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5-05 23:46:39
[JIFF 데일리]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공간
영화 <럭키, 아파트>
SYNOPSIS.
안정된 주거 환경을 꿈꾸던 레즈비언 커플 선우와 희서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다. 하지만 선우가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고 다리까지 다치게 되면서 전적으로 희서가 대출금과 이자를 떠안게 되자, 둘 사이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집에서 쉬게 된 선우는 일자리를 찾지만 쉽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악취로 두 사람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PROGRAM NOTE.
한 동성 커플의 갈등이 한국 사회의 구조 안에서 발현되는 과정을 담은 <럭키, 아파트>는 한국 퀴어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이며,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뛰어난 사회 드라마다. 제약회사 직원인 희서와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직장을 잃은 선우는 9년 차 동성 커플이다. 객관적으로 경제적 차이가 나는 상황이지만 서로 크게 티를 내진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서, 아파트 구매 자금 대부분을 부담한 희서와 기여도가 거의 전무한 선우 사이 갈등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아래층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커플의 간극을 더욱 키운다. 냄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우가 아파트 가격 하락의 주범으로 찍히며 동 대표 등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반면,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로 스트레스를 받는 희서는 커플 관계가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워하며 선우의 행동을 비판하고 둘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처한다. <럭키, 아파트>의 또 다른 미덕은 갈등과 배제라는 이야기 속에 사랑과 연대라는 희망의 싹을 집어넣는 점이다. 아래층에 살던 할머니의 사진을 갖고 싶어 하는 친구분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무단침입까지 감행하는 선우는 “왜 그랬냐”는 희서의 질문에 “남 일 같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감동적인 대사는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우리는 매일매일>(2019) 같은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강유가람 감독은 첫 극영화에서도 놀라운 역량을 보여준다. (문석)

몇 년 전 <이태원>을 보고 받았던 충격이 생생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들여다볼 수도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이토록 섬세하게 연출하여 가져다 주는 영화라니. 강유가람 감독의 이름을 그렇게 알았고, 그 후 다큐멘터리 작품만 만나다가, 첫 극영화 연출작이라고 해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공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영화는 희서와 선우가 나란히 앉아 있는 푸른빛 자동차에서 시작하여, 이내 푸른빛 침구와 소파가 놓인 두 사람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머리 아픈 과제이자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기회여서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보이고, 이 영화 속에도 집값을 우려하는 사람들이나 대출이자에 한숨 짓는 희서를 통해 그런 문제의 면면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아파트에서 내게 가장 먼저, 가장 깊이 각인된 것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집안일에 필요한 도구들은 정갈하고 생활감 있는 위치에 표현되고, 운동 기구도 깔끔히 놓여 있으며, 설거지하는 선우 뒤로 걸려 있는 와인잔 같은 것들은 두 사람이 각자의 삶과 함께하는 삶, 일과 관계의 낭만까지 허투루 하는 구석 하나 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집은 사는 사람을 드러내니까.
그런데 그 공간에 자꾸 퍼지는 냄새가 있다. 쓰레기를 비우고 박박 문질러 닦고 락스를 부어 봐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 문제를 올곧게 직면하며 정공법으로 해결하려는 선우와, 적당한 불편함을 삼키면서 피할 수 있는 갈등은 최대한 피해 가려는 희서의 방법은 냄새를 두고도 계속 부딪게 된다. 시작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진작 지나간 일, 이미 어쩔 수 없는 일들을 논하고 있고, 우리 모두 가까운 사람과 싸워 봐서 잘 알듯 그건 필연적으로 '탓'이 된다. 쌓이는 쓰레기를 내어 버리고 바닥을 박박 문대어 닦듯, 좋지 않은 감정도 주기적으로 그래 주어야 하는데, 두 사람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자격: 더 필요한 자에게 더 문턱이 높은
아파트는 한국 사회에서 공간인 동시에 거의 어떤 정체성의 일부처럼 기능하고 있다. 어느 동네 산다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느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꼬리표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 중 일부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를 심어주는 '부적절한' 입주자를 걸러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임대주택이 단지 내에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차별하면서,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 말한다든지. 이들에게 아파트는 자본으로 거래한 재화보다는 오히려 봉건시대의 성직이나 성기사직처럼 거의 부여받은 자격에 가깝다.
주거지의 위치나 입지뿐 아니라, 주거지를 획득하기 위한 과정 또한 마찬가지로 자격을 요한다. 고공행진이라는 말을 쓰기도 머쓱할 정도의 매매 비용으로 인해, 노동소득만으로 매매할 준비가 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사회에서, 빚도 재산으로 인지하는 이 사회에서, 대출 또한 일정한 자격을 필요로 한다.
사실 고정비를 줄일 필요성이 더 절실한 이들에게 이 문턱은 더 높다. 빈곤은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 혹은 그 돈을 획득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 정도로만 얄팍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이 사회의 천민 자본주의는 너무 쉽게 문턱 아래 있는 사람을 업신여긴다. 게다가 빈곤 문제만 엮여 있지도 않다. 번듯한 직장에서 돈 잘 버는 희서는 물론, 대출 자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선우도 배우자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 이 문턱 앞에서 더욱 불리하다.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이 공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니, 일정한 자격이 필요하고 좋은 아파트 사는 게 잘못도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악의조차 없이, 타인에 의해 존재가 흐릿해지는 경험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모인 이 영화 속 인물 다수가 그렇다. 명백한 성차별 혹은 업무상 클라이언트라는 이유로 갑을 관계처럼 대우하는 의사 앞에서 표정을 마음껏 굳히기도 어려운 희서, 배우자가 있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야 하는 사람들.
가진 자가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숱하게 부정당하는 순간들을 마주했던 인물이지만, 모르는 척 개인정보 유출이라도 해달라는 선우까지도 타인의 존재를 흐릿하게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사회 전체가 거대한 아파트처럼, 서열화되고 파편화되고 서로를 볼 수 없는 이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 알게 모르게 타인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유독 중첩되어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도 떠오르게 만든다. 꼭 동성애 커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질문은 자연스레 확장된다. 원가족과 연결되어 있지 않거나(혹은 그렇지 못하거나), 원가족이 찬성하지 않는 결혼으로 새 가정을 이루어 인정받지 못했거나, 1인 가정을 이루어가는 사람... 이 모두가 사후 장례나 청소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운 얄팍한 세상을 밟고 살아야 한다니. 최대한 모두를 촘촘히 보호할 망을 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만 보호하는 법으로 남겨두기엔, 그 자격 부여받지 못하거나 걷어차고 나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니까. 1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가족의 형태와 개념과 사회적 합의가 많이 변해 가는데, 언제까지 저출생 염불만 외고 있을 것인가. 이런 고민들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사랑: 남는 건 그저 소중하게 빛나는 마음뿐
사회의 자장에서 매우 투박하게 다뤄지며 변죽만 울리는 이 문제들을 영화는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이 문제와, 그 안에서 심화되어 가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 뒤엉키며 영화는 점점 심란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람을 피로하게 혹은 절망하게 하지 않는다. 시의적절하게 작고 소소하게 기웃거리는 희망은 마지막에 뽀얀 빛을 발한다.

아무도 이 영화에서 법과 제도를 들어엎는 식의 해결을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이 영화의 국적이 인도였다 해도, 요즘 인도 영화도 그 정도는 안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랑과 희망의 이름을 빌려 우리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을 가득 안겨준다.
희망이나 연대는 아주 거대한 단어 같지만 이 영화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그것들을 보게 한다. 거드는 말 한 마디, 지키는 말 한 마디, 공감의 감탄 하나. 사소한 이웃의 대화. 그런 말이 놓인 자리라면 거기야말로 럭키, 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고 스러져 결국 낡은 사진으로만 남을, 그러나 그 사진이 낡아가도록 바라보는 마음. 다친 데를 감싸 주며 사는 게 결국 사랑일 것이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말과 법도에 지치고 밀려 스스로 손톱을 뜯을 때, 손톱을 뜯은 사람을 타박하는 게 아니라 그 손톱을 뜯게 된 과정이 결국 타의에 의한 상처임을 함께 아파하며 감싸 주는 것.
상처는 언젠가 낫는다. 부상도 그렇다. 다만 남는 건 그저 사랑이다.
2024. 05. 02. 21:30 CGV전주고사 3관 (상영코드 157)
2024. 05. 04. 13:30 CGV전주고사 3관 (상영코드 323)
2024. 05. 09. 2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상영코드 840)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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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전주에서의 그림 같은 시간
2015년 시작된 영화 포스터 전시 겸 이벤트인 ‘100 Films 100 Posters’는 매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100편에 대해 10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본인만의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 영화제 기간에 갤러리 및 영화의거리 등에서 전시하는 행사입니다. 100 Films 100 Posters는 여타 영화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영화계와 그래픽 디자인계의 주목할 만한 협업 이벤트로서 영화인과 디자이너는 물론 관객의 많은 관심을 끄는 전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상징하며 영화제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선보이는 전시이자 행사 프로그램인 100 Films 100 Posters가 올해 10회를 맞아 관광거점도시 전주시 사업과 연계하여 기존 영화제에서 진행한 방식에서 공간과 기간을 넓게 확장하여 특별전 형식으로 ‘100 Films 100 Posters X 10’을 개최하였다고 하여 씨네랩 기자단으로서 놓칠 수 없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보았습니다.
100 포스터숍: 100 Films 100 Posters 2015-2024
일시 : 5월 2일(목) - 6월 16일(일) 10시-18시
*5월 13일(월) - 6월 16일(일) 기간에는 월, 화요일 휴무
장소 : 문화공판장 작당
올해는 특히 남부시장 2층에 위치한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6월 16일 일요일까지 열리는 1000 포스터숍이 인상적인데요. 10년간 100 Films 100 Posters 기획 전시를 통해 출품된 1,000종의 포스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A1 사이즈의 포스터를 3,000원에 구입할 수 있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비치된 주문 용지를 활용해 원하는 포스터 연도 및 번호에 동그라미를 체크하고 직원분께 보여드리면 방꾸템 구매 완료! 지관통은 별도 구매지만 비닐 포장은 무료로 진행해 주셔서 비오는 날에도 포스터를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포스터 미리보기.zip
발췌된 한글들: 100 Films 100 Posters 2015-2024
일시 : 5월 2일(목) – 5월 10일(금) 10시 – 18시
장소 : 완판본문화관 야외마당
전국제의 최대 장점은 바로 상영 중간중간 도보 여행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영화의거리에서 20분만 걸어가면 한옥마을 근처에 위치한 ‘완판본문화관’에서도 특별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역대 100 Films 100 Posters 전시 포스터 중에서 주목할 만한 조형을 보여 준 ‘한글’을 추출, 컬렉션 형태로 배열한 전시로, 여기 모인 ‘한글들’은 포스터에 삽입된 기능적인 문자였지만 포스터로부터 ‘발췌’되어 정렬됨으로써 한글 조형의 동시대적 풍경이라는 성격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시 공간의 장소성에 유의해 큐레이션 한 이 전시는 한국의 유구한 기록 문화를 빛낸 문화유산 ‘한글’을 오마주 하는 의미도 각별히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가볍게 둘러본 후 전주천길을 따라 산책하는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이 외에도,
제10회 100 Films 100 Posters 전시
일시 : 5월 1일(수) – 5월 10일(금) 10시 – 18시
장소 :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홀
그린 라이브러리- 그린 포스터 컬렉션: 100 Films 100 Posters 2015-2024
일시 : 5월 1일(수) – 6월 13일(목) 평일 9시 – 19시 / 주말 9시 – 17시
*매주 금요일 휴관
장소 : 전주시립인후도서관
인덱스 라운지: 100 Films 100 Posters 2015-2024
일시 : 5월 1일(수) – 5월 10일(금) 10시 – 18시
장소 : 인덱스 라운지(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5길 64)
특별 전시를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 확인해 보시고 영화제 기간 동안, 혹은 그 이후에 관광도시 전주에서 그림 같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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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만나는 제75회 칸영화제 화제작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제75회 칸영화제 화제작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칸영화제는 매년 5월, 프랑스의 남부지방 칸에서 열리는 영화제로 국제 영화제의 메카라 불리는 영화제입니다.
제75회 칸영화제는 <헤어질 결심>, <브로커>, <헌트> 등 쟁쟁한 경쟁작들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제75회 칸영화제의 주요 부문을 수상한 수작 3편을 5월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어떤 영화들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클로즈
ⓒ 네이버 영화장르: 드라마
감독: 루카스 돈트
출연: 에덴 담브린, 구스타브 드 와엘 등
개봉: 2023년 5월 3일
러닝타임: 104분
CINE PICK!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클로즈>는 오스카, 골든글로브 등 전 세계 48관왕, 62회 노미네이션 되며 현재까지도 수상 기록을 꾸준히 경신하고 있습니다. <클로즈>는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루카스 돈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며, 자신의 자전적 이이기에서 출발하여 진정성 넘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클로즈>는 5월 3일 개봉을 하였고, 개봉 당일에 독립·예술영화 동시기 개봉작 예매율 1위와 독립·예술영화 동시기 개봉작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은 자신과 같이 변화와 혼란의 시기를 거쳐왔을 모든 관객들을 위로하며 “한 시절 누군가의 다정한 친구였을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고 전하였습니다. Time Out에서는 <클로즈>를 '<400번의 구타> <보이후드>가 자리한 영화의 신전에 이 아름다운 영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극찬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토리와 로키타
ⓒ 네이버 영화장르: 드라마
감독: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
출연: 파블로 실스, 졸리 음분두 등
개봉: 2023년 5월 10일
러닝타임: 89분
CINE PICK!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역사상 최초 75주년 특별기념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를 연출한 다르덴 형제 감독은 <로제타>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자전거 탄 소년>, <소년 아메드>까지 다양한 작품들로 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칸이 사랑하는 거장 감독으로 우뚝 섰습니다. <토리와 로키타>는 칸영화제에서 상영 후 10분 간의 기립 박수와 더불어 해외 매체의 뜨거운 극찬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토리와 로키타>의 두 주연 파블로 실스와 졸리 음분두는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수많은 오디션 참가자들 중에서 다르덴 형제 감독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캐스팅되었다고 합니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목적은 영화에서 친구인 두 외국 아이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영화에서 메인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둘 사이의 우정이고, 빛이다. 모두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토리와 로키타를 친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영화는 개봉 전 CGV 아트하우스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를 밝히고 있습니다.
슬픔의 삼각형
ⓒ 네이버 영화장르: 코미디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우디 해럴슨, 해리스 딕킨슨, 찰비 딘 크릭
개봉: 2023년 5월 17일
러닝타임: 147분
CINE PICK!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며, 국내 영화제인 제10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슬픔의 삼각형>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2017년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5년 뒤인 2022년, 다음 작품인 <슬픔의 삼각형>으로 연이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칸영화제 최고상을 2회 수상한 역대 9번째 감독이 되었습니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어른들을 위한 롤러코스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재밌고 도전적이면서,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하는 영화를 원했죠. 끝나고 나서 할 얘기가 있는 영화를요”라는 말을 전한 바 있습니다. 포보스 선정 '올해 가장 웃긴 영화.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라는 평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은 <슬픔의 삼각형>은 국내 관객들로부터 '진짜 재미있다'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17일 개봉을 앞두고 라스트 프리미어를 추가 확정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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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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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슈퍼 마리오, 영화 2023년 개봉
ⓒ 유니버셜 픽쳐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캐릭터 '슈퍼 마리오'의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023년 5월
국내 개봉을 확정하였습니다. 크리스 프랫이 슈퍼 마리오, 찰리 데이가 루이지, 안야 테일러 조이가 피치 공주,
잭 블랙이 쿠파의 보이스 캐스트로 참여한다고 한다.
<죽어도 자이언츠>, 10월 27일 대개봉
ⓒ 국제신문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그 궤를 함께한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가 10월 27일 개봉할 예정이다. 전·현직 선수들의 인터뷰부터 팬들과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훑어내려갈 예정이다.
김래원 X 이종석 <데시벨>, 11월 16일 개봉
ⓒ 네이버 영화
김래원과 이종석 배우 주연의 사운드 테러 액션 <데시벨>이 11월 16일 개봉을 확정했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이병헌, 프론트맨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
ⓒ BH엔터테인먼트
지난 9일 밤, 부산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병헌 배우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내년에 촬영하기로 확정했다는 점을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해외
마이클 월드론, <어벤져스: 시크릿 워> 집필
ⓒ 마블 인스타그램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각본가였던 마이클 월드론이 이번 <어벤져스: 시크릿 워>를
집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벤져스: 시크릿 워>는 2025년 11월 개봉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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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강제당하는 노인들
노인이 주인공인 두 영화가 같은 날(2월 7일) 개봉했다. 한국 영화 〈소풍〉과 일본 영화 〈플랜 75〉. 플롯, 캐릭터, 감성, 질감 등 많은 것이 다른 영화지만 두 영화에는 공통점도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이라는 기표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가? 노인은 그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두 영화가 공유하는 질문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맥락이 소거된 채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만 남은 현실. 이것이 과연 노인에 대한 온당한 대우일까? 두 영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지를 따라가보자.
먼저 〈소풍〉이다. 여성 노인 은심의 집에 갑자기 아들네 가족이 들이닥친다.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아들은 은심의 보험이나 집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파킨슨병이 시작되어 몸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아들이 이때다 싶어 요양원 이야기부터 꺼낼까 봐 이를 전하지 않은 은심은 때마침 찾아온 고향 친구 금순을 따라 6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는 금순과 우정을 더 단단히 다지고, 고향을 야반도주하듯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마주하며, 자신을 짝사랑했던 태호와 재회해 지금껏 누리지 못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행복 속으로 불쑥불쑥 끼어드는 노환과 질병은 이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은심과 금순은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동안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그 일을 매듭 지은 후 소풍을 떠난다.
그들이 마무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기다. 영화는 계속 부모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자식들을 부정적으로 재현한다. 노인들이 기댈 데 없이 홀로 건강을 돌봐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두 노인은 결국에는 자식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넘겨준다. 사업이 망해 고꾸라지는 아들(은심), 평생 한 번이라도 가족과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은 장애인 아들(금순)은 두 노인이 자식들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소풍의 장소. 바다 옆, 아름답지만 날카롭게 깎인 절벽에서 은심과 금순은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발걸음이 자식에 대한 ‘책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기 위함인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친구와 함께 세상을 등지겠다는 뜻인지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노환과 질병이라는 자기 문제에서는 자식에게도, 국가에서도 받아낼 것이 없다는 듯 홀가분한 얼굴이다. 그러나 노인이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부담’이기만 한 사회에서 이들의 삶이 ‘소풍’일 수 있을까? 노인에게 행복한 삶이 가능함을, 그들의 고난이 사적인 영역에 방치되었음을 보여준 영화는 두 노인의 강요된 퇴장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자신이 제기한 비판적 함의를 재빠르게 회수한다. 모든 걸 퍼주고도 ‘부담’이 되길 거부하는 노인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함으로써 말이다.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더한 〈플랜 75〉에서도 노인이 사회의 ‘부담’인 건 마찬가지다. 영화는 울분에 찬 청년이 노인을 살해하는 범죄 현장과 범인이 자살하며 스스로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노인 돌봄에 필요한 ‘비용’에 청년 세대가 극단적 반감을 가지는 것은 미래의 일도, 일본만의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섬뜩한 오프닝이다. 사회 갈등이 증폭되자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정책 이름은 ‘플랜 75’. 75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기묘한 정책이다. 정책은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플랜 75는 공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사적으로 책임지라는 일에 공적 권력을 동원한다.
78살의 미치는 고민이 깊다. 혼자 사는 그는 호텔에서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최근 고령의 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슷한 일이 재발할까 두려운 호텔에 의해 해고당한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미치의 집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와중 정부는 플랜 75가 큰 정책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 고무되어 신청자 연령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다. 결국 미치는 플랜 75를 신청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풍〉과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자식에게 모든 걸 넘겨주고 아무런 공적 부조를 받지 못하는 삶을 ‘소풍’으로 포장하는 일은 자발적인가? 플랜 75, 즉 죽음을 선택하는 미치의 결정은 자발적인가?
두 영화에서 세 노인이 내린 선택은 강제된 자율이다. ‘노인을 부양하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야’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으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려면 내려야만 하는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왜 국가가 노인을 방치하냐고 항의하는 자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않는 ‘이기적’ 노인이 되도록 이미 담론 지형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존엄’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는 강제된 역할 기대 혹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소풍〉과는 달리 〈플랜 75〉에서는 미치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철회하고 삶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의 배경을 은은하게 빛나는 햇빛으로 하여 노인을 ‘비용’, ‘부담’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같은 주제를 다루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두 영화는 노인이 ‘비용’이자 ‘부담’인 시대의 분위기를 공통적으로 포착해낸다. 〈플랜 75〉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실제로 도래하기 전에 〈소풍〉이 그려내는 현실을 다르게 해석하고 풀어낼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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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으세요. 굶으면 구원받습니다.” 극단주의의 메커니즘
6★/10★
몇몇 사람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배경에 대한 온갖 말과 추측이 난무할 것이다. 명확한 것은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뿐이니까. 사람들은 금세 혀를 찰 것이다. 파편화된 채 흩뿌려진 근거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집단 자살을 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죽은 자들은 곧 ‘극단주의자’, ‘정신이상자’ 등으로 불릴 것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은 금세 그들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갈 테다. 그러나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집단 자살에 동참한 사람 중 그들처럼 ‘상식적인’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면? ‘상식적인’ 사람을 정신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 위험한 신념을 품게 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면? 죽은 자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성급히 단정 짓는 일은 왜 그들이 그런 선택에 이르렀는지 질문할 기회를 박탈한다. 〈클럽 제로〉는 상상력을 발휘해 왜 누군가가 극단주의의 강력한 추종자가 되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질문한다. 다양한 형태의 극단주의가 난립하는 요즘 시대에 긴요한 상상력이다.
상류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에 노백이 영양교사로 임명된다. 노백은 늘 끝까지 단정하게 단추를 채운 카라티를 입고 다니며 흥분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한다. 옷차림부터 언행까지, 노백이 특정한 형태의 완벽주의/극단주의의 상징임이 암시된다. 그는 다양한 이유로 식이법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그들에게 ‘의식하며 먹기’를 제안한다. 처음에는 심호흡하며 먹기 등의 간단한 요법만 제시하던 노백은 점차 식사량을 줄이고 마침내는 아무것도 먹지 않음으로써 얻게 될 자유를 설파한다. 학생들을 자신의 신념에 동참시키기 위해 노백이 사용하는 기술들은 기묘하고 절묘하다. 이런 유의 얼토당토않은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고할 만하다.
먼저 학생 개별에 밀착하여 각자의 사연에 맞는 계몽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을 주체로 호명한다. 호명은 주체화의 조건이다. ‘너는 새로운 식이법의 주인공이야’라는 속삭임은 자기 쓸모와 미래를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다. 방황하는 인간이 갖기 어려운 주체로서의 역능과 효능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체성의 토대가 마련되면, 그에 반하는 행동(즉, 먹기)에 죄책감을 느끼게끔 한다. 힘에 부칠 때는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고 북돋는다. 이탈자나 회의자가 생기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계몽으로 이것이 자유를 향한 고난의 길임을 강조한다. 당연하게도 기성 사회의 상식에 반하는 가치, 즉 진정한 자유의 추구에서 과학적 사고는 거부된다. ‘옳은 일’에는 과학 따위가 들어설 곳이 없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신념을 잘 따라오는 자에게는 포상이 주어진다. ‘클럽 제로’라는 비밀 조직에 입회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클럽 제로 입회가 자유를 성취했다는 증거라는 사고의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비밀 임무를 주어 내부자들의 결속과 소속감을 다지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선민의식을 낳는다. 진짜 자유를 아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위계가 생기는 것이다.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총화總和하면서는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신념을 재확인한다. 내부 구성원 이외의 관계망을 약화시키거나 끊는 건 필수다. 이 영화에서는 자녀의 거식拒食을 걱정하는 부모가 그 관계망의 핵심이다. 부모의 애정 어린 간섭의 의미를 자유에의 훼방으로 뒤바꿔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조차 구성원 간 신념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이 신념 공동체를 완전히 이탈하지 못한다. 먹지 않아 쓰러지는 친구 옆에서 몰래 먹으며 눈치를 볼 뿐이다. 구성원들에게 이 신념 공동체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곧 사회적 사망 선고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건 이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부모, 학교 당국이 논의를 시작하지만 이미 늦었다. 노백을 해고해도 아이들은 바뀌지 않는다. 그의 신념은 아이들에게 이미 깊숙이 새겨졌다. 식이법에 대한 학생들의 간절함에서 시작된 노백의 극단적 신념 공동체는 그들이 클럽 제로 입회 후 ‘위대한 길’로 갔다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혹은 ‘구원’받는)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그 아이들이 정말 ‘낙원’으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족‧학교에 머물며 만들어갈 미래가 사라졌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부모와 학교(사회)는 진작 더 촘촘하게 아이들(구성원)의 마음을 살폈어야 했다.
노백이 아이들을 휘어잡는 과정의 서스펜스 강도가 더 높았다면 좋았겠다 싶다. 그러나 동시에 바로 여기서 영화 속 극단주의와 우리 주변의 극단주의를 면밀히 비교해볼 적당한 비평적 거리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은 감안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극단적 신념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적이 있던(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람으로서, 영화는 적당한 객관화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극단적 신념의 메커니즘을 미스터리 장르로 버무려내는 시도는 장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일이다. 그러나 끝끝내 남는 질문도 있다. 어떠한 극단적 신념이 정말 옳은 것이라면? 그 신념으로 부조리한 세계를 뒤집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역사는 때때로 극단주의가 옳았음을 증명한다. 때문에 ‘극단주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이 ‘좋은’ 극단주의인지를 감별하는 안목과 구성원이 ‘나쁜’ 극단주의에 거리를 둘 수 있게끔 하는 사회의 자정 능력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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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에 출연한 존 시나가 최근 중국에 사과한 이유는?
해외 매체 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에 따르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 출연한 존 시나는 지난 홍보 인터뷰에서 대만을 ‘국가’라고 부른 것에 대해 이미 중국 팬들에게 한차례 사과를 했지만,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을 지닌 수많은 중국 관객들은 그의 사과문을 받아들일 수 없는 태도라고 밝혔다.
10년 넘게 중국어를 배워 온 프로레슬링 선수 존 시나는, 이달 초 대만의 뉴스 채널 TV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어로 “대만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최신 편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만에서의 극장 개봉은 중국보다 3일 빠른 5월 18일, 즉 미국 개봉일인 6월 28일보다 약 5주 이상 앞두는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지 코로나 상태가 악화돼 무기한 연기되어 왔다.
1949년, 대만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가진 채 중국으로부터 분리되었지만,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하에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이며, 따라서 대만을 독립국가로 부르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시나는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TVBS에 사과하는 글과 함께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어색한 문법과 비교적 정확한 발음과 함께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분노의 질주를 위해서 정말 많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정말 많이요. 한 인터뷰에서 실수를 했어요. 지금부터 제가 말할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중국을 존경하고 중국 사람들을 사랑해요. 제 실수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저는 정말 중국을 존경하고, 중국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간주한 그의 실수는 중국에서의 보이콧을 초래할지 지켜볼 일이다. 작년 12월에는, <몬스터 헌터>가 중국 개봉 이후 하루 만에 상영을 전면 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논란에 휩싸이게 된 배경은 <몬스터 헌터>에서 한 백인 군인이 “이 무릎(knees)은 뭐지?”라는 농담을 하자, 동양인 군인이 ”중국인(Chi-knees)”이라고 답하며 웃는 장면에서 촉발됐다. 또한 지난 3월에는 <노매드랜드>의 상영을 취소한 바 있는데, <노매드랜드>의 감독 클로이 자오가 2013년 ‘필름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10대에 고국을 떠났을 때, 중국은 거짓말이 도처에 널린 곳이었다.”라고 발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심기가 거슬렸는지, 중국 내 모든 매체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 및 보도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일부 팬들은 존 시나가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수년 동안 중국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를 옹호해왔다. 또한 다른 이들은 외국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대한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생각이 달랐다. “중국어로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다’라고 말해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약 7,500개의 ‘좋아요’를 받은 네티즌은 말했다.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사과를 할 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게 단순히 문법적 오류였을까요? 존 시나는 심지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그가 실제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누가 알까요?” 약 2,000개의 ‘좋아요’를 얻은 네티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Endata(艺恩)에 따르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중국 개봉 후 5월 27일 기준으로 약 10억 위안(한화 약 18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마지막 두 편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미국에서보다 중국에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 바 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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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로드 된 영상입니다! :)
실력 있지만 허세 가득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하지만 오보로 판명되며 정직당한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돈만 주면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불법은 아니에요. 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보,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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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터널스> 30초 예고편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는 수 천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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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슈퍼문> 메인 예고편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 뿔이 생긴 10살 소년 건우는 숲의 지킴이가 된다.
그러던 중 동물들을 마구 사냥하는 밀렵꾼과
세상을 지배하려는 좀비 호랑이가 나타나 숲은 위기에 빠진다.
동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아름다운 한반도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
건우와 친구들은 숲을 구할 열쇠가 있는 슈퍼문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