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4-30 22:49:45
운명적인 사랑 얘기에 웬즈데이를 끼얹은 느낌
눈물을 만드는 사람
난 영화를 보기 전에 로그라인을 잘 보진 않는다. 그냥 제목에 혹해서 보는게 대부분이다. 영화보고 글쓰는게 취미인 인간이 할소린가 싶겠지만 그래서 가끔 포스터 보고 혹했다 읭? 하는 경우가 있다. '눈물을 만드는 사람'이 내겐 그랬다.
1차 충격은 이 영화가 이탈리아 영화라는 점이었다. 영화라는 매체에 관심 갖다 보면 자연스레 프랑스 영화는 보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한데, 이탈리아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낯선 이탈리아어가 들려서 감정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잘 캐치하기는 힘들었다. 그저 자막과 배우의 표정에만 집중해야 하니. 그런데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크하고 주인공의 표정은 참 어둡다. 그래서 이게 로맨스인지 처음엔 감이 안잡힌다. 우선 나조차도 이 영화가 '웬즈데이'같은 오컬트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던 건데 로맨스였던 것이었다. 다시 보니 누가 봐도 로맨스인데, '쟤 바보 아니냐'할 수 있지만 로그라인을 크게 신경안쓴 내탓이다.
2차 충격은 이 영화는 여러가지 동화적 설정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늑대 타령이다. 이 영화의 주된 설정이 남자주인공이 늑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건데, 성안에 갇힌 공주를 사랑하면서도 구할 수 없다고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는 인물로 나온다. 뭔가 비련의 남주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내가 이런 느낌을 수용하기엔 너무 냉정한 인간인가 싶었다. 여주 또한 늑대임을 알면서도 사랑한다고 외치는 것을 보아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고 싶었음을 알 수 있다. 보다보면, 남주는 그저 희생적인 남자인데, 극 초반을 보면 이런 사이코가 없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랑해서 보호하기 위해 멀리한다'는 생각이었다니, 왜 난 이걸 보면서 세상 오글거렸을까. 나만 오글거린 게 아니었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본 로맨스가 가미된 유럽 영화는 꼭 한 명씩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가 등장하는데 이번 영화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저번에 리뷰한 '립세의 사계'에서도 '치명적인 이성은 어쩔 수 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관념을 보여주었는데, 이 영화는 약간 영화 속 인물들이 남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와 비슷해 보인다.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 모두가 그를 선망하고 갖고 싶어하지만 여주에게만 까칠한 그런 인물. 여주도 이 남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치명적인 매력에 어쩔 수 없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 감성이 정녕 유럽의 기본적인 감성인 걸까.
이걸 보면 유럽은 아직도 치명적인 매력이란 존재한다고 믿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하려고 해도 끌릴 수 밖에 없는 매력이란 존재한다고 믿으며, 사랑에 빠지는 행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상한다. 그리고 아직도 이런 코드가 유럽에서는 굉장히 잘 먹히는 코드인가 생각해 본다.
이 영화는 정말 시종일관 어둡다. 그리고 잘 모르는 두 남녀 배우가 참 비주얼적으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영화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웬즈데이' 같은 배경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까. 아련하고 애절한 로맨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뭐 한 번 정도는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여자 주인공이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한 것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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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4주 최신개봉영화
10월의 마지막!
10월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4주 개봉영화 5편!
애프터: 관계의 함정 After We Fell , 2021
애프터 그 세번째 이야기!
소설 발간보다 영화화가 먼저 성사된 원작 '애프터'는 40개국에서 30개의 언어로 출간되어
1,100만 부가 판매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작의 메가 히트에 힘입어 탄생한 '애프터' 프랜차이즈는 1편으로 제작비 대비 400%의 월드와이드 수익을 창출하고
4편까지 영화화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 시대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죠.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1편 '애프터'는 21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었으며, 2편인 '애프터: 그 후' 그리고 3편인 "애프터: 관계의 함정"이 개봉을 합니다.
"애프터: 관계의 함정"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애프터: 너에게 가는 길'을 관람하기 위해
꼭 정주행을 해야 할 '애프터'의 클라이맥스를 담은 작품입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테사'의 가족 이야기와
'하딘’ 본인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과거가 모두 밝혀지며 전작에서의 모든 떡밥을 회수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감독, 작가, 프로듀서, 배우가 완성한 여심저격 찐공감 100% 로맨스 탄생!
첫번째 추천영화 "애프터 관계의 함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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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틸 Naked Singularity , 2021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선택!
영화 "퍼펙트 스틸"은 인생을 바꿀 한방을 노리는 국선 변호사 ‘캐시’의 완벽한 절도를 그린 하이스트 무비입니다.
‘넘버 13’을 연출한 ‘그것’ 리부트판의 각본을 쓴 체이즈 팰머 감독의 신작입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존 보예가, '그것' 시리즈의 빌 스카스가드,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올리비아 쿡, '미드웨이'의 에드 스크레인까지
쟁쟁한 할리우드 기대주를 모두 모은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2021년 제64회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SFIFF 관객상 최고의 장편 부문을 수상하며 그 재미를 증명 받았죠
'글래디 에이터', '마션'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두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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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ANNETTE , 2021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귀환
2012년 '홀리 모터스'로 전 세계 시네필들의 마음을 훔쳤던 레오 까락스 감독이 9년 만에 신작 "아네트"로 귀환했습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이 만든 최초의 음악영화입니다.
영화 "아네트"는 예술가들의 도시 LA에서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함께 인생을 노래하지만,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빛과 어둠을 담은 작품입니다.
영화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오르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과 제작을 맡았으며,
영화 ‘라 비 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마리옹 꼬띠아르가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전설적인 뮤지션 ‘스팍스’와 함께한 레오 까락스 감독의 첫 음악 영화,
지금껏 본 적 없는 시네마틱 뮤지컬의 탄생!
세번째 추천영화 "퍼펙트 스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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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アジアの天使 , The Asian Angel , 2021
이케마츠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죠, 김민재, 김예은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여정을 떠나는 힐링 드라마입니다.
제작 단계부터 한국과 일본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 이시이 유야는
현재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감독입니다.
국내에서는 2014년 개봉한 '행복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8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다정한 위로와 상냥한 유머로 상처 입은 모두에게 마법같은 위안을 선사할
네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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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론 Ron’s Gone Wrong , 2021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2' 제작진이 선사하는 새로운 모험
영화 "고장난 론"은 최첨단 소셜 AI 로봇 비봇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세상 속 스릴 넘치는 모험과 특별한 우정을 다룬 이야기 입니다.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영화 '아더 크리스마스'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사라 스미스가 공동연출, 공동각본, 총괄제작을 책임졌고, 아카데미 수상작 '인사이드 아웃'과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굿 다이노'로 따듯하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장 필립 바인과
'코코', '인크레더블 2', '몬스터 대학'의 베테랑 스토리텔러 옥타비오 로드리게즈가 함께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 결과 "고장난 론"은 걷기, 말하기, 게임, 셀피, SNS 등 무한능력과 함께 모든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최첨단 소셜 AI 로봇인 비봇을 탄생시켰고, 그 완벽한 기술력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비봇 사이에 고장난 ‘론’이라는 변수를 첨가시키며
황당하고 위험한 사건을 겪지만 그로 인해 신나고 짜릿한 모험까지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디즈니, 픽사의 흥행 계보를 이을 로봇 캐릭터 ‘론’의 탄생!
다섯번째 추천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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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부산중앙고 농구부 이야기
- 3사 멀티플렉스 중 한 곳에서 회원 시사로 미리 보고 왔습니다.시사회 티켓을 얻어 본 것을 감안해서 생각해도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재밌습니다!
아무래도 옆나라농놀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은 듭니다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에 스포츠(농구)의 결합은 굉장했습니다.
예고편을 봤을 때만해도 사투리 연기가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사투리 연기 어색한 부분 없었고 몰입하는데 방해되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영화는 안재홍 배우가 5할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언뜻 <족구왕> 때가 생각나기도 했죠.
처음에는 어리바리한 공익근무요원에 불과했던 '강양현'이 어느새 꼴찌팀을 XX까지 올리는 농구코치로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또 안재홍 배우의 현실적인 연기가 장면들을 더 잘 만들어줬다고도 생각하구요^^ 조연 배우분들의 연기와 티키타카들도 너무 좋았습니다.
실제 농구부에 관한 이야기이니 만큼 농구 경기 장면 연출에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 농구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경기씬들이 나올 때마다 과몰입해서 볼 정도였으니까요.
캐스팅에도 신장과 체격과 같은 것을 다 고려했다고 하는데ㅠ마지막에 실제 사진과 영화 장면을 비교해 봤을 때 진짜 비슷하게 보이더라고요.
싱크로율 어마어마했어요, 특히 안재홍 배우가.. ㅋㅋㅋㅋㅋ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부산 중앙고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리바운드,
4월 5일 개봉예정이니 여유가 되면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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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공감으로 만들어낸마블 영화
인생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아주 형편없는 생활을 하던 사람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생각을 다시 잡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가려 노력한다. 그렇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전체 인생에서 보면 아주 짧은 순간이다. 그 기쁜 순간을 지나고 화학물질이 만드는 인체의 사랑 호르몬 분비가 끝나는 시기가 되면 열정적인 사랑도 시들어간다. 하지만 그 사랑을 위해 뛰어든 두 사람의 삶은 이미 꽤 많은 변화를 이룬 후일 것이다. 정말 상대방을 위하는 존재를 만났다면 두 사람은 자신의 바뀐 삶에 적응하며 열정적인 사랑 대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자신의 동반자의 손을 잡고 같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두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가족을 통해 그들의 삶의 에너지를 그다음 세대로 서서히 내린다. 그렇게 아주 완벽한 모습의 가족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불만이 쌓여 다투기도 하고, 서로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중 한 명이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로 인한 그늘은 다른 어떤 상황에서보다 어두울 것이다. 남은 사람은 그 자신이 운명을 다할 때까지 상대방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면서, 또 남은 가족들을 챙겨갈 것이다. 두 사람이 만들었던 그 가족이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지 아니면 깨져버릴지는 순전히 남은 가족들의 몫으로 남는다.
한 가족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마블 영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 히어로 영화지만 한 부부의 사랑이야기에서 파생된 이야기다. 웬우(양조위)는 수세기 동안 텐 링즈를 이끌며 세상을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열 개의 팔찌를 낀 그는 팔찌의 힘으로 다양한 조직과 싸우면서 자신의 조직인 텐 링즈를 운영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세상의 어두움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탈로라는 신비한 세계의 힘을 빼앗기 위해 그곳에 갔다가 입구에 지키고 있던 여인 리(진법랍)을 만난다. 팔찌의 힘을 이용해 싸우는 웬우를 막기 위해 맞서 싸우는 리는 아주 부드럽고 우아하게 웬우를 막아선다. 그 둘은 한동안 매일 서로 만나며 대결을 벌이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
웬우와 리는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들의 기존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웬우는 팔찌를 빼고 악행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았다. 리는 탈로에서 나와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아들 샹치(시무 리우)와 딸 샤링(장멍)을 낳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아내 리의 죽음으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그들이 만들었던 사랑은 아주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를 만들어냈지만 한 순간에 큰 그늘이 지고 말았다. 영화는 이렇게 뿔뿔이 흩어진 가족 가운데 아들 샹치의 시점을 중심으로 하여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어쩌면 마블 영화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사랑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 샹치의 가족 이야기가 기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일이 발생한 것은 웬우가 가진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때문이다. 그는 영화의 가장 강력한 빌런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가 가진 감정을 완전히 공감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그가 행하는 악행은 결국에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웬우는 영화의 초반에 잠깐 등장하고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다시 등장하게 되는데 그가 등장하는 장면들에 그의 표정은 우리가 흔히 보던 악당의 모습이 아닌 우울하고 의욕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가 행하는 악행의 이유가 드러나는 후반부가 되면 관객은 더욱 그의 감정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 상치보다 공감 가는 캐릭터 웬우
물론 영화의 주인공은 샹치다. 영화 초반은 샹치가 미국에서 일을 하며 혼자 생활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케이티(아콰피나)와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그는 아버지 웬우가 보낸 괴한들의 습격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예전 삶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나간다. 동생 샤링과 다시 만나고 결국에는 웬우와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다시 만난 아버지 웬우와 같이 앉은 샹치와 샤링의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영화는 한 가정의 그늘이 만들어진 이후, 각자가 짊어지고 있던 그늘이 그들을 어떤 식으로 변하게 했는지를 재회한 그날 이 가족의 식사 장면으로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웬우는 자신에게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가며 좋지 않은 선택을 하지만 자신의 자녀인 샹치와 샤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웬우가 샹치와 샤링을 볼 때 나타나는 단호한 눈빛에는 따뜻한 연민이 잠깐 머물다 사라진다. 웬우가 샹치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은 애증일 것이다. 아내의 죽음의 순간에 함께 있었던 아들에 대한 원망과 그래도 사랑했던 아들에 대한 애정을 가진 웬우의 감정은 배우 양조위의 눈빛과 몸짓으로 훌륭하게 표현된다. 그래서 적어도 샹치 캐릭터의 첫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샹치가 아닌 웬우가 진정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격투 액션 장면은 마치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빠른 속도감과 타격감을 통해 중국 무협 영화들에서만 보던 화려한 격투 액션을 마블 세계관 안에 훌륭하게 가지고 왔다. 때론 빠르게, 때론 부드러운 액션 장면으로 강약 조절을 해나가던 영화는 후반부에는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CG 액션과 화려한 무기들을 등장시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액션 장면들은 그동안 마블 영화들에서 볼 수 없는 종류의 무협 액션이 다채롭게 담겨있다는 것이다.
샹치가 활용하는 무술은 강력한 동작으로 강하게 타격하는 형태다. 이는 아버지인 웬우와 텐 링즈의 고수들에게 배운 스타일이다. 반면에 어머니인 리와 탈로를 지키는 사람들이 쓰는 무술은 부드럽게 상대의 힘을 이용해 반격을 가하는 스타일이다. 완전히 상반되는 격투 스타일은 캐릭터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 웬우와 리가 만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서로 완전히 상반된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상대방의 스타일에 끌려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는데, 상반된 스타일의 두 사람이 만나 어찌 보면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샹치도 아버지의 격투 스타일로 시작했지만 탈로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무술을 배우면서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의 스타일을 모두 받아들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정통 무협 스타일과 마블 히어로 액션 스타일의 성공적인 조화
마블은 새로운 페이즈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얼마 전 개봉했던 <블랙 위도우>에서는 러시아 국적이나 배경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또한 많은 대사를 실제 중국어로 구사하게 하여 더욱 해당 문화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아마도 향후 개봉하게 되는 마블 영화들에는 더욱 다양한 국적의 히어로나 인물들이 포함되고 해당 문화권의 특징들도 영화에 담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블 영화에서 한국어가 들리거나 그 외의 나라 언어들이 높은 비중으로 포함된다면 마블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샹치가 처음 소개되는 영화다. 그래서 샹치의 캐릭터의 특성과 격투 스타일이 어디서 왔는지, 그 근원에 대해 알려주고자 구상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샹치가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지만 이번 영화는 샹치의 윗 세대의 이야기가 끝맺어진다. 샹치의 아버지 웬우와 어머니 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두 사람의 죽음으로 그 사랑이 끝나는 순간까지가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인 샹치 캐릭터의 모험은 그가 등장할 다음 마블 영화부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대사가 중국어로 이루어지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이 영화의 개봉이 금지되어있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개봉을 하지 못하는 이 영화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극장 개봉에 들어갔으며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마블 영화를 보여준 마블 스튜디오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새로운 페이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11월에는 <이터널스>, 12월에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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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위도우>,나쁜 아빠 죽이고 이상한 아빠 이해하기
오랫동안 기다린 마블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 <블랙 위도우>!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나타샤의 영웅성이 발휘될 수 있었던 지점!
'소울스톤'을 구하여 인류를 구원할 수 있었던 나타샤 힘의 원천을 발견한 것이다!
나타샤가 가진 진짜 힘의 원천!
왜 소울 스톤을 구한 것은 '나타샤'이어야 했는지!
블랙 위도우, 나타샤
<블랙 위도우>에는, 나타샤의 두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 두 아버지 중 친아버지는 없다. 나타샤는 자신의 친아버지를 모른다.
친아버지의 이름은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소울 스톤을 구하러 갔을 때, 레드스컬에게 처음 듣는다.)
나타샤가 성장하는 과정 중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두 인물, 나름의 아버지상으로 다가간 두 인물!
위 : 드레이코프 장군/ 아래 : 알렉세이 (레드가디언)
#드레이코프 장군은, 오갈데 없는 어린 소녀들을 데려다가 혹독한 훈련을 시켜 최강의 암살자 스파이 부대, '위도우'들을 육성하는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약하고 결함있는 소녀들을 가차없이 죽인다. 그는 화학물질로 위도우들의 뇌를 세뇌시켜, 자기 마음대로 위도우들의 행동을 조정한다.
#알렉세이(한때, 레드 가디언)는, 드레이코프 장군의 최측근으로 미국에서 나타샤를 비롯해 다른 세명의 스파이들과 '가짜 가족' 행세를 하며 3년간 살았다. 미국에서 가짜 가족들과 함께 탈출한 뒤에 좌천되어 감옥에 갇힌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가 이 두 아버지와의 관계를 매듭짓고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영웅의 속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암살자 스파이 조직의 일원으로 길러진 나타샤는,
어린 시절 3년간 미국 오하이오에서 다른 스파이 요원들과 함께 '가족' 행세를 하며 산다.
위 : 어린 나타샤(언니 역) / 아래 : 어린 옐레나(동생 역)
위 : 알렉세이(아버지 역) / 아래 : 멜레나(어머니 역)
3년간 미국 오하이오에서 '가족' 행세를 하며 살았던, 나타샤, 옐레나, 알렉세이, 멜레나.
그러나 갑작스레 가족 행세를 멈추고 억지로 흩어지게 되면서,
각자의 혹독한 삶을 스스로 생존하게 되면서,
가족 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나타샤와 옐레나
다시 만나게 된 나타샤와 옐레나는, 처음에는 엄청 치고받고 싸우고 난리가 나지만,
공동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위도우들 뇌에 화학물질을 주입시켜 그들의 정신과 몸을 지배하는 '드레이코프' 장군을 함께 무찌르기로 한 것이다.
포악하고 잔인한 아버지상, 드레이코프
드레이코프는 모든 위도우들을 탄생시킨 인물, 모든 위도우들의 아버지이다.
위도우들의 뇌를 세뇌시켜 그들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다.
위도우들은 '자유 의지'가 없다.
싸우다 다치면, 드레이코프는 스스로 자살하게 만든다.
죽고 싶지 않아도, 위도우들은, 소녀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죽어야만 한다.
이 얼마나 포악하고 잔인한 아버지상인가.
자녀를 자기 소유물로 여기며, 자기뜻대로만 움직이게 만드는 아버지.
자기 뜻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차없이 벌을 내리는, 잔인하고 무서운 아버지.
#정말로 소름돋았던 장면.
블랙 위도우가 드레이코프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장면이 있었다.
내 냄새만 맡아도 너희는 두려움에 떨어 나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드레이코프는 냄새로 위도우들을 조정한다.
드레이코프의 냄새를 맡으면 몸이 굳어져서, 드레이코프를 공격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냄새만 맡아도, 몸이 굳어지게 된다니..
소름돋으면서도, 너무나 정확한 현실 묘사가 아닌가.
정말 그렇다. 내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에 갇혀 있으면,
그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몸이 굳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지만, 그 잘못된 것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 두려움은 스스로 깨야한다.
나타샤는, 스스로 그 두려움을 깨부수고,
드레이코프를 공격한다.
그리고 결국 나타샤와 옐레나 자매는 (알렉세이와 멜레나의 도움을 받아) 나쁜 아빠 죽이기에 성공한다!
오랫동안 그들에게서 '자유 의지'를 빼앗았던, 그들을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처럼 여겼던 나쁜 아버지를 없앤 것이다!
나쁜 부모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그 자녀는 평생 '감옥'에 갇혀 살게 된다!
살아있어도 진짜 살아있지 않은 상태!드레이코프가 살아있는한, 위도우들은 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능력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휘해야만 하는,
조금의 실수도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자유의지가 없는,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살아있어도 진짜 살아있는 것이 아닌 상태.
나타샤와 옐레나가 '나쁜 아빠'를 물리치기 위한 과정에서 반드시 재정립해야 했던 관계가 있었다!
바로 가짜 아빠, 가짜 엄마라고 우겼던, 알렉세이와 멜레나!
특히 알렉세이는 그들에게 우스꽝스럽고 이상한 모습일 뿐이었다.
당신들은 나의 진짜 부모인적 없었다!
당신들은 가짜다!다시 만난 네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다가 말다툼을 하게 된다.
다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게 된 네 사람은 그간의 감정이 폭발하여 싸우게 된다.
그러나 결국 그 싸움 끝에 깨닫게 된 것은,
아, 이게 찐이다!
잠시동안이었지만, 이 '가짜 가족' 행세를 하며 살았던 시기가,
이들 모두에게는,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유일한 추억거리. 유일한 진짜의 기억.
드레이코프에게 조정당하는 삶이 아닌,
유일하게 자신들의 의지로, 소망으로, 기쁨으로 가득했던 시간!
서로가 가짜였다고 우겨보지만, 이들에게 진짜로 남아있는 것은 역시 서로와 함께한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블랙 위도우, 나타샤의 영웅적 자질이 완성된다!
내가 가짜라고 여기던 것이 진짜였구나! 내가 가진 것이 진짜구나!
나에게도 진짜 가족이 있구나!부정적으로 여기던 것의 또 다른 측면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가짜라고만 여기던 것의 새로운 속성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나타샤가 가진 진짜 힘, "사랑"이 완성된다.
왜 '소울스톤'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것은 '나타샤'이어야만 했나!
'
소울 스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한 나타샤 (어벤져스 : 엔드게임 중)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관계'를 넘어서서, 그 이상의 진짜 '가족'을 사랑할 줄 아는 나타샤야 말로, 나의 영혼과 소울 스톤을 맞바꿀 정도의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함께 소울스톤을 구하러 갔던 호크아이는, 오직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관계에 집중한 인물이다.
소울스톤을 구하러 간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
자기 가족들이 사라졌을때, 아내와 아이들이 사라졌을 때,
그 비통함을 참지 못해 막무가내 살상을 벌인다.
그가 최우선으로 신경 쓰는 것은 그의 아내와 아이들, 혈연관계로 구성된 가족들이었다.
그러나 한번도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나타샤는,
혈연을 넘어서는 가족 관계를 맺는 것의 의미를 몸소 깨닫는 인물이다.
얼핏 가짜처럼 보이는 것의 또 다른 측면, 새로운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인물이다.
그래서, 나타샤는 '소울 스톤'을 구하기 위해, '진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다.
진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혈연 관계를 넘어선 가족들을 진짜 사랑할 줄 아는 힘이,
인류를 구원하는 가장 결정적이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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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아닌 ‘인생’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시사회 감상 후 작성되었습니다.
영화 <메이 디셈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의 일부를 모아 만든 조악한 진실에 우리는 모두 상처받고 있다. 인간의 다면적이고 복잡한 내면과 세상의 진실을 타인이 포착할 수 있는지 묻는 영화들이 많아진 것은 그 때문일까. 오해와 어긋난 이해에 가려진 순수한 사랑을 그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과 부부의 몰락한 관계를 해부하는 <추락의 해부>에 이어 <메이 디셈버>도 관계와 내면의 진실을 묻는다. 자극적인 사건 사고에 대한 소식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멀리 많은 이들에게 퍼진다. 풍성한 사연을 가진 개인은 소비하기 쉬운 천편일률적인 캐릭터로 전락하고, 자극적인 정보만이 취사선택되어 이야기는 반복되고 잊히지 않는다.
36세 여성과 13세 소년의 불륜. 이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호기심이 일지 않을 사람은 없다. 1990년에 펫샵에서 근무하던 그레이시(줄리안 무어)는 함께 일하게 된 소년 조(찰스 멜튼)와 사랑에 빠진다. 가정도, 도덕도, 관습 그리고 법도 두 사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레이시는 감옥에서 조의 아이를 낳았고, 이후 조와 함께 가정을 꾸려 세 아이의 부모가 된다. 타블로이드 신문을 연일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이 사연은 20년 후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다. 영화 속 그레이시 역할을 맡게 된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만)는 캐릭터 연구를 위해 부부의 집을 찾는다.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의 내면과 부부의 관계를 파고들수록 숨겨져 있던 균열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레이시와 조의 사건에서 가해자는 명백히 그레이시다.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였고, 36세의 성인이었으며,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가정과 사회적 관습을 배반하고 그레이시가 선택한 것은 순수한 사랑이다. 그 원인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으로 꼽는 것은 보는 이들의 자유지만 어찌 되었든 그레이시는 자신이 사랑을 선택했다고 믿는다. 사건의 앞뒤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럴듯한 의견들이 들어갈 여지가 충분하다. 인생의 대부분을 어리고 불쌍한 피해자로 살아야 했던 조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독립을 앞둔 자식들을 보며 쓸쓸한 공허함을 느낀다.
그레이시는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튼튼한 자아’는 조와의 사랑을 확신하며 자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레이시의 화사하고 밝은 아름다움은 그 순진하리만치 당당한 성격에서 기인한다. 그레이시는 예민하고 통제적이지만 어려서부터 오빠들의 과보호 아래 자란 순진하고 당당한 여성이며 조는 천식을 앓는 동생을 돌보며 철이 일찍 든 조용하고 강인한 남성이다. 엘리자베스는 영화에 출연할 조 역할의 어린 배우를 찾는데 고심한다. 조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매력이 영화화에 크게 작용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비극적인 사랑에서 시작한 이 아름다운 커플에게 숨겨진 진실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도덕의 모호한 회색지대를 탐구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레이시와 조는 흥미를 자극하는 대상이다. 엘리자베스는 특유의 집요함으로 그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질문하고, 그레이시의 전남편과 두 사람의 아들이자 조의 친구였던 조지를 만난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흡수하려는 것처럼 엘리자베스는 극이 진행될수록 그레이시와 닮아간다. 그레이시가 직접 자신의 화장품을 엘리자베스의 얼굴에 발라주고 거울을 향해 나란히 겹쳐 섰을 때, ‘인식론적 상대주의’와 ‘블루베리 파이 레시피’만큼 다른 두 사람은 비슷한 무언가가 되어 있다.
<메이 디셈버>는 엘리자베스의 시선으로 그레이시를 쫓다가 엘리자베스를 거쳐 조에 이르는 영화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그들을 한 사람씩 규정지으며 판단한다. 내내 당당하던 그레이시는 작은 일에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한 것처럼 부서질 듯 눈물을 흘린다.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의 편지를 읽은 후 드러내는 묘한 쾌감은 관객만이 볼 수 있다. 조가 혼자 TV를 보며 맥주를 마실 때 미지의 누군가(관객일 수도 있겠다)와 나누는 문자 메시지에서 우리는 그의 외로움을 엿본다. 그레이시의 오열을, 엘리자베스의 음흉함을, 조의 공허한 눈을 보며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게 된다.
무엇이 진실인지 감독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마침내 영화 촬영 현장에서 그레이시를 연기하는 엘리자베스는 소파 위에 농염한 모습으로 누워 원피스의 한쪽 어깨끈을 늘어뜨린 채 손에 뱀을 감으며 조 역할의 소년을 보고 있다. 같은 대사, 비슷한 연기를 몇 차례 이어갈수록 엘리자베스의 연기는 점차 은밀하고 유혹적으로 변한다. 한 번만 더 하면 “진실에 닿을 것 같다”며 이어간 엘리자베스의 연기는 흡사 마녀의 유혹처럼 외설스럽다. 엘리자베스가 만들어낸 그레이시는 조각난 단면에 배우의 자의적 해석이 덧입혀진 전형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도덕적인 모호함과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스캔들 속에서 엘리자베스가 찾아낸 진실은 타블로이드 표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가까이서 보고, 겉모습을 베끼고, 질문을 던진다고 진실에 닿기는 힘들다. <메이 디셈버>의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색감은 아름다운 풍경 속 인물들을 한층 비현실적으로 만든다. 도덕적 진리를 묻기에는 가깝고, 내면의 진실을 파악하기에는 먼 카메라는 자극적인 사건을 소비하는 대중들의 시선과 일치한다. 진실이 담기기에는 파편적인 화면들 속에서 우리가 포착할 수 있는 것은 다만 비극적 분위기에 지나지 않는다. <메이 디셈버>에서 ‘이야기’가 아닌 ‘인생’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서로를 이야기에 가둘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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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감만 넘치는 오컬트 활극
강동원 주연의 캐주얼한 오컬트 활극. 작년 추석 시즌에 개봉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가 내세운 무기다. 하지만 기대만큼 이 무기는 관객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결국 191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손익분기점은 240만 명을 넘기지 못한 것. 다양한 장르적 쾌감을 믹싱했음에도 왜 이렇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퇴마사로 활동하는 천박사(강동원)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퇴마는 곧 인간의 마음을 보살피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의사이기 때문. 가짜 퇴마의식은 천박사의 뛰어난 연기와 멀티 플레이어 조수 인배(이동휘)의 기계장치 트릭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천박사가 잘생겨서인지, 아님 연기를 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뢰자들은 모두 속는다. 그러던 어느 날 천박사에게 귀신을 보는 능력자 유경(이솜)이 찾아온다. 동생 유민(박소이)에게 빙의 된 귀신을 쫓아내 달라는 것. 설마하는 생각에 유경의 집으로 가서 기존 방법대로 퇴마를 진행한 천박사는 뜻밖의 인물을 만난다. 바로 무당이었던 할아버지와 동생을 죽인 장본인 범천(허준호). 천박사는 그동안 갈아왔던 복수의 칼을 뽑아든다.
<천박사>는 원작 웹툰 ‘빙의’를 각색해 영화적 상상력, 특히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한 오컬트적인 재미와 액션 활극을 더했다. 오컬트 장르가 주는 신비롭고 독특한 느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귀신과의 호쾌한 대결은 그 자체로서 구미를 당긴다. <천박사> 또한 이 두 가지 요소를 믹스하고 코믹함을 더해 관객들을 향한 어필을 시작한다.
초반 이야기는 궁금하다. 천박사의 과거 일과 범천과의 악연, 그리고 부제인 설경의 비밀 등 계속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등장하고, 이를 동력삼아 마지막 대결까지 나아간다. CG의 힘을 빌려 오컬트와 판타지 요소 가득한 액션 비주얼은 취향을 타긴 하지만,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역할은 충분히 한다.
하지만 이내 재미가 반감되는 건 이 영화만이 가진 오리지널리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요소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퇴마의식이나 무속신앙의 활용도는 여타 비슷한 장르의 영화와 차별화 포인트 없이 사용된다. 특히 귀신을 가두는 ‘설경’의 비주얼은 마블 영화에서 나올법한 이미지로 구현된다. 이렇듯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와 이미지의 범람은 초반 영화의 호기심마저 잡아먹는다. 마지막 대결 장면도 긴박감이 떨어져 힘이 떨어지는 양상이다. 캐릭터 또한 이 기시감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천박사와 인배의 관계는 셜록과 왓슨 박사의 잔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변주 아닌 변주를 했음에도 그 향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나마 영화가 관객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건 강동원의 몫이다. 이 배우의 매력은 영화의 모든 단점을 메우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관객들을 주저 앉혀 천마사의 퇴마의식과 복수극을 마주하게 한다. 허준호, 이솜, 이동희, 김종수 등도 각 역할에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치지만 워낙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매력이 분출될 여지는 좁다. 다만, 특별출연을 한 박정민의 연기는 발군이다.
<천박사>는 명절 대목 가족 단위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한 기획물로서의 한계를 보여준다. 물론, 이 영화가 킬링 타임용으로 즐길만한 구석이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기대치를 넘지 못하는 기획 영화로서 머물렀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마치 멋지게 설경을 만들고, 그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이다. 쿠키 영상을 보면 영화는 시리즈물로서 나아가려는 계획을 가진 듯한데, 기대보다 우려가 더 앞서는 건 필자만은 아닐 것 같다.
사진 제공: CJ ENM
평점: 2.5 / 5.0
한줄평: 무색무취 퇴마굿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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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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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지구 침공을 시작한다.
낙서왕국의 위험한 작전을 막기 위해
지상의 용사로 선택 받은 짱구는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미라클 크레용’을 얻게 된다.
쓰윽 쓰윽~ 그려 그려~!
짱구가 미라클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자
브리프, 가짜 이슬이 누나, 부리부리 용사가
스케치북 밖으로 튀어나오는데..!
과연, 크레용 용사 짱구는 낙서 용사들과 함께
위험에 빠진 떡잎마을과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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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메인 예고편
“내 첫사랑이 24년 만에 찾아온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일까? 인연일까? 전 세계 68관왕 167개 노미네이트 [패스트 라이브즈] 메인 예고편 공개! 3월 6일, 극장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