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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2-27 17:13:07

아픈 가족을 품고 사는 이들의 슬픔과 희망!

디즈니 플러스 영화 <썬코스트> 리뷰

서서히 죽어가는 가족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슬프고 힘든 건 없다. 옆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은 물론, 언제까지 이 지난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그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 영화 <썬코스트>는 이런 양가적인 감정을 안고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삶의 한계에 다다른 이들의 민낯을 보여준다. 미안함, 죄책감, 답답함 등으로 얼버무려져 있는 이들의 복잡한 심경 사이로 명확히 보이는 건 슬픔, 현실, 그리고 작은 희망이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10대 소녀 도리스(니코 파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오빠를 돌봐야 하고, 아들을 고통을 마주한지 오래되어 매사 신경이 곤두서있는 엄마(로라 리니)의 눈치도 봐야 한다. 호스피스 병원 ‘썬코스트’로 오빠를 옮긴 이후에도 팍팍한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건 파티가 일상인 학교 친구들, 썬코스트에서 만난 아저씨 폴(우디 해럴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오빠와의 이별의 시간은 다가온다. 

 

<썬코스트>는 실제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오빠를 향한 로라 친 감독의 뒤늦은 연서이자, 자신의 성장담이다. 감독은 과거 10대 시절 가졌던 마음을 도리스에게 투영시켜, 오빠를 향한 슬픔과 미안함, 평범한 10대의 삶을 살고 싶었던 양가적인 마음을 드러낸다. 영화는 전자보단 후자에 무게 중심을 두는데, 그도 그럴 것이 도리스는 오빠로 인해 삶이 저당잡혔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시청 못 할 정도로 엄마의 압박에 시달리고, 언제나 아픈 오빠가 먼저고, 자신은 뒷전인 상황은 못마땅하다. 아픈 오빠를 위한 희생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당연시하는 엄마와 세상은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도리스의 딜레마는 썬코스트에 입원한 ‘테리 샤이보’ 사건으로 이어진다. 2005년 실제 있었던 이 일은 15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테리 샤이보라는 여성이 영양 공급 튜브를 제거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숨지게 된 사건이다. 테리 샤이보의 부모는 물론, 당시 존엄사를 반대한 이들과 달리, 법원은 그녀가 정상이었을 때 이런 식의 생명 유지는 원치 않는다는 말했었다며 영양 공급 튜브 제거를 청원한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윤리적 관점이나 남편의 좋지 않은 행실은 제외하고라도 이 사건은 아픈 가족을 품고 사는 이들이 겪는 현실적 고민과 다른 입장을 표방하는 사회의 목소리가 충돌한 계기로 비친다. 아마 도리스는 남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했을 터.  

 

그 마음을 대변하듯 영화는 윤리적, 도덕적 갈등을 떠나 이 비통한 상황을 아는 이는 가족이나 동일한 아픔을 가졌던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극 중 썬코스트 앞에서 테리 샤이보의 생존권을 주장하는 이들이나 학교에서 존엄사의 비윤리적 문제에 대해 논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보다 비록 테리 샤이보의 생존권 운동에 동참한 강성 생명윤리주의자이나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폴에게 도리스가 마음의 문을 여는 건 이 때문이다.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 성장이다. 감독은 외형이 아닌 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학교 졸업 파티가 아닌 유명을 달리한 오빠에게 진심을 전하는 그 순간에 집중한다. 뒤늦은 고백이자 마음이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 다음 발걸음을 뗄 수 있다고 덧붙인다. 더불어 아들의 가느다란 실과 같은 생명줄을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는 엄마 또한 자식을 떠난 보낸 후 비로서 자신과 딸을 바라보며 또 다른 삶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이렇듯 <썬코스트>는 죽음을 앞둔 가족을 두고 모녀 간의 복잡한 관계와 성장 과정에 집중하지만, 그 깊이가 얕은 건 아쉬운 지점이다. 그동안 응어리졌던 모녀간 관계 해결 부분이 약하다 보니 관계 개선이 급작스럽게 되는 부분 등 작품이 지닌 단점을 메우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빛을 발하는 건 신예 니코 파커, 베테랑 로라 리니와 우디 해럴슨의 연기다. 니코 파커는 여느 10대 소녀의 말간 모습을 보여주는데, 연기 원숙도를 떠나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로라 리니, 우디 해럴슨은 베테랑으로서 감정의 진폭을 조율하며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일조한다. 특히 니코 파커는 이 영화로 제40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미국 드라마)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 IMDB 

 

평점: 2.5 / 5.0

한줄평: 걸출한 성장 서사는 아니지만 마음에 가닿는 상실의 고통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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