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5-05 23:46:39
[JIFF 데일리]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공간
영화 <럭키, 아파트>
SYNOPSIS.
안정된 주거 환경을 꿈꾸던 레즈비언 커플 선우와 희서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다. 하지만 선우가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고 다리까지 다치게 되면서 전적으로 희서가 대출금과 이자를 떠안게 되자, 둘 사이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집에서 쉬게 된 선우는 일자리를 찾지만 쉽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악취로 두 사람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PROGRAM NOTE.
한 동성 커플의 갈등이 한국 사회의 구조 안에서 발현되는 과정을 담은 <럭키, 아파트>는 한국 퀴어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이며,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뛰어난 사회 드라마다. 제약회사 직원인 희서와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직장을 잃은 선우는 9년 차 동성 커플이다. 객관적으로 경제적 차이가 나는 상황이지만 서로 크게 티를 내진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서, 아파트 구매 자금 대부분을 부담한 희서와 기여도가 거의 전무한 선우 사이 갈등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아래층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커플의 간극을 더욱 키운다. 냄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우가 아파트 가격 하락의 주범으로 찍히며 동 대표 등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반면,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로 스트레스를 받는 희서는 커플 관계가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워하며 선우의 행동을 비판하고 둘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처한다. <럭키, 아파트>의 또 다른 미덕은 갈등과 배제라는 이야기 속에 사랑과 연대라는 희망의 싹을 집어넣는 점이다. 아래층에 살던 할머니의 사진을 갖고 싶어 하는 친구분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무단침입까지 감행하는 선우는 “왜 그랬냐”는 희서의 질문에 “남 일 같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감동적인 대사는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우리는 매일매일>(2019) 같은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강유가람 감독은 첫 극영화에서도 놀라운 역량을 보여준다. (문석)
몇 년 전 <이태원>을 보고 받았던 충격이 생생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도 들여다볼 수도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이토록 섬세하게 연출하여 가져다 주는 영화라니. 강유가람 감독의 이름을 그렇게 알았고, 그 후 다큐멘터리 작품만 만나다가, 첫 극영화 연출작이라고 해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공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영화는 희서와 선우가 나란히 앉아 있는 푸른빛 자동차에서 시작하여, 이내 푸른빛 침구와 소파가 놓인 두 사람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머리 아픈 과제이자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기회여서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보이고, 이 영화 속에도 집값을 우려하는 사람들이나 대출이자에 한숨 짓는 희서를 통해 그런 문제의 면면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아파트에서 내게 가장 먼저, 가장 깊이 각인된 것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집안일에 필요한 도구들은 정갈하고 생활감 있는 위치에 표현되고, 운동 기구도 깔끔히 놓여 있으며, 설거지하는 선우 뒤로 걸려 있는 와인잔 같은 것들은 두 사람이 각자의 삶과 함께하는 삶, 일과 관계의 낭만까지 허투루 하는 구석 하나 없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집은 사는 사람을 드러내니까.
그런데 그 공간에 자꾸 퍼지는 냄새가 있다. 쓰레기를 비우고 박박 문질러 닦고 락스를 부어 봐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 문제를 올곧게 직면하며 정공법으로 해결하려는 선우와, 적당한 불편함을 삼키면서 피할 수 있는 갈등은 최대한 피해 가려는 희서의 방법은 냄새를 두고도 계속 부딪게 된다. 시작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진작 지나간 일, 이미 어쩔 수 없는 일들을 논하고 있고, 우리 모두 가까운 사람과 싸워 봐서 잘 알듯 그건 필연적으로 '탓'이 된다. 쌓이는 쓰레기를 내어 버리고 바닥을 박박 문대어 닦듯, 좋지 않은 감정도 주기적으로 그래 주어야 하는데, 두 사람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자격: 더 필요한 자에게 더 문턱이 높은
아파트는 한국 사회에서 공간인 동시에 거의 어떤 정체성의 일부처럼 기능하고 있다. 어느 동네 산다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느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꼬리표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 중 일부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를 심어주는 '부적절한' 입주자를 걸러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임대주택이 단지 내에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차별하면서,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 말한다든지. 이들에게 아파트는 자본으로 거래한 재화보다는 오히려 봉건시대의 성직이나 성기사직처럼 거의 부여받은 자격에 가깝다.
주거지의 위치나 입지뿐 아니라, 주거지를 획득하기 위한 과정 또한 마찬가지로 자격을 요한다. 고공행진이라는 말을 쓰기도 머쓱할 정도의 매매 비용으로 인해, 노동소득만으로 매매할 준비가 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사회에서, 빚도 재산으로 인지하는 이 사회에서, 대출 또한 일정한 자격을 필요로 한다.
사실 고정비를 줄일 필요성이 더 절실한 이들에게 이 문턱은 더 높다. 빈곤은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 혹은 그 돈을 획득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 정도로만 얄팍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이 사회의 천민 자본주의는 너무 쉽게 문턱 아래 있는 사람을 업신여긴다. 게다가 빈곤 문제만 엮여 있지도 않다. 번듯한 직장에서 돈 잘 버는 희서는 물론, 대출 자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선우도 배우자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어 이 문턱 앞에서 더욱 불리하다.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이 공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니, 일정한 자격이 필요하고 좋은 아파트 사는 게 잘못도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악의조차 없이, 타인에 의해 존재가 흐릿해지는 경험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모인 이 영화 속 인물 다수가 그렇다. 명백한 성차별 혹은 업무상 클라이언트라는 이유로 갑을 관계처럼 대우하는 의사 앞에서 표정을 마음껏 굳히기도 어려운 희서, 배우자가 있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야 하는 사람들.
가진 자가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숱하게 부정당하는 순간들을 마주했던 인물이지만, 모르는 척 개인정보 유출이라도 해달라는 선우까지도 타인의 존재를 흐릿하게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사회 전체가 거대한 아파트처럼, 서열화되고 파편화되고 서로를 볼 수 없는 이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 알게 모르게 타인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유독 중첩되어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도 떠오르게 만든다. 꼭 동성애 커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질문은 자연스레 확장된다. 원가족과 연결되어 있지 않거나(혹은 그렇지 못하거나), 원가족이 찬성하지 않는 결혼으로 새 가정을 이루어 인정받지 못했거나, 1인 가정을 이루어가는 사람... 이 모두가 사후 장례나 청소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운 얄팍한 세상을 밟고 살아야 한다니. 최대한 모두를 촘촘히 보호할 망을 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만 보호하는 법으로 남겨두기엔, 그 자격 부여받지 못하거나 걷어차고 나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니까. 1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가족의 형태와 개념과 사회적 합의가 많이 변해 가는데, 언제까지 저출생 염불만 외고 있을 것인가. 이런 고민들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사랑: 남는 건 그저 소중하게 빛나는 마음뿐
사회의 자장에서 매우 투박하게 다뤄지며 변죽만 울리는 이 문제들을 영화는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이 문제와, 그 안에서 심화되어 가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 뒤엉키며 영화는 점점 심란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람을 피로하게 혹은 절망하게 하지 않는다. 시의적절하게 작고 소소하게 기웃거리는 희망은 마지막에 뽀얀 빛을 발한다.
아무도 이 영화에서 법과 제도를 들어엎는 식의 해결을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이 영화의 국적이 인도였다 해도, 요즘 인도 영화도 그 정도는 안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랑과 희망의 이름을 빌려 우리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을 가득 안겨준다.
희망이나 연대는 아주 거대한 단어 같지만 이 영화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그것들을 보게 한다. 거드는 말 한 마디, 지키는 말 한 마디, 공감의 감탄 하나. 사소한 이웃의 대화. 그런 말이 놓인 자리라면 거기야말로 럭키, 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고 스러져 결국 낡은 사진으로만 남을, 그러나 그 사진이 낡아가도록 바라보는 마음. 다친 데를 감싸 주며 사는 게 결국 사랑일 것이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말과 법도에 지치고 밀려 스스로 손톱을 뜯을 때, 손톱을 뜯은 사람을 타박하는 게 아니라 그 손톱을 뜯게 된 과정이 결국 타의에 의한 상처임을 함께 아파하며 감싸 주는 것.
상처는 언젠가 낫는다. 부상도 그렇다. 다만 남는 건 그저 사랑이다.
2024. 05. 02. 21:30 CGV전주고사 3관 (상영코드 157)
2024. 05. 04. 13:30 CGV전주고사 3관 (상영코드 323)
2024. 05. 09. 20: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상영코드 840)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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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이야기를 살짝 비튼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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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태어난 이후, 나 자신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나 평가도 가지게 된다. 자아라는 것, 즉 나 자신이라는 것은 유아기,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조금씩 그 모양이 만들어진다. 어쩌면 죽기 직전까지도 그 자아의 모양은 계속 변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이해를 하고 나면 자아를 가만히 들여다볼 기회도 생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가진 자아가 어떤 모양인지를 보면서 그것에 대해 평가를 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듣고 싶어 한다.
그 자아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꽤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자아의 모양을 바꾸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자아의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자아를 무척 사랑하고 소중하게 대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자아를 싫어하고 부끄러워한다. 그런 내외부의 시선들이 모이면서 자신이 가진 외모와 성향들에 대해서 판단하게 만든다. 특히나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대체로 남들 앞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아를 부끄러워하는 남자와 그를 만나는 여자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하드>는 자아를 부끄러워하는 한 남자와 그를 만나게 되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화 초반, 중심인물은 나탈리(니나 도브레브)다. 그는 계속 연애에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연애 실패담을 통해 잡지사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는 정말 자신이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 연애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가 우연히 데이트 앱에서 한 남자의 사진을 보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가 메시지를 보낸 조시(지미O.양)는 사진에서 남성적인 외모를 뽐내고 있다. 또한 나탈리와 조시는 대화 코드가 아주 잘 맞아 수시로 메시시를 주고받게 된다.
사실 영화 속 나탈리는 자신의 매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자신이 가진 자아의 모양도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그저 좀 더 완벽한 남자를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것이 계속 실패할 뿐이다. 어찌 보면 자존감이 높은 인물이기 때문에 특별한 고민 없이 자신에게 맞을 만한 완벽한 남자를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연애가 계속 실패할지라도 그의 앞에 완벽한 남자가 나타날 거라는 희망은 놓지 않고 있다.
반면, 나탈리가 채팅 앱에서 만난 조시는 사진의 외모나 대화를 통해서 보면 완벽한 남자로 보인다. 그래서 나탈리와 더욱 완벽한 커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을 준다. 먼 거리에 살고 있어 실제 조시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나탈리는 갑작스럽게 조시가 살고있는 집으로 방문하기로 하고 그 때문에 조시의 실제 모습이 드러난다. 그는 동양인 계열의 사람이고 사진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조시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은 인물이고 그 자신이 가진 자아의 모양도 잘 알지 못한다. 남들에게도 크게 인기가 있었던 인물이 아니기에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이성을 만나라고 시도를 했던 것이다.
조시는 외모적으로 훌륭하지 않고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너드 정도로 보인다. 또한 그는 외모 뿐만아니라 자신의 성향조차 숨기려고만 하는 캐릭터다. 그가 나탈리를 실제로 만났을 때,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가짜 연인이 되어달라고 하지만 그의 모습은 대체로 자신 없고 미안한 감정이 담겨있다. 축 처진 어깨와 재미없는 농담들은 그가 가진 그 우울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가 가진 진정한 매력은 나탈리로 인해 조금씩 발견되어 간다. 영화는 조시가 가진 매력을 나탈리가 하나씩 발견해 내는 과정이 재치있게 담겨있다.
영화 <러브하드>속 나탈리와 조시의 이야기는 사실 과거 여러 영화들에서 많이 보아 왔던 내용이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과 아주 잘 나가는 인물이 만나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굉장히 진부한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된 <러브하드>는 그런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특성이나 구도를 살짝 비틀었다. 꽤 잘 나가는 여성 캐릭터와 동양 계열의 남자를 연결시키면서 과거의 진부한 틀에 캐릭터의 변화를 살짝 준 것이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동양계 남자가 로맨스 주인공을 했던 영화가 거의 없었기에 이 부분만큼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기존 할리우드 로맨스를 살짝 비튼 따뜻한 영화
나탈리와 조시,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극은 유쾌한 웃음을 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연인,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많이 보던 로맨스 이야기이기 때문에 기시감이 많이 들어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느끼게 되는 감정이 온전히 스크린 밖으로 전달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따뜻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에서 조시를 연기한 배우 지미 O. 양은 과거 <판타지 아일랜드>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같은 영화에서 짧은 감초 역할을 많이 연기했던 배우다. 홍콩 출신인 그가 로맨스 물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의외로 진지한 연기도 잘 소화해낸다. 나탈리 역의 배우 니나 도브레드도 그렇게 이름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배우다. <더 파이널 걸스>나 <디어 마이 프렌드> 같이 저예산 영화들에 주로 출연했던 배우인데, 이번 <러브 하드>에서 매력적인 커리어우먼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하드>는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빨리 벗어난 영화다. 하지만 연말에 볼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만 한 영화는 없을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가족과 로맨스 이야기가 같이 펼쳐지기 때문에 연말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익숙하지만 약간은 특별한 로맨스 영화를 찾으시는 관객들은 넷플릭스에서 관람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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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하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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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같은 나와 물 같은 네가 서로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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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트 시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뭐든 열심히 하는 두 사람. 불 남자와 불 여자는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다. 부부가 된 두 사람. 원래 고향이었던 파이어랜드를 등지고 엘리멘트 시티로 이사한다. 쓰는 언어부터 달랐던 두 사람. 이름을 말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풀 원소 공무원이 말한다. “그럼 버니와 신더는 어떤가요” 남자는 버니, 여자는 신더가 됐다. 몸만 달랑 온 두 사람. 엘리멘트 시티에 가게 하나를 얻어서 잡화상점을 운영한다. 어려운 사회생활. 그래도 자라는 앰버를 보면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신다. 어느덧 성장한 앰버. 엄마와 아빠의 희망이었던 딸. 의젓한 딸은 나이 든 아버지를 대신하기 위해서 종업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온 인류를 뒤져서라도, 아니 온 원소를 다 뒤져서라도 진상 손님이 없는 세상은 아무 데도 없다. 여러모로 화를 돋우는 원소들. 앰버는 타고난 성질 때문인지 오늘도 욱해버렸다. 화를 낸 탓에 불에 탄 가게들. 수리는 어렵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생긴 마음의 빛을 지우기는 어렵다.
몸이 약해진 듯한 아버지 버니. 얼른 노력을 해서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고 싶다. 당연하지. 이 가게는 부모님의 희망이었으니까. 약해지는 아버지를 본다는 것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해소될 기회가 왔다. 어느 날 아버지 버니가 딸 앰버에게 하루만 가게를 맡긴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어깨에 힘 들어간 앰버. 첫 스타트는 좋았다. 그러나 시작만 좋았다. 여지없이 달려든 진상손님. 답답함이 터져 다시 가게가 불에 그을린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혼자 어디 가는 척했기 때문에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 왜 그렇지?’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쯤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불에 탄 파이프에서 물이 흐르는 것이다. 우수수 떨어지는 물벼락. 그런데 그 물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등장했다. 엉엉 울며 등장한 이 남자. 자기소개를 전한다. “안녕. 난 웨이드!”
디즈니x픽사의 상상력
전년 <소울>과 <루카>로 대형 홈런을 친 디즈니와 픽사의 신작이다. 사실 최근의 디즈니는 그렇게 타율이 좋지 못하다. 가장 근작인 <인어공주>는 수많은 논란이 오히려 마케팅 요소로 작용하는 듯이 흥행 성적이 시원치 않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는 아예 디즈니플러스 론칭 이후 헛방만 치고 있다. 그나마 ‘가오갤’이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디즈니. <버즈 라이트이어>라는 ‘토이 스토리’ ip를 사용한 결과물로(픽사가 협업하긴 했지만)도 영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디즈니의 성적표가 점점 서늘한 경고처럼 느껴진다.
이 <엘리멘탈>은 디즈니의 상상력을 잘 구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또 픽사가 갖고 있는 낭만과 동심의 이야기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코코>에서 보여준 사후세계와 <소울>에서 볼 수 있었던 태어나기 전의 세계를 잘 구현했다. 사실 <코코>에서 볼 수 있었던 저승 묘사는 우리 삶 속에서 익숙한 장면이 어느 정도 있다. 비단 우리만 해도 ‘신과 함께’에서 저승을 봤었는걸? 영화는 이 익숙한듯한 묘사를 살짝 틀어서 변화구를 던졌다. 공간적 배경이 멕시코의 어느 마을이었다. 멕시코 토속적인 소재들과 저승이라는 세팅, 또 이승-저승을 왔다 갔다 하는 주인공의 특성을 합쳐 독특한 비주얼을 만들었다. 전적으로 사람 사는 듯한 느낌 1/3 멕시코 정취 1/3 저승의 이미지 1/3을 결합시킨 것이다. 이 <엘리멘탈>은 <코코>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원소들의 세계라는 점은 그 어떤 영화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해서 만들었다. 어디서 본 적 없는 도시. 시각적으로 눈정화가 되는 비주얼도 예쁘지만 신기한 건 다른 지점에 있다.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 도시문제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위시로 한 각 도시의 원도심 문제가 그렇다. 이 마을에서 엘리멘트 시티는 이마저도 구현한 듯하다. 바로 불 종족들이 사는 도시와 물 종족들이 사는 도시가 좀 떨어져 있다는 것이 감독의 디테일을 살렸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이는 장소로서의 특성만 구현한 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도 도시의 양극화 문제는 핵심으로 작동한다. 이게 영화가 인종문제와 이주민들의 적응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역시 작품이 잘 살린 연출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빠지면 섭섭하지
이 영화를 만든 피터 손이라는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1970년대에 부모님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정착해 가정을 이루셨다고 한다. 자전적인 코드가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영화 곳곳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을 비유하는 묘사가 몇 있다. 우선 불 종족인 앰버 가족이 쓰는 언어다. 이 캐릭터들은 초반에 등장할 때 자막 처리가 안 되어있다. 영화가 디즈니/픽사에서 제작되었다는 걸 상기시키면 이 이유가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 듯하다. 또 이 불 종족은 뜨거운 음식을 좋아한다. 게다가 앰버가 아버지 버니를 부를 때 '아슈파'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는 한국인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첫째 언어와 관련된 부분은 이주민들이 한국어를 쓴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 뜨거운 것에 대한 비유는 역시 김치, 고추장을 위시로 한 매운 음식에 대한 묘사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셋째. 호칭 '아슈라'는 아마 '아빠'라는 단어에서 온 듯하다. 그리고 영화에서 어떤 인물이 남기면서 무슨 코멘트를 남긴다. 이 기점 찍고 주인공 어머니가 어떤 소재에 대해 앰버에게 코멘트를 하는 신이 있다. 이 부분 잘 보면 우리 한국인들이 자라면서 겪는 유교문화에서 벤치마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위에서 서술한 la라는 곳의 지리적 특성을 봐도 그렇다. 당시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이 la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누수문제라던가 치안에 있어 약점을 가진, 그러니까 땅값이 저렴한 곳에 거주지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도시의 미관부터 시작해 이야기의 서사 중심으로 배치했다는 점은 영화에서 충분히 강점으로 뽑을 만하다. 이외에도 미술로 대표되는 물과 풀, 공기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능통한 모습들이 아시아인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반대로 웨이드는 백인 사회를 비유하고 있다. 처음 버니와 샌더가 입국심사를 할 때 바로 영어를 쓰는 모습이 그렇다. 또 '물'이라는 것의 본질적인 속성을 생각해 보면 더 백인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 백인이 없으면 엘리멘트 시티 자체가 있을 일이 없는 것이다. 영화 내적으로 가장 흔하게 보인다는 점도 백인이라는 비유에 걸맞다. 그리고 글쓴이가 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풀은 2차 대전 당시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왜? 풀이라고 하는 것이 물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다. 유대인들이 미국을 먼저 건너가서 만들었다고 보는 건 아예 무리가 있다. 미국사회가 만들어지고 유대인들이 정착한 것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을 생각해 보면 풀 종족이 후에 어떤 인물로 묘사되는지가 어떤 사람들에 대한 비유가 되는 듯하다. 다른 종족은 공기 종족이다. 역시 구름 종족으로 대표된다. 이 종족의 특성은 스포츠다. 이 스포츠에 대한 묘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본다면 이 종족이 어떤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종족이 엘리멘탈 시티에 온 순서를 생각해 보면 역시 어렵지 않게 근거로 매길 수 있다.
이런 소소한 묘사가 영화에서 재미있는 특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좀 아쉽다고 느낀 부분도 역시 이 점에서 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풀과 공기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적은 느낌? 인종주의적인 코드가 들어가 있고 이 인물들이 하하 호호 다 잘 지내는 게 핵심인 것 치고 두 종족이 좀 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또 너무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물을 쉽게 세팅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
영화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맨스다. 두 캐릭터는 본질적으로 엮일 수 없는 존재다. 물과 불이라는 걸 상상해 보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이야기 구성으로 주파하고 있다. 영화는 불, 그러니까 앰버의 특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앰버는 욱하면 무섭다. 한 번 크게 화를 내면 주위에 있는 것들을 불태운다. 이 특성은 정확히 반대로 웨이드가 갖고 있다. 중간에 누군가의 집에 가는 신에 있다. 여기서 어떤 문제가 벌어진다. 웨이드는 앰버는 가능하지만 웨이드는 불가능한 능력 묘사가 나온다. 이 가능/불가능의 대조는 영화 내내 반복되며 작품의 핵심소재인 '한 줄의 대사'로 도착한다. 이는 웨이드와 앰버의 대조점을 조명하던 영화의 이야기를 뒤엎는듯한 테마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영화의 4 원소로 멋지게 풀어낸 것이다. 이를 캐릭터의 서사로서만 푼 것은 아니다. 시각적으로 두 캐릭터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연출도 영화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살짝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은 이 로맨스를 위해서 이야기가 후반부에 맥이 빠진다는 점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으로 온갖 눈물은 다 나오게 하던 디즈니 x픽사치 고는 좀 관성적으로 이야기를 푼 느낌이 있다. 좀 예상되는 느낌? 또 영화 핵심 사건이 아무리 애니메이션이라지만 해결되는 과정이 디테일이 약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후반부 아름다운 장면을 위해 아름답게 서사를 살짝 희생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또 이민자들 간의 관계를 지엽적으로만 접근했다는 것이 후반부의 문제해결 과정에 아쉽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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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240억 제작비라는게 믿기지 않을 퀄리티 서사만 좀 좋았다면...
말도 많고 계획대로 안된 영화이긴 했지만 듣어 기나긴 시간을 뚫고 개봉하게 된 한국의 최초 우주SF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서 공개가 되었습니다. 한국 SF영화라는 점에서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확실히 영화 시작부터 한국 영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CG를 통해서 우주와 영화 승리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전체적인 영화 구도에 대해서는 리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저는 일단 한국 영화 최초의 SF 장르라는 점에서 충분히 장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자세한 건 리뷰로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2092년, 지구는 병들고 우주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졌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김태리)
갱단 두목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진선규)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이들은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다.
어느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한 ‘승리호’는 그 안에 숨어있던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돈이 절실한 선원들은 ‘도로시’를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한 위험한 거래를 계획하는데…
영화 <승리호>전체적인 이야기를 먼저 살펴보면 작중 등장하는 세계관에서의 지구는 방사능으로 오염돼서 이제는 인간이 살수 없는 땅으로 등장하는데요. 그래서 우주로 이민해서 생활하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게 바로 UTS입니다. 하지만 우주 위성 궤도인 UTS는 오로지 부유층 즉 계급이 높은 사람들만 살수 있는 사람이었고 UTS 시민은 5%밖에 되지 않죠. 나머지 95%는 지구에서 살고 있거나 다른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면서 하루하루 벌어가고 있는 하층민이죠. 그중에서 작중 주인공이 되는 태호를 비롯한 장선장, 타이거 박, 업동이의 승리호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데 이들은 우주쓰레기를 주워다가 파는 청소선입니다. 그렇게 이들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우주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이들이 주운 우주적 쓰레기 안에 한 아이가 숨어있었고 이 아이의 이름은 도로시로 대량상무기라는 걸 알게 되는데요. 그렇게 이들은 그 아이를 비싼 돈에 팔아넘기려고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려한 CG"
제작비 240억
일단 영화 얘기에 앞서 이번 영화<승리호>의 화려한 CG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는데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할리우드 우주SF영화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리 한국 CG의 기술력에 놀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승리호의 메이킹 영상을 보면 작중 등장하는 모든 장면들이 CG로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실제로 배우들도 연기하면서 실제 영화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하니 이번 영화 <승리호>얼마나 많은 CG 작업이 들어갔을지 상상이 안될 정도더라고요. 무엇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승리호와 다른 쓰레기 청소선과의 대결 장면은 가장 멋진 장면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영화 승리호의 제작비에 대해서는 이미 개봉 전에도 알려진바라서 어느 정도 프레임을 끼고 보기도 했는데 만약에 240억이라는 제작비를 알리지 않고 저에게 물어봤다면 저는 아마 더 많은 제작비로 부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도 그럴게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제작비가 높은 설국열차를 제외하더라도 약 300억 가량 투자한 영화가 <백두산>, <군함도>, <디 워> 등을 생각하면 이번 영화 승리호는 240억이라는 제작비임에도 단연 1순위로 화려한 CG를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네요.
"한국의 우주 SF영화"
새로운 장르의 시작
CG의 장점을 제외하더라도 영화 <승리호>는 한국 영화 최초 우주 SF 영화라는 타이틀에도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장르 영화에 대해서 다양한 도전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승리호라는 장르 영화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판단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한국 영화의 장르 영화에 도전을 하지 않은 건 아니긴 해요. 크리처 영화로서 <7광구> 그리고 <미스터 고>라고 하는 CG가 많이 들어간 작품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장르 영화의 도전은 흥행에 실패하면서 장르 영화의 발전은 없다시피 했지만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부산행>으로 다시금 장르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지금 현재는 다양한 영화가 등장하고 있죠.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승리호는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절대 제작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SF 장르를 만들어냈으니 그 시작만으로도 이제는 한국에서 더 다양한 장르 영화의 시도를 예상해 볼 수 있으니 말이죠. 만약에 결과도 좋다면 더욱 좋은 상황이기도 하고요.
"적절히 감동 섞인 이야기"
특별함 없는 이야기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영화<승리호>는 CG와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에요. 일단 작중 등장하는 이야기는 작중 등장하는 승리호 선원들이 어느 날 자신들이 주운 쓰레기 우주성에서 숨어있는 아이가 뉴스에 등장한 대량살상무기 도로시라는 걸 알게 되고 그 아이를 비싼 돈에 팔기 위해서 도로시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 팔아넘기려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승리호 선원들과 도로시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사실 도로시는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적대되는 세력과 싸우면서 생기는 전형적인 선과 악의 구도로 그려진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는 않아요.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영화의 전형적인 감동 이야기인 거죠.
"이색 or 무색 캐릭터들"
특별함 없는 이야기
영화 <승리호>에서 가장 아쉽다고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캐릭터입니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단순한 구도를 띄고 있다 하더라도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재밌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 승리호에서 캐릭터적인 부분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작중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정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막무가내 캐릭터를 그리면서 그러한 캐릭터들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구도를 원했지만 중후반부도 넘어가면서 승리호 선원들의 과거사 그리고 서사를 풀면서 이색적인 캐릭터가 무색으로 변해버립니다. 그냥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는 좋은 사람이었던 거죠.
하지만 저는 작중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캐릭터는 바로 메인 빌런 UTS 설립자 설리번을 포함해서 그 외적인 캐릭터들이라고 생각되는데 영화 승리 호의 이야기에서 도로시(꽃님이)와 승리호 선원들을 둘러싼 이야기만을 전개하면서 외적인 부분에 한해서는 디테일이 상당히 부족한데요. 그로 인해서 조연들의 캐릭터의 개연성, 당위성이라는 게 부족해요. 특히나 설리번의 경우에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권선징악의 악으로 일회성 캐릭터로 버려진다는 게 상당히 아쉽더라고요.
" 시리즈 영화? "
깊이가 너무나도 약한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영화<승리호>에서 가장 기대했던 포인트는 우리나라 한국 영화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실제로 영화<승리호>의 기획 단계에서 이미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영화라고 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세계관의 깊이가 상당히 약하지 않나 싶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승리호 세계관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SF 우주영화들과 비교한다면 그 규모가 생각보다 좁다고 생각이 드는 게 <스타워즈>,<스타트렉> 등과 같은 영화들과 비교한다면 영화 승리호의 세계관은 태양계 그중에서도 그냥 화성까지 밖에 다루지 않는 수준으로 나옵니다. 그런 걸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세계관 확장은 어디까지 갈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죠.
세계관을 떠나서 어떻게 보면 작중 세계관에서 가장 이야기를 잘 뽑아낼 수 있는 UTS 시민과 이 시민 즉 계급사회로 인해서 이뤄지는 이야기들을 더 다루면 좋았을 텐데 설리번의 폭로와 죽음으로 이마저도 이미 1편에서 해결된 상황이죠. 그렇게 된다면 만약에 2편이 제작된다고 한다면 1편에서 나름 떡밥으로 남겨진 태호의 딸 순이와 꽃님이의 나 로봇인데 과연 이 둘의 설정으로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밖에 들지 않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 글로벌한 느낌 "
영화 <승리호>를 보면서 한국 영화의 CG 기술력에도 놀랐지만 일단 그보다 더 영화가 상당히 글로벌했다는 게 나름의 재밌는 관점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승리호가 중국 자본이 들어간 영화라고 해서 혹시 중국이 스토리에 가미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작중 등장하는 중국인은 또 다른 쓰레기 청소선 중에 하나였고 그뿐만 아니라 정말 여러 나라 국가가 등장해서 자기 나라 언어들을 하면서 서로 얘기를 한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작중 세계관에서는 통역기를 통해서 얘기하는 거로 묘사되면서 말이죠. 그런 와중에 한국말도 들리니까 한국 영화가 아니라 글로벌한 영화라고 하고 싶기도 하고요.
" 한국의 퀄리티 "
솔직히 영화<승리호>는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에요. 일단 기본적으로 영화의 CG 퀄리티, 한국의 SF 우주영화라는 프레임을 제외하고 본다면 서사에 한해서는 너무나도 단순하고 어떤 면에서는 개연성마저 무너진 부분도 많으니까요. 그렇기에 영화 <승리호>의 유일한 관점 포인트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뉠 것 같아요. 이야기를 중요시 여긴다면 영화 <승리호>는 지금까지 우리가 한국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테이고 그게 아니라면 평작 수준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기대한 만큼이나 아쉬운 점도 많은 영화 <승리호>를 리뷰해보았는데요. 정말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아쉬운 점만 남게 되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더 좋은 방향으로 갈수 있는 영화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한국 영화 최초 SF 우주영화라는 점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CG를 보여준 데에 한해서는 그저 감탄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영화를 일단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어느 한편으로는 또 아쉽기도 하네요. 앞으로 승리호가 어떤 평가를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모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리즈 영화로서의 시작은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상 영화<승리호>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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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 우먼 킬](2019): 그 여자들은 왜 사람을 죽였을까?
▶ 그 여자들은 왜 사람을 죽였을까?
1960년대의 베스 앤, 1980년대의 시몬, 2019년의 테일러. 서로 다른 시대의 세 여자는 모두 같은 집에서 살인을 했다. 왜 그랬을까?
베스 앤은 ‘완벽한’ 가정주부이며, 시몬은 사교계의 여왕이다. 테일러는 오픈 릴레이션십, 즉 결혼 후에도 상대방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되지 않는 결혼을 추구하는 변호사다. 베스 앤, 시몬, 테일러는 시대를 달리해 같은 집에 살았다는 것 말고는 별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 몇 안 되는 공통점은 치명적이다. 그들은 모두 여자고, 남편이 속을 썩인다.
베스 앤의 남편은 바람을 피운다. 시몬의 남편은 게이다. 테일러의 남편은 아무것도 써내지 못하는 무능한 각본 작가다. 이 세 여성은 각각이 마주한 문제를 헤쳐나가며 변화한다. 이 변화의 과정은 통쾌하고 따뜻하며 단단하다.
남편과 가정밖에 몰랐던 베스 앤은 점차 다른 여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 나간다. 베스 앤은 그녀가 깔봤던 이탈리아 여자, 남편이 바람난 여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자에게서 자기 삶을 본다. 전혀 겹칠 것이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삶이 ‘여자’라는 공통점으로 포개짐을 자각한다. 가장 섬뜩하면서도 통쾌한 베스 앤의 서사는 남자들의 세계를 잔혹하고 치밀하게 청산한 후, 여자들의 세계를 열어젖힌다.
시몬은 남편이 게이인 걸 알고 불같이 분노한다. 남편을 사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아한’ 사교계 친구들의 입방아에 오를까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마침 시몬에게도 비밀스러운 사랑이 시작된다. 이로 인해 평생토록 사랑을 숨겨온 남편의 애환을 조금씩 이해해 나간다. 시몬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할 때조차, 단 한 순간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처음에는 화려한 보석과 옷이 그녀의 품위였지만, 끝에는 공감과 사랑으로 그 내용이 바뀐다. 그녀는 품위의 내용이 무엇으로 채워져야 하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테일러는 남편과 다자연애 관계를 꾸려나가면서 원칙과 삶의 관계를 재정립한다. 그럴싸한 원칙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삶에 적용하려 들었다간 탈이 난다. 아무리 세련되고 멋진 원칙이라도 구체적인 삶으로부터 도출되어야만 한다. 유능한 테일러와 찌질한 남편 일라이, 그 둘 사이의(아름답지만 파괴적인) 제이드의 관계는 붕 떠 있는 말들이 얼마나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드라마가 다자연애 그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도 좋았다. 테일러가 성급했고, 일라이가 ‘남자질’을 하려 들고, 제이드가 위험한 인물이었기에 다자연애 관계가 파탄 났을 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고, 단 한 순간도 예측할 수 없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여자들이 복수하고 성장하며 자기 삶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세 부부 사이에 끼어든 에이프릴, 토미, 제이드의 서사도 쳐지지 않는다. 완벽한 주부, 사교계의 여왕, 유능한 변호사 말고도 더 다양한 여성의 삶이 중첩되는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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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만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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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발표된 오스카 시상식 후보작 !
올해 96회를 맞이한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 오스카
씨네픽 유저분들이라면 수상작쯤은 쉽게 맞추시겠죠?
감독상 후보
작품상 후보
최다 노미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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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우정이 재조명한 오명의 역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8년 가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준비하면서 유럽은 또다시 전쟁의 문턱에 선다.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제레미 아이언스)' 총리는 평화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절박하게 움직이고, 각국 정상은 유럽의 평화를 유지할 합의안을 만들 회담을 뮌헨에서 열기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영국 총리 보좌관인 '휴 레거트(조지 맥케이)'와 독일 외교관인 '폴 본 하트만(야니스 니에브외너)'도 뮌헨으로 향한다. 한때 옥스퍼드 대학에서 둘도 없는 친구였던 둘. 그러나 이제 두 옛 친구는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채 서로의 맞은편에 앉는다. 히틀러의 야욕을 깨달은 독일인은 히틀러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뮌헨 협정'을 막기 위해서, 영국인은 그 친구로부터 나치 독일의 기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
'뮌헨 협정'은 1938년 9월 30일에 영국, 프랑스, 나치 독일, 이탈리아 4개국이 체결한 협정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 중 독일인이 많았던 주데텐란트를 나치 독일에게 양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팽창주의적 행보를 보이던 나치 독일은 독일인 인구 비율이 높은 인접국 영토를 차지하려 했고 체코슬로바키아와의 전쟁은 그 일환이었다. 이때 나치 독일의 전력을 과대평가한 영국과 프랑스는 제1차 세계 대전과 같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뮌헨 협정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치 독일은 뮌헨 협정 체결 후 불과 1년 만에 폴란드를 침공해 제2차 세계 대전의 문을 열었다. 이렇게 '뮌헨 협정'은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의 "우리 시대를 위한 평화(peace for our time)"라는 선언과 함께 역사의 오점으로 남았다.
로버트 해리스의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뮌헨 협정의 막전 막후를 생생히 포착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뮌헨 협정을 단순히 역사의 오점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영화는 영국인과 독일인의 우정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조명하고, 뮌헨 협정으로부터 개인적인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것이라는 함의를 끄집어낸다.
사실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의 초반부는 역사적으로 알려진 유명인들이 아닌 두 청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는 점만 빼면 그리 특별하지 않다. 영화는 런던과 베를린을 오가며 당시 전쟁의 위협이 고조되던 유럽의 국제정치적 상황을 좇는다. 다우닝 가 10번지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탈리아를 끌어들여 나치 독일과의 중재를 부탁하려는 정치인과 외교관들의 진땀 흐르는 노력이 보인다. 반대로 베를린의 술집에서는 히틀러의 벼랑 끝 외교 전략에 불만을 품은 관료들과 전쟁을 두려워하는 군부 인사들이 쿠데타를 모의한다.
물론 이러한 전반부는 나름대로 몰입해서 볼 만하다. <1917> 속 윌리엄의 전력질주를 연상시키는 휴의 달리기는 실제 전투 못지않게 다급한 외교전의 실상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런 그가 정작 아내와는 결혼기념일조차 함께 보낼 수 없는 상황은 안쓰러움을 자아내면서 그 급박함을 더욱 강조해준다. 쿠데타 모의를 주도하는 폴과 그의 동료들의 모습은 모든 혁명이 그렇듯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다만 굳이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가 아니어도 제2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 대다수의 작품이 이 매력을 공유하기에 차별화되는 부분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런던과 베를린에서 각자 동분서주하는 두 주인공이 뮌헨으로 향하는 순간, 영화는 마침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펼칠 준비를 마친다.
왜냐하면 작중 뮌헨은 그저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도시가 아니라, 휴와 폴이 헤어지고 또 재회하며 서로의 변화를 확인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과거 뮌헨의 한 술집에서 두 친구는 극명한 견해 차이를 확인한다. 그들이 늘 그랬듯 장난으로 말다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를 사이에 두고 진심으로 언쟁을 펼친다. 제1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 국민인 폴을 사로잡은 열등감은 다른 자리에 앉아 있던 독일 국민들의 열등감을 만나 히틀러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로 이어진다. 그는 이미 비극의 씨앗이 보이는 히틀러의 인종차별과 잔인함에는 눈을 감는다. 언쟁 이후 두 친구는 그대로 연이 끊어지는데, 이 순간 뮌헨은 정치가 개인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시켜주는 공간이다.
하지만 다시 찾은 뮌헨은 다르다. 두 친구는 여전히 히틀러에 대해 다른 의견을 지니고 있지만, 그 차이의 원인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폴은 개인의 일상적 경험이 정치적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알지만, 휴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열광적 지지가 히틀러라는 괴물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음을 깨달은 폴. 그는 스스로를 막지 못했고 다른 이들도 말리지 못했다는 자책에 시달리는 한 지식인으로서 회한한다. 이를 바탕으로 히틀러의 야욕을 알리고 나치 독일을 제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뮌헨 협정을 막기 위한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반면에 휴는 정치적 움직임과 결정에 순응하며 그 안에 갇혀 있다. 그에게 체코 사태와 전쟁 위협은 총리 보좌관으로서 바쁘게 일해야 하는 환경의 변화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견해나 주체성과는 무관하게 당장의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영국 정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는 데에만 몰두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평행선을 달리던 두 친구의 우정은 함께 옥스퍼드 대학을 다녔던 친구 레냐를 사이에 두고 마침내 한 점에서 만난다. 유대인으로서 히틀러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해 심신이 모두 피폐해진 그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휴는 비로소 히틀러의 정치적 선택이 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그녀와의 재회 이후 180도로 달라진다. 단지 MI6의 명령대로 폴이 갖고 있는 히틀러의 회의록을 입수하는 것이 아니라, 전 유럽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히틀러의 야욕을 막기 위해서 폴처럼 동분서주한다. 이처럼 순차적으로 묘사되는 폴과 휴의 변화는 왜 세 친구가 파티를 즐기는 장면이 영화의 오프닝인지 그 이유를 알려준다. 이 작품은 단지 역사의 거시적 흐름을 빌리고 있을 뿐, 실제로는 개인들의 일상 속 경험이 갖는 정치적 힘을 조명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또 다른 주인공인 네빌 체임벌린의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는 총리 체임벌린 이전에 개인으로서의 네빌을 비춘다. 첫 세계대전의 공포를 온몸으로 느낀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그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트라우마라는 창을 통해 국제정치의 흐름을 살핀다. 그래서 그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피하는 것,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폴이 넘겨준 기밀 정보를 애써 외면하는 것도, 폴과의 만남을 주선한 휴를 힐난하는 것도, 원래 구상대로 히틀러와 뮌헨 협정에 서명하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일이다. 사실 이는 앞서 살펴봤듯이 그가 잠시 동안의 평화를 위해 전쟁을 단지 연기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와 관련해 체임벌린을 향한 관점을 살짝 비튼다. 그가 귀국 직전 급히 히틀러와 독대하는 것, 그 자리에 휴의 동행을 허락한 것, 그리고 "우리 시대의 평화"라는 말을 가능케 한 각서에 히틀러의 서명을 받아내는 일련의 과정을 속도감 있게 펼쳐 보인다. 이를 통해 체임벌린 역시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물결에 떠내려가는 대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 물결의 흐름을 스스로 만드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방증하는 또 하나의 캐릭터인 것이다.
작중 휴나 휴의 아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당시 영국 국민들은 무조건적으로 전쟁을 반대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체임벌린이 히틀러로부터 평화 각서를 받아낸 덕분에, 영국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점을 갖게 되었다. 만약 히틀러가 뮌헨 협정을 파기할 경우, 자연히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저 전쟁의 공포에 휘둘리며 유약하고 순진해 보이던 체임벌린도 사실 두려움과 트라우마라는 자신의 일상적 경험을 토대로 역사의 흐름에 대비할 줄 아는 노회한 정치가였던 것이다. 이는 영화가 뮌헨 협정이라는 거대한 이슈 못지않게 체임벌린과 휴의 관계, 체임벌린과 폴의 만남에 상당한 비중을 부여하며 그들의 변화와 선택을 관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가 이러한 개개인의 변화와 선택을 온전히 담아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레냐처럼 그 활용법이 아쉬운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비극의 직접적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그녀는 조금 더 전향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을 텐데, 두 친구 사이에서 그저 가교로써 소비되어 버린 듯한 인상이 짙게 남는다.
또한 영화의 만듦새도 시선을 흐트러트린다. 상술했듯 당장 전반부 내용이 지나치게 정석적인 것은 무색무취할 뿐만 아니라 영화의 메시지도 다소 가리는 듯 보인다. 이에 더해 당시 나치 독일 정부 내의 혼란상이나 전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영국의 속사정에 대한 배경 지식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 점도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본격적인 드라마가 꽃피우는 중반부 전까지는 작품 안의 세계는 급박한데 정작 영화를 보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부조화가 초래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마치 신화와 같은 역할을 하며 자신의 의의를 증명해낸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트로이의 역사가 한 음유시인의 노래에 깃들어 있었던 것처럼, 신화는 지금은 잊힌 사건을 기억하게 만드는 저항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몇 줄의 서술과 흑백 사진 및 영상에 미처 담기지 못한 이면의 사건을 조명하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되살려내 오명으로 가득한 역사를 다시 쓴다는 점에서는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도 신화와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 있던 패자의 이야기를 불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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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나이트 리뷰 - 구담을 비틀어 뒤틀린 판타지를 개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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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8월 5일 개봉한 작품 ‘그린 나이트’의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녹색 기사의 목을 잘라 명예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도전에 응하고
마침내 1년 후,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전설이 될 새로운 모험, 너의 목에 명예를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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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다! 그 시대 야만족을 그냥 진짜같이 표현한 영화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llwey01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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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펜하이머> 메인 예고편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 및 감독을 맡은 영화 '오펜하이머'는 IMAX®로 촬영한 에픽 스릴러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동시에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킬리언 머피가 J.로버트 오펜하이머로, 에밀리 블런트가 그의 아내이자 생물학자 겸 식물학자 캐서린 키티 오펜하이머로 출연합니다. 오스카 수상자인 맷 데이먼은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레슬리 그로브 주니어 장군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미국 원자력 위원회의 창립 위원인 루이스 스트라우스를 연기합니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플로렌스 퓨는 정신과 의사 진 타틀록 역을, 베니 사프디는 이론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 역을, 마이클 안가라노는 로버트 세르버 역을, 조시 하트넷은 선구적인 미국 핵 과학자 어니스트 로렌스 역을 맡았습니다. 또한 오스카 수상자 라미 말렉과 오스카 8회 후보에 오른 배우, 작가, 영화제작자인 케네스 브래너가 등장하며, 데인 드한, 딜런 아놀드, 데이빗 크럼홀츠, 올든 에런라이크도 출연합니다. 이 영화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책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저자 카이 버드, 마틴 셔윈)를 기반으로 하며, 엠마 톰슨,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의 찰스 로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IMAX® 65mm 및 65mm 대형 필름의 조합으로 촬영되었으며, 최초로 IMAX® 흑백 아날로그 섹션이 포함되었습니다. '테넷',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인셉션' 및 '다크 나이트' 3부작을 포함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5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며 11개의 오스카상과 2개의 최고 작품상을 포함하여 36개의 후보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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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펫 다이어리> 예고편
알쏭달쏭 마이펫들의 일상이 공개된다!
고양이 벨라와 앵무새 앨빈, 개 베이글은 한 집에 사는 반려동물들이다.
사람들이 없을 때면 세 친구는 따분해하면서도 텔레비전 앞 소파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셋은 툭하면 서로 장난 삼아 말다툼을 벌이고 서로를 놀리곤 하는데,
‘개의 날’에 텔레비전에 다양한 개의 모습이 나오자 이를 계속 지켜보던 앨빈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벨라와 베이글을 걱정하게 만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