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6-28 17:39:02
6월 5주 최신 개봉영화
6월 5주 최신 개봉영화 5편
2022년 6월 5주 개봉영화!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 2021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 영화제 본상 수상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인데요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의 팽팽한 긴장 가운데 서로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헤어질 결심"은 각본 단계부터 탕웨이와 박해일로 결정을 하고 제작했는데요
오로지 탕웨이이기에 가능한 캐릭터와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것입니다.
'올드보이', '박쥐',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수사멜로극!
첫번째 추천영화 "헤어질 결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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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능력 The Unbea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 , 2022
올여름 극장가 완벽 접수할 초대형 코믹 액션
영화 "참을 수 없는 무게의 미친능력"은 '데드풀' 제작진과 할리우드 원조 레전드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의 기상천외한 만남으로 일찍이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미친 능력"은 잘나가던 슈퍼스타 시절과 달리 재정난에 시달리는 '닉 케이지'가 그의 억만장자 슈퍼팬 '하비'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후
예기치 못한 일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초대형 코믹 액션인데요
니콜라스 케이지와 페드로 파스칼이 2022년 최고의 브로맨스 케미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재치 넘치는 스토리와 멈출 줄 모르는 빅 스케일 액션까지 모두 갖춘 버라이어티한 매력!
두번째 추천영화 "미친능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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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랜드 PRISONERS OF THE GHOSTLAND , 2018
올여름 극장가 완벽 접수할 초대형 코믹 액션
영화 "고스트랜드"는 사무라이 마을 총독의 지시로 손녀 버니스를 찾아 떠난 히어로가 시간이 멈춘 채 버려진 지옥의 도시 고스트랜드에 도착하고,
도시의 기이한 진실을 마주하며 생존을 위해 최후의 결투를 펼치는 액션 스릴러입니다.
히어로 역의 니콜라스 케이지와 총독 역의 빌 모슬리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조성하며 스릴 감을 선사하는데요
니콜라스 케이지의 파격 변신으로 또 하나의 안티 히어로가 탄생할 예정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한정된 세계를 넘어 환상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도시를 독보적인 분위기로 표현한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고스트랜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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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온 컴온 C'mon C'mon , 2021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변신
영화 "컴온 컴온"은 조카와의 서툰 동행을 통해 떠나보내고 받아들이며 서로의 색으로 하나의 세상을 칠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힐링 로드무비입니다
영화 '조커'로 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호아킨 피닉스가 조카를 돌보게 된 삼촌 역을 맡아
2009년생 아역배우 우디 노먼과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는데요
삼촌과 조카의 관계가 가장 큰 줄기를 이루지만,
그 안에 모자와 모녀 관계, 남매 관계, 부부 관계까지 아우르면서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삼촌과 조카 관계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한 언른의 이야기!
네번째 추천영화 "컴온컨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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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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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지 잃은 배는 멈출 수밖에.
이 글은
영화 [늑대사냥]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가거나 인용 시 출처를 반드시 표시해주세요.
가장 골머리를 싸매면서 쓰지만 이제는 살짝 포기한 서문과 맞바꿀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전하는 말.
최근 영화관 관크(다른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는 데 있어 방해하는 모든 행위 및 행위자자들을 일컫는 말)가 많아지고 있다. 그것이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집에서 해도 되는 행동과 사회에서 허락되는 행동의 범위가 모호해져서 그렇든, 개인의 성향이 둔감한 편이든 상관없이. 종종 뉴스거리로도 나올 정도의 불쾌한 행동이 많아지는 추세임은 감출 수 없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영화관을 찾는 본인 역시 꽤 많은 관크를 당했다고 자부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소개할 영화인 [늑대 사냥]을 관람할 때는 불법 촬영하는 사람을 만나는 관크를 당했다.
비록 남루하고 초라한 문장을 리뷰랍시고 나열하는 삶을, 곁다리 삶 중 하나로 영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것”에 애착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의 것도 최소한의 존중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분노를 느끼며 영화의 초반부에 소리를 지르며 그 행동을 제지해야만 했다.
영화 관람 후 스스로의 평가에 따라 작품이 정말로 “돈값”을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를 할 수는 있겠으나. 그 어떤 작품이라 해도 불법으로 보아야 할 운명을 지닌 채 태어나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런 운명 외에 허락되지 않는 작품이라면. 만들어진 의도부터가 불순한 영상물에 불과하며 그것을 관람 및 유포한 사람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부디 다음번에는 경찰서로 간 다음에야 반성했다며 질질 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 알량한 반성은 경찰서를 나오는 순간 안도의 한숨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유튜브 영상 조회수 올릴 때나 쓰는 말인 줄 알았던 “역대급” 관크 덕분에 나 역시 영화의 초반부 15분가량을 관람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덕분에 영화 초반부의 이야기에 대한 것은 제외 후에 리뷰를 작성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얻은 채로 말이다. 참 여러모로 도움되지 않는 관크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화의 전반부는 승리에 취한 범죄자들을 비춘다. 배를 “접수”하기까지 벌어지는 폭력의 향연은 경찰들을 향한 응축된 분노만큼이나 잔인하고 집요하다. 그들은 상대방을 향한 그 어떤 배려도 하지 않은 채.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둔기, 칼)을 이용해 반복적인 타격으로 상대방의 숨을 끊어놓는다.
또한 망망대해 위의 배라는 설정상. 도망칠 곳이 한정되어 있다는 두려움은. 이 무자비한 범죄자들에 의해 점점 수세에 몰려 너나 할 것 없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경찰들의 두려움과 살육자들의 잔인함을 동시에 배가시킨다.
범죄자들의 행보는 거침이 없고. 그로 인해 영화의 속도는 두려움도 앞지를 만큼 빠르고 급박하다. 피가 묻은 얼굴에서 떠오르는 미소는 이제 더 이상 상대를 가리지 않는 순수한 악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짧은 초반부의 영광도 잠시. 영화는 알파(Alpha, 최귀화)의 운송이 숨겨온 진짜 목적임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빛을 잃는다.
이 초월적 알파라는 존재가 영화를 누비며 벌이는 실수들은. 영화 [마녀 2]에서 언급한 문제와 거의 동일하다. 밸런스가 붕괴된 밸런스 게임인 셈이다.
영화는 초반 시퀀스에 매우 공을 들여 종두(서인국)를 구축점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이마저도 알파 앞에서 힘없이 무너뜨리는 선택을 해버렸다. 그것도 스스로. 이로 인해 관객들은 애초에 알파에게는 그 누구도 상대가 되지 않음을 느낌과 동시에.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그 어떤 긴장감도 없을 것임을 짐작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알파는 종두로도 모자라 도망갈 곳 없는 배.라는 밀실에 가까운 장치도 무너뜨린다. 그 어떤 곳에 있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임은 알지만. 문제는 알파가 후반부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피로할 정도로 모습을 내비친다는데 있다.
이로 인해 남은 시간들은 그저 알파가 가동하는 살육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을 순서대로 처단하는 장면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잔인함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어떤 감흥도 두려움도 주지 못한다. 그저 심하다.라는 생각만 들게 할 뿐.
[늑대사냥]은 또 다른 영화인 [랑종]이 범했던 실수를 떠올리게 한다. 곡성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내걸었던 표제어(중심 단어)는 “무서움”이었다. [늑대사냥]의 경우는 메인이 되는 단어가 “수위를 넘는”과 “(클리셰를 포함한) 모든 것을 부순다”정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가 가지는 통상적인 흐름이 어떤지 유추해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인공은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일 것이다.
그렇게 치면 과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영화는 초반에는 경찰(박호산, 정소민;왜 캐릭터 이름이 공식 페이지에 조차 없나요?) 쪽이 주인공인 것처럼 비추다가 나중에는 결국 도일(장동윤)의 생존으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이는 도일 및 개조 인간들의 존재를 반전으로(라도) 볼 수 있지 않느냐의 문제와도 맞물리는데. 안타깝게도 반전으로 보기에는 깔아놓은 밑밥의 수준과 정도가 빈약하며. 애초에 이 부분을 억지로 반전으로 만들기 위해 포커싱을 의도적으로 잘못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초반부의 도일은 종두와의 크고 작은 마찰을 겪으면서도. 그다지 큰 무리 없이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 가는 맑은 눈의 광인에 불과하다. 뚜렷한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은 거의 없다.(꼭 하나 집어 말한다면 누군가를 죽이려 하는 도일의 손을 저지하는 장면 정도.)
도일이 숨겨진 주인공임을 알게 되는 지점은, 더 이상 알파의 무자비한 행동으로 죽여댈 인물이 거의 없을 때가 등장하는 성동일과, 파편처럼 등장하는 과거의 그림자가 합쳐지는 거의 극 후반부쯤이다.
그러나 그 지점까지 이르는 동안. 도일은 그 어떤 임팩트 있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한 대 맞고 어딘가 널브러져 있다 정신을 차린 듯한 몽롱한 얼굴로 슬그머니 생존 신고를 할 뿐이다. 이 장면을 보며 누가 도일이 진짜 주인공임을 알고 환호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개조 인간들과 도일이 벌이는 결투마저도 진짜 주인공의 신고식이나 자기소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조잡하다 못해 빼버려도 부족하다 느끼지 않을.
영화는 자신들이 넘고 싶었던 수위와 클리셰를 없앴다는 허황된 꿈에 젖어 정작 설명해야 할 것들과 엮었어야 했을 모든 것들을 건너뛴다. 그러니 애초에 보려고 한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관객들이 느끼는 심정은 “속았다”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이쯤 되니 제목에 대한 생각도 떨칠 수 없다.
과연 누가 늑대인가.라고 물어보았을 때 제대로 된 대답을 하기 힘들어진다. 영화는 늑대"를"사냥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늑대"가" 사냥하는 모습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늑대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그 무언가가 존재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두 시간 남짓의 항해 동안 그 어떤 명확한 목적도 없이 안으로 곪아가는 것만 선택한 배의 최후는. 침몰밖에는 없는 것이겠지.
마치면서
한두 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연기자들의 연기가 아까울 지경이었다.
특히 서인국과 성동일 배우의 연기는 섬뜩함을 넘어서서 초월적인 존재인 알파 보다도 더 두려움을 자아내는 연기를 보여줬기에 더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했으나, 영화가 마치 두 조각난 배처럼 완벽하게 나뉘어서 융합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연기로는 그 어떤 흠도 잡을 수 없는 배우들을 그저 소모품으로 써버린데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잔인한 영화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단어 외에 뒤에 붙을 말이 없다는 사실은 영화를 평가하는 데 있어 좋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잔인한데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들의 예가 많기 때문에.([악마를 보았다] 라던가. [킬빌] 이라던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가져갈 수 있는 수식어는 그 외에는 없다.
[이 글의 TMI]
1. 이제 추워서 긴 팔을 입어도 아무렇지 않다.
2. 이럴 때 걸어 다니는 거 좋아서 괜히 출근할 때도 빙 둘러가는 중.
3. 아 물론 회사 가기 싫어서 그런 것도 있음.
4. 커피를 끊어볼까 하고 깝죽거리다가 지옥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5. 앞으론 그냥 안 까불고 하루 한 잔만 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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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더 노비스>, 시사회 리뷰
몇 달 전 지인에게, 나는 완벽함을 추구당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말한 적 있었다. 며칠 뒤 생각해보니 나한테 완벽함을 요구하거나 강요한 사람은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완벽하게 일을 해냈을 때 주변에서 받았던 긍정적인 시선과 칭찬만 있었지 완벽을 몰아붙인 건 나 자신이었다. 오늘은 강박을 다룬 영화 <더 노비스>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novice [ |nɑːvɪs ] 1. 초보자 2. 수련 수사 3. 초보 경주마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수 동급생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늘 최고를 갈망하는 ‘알렉스’는 팀 1군에 들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하는데…
영화가 시작하고, 신입들이 모인 자리에서 조정팀 선생님은 신입생들에게 차례로 조정팀에 들어온 이유를 묻는다. 알렉스의 차례가 되자 선생님은 알렉스에게도 똑같이 묻는다. 알렉스가 대답하려는 찰나, 누군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알렉스의 답변은 증발한다. 조정팀 선생님도, 관객도, 알렉스가 조정팀에 들어온 이유를 모른 채 영화는 계속 이야기를 풀어간다. 알렉스가 조정팀 1군에 들기 위해 광기에 가까운 노력을 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기에, 알렉스가 조정팀에 들어온 명확한 이유는 더더욱 중요하고 궁금한 요소가 된다. 사실상 영화는 '알렉스의 조정팀 가입 이유 찾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그 이유를 찾으면 끝이 나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감독이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가장 주된 내용이자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다.
(아래 문단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렉스는 매번 목표를 수정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듯 자신의 노트에 목표를 꾹꾹 눌러쓰고 누구보다 일찍 자체적으로 훈련을 하고, 계절학기에도 굳이 수업을 들으며 훈련실을 방문해 훈련을 지속한다. 꾸준히 목표를 새기고, 선생님이 시키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훈련을 하는 알렉스는 일종의 '올바른' 훈련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알렉스보다는 타고난듯한 제이미는 선생님이 시키는 훈련을 열심히 하며 선후배를 포섭하여 1군으로 가는 일종의 정치질을 더하여 목표를 달성한다. 결론적으로, 알렉스가 1군 최고가 되기 위해 하는 노력은 모두 ‘올바르다'라는 점에서도 알렉스의 목표는 그저 ‘1등'이 아닌 본인의 완벽함이었음을 증명한다.
영화에서는 알렉스가 조정팀에 들어온 이유는 설명해내지만 그 강박의 원천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알렉스의 강박에 대한 구체적인 서사가 없는 탓에 강박은 다소 정신병의 일부처럼 다뤄지는 듯 보인다. 강박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감독이 굳이 알렉스의 강박에 대해 설명하려들지 않은 것엔 이유가 있다는 의견이다. '누구나 가진 강박이기에, 지나친 강박은 삶을 헤친다.'이것이야말로 감독이 관객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로런 헤더웨이(Lauren Hadaway)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위플래쉬>(2014), <헤이트풀8>(2015),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2021)의 음향 파트를 담당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감독이다. 이러한 경력들 덕분인지,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져주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내며 구조적 완결성을 지닌다. 더불어,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 연기 천재로 이름을 알렸던 이사벨 퍼만이 주인공 알렉스를 연기한다. 놀라울 정도로 예전의 얼굴은 보이지 않아 새로운 역할에 몰입할 수 있지만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 보여줬던 눈빛처럼 <더 노비스>의 알렉스는 여전히 강렬했다. 또한 이사벨 퍼만은 이 영화로 작년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앞으로의 연기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에서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한 <더 노비스>는 오는 5월 25일 개봉에 더불어 6월 5일 무주산골영화제에서도 만날 수 있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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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늪
LA의 유명 코미디언, 헨리 맥헨리는 관객들을 막대하는 시크한 코미디언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유명 오페라 가수 안과의 스캔들로 아주 핫한 위치에 있다. 그의 인생은 그렇게 탄탄대로를 걷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네트가 태어난 이후부터 눈에 띄게 자신의 인기가 떨어지고, 안과 비교해 유명세가 격차가 나기 시작하면서 그의 폭력적인 성격에 대한 루머가 커지기 시작한다. 그 루머를 증명이라도 하듯, 시간이 흘러, 크루즈 가족 여행에서 안이 안타깝게 죽고, 그가 안을 죽인 용의자가 되는데, 그는 정말 안을 죽인 걸까? 그렇다면, 아네트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1. Kill or Save
"How did the show go?
"I killed them."
"I saved them."
공연을 잘 끝냈냐는 말에, 내가 다 죽여버렸지 라고 대답하는 헨리와 내가 다 살렸지 라고 대답하는 안. 똑같이 공연을 잘 끝냈다는 표현이지만 이 두 사람의 삶의 태도가 이 대사에서 드러난다. 헨리는 관객들이 웃으면, 관객들을 굴복시키고,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관객들과 대결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반대로 안은 오페라 가수로서 오페라에 몰입해 감동을 주고, 관객들을 홀리는 연기를 한다. 관객들을 죽여야 할 대상으로 보았던 헨리는 더 이상 관객들이 죽어주지 않자, 약올라하고, 관객들과 싸우는 것도 불사한다. 하지만 안은 관객들을 아끼고, 이 관객들을 내가 어떻게 하면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헨리는 잘 나가던 시절의 향수에 젖어 이전처럼 관객들이 자신에게 정복당해주지 않음에 분노한다. 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나이가 들고, 인기가 떨어지는 과정이 그의 몸이 망가져가는 과정으로 표현된다. 열심히 무대 전에 운동하고, 자기 관리하던 헨리 자신은 이제 없고, 아네트의 탄생 이후 육아스트레스에 찌든, 점점 배가 나오는 가장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의 자기파괴적인 성향은 그의 상황을 모두 부정적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떨어지지 않는 안의 인기에 반해, 자신은 인기가 다 떨어져 집에서 육아나 하고 있다는 삐뚤어진 자존심이 그가 한 때, 너무 사랑했던 피앙세를 질투, 증오의 대상으로 바뀌게 했다. 자기 파괴가 자기 연민, 피해망상으로 커져가는 과정 속에서 그가 질투, 증오, 부러움의 대상인 안와 함께 추는 광기의 왈츠는 한 여자를 이렇게라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표출된 장면이다.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바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심연'이다.
그는 그녀가 그의 심연을 본 사람이고, 그 심연 속에서 끌어내어 빛의 영역으로 이끌어준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심연은 그의 마음 속에 있는 정복욕, 어두운 마음을 형상화한 표현이다. 그의 마음 속에 있는 킬러 마인드에 대해 알고서도 그를 사랑한 안은 그의 인생에 그를 구원할 구원자와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의 마음 속 심연의 어두움을 구원할 사람은 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어야 했다. 자기 자신이 그 킬러 마인드를 다스리지 못하면, 그 업보가 다 자기 자식에게 갈 것이었으므로.
2. 심연의 복제품, 아네트
영화를 잘 보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헨리의 딸로 등장하는 아네트는 puppet 인형 같은 몸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듯한 얼굴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네트가 '사람같지 않다'는 것이다.
아네트의 사람같지 않아 보이는 것은 헨리가 아네트를 자신의 삶의 인형처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데에서 기인한다. 아네트는 헨리의 인생을 장식할 일종의 부품처럼 취급되었기 때문에 헨리가 소유한 꼭두각시처럼 표현하기 위해 아네트의 몸은 인형처럼 표현된 것이다. 이런 헨리와 아네트의 관계성을 보고 있자면, 수많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가스라이팅을 생각나게 한다. 부모는 자신의 사랑의 결과물로서 아이를 사랑해왔다고 생각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 아이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부모가 외치는 자식을 향한 사랑이 정말 자식을 위한 사랑인지 자식을 수단화한 부모 자신을 위한 사랑인지는 아이가 자아가 형성된 이후에 결판이 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했는지는 자식만이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이지만 그 세상의 전부였던 사람들이 날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면, 부모를 향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증오로 변질된다. 그 증오는 그 아이의 심연으로 치환된다. 고로 이 영화는 헨리의 심연이 대물림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I won't forgive and I won't forget.
아네트는 그를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을 거라고 했다. 이 대사를 통해 아네트는 자신에게 사랑이라는 거짓말로 상처를 준 아버지를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음을, 자신에게 대물림된 심연의 어두움을 이미 보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Don't cast your eyes down the abyss"
영화 후반부에 헨리가 아네트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 이 메시지는 아네트에게 닿지 못할 것이다. 아네트는 그 심연을 보면, 헨리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 이미 그 심연의 존재를 인지한 아네트에게 이제와서 충고랍시고 하는 헨리의 대사는 적반하장의 태도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대사를 다시 풀어 해석한다면, "내가 너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그 상처를 잊고, 너의 인생을 살렴."
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상처를 준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상처를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헨리의 문제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는, 자신의 심연,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을 소유하려고 하고, 끊임없이 남을 수단화했던 것이었다. 안을 사랑하는 시간 동안 잠시 위안을 얻었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불타는 사랑도 결국 언젠가는 끝이 나고, 자식을 위한다는 변명 아래 자식의 유명세로 자신의 인생의 꽃을 피워보고자 했지만 그 작전도 실패한다. 자신의 업보처럼 지니고 있던 심연을 남의 힘을 빌어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업보였던 심연을 직시하고, 자기 자신이 극복하고자 노력했어야 했다.
이 영화를 통해 부모가 될 자격에 대해 논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단순하게 아기가 예쁘다고,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한다고 아이를 낳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부모라는 사람이 완벽무결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자신의 콤플렉스를 직시하고, 그 콤플렉스를 자식에게 대물림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성숙함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깊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부모는 한 아이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창조자이기에.
3. 총평
이 영화를 왜 뮤지컬 형식으로 만든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영화가 끝난 순간까지도 왜 이 영화가 뮤지컬 형식이고, 뭐 때문에 이 영화는 난해한 걸까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분위기는 아주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인데, 계속 정신없이 몰아치듯이 영화 속 인물들이 끊임없이 노래하고, 대사도 뮤지컬처럼 노래하듯이 진행되기 때문에 시나리오의 분위기와 영화의 형식 사이에서 미묘한 이질감을 느낀 것 같다. 우울하고, 어두운 씬인데, 인물은 계속 노래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이것이 얼마나 낯선 경험인가!
결국 이 영화가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된 이유는 이 잔혹동화를 더 잔혹해 보이도록, 관객들이 그 잔혹함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용과 형식 사이의 이질감 때문인지 그 정신없는 영화를 곱씹는 와중에도 모든 장면들이 하나하나 감정적으로 잘 각인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는 중이다.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 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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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 70년째 바뀌지 않는 수통 안을 들여다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훈련소를 수료하고 헌병대로 자대 배치를 받은 이병 '안준호(정해인)'는 선임인 '조석봉(조현철)'의 친절과 병장인 '황장수(신승호)'의 괴롭힘 속에서 군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준호의 관찰력과 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중사 '박범구(김성균)'는 그를 D.P. 팀으로 옮기지만, 준호는 첫 번째 임무에서 선임의 실수로 인해 처참히 실패하고 영창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나 새롭게 부대에 부임한 대위 '임지섭(손석구)'은 준호의 실패가 온전히 그의 책임이 아니라 판단하고, 본래 D.P. 팀이었던 상병 '한호열(구교환)'을 복귀시켜 준호와 같은 팀으로 배치한다. 천방지축이지만 풍부한 경험을 쌓은 호열은 준호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알려주고, 그들은 한 팀으로서 탈영병들을 쫓기 시작한다.
27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웹툰 <D.P 개의 날>을 영상화한 작품으로 <뺑반>과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맡고 원작 작가인 김보통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D.P.>는 공개 직후부터 수많은 현역, 예비역들의 악몽을 유발하는 사실적인 군생활 고증으로 이슈몰이를 하면서 넷플릭스 인기 있는 콘텐츠 top 10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 단지 리얼함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잊고 싶은 그 리얼함마저도 화제가 된 진짜 배경에는 군대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한 메시지와 주제의식, 특히 변하지 않는 군대에 대한 회의감이 자리하고 있다.
제목인 <D.P.>는 탈영병 추적병을 뜻하는 Deserter Pursuit의 줄임말로, 드라마는 이름대로 탈영병들을 체포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추적병들의 이야기를 여섯 에피소드로 나누어 담아낸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는 자연스레 각 탈영병의 사연을 소개하고 각종 병영 부조리와 모순을 고발한다. 살인자를 잡기 위한 첫 단계로 살해 동기를 파악하듯, 탈영병들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탈영 동기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중 묘사되는 사연들은 구타를 비롯해 코골이가 심하다는 이유로 방독면 씌우고 물 붓기, 하의를 벗긴 후 라이터로 음모 태우기, 자위행위 강제하기, 얼굴에 살충제 뿌리기 등 군대를 경험했다면 직간접적으로 접했을 사실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외에도 <D.P.>는 폭력과 관계는 없지만 그 못지않게 병적인 여러 모순점들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군대를 갈 경우 가족을 돌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인원 부족으로 인해 징집률이 약 90%에 이르는 현행 징병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타 부대와 협동하여 탈영병을 잡는 과정에서는 병사와 병사, 병사와 간부 간의 갈등에 가려져 있던 부사관과 간부 간의 대립과 부조리를 수면 위로 올려놓는다. 육군 주임원사들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육군참모총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던 사건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 갑질 사건 사건처럼 일부 간부들이 병사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악습 역시 카메라에 포착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들을 갓 입대한 이병 안준호의 시점에서 접하다 보니 더욱 충격적으로 묘사되어 간접 체험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아직 군대와 사회 사이에 서 있는 이병이라는 계급의 특성과 더해져 단지 탈영병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군대 조직 전반의 문제를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탈영병을 잡지 못하는 에피소드에서는 단지 탈영병이 겪은 폭력뿐만 아니라 탈영병을 잡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문제, 서류와 현실이 따로 놀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면피하려는 군대 특유의 문화를 제대로 꼬집는다. 그래서 사회와 이질적인 시스템 안에서 마치 자신의 얼굴을 피멍이 들 때까지 때리고 싶을 정도로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안준호의 모습은 특히나 인상적이고, 충격적이며, 가슴 아픈 연출이다.
또한 <D.P.>는 단지 문제를 열거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모두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모순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존속되는 근본 원인을 나름대로 고찰해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피해자인 일병 조석봉과 가해자인 병장 황장수가 있다. 평범한 미대생이자 친절한 학원 선생님이고, 후임인 준호에게 "우리는 선임처럼 되지 말자"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선량한 청년이었던 석봉. 그는 거듭되는 황장수의 폭행으로 인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하나의 괴물, 복수귀로 변해간다. 황장수에게 복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를 사로잡은 순수한 기쁨과 광기, 그리고 해방감은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할 정도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선후임의 관계를 일방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만 남겨두지는 않는다. 대신 황장수가 저지른 범죄와는 별개로 그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군대라는 조직이 만들어 낸 피해자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왜 자신에게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고 미안해하지 않느냐는 석봉의 말에 장수는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어"라고 대답한다. 그 대답은 전역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수가 처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치우려는 장수에게 사장은 군필이 일을 그렇게 밖에 못하냐고 비난한다. 이 비난 밑바탕에는 좋은 게 좋은 것이고, 본인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주어지지 않는 한 현행 유지가 주 목적인 군대라는 조직의 생리가 깔려 있다.
그래서일까? 장수의 대답을 들은 석봉도 비슷한 맥락으로 항변한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만 범죄냐고. 자신을 체포하려 하고 부대로 되돌려 보내려는 너희들도 내가 고통받는 것을 알고도 내버려 두지 않았느냐고 일갈한다. 이렇게 <D.P.>는 아돌프 아이히만이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었듯이 두 선후임의 입을 빌려 군대라는 조직 안에 들어온 이상 군대니까, 곧 군대가 끝날 거니까, 군대가 끝났으니까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저항을 할 수 없고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는다.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에 오히려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진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회의감은 마지막 에피소드의 부제가 '방관자들'인 이유이자,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며 성매매 가해자인 청소년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게 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대목이다.
다만 탈영병 하나하나의 살아 숨 쉬는 사연이 한국군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깊은 울림을 주는 것과 달리 정작 두 주인공들의 서사에 큰 비중이 주어지지 않은 점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전개의 중심에 두고, 이 사건들을 등장시키고 소개하기 위한 도구로서 그들을 쫓는 입장인 준호와 호열을 사용하다 보니 주인공인데도 중심에서 밀려나 있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특히 호열의 경우 재기 발랄한 존재감과는 별개로 그의 서사라고 할 것이 딱히 없다. DP 병에게 필요한 각종 정보와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선임이자 멘토로서 소비될 뿐이다. 그가 과거 한 탈영병에게 칼을 맞은 적이 있고 그 사건이 큰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암시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조차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복싱을 배웠던 경험을 살려 액션씬에서 활약하는 준호와 달리 액션의 측면에서도 활약상이 많지 않다. 이는 그나마 원작과 달리 이병 신분으로 등장한 준호가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감정적으로 이끌어 내고, 그들과 자신의 군생활을 대비시키면서 처음 느낀 좌절과 자괴감으로부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대비된다.
사실 DP병의 존재가 그 자체로 작품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단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탈영병을 잡아오는 게 임무인 DP병은 군대라는 조직이 와해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의 최전선에 위치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런 그들조차 탈영병들과 다를 것 없는 부조리에 시달리고 같은 잘못을 범하는 모습은 군대에 끌려와 피해자가 된 이들이 오히려 범죄자로 전락하는 이 딜레마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수도 있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 부제처럼 '군견'이 되어가는 이들의 고뇌를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였던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시즌제를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DP병의 비중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일관된 톤, 문제의식, 명확한 메시지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D.P.>는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한 작품이다. 결말만 보더라도 이 드라마의 우직함이 느껴진다. 일견 <D.P.>의 결말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대대장의 훈시가 끝난 후 다른 병사들의 대열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걷는 준호의 모습은 군대가 변할 수 있으며 자신부터 달라지겠다는 희망과 다짐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중 시간적 배경인 2014년에 실제로 발생한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모티브가 된 듯한 쿠키 영상을 통해 <D.P.>는 그 희망의 범위를 축소시킨다. 석봉의 말마따나 6.25 전쟁 때 쓰던 수통이 아직도 훈련소와 자대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이 군대에 희망이 꽃필 것이라는 희망이 얼마나 나약한 지, 그 냉혹한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 7년이 지난 2021년 현재에도 끊이지 않는 군대 내 악습과 구조적 문제를 보면 이렇게 최소한의 희망만을 간직한 채 군대라는 조직의 생리와 특성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내는 <D.P.>의 선택이 많은 공감을 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현실 군대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미군이 쓰던 수통도 있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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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슈퍼 히어로 3부작의 또 다른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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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일단 이 지구에 없어
얼핏 들어보면 주먹으로 누군가를 때리는 듯 한 소리가 난다. 드러머는 그웬이다. 펑펑펑펑..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의 드럼에는 한탄이 묻어 나오는 듯하다. 머릿속에 가득한 그 사람의 얼굴. 그 사람은 마일즈다. 스파이더우먼이 된 그웬. 그웬은 거미에게 물린 후로, 정확히 슈퍼히어로가 된 후에 스스로를 혼자라고 생각했다. 차원문이 열린 후에 만난 마일즈는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 마음이 잘 맞았던 두 사람. 사실 그웬에겐 첫사랑이 있었다. 이름은 피터 파커. 학교폭력 피해자였다. 하지만 그웬은 피터의 편이었다. 누구보다 친하게 지냈던 그웬과 피터. 그렇다고 해서 피터가 엇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피터. 친구를 떠나보냈다는 아픔을 잊을 채도 없이 경찰인 아버지에게 살인범 누명이 써진다.
역시 혼자일 수밖에 없는 걸까. 차라리 거미한테 물리지 않았으면 다행일 텐데. 아버지도 속여야 한다. 여전히 외로운 그웬. 이런 입장에서 마일즈가 그웬 삶에 등장했다는 건 선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소극적이었던 그웬. 별다른 인사도 못한 채로 마일즈를 다른 차원으로 떠나보냈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했었나? 갑자기 그웬의 지구에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르네상스 벌처'가 이쪽 세상에 침입한 것이다. 출동하는 스파이더우먼. 분전을 펼치지만 쉽지 않다. 이때 낯익지만 어딘가 신선한 얼굴이 들어온다. 파마머리에다 임산부인데, 분명히 스파이더우먼이다. 다른 차원에서 온 손님인가? 그웬의 호기심은 곧 사실이 된다. 안녕! 그웬? 난 제시카 드루! 다른 차원에서 왔어. 또 다른 멀티버스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이 멀티버스에서 그웬이 생각지도 못했던 대환장파티가 열린다. 과연 이곳에서 어떤 모험이 벌어질까?
숫자로는 4년 차
4년여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4년이면 뭔가 좀 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 '멀티버스'와 '스파이더맨'이 익숙하다. 왜 익숙한지 따지기 전에 우선 전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시리즈의 1편이었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이 작품이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과 차별점을 가져 호평을 들었던 이유는 클리셰 뒤집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스파이더맨 시리즈 굉장히 익숙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코믹스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서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실사영화 시리즈들도 우리가 잘 알고 있다. 호러 장인 샘 레이미가 연출했던 '스파이더맨' 3부작은 글쓴이 같은 90년대 후반생의 관객이라면 다들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로 기차를 멈춰서는 장면은 히어로영화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다. 또 앤드류 가필드가 피터 파커를 맡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엠마 스톤의 추락신이 역시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톰 홀랜드가 주인공을 맡은 마블의 스파이더맨 3부작은 가장 최근작인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전 세계 히어로 무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스파이더맨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만화/영화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필수요소 같은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뿐일까? 멀티버스라는 소재는 근 몇 년간 영화판에서 핫했던 소재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한국 기준으로 2주 전에 개봉한 <플래시>, 올해 아카데미 7관왕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로키>가 그렇다.
전작 1편과 이 2편은 이 앞의 영화들이 갖고 있는 특징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1편을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의 캐릭터를 을 아주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스파이더맨의 네 번째 리부트? 또 벤 삼촌 나오겠지? 빌런 벌처/닥터 옥토퍼스/일렉트로/미스테리오/그린 고블린/샌드맨/베놈같이 기존에 나왔던 캐릭터들 아니야? 보나 마나 히로인 또 죽겠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무조건 나올 거 같은데? 삼촌 어떻게 죽을까? 스파이더맨을 또 온 세계가 괴롭히겠지? 이거 전부 다 빗겨나갔다. 우선 1편의 메인빌런은 킹핀이다. 이 킹핀이 원래 북미에서 스파이더맨의 안티테제 중 하나로 유명하다고 알고 있다. 그 대신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판에선 '데어데블' 시리즈의 빌런으로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바 있지만 그거 드라마 일일이 다 본 분들이 많지 않을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킹핀을 빌런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코믹스 바탕이었던 영화 전개의 디테일도 살리고 신선함까지 갖추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빌런 캐릭터를 변주하는 방식은 프라울러에게도 마찬가지다. 프라울러와 마일즈와의 관계, 그러면서도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어떤 공통점을 갖는 좋은 연출이 있었다. 이 외에도 멀티버스의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방식도 신선했다. 닥터 옥터퍼스가 누구야? 에 대한 부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코믹스에서 튀어나온 스파이더맨의 세팅이 그렇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세명의 스파이더맨을 봤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서도 스파이더맨이 인간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영화는 이것마저 깼다. 스파이더맨 누아르나 피터 포커 같은 캐릭터는 그냥 만화에서 나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색할 것도 없다.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장르니까. 이런 화술을 가진 1편은 가히 사람들에게 걸작이라는 평을 받기 충분했다.
2편인 본 작은 1편이 갖고 있던 장점을 그대로 승계한 것처럼 보인다. 우선 도입부쯤에 등장하는 벌처와 한 빌런이 그렇다. 벌처가 '르네상스 시대'에 그게 있었다는 상상부터가 신선하다. 이는 초반부 그웬 지구의 피터가 어떤 인물이었는가? 에 대한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빌런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확 뒤집은 셈이다. 이 두 세팅은 결국 영화의 후반부에서 반복되면서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딜레마와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빌런은 인지도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글쓴이도 이 영화에서 감독들이 가상으로 창조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빌런의 능력을 묘사하는 방식이 기존 멀티버스 소재 영화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는데, 이 자체가 영화의 시각화와 분명하게 시너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단 이 빌런뿐만 아니라 미겔 오하라 스파이더맨 / 제시카 드루 스파이더 우먼 역시 마찬가지다. 이 스파이더맨, 스파이더우먼은 각자의 명분이 확실하다. 이 덕에 인물의 개성이 죽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분이 영화를 직접 보시길 바란다.
멀티버스 뒤집기
지난 아카데미에서 7관왕을 기록했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 영화는 멀티버스 상상력의 극한을 찍으며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바로 핫도그가 손가락인 세상 묘사다. 또 뭐 모녀가 돌인 세상도 있고 나무인 세상도 있고 그렇다. 그러나 이런 시각적 묘사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이야기의 구성이다. '에에올'의 핵심이 뭐냐? 그 모든 가능성을 감수하고 현재를 선택하겠다는 로맨틱함이다. 이는 곧 '내가 성공하더라도 현재가 소중하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조부 투파키의 내적 세팅이 그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머니의 욕심 때문에 흑화 한 조부 투파키. 모든 가능성을 경험했다는 것은 시각적인 소재 '멀티버스'와도 이어진다. 이는 곧 혹시나 만약같이 '과거에 이렇게 되면 어땠을까?'를 붙여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손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모든 멀티버스에 모녀의 관계를 넣었던 점이 흥미로웠다. 비단 '에에올' 뿐만 아니라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플래시>도 이와 비슷하다. 전자는 슈퍼히어로 완다가 다크 홀드에 의해 주화입마에 빠져 자기의 운명을 바꾸고자 하지만 결국 피할 수 없었고, 후자는 배리가 어렸을 때 겪었던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려고 했지만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 영화의 중심이다. 그러니까 '에에올'과 유사하게 정해진 운명을 슈퍼히어로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다뤘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영화는 정반대의 관점에서 멀티버스를 풀고 있다. 그러니까 '정해진 운명'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본다면 이 영화가 멀티버스를 활용하는 방식에 감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왜 이 영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성립한다. 또 슈퍼히어로라는 장르 특성에도 충족한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생기는 철학적인 대립도 흥미롭다. 마이클 샌델이 공리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기차에 대한 비유를 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있다. 이 비유를 어떻게 치환시켰는지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통통 튀는 전개
멀티버스를 영화에서 어떻게 풀었는지와는 별개로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는 아주 흥미롭다. 우선 이를 위해 미겔 오하라와 스팟,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어떤 스파이더맨'에 대해 쓸 수 있다. 3번째 인물은 등장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영화가 품고 있는 힙한 감성에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스팟은 기존 마블 영화 다 합쳐서 가장 위협적인 빌런처럼 등장한다. 갖고 있는 능력은 다르지만 '정복자 캉'과 궤를 같이 하는 감이 있다. 이를 위해 시각적으로 스팟의 능력 묘사를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영화에서 굉장히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 통통 튀고 힙한 시각화 방식에 기괴함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를 보여주는 좋은 묘사였다고 생각한다. 추후에 데어데블 시리즈의 킹핀만큼이나 강력한 빌런으로 언급될 만하다.
미겔 오하라 스파이더맨은 굉장히 그럴듯한 인물로 보인다. 아니 사실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동기부여는 옳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인물이 갖고 있는 당위성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포스가 있다면 설득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5대 5로 대립할 수 있던 이유는 기존 영화들이 심리적으로 그 둘에게 감정이입 할 수 있게끔 잘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스파이더맨에게 감정적인 설득력을 부여했다는 점은 영화에서 핵심 딜레마를 묘사하는 데 있어 엄청난 강점으로 뽑힌다. 오스카 아이작의 목소리 열연이 이를 덧붙인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두 번째 강점이다.
눈호강의 최고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영화의 최고 가치 중 하나는 시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눈호강은 <아바타> 1편과 맞먹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시각화 중에서도 훌륭한 두 지점은 예고에서도 나왔던 부분이다. 바로 마일즈와 그웬이 서로 만나는 모든 신이다. 특히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글쓴이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한데, 그웬이 쌓아 올린 인물 서사와 감정선 또 마일즈가 쌓아 올린 감정선이 이 장면을 기점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아주 흥미롭다. 영화에서 주요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등장에 임팩트를 주는 방식도 쾌감이 어마어마했다. 특히 스팟과 어떤 나라에서 벌어지는 장면 모두 다 바스키아를 연상케하는 시각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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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시시각각 달라지는 삶에도 나아가야 하는 우리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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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및 출연진
감독 호나카 료스케
배우 우츠미 세코, 사이가 마사카즈, 치쿠니 메구미
시놉시스
렌탈 파파 사업에 종사하는 나카무라는 다양한 의뢰인들의 임대 아버지로 활동하며 나름의 위안을 얻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대생 리카를 만나게 되고 드로잉 모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림의 주제는 아버지의 얼굴이다.
리뷰
어떤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로 밀려나는 우리의 삶 속에서 무엇을 발견해야 할까.
당연한 것들이 녹아있는 만큼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들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무언가를 규정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렌탈파파>는 사회가 규정하는 시선에서 좀 더 나아가 우리가 마주해야 할 어떤 세계에 대해서 세밀하게 묘사하는 영화이다.
미래에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영화에는 감독님의 ‘의도적인 설정’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특히 원제에는 ’틈‘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만큼, 영화의 틈새를 의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주인공들의 감정변화가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갈구하는 여자주인공, 딸의 빈자리를 갈구하는 남자 주인공이 맞닿아있다.
또한, 장면의 구간마다 달라지는 표정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이는데, 허탈감과 분노 이상의 서글픔까지 느낄 수 있었다.
결국에는 현실이 아닌 가상의 것을 쫓게 되는 그 마음과 감정이 왠지 모르게 공허하게 느껴진다.
가해자의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와 아빠를 빌리는 것이 극 중 소재인 렌탈파파는 이야기할 거리가 굉장히 많다.
그만큼 영화에 많이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더욱 흥미롭다.
우선, 가해자의 자녀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영화에서 어쩌면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가해자의 자녀들에게 당연시되는 폭력이 불편해졌다.
가족이니 감수해야 한다 라는 생각은 가해하지 않은 이에게 가해하는 일은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만든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고 결국에는 또 다른 좋지 않은 결말을 낳게 되지 않을까 라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두 번째로는 아빠를 빌리는 설정이었다. 무언가를 빌린다는 렌탈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요소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처음의 거부감에 비해 만족감은 그 이상을 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영화는 이상적이지만 비관적인 설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작용하지만 현실과 멀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공허함이 짙게 느껴진다.
가상의 것을 좇게 되는 이 사람들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이루지 못하는 것을 이루는 ‘렌탈’이라는 소재를 통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우선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통해 소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채우려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서비스는 감정 소모를 하지 않으면서 보다 더 간편하게 욕망을 충족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모든 감정은 자신이 감수해야했기 때문이다.
편안함과 동시에 커지는 공허함에 대해 집중해본 적이 있다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서비스가 아닐까.
영화제 기간
2024.05.01 - 2024.05.10
렌탈파파 상영기간
2024.05.03 17:00
2024.05.04 13:30
2024.05.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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