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14 09:50:00
[JIFF 데일리] 상영작 100편의 포스터를 한눈에
2024 100 Films 100 Posters 전시 행사 취재
2024 100 Films 100 Posters 전시2015년 시작된 ‘100 Films 100 Posters’는 매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100편에 대해 100명의 그래픽디자이너가 고유의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대규모 기획전시로 국내외 영화계뿐아니라 한국 시각디자인분야에서도많은 관심을 모으는 전시로 인정받고있습니다.
이 행사에서만들어지는 영화 포스터들은,영화 포스터의 관습과 상업적압력이배제된, 영화의핵심을 그래픽 디자이너가 자유롭게해석한 것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볼수있는유일무이한창작물이라는 특성을 가집니다.
행사는 팔복예술공장에서는매해 진행했던방식대로 제25회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100편을 선정, 100명의 그래픽디자이너가각자만의 포스터를만들어 전시하는 ‘제10회100 Films 100 Posters’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올해 전주남부시장에서새롭게조성된문화공판장 작당에서 10년동안 제작된1,000장의 포스터를 전시·판매하는 대대적인 아카이브전시 이벤트가 진행되며, 완판본문화관(한옥마을),인후도서관, 영화의거리 등 관광거점도시 전주시만의특징적인 공간에서도 특색있는 전시겸이벤트로도만나볼수있습니다.
또한, 역대 ‘100 Films 100 Posters’에참여했던디자이너들을초청, 행사의 의미와기록을되짚는 디자이너토크와간담회및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있는 일반인이나전공생,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한 원데이 포스터만들기워크숍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디자이너, 전공생이라면 한번쯤 들려보면 좋을만한 공간이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들어와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넓찍한 공간과 체험존들이 있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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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잡히지 않을 질주
소소한 일탈의 시작
시작은 소소한 일탈이었다. 늘 남편의 기세에 눌려 눈치만 보던 델마, 그녀는 절친인 루이스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내는 언제나 집을 지키며 남편을 보좌해주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앞세우는 가부장적인 성격의 남편이 루이스를 보내줄 리가 없다. 루이스는 남편이 출근한 사이 몰래 덜컥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랜만에 맛본 해방감에 너무 들뜬 탓일까. 취한 루이스는 델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접근해오는 남성과 즐겁게 춤을 춘다. 그러나 이윽고 태도가 돌변한 남자에게 끌려갈 위험에 처하고, 델마가 루이스를 구출하다 충동적으로 남자를 총으로 쏴버리고 만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여행의 시작. 이후 이들은 계획과는 전혀 다른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작품 속 '총'이 가지는 권력
델마와 루이스가 그들을 얕보고 농락하려는 남성들에게서 우위를 가로채는 방식은 바로 총이다. 힘과 폭력으로 당연하다는 듯 그녀들을 짓누르려고 하는 남성들에게 겨누는 총은 폭력의 주체를 곧바로 전환시킨다. 총, 즉 죽음의 위협이라는 어마어마한 폭력의 위계 아래에 놓이고서야 남성들은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녀들이 느꼈을 공포를 체험한다. <델마와 루이스> 속 총은 권력이자 폭력의 상징이다.
변화하는 델마와 루이스
순진하고 정이 많아 사람을 잘 믿던 루이스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점차 단단해진다. 자신의 내딛을 다음 행보조차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루이스는 남편의 강압적인 지시에 불복종하고, 자신의 실수로 잃은 돈을 복구하기 위해 강도 범죄까지 강행한다.
여행을 시작하며 한껏 손질한 머리에 예쁜 원피스를 입던 델마와 루이스는 이제 없다. 살인을 저지를 사람들이 아니다, 라며 숱한 이들이 그녀들을 변호했지만 더이상 그녀들은 예전과 같지 않다. 델마와 루이스는 눈앞에 들이닥친 시련을 감내하기 위해 더 거칠어져야 했다.
"우리 잡히지 말자."
마침내 델마와 루이스를 포위하는 무장 경찰 무리들. 수많은 경찰과 '총'이 그녀들을 겨눈다. 자칫하면 사망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막다른 절벽에 들어선 델마와 루이스는 항복하지 않고 허공을 향해 질주한다. 그녀들은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넜다. 한 번 자유를 맛본 이상 억눌리던 과거의 그때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후진도, 항복도 없다.
그녀들이 선택한 길은 오직 자유를 향한 도약이다.
델마와 루이스가 탄 차가 허공을 가르는 순간 정지된 채로 막을 내리는 영화.
상징적인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델마와 루이스는 영원히 자유로운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다. 땅의 중력도, 총의 위협도 그녀들의 질주를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 잡히지 말자." 루이스의 바람대로, 그녀들은 영원히 잡히지 않을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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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빈의 방> - ‘긴 시간을 돌아, 가족이란 이름 아래 모인 작은 방’
마빈의 방 (Marvin's Room, 1996)
개봉일 : 1997.10.18 (한국 기준)
감독 : 제리 작스
출연 :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이안 키튼, 로버트 드 니로
‘긴 시간을 돌아, 가족이란 이름 아래 모인 작은 방’
나에게 남은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가족 구성원을 이야기하게 된다. 좋든 싫든,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어찌 됐든 ‘가족’이란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이자 가장 가깝고 진한 관계다.
<마빈의 방>은 불완전했던 가족이 어느 날 전해진 비보에 맞서며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 때, 난 당연하게도 포스터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레오의 이름이 마빈일 것이라 예상했고,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과 갈등하는 어머니의 관계를 그린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추측은 4분의 1쯤만 맞았다. 큰 주제는 아니었지만, 소년과 어머니 사이의 갈등이 일부 그려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모두 내 예상 밖이었다. 마빈은 포스터에 등장하지 않는 자매의 아버지 이름이다. 왜 포스터에 있는 소년과 자매가 아닌 할아버지의 이름이 이 영화의 제목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일찍이 독립해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는 싱글맘 리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일에 매진하느라 고향 플로리다에 있는 가족들을 보살피지 못한다. 큰딸 베시는 장녀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간 동생의 몫까지 자신이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여전히 집을 떠나지 못한 채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고모를 모시고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아버지에게 약을 먹이고 연약한 고모를 지키는 것. 내 인생 대신 그 두 사람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 그게 베시가 해야 할 일이었다. 서로 성격도 목소리도 말투도 너무나 다른 두 자매는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매는 그렇게 20년을 살아왔다. 그 시간 동안 어느덧 자매는 중년의 나이가 됐고 리의 아들 행크는 18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자매의 현실은 여전히 이루지 못한 것 투성이었고, 행크는 떠나간 아빠만을 생각하며 점점 더 엄마를 미워하게 된다. 어느 것도 완전하게 자리 잡지 못했지만 시간은 자매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고, 끝내 새로운 비보마저 가져온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자매, 몸 져 누운 아버지와 불편한 고모, 반항적인 아들. 당장이라도 뿔뿔이 흩어질 듯 진동하고 있던 가족은 베스의 비보를 전달받고 마빈의 방으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빈의 방>의 러닝타임은 대략 100분 정도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살짝 짧은 편이다. 영화 자체의 흡입력도 한몫했겠지만, 개인적으론 영화가 조금 빠르게 끝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끝났기에 이 영화가 더 좋았던 걸까-싶기도 하다. 부드럽게 내 마음을 스치던 소년의 미소가, 서로를 마주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자매의 떨리던 눈가가 너무도 기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마빈의 방 시놉시스
미국 플로리다주. 백혈병에 걸려 곧 죽게 된 언니 베시가 20년 동안 헤어져있던 동생 리를 찾는다. 그녀와 같은 골수를 가진 혈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오하이오주의 어느 초라한 미장원에서 헤어드레서의 꿈을 키우며 미용술을 배우고 있는 동생 리는, 마침 아들 행크가 지른 불 때문에 집이 다 타버리고 갈 곳이 없어 수녀원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중이다. 20년 만에 만난 두 자매. 아버지 마빈이 쓰러진 후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언니에게 맡겨둔 채 자신의 삶을 찾아 멀리 떠나버린 사연이 있었기에, 두 자매의 만남에는 반가움보단 미움과 원망, 그리고 어색함이 흐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가족이 있으시죠?”
고향집에서 홀로 아버지와 고모를 돌보던 베시에게 백혈병 진단이 내려진다. 닥터 월리는 베시에게 가족이 있냐고 물어보고 베시는 아버지와 고모가 있다고 말한다. 오하이오에 살고 있는 여동생 리와는 연락조차 잘 하지 않는 사이이기에 베시는 월리가 여동생이 있지 않았냐고 다시 묻고 나서야 여동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 물어봤을 때 바로 답할 정도는 아니지만 또다시 물으면 그때야 이야기하게 되는 사람. 형제라곤 단둘뿐이었지만, 베시와 리는 끈끈한 관계의 자매가 아니었다.
“행크에게 신경 써주세요.”
행크는 자신의 옛날 사진과 그때의 부모님 사진을 카펫에 펼쳐놓고 불을 붙인다. 행크는 여전히 떠나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그를 잡지 않은 어머니 ‘리’를 원망하고 있다. 매일 일 때문에 바빴던 리는 행크를 챙기지 못했고, 부족한 관심과 일방적인 대화는 행크를 되바라진 길로 이끈다. 행크는 집에 불을 질렀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리는 그런 아들의 말썽에 지쳐간다. 행크가 잠들어 있던 오후, 리는 침대에 묶인 채 누워있는 행크의 가슴 쪽에 초콜릿 몇 알을 올려놓고 자리를 뜬다. 과연 손이 자유롭지 못한 행크가 그 초콜릿을 집어먹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리는 그런 사소한 부분은 신경 쓰지 못하는 듯 보인다.
베시와 리는 20년 만에 고향집에서 다시 만난다. 리는 집에 도착하기 전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며 용모를 점검하고, 언니를 위해 구매한 쿠키 한 통을 챙겨 차에서 내린다. 그녀는 치료 부작용으로 인해 가발을 썼을지도 모르는 언니를 위해 부분 가발을 뒤집어쓰는 배려심을 선보였지만 단 걸 먹지 못하는 언니의 몸 상태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듯하다. 리는 가족을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과자 하나를 먹기 전에도 예절을 지키게 하고 흘리지 말고 먹으라며 잔소리를 한다. 리는 밖에 나가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의도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데 아이의 입장에선 그게 꽤나 강압적으로 느껴진다. 행크는 일방적인 엄마의 대화법에 질려 금세 자리를 뜬다.
대부분의 대화를 꾸중과 잔소리로 채우던 모자의 거리는 되돌리기 힘들 만큼 벌어진다. 베시는 처음 만나는 조카들이 반가워 지속적으로 말을 걸지만 행크는 쉽게 경계심을 거두지 않는다. “네가 꺼낸 거니?”라고 물으면 “갖다 놓을게요.”, “언제 나왔니?”라고 물으면 “들어갈까요?”라고 답하는 행크의 모습에서 그동안 행크와 리가 나눴던 대화의 뉘앙스가 어땠는지 대략 추측할 수 있었다. 행크는 계속 다정하게 다가오는 베시를 향해 “사람들이 잘해줄 땐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예요.”라고 말하며 베시의 골수 이식을 위한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반항한다.
항상 자기밖에 모르는 엄마의 자매라니. 행크는 당연히 베시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베시는 항상 행크의 결정을 존중했고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평생을 궁금해했던 아버지의 존재를 말해주지 않던 리와는 다르게 베시는 단편적인 기억이라도 기꺼이 꺼내 행크에게 보여준다. 행크는 베시의 진심을 느끼고 마음속에 쳐놨던 두꺼운 선을 거둬낸다. 지금껏 그 누구도 행크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불을 냈으니 정신이 불안정한 것이라는 결론만 냈을 뿐 왜 카펫에서 사진을 태우게 되었는지 그때의 마음이 어땠는지에 대해 묻는 사람은 없었다. 베시는 유일하게 행크의 마음을 들어준 어른이었다. 행크는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행크는 거짓말을 시작하고, 올바르지 못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누군가가 행크의 말을, 담아뒀던 마음을 들어줬다면 행크가 이렇게 큰 사고를 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족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하고 더 높이 쌓아간다. 두 자매는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가족을 보살폈다”고 말한다. 베시는 리를 대신해 두 어른을 보살폈다고, 리는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두 아이를 키워냈다고 말한다. 베시와 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사랑했는지,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공유하지 않는 ‘친하지 않은’ 사이로 지내왔기에 상대가 어떤 고충과 아픔을 겪어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리는 언니의 가발을 손질하며 베시는 동생이 손질해 준 가발을 쓰며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눈물을 보인다. 베시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가발 벗은 모습을 리에게 보여준 순간 두 자매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깝고 진실되게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
두 자매와 아이들은 마빈의 방에 모인 날부터 서로에 대해 새롭게 또는 다시 알아가게 된다. 리는 이제 행크에게 “바람이 세니, 행크?”라고 말을 걸며 행크의 의사를 물어보게 되었고, 베시는 짐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을 사실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생긴 행크는 더 이상 일탈을 하지 않게 되었고 이모 베시의 말대로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썼던 공구가방을 물려받게 된 행크가 할아버지처럼 행복한 가정과 멋진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할아버지가 낯선 아이들이 살짝 벌어진 틈 사이로 바라보기만 했던 마빈의 방. 이제 그 공간은 낯설거나 무서운 곳이 아닌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이는 장소가 된다. 베시는 거울을 들고 햇빛을 반사시키며 방 곳곳에 밝은 빛을 떨어트린다. 그 빛은 리의 눈가에 고모의 어깨에 아이들의 손에 그리고 베시와 마빈의 마음속에 내려앉아 온 가족들을 밝혀주고 있다. 나는 이 가족의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 빛이 되어 그들의 앞날을 영원히 밝혀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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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눈에 띄어보는게 마지막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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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6월 5주 개봉영화!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 2021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 영화제 본상 수상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인데요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의 팽팽한 긴장 가운데 서로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헤어질 결심"은 각본 단계부터 탕웨이와 박해일로 결정을 하고 제작했는데요
오로지 탕웨이이기에 가능한 캐릭터와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것입니다.
'올드보이', '박쥐',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수사멜로극!
첫번째 추천영화 "헤어질 결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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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능력 The Unbea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 , 2022
올여름 극장가 완벽 접수할 초대형 코믹 액션
영화 "참을 수 없는 무게의 미친능력"은 '데드풀' 제작진과 할리우드 원조 레전드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의 기상천외한 만남으로 일찍이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미친 능력"은 잘나가던 슈퍼스타 시절과 달리 재정난에 시달리는 '닉 케이지'가 그의 억만장자 슈퍼팬 '하비'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후
예기치 못한 일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초대형 코믹 액션인데요
니콜라스 케이지와 페드로 파스칼이 2022년 최고의 브로맨스 케미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재치 넘치는 스토리와 멈출 줄 모르는 빅 스케일 액션까지 모두 갖춘 버라이어티한 매력!
두번째 추천영화 "미친능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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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랜드 PRISONERS OF THE GHOSTLAND , 2018
올여름 극장가 완벽 접수할 초대형 코믹 액션
영화 "고스트랜드"는 사무라이 마을 총독의 지시로 손녀 버니스를 찾아 떠난 히어로가 시간이 멈춘 채 버려진 지옥의 도시 고스트랜드에 도착하고,
도시의 기이한 진실을 마주하며 생존을 위해 최후의 결투를 펼치는 액션 스릴러입니다.
히어로 역의 니콜라스 케이지와 총독 역의 빌 모슬리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조성하며 스릴 감을 선사하는데요
니콜라스 케이지의 파격 변신으로 또 하나의 안티 히어로가 탄생할 예정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한정된 세계를 넘어 환상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도시를 독보적인 분위기로 표현한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고스트랜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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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온 컴온 C'mon C'mon , 2021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변신
영화 "컴온 컴온"은 조카와의 서툰 동행을 통해 떠나보내고 받아들이며 서로의 색으로 하나의 세상을 칠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힐링 로드무비입니다
영화 '조커'로 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호아킨 피닉스가 조카를 돌보게 된 삼촌 역을 맡아
2009년생 아역배우 우디 노먼과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는데요
삼촌과 조카의 관계가 가장 큰 줄기를 이루지만,
그 안에 모자와 모녀 관계, 남매 관계, 부부 관계까지 아우르면서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삼촌과 조카 관계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한 언른의 이야기!
네번째 추천영화 "컴온컨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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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값하는 재난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잠에서 깬 남편 '클레이'(에단 호크)에게 '아만다'(줄리아 로버츠)는 선언한다. 빌라를 빌렸으니 당장 그곳에서 휴가를 보낼 거라고. 그렇게 클레이와 아만다, 아들 '아치'(찰리 에반스)와 작은 딸 '로즈'(파라 매캔지)는 여행길에 오른다. 기대 이상으로 호화로운 빌라 덕분에 갑작스러운 휴가는 꽤 즐거워 보인다. 자녀는 수영장을 즐기고, 부부는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해변에서부터 휴가가 꼬인다.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던 도중 거대한 유조선이 해수욕장을 덮친 것. 급히 빌라로 되돌아 오지만, 와이파이와 핸드폰 데이터, 심지어 TV까지 먹통이 되면서 아만다는 점점 당황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자신을 빌라 주인이라고 소개한 'G.H.'(마허샬라 알리)와 그의 딸이 불쑥 찾아오기까지 한다. 그렇게 아만다의 휴가는 재난이 되기 시작한다.
재난 영화의 클리셰에 도전장을 던지다
건물과 다리가 무너진다. 검은 연기가 치솟고, 차들은 물에 잠기며,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군인과 경찰의 무의미한 고함이 사이렌과 헬기 소리 사이에 갇힌다. 자유의 여신상도, 타워 브리지도, 에펠 탑도 논외는 아니다. 성 베드로 성당이 갈라지면 확실해진다. 신조차 사람을 외면했다고.
재난 영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2012년처럼. 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는 영화는 없다. 이야기 구조도 공식화되어 있다. 재난을 예측한 인물은 정부나 기관에서 외면받는다. 일부 음모론자만 위기를 눈치챈다.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일 때는 이미 늦었다. 이처럼 클리셰가 반복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뻔하다고 비판받을지언정 실패하지 않으니까. <2012>가 그랬고, <투모로우>가 그랬다. <해운대>나 <타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강력한 권위는 도전을 유발하는 법. 클리셰에 도전하는 영화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도 그중 하나다. 샘 에스마일 감독은 미국 정부가 붕괴하고 뉴욕이 파괴되는 재난을 그려냈다. 하지만 자극만을 위한 이미지 전시는 찾을 수 없다. '세상을 등진다'는 제목대로다. 대신 사람을 비춘다.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는 재난을 맞닥뜨린 사람들을.
현실로 튀어나온 재난 영화
물론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가 재난을 아예 안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재난을 다룬다. 판에 박힌 재난 영화에서 벗어나겠다는 포부를 표한다. 극 중 재난은 디지털 재난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네트워크가 차단되면 일어날 수 있는 사건과 상황을 하나씩 선보인다. 특히 매 순간마다 익숙함을 거부하는 전복적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유조선 장면이 대표적이다. 자동 항법 시스템이 고장 난 유조선이 해수욕장을 들이받는다. 이 장면에서는 영상과 음성의 불일치가 돋보인다. 영상은 평화로운 휴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아만다와 클레이는 일광욕을 즐기고, 아치는 썸녀랑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로즈의 시점에서 유조선이 점점 커지자, 음산한 배경 음악이 서서히 존재감을 내뿜는다. 충격적인 이미지 없이도 '무언가 잘못됐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일깨워진다.
비슷한 아이디어는 다른 장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뉴욕 시내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차들로 막혀 있다. 일반적인 재난 영화라면 사람들이 차를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에서는 다르다. 막 출고된 테슬라 전기차들이 자율 주행 중에 통제권을 잃고 충돌한 결과 길이 막혔기 때문. 이 발상의 전환 덕분에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재난은 더 현실적이고, 생생하다.
이러한 장면은 관객의 태도를 바꾼다. 많은 재난 영화는 거대한 스케일을 강조한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서 관객과 영화의 거리는 멀어지고, 관객은 영화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으므로. 재난은 그저 눈요깃거리인 셈이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다르다. 부조화와 발상의 전환으로써 거리감을 좁힌다. 넷플릭스 작품임을 고려하면 특히 인상적이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재난을 맛볼 수 있으니까.
가짜 고립과 진짜 고립
스크린으로부터 일상으로 디지털 재난을 옮겨온 덕분에,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이야기도 설득력이 높아진다. 영화는 재난이 초래한 고립을 미시적 관점에서 파고들며 진짜 재난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 질문은 오프닝에서부터 암시된다. 아만다는 가족 휴가를 선언한다. 사람들이 싫어졌으니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가득한 도시에 지쳤다면서.
이 장면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연출이 돋보인다. 아만다는 제4의 벽을 넘듯이 카메라를 똑바로 노려본다. 자기가 얼마나 도시에서 지쳤는지, 사람들이 싫어졌는지 제발 알아달라고. 제목대로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결심이 결코 허황되거나 과장되지 않았다고. 그런데 카메라도 지지 않고 아만다의 얼굴, 그리고 눈을 연이어 클로즈업한다. 마치 "진짜로 세상을 등진 채 고립되고 싶어?"라고 되묻는 듯이.
그 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녀의 결심이 얼마나 미약했는지 보여준다.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고립을 자처했지만, 아만다는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진정한 고립의 실체를 마주한 후에야 꿈꾸던 휴가가 가짜 고립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와이파이와 데이터가 먹통이 돼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는 상황을 그녀는 좀처럼 견디지 못한다.
빌라 주인인 G.H.가 딸과 함께 찾아왔을 때 그녀의 무력함은 극대화된다. 메일도 볼 수 없어서 그들의 신분을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 없자, 그녀는 극도의 불신을 숨기지 못한다. 도시가 이미 정전됐고 마비되었다는 G.H.의 증언을 무시하고, 그토록 싫어했던 도시로 돌아가기로 결정할 정도로.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도 세상을 등지고 싶어 하던 사람이 누구보다도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싶어 한다.
진정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법
따라서 남은 이야기가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보여준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다. 특히 아만다와 가장 반대되는 캐릭터가 가장 세상과 적극적으로 연결된다는 지점이 흥미롭다. 바로 로즈다. 그녀는 일견 젊은 세대의 단점만 보여주는 인물 같다. <프렌즈>를 보지 못해 불안해하고, 태블릿과 TV가 안된다고 보채는 모습은 과장 보태 중독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 그녀는 극 중 유일하게 뭔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유조선도 가장 먼저 발견했고, 동물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니 그들을 추적하자는 것도 그녀만의 발상이다. 다들 집에서 상황을 기다려 보자고 할 때 유일하게 집 밖으로 나가서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기도 한다. 그 결과 그녀는 지하 벙커를 찾아내고, DVD로 그토록 염원한 <프렌즈> 마지막 회를 보는 데도 성공한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가 진정으로 보여주려는 재난과 연결 지어 생각하면 로즈의 행적은 꽤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연결이 끊긴 상황 그 자체를 재난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유조선 오작동, 자율 주행차 충돌, 비행기 추락보다 더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클레이, G.H., '대니'(케빈 베이컨)의 삼자대면에서 볼 수 있는 양극화가 그 재난이다. 정보의 바다에서는 정보를 갖느냐 마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릴 수밖에 없으므로.
실제로 수동적인 가족과 이웃은 재난을 악화한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겠다는 아만다의 결정이 시작이다. 새로운 정보가 생길 때까지, 세상과 연결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선택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집에서 기다리자"는 대사는 스스로 괴사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무력하게 정보를 기다릴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실마리가 보일 테니. 로즈가 벙커를 찾아내듯이.
마지막 단추만 잘 뀄더라면
이처럼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형식도 내용도 신선한 재난 영화임이 확실하다. 다만 마무리가 아쉽다. 우선 미스터리를 클리셰로 채우는 선택이 문제다. 영화는 중국이나 이라크가 배후에 있는 테러로 인해 미국 사회가 정지되었음을 암시한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우주에서 지구를, 달에서 지구를 비추며 극도로 끌어올린 긴장감을 재난의 정체나 뒷배가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듯싶다.
숨은 정보를 안일하게 알려주는 방식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애널리스트인 G.H.의 입을 빌려 시청자가 궁금해할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의 말만 있을 뿐, 믿을만한 추가 정보나 증거는 없다 보니 착실히 쌓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는 무너진다. 차라리 세 번째 인물인 대니를 만나기 전까지 그 어떤 확답을 내놓지 않았으면 마지막까지 재난의 실체를 감추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연결성도 떨어진다. 영화 중간에는 의문스러운 장치가 많다. 빌라와 헛간을 둘러싸고 바라보는 사슴 떼, 수영장을 점령한 홍학이 대표적이다. 중간중간 귀를 찢는 듯한 굉음, 아들의 병을 유발한 벌레도 있다. 이들의 등장은 작위적이다. 필요한 순간에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하지만, 그들이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큰 그림은 끝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한두 마디 단편적인 대사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몰입도에 비해 전체적인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시작에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대상이 등장한다. 그러나 종국에는 그들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드러난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그렇지 않다. 독특한 장치로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 간의 그물을 만드는 데는 끝내 실패했기 때문이다.
Acceptable 무난함
그랜드슬램으로 시작해 블론세이브로 끝난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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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펜하이머>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모든 것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독일 물리학자들이 우라늄의 원자핵을 쪼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를 비롯한 미국 물리학자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원자폭탄을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국 정부 역시 나치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로브스 대령'(맷 데이먼)을 책임자로 삼고 신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계획을 추진한다.
하지만 맨해튼 계획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그로브스 대령은 오펜하이머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에 오펜하이머는 뉴멕시코 사막 한가운데인 로스 앨러모스에 연구소를 짓고 가능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는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냉전이 시작되면서 과거 공산주의에 경도됐던 오펜하이머 이력이 재조명되고, '원자폭탄의 아버지'는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의 공격에 직면한다.
크리스포터 놀란 필모의 정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 <오펜하이머>는 전기영화다.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이 쓴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스크린에 옮겨 미국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다뤘다. 영화는 특히 그가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한 과정과 전후 수소폭탄 반대 운동을 펼친 뒷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오펜하이머>는 개봉 전부터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CG 없이 트리니티 실험의 핵폭발 장면을 재현했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1달 전에 개봉한 영화 <바비>와 '바벤하이머' 밈으로 얽혀 이슈였고, 해외에서는 <바비>와 함께 쌍끌이 흥행을 이끌었다. 워너 브라더스가 아닌 유니버설 픽처스가 처음으로 놀란 영화를 단독 배급한 점도 화제였다.
사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3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하는 작업은 어렵다. 원작 평전은 심지어 오펜하이머의 삶만 다루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은 들었을 사건과 정치인, 과학자의 이름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펜파이머>는 더욱 놀랍다. 놀란의 스타일, 기술, 직관, 통찰력이 한 데 모여 모순적인 물리학자의 일생을 긴장감 넘치게 재구성했기 때문. 달리 말해 <오펜하이머>는 영화감독 놀란의 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자폭탄 같은 영화
<오펜하이머>는 기본에 충실하다. 주인공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사실 그의 내면과 감정선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공산주의에 경도된 좌익 과학자.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미국의 원자폭탄 프로젝트를 지휘한 유능한 행정가. 자기 손으로 만든 신무기를 경계하는 야심 찬 정치인. 모순적인 세 인물이 한 사람이니 당연히 어색하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마치 원자폭탄처럼 재구성한 놀란의 각본은 그의 내면을 유려하게 보여준다. 핵분열물질의 원자핵에 중성자가 충돌하면 원자핵은 분열되고, 더 많은 중성자가 다른 원자핵과 충돌해 새 핵분열이 발생한다. 원자폭탄은 이 연쇄반응에서 생긴 에너지를 활용한다. <오펜하이머>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트리니티 핵실험이라는 목표까지 거침없이 질주한다. 관객의 시선을 원자폭탄 개발 과정에 헌신하는 오펜하이머에게 집중시킨다. 그러고 나서는 트리니티 실험이라는 클라이맥스가 유발한 연쇄적인 폭발로 시선을 돌린다.
미국 정치권과 과학계는 수소폭탄 개발을 두고 갈등을 빚는다. 오펜하이머의 주변인도 아군과 적군으로 갈라져 계속해서 충돌한다. 오펜하이머는 소련의 스파이로 의심받아 공격당한다. 놀란이 처음 1인칭으로 작성했다는 각본은 이 지점에서 빛난다. 트리니티 실험 전까지는 맨해튼 계획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제는 오펜하이머의 내면이 주인공이 된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양심의 가책, 매카시즘과 스트로스에게 시달리는 고통 등 오펜하이머의 감정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원자폭타과 같은 구조는 절제미 덕분에 더욱 돋보인다. 트리니티 실험이 성공한 직후, 영화는 순간적으로 완급을 조절한다. 원자폭탄이 터질 때 극장은 순간적으로 고요해진다.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할 무기를 개발했다는 기쁨에 심취하지 않는다. 인류가 다룰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힘을 손에 넣은 두려움이 정적 속 독백을 통해 전해진다. 그 덕분에 관객은 오펜하이머에게 완전히 동화되어 다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오펜하이머가 강당에서 연설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흥분한 사람들이 발을 구르는 소리는 폭탄 폭발음과 오버랩된다. 이 장면은 원자폭탄으로 인한 흥분과 열광이 얼마나 무서운지, 또 그가 받은 충격과 죄책감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단번에 납득시킨다. 원자폭탄 희생자 시신을 오펜하이머가 밟는 환상이 나오기도 전에, 관객은 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날 때, 그의 선택 중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 없을 정도다.
양자역학의 인문학
<오펜하이머>는 역사적 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펜하이머는 논란의 인물이었다. 그가 소련의 스파이가 아니었다고 미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복권한 게 불과 반년 전 일이다. 영화는 이 모순적인 물리학자에게 스스로를 변론할 기회를 준다. 동시에 관객이 스스로 그를 판단할 공간도 열어준다.
핵심은 컬러와 흑백의 전환이다. 오펜하이머의 시점에서 흘러가는 'Fission(핵분열)'이라는 제목의 파트는 컬러로, 스트로스가 중심이 되는 'Fusion(핵융합)'이라는 이름의 장면은 흑백으로 묘사된다. 원자폭탄의 원리인 '핵분열'은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의 아버지'가 된 과정을 보여준다. 수소 폭탄의 원리인 '핵융합'은 그가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하다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각적 연출은 마치 양자역학의 인문학적 해석 같아 보인다. 양자 역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관측이다. 양자 세계에서는 전자나 빛이 파동의 성질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중첩되어 있는 두 가지 상태는 관측을 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한 가지 성질로 표현이 된다. <오펜하이머>는 이러한 관점에서 주인공을 관측한다.
애국심이 투철한 미국인이지만 동시에 공산주의자이고, 원자폭탄의 아버지이지만 반핵 운동의 중심에 선 정치인이 있다. 그는 자신이 위치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영화는 그의 시점에서 그 모순점을 이해시키고, 타인의 시점에서 그 역설과 중첩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의 모습을 비춘다. 인간이 그 자체로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인지, 그렇기에 한 사람을 재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상기시킨다. 이는 제목에 걸맞은 접근법이다. 오펜하이머는 본래 양자 역학 연구자였으니까.
놀란의 <소셜 네트워크>
그래서일까? <오펜하이머>는 마치 놀란의 <소셜 네트워크> 같다. <소셜 네트워크> 역시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모아놨기 때문. 저커버그의 시점과 동업자였던 윙클보스 형제 및 왈도 세브린의 시점을 충돌시킨다. 두 영화가 시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방법도 흡사하다. <소셜 네트워크>는 법원 조정 과정으로, <오펜하이머>는 청문회로 서로 다른 시점의 충돌을 보여준다.
<소셜 네트워크>가 받은 찬사를 생각하면, <오펜하이머>는 작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량을 재증명하는 장이기도 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놀란의 통찰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므로. 그간 놀란은 캐릭터를 플롯의 장치와 도구로만 사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펜하이머>는 다르다.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모순을 통찰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록 조연 캐릭터가 여전히 수단처럼 느껴지기는 해도 이번만큼은 놀란이 한 발짝 더 나아갔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놀란의 트레이드 마크
그러면서도 놀란은 자기만의 스타일과 색채를 잃지 않았다. <덩케르크>처럼 <오펜하이머>도 시간대가 세 개다.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에서 맨해튼 계획까지, 또 그 이후로 이어지는 시간대가 주 재료다. 1954년 원자력 협회의 오펜하이머 청문회와 1959년 루이스 스트로스 청문회는 양념이다. 특히 두 시간대는 철저히 조각난 상태로 삽입된다. 주요 사건에 따라 플래시백과 플래시포워드 형태로 등장한다.
흥미롭게도 시간을 비트는 연출과 구조는 주제의식과 긴밀히 연관된다. 오펜하이머의 현재와 미래를 이어 붙임으로써 과학자의 책임을 논할 공론장을 연다. 통상적으로 과학자는 신기술의 개발자로만 인식된다. 그들의 역할은 기술을 만드는 데서 그친다고 여겨진다. 오펜하이머도 그랬다. 그는 원자폭탄의 오남용과 악영향을 걱정하는 동료들에게 말한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건 과학자의 몫이 아니라고.
하지만 자기가 바꾼 새로운 세상을 목도한 뒤로 그는 달라진다. 과학자에서 행정가, 정치인으로 변한다. 새 기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앞장서야 한다고 확신한다. 기술사학자 토머스 휴즈(Thomas P. Hughes)의 표현대로 이제 그는 '시스템 건설자'(system builder)가 되려 한다. 그는 사회 구조와 관계망 안에서 신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그의 변화는 충분하지 못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원자력을 평화롭게 이용할 체계를 만들지 못했고, 수소폭탄의 개발도 막지 못했으며, 자기 자신의 삶도 지키지 못했다. 대통령을 설득할 만큼 신중하지 못했고, 앙심을 품은 정치인을 꺾을 만큼 영리하지 못했다. 마치 인간에게 불을 선물했지만, 정작 자기 미래는 지키지 못한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처럼. 이렇게 <오펜하이머>는 과학자로서, 기술자로서 성공했지만, 시스템 건설자가 되지 못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빛과 그림자를 가감 없이 들춘다.
SF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기 영화
이러한 맥락에서 <오펜하이머>는 외관과 달리 SF 영화 같은 면도 있다. 많은 SF 영화는 과학의 발달이 초래할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우려로 가득하다. 달리 말해 SF 영화는 과학에 근간을 둔 스펙터클을 통해 오히려 인간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는 통로나 다름없다.
<오펜하이머>는 이러한 SF 영화의 본질을 품고 있다. 영화는 만약 오펜하이머의 고뇌를 잊는다면, 그의 업적과 과오에서 현명한 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우리 손으로 전 세계를 초토시킬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설령 0에 가까운 확률이라 해도 인류가 세상의 파괴자가 되는 날이 멀지 않을 거라고.
그렇기에 이 영화의 정점은 멕시코에서 핵폭탄이 폭발한 순간이 아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킬리언 머피의 표정과 지구를 불바다로 만드는 핵 미사일이 교차되는 결말이 정점이다. 오펜하이머와 놀란이 입을 모아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경고를 가득 담고 있으니 뇌리에 각인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오펜하이머>는 테넷의 정신적 속편이자 프리퀄인 셈이다. <테넷>의 주된 플롯은 핵폭탄을 막는 미션이었고, 인류의 존속을 위한 현재와 미래의 전쟁이 시대적 배경이었으니까. 이는 SF 영화에 대한 관심을 <인셉션>, <인터스텔라>, <테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준 놀란스러운 착상이기도 하다.
모두가 좋아할 영화는 아니다
물론 <오펜하이머>는 호불호가 심하게 나뉠 영화다. 천 페이지 분량의 책을 영화화한 만큼 밀도가 높다. 책을 읽은 독자라면 놀란의 꼼꼼한 각본이 반갑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맨해튼 계획 이전의 오펜하이머의 개인사나 초기 생애에 관련한 내용이 결코 짧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도 낯선 영화다. 일반적인 기승전결 구조 대신 트리니티 실험을 기점으로 영화가 다시 시작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 친절한 영화도 아니다. 1930~50년대 미국 사회를 강타한 정치적, 국제적 이슈에 대한 배경 지식을 요한다. 갈 길이 바쁜 만큼 상세한 설명은 제공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트리니티 실험 장면은 기대에 비해 시각적 임팩트가 약하다. 블록버스터 영화다운 쾌감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그래도 배우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아지기는 한다. 우선 킬리언 머피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놀란 사단 중 하나로만 알려졌던 그는 이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증명했다. 명배우들의 향연도 인상적이다.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데인 드한, 라미 말렉, 플로네스 퓨는 앙상블을 이루며 머피 뒤를 단단히 받쳐준다.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니었다면 후반부는 힘이 빠져 지루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 몇몇 단점은 취향의 문제이지, 완성도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놀란이 의도한 방향성만 정확히 짚어 쫓아간다면 <오펜하이머>는 <인셉션>, <다크 나이트>, <덩케르크> 보다도 강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놀란이 그간 자기 필모그래피에서 보여준 스타일과 장점, 통찰력을 한데 모아 만든 폭탄 같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종합하면, 단언컨대, <오펜파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마스터피스다.
Outstanding 특출함
원자폭탄 섬광과 굉음으로 빚어낸 프로메테우스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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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시의적절한 가족 영화 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신작, 해피엔드가 개봉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2년 연속으로 '가족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점, 그리고 칸이 사랑한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이 '가족영화'라는 점이 참 재미난 관람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관람하시고 시청해주시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콘텐츠도 재밌게 시청해주세요!제작지원 : 그린나래미디어
#해피엔드 #미카엘하네케 #영화해피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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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시트럭> 메인 예고편
캐시트럭을 노리는 무장 강도에 의해 아들을 잃은 H(제이슨 스타뎀).
분노에 휩싸인 그는 아들을 죽인 범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현금 호송 회사에 위장 취업한다.
첫 임무부터 백발백중 사격 실력을 자랑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급부상한 H.
캐시트럭을 노리는 자들을 하나 둘 처리하며,
아들을 죽인 범인들과 점점 가까워지는데…
자비는 없다, 분노에 가득 찬 응징만이 남았다.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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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우주의 영웅들: 새로운 진실> 티저 예고편
[2021년 7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케빈 스미스가 총괄 제작을 맡은 장대한 모험담이 다가온다.
1980년대에 막을 내린 시리즈, 그 마지막 순간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세상이여, 돌아온 그레이스컬의 힘을 맞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