에 위치한 오래된 슈퍼처럼 한국적인 요소가 튀어나오는 미세한 지점마다 <발레리나> 만의 세계는 무너지고 만다. 대신 철저히 한국적인 대사와 유머, 레퍼런스가 오히려 부각된다. 철저히 짜인 무대 위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하는데, 무대 자체의 결함이 관객에게 노출되는 셈이다.
정작 액션도 아쉽다
그 결과 메인 디쉬라 할 수 있는 액션에서도 단점이 불숙 튀어나온다. <발레리나>의 액션은 '비틀기'가 핵심이다. 뻔할 수 있는 복수극을 다른 스타일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우연을 통해 클리셰를 비껴가기도 하고, 예상되는 전개를 생략하거나 우회한다. 슈퍼 마켓 씬처럼 템포가 빠르고 속도감이 있는 대목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2% 부족하다는 인상을 떨치지 못한다. 관습적으로 기대하는 효과까지 과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단 눈은 즐거울지언정 액션에서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스토리를 가능한 많이 생략하고 압축했기 때문에, 악을 처단하는 복수자의 처절함이나 아픔이 옥주의 몸짓에 깃들기는 어렵다. 혹자는 사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최프로를 단죄하는 결말에서 카타르시스 보다 화염방사기와 주현, 김영옥의 존재가 먼저 생각나는 이상 끝맺음이 확실한 사이다는 아닌 듯하다.
이에 더해 액션 시퀀스가 전반적으로 짧다는 인상이 짙다. 시청자가 통상적으로 익숙한 수준까지 쾌감이 도달하기 않은 채로 액션이 끝난다. 호텔방에서의 육탄전, 마약 제조 공장에서의 총격전이 대표적이다. 목적을 너무 빨리 이루고, 난관도 너무 쉽게 해결하니 영화도 싱겁다. 러닝타임이 괜히 짧은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다. 이처럼 이충현과 전종서의 조합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저주를 끝내 피하지는 못한 듯하다.
Poor 형편없음
‘여백의 미’, '빼기의 미학'이라 하기에는 빈 공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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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동기부여 영화 추천, 내게 힘을 주는 영화 10편
내게 힘을 주는 영화 10
저마다 힘들고 의지가 떨어질 때 동기를 부여받을 만한 친구, 영상, 영화, 취미와 같은 것들을 여러 번 꺼내 볼 것이다.
종종 자극이 된다거나 힘을 주는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저장하고 다시 꺼내보기도 하는데, 영화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말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언제나 힘을 준다.
요즘 상황도 상황인지라 상반기 취업문도 줄어들고, 여행도 못 가고, 경제도 좋지 않은 지금 모두가 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영화들을 가져와보았다. 영화의 순서는 국내 개봉일 순으로 작성했다!
■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감독: 피터 위어
출연: 로빈 윌리엄스(존 키팅 역), 로버트 숀 레오나드(닐 페리), 에단 호크(토드 앤더슨), 조쉬 찰스(녹스 오버스트리트)
개요: 드라마 | 미국 | 128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미국의 명문 웰튼 아카데미의 새 학기 개강식. 이 학교 출신인 존 키팅 선생은 새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첫 시간부터 선생은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파격적인 수업방식으로 진행하는데. 닐은 키팅 선생을 캡틴이라 부르며 따르게 되고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닐과 그 친구들은 굉장히 엄격한 학교의 규율을 어기고 서클에 참여하면서부터 키팅 선생을 통해서 참된 인생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끼게 되는데...
첫 번째 영화는 1989년도에 제작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언급되고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다. 아마 보지 않았을지라도 제목을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대사이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카르페디엠'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며 가르침을 주는 키팅 선생의 대사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며 배우게 되는 인생을 느낄 수 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명작이다.
■ 가타카 Gattaca, 1997
감독: 앤드류 니콜
출연: 에단 호크(빈센트 프리맨 역), 우마 서먼(아이린 카시니), 알란 아킨(Det.휴고), 주드 로(제롬 유진 모로우), 로렌 딘(안톤 프리맨), 고어 비달(조셉), 어네스트 보그나인(카사르)
개요: SF,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줄거리: 근 미래 유전자 조작을 통한 시험관 수정으로 우성 인자만을 보유한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시대에 조작을 받지 않고 태어난 빈센트. 그는 심장 질환 확률이 99%에 예상 수명이 31살 밖에 되지 않는다. 우성인자만을 보유하고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가 꿈인 빈센트는 모두의 만류에도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꿈을 대신할 우성인자인 유진 모로우와 만나며,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우주 항공 회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두 번째 영화는 이 추천 목록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자, 정말 많이 보아왔던 <가타카>다. 정말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노력하는 빈센트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영화지만 저런 대단한 인물이 있다는 자극을 받아왔었다. "모든 게 가능해"라며 자신의 의지와 행동력을 보여준 빈센트와 "넌 내게 꿈을 빌려줬어"라고 말하는 유진 모로우(주드 로)의 모습을 보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블로그에 리뷰를 쓴 적도 있는데, 나의 인생 영화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 록키 발보아 Rocky Balboa, 2006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록키 발보아 역), 버트 영(폴리), 마일로 벤티밀리아(록키 발보아 주니어)
개요: 액션, 드라마 | 미국 | 102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최고의 헤비급 챔피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록키. 록키의 즐거움은 화려했던 자신의 복싱 경기 얘기를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 어느 날, TV에서 현재 헤비급 챔피언인 매이슨 딕슨과의 가상 경기를 중계한다. 상상 이외의 인기를 끈 이 경기는 실제로 록키에게 경기를 제안하고, 록키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일생일대의 대결을 앞두고 오랜 친구이자 트레이너인 듀크와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훈련을 시작한 록키. 젊은 챔피언 복서 메이슨에 맞서 마지막 경기를 펼치는데.
세 번째 영화는 정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OST 'eye of the tiger'가 나오는 영화 <록키 발보아>다. 아마 이 영화를 몰라도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듯하다. 이 영화는 록키의 마지막 시리즈 작이기도 하며, 실베스터 스탤론을 다시 한번 영화 속의 록키 발보아처럼 일으켜 세운 영화다. 이미 은퇴한 선수였던 만큼 나이가 들었고 젊은 시절처럼 멋진 몸은 아니지만 은퇴하거나 혹은 실패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스포츠 영화만의 땀과 열정, 승부를 통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 2006
감독: 가브레일 무치노
출연: 윌 스미스(크리스 가드너 역), 제이든 스미스(크리스토퍼), 탠디 뉴튼(린다), 브라이언 호우(제이 트위스틀)
개요: 드라마 | 미국 | 117분 | 전체 관람가
줄거리: 한물 간 의료기기를 팔며 돌아다니는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며 돌아다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결국 아내까지 집을 떠나고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하지만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에게 인생 마지막 기회가 다가온다.
네 번째는 이 주제나 행복에 관한 주제라면 빠지지 않는 영화가 있는데, 바로 <행복을 찾아서>다. 지금은 훌쩍 자라버린 제이든 스미스의 역인 크리스토퍼와 크리스 가드너가 지하철 화장실에서 자는 장면이 정말로 안쓰럽고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못할 거야라는 말을 믿지 마"라며 아들에게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다짐을 하는 크리스 가드너. 인생 기회인 인턴을 위해서 진심을 다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동기를 부여해 줄 충분한 영화다.
■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Lazy hitchhikers' tour de europe, 2013
감독: 이호재
출연: 이호재, 이현학, 하승엽, 김휘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105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고 부르는 네 명이 잉여로운 20대를 보내기 위해 단돈 80만 원과 카메라 한 대만 들고 유럽행 비행기를 탄다. 잉여 넷은 숙박업소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무료 숙식을 하면서 1년간 유럽을 일주하겠다는 야망과 동시에 자신이 정말 좋아했던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파리에 첫발을 내딛는데. 처음 계획과 달리 이들을 찾아주는 곳은 없고 아무런 소득 없이 이탈리아 로마까지 히치하이킹을 떠나고, 계속 이어가던 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오는데.
다섯 번째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 형식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다. 같은 이름과 컨셉인 예능 프로도 나왔던 이 영화는 정말로 네 명이 여행을 떠나고 벌어지는 일들을 카메라 한대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단돈 80만 원을 들고 그들이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일들이라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하나하나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당장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동기부여를 준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과 같이 20대에 이 영화를 본다면 무엇이든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월터 미티 역), 크리스틴 위그(셰릴 멜호프), 숀 펜(숀 오코넬), 셜리 맥클레인(에드나 미티)
개요: 모험,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4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서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여섯 번째 영화는 정말로 동기부여 영화에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저 국내에서 상상으로만 해왔던 일들을 용기를 내서 헬기에 뛰어들며 현실로 받아들이는 월터.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라는 대사와 같이 월터가 경험하는 인생의 전환점을 보며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위플래쉬 Whiplash, 2014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마일즈 텔러(앤드류 역), J.K. 시몬스(플렛처)
개요: 드라마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줄거리: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인 음대 신입생 앤드류는 우연한 기회로 누구든지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 실력자지만, 또한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들어간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지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광기로 몰아넣는데...
일곱 번째 영화는 악마와 같은 스승과 광기에 휩싸이게 된 제자의 <위플래쉬>다. 폭군 교수인 플렛처는 자신들의 제자들을 정말 극한의 상황까지 밀어붙이며 재능을 터트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만의 성공 비법이라고 할까. 물론 그 노력에 폭언과 학대는 덤이다. 하지만 이런 극도의 자극을 버텨내며 끝까지 살아남은 자는 광기와 함께 성공만이 남는다. 자칫하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엄청난 자극으로 터져버린 광기의 드럼 소리와 미친듯한 몰입력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다.
■ 주토피아 Zootopia, 2016
감독: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출연: 지니퍼 굿윈(주디 홉스 목소리 역), 제이슨 베이트먼(닉 와일드), 샤키라(가젤), 이드리스 엘바(보고), 알란 터딕(듀크 웨셀턴), J.K. 시몬스(시장 라이언하트)
개요: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코미디, 가족 | 미국 | 108분 | 전체 관람가
줄거리: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1위, 주토피아에서 연쇄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는 48시간 안에 사건 해결을 지시받자 뻔뻔한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에게 협동 수사를 제안하는데.
여덟 번째 영화는 너무나 귀엽고 매력 있는 캐릭터 투성이인 <주토피아>다.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단 한 번도 없었던 토끼 경찰이 되기 위해서 "내가 최초가 되겠네!"라고 말하며 노력하는 주디. 작고 힘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디는 당당히 노력하여 경찰이 되고 실종 사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활약한다. 주디의 행동이 주는 동기부여도 물론이고 여러 캐릭터들의 매력과 OST를 통해서 힐링도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감독: 존 카니
출연: 페리다 월시-필로(코너 역), 루시 보인턴(라피나), 잭 레이너(브렌든), 마크 맥케나(에먼)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아일랜드, 미국, 영국 | 106분 | 15세 관람가
줄거리: 코너는 전학을 가게 된 학교에서 라피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급기야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제안하고 승낙을 얻는다. 행복한 기분도 잠시 코너는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 결성하고 집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가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첫 노래로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 코너는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 번째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아홉 번째 영화는 향수를 자극하는 영상미와 좋은 노래들이 정말 많은 <싱 스트리트>다. 지난 음악 영화에서도 추천을 했었는데, "적당히 해서는 안 돼"라고 말하며 제대로 노래를 만들게 되는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코너가 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ビリギャル, Biri Gal, Flying Colors, 2015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쿠도 사야카 역), 이토 아츠시(츠보타 선생님)
개요: 드라마 | 일본 | 117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것이 인생의 낙이었던 사야카는 공부와 담을 쌓은 문제아로 학교에서 낙인찍힌다. 하지만 그녀를 절대적으로 응원해 주는 엄마와 초긍정 츠보타 선생을 만나 우등생도 가기 힘들다는 명문대 진학을 도전하기로 하는데. 동서남북이 뭔가요?라며 질문을 하던 사야카의 최고 반전! 아직도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고 있는 사야카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열 번째 영화는 일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여서 더욱 신기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다. 이 영화는 아마 수험생들에게 조금 더 힘이 되고 자극을 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긴 수험 시간 동안 온전히 자신 혼자서 의지를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인데, 주변에 응원해 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힘을 줄 것이다.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며 응원해 주는 츠토야의 응원을 바탕으로 자극을 받아 노력하는 사야카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인스타를 시작한 이유 중에 하나가 좋은 장면이나 대사들을 저장해두고자 하는 목표도 있었는데, 종종 다시 보면 힘이 나는 장면들이 있다. 이 10개의 영화가 아마 그런 영화들 중에 더 동기부여가 되는 영화들이었다.
왓챠 - <가타카>, <위플래쉬>,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싱 스트리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넷플릭스 - <행복을 찾아서>
두 곳 모두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 <주토피아>
둘 다 없는 - <록키 발보아>
이 목록 외에도 동기부여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영화들이 있다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의 리뷰나 원하시는 작품이나 추천 주제가 있다면 이 또한 댓글로 남겨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담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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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맨 대 슈퍼맨>, 스나이더 컷을 기다리는 이유
작년 5월 20일, 잭 스나이더 감독은 본인이 제작, 감독을 맡은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이 2021년에 HBO 맥스에서 공개될 거라고 발표했다. 프로젝트에서 그가 개인사로 하차한 후, 메가폰을 이어받은 조스 웨던 감독이 <어벤져스>를 의식한 듯 밝고 유머스럽게 완성시킨 <저스티스 리그> 개봉 후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많은 DC 팬들은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를 공개해달라는 캠페인을 온라인에서 개시해 왔고, 3월 18일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마침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사실 팬들의 요구로 이미 개봉되었던 영화가 재편집되고, 심지어 공개에 이르는 경우는 그다지 흔한 사례가 아니다. 이는 바꿔 말해서 잭 스나이더의 비전과 세계관이 유달리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스티스 리그>의 전편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고전적인 서사시와 신화에서 느낄 수 있는 숭고함이 바로 그 매력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슈퍼맨(헨리 카빌)'의 승리로 끝난 슈퍼맨과 조드 장군 간의 격렬한 전투는 메트로폴리스를 파괴했고 일반 시민들에게 수많은 피해를 남겼다. 전투 과정에서 부하 직원들이 죽고 다친 모습을 생생히 경험한 브루스 웨인, '배트맨(벤 애플렉)'은 그동안 타락했던 많은 자들처럼 슈퍼맨 역시 언젠가 타락을 할 것이라 생각하며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한편 마찬가지로 슈퍼맨을 경계하는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는 슈퍼맨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이고, 그 논쟁을 지켜보던 배트맨은 세계의 미래를 위해 슈퍼맨의 무모하고 제어할 수 없는 힘을 막기로 결심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DC 히어로들의 팀인 '저스티스 리그'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를 가장 유명한 두 영웅의 대립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대립의 중심에는 팀 이름에 걸맞게 정의(justice)에 대한 상이한 신념이 위치한다. 영화의 영어 제목을 보면 대결을 의미하는 표시로 vs가 아니라 v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인터뷰에서 단지 두 영웅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념, 가치, 정의가 충돌하는 지점을 그려내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두 영웅이 생각하는 정의는 어떻게 다를까? 배트맨에게 정의란 공포와 형벌이고 그 심연에는 의심이 존재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강도에게 살해당한 장면을 목격하고, 그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그는 박쥐들이 자신을 빛으로 인도하는 꿈을 꾼다. 그래서 그는 배트 시그널로 밤하늘을 수놓은 채 박쥐가 되어서 직접 수많은 범죄자들을 처벌하고, 그 과정에서 친구를 포함해 수많은 이들을 잃으며 점점 인간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는다. 대상이 누구든 조금의 위험도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슈퍼맨은 도시 하나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반드시 막아 세워야 할 위협 그 자체다.
슈퍼맨의 정의는 정반대다. 그는 크립톤과 지구, 양쪽 부모님의 사랑과 신뢰 속에서 인류의 희망과 도움이 될 운명으로 자라났으며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에 그의 가슴팍에 놓인 희망의 상징을 찾는다. 한편 그 역시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자신에 비하면 무력하지만, 그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가 불합리한 의회의 청문회에 기꺼이 참석하고, 사람들이 만든 질서를 파괴하는 배트맨의 정체를 추적하는 이유다. 그래서 두 영웅, 사람에 대한 의심과 믿음은 거듭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배트맨이 슈퍼맨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죽일 고민을 하는 데 비해, 슈퍼맨은 배트맨에게 기회를 주고 직접 싸우기 직전까지 그를 설득한다.
정반대를 바라보고 있는 두 영웅이 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마음을 돌려야만 한다. 영화는 생각을 바꾸는 영웅으로 배트맨을 지목한다. 슈퍼맨을 궁지에 몰아놓은 그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슈퍼맨을 본다. 꿈속에서도 괴물이나 위험한 외계인 정도였던 그로부터 자신처럼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는 한 사람을 목격한다. 위험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믿을 수 있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본인의 신념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주한 것이다. 이후 슈퍼맨과 힘을 합쳐 둠즈데이와 싸우고, 슈퍼맨이 목숨 바쳐 희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배트맨은 조금씩 생각을 바꾼다. 슈퍼맨의 장례식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팀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가 살아서 이루지 못한 것을 죽어서라도 이루게 해 주겠어"라고 말하는 이유다.
영화는 배트맨과 다양한 공통점을 지닌 렉스 루터를 빌런으로 등장시키면서 그의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배트맨과 렉스 루터는 모두 명망 높은 사업가이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으며 영웅과 악당으로서 이중생활을 한다. 또한 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성장배경의 영향으로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의심하기도 한다. 슈퍼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둘은 그의 힘과 선함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한 가지 존재한다. 슈퍼맨을 직접 만난 뒤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바꾼 배트맨과 달리 렉스 루터는 그렇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언론의 프레임을 이용해 배트맨에게 슈퍼맨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면서 두 영웅의 갈등과 대립을 유도하고, 대중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루터. 그는 자신이 슈퍼맨의 부정적인 면, 잠재된 위험성만을 바라보듯 다른 이들도 그 면만을 바라보기를 원한고, 슈퍼맨을 직접 만난 후에도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며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는다. 이러한 두 인물의 대비는 배트맨이 믿음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슈퍼맨의 신념에 동조하게 되는 과정에 힘을 실어준다. 배트맨과 루터의 존재는 슈퍼맨의 선함과 그가 믿는 신념과 정의가 옳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와 관점에 따라 그가 선함과 악함 사이를 오갈 수 있음을 결국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캐릭터들이 지닌 사상, 가치, 철학의 차이를 잭 스나이더 감독은 전작인 <맨 오브 스틸>이 그러했듯, 고전적인 서사시와 신화를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슈퍼맨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구도로 등장하거나 그의 뒤에 해가 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는 제우스를 비롯한 많은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를 사실상 신의 위치에 둔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자신에게 거는 막중한 기대를 무거워하고, 자신이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절망하며, 그 가운데 산에 올라 아버지를 만나면서 마음을 다잡는 슈퍼맨은 마치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던 한 남자를 연상시킨다. 목숨을 바쳐서 지구를 구한 슈퍼맨을 보면서 그의 뜻을 따르기로 하는 배트맨과 그러지 않는 루터의 대조는 예수의 제자들 혹은 그와 함께 못 박힌 두 죄수들이 보여준 태도 변화를 닮았다. 이렇게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 방식은 전체적으로 진중하고 어두운 영화 톤에 더해지면서 '숭고함'이라고 부를 만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상당히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MCU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MCU는 가장 아주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동기를 기반으로 서사를 진행하며 '인간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에 대한 대립에서 만들어진 저스티스 리그와 달리, 어벤져스는 기본적으로 죽은 동료의 복수를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엔드게임>에서 마지막 타노스와의 대결 역시 결국 타노스에게 원한이 가득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복수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처럼 그들도 자유, 통제, 책임을 사이에 두고 토론을 벌이지만, 그 토론은 이내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정과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진다.
개봉 당시 <배트맨 대 슈퍼맨>은 대중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상징과 비유를 읽지 않으면 매우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전개, 스케일은 크고 거대하나 시종일관 피곤하게 만드는 액션, 히어로 간의 애매한 분량 배분, 다음 시리즈를 염두에 둔 무리한 연출 등 여러 단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대 슈퍼맨>이 보여준, 다른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된 비장하고 숭고한 분위기의 세계관은 여전히 많은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슈퍼맨의 죽음이 아직 잭 스나이더 감독이 구상한 서사의 중간 지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수많은 팬들은 자신만의 매력으로 재무장할 스나이더 컷을 기다리고 있다.
A(Acceptable, 무난함)
잭 스나이더 서사시의 확장을 맡은 2막. 그래도 그의 3막은 봐야 확실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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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워진 사과
박성훈, 김소은, 임나영 배우가 나오는 <유포자들>은 영화 <바다에서>를 감독하고 <해운대>, <시선>, <새해전야> 등을 각색한 정우철 감독의 각본과 TV 드라마 <골든 크로스>, <완벽한 아내>, <오! 삼광빌라!>를 연출한 홍석구 PD가 감독을 맡는다. 또한, KBS 드라마 스페셜 2022-TV 시네마 작품으로써 CGV에서 2022년 11월 23일 단독 개봉하며 Wavve에서 선공개한 뒤 2022년 12월 22일에 KBS2TV를 통해 방송할 예정인 작품이다.
VIP시사회로 영화 상영 전 감독과 출연진들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범인이 누군지 말하지 말아 달라는 감독님의 요청에 범인이 궁금해졌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범인이 궁금해지지 않았다. 범인은 어차피 등장인물 중 한 명이기에,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아니라 이 사건을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위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KBS 드라마 스페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제작 등 KBS라는 이름이 많이 나온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렇게 쓰지 않아도 알만큼 영화는 100분짜리 드라마 같다.
이 드라마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친절하다.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을 구구절절 대사로 전하고 인물들은 극단적이며 평면적이다. 더욱이 여성 캐릭터의 역할은 단순 그 자체이다. 이렇게 역할부터 대사까지 친절한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짜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히치콕? 맥거핀?
영화에는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 히치콕이 과할 정도로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히치콕또한 이용당했다. 히치콕하면 쉽게 ‘1)스릴러, 2)맥거핀, 3)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갑자기 사건에 휘말리는 일’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영화가 스릴러임은 알겠다. ‘맥거핀’은 영화 등의 줄거리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속임수 기술이다. 하지만 맥거핀이 맥거핀으로 작용하려면 그 외의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로 맞물리며 촘촘한 짜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초반에 뿌린 떡밥들이 후반부에 회수가 안되기에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듬성듬성 비어있는 엉성한 장치들로 여겨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냐고 하기에 경호원을 대동하며 극존칭의 대화가 오고 가는 부녀지간의 부잣집 딸과의 결혼으로 차와 집까지 바꾼 남성에게는 플롯이 시작하기 전에 이미 플롯을 시작되었어야 할 ‘주인공의 행동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전도유망한 남교사
‘전도유망한’은 2016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벌어진 성추문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촉망받는 젊은 청년(promising young man)’으로 부르며 죄를 덮으려 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유포자들> 또한 서울대를 가려는 학생의 불법 촬영에 대해 교사인 주인공은 이를 옹호하며 영화는 이를 비판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주인공을 전도유망한 교사인 피해자로 그리며 그의 잘못은 살포시 덮는다.
결론적으로 영화에는 묘하게도 피해자들은 없어지고 가해자들만 남는다. 주인공이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화면에서 사라지고 주인공이 범인을 마주하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때, 주인공은 용서해야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그 자리를 체감하게 되는 것은 좋은 시도지만 사과 없이 주인공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아무리봐도 있어서는 안 될 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가진 자보다 그 영상을 유포시키는 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이 영화를 몰카 탐지 스티커를 나눠주며 홍보하는 것은 ‘불법 촬영’은 소재 그 미만의 도구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다. ‘전도유망한’ 교사의 n번방 피해자썰은 꽤나 불쾌하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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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runch.co.kr/@1-ido/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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