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2-29 23:00:30
이렇게 귀여운 약초 오타쿠라니
약사의 혼잣말
간만에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생겼다. 나는 소위 말해 머글이기 때문에 매니악한 애니는 보지 않는다. 그냥 관심이 안 간다. 오히려 소소한 애니만 보는 편인데, 넷플릭스를 표류하다가 세상 귀여운 애니를 발견했다. 뭐, 워낙 나는 늦박을 타는 인간이라 이걸 왜 이제 알았을까 싶었다. 뭔가 맘편히,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스무스하게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추리부터 살인까지 서스펜스가 있지만 주인공이 너무 귀여운 점이 더 와닿는다.
주인공은 유곽에서 약사로 일하는 마오마오. 양아버지가 유곽의 약사라서 그녀도 녹청관이라는 기생집에 드나들며 약사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수많은 약에 대한 실험을 하기도 하고 사람을 치료하면서 일종의 과학자 같은 성향의 여자라고나 할까. 여자로 태어나면 남자의 사랑을 받는 게 당연한 시대에서 그녀는 그저 약사로서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약초를 캐러 돌아다니는 게 더 좋다. 그러니 후궁으로 팔려가서도 절세미남 진시를 보고서도 역겨워하는 것이겠지. 이 캐릭터의 성격이 너무 호감이었다. 픽션이라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모든 일을 척척 잘 해내는 점도 참 부러운 지점이었다. 하지만 너무 만능이기도 하고 추리의 과정에 추측에 기반하는 것이라 추리의 과정이 오, 그럴듯하다는 느낌까지 들진 않는다. 말하자면 추리 과정을 견고히 쌓지는 않은 서사라는 것이다. 그저 주인공이 귀엽고, 호감이니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꾸준히 새로운 캐릭터들의 매력이 보여서 그 점도 질리지 않고 보게 되는 매력이다.
궁궐의 절세미남이자 환관인 진시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하지만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가 될 테니 말은 안하겠지만 진시의 존재가 뭐랄까 현실적이지 못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아직 수면위로 올라오진 않았지만 진시의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그 과정이 너무 읭스러운 감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뭐, 흥미진진한 서사를 위해서라고 한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아직 완결이 난 작품은 아니라서 나의 글이 그저 '오, 이런 것도 있었어?'라며 누군가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그거면 됐다. 혹시라도 부담없이 볼만한 애니메이션이 취향이시라면 넷플릭스로 ㄱㄱ 해보기시를 바란다. 이상 끝.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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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아이 캔 스피크>
* 이 영화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간단한 감상을 원하시는 분은 처음 두 단락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영화를 감상하신 후에 다시 보러 와주시기 바랍니다.
간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말하자면 아주 잘 차린 가정식이라는 인상을 준다. 너무 맵거나 짜지도 않고, 적당히 감칠맛이 도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맛있고 자꾸만 생각나는. 그리고 건강하고 배부른 한 끼 식사.
성급한 일반화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영화를 보고나서 이토록 개운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서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한국민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 그것을 자극적이지도, 신파적이지도 않게 완급을 잘 조절했다. 사건의 진행은 나름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고, 인물들 간의 관계도 촘촘한 편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숨어 있는 위트들은 어떤 사람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그래서 편하다.
아래에서는 영화 전반에 관한 간단한(혹은 두서없는) 감상을 다룰 것이다.
1. 인간적인 원칙주의자들의 만남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철저한 원칙주의자의 양 끝단에 서 있다. 나옥분(나문희 분)은 도깨비 할머니라고 불릴 정도로 구청 직원들과 시장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는 극성스러운 민원인이며, 유민재(이제훈 분)는 그런 옥분을 상대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류부터 제출하시라'는 말을 하거나,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상대에게 당당하게 그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원칙주의적인 직원이다.
이런 원칙주의자들은 사실 적이 많다. 사람들은 원칙에 벗어나길 좋아하니까. 옥분에게는 시장과 구청 사람들이 그렇고, 민재에게는 그의 하나 뿐인 동생이 그렇다. 그들이 겪는 갈등은 원칙을 지키려는 자와 그것을 피해 가려는 자의 대립에서 피어나게 된다. 카메라는 그들의 이런 모습을 먼저 조명한다.
언뜻 보기에 옥분과 민재, 이 두 사람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도 보인다. 옥분은 할 일 없어 허구한 날 구청을 찾아와 민원이나 넣는 극성스러운 할매고, 민재는 토익 950점에, 업무처리까지 탁월해 구청장에게까지 인정받는 능력있는 인재다. 그런 민재는 정도도 모르고 구청 직원들을 성가시게 하는 옥분이 못마땅하다. 더군다나 뜬금없이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억척스럽게 달라 붙으니 그녀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러나 사실 이런 원칙주의자들은 오히려 합이 잘 맞기 마련이다. 사실 상 두 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칙주의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옥분의 원칙주의는 그녀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불의에 대한 저항감에 기인한다. 무척 깐깐하고 무작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설령 그것이 오지랖이고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지언정 그녀는 그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불의와 불합리함들이 사람을 어떻게 다치게 하는지를 그녀는 이미 겪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억척스러움이, 마냥 밉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그녀의 사정에 있다. 그녀의 결핍, 그러니까 가정의 부재와 아픈 과거로 인한 상처는 도리어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다.
민재의 원칙주의는 다소 엘리트주의적으로 보인다. 옥분이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할 때 일부러 어려운 단어들을 숙제로 내주고 외워오라고 하거나, 건물 재건축(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과 관련된 일로 구청장에게 편법을 제안하는 것은 얄밉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모습은, 타고난 본성일 수도 있겠지만, 어린 동생을 홀로 부양해야 하는 그의 사정과도 크게 떨어져 있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부모님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는 좀 더 단단해지고, 좀 더 능청스럽게 그의 삶을 살아나가야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옥분의 등장은 그를 난감하게 한다.
결국 두 사람의 원칙주의는 그 성질이 다소 달라보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두 사람은 인간적이다. 이러한 원칙주의와 인간미는 두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게 하면서, 동시에 서로에게서 닮은 점을 찾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는 관객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두 주인공들의 만남을 애정 어린 눈으로 감상할 수 있게 돕는다.
2. 나는 말하고 싶다!
민재와 옥분의 기나긴 실랑이는 민재가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끝이 난다. 민재는 온갖 재치있는 교수법을 동원해 그녀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열정적인 학생인 옥분은 그를 통해 아주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훌륭한 한 사람의 영어 화자로 거듭난다.
이러한 모습은 언뜻 많은 영화에서 그려온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재능은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못한 제자가 좋은 스승을 만나서 그의 꿈을 이룬다는 플롯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말하자면 전형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좀 더 특별한 것은, 단순히 영어를 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이 옥분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영어는 말하자면 수단이다. 그녀에게는 많은 동기가 있다. 영어를 할 수 있어야 먼 타지에서 떨어져 사는 그녀의 남동생과 소통할 수 있고, 세계에 그녀와 그녀의 벗들이 겪었던 억울한 사연을 알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 절실했고, 더 열정적이다. 민재가 한 일은, 그런 그녀를 살짝 보조(Nudge)해준 것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재는 아주 좋은 교사다. 그는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파악해 가르쳐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 노래를 통해 가사를 외우는 것은 꽤 구시대적인 교수학습법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효과적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옥분이 먼저 찾았던 학원 강사의 모습과 대비된다. 그러나 강사의 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반에는 너무 많은 학생이 있었고, 따라서 학생 개인에게 관심을 두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바람직한 방법은 학원에서 그녀를 위한 특별반을 마련해주는 것일 텐데, 학원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므로 그다지 끌리는 조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영어 과외를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사실 전문 과외 선생도 아닌 민재를 영어 과외 선생으로 들인다는 것 자체가 좀 넌센스이기는 하지만 영화적인 장치로 이해해 보자.
사족 같이 덧붙이자면, 사실 그녀는 이미 상당한 영어 실력의 소유자다. 그녀는 영어학원에서 민재와 원어민 화자가 대화하는 것을 얼추 이해할만큼 능력이 좋다. 영어를 차치하더라도, 그녀는 각종 민원을 꼼꼼하게 지적해 제출할 정도로 법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이다. 그녀는 단순히 노력만 열심히 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아주 영민하고 또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녀의 잘못을 잘 시인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안다. 이는 좋은 학습자의 자세이며, 그녀가 끊임 없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임을 시사해준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녀가 만약 그녀의 아픈 과거가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더 많은 것을 꿈꿀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너무나 가슴아팠다. 그러나 현실의 그녀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충분히 멋있기 때문에, 너무 아파하지만은 않을 수 있었다.
3. 사건이 아닌, 인간 나옥분
이 영화에서 특히 높이 평가하는 것 중 하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녀를 단순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건'의 대상이 아닌, 그러한 아픈 과거를 지닌 한 사람의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녀는 누군가의 어머니도, 아내도 아니다.
물론 이는 그녀의 아픈 관거에 기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점은 오히려 그녀를 누군가의 보조자가 아닌, 그녀의 삶의 당당한 주체로서 바라보게끔 한다. 그녀는 매일 같이 구청을 찾아 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한 사람의 영웅이자, 정심과 진주댁에게는 소중한 벗이, 그리고 민재와 그의 동생에게는 의지를 하면서도 또 의지가 되는 사랑스러운 이웃이자, 새로운 가족이 되어 준다. 비록 그녀는 일제에 의해 그녀의 삶의 일부를 강제로 빼앗긴 적이 있었지만, 그래서 남들은 다하는 시집도 가지 못하고 속을 앓으며, 죄인처럼 스스로를 숨기면서 살아가야 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녀의 의지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해 나가며 살아간다.
영화의 카메라는 그녀의 이러한 모습을 조심스럽게 쫒아간다. 관객은 우선 한 사람의 인간인 나옥분을 조명하고, 그녀의 삶을 하나씩 나열해 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강압적이지 않게, 개연성있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아픔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그러한 아픔을 무대의 전면으로 내보내면서 소위 '위안 부 피해자'의 문제가 단순히 우리와 동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가장 내밀한 이웃에게 벌어지는 일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이 겪는 아픔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3. 우리에게는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웃들이 있다.
옥분이 스스로가 위안부 피해자임을 신문을 통해 알렸을 때, 그녀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녀를 쉬쉬하고 그녀의 아픈 과거를 덮으려고만 했던 그녀의 어머니와 그 시대의 옛날 사람들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좀 뻣뻣하고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애정어린 방식으로 그녀의 아픔에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그녀를 돕고자 애쓴다. 그녀를 끌어 안는 진주댁과 민재의 모습, 그리고 몰래 문틈에 돈봉투와 편지를 끼워 넣고선 먼 발치에서 허리 굽혀 이사하는 족발집 처녀, 그리고 증언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그녀에게 이것저것 많은 선물을 챙겨주는 다른 시장 주민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이웃들의 모습은 그녀가 위안부 증언대에 서지 못할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금 나타난다. 민재를 중심으로 하여 구청 직원들과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탄원서는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 그녀가 그녀의 말을 할 수 있게끔 돕는다. 이러한 전개는 영화 '마션'에서 보았던 것과 또 조금 다른, 한국적인 인간미가 우리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쾌감을 안겨준다.
인생은 때론 고달프고, 때론 원망스러울 정도로 야박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 안에는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를 돕고자 하는 인간애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것을 조명한다. 다소 식상한 전개임에도 이것이 싫지 않은 이유다.
4. 사이다 썰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피엔딩
결국 옥분은 친구인 정심의 소원을 위해, 그리고 그녀가 그녀 자신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미국으로 가 위안부 피해자 사건이 실존함을 세계에 알린다. 그녀의 증언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다. 그녀는 일본군에게 무조건적인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조목조목, 그녀의 억울함을 논리적으로 토로한다. 그녀가 한 사람의 증언자로 나섬으로써, 그녀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원칙주의적 면모의 사연을 이해하게 되고, 그녀는 그녀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으로서 거듭난다. 그리고 그녀의 아픔으로만 남았던 사건은 세상에 공식적인 범죄로서 공표된다.
건물 상가를 철거하려던 건물주와 시장 주민들(사실 주민'들'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나서서 해결하고자 했던 인물은 여태 옥분 하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만이 유일한 민원인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영화 표면상에 나타난 것은 그렇다.)의 갈등은 민재의 중재를 통해 잠정적으로 중단된 것처럼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이건 시원스러운 '사이다 썰'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그들의 선조들이 벌인 만행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이러한 까닭에 이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것으로 머문다. 또, 건물 철거 건도 사실은 해결된 것이 아니다. 영화는 건물주가 그의 고집을 철회하겠다 하는 장면 같은 것은 집어 넣지 않았다. 다만 유예될 뿐이다.
이렇듯 영화를 이끌어 가던 두 가지 큰 사건은 사실 상 명확하게 끝맺음 지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화장실을 갔다가 볼 일을 시원스레 마무리하지 못한 듯한 찝찝함은 남아 있지 않다. 왜일까? 그것은 옥분과 민재라는 인물이 이러한 사건들을 언젠가는, 조금씩, 설령 그것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그러한 불의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사실, 이 두 가지 큰 사건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의 자잘한 사건들은 꽤 순조롭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옥분과 구청 직원들, 시장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민재와 민재 동생의 갈등은 사그러들었고, 옥분은 또 다른 증언을 준비하고 있으며, 민재는 준비 중이던 7급 공무원이 된다. 희망적이다.
5. 좋은 배우들, 좋은 연출. 삼시 세끼 먹어도 좋은 영화이제훈과 나문희의 조합, 정말 좋다. 나문희는 우리네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고, 이제훈은 그런 그녀의 훌륭한 보조자이자, 그 개인의 이야기에서는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그리고 개선해나갈 줄 아는 입체적인 인물로 잘 소화해냈다.
연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언급했으므로 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눈물짓게 되는 장면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는 불쾌하지 않다.(불쾌한 신파의 한 예로, '7번방의 선물'은 너무나 고통스럽게 관객의 눈물을 쥐어 짠다.) 억울해서 마지못해 짜내는 종류의 눈물이 아니다. 그것은 순수하게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 그리고 감동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이다. 좋은 눈물이다. 필자는 영화관에서 우는 것을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영화라면, 충분히 울 가치가 있다.
이 영화는 여러 사건을 차근차근 놓아서 하나의 큰 사건으로 끌고 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은 지루하지 않다. 뒷 이야기가 자꾸만 궁금해진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다. 물론 옥분과 민재의 만남을 위한 장치들(가령 민재의 동생과 영어 학원에서의 만남)나, 옥분을 둘러싼 사건들이 희망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이 정도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줄만 하다. 중간 중간에 담긴 위트는 재치있다. 재미있는 영화가 되기 위해서 차별과 혐오를 담아야 한다는 것은 괴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몸소 증명해준다. 그것이 없어도 충분히 영화는 재미있을 수 있다. 만약 건강한 영화의 교과서가 필요하다면, 나는 자신 있게 이 영화를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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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소울 (SOUL)
소울
감독 피트 닥터
출연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네이버 평점 : 9.32 / 10 (네티즌 평점 기준 참여인원 8,230명)
왓챠 평점 : 4.1 / 5 (참여인원 4.8만 명)
개인 평점 : ★★★★★ (5 / 5)
소울 리뷰 3줄 요약
1. 영화가 끝나고 여운이 남는 작품
2. 사후 세계 내용 같지만 주로 생전 세계(?)와 삶의 의미를 다룬다.
3. 픽사 작품 중 가장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 소소한 쿠키영상 있음
(큰 의미 없는 쿠키영상이지만 크레딧이 내려갈 때에도 귀여운 영혼 캐릭터가 꾸준히 등장하니 보고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음)<소울>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소울>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 픽사의 22번째 작품
소울은 픽사의 22번째 작품으로 이를 기념해 작중 어린 영혼 주인공의 이름 역시 22번이다.
픽사의 역대 장편 영화 중 가장 어른스러운 작품으로 직전 작품이었던 온워드가 굉장히 어린이용 작품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 피트 닥터와 그의 전 작품 [출처: 씨네 21 인터뷰, 네이버 영화]
- 픽사 3 대장 피트 닥터
픽사에는 토이스토리 1편부터 작업을 해왔던 3명의 애니메이터 겸 감독들이 있는데 이들이 감독, 원안 등에 참여한 작품을 모두 나열하면 전체 작품의 70%에 다다른다.
그들이 바로 피트 닥터(업, 인사이드 아웃), 앤드류 스탠튼(니모, 월 E), 존 라세터(토이스토리, 카)로 존 라세터는 2018년 파문을 일으켜 현재는 퇴출당했다. 그리고 피트 닥터는 현재 퇴출당한 존 라세터의 뒤를 어이서 픽사의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를 담당하고 있다.
<소울>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 생전 세계를 다룬 스토리
보통 영화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건 사후 세계지만 소울에서 주로 다뤄지는 배경은 생전 세계이다.
즉, 태어나기 전의 세계를 메인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영혼을 소재로 하는 작품치고 이런 독특한 설정들이 뻔할 수 있는 소재를 신선하게 담아내는 지극히 픽사스러운 상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영혼들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관리자들의 묘사를 추상화스럽게 표현한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이었다.
<소울>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 재즈는 언제나 즐겁다
주인공이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인물이기 때문에 영화 속 노래들이 거의 재즈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재즈가 흐르는 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재즈 영화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재즈의 멜로디는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게 있어서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영화 속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여운을 느껴보기 좋다.
- 소울 메인 예고편
<소울> 메인 예고편 [출처: 디즈니 공식 유튜브]
H, E, (LL) 두 개의 하키 스틱ㅋㅋㅋㅋㅋㅋ
찐 새로운 인생과 리뉴얼 새로운 인생이랄까
※이후부터 스포일러
+글쓴이의 생각의 흐름
스포 방지 용 <소울>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어떻게 생각해보면 아르키메데스 때부터 살아온(?) 그리고 그 무수한 멘토들과 함께 보내본 22번에게도 모르는 세상(현실의 지구)이 있다는 것에서 경험의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즐거움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것을 경험할 때 온전히 즐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해준다.
살아가는 태도는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다.
마음가짐에 대한 유명한 일화로 낡을 만큼 낡아버린 예시지만 원효대사 해골물이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찰떡 비유이기 때문이다.
물론 원효대사는 '속았다!'라고 느껴지는 느낌이 강하지만 우리가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가 우리의 평가와 판단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긍정적 마음으로 생활한다면 실제로도 하루 동안 생기는 많은 이벤트들이 긍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긍정이 답은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주식이라던가... 주식이라던가...)에서는 예측된 긍정론을 경계하는 것도 좋은 판단에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결론은 조금 더 우리 일상 속 순간순간의 경험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 속 소소한 경험, 지나가는 삶에 지나치게 무심하곤 하다.
예를 들면 출근길에 바라보는 창밖은 우리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도 누군가에겐 감동을 줄 수 있는 풍경이고
누군가에겐 힐링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좋아하는 포인트들을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마치 사탕을 좋아해서 한 움큼 집어 올 줄 아는 22번처럼 말이다.
우리는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른다.
주인공에겐 재즈였고 22번에겐 재즈한 행동들이었다면 우리가 즐거워지는 순간들,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물건들, 행동들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이 일상에 녹아내려있을 때 한층 풍부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굉장히 몰입해도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그것은 실시간으로 느끼는 부분이 현저하게 적다는 것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반대로 풍부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에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루가 너무 긴 것도 좋지만은 않겠지만 가끔 하루 속에 풍부하고 풍성한 순간이 숨어있는 것은 굉장한 힐링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것이 여행이기도 하고 그런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재충전과 에너지를 부여해 주기 때문이다.
소울이 품고 있는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약간의 사담을 더하자면 소울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리 일상 속에는 혼, 영혼과 관련된 표현들이 많다. 예를 들면 혼을 담다, 영혼이 없다, 혼이 나갔다.
굉장한 집중을 이루어냈을 때 소위 하얗게 불태우면 혼을 담았다고 한다.
나의 혼이 담길 만큼 그것과 밀접하게 교류했다는 의미이다.
영혼이 없다. 말 그래도 아무런 느낌 없이 감정 없는 표현에 쓰이는 말이다.
혼이 나갔다.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는 보고 들을 수 있지만 혼이 나가서 봐도 모르고 들어도 모르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혼내다의 어원도 영혼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생각보다 많은 단어에 있었다는 게 조금 신기하더라.
이렇게 생각하면 영화 속 영혼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어린 영혼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성격 가치관 등을 장착한다.
앞서 살펴본 단어만 보더라도 우리는 영혼을 생각할 때 그 사람의 생각, 성격을 담고 있다고 여기고 굉장한 몰입을 영혼과 연결시킨다
또한 감정적인 포지션을 느끼는 역할을 영혼에게 주어주고 있기 때문에 영화 속 소울에 대한 묘사가 꽤나 원초적인 영혼에 대한 생각들을 잘 표현해 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를 잘 하진 못하지만 소울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을 찾아봐도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게 아무래도 혼에 대한 이미지나 인식은 문화를 벗어나서 다르지 않은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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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름, 폴 메스컬 캘럼은 즐겁고도 우울했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른 해가 넘게 살았으나 유년 시절은 삶의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내 경우, 그러한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부모님과 보냈는데, 부모님과 함께한 나날들은 분명 아주 소중하고, 대체로 즐겁고 행복했지만, 때때로 우울하거나 서러웠다. 내 부모님이 나를 부적절하게 해코지를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보다 좀 더 사소한 일이다. 예를 들어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짜증을 내던 엄마라든가, 내가 떼를 쓰는 것을 모른 척 하는 아버지라든가, 나는 잘 모르는 어떤 일로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아 있어서 다가가기조차 무서웠던 당신들... 이런 것들 말이다. 이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었을까? 음, 여기서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그들이 왜 그래야 했을까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그들을 부모가 아니라 각각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면서. 그들이 가슴에 품었을 생각이 무엇이었을지 가늠해보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니 얼마쯤은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영화 <애프터 썬>을 이런 시각으로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1. 어느 부녀의 튀르키예 여행
어른이 된 소피는 낡은 캠코더 너머로 어느 추억의 단편을 살핀다. 그 곳에는 어린 소피와 그의 아버지, 폴 메스칼 캘럼이 있다. 이혼 이후 멀리 떨어져 살던 두 사람은 모종의 계기로 인해 함께 튀르키예 여행을 떠난다. 좋은 추억을 남기자고 약속하면서.
그러나 그러한 기약은 쉬이 힘을 잃고, 아버지와 딸은 시종 불안하다. 각자의 사연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다.
2. 방황하는 자
영화 전반에 걸쳐 그들은 방황한다. 뿌리를 둘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어디에 소속되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피는 밝고 명랑한 아이로 자라났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는 스스로가 누구를 사랑해야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는 남들과 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깨닫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으므로, 아이의 끝자락은 으레 그렇듯 혼란스럽고 두렵다. 그리고 외롭다.
이러한 사정은 폴도 다르지 않다. 자세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그에겐 깊은 시름이 있다. 그를 충분히 아끼지 않은 부모라든가, 사업의 실패, 이혼 그 중 일부이거나, 그 모든 것이 그를 고통스럽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그는 우울하다. 명상과 농담 따위로 그에 저항하고자 애썼으나, 그럼에도 우울은 온다. 그의 눈에는 생의 의지는 보이지 않고, 해가 자취를 감추면 깊은 무기력함과 슬픔이 그를 잠식한다. 그는 서서히 질식해들어간다. 그 깊은 어둠에.
3. 누군가의 태양
그러나 우울증 환자라고 해서 기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태양이 솟아 오르듯 폴에게는 소피가 있다. 우울한 아버지도 천진한 딸아이 곁에서는 그나마 미소지을 수 있는 것이다.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소피는 폴에게 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숱한 사랑-어떤 종류의 것이든-의 실패를 겪은 그에게 가장 살뜰한 애정과 이해를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소피였으므로. 그러므로 소피는 폴의 친우이자, 이해자이고, 태양이며, 그를 살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Queen의 'You're my best friend'의 가사에서처럼 말이다.
이렇듯 소피는 폴의 유일한 태양이자 사랑이자 벗이었으니, 그는 더 깊은 우울에 빠져 더는 헤어나오지 못하기 전에 딸을 위한 무언가를 준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없는 형편에 튀르키예 여행을 준비한 것은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4. 그러나, 해는 지기 마련이다.
폴과 소피의 여행은 얼마쯤 즐겁고, 얼마쯤 우울했다. 소피는 제게 충분히 호응하지 않는 아버지가 답답하고, 폴은 그런 딸에게 부채감 같은 것을 느낀다. 그는 서서히 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으므로. 귀여운 딸이 준비한 생일 축하 이벤트에도 기꺼이 웃지 못한 것은 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어서였으리라.
여행지에서 할 만한 건 다 했는데, 어쩐지 그는 무기력하다. 놀러오기는 했는데 자꾸만 잠을 자고, 늘어지고, 웃으면서도 웃음기가 없다.
5 second of summer의 'Try hard'의 가사들처럼, 소피는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러나 폴에게는 그런 딸조차 치유하지 못할 어둠이 있었다. 우울이란 그렇다. 깊은 물 속을 허우적거리고 군중 속을 끝없이 헤매는 기분. 그것은 아주 개인적인 것이어서 타인의 눈에는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상대가 필사적으로 그것을 감추려고 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생각해 보라. 어느 아버지가 딸에게 자신의 어둠을 보여주고 싶어하겠는가? 폴은 소피만큼이나 필사적이었을 것이다. 가장 소중한 이가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5. 해가 진 다음의 이야기
여행의 마지막날, 소피는 어머니에게로 돌아가고, 폴은 다시금 우울의 품에 안긴다. 해가 부재한 그곳으로.
평생토록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인생이 실패투성이라 여기던 아버지는 영영 딸과 이별하게 되었을까? 영화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막연하게, 어른이 된 소피는 캠코더 너머의 아버지를 본다. 그리고 어느 우울 너머에 서 있을 아버지를 본다.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 그의 눈에는 얼마쯤의 애정과 연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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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폴의 결말이 어땠을지에 대해 논하고 싶지 않다. 영화가 그것을 열어두었다면 나 또한 그러고 싶다. 그보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폴과 소피가 서로를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에 대해서이다. 비록 서로 상처를 줄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함께함으로써 행복했고 그것은 분명 어떤 의미로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폴은 어떤 아버지인가? 우울을 빌미로 생으로부터 도망친 비겁자인가? 실패자인가? 아니,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폴은 그 모든 우울에도 불구하고 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딸이 그 나름의 삶과 사연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랐다. 설령 제 자신이 부재할지라도 그 아이가 언제까지고 빛나기를 바랐으므로.
어른이 된 나는 때때로 내 또래였을 부모님에 대해 생각한다. 폴이 그러했든 내 부모님도 당신들 나름의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부모면서 각각의 개인이고, 그 개인들은 각자의 삶이 있을 것인데, 그 각각은 한 사람의 것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세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삶을 각각 살아가면서도 그 삶의 한편을 나를 위해 내어 주었다. 그러므로 나는 내 유년 시절에 때때로 나를 서럽게 했던 그들을 이해하기로 했다. 어쨌건 그들이 보였던 헌신과 사랑만큼 진실된 것은 없으니까.
나는 아직 부모가 되어 보지 못했으므로 부모의 마음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헤아릴 길이 없다. 다만 내게는 내 삶을 함께 한 몇몇 반려동물들이 있었고, 그들로 말미암아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해 볼 뿐이다. 내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무조건적이지는 않지만 진실된 사랑을 포함한다. 때때로 미숙할지언정 그 사실은 변하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나는 영화 <애프터 썬>의 폴이 소피에게 증명해 보인 사랑을 얼마쯤 원망할지언정 미워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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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셋째 주 OTT신작 추천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주말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매 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OTT 플랫폼의 신작 소개를 하는 시간!
2월 셋째 주의 씨네랩의 추천 신작은 무엇이 있을지 다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텍사스 전기톱 학살, 넷플릭스
영화 | 넷플릭스 오리지널 | 81분
감독 : 데이빗 블루 가르시아 | 출연 : 세라 야킨, 엘시 피셔, 마크 버넘 등
넷플릭스 공개일 : 2022년 2월 18일 (금요일)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년작) 1편의 사건 이후 50년이 지난 현재를 시점으로 텍사스의 한 유령도시를 찾은 인플루언서들이 조용히 있던 '래더페이스'를 깨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관전 포인트* : 상징적인 공포영화의 귀환입니다. '래더페이스'라는 기념비적인 슬래셔 살인마 캐릭터를 탄생시킨 영화 <텍사스 전기톱 학살>인데요.
'텍사스 전기톱'이라는 제목의 공포 영화는 국내에서 다양하게 불리고 있습니다.<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등이 그 예인데요.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오리지널 1편의 제목과 같습니다. 시리즈 상으로는 9번째 영화이지만 그 전작들과는 무관한 오리지널의 직접적인 후속편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1편이 개봉한 지 50년이 지난 현재 개봉하는 엄청 도전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희대의 살인마 '래더페이스'의 등장과 오리지널 캐릭터 중의 한 명이 출연을 예정하고 있으니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어떤 하녀의 일기, 왓챠
영화 | 프랑스, 벨기에 | 96분
감독 : 브누와 쟉꼬 | 출연 : 레아 세이두, 뱅상 랭동 등
영화 개봉일 : 2015년 8월 6일 개봉
왓챠 공개일 : 2022년 2월 10일 (목요일)
"뛰어난 미모, 파리 출신의 세련된 패션감각, 도도한 성격, 주인을 비웃는 자신감까지.
모든 남자들의 추파와 모든 여자들의 질투를 받는 그녀. 세상 가장 발칙한 하녀 ‘셀레스틴’의 등장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드는데… "
*관전 포인트* : 최신작인 <프랑스>의 레아 세이두를 보면서 배우의 연기력과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으로 다양한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에서도 존재감있는 캐릭터를 보이고 있는데요.
배우 '레아 세이두'의 매력이 넘치는 영화로 <어떤 하녀의 일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어떤 하녀의 일기>는 프랑스 영화만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드립니다.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들의 매력, 그리고 배우들의 뿜어내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인만큼 '레아 세이두'는 물론 프랑스의 대표 연기파 배우인 '뱅상 랭동'의 빛나는 연기력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
3. 휴가 , 왓챠
영화 | 한국
감독 : 이란희 | 출연 : 이봉하, 김아석, 신운섭, 김정연, 이승주 등
영화 개봉일 : 2021년 10월 21일
왓챠 공개일 : 2022년 2월 10일 (목요일)
"해고 5년차, 천막농성 1882일째 재복은 노조가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열흘 간 집으로 휴가를 떠나온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챙기고 아르바이트로 돈도 벌며 잊고 있던 워킹&쿠킹 홀리데이로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한다. 휴가의 끝이 보일 즈음 재복의 두 딸은, 아빠가 농성장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라는데... "
*관전 포인트* :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3관왕 수상작
제64회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특별언급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과 극찬을 받은 한국의 독립영화입니다.배우 출신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이란희 감독이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노동의 가치'에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2021년 국내의 영화평론가들 대상으로 한 '2021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도 여러번 선정된 웰메이드 작품인데요.
이란희 감독의 오래된 취재와 연대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인권영화로 평가받고 있으며, 관객 모두에게 진하고 짠한 진짜 위로를 선사합니다.
극장 관람을 놓치신 분들은 꼭 왓챠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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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과연 장마속에서도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많아질지 우려가 됩니다.
자 그럼 6월 넷째 주 주말 동안 극장가를 달군 영화들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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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6월 넷째 주, <범죄도시3>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한 <엘리멘탈>!
주말관객수 49만명, 누적관객 수 120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960만을 넘겨 1000만이 코앞인 <범죄도시3>가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였고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3위에 올랐습니다.
1. <엘리멘탈>
한국계 재미동포 2세인 피터 손 감독의 작품 <엘리멘탈>이 <범죄도시3>를 제치며 1위에 올라섰습니다.
매출액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누적관객수는 100만을 넘겼습니다.북미에서의 흥행실패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입소문을 타며 디즈니,픽사를 대표하는 또 다른 웰메이드 작품 <소울>보다 빠른 기록으로 장기흥행에 성공할지 주목됩니다.
2. <범죄도시3>
1위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범죄도시3> 일일관객수는 현저히 떨어졌지만 개봉한지 한달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주말관객수 43만명을 기록하며 1000만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3.<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한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6월 21일 개봉하면서 주말 관객수 24만명을 끌어 모았습니다 이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보이며 승승장구한 스파이더맨은 호평과 찬사가 이어지면서
기대를 한층 더 높였습니다. 특히 전작의 장점을 살려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더했다는 평입니다.
4. <귀공자>
김선호의 1년만의 복귀작 <귀공자>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영화로 평가되고 있으며
어떠한 입소문또한 들리고있지 않습니다.
5. <플래시>
에즈라밀러의 논란때문일까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6일 개봉임에도
성적이 오르지 않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적관객수 50만명에 그쳤으며 날이 지날수록 일일 관객수는 현저히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6월 넷째 주 북미 박스오피스 역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1위를 차지하였고 <엘리멘탈>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플래시>가 3위, 제니퍼 로렌스가 제작한, 출연까지 겸한 <노 하드 필링스>가 23일 개봉을하면서 4위,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이 5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총 수익 13억 달러를 넘어서며 미국에서도 역주행하며 1위 재탈환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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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6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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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마법세계
-비전문가의 개인적인 감상 및 해석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스포일러 포함 / 기억에 의지해 쓴 리뷰라 영화와 다른 부분 존재할 수 있음.종종 추억에 젖어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는 영화가 있다. 내게는 해리포터가 그런 영화였다. 8살에 처음으로 접한 원작 소설은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있는 나이였으나 '마법사의 돌'이 알려주는 세상은 전혀 달랐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앞으로도 겪을 일 없는 세상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더라. 꽤 이른 나이에 책을 접한 터라 마법 세계와의 접점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럴 리 없다고 되뇌이면서도 호그와트 추천서가 날아오면 답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든가, 창문을 열어놓고 밤이 되면 하늘에서 부엉이를 찾아본다든가. 호그와트 과목 중 무엇을 제일 배우고 싶은지 고민하고 가고 싶은 기숙사를 고르기도 했다. 머릿속에서 구축된 세계는 영화를 보고나 더욱 자세해졌다. 그 세계는 아직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다. 나는 여전히 해리포터를 떠올리고, 삼총사의 이야기를 곱씹는다.
아무리 뒷이야기가 망하고 설정 구멍이 여러 개가 드러나도, 내게 있어서 해리포터는 여전히 아름답고 흥미로운 최고의 판타지 영화다. 무엇이든 '처음'이 가지는 힘은 무시할 수 없다.
해리포터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마법사의 돌'이다. 1편은 머글의 삶을 살던 해리가 마법사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호그와트 신입생일 때 겪은 일을 담고 있다.해리는 더즐리 가족과 함께 사는 내내 학대를 받았다.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짜증난다. 지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에게 그딴 짓을 한 건지 이해도 안 가고 이해 하고 싶지도 않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고 변화가 싫은 그 마음은 알겠지만 그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생각할 수록 빡치네...
아무튼 태어날 때부터 호그와트 입학 예정자였던 해리는 여러 번 호그와트 입학서를 받는다. 부엉이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벽난로에서 편지 뭉치가 우수수 쏟아져나오다 급기야 해그리드가 직접 입학서를 건네러 오기까지 한다. 벽난로에서 쏟아지는 편지를 잡기 위해 폴짝폴짝 뛰는 해리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이렇게 귀엽고 밝은 애를 계단 밑 벽장에 두고 지들끼리 하하호호 살았다고 생각하니까 또 열 받는다. 천벌받아라제발.
모래바닥에 케이크를 그리고 바람을 불던 애가 해그리드가 직접 건넨 케이크를 받은 순간. 너는 마법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해리의 기분은 어땠을까.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 해방감, 설렘, 그리고 두려움.
해리, 너는 마법사란다.
해그리드의 속삭임을 들은 해리의 기분을 가늠하다보면 울컥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곤 한다.
해리의 시점에서 모든 걸 바라보는 만큼 영화를 보는 사람은 해리의 감정과 생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론을 보는 시선, 위즐리 가족을 보는 시선, 헤르미온느를, 스네이프를, 퀴렐을, 해그리드를, 말포이를. 솔직히 말포이는 소설 첫 등장이 꽤 귀여운데ㅋㅋㅋㅋ 그게 영화에 들어가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망토를 질질 끌며 나가는 말포이가 보고 싶었는데. 아무튼 해리는 스네이프를 마주할 때마다 이마의 통증을 느끼고, 그로 인해 스네이프가 마법사의 돌을 훔치러 왔다고 확신한다. 정작 볼드모트를 뒷통수에 심고... 있는 사람은 그때마다 스네이프와 대화를 나누거나 주변에 있던 퀴렐이었는데. 이래서 첫인상이 무섭다. 근데 뭐 해리의 시선에서 보면 오해를 안 하기도 힘든 것 같고...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다 할 수도 없을 뿐더러, 무엇부터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 하나하나 말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역시 퀴디치! 마법사의 돌을 4D로 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리멤브럴을 빼앗고 네빌을 괴롭히던 말포이에게서 리멤브럴을 돌려받는 장면도 너무 좋다. 그대로 맥고나걸 교수의 눈에 들어 최연소 수색꾼이 되는 것까지. 그리핀도르 퀴디치 주장의 이름이 올리버 우드라서, 맥고나걸이 퀴렐에게 "우드를 데려가도 될까요?" 라는 질문을 했을 때 해리가 자신에게 벌을 줄 회초리 이름이었다고 생각한 게ㅋㅋㅋㅋ 너무 귀엽다. 우드면 그럴 수 있지ㅋㅋㅋㅋ
그리핀도르 삼총사의 천방지축 마법사의 돌 지키기 모험도 정말 사랑한다. 나가려는 삼총사를 막는 네빌까지. 네빌 역시 그리핀도르라 이거지 ㅠ 소망의 거울 앞에 내가 서면 어떤 장면이 보일지도 궁금하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선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조금 두렵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스네이프 교수의 수수께끼 장면이 빠져서 좀 슬펐다. 나는... 여러 번 읽어도 못 푼 문제였는데 잠시 고민하다가 답을 알려주는 헤르미온느가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참 후반부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인간 체스인데! 이 때 론이 정말 멋있었다. 자신이 즐기던 취미로 나쁜 사람을 막을 수 있다니. 그런데 얘네 다 너무 어린데 어릴 때부터 고생한 거 아닌가 싶다. ㅠㅠ무서워도 론은 해리가 할 일과 자신이 할 일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거기서 나온 대사가,
Not me, Not hermione, You.
이 대사를 정말 좋아했다. 솔직히 분량이 꽤 많은 두 권의 내용을 한 편의 영화 안에 담다보니 전개가 급박하다는 감상이 없진 않았는데, 그럼 어떤가. 그래도 좋은데ㅜㅜ. 그리고 퀴렐 교수의 뒷통수에 달린 볼드모트의 얼굴이... 어린 마음에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보다가 소리 지른 것 같음. 아니 안 답답하나? 근데 걔 밥은 어떻게 먹지. 퀴렐이랑 한 몸이라 퀴렐이 먹으면 자기한테도 영양분이 들어오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다... 퀴렐이 수업하는 중에 볼드모트가 하품이라도 했어봐라 웃음 참기하는 거임. 둘이 소통하는 거 생각만 해도 너무 웃김... 맛있는 거 먹고 싶으면 터번 안에서 말하는 거 아녀 볼드모트가 호박주스 마시고 싶다 이러면 퀴렐이 호박주스 마시는 거 아니냐고 하ㅠㅠ
예전에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의 모험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는데, 커서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너무한 것 같다. 11살이, 해리 이야기의 마지막인 17살이 절대 많은 나이가 아닌데. 해리가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짐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던 건 아닐지. 20대 초반 역시 결코 많은 나이가, 세상을 업고 살아갈 나이가 아닌데ㅜㅜ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작품을 봐도 그런 생각을 자꾸 한다. 스파이더맨처럼. 어린애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아니냐고~ 얘네도 사람이라고! 그럼에도 이겨내는 너희를 정말 사랑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과몰입러라서 그런 걸까. 그래도 나는 너희를 걱정하는 시간까지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순간을 소중히 안고 가려고 한다.
이렇게 말을 많이 했는데 아직 말 못한 장면이 수두룩하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다. 역시 해리포터... 내 마음의 고향. 갈수록 보는 시선이 달라져서 매 년 봐도 매 번 재밌게 볼 거 같다. 어떻게 해리포터를 싫어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럴 수 없을 터다.
에디터 : 고삼_한국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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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빌런들의 어벤져스 데뷔기 / 썬더볼츠 / 볼만한데 호불호도 있음 / 어벤져스: 인사이드 아웃 버전인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썬더볼츠"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끝나고 1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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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오브 인터레스트] 끝장리뷰 | 벽, 담벼락, 담장(wall) 상징 | 결말해석 | 헨젤과 그레텔 분석 | 사운드와 이미지, 옆모습(측면 숏), 열화상카메라 의미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벽, 담벼락(wall), 결말해석
Chapter 2 사운드와 이미지, 옆모습(측면 숏), 헨젤과 그레텔
00:00 존오브인터레스트
01:07 닮은 영화들
03:01 wall
06:43 결말해석
07:50 사운드, 이미지, 옆모습
08:59 핸젤과 그레텔
10:52 별점 및 한 줄 평
11:1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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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부바> 메인 예고편
웃고 즐기고~ 행복 만선이데이~♥♡ 찡하고 유쾌한 혈육 코미디 [어부바] 5월 11일 개봉확정! 온가족 극장으로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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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린다의 가장 완벽한 5개월> 30초 예고편
"사랑 말고 또 뭐가 있는데?" 〈베이비 드라이버〉 릴리 제임스, 〈크루엘라〉 에밀리 비첨 주연! 운명적인 사랑과 자유를 열망하는 린다와 안정적인 가정을 꿈꾸는 사려 깊은 패니. 두 단짝 친구의 사랑, 낭만, 우정, 그리고 모험 같은 나날들의 아름다운 기록. 믿고 보는 왓챠 익스클루시브 〈린다의 가장 완벽한 5개월〉 8월 25일, 곧 왓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