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6-16 20:17:19
마지막에 관한 마지막
영화 <퀸 엘리자베스> 리뷰
INTRODUCTION.
“우리는 여왕을 사랑하며 자랐습니다” -비틀즈 폴 매카트니-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왕좌에 머무른 퀸 엘리자베스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다.
POINT.
✔️ 시대의 아이콘,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풋티지를 실컷 볼 수 있는 영화
✔️ 영국 왕실에 관심 혹은 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영화
✔️ 여왕의 재위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윈스턴 처칠부터 폴 매카트니, 이건희, 마릴린 먼로까지 다양한 얼굴이 등장합니다.
✔️ 2021년 사망한 로저 미첼 감독의 마지막 영화

시대의 아이콘, 아주 독특하게 자리한
이 영화는 눈을 감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늘 눈 뜬 모습만 보았던, 아주 오랫동안 삶 전체가 공적 영역에 드러나 있던 사람의 눈 감은 모습은 낯설다. 영화는 이내 엘리자베스 여왕을 닮은 풋티지 영상을 성실하게 수집해 보여준다. 편집점이 짤막하게 구성되어 있고 음악을 현란하게 써서,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달아 보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일대기적으로 구성하기보다는,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마치 원석을 다양한 면으로 커팅한 것처럼, 여왕 생애의 구석구석을 비추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주 독특한 인물이다. 물론 여왕이라는 직함 자체가 그렇지만, '군주'라는 단어 자체의 아우라가 많이 사라진 시대에, 아이콘으로 기능하면서도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드레스를 입고 손을 흔들며 웃어 보이는 역할도 하고, 군복을 입고 비행기 옆에 서 있거나 총을 쏘는 모습으로도 남았다. 너무 앳되어 보이는 비틀즈에게 훈장을 건넸던 역할도, 윈스턴 처칠부터 블레어, 보리스 존슨까지 다양한 총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동시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운운하던 이전의 시대에 작별을 고한 후, 영연방(Commonwealth)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다양한 국가를 순방하는 것 또한 그의 역할이었다. 구한말에 식민지로 전락하기 전까지의 역사에서 항상 일본보다 선진 문화 국가였던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지만, 많은 나라들이 여러 실리적인 혹은 상징적인 이유로 영연방이라는 국제기구에 소속을 남겨두었다.
보고 있노라면 그가 '여'왕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 부드럽고 우아한 미소를 짓는 그 얼굴을 보면서 다양한 국가들이 어떤 이유로든 영연방이라는 국제기구에 소속을 두기로 한 데에는 그의 아우라와 영향력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겠다 싶은 것이다. 식민지배라는 공격적이고 비인간적인 제도 이후에, 남성의 얼굴을 하고 오는 지도자보다는 분명 좋은 선택지였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그의 선택은 아니었다. 에드워드 8세가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하면서 동생이 갑작스럽게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고, 동생 즉 조지 6세 또한 "너무 일찍"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엘리자베스 또한 마땅히 준비할 만한 기간을 갖지 못한 채로 어느 날 여왕으로 즉위하게 되었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최초의 대관식을 포함하여, 여왕의 생애가 선형적이지 않은 형태로 영화 속에서 흩날린다. 영국 왕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느낄 수 있다. 71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그리고 그 내내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이콘으로서 얼마나 건재했는지를.

시대의 아이콘, 이제는 끝난 시간의
그러나 여왕의 시대는 끝났다. 영연방을 순회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은 분명 우아하고 그의 정치적 리더십을 느낄 수 있지만, 식민지였던 땅의 사람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춤을 추며 여왕을 맞이하는 장면 위로 "down on my knees(무릎을 꿇고)"라는 곡이 흘러나오는 것은, 식민지 출신으로서 영 편치 않다. 독일 폭격에 대해, 독일을 방문했던 여왕에게 계란이 던져지는 모습 또한 풋티지에서 빼먹지 않았다.
전쟁에 선은 없으니까. 히틀러가 절대악이었다면 문제는 간단했겠지만, 그렇지 않았으니까. 입헌 군주제의 여왕으로서 엘리자베스가 자기 역량을 아무리 발휘하고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한들, 전쟁의 시기를 보낸 입장에서 그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의 뛰어난 역량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시대는 이제 달라졌다. 그런 의도가 담긴 걸까. 이 영화에는 여왕에 대한 경의와 인정이 아닌 마음들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대관식 장면 위로 흐르는 "hero", 심지어 데이비드 보위 원곡 버전도 아닌 것. 여왕이 걷는 장면과 뒤섞여 등장하는 비너스 상들. 뼈 있는 농담을 의도했겠으나 실없이 느껴지는 선택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가십으로 소비되어 더욱 안타까운 그의 자식 농사 이야기도 펼쳐진다. 다이애나에 대해서는 짧게 짚고 넘어가는 정도이지만, 찰스 3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엘리자베스 2세가 수행한 아이콘으로서의 역할을 그에게 기대하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역시나 기대할 수 없음이 확인된다. 그럴수록 엘리자베스 2세의 역량이 빛나기는 했구나 싶다.
영화 <스펜서>까지 굳이 끌어오지 않더라도, 엘리자베스 2세의 공적 인생에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으로 수렴되는 일련의 상황들은 분명 치명적이었다. 늘 이 부분만 잘라 다이애나 혹은 찰스, 심지어 카밀라에 더 주목하여 이야기되던 것을 엘리자베스의 공적 인생을 쭉 연결한 지점에서 보는 건 독특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에 관한 마지막
늘 정해진 원칙에 따라야 하는 엄숙한 왕실의 모습이었지만, 엘리자베스 여왕 이후의 시대로 점차 친근한 모습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 또한 시대의 요청에 응한 것이었다. 경마 결과를 이야기하며 해사하게 웃는 모습, <피터팬>의 저자인 제임스 매튜 배리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며 여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고, 긴 세월을 산 사람이었음을 동시에 느낀다.
역량이 뛰어난 시대의 아이콘인 동시에 한 인간. 이제 그 시대는 갔고, 인간도 떠났다. 찰스 3세는 개인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엘리자베스 2세의 반만큼도 사랑받기 어려워 보이지만, 설령 그가 아주 매력적으로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 한들 시대가 이미 가버렸으니 엘리자베스 2세 같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가버린 시간의 빈 자리를, 이미 우리 곁을 떠난 감독의 손길로, 짧고 급한 호흡으로 뒤척여 보는 것은, 마지막에 관한 마지막이라는 관점에서, 꽤나 씁쓸한 경험이었다. 지금보다 수십 년 후에 더 유의미해질 기록이 아닐까.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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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시리즈 순위
분노의 질주 시리즈 순위
#10 : 외전 홉스 & 쇼 (Fast & Furious Presents: Hobbs & Shaw, 2019)
<데드풀2>의 데이빗 레이치는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의 출연작에 대한 메타유머를 활용하고, <007 시리즈>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다. 런던,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모아로 공간적 배경을 옮겨 다니고, 007의 국제 범죄조직'스펙터'에서 영감을 받은 '에테온'을 등장시킨다. 또 런던 리든홀 활강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의 부르즈 할리파 장면을 오마주했다.
<홉스 & 쇼>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라기보다는 '버디 액션 코미디'에 가깝다. 또 이야기가 허술한 것은 이해한다 손치더라도 액션조차 히어로영화스럽다. 또 '해티 쇼(바네사 커비)'는 등장할 때마다 빛나지만, 블랙 슈퍼맨 '브릭스턴(이드리스 엘바)'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진다.
#9: 2편 패스트 & 퓨리어스 2 (2 Fast 2 Furious, 2003)
전편의 답습, 마이애미로 이사 간 브라이언은 새로운 파트너 로만 피어스(타이리스 깁슨)와 콤비를 이루지만, 빈 디젤의 공백을 메우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테즈(루다크리스)가 코믹하게 등장한다.
1시간 반 남짓한 2편은 드라마를 듬뿍 덜어낸 대신 존 싱글턴은 '스트리트 레이싱'에만 집중한다. 문제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속도감은 있지만 우스꽝스럽다. 아무리 저예산 B급 액션 영화라고 해도 동선조차 조잡하다. 이상 2편은 1편과의 연계성도 거의 없고, 엉성한 캐릭터와 부실한 볼거리, 뼈대만 남은 앙상한 스토리라인이 아킬레스건이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로만과 테즈 콤비를 득템했다.
#8 : 3편 도쿄 드리프트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 2006)
그야말로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인 ‘스트리트 레이싱’에만 올인한 3편이다. 특히 ‘드리프트’의 속도감과 긴박감을 살리기 위해 현역 드라이버 중심으로 구성된 스턴트 스태프들이 온몸을 불사른다. 이쯤 되면 <트리플 X>와 <분노의 질주>를 제작한 닐 오비츠의 성향이 나온다. 플롯, 캐릭터, 드라마, 리듬은 약하지만, 속도감과 볼거리만큼은 끝내준다. 설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설득력을 갖춘 캐릭터가 없다. 이것이 패착이다.
새로 합류한 저스틴 린 감독은 시리즈의 전통인 '길거리 경주'와 '자동차 문화', '범죄' 등 향후 프랜차이즈를 구성할 방향성을 대폭 수정한다. 바로 '다민족 캐스트'를 강조하고, '해외 로케이션'을 적극 반영할 준비를 이미 3편에서 끝마쳤다. 향후 블록버스터로 나아갈 기초공사를 마친 셈이다.
#7 : 8편 더 익스트림 (The Fate Of The Furious, 2017)
프랜차이즈를 책임지는 작가 크리스 모건과 범죄영화에 특화된 F. 게리 그레이는 사망한 폴 워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분노의 질주>만의 포뮬러(공식)을 깨버린다. 리더 돔 토레토(빈 디젤)이 자신의 패밀리를 배신하는 영리한 조치를 취한다. 그 과정에서 한을 살해한 데커드 쇼(제이슨 스테이섬)에게 별다른 속죄 없이 면죄부를 부여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특유의 가족드라마가 깨졌지만, 홉스(드웨인 존슨)와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워커의 부재로 말미암아 실종될 버디 코미디를 되살렸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컸다. 캐릭터쇼와 볼거리가 다양하고 액션 규모를 키운 반면에 메인 빌런인 샤를리즈 테론의 존재감이 너무 약하다.
5편부터 그 조짐이 보였지만, 액션 스타일이 007시리즈를 자꾸만 연상시킨다. 레티(미셸 로드리게즈 분)가 차량을 비스듬히 기울여 운전하는 장면은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설원의 카 액션은 <007 다이 어나더 데이>를, 최종 병기로 잠수함을 활용한 클라이맥스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007 언리미티드>을 떠올리게 한다.
#6 :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F9: The Fast Saga, 2021)
유니버설은 ‘더 패스트 사가(The Fast Saga)’로 명명된 지난 시리즈를 정리하고 후속작(F10, F11)에 쓰일 복선을 미리 깔아놓는다. 그래서 9편은 드라마 비중이 상당하다. 또, 5편에서 '드웨인 존슨'을, 6편에서 '제이슨 스타뎀' 같은 유명 배우를 추가해서 얻은 효과를 존 시나를 통해 노리고 있다. 그래서 토레토의 가정사부터 3편<도쿄 드리프트>의 등장인물 백스토리까지 캐릭터 개발에 공을 들인다. 동창회처럼 시리즈의 거의 모든 인물들이 총집결한다.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인 터무니없는 액션과 캐릭터 쇼로 끊임없이 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존 시나를 추가하는 바람에 페이스가 느려졌다. 가족 드라마를 그리기 위해 긴박감과 박진감을 포기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야기 얼개가 탄탄해진 것도 아니다. 이 시리즈는 불가능한 것이 없도록 스스로 세계관을 바꿔왔다. 이제 이 전략이 한계 지점에 다다른 것 같아 불안하다.
#5 : 4편 더 오리지널 (Fast & Furious, 2009)
4편은 사실상 리부트에 가까운 '기능적인 영화'다. 저스틴 린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 모건은 폴 워커와 빈 디젤을 다시 등장시키며 1편을 리뉴얼한다. 초기 영화(1·2·3)의 스트리트 레이싱 드라마와 후기 영화(5·6·7)의 액션 블록버스터 사이 어딘가에 끼어있다. 이런 불균질한 영화의 톤이 몰입을 방해한다. 그리고 차량 투척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액션이 별 특색이 없다.
1편의 전개와 구도, 캐릭터를 동어반복한지라 작품 자체의 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레티(미셀 로드니게스)에 대한 부주의한 대접은 <분노의 질주> 특유의 가족 드라마를 방해한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이후부터 저스틴 린은 캐릭터를 조심스럽게 다룬다.
유일한 장점은 ‘한(성강)’을 도미닉의 친구로 등장시켜 외전에 가깝던 3편을 시리즈의 세계관에 편입시켰다는 정도다.
#4 : 1편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 2001)
이 저예산 범죄영화가 이후에 21세기 초 가장 중요한 영화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될 것을 알았을까?1편의 줄거리와 캐릭터, 설정은 <폭풍 속으로 (1991)>을 참조했다.
1편의 진정한 가치는 ‘길거리 레이싱’이라는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을 세운 점이다. 먼 훗날, 탱크와 핵잠수함, 헬기, 우주선, 슈퍼 카들을 고려하면 스케일은 소박하고 싱겁다. 하지만, 속도감 있는 아날로그 액션만큼은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순수하고, 날 것 그대로의 쾌감이 살아있다.
#3 : 6편 더 맥시멈 (Fast And Furious 6, 2013)
레티 오티즈(미셸 로드리게스)를 복귀시키기 위해 기억상실증으로 엉성하게 처리한 것처럼 이 영화는 말이 안 되는 것투성이다. 이제 질주는 뒷전이고, 고급차를 마구마구 ‘파괴’하는 분노에 집중한다. 게다가 이번 빌런도 '도플갱어'다. '팀 돔과 팀 오웬의 단체 대결'이 줄거리 전부이고, 슈퍼 카(심지어 탱크, 수송기까지도)들을 즐비하게 등장시키고 그것을 아낌없이 때려 부순다.
지젤(갯 가돗), 엘레나 네베즈(엘사 파타키)이 퇴장하거나 어정쩡해졌지만, 이 재밌는 난장판을 통해 도미닉 일당은 동료애를 넘어서서 '가족애'로 승화되고, 쿠키 영상으로 3편(도쿄 드리프트)와의 연결 고리도 확보한다. 007시리즈를 본받아 프랜차이즈는 '저예산 레이싱 영화'에서 '첩보 블록버스터'로 체급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2 : 7편 더 세븐 (Furious 7, 2015)
7편은 촬영 중 사망한 폴 워커에 대한 진심 어린 송사와 더 많은 캐릭터와 물량의 인해전술로 밀어부친다. 아제르바이잔 오프닝부터 관객의 시선을 뗄 수 없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액션 시퀀스를 쏟아 붓는다. 제이슨 스타뎀, 토니 쟈, 커트 러셀, 론다 라우지 같은 액션배우 올스타를 동원하고, 관객들이 지루할만하면 중력의 법칙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무지막지한 물량공세가 시청각을 장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질주 7>은 뒷골목 레이싱에서 벗어나 판을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슈퍼 카들의 무한질주'라는 초심을 놓지 않는다.
특수한 프로그램 '신의 눈'을 가진 테러리스트 '제케이드(자이먼 혼수)'를 찾기 위해 '데커드 쇼(제이슨 스타뎀)'을 만났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쇼와의 대결로 치닫는다. 7편부터 시리즈의 스토리가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개별 장면의 뛰어난 완성도에 비해 전체적인 맥락과 개연성은 희생되었지만, 도미닉 패밀리의 캐릭터 드라마만큼은 확실히 챙겼다는 점에서 제임스 완으로써도 쉽지 않은 임무를 훌륭히 처리했다.
#1 : 5편 언리미티드 (Fast Five, 2011)
5편은 프랜차이즈의 '포뮬라(공식)'을 확립된 작품이다. 첫째, <분노의 질주>는 뒷골목 레이싱에서 벗어나 판을 크게 키운다. 둘째, 홉스(드웨인 존슨)가 합류하면서 도미닉 일당의 윤곽이 확립된다. 셋째, 적과 맞써기 위해 '가족' 같은 일당을 지키기 위해 빠르게 질주한다가 줄거리의 전부다.
넷째, 레이스 자체는 볼거리중 하나로 축소되고, 대신에 여타 장르(5편은 하이스트 장르, 6편은 첩보물, 외전은 버디물, 9편은 SF물)를 도입한다. 그밖에 5편의 금고 장면 이후 탱크, 비행기, 드론, 헬기, 잠수함, 우주선을 추가되면서 테스토스테론 연료를 새로이 주입한다. 이로써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현대 액션의 총아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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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블로그 영혼아이 TERU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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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시간을 담아서 학교 배경 영화 -9-
❣️ [Cinelab Curation] ❣️
이번 주에는 새 학기를 맞아 학교 배경 영화들을 큐레이션 해보려고 해요!
새 학기는 언제나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하죠.
어쩌면 익숙해진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놓이는 일이 쉽지 않은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새로움에서 여러분만의 길을 찾기를, 즐겁고 빛나는 시간을 많이 쌓기를 바랍니다.
그럼, 씨네랩 큐레이션과 함게 첫 주 무사히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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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아나 2 |뻔한 레시피, 쉬운 재료, 평범한 플레이팅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른 섬에 사는 부족들을 찾기 위해 꾸준히 항해에 나서던 '모아나'(아울리이 크러발리오). 그녀는 전설적인 항해자이자 길잡이를 뜻하는 '타우타이' 칭호를 받은 직후 고대의 조상이 등장하는 환영을 본다. 인간 세계의 이야기를 지우고자 하는 폭풍의 신 '날로'(토피카 페푸리이)가 숨긴 섬, '모투페투'를 찾아내어 바닷길을 열지 못하면 모아나의 부족이 고사하게 될 것이라는 예지를 받은 것.
이에 모아나는 발명가 '로토'(로즈 마타페오), 농부 '켈레'(데이비드 페인), 이야기꾼 '모니'(후알랄라이 청)와 함께 다시 바다로 향한다. 그러나 모아나 일행은 날로가 보낸 괴물들을 만나 위기에 처하고, 그녀는 타우타이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런 그녀 앞에 오랜 파트너이자 반신반인 영웅 '마우이'(드웨인 존슨)가 나타나고, 그의 격려에 힘입어 모아나는 다시 한번 모투페투를 찾는 여정에 나선다.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6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모아나>. <모아나>의 매력은 신선함이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폴리네시아 신화는 이전까지의 디즈니 작품에서 보지 못한 볼거리였다. 족장의 '후계자'로서 생산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여자 주인공의 등장도 파격적이었다. <겨울왕국>의 엘사, 안나 자매만 해도 전통적인 공주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으니까.
반면에 8년 만에 돌아온 속편 <모아나 2>는 기대보다 걱정이 컸다. 개봉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디즈니의 2024년 1분기 실적 보고회에서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던 속편이 돌연히 극장용으로 전환되었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 전편의 OST를 맡았고, 현재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뉴스도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모아나 2>는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말았다. 전편을 답습하는 데 그친 전반적인 얼개와 스토리, 고막을 유혹하는 데 실패한 OST는 본래 TV용 작품이었던 초안의 방증이나 다름없었다. 예상치 못하게 흥미로운 특이점은 있지만, 그조차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본래 특징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결국 <모아나 2>도 완성도 측면에서는 <스트레인지 월드>와 <위시>로 이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진을 끊어내지 못했다.
익숙한 이데올로기를 담은 환상
개봉 전에 <모아나 2>에서 보고 싶었던 장면을 하나만 꼽자면 카누를 타고 망망대해를 시원하게 가르는 모아나와 독수리로 변신해 그 위를 날아가는 마우이의 투샷일 것이다. 그런데 <모아나 2>는 이 장면에 예상치 못한, 하지만 디즈니라서 자연스러운 함의를 불어넣었다. 폭풍의 신 날로의 방해를 뚫고 모투페투 섬을 찾아서 자유로운 바닷길을 열어야 하는 모아나의 항해가 '항행의 자유 작전'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승전한 후 지금까지도 미 해군은 서방 진영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했다. 국가 간 무역을 활성화해 시장 경제를 키우며 자국 중심 질서를 정립한 것. 근래 중국처럼 이를 방해하려는 세력이 나타나면 군사 작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모아나 2>는 놀라울 만큼 현실적인 작품이다. 모아나는 미 해군, 마우이와 동료들은 미국의 동맹국, 날로 신은 중국처럼 항행의 자유를 방해하는 국가에 정확히 대응되기 때문.
물론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 해석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바닷길의 중요성은 미국만의 가치가 아니며, 바다를 통한 소통과 교류는 역사를 발전시키는 핵심 원동력이었으니까. 명나라가 정화의 원정 이후 돌연 바닷길을 포기한 이후 서구 열강이 중국의 국력을 추월한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따라서 바닷길을 끊어서 인간 세계를 암흑 속에 빠트리려는 날로의 존재는 인류 문명 공통의 공포이자 두려움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모아나 2>는 어디까지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디즈니는 대공황 이후부터 미국 사회가 추구하고 유지할 가치와 윤리를 충족시키는 환상 속에서 재미와 쾌감을 추구한 스튜디오였으니까. 자연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미국식 이데올로기를 은연중에 관객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맡아 왔다. 그렇기에 <모아나 2>가 보여주는 모험과 항해를 미국 중심적 시각에서 이해해도 무리는 아니다.
신화로 가린 이데올로기
다만 미국 패권에 대한 은유는 전면에 부각되지 않는다. <모아나 2>가 전편의 미덕을 본받아 인간 영웅이라는 신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 대다수 신화는 초자연적 존재를 조력자나 대적자로, 인간 영웅을 주인공으로 묘사하는 공통의 작법을 공유한다. 대체로 신적 존재는 아무리 강해도 여러 제약이 있다. 그렇기에 금기로부터 자유로운 인간만이 신과 인간 세계 양쪽을 넘나들면서 모험을 펼치고, 운명을 성취한다.
<모아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다'와 같은 강대한 존재도 세계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 대신 모아나를 영웅으로 낙점하고, 그녀가 좌절하거나 포기하려 할 때마다 간접적으로 도울 뿐이었다. 남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이 공통적으로 숭배하는 영웅, 마우이로부터 항해술을 배우도록 난파된 모아나의 배를 그의 섬으로 이끌어주는 식이었다. 모험을 계속할지 말 지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모아나의 몫이었다.
<모아나 2>도 마찬가지다. 전편이 반신반인이 아닌 인간의 모험이라는 콘셉트를 제시했다면, 속편은 이를 구체화한다. 날로와 전투를 펼치는 클리아맥스가 대표적이다.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는 가운데, 모아나는 자신과 마우이의 역할을 바꾼다. 날로가 능력이 더 뛰어난 반신이 아니라 오직 인간만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 이는 뻔할 수 있었던 후반부를 변주시키며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원동력이 된다.
아는 맛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안타깝게도 <모아나 2>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우선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은 전편을 답습했다. 고향 모투누이 섬에 위기가 닥치는 환영을 본 모아나. 선조들이 발견하지 못한 전설 속의 섬을 찾아내지 못하면 부족 사람들이 모투누이에서 고립된 채 고사할 것이라는 예지를 받자 그녀는 다시 한번 항해에 나선다. 이는 모투누이에 찾아온 재앙을 풀기 위해 항해를 떠난 전편과 다를 게 없다.
발단 이후의 전개도 전편과 거의 동일하다. 서로 떨어져 있던 모아나와 마우이는 항해 도중에 합류해서 다시금 한 팀을 이룬다. 최종 빌런을 마주하기 전에 한 차례 실패를 겪는 것도, 좌절한 일방을 다른 일방이 위로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도 유사하다. 단지 전편에서는 모아나가 마우이를, 속편에서는 마우이가 모아나를 일으켜 주는 게 다를 뿐이다.
물론 기시감을 옅게 만들려는 시도는 있다. 돼지 '푸아'와 닭 '헤이헤이'에 더해 모아나의 여동생 '시메아', 동료 선원 모니와 로토 등에게 적잖은 분량을 부여하고, OST에서도 로토에게 래퍼 역할을 맡기는 식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모아나와 마우이의 분량이 줄면서 도리어 그들의 캐릭터성이 평면적으로 변한다. 일례로 전설적인 길잡이의 칭호까지 받은 모아나의 내적 갈등은 스케치 수준으로 스쳐 지나간다.
귀가 허전해
마지막으로는 음악의 쾌감도 전편에 미치지 못한다. 더 이상의 검증이 불필요한 린 마누엘 미란다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그는 모아나가 항해에 나서기로 결심을 굳힐 때 부르는 노래인 'How Far I'll Go'를 작사, 작곡하면서 <모아나>의 흥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바 있었다. 엘사가 부른 'Let It Go'가 <겨울왕국>을 상징하듯이, 'How Far I'll Go' <모아나>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했으니까.
린 마누엘 미란다가 제작에 불참한 <모아나 2>는 'How Far I'll Go'와 같이 뇌리에 각인될 만한 OST를 들려주지 못했다. 두 번째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Beyond'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지만, 이전 곡과 같은 임팩트를 주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물론 노래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편에서 모아나가 항해에 나서기까지 겪은 역경만큼 극적인 전개를 속편이 고안해내지 못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에 가깝다.
귀가 허전한 아쉬움을 비주얼로 만회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클라이맥스 전투 시퀀스는 확실히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모아나의 카누가 거대한 파도를 빗겨 타는 순간을 4d로 본다면 마치 서핑을 하는 듯한 쾌감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음악의 아쉬움을 온전히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클라이맥스 외의 장면에서는 특별히 놀랄 만한 장면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모아나 2>는 쿠키 영상에서 예고하는 3편을 위한 징검다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듯 싶다. 그와 동시에 과연 <모아나 2>가 징검다리 역할을 온전히 해냈는지는 끝나는 순간까지도 의문이다. 세 번째 애니메이션보다는 약 1년 반 뒤에 개봉할 <모아나> 실사 영화가 더 궁금해지니까.
Acceptable 무난함
디즈니가 디즈니한 무색무취한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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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조경의 창조주인 하나님을 닮고 싶어 하는 조경가 정영선!
영화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개봉 일자: 2024년 04월 17일
출연진: 정영선
시놉시스
조경가 정영선은 대한민국 곳곳의 도시에서 자연 경관을 조경해왔다. 정영선의 작품들 중에는 식물들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많다고 한다. 그중에 서울의 도심 속에 있는 선유도 공원부터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이 있고 서울아산병원 신관 앞에도 조경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다녀간 발자취에는 수많은 식물들의 정원이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조경가 장영선의 자연 사랑!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점인 사계절을 토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컨셉에 따라 정영선이 만든 조경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건 식물인데 식물에게 말을 걸고 식물을 살아있는 존재로 본다. 또한 장영선의 조경 컨셉은 삭막한 도심 속이나 건물들 사이로 식물들이 살아있는 자연의 위대함을 자아낸다.
자연을 감상하며 느낀 영감을 조경 설계도에 색칠하고 그것을 자신의 조경 업체 직원들과 함께 만든다. 굵은 색연필로 칠하는 그녀의 정성 들인 작업에는 조경에 대해 얼마큼 진심인가를 보여준다. 세세하고 꼼꼼한 그녀의 조경 솜씨는 같이 일하는 사람도 10년이 넘어야지 알아듣는다고 할 정도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추구하며 사는 삶이란?
조경가 장영선이 추구하는 건 미래의 아이들에게 병든 지구가 아닌 자연과 함께하는 지구를 선물해 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손자에게도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기 위해 자신이 일궈놓은 꽃밭에서 놀게 해주고 꽃의 씨앗을 심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녀가 추구하는 건 아파트가 빽빽한 도시 경관이 아닌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경관이다.
정영선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보고 돌아다니며 옛 선비들이 서로 시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생각난다며 자연은 하나님이 만든 위대한 조경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정영선은 처음에 자신이 시인이 될 줄 알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시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조경 작업에 있어서도 시인들의 시를 인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인트로에서 나오는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은 보는 관객들에게 조경가 정영선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풀이 눕는다
비를 돌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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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삶으로 '인간 대우'에 대해 돌아보다
모두의 삶에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난 성매매와 노출될 일이 없다. 당연히 평범한 일반인들이 성매매를 할 일이 없지만 이건 나의 개인적 에피소드와도 관련이 있다. 어느 길거리를 걸어가다 어떤 할머니가 '학생! 여자 있어!'라고 한 걸 듣고 갑자기 겁이 나서 와다다 도망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성매매에 노출될 일이 없다기 보단 그때의 기괴했던 사건을 생각하면 가까이하기 싫은 게 정답이다.
그래서 성매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나 책에서 포르노 배우에 대한 묘사를 몇 번 보긴 했다. 당연히 이들도 사람이다. 뭐 인스타그램에 노출이 있는 사진을 올린다고 해서 이상한 일들을 겪어야 한다는 자격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보라고 올린 것 맞는데, 그걸 입 밖에 실제로 꺼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또 다른 차원 아닌가? 이는 사실 외국의 몇몇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많은 유명 셀럽들은 매력 있는 남자, 여자라는 이유로 성희롱을 당한다. 당장 네이버에 'dm 성희롱'이라 검색하면 기사가 몇 개 보인다. '무언가를 선택해서(유명해져서) 나쁜 일을 겪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 좀 잔인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들도 선택지를 고르기 이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인도에 한 여성 정치인이 이와 관련해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로 가보자.
실제로 있었다고 하는 몇몇 사건들
1960년대 인도다. 변호사 아버지 아래에서 유복하게 자랐던 강가. 강가는 남자친구 한 명이 있다..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강가. 강가는 애인의 제안에 뭄바이로 향하게 된다. 근데 그것은 뭄바이로 향하는 길이 아니었다. 애인을 사창가로 팔아넘겼던 강가의 남자친구. 한 순간에 모든 게 사라졌다. 꿈과 목적까지 잃어버린 강가. 유곽에서 하고 싶지도 않았던 일을 하며 남자를 대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어쩔 때는 두들겨 맞기도 하는 강가. 그녀에겐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돌아갈 길 같은 건 없다. 이미 돌아가도 가족들에게 손가락질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멍투성이의 얼굴과 함께 지역 마피아에게 향한다. 복수를 원하는 강가. 복수는 보기 좋게 성공한다. 강가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이 지역의 짱이 되겠다는 다짐을 아로새긴다. 많은 돈을 모으고, 같은 편의 사람들을 영입하며 점점 성장하는 강가. 영화는 강가라는 이름이 강구 바이가 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한 여인의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해가 되는 소재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야한 장면 안 나온다. 영화의 후반부에 특정 인물의 연설 장면을 말하기 위해서 불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사람과 사람을 때리는 장면은 몇 번 나온다. 이 외에는 잘 짜인 스릴러라고 생각이 들었다. 인도라는 낯선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가 잘 감겨서 촘촘했다. 그런데 앞에서 적었던 영화의 하이라이트 신이 굳이 필요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며 들 수 있는 생각은 연대와 주체성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 두 요소들을 낯설 수도 있는 인물을 통해서 무언가 뭉클하게 전달한다. 잘했다. 각본이나 디렉팅을 맡았던 제작진 분들은 좋은 선택을 골랐다. 그런데 굳이 그런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지가 전부였을까? 싶다. 얼핏 보면 그녀를 그렇게 만든 세상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녀가 매력적인 정치인이고, 또 자기와 같은 피해자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만 묘사해도 영화는 충분했다. 그런데 굳이 하이라이트 신에서 자극적인 단어가 나온다. 솔직히 불필요했다. 품위와 존엄성은 이 영화가 19금 코드를 적당히 묘사했다는 점에서 충분하다고 느낀다. 성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으니 나름의 품위가 생기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 전개 상으로 후반부 한 10분은 컷 하거나 적당히 줄였다면 극을 보는데 깔끔했을 것 같다.
눈치 보며 춤추기
인도 영화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세 얼간이>이다. 알 이즈 웰! 잘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로 웃고 춤췄던 인도 영화. 그냥 뮤지컬 영화니까 이런 거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일부만 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도 영화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부분이 개연성 없이 마구 난사된다는 것들을 몇 번 읽었다. 인도 영화라는 넷플릭스의 분류 등급을 읽기 이전에 염려부터 했다. 마피아 퀸이라는 부제만 봐도 이 영화는 범죄/스릴러인데 갑자기 춤추고 노래할까 무서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잘 만들었다. 이런 요소들을 아예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있을 때 들어갔고, 없을 때 없다. 그러니까 극을 볼 때 나 같은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각본을 쓴 사람이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본 티가 난다.
밝은 건 밝고 어두운 건 어둡게
또한 이 영화하면 생각나는 강점은 색감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와는 대조되는 흰 옷은 곳곳에 자주 쓰인다. 정치인으로 연설할 때, 최후 반부 엔딩신, 유곽에 잡혀온 애들을 해방해줄 때 등등 뭔가 감독이 인물들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이 들 때 흰 옷이 나온다. 감독이 인물의 의상으로 처지를 비유한 부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뒷배경에서 탁한 세트장을 고른 점이나 촬영했던 카메라 렌즈까지 색채 대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연대로 함께 나아가다
앞에서도 썼듯 영화의 주요 소재는 연대다. 그리고 부제는 '마피아 퀸'이다. 그러니까 영화의 주인공 강구 바이는 마피아와 연대를 한다. 이 마피아는 주로 남자로 묘사된다. 만약 마피아까지 여성으로 묘사됐다면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마피아들의 성격이 나름 합리적인 부분이 있는 점이나 선한 남성 캐릭터도 출연했다는 부분은 감독이 단순히 여성 서사만을 중심으로 극본을 짜지 않았다는 것이 충분하다. 뭐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묘사를 중심으로 쓰는 게 주요 플롯인 것은 맞다. 그러나 영화는 절대 이 사람들과의 연대가 현재 사회가 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전부 다 해결할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보시면 안다.
좋은 퍼포먼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도 배우다. 인도 여배우를 다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 봤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당차고 씩씩하게 여러 관문들을 격파하고 성장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몰입이 되게 탁월한 묘사가 돋보였다. 만약 인도에도 영화 시상식이 있다면 상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엔딩의 눈빛 연기에선 뭉클함도 있다. 또 주조연으로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도 당시 인도에 대한 묘사가 강점으로 잘 발휘되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영화 자체가 1960년대 인도 묘사를 적절히 잘해놔서 그냥 무난하게 보기 좋은 영화다. <오징어 게임>이 성공한 것처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있으니 다른 나라의 창작물들을 보게 되니 이런 건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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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와 로키타/Tori et Lokita, 2023>
다르덴 형제의 신작 <토리와 로키타>를 시사회를 통해 관람하고 왔습니다. 요새 씨네랩에서 좋은 영화들의 시사회를 많이 열더라고요. 덕분에서 좋은 작품들을 일찍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껏 탁월한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왔던 다르덴 형제인 만큼, 이번 <토리와 로키타>도 굉장히 훌륭한 영화입니다.
<토리와 로키타>는 다르덴 형제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애절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벨기에 체류증을 두고 벌어지는 남매의 모습을 담은 이 이야기는 내내 처절하다가 끝내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할 무력감을 선사하는데, 이제껏 희망과 성장을 이야기했던 다르덴 형제가 사회의 치부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다고 일종의 해답을 내놓지 않는 다르덴 형제의 태도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법을 꿰뚫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르덴 형제의 바로 전작인 <소년 아메드>에서는 파죽지세로 달리는 듯하다가 갑작스레 희망을 보는 듯한 태도가 약간은 아쉬웠는데, <토리와 로키타>에서는 이 둘의 발자취를 담담하게 따라가는 카메라의 활용이 굉장히 탁월합니다. 그저 목격자의 역할을 하는 듯한 <토리와 로키타>의 카메라는 그들이 겪는 풍파를 옆에서 고스란히 바라보는 듯이 만듭니다. 마치 <아들>에서 보여주었던 카메라의 경이를 다시 목도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르덴 형제는 <토리와 로키타>에서 이전의 작품과 달리 사회의 악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영화 내내 토리와 로키타는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그들을 착취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을 벨기에로 들여보내 준 브로커, 심지어는 그들의 엄마까지 토리와 로키타를 돕기는커녕 그들의 돈만 원할 뿐이죠. 이 둘은 결정적인 순간에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데, 이후 맞이하는 영화의 가장 아릿한 장면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다르덴 형제는 이 영화를 통해 사회 곳곳에 만연한 무시와 단절이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존재라는 것을 담담하지만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기도 한 파블로 쉴스와 조엘리 음분두의 연기는 매우 생생하고 탁월하게 영화에 깃들여져 있어 이 감동적인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이외에도 종종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에서 모습을 비추었던 조연들도 좋은 연기로 작품을 탄탄하게 받쳐줍니다.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만큼이나 훌륭한 영화고, 매번 전작들 사이에서 다시금 변주해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5월 10일에 개봉하는데, 꼭 보셨으면 하는 작품 중 하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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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뭔가 끊긴 느낌이라면 이 영상에서 뒷부분을 알려드립니다(*스포일러) | 듄 리뷰 | 듄 영화리뷰 | 듄 설명 | 듄 분석 | 듄 스토리 | EBS | 듄 결말포함 영화리뷰
? '듄(DUNE)' 리뷰 - Part2 스토리 결말포함 영화리뷰(*스포일러)
-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1984년 영화 '듄' 기초 요약
- 1984 영화 '듄' 비하인드 스토리 소개
- 듄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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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함께2 인과 연, 존버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 영상엔 스포일러가 아주아주 가득합니다!
** 영화에 대한 '무분별한' 비하나 비난의 의도는 없습니다.
신과 함께2 : 인과 연이 개봉했습니다.
1편에선 신파 함께로 실컷 놀림 받았는데,
2편은 뜬금없는 쥬라기월드와 존버로 기억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그래도 이 영화는 성공할 겁니다.
그리고 3편이 나올...#신과함께인과연 #패러디 #신과함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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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직한 후보2> 티저 예고편
거짓말 못하는 ‘진실의 주둥이’ 컴백! 이번엔 2명?!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며 쫄딱 망한 백수가 된 ‘주상숙’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 일이 뉴스를 타며 고향에서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정직하면 할수록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앞에 다시 뻥쟁이로 돌아간 그 순간, ‘주상숙’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진실의 주둥이’! 이번엔 ‘주상숙’의 비서실장 ‘박희철’까지 주둥이가 쌍으로 털리게 되는데... 재미도 2배! 웃음도 2배! 주둥이 대폭발 코미디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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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오쿠> 공식 예고편
넷플릭스 시리즈 《오오쿠》, 전 세계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요시나가 후미 원작 《오오쿠》의 첫 애니메이션 작품! 남녀가 역전된 화려한 에도에서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