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3-11-20 20:34:31
집착병에 걸린 인물들의 허무한 결말
-<독전 2>(2023)
누군가를 무척 좋아하고 의지할 때가 있다. 나를 도와준 사람이거나 나에게 도움이 될 사람일 수도 있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좋아하는 마음은 그 마음의 크기만큼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 사람에게 긍정적인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의 반응을 살핀다. 이런 구도는 사랑을 하는 연인, 직장 생활의 인간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로에게 감정적인 접점이 있다면 서로 기대하고 의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적정한 선을 넘어가면 그것은 집착이 된다. 상대방의 대단한 점을 보고 그것을 따라가는 것 정도라면 괜찮지만,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보고 오로지 자신만의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것은 그 상대방에게 만으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오로지 한 사람만 보고 가는 것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줄인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그런 위험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좁아진 시야는 자신에게 불행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광적인 집착을 보여주는 영화
영화 <독전 2>는 많은 인물들이 한 인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야기다. 사실 몇 년 전 개봉한 <독전> 1편 속의 인물들도 이선생이라는 미스터리 한 인물에 집착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선생이 누구인지라는 미스터리를 관객에게 던지면서 등장하는 어떤 인물도 이선생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게 구성했었다. 마약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선생은 경찰에게는 소탕하고 싶은 갱단의 두목이고, 다른 범죄자들에게는 한 몫챙길 수 있는 기회를 줄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다. 이번 2편에서는 전편의 인물들이 대부분 재등장하면서 이선생을 향한 집착이 엄청난 광기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건 1편과 마찬가지로 형사 원호(조진웅)와 락(오승훈)이다. 여기에 브라이언(차승원)이 다시 등장하고, 큰 칼(한효주)이 새롭게 소개되면서 영화에 긴장을 불어넣으려 애쓴다. 이 중심인물 네 명의 공통점은 모두 이선생을 찾는다는 것이다. 사실 1편은 형사 원호의 수사로 시작되어 이선생은 누군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는 이야기다.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섞이면서 벌어지는 난장 같은 상황들이 영화 끝까지 시선을 끌었고, 약간 모호하게 끝나는 결말부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의미에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번 속편은 1편의 클라이맥스가 정리되고 꽤 시간이 흘러 보이는 마지막 결말 장면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호는 여전히 진짜 이선생을 찾고, 락과 브라이언 그리고 큰 칼까지 합류하면서 이선생을 찾는 모든 인물이 서로 속고 속이는 대결을 벌인다. 이 정도면 도대체 이선생이 뭐길래 그렇게 모든 인물들이 매달리는지 질문을 하게 된다. 전편에서는 집착이라는 느낌보다는 집요한 추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속편으로 이어지면서 각 인물들이 모두 이선생에 너무 집착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선생이 그렇게 전지전능한 인물일까. 원호가 이선생을 잡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인물 락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이선생을 찾는다. 반면에 이 영화의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이언과 큰 칼은 이선생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마약에 대한 사업권이나 부의 축적이라고 하기엔 그 동기가 너무 약하다. 게다가 여러 가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선생을 찾으려 애를 쓰는 인물들은 마치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썬생은 누구인가
영화는 진짜 이선생을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시킨다. 하지만 그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없었다. 영화는 그를 마치 특별한 인물인 것처럼 보여주려 하지만 그에겐 어떤 카리스마나 능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의 긴장이 가장 고조되어야 하는 부분에서 가장 긴장감이 떨어진다. 주요 인물인 락과 이선생의 대면은 분명 특별한 장면이겠지만 복수의 통쾌함이나 시원함을 느낄 수 없다. 이건 이선생을 추적하는 각 인물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각 인물들은 적당히 무능하고 과하게 집착한다.
<독전 2>가 가장 실패한 부분은 새로운 악당인 큰 칼의 이미지다. 1편의 진하림(김주혁)이나 보령(진서연) 같은 강렬한 캐릭터를 추가하려 투입했지만, 큰 칼을 연기한 한효주의 이미지와 잘 맞지 않고 그저 이선생에 집착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소비되고 만다. 그는 브라이언이나 락, 원호를 위협하긴 하지만 크게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허무하게 퇴장하고 만다. 이선생과 직접적인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 빌런치고는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이썬생은 실제로 많은 사람을 돕는다. 새로운 마약을 만드는데 돈과 사람을 지원하면서 자신의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이선생은 그를 궁금하고 추종하는 수많은 범죄자들을 양산했다. 그들은 이선생을 사랑했고 존경했다. 그 마음은 손에 잡히지 않는 이선생의 뒤를 따라가 집착의 모습으로 변했다. <독전 2>는 그렇게 집착하다 망가져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는 영화다.
영화는 1편에서 어느 정도 열어두었던 결말을 완전히 닫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선생에 집착하던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 그 수많은 희생을 했을까. 그들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말은 이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아무도 승리자가 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뒷맛도 그렇게 좋지 않게 되어버렸다. 1편이 끝나고 나서 많은 살람들이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만들었고 여러 번 관람하면서 추가적인 흥행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속편은 그렇지 못했다.
영화 <독전 2>는 1편의 박해영 감독 대신, 백종열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1편을 보고 나서 채워지지 않은 이야기를 새롭게 채워 넣었지만 오히려 각 인물들을 모두 집착병에 걸린 사람들로 만들었다. 또한 실제 이선생을 공개하는 강수를 뒀지만 그마저도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극적인 긴장감도 전편에 비해 많이 떨어지면서 스타일리시한 영상만이 유일한 장점이 되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적정한 선을 넘는다. 이선생을 애타게 찾던 인물들은 광적인 집착을 보여주면서 전편에서 보여줬던 매력을 대부분 잃는다. 무엇보다 1편의 락 역을 맡은 류준열이 오승훈으로 교체되면서 배우가 만들어냈던 특유의 아우라가 많이 사라져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보이는 점도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유일하게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점은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관객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영화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큰 손실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편의 성공을 생각하면 무척 아쉬운 결과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주간 영화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제 뉴스레터를 구독하실 수 있어요.
https://contents.premium.naver.com/rabbitgumi/rabbitgumi2
https://taling.me/vod/view/53700
https://www.notion.so/a9ada82f547a4c6f84e664ba59eb5377?pvs=4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Relative contents
-
- <나이브스 아웃 2> 추리물로 위장한 블랙 코미디의 정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팬데믹 속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 어느 날, 억만장자 '마일스 브론(에드워드 노튼)'의 갑작스러운 초대를 받은 블랑은 마일스의 친구들과 함께 유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건축물 '글래스 어니언'이 위치한 그리스의 한 섬으로 향한다. 마일스의 전 동업자인 '앤디 브랜드(자넬 모네)', 코네티컷 주지사 '클레어 디벨라(캐서린 한)', 과학자 '라이오넬 투생(레슬리 오덤 주니어)', 패션 스타 '버디 제이(케이트 허드슨)'과 유명 스트리머 '듀크 코디(데이브 바티스타)'까지. 블랑은 낯선 이들과 함께 마일스가 준비한 괴상한 살인 미스터리 추리극에 투입된다. 그러나 그는 이내 글래스 어니언이 숨기고 있는 진짜 미스터리를 감지하고, 은폐된 살인극의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라이언 존슨의 <나이브스 아웃>은 2019년 개봉 당시 클래식한 추리물의 쾌감을 선사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끌어냈다. 이는 <나이브스 아웃>이 애거사 크리스티가 정립한 추리물의 정석을 착실히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나일 강의 죽음> 같은 그녀의 추리물은 캐릭터의 개인사와 내면을 묘사하며 그들의 심리적 동기와 반응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그래서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극은 사건 발생 이유와 경과를 추적하는 데에 중점을 둔 <셜록 홈즈>와는 결이 다르다. 누가 사건을 벌였는지 그 사연에 주목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모든 인물이 모인 자리에서 진상을 폭로하는 탐정은 내레이터, 더 나아가 스토리텔러의 역할까지도 맡는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도 전편처럼 정도를 착실히 걷는다. '마르타(아나 데 아르마스)'가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것과 달리 블랑이 더 중심적인 역할을 맡은 점, 영화의 반 이상이 지난 후에야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것 정도가 전편과 유의미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초반부는 사건에 관련된 캐릭터를 한 명씩 소개한다. 사업의 방향성을 두고 마일스와 관계가 틀어진 앤디, 마일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현 코네티컷 주지사 클레어, 마일스의 사업 비전에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 라이오넬, 마일스에게 투자받은 모델 출신 패션 디자이너 버디와 마일스에게 투자를 요구 중인 인플루언서 듀크까지. 그들이 마일스가 보낸 괴상한 퍼즐을 해결하고, 한자리에 모이는 과정을 통해 각각의 인물이 어떤 캐릭터이고 마일스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그들의 관계가 곧 살인 미스터리의 복선이자 해결의 실마리로 기능할 예정임을 암시한다.
흥미로운 것은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가 다른 맥락에서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고딕 로맨스와 슬래셔 장르를 더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스파이물과 연쇄 살인마 스릴러를 조합해 <ABC 살인사건>을 써 내려간 바 있다. <나이브스 아웃>도 마찬가지다. 라이언 존슨은 추리물과 다른 장르를 결합해 자신만의 추리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이브스 아웃>은 단순히 살인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추리물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추리물의 탈을 쓴 채 사건을 둘러싼 캐릭터들에 주목한 블랙 코미디였다. 카메라는 미국 사회의 구성원을 상징하는 영화 속 각 캐릭터를 적나라하게 비췄다. 이민자 출신인 마르타를 배려하는 듯 보이는 트롬비 가문 사람들이 정작 마르타의 출신 국가가 어디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들은 마르타의 출신을 에콰도르,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그저 중남미 국가 중 하나로 꼽는다. 그들에게는 외국인 노동자인 마르타의 국적은 중요한 이슈가 아니므로.
마르타를 도와주는 척 배신했던 '랜섬(크리스 에반스)'도 선조들의 집과 물려받은 권리를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블랑은 애초에 랜섬의 할아버지가 파키스탄인 재벌로부터 구입한 집이 트롬비 가문의 저택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그의 주장을 비웃는다. 이는 지난 몇 년 사이 미국에서 불거진 인종주의, 배타주의, 고립주의에 비수를 꽂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는 이민자 가문 출신인 마르타가 트롬비 가문의 유산을 물려받고, 정작 트롬비 가족은 저택에서 쫓겨나는 결말로 쐐기를 박는다. <나이브스 아웃>은 미국 사회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비판하는 한 편의 풍자극이었던 셈이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역시 전편의 블랙 코미디를 계승한다. 단지 비판하는 대상을 바꾼다. 미국 사회의 폐쇄성 대신 자본에 중독된 사회상을 비판한다. 부제이기도 한 '글래스 어니언'이 대표적이다. 작중 글래스 어니언은 까야할 껍질이 매우 많은 양파이기만, 동시에 유리로 만들어져서 텅 비어있는 거대하고 화려한 구조물이기도 하다. 이는 그 자체로 돈에 대한 비유로 보인다. 많은 사람은 돈을 권력으로 생각하고, 명성으로 여기며, 현실과 세상을 조종할 수단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냉정하게 돈을 관찰하며 그 돈은 그저 교환수단이고, 삶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많은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즉, 영화는 화려한 외관에 현혹될 것인지, 아니면 투명하게 보이는 그 본질을 꿰뚫어 볼 것인지 그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행동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놓는다. 특히 자본이 흑막에 숨은 채 조종하는 사회 시스템을 직시하고, 그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으며, 체제 자체를 파괴할 용기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영화는 마일스와 그 친구들을 비웃는다. 스스로를 '붕괴자들'이라고 일컫는 그들은 사실 그 누구보다도 기존의 시스템에 천착되어 있다. 마일스는 자기 돈을 무기 삼아 원하는 대로 과학자, 정치인, 셀레브리티, 유튜버를 조종한다. 그들은 자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마일스의 자본에 매달린다. 블랑의 말대로, 그들은 진정한 붕괴의 의미를 모른다.
반면에 블랑과 함께 움직이는 또 다른 주인공 '헬렌 브랜드(자넬 모네)'의 존재는 이질적이다. 그녀는 유일하게 행동할 줄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유일하게 마일스에게 종속되지 않았고, 마일스의 허영심과 자존심을 상징하는 글래스 어니언을 파괴해 버린다. 특히 헬렌이 명석한 두뇌, 화려한 외모, 뛰어난 재능은 없는 평범한 개인에 불과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천재도, 정치인도, 재벌도 아닌 한 개인의 힘으로도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붕괴의 의미를 모르던 마일스의 친구들이 헬렌이 글래서 어니언을 파괴하자 마침내 종속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의 주제 의식이 새롭지는 않다. 자본주의 체제가 정립된 이래로 항상 제기됐던 비판이다. 그러나 영화가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상 이 메시지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이래로 세계의 양극화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작년 5월 ‘고통으로 얻는 이익’(Profiting from Pain) 보고서에서 지난 2년간 노동자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에너지, 식품, 제약 기업 등은 막대한 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중 마일스가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한 게 다름 아닌 소수 활용 에너지 자원이라는 점, 또 그가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발도상국 노동자를 착취해 부를 쌓은 게 그저 허구는 아닌 셈이다.
특히 영화의 전반적인 톤 덕분에 이 메시지는 더욱 눈에 들어온다. 냉혹한 현실을 코미디로 풀어낸 아이러니한 결과다. 사실 영화 속에 한데 모인 사람들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다. 억만장자 IT 거물, 패션 스타, 록스타 과학자, 인플루언서와 주지사까지.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하지만 너무 과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소 날카롭고 직설적일 수 있는 영화의 주제나 의도가 더 부드럽게 느껴지고, 재고할 여지가 존재하는 측면도 있다. 어몽어스를 플레이하는 블랑이나 마스크를 쓸지 말지 다투는 친구들의 모습처럼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반영한 유머도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를 일상과 맞닿아 있는 감정적 측면과 결합해 미스터리라는 소재 속에 녹여내는 데 제 역할을 해낸다. 그래서 팬데믹을 겪은 시청자, 또 앤데믹을 헤쳐 나가야 할 관객에게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더욱 의미심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에 라이언 존슨의 재담이 더해지면서 이번 속편은 형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은 아우로 거듭난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통통 튀는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특히 분위기를 한 차례 풀었다가 조이면서 긴장감을 고조하고 살인 사건을 암시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마일스가 준비한 추리 게임을 블랑이 손쉽게 끝낼 때 분위기는 한 차례 가라앉는다.
하지만 캐릭터 간의 오래된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영화는 파국으로 달려 나간다. 이때 모나리자 보관함이 여닫히는 소리, 무언가 일이 벌어졌음을 알리듯 요란한 휴대폰 알람, 파티에 어울리는 유쾌한 음악과 점점 짧아지는 컷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리듬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 하나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산만함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숨기거나 강조하고 싶은 장치를 화면에 배치한다. 모든 진상을 알고서 이 일련의 상황을 다시 보면 그제야 철저한 계산과 반전으로 가득한 시퀀스가 눈에 들어올 정도다. 단 한순간에 라이언 존슨이 얼마나 추리물에 최적화된 이야기꾼인지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고전적인 작법과 현재를 읽는 통찰력의 시너지
-
- 게임의 로망과 현실의 낭만을 잇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의 덕후 ‘잔 마든보로’(아치 매덱)에게 꿈만 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게이머를 레이싱 선수로 탈바꿈시키는 소니와 닛산의 야심 찬 프로젝트, ‘그란 투리스모 콘테스트’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 것. 잔은 혹독한 훈련을 버텨 내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다.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이루지 못한 꿈에 도전하기 위해.
'잭'(데이비드 하버)의 열성적인 지도와 '대니'(올랜도 블룸)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프로 레이싱 선수 자격을 얻어낸 잔. 그러나 그에게는 또 다른 역경이 닥쳐온다. 상대팀 선수들은 잔을 게이머 출신이라며 비하하고, 트랙 위에서 위협적으로 그를 밀어붙인다. 이에 더해 게임과 달리 리셋 버튼 없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위압감도 잔을 조여오기 시작한다.
우려를 보기 좋게 뒤엎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같은 예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게임 원작 영화는 걱정이 많다. 그간 여러 이유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시작>은 투자자와 제작진의 갈등 때문에 각본이 산으로 갔다. <어쌔신 크리드>는 배우만 화려했고, <던전 앤 드래곤>(2023)은 평단 반응만 좋았다.
비디오 게임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를 영화화한 <그란 투리스모>도 우려가 컸다. 원작 게임 시리즈의 인기는 하향세를 그렸다. 제작사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도 신뢰를 주지 못했다. 전작이자 첫 제작 영화인 <언차티드>가 게임과 무관한 오리지널 설정으로 점철돼 비판을 들었기 때문. 감독도 불안했다. <디스트릭트 9>로 데뷔한 후 <엘리시움>, <채피> 등으로 추락을 거듭한 닐 블롬캠프가 메가폰을 잡았다.
하지만 <그란 투리스모>는 모든 우려를 보기 좋게 뒤엎었다. 그 중심에는 색다른 접근법이 있다. 기존 작품들은 대게 원작의 영화화를 시도했다. 그러다 보니 현실과 게임 사이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이질감 때문에 외면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란 투리스모>는 반대다. 게임 자체를 영화로 옮기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는, 게임에서나 가능할 실화를 스크린 위에 펼쳐 놓았다.
게임이 아닌 게임의 사연에 주목하다
사실 <그란 투리스모>의 줄거리는 엉망이다. 소설에서나 가능한, 누군가의 헛된 희망을 포장한 이야기 같다. '너도 호그와트에 입학할 수 있어!' 수준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실화다. GT 아카데미 졸업생 출신으로 2011년 GT 아카데미 유럽 챔피언이 된 잔 마든보로가 실제 주인공이다. GT 아카데미는 소니와 닛산이 합작한 프로젝트로, '그란 투리스모' 게이머를 진짜 레이싱 드라이버로 키워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란 투리스모>는 다른 게임 영화와 차별화된다. 게임만의 로망과 낭만을 현실 세계에 접합하는 데 성공한다. 사람들이 게임에 열광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대리만족이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과 환상을 게임 속 세계에서 맛보는 재미다. 그런데 이 쾌감은 흔히 허무맹랑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편견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그란 투리스모>는 이 편견을 전복한다. 게임 자체의 매력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 편견과 불가능에 도전하고 성공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덕분에 <그란 투리스모>는 게임의 낭만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게임을 통해 느끼는 쾌감을 현실 세계의 카타르시스로 승화하기까지 한다. 더 나아가 게임을 바라보는 일부 부정적인 시선까지 깨부순다. 현실의 무게감과 게임의 낭만이 조화를 이룬 셈이다.
특히 영화 구성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오프닝에서 원작 게임을 소개할 뿐, 어떤 정보도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란 투리스모>는 그저 게임 기반 판타지나 소년 만화 같다. 정보를 미리 접하지 않으면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을 알 수 없다. 대신 잔 마든보로가 게이머 출신 드라이버이고, 직접 영화 스턴트를 맡았다는 사실을 마지막 순간에야 공개한다. 그 결과 영화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쾌감과 감동이 극대화된 채로 끝난다.
신세대 레이싱 영화의 등장
게임의 매력을 현실 세계에 심으려는 노력은 레이싱 연출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란 투리스모>는 어설프게 게임을 재해석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원작 게임만의 효과를 레이싱 장면에 고스란히 삽입한다. 게임 속 시뮬레이션과 현장감, 게임 플레이어와 프로 드라이버의 간극을 없애 버린다. 그 결과 <그란 투리스모>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레이싱 영화로 태어난다.
일례로 차의 경로가 보이거나 플레이어의 현재 순위가 표시되는 식의 게임 속 효과를 현실에 입힌다. 현실 장면에 스톱 모션이나 슬로 모션을 걸어서 게임 세계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경기 도중 레이싱 카가 해체되고 잔이 게임 시뮬레이터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경기 후 자축하는 장면도 게임 속 세리머니와 현실 세리머니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현란한 드론 촬영도 게임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거나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닐 블롬캠프 본래 연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데뷔작인 <디스트릭트 9>부터 비디오 게임을 하는 듯한 카메라 워크와 연출로 유명했다. 또 필모그래피가 SF 영화로 가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SF 느낌을 주는 미술 프로덕션에 능숙하기도 하다. 블롬캠프는 평범한 레이싱이 아닌, 게임과 접목된 레이싱 경기를 보여주는 데 최적화된 연출자인 셈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포드 V 페라리> 같은 레이싱 영화와 필연적으로 비교될 운명이다. 이전까지의 레이싱 영화는 사람 가슴을 들뜨게 하는 엔진 소리에 주목했다. 운전자나 차의 측면에서 질주하는 차체에 집중하는 연출이 돋보이기도 했다. 레이싱 요소가 줄어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도 궤를 같이한 대목이었다. <그란 투리스모>에서는 이러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찾아볼 수 없다.
확실한 목적을 위해 희생된 스토리의 개성
이처럼 <그란 투리스모>는 게임 원작 영화로서도, 레이싱 영화로서도 나름의 새롭고 신선한 접근법이 돋보인다. 물론 그 대가로 희생한 대목이 있다. 시나리오의 개성이 현저히 부족하다. 관객에게 최소한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관습적인 플롯을 답습한다. 완성도는 준수하다. 초중반부에 뿌려진 여러 복선은 다 회수된다. 기대할 법한 요소도 빠짐없이 담았다. 풀어가는 방식이 편의적이고, 왕도적일 따름이다.
실제로 <그란 투리스모>의 시나리오는 소년 만화 클리셰로 가득하다. 재능은 있지만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 주인공에게 우연한 기회가 주어진다. 그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기회를 잡는다. 레이스에서 꼴찌를 기록하거나 완주를 못하는 시련을 겪지만 끝내 이겨낸다. 멘토의 도움을 받아 한계를 극복하고, 한때 경쟁자였던 친구들과 힘을 합쳐 또 다른 라이벌을 꺾고, 승리자가 된다. 좋아하던 여자친구와도 연인이 된다.
그래도 도식적인 전개 속에서 나름 차별화를 시도한 흔적이 엿보이기는 한다. 여러 사연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처리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가족사는 아버지와의 관계로 압축했다. 여자친구와의 로맨스도 으레 있어야 하니 삽입한 것에 가깝다. GT 아카데미에서 다른 후보들과 겪는 갈등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 덕분에 오히려 최근 트렌드에 부합한다. 개인의 영역에만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객을 끌어들인다. 예를 들어 라이벌과의 경쟁의식을 억지스럽게 부각하지 않는다. 대신 드라이버 라이선스를 따고, 포디움에 들기 위해 개인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그 결과 잭과 잔의 멘토-멘티 관계는 의외의 울림을 주고, 게임의 로망과 현실의 낭만을 잇는 분위기도 한껏 살아난다.
완성도 대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다
그래서일까? <그란 투리스모>는 마치 <트랜스포머> 1편 같은 매력이 있다. 차와 소년이라는 매력은 간직한 채로 로봇 대신 콘솔 게임에 주목한 것처럼 보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같기도 하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완성도가 부족했다. 대신 팬들의 가슴을 감성적으로 휘어잡았다.
즉, <그란 투리스모>는 완성도나 작품성보다 더 중요한 목표를 이룬 영화일지도 모른다. '재밌다' '다시 보고 싶다' '가슴이 뛴다'는 느낌을 주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으니. 닐 블롬캠프 입장에서도 멋지게 반등에 성공한 작품처럼 보인다. 데뷔작인 <디스트릭트 9>만큼의 충격이나 임팩트는 없어도 영화가 끝날 때 잔과 함께 레이싱을 한 것 같은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게 만들었으므로.
작은 흠을 꼽자면, 묘한 이질감이 있다. <더 울버린>이나 <불릿 트레인>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하다. 일본 기업 광고로 보일 만큼 일본풍이 두드러지기 때문. 물론 소니픽쳐스가 배급사이고, GT 아카데미 자체가 소니와 닛산의 프로젝트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부자연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Acceptable 무난함
더할 나위 없이 본분에 충실한 게임, 레이싱, 영화.
-
- 기술은 결국 영화의 한 부분인 이유
6월 25일 감히 말하건데 영화팬들이 기대하던 영화 <F1 더 무비>가 개봉을 했다.
모터스포츠의 특성상 실제 촬영에 제한되기도 하고 스포츠 자체를 영화화 한 작품중에 f1 은 많이 없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이면서 브래드 피트 같은 메가흥행의 보증수표같은 배우가 출연과 제작을 f1의 가장 유명한 선수인 해밀턴과 했기 때문에 영화광이 아닌 사람들도 막연한 기대감은 고조됐을거라고 생각한다.
<탑건: 매버릭>의 감독이 만든 영화이며 SONY의 아직 발표되지 않은 소형 시네 카메라가 y.m cinema 등 많은 곳에서 다루며 기술적 진보의 쾌감도 기대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아이맥스 필름으로 찍지 않은 아이맥스 포맷의 촬영과 상영이 '듄'과 '탑건'을 통해 증명 됐기 때문에 아이맥스 시대에 대답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탑건 매버릭>의 경우 전투기 조종석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더군다나 아이맥스 카메라는 크기 때문에 기술적 도전이었다.
그래서 촬영팀은 소니 베니스 카메라의 유닛 시스템을 이용해 미해군과 공조해서 조종석에 4의 카메라를 설치했고 그걸 합쳐서 아이맥스 포멧으로 상영을 했다.
한번도 해본적 없는 일이며 그 기술적 도전이 전투기라는 스펙터클과 맞물려 관객들에게 시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톰 크루즈의 말대로 "탑건1 보다 더 좋게 할 일이 없으면 하지 않겠다." 에 부합하는 영화였다.
이야기도 1편에서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2편만 봐도 되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탑건: 매버릭>은 굉장히 흥행한다. SONY는 이런 기술의 확보와 이미 퍼져있는 아이맥스 상영의 유행을 의식한 것인지 작은 시네 카메라를 만들었고 f1에 적극 활용했다.
(위의 사진이 그 카메라다) 그렇기 때문에 f1 처럼 공기역학적이고 공간이 좁은 곳에서도 아이맥스 포멧으로 촬영을 할수 있었다만....(출처 https://ymcinema.com/2025/02/25/behind-the-scenes-the-cutting-edge-cinematography-of-the-upcoming-f1-movie/)
과연 이것과 같은 기술적 도전이 영화에 도움이 됐는가? 는 실효적으로 글쎄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f1이라는 소재 자체를 살리기 위해 좋은 카메라였겠으나 다른 모터스포츠 영화도 이 정도는 촬영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기술적 진보는 맞긴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리는 기술이다. 이유는 영화 자체가 시각적 쾌감을 위한 촬영이 없었고 영화가 관객에게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용산 아이맥스의 입장할 때는 관객들의 기대감이 느껴져서 좋다. 구하기 힘든 표 때문에도 있겠지만 시각적 쾌감에 압도당하는 경험을 즐기러 온 관객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기대감을 갖고 온다.
롤러코스터 줄에서의 기대감처럼. f1도 관객들이 기대하는 그런 영화였다. f1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부터 아무도 찍지 않는 포토 부스에 몇몇이 기다리며 사진을 찍을 정도로.
하지만 영화는 지루했고 관객들도 그렇게 느꼈다. 아이맥스관에서 관객들이 화장실을 그렇게 많이 가는 영화는 처음 봤고, 중간중간 자는 사람들도 많았다.
기대감으로 시작한 영화는 지루함과 느슨한 갈등과 있으나 마나 한 서브플롯의 종말로 레드플래그를 받기 충분했다.
지루함의 핵심은 반복이다. 코메디의 핵심과도 같은 문장이라는 게 재밌는데 '소니 헤이스'는 위기의 팀에 들어와 꼭 그랑프리 중 하나를 우승해야 하고 그것은 9번의 그랑프리 중 한번 우승해야 하는 꼴찌팀의 운명을 짊어졌다는 뜻이다.
여기서 실패한 점은 9개의 그랑프리가 배경만 달라지고 경기의 운영이나 앵글이 달라지지 않는 점과 위기의 팀을 구하는 사람으로서의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니 헤이스'는 다른 경기에서 우승하고 떠나는 서부영화의 주인공 같은 사람인데 주인공의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지 않는다. f1의 루키 시절 부상과 복귀하지 못한 것에서 관객들은 그래서 얘 목표가 월챔인거 맞지? 하고 마지막에서야 갸우뚱한 고개를 어쩔 수 없이 끄덕인다.
Edgar Wright - How to Do Visual Comedy 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신이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아다녀야 하는 장면을 찍어야 한다면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주인공이 이동한다고 치면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카메라는 패닝 해서 이정표를 찍고 부산이 얼마나 남았나 보여준다.혹은 부산의 해운대 같은 랜드마크 형 이미지를 막찍고 헬기로 찍은 장면을 넣고 신나는 노래를 넣어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이것은 지루한 숏이라고 토니는 말하는데 안타깝게도 f1의 모든 경기가 그러했다.어디 도시이며 몇 번째 랩이고 몇 등인지 까지 경기가 아니라 주인공만 보며 해설하는 것 같은 주입식 부가 설명을 관객들은 들어야 했고 f1경기의 박진감은 하나도 없이 추월하고 몇 등이 됐는지 디졸브 되어 나오는 순위표로 봐야했다.40랩을 돌든 25랩을 돌든 상관없이 보여주고 싶은 랩만 점프해서 자막으로 표시했고 보여줬다.사실 영화의 맨 마지막 3랩이나 마지막 그랑프리만을 위한 과정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경기 내내 같은 구도와 비슷한 사고 그리고 똑같은 운영으로 반복되어 지루함을 남긴다.필요도 없는 로맨스 서사와 갈팡질팡하는 악역과 우승의 제로 괘감은 이 영화가 기억되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안타깝지만 <f1>은 <1917>처럼 할 수 있는 영화지 해야하는 목표가 있는 기술의 영화는 아니었다.포뮬러1 의 영화는 아직 정복하지 못한 소재로 남을 것이다.이미지 출처:
-
- #문폴 / Moonfall, 2022
영화 <문폴>은 '지구에 달이 떨어진다'라는 시놉으로 <인디펜던스 데이,1996>와 <투모로우,2005>, 그리고 <2012,2009>의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가 점찍은 야심작이었습니다. (직접 제작비 조달을 위해 뛰었으며, 무엇보다 3부작으로 예정했거든요)
이미, 수차례 지구를 아프게 만든 사람이라 기대는 없지만 막상 또 '극장'이라는 큰 너비의 스크린을 생각하면 거부할 순 없겠죠?
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2016>의 실패 이후 전작 <미드웨이,2019>는 제작비마저 절감되는 등(그래도, 1억 달러였다)의 행보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선을 보인 영화 <문폴>이 지금까지 거둬들인 흥행은 어떨까요?이번 3월 16일에 국내에 개봉한 <문폴>은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여태컷 불러 모은 관객들은 143,937명(03.21 기준)에 불과하며, 일요일(20일)에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게 밀리며 빠르게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근데, 먼저 개봉한 북미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입니다.
<잭애스 포에버>에게 밀려 2위로 시작한 영화는 현재까지 총 수익 $39,398,041에 불과한데, 제작비가 1억 5천만 달러임을 생각하면 3부작은커녕 감독 본인의 커리어도 중단될 위기에 서있습니다.(참고로, <잭애스 포에버>의 제작비는 1천만 달러입니다)
애초에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번 영화 <문폴>은 유독이나 더 안 좋게 들려오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영화 <문폴>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주에서 위성 수리를 진행하고 있었던 "브라이언"과 "파울러"에게 하나의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에 빠르게 지구로 귀환하는 그들이나 사고에 있어 동료 하나를 잃는 결과를 "브라이언"이 짊어지며,그는 "나사"에 내쳐지게 됩니다.
그로부터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갑자기 달의 궤도가 달라지면서 지구에 충돌될 위기가 생깁니다.
이를 위해서, "브라이언"과 "파울러", 그리고 "KC 하우스맨"이 달을 향하는데...이게, 떨어진다는 게 달이 아니었어?
1. 전혀, 달라진 게 없어!
앞서 말했듯이 영화 <문폴>은 딱, 기대한 만큼의 재미는 확실히 보장된 작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롤랜드 에머리히"의 <인디펜던스 데이1996>와 <투모로우2005>, 그리고 <20122009>까지 "아이맥스"와 비껴나간 것이 안타까울 정도의 장관을 선사했던 그였던 만큼 <문폴>은 이를 충분히 충족시킵니다.
극 중 "쓰나미"를 비롯해 도시를 물에 잠기는 것은 기본이고, 출발하려는 우주선과 이를 덮치는 파도 또한 볼거리로서의 재미를 충족시킵니다.
여기에 자동차 추격전까지 빠지면 섭섭할 장면들까지 이번 <문폴>의 흥행을 떠나 그에게 많은 제작비를 쥐여준 이유를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시원하게 꽂히기는 한데... 어디로 가냐?
다만, 이런 장점과 함께 단점 또한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볼거리로 밀어붙이기에는 "블록버스터"라는 장르는 이야기도 잘하는 만능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거리만을 내놓는 <문폴>은 요즘 스타일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먼 작품입니다.
물론, 그런 스타일 때문이라도 <문폴>은 "롤랜드 에머리히"감독이 만든 작품이 맞으며 이제는 그만이 이런 영화를 만들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문폴>의 이야기에 대해서 많은 아쉬움들이 새어 나오더군요.2. 똑같은데, 더 거북해진 이유는?
첫 번째, 클리셰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번 <문폴>에서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 그의 전작 <2012, 2009>로 주인공이 이혼을 했다는 점 외에도 계부모 가정 등의 설정과 자동차 추격전의 구도까지 그대로 따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똑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행하는 이유에는 "클리셰"는 해당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에게 왜곡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생각하면 없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유사함이 전부 해당된다면 굳이 <문폴>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오히려, 실패할지도 모를 첫 작품보다는 봤던 기억이 있는 기성품에 좀 더 끌리겠죠.달만 바꿨어...
두 번째, 이야기에 대한 거북함입니다.
앞서 전작 <20122009>과의 유사함을 이야기했기에 그 느낌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하겠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도대체, 뭐가 다를까?'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음모론"에 대한 반응입니다.
<2012>도 많은 가설이 존재하나 운석을 음모론자를 맞추며, "이거보다 지구가 어떻게 멸망할지, 궁금하지 않아?"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문폴>에서는 "거대구조물설"이라는 하나의 가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이후 이를 하나의 정설로 받아들이게 합니다.3. 그냥, 태생부터 비호감!
보통 영화를 비롯하여 하나의 작품 속의 이야기를 지키는 경계를 "제4의 벽"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지키는 이유는 이야기의 현실성으로 "진짜?!"로 몰입하는 관객들을 위해서 깨선 안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문폴>이 말하는 이야기는 통상 사람들이 가진 지식과 상식을 해당 영화가 뒤집는 수준입니다.
결국, 관객 스스로 "제4의 벽"을 깨고 나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그냥, 다 싫어 죽겠어.
이외에도 관객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중국 자본"의 침투력까지 <문폴>은 마냥 좋게만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건재한 "롤랜드 에머리히"가 보여주는 지구 때리는 모습은 "지구 담당 일진(?)"이라는 별명을 계속 붙여도 이상은 없어 보입니다.
근데, <문폴>은 둘째 치고서 다음 영화 찍을 수는 있겠어요?
-
- [8월 첫째 주 영화 한줄평] <그린 나이트>
8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A24의 대작 <그린 나이트>의 언배시사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린 나이트>를 보고 오신
'씨네랩' 연구원 분들의 한줄평, 한 번 확인해볼까요?
1. <그린 나이트>
북미 오프닝 흥행 돌풍!
<정글 크루즈>에 이어 박스오피스 장악!
'미드소마'보다 월등한 오프닝 기록으로
국내 기대감 최고조!
-
- 한국 공포 시리즈물의 전설, 12년 만의 귀환!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여고괴담> 시리즈를 기억하시나요?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는 여고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다룬 한국형 학원 공포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정통 공포 영화로 자리매김하며 국내 관객들의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최강희, 박예진, 공효진, 송지효 등 지금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당시에는 신인이었던 역량있는 여배우들의 스타 등용문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1998년 <여고괴담> 1편을 시작으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여고괴담 3 - 여우 계단>, <여고괴담 4 - 목소리>가 연이어 제작되었고, 2009년 <여고괴담 5 - 동반자살>을 끝으로 한동안 여고괴담 시리즈를 볼 수 없어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길고 길었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드디어 올 여름, 한국 웰메이드 공포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의 새로운 부활을 알리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가 오는 6월 개봉을 확정지었다는 소식이 들려 화제입니다.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포스터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가 학교 내 문제아 '하영(김현수)'을 만나 오랜 시간 비밀처럼 감춰진 화장실을 발견하게 되고 잃어버렸던 충격적인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작품은 특히 2009년 <여고괴담 5- 동반자살> 이후 12년의 기다림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로운 시리즈로서 그 의미가 남다른데요. 그동안 국내 영화계에서는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던 한국 공포 영화 장르의 부활을 통해 침체되어 있는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여고괴담> 시리즈는 매 작품마다 학교를 무대로 신선한 소재와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메시지, 그리고 혁신적인 촬영 기법을 선보여 왔습니다. 또한 스타 등용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배우들을 배출한 바 있는데요. 이번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과 잃어버린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면서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를 밀도 있는 서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그려낼 예정입니다. 특히 <SKY 캐슬>, <마인> 등 아우라만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믿고 보는 배우 김서형과 최근 화제에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강렬한 열연을 선보인 김현수의 호러 케미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극강의 공포를 예고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형 공포 영화가 그리워지는 올 여름,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를 통해 공감 가득했던 오싹한 재미를 또 한번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씨네랩 에디터 Jade.
-
- [아노라] 끝장리뷰 | 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 빨간색과 흰색 | 노동자의 2주 해석 | 성노동자에 대한 견해 | 눈(snow) 상징
[아노라]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노동자의 2주
Chapter 2 이반과 이고르, 빨간색과 하얀색
00:00 황금종려상
00:37 귀여운 여인, 대부
01:51 노동자의 2주
03:46 편견, 자본가
06:34 이반과 이고르
08:01 빨간색 하얀색
09:10 별점 및 한 줄 평
09:28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노라 #아노라영화 #아노라리뷰 #아노라해석 #영화아노라 #아노라황금종려상 #션베이커 #Anoramovie #Anorareview #미키매디슨 #MikeyMadison
-
-
- 영화 <켈리 갱> 메인 예고편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
‘네드 켈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메인 예고편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