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4-30 22:49:45
운명적인 사랑 얘기에 웬즈데이를 끼얹은 느낌
눈물을 만드는 사람
난 영화를 보기 전에 로그라인을 잘 보진 않는다. 그냥 제목에 혹해서 보는게 대부분이다. 영화보고 글쓰는게 취미인 인간이 할소린가 싶겠지만 그래서 가끔 포스터 보고 혹했다 읭? 하는 경우가 있다. '눈물을 만드는 사람'이 내겐 그랬다.
1차 충격은 이 영화가 이탈리아 영화라는 점이었다. 영화라는 매체에 관심 갖다 보면 자연스레 프랑스 영화는 보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한데, 이탈리아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낯선 이탈리아어가 들려서 감정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잘 캐치하기는 힘들었다. 그저 자막과 배우의 표정에만 집중해야 하니. 그런데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크하고 주인공의 표정은 참 어둡다. 그래서 이게 로맨스인지 처음엔 감이 안잡힌다. 우선 나조차도 이 영화가 '웬즈데이'같은 오컬트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던 건데 로맨스였던 것이었다. 다시 보니 누가 봐도 로맨스인데, '쟤 바보 아니냐'할 수 있지만 로그라인을 크게 신경안쓴 내탓이다.
2차 충격은 이 영화는 여러가지 동화적 설정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늑대 타령이다. 이 영화의 주된 설정이 남자주인공이 늑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건데, 성안에 갇힌 공주를 사랑하면서도 구할 수 없다고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는 인물로 나온다. 뭔가 비련의 남주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내가 이런 느낌을 수용하기엔 너무 냉정한 인간인가 싶었다. 여주 또한 늑대임을 알면서도 사랑한다고 외치는 것을 보아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고 싶었음을 알 수 있다. 보다보면, 남주는 그저 희생적인 남자인데, 극 초반을 보면 이런 사이코가 없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랑해서 보호하기 위해 멀리한다'는 생각이었다니, 왜 난 이걸 보면서 세상 오글거렸을까. 나만 오글거린 게 아니었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본 로맨스가 가미된 유럽 영화는 꼭 한 명씩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가 등장하는데 이번 영화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저번에 리뷰한 '립세의 사계'에서도 '치명적인 이성은 어쩔 수 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관념을 보여주었는데, 이 영화는 약간 영화 속 인물들이 남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와 비슷해 보인다.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 모두가 그를 선망하고 갖고 싶어하지만 여주에게만 까칠한 그런 인물. 여주도 이 남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치명적인 매력에 어쩔 수 없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 감성이 정녕 유럽의 기본적인 감성인 걸까.
이걸 보면 유럽은 아직도 치명적인 매력이란 존재한다고 믿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하려고 해도 끌릴 수 밖에 없는 매력이란 존재한다고 믿으며, 사랑에 빠지는 행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상한다. 그리고 아직도 이런 코드가 유럽에서는 굉장히 잘 먹히는 코드인가 생각해 본다.
이 영화는 정말 시종일관 어둡다. 그리고 잘 모르는 두 남녀 배우가 참 비주얼적으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영화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웬즈데이' 같은 배경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까. 아련하고 애절한 로맨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뭐 한 번 정도는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여자 주인공이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한 것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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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 속에서 찾는 삶의 의지
모든 것이 잘 안 풀리는 순간에는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어진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자체로 무기력한 느낌을 받는다. 그 상황 자체는 실패이지만 충분히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주저앉아 비관적인 생각들을 한다. '실패자'라는 낙인만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낙오자'라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그리고 그 비관적인 생각의 바다에서 더욱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우리가 간간히 접할 수 있는 노숙자들에 대한 인식은 '실패자' 혹은 '낙오자' 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춘 사람들이다. 여러 가지 사연이 있겠지만 그들은 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돈을 구걸해 끼니를 겨우 해결한다. 그 낙오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건 본인의 의지다. 보통 우리는 노숙자들을 구제불능이나 삶을 포기한 사람으로 대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작은 계기가 있다면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그 기회는 대부분 그들이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아주 작은 의지를 만들어준다.
노숙자들의 작은 의지를 보여주는 영화
영화 <드림>은 노숙자들이 자신들만의 작은 의지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는다. 이들은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 지하철 역 앞에서 잡지를 판매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비용을 벌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니까 아예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한 상태는 아니란 의미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판매 활동 이외에는 다시 사회로 복귀할 기회를 못 찾는 인물이다. 다르게 말하면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는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들이 참여하게 되는 국제 노숙자 월드컵은 축구를 하는 노숙자들의 의지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영화에는 노숙자들 이외에 실패자들이 또 등장한다. 바로 전직 축구 선수인 홍대(박서준)와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이다. 홍대는 노력파 축구 선수였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동료를 실력으로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 와중에 불미스러운 사고를 친 그는 축구 선수를 그만두고 연예인으로 데뷔하려고 한다. 그때 노숙자 축구팀의 감독을 맡아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려 하는 인물이다. 본인은 이 일에 참여하기 원하지 않지만, 연예 기획사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참여하게 된다. PD 소민은 자신이 가진 PD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인 노숙자 월드컵 다큐를 찍으려는 인물이다.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노숙자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의지 없는 사람들이 다시 의지를 가지게 되기까지
소민을 제외하면 참여하는 노숙자들과 홍대는 축구 대회에 나가는 것에 큰 의지가 없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노숙자들은 축구 실력도 없지만 제대로 해보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홍대는 감독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팀을 구성하고 만드는 것 자체에 흥미가 없다. 그래서 이 축구팀이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또 다른 실패의 문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업실패로 가족과 멀어진 환동(김종수), 빚보증을 잘못 서서 아내와 이혼당한 효봉(고창석), 장애인 여자친구를 위해 축구를 하는 범수(정승길) 그리고 실종된 여자친구를 찾으려는 인선(이현우) 등 노숙자들은 각자가 가진 사연이 있다. 주로 이 네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는 각각의 실패자들이 왜 자신의 인생에서 낙오자가 되었는지를 간략하게 보여준다. 이런 각자의 사연은 그들을 낙오자로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다시 의지를 가지게 만드는 작은 불씨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홍대일 것이다. 그는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못 이긴다는 생각에 축구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억지로 감독직을 맡게 된 그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 홍대가 바라보는 노숙자들은 인생의 실패자였고 자신 또한 실패자라는 생각이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전 세계 노숙자들이 하는 월드컵 대회에 나가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자체를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홍대는 팀의 구성원 중 누구에게서도 희망을 보지 못한다.
홍대가 팀으로서의 희망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희망들을 보게 된다. 그들의 주변인을 통해서 보게 되는데 그건 하나같이 팀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게 만든다. 이혼남 효봉은 자신의 딸을 해외로 떠나보내야 하는 처지다. 그의 딸이 경기장에 찾아왔을 때, 효봉과 딸이 함께 하는 모습에서 효봉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의지를 발견한다. 그 이후 환동, 범수, 인선 등에게도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숨겨져 있는 의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 의지를 살아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원래 삶으로 돌아간다는 꿈
영화 제목의 <드림> 은 그들이 가진 꿈을 의미할 것이다. 노숙자들의 꿈은 대회의 우승이 아니라 다시 원래 그들의 삶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삶에 있는 그들의 가족이 바로 그 꿈속에 들어있다. 그 꿈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건 그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는 승리가 아니라 멋진 패배를 통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승리로 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지가 깨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드림>은 이병헌 감독의 히트작인 <극한직업>과 같은 오락영화는 아니다. 이야기에 다양한 유머와 슬랩스틱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패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느껴지는 안타까운 감정과 감동을 더 부각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부분이 신파로 가지 않도록 유머를 통해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다. 여러 가지 아쉽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실패자들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실패를 바라봐야 할 관점을 제시한다. 실패했더라도 그 과정을 뜯어보고 그 안에 참여자들이 얼마나 성공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참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유머나 재치 있는 대사들은 역시 이병헌 감독의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보여줬던 것과 비슷하다. <멜로가 체질>은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은 시리즈이지만 조금은 오버스러운 대사와 유머가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나뉘게 만들었다. <드림>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도 후반부의 빠른 경기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상당 부분 상쇄된다.
영화 <드림>은 실패자들이 실패하는 영화다. 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노숙자들은 자신들의 삶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그 의지를 경기에서 보여줬고 생중계된 경기를 통해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그 의지가 전달되었다. 그들의 의지를 보면서 축구 선수 홍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축구에 대한 의지를 다시 발견한다. 영화는 한 번의 실패가 삶의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작은 의지를 살릴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도 이야기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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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닳고 닳은 이야기
이 글은 넷플릭스 [트렁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넷플릭스
그렇다.
나는 추리물을 좋아한다.
시작하자마자 비가 추적추적 오거나, 그 와중에 누가 죽어 나자빠져 있거나 하면 금상첨화다. 그런 내게 최소 토막사체 정도는 들어가 있을 거라는 추리를 하게 하는! 제목마저 [트렁크]라는 작품이라니!! 그것도 이 추운 날에 집에서 뒹굴거리며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무려 8부작이라는 심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세 좋게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만 해도. 누가 봐도 인지(서현진)가 호수에 토막시체를 버렸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뿜뿜 할 때만 해도.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었다. 물론 그 희망은 정원(공유)과 인지가 그놈의 탱고를 추는 순간부터 아주 소금빵 첫 입 마냥 파사삭 하고 내려앉았지만 말이다. 순간의 실망이었지만 그 틈을 비집고 여태 눌러 참고 있었던 불편함이 우르르 밀려왔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어색하고 이해가지 않는 설정. 아무리 좋게 봐도 가스라이팅 하는 것으로 밖엔 안 보이는 정원의 전처(정윤하). 아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것 같은 엄마 바라기 한정원도 모자라서, 안타깝지만 이런 미묘하고 섬세한 연기는 아직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은 배우 서현진까지.
사진출처:넷플릭스
분명 새롭고 감각적이면서 섬세한 드라마를 만들려 한 것 같긴 한데. 미묘한 포인트에 대한 설명이나 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해 불편함이 꽤 겹겹이 쌓인다. 게다가 후반부엔 정말 대놓고 로맨틱 코미디로 급선회를 해서 꼴 보기 싫게(?) 꽁냥 거리기까지 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트렁크 안의 시체 어딨 어(없다고).라는 투덜거림도 함께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진 않다. 후반부의 두 주인공이 상처를 치유하고(내 상처는 어쩌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보는 모습에는 미소가 지어지긴 한다. 하지만 그 후반부마저도 급작스럽고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이 미래에 누리게 될 것이라 생각되는 행복도. 상처의 완벽한 치유도 전혀 기대되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닳고 닳도록 다루었던. 판에 박힌 이야기로 남아버린다.
내 시체... 내놔.... 니들만 행복하지 마....
[이 글의 TMI]
1. 집에 가고 싶다.
2. 어제 네 명이서 피자집에서 메뉴 여섯 개 뿌심.
3. 엄지손가락이 너무 아파 병원 갈 예정.
#munalogi #넷플릭스 #트렁크 #영화리뷰어 #최신영화리뷰 #ott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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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 바로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체험해야 할 영화
개봉 | 2025.06.03.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국가 | 독일
러닝타임 | 167분
배급 | 그린나래미디어(주)
시놉시스 |
꿈에 그리던 수사판사 승진을 하게 된 ‘이만’, 때마침 테헤란에서는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이만’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 총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딸들과 논쟁을 벌인 어느 날, 총이 집에서 감쪽같이 사라지고 가족의 믿음에는 균열이 생긴다.
철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것은
빛이 아니라
목 잘린 발들이 일으키는 먼지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고
외부가 한낮으로 향해 갈 때
어둠이 숨어드는,
모두가 짙어지면 홀로 더 깊이 짙어지는,
땅보다 낮은 땅에서
절대 상하지 않겠다
박세미, <일조권>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신성한 나무의 씨앗>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다 싶은 영화 중 한 편인데요. 보다 많은 분들께 영화에 대해 알려드리고, 추천하고 싶은 마음으로 리뷰를 작성합니다.
영화는 테헤란을 배경으로 하며, 혁명 법원의 수사판사로 임명된 이만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만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사형 선고를 승인해야 하는 일을 맡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합니다. 일을 맡은 직후에는 양심의 거리낌을 느끼지만, 정신없이 일을 하며 그는 점차 무뎌지죠. 그가 일에 적응하는 한편, 그의 딸 레즈반과 사나는 세상의 변화에 눈을 뜨고 냉혹한 현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가 호신용으로 지급받았던 총을 집에서 잃어버리자, 그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집니다.
라술로프 감독은 영화 속에 실제 2022년 이란의 '여성, 생명, 자유' 시위 장면을 삽입하여, 극 중 이야기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삽입된 시위 장면을 볼 때마다, 이 영화는 그저 영상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영화관에서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 “시네마”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포스터 상단에 적힌 “반드시 목격해야 할 영화”라는 문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었고, 관객들이 모두 이란 정부의 잔혹한 폭력의 목격자가 되는 듯했습니다.
영화는 가족을 중심으로, 이란 사회의 전체주의적 구조를 하나의 가정에 빗대어 보여줍니다. 영화에 그려지는 가족은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가 아니며, 집은 가장 편안한 장소가 아닙니다. 가족식사 장면에서는 숨을 쉴 수 없는 압박감마저 느껴지죠. 말을 해도 서로에게 닿을 수 없고, 그 어떤 공간에서도 편히 쉴 수 없습니다. 아버지인 이만과 어머니인 나즈메에게는 총을 잃어버린 공간, 딸들이 총을 숨겼을지도 모르는 공간으로 불신의 공간이라면, 딸인 레즈반과 사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반복해서 총을 숨겼냐며 따져 묻고, 수시로 방을 뒤지는 불안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갈등이 심화되며, 관객은 서스펜스를 느끼게 됩니다. 이 지점이 혼란감을 주기도 하죠. 다큐멘터리같은 이 영화를 보며 서스펜스를 느껴도 되는 걸까? 영화는 정치적 책임감을 갖고 보지 않아도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심리적 긴장감을 유도하기 위한 연출들이 눈에 띄기도 하죠. 영화는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비추면서도, “영화”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끝까지 가져갑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제작진의 신변에 대한 걱정이 될 정도인데요. 이란 내의 폭력 현장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은 점으로 인해 개봉에 어려움이 있진 않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아니나 다를까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비밀리에 제작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 감독이 겪어야 했던 일들은 우리가 안일하게 짐작한 것보다 훨씬 고되고 심각했습니다.
라술로프 감독은 이 영화로 인해 이란 정부로부터 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추가적인 형벌이 예정된 상태에 놓였습니다. 이에 그는 전자기기를 모두 버리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산악 지대를 도보로 넘어 이란을 탈출했죠. 그는 수감과 망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고, 결국 독일에 도착하여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엄마 나즈메 역을 맡은 배우 소헤일라 골레스타니 역시 자국을 비판하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태형 74대와 징역 1년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던 것이 밝혀졌습니다. 소헤일라 골레스타니는 실제로 2022년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가 체포되어 에빈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는데요. 영화가 개봉 이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출국 금지 조치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라술로프 감독과 함께 이란을 탈출해 칸영화제에 참석했던 딸 역할의 두 배우 마흐사 로스타미, 세타레 말레키는 망명을 선택하고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감독과 배우들이 사생결단으로 만든 이 영화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하여,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습니다. 2024년 칸 영화제에서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 상영된 후, 라술로프 감독은 "이란 영화인들에게 전하는 나의 메시지는: 두려워하지 말라"며, "그들은 우리를 낙담시키려 하지만, 우리는 존엄한 삶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또한 영화제에서 이란에 남아 있는 배우들의 사진을 들고 나와, 그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너무도 답답하고 두렵지만, 결국은 싹을 틔우고 조금씩 뿌리를 내리며 억압을 무너뜨리는 영화.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진실을 가리는 베일을 벗어던지는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극장에서 한 분이라도 더 보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하며 마치겠습니다. 함께 목격하고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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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 세대가 공감할 현실적인 스릴러'가 될 뻔했으나
이사 온 지 일주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건축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수현이다. 현장에 출근하는 수현. 화장실 쪽에 작업이 이상하게 되어있다. 바로 노동자들을 호출하는 수현. 삼촌 뻘의 직원들이지만 수현이에겐 보이는 게 없다. 원래 윗사람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앞에 보이는 게 없는 건 수현의 직장상사 김 실장도 마찬가지다. 이상한 눈빛으로 수현이를 쳐다보는 김 실장. 이런 눈빛이 부담스럽다. 이 눈빛은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할 때 더 부담스러워진다. 호칭이 변한다. ‘자기’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하는 김 실장. 대충 눈치는 준다. 하지만 김 실장의 모습에 물러섬의 기색이란 없다. 애써 던지는 추파를 외면하는 수현. 아무튼 퇴근하면 집이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에서 발생한 큰 문제는 수현이가 퇴근한 이 집에서 일어난다. 세탁기가 고장 났다. 어디서 중고거래로 세탁기를 구하면 어떻겠냐는 직장동료의 말을 떠올린다. 무릎을 치는 수현. 어플을 켜서 세탁기를 검색한다. 적당한 매물을 찾은 수현. 뒤적뒤적 거려 더 나은 제품이 있을까 찾아본다. 없다. 횡재했다. 이 가격으로 물건을 데려온다는 것이 즐겁다. 며칠 지나 제품이 집에 도착한다. 세탁기를 구동해 보는 수현. 고장 났다. 화가 나는 수현. 판매자의 아이디를 추적해서 댓글에다 ‘이 사람 사기꾼이에요’라고 댓글을 단다. 여기서 수현이 직접 비극을 초래했다. 수현이가 타깃으로 설정됐다.
현실감의 공포
이 영화가 다루고자 했던 정서는 ‘공포’다. 이 영화에는 두 가지 공포가 산재해 있다. 첫째는 중고거래의 공포다. 중고거래를 어플을 통해 하려면 어플이 필요하다. 물건을 어플에 올리고 가격을 제시한 다음 전화번호를 기재한다. 이 과정에서 전화번호가 유출된다. 중고거래(내지는 인터넷거래)에서 개인정보를 올리는 건 양날의 검이다.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함부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과 거래의 신빙성이 달려있다는 점이 구매자에게 중요하다. 반대로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역시 연락처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 외에, 단지 중고거래 어플사이트만 구경하는 사람에겐 ‘개인정보 노다지’라는 의미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겪을 수 있는 공포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는 나름 꼼꼼하게 살렸다.
다른 공포는 ‘혼자 사는 여성이 느낄 수 있는 공포’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살아남는 데 있어 두려움을 느낄 만한 요소가 영화에서 큰 장치로 두 개가 삽입됐다. 하나는 주인공이 여성이기 때문에 약자의 입장에서 놓이는 경우가 몇 있다. 영화는 이 공포를 앞 문단에서 서술한 것과 병치시키며 중고거래 살인마만큼 무엇이 두려운지를 묘사한다. 또 영화 내적으로 묘사하는 ‘여성혐오가 만연한 한국사회’ 역시 최근의 대한민국을 연상케 하는 몇 요소가 있다. 리얼리티가 중요한 영화에서 현실이 연상되는 다양한 공포를 통해 승부수를 둔다.
무의미한 공포
이 영화가 선택한 큰 패착 중 하나는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방식이다. 영화에서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추격자> 같은 경우는 흑막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방식이 아닌 ‘이 사람의 악행을 막아라’였다. 실제로 <추격자>에서는 빌런이 누구인지 초반부에 다 보여준다. <곡성>은 양자택일을 통해 서스펜스를 만들었다. 이란 영화 동시에 이번주에 개봉했던 <한 남자>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방식으로 서스펜스가 만들어졌다. 보통 영화를 보고 긴장감을 느끼는 건 관객이 이 ‘과정’에 감정적으로 동참하며 이뤄진다. <곡성>이 기존 호러영화의 클리셰를 뒤집어 신선한 장르 문법을 만들어 낸 것처럼 예술에서 감정이입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영화는 관객을 감정적으로 이입시키는데도 실패했지만 기본적으로 인물에 편승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악역 캐릭터의 기본 설정에 있다. 영화가 서스펜스를 만드는 방식이 ‘악역이 얼마나 미친 사람인가’ 혹은 ‘얼마나 끔찍한 일을 벌이는가’다. 인물이 ‘이 정도로 돌아이니까 무섭지?’라고 질문하는 게 영화가 견지하는 긴장감이다. 이야기에서 분기점 찍기 전까지 명확한 사건전개가 없다. 그냥 범죄자가 수현 캐릭터를 괴롭히고 덜덜 떠는 게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화적인 과장이 캐릭터의 전지전능하기 때문에 러닝타임 내내 가해지는 폭력이 불쾌하다. 이 설정에 대한 문제는 영화의 토대와도 관련이 있다. 이 영화에서 중고거래 판매자/구매자라는 설정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포스터에 ‘나는 살인자와 중고거래를 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들어간 것 말고도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이 이곳에 할당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이 디테일을 살릴 만큼 부지런하지 않다. 심지어 이 두 설정을 뒤바꾼다고 해도 이야기엔 큰 지장이 없다. 심지어 중고거래라는 세팅을 층간소음으로 바꾼다고 하더라고 이야기의 큰 틀은 유지된다.
조금만 더
영화 전체적으로 뒷심이 부족하다. 우선 사운드의 믹싱 상태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대사가 안 들리는 건 차치하고 나서라도 소리가 먹힌 듯 깔끔하지 않다. 단적으로 영화에서 틈입하는 소리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삽입되어 있다. 이 소리가 지나치게 크다. 이야기에서 새는 것들이 몇 보이기 때문에 이런 기술적인 문제가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의 기본 설정 상 전자기기와 인터넷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이 부분을 감독이 잘 이해하고 영화에서 묘사했는지 역시 영화에서 단점으로 작용한다.
캐릭터의 몇 설정에서 차마 빚지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 수현은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수현이의 직장 묘사도 마찬가지다. 수현의 동료 두 캐릭터는 영화의 메시지를 조성하기 위해 희생된 감이 있다. 굉장히 과하거나 소극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찰 조직에 대한 묘사가 후반부에서 매가리가 없다. 초중반부에는 조직에 따라 행동하지만 후반부가 되고 나서는 경찰 구성원들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빌런 캐릭터도 지나치다. 이 인물이 실질적으로 이런 일들이 가능할지가 리얼리티가 중요한 영화에서 용인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빌런 캐릭터의 열연이 오히려 이런 허점을 더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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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넷팩상 수상작 일본 코미디 지옥의 화원
오랜만에 보는 일본 코믹물
스윙걸즈, 워터보이즈 등 일본 특유의 코믹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영화 한 편이 지난 15일 개봉했다.
황당무개한 상황 전개는 그저 잠시 바쁘고 빠른 일상 가운데 지칠 대로 지친 관객에게 잠시 삶의 긴장을 늦추고 논리나 이유 따위는 내려놓고 웃으라고 이야기한다.
감독 - 세키 카즈아키
출연 -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나나오, 카와에이 리나, 오오시마 미유키, 카츠무라 마사노부, 마츠오 사토루, 마루야마 토오미, 엔도 켄이치, 코이케 에이코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코미디, 액션
국가 - 일본
러닝타임 - 102분
배급 - 찬란, (주)하이스트레인저
오피스 코믹 액션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사무 여직원의 유니폼인 스커트에 구두를 신은 복장으로 거침없이 싸움을 하는 장면들로 신선한 액션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과한 표정연기와 만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상항들이라는 나레이션을 통해 마치 영화 상 보여지는 씬들이 현실인 양 표현한다.
새로운 감성과 에너지로 무장한 가장 역동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에 해당하는 넷팩상을 수상했다.
일본의 천재 개그맨 바카리즈무가 각본을 담당하고, 슈퍼 루키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줄거리는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받는 여직원의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잡는 ’호조 란‘이 등장하고, 그녀와 친분이 생기게 된 일반인 여직원 나오코가 뜻하지 않게 그들 세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이기고도 진 것 같은 상황 전개와 예상피 묘한 반전도 함께 있으니 그 부부네 대해 기대해 볼 만하다.
참고로 액션과 웃음에 눈과 귀가 빼앗기다가 센스가 넘치는 대사들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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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나의 영화를 담은 영화들
[BIFF 데일리] 나의 영화를 담은 영화들
아주담담 한국 영화의 오늘 - 비전 1
10월 6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 6층 아주담담라운지에서 ‘한국 영화의 오늘 – 비전1’이 진행됐다. 환상과 비전으로 다져진 세 편의 독립 영화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허밍>, <인서트>팀이 게스트로 참여했고 진행은 김은정 평론가가 맡았다. 친밀하게 마주 앉은 김은정 평론가와 게스트들의 얼굴엔 설렘과 긴장이 조화롭게 비쳐 보였다.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는 곧 죽어도 희망을 찾는 영화다.
영태와 미주는 작지만 아담한 월셋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식당을 같이 운영하기로 했던 영태의 동업자 선배가 갑자기 약속을 깨뜨린다. 영태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키케가 홈런을 칠 것’이라는 메모를 남기고 집을 떠난다. 남은 미주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박송열 감독은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를 “키케에게 타석을 넘겨주면서 그에게 희망을 걸고 가는 류현진의 마음. 그걸 계속 입 밖으로 꺼내는 영화”라고 말했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고 내가 해낼 수 있는 건 없어도 함께 인생이라는 게임을 헤쳐가는 동료가 홈런을 쳐줄 거라는 믿음과 희망. 이 영화엔 그 희망을 담은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라는 주문이 가득하다.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는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부동산 규제가 사라진 세상.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을, 리얼리티를 끊어낸 그 세상 속에서 감독과 배우들은 자신의 상상과 의도를 광범위하게 펼쳐간다. 한정된 공간에 맞춰 웅크리는 것 대신 이 구석 저 구석을 휘저으며 탈피를 반복하는 앵글은 앞서 감독, 배우들이 만들어둔 세상을 더욱 광범위하게 펼쳐낸다.
감독, 주연, 촬영, 동시녹음, 촬영, 편집까지. 박송열 감독은 극 중 영태처럼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다. 영태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한다면 박송열 감독은 영화의 벽을 뚫기 위해 도전한다. 하지만 그는 고군분투하면서도 적당한 선을 잃지 않는다. 박송열 감독은 작업 방식을 묻는 김은정 평론가의 질문에 “지치지 않고 직전에 멈추는 것을 고려하여 촬영한다”, “A 신이 B 신에 관여하지 않도록,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안하며 시나리오를 작업한다.”라고 답했다.
박송열 감독은 자신만의 방식을 지키며 약 5-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꼼꼼히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를 경작했다. 한 영화를 끝내고 나면 “농사를 다 지은, 수확하는 농부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그에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자신의 뿌듯한 수확물을 내놓는 자리라 할 수 있겠다.
녹음기사 성현은 영화의 후시녹음을 의뢰받고 고민에 빠져 있다. 주연을 맡았던 여배우 미정이 세상을 떠났고, 그녀가 영화의 결정적인 대목에서 했던 애드리브의 내용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단역 배우 민영이 미정의 녹음 대역을 위해 성현의 녹음실을 찾는데 오기로 한 감독은 도대체 나타나질 않는다.
이승재 감독은 “성현, 혜정, 미정을 맡은 세 명의 배우에게 같은 음악을 주었는데 다 다르게 불렀다. 이들이 같은 노래를 다른 허밍으로 해석했듯이 부재나 상실이 있을 때 그것을 다르게 대하는 각자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영화와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감독의 말처럼 <허밍>은 상실이라는 하나의 멜로디를 각자의 허밍으로 소화해 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현실과 영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조용히 허물며 상실의 구덩이에 그 파편 몇 개를 던져 넣는다.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김은정 평론가는 어떻게 주인공을 동시녹음 기사로 설정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승재 감독은 동시 녹음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녹음기사라는 직업을 설정하게 되었고 <허밍>은 경험과 이해를 통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답했다. 이어 성현을 연기한 김철윤 배우는 이 말에 힘을 실어주듯 이승재 감독의 경험이 성현을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녹음 기사가 주인공인 영화이자 소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의 작품인 만큼 <허밍>은 소리에 집중해야 하는 영화다. 감독과 사운드 디자인을 함께 맡은 이승재 감독은 영화와 인물의 정서에 어울리는 소리를 찾기 위해 앰비언스 수음에만 한 달이란 시간을 들였다며 “영화에 전반적으로 깔리는 재개발 현장 사운드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승재 감독이 한 땀 한 땀 세밀하게 수놓은 소리들을 부산국제영화제라는 훌륭한 상영 환경 속에서 즐겨보는 건 어떨까.
<인서트>는 영화 한가운데에 현실을, 뻔한 규칙 가운데 불규칙을 끼워 넣으며 괴상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상업 영화 현장에서 인서트 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진주석의 팀에 기이한 분위기를 지닌 마추현이 들어오게 되고 두 사람은 가까워져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하지만 다음날 마추현은 모종의 이유로 진주석에게 화를 내고 이후 그는 애타는 마음으로 마추현을 기다리게 된다.
첫 상영을 마치고 토크에 참가한 두 영화와 다르게 <인서트>팀은 첫 상영을 앞두고 토크에 참여했다. 김은정 평론가가 첫 상영을 앞둔 심경을 묻자 이종수 감독은 “중간중간 마가 많이 뜨는 영화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다.”며 떨리는 마음을 고백했다.
<인서트>는 영화 현장에서 만난 두 남녀 진주석과 마추현의 로맨스와 감독 특유의 괴유머를 담은 로맨스 코미디다. 준석은 추현 앞에서 화내고 슬퍼하며 추현이 던져놓은 사랑의 미스터리 안에서 헤맨다.
문혜인 배우는 자신이 연기한 마추현이라는 캐릭터를 “불길처럼, 등장하는 순간 영화가 어느 지점으로 흘러갈지 모르게 되도록 표현하고 싶었다.”고 언급했으며 김은정 평론가는 “문혜인 배우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는 캐릭터다. 미스터리하고 기묘하고 특이한, 종잡을 수 없기도 안쓰럽기도 한 여러 가지 면을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마추현이라는 캐릭터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여러 가지 면을 가진 마추현처럼 <인서트>는 로맨스와 코미디, 웃음과 눈물, 영화와 사랑이라는 여러 가지 면을 품고 있는 영화다. 김은정 평론가는 이종수 감독에게 영화를 만드는 것과 연애를 같이 묶게 된 계기에 대해 물었다. 이종석 감독은 “두 행위가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다. 서로 밑바닥을 보여주기도 하고 결국은 싸워야 해결되는 부분들도 많다. 영화를 향한 사랑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생각하며 주제를 잡았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 “맨 마지막 엔딩 시퀀스가 감독의 마음이 가장 들어가 있는 부분이니 유심히 봐 달라.”라고 부탁했다.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허밍>, <인서트>는 희망, 상실, 사랑이라는 다른 트랙을 달리고 있지만 그 출발점엔 ‘감독의 마음속 영화를 담은 영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송열 감독은 절망 속에서 희망의 주문을 외는 영태처럼 단단한 영화의 벽 앞에 희망을 외치는 마음을 담은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를, 이승재 감독은 소리를 녹음하며 쌓아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허밍>을, 이종수 감독은 영화를 향한 사랑과 그것이 주는 미스터리한 답답함을 담아 <인서트>를 만들었다.
세 명의 감독과 배우들이 내놓은 이 영화들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영화에 대한 경험이 되고 그들이 또 다른 영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새로운 한국 영화의 비전이 되어줄 세 편의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동안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상영 시간]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10월 9일 (수) 16: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허밍>
10월 8일 (화) 12:0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인서트>
10월 8일 (화) 19: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월 9일 (수) 12: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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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액션은 줄고 좀비도 줄고 지루함은 늘어난 리부트!
콘솔 게임을 원작으로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새로운 리부트 영화죠.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가 개봉했습니다.
사실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영화인데요.
주인공 클레어 역할로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주연을 맡았어요.
아직까지는 레지던트 이블 하면,
과거 밀라 요보비치가 앨리스로 출연했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더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중심이되었던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리부트된 영화는 액션이 줄었는데요.
그럼 어떤 부분이 달라졌고, 영화는 어떨까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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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레인코트 킬러 : 유영철을 추격하다> 공식 예고편
2000년대 초반,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한 유영철의 존재로 인해 서울 곳곳에 공포가 드리운다. 악명 높은 살인마를 잡기 위해 이어진 추적의 시간을 다시 돌이켜보는 다큐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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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로큰> 메인 예고편
소설에 예고된 동생의 죽음 과연 그 날 밤의 진실은? 하정우 X 김남길의 소름 MAX 진실 배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