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토로2023-10-20 17:46:08
불타 없어지는 별이 되더라도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2023)
<블루 자이언트>
-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 출연(성우): 야마다 유키, 마미야 쇼타로, 오카야마 아마네
- 장르: 애니메이션
- 국가: 일본
- 러닝타임: 120분
- 개봉: 2023년 10월 18일
나에게 음악이란, 악기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런 것이다. 물론 잘하는 건 아니지만 중학교 3년 내내 관악부에 소속되어 있었고, 전공 제안도 있었고 하고 싶기도 했었고, 대학생이 되어서 까지 합주를 잊지 못해 대학 윈드오케스트라에 들어가 트럼펫을 불었다. 혼자서 불면 되지 왜 그걸 못하냐 라고 할 수도 있다. 아마 관악부를 하고 합주를 해 봤던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하고 전율이 느껴지는 일인지 말이다. 악기를 해본 사람 중에, 더구나 관악기를 해 본 사람 중에 재즈를 선망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악보를 보고 연주하지만 더 가슴이 울리게 만드는 재즈를.
아침 시사회를 보기 위해 전날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영화제 때 봤던 사람들의 후기가 가슴을 떨리게 했기에 누구보다 빨리 영화를 접하고 싶었다. 로비에서 울려 퍼지는 예고편이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위플래시> 이후로 이렇게 기대가 된 음악 영화가 있었던가! 암만 생각해도 뭔가를 씹어먹는 행위는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나초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래도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건 막을 수 없을 듯하여 콜라는 하나 집어 들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한눈팔 사이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사실 솔직히 스토리라인은 뻔했고, 일본 스러웠다. 은근한 개그코드와 은근한 오글거림, 은은하게 밀려오는 우월감은 일본에서 만든 것이 확실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세 명의 주인공이 하나하나 합류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성공과 좌절, 좌절과 성공을 오가면서 도장 깨기를 해 나가는 것은 어느 성장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묘한 기분을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 사운드와 영상이었다. 영상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임팩트가 소재가 고갈된 이야기꾼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을 줬기 때문이다. 그 역시도 날려버리는 것이 사운드다. 테너 색소폰이 메인이라는 걸 상시 시켜 주듯 귀에 때려 박는 연주 소리는 아, 내가 재즈 영화를 보고 있구나 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주었다.
영화관에 참 많이 다녔고, 돌비 사운드가 된 영화관에서도 영화를 봤었는데 사실 뭐가 다른지 차이점을 잘 알지 못했다. 돌비 사운드가 대체 뭐가 다르길래 돌비, 돌비 하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완전 깨달아 버렸다. 음악 영화는, 음악과 관련된 영상은 돌비 사운드가 되는 곳(돌비 시네마라고 하던가?)으로 꼭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귀가 너무 호강했다. 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울리는 소리였다. 각 악기가 연주될 때의 그 리듬이 심장을 더욱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리뷰를 썼어야 했는데 현생에 밀려 늦게 쓰게 되었다. 일반 영화관에서 <블루 자이언트>를 먼저 보신 분들이 있다면 시간과 돈을 조금 더 투자하더라도 꼭 돌비사운드가 구비되어 있는 곳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만큼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버스를 타고 종로에 가는 그 순간까지도 고양감이 가라앉지 않아서 도착한 다실에 앉자마자 굉장한 영화를 봤다고 자랑하고, 꼭 보시기를 추천드렸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나니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정말 악기의 울림은 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블루 자이언트, 슈퍼노바, 초신성. 폭발로 인해 가장 밝게 빛나서 신성인 것 같지만 사실 수명이 다해 폭발해 버리는 초신성.
블루 자이언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폭발할 때까지 에너지를 써서 정점에 오르면 좌절하지 말고, 또다시 시작해서 초신성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은 아닐까?
언젠가는 트럼펫이 주인공인 재즈 애니메이션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영상미와 이 정도의 음향이라면 어떤 악기도 멋지겠지만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트럼펫 버전도 괜히 궁금하고 그렇다!
※ 본 리뷰는 시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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