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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2025-08-17 23:05:40

스케이트보드, 패션, 영화, 지하철: 그래픽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예술가

영화 <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 리뷰

 

 

 

 

 

세상 모두가 알아보는 그림을 그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극장에 들어서기 직전 내 머릿속은 하나의 물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목적과 방식은 다르더라도 비슷한 형태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예술인들의 갈망과도 같을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제프 맥페트리지’는 해내었다. 모든 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내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스케이트보드로 시작하여 패션, 영화를 넘어 공공 공간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ㅡ 특히, 위 사진의 일러스트 또한 나도 애플워치를 사용할 때 어떤 화면보다도 눈길을 끌고 취향에 맞아서 사용했던 적이 있고,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를 매우 인상 깊게 감상했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ㅡ 시선을 빼앗는 화려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독특하고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대중에게 인정 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작업물에 드러나는 분위기만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으며, 그만큼 누구나 탐낼 것이다. 유일무이한 능력을 손에 쥔 제프의 마음은 어떤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는 제프가 그림에 흥미를 가지게 된 가장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작업물을 기준으로 그의 삶을 설명하고 있다. 그저 여느 아이들처럼 어린 시절 잠깐의 흥미로 낙서를 즐기는 줄 알았던 부모님의 예상과는 다르게, 어린 날 시작된 그림에 대한 즐거움은 한계 없이 커져간다. 친구들의 스케이트보드에 무늬를 그려 넣어주던 취미생활은 큰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프로가 된 친구의 의뢰로 그래픽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삶은 언제나 타이밍으로 이루어진다는 문장이 다시금 떠올랐다. 기회는 언제나 별똥별처럼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고, 그 순간의 내가 갖는 취미와 열정, 어느정도 흡수할 수 있는지의 여유 공간을 통해 단순한 기회가 경험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제프는 좋은 기회를 적절한 시기에 쟁취했다. 끝없는 프로젝트 속에서도 순간의 성취에 만족하여 멈추지 않고 무엇이 옳은 표현 방법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간다.

 

 

그의 예술 활동에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준 건 가족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확신을 불어 넣어준 아내. 둘의 상반된 성향은 제프를 한 가지의 틀에 갇히지 않도록 벽을 허무는 역할이 되어 주었다. 또한 그는 자신만의 ‘정갈한 루틴’으로 창작하는 에너지를 얻었다. 미디어에서, 혹은 역사 속에서 자주 예술가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위해 술과 마약을 필수적으로 즐긴다는 말이 돌지만 제프는 특히나 규칙적인 삶을 추구했다. 반듯한 일상에서 오는 힘을 중요시한다. 이는 나에게도 큰 공감이 되었다. 충분한 잠, 제때 챙기는 끼니, 적당히 움직이는 루틴은 반복되는 환경 속에서 내가 캐치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발견하게 해 준다. 건강한 예술이 관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마련이다. 더욱 깊고 넓어지는 예술 분야에서 올바른 창작 과정과 결과가 무엇일지 개개인의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언제나 유쾌하고 단순하고 임팩트 있는 그의 작품들 속에서 눈에 띄는 그림이 있었다. 벙커 속에 있는 제프와 가족들. COVID-19로 온 세상이 멈췄던 시기에 제프와 가족들은 그들에게 중요한 존재였던 사람을 떠나 보내야 했다. 아이들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었고, 부부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아이들에게 설명하며 다함께 큰 상실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가족을 매개로 버텨낼 수 있었고,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한 게 바로 벙커 속 가족의 모습이라고 한다. 늘 통통 튀는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제프의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냈던 작품인 만큼 여러 사물과 디테일이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림에 대한 단순한 흥미에서 여러 도전을 거쳐 자신만의 색을 가진 예술가, '제프 맥페트리지'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분야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인물의 관점을 바라보며 나만의 기준을 세워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경험일 듯하다.

 

 

 

백록

작성자 .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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