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4-12-19 13:13:53
닳고 닳은 이야기
넷플릭스 [트렁크]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트렁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넷플릭스
그렇다.
나는 추리물을 좋아한다.
시작하자마자 비가 추적추적 오거나, 그 와중에 누가 죽어 나자빠져 있거나 하면 금상첨화다. 그런 내게 최소 토막사체 정도는 들어가 있을 거라는 추리를 하게 하는! 제목마저 [트렁크]라는 작품이라니!! 그것도 이 추운 날에 집에서 뒹굴거리며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무려 8부작이라는 심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세 좋게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만 해도. 누가 봐도 인지(서현진)가 호수에 토막시체를 버렸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뿜뿜 할 때만 해도.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었다. 물론 그 희망은 정원(공유)과 인지가 그놈의 탱고를 추는 순간부터 아주 소금빵 첫 입 마냥 파사삭 하고 내려앉았지만 말이다. 순간의 실망이었지만 그 틈을 비집고 여태 눌러 참고 있었던 불편함이 우르르 밀려왔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어색하고 이해가지 않는 설정. 아무리 좋게 봐도 가스라이팅 하는 것으로 밖엔 안 보이는 정원의 전처(정윤하). 아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것 같은 엄마 바라기 한정원도 모자라서, 안타깝지만 이런 미묘하고 섬세한 연기는 아직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은 배우 서현진까지.
사진출처:넷플릭스
분명 새롭고 감각적이면서 섬세한 드라마를 만들려 한 것 같긴 한데. 미묘한 포인트에 대한 설명이나 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해 불편함이 꽤 겹겹이 쌓인다. 게다가 후반부엔 정말 대놓고 로맨틱 코미디로 급선회를 해서 꼴 보기 싫게(?) 꽁냥 거리기까지 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트렁크 안의 시체 어딨 어(없다고).라는 투덜거림도 함께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진 않다. 후반부의 두 주인공이 상처를 치유하고(내 상처는 어쩌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보는 모습에는 미소가 지어지긴 한다. 하지만 그 후반부마저도 급작스럽고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이 미래에 누리게 될 것이라 생각되는 행복도. 상처의 완벽한 치유도 전혀 기대되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닳고 닳도록 다루었던. 판에 박힌 이야기로 남아버린다.
내 시체... 내놔.... 니들만 행복하지 마....
[이 글의 TMI]
1. 집에 가고 싶다.
2. 어제 네 명이서 피자집에서 메뉴 여섯 개 뿌심.
3. 엄지손가락이 너무 아파 병원 갈 예정.
#munalogi #넷플릭스 #트렁크 #영화리뷰어 #최신영화리뷰 #ott서비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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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과 안톤쉬거의 동전
예술은 꾸준히 변화해 왔다고 생각한다. 미술, 시, 소설, 건축, 조각 등 옛 과거부터 존재했던 예술들이 꾸준히 발전하고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현대적인 예술들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가장 복합된 예술은 바로 영화라고 생각한다. 시각적인 미를 부여할 수도, 청각적인 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극문학을 좀더 현실성있게 실감나게 만들 수도 있고, 대사 하나하나만으로도 인간의 감정을 표현 할 수 있다. 가장 복합적으로 감독이 의도함에 따라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림, 시, 극문학, 영화 등의 형태는 단지 예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수단이 변한다고 해서 시대를 거슬러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 속의 '이야기'는 그 예술이 만들어진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의 흐름을 끌고 간다. 가장 강력한 형태의 이야기는 바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비극은 대부분의 시대에 존재해 왔다. 위에서 말했듯이 시대를 거슬러 일맥상통하는 가장 강력한 이야기가 비극이라는 뜻이다. 디테일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시대의 아픔과 불안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수 많은 비극들이 뛰어난 평가를 받아왔다. 나는 그 중 '멕베스'를 가장 선호한다. 가장 고전적이고 통상적인 요소들을 가지면서도 인간의 심리들을 여러 캐릭터들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비극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현대로 와서 가장 최근의 작품들 중 최고의 비극은 이제부터 이야기 할 코엔형제의 2007년도 작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연쇄살인마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과 우연히 마약상들의 돈가방을 발견한 사냥꾼 르웰린 모스(조쉬 브롤린)의 돈가방을 향한 추격전과 그 흔적을 쫓으며 사건을 조사하는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의 액션 스릴러 및 추격극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상업적 목적의 추격극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그리고 영화의 첫 나레이션과 살해 장면에서 주는 압박감에서 부터 느낄 수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사냥감과 사냥꾼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안톤 쉬거는 동기없는 살인마이다. 그는 소 도축기와 비슷한 작동을 하는 공기총을 들고 자신만의 규칙에 맞춰서 자신의 길 앞에 놓인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해해 나아간다. 그의 사냥감은 무작위로 자신의 앞에 놓이게 되고 그는 '동전 던지기'라는 자신만의 규칙 속에서 하나하나 사냥해 나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안톤 쉬거 본인 또한 자신이 누구를 죽이게 될지 모르는 혼돈 속에서 산다. 반면, 르웰린 모스는 전통적인 사냥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수 많은 무리의 가젤 중 자신이 고른 한 마리만을 선택해서 사냥하고 그 사냥감을 놓쳤을 때도 피의 흔적을 따라서 끝까지 추적한다. 그는 영화의 초반 자신이 쫓던 사냥감을 따라가다가 마약상들의 전투 흔적을 보고 거기서 돈가방을 찾게 된뒤 한순간에 자신이 이제는 사냥감임을 직감했다. 르웰린은 과거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으로서의 경험들을 살려서 자신을 쫓는 누군가에게서 달아나기 위한 움직임들을 보인다. 그는 나름 변칙적이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생각했지만 사실 쉬거에게 항상 추격을 당하고 있었다. 러닝 타임 두시간 동안 별것 없어보이지만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고요한 추격전이 이어지고 우리는 충격적인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이 영화 최고의 장면을 뽑으라고 한다면 누구나 주유소에서의 쉬거와 한 노인의 대화와 동전던지기를 뽑을 것이다. 그 장면은 연출, 촬영 등등 정말 많은 부분에서 완벽하지만 가장 완벽한 부분은 대사라고 볼 수 있다. 단 한장면으로 안톤 쉬거가 어떠한 법칙에 따라서 행동하는 살인마인지를 소개해낸다. 그는 모든 것을 운에 맡긴다. 마치 영화 다크나이트 속의 투페이스가 던지는 동전과도 비슷하다. 운명 그 자체를 동전의 양면에 비유하면서도 전혀 예측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속의 투페이스의 동전등 다른 영화 속 동전던지기에서는 사실 결과를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상황의 맥락을 통해 자신의 무엇이 걸린 동전 던지기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톤 쉬거의 동전은 다르다. 영화를 보는 우리와 쉬거 본인은 무엇이 걸린 동전 던지기인지 알지만, 게임에 참가하는 타인은 그 동전이 무엇때문에 돌고 있는 것인지 자신 인생에 중요한 무엇이 걸린 건지 전혀 알 수 없다. 감독은 이런 무작위성의 동전이야말로 정말 인생과 같다는 것을 말한다. 종종 운명은 무심결에 찾아온다고들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 순간까지도 우리는 운명이 찾아왔는지 인지 못할 때가 있다. 아마 극중의 주유소 캐셔는 나중에 현상수배전단지에 찍힌 쉬거의 얼굴을 보고 자신이 던진 동전던지기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 동전 던지기 였으며, 자신은 운명적으로 목숨을 건졌음을 그제서야 깨달을 것이다. 운명은 불규칙적으로 찾아온다. 안톤 쉬거 본인 자체가 동전 던지기와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 불규칙적으로 행동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그렇기에 르웰린, 에드 등 과거의 예측 가능한 범위의 범죄만을 생각하고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쉬거를 쫓을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의 의미를 쉽게 알아차리기가 쉽지 많은 않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노인이란 실제로 나이들고 나약한 노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만 젖어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는 이들을 모두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과거 텍사스의 광활한 벌판을 혼자서도 통제하던 회상에 젖은 보안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첫 살인 장면또한 불규칙적이고 신세대적인 살인 동기를 지닌 쉬거를 자신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은 한 보안관의 죽음이었다. 영화 속에서 수많은 노인들은 나태하고 나약하게 비춰진다. 과거 드넓은 황야에서 말한마리 타고 다니면서 강도 혹은 도둑을 잡던 시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그 시대에 위대한 보안관들덕에 얻은 평화에 안주한채 늙어버린 노인들은 심지어 현역 보안관인 에드마저도 상황을 쫓으며 사건을 재구성할 수는 있지만 앞서가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며 그저 신세대의 희생양이 될 뿐이었다. 실제 노인이 아니더라도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저격총으로 가젤 사냥을 즐기는 퇴역군인 르웰린 또한 구시대적인 미국의 추종자일 뿐이기에 영화의 끝에 그런 결말을 맞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박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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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선악과를 손에 쥐고 소설 밖으로 뛰쳐나간 창조물
가여운 것들 (Poor Things, 2023)
"스스로 선악과를 손에 쥐고 소설 밖으로 뛰쳐나간 창조물"
개봉일 : 2024.03.06.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로맨스, SF, 모험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라마 유세프, 제러드 카마이클, 크리스토퍼 애벗
이 영화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오래 고민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가여운 것들>은 지금껏 봐온 그의 영화 중 가장 노골적이고 파격적인 영화였다.
나는 <더 랍스터>를 통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더 랍스터>를 봤을 땐 이 영화가 주는 새로운 기묘함에 정수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고 그 후 <킬링 디어>를 봤을 땐 제대로 취향을 저격 당해 심장에 스트레이트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봤을 땐 정말 만족스러운 괴식을 먹은 느낌이었고.. 지금 <가여운 것들>을 본 후의 느낌은.. 맛있어 보여서 허겁지겁 흡입한 아이스크림 안에서 머리카락 뭉치가 발견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영화를 보기 전 고려해야 할 점
영화의 수위와 소재
<가여운 것들>? 일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작품이라 봐야겠고, 예고편을 보니 때깔 좋고, 소재 자체도 완전 취향 저격이다! 게다가 영화 개봉 전에 원작 소설에 도전했다가 독서력 부족으로 장렬하게 실패했기에 어떤 형식으로든 이 이야기를 소화하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군침을 참으며 기다린 시간이 지나가고 영화가 개봉했다. 다른 관객들의 반응은 신경도 안 쓰고 일단 허겁지겁 먹었다. 처음엔 "아~ 역시 이 맛이지~”싶어서 행복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소화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차올랐다. <가여운 것들>이 안 좋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주인공 벨라가 집을 떠나 여행을 하며 그녀가 겪는 경험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영화 자체의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가슴이 열린 시체, 장기가 나오는 장면도 있고 선정성 짙은 장면도 길게 나온다. 그리고 시선에 따라 크게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도 있다. 스포지만 긴 시간 동안 보여주는 부분이기에 미리 이야기하고 가겠다. 이 영화엔 벨라가 매음굴에서 몸을 파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도 꽤 긴 시간 동안,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전시된다. 개인적으론 해부 장면보다 이 장면들이 굉장히 힘들게 다가왔다. 벨라가 선택한 성적인 행위들이 그녀의 성장, 해방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이것을 이야기하는 실질적 주체가 남성(남성 감독, 각본가 토니 맥나마라도 남성)이다 보니 약간의 찝찝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보기엔 힘들었지만 매력적이었던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의 연기 / 시각적인 자극과 흥미로움
힘들었던 것과 반대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부분들도 많았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부분은 엠마 스톤의 연기다. 엠마 스톤은 <가여운 것들>로 올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 왜 그녀가 이 상을 받았는지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가여운 것들>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정말 괄목할 만하다. 엠마 스톤은 유아기 수준에 머물러 있던 벨라가 세상을 마주하며 성장하고 마침내 완전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정말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절뚝거리던 걸음은 딱딱하고 어색한 걸음을 지나 유연한 발걸음으로 바뀌고 그에 따라 말투, 눈빛 또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또한 나는 이 섬세한 연기를 해내고, 수많은 노출과 격렬한 관계 장면 또한 ‘벨라에게 필요한 것’이라며 받아들인 그녀의 담대한 마음가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시각적 아름다움이다. 갓윈의 집안에 있는 빈티지한 가구와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흥미로운 기계, 작지만 알차게 꾸며진 정원, 꿈에 가깝게 느껴질 만큼 환상적이면서 기괴한 도시의 모습, 화려한 벨라의 의상 등.. 시선을 끄는 요소들이 참 많다. 이 외에도 귀를 살살 긁어대는 음악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작품 특유의 기묘함과 불쾌함, ‘어른 몸과 아이의 뇌’라는 소재가 주는 흥미로움과 자극까지, <가여운 것들>은 소화하긴 힘들지언정 매력적임은 부정할 수 없는 영화였다.
어른의 몸을 가진 어린아이
<가여운 것들>은 타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랑과 억압을 동시에 받으며 살아온 여성 벨라가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벨라를 만든 사람은 괴짜 과학자 갓윈 백스터다. 우연한 기회에 강에 뛰어들어 자살한 임산부 시체를 건진 갓윈은 미약한 신체 전류만 남아있는 임산부의 시체를 보며 고민한다. ‘생이 버거워 자살한 사람을 내 맘대로 살리는 게 맞는 일인가?’. 어차피 기독교 국가에선 자살을 정신병이나 죄로 보니 그녀가 살아난들 정신병원 또는 감옥행일 텐데.. 잠시 고민하던 그는 그녀가 고깃덩어리로 변하기 전에 새로운 결정을 내린다. 이미 진행 중이었던 이 임산부의 생을 함부로 결정하는 것은 좀 그러니까, 아예 살아갈 기회조차 없었던 임산부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새로운 생을 주기로. 갓윈은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의 뇌를 꺼내 임산부의 머리에 이식한다. 그는 벨라는 그렇게 갓윈에 의해 창조된다. 벨라의 일상은 창조주 갓윈이 만든 세계 안에서, 탄생과 성장의 과정은 모두 갓윈의 손안에서 진행된다.
벨라는 아름다운 성인 여성의 몸과 어린아이의 뇌를 가진 존재다. 벨라가 창조된 후 얼마나 지났는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행동을 보면 대략 3~6세(남근기)쯤 되는 것 같다. 이때의 아이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이 특히 강해지고 아들은 엄마를, 딸은 아빠를 특히 애정 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침 이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가득 찬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불완전한 생명 앞에 흥미로운 인물이 둘이나 나타난다. 맥스와 덩컨. 특히 적극적으로 벨라를 꼬신 덩컨의 영향으로 벨라는 세상을 향한 모험심을 키우고 처음으로 집을 떠나 세계를 여행하기로 맘먹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브
스스로 선악과를 손에 쥐고 완벽한 세상을 벗어난 벨라
벨라가 사과를 자위에 사용한 이유
벨라는 갓윈이 자칭 ‘완벽하다’고 표현하는 세계를 떠나 온갖 추악하고 슬픈 현실 세계를 마주하며 성장과 변화를 겪는다. 벨라의 여정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와 일부 닮아있다.
에덴동산에 머물고 있던 아담과 이브는 뱀의 속삭임에 속아 선악과(사과)를 따먹고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벨라는 갓윈의 보호 아래 아무런 차별도 위험도 없는 그의 집안에서 살아왔다. 벨라가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갓윈은 “바깥에 위험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화내며 벨라를 말린다. 하지만 벨라는 갓윈의 걱정을 뒤로한 채 스스로 당대 사회의 금기로 여겨졌던 ‘여성의 성적 욕망’에 눈을 뜨고 여러 위험과 지저분한 것들이 가득한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쫓겨난 것인지 자의로 나간 것인지의 차이를 제외하면 이 두 이야기는 상당히 비슷하다.
어느 날 아침, 홀로 식탁에 앉아있던 벨라는 사과를 손에 쥐고 자신의 몸에 갖다댄다. 벨라를 관찰하기 위해 뒤따라온 갓윈의 제자 맥스는 자위를 하는 벨라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는 자위를 ‘상류사회에선 하면 안 될 행위’라고 말한다. 여성이 스스로 느끼는 성적 쾌락은 하나의 죄악이며 벨라는 선악과인 사과를 통해 그 죄악으로 취급받는 감정을 느낀다.
이후 벨라가 성장했음을 느낀 갓윈은 벨라를 위해 믿을만한 남자인 맥스와의 결혼을 추진하는데, 그 결혼 계약을 보증하기 위해 집에 방문한 덩컨이 벨라를 적극적으로 꼬드긴다. 덩컨은 얌전히 옷장에 들어가 비눗방울을 불고 있던 벨라의 몸을 만지고 자유와 육체적 쾌락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녀를 꼬드긴다. 안 그래도 집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에 차있던 벨라는 모든 걸 지원해 주겠다는 덩컨 덕분에 추진력을 얻는다. 그렇게 벨라는 안전한 갓윈의 세계를 벗어나 온갖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로 떠난다.
금기를 깨고 성장하는 여성 벨라,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그녀의 외모
여성의 성적 해방
벨라는 여행을 하며 그 당시 사회에서 여성에게 금기로 지정된 것들을 깨나간다. 이는 사회 통념상 ‘여성이 해선 안될 것’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고 원래 몸의 주인인 엄마 빅토리아의 삶을 옭아맸던 것을 깨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벨라는 상류사회에선 금지된 것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육체적 쾌락을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남성 중심으로 쓰인 책을 읽으며 그들 말고 그녀의 이야기는 왜 없는지 질문하기도 한다. 벨라는 스와이니 부인의 매음굴에 들어가는 자신의 행동을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것이라 이야기한다. 물론 금기에 대항하는 방법치고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것 또한 벨라 나름의 싸움이었던 거다.
벨라의 이러한 거침없는 성격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그녀의 외모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빅토리아(엄마)와 배에서 만난 미스 프림 등 대부분 상류층 여인들이 머리를 깔끔히 틀어올리는데 반해 벨라의 긴 머리는 자유롭게 풀어헤쳐져 있다. 의상 다른 여인들이 입는 고풍스럽고 긴 드레스와는 다르게 화려하고 다리와 팔이 자유롭게 노출된 형태다. 미스 프림은 긴 벨라의 머리를 만지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칭찬하며 부러워한다. 이는 벨라의 까맣고 긴 머리카락에 대한 부러움일 수도 있겠지만, 자유롭게 쾌락을 즐기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자유롭고 맑은 여인에 대한 부러움일 수도 있겠다.
어른이 된 아이, 가여운 존재를 대신해 싸우다.
죽음을 선택한 빅토리아를 위해, 가여운 그녀들을 위해.
갓윈의 집을 나온 후 벨라의 세상은 여러 의미의 색(color, 색정) 가득 차고, 벨라는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벨라는 리스본에서 폭력과 달콤함을 맛보았고 해리와 식사를 하며 충격적인 빈민가의 모습도 보았고 온갖 책들을 읽었다. 아테네로 가는 배 위에선 별거 아닌 이유로 기러기를 죽이는 선원의 잔인함도 보았다. 그리고 매음굴에서 온갖 남자들을 상대하며 그들의 추함과 외로움, 치욕을 모두 느낀다. 스와이니 부인은 “치욕, 공포를 모두 경험해야 완전한 어른이 된다.”라고 말한다. 벨라는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느끼며 어른이 된다.
어린아이 같았던 벨라의 말투는 여느 지식인 못지않게 단단해졌고 비틀거리던 발걸음은 올바르고 거침없어졌다. 그녀는 더 이상 창조자 갓윈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갓윈이 위독하다는 소식까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매음굴을 떠나 런던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갓윈의 입을 통해 진실을 듣게 된다. 아이가 없는데 왜 배를 가른 흔적이 있는지, 나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여행을 갔다 죽었다던 내 진짜 엄마는 어디에 있는지… 갓윈이 지금껏 숨겼던 진실은 너무도 잔인하고 역겨운 것이다. 하지만 벨라는 그에 굴하거나 자신의 삶을 혐오하지 않는다. 벨라는 벨라로서 살아온 삶이 즐거웠다고 말하며 스스로 맥스와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벨라가 스스로 만든 삶은 퍽 단단하고 강인하다.
벨라는 많은 것을 이겨냈다. 하지만 벨라가 갖고 있는 몸의 원래 주인이자 엄마인 빅토리아는 자신의 삶을 혐오하고 끝내 죽음을 선택했다. 빅토리아의 선택은 배와 목덜미의 수술 흉터가 되어 여전히 벨라에게 남아있다. 맥스와 결혼식을 올리던 중 벨라의 아빠이자 빅토리아의 남편인 블레싱턴 경이 찾아온다. 벨라는 별다른 말없이 그를 따라 빅토리아가 살았던 집으로 간다. 집 밖에선 그래도 멀쩡해보 였던 블레싱턴 경은 집에 오자마자 본색을 드러낸다. 그는 갈등이 생길 만큼 하인들을 잔인하게 괴롭히는 주인이고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남자였다.
빅토리아가 살던 집으로 간 날 밤, 블레싱턴 경이 주문한 저녁 식탁엔 벨라가 맛이 없다며 뱉어냈던 훈제 청어와 거위 요리가 잔뜩 올라와 있다. 블레싱턴 경은 “네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했다.”라며 음식을 권한다. 빅토리아와 벨라는 같은 신체를 가졌으니 두 사람이 비슷한 입맛을 가졌을 확률이 높을 텐데, 이는 블레싱턴 경이 아내에게 아예 관심이 없었던걸 넘어서 어쩌면 아내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압적으로 음식을 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벨라는 빅토리아를 대신해 이 몹쓸 남자에게 복수한다. 벨라는 그의 발에 총을 쏘고 그의 뇌를 염소의 몸에 이식한다. 창조자의 딸로서 의술을 가진 의사로서 내릴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을 내린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와 벨라의 연결점
각기 다른 인간의 신체와 뇌가 합쳐진 존재. 벨라를 보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생물체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가여운 것들>과 [프랑켄슈타인] 사이엔 크게 두 가지 연결점이 있다. 작품 내적 연결점은 신에게 도전한 과학자가 만든 생명체가 나온다는 점, 작품 외적 연결점은 메리 셸리와 셸리의 어머니, 그리고 벨라 모두 당대 여성으로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행했다는 점이다.
벨라는 위에서도 반복해 얘기했듯이 사회적 억압을 이겨낸 여성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자인 메리 셸리도 벨라와 같다. 1818년, 메리 셸리가 처음으로 [프랑켄슈타인]을 냈던 당시 사회에서 여성 작가들은 유령 같은 존재였다. 여성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남편과 같은 남성의 이름을 빌리거나 남성적인 필명으로 본인을 숨겨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 1831년, [프랑켄슈타인]의 개정판을 내며 자신이 이 작품의 작가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혔다. 그리고 셸리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주장한 현대 최초의 페미니스트 중 한 명이다.
메리 셸리가 작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이 시대를 ‘빅토리아 시대’라고 부른다. 이때는 영국이 큰 번영을 누리던 시기였지만 그 화려함 뒤에 가려진 갈등도 많았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때를 여성의 인권이 바닥을 쳤던 시기라 말하기도 한다. 메리 셸리가 처음 익명으로 책을 출판한 것만 봐도 여성에게 사회적 억압, 차별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벨라의 엄마 빅토리아의 이름도 ‘빅토리아 시대’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싶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처럼 남편의 손안에 잡혀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왔을 빅토리아, 벨라는 가여운 빅토리아를 대신해 싸우고 승리한다.
가여운 창조물이 아닌 가여움을 느끼는 인간이 되다.
소설 속 괴생물체와 닮았던 벨라, 성장을 거쳐 소설 밖으로 나오다.
“나는 가엾은 놈을 바라보았다. 내가 만들어낸 비참한 모습의 괴물이었다.” -[프랑켄슈타인]
영화의 초반, 벨라는 갓윈의 창조물이었다. 벨라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가엾은 괴생물체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성장을 반복한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고, 가여운 여성(빅토리아)을 대신해 싸우는 인간이 되었다. 벨라의 성장은 마치 [프랑켄슈타인] 소설 속 가여운 괴생물체가 소설의 저자인 당당한 여성 메리 셸리로 변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벨라는 작가(창조주 갓윈)의 뜻대로 써내려가는 소설 속 괴생물체 역할을 벗어나 스스로 소설을 써 내려가는 여성 작가가 된 것이다.
고깃덩어리가 아닌 인간
갓윈은 뇌의 신호가 없는 인간의 몸은 고깃덩어리라고 말한다. 의학적으로 살아있지 않다는 뜻이다. <가여운 것들>을 보고 이 말을 다시 떠올렸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은 뇌의 신호, 즉 뇌가 담당하고 있는 요소 중 하나인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된 사람은 죽어있는 고깃덩어리와 다르지 않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고. 벨라가 막 새로운 몸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전류로 되살려낸 괴생물체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여행을 하며 분노, 슬픔, 사랑, 행복, 치욕, 정신적 고통 등을 느끼며 정신적 성장을 이뤄냈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살아있는 인간이 되었다.
<가여운 것들>은 극 중에 나오는 개+거위, 개+닭, 오리+염소, 말머리가 달린 증기 자동차처럼 기괴하고 이상하고 불쾌한, 혼종 같은 영화다. 누군가 이해할 수 없다고, 상스럽다고 욕을 한다 해도 이해할 만큼 나 또한 이 영화가 상당히 이상한 영화임은 인정한다. 솔직히 빠른 시일 내에 <가여운 것들>을 다시 볼 것 같진 않지만 이 영화가 남긴 충격은 꽤 오래갈 것 같다. 그리고 그 충격이 다 가실 때쯤 벨라를 다시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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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명의 배우가 전하는 가지각색의 이야기
나는 위로를 잘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이유는 그냥 멋있어서. 난 사람들을 울릴 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무언가 말을 해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앞뒤 다른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건 그 누가 와도 싫겠지? 나는 그런 것들이 엄청 싫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하곤 했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어떤 말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다 내가 재밌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영화 리뷰를 써서 올리는 것도 대중적인 픽들을 골라 쓰는 것, 그러니까 홍상수의 작품보다는 <라라 랜드>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걸 써서 올려야 사람들이 더 많이 본다고 믿고 있다. 아니면 최근에 개봉했던 작품을 쓰는 거지.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에 나름 객관적인 시선으로 글을 쓰면 사람들이 극장 가기 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나름대로 뿌듯하겠지? 근데 나는 이게 어느 정도는 일반 대중들에게 먹힌다는 걸 앎에도 불구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쓴 세상들을 읽게 만들려면 사람들이 어떤 걸 궁금해야 할지를 알면서도 내가 진정성을 담아 쓸 수 있는 글만 키보드에 적는 것이다.
그런 태도에서 오는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글 쓰기가 쉽다는 것이다. 없는 내용을 만들어서 쓰기보다는 있는 생각들을 와다다 쓰는 게 쓸 때 편하다. 두 번째. 몰입이 잘 된다는 것이다. 4초당 1번꼴로 휴대전화를 보는 나는 집중이 잘 돼야 다음 문장을 쓸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내 가치관이 담겨 누가 읽든 글의 힘이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완다 비전>을 보고 느낀 후반부의 처연함이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느낀 인연의 감사함도 다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해서 쓴 글이다. 이는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어떤 씨네 아티스트들은 자기의 이야기를 결합해서 생생한 이야기를 만들곤 하는데, 그런 식으로 극을 만들면 확실히 하고자 하는 말을 진정성 있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교훈을 며칠 전에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지난 8일 왓챠에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 네 명의 배우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단편영화가 공개됐다. 아무 생각 없이 본 단편영화 4작품이지만 난 이번 해에 봤던 한국영화 중 가장 큰 감동을 받았기에 여러분에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각 배우들이 가진 진정성이 너무나 잘 느껴져 좋았다.
1) 반장선거(박정민)
반장선거는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다. 한 초등학교 반에서 반정 선거를 하는데, 세 명의 후보가 나와서 각자의 선거운동을 펼친다. 사실 돌아보면 '초등학교 반장이 별건가' '고등학교 학생회장이 별건가' '대학교 ~장이 별건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물론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나름대로 치열하게 했을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트와이스 섭외부터 시작해 가지각색으로 공약을 펼치는 아이들. 마치 2022 대선을 앞두고 있는 양 당의 후보를 보는 듯하다. 보통 이렇게 반장선거에 나갔던 아이들은 학생들의 주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아싸'에 속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은 주인공. 사랑받고 싶고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마음에 반장선거를 나서는데, 여기서 오는 코미디와 서스펜스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저랬지'하는 공감을 일으킨다. 아마 <벌새>를 재미있게 봤다면 이 작품 역시 좋다고 느낄 것 같다. <벌새>의 은희는 인간관계로 인해 고통받는 인물인데, 이때 여기서 얻었던 따뜻한 포옹을 기억한다면 이 작품이 선사하는 뒤틀린 코미디가 인상 깊을 것이다. 아이들을 동정이나 이해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같은 인격체로 바라보는 박정민 감독의 시선이 돋보인다.
2) 재방송(손석구)
재방송은 무명배우에 관한 영화다. 아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봤던 분들이라면 유이(박정민 역) 옆에서 '너 이 나라 감옥에서 인기 많겠다'라고 말하던 역할을 기억할 텐데, 이때 통역사를 맡았던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임성재 배우는 이모와 함께 사는 그냥 평범한 남자다. 피지컬은 좋아서 배우로서의 재능은 충만한 것 같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무명 배우들이 그렇듯 그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설정과 함께 이모와 함께 병원을 들렸다 결혼식장에 가는 이야기가 영화의 전부다. 두 주인공 이모와 수인은 거대한 결핍이 있다. 이에 대해 수인은 아무래도 예측하기 쉽지만 이모는 말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적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모가 겪고 있는 심리적 부침이 영화의 주요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위로가 필요할 때가 온다. 내 옆에 소중한 사람이 울고 있을 때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따뜻한 손 한 번을 건넨다던가 할 때가 그 예시가 될 것이다. 이 마음의 이면에 깔려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진정성일 것이다. 겉으로는 툴툴대도 용기 내 손 한번 건네보는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데, 손석구 감독은 이런 우리에게 '어떤 마음으로 손을 건네어야 하는가'와 함께 그가 제시한 방식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후의 <블루 해피니스>의 이제훈 감독처럼 수인 캐릭터가 손석구 배우의 무명배우를 연상케 하는데, 이때 겪었던 '묵묵한 위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독은 아는 것 같다.
3. 반디(최희서)
'없다'라는 단어는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 늘 하던 것이 없고. 돈이 없고. 헬스장 이용권이 만료되고. 익숙하던 것이 날 떠나고 나서야 드는 슬픔은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이 영화는 이 상실과 부재에 관한 영화인데, 우리가 떠나보낸 것들에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난 아직도 사라지는 게 두렵다.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서, 또 나이가 들어서 날 떠나간다면 앞이 캄캄하다. 요즘은 이런 두려움을 말해 타인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드러내긴 했지만 그게 그렇다고 해서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필연적으로 우리를 따라오는 어두움에 대해 최희서 감독은 어떤 태도로 이것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중반부 주인공의 어머니가 주인공에게 하는 대사나 딸이 엄마에게 하는 말은 우리로 하여금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것이다. 상실에 대한 최희서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4편의 단편영화 중 가장 좋았다. 나는 아직 보내기 싫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우리, 이별하지 말자. 사랑했다면 그 나름대로 영원히 그들을 기다리며 살자. 그게 우리의 전부가 될지도 모르니까.
4. 블루 해피니스(이제훈)
난 지금 25살이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이 주위에 많은 요즘, 주위에 주식이나 비트코인 하는 사람들 진~짜 많다. 부동산 정책이 어쩌니 코로나가 어쩌니 원인은 여러 가지가 제시된다고 듣는 것 같다. 근데 사실 이런 걸 떠나서 돈 벌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을 것이다. 그거 했다고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뭐 멘탈이 약한 사람도 아닐 것이다. 이렇게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업준비생인 주인공을 내세워 어떻게 주식에 빠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훈 감독의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퍽퍽한 현실에 놓인 우리들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바쁜 세상 속에서 돈 문제로 속 썩는 우리는 이런 실패들에 자연스레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현실을 사는 각자에게 '그럴 수도 있지'라며 격려를 보낸다. 지금의 스타 이제훈이 아닌 무명 배우 때 겪었던 고민과 딜레마를 현재에 잘 녹아든 작품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내면화했기 때문에 상황이 더 구체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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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영화 '정이' 연상호 감독 신작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정이
(2023.01.20)
감독: 연상호
출연: 강수연, 김현주 등
저는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부산행, 사이비, 반도밖에 안 봤지만요 ㅎㅎ
그래도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주로 말씀하시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감독님이다 보니 관객에게 닿는 울림이 다른 영화보다 크다고 생각해요. 부산행도 그렇고 반도도 그렇고 부녀 모녀 등 가족에 대한 사랑을 꼬옥 넣으시는데, 이번 '정이'는 그게 관람 포인트일 정도로 메인이더라구요. 저는 신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다 울어 드렸지만 ^^... 신파 안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매력 없는 작품일지도요~
아 저는 '정이'가 연상호 감독님 작품인지 몰랐어요! 유튜브 광고에 몇 번 뜨는 것만 봤지 뭐... 기대하고 있던 작품도 아니었을 뿐더러 사실 휴일 아침에 할 거 없어서 틀었던 영화랍니다. 그런 제가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었을 만큼 너무나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영화였어요.
제 후기 들어 보시겠어요?
'정이'는 AI의 수가 인간보다 많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예요. 1등 용병 '윤정이'가 전쟁에서 죽게 되자 그녀의 모든 데이터(뇌)를 국가에서 가져가 'AI 윤정이'를 만들게 됩니다. 이는 세상에 남겨질 딸 서현의 자립 자금 때문이기도 했는데요
이때의 인간들은 사망할 시 AI로 재탄생이 가능합니다. 다만 1급은 AI도 인격체로서 존중하지만 굉장히 비싸고, 2급은 결혼 등의 관계 성립이 안 되지만 그보다 사알짝 싸고, 3급은 유족들에게 돈을 주는 대신 국가에 모든 데이터를 제공함과 동시에 인격체로서 대우도 못 받아요.
실제로 전쟁 용병으로서의 정이가 필요 없게 되자 야한 옷을 입혀 새로운 상품으로 판매하려고 하죠... 아무리 로봇이라고 해도 그 장면을 목격하는 딸은 정말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을 거 같아요. 너무 불쾌하지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 게 바로 이런 현실적인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용병 로봇으로서의 정이는 끔찍한 고문도 받아요. 새로 생긴 미확인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다리에 총도 맞고 팔도 잘리고... 로봇이라 빨간 피는 안 나오고 회색 녹물이 나온답니다. 이게 좋았던 점이기도 하네요. 사진처럼 상반신이 잘린(?) 씬도 많은데 로봇이라 그런가 전혀 잔인하지 않고 괜찮았어요. 저 무서운 거 1도 못 보는 사람이거든요
아아 너무나 눈치 채기 쉬우셨겠지만 미확인 감정은 '모성애'인데요. 이를 알아챈 서현은 정이의 '모성애' 데이터를 몽땅 지워 버리죠. '윤정이'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기 바라서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의 모성애는 남아 있습니다. 딸에 대한 모든 기억을 한다곤 안 나왔지만 아마 그... 잊을 수 없는... 그리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런 감정이 남은 듯해요. 여기서 오열했잖아요 ㅠㅡㅠ
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조금 두려운 미래이기도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AI의 한계는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단 거잖아요. 근데 '정이'는 고통과 슬픔 모성애를 모두 느끼거든요. 실제로 그 세계에서 인간이 몇 안 남아 있는 것도 AI에 비해 인간이 쓸모없어졌다는 걸 뜻하겠죠.
많은 분들이 CG가 유치하다고들 하시는데 개인적으로 승리호나 서복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로봇의 움직임도 유연하고 어디 하나 잘려 나가는 것도 표현 좋았고요. 특히 로봇과의 액션 씬이 많은 영화인데 유치함은 물론이고 어색함도 없었답니다!
서현 역의 강수연 배우님이 하늘나라로 가셨기에 다음 시즌이 나온다 해도 서현-정이 모녀는 보지 못할 듯해요. 그러나 시즌 2가 무조건 나올 거 같은 엔딩... 이었습니다. 정이는 자유로워졌지만 그녀를 쫓는 배후가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감독님 그쵸?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의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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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감정의 파노라마
정말 마음이 아팠던 순간을 만나면 누구나 울음을 터뜨린다. 마음껏 눈물을 흘리면서 그 슬픔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면 마음속에 있는 무거움과 압박이 조금 해소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매 순간이 기쁨으로 가득 차있다면 물론 행복하겠지만, 실제 인생에선 기쁨을 느낄 시간보단 아픔과 슬픔을 느끼는 시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슬픔의 감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영화가 바로 <인사이드 아웃> 1편이다.
2015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기쁨, 슬픔, 까칠, 분노, 소심이라는 감정들이 11살 라일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무척 흥미롭게 보여줬다. 디즈니의 픽사는 한 사람의 머릿속에 감정들과 기억을 처리하는 공간을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창조해 냈다. 기쁨을 담당하는 조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라일리도 기쁨을 느끼고, 분노를 담당하는 버럭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화를 낸다. 실제 라일리가 느끼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무척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쉽게 화면으로 담아냈다.
[첫 번째 감정] 불안
이번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가 된 라일리의 감정들을 다룬다. 더 확장된 감정에 어찌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라일리의 모습과 감정들을 보여준다. 특히나 불안은 라일리의 행동을 흔드는 가장 큰 감정이다. 라일리는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학업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불안은 라일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안으로 인해 라일리는 자주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영화는 라일리가 시험 성적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치고, 친구 관계에 대한 걱정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공감할 만한 상황이다.
영화는 라일리의 불안이 어떻게 그녀의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불안한 감정에 휩싸인 라일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작은 실수에도 크게 자책한다. 이러한 모습은 불안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번째 감정] 당황, 따분, 부럽
불안만 있는 건 아니다. 불안이 주로 영향을 주긴 하지만 중간중간 당황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포인트도 늘어난다. 라일리가 학교에서 발표를 하다 실수를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을 더듬는 순간들이 그 예이다. 특히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반응했다가 실수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상황이다.
따분함을 느껴 누군가를 비꼬거나 무시하는 감정도 자주 찾아온다. 라일리는 수업 중에 딴짓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청소년들의 전형적인 태도로, 영화는 이를 통해 라일리의 감정 변화를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부러움도 청소년기에 많이 나오는 감정이다. 라일리는 반에서 인기 많은 친구나, 학업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이는 사춘기 시절 많은 이들이 겪는 감정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면서 생기는 부러움이 자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 번째 감정] 자아 형성
영화 초반 자아의 모습은 하얀색이거나, 빨간색이다. 단색으로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던 자아는 영화 후반에는 다채로운 색깔로 변화한다. 상황에 따라 색깔이 이리저리 변화되며, 이는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자아 형성의 과정을 사회심리학적 이론과 연결해 보면, 이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과 관련이 깊다. 에릭슨에 따르면, 사춘기 시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라일리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자신의 자아를 찾아간다. 이는 에릭슨의 이론이 제시하는 자아 정체성 확립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이 과정을 통해 라일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점점 더 명확히 하게 된다. 이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이러한 자아 형성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라일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결론적으로 1편의 신선함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훌륭한 픽사의 감정 세계와 감정의 작용 방식을 영상으로 무척이나 쉽고 감동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라일리의 감정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사춘기를 겪는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줄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감정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다양한 감정들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자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사이드 아웃2>는, 감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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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 없어지는 별이 되더라도
<블루 자이언트>
-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 출연(성우): 야마다 유키, 마미야 쇼타로, 오카야마 아마네
- 장르: 애니메이션
- 국가: 일본
- 러닝타임: 120분
- 개봉: 2023년 10월 18일
나에게 음악이란, 악기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런 것이다. 물론 잘하는 건 아니지만 중학교 3년 내내 관악부에 소속되어 있었고, 전공 제안도 있었고 하고 싶기도 했었고, 대학생이 되어서 까지 합주를 잊지 못해 대학 윈드오케스트라에 들어가 트럼펫을 불었다. 혼자서 불면 되지 왜 그걸 못하냐 라고 할 수도 있다. 아마 관악부를 하고 합주를 해 봤던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하고 전율이 느껴지는 일인지 말이다. 악기를 해본 사람 중에, 더구나 관악기를 해 본 사람 중에 재즈를 선망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악보를 보고 연주하지만 더 가슴이 울리게 만드는 재즈를.
아침 시사회를 보기 위해 전날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영화제 때 봤던 사람들의 후기가 가슴을 떨리게 했기에 누구보다 빨리 영화를 접하고 싶었다. 로비에서 울려 퍼지는 예고편이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위플래시> 이후로 이렇게 기대가 된 음악 영화가 있었던가! 암만 생각해도 뭔가를 씹어먹는 행위는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나초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래도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건 막을 수 없을 듯하여 콜라는 하나 집어 들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한눈팔 사이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사실 솔직히 스토리라인은 뻔했고, 일본 스러웠다. 은근한 개그코드와 은근한 오글거림, 은은하게 밀려오는 우월감은 일본에서 만든 것이 확실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세 명의 주인공이 하나하나 합류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성공과 좌절, 좌절과 성공을 오가면서 도장 깨기를 해 나가는 것은 어느 성장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묘한 기분을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 사운드와 영상이었다. 영상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임팩트가 소재가 고갈된 이야기꾼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을 줬기 때문이다. 그 역시도 날려버리는 것이 사운드다. 테너 색소폰이 메인이라는 걸 상시 시켜 주듯 귀에 때려 박는 연주 소리는 아, 내가 재즈 영화를 보고 있구나 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주었다.
영화관에 참 많이 다녔고, 돌비 사운드가 된 영화관에서도 영화를 봤었는데 사실 뭐가 다른지 차이점을 잘 알지 못했다. 돌비 사운드가 대체 뭐가 다르길래 돌비, 돌비 하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완전 깨달아 버렸다. 음악 영화는, 음악과 관련된 영상은 돌비 사운드가 되는 곳(돌비 시네마라고 하던가?)으로 꼭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귀가 너무 호강했다. 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울리는 소리였다. 각 악기가 연주될 때의 그 리듬이 심장을 더욱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리뷰를 썼어야 했는데 현생에 밀려 늦게 쓰게 되었다. 일반 영화관에서 <블루 자이언트>를 먼저 보신 분들이 있다면 시간과 돈을 조금 더 투자하더라도 꼭 돌비사운드가 구비되어 있는 곳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만큼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버스를 타고 종로에 가는 그 순간까지도 고양감이 가라앉지 않아서 도착한 다실에 앉자마자 굉장한 영화를 봤다고 자랑하고, 꼭 보시기를 추천드렸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나니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정말 악기의 울림은 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블루 자이언트, 슈퍼노바, 초신성. 폭발로 인해 가장 밝게 빛나서 신성인 것 같지만 사실 수명이 다해 폭발해 버리는 초신성.
블루 자이언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폭발할 때까지 에너지를 써서 정점에 오르면 좌절하지 말고, 또다시 시작해서 초신성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은 아닐까?
언젠가는 트럼펫이 주인공인 재즈 애니메이션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영상미와 이 정도의 음향이라면 어떤 악기도 멋지겠지만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트럼펫 버전도 괜히 궁금하고 그렇다!
※ 본 리뷰는 시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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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연휴 추천 극장영화 / 아쉬움은 있지만 볼만했던 베테랑 2 / 정해인 황정민 케미 / 기대를 조금만 낮추면 편하게 즐길 수 있을듯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베테랑 2" 후기입니다.
*3편을 예고하는 듯한 조금은 충격적인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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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이즌 로즈> 메인 예고편
1978년, LA에서 활동하는 사립 탐정 ‘카슨’(존 트라볼타).
자신의 고향이었던 텍사스 쪽에 의뢰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다.
내용은 바로 요양원에 있는 한 여성을 찾아달라는 것.
오랜만에 찾은 고향 텍사스에서 텍사스 최대의 브로커가 된 ‘닥’(모건 프리먼)과 마주하고,
조사하면 할수록 사건에 ‘닥’과 텍사스 주민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암묵적 살인, 완벽한 범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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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배드 가이즈 2> 1차 예고편
누가 배드 가이즈보다 BAD할까요? 바로 배드 걸즈입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2022년 액션 코미디 히트작 '배드 가이즈'의 새로운 챕터에서는, 한때 범죄의 달인이었던 동물 악당들이 '굿 가이즈'로 거듭난 후, 새로운 삶에서 신뢰와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러나 은퇴 후 조용히 지내던 이들이, 여성 범죄자들로 이루어진 팀에 의해 '마지막 임무'에 끌려나오면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