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2022-11-22 15:35:36
지워진 사과
영화 <유포자들> VIP 시사회 후기
박성훈, 김소은, 임나영 배우가 나오는 <유포자들>은 영화 <바다에서>를 감독하고 <해운대>, <시선>, <새해전야> 등을 각색한 정우철 감독의 각본과 TV 드라마 <골든 크로스>, <완벽한 아내>, <오! 삼광빌라!>를 연출한 홍석구 PD가 감독을 맡는다. 또한, KBS 드라마 스페셜 2022-TV 시네마 작품으로써 CGV에서 2022년 11월 23일 단독 개봉하며 Wavve에서 선공개한 뒤 2022년 12월 22일에 KBS2TV를 통해 방송할 예정인 작품이다.
VIP시사회로 영화 상영 전 감독과 출연진들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범인이 누군지 말하지 말아 달라는 감독님의 요청에 범인이 궁금해졌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범인이 궁금해지지 않았다. 범인은 어차피 등장인물 중 한 명이기에,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아니라 이 사건을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위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KBS 드라마 스페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제작 등 KBS라는 이름이 많이 나온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렇게 쓰지 않아도 알만큼 영화는 100분짜리 드라마 같다.
이 드라마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친절하다.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을 구구절절 대사로 전하고 인물들은 극단적이며 평면적이다. 더욱이 여성 캐릭터의 역할은 단순 그 자체이다. 이렇게 역할부터 대사까지 친절한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짜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히치콕? 맥거핀?
영화에는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 히치콕이 과할 정도로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히치콕또한 이용당했다. 히치콕하면 쉽게 ‘1)스릴러, 2)맥거핀, 3)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갑자기 사건에 휘말리는 일’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영화가 스릴러임은 알겠다. ‘맥거핀’은 영화 등의 줄거리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속임수 기술이다. 하지만 맥거핀이 맥거핀으로 작용하려면 그 외의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로 맞물리며 촘촘한 짜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초반에 뿌린 떡밥들이 후반부에 회수가 안되기에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듬성듬성 비어있는 엉성한 장치들로 여겨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냐고 하기에 경호원을 대동하며 극존칭의 대화가 오고 가는 부녀지간의 부잣집 딸과의 결혼으로 차와 집까지 바꾼 남성에게는 플롯이 시작하기 전에 이미 플롯을 시작되었어야 할 ‘주인공의 행동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전도유망한 남교사
‘전도유망한’은 2016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벌어진 성추문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촉망받는 젊은 청년(promising young man)’으로 부르며 죄를 덮으려 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유포자들> 또한 서울대를 가려는 학생의 불법 촬영에 대해 교사인 주인공은 이를 옹호하며 영화는 이를 비판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주인공을 전도유망한 교사인 피해자로 그리며 그의 잘못은 살포시 덮는다.
결론적으로 영화에는 묘하게도 피해자들은 없어지고 가해자들만 남는다. 주인공이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화면에서 사라지고 주인공이 범인을 마주하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때, 주인공은 용서해야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그 자리를 체감하게 되는 것은 좋은 시도지만 사과 없이 주인공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아무리봐도 있어서는 안 될 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가진 자보다 그 영상을 유포시키는 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이 영화를 몰카 탐지 스티커를 나눠주며 홍보하는 것은 ‘불법 촬영’은 소재 그 미만의 도구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다. ‘전도유망한’ 교사의 n번방 피해자썰은 꽤나 불쾌하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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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runch.co.kr/@1-ido/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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