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4-12-19 13:13:53
닳고 닳은 이야기
넷플릭스 [트렁크]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트렁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넷플릭스
그렇다.
나는 추리물을 좋아한다.
시작하자마자 비가 추적추적 오거나, 그 와중에 누가 죽어 나자빠져 있거나 하면 금상첨화다. 그런 내게 최소 토막사체 정도는 들어가 있을 거라는 추리를 하게 하는! 제목마저 [트렁크]라는 작품이라니!! 그것도 이 추운 날에 집에서 뒹굴거리며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무려 8부작이라는 심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세 좋게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만 해도. 누가 봐도 인지(서현진)가 호수에 토막시체를 버렸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뿜뿜 할 때만 해도.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었다. 물론 그 희망은 정원(공유)과 인지가 그놈의 탱고를 추는 순간부터 아주 소금빵 첫 입 마냥 파사삭 하고 내려앉았지만 말이다. 순간의 실망이었지만 그 틈을 비집고 여태 눌러 참고 있었던 불편함이 우르르 밀려왔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어색하고 이해가지 않는 설정. 아무리 좋게 봐도 가스라이팅 하는 것으로 밖엔 안 보이는 정원의 전처(정윤하). 아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것 같은 엄마 바라기 한정원도 모자라서, 안타깝지만 이런 미묘하고 섬세한 연기는 아직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은 배우 서현진까지.
사진출처:넷플릭스
분명 새롭고 감각적이면서 섬세한 드라마를 만들려 한 것 같긴 한데. 미묘한 포인트에 대한 설명이나 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해 불편함이 꽤 겹겹이 쌓인다. 게다가 후반부엔 정말 대놓고 로맨틱 코미디로 급선회를 해서 꼴 보기 싫게(?) 꽁냥 거리기까지 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트렁크 안의 시체 어딨 어(없다고).라는 투덜거림도 함께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진 않다. 후반부의 두 주인공이 상처를 치유하고(내 상처는 어쩌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보는 모습에는 미소가 지어지긴 한다. 하지만 그 후반부마저도 급작스럽고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이 미래에 누리게 될 것이라 생각되는 행복도. 상처의 완벽한 치유도 전혀 기대되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닳고 닳도록 다루었던. 판에 박힌 이야기로 남아버린다.
내 시체... 내놔.... 니들만 행복하지 마....
[이 글의 TMI]
1. 집에 가고 싶다.
2. 어제 네 명이서 피자집에서 메뉴 여섯 개 뿌심.
3. 엄지손가락이 너무 아파 병원 갈 예정.
#munalogi #넷플릭스 #트렁크 #영화리뷰어 #최신영화리뷰 #ott서비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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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 테마파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글은 넷플릭스 작품 [계시록]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분명 메뚜기 탈을 쓰고 춤추는 사람이었던 그가, 스무 번째 대상을 타는 모습을 지켜본 날이 있었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그가 여태껏 거쳐온 징검다리들과 절벽들이 내 머릿속에서 스쳐가면서 벅차올랐다.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관의 형성에 있어서 정점을, 혹은 또 다른 순간의 환희를 기록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이렇듯 누군가의 세계관이 차곡차곡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야만 지켜볼 수 있는 일이기에, 영광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실망스럽거나 의아할 때도 많다. 그 안에 속해 있는 모든 블록들이 마음에 들면 금상첨화겠지만. 쏟아지는 정보의 사회의 소비자로서는. 단 하나의 조각만 마음에 든다 해도 꽤 건진 게 많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넷플릭스의 [계시록]은 내게 한 번쯤은 앞에 서서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가로수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연상호 감독 유니버스의 큰 두 갈래 중[지옥]에서 파생된 쪽에 가까운 작품이고, 또 다른 세계관을 차지하는 좀비 떼가 나오는 영화들에 비해 어둡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아포페니아(참고 1)적 사고를 가진 목사 성민찬(류준열)의 모습은 [지옥]의 정진수의 모습과 참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몇십 년에(?) 걸쳐 내재되어 있어 차마 들여다볼 수 없었던 그의 분노와 변화를 이번 작품에서는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해성사라 볼 수도 있는 비밀이 밝혀지거나 감정이 격해지는 무대도 늘 폐허라는 것도 일치한다. [지옥]에서 쌓아 올린 악마적인 이미지의 재현이 자연스러운 것 역시 덤이라면 덤이다. 물방울만으로 권양래(신민재)를 악마로 만든 모습에서는 고개마저 제법 끄덕여졌다.
그렇다.
이 작품은 [지옥]의 "파생"이지 완벽하게 새로운 작품은 아니다. 분명히 기시감으로 가득하지만, 작품의 절반 가량을 할애해 인물의 상황을 만들어가는 솜씨는 꽤 괜찮았기에. 초반부에서 느꼈던 강렬함은 마치 지옥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하지만. 꽤 새로웠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이 작품의 장기였던 치밀한 맛은, 유괴범이 유괴(?)되는 과정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 부분부터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까지 겹쳐져서 작품의 성격이 급격하게 바뀌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살인자 O 난감] 같은 작품에서 [암수 살인]으로 노선이 변경되고. 그 위에 프로파일링과 치유를 급격히 끼얹어 얼레벌레 마무리해버리려는 것만 같다.
또한 연희(신현빈)가 환영을 보는 장면에서의 카메라 촬영 기법은, 새로운 시도였는지는 몰라도 내게는 아이폰 손떨림 방지 광고영상 보다도 못하게 보였다. 어두운 데다 귀신까지(?) 등장하는 이 장면을 더 들여다보다가는 내가 환영을 연희보다 자주 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쾌함이 느껴졌다.
분명 기억에 남아 길이길이 되새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무였건만. 훗날 사진첩을 돌아봤을 때 그날의 추억만 생각날 뿐 그때 느낀 아름다움을 오롯이 기억해 낼 수는 없을 것만 같은. 의미가 많이 사라진 가로수가 된 것만 같은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을 사진첩에 남기게 될 것이다. 그의 세계관이 맘에 들고 아니고의 문제는 확실히 별개이지만. 이번 세계관이 나에게 어느 정도 전달되었다는 점에서는 동의하기 때문이다.
참고 1
아포페니아:연결성, 연관성이 없는 정보들 사이에서 일정한 규칙, 의미를 찾는 것.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작품에서도 인용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배가 떨어지면 기어코 까마귀를 만들어 낸다고 묘사됨.
[이 글의 TMI]
1. 마라탕에 꿔바로우 최고!
2. 그리고 난 월요일부터 하체 피티 받는 최후를 맞이함.
3. 요새 자꾸 꿈을 꾸는데... 로또를 살까(?)
#계시록 #연상호 #신현빈 #류준열 #신민재 #한국영화 #지옥 #넷플릭스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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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애니메이션 원작 '나의 행복한 결혼' 결말 포함
나의 행복한 결혼
23.10.11 개봉
판타지, 12세 관람가
일본, 113분
원작: 만화 <나의 행복한 결혼>
출연: 이마다 미오, 메구로 렌 등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기도 한
만화 원작 '나의 행복한 결혼'!
저는 만화도 애니도 보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갔는데
캐릭터 설정부터 기승전결 전개까지
너무 자세히 알려 줘서 기본 설정 알고 갈 필요 없어요 ㅎㅎ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각 가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있다는 세계관이고
주인공인 미요는 능력이 없는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예요
약간 일본판 신데렐라 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사이모리 가문의 능력을 이어받지 못해
집안의 미움을 받던 ‘미요’는
쿠도 가문의 당주이자 냉정한 이능력자 ‘키요카’와
갑작스러운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원하지 않은 정략결혼으로 ‘미요’를 냉대하던 ‘키요카’는
이전의 약혼자들과는 다른 그녀의 모습에 점차 빠져들게 되고,
‘미요’ 역시 무자비한 줄로만 알았던
‘키요카’의 다정한 모습에 자꾸 설레기 시작한다.
그렇게 ‘키요카’와 ‘미요’가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던 중
‘미요’는 자신에게 숨겨진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녀의 능력은 두 사람의 행복한 결혼을 방해하게 되는데…
원치 않은 정략결혼,
그 이후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영화 <나의 행복한 결혼> 줄거리
진짜 궁금한 건데
일본은 왜 그렇게 영화 포스터를 이상하게 찍을까요?
예고편이랑 포스터 보고 일본 실사화 또 만들었네;; 했는데
영화 보고 진심... 감격했어요
여주 남주 얼굴 대박이고 얼굴합도 개쩔어 줍니다
이건 비주얼 때문에라도 봐야 하는 영화 ^^,,,
암튼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ㅎㅎ
줄거리 빼고 봐도 이미 캐릭터만으로
기승전결 다 끌고가기에 충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영애의 집안에서 홀로 능력이 없어
새엄마와 이복 동생에게 구박당하며 사는 미요는
항상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사는 불쌍한 여주예요
남주인 키요카는 모든 사람들에게 쌀쌀맞지만
지금까지의 약혼자들과 어딘가 달라 보이는 미요에게
동정심과 호기심, 사랑의 감정이 피어나죠
이미 이 관계성만 봐도... 신데렐라 이야기 뚝딱이죠?
후에 이복 동생이 자기가 키요코와 결혼하겠다며
미요에게 파혼하라며 괴롭히는데
미요는 이번 만큼은 원하는 걸 포기할 수 없다며
물고문을 당하는 와중에도 키요코를 떠올려요 ㅠㅠ
현대가 배경이었으면 흔하고 진부하다고 욕먹었겠지만
기모노 입고 다니던 옛날이 배경이기에 용인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습니닷 하하
그러나 로맨스만 있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인 만큼
황실, 군대 등... 거창한 내용들이 등장하는데요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벌레'라는 존재가 나타납니다
이 '벌레'는 사람의 몸에 기생충처럼 기어들어가서
인간들을 조종하고 다니며 서로 죽고 죽이는 매개체예요
그 벌레는 사실 키요코 가문의 위대한 힘을 두려워한
왕이 뿌린 것이었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하들을 죽여야만 하는
키요코의 눈물겨운 싸움이 진행됩니다
이 싸움이 사실 기승전결의 '전'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갈수록 로맨스가 흐려지고 세계관에만 집중하는 게
많이 아쉽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나름 잘 짜여진 구성이라고 생각해서
이걸 뺐다면 또 허전한 로맨스로 남았을 것 같아요
OST까지 완벽하게 구성한 영화라
중간중간 마음을 울리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펑펑 울 정도는 아닌 ㅎㅎ 영화였습니다
아 CG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판타지 장르 영화였는데
엄청 어색하진 않지만 또 오글거리지 않는 건 아닌
그 중간 ㅋㅋㅋㅋ 단계였어요
제목에 쿠키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쿠키에서는 몽견? 의 능력을 눈치 챈 악의 무리들이
미요를 잡으러 가겠다는,, 뭐 그런 멘트로 끝나거든요
아무래도 시즌 2를 암시하는 것 같죠?
역시 로맨스는 일본이다~ 라는 한 줄 평과 함께
오늘 리뷰 마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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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일 뿐, 이게 바로 나야.
MBTI별 특징을 읽으며 ‘어머 ! 정말 나랑 똑 같아.’ 하고 생각한다거나 점을 보러 갔을때 ‘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은 편’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맞장구를 쳐본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라도 해당 하는 보편적인 이야기일 때가 많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처럼 어떤 말이라도 내 이야기 처럼 믿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진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을 ‘바넘 효과’라고 한다.
이 말은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던 19세기 서커스 단장이었던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에서 생긴 말인데, 영화 <위대한 쇼맨>은 쇼비지니스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바로 그 바넘의 일대기에 관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보여 준다. 만들어 진지 7년이 넘었지만, 주인공 바넘을 연기한 ‘휴잭맨’의 매력에 대한 칭찬과 버릴게 하나도 없이 명곡으로 가득 찬 OST로 여전히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지상최대의 쇼의 단장이 꿈인 바넘은 가난한 양복집 아들이다. 상류층의 양복을 맞춰주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간 바넘은 오래전 부터 그 집안의 딸 채리티와 알고 지냈지만, 채리티 아버지는 바넘이 딸과 가까이 지내지 못하게 엄격하게 대한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바넘과 채리티는 가족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하여 캐롤라인과 헬렌 두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바넘의 직장이 파산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걱정으로 가득한 날들에 어느밤 채리티와 딸들에게 조명쇼를 보여주다가 바넘은 잊고 지냈던 꿈을 떠올리게 된다.
지상 최대의 쇼를 만들겠다는 꿈.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은 바넘은 건물을 사서 호기심 박물관을 차린다. 기상천외한 것들을 전시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다. 그러다 바넘은 왜소증 남자인 찰스를 시작으로 얼굴에 수염이 난 여자, 공중곡예를 하는 흑인 남매, 전신에 문신을 한 남자, 온 몸에 짐승처럼 털이 난 남자, 아주 뚱뚱한 남자. 거인처럼 큰 남자, 알비노에 걸린 남자 등 기이한 사람을 모아 쇼를 하게 된다. 극 소수자, 소외되고 놀림 받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세운 쇼는 첫날 성황리에 공연되지만, 쇼를 지켜본 사람들 사이에는 호불호가 갈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서커스 쇼를 더 유명하게 만들고,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 들어 바넘은 부자가 된다.
세월이 흘러 바넘이 첫째 딸 캐롤라인의 발레 무대를 관람하던 중 자신을 비웃는 상류층의 시선을 느끼게 된다. 딸 역시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있었다. 천박하다며 비아냥을 듣던 바넘은 쇼에 변화를 주기로 한다. 연극작가 필립 칼라일을 찾아가 서커스의 전반적인 경영과 상류층도 좋아할 기획을 시작한다. 서커스를 반대하는 시위가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와중에, 필립을 통해 영국 빅토리아 여왕 앞에서 공연하게 되고, 이 때 스웨덴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를 만나 미국에서의 공연을 제안한다. 서커스 관객이 줄어 예산이 적었지만, 바넘은 제니의 미국투어를 강행하고,한편 서커스공연장에서 반대시위자들과 단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제니와 바넘은 불륜스캔들이 신문에 크게 보도된다.
채리티는 떠나고, 무리해서 진행한 투어 공연이 망하게 되어 전재산도 모두 은행에 넘어간다. 모든 것을 잃은 바넘 곁에 남은 것은 동료들이었다. 그동안 받아왔던 수익을 모아왔던 필립은 해안가 부두의 싼 땅을 사서 거대한 텐트를 치고 다시 서커스가 시작된다.
이 영화에 영감을 준 바넘은 현실에서는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다녔다. 흑인과 장애인 차별에 반대하면서도 서커스에서 장애인을 희화화 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어 돈을 모으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선천적인 특징으로 소외받덤 사람들에게 주인공이 될 기회를 준 것일까? 그의 쇼가 천박한 사기인가. 피부색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온갖 다양한 사람들을 동등하게 무대에 세운 인간애를 가진 가진 사람인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그가 선인인가 악인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판단을 유보한다.관객의 마음이 닿는 곳에서 생각하길 바란 것처럼.
서커스는 예술이 아니라고 한 사람들에게 바넘은 ‘가장 고귀한 예술은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판단이 아닌 자신이 세운 기준으로 꿈을 이뤄가고, 소수자라 숨어 있던 단원들이 “This is me.” 라고 말하도록 용기를 준 사람. 내 마음이 닿은 곳은 그 곳이었다.
I am brave, I am bruised
난 용감해, 당당해
I am who I'm meant to be, this is me
난 내가 자랑스러워, 이게 나야
I'm not scared to be seen
남의 시선은 두렵지 않아
I make no apologies, this is me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아, 이게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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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투름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던 시절
어느덧 입춘이 지난지도 꽤 되었다. 그럼에도 더위는 가시질 않아 낮이면 에어컨을 틀어놓고, 길었던 해가 지면 풀벌레 소리에 잠을 설치며 하루를 보낸다. 괜히 따뜻한 봄날이 그리워지는 게 아닌가 보다. 가장 덥다는 오후 3시에 뛰어도 전혀 덥지 않고, 여름에는 짜증과 곰팡이만 불러대던 비조차 가녀린 벚꽃과 맞닿으면 큰 감성이 된다. 언제나 1년을 시작하는 계절이라 그런지. 봄이 오면 온전히 정돈되지 않았을 지난 1년을 마저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감정이 남아 차마 정리하지 못해 부유하는 시간들도 있으니. 누군가의 대한 그리움이 될 수도, 후회스러운 행동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시간들에도 봄은 한결같이, 위로하고 묻어두어 다시 필 날을 꿈꾸게 한다. 또한 봄은 기대와 불안, 걱정. 온갖 감정들을 미지라는 설렘으로 녹여내서 막연한 나날들에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설레면서 한편 너무나도 짧아 아련한 기분. 이와이 슌지 감독은 <4월 이야기>라는 1시간 짜리 작은 통조림에 그 삼라만상을 모두 담아내었다.
3월에 입학식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벚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4월에 입학을 맞이한다. 4월. 멋모르고 떨어지는 벚꽃에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느끼고, 어른들은 ‘올 게 왔구나.’하는 심정으로 몽환적인 하늘을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4월 이야기>는 그 사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서있는 대학생들의 감정을 다루었다. 짝사랑을 따라 같은 대학교에 진학한 주인공, 언제나 친절하고 멋진 짝사랑. 겉으로 무심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친구 등. 이와이 슌지는 극적인 행동이나 사건이 아닌, 그들이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는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상적인 장면들에 주목함으로써 그때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게 했다. 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누군가는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고,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누군가의 시선은 사랑을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러브레터>, <하나와 엘리스>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이와이 슌지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우리에게 있어 극적인 사건은 잘 없다. 학교, 대중교통, 아르바이트와 같이 우리는 비슷한 환경 속에 일상의 대부분을 태우고, 취미나 사랑 등을 내새워 조금이라도 다름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이따금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조차 누군가의 사연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조금의 특별함조차 중복되는 세상을 살아가더라도. 우리는 고유한 각자의 감정과 시선을 갖고 있다. 같은 입학식에서도 각자 다른 목표와 꿈을 안고, 같은 벚꽃을 보더라도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을 떠올린다. 어쩌면 봄은 거들 뿐. 그럼에도 하루 빨리 봄이 되어 <4월 이야기>를 다시 보고 싶은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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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락하는 삶에도 사랑이 있다면
-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하면 '낭만'을 떠올릴 것이다. 파리에 가면 수많은 소설, 드라마, 영화에 등장한 멋쟁이 파리지앵(Parisien)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도심을 활보하지 않을까? 파리에 가면 끼니마다 정찬과 함께 삶과 예술에 대한 우아한 대화를 나누느라 3~4시간의 식사 시간을 가지지 않을까? 파리에 가면 사회경제적 지위와 통장 잔고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고 눈만 맞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뜨겁게 사랑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파리에 살면 지루하고 힘들고 불행한 '현실'을 벗어나지 않을까?당연히 그럴 리 없다. 파리도 사람이 사는 곳이지, 유토피아가 아니다. 여행자로서 잠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상주한다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처음 파리를 찾은 외국인들이 파리에 대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때문에 피해망상이나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파리 증후군'이라는 정신질환이 있을 정도다. 파리지앵도 일상을 견디며 각자의 희로애락을 느끼고 살다가 병들고 언젠가 죽는다.영화 <어느 멋진 아침>의 주인공 '산드라(레아 세이두)'는 파리에 산다.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후 통번역 일을 하면서 홀로 딸을 키우고 아버지를 보살피며 산다. 그녀의 연로한 아버지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는 철학 교수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분간하지 못할 만큼 건강이 나빠졌다. 친구인지 연인인지 애매한 사이였던 '클레망(멜빌 푸포)'과 산드라는 잠자리를 한 이후 서로의 육체를 쉼 없이 욕망하지만 클레망은 부인과 산드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삶의 끝이 코앞인 아버지, 무럭무럭 예쁘게 자라고 있는 딸,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이후 오랜만에 마음을 연 클레망을 향한 사랑이 산드라의 마음속에 저마다 가득하다. 건강이 무너져 가는 아버지 때문에 갑자기 솟구치는 눈물, 산드라에 대한 마음을 확신하지 못하는 클레망 때문에 서서히 차오르는 눈물,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딸 덕분에 짓게 되는 미소가 산드라의 일상에 소박한 문양을 새긴다.영화 <어느 멋진 아침>은 주인공 산드라의 인생처럼 평범하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한 우리 삶의 단면들을 차분히 곱씹게 해주는 영화다. 쇠락하는 삶에도 사랑이 있다면, 그래서 매일 똑같은 출근길일지라도 어느 날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유독 아름다워 보인다면, 우리 인생은 살아볼 가치가 있지 않겠냐고 말한다.영화 <어느 멋진 아침>은 9월 6일 개봉한다. (끝)* 8월 31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된 <어느 멋진 아침> 시사회에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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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본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개인이 겪은 끔찍한 일들도 아주 세세하게 전달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도 대중적으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다시 그것을 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아마도 현대 사회의 매체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고 인간이 가진 호기심이 더더욱 그것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사건사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고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어떤 사고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 끔찍한 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 진실을 찾아낼 때 영상이나 음성 같은 물리적인 증거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일을 직접 경험했거나 옆에서 보게 된 사람들의 증언은 중요하다. 수사기관들이나 기자들이 관련자들을 만나고 그때의 일을 들으려고 하는 노력은 진실을 찾으려는 가장 보편적인 노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 증언을 하는 사람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밀실 살인 사건 피의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영화
영화 <자백>은 어떤 사건과 관련 있는 한 남자와 그가 고용하려는 변호사가 주고받는 대화로 구성된 이야기다. 한 호텔 방 안에서 세희(나나)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방에 같이 있던 민호(소지섭)는 범행을 부인하지만 그 방 안에는 두 사람만 있었고 다른 문은 없었다. 그 상황에서 민호는 실력 좋은 변호사인 신애(김윤진)를 고용해 자신의 상황을 돌파하려고 한다. 영화는 민호와 신애가 한 별장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바탕으로 사건 이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알리바이나 증언을 말하고 있는 민호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다. 민호는 사건의 처음부터 세희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초반에는 민호가 하는 증언은 한줄기뿐이다. 그래서 민호의 말은 아주 강한 신뢰를 가진다. 그러다 중반부부터 증언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민호의 이야기는 점점 신뢰를 잃어간다. 그러니까 영화는 대부분을 민호가 이야기하는 증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말의 힘이 점점 빠져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 힘을 빼는 건 숨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변호사 신애의 힘이다. 정곡을 짚어내며 이야기의 약점을 보강하려는 신애의 노력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파악하여 변론에 활용하려는 것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힘이 된다.
진실이 바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그것은 아주 깊숙이 숨겨져 있다. 민호가 가지고 있는 진실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무척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지만 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이야기의 허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일단 민호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볼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게는 일차원적인 정보가 먼저 주어지고 영화 상영시간에 순차적으로 제공되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겹쳐지는 영화의 이야기
최근 한국에 큰 참사가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에서 보게 되었다. 그 참사가 왜 일어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증언과 재구성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영화 <자백> 속에서 증언하는 사람은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많은 순간 혼란스럽다. 참사 일어난 직후 그런 증언이나 정보들이 적었다. 그 순간에는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현실에서는 다양한 목격자와 증언들이 공존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일의 이면에 있는 일들을 좀 더 정확하게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현실에서는 그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진실이 드러나고 명확하게 책임져야 할 사람이 나온다. 영화 <자백>의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초반에는 진실이 모호하고 어떤 사람이 그 사건에 죄가 있는지 알 수없다. 하지만 서서히 그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그 진실의 대가를 누군가가 치른다. 여전히 모호한 현재의 상황과 무척 상반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초반과 중반은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다. 적절히 어울리는 한국 배우들을 각 캐릭터에 캐스팅했고, 그들의 연기가 주는 생동감도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는 조금 더 박진감이 넘치게 재구성되었다. 이야기의 반전을 일찍 공개하고 그 이후에 다른 작은 반전을 추가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꽉 끌어당긴다. 원작에서 다소 약했던 권선징악의 강도를 좀 더 센 방식으로 재구성하면서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좀 더 극대화시켰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스페인 원작의 담백하지만 임팩트 있는 결말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한국식 스릴러의 긴박하고 박진감 있는 결말이 너무 나갔다거나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한국식 클라이막스로 변형된 리메이크 영화
대체적으로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역할에 잘 맞는데, 특히 세희 역을 맡은 나나의 연기가 무척 좋다. 민호의 이야기에 따라 인물의 성향이 상반된 형태로 화면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 분위기에 따라 딱 맞는 연기 변화로 극에 설득력을 높여준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연기 모두를 소화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이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최근에 시리즈 [글리치]에서도 자연스럽고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나나는 향후에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난 영화 <자백>은 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통쾌함이 있다. 10.29 참사 이후 벌어지는 일들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이 영화에서의 민호가 하는 행동이 현실에서 다른 증언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는 가해자가 그가 한 짓의 대가를 치루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누구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직 진행 중인 현실의 이야기도 영화의 결말처럼 진정한 사과와 대가가 내려지길 기원한다. 그것이 그 일에 희생당한 사람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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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뒤섞여 갈수록 지금 이 현실과 사랑하는 딸,
그리고 나 자신까지 모든 것이 점점 더 의심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