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2-26 10:48:58
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파묘> 개봉주 200만 돌파
<파묘>가 주말 극장가를 휩쓸며 200만명을돌파했습니다. 개봉 사흘째에 누적 관객 수 100만명,
나흘째에 200만명을 각각 돌파하며 <서울의 봄>보다 높은 관객수 추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호러 영화지만 고전적인 방식이 아닌 잘 짜여진 각본과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압박하는 작품으로 영화계의 돌풍이 일고 있는 작품 <파묘>. 이번주 박스오피스 분석 시작합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영화 <파묘>가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2023 최고의 흥행작 <서울의 봄>이 개봉 6일째 200만 관객을 동원한 것보다 2일 더 빠른 속도며, <파묘>는 2024년 일일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하며 한국 오컬트의 위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2위로는 27만 명을 모은 <웡카>, 3위는 100만을 앞두고 있는 <건국전쟁>이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레게 음악의 전설을 그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습니다. 오프닝 성적으로는 영화 <앨비스>와 <로켓맨>의 오프닝 성적을 뛰어넘었으며 <보헤미안 랩소디>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주인공 ‘밥 말리’를 연기한 킹슬리 벤-아디르는 디즈니+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영국 출신의 배우로 최근 <바비>의 작품 출연으로 얼굴을 익혀온 배우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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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없이는 못 사는 여성이 수학에게 버림받는다면
7★/10★
수학 없이는 못 사는 여성이 하루아침에 수학에게 버림받았다. 그녀는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수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생인 마거리트는 3년간 연구해온 주제를 발표할 세미나를 앞두고 있다. 1742년 제기된 후 여전히 증명 불가능한 명제로 남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만한 연구다. 수학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는 마거리트는 이 세미나를 계기로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수학의 신비에 한 걸음 다가갈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자료를 검토하고 또 검토한다.
드디어 운명의 날. 마거리트는 훌륭히 발표를 마친다. 청중들도 매우 흥미롭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그때 한 남자가 질문을 던진다. 그 하나의 질문에 모든 게 무너진다. 마거리트가 미처 검토하지 못한 중대한 오류로, 지난 3년간의 모든 연구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질문이었다. 하필 질문자가 루카라는 점도 문제다. 루카는 마거리트와 연구 주제가 겹치는 대학원생으로, 최근 그녀의 지도교수가 지도 제자로 받아들여 마거리트가 불편한 긴장감을 느끼던 사람이었다. 수학에 대한 사랑이 지독하게 컸기 때문일까? 괴로워하던 마거리트는 단 한 번의 커다란 좌절 이후 학교를, 수학을 떠난다.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수학을 버린 거지만, 실질적으로는 수학이 그녀를 버린 것이다. 그 상처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에 마거리트는 의연한 척 ‘미련 없이’ 수학을 떠나는 척한다.
그 이후의 마거리트가 항상 우울한 것은 아니다. 수학 말고는 모든 게 서툰 마거리트의 엉뚱한 모험은 예기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마거리트는 수학 바깥의 세상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점을 만들어간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오르가슴을 탐색하는 장면이 압권인데, 클럽에서 만난 남자를 무작정 따라가 감정적‧육체적 관습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섹스하는 그녀는 결코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묘한 젠더 전복을 이뤄낸다. ‘여성스럽지 않은’ 수학에만 매달리는, ‘수학계에 흔치 않은’ 여성 수학자 마거리트. 마거리트는 곧잘 성적 매력이 소거된 숙맥, 이른바 너드(‘여성 너드’를 표현하는 엘라 룸프의 연기는 정말 흘륭하다)로만 여겨졌다. 그런 그녀가 오히려 그 ‘약점’을 무기 삼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은 기묘한 쾌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마거리트는 수학을 완전히 떠날 수 없다. 그녀 마음 한편에는 늘 수학이 꿈틀거린다. 단지 다시금 이 열정에 불을 지필 계기가 필요할 뿐이다. 마거리트에게 그 계기는 마작이었다. 룸메이트가 방세를 날려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향한 마작 도박장에서 게임을 하다 영감을 얻은 마거리트는 자신이 회피해오던 오류를 마주할 용기를 낸다. 순수한 마음으로 마거리트 연구의 취약성을 지적한 루카와 협력해 다시금 수학을 시작하고, 자신의 연구에 도움이 될 젊은 학생을 지도 제자로 둔 후 착취하는 지도교수에 맞설 용기 말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마거리트는 수학이 세상, 감정과 분리된 무언가가 아니라는 점을 배운다. 남을 경계하고 혼자서만 연구했던 과거에 마거리트는 넘어지고 부러졌다. 그러나 때로는 갈등하고 마음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누군가의 부대끼며 소통하고, 호흡하고, 사랑하자 자신을 버린 줄만 알았던 수학으로 향하는 길이 다시 열린다. 마거리트는 깨닫는다. 수학을 향한 그녀의 첫 번째 사랑은 그녀를 고양하지 않고 잠식하고 소진시키기만 했다는 것을. 어쩌면 삶에는 수학보다 더 커다랗고 소중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렇게 마거리트는 자신만의 정리定理를 완성한다. 수학을 초과하는 삶의 영역을 기분 좋게 가늠해보게 되는 영화다.
덧. 이 영화는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수학영재 형주〉와 닮은 구석이 많다. 비슷한 주제 의식을 전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완전히 다른데, 모두가 각각의 방법으로 사랑스럽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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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점 위에 선 존재들의 번뇌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삶
원치 않은 탄생의 원죄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프랑켄슈타인 아버지>는 의대 시절 정자를 불법 기증한 도치성(강길우)과 그로부터 태어난 소년 신영재(이찬유)의 의도된 만남을 시작으로 그 질문에 신중하게 답을 내린다.
삶은 알 것 같다가도 손 뻗으면 금세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와도 같은 존재다. 명확한 답이랄 게 없어 생각들을 충돌시키고 갈등 빚게끔 한다. 정치도 그런 이유로부터 시작한 것임이 분명하다. 각자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 서로 그 이상을 찾기 위해 설득하고 부딪혀야만 하는 것일 테다. 그런 삶의 일시적 성격은 방황에서 극대화한다. 방황하는 시기의 단골 소재인 존재 이유를 찾는 철학적 번뇌로부터 우리는 그 알 듯 말 듯 간질거리는 마음을 느낀다. 그렇기에 영재의 나이를 방황하기에 적격인 청소년기로 설정한 것은 다른 여지 없이 적절했다.
검증하고, 입증하라
영재는 육상에 흥미와 재능을 느끼고 가까이하고자 했으나, 그 꿈은 영재의 심장병으로 금세 좌절된다. 병으로 인한 방황에서 영재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치성을 만나기로 한다. 영재는 치성의 집에 찾아가 대뜸 손해배상금을 요구한다. 꿈이 좌절될 위기에 처했으니,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로서 병이 유전되었을 수 있다는 근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행위임은 틀림없다.
치성은 영재가 확실한 친자임을 확인하고 그 심장병의 근원이 자신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치성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삶을 엄격한 루틴 속에서 통제한다는 특징이 이 과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엄격과 통제를 상징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한 인물이 유일한 실수이자 방심이었던 정자 기증을 그 ‘검증 과정’으로 다시 지우려는 것이다. 이는 나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치성은 스스로 세운 기준선에서 삶을 관성 속에 두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렇기에 갑작스레 자신만의 규율을 깨뜨린 영재의 앞에서는 자신의 삶에 오점이란 것이 없었음을, 특히 영재의 생물학적 아버지로서 가치가 분명히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치성에게는 중요한 행위이었을 것이다. 심지어는 그 정자 기증을 정당화해 삶의 오점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을 목표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영재가 느낀 자신의 오점을 생물학적 아버지인 치성으로부터 검증하려는 과정과 치성이 자신의 존재와 삶에는 오점이 없었음을 입증하려는 자체 검증 과정이 병존하는 서사임이 드러난다.
그 검증 과정에서 영재의 법적 아버지인 신동석(양흥주)의 등장은 자연스레 얽혀든다. 동석은 심장병으로 인해 육상을 하기 어려워진 영재가 더는 그 꿈을 오기 하나로 짊어지기를 원치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목표에 닿기 위한 노력의 과정부터가 난항임이 예상되는 것을 아버지로서는 가만히 두고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프랑켄슈타인 아버지>는 그런 동석의 타자로 향하는 통제적 성격을 은근하게 치성의 스스로를 향한 통제적 성격과 유사하게 보이도록 서술한다. 치성은 자신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삶에 생겨난 허점이라는 구멍을 메우려 하지만 동석은 그 허점을 영재에게 가하는 통제를 통해 채우려 하는 것이다. 자기 유전자가 섞이지 않았기에 그 ‘유전자’로 일어난 일들로 향하는 관심의 방향을 돌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동석은 영재가 출생의 비밀에 관심 두지 않게 할 수 있고, 영재는 자신의 뿌리에 관한 관심을 거둠으로써 심장병과 생물학적 아버지에 관한 원망이라는 찝찝한 구덩이에서 벗어나 살 수 있을 것이다.
서사의 절정, 오점의 대면
세 명의 얽힌 가족 관계가 서사의 절정을 마주하는 시점은 당연하게도 삼자대면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두 아버지가 각자의 오점을 마주하게 되는 때가 된다. 비로소 치성은 동석을 마주함으로써 숨겨두었던 자신의 유년 시절과 자신의 오점이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동석은 기증자인 치성을 만남으로써 영재가 자신의 유전자를 통해 생겨난 자식이 아님을 재인하게 된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절정을 향하고, 치성과 동석은 각자 지니던 통제의 성격을 극대화하기에 이른다. 치성은 동석을 자신의 아버지에 비추어봄으로써 영재가 그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려 하고, 동석은 영재가 치성을 만나지 못하게 할뿐더러 그의 일상을 점점 옥죄기 시작한다.
그렇게 <프랑켄슈타인 아버지>는 타인의 의도로 삶이 쥐어진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과도 같았던 영재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두 아버지가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이 되듯 맞물리는 과정으로 변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자연스레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결국은 영재뿐 아니라 치성과 동석도 각자의 아버지로부터 삶이 쥐어진 프랑켄슈타인이 아니겠는가. ‘두 아버지(치성과 동석)와 하나의 아들(영재)’이 ‘하나의 아버지(동석)와 두 아들(치성과 영재)’, 그리고 ‘세 아들(치성과 동석, 영재)’의 이야기가 되어간다.
질문은 날카로웠지만, 결말은 흐릿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삶을 통해 얻게 되는 질문은 모두 다르다. ‘왜 나는 이러한 삶을 사는가.’, ‘나는 왜 자식에게 이 정도밖에 해 주지 못했는가.’…. 저마다 느끼는 삶의 오점과 그 오점의 근원을 찾아가는 시도는 끝없이 벌어진다. 다만 그 삶의 근원을 단 한 세대 위, 즉 부모에게서 찾는 것은 흐릿한 외곽선조차도 얻기 힘든 일이 된다. 모든 질문이 끝없이, 무한히 반복되고 전유된다. 그렇기에 배역들조차도, 관객들조차도 분명히 답을 내릴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수많은 딜레마를 유발하는 철학적 고민을 <프랑켄슈타인 아버지>가 담아낸다.
어쩌면 그 고민을 담아내고자 한 시도가 대단하지만 어려운 선택이었음을 영화의 엔딩이 보여주는 것일까. 복잡한 ‘살아가는 것’에 관한 철학적 고민과 그를 향한 치밀한 플롯의 진행과는 다르게 그 마무리가 가지는 힘은 매우 미약하다. 영화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바다와 요트의 이미지가 뿌옇게 드러날 뿐이다. 유쾌하면서도 슬픔이 묻어나는 세 명의 추격전을 비한다면 그 무게의 가벼움이 더욱 다가온다. 그 가벼운 끝이 <프랑켄슈타인 아버지>의 몇 안 되는 오점이 된 것은 아닐까.
<프랑켄슈타인 아버지>에는 최재영 감독의 노력이 느껴진다. 독립영화가 가지는 예산의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서사를 뒤받치는 공간적 배경이나 조형적 요소들이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인물에 관한 연구와 그에 맞는 조형적 요소들을 갖추려 했던 시도들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 섬세한 노력은 특히 <프랑켄슈타인 아버지>의 플롯의 구조에서 돋보인다. 플롯의 세부적인 점에서 관객을 향하는 그 설득력의 기복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다소 영화를 무겁게 만들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서 적당한 무게와 속도를 유지해 냈다는 것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자 한다. 서사의 전개 과정에서 적절하게 관객의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장면들을 섞어 넣었다는 것에서도 <프랑켄슈타인 아버지>의 긍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국내 영화산업의 침체와 더불어 독립영화에 관한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작년 약진을 보였던 <장손>, <한국이 싫어서>와 같은 작품에 뒤이어 <프랑켄슈타인 아버지>와 같은 작품이 스크린에 모습을 보인 것은 우리가 기대를 모아볼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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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심'에 집중한 새로운 배트맨
어떤 피해를 받으면 그것에 대한 앙갚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 피해나 감정적 손실이 크던 작던,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그 상처를 다시 돌려주는 복수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고대 사회에는 이런 사적 복수가 공공연하게 행해졌다. 그러다 점차적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법이 제정되면서 공적으로 벌하는 형태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다툼이 커지기 시작하면 법적인 형태로 고소나 고발을 하기도 한다. 상대가 범죄자라면 경찰과 검찰, 법원 같은 공적기관을 통해 상대의 죄에 대해 벌을 받게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잘 구성된 법 체제 안에서도 모든 감정이 다 치유되지는 않는다. 개인 간의 작은 피해들은 다시 크고 작은 복수로 돌아오기도 하고, 큰 범죄의 가해자라고 할지라도 법의 구멍을 잘 파고들면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도 있다. 그렇게 발생한 억울한 피해자들은 분노의 감정을 더욱 느끼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 피해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무척 애쓰게 된다. 그렇게 복수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시야는 좁아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 복수를 위해 사회 시스템의 눈에서 벗어난 복수를 택하기도 한다. 그건 안전하지 않은 범죄지만 복수에 눈이 멀어버리면 그것을 똑바로 보기 어렵다.
새로운 배트맨이 가진 강력한 감정, '분노'와 '복수심'
영화 <더 배트맨>은 개인적인 복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심과 분노를 다룬다. '공포'라는 감정은 이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트릴로지인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이 시리즈에서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은 어릴 적 박쥐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고, 그 공포심을 극복하면서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배트맨이 가진 힘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러니까 '공포'는 그에게 내재된 힘이자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무기로 변경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리부트 된 <더 배트맨> 속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이 가진 강력한 감정은 '분노'와 '복수심'이다.
영화 속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 활동을 한 지 2년 정도 된 초보 히어로다. 과거 시리즈의 배트맨이 그렇듯, 그는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상대방의 공포를 이용해 상황을 장악하고 주도한다. 그는 고든 형사(제프리 라이트)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고담시의 범죄를 해결하는 일종의 탐정 역할을 하고 있다. 브루스 웨인이 이렇게 고담시의 범죄 소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복수심'이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하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바로 고담시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범죄를 소탕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그는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쓰고 난 이후, 사적인 복수의 감정을 공적인 일에 쓰고 있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공적인 일을 행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개인적 복수를 하기 위해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복수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회 주요 유력인사에게 테러를 하는 리들러(폴 다노)는 아주 직접적으로 배트맨을 향해 수수께끼를 내기 시작한다. 리들러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그 수수께끼는 배트맨의 과거를 향한다. 이 리들러의 수수께끼는 다음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추리하게 만들고 그것의 단서가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이 행했던 활동과 연관되어있다. 그래서 리들러를 추적하면 할수록 배트맨은 더욱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놓인다. 리들러는 배트맨의 복수심과 공포를 역으로 이용하여 시종일관 그를 자신의 게임에서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리들러의 연쇄살인과 브루스 웨인의 과거가 함께 얽히면서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긴장으로 가득 찬 추리극으로 진행된다.
빌런 리들러가 던지는 수수께끼가 몰고 온 혼란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복수'라는 감정을 문제적으로 제시한다. 사건 추적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셀리나 카일/캣우먼(조 크라비츠)은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그만의 추적을 한다. 전형적인 사적 복수를 행하려 하는 셀리나를 막는 배트맨은 그 자신이 행하는 '복수'의 행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셀리나와의 관계와 셀리나의 행동을 보는 배트맨은 자신도 하고 있는 복수라는 행위의 목적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하게 된다. 그가 가진 분노가 복수라는 것을 행하게 만들었고 그 복수가 공적 시스템을 이용해 진행하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를 시종일관 생각한다. 단순히 분노에 사로잡혀 복수라는 사적 행위를 완성하는 것보다 자신이 들어간 사회 시스템 안에서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행해야 하고 분노를 어떤 방향으로 해소시켜야 할지가 이번 배트맨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모든 배트맨 시리즈가 그렇듯 고담시는 사회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틈은 온갖 범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펭귄(콜린 파렐)과 팔코네(존 터투로)다. 이들은 고담시의 음지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배트맨이 시종일관 상대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더 배트맨>에서는 이 모든 악당을 비롯해 배트맨조차 리들러의 게임 안에서 자신들조차 모르게 이용당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서 악당 리들러는 그만의 방식으로 고담시의 음모를 파헤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자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3시간을 꽉 채운다. 일반적인 액션 히어로 영화와는 다르게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근본적인 고민으로 다시 돌아간 영화는 액션보다는 추리에 좀 더 방점을 찍으면서 악당 리들러가 벌이는 연쇄살인을 해결하는 배트맨의 추적 과정을 찬찬히 보여준다. 긴 상영시간 동안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은 배트맨이 가진 고민과 매끄럽게 맞물리며 그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펭귄, 팔코네 같은 악당 캐릭터들이 리들러의 게임 안에서 소비된 느낌이 있다. 하지만 펭귄과 팔코네를 일종의 ‘사회 틈을 파고들어 이득을 취한 존재’로 활용하면서 고담시 전체 시스템에 대한 고발을 하는 듯한 메시지를 준다. 여기에 배트맨의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더해지면서 리들러의 범죄의 큰 틀이 군더더기 없이 담겨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과거 배트맨과 차별화시키며 탄생시킨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영화를 연출한 맷 리브스 감독은 세 시간이 넘는 영화안에 브루스 웨인이 가진 고민을 담고 리들러의 살인 게임을 통해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까지 담아내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과거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이나 <혹성탈출:종의 기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더 배트맨>에서도 전반적인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캐릭터의 심리적인 고민을 잘 담아냈다. 특히나 과거 시리즈의 배트맨이 했던 고민과 겹치지 않게 '복수심'을 활용하여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복잡한 사건이 연달아 이어지지만 이 모든 것이 적절하게 이야기 속에 배치되면서 영화의 집중도를 흐리지 않도록 연출되었다.
마이클 키튼, 크리스찬 베일에 이어 세번째로 배트맨 솔로 영화의 주연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은 젊은 배트맨에 무척 잘 어울린다. 그가 가진 조금은 유약하고 퇴폐적인 이미지는 그가 겪는 영화 속 브루스 웨인의 혼란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캣우먼 역을 맡은 조 크라비츠도 배트맨과 좋은 케미를 보여주며 그만의 캣우먼이 가진 당당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리들러 역을 맡은 폴 다노는 아주 선한 이미지지만 약간 정신 나간 듯한 미소를 보여주며 영화에서 강력한 악당 연기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배트맨의 '복수'는 가야 할 방향을 보기만 했을 뿐 어떤 식으로 배트맨이 그것을 행해야 할지를 명확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아마도 브루스 웨인 이라는 인물이 배트맨 역할을 하는 동안에 계속 하게될 질문이자 고민이 될 것이다. <다크나이트>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배트맨이라는 가면을 언젠가는 벗어야할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번 <더 배트맨>은 분노심을 가지고 있는 브루스 웨인의 성장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전 시리즈에 비해 좀 더 젊어진 브루스 웨인은 아마도 향후에 이어질 다음 시리즈에는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사이에서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금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웨인의 고민을 확인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그가 행하는 '복수'에 대한 생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극장에서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더 배트맨>
https://www.youtube.com/watch?v=bYZ_a7_aw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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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
올드보이는 한국에서 성인이 되기 전에 볼 수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 고등학생 때 어쩌다 처음 보고 후유증이 정말 오래갔던 영화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다 그렇듯이 올드보이를 이번에 다시 봤을 때도 역시 영화가 지루할 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대해 찾아보니 기생충 이전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한국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였다고 한다. 또한 감독 본인의 언급에 따르면 젊은 시절 지금과는 다른 강한 에너지로 만들 수 있었던 영화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감탄이 생기는 영화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아는 모두에게 당장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유튜브 영화
이 영화는 2003년에 대한민국에서 개봉했는데, 여러 영화 평론가들은 이 시기를 한국 영화의 황금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2003년 개봉작으로 알고 있는데, 그 영화 역시 올드보이 못지않게 재밌고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화에 기반해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많이 들어갔다고 느껴지는 살인의 추억과는 달리, 올드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주제를 품은 독특한 분위기 속에 관객이 들어가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2022년 현재의 사회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극찬받을 수 없는 내용일 것 같은데, 이 영화에는 자극적인 주제를 마주한 관객의 불편함을 잊게 만들고 분노보다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최근에 3번이나 감상했던 헤어질 결심 역시 불륜이라는 주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해당 주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편함을 잊게 만드는 스토리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출처: 유튜브 영화
보통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를 묶어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올드보이는 작중 대사처럼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에서 시작되는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 영화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를 반전을 제외하고 간단히 설명하면 주인공 오대수는 정체불명의 사람에 의해 15년 동안 사설 감옥에 감금되고, 풀려난 뒤 자신을 가둔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한 여정 속에서 미도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결국 자신을 가둔 범인인 이우진과 대면하게 된 오대수는 이 모든 여정이 자신의 복수가 아닌 이우진의 복수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모든 일이 학창 시절 자신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사죄의 의미로 자신의 혀를 자르게 된다. 복수를 끝마친 이우진은 마지막 복수의 대상인 자기 자신을 죽이고, 끔찍한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없던 오대수는 최면술사에게 자신의 기억을 지워줄 것을 부탁한 뒤 미도와 포옹하며 영화가 끝나게 된다.
출처: 유튜브 영화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오대수의 복수가 아닌 이우진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지만, 최후반까지 관객들이 오대수의 복수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반전의 충격을 배로 만든다는 점이다. 영화를 두 번 이상 보지 않아도 이 영화는 후반부 이우진의 대사를 통해 영화 속 복선들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해석에 대한 어려움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한데, 개인적으로 나는 오대수가 기억을 완전히 잊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극복하고 살아가기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장면 오대수의 눈물 맺힌 웃음을 보면 사설 감옥 속 액자에 쓰여있던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라는 글귀가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출처: 유튜브 영화
모든 장면과 대사가 기억에 남는 영화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인상 깊었던 대사들이 있다. 오대수가 풀려난 뒤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 남자는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사람인데, '아무리 짐승보다 못한 놈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요?'라는 대사를 한다. 이 대사를 후반부 오대수가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데,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보았을 때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여러 주제의식 중 하나가 담긴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오대수가 자신을 사설 감옥에 가둘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독방 안에서 써 내려가는 '악행의 자서전'이다. 15년의 감금 동안 오대수는 자서전에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들의 목록과 그들을 향한 자신의 악행을 경중과 상관없이 모두 적어 넣는다. 위에서 언급했던 모래알과 바윗덩어리의 얘기와 함께 생각해봤을 때, 과연 나의 악행의 자서전은 몇 페이지 분량이 나올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대사는 역시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이다. 그 이유는 이 대사가 오대수와 관객들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혐오나 분노보다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대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온 세상 사람에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닌 이 영화 속 사건을 내가 겪게 된다면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출처: 유튜브 영화
글을 쓰다 보니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져 노트북을 켜게 된다. 이 영화는 유튜브 영화에서 구매했는데 확실히 유튜브 하나로 예전의 좋은 영화들을 구매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편하고 좋은 것 같다. 2003년에 성인이었다면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다들 올드보이 보시길.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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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세의 톰 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얘들아!"
마지막 임무
영화의 첫 장면은 잠수함 ‘세바스토폴’호에서 시작한다. 이 배는 완벽하게 스스로를 숨길 줄 안다. 어떤 탐지에도 잡히지 않는 세바스토폴 호. 배 안에는 군인들이 탄 것 같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갑자기 레이더에 무언가가 잡힌다. 전투태세를 갖추는 세바스토폴 호. 어뢰를 발사한다. 그런데 갑자기 레이더에 적이 잡히지 않는다. 어리둥절하는 배 안 군인들. 레이더가 오작동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세바스토폴 호가 직접 발사했던 어뢰가 방향을 꺾어 스스로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발사한 무기가 결국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배는 결국 부서졌고 군인들은 전부 전사한다.
다시 현재. 에단 헌트가 건물 안에 덩그러니 있었다. 에단을 찾아온 한 남자. 그 남자는 IMF 요원이었다. 누가 봐도 신입 요원이었던 남자. 에단은 그에게 애정 어린 조언 몇 마디를 건넨다. 외로워 보이는 에단. 하지만 이런 그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두 열쇠가 있다. 한 열쇠는 행방이 묘연하지만 다른 하나는 당신의 친구 일사 파우스트가 갖고 있다. 이 두 열쇠를 갖고 돌아오길 바란다. 아. 네가 IMF에 어떻게 들어오게 됐는지 잊지 않길 바란다”라는 말이었다. 이번엔 또 뭐지? 에단 헌트는 자기 앞에 놓인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전투기 타고 바로 돌아왔지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는 1996년이었다. 1편이 뛰어난 액션영화였다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이 7편처럼 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니었다. 당시 이단 헌트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누명을 써 주인공이 이를 벗어나는 것이 작품의 핵심 플롯이었다. 본작처럼 전 세계의 정보망을 하나로 조종해 인류의 위기를 유발할 무언가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점층법처럼 점점 스케일을 키워간다. 언제는 부르즈 할리파에 맨 몸 비행기에 달라붙어 무조건 버티던 에단 헌트가 선하다. 이야기의 넓이만큼이나 액션의 수위(?)가 더 커졌던 것이다.
사실 같은 시리즈 영화 7편이 나오면 물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액션을 매번 다르게 보여줘야 한다는 건 분명한 부담이다. 영화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측면에서 시리즈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전작을 오마주한 부분도 분명 있다. 이는 한 장면에서 변주와 승계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1편 <미션 임파서블>을 봤던 관객들이라면 하이라이트 액션신이 벌어졌던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은 돌아보면 익숙하지만 처음 볼 때는 완전히 새로운 쾌감을 선사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기
영화에서 빌런을 묘사하는 방식이 아주 흥미롭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바로 톰 크루즈의 맨몸액션이다. 2편에서 볼 수 있었던 직접 하는 암벽등산, 4편의 부르즈 할리파에서 살아남기 등등 스턴트를 최소화하고 직접 보여주는 액션신은 보기만 해도 고통스럽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첩보전의 양상이다. 1편에서부터 묘사하고 있는 적들은 최소한 인간이다. 이는 imf가 ‘미국’이라는 존재를 상징한다고 했을 때 이런 선악구도를 어떻게 기획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국제정세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유행으로 시각을 옮겨가도 마찬가지다. 마블이 MCU를 만들어서 시리즈를 이끌었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카체이싱을 떠나 빌런과 대결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전통과 근본이 있는 건 현대의 관객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1편이 개봉한 지 현재 26여 년가량이 지났다. 이걸 그대로 끌고 오는 게 과연 좋은 선택일까?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션 임파서블’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이는 액션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를 갖고 와야 한다.
영화는 이 빌런 세팅으로 이러한 세태에 대해 대답한다. 그걸 핵심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누구일까? 글쓴이는 세 사람이라고 본다. 이는 후술 하기로 하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대사는 예고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인생은 모든 선택의 결과이며, 너는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라는 말이다. 이 문장을 해석하는 건 간단하다. ‘네 운명이 정해져 있다’라는 의미이다. 범죄사실로 잡혀온 피의자가 재판받기 전의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다 죄인은 아니다. 사람에겐 자유의지가 있어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 작중에서 에단 헌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 imf요원이 됐는지가 들어갔다는 걸 보면 이 이야기의 설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인류가 직면한 선악개념은 무분별하다. 극 중에서 제시되는 IMF 요원과 두 캐릭터처럼. 이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좋은 수였다.
일사 파우스트
영화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여성 캐릭터들이다. 특히 일사 파우스트 캐릭터가 가장 훌륭하다고 느꼈다. 이 여성 캐릭터들이 무슨 스테레오타입의 무언가를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인물들은 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캐릭터들이 구체적으로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가 된다. 하지만 레베카 퍼거슨이 맡은 일사 캐릭터는 시리즈에서 꾸준히 나왔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글쓴이는 이 영화에서 등장했던 모든 캐릭터들 중에 이 ‘일사’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일사의 핵심은 모호함이다. 일사는 첫 등장이었던 5편부터 선역인지 악역인지 히로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던 캐릭터였다. 자기가 속해있던 조직인 m16을 위해 행동하는 듯 하지만 에단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모호함의 속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뒤집는다. 어떻게? 사막에서 벌어지는 액션신이다. 모래가 강하게 휘날리기 때문에 상대방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일사가 어떤 행동을 한다. 이 장면은 사실 우리가 5,6편에서 봤던 일사의 모습을 단적으로 함축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호함을 다른 방식으로 대비시킨 측면이 있다. 이는 그레이스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레이스와 일사의 대비 중 차이점을 드러내는 방식이 일사에게 개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레베카 퍼거슨 개인의 카리스마와 액션 퍼포먼스 소화능력과 별개로 감독이 어떻게 이야기를 잘 설계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반대로 영화에서 빌런 캐릭터인 '가브리엘'은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일단 이름이 왜 가브리엘일까?라는 점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성경에 등장하는 ‘가브리엘’에서 따왔다고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스스로를 신의 사도로 생각하는 것 말고 캐릭터의 속성을 알 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의 전제적인 이야기 전개가 과하게 두다다다 던지고 그냥 어물쩍 넘긴 느낌? 이 가브리엘에 대한 부족한 설명은 영화 전체적인 연출 방식과도 이어진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는데 일단 가브리엘이 위협적인 것처럼 보인다. 뭔진 모르겠는데 저 아저씨가 무섭다. 이런 점에서 관객들이 가브리엘과 관련한 무언가는 연출이 디테일을 챙기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액션 연기의 극단
이 영화는 강력한 액션 서스펜스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2023년까지 블록버스터/액션 장르에서 영화제작자들이 액션 시퀀스를 연출하는 방식의 많은 비중은 컴퓨터 그래픽에 있었다. 이 ‘미션 임파서블’은 또 사이즈가 다른 액션 설계에 장점이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불 수 있는 액션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가도 정말 긴장감의 극단까지 끌고 간 흔적이 돋보인다. 하지만 글쓴이가 이 영화가 액션 장르영화로서 아주 좋다고 느꼈던 부분은 톰 크루즈가 생사를 가로지르는 연기를 보여줘서는 아니다. 바로 고전적인 맨몸 액션 연출 때문이다. 특히 일사와 에단이 각각 상대방과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대단했다. ‘블랙 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보다 이 ‘일사 파우스트’가 액션 더 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톰 크루즈가 하이라이트 신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이 사람이 나이가 정말 무색할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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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드라마, 선의의 경쟁 리뷰
※줄거리 스포주의
요즘 SNS와 틱톡 등 숏폼으로 자주 보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U+TV에서 나온 ott인 <선의의 경쟁>이다.
특히나 선의의 경쟁의 주연인 혜리(제이 역)와 정수빈(슬기 역)의 키스신이 연일 화제다.
GL의 불모지라고 불릴 수 있는 한국에서 꽤 유명한 배우의 동성 키스신은 SNS를 뜨겁게 불태웠다.
# 자극적인 내용과 코드
이 드라마는 19금 드라마로 학교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자극적인 요소가 대거 등장한다.
주인공이 주선하는 마약 거래부터 시작해서 자살, 성관계, 납치, 감금, 학교폭력, 불법 수술, 살인 및 은폐 등 심지어 성인과 미성년자 간 교제나 장면 묘사는 없었으나 성매매에 대한 간접적인 언급도 나온다. 학교 배경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보면 꽤나 충격적일 내용이다.
한국은 그간 스카이캐슬, 펜트하우스 등 우리나라의 학업 열풍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을 많이 내왔고, 대다수 흥행하며 하나의 계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와중 이 선의의 경쟁은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불법적인 행동을 성인이 아닌 학생들이 주로 한다는 점, 학업보다는 개인적 성장에 초점을 둔 점이 조금 다르지만 그럼에도 위에 적힌 드라마들에서 꼭 나오는 '극성 학부모', '경쟁 상대', '마약', '시험지 훔치기', '학원 특별 과외'는 빼놓지 않고 나온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전개는 다른 드라마와는 조금 다르게 흐른다.
# 슬기의 성장 일기
드라마를 한 줄 요약한다면 "슬기의 성장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슬기(정수빈)는 어렸을 때부터 존재감이 없던 학생으로 그 탓에 유치원에서 간 소풍에서 미아가 되고, 보육원에서 자랐다.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왕따를 당했고 어쩌다 시작한 공부로 왕따를 면하게 되어 공부에 집착하게 되는 캐릭터다. 그런 슬기가 고등학교 때 명문고를 가면서 제이(혜리)를 만나며 자신을 찾고, 어떻게 보면 우정과 사랑도 찾게 된다.
드라마의 시작 부분도 그렇다. 모든 화의 시작은 각 캐릭터들의 과거나 비밀을 슬기의 내레이션으로 보여준다. 슬기는 관찰자이자 주인공으로 다른 캐릭터와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점점 동화되는 캐릭터다. 처음에는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였다가 나중에는 이 드라마의 진짜 빌런인 제이네 아빠와 대격할 정도로 성장한다. 그 성장의 비밀에는 당연히 슬기의 짝인 제이가 있다.
제이는 그 학교의 짱,, 말하자면 인싸이자 실세로 아버지가 학교의 이사장이자 돈줄이다. 선생님도 제이 말에는 껌뻑 죽고 학생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비밀리에 학생들에게 마약을 유통하는 어두운 면도 있다. 제이는 처음에는 호기심 혹은 약간의 끌림으로 슬기와 친해진다. 슬기는 항상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던 탓에 그 관심이 낯설기도 고깝기도 하다. 처음 슬기가 제이의 집에서 잔 날 슬기는 제이와 키스하는 꿈까지 꿀 정도로 제이에게 휘둘린다. 다만 그날 제이가 슬기에게 순진한 의도로 접근한 것이 아님을 알고 둘은 친해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사실 드라마 전반이 슬기와 제이가 싸우고 친해지고 싸우고 친해지고의 반복이다.
# 제이와 슬기의 관계 (경이와 예리의 관계)
이 드라마는 사실 경쟁 드라마를 빙자한 성장, 그리고 우정 사랑 드라마다.
넷은 겉으로는 문제없이 화목하고 좋아 보인다. 다만, 경이는 부모님의 관심과 자위 문제를, 예리는 돈 문제와 외모 문제를, 슬기는 애정과 마약 문제를, 제이는 아버지 문제를 겪고 있다. 그 관계들도 그렇다. 슬기가 바라보는 제이는 어딘가 수상하지만 완벽하고 꿍꿍이가 많은 여자애다. 슬기는 제이를 좋아하면서도 경계하고 그러면서도 믿고 싶어 하는 사랑과 우정 어딘가의 감정을 품는다. 제이가 슬기에게 갖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장면은 없지만, 제이가 "나는 소중한 존재가 생기면 그 존재가 죽는 상상을 해. 나는 그래서 너를 만난 후에 네가 죽는 상상도 해."라고 말한 부분에서 제이도 슬기를 소중하게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제이는 끝내 슬기를 위해서 원래 죽으려고 했던 목표도 버린다.사실상 제이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문제아다. 거진 사이코패스인 아버지는 제이를 제2의 자신으로 만들고 싶어 애가 탔고, 제이의 목적은 자신이 가장 위로 올라간 그 순간 모든 걸 망치고 추락, 즉 자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이가 극 중에서 계속 다이빙을 하며, 자신은 물속에서 춥고 숨을 쉬지 못하는 공간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롭다고 언급한다. 그런 부담을 없애주고 제이에게 살고 싶다는 감각을 깨워준 것은 슬기다. 슬기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학업만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마약을 끊고 슬기가 마음을 다잡게 해준 것은 제이이다. 경이와 예리에게 세상에 자리를 만들어 준 것도 어른들이 아닌 서로의 존재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기승전결을 따라 계속 숨 가쁨과 자극적임의 가도를 달리는데도 중간중간 나쁘게 말하면 김이 세는 어린아이가 노는 것 같이 해맑은 장면들이 계속 나온다. 집중력을 흐리는 그 장면들이, 오히려 제이와 슬기, 그리고 경이와 예리가 진짜 나이대로 돌아가서 성장하는 유일한 장면들처럼 보였다.
# 마무리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이 세련되거나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OTT 드라마의 한계인지 사용하는 배경이 조금 한정되어 있고, 가끔 이게 뭘까 하는 대사들도 종종 들린다.
그리고 어두운 장면과 밝은 장면이 너무 갑작스럽게 교차되어 몰입이 중간중간 끊기는 단점도 있다.
스토리도 모든 부분 매끄럽게 이어지진 않고,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 듯한 부분도 보인다.
다만, 나는 워맨스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 정도 퀄리티와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 나온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나 처음에는 여자들의 케미를 보여준다고 홍보해놓고, 나중에 뜬금없는 남자와 엮어 우리의 뒤통수를 세게 친 작품들이 많기에 마무리까지 억지 헤테로 로맨스 없이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으로 끝난 스토리가 너무 만족스럽다.
현재 태국이나 대만에서는 퀴어 드라마가 넷플릭스 TOP 10에 올라갈 정도로 인기다.
우리나라처럼 워맨스, 브로맨스로 어영부영 퀴어 코드를 넣을 듯 말 듯 하는 수준이 아니라 작 중에서 키스신은 물론 결혼식까지 보여준다.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퀴어 콘텐츠는 아직 글로벌 작품 수준으로 올라가기에는 너무 느리고 약하다. 다만, 선의의 경쟁처럼 꽤 좋은 퀄리티와 퀴어 코드를 가진 작품이 종종 등장하는 추세이고 우리나라 작품 특유의 좋은 퀄리티와 귀에 꽂히는 대사, K - 막장 코드들이 중국이나 태국에서도 인기가 된다고 하니 이런 작품들이 점차 늘어났으면 하는 바이다.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작품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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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아이스라떼극장] 심령사진촬영전문 사진작가 '셔터'
영화 흥신소 -(아이스)라떼극장 EP.05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공포영화를 보며 무더위를 날려버리자
뺑소니 교통사고를 저지른 후 카메라에 찍히는 귀신
어깨와 목이 뻐근한 게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데....
움짤 귀신등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태국산 호러영화 '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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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면 후회하는 몰입도 최강의 공포영화 입니다.[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트렁크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배급사)의 사용 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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