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05-13 07:40:31
로맨틱 코미디, 그런데 기후위기를 곁들인
영화 〈디피컬트〉
두 사람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모든 영화에는 인물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차이가 있다. 〈타이타닉〉에서는 귀족과 하층민이라는 신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앙숙 가문,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성격, 〈베이비 드라이버〉에서는 선량한 시민과 범죄자라는 시민적 지위 등등이 그렇다. 이들 영화는 서로의 세계를 살아보지 못한, 그래서 상대방과 그가 속한 세계가 너무나 낯선 주인공이 상대를 알아가며 조금씩 자신이 기존에 속한 세계를 허물고 나와 상대의 세계에 진입하고, 종국에는 두 사람의 세계를 결합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로 나아간다. 물론 꼭 사랑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맥락에 따른,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하지만 사랑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더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이 차이를 더 극단적으로 확장한다. 〈디피컬트〉가 그러하듯이.

코미디, 로맨스를 아우르는 영화 〈디피컬트〉의 배경은 파리다. 주인공은 알베르와 발렌틴. 알베르는 채무에 시달리며 주거도 일정하지 않은 가난한 하층민 남성이고, 발렌틴은 급진적인 기후 활동가다. 둘이 처음 만난 곳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둔 어느 쇼핑몰. 알베르는 TV를 싸게 구입해 비싸게 팔 목적으로, 발렌틴은 지구를 망치는 무의미한 소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목적으로 이곳에 왔다.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첫 만남이다.
다시는 만날 일 없을 듯한 두 사람은 뜻밖의 장소에서 재회한다. 알베르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 브루노의 손에 이끌려 무료로 맥주와 음식을 나눠주는 곳에 간다. 발렌틴과 활동가 동료들이 친목과 결의를 다지고 다음 활동을 계획하는 모임의 장소였다. 알베르는 자기 입장에서는 얼토당토않은 일을 진지한 표정으로 도모하는 사람들을 보며 피식거리기를 멈출 수 없지만, 어쨌거나 함께하면 먹을 것이 나오고 그들이 재활용을 위해 수집한 물품을 몰래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재미도 쏠쏠하기에 브루노와 함께 슬쩍 발렌틴의 활동에 동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느덧 솟구친 발렌틴을 향한 알베르의 호감이 가장 큰 동기다. 알베르는 발렌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활동의 다음 단계가 곧 로맨스의 다음 단계와 맞물리며, 영화는 전개된다. 쇼핑몰, 패션쇼, 농장, 박물관, 심지어 은행까지. 기후정의를 촉구하는 이들의 시위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영화는 이들의 시위 장면을 온라인 생중계를 위해 참가자들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불안정하고 흔들리지만 바로 그 이유로 생동감이 느껴지는 장면과 화면 밖 카메라가 주인공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와이드숏을 교차하며 보여주어, 시위 현장의 박진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는 자연히 시위와 연계된 두 사람의 로맨스가 무르익는 과정과도 맞물리며 극의 감정선과 재미를 더욱 고조한다.
위기도 있다. 알베르와 발렌틴의 관계를 질투한 또 다른 활동가가 알베르가 실은 단체 물품을 장물로 팔아넘기는 등 운동에서 개인 잇속을 챙겨왔다는 점을 폭로한 것이다. 기후 우울증으로 감정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대한 동력을 잃었으나 조금씩 알베르에게 마음을 열던 발렌틴은 이후 알베르에게서 완전히 멀어진다.
당연하게도 둘은 결국 위기를 극복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건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위기를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뻔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영화가 두 사람의 거리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캐릭터, 서사 설정이다. 〈디피컬트〉에서 누군가 기후위기를 얼마만큼 심각하게 인식하는지는 〈타이타닉〉의 신분,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문, 〈엽기적인 그녀〉의 성격, 〈베이비 드라이버〉의 시민적 지위만큼이나 커다란 차이다. 즉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의 차이가 귀족과 하층민이 살아가는 세계의 차이만큼이나 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코미디와 로맨스를 버무린 영화라기보다는 동시대에 기후위기에 대한 감각‧인식의 지형이 어떻게 구획되어 있는지를 질문하는 영화로 볼 때 더 재미있다. 만약 당신이 기후 음모론자라면, 푼돈을 벌어 하루하루 근근이 사는 남자와 기후 우울증 때문에 감정적으로 파산한 여자가 사랑과 연대로 그들 개인뿐 아니라 자신들이 사는 세상까지 더 좋게 만든다는 이 영화의 서사가 한없이 지루하고 허황되게 느껴질 것이다. 〈디피컬트〉의 서사 구조는 2022년에 열린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2021년작 프랑스 영화 〈지평선〉과 유사한데, 두 영화를 유럽에서(혹은 적어도 프랑스에서) 기후 시민이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될 만큼 분명하게 가시화되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로 해석해도 무방해 보인다.
같은 징후를 포착한 한국의 상업영화를 나는 알지 못한다. 즉, 한국에서 기후 시민은 아직 하나의 분명한 시민적 정체성으로 부상하지 않았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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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일 | 맛을 알 수 없는 매튜 본표 스파이 비빔밥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첩보 소설 '아가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엘리'(브라이스 D. 하워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다. 새로운 책의 마지막 챕터가 좀처럼 써지지 않는다는 것. 이에 그녀는 머리도 식히고, 꼼꼼한 독자이자 조언자인 엄마 '루스'(캐서린 오하라)의 아이디어를 들을 겸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습격당한 엘리는 돌연 나타난 조력자이자 현실 스파이인 '에이든'(샘 록웰)에게서 자기가 만든 스파이 '아가일(헨리 카빌)'을 겹쳐 보기 시작한다. 간신히 목숨을 지킨 엘리는 그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의 소설이 실제 사건을 예견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물 먹은 첩보 조직 '정보국'이 그녀를 노리기 시작했다는 것. 그렇게 엘리는 상상만 하던 첩보물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아가일>, 실패한 스파이 비빔밥
비빔밥. 한식의 대표주자다. 기내식으로도, 해외 한식당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식이섬유까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서 웰빙 음식으로도 잘 알려졌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집에 남은 여러 반찬을 활용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기는 '조화'로부터 나온다. 밥, 나물, 고기 등을 단순히 섞었다면 사실 특별한 맛이 아니다. 각 재료의 맛이 날 뿐이다. 그런데 소스가 더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추장이나 간장 베이스 소스가 여러 재료 사이에 일체감을 형성한다. 공통의 맛 안에서 각 재료의 맛이 더 다채롭게 살아나기도 한다.
매튜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은 첩보물의 비빔밥이 되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재료를 한 데 섞었다. <007>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설정과 주인공, <제이슨 본> 시리즈를 차용한 이야기를 더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느낌이 강한 팀 액션도 간간히 등장한다.
문제는 재료를 조화롭게 섞지 못했다는 것. 매튜 본 특유의 B급 연출은 위 재료를 아우르지 못한다. <킹스맨>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나머지 신선하지 않고, 안일하며, 과하기 때문. 그렇게 <아가일>은 이도저도 아닌 실패한 비빔밥이 되어 버렸다.
제임스 본드의 창조자를 재해석하다
<아가일>에서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재료는 <007> 시리즈다. 매튜 본의 전작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다. <킹스맨> 시리즈에서 이미 제임스 본드의 클리셰를 비트는 연출로 자기 역량을 뽐낸 바 있으므로. 보드카 마티니를 고집하는 고급스러운 젠틀맨 스파이라는 이미지를 역이용하면서.
매튜 본이 재해석한 <007>의 핵심은 '환상의 공유'에 있었다. <킹스맨>의 주인공인 에그시. 그는 귀족도 상류층도 아닌 평범한 노동 계층 청년이다. 그런 그가 제임스 본드 같은 젠틀맨 스파이로 거듭나고, 세계를 구하며, 스웨덴 공주와 결혼까지 한다. 관객이 마음 한 편에 품고 있을 신분 상승, 계층 상승이라는 환상을 건드렸기에 <킹스맨> 1편은 강렬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아가일>의 접근법도 유사하다. "평범한 내가 알고 보니 첩보원?"이라는 환상을 건드린다. 환상을 풀어내는 방식도 비슷하다. 제임스 본드로부터 에그시를 만들었듯이, <007> 시리즈 원작자 이언 플레밍을 본 따 엘리를 만들었다. 이언 플레밍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실제로 영국군 첩보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처럼 매튜 본은 실전 경험이 있는 첩보물 작가의 성별만 바꿔서 자기만의 이언 플레밍, 엘리를 창조한 듯 보인다.
제이슨 본의 발자취를 뒤쫓다
이에 더해 매튜 본은 엘리를 '제이슨 본'의 세계에 빠트린다. 1편 <본 아이덴티티>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시리즈의 핵심은 기억과 정체성이었다. 자기가 CIA 비밀 프로그램 소속 첩보원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던 제이슨 본. 그는 기억을 하나 둘 찾아가며 양심의 가책에 빠진다. 그는 자기가 죽인 사람들의 유가족을 찾아가 진심 어린 사죄를 건넨다. 더 나아가서 비윤리적인 작전을 허가한 조직의 수뇌부에게 복수한다.
엘리는 제이슨 본의 행적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가상의 스파이 아가일의 활약상을 그려낸 첩보 소설 '아가일'을 집필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는 엘리. 하지만 그녀의 소설 내용을 눈여겨본 첩보 조직 '정보국' 국장 '리터'(브라이언 크랜스턴)는 그녀를 악용할 음모를 꾸민다.
리터의 계략으로 인해 목숨을 건 추격전을 펼치기 시작하는 엘리. 그 과정에서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난데없이 나타나 그녀를 도와준 요원 에이든이 과거 연인이었다는 것. 기억을 잃은 제이슨 본에게 조력자 니키 파슨스가 있었듯이. 더 나아가 본인 역시 엘리트 스파이였고, 여러 악행을 저질렀다는 기억도 되찾는다. 이에 그녀는 CIA를 무너뜨리려 한 제이슨 본처럼 리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보국에 잠입하기로 결정한다.
달리 말해 <아가일>의 이야기는 <제이슨 본> 시리즈 속 주인공의 성별만 바꾼 결과인 셈이다. 물론 그 맛을 희석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이기도 한다. 자기 조직 내에 적이 있다는 첩보물의 대표 클리셰를 또 한 번 활용한다.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를 장식하는 액션의 경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팀원들의 호흡이 빛나는 대목이다.
비슷한 맛이 반복된다
문제는 상이한 재료에 공통의 맛을 더해줘야 할 소스다. 맛이 특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맛 자체도 심심하다. 일단 <아가일>은 매튜 본의 대표작인 <킹스맨> 시리즈의 그림자 안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떨치지 못한다. 액션이 대표적이다. 엘리가 스케이트를 타고 펼쳐 보이는 격투씬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주인공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라스푸틴과 펼친 액션과 겹쳐 보인다.
구체적인 액션 연출도 다시 보기 같다. 리타의 수하들과 복도에서 펼치는 액션 시퀀스는 진행 과정부터 카메라 구도에 이르기까지 <킹스맨> 1편을 똑 닮았다. 로맨스 음악에 과장된 액션을 더한 B급 감성 연출도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사람들 머리가 터져나간 명장면의 하위호환에 불과하다. 이미 경험해 본 맛을 고집하다 보니 굳이 이 비빔밥을 먹어야 할 이유를 찾기가 퍽 어렵다.
그렇다고 혀를 사로잡을 만큼 맛이 강렬하지도 않다. 12세 관람가이다 보니 매튜 본 특유의 유혈 낭자함이 사라졌다. 매튜 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장면을 경쾌하게 풀어내는 데 특출 난 감독이다. 잔혹한 상황과 유쾌한 연출의 간극이 커질수록 이율배반적 쾌감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킹스맨> 1편 속 교회 액션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아가일>에서는 정작 그 맛을 찾을 수 없다.
재료도 잘못 배합했다
소스도 특별하지 않은 가운데, 재료 배합도 호평을 받기는 어렵다. 영화가 구조적으로 균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가일>의 핵심은 두 개의 반전이다. 그런데 첫 번째 반전이 영화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다 보니, 그때까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엘리가 새 책을 좀처럼 쓰지 못해 고민에 빠진 도입부, 스파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초반부의 템포가 유독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엘리는 조력자 에이든에게서 자기가 만든 캐릭터 아가일을 겹쳐 본다. 이는 작가 엘리의 현실과 첩보원 엘리의 현실 간의 가교를 만들려는 시도지만, 매끄럽지는 않다. 기차 내부 액션이나 런던 추격전을 그 일환으로 활용하지만, 상술했듯이 본 작의 액션은 임팩트가 약하기 때문이다.
매튜 본은 <킹스맨> 시리즈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킹스맨: 더 트레이터 킹>과 <킹스맨: 골든 서클>의 속편인 <킹스맨: 블루 블러드>가 제작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킹스맨을 등장시키는 <아가일>의 쿠키 영상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은 <킹스맨> 세계관을 보강하기 위한 퍼즐 조각 아닌가 싶기도 하다. <킹스맨> 시리즈는 20세기 중반을 다루지 않았는데, <아가일>이 이 빈틈을 채우기 위한 프로젝트의 시작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아가일>을 보고 나서는 매튜 본의 큰 그림이 불안할 따름이다. <아가일>의 속편이 나와도, <킹스맨>과 연계가 돼도 다르지 않다. 같은 맛만 반복해서는, 단골 장사도 쉽지 않아 보이니까. 심지어 그 맛이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약해지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Poor 형편없음
이제는 <킹스맨>을 벗어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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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감독 홍원찬이 낯설어서 영화를 보고 나와 찾아봤다. 이 영화는 세 번째 감독 작품이지만, 이미 '추격자', '작전', '황해'를 각색한 경력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은 검증된 것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목을 끌고 다니는 듯한 격렬한 감정이 이어졌다.
하드보일드 액션 느와르.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단어다. 나중에 봤지만, 포스터에도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이라고 써 있는 걸로 봐서, 감독은 '하드보일드'한 연출에 특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것이, 주인공 인남(황정민)과 레이(이정재)는 영화에서 웃지 않는다. 아니, 웃을 수 없다. 이들이 놓여 있는 상황은 결코 웃을 만큼의 여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예정된 결말을 향해 직진하는 두 사람의 운명은 그들이 살아온 과거의 집적이며, 스스로가 만든 비극의 결말이기도 하다.
영화는 훌륭하다. 재미있고, 잘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영화의 작품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생각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라면, 제작비, 연출, 배우의 연기, 미장센, 시나리오, 영화의 미학적 수준 등 수없이 많은 요소들을 거론할 수 있는데, 제작비는 헐리우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예산이지만, 연출, 배우의 연기, 시나리오 등은 거대 자본을 들인 영화보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다.
영화의 미학적 측면으로는 한국영화에서 보이는 독특한 서사구조가 있는데, 이미 홍원찬 감독이 이전에 참여한 작품들 '추격자', '황해' 같은 영화만 봐도 서사와 인물의 특별한 개성이 드러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국영화가 '세계화'하고 있다는 증거를 이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분명 한국영화지만, 주요 배경은 태국 방콕이다. 주인공은 모두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주인공들은 방콕에서 만나게 된다.
기존의 한국영화에서도 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지만, 이 영화는 방콕이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구체적, 물적 토대로서 작동하고 있으며, 방콕의 최대 조직폭력배와 연결되면서 갈등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비틀며,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효과를 보인다.
두 사람은 '악한'이지만, 각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인남과 딸의 관계는 '레옹'과 '아저씨'에서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지만 그건 의도하지 않은 우연이다. 레이의 폭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그에게서 '터미네이터'의 흔적이 보이는 것 역시 우연일 뿐이다.
하드보일드는 그 자체로 비극이다.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보인다면 그것은 이미 '하드보일드'가 아니다. 따라서 주인공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으며, 다만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운명을 끝낼 것인가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영화에서 하드보일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드러나는데, 하나는 서사, 다른 하나는 연출이다. 영화에서 장르로서의 하드보일드를 말하려면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해야 한다. 비극으로 치닫는 서사와 미장센으로서의 하드보일한 연출. 이 영화는 두 가지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영화다.
물론, 트렌스젠더(아니면 여장남자) 유이(박정민)의 등장이 하드보일드 분위기를 흐트러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 유이의 모습은 게이의 전형성, 통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 그것이 영화의 분위기와 겉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유이 캐릭터에 대한 두 가지 설정이 가능한데, 지금처럼 겁 많고, 여성스러운 '유이'의 모습으로 등장해 인남을 돕는 것과 하드보일드한 설정에 걸맞게 냉정하며 잔인한 인물로 변하면서 두 주인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방식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희망'을 보이는 것이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관객에게 최소한의 숨구멍이라도 틔워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장면은 인남의 바람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출은 미장센의 전부라고 할 수 있지만, '촬영감독'이 따로 있을 만큼, 촬영은 감독의 전적인 재량권에서 벗어나 있다. 홍경표 감독은 하드보일드한 장면을 위해 극적인 장면에서 빠르거나 느린 화면을 만든다. 홍경표 감독이 기존의 영화 - 설국열차, 곡성, 버닝, 기생충 등 - 에서 분위기에 어울리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솜씨를 보면, 영화의 핵심을 드러내는 촬영 기법을 매우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좁은 골목에서, 실내에서 벌어지는 격투가 자주 일어나는데, 액션은 과장되지 않되, 관객이 보기에는 역동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속도를 느리게 혹은 빠르게 조절함으로써, 폭력의 강약과 충격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악한이 악당을 상대로 싸운다. 영화에서 평범한 사람이 죽는 경우는 딱 한 번, 인남의 애인 영주의 죽음 뿐이다. 그 외 모든 죽음은 악한이 악당을 죽이는 것이다. 정부 특수요원이었던 인남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살인청부업자로 살고, 재일동포 조폭 레이는 일본에서 태어난 한인 동포이며 이들은 제3국 태국 방콕에서 만나 어쩔 수 없이 방콕 최대 범죄조직을 상대로 싸운다.
인남의 삶은 자기 의지와 관계 없이 비틀렸기에, 그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고, 숨을 쉬고, 밥을 먹어도 그의 삶은 마치 무덤처럼 답답하고 고통스럽다. 반면 레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백정'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그의 과거가 그를 '백정'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불우하고, 불행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약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인남은 딸 유민을 구하기 위해 방콕 최대 폭력조직의 중심으로 뛰어들어가고, 레이는 인남을 잡기 위해 그 뒤를 쫓다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방콕 최대 폭력조직과 맞닥뜨린다. 이 과정에서 방콕의 폭력조직은 와해 수준으로 망가지고, 태국 전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한국사람의 등장으로 들썩거린다. 만약 주인공의 추격전을 국내에서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차이는 무엇일까.
기존의 액션 영화에서는 배경 공간을 익숙한 곳으로 한정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국내의 크고 작은 도시, 누구나 알고 있는 장소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편하다는 장점과 함께 낯익어서 식상하다는 뜻도 된다. 배경 공간을 외국으로 옮기면서, 외국인, 외국사회 속으로 주인공이 들어가는 방식은 낯설지만 신선한 모험이고, 비슷한 이야기라도 '낯설게 하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낯설게 하기'는 서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다. 공간을 낯설게 만듦으로써 인물의 생각과 행동 역시 낯설게 보이고, 관객은 공간과 인물의 낯선 모습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영화에서 방콕 시내와 태국 배우들이 단지 배경이나 소재로 등장하지 않고, 서사에 개입하는 구체적 역할을 통해 '낯설게 하기'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영화는 추격과 액션을 느와르로 보여주고 있지만, 영화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중요한 요소를 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경이 되는 태국 방콕에서 주인공들은 태국 최대 폭력조직과 만나게 되는데, 이 폭력조직이 벌이는 '사업'이 상상을 초월한다.
불법 마약판매, 성매매, 인신매매, 장기매매, 경찰 뇌물 공여, 아동 노동 등 최악의 범죄를 다 저지르고 있다. 따라서 방콕 범죄조직과의 싸움은 인남, 레이 모두 조금의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특히 인남은 딸 유민을 구출해야 하는 절박함과 그들의 잔혹함에 치를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객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기 마련이지만, 인남을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묻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인남의 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한 때 국가의 비밀요원으로, 공무원이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버려진 개인, 그것은 국가의 폭력이며, 인남은 그 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최근 한국영화가 선전하고 있다. '강철비2'도 훌륭하고, 이 영화 역시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영화팬으로 매우 행복한 경험이다. 홍원찬 감독이 각색한 기존의 영화들 - 추격자, 황해 등 - 도 한국영화에서 빛나는 영화였듯이 이 영화도 최고의 영화 목록에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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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교섭 |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영화 교섭 결말 후기 줄거리 쿠키 | 실화를 담아보았지만? | 황정민 X 현빈 주연
요즘 극장에 교섭 VS 유령 VS 아바타 VS 슬램덩크 치열한 대결을 하고 있어요. 저는 그 중에서 교섭을! 선택해서 봤는데... 아?... 내 실수 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램덩크를 봤어야 했지!! 하면서 리뷰 써봅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액션, 스릴러, 시대극, 버디, 모험
감독 : 임순례
출연진 : 황정민, 현빈, 강기영
개봉일 : 2023년 01월 18일
평점 : 6.32
기획 의도
중동에서 납치된 한국인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이야기 "어떤 경우라도 희생자를 안 만드는 게 이 협상의 기조 아닙니까?" 세계 공인 여행금지 국가 중 최악으로 악명 높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피랍되는 사건이 터졌다.
교섭 전문이지만 이번에 처음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외교관 재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지 사정에 능통한 국정원 요원 대식과 함께 인질을 구하기 위해 작전을 세운다.
여담
영화 교섭은 민감한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화로써, 억울하게 탈레반에게 잡힌 것이 아닌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알려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어서 그런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린다. 개봉 당시 유령과 큰 기대를 모았으니, 두 영화다 관람객 평점이 좋지 못하여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후기 및 결말
영화 교섭의 결말을 살펴보자면 교섭 전문가인 황정민이 직접 탈레반 소굴 안으로 들어가 협상을 진행하며 한치에 물러섬 없는 정직한 수 싸움을 이겨 피랍되어 있는 한국인들을 구출해 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가 다 끝난 후 예전에 이 사건이 엄청 큰 이슈화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사가 집중 됬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그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재각색하여 만들다 보니 호불호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무엇보다 교섭을 한다는 주제로 교섭 -> 실패 -> 교섭 -> 실패 무한 반복을 2시간을 늘려서 더욱더 그런 것 같다.
영화 교섭은 쿠키영상은 없지만, 시즌 2를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이 있었다. 과연 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속에서 교섭 2가 나올까?! 극장가에 재미있는 영화가 안 나와 박스오피스 1위 하고 있긴 한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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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가짜고 이 세상도 가짜라고? 영화 <프리 가이>
영화 <프리가이> 포스터
프리 가이(Free Guy, 2021)
장르 : 미국, 액션
감독 : 숀 레비 │ 각본 : 맷 리버맨, 자크 펜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가이), 조디 코머(밀리), 타이카 와이 티티(앙투안) 외
등급 :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15분
안녕 난 ‘가이’라고 해, 사실 난 가짜야.
그런 생각을 자주 했었다. 화려하고 멋진 이들로 넘쳐나는 이 시대에 어쩌면 나는 조연이 아닐까 하는. 아니 어쩌면 단역, 혹은 엑스트라는 아닐까. 예쁘고 멋있고 운동 잘하고 돈도 잘 버는, 누가 봐도 주인공 같은 사람들 밑을 잔잔하게 깔아주는 그런 존재.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는 소심함의 굴레에 빠지게 되고 만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영화 <프리 가이>는 게임 속 가상 세계에 살고 있는 게임 캐릭터 ‘가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실재하는 사람도 아니고 게임 속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니. 황당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게임 속 세상 ‘프리 시티’는 더 가관이다.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가상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오픈월드 게임 ‘프리 시티’에서는, 플레이어가 절도나 화재 등 범죄를 통해 레벨업을 하기 때문에 늘 사건 사고 투성이다. 이웃을 밀치고, 은행강도가 빈번히 발생하고, 건물은 붕괴되며, 누구나 총을 들고 돌아다닌다. 물론 자기가 게임 캐릭터인 줄도 모르는 ‘가이’는 자신이 발붙인 이 험한 세상이 가상 세계라는 것 역시 모르지만.
내가 배경이라고? 누구 맘대로?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게임 속 세상에서, 어느 날 ‘가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여성 ‘밀리’를 마주친 것이다. ‘밀리’에 홀려버린 ‘가이’는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 다니지만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한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알고 보니 그녀는 현실에도 존재하는 실제 플레이어이며, ‘가이’는 가상 세계에 접속한 플레이어들을 위해 그저 사물처럼 존재하는 NPC(Non-Player Character), 즉 배경 캐릭터라는 것이다.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가이는, 사실 자신이 사는 세상이 가짜인 데다, 심지어 자신도 플레이어가 아닌 프로그래밍 된 배경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충격에 휩싸인다. 그러나 문제는 더 있다.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의 대표가 곧 이 게임 서버를 폐쇄할 거라는 사실이다. 그 말은 곧, ‘가이’의 세상이 사라짐을 의미했다.
난 히어로가 될 거야, 내 의지로.
사실 ‘가이’에게 이 충격적 사실을 전해준 플레이어 ‘밀리’는 최초에 이 게임의 모태를 만든 사람이었다. 그녀는 동업자와 함께 만든 게임의 소스를 도용당했고,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프리 시티’ 게임에 접속해왔던 것. 그러나 그 과정에서 NPC에 불과했던 캐릭터 ‘가이’가 프로그래밍을 벗어나 스스로 학습하여 인공지능으로 발달하는 놀라운 과정을 지켜보게 된 것이었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그러나 그 경이로움도 잠시, 어쨌거나 곧 게임 ‘프리 시티’는 폐쇄될 예정이다. ‘프리 시티’에는 ‘가이’ 뿐 아니라 수많은 NPC들이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사라지는 걸 볼 수 없었던 ‘밀리’는 ‘가이’를 일깨우고, 그렇게 ‘가이’는 결심한다. 수동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사라질 ‘프리 시티’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기로!
사실 우린 어디든 갈 수 있는 걸요
게임 속 화려한 세상을 구현하던 초반부에서는 사실 이 영화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현란한 장면들에 쉽게 피로를 느끼는 탓이다. 그러나 ‘가이’가 자신이 살던 세상을 지키고 선량한 배경 캐릭터들을 구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그 따뜻함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철저히 프로그래밍 되어 주어진 일상만을 반복하는 NPC들에게 ‘가이’는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고, 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만 카푸치노를 주문해도 되고, 저 바다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해도 되고,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될 권리가 당신들에게 있다고 말이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영화는 게임 속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우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기 쉬우니까. 잘하는 사람에 치여서, 예쁘고 멋진 이들에 기가 눌려서, 아니면 주변에서 자꾸만 나의 평범함을 각인시켜서 등등, 우리도 아주 많은 이유로 기꺼이 NPC가 되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가이’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더 멀리 보지 못하고 의기소침해지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 날 때부터 주인공이 어딨어! 우리 모두는 특별해! 그러니까 너의 삶을 성장시키고 확장해!”
여기는 누구나 주인공인 프리 라이프
마침내 ‘가이’가 수많은 배경 캐릭터들을 이끌고 새로운 세상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그들은 더 이상 플레이어들을 위한 배경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그들은 가고 싶은 곳에 갔고, 먹고 싶은 것을 먹었고, 학습하고 성장하고 확장하여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게임 세상은 훗날, 그 캐릭터들의 성장을 유저들이 지켜보는 형태의 게임 ‘프리 라이프’로 재탄생된다.
영화 <프리가이> 스틸컷
얼마나 멋진가! 누구도 백그라운드가 아닌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게임 세상이라니. (그렇다면 나는 하루에 하나씩 케이크를 먹는 소박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게임은 1도 모르지만 이 영화 재밌쩡
나는 사실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 한 번도 제대로 게임을 즐겨본 적이 없는지라, NPC니 오픈월드니 하는 용어에 대해 매우 취약했다. 그리고 아마도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게임과 담을 쌓고 살 가능성이 높겠다. 하지만 게임 속 세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우리 현실과 연결이 가능한 따뜻한 이야기, 누구나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제한 없이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천명하는 이 이야기는 너무도 각별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가이’가 들려준 따스한 메시지는, 오래오래 간직했다가 쭈글해질 때마다 필히 꺼내보아야지 싶다. “너는 너라서 특별한 거야, 하고 싶은 거 다 해”
글쓰는 우두미
2022 주관적인 평론 ⓒ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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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제80회 골든글로브 수상작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한국 시간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영화상,
뮤지컬, 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으로 나누어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을 시상합니다.
과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어떤 작품들이 수상을 했는지 영화상을 중점적으로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상 - 드라마 | 더 파벨먼스 - 스티븐 스필버그
ⓒ 네이버 영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더 파벨먼스>가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더 파벨먼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애리조나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보낸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담았습니다.
영화는 2022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우주연상 - 드라마 | 타르 - 케이트 블란쳇
ⓒ 네이버 영화
올해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케이트 블란쳇
배우는 영화에서 리디아 타르 역을 맡아, 리디아 타르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했습니다.
남우주연상 - 드라마 | 엘비스 - 오스틴 버틀러
ⓒ 네이버 영화
올해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엘비스>는
시대를 뒤흔든 아이콘이자 전 세계가 사랑한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은 그린 영화입니다.
오스틴 버틀러는 엘비스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였습니다.
작품상 - 뮤지컬코미디 | 이니셰린의 밴시 - 마틴 맥도나
ⓒ 네이버 영화
올해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은 <이니셰린의 밴시>가 수상하였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과거에 집필했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와 뉴욕비평가
협회상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우주연상 - 뮤지컬코미디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양자경
ⓒ 네이버 영화
올해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양자경 배우가 할리우드 진출한 이래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수많은 멀티버스의 다양한 역을 소화해내면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남우주연상 - 뮤지컬코미디 | 이니셰린의 밴시 - 콜린 파렐
ⓒ IMDB
올해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은 <이니셰린의 밴시>의 콜린 파렐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다수의 흥행작을 보유한 배우 콜린 파렐은 여러 감정들을 섬세하고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여우조연상 |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안젤라 바셋
ⓒ 네이버 영화
올해 여우조연상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안젤라 바셋 배우가 수상하였다. 트차카의
아내이자 트찰라와 슈리의 어머니인 라몬다 역을 맡은 안젤라 바셋 배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높은 표현력으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남우조연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키 호이 콴
ⓒ 네이버 영화
올해 남우조연상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키 호이 콴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20년 만에 스크린을 돌아온 키 호이 콴은 영화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연기와 현란한 무술 실력을
선보이며 볼거리를 제공해주며, 웨이먼드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은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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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슬리 영혼 구하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레슬리에게>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레슬리에게>는 2023년 11월 29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레슬리에게
To Leslie
To. 레슬리 씨
안녕하세요, 레슬리 씨. 당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레슬리에게>를 보고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영화의 제목 때문인지, 아니면 자꾸만 당신에게 마음이 동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감상한 이후 줄곧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참으로 기구하더군요. 복권 당첨이라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일확천금의 행운을 얻었지만, 6년 후 당신에게는 단 한 푼의 돈도 남지 않았지요. 하지만 스스로 자초한 불행이기에 마냥 기구하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다 타버린 담배를 끝까지 부여잡고서 마지막 한 모금을 쥐어짜내던 당신의 모습은 안쓰러웠으나, 안쓰럽지 않았어요.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당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9만 달러라는 돈을 모두 써버린 것도 모자라 돈을 벌 생각도 없이 술만 마시는 당신의 모습은 전혀 좋게 보이지 않았죠. 게다가 6년 만에 만난 아들이 부탁한 것은 딱 하나, 술을 입에 대지 말라는 거였잖아요. 그러나 당신은 아들 친구의 돈을 훔쳐서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이러다가 제임스 씨가 당신을 떠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어요. 그리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더군요. 그렇게 당신은 유일한 생의 동아줄이었던 아들에게도 완전히 버림받고 말았습니다.
아들을 버리고 떠났던 그 마을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을 때, 당신이 짓고 있던 표정이 떠오릅니다. 부끄러워 보이지도, 주눅 들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호전적이었죠. 돈이 있건 없건, 아들을 버렸건 아들에게 버려졌건, 고개를 빳빳이 드는 당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은 부정적이었습니다. 호전적인 당신의 에너지는 오직 술에서 나온 거니까요. 겉과 속이 같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뿌연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 알코올의 힘을 빌려서라도 그 자욱한 안개 속에 평생 머무르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지요. 무엇 하나 명확하지 않은 안갯속이 현실보다 더 나았다는 걸 잘 압니다. 그런데도 제 마음에는 당신을 향한 연민보다는 질책이 더 많이 차올랐습니다.
내가 당신의 아들이었더라도 나는 분명 제임스 씨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옳지 않은 선택을 한 당신을 떠났겠지요. 본인에게서 시작된 문제이므로, 해결도 스스로 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을 겁니다. 세상 탓만 하는 것은 피해의식이라고 치부하고, 결국은 회생하지 못하겠다 생각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모텔 직원 스위니 씨 곁에서 당신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술의 세계로 도망치기를 멈추고, 침잠하기를 그만두고, 다시 일어서기 시작하는 당신을 보았죠. 못마땅하던 마음은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맘속으로 당신을 마냥 비난만 하고 있던 제가 못나게 느껴지더군요. 저는 왜 스위니 씨처럼 당신의 의지에 지지라는 바람을 불어넣어 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게다가 나는 끝까지 당신을 믿지도 못했습니다. 스위니 씨와 의기투합하여 식당을 차린 그날, 당신은 로열 씨의 품에서 술병을 몰래 꺼내 그 향을 맡았지요. 나는 당신이 그 술을 마시고,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러지 않았죠.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불씨가 없으면 불은 절대 붙을 수 없는 법임을 잊고 있었습니다. 스위니 씨는 분명한 지지자였지만, 레슬리 씨의 영혼을 구한 것은 바로 당신이었어요.
편협한 옳고 그름의 기준에만 사로잡혀 당신을 괜찮지 않은 사람이라 감히 판단해서 미안합니다. 나는 마음이 아픈 당신을 이해할 만큼의 아량조차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당신을 믿지 못한 저는 어쩌면 당신보다 더 괜찮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답도 없는 옳고 그름만을 따지다가 못난 외골수로 늙어버릴까 문득 겁이 나네요.
"영화 같은 삶은 없다"는 로열 씨의 말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이 말에 반대표를 던집니다. 영화는 우리의 삶이고, 삶은 모두 영화지요. 영화가 있기에 저는 당신과 만났고, 당신을 만났기에 제 삶은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가 사는 세상에서 또 다른 레슬리 씨를 만난다면, 꼭 당신을 떠올리겠습니다. 그때는 그를 함부로 재단하여 안개 속으로 밀어 넣기보다는 기꺼이 도움으로써 안개 밖으로 손잡고 빠져나오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당신의 삶에는 때때로 안개가 스미겠지만, 그것은 금세 왔다 떠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부디 행복만 하시길.
P.S. 당신을 이 세상에 선보인 배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에게 찬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카메라에 그의 얼굴이 담길 때마다 당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공간을 뒤트는 부탁이지만, 꼭 들어주시길 바라봅니다.
From. 방자까
Summary
술에 빠져 수억의 복권 당첨금까지 잃은 레슬리는 몇 년 후, 사이가 틀어진 아들 제임스와 재회하지만 달라지지 못한 모습 탓에 그와 다시 멀어진다. 그런 레슬리에게서 과거를 떠올린 모텔 주인 스위니는 레슬리에게 모텔 청소부 일을 제안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마이클 모리스
출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오웬 티그, 마크 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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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학교X환몽씨네, 채널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 (feat. 최민식, 김윤석, 이병헌 외)
중앙사랑과 함께한 예능형 콜라보 콘텐츠입니다!
졸업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학교를 떠나기 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재밌게 즐겨 주신 중앙사랑 27기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본 영상은 지난 2월에 촬영한 콘텐츠입니다.)
#중앙대학교 #중앙대 #중앙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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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오어 티 영화 후기 / 중국영화 맞아?! / 대만 로코인줄 ㅎㅎ / “스물” 느낌의 유쾌한 코믹 드라마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커피 오어 티"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윈난의 아름다운 풍경과 흥겨운 OST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중국영화, #코미디, #드라마, #팽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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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나리>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어느 한국 가족의 원더풀한 이야기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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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승부> 공식 예고편
"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야" 매 순간 사활을 건 그들의 이야기 3월, 레전드X레전드 조합으로 극장에서 '승부' 본다 [승부] 공식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