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7-08 11:46:48
7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탈주> 개봉 주 누적관객수 70만 돌파!
" 살아도 내가 살고 죽어도 내가 죽는다 "
<탈주> 명대사
<탈주>가 개봉 첫 주 누적관객 수 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개봉 첫 주 1위에 오른 <탈주>는 개봉 2일차에 <인사이드 아웃 2>에 밀려 2위로 하락했으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핸섬 가이즈>가 전주와 동일하게 3위에 머물렀습니다.
<핸섬 가이즈>의 손익분기점은 100만 명이며 현재 96만 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은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미니언즈 4>가 개봉하면서 <인사이드 아웃 2>를 밀어내며 1위로 올랐으며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3위로 밀려나며 큰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탈주 줄거리
“내 앞 길 내가 정했습니다”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군부대.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은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북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는 철책 너머로의 탈주를 준비한다.
그러나, ‘규남’의 계획을 알아챈 하급 병사 ‘동혁’(홍사빈)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고, 말리려던 ‘규남’까지 졸지에 탈주병으로 체포된다. “허튼 생각 말고 받아들여. 이것이 니 운명이야”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을 탈주병을 체포한 노력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사단장 직속보좌 자리까지 마련해주며 실적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규남’이 본격적인 탈출을 감행하자 ‘현상’은 물러설 길 없는 추격을 시작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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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문명과 야만의 경계
영화 정보
감독: 타티아나 마수 곤살레스 (Tatiana MAZÚ GONZÁLEZ)
제작국가: 아르헨티나
제작연도: 2024년
상영시간: 90분
장르: Experimental
상영 형식: DCP, 컬러/흑백
상영 섹션: 프론트라인
Korean Premiere
시놉시스
부에노스아이레스시와 교외의 경계에 위치한 교차로. 경찰의 손에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일상의 이미지와 부딪힌다. 그녀의 투쟁과 목소리는 그들이 함께 상상했던 쥘 베른의 가상 세계를 그려낸다.
리뷰
다큐멘터리 <모든 문명의 기록>은 한 개인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시작으로 국가가 가행한 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시적인 상상과 강렬한 사실로 엮어낸다. 감독 타티아나 마수 곤살레스는 실종된 10대 소년과 그의 어머니 이야기를 통해, 한 국가가 어떻게 자국민을 억압하고 희생시키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이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사건은 비극적이고 충격적이다. 아들이 경찰에 의해 구타당하고 실종된다. 그러나 국가와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들의 폭력을 ‘민주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이는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국가가 빈민층에 대해 저지르는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에 주목해야한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국가는 보호자가 아닌 억압자, 심지어 가해자 역할을 한다. 아들을 잃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경찰을 찾아가거나, 기다리거나, 울부짖는것 밖에 할 수없을 정도로 무력하다. 이는 국가 폭력의 비극을 여실히 드러낸다. 더구나, 경찰이 저지른 범죄는 고작 10년형이라는 형량으로 끝난다. 이는 국가의 폭력과 그에 대한 처벌의 불균형, 정의의 결여를 극명히 보여준다. 아들은 죽어서 돌아오지 않는데, 가해자는 10년 뒤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국가 권력의 야만성과 불공정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타티아나 마수 곤살레스 감독은 이러한 비극을 기록하면서도 그녀는 쥘 베른의 상상 세계를 차용한다. 관객에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보여준다. 쥘 베른의 작품은 종종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탐험과 호기심을 상징한다. 이는 현실의 억압과 비극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강렬한 욕망을 반영한다. 쥘 베른의 세계는 현실에서 빼앗긴 아들과의 연결을 상상 속에서 회복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상상과 현실을 교차시키며 관객에게 더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발터 벤야민이 ‘모든 문명의 기록은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라고 말했듯이, 영화는 국가 폭력이라는 야만이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되고 정당화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와 동시에, 문명은 이러한 폭력을 기록하며, 잊지 않으려는 노력 또한 포함한다. 이 기록은 과거의 사건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경고로 작용한다.
<모든 문명의 기록>은 국가 폭력과 개인의 상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저항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러한 작은 불꽃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아무리 억압적이고 부당한 현실이라 해도, 기억하고 기록하며 저항하려는 인간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상영 일정
2025년 5월 1일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9관
2025년 5월 5일 17:30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2025년 5월 9일 14:30
CGV 전주고사 5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 2025.04.30 ~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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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4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육사오>의 개봉부터
독립 영화 <말아>, <코코순이>의 개봉까지!
그럼 8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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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육사오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한국 | 113분
감독: 박규태
출연: 고경표, 이이경, 음문석 등
개봉: 2022.08.24
배급: 씨나몬(주)홈초이스, 싸이더스
줄거리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당첨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
관전 포인트
코미디 연기로 유명한 배우들의 총출동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육사오>.
시사회로 영화를 미리 본 관객들의 평도 대부분 좋아 많은 관객을 모을 것으로 예상한다.
신파도 없고 웃음 타율 좋은 영화이다.
불릿 트레인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26분
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브래드 피트, 조이 킹, 애런 존슨 등
개봉: 2022.08.24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운이 없기로 유명한 킬러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는 초고속 열차에 탑승해
의문의 서류 가방을 가져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생각보다 쉽게 미션을 클리어한 후 열차에서
내리려는 그를 가로막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세계에서 몰려든 초특급 킬러들!
열차에서 내릴 수 없다면 목숨을 걸고 가방을 지켜야만 한다.
과연 '레이디버그'는 무사히 열차에서 내려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까?관전 포인트
유명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데드풀 2>, <분노의 질주: 홉스 & 쇼> 데이빗 레이치 감독이 만나 화제를 모은 작품!
주연으로 조이킹, 애런 테일러 존슨, 브라이언 헨리 배우 등이 나오며, 특별 출연으로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로건 레먼까지
등장해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큐브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일본 | 109분
감독: 시미즈 야스히코
출연: 스다 마사키, 오카다 마사키, 안 등
개봉: 2022.08.24
배급: (주) 디스테이션
줄거리
이유도 모른 채 텅 빈 정육면체의 공간에서 깨어난 사람들.
알 수 없는 규칙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방을 넘어
탈출하려 하지만 숨겨져 있던 함정에 의해 하나 둘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
가까스로 살아 남은 6명의 생존자,
살아남기 위해선 함정을 피할 수 있는 규칙을 찾아내야만 하는데…관전 포인트
밀실 호러 장르 레전드로 손 꼽히는 영화 <큐브>가 25년만에 공식적으로 리메이크 허락이 나게 되었고,
스릴러, 공포 장르로 유명한 일본에서 제작하게 되었다. 또한, 스다 마사키, 오카다 마사키, 안 등
탄탄한 출연진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귀멸의 칼날: 아사쿠사 편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3분
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출연: 하나에 나츠키, 키토 아카리 등
개봉: 2022.08.25
배급: BoXoo 엔터테인먼트
줄거리
귀살대에 입대한 탄지로는 매일 소녀가 실종된다고 하는 마을로 향한다.
혈귀의 냄새는 나지만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가운데, 새로운 소녀에게 혈귀의 손이 다가온다.
그다음으로 탄지로가 방문한 곳은 아사쿠사. 화려한 도시와 즐비한 상점에 당황하는 탄지로는 그곳에서 혈귀의 냄새를 찾아낸다.
그 냄새는 인간을 혈귀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탄지로의 숙적이기도 한 키부츠지 무잔의 것이었다.
이윽고 탄지로의 앞에 타마요와 유시로가 나타나는데…관전 포인트
한국에 두터운 팬층을 가진 <귀멸의 칼날> 시리즈.
스페셜 극장판 중 두 번째 시리즈인 <귀멸의 칼날: 아사쿠사 편>에 이어
세 번째 시리즈인 <귀멸의 칼날: 장구저택 편>이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정주행을 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번 편부터 관람한다면 좋을 것 같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네이버 영화
개요: 로맨스 | 노르웨이 | 128분
감독: 요아킴 트리에
출연: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등
개봉: 2022.08.25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간다.관전 포인트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풍성을 입증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한국에서도 벌써 SNS 상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코코순이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125분
감독: 이석재
개봉: 2022.08.25
배급: 커넥트픽쳐스(주)
줄거리
1942년 5월, 조선군사령부의 제안으로 일명 파파상, 마마상 부부가 전국을 돌며 취업을 빌미로 부상 병사들을 돌볼 여성을 모집해
부산, 대만, 싱가포르를 거쳐 미얀마에 위치한 일본군‘위안부’ 수용소로 보낸다.
1944년 8월, 연합군과 중국군에 밀린 일본군과 붙잡힌 조선인 여성들은 연합국의 포로가 되어 통역도 없이 일어와 영어로 심문 받은 후 인도 각지로 흩어진다.
그리고 발견된 이들 조선인’위안부’ 20명에 대해 기록한 미 전시정보국 49번 심문보고서에는 “조선인’위안부’는 돈 벌이에 나선 매춘부”라는 것.
20명 중 행적을 알 수 있는 단 한 명, ‘코코순이’라는 이름의 단서를 추적해 왜곡된 기록 속에 감춰진 진실을 밝힌다!
관전 포인트
영화 <코코순이>는 KBS 탐사 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의 촬영팀과 제작팀이 참여하고,
이석재 기자가 연출을 맡은 르포무비이다. 2022년 올해는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통과
15주년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기림의 날)' 공식 제정 10회차가 되는 해이기도 해
2022년 영화의 개봉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말아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76분
감독: 곽민승
출연: 심달기, 정은경, 우효원
개봉: 2022.08.25
배급: 인디스토리
줄거리
전염병 유행으로 집에만 콕 박혀 있는 청년 백수 ‘주리’
배고픔도 실연의 아픔도 모두 집에서 해결한다
어느 날 자취방을 부동산에 내놓았다는 연락과 함께
엄마의 김밥집을 운영하라는 미션이 주어지는데…관전 포인트
영화 <말아>는 팬데믹 상황을 이야기 안에 담아 시대적 상황에 맞추며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하였다.
심플한 스토리와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난 심달기 배우가 만나 더욱 특별하며 싱그러운 청춘 영화가 탄생했다.
OTT 공개 예정작
서울대작전
ⓒ 넷플릭스
개요: 액션 | 한국 | 138분
감독: 문현성
출연: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박주현 등
공개: 2022.08.26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1988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질주극
관전 포인트
배우들의 끈끈한 케미스트리와 짜릿한 카체이싱 액션이 매력적인 영화!
게다가 1988년을 그대로 재현해 그 시대 감성까지 자극하게 될 영화이다.
이미 출중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이 출연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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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의 칼은 백성에게, 백성의 칼은 적에게
과거 한국 사회는 양반과 노비로 철저하게 나뉜 계급 사회였다. 이런 계급적 대비는 많은 한국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곤 했다. 예를 들어 <사도>는 왕과 그의 일족이 주인공이 되어 왕권의 억압과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관상>은 다양한 계급의 인물들이 얽히며 당시 사회 구조의 이면을 드러낸다. 또 <변호인>은 권력자와 일반 국민의 대립을 현대적 맥락에서 보여주면서, 권력과 억압 속에서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억눌려 있는지 조명한다. 이런 계급적 대립 구도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기반으로 하여 관객들에게 친숙한 주제를 다루며,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극적인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전, 란> 역시 양반과 백성 간의 대립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불일치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양반과 노비의 갈등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양반과 노비가 서로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포함이 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서로가 섞일 수 있는지,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는 양반인 종려(박정민)와 노비인 천영(강동원)이 등장하여 그들의 관계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통해 당시 임진왜란 시기의 복합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명한다. 양반과 왕, 그리고 노비들이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서로 엇갈리는 모습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계급과 권력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첫 번째 감정: 노비 천영의 허망함
천영은 억울하게 노비가 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양인이었지만, 가난 때문에 어머니가 노비로 팔려가면서 천영도 덩달아 노비가 되고 만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압된 삶을 살게 된 천영은,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하면서 삶의 허망함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 자라왔기에, 그가 느끼는 세상은 차갑고 무의미한 곳이었다. 모든 행동에 감정이 없는 듯 보이는 천영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쌓인 허무함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인물로 그려진다.
천영은 양반 계급에 대한 분노를 내면에 쌓아가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다른 노비들과 깊은 연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부정하고 싶어하며, 자신이 노비라는 사실에 대한 억울함과 허무함 속에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도망치고자 한다. 천영은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이를 통해 양반인 종려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대신 과거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천영의 내면에 있는 허망함은 더욱 커진다. 그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압박감을 느끼는 종려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결국 자신의 노력이 종려를 왕의 최측근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되면서 더욱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천영의 삶은 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수록 그 결과가 다른 사람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점점 더 깊은 무력감에 빠져든다. 천영에게 삶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며, 그의 존재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진다. 그의 허망함은 단순히 억울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이용당하는 현실 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점에서 천영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며, 그의 내면은 점점 더 차갑고 어두워져 간다. 변해가는 그의 모습에서 점점 어둡고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일반 백성과 노비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두 번째 감정: 종려의 분노
종려는 계급적 위선이 없는 인물로, 천영과 더 가까이 지내고 싶어한다. 양반으로 태어났지만 권력욕이 많지 않은 종려는, 백성이나 노비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과 공감하고자 노력한다. 영화 전체에서 종려는 양반 중에서도 비교적 순수하고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양반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노비와 함께하고 싶어하며, 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종려의 태도는 천영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나며, 그는 천영을 단순한 노비로 보지 않고 진심으로 친구로 대하려고 한다.
그러나 시대적 강요에 의해 종려의 삶은 달라지게 된다. 그는 원치 않게 벼슬을 가지게 되고, 왕의 곁에서 권력자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종려는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는 권력자들의 위선을 보면서도 특별히 노비나 백성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에 대한 연민과 인식 개선을 바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상은 점점 현실의 무게에 눌리게 되고, 그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노비들의 반란이 일어나면서 종려의 상황은 급격히 바뀐다. 반란 속에서 그의 가족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종려는 그 충격과 슬픔 속에서 결국 권력자들의 위선을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왜군이 쳐들어오면서 왕과 권력자들을 호위하며 도성을 떠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이 장면에서 종려는 처음으로 제대로 칼을 휘두르게 되는데, 그 칼끝은 모두 백성들을 향하고 있다. 분노에 사로잡힌 종려는 자신도 모르게 권력자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며, 백성들을 억압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그의 변화는 시대의 무게에 짓눌려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선한 마음과 좋은 의도를 가졌던 인물이라도, 하나의 오해와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백성들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세 번째 감정: 왕의 위선
<전, 란>에서 천영과 종려의 관계가 중심에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왕 선조(차승원)의 위선이다. 영화 속 선조는 당시 백성들의 고통과 왜군의 침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불타버린 왕궁을 다시 화려하게 재건하는 것이며, 백성들이 따르는 장군이나 영웅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다. 그는 백성들이 자신 이외의 영웅을 따르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는 백성들이 오직 자신만을 우러러보기를 원하며, 그들이 다른 누군가를 영웅으로 여기면 그것을 견디지 못한다. 전쟁 중에도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며, 전쟁의 영웅들과 백성들의 목숨을 가볍게 여긴다.
왕의 모습은 전쟁 속에서 백성들을 위해 싸우는 다른 인물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천영과 종려가 각자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동안, 왕은 오직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한다. 이러한 왕의 위선적인 모습은 종려와 같은 양심적인 벼슬아치들조차 악당으로 변하게 만든다. 왕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신하가 있으면 쉽게 그들을 처형해버리며, 백성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을 위한 정치를 펼친다. 이는 결국 권력이 어떻게 사람들을 변하게 만들고, 그 권력이 백성들에게 어떤 고통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왕의 위선은 현재의 정치 상황과도 연결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권력자들이 백성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선조의 모습은 권력의 본질이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권력자들의 위선이 백성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권력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며, 관객들에게 권력의 본질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양반과 노비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영화 <전, 란>은 나라를 위해 싸우는 노비 천영과 백성들을 베는 양반 종려를 대비시키며, 역사와 사회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천영은 노비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고 나선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사회가 그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갔다. 종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스스로 양반이라는 계급을 선택한 것이 아니며, 권력을 원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관직을 얻고, 계급적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상황은, 마치 임진왜란이라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아무도 얻은 것이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듯하다.
특히 천영과 종려는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친구로서 서로를 바라보며, 그 관계는 매우 애틋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적이 되어야 했던 그들의 눈빛은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김상만 감독의 연출로, 당시 시대의 혼란과 인간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뛰어난 색감과 캐릭터 대비를 통해 잘 표현해냈다. 강동원과 박정민, 그리고 차승원 등의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액션 장면들은 그들 간의 갈등과 시대적 배경을 잘 반영하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시대적 상황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권력과 억압,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간의 연대와 고뇌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역사적 배경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길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qTnCGpfn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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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멸망했지만, 아이는 자란다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다. 28년 전과 지금을 나란히 놓고 보면, 전혀 다른 시대처럼 느껴진다. 기술이 바뀌고, 말투가 바뀌고, 사람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결도 완전히 달라졌다. 변화란 겉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감정도, 생각도, 그걸 담아내는 방식도 점점 다르게 진화해왔다.
영화 <28년 후>는 그런 변화의 끝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28년 전 바이러스가 퍼졌던 영국은 아직도 멸망 직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은 태어나고, 자라고, 어른이 된다. 12살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섬에서 자라며 사회의 끝자락을 살고 있다. 본토는 여전히 감염의 위험이 남아 있지만, 그곳으로 나아가는 건 일종의 성장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밀물이 빠질 때 잠시 드러나는 길 하나를 통해 본토에 갈 수 있다. 영화는 그 위험한 여정의 시작과 함께, 스파이크가 처음으로 느끼는 ‘진짜 삶’의 감정들을 풀어낸다. 그것은 생존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성장을 둘러싼 아주 깊고 복잡한 감정의 이야기다.
[첫 번째 감정] 스파이크의 두려움
스파이크가 처음 본토로 나가는 장면은 단순한 탐험이 아니라 하나의 통과의례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발을 내딛는 그 길 위에서, 그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실감한다. 아직 어린 나이의 그는 좀비보다도 그 공기 자체를 무서워한다. 밀물이 빠져 생긴 좁은 길을 따라 도달한 본토는 텅 빈 폐허처럼 보이지만, 언제 어디서든 위험이 튀어나올 수 있는 불확실한 공간이다. 아버지는 그런 두려움에 익숙해지라고 말하지만, 익숙해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스파이크는 실제로 좀비를 마주하고, 놀라고, 실수하고, 덜덜 떤다. 그 긴장은 그의 몸 전체를 휘감고, 카메라는 그 떨림을 아주 가까이에서 따라간다.
그러나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 두려움이 단일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영화 후반부, 스파이크가 또다시 본토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단순한 모험심이 아니다. 이제는 병든 엄마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두려움’이 그를 이끈다. 그는 이제 안다. 세상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잔혹하고,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상실을 감당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다.
이렇게 두려움은 점점 형태를 바꾼다. 좀비에 대한 공포에서, 가족을 잃는 상실의 공포로. 그리고 결국 그 두려움은 스파이크를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게 한다. 그는 다시 본토로 향한다. 그건 누가 시킨 일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아마도 그 순간, 우리는 스파이크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된다.
[두 번째 감정] 엄마 아일라의 사랑
스파이크의 엄마 아일라(조디 코머)는 몸 어딘가가 아파서 늘 정신이 흐릿하다. 때로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고, 어떤 순간엔 스파이크를 자신의 아버지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건 단순한 증상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는 기억이 흐려져도 여전히 사랑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스파이크를 향한 진심이다. 아일라는 늘 말한다. 자기가 짐이 될까봐 두렵다고.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영화 중반, 아일라는 스파이크와 함께 본토로 향한다. 아들 스파이크는 엄마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나서는데, 아일라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되찾고 싶은 듯한 표정이다.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한 재회를, 환상 속에서는 잠시 이룰 수 있으니까. 어쩌면 아버지와의 재회를 꿈꿨을지 모른다. 늘 그리웠던 자신의 보호막이자 따뜻한 존재가 바로 아버지 였끼 때문이다. 마치 스파이크는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한듯이, 본토로 건너간 순간부터 엄마를 보호하는 어른이 된다. 아이가 부모를 지키려는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속에 긴장을 만든다. 12살의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그건 스파이크의 슬픈 성장일 것이다.
아일라의 마지막 선택은 너무도 조용해서 오히려 울림이 크다. 그녀는 스파이크에게 남겨지는 삶을 선물한다. 그것은 물리적인 보호를 넘어서, 감정의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선물이다. 죽음 앞에서도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는다. 아일라는 그렇게 아들의 가슴에 살아남는 것을 택한다. 그건 스파이크에게 선사한 마지막 사랑일 것이다. 스파이크가 어떤 어른이 되든지, 늘 마음 한 켠에는 엄마가 살아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사랑은 세상에 남았다.
[세 번째 감정] 닥터 켈슨의 통찰
영화 후반, 스파이크는 닥터 이안 켈슨(랄프 파인즈)을 만난다. 그는 짧게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핵심 주제를 건네는 인물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망가뜨린 이 세상에서, 켈슨은 여전히 죽은 이들을 존중한다. 그는 '죽음은 끝이 아니며, 기억 속에선 살아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종교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다. 그냥 삶을 오래 살아낸 이의 태도다.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다리 위에 선 듯한 인물.
켈슨은 스파이크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어린아이라고 해서 가볍게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성숙한 감정의 언어로 스파이크를 대한다. 이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스파이크의 성장에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멘토로 기능한다.
그가 보여주는 존중은, 단지 타인을 향한 예의가 아니다. 감정, 상실, 죽음, 존재. 그 모든 것에 대한 태도다. 그걸 지켜보는 스파이크는 다시 한 번 선택을 하게 된다.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간다는 의미를, 이 인물을 통해 비로소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건 좀비 영화가 아니라, 성장 영화다
<28년 후>는 <28일 후>와 <28주 후>와 결을 완전히 달리하는 작품이다. 겉으로 보면 바이러스와 좀비가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영화이지만, 정작 영화는 좀비 액션보다 인물들의 내면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성장 드라마로 바라본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훌륭하다. 누군가의 감정은 이렇게 위험한 공간에서 피어난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영국만이 감염되었다는 설정은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 살아남았지만 더 고립된 땅. 이런 설정은 꽤 매력적이며, 이후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보다 현실 정치와 맞닿는 이야기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영국 내의 상황 뿐아니라 외부의 이야기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아일라를 연기한 조디 코머는 극 중에서 매우 복합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흐려진 정신 속에서도 아들을 향한 진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닥터 켈슨 역의 랄프 파인즈는 아주 짧은 등장만으로도 이 영화가 단지 생존기 이상의 것임을 증명한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영화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그의 연기가 영화의 메시지를 진중하게 전달한다. 대니 보일 감독 특유의 빠른 편집과 강렬한 영상, 사운드의 조화는 여전히 살아있다. 스파이크의 감정 변화는 시선의 흔들림, 호흡의 깊이까지 섬세하게 따라가며 관객에게 감정적으로 밀착하게 되는데, 여기에 감독의 편집과 연출력, 사운드가 더욱 더 영화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 거대한 화면과 소리에 의해 그들의 감정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 개봉 후 호불호가 극단으로 갈렸기 때문에, 국내 흥행은 미지수지만, 시리즈 전체의 시작점으로서 <28년 후>는 글로벌 흥행성적만 놓고 보면 꽤 인상적인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영화 속 그 한 걸음이, 다음 세대를 향한 희망의 시작이기를 바란다. 영화가 끝난 이후, 시리즈의 다음편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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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 찾아온 낭만
현실에 찾아온 낭만
영화 <어느 멋진 아침> 리뷰
감독] 미아 한센 로브
출연] 레아 세두, 파스칼 그레고리, 멜빌 푸포, 니콜 가르시아, 카밀 르방 마르탱
시놉시스] 여덟 살 난 딸,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영화 어느 멋진 아침에서 주인공 산드라의 직업이 산드라의 고단한 삶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산드라의 직업은 통역가다. 불어를 말하면 영어로, 영어를 말한면 불어로 양쪽이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창구를 열어주는 존재다. 현실 속에서도 산드라는 가족 사이에서 소통의 창구를 맡고 있다. 이혼한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서, 그리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와 학교를 다니는 딸 사이에서, 동생과 어머니 사이에서, 그리고 아버지와 그의 제자들 사이에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산드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는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서로 전달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녀의 인생을 대변하듯 그녀의 직업도 통역가로 설정된 것이 인상 깊었다. 통역가 역시 자신의 의견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산드라는 본인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 혹은 대상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우연히 클레망이 다가오게 되고 클레망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랑의 시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클레망과의 첫 만남에서 자신의 인생에 자신의 감정보다 가족과의 관계에 더 중심을 두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로 인해 클레망과 더욱 가까워지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낭만과 함께 맞는 어느 아침영화 어느 멋진 아침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 산드라의 의상이었다. 현실을 살아가는 산드라는 항상 청바지에 티를 입고 생활한다. 일적으로 중요할 때 정장을 입는 것을 빼고는 언제나 바지에 면티를 기본적으로 입고 있는데, 그런 그녀에게 클레망이 찾아오면서 그녀의 옷차림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그를 만나러 갈 때는 원색의 원피스나 치마를 입으며 현실과 다른 낭만을 즐기고 있음을 의상을 통해서 잘 보여준다. 여성으로서 클레망에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산드라의 본능적인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영화 속에서 이를 완벽하게 구분함으로써 산드라의 고단한 현실과 클레망을 통해 만난 아름다운 낭만이 더욱 대치될 수 있도록 부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 둘은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헤어지게 되고, 정리가 끝난 클레망은 다시 갑작스럽게 산드라를 찾아온다. 그렇게 산드라는 현실 속에서 클레망을 다시 만나게 되고, 이 때 거의 처음으로 클레망을 현실 속의 산드라 모습 그 자체로 만나러 가지 않았나 싶다. 평소의 청바지를 입고 클레망을 만난 산드라는 그렇게 현실 속에서 클레망을 만나면서 낭만과 현실이 조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산드라는 자신의 딸과 사랑하는 클레망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현실과 낭만이 지속적으로 부딪히다가 그 낭만이 현실이 되어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는 이 영화의 결말 덕분에 잔잔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현실과 낭만이라는 이원적인 관계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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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없이는 못 사는 여성이 수학에게 버림받는다면
7★/10★
수학 없이는 못 사는 여성이 하루아침에 수학에게 버림받았다. 그녀는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수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생인 마거리트는 3년간 연구해온 주제를 발표할 세미나를 앞두고 있다. 1742년 제기된 후 여전히 증명 불가능한 명제로 남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만한 연구다. 수학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는 마거리트는 이 세미나를 계기로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수학의 신비에 한 걸음 다가갈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자료를 검토하고 또 검토한다.
드디어 운명의 날. 마거리트는 훌륭히 발표를 마친다. 청중들도 매우 흥미롭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그때 한 남자가 질문을 던진다. 그 하나의 질문에 모든 게 무너진다. 마거리트가 미처 검토하지 못한 중대한 오류로, 지난 3년간의 모든 연구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질문이었다. 하필 질문자가 루카라는 점도 문제다. 루카는 마거리트와 연구 주제가 겹치는 대학원생으로, 최근 그녀의 지도교수가 지도 제자로 받아들여 마거리트가 불편한 긴장감을 느끼던 사람이었다. 수학에 대한 사랑이 지독하게 컸기 때문일까? 괴로워하던 마거리트는 단 한 번의 커다란 좌절 이후 학교를, 수학을 떠난다.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수학을 버린 거지만, 실질적으로는 수학이 그녀를 버린 것이다. 그 상처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에 마거리트는 의연한 척 ‘미련 없이’ 수학을 떠나는 척한다.
그 이후의 마거리트가 항상 우울한 것은 아니다. 수학 말고는 모든 게 서툰 마거리트의 엉뚱한 모험은 예기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마거리트는 수학 바깥의 세상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점을 만들어간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오르가슴을 탐색하는 장면이 압권인데, 클럽에서 만난 남자를 무작정 따라가 감정적‧육체적 관습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섹스하는 그녀는 결코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묘한 젠더 전복을 이뤄낸다. ‘여성스럽지 않은’ 수학에만 매달리는, ‘수학계에 흔치 않은’ 여성 수학자 마거리트. 마거리트는 곧잘 성적 매력이 소거된 숙맥, 이른바 너드(‘여성 너드’를 표현하는 엘라 룸프의 연기는 정말 흘륭하다)로만 여겨졌다. 그런 그녀가 오히려 그 ‘약점’을 무기 삼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은 기묘한 쾌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마거리트는 수학을 완전히 떠날 수 없다. 그녀 마음 한편에는 늘 수학이 꿈틀거린다. 단지 다시금 이 열정에 불을 지필 계기가 필요할 뿐이다. 마거리트에게 그 계기는 마작이었다. 룸메이트가 방세를 날려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향한 마작 도박장에서 게임을 하다 영감을 얻은 마거리트는 자신이 회피해오던 오류를 마주할 용기를 낸다. 순수한 마음으로 마거리트 연구의 취약성을 지적한 루카와 협력해 다시금 수학을 시작하고, 자신의 연구에 도움이 될 젊은 학생을 지도 제자로 둔 후 착취하는 지도교수에 맞설 용기 말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마거리트는 수학이 세상, 감정과 분리된 무언가가 아니라는 점을 배운다. 남을 경계하고 혼자서만 연구했던 과거에 마거리트는 넘어지고 부러졌다. 그러나 때로는 갈등하고 마음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누군가의 부대끼며 소통하고, 호흡하고, 사랑하자 자신을 버린 줄만 알았던 수학으로 향하는 길이 다시 열린다. 마거리트는 깨닫는다. 수학을 향한 그녀의 첫 번째 사랑은 그녀를 고양하지 않고 잠식하고 소진시키기만 했다는 것을. 어쩌면 삶에는 수학보다 더 커다랗고 소중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렇게 마거리트는 자신만의 정리定理를 완성한다. 수학을 초과하는 삶의 영역을 기분 좋게 가늠해보게 되는 영화다.
덧. 이 영화는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수학영재 형주〉와 닮은 구석이 많다. 비슷한 주제 의식을 전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완전히 다른데, 모두가 각각의 방법으로 사랑스럽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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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어른은 없다, 주름진 아이만 있을 뿐
#기쿠지로의_여름 #스포일러_없는 #리뷰
최신 일본 영화를 리뷰하고 추천합니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소개합니다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제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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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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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b.writer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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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닮은 역사 예고편
산 자여 기억하라!
5월의 ‘광주’를, 5월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1980년 5월 18일 좋은 빛(光州, Good Light)이라는 뜻을 가진 ‘광주’의 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7천여 명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고 있을 때, 좋은 공기(Buenos Aires, Good Air)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가 권력 또한 3만여 명의 시민들을 실종자로 만들었다.
지구 반대편,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두 도시의 같은 이름처럼 놀랄 만큼 닮은 학살의 고통. 아직도 아픈 역사 속 시대를 겪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남편과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광주의 어머니들은 오늘도 그날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라지고 있는 항쟁의 흔적을 복원하라고 투쟁한다. 강제 실종된 자식을 찾고자 77년부터 시작된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머니들의 5월 광장 침묵 행진은 지금까지도 같은 마음으로 계속된다.
평범했던 그들을 움직이고, 깨닫고, 투쟁하게 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은 이제 시대를 넘어 우리 다음 세대에게 전달돼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를 다지고, 우리가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미래로 향해, 분명 더 좋은 빛과 더 좋은 공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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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시바 베이비> 메인 예고편
유대인 전통 장례식 '시바'에 강제로 끌려온 대니얼. 친척들에게 남친 유무, 취엽 여부 등 질문 폭격을 당하는 와중에, 평생의 비대상 마야, 스폰남 맥스, 그리고 그의 아내까지 마주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