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2-28 17:12:18
거장들의 명작을 오마주한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로봇드림> 3월 13일 대개봉
로봇드림 &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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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드림 & 오즈의 마법사
뉴욕 맨헤튼에 혼자 사는 '도그'에게 단짝 반려 로봇이 생기며 벌어지는
꿈같은 일상을 그린 리드미컬 무비!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 노미네이트
제76회 칸 영화제 특별 상영 부문 공식 초청
제 47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콩트르상 부문 대상
제 36회 유럽영화상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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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급 영화의 꽃말: ‘누구나’의 영화, <인천스텔라>를 기점으로
C급 영화의 꽃말: ‘누구나’의 영화, <인천스텔라>를 기점으로
당장 오늘 저녁에도 우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심지어 그 방법이 매우 간단하다. 베란다에 방치된 냉장고 택배 박스가 바로 우주선이다. 박스를 접은 뒤, 네모나게 길쭉한 구멍을 옆면에 뚫고 그 안에 탑승하면 우주로 갈 준비는 모두 마쳤다. 만일 냉장고 박스가 없다면 대안책은 어디에나 있다.
“네? 이게 우주선이라고요? 이건 그냥 자동차잖아요.”
극 중 탐사대원이 국장에게 던지는 말이다. 어떻게 우주에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어. 어떻게 우주에 택배 박스를 타고 갈 수가 있어. 영화 〈인천스텔라>는 이 ‘어떻게’라는 물음에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해답을 제시한다. 별다른 우주복이나 우주 함선, 산소 탱크도 필요없다. 1980년대를 호령하던 ‘스텔라’ 모델의 중고차 한 대만 있다면, 인천의 모 고등학교 운동장을 활주로 삼아 언제든 우주로 출발할 수 있다.
적극적인 패러디: C급 영화의 탄생
<인천스텔라>는 말 그대로 인천의 ‘스텔라’(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SF 장르의 독립영화다. 인천이 배경인 이유는 인천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이유도 있지만, 인간(人)과 하늘(天)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기동’과 그의 딸 ‘규진’은 밤하늘의 밝은 별을 보며 세상을 떠난 그들의 가족을 추억한다. 그 별은 한 때 기동의 훌륭한 동료 우주 대원이자 아내였고, 규진의 엄마였던 ‘선호’다. 어느 날 규진은 선호가 가지고 있던 프로젝트 파일을 우연히 발견하고, 엄마가 끝내 알아내지 못한 외계 신호를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독하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규진의 해독을 기반으로 좌표를 알아낸 기동은 탐사팀과 함께 우주선 ‘인천스텔라'를 타고 우주로 향한다. 그리운 아내와 엄마를 생각하며, 기동과 규진은 우주와 지구에서 각자 고군분투한다.
제목과 줄거리를 들었을 때 <인터스텔라>가 떠오른다면 그것은 지극히 감독의 의도에 부응하는 바다. 주인공의 딸 머피처럼 규진이 암호 해독에 성공하게 도와주는 인물은 미래 시간대 우주에서 온 기동이다. 우주에서 조난당한 아빠가 블랙홀에 빠져들어 미지의 공간에 도착하고, 책장 너머로 딸에게 소리치며 들리지 않는 소통에 안간힘을 쓰는 장면은 동일하다. 다만, 전자가 광활하고도 장엄한 우주와 압도되는 스케일의 책장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정확히 그 반대다. 평범한 가정집의 적당히 낡아 친숙한 책장을 두드리는 모습과 투박한 블랙홀의 CG 효과가 돋보인다. 쉽게 책장을 보지 않는 딸 규진을 향해 “책 좀 읽어. 책 좀 봐.”라고 외치며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백승기 감독은 <인천스텔라>를 메이저 우주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매품 영화'라 소개하고, B급을 넘어 아예 제대로 된 ‘C급' 영화임을 당당하게 표명한다. 제한된 예산으로 만들어야 하는 독립영화의 현실에 기반하여 어설프게 따라할 바에야 ‘제대로 못 만든 영화’를 만들자는 파격적인 선언이다. 이렇게 백승기 감독만의 장르, B급을 넘어선 C급 영화가 탄생했다.
그의 첫 작품은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을 패러디한 <망치손>이다. 집에 망치가 있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했다. 지하철역에서 촬영한 <은하전철 999>와 300명의 인원을 모으지 못해 3명으로 대폭 축소한 <3>, 가내 수공업 3D 안경으로 구현한 <아바타>까지. 모방이라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원본에 비해 현저히 낮은 퀄리티와 강화된 유머로 승부하는 그만의 패러디 전략은 일상의 상상력을 내세운다. 백승기 감독이 주축인 영화 제작사 ‘꾸러기’는 C급 전문 영화사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항상 ‘C’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소개하는 C급 영화란 카메라(Camera)로 코믹(Comic)하게 찍어서 컴퓨터(Computer)로 편집해 영화관(Cinema)에 내건 창의성의 산물(Creative)이다. 즉, C급 영화야말로 완전한 영화의 본질을 관통한다고 역설한다. 백 감독의 영화는 단순히 원작의 ‘하위호환 모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의도된 패러디를 통해 새로운 주제와 형식을 전달한다.
‘인천스텔라’만의 기발한 우주를 완성하다
영화 <인천스텔라>는 현실에 기반한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해 우주를 표현한다. 우주에서 온 신호를 해독하기 위해 고작 카세트 CD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른 뒤 헤드셋을 낀다거나, 우주로 가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 주차된 빨간 중고차 ‘인천스텔라’에 탑승하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우주로 향하는 그들이 입은 유니폼은 우주복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실제 우주복은 모두가 알다시피 외부의 열을 차단하는 헬멧, 통신 헤드셋과 이어폰, 생명 유지장치 등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영화 속 그들은 은박 유니폼을 입은 뒤 오토바이 헬멧을 머리에 쓰고, 방한 장갑과 하얀 장화를 낀 채로 너무나도 태연하게 자동차에 올라탄다. 쿠킹 호일을 두른 것처럼 번쩍거리기만 하는 우주복을 착용하고 유유히 우주를 유영하기까지 한다. 다소 어설픈 행색에도 대원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하다. 웃음을 터뜨리는 게 괜히 미안할 만큼.
탐사팀에게 항로를 안내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나 멋있는 AI 음성도 없다. 우주복을 입은 곰돌이 그림으로 덧칠한 블루투스 스피커만 덜렁 놓여 있을 뿐이다. ‘LG U+ 클로버 스피커’를 대신하는 ‘세잎클로버’다. 중력을 계산할 때는 공학용도 아닌 가정용 계산기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집에 굴러다니던 계산기와 무선 이어폰만 있다면, 영화 속 장면을 완벽한 싱크로율로 재현할 수 있다.
SF+독립영화+C급= ?
흔한 SF 장르의 우주 영화를 생각하고 이 영화를 감상했다면 의문이 들 수 있다. 광활한 우주를 수놓는 웅장한 풍경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계기판과 수식도,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근사한 우주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대신 자리하고 있다. 주인공의 직장은 NASA가 아닌, ASA(아시아항공우주국)이다. 우주 신호를 감지하는 헤드셋과 카세트 플레이어, 블랙홀 시공간을 통제하는 블루투스 스피커, 나아가 새로운 행성 ‘STAR GAM(갬성)’의 토양을 검사하는 홈-매트 훈증기까지.
다른 장르도 아니고, 무려 우주 SF 영화를 집에서 당장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다니. 상당히 파격적인 도전이 아닐 수 없다. 3,700배 차이가 나는 제작비로 만든 영화는 저예산 인터스텔라를 넘어, 홈 메이드 인터스텔라에 가깝다. ‘이런 것도 영화라고', ‘이 정도는 나도 만들겠다'는 식의 관객의 반응이 예상되지만 백승기 감독은 오히려 이런 반응을 처음부터 바랐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이게 영화라면 나도 만들겠다'던 댓글에 “제발 같이 만들자"고 답했다. C급 영화는 누구나 감독이 될 수도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무대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예산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우주 영화를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은 상당히 위험하지만, 그렇기에 이 영화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C급 영화의 꽃말: ‘누구나’의 영화
본래 패러디와 모방은 고급 예술을 따라한 저속하고 값싼 대중예술로 그려지곤 했다. 그러나 고급과 저급, 진짜와 가짜는 이제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다. 저속한 대중예술이라 불리던 ‘키치’ 또한 새로운 스타일로써 우리 삶에 빠른 속도로 스며들었다. 과연 B급 감성과 그것을 넘어선 C급 영화는 ‘진짜 예술’을 밀어내는 저급하고 촌스러운 유행일 뿐일까. 더군다나 거대 자본과 투자력을 갖춘 할리우드의 것임이 분명했던 SF 장르를 구현했다면.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시도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과감한 도전이다. 이 영화를 단순히 모방 작품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도 그들이 그리는 하찮은 우주에서 우리의 일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스 하나만 있다면 우주로 갈 수 있으며 언제든 우주에 가 닿을 수 있는 존재. 그렇기에 우리는 특별하다. 영화의 주제는 그 모습만큼이나 간단하다.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초신성(super nova)은 영화의 영제목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마치 태아의 모양을 본뜬 듯한 별의 폭발은 죽음의 상태를 일컫는 초신성의 뜻과는 달리, 생명의 탄생을 예고한다. 탄생과 소멸을 모두 겪을 수 있는 별은 각자의 인생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많은 자본이 투자되거나 화려한 CG와 소품은 없지만 오히려 부족하기 때문에, 우주의 빈 공간을 개개인 모두로 채울 수 있다며 역설한다. 때로는 촌스럽고 유치하고, 어설퍼 조잡해 보이는 장면에서 마침내 우리를 발견해내기까지의 과정은 즐겁다.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보면 이곳은 이미 항공우주국의 한 가운데, 우주비행선의 발사대다. 아직 버리지 않은 택배 박스는 이제 우주비행선의 단단한 몸체가 되고, 어릴 적 읽던 전집이 꽂힌 투박한 책장은 다른 머나먼 우주 공간에 있는 가족이 애타게 나를 부르는 차원의 문이 된다. 시공간을 접어 차원의 지름길을 만드는 <인터스텔라>처럼, 인(人)과 천(天)이 단숨에 맞닿는 순간을 부족함 없이 표현한다. 인류를 구해야 하는 거대 자본 SF영화의 사념은 가족을 구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으로 바뀌지만, 영화가 주는 진리와 울림은 불변한다.
영화 <인천스텔라>에서는 사람이 모두 위대하고 아름다운 별이 된다. 거대 자본과 화려한 CG, 정교한 소품의 부재가 남긴 빈 자리는 사람과 사랑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유머가 채운다. 이 C급 세계관에서 우리는 모두 존재 자체로 특별한 항성이다. 분명 <인천스텔라>는 어딘가 이상하고 빈틈이 많으며 개연성이 부족한 영화다. 마치 내가 사는 평범하고 서툰 삶처럼. 그래서 따뜻하고, 그래서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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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마법세계
-비전문가의 개인적인 감상 및 해석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스포일러 포함 / 기억에 의지해 쓴 리뷰라 영화와 다른 부분 존재할 수 있음.종종 추억에 젖어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는 영화가 있다. 내게는 해리포터가 그런 영화였다. 8살에 처음으로 접한 원작 소설은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있는 나이였으나 '마법사의 돌'이 알려주는 세상은 전혀 달랐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앞으로도 겪을 일 없는 세상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더라. 꽤 이른 나이에 책을 접한 터라 마법 세계와의 접점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럴 리 없다고 되뇌이면서도 호그와트 추천서가 날아오면 답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든가, 창문을 열어놓고 밤이 되면 하늘에서 부엉이를 찾아본다든가. 호그와트 과목 중 무엇을 제일 배우고 싶은지 고민하고 가고 싶은 기숙사를 고르기도 했다. 머릿속에서 구축된 세계는 영화를 보고나 더욱 자세해졌다. 그 세계는 아직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다. 나는 여전히 해리포터를 떠올리고, 삼총사의 이야기를 곱씹는다.
아무리 뒷이야기가 망하고 설정 구멍이 여러 개가 드러나도, 내게 있어서 해리포터는 여전히 아름답고 흥미로운 최고의 판타지 영화다. 무엇이든 '처음'이 가지는 힘은 무시할 수 없다.
해리포터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마법사의 돌'이다. 1편은 머글의 삶을 살던 해리가 마법사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호그와트 신입생일 때 겪은 일을 담고 있다.해리는 더즐리 가족과 함께 사는 내내 학대를 받았다.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짜증난다. 지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에게 그딴 짓을 한 건지 이해도 안 가고 이해 하고 싶지도 않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고 변화가 싫은 그 마음은 알겠지만 그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생각할 수록 빡치네...
아무튼 태어날 때부터 호그와트 입학 예정자였던 해리는 여러 번 호그와트 입학서를 받는다. 부엉이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벽난로에서 편지 뭉치가 우수수 쏟아져나오다 급기야 해그리드가 직접 입학서를 건네러 오기까지 한다. 벽난로에서 쏟아지는 편지를 잡기 위해 폴짝폴짝 뛰는 해리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이렇게 귀엽고 밝은 애를 계단 밑 벽장에 두고 지들끼리 하하호호 살았다고 생각하니까 또 열 받는다. 천벌받아라제발.
모래바닥에 케이크를 그리고 바람을 불던 애가 해그리드가 직접 건넨 케이크를 받은 순간. 너는 마법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해리의 기분은 어땠을까.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 해방감, 설렘, 그리고 두려움.
해리, 너는 마법사란다.
해그리드의 속삭임을 들은 해리의 기분을 가늠하다보면 울컥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곤 한다.
해리의 시점에서 모든 걸 바라보는 만큼 영화를 보는 사람은 해리의 감정과 생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론을 보는 시선, 위즐리 가족을 보는 시선, 헤르미온느를, 스네이프를, 퀴렐을, 해그리드를, 말포이를. 솔직히 말포이는 소설 첫 등장이 꽤 귀여운데ㅋㅋㅋㅋ 그게 영화에 들어가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망토를 질질 끌며 나가는 말포이가 보고 싶었는데. 아무튼 해리는 스네이프를 마주할 때마다 이마의 통증을 느끼고, 그로 인해 스네이프가 마법사의 돌을 훔치러 왔다고 확신한다. 정작 볼드모트를 뒷통수에 심고... 있는 사람은 그때마다 스네이프와 대화를 나누거나 주변에 있던 퀴렐이었는데. 이래서 첫인상이 무섭다. 근데 뭐 해리의 시선에서 보면 오해를 안 하기도 힘든 것 같고...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다 할 수도 없을 뿐더러, 무엇부터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 하나하나 말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역시 퀴디치! 마법사의 돌을 4D로 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리멤브럴을 빼앗고 네빌을 괴롭히던 말포이에게서 리멤브럴을 돌려받는 장면도 너무 좋다. 그대로 맥고나걸 교수의 눈에 들어 최연소 수색꾼이 되는 것까지. 그리핀도르 퀴디치 주장의 이름이 올리버 우드라서, 맥고나걸이 퀴렐에게 "우드를 데려가도 될까요?" 라는 질문을 했을 때 해리가 자신에게 벌을 줄 회초리 이름이었다고 생각한 게ㅋㅋㅋㅋ 너무 귀엽다. 우드면 그럴 수 있지ㅋㅋㅋㅋ
그리핀도르 삼총사의 천방지축 마법사의 돌 지키기 모험도 정말 사랑한다. 나가려는 삼총사를 막는 네빌까지. 네빌 역시 그리핀도르라 이거지 ㅠ 소망의 거울 앞에 내가 서면 어떤 장면이 보일지도 궁금하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선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조금 두렵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스네이프 교수의 수수께끼 장면이 빠져서 좀 슬펐다. 나는... 여러 번 읽어도 못 푼 문제였는데 잠시 고민하다가 답을 알려주는 헤르미온느가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참 후반부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인간 체스인데! 이 때 론이 정말 멋있었다. 자신이 즐기던 취미로 나쁜 사람을 막을 수 있다니. 그런데 얘네 다 너무 어린데 어릴 때부터 고생한 거 아닌가 싶다. ㅠㅠ무서워도 론은 해리가 할 일과 자신이 할 일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거기서 나온 대사가,
Not me, Not hermione, You.
이 대사를 정말 좋아했다. 솔직히 분량이 꽤 많은 두 권의 내용을 한 편의 영화 안에 담다보니 전개가 급박하다는 감상이 없진 않았는데, 그럼 어떤가. 그래도 좋은데ㅜㅜ. 그리고 퀴렐 교수의 뒷통수에 달린 볼드모트의 얼굴이... 어린 마음에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보다가 소리 지른 것 같음. 아니 안 답답하나? 근데 걔 밥은 어떻게 먹지. 퀴렐이랑 한 몸이라 퀴렐이 먹으면 자기한테도 영양분이 들어오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다... 퀴렐이 수업하는 중에 볼드모트가 하품이라도 했어봐라 웃음 참기하는 거임. 둘이 소통하는 거 생각만 해도 너무 웃김... 맛있는 거 먹고 싶으면 터번 안에서 말하는 거 아녀 볼드모트가 호박주스 마시고 싶다 이러면 퀴렐이 호박주스 마시는 거 아니냐고 하ㅠㅠ
예전에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의 모험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는데, 커서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너무한 것 같다. 11살이, 해리 이야기의 마지막인 17살이 절대 많은 나이가 아닌데. 해리가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짐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던 건 아닐지. 20대 초반 역시 결코 많은 나이가, 세상을 업고 살아갈 나이가 아닌데ㅜㅜ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작품을 봐도 그런 생각을 자꾸 한다. 스파이더맨처럼. 어린애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니냐고~ 얘네도 사람이라고! 그럼에도 이겨내는 너희를 정말 사랑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과몰입러라서 그런 걸까. 그래도 나는 너희를 걱정하는 시간까지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순간을 소중히 안고 가려고 한다.
이렇게 말을 많이 했는데 아직 말 못한 장면이 수두룩하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다. 역시 해리포터... 내 마음의 고향. 갈수록 보는 시선이 달라져서 매 년 봐도 매 번 재밌게 볼 거 같다. 어떻게 해리포터를 싫어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럴 수 없을 터다.
에디터 : 고삼_한국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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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영화를 본 뒤 실 관람객의 전두광 캐릭터를 향한 분노로 '심박수 챌린지'까지 유행하고 있다는 <서울의 봄> 짜임새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에 관객 입소문을 타며 순항하고 있는데요.
주말에만 100만명을 넘기면서 올해 한국 영화 개봉작 중 <범죄도시>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은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봄>은 올해 <범죄도시>를 이은 두번째 1000만 영화를 기록할 수 있을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영화 <서울의 봄>이 주말 관객 149만명을 넘어서면서 한동안 침체했던 한국 영화계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출액 점유율은 79.1%를 기록했으며 개봉 닷새 만에 누적 관객 수 189만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서울의 봄>은 정권을 탈취하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과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의 숨막히는 9시간을 그린 작품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나폴레옹>을뿌리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추수감사절 닷새 연휴 기간동안 4천2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2위는 <나폴레옹>, 3위는 디즈니 설립 100주년 영화 <위시>가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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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여성들의 이야기와 여전히 끝나지 않는 소외에 대하여
<열 개의 우물>은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여타 운동과 역사에 가려져 그림자의 영역으로 머물렀던 ‘돌봄’의 영역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 영화는 1970년대부터 80년대 유신체제 당시, 서로 다른 위치에서 ‘노동과 생계’ 라는 같은 경험을 공유했던 여성들을 탁아 운동을 통해 하나의 근원지로 연결하고, 공통된 경험 속에서 이제는 다양한 길로 뻗어나간 여성들의 저마다의 우물을 쫓는다. 당시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들은 교육 기회의 제한 뿐 아니라 아이의 출산과 양육, 돌봄과 위탁의 부담과 문제 또한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돌봄의 영역은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관심의 영역에 들지도 않았던 그림자의 영역이었으며 이때, 여성 운동이자 탁아 운동으로 불렸던 ‘돌봄’은 여공들을 회사로 나갈 수 있게 했던, 여성들도 부당한 힘에 저항할 수 있게 만들었던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노동이 된다. 감독은 불안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소명을 다하고 돌봄 노동으로 일상을 유지하게 만들었던 그녀들을 주목한다.
<열 개의 우물>은 그녀들의 과거를 정지된 이미지, 혹은 과거에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지금의 그녀들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요소로서, 현재까지 그녀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으로서 현재와 계속해서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제시한다. 이는 <열 개의 우물>이 과거의 사실을 다루는 대개의 다큐멘터리에서 과거 자료를 제시하는 방식과 다른 방식을 택한 것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대개의 다큐멘터리에서 과거 자료를 화면에 보여주고 현 인물들의 증언을 입히는 것과 달리, <열 개의 우물>은 2 분할 화면을 통해 한쪽에는 과거의 사진을, 한쪽에는 말을 하고 있는 현재 그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제시되는 그녀들의 과거는 단순히 회고하는 추억이나 지나간 어느 한때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고 오늘날 그녀들의 모습과 끊임없이 연결 지으며 생각하게 만든다. 단순히 과거의 사진만이 제시될 때는 당시 모습을 단지 재현하거나 복원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달리 한 화면에 동시에 제시된 같은 인물이 서로 다른 시간에 놓여있는 모습은 ‘Before – After’의 과정을 보여주는 연결된 하나의 자료이자, 연속된 해당 인물의 구성 과정으로 보인다. 과거 사진 옆, 현재의 그녀들은 시간이 흘러 예전의 앳된 모습이 지니던 활기는 잃었지만 생생히 움직이고 있는 영상 속에서 여전히 또 다른 생동감을 가진다.
감독이 그녀들의 과거를 단순히 회고하는 추억, 과거에 정지되고 고정된 기억으로 제시하지 않는 것은 감독이 그녀들에게 접근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검은 바탕의 유신 체제의 역사를 자막으로 드러내고, 공식적으로 기록된 과거를 제시하며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하는 듯하던 영화는 이내 바람과 햇살이 드나드는 열린 문을 보여주며 갑작스럽게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위기로 전환된다. 이 문은 김현숙 씨가 운영하는 책방의 문인 것으로 드러나는데, 여기서 감독이 그녀들의 마음의 문을 넘어 인생에 발을 내디딘 방식이 드러난다. 감독은 과거의 재현을 위해 그녀를 찾지 않는다. 그녀들의 현재의 삶을 찾는다. 특정한 순간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특정 순간을 보낸 후 그녀들의 이후의 삶에 관심을 갖는다. 감독은 현재의 인물의 모습에 주목하되 현재를 통해 그 안에 잠재된 과거의 기억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김현숙 씨뿐 아니라 영화 속 만난 인물들과 만난 방식은 모두 현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이다.
같은 시대의 일어난 다른 사건에 주목한 다큐멘터리 <김군>에서 사진 속 김군의 존재를 찾기 위해 그를 목격했다는 사람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이들,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면 <열 개의 우물>에서 감독은 당시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건의 주요 인사라는 이유로 그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이 영화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소개해 주고 싶다.’는 현재 인물들의 말에 또 다른 인물들을 만나러 간다. 그녀들의 과거가 드러나기 전 항상 그녀들의 현재 모습이 제시되며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모습이 공존할 때에도 감독은 현재 과거에 대한 말을 하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생생한 영상으로 제시하며 과거보다 그에 대해 현재 말하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더욱 우선시한다. 이로써 감독은 과거의 기억을 재현해 줄 여성들을 만나는 대신 과거의 기억으로 구성되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만나고, 정지된 과거의 사실이 아닌 현재까지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인물의 구성물로써 과거를 제시한다.
영화에서 주목한 돌봄의 문제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노동의 그림자 영역에 머물고 있다. <열 개의 우물>이 1970-80년대 당시 돌봄의 부재 상황을 드러낸다면, 현대사회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돌봄 노동의 영역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시 공장으로 나가던 여성들처럼 현대 사회에도 여성도 일을 하는 맞벌이 가정이 많다. 개인주의가 발달하는 현대사회에서 마을의 개념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공동체의 유대와 연결이 약화하며 돌봄 문제는 더욱 커졌다. 특히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팬데믹이 덮치며 갑작스럽게 마주한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돌봄 위기는 더욱 커졌고, 마을 방과후 교사들은 위기 속 남겨진 돌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의 방과 후 교사들도, <열 개의 우물> 속 돌봄을 책임진 여성들도, 국가의 지원도, 공공시설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떠한 보상도 대우도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지만 그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소명을 다해 돌봄이라는 노동을 하고 그를 통해 다른 여타의 노동을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두 영화를 보면 ‘여성의 노동을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던 힘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꼭 필요한 노동으로 많은 노동자들을, 우리 사회를 돌보았던 그들을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돌봄이라는 노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에서 나아가 노동을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힘을,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영역들을, 그저 엄마라는 여성의 영역으로 남겨졌던 돌봄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 속 인물의 세대를 경험하지 못한 나의 입장에서 <열 개의 우물>을 보고 나니 역사를 재현하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재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엇을’ 재현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의 문제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재와 상호작용 하는 것으로 재현했을 때 비로소 바라보는 관객은 자신의 현실 경험과 관련 지으며 능동적으로 과거의 재현에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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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게임으로 바라본 순수함의 변모 과정
최근 가장 핫한✨ 콘텐츠 <오징어게임 시즌2>
문학문화콘텐츠학과생이 마음대로🦑 분석해봤습니다.
(※스포주의※)
얼마 전, 목빠지게 기다리던 오징어게임 시즌2를 다 봤다. 한창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가을과 겨울 사이, 오징어게임 시즌1을 처음 본 충격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고3, 18살이었던 나에게는 빚을 진 사람들은 한 데 모아두고 한낱 게임 부속품 취급을 하며 무자비하게 죽이는 내용이 많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받은 충격만큼 이야기의 매력은 더욱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당시 오징어게임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관련 리뷰나 분석글을 많이 찾아보고, 유사한 후속 프로그램들도 챙겨봤던 기억이 있다.
오징어게임 시즌1을 좋아했던 한 명의 관객 입장에서 시즌2는 어떻게 느껴졌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은 무엇을 대변하고 있나
시즌2는 새로운 캐릭터들, 새로운 배우들의 등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번 시즌2에는 트렌스젠더, 코인 유튜버, 마약하는 래퍼 등 시즌1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 어쩌면, 이러한 캐릭터들의 등장이 여러 이유로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기존에는 보기 어려웠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들은 모두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일부분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반영하는 매체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의 새로운 이슈들을 반영한 캐릭터들이 매체에 등장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따라서 시즌2에 등장한 다양한 캐릭터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을 반영한 것이고, 이러한 캐릭터들은 잔인한 '게임'속 세상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닮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금자가 겪은 전쟁은,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는 '금자'와 '용식'이라는 모자가 나오고, '금자'는 6.25 전쟁을 겪고도 살아남은 '용식이의 엄마'이다. 이인삼각 게임 중 공기놀이를 성공해내야 하는 금자가 벌벌 떨자, 용식은 금자에게 말한다.
(대사 부정확)
"6.25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
"엄마! 전쟁 때 총알로 공기놀이 했다며"
금자는 6.25라는 전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고, 전시 상황에서 놀았던 경험으로 게임을 통과한다.
금자가 급박한 상황 중 떠올린 전쟁 속 천진난만한 경험, 그리고 전쟁과도 같은 오징어게임 속에서 하고 있는 공기놀이. 둘은 모두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연결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금자는 총알로 순수하게 놀며 살아남았고, 이 과정에서 삶의 희망과 재미를 찾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십년이 흐른 뒤, 이 경험은 오징어게임이라는 또 다른 전쟁 상황 속에서 빛을 발휘한다.
금자가 겪은 두 번의 전쟁 경험은 아무리 처절하고 막막한 상황일지라도, 최소한의 희망과 인간다움을 부여해 줄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순수함'임을 전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성기훈은 왜 그랬나
시즌1을 인상 깊게 본 시청자라면, 시즌2를 보는 내내 가질 수 있는 의문이 있다.
"성기훈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거야?"
시즌1의 성기훈이라는 캐릭터는 이야기의 가장 큰 뷰포인트 중 하나였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인간다운 면모를 지니는 입체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시즌1 속 그는 경마를 하고 나이를 먹도록 어머니께 용돈을 받으며 사는 구제불능 불효자인 동시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흔히 말해 상도덕이 있는 마음이 따뜻한 인물이기도 했다. 성기훈은 위선적이지 않고 그 때 그 때 자신의 마음에 충실히 살아가는 나약하지만 따뜻한 캐릭터다.
하지만, 이번 시즌2에서는 달랐다. 시즌1 성기훈의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456억을 모텔방에 쌓아두고 게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주최자를 잡기 위해서만 돈을 쓴다. 그리고 자신의 생니를 뽑아 위치추적기를 심고, 게임을 직접 무너뜨리기 위해 다시 게임에 참여한다.
시즌2 속 성기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보 같을 정도로 맹목적이다. 자신의 계획이 비현실적이고, 상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면서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희생시킨다. 그리고, 게임 속으로 들어가서는 무리한 계획을 이끌다 실패하고 만다. 그는 게임 참여자들을 살리기 위해 '얼음~!'을 외치고 약자를 보살피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든 행동은 '게임 주최자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행해진다.
그렇다면, 성기훈은 도대체 왜 그랬던 것일까?
🦑 성기훈의 순수함은 어떻게 변모되어 가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기훈은 '그 누구보다 아이같이 순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성기훈은 '순수함' 그 자체이고, 이는 시즌1의 여러 갈등상황을 통해 충분히 비춰졌다. 그리고 그는 오징어게임이라는 '굉장히 비인간적인 일'을 겪었다. 이를 경험한 후, 그의 순수함은 더렵혀져 '악'이 아닌 '지나친 무모함'으로 변한다. 시즌2에서 비춰지는 그의 변모된 순수함은 순진한 어린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비계산적이고 섣부른 판단과 유사하다.
순수함은 가장 진실된 가치 중 하나이지만, 오징어게임과 같이 비합리적이며 세속적인 상황에서는 그 자체로 빛나기 어렵다. 그렇기에 성기훈의 순수함은 시즌2 속 그의 행동과 같은 지나친 무모함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시즌2 마지막 부분에서 참가자 사이로 숨어든 프론트맨은 성기훈의 절친 정배를 죽이고 성기훈을 잡으며 그에게 '영웅놀이는 재미있었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영웅놀이'는 시즌2 이야기의 중심이며, 이는 모두 성기훈의 순수함이 무모함으로 변모되어 비롯된 행동들이다.
결국, 오징어게임 시즌2는 '성기훈이 지닌 순수함이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성기훈을 통해 개인이 가진 순수함이 외부 환경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려내고, 게임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 성기훈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순수함, 인간다움 등과 같은 본질적 가치가 어떻게 표출되고 이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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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라 에프론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을 때
노라 에프론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을 때
- 끝나지 않을 운명적 사랑에 대한 믿음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뻔하지만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늘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다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를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그 플레이 리스트에는 왜 예전에 즐겨보던 작품들뿐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저 재미있게 보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게 해주었던 로맨틱 코미디만의 몽글몽글함이 이제는 장르적 쇠퇴를 맞이한 것일까?
할리우드 또한 시대별 로맨틱 코미디의 특징을 볼 수 있는데 1930년대 계급 차이를 극복하는 남녀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 스크루 볼 코미디를 시작으로, 50~60년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앞세운 관습적인 역할을 지나 90~2000년대 전문직 여성까지 세상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점도 있는데,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업적 경력에도 언제나 실수를 남발하고 꼭 위기 상황에 남자 주인공이 구해주며, 사회적 성공과 반대로 연애의 부재로 사랑에 굶주려 있다는 점이다. 또한, 남자 취향을 맞춰주는 여자가 매력적이라는 관념을 내세우며 언제나 파트너의 행동에 맞춘 쿨한 매력을 겸비한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불공평한 관계를 이상적으로 그려나갔으니 양산형 영화가 쏟아지는 흐름에 갈피를 잃고, 정치적 올바름이라 부르는 PC 요소들의 대두되며 더욱 괴리감이 생겼으리라.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아날로그 감성으로 치부되는 사랑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일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사랑과 운명을 믿고 싶다면 꼭 기억해 달라고 언급하고 싶은 한 사람이 있다. 뉴욕 타임스와 에스콰이어의 기자이자, 에디터로 활동했고 소설과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이며 90년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 노라 에프론이다. 인간의 소통에서 비롯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빠져들어 가는 두 사람의 운명적 이끌림을 통해 사랑의 힘을 전하며 관객의 감정적 동조를 일으킨다. 시대가 흐르며 여타 장르들과의 혼재를 통해 다양한 변주로 강렬한 감정을 끌어내는 로맨스가 유행되었지만, 그때 그녀의 작품을 보면 인간으로서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통해 이루어지는 판타지에서 만족감과 감동을 안긴다. 어쩌면 남녀 관계와 사랑에 대해 가벼워진 사회 분위기에 운명은 고리타분한 올드 스타일일지도 모르지만, 달콤하면서도 녹진한 로맨스 코미디를 만나보고 싶다면 그녀가 남긴 흔적을 따라 즐거운 무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참 낭만적인 일일 것이다.
모든 것은 카피다(Everything is copy)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소재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자기 경험을 이야기로 이끌 수 있다는 평범한 삶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점에 대해 노라 에프론이 남긴 한마디 ‘모든 것은 카피다(Everything is copy)’. 정확하게는 그녀의 어머니가 남긴 말이지만, 우스갯소리를 덧붙여 정작 본인의 카피는 언제쯤 나올지 몰랐던 것 같다. 대표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나온 지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기억되는 특별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객들 대부분이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경험할 남녀의 만남에서 다가오는 설렘을 다루며 빠져들 수밖에 없는 멜로/로맨스를 선보였다. 특히, 말장난 섞인 가벼운 하위 장르로 여겨졌던 로맨틱 코미디에서 알면서도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인물 간의 관계나 감정을 통한 하나의 형식적 법칙으로 정립하며 시대를 대변하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파워우먼으로 꼽히게 된다.
대체로 뻔하고 명확한 형태로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과정에도 오히려 관객이 사랑하게 만드는 요소로 전환시키고, 밀고 당기는 연애의 매력을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를 통해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표현한다. 이 같은 전개는 고전 로맨스 소설의 대가 제인 오스틴과도 같은 맥락을 보여주면서도, 기존의 장르적 관습을 비틀며 시대상을 반영한 노라 에프론식 로맨틱 코미디로 거듭난다. 운명에 대한 믿음을 유쾌하면서도 절절한 고백으로 이어가며 아직도 그녀의 작품을 영원히 지속되지 않아도 될 근사한 낭만으로 가득 찬 사랑의 기억을 머물게 만든다. 현실에 존재할지는 미지수일지라도,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를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감독으로 추앙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당연한 이유일 것이다.
① 198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1989년 발표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는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처럼 여겨지는 대화들이 즐비한 고전적이고 익숙한 스타일인 동시에 노라 에프론이라 각본가로서 현대적 로맨틱 코미디의 구조를 정립한 첫 히트작이다. 두 사람이 이어지기까지 12년의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고, 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마치 ‘제2의 연인’ 속 결혼 전을 보는 듯한 전개를 보인다. 1977년 봄 시카고 대학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졸업과 함께 직장이 있는 뉴욕으로 우연히 동행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라는 결론이 날 수 없는 명제로 설전을 벌이고 서로를 별종이라 칭하며 헤어진다. 몇 년 뒤, 각자의 이별과 이혼을 통보받은 시기에 운명처럼 재회하고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우연을 가장한 운명은 늘 해리와 샐리 주변을 맴돌았고, 그저 서로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라는 선을 긋고 다가가는데, 두려움을 느낀다. 스킨쉽과 인간관계에 대한 두 사람의 첨예하고 장황한 설명은 지칠 법도 한데, 결국 헤어지기 싫다는 애증을 넘어서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이 보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공감으로 즐거움을 준다.
재치 있는 각본과 별개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정적인 로맨스는 아니지만, 빌리 크리스탈과 맥 라이언의 따뜻하고 포근한 케미스트리는 설렘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견고히 하고, 사소한 단점 하나도 사랑하게 만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성장은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결국 오랜 친구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연인이 된다는 뻔한 전개와 뻔한 결말에도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으로 인정받는 것은 우리가 아는 그 평범함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가 5년 공백으로 이어지는 사이에 노부부(연기자들) 이야기들이 들어간 부분은 이런 삶의 진리를 전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언제 처음 만났고, 언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짧지도 길지도 않게 말해주며 각자의 사연들을 통해 해리와 샐리의 이야기에 진정성 있는 현실을 입힌다. 마치 해리와 샐리에게 너희들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랄까? 이런 인생의 평범함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노라 에프론은 보편적인 삶 속의 전형성을 벗어나는 캐릭터들과 운명적인 상황들로 극적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관객에게 영화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카츠 델리’ 식당에서 맥 라이언의 ‘가짜 오르가슴’이라는 잊히지 않을 명장면은 이제 노장 반열에 접어들었지만, 당시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의 ‘스탠 바이 미’로 명장 반열에 오른 로브 라이너의 창의적인 연출력과 ‘아리조나 유괴사건’, ‘빅’ 등의 촬영 감독을 거쳐 ‘아담스 패밀리’와 ‘맨 인 블랙’ 등 독특한 세계관을 펼친 베리 소넨필드가 의기투합해 빛났던 재능꾼들의 젊은 시절이리라 생각된다.
② 1993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인정받은 뒤 1992년 ‘행복찾기’로 감독까지 데뷔한 그녀는 현재까지 대중들에게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감독으로 자신을 각인시킨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를 발표한다. 극 중 여주인공 애니가 매일 밤 보며 대사까지 외우는 1957년 ‘러브 어페어’에서 영감을 받아 쓴 각본을 바탕으로,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 사랑을 믿으시나요?’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풀어헤친다. 이후 ‘유브 갓 메일’에서도 빛나지만, 남녀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에 대한 설정에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적 감성을 품고 있다. 지금은 앱으로 간소화까지 된 라디오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듣는 것만으로 수천 마일이 떨어진 대륙 반대편에 있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희망적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아내와 사별한 뒤 실의 빠져있는 아버지 샘을 위로하려는 아들 조나의 발칙한 사연으로 시작된 운명의 장난은 매일 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진심이 담긴 그의 행복한 추억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애니의 마음을 강타해 공감 어린 눈물을 흘리게 하며 결혼을 앞둔 약혼자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낭만이고 운명이라 여겨지는 순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이별과 상처가 되는 순간이 교차하며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해리와 샐리가 서로에 대해 고민한 많은 시간만큼 여기에서도 우연을 가장해 마주치는 세 번의 장면들로 에프론은 운명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하나의 암묵적인 룰 같은 장치는 마지막 엠파이어 빌딩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눈빛으로 감독의 확신에 찬 답변으로 보인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을 바라보는 방식은 실제 마주하지 않기에 오롯이 배우들이 홀로 표현하는 감정선에 집중한 채 과거 50~60년대 로맨스 드라마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간접적인 소통으로 인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애틋함을 더한다. 라디오라는 청각적인 요소를 통해 사연을 주고받고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느리고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낭만적이었던 과거의 향수들이 불현듯 찾아온 운명이 보내는 신호를 믿고 싶은 마음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운명의 사랑에 대한 답변을 나타내는 듯하다. 1990년 ‘볼케이노’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을 보고 캐스팅한 것이겠느냐는 궁금증이 생길 만큼, 서로에 대한 감정의 확신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연기는 마법과 같은 사랑을 향한 90년대를 관통하는 낭만을 짙게 한다. 셀린 디온과 클리브 그리핀이 듀엣으로 부른 ‘When I Fall In Love’, 태미 와이넷의 ‘Stand By Your Man’ 또한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감독의 따뜻하면서도 달콤한 감성 한 스푼을 더해준다.
③ 1998년 <유브 갓 메일>
전작에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의 애틋함에 안타까웠던 것인지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 컷에 담아 1998년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로 찾아온다. 지금 시대에 유행하는 독립서점처럼 보이는 길모퉁이 서점과 웹서핑 초기 시절의 이메일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서로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빚어지는 사랑스러운 상황들로 러닝타임을 채운다. 문학과 뉴욕을 사랑하는 공통점을 가진 뉴요커 조와 캐슬린이 우연히 채팅룸에서 만나 친분을 쌓지만, 현실에서는 앙숙인 대형 체인 서점 폭스 북스의 사장과 길모퉁이 서점의 사장으로 빚어지는 갈등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담는다. 동생 델리아와 함께 집필한 이번 작품에서 자매의 문학적 소양 차이를 두 캐릭터에 녹여낸 듯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조지 버나드 쇼의 ‘캠벨 여사와의 서신 교환’, 영화 대부 등 자신들의 취향을 드러내는 문화적 언급을 통해 완전히 다른 성향과 성격임을 남녀 주인공에게 부여한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추억과 낭만을 간직한 작지만 예쁜 서점을 지키려는 감성적인 캐슬린과 따뜻한 마음에도 전형적인 비즈니스 마인드에 차갑게 비치는 조의 설정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의 쫄깃한 밀당을 더욱 마음 졸이게 한다.
익명에 숨긴 채 서로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행동과 매번 울리는 ‘You've Got Mail!’의 알림은 그들이 이미 서로를 알고 미워하지만 깨닫지 못했다는 상황을 재미있게 만드는 장치가 되고, 결말에 이르러 서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전환된다. 서로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들이 쌓여 그들이 마주한 혼란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감독의 운명론적 이야기는 컴퓨터를 켰을 때 설렘과 즐거움을 주었던 ‘You've Got Mail’ 알림음과 ‘당신이길 바랐어요’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통해 다시 한번 감수성을 폭발시킨다. 소소한 일상, 누구나 해보는 고민들, 사람들 간의 따뜻한 대화들이 담긴 섬세한 묘사들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이 통한다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처럼 여겨질지 모르는 지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 중간에 놓인 감독만의 감성을 품는다. 늦게 데뷔해 단숨에 최전성기에 오른 감독으로서 뉴욕을 향한 자신의 진심 어린 사랑을 가장 뉴욕다운 풍경으로 담아낸 실력,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의 더할 나위 없는 호흡, 꿈같은 사랑이 전하는 특유의 안락함은 이 작품을 최고는 아니더라도 명작으로 기억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운명과 뉴욕을 사랑한 뉴요커
우리가 사랑한 노라 에프론의 필모그래피에는 공통적으로 뉴욕이 배경에 꼭 들어간다는 것 외에도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는데, 첫째로 운명을 믿는 마음을 담아낸다. 조금 지나간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일명 ‘자만추’라는 정해진 소개팅이나 맞선이 아닌 남녀 주인공 모두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연애를 추구한다. 지고지순한 순애보 끝에 다다른 일방적인 구애가 아닌 N, S로 분리된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을 말한다. 오랜 친구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서도 일어날 수 있는 남녀의 스파크를 캐치해 ‘저럴 수도 있겠다’라는 운명적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믿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는 운명을 믿고 무작정 기다리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과 스스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내세우는 또 다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시나리오 데뷔작 ‘실크우드’에서는 진실과 권리를 되찾으려는 노조 대표를, ‘제2의 연인’에서는 자신이 경험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상처를 빗대어 현실을 딛고 일어서는 커리어 우먼을, 첫 연출 데뷔작 ‘행복찾기’(1992)에서는 판타지 속 백마 탄 왕자님의 등장을 기다리던 공주가 아닌 세상과 타협하기보단 자신에 대한 믿음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으로 인해 변화되는 상황과 이에 얽힌 운명적 상대를 그린다. 보수적인 90년대의 분위기에서 억압되었던 여성의 지위와 사회적 행동의 제약을 깨부수며 신여성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담아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그녀가 만든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았던 맥 라이언의 등장이다. 초창기 두 작품의 시나리오로 연달아 만난 메릴 스트립도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제2의 연인’에서 주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앞서 언급한 ‘행복찾기’에서 싱글맘 코미디언을 연기한 줄리 카브너 역시 큰 전환점을 만들지만, 노라 에프론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연달아 흥행한 세 작품의 여주인공을 맡아 완벽한 페르소나로 거듭나며 배우와 감독으로서 두 사람 모두가 인생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 시절 맥 라이언은 지금도 정석이라 불리는 숏단발컷을 유행시켰고 헐렁한 오버사이즈의 놈코어 룩으로 편안함과 러블리함, 커리어 우먼의 세련미를 동시에 추구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오죽했으면 ‘맥 라이언이 노라 에프론을 만났을 때’라는 제목 패러디가 생겼을 만큼 그저 귀엽기만 했던 한 여배우를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만들며 로맨틱 코미디의 황금시대를 스스로 열었다. 지금의 애인이 진정한 사랑일까라는 고민을 늘 품는 주인공에 어울리는 왠지 모를 나약함과 몽상적인 상상이 어색하지 않은 귀여움은 많은 이들을 판타지에만 존재할 것 같은 운명으로 초대했고 감독이 원하는 사랑은 인생이고, 인생은 판타지라는 꿈을 이루어낸 것이다.
또한, 고전 로맨스에 대한 적절하고 탁월한 활용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카사블랑카’와 우디 앨런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는 ‘러브 어페어’(An Affair To Remember)를 효과적으로 배치했으며, ‘유브 갓 메일’에서는 에른스트 루비치의 ‘모퉁이 가게’ 리메이크를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일반적인 로맨스 장르에서 보이는 허영심에 비친 비현실적인 요소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짜이지만 있을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펼쳐낸다. 첫 작품 ‘실크우드’에서는 기자였던 과거 시절처럼 냉정하게 사건을 파고들었고, 이혼 문제를 다룬 ‘제2의 연인’에서는 사회적인 시선과 문제에 대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 토로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공통분모를 찾아내 프레임을 씌우고 언제나 자신을 반영시킨 캐릭터를 통해 희망적 판타지의 결론을 통해 웃음과 설렘을 선사한 것이다. 남녀의 성격묘사에서 서로를 공격해 무너뜨리지 않는 선을 유지하면서도 행복한 사랑의 결말을 어색하지 않게 이끌어내는 묘미는 이러한 경험적 요인들이 작용해 관객이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인 부분을 파고든다. 그리고 감독에 이르러 공통적으로 내세운 운명이라는 주제에 대해 두 주인공의 만남에 마법 같은 느낌을 부여해 대중을 만족시키는 전형적이면서도 재미있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는 클래식 할리우드의 느낌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별은 영원히 반짝인다
어쩌면 로맨틱 코미디의 전성기는 지났어도 한참 지났을 요즘이다. 주인공 커플들이 재미를 선사하려고 온갖 멜랑꼴리한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대중들은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애틋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브리짓 존스의 일기’,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로맨틱 홀리데이’, ‘500일의 썸머’, ‘비포 선라이즈’, ‘노트북’,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좋은 작품들도 많았지만, 정확히 로맨틱 코미디로 한정 지었을 때 2000년대 중반 이후 큰 성과가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라스트 크리스마스’ 등이 다시 불길을 살리려 하지만, 지금 영화 업계에서 슈퍼히어로물이나 액션 영화 등 속편, 스핀오프, 리부트라는 명명하에 흥행하면 좋다는 식으로 찍어내는 제작사의 방식도 현실적 어려움을 더한다. 궁극적으로 볼만한 작품이 아니면 극장에 가지 않을 정도로 삭막해진 현실과 DM으로 고백과 이별을 전하는 세대들에게 있어 과거 로맨틱하고 희망적이며 사랑스러운 운명의 만남으로 관객의 애간장을 태우며 감정을 이입시켰던 전형적인 로맨스 방식은 이제 꿈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 자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이 옛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 감성과 레트로라는 문화를 이끌며 다양해진 OTT 서비스를 통해 고전 멜로/로맨스와 로맨틱 코미디를 접하며 변화하고 있다. 이 점에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그걸 전문용어로 개멋 부린다 그러지. 좀 더 고급진 말로는 낭만이라 그러고. 난 믿고 있어’라는 명대사처럼 시대가 변하며 뻔한 로맨스라 여겨지는 지금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보는 영화 목록에서 늘 빠지지 않고 저장되며 로맨스 하면 TOP 10에 꼽히는 건 희망적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로맨스를 보면서 주인공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첫사랑처럼 다가온 운명의 두근거림과 가슴 뛰는 순간들을 경험하며 타고난 이야기꾼의 감성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시대적 분위기와 세대의 취향은 시시각각 바뀌어 갈지 몰라도 최소한 낭만은 계속 이어지고, 여전히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또 다른 노라 에프론의 등장을 희망하며 사라지지 않을 로맨틱 코미디의 별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언제고 다시 시작될지 모를 로맨틱 코미디의 전성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에 대해 칼럼식으로 써봤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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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5]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가 지난 주 개봉했습니다.
흑백영화로 촬영된 영화는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시절 쓴 자산어보의 서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을 가미하여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매우 아름답게 촬영이 되어서 하나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정약전은 기본적으로 평등주의적이고 평화주의적인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반면 창대는 성리학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진리라고 생각하고 그 길로 향하려 하죠.
서로 관계가 처음에는 좋지 않지만 정약전은 창대에게 책에 대해 알려주고 창대는 정약전에게 어류에 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서로 교환으로 시작한 이 관계는 점점 깊어지죠.
결국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에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구요자세한 내용은 리뷰를 참고해주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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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와, 이제 그만 기다려.” / 박보영, 송중기 주연 늑대소년 명대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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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Alone Together - Mona Wonder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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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어드벤처 비하인드 영상
<캐리비안의 해적> 디즈니 제작! 이번엔 아마존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지는데…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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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앰뷸런스> 파이널 예고편
두 형제의 위험한 질주와 폭발하는 리얼 액션! #앰뷸런스 보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