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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M2024-05-07 01:24:17

[JIFF 데일리]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나이

<쓰레기장의 개>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장 밥티스트 뒤랑 감독의 "쓰레기장의 개"

 

 

 

< 쓰레기 장의 개 >

 

시놉시스: 프랑스 시골의 작은 마을, 미랄레스는 자신의 절친을 '개(도그)'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이 둘은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내왔다. 그해 가을, '도그'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고, 둘의 친구 관계에 변화가 일어난다.

 

 

 

"쓰레기장의 개"는 기존의 여타 다른 영화들과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친구 사이의 우정 혹은 사랑"을 다룬다.

첫번째로, 주인공 미랄레스는 자신의 절친인 다미엔을 '도그'라고 부르며 얕잡아본다. 그리고 줄곧 그를 공격적인 방식으로 놀리며 둘 사이의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전의 비슷한 테마를 가진 대부분의 영화들은 두 친구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는다. 

물론, 끝에가서는 어느정도 갑과 을의 상태가 될 수는 있지만, 일단 처음부터 친구관계를 하나의 "계급"처럼 표현하지는 않는다.

영화 속 미랄레스의 태도는 보는이로 하여금 거북함까지 일으킬정도로 지나치다. 여기에 도그의 기계적인 순종까지 보다보면 '이게 우정이 맞긴 해?' 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

두번째로는, 인물의 중심이 '강자'이다.

다시말해, 순종적인 모습의 도그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순종적인 주인공이 상대에게 휘둘리며 상처받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닌, '강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관계의 변화이다.

영화의 초중반까지만해도 도그의 '스톡홀름 신드롬'이구나 싶었지만, 생각보다 뚝심있는 도그는 새로운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미랄레스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단호해진다.

-

"그래서, 둘이 사랑하는건가요?"

-

나는 이에 "당연하죠."라고 바로 답할 수 없다.

영화 내에서 많은 힌트들로 꾸준히 미랄레스가 이성애자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게 곧 바로 '미랄레스가 도그를 사랑한다.'로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미랄레스는 동성애자다 그러므로 도그를 '사랑'한다.

이렇게 바로 결과에 도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미랄레스가 우정으로서인지 에로스인지 간에 '왜 도그를 사랑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아야한다.

 

그 과정을 주목해야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미랄레스와 도그의 애증관계'보다 '외로운 미랄레스'에 집중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미랄레스는 도그를 사랑할까?"

그들은 15년지기 친구사이이다.

그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반평생을 함께한 동반자나 마찬가지.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같이 잘 지내왔다면, 당연히 둘은 잘맞는 둘도 없는 친구일수밖에.

그리고, 미랄레스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의 주변에는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매일 넋이 나가있는 어머니,

돌아가신 아버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를 곁에 두는 친구들,

혹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들.

오히려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미랄레스에게 의지를 하고 있다.

자신에게 밥을 차려달라는 어머니,

복권을 봐달라는 이웃 아저씨,

자신의 새로운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해달라는 친구,

자신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관심과 사랑의 부재로 인간관계와 감정표현에 서툰 미랄레스지만, 또한 책임감도 강하기에 여기서 오는 압박감과 외로움이 크다.

영화의 중반부부터 관객들도 그의 외로움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랄레스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결국 '도그'밖에 없는 것이다.

 

나름 자신만의 계획과 철학이 있는 미랄레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서툰 행동들을 통해 그를 성숙하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미랄레스가 무언가를 말하면, 사람들은 매번 "너가 어떻게 알아", "너 꿈이 너무 커.", "그게 될 것 같아?" 등등 그를 무시하기 바쁘다.

이런 미랄레스에게 항상 긍정의 답을하고 그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도그'뿐이다.

이런데 어떻게 미랄레스가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미랄레스가 우정을 넘어서 에로스 적으로, 연애의 감정으로 도그를 사랑하는가를 살펴보자.

나는 앞서 말했듯, 여기에 백프로 확신해서 답하지 못하겠다.

"연애의 감정이 아니라면, 미랄레스가 왜 도그의 새 여자친구를 질투하나요?"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답을 했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이 서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여자때문에 자신을 향한 도그의 관심이 줄어든 것 뿐만아니라, 자신을 언제나 인정해주던 도그의 태도가 바뀌었으니, 도그의 새 연애를 응원해주기 힘들 수 밖에.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그래서 둘이 사랑하는건가요?"

"친구로서 서로 사랑하니 맞다고 할까요?"


우정과 사랑이야기를 넘어 '외로운 사람'의 성장기를 보여준

"쓰레기장의 개"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며 미랄레스의 외로움이 와닿아서 약간의 눈물을 머금었다.

씨네랩 소속 기자로 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강예림기자였습니다.

상영 일정:

2024.05.05 CGV 전주고사 7관 13:30

2024.05.06 CGV 전주고사 7관 10:00

2024.05.07 CGV 전주고사 7관 21:00

 

영화제 기간: 2024.05.01 - 2024.05.10

 


작성자 . YELM

출처 . https://blog.naver.com/rendezvouscine/223438407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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