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7-08 11:46:48
7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탈주> 개봉 주 누적관객수 70만 돌파!
" 살아도 내가 살고 죽어도 내가 죽는다 "
<탈주> 명대사
<탈주>가 개봉 첫 주 누적관객 수 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개봉 첫 주 1위에 오른 <탈주>는 개봉 2일차에 <인사이드 아웃 2>에 밀려 2위로 하락했으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핸섬 가이즈>가 전주와 동일하게 3위에 머물렀습니다.
<핸섬 가이즈>의 손익분기점은 100만 명이며 현재 96만 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은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미니언즈 4>가 개봉하면서 <인사이드 아웃 2>를 밀어내며 1위로 올랐으며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3위로 밀려나며 큰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탈주 줄거리
“내 앞 길 내가 정했습니다”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군부대.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은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북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는 철책 너머로의 탈주를 준비한다.
그러나, ‘규남’의 계획을 알아챈 하급 병사 ‘동혁’(홍사빈)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고, 말리려던 ‘규남’까지 졸지에 탈주병으로 체포된다. “허튼 생각 말고 받아들여. 이것이 니 운명이야”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을 탈주병을 체포한 노력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사단장 직속보좌 자리까지 마련해주며 실적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규남’이 본격적인 탈출을 감행하자 ‘현상’은 물러설 길 없는 추격을 시작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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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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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개봉일 : 2021.12.15.(한국 기준)
감독 : 존 왓츠
출연 :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존 파브로, 제이콥 배덜런, 마리사 토메이, 알프리드 몰리나
쿠키 영상 : 2개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처음 등장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개봉 2년이 지난 2021년 12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돌아왔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과연 올해 안에 볼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린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래 기다린 만큼 팬들의 기대감도 컸기에 항간에 떠도는 소문도 참 많았다. 그 소문들을 믿거나 너무 기대하진 않으려고 했다.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할 이유들이 많아지니까.
처음 마블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릴 때쯤, 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푹 담가져 있었다. 큰 눈을 가진 앤드류 가필드의 인간미 넘치는 스파이더맨이 좋았고, 비록 악역이었지만 치명적이었던 데인 드한의 연기가 좋았다. 거기에 삼부작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바람에 아픈 손가락처럼 더 애착이 갔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앤드류를 뒤로하고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등장이라니. 기대도 됐지만 살짝 못 미덥기도 했다. “과연 어떤 스파이더맨이 나오는지 보자-”싶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톰 홀랜드는 자신이 가진 힘을 힘껏 뿜어내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만들어갔고, 관객들은 자연히 그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3대 스파이더맨이 된 톰은 ‘아기 거미’와 ‘톰스파’라는 애칭까지 꿰차며 당당히 어벤져스에 합류했다. 특히 인피니티 워에서는 스파이더맨 때문에 눈물 줄줄 흘리던 관객들도 꽤 많았으니.. 스파이더맨으로서 그의 존재감이 꽤나 톡톡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성장
토니 스타크가 떠나기 전까지 어벤져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이미지는 완전한 히어로라기보단 막내와 어린아이에 가까웠다. 토니에게 수트를 달라고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토니와의 만남에 신나 셀프 카메라를 찍는다거나, 짝사랑하는 MJ 앞에서 어버버 말을 흐린다거나.. 등등. 히어로 캐릭터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어렸던 스파이더맨은 항상 조금씩 어설펐다. 나쁜 뜻은 아니라 딱 그 나이대의 감성이 풍부한, 서툰 소년 같았다는 말이다. (역대 스파이더맨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대인 것도 한몫했다.)
<엔드게임>이후 개봉한 <파 프롬 홈>에서는 멘토였던 토니를 잃은 피터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토니의 뜻을 이을 수 있는 ‘히어로’로서의 길을 선택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 개봉한 <노웨이 홈>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눈앞에 닥친 위협 속에서,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라는 두 개의 인생을 두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모두를 돕는 일이다.” 사실 이 두 마디 말이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음을 살짝 잊어가던 참이었다.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어벤져스 시리즈의 스케일이 범우주적으로 넓어지기도 했고, 상대하는 악당들과 스파이더맨의 슈트 능력치 또한 크게 상승했기에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내가 처음 접했던 스파이더맨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또한 매력적이었고, 가끔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느낌보다는 ‘우주를 구한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느낌이 강했다.
서서히 새로운 스파이더맨에 익숙해지고 있던 찰나, <노 웨이홈>은 피터 파커를 다시 피터 파커답게 돌려놓는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했던 그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사람의 선함을 믿고, 이웃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소박하고 친절한 옆집 청년 같은 그 스파이더맨처럼 말이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
<노 웨이 홈>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마무리로서 완벽했다고 말하고 싶다. 오랜 시간 만나온 친구, 스파이더맨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했던 시절부터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와 오랜 시간을 쌓아왔기에 세 번째 마무리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꾸준히 이야기를 진행해온 프랜차이즈 영화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준 캐릭터가 가진 가장 큰 메리트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시간과 정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하다. 스파이더맨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시간을 이렇게 한 번에 다시 선물 받다니. 이 영화를 어떻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사적인 감정을 모두 제외하고 본다면 영화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너무 많아 일회성으로 소모된듯한 빌런의 존재와 가장 임팩트 있어야 할 장면이 다소 심심하게 그려졌다는 것.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지션이 살짝 아쉬웠다는 것.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인가. 그게 대수인가! 스파이더맨이 이렇게 돌아왔는데. 실망할 시간 같은 것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글의 상단에선 참겠다. 영화를 보기 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 어떤 스포도 듣지 말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감상하라.”정도가 있겠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시놉시스
‘미스테리오’의 계략으로 세상에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하루 아침에 평범한 일상을 잃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각기 다른 차원의 불청객들이 나타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드디어 열린 멀티버스
앞선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어벤져스 시리즈>를 거치며 꾸준히 언급됐던 ‘멀티버스’. 그 멀티버스가 드디어 <노 웨이 홈>에서 열렸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탈을 통해서 말이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란 사실이 온 세상에 퍼지고 피터는 스파이더맨인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의 인생을 망쳤다며 자책한다.
MJ와 네드의 대학 입시가 좌절되고 사람들은 피터의 집에 벽돌을 던진다. 죄책감에 마음 아파하던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부탁한다. 하지만 피터의 의도치 않은 방해로 인해 주문이 흩어지고 그 결과 평행 우주에서 ‘피터 파커’를 아는 온갖 인물들이 몰려오게 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타비우스, 샌드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일렉트로와 리자드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대 스파이더맨 두 명까지. 빌런들이 우르르 등장할 때부터 이 둘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지만, 실제로 앤드류 가필드가 등장하는 순간 “내가 이걸 보려고 이 시간들을 견뎠나 보다..”싶으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끝나버린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이걸 보려고 버텼나 보다.
삼 스파이더맨의 등장
(이하 톰 홀랜드 = 톰스파, 토비 맥과이어 = 샘스파, 앤드류 가필드 = 어스파로 표기)
메타버스를 통해 만난 스파이더맨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하늘로 솟았다 곤두박질치듯 강하게 뛰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 걸까. 벅차오른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었다. 거기에 영화에 가득한 이전작들의 오마쥬 장면들과 고민하고 있는 톰스파에게 건네는 선배 스파이더맨들의 위로까지.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같은 고민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결국엔 성장하는 스파이더맨들
‘두 개의 삶’은 역대 스파이더맨 모두가 공통으로 고민했던 문제다. 히어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 or 평범한 피터 파커로서의 삶. 스파이더맨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없고 피터 파커로 산다면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세상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 거기에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험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선한 히어로이기 전에 분노할 줄 아는 인간의 본성까지 끄집어내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들 속에서 흔들리는 피터와 끝까지 피터를 잡아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한 사람만 노력해도 세상은 달라진다.” 그리고 피터는 누구보다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응원까지. 피터는 사랑하는 이들의 말을 양분 삼아 자신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능력과 선한 본성을 세상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샘스파는 벤 삼촌과 친구 해리를 잃고 슬픔에 빠졌다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어스파는 아버지와 거미에 대해 얽힌 비밀과 두 개의 삶 중에서 고민을 반복하다 선택을 하는 순간에 사랑하는 그웬을 잃게 된다. 포탈을 타고 다시 등장한 그는 여전히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듯한 모습을 보인다. MJ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톰스파를 지켜보는 그의 눈빛이 다소 씁쓸하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한 장면처럼 먼 바닥으로 추락하는 MJ를 구해낸 어스파는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죄책감에서 한걸음 벗어난다.
톰스파는 빌런들을 고칠 수 있다며, 인간의 선함을 믿다 메이 큰엄마를 잃는다. 선함을 믿고 모두를 도와야 한다던 메이의 말을 따르며 많은 이들을 도와온 피터의 믿음이 깨지고 그는 폭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앞서 같은 아픔을 겪어본 선배 스파이더맨들은 톰스파의 분노를 막고, 마음을 되돌려놓는다.
도덕성과 선함은 약점이 아니다
피터가 여러 평행 우주에서 온 빌런들을 되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을 고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람의 본성과 운명은 바꿀 수 없다며 주문을 강행하려 하지만 피터는 달랐다. 피터는 메이 큰엄마의 말을 따라 빌런들을 고쳐놓기로 결심한다.
피터는 모두가 믿지 않고, 모두가 안될 거라 말한 일을 해낸다. 정확히 말하면 세 명의 피터 파커가. “너의 약점은 도덕성”이라고 비웃던 빌런을 고치고, 미스테리우스가 옳았다며 스파이더맨을 비난하는 세상을 한 번 더 구한다. 스파이더맨은 남들이 약점이라 생각하는 ‘선함’을 가슴 중심에 품고 오늘도 묵묵히 누군가를 구한다.
다시 처음으로
막을 수 없을 만큼 몰려오는 평행 우주의 존재들을 보며 피터는 큰 결심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멋진 슈트와 비록 익명이지만 우주를 구한 스파이더맨이라는 명성, 집과 친구들. 모든 걸 포기한 피터는 소중한 친구들이 남긴 흔적을 들고 작은 방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네드와 조립했던 레고 캐릭터와 MJ가 건넨 커피. 그리고 책상에 널브러진 천 조각들과 새로운 스파이더맨 슈트.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스파이더맨이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렇게 자연스레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의 세계관에서 퇴장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발로 뛰고 구르며 다시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이 될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3편을 추가 계약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고, 톰 홀랜드의 말을 보다 보면 그의 피터 파커를 보내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또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노웨이홈>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적절한 쉼표로 기억될 것이고, 이렇게 끝나게 된다면 아름다운 마침표로 기억될 것이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는 어째 항상 짠하고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초월적 힘을 가진 히어로라기보단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인간적이고 친절한 이웃의 느낌이 더 강해서 그런 걸까? 처음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접한 지 10년이 더 지났다. 나의 첫 번째 히어로 스파이더맨, 그와 쌓아온 시간이 내 마음속에 이렇게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어떻게 될진 몰라도, 난 이 영화를 끊임없이 찾고, 또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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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를 이어준 글자들의 이야기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저명한 각본가 볼프강 콜하세의 실화 기반 단편을 원작으로 하는 <페르시아어 수업>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책 한 권으로 페르시아인 인척 거짓말을 시작한 ‘질'이 페르시아어를 배우려던 독일군 장교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이다.
우연히 얻게 된 책의 주인 ‘레자 준'이라는 이름으로 페르시아인 행세를 하게 된 ‘질'은 목표가 그곳에서 살아남기인지 도망치기인지도 모를 정도로 하루하루 절박하고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런 주인공을 중심으로 문자(또는 언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보겠다.
(레자와 질은 동일 인물이지만 그 경우가 표면적인 경우 레자, 심층적일 경우 질로 표기)
첫 번째, 언어를 가르치는 레자와 코흐의 관계(표면적)
이 관계는 가장 표면적이며 모든 관계의 계기가 되는 경우이다. 코흐는 레자에게 매일매일 페르시아어를 조금씩 알려달라고 하고 레자는 그로 인해 매일 주방 일을 마치고 코흐의 업무실로 찾아간다.
두 번째, 둘만의 언어를 갖게된 레자(질)과 코흐의 관계(심층적)
이 경우 위와 같은 것 같지만 조금 더 심층적인 형태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코흐의 입장에서는 언어를 가르쳐주는 이가 동일한 페르시아인 ‘레자'처럼 보이지만 ‘레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질'과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단순히 언어를 가르치는 데에만 국한되었다면, 이 경우인 질과 코흐의 관계는 둘만의 주고받는 언어가 생겼을 때 생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망가는 유대인들 틈에서 코흐가 레자에게 배운 언어로 외칠 때, 그곳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라 레자와 코흐 둘만 존재하는 공간이 된다. 둘만의 언어를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보편적인(안면있는) 관계 이상으로 특수한 관계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질이 만든 언어가 문화를 가지고 사고(思考)하는 방식까지 구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둘만의 언어로 소통할 때 서로로 인해 변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질은 상황으로 인해 코흐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언어를 만들어낸다. 코흐 또한 초반에 무뚝뚝하고 자비가 없으며 정석을 고집하는 성격으로 보여진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잘대해주는 것이 코흐의 자신만의 룰이었을수도 있고, 유대인이 아닌 페르시아인이기에 룰을 어기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많이 사람들의 의심이 들리는 순간에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레자에게 가는 것은 이전의 모습과 조금 다르게 보여진다.
다시 말해, 코흐와 레자는 하나의 관계를 맺는 듯하지만 실은 언어를 가르치는 레자와 질이라는 사람과 관계를 생성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수감자들과 질의 관계
수감자들의 이름을 알 수 있게 된 질은 수감자들의 이름에 빗대어 가짜 페르시아어를 만들어낸다. 수감자과 질의 관계에서 이름들을 소통의 도구로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직접 이름을 부르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형성되며 하나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주방과 명단 정리 일을 맡게 된 레자는 배식을 할 때 마주하는 수감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본인을 위해 읊지만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셈이 된다. 그리고 질은 그들 한 명 한 명의 이름 덕분에 끝까지 페르시아인 행세를 할 수 있었고 그들은 질이 이름을 외운 덕분에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된다. 3천 개의 이름은 3천 개의 거짓말이 되고 단어가 되어 역할을 다한 뒤 다시 3천 개의 이름으로 돌아간다.
질이 수용소 생활을 버티기에 조력자처럼 보일 수 있는 가해자인 코흐에게 자세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동의하나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위한 이유로 동생이 나오지만 그 관계가 설득력을 가지기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딱히 추측이 필요한 부분도 아니었고 알려준다고 크게 달라질 부분도 없었겠다는 의견이다. 두려움으로 둘러싸인 긴장감 속에 피어나는 유머와 관객이 보고싶어하는 걸 잘 알고 보여주는 감독에게 실화 기반의 묵직하게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은 이 전설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써 전달하기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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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 없어지는 별이 되더라도
<블루 자이언트>
-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 출연(성우): 야마다 유키, 마미야 쇼타로, 오카야마 아마네
- 장르: 애니메이션
- 국가: 일본
- 러닝타임: 120분
- 개봉: 2023년 10월 18일
나에게 음악이란, 악기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런 것이다. 물론 잘하는 건 아니지만 중학교 3년 내내 관악부에 소속되어 있었고, 전공 제안도 있었고 하고 싶기도 했었고, 대학생이 되어서 까지 합주를 잊지 못해 대학 윈드오케스트라에 들어가 트럼펫을 불었다. 혼자서 불면 되지 왜 그걸 못하냐 라고 할 수도 있다. 아마 관악부를 하고 합주를 해 봤던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하고 전율이 느껴지는 일인지 말이다. 악기를 해본 사람 중에, 더구나 관악기를 해 본 사람 중에 재즈를 선망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악보를 보고 연주하지만 더 가슴이 울리게 만드는 재즈를.
아침 시사회를 보기 위해 전날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영화제 때 봤던 사람들의 후기가 가슴을 떨리게 했기에 누구보다 빨리 영화를 접하고 싶었다. 로비에서 울려 퍼지는 예고편이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위플래시> 이후로 이렇게 기대가 된 음악 영화가 있었던가! 암만 생각해도 뭔가를 씹어먹는 행위는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나초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래도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건 막을 수 없을 듯하여 콜라는 하나 집어 들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한눈팔 사이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사실 솔직히 스토리라인은 뻔했고, 일본 스러웠다. 은근한 개그코드와 은근한 오글거림, 은은하게 밀려오는 우월감은 일본에서 만든 것이 확실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세 명의 주인공이 하나하나 합류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성공과 좌절, 좌절과 성공을 오가면서 도장 깨기를 해 나가는 것은 어느 성장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묘한 기분을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 사운드와 영상이었다. 영상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임팩트가 소재가 고갈된 이야기꾼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을 줬기 때문이다. 그 역시도 날려버리는 것이 사운드다. 테너 색소폰이 메인이라는 걸 상시 시켜 주듯 귀에 때려 박는 연주 소리는 아, 내가 재즈 영화를 보고 있구나 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주었다.
영화관에 참 많이 다녔고, 돌비 사운드가 된 영화관에서도 영화를 봤었는데 사실 뭐가 다른지 차이점을 잘 알지 못했다. 돌비 사운드가 대체 뭐가 다르길래 돌비, 돌비 하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완전 깨달아 버렸다. 음악 영화는, 음악과 관련된 영상은 돌비 사운드가 되는 곳(돌비 시네마라고 하던가?)으로 꼭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귀가 너무 호강했다. 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울리는 소리였다. 각 악기가 연주될 때의 그 리듬이 심장을 더욱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리뷰를 썼어야 했는데 현생에 밀려 늦게 쓰게 되었다. 일반 영화관에서 <블루 자이언트>를 먼저 보신 분들이 있다면 시간과 돈을 조금 더 투자하더라도 꼭 돌비사운드가 구비되어 있는 곳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만큼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버스를 타고 종로에 가는 그 순간까지도 고양감이 가라앉지 않아서 도착한 다실에 앉자마자 굉장한 영화를 봤다고 자랑하고, 꼭 보시기를 추천드렸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나니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정말 악기의 울림은 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블루 자이언트, 슈퍼노바, 초신성. 폭발로 인해 가장 밝게 빛나서 신성인 것 같지만 사실 수명이 다해 폭발해 버리는 초신성.
블루 자이언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폭발할 때까지 에너지를 써서 정점에 오르면 좌절하지 말고, 또다시 시작해서 초신성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은 아닐까?
언젠가는 트럼펫이 주인공인 재즈 애니메이션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영상미와 이 정도의 음향이라면 어떤 악기도 멋지겠지만 그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트럼펫 버전도 괜히 궁금하고 그렇다!
※ 본 리뷰는 시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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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코 명가 넷플릭스의 개봉예정작
넷플릭스는 다양한 영화 및 드라마 시리즈 등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부활을 이끌며 New 로코 명가로 떠올랐는데요.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이어 배급 시장에까지 뛰어들어 라인업 맛집을 예고하였습니다.
과연, 넷플릭스가 직접 pick한 신선한 로코 작품엔 어떤 작품들이 있으며,
어떤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을지
지금부터 같이 알아볼까요?
잇츠 CINE PICK!!
<키싱 부스 3>, 2021
코미디, 멜로/로맨스 | 영국, 미국 | 11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빈스 마셀로 | 출연 : 조이 킹, 조엘 코트니, 제이컵 엘로디
? 82% • 230만 명 평가
절친이 있는 버클리? 아님 남친이 있는 하버드?
둘 중 어디에 입학할지 못 정한 엘.
역대급 여름을 위한 버킷 리스트부터 세운다.
근데 구 썸남의 등장으로 묘해진 이 분위기, 어쩔거야?!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2021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115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마이클 피모냐리 | 출연 : 라나 콘도어, 노아 센티네오, 저넬 패리시
? 90% • 3.22천 명 평가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입시는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라라 진.
하지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나의 미래, 거기에도 피터가 있을까?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2021.9.22 개봉 예정
코미디, 멜로/로맨스 | 이탈리아 | 91분 | 12세 관람가
감독 : 알리체 필리피 | 출연 : 루도비카 프란체스코니, 주세페 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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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죽을지 몰라도 뜨거운 사랑은 하고 싶은 마르타.
데이트 앱을 켜 운명의 남자를 찾기 시작하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어째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포기 직전의 마르타에게도 기적은 있었으니...
이 시대의 안벽남 아르투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마르타는 아찔한 흑역사를 생성하고,
그 대가로 단 한 번의 저녁 식사 기회를 얻게 되는데...!
우리가 사랑에 빠질 확률 9.5%
마르타의 목숨을 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로코 맛집 넷플릭스의 명성을 이을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는 이탈리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며, 속편 제작까지 확정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데요. 넷플릭스로 직행한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볼 수 있어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9월 22일 개봉할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를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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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비상선언>, 그래도 좋았던 건...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린 현실에서 수많은 재난을 봐왔다. 그 재난을 경험하고 살아난 생존자들도 있고, 반대로 희생당한 사람들도 무척 많다. 그것을 화면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자신이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우연히 그 자리에 있어서 그 악몽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마음에 자리 잡는다. 그렇게 재난상황은 사람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본능을 끌어올린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생존에 대한 본능은 사회에 보여주는 가면을 치워버리고 진짜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따뜻한 얼굴, 차가운 얼굴, 무심한 얼굴 등 다양한 얼굴은 진정한 세상의 모습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그렇게 드러난 얼굴은 생존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안전을 좀 더 바라보게 만들고 필요한 경우, 보다 나은 안전을 위해 시위를 하기도 한다. 반면에 정치인들은 그 재난의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인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공무원인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인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다. 그것이 옳고 그른지보다는 일단 자신의 조직 내에서 안정적인 결정에 따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재난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생존할 기회를 찾게 만든다. 이 가혹한 상황은 모두를 몰아붙인다.
비행기 속 테러와 재난을 함께 다루는 영화 <비상선언>
영화 <비상선언>은 테러와 재난 상황 속 인물들과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외부의 인물들의 얼굴을 담는다. 이 상황을 시작한 건, 테러범인 진석(임시완)이다. 그는 미리 SNS에 비행기 테러를 하겠다는 영상을 올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의 표를 구매해 탑승한다. 그의 목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남대문을 불태운 테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의 테러범이 했던 것처럼 사회를 향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정작 테러를 한 진석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려는 목적이 아니다. 단순히 비행기를 탄 모두를 죽이는 것이 그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다. 영화 속 어디에도 그가 다른 사람이 차례로 죽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단지 그는 치사량 높은 바이러스 하나로 자신이 가진 분노를 표출하고 그 자신도 그 분노에 의해 먼저 현장을 떠난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벌어진 테러의 중심에 다양한 인물이 포진된다. 부기장 현수(김남길), 스튜어디스 희진(김소진)과 과거 비행기 조종사였던 재혁(이병헌)이 진석을 막기 위해 애쓴다. 그들은 테러범인 진석을 막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그가 이미 퍼뜨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승객들은 하나둘씩 감염되기 시작하고 어떤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못한 그들에겐 불안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 그와 중에 스튜어디스들과 조종사들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쓴다. 비행기 내부의 사람들은 대부분은 지시에 따라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안전을 위해 사람들을 구분 짓기를 원한다. 영화 중반 이후엔 바이러스 증상 발현자들과 무증상자를 따로 나누게 되고 이는 그 안에서 작은 계급을 만든다. 짧은 시간에 형성된 작은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화는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비행기 외부에서는 형사 인호(송강호)가 테러리스트인 진석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도 상황실을 만들어 이 상황에 대처하려고 한다. 가장 열심히 뛰는 건 아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인호다. 그는 필사적으로 진석의 행적을 수사해 그 상황을 해결할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 반면에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와 청와대 관계자 태수(박해준)는 관련 관리자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윗선의 결정을 기다리는 측면에서 그들의 논의와 결정은 무척 늦은 감이 있다.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개인은 필사적으로 그 상황을 타계하려 노력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은 늘 한 발 느리게 다음 해결책을 제시한다. 어떤 경우엔 다음 결정을 못하고 지지부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테러 장르로 시작해 중반까지 이어지는 압도적인 긴장감
지난 수요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고 있다. 영화의 구성 자체가 이렇게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테러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그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생화학 테러를 벌인다. 그리고 그가 퍼트린 바이러스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한 명으로 시작했던 감염자는 금방 그 숫자를 늘려간다. 그렇게 비행기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과정이 영화 중반까지 담긴다. 중반까지 진행되는 테러 장르는 꽤 훌륭하게 영상에 담겼다. 실제와 똑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비행기 세트를 실제로 돌리면서 촬영된 비행 시퀀스는 굉장한 현실감을 주고 긴박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동기를 드러내지 않고 테러를 벌이는 빌런 진석은 영화에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지상에서 진석의 뒤를 쫓는 인호의 추적극도 굉장히 빠르고 박진감 있게 담겨있다.
이렇게 무사히 전반부를 마친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재난 장르로 방향을 튼다. 재난 장르에는 빌런이 사라지고 피해자들과 지상의 가족 그리고 공무원들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니까 목적 자체가 테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비행기 안의 사람들이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중점적으로 비추기 시작한다. 피해자 중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혁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고, 그의 과거 이야기도 덧붙여진다. 그렇게 신파 코드를 덧붙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도 포함되면서 중반까지 응축해왔던 긴장감을 풀리게 만든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간과 사람들의 행동들도 조금은 인위적으로 압축해놓았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점에서 영화 <비상선언>의 후반부는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후반부에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 자체는 명확하다.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는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상황 앞에서 여론은 급격하게 갈라진다. 그 안에서 여러 의견들을 보고 자신이 어떤 것을 따를지 결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것이 더 옳은 것인지 단번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속에 피해자들이 탄 비행기의 착륙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두 가지 의견 중 어떤 것이 더 옳은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한 편으로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같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인의 의견이 갈리더라도 정부는 피해자를 최대한 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정치적인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결정을 한다. 그들의 비겁한 모습 또한 영화 후반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쉽지만 평가절하되서는 안 될 이야기
영화 <비상선언>은 동일한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무척 잘 캐치하여 담았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난을 통해 겪어온 일이다. 더 과거로 가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한국 내 재난을 떠올릴 수도 있다. 특별한 테러 동기도 찾기 어려운 테러범 진석도 우리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대구 지하철 테러 같은 끔찍한 범죄를 일으켰도 남대문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뿐이다. 그런 점들이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는 테러 장르로 시작해 재난 장르로 마무리가 된다. 비록 후반부 아쉬운 점들은 있지만 이 영화가 평가절하될 만큼 엉망은 아니다. 하이재킹 테러 장르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긴장감을 영화에 담았고 후반부에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신파적인 장면들 역시 포함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그 강도가 세지는 않다. 비록 압축적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비약과 너무 딱 맞게 떨어지는 설정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영화에는 피해자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고, 무책임한 정부 관계자도 있기만 그 상황과 결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관료도 있다. 거기에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도 같이 보여주면서 다각도로 영화의 상황을 볼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임시완이다. 테러범 진석 역할을 맡고 있는데 평범하지만 분노를 깊숙이 숨기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척 좋은 인상을 가진 그가 사람들에게 무심하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뱉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송강호나 전도연, 이병헌 같은 탑 배우들도 이 영화 안에서 혼자 따로 놀지 않고 적절하게 잘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과거 <연애의 목적>, <연애의 온도> 같은 관계에 대한 영화를 탁월하게 연출했었고, <관상>, <더킹>, 같은 사회고발과 관련한 영화도 완성도 있게 연출한 경험이 있다. 이번 <비상선언>에는 실감 나는 비행기 테러 이야기와 함께 현실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적절하게 이야기에 녹여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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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우마의 다른 모습들
우리는 살면서 때론 피해자가 되고 때론 가해자가 될 때도 있다. 어느 누구도 가해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가해자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록 범죄나 심각한 폭력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우리는 종종 억울함을 느낄 때가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작은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그런 사소한 문제들을 서로 이야기하고 용서해가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얻고 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가 평소에 겪는 아주 일상적인 인간관계일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런 관계에서 서로 생각이 많이 달라질 때가 있다. 서로 오해가 깊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다시 예전의 그 관계로 돌아가려고 서로 시도하지만 다시 과거와 같은 관계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서로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고 서로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낸다. 그렇게 상대방이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어지고 만다. 특히나 가까운 가족 간에 그런 관계가 되기 쉽다. 자식이 자라면서 자신의 생각이 생기고 성인이 되면서 어떤 일을 계기로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있기 원한다. 서로 대화를 하긴 하지만 부모와 자식 각자가 가진 생각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가지고 있는 불편함 마음을 먼저 털어놓지 않음으로써 최소한의 평화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회복되는 과정
영화 <더 브릿지>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와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린지(제니퍼 로렌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었다가 차량 이동 중 적군의 공격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는 장면이 영화의 초반을 채우고 있다. 정신적 트라우마를 받은 듯한 그는 아주 조용하게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멍하니 앉아서 허공을 보고 있는 모습과 어려운 재활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그가 가지게 된 트라우마가 얼마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린지가 재활 치료를 마치고 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엄마가 있는 집에 가지만 여전히 불편해 보인다. 그는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색하게 보이고 집에서 쉬고 있는 린지의 모습도 불편해 보인다. 영화는 그녀가 왜 그렇게 엄마와 집을 불편해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하는 표정과 행동을 따라가며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 갇혀있는 린지의 모습을 비출 뿐이다.
린지는 차 수리를 하러 갔다가 자동차 정비공은 제임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를 만나게 되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자주 대화를 하게 된다. 그런데 두 사람에겐 과거의 트라우마에 대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많은 대화 끝에 그것을 알게 되는데, 린지가 군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 중에 적군의 공격을 받아서 얻은 트라우마가 있다면, 제임스는 과거 자신이 가족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냈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재미있는 건, 린지는 자신이 머무르는 고향 집에서 멀리 떠나려고 하는 것이고 제임스는 반대로 집에만 머무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관심을 가지는 건 두 사람이 가진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것인데 두 사람이 가진 트라우마는 비슷하지만 무척 다르게 보인다. 린지는 집에서 벗어나고자 택한 곳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는 반면, 제임스는 최대한 가족들과 같이 집에 머무르고 싶어 하지만 가족들을 떠나고 자신은 떠나지 못한 상황을 맞는다.
서로의 트라우마를 위로하는 린지와 제임스
영화가 따라가는 린지는 사실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오빠가 약물 중독으로 감옥에 간 이후 엄마와 살면서 겪은 불행한 일들이다. 영화에서 정확히 제시되지는 않지만 그때 오빠로 인해 발생한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 린지의 트라우마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린지 앞에 나타난 제임스라는 사람은 자동차 사고 이후 자신이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린지와 제임스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죄책감의 유무다.
또한 린지가 제임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측은함이 있다. 나보다 불쌍하다는 생각, 그러니까 동정심이 더해져 자꾸만 제임스와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게 만든다. 아마도 린지는 가족과 자신의 한쪽 다리를 잃은 제임스를 만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펀안함을 느꼈겠지만 한 편으로는 상대방을 보며 약간의 위안을 느꼈을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 들을 지켜보다 보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진다고 보기보다는 서로에게 위로를 받고 앞으로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관계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화 <더 브릿지>는 린지가 심리적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아주 천천히 따라가는 영화다. 영화에는 극적인 순간이 없다. 하지만 불안정한 린지가 집에서 엄마와 겪는 장면들에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전달되고, 제임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에서는 뭔가 의지할 대상이 생긴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린지의 트라우마가 회복되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처럼 그 세밀한 감정들을 잘 전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임스가 가진 트라우마와 죄책감 역시 무척 설득력 있게 담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왠지 관객도 심리치료를 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린지 역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는 전쟁에서 받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군인 역할을 무척 실감 나게 하고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수수한 옷차림 그리고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는 그의 눈빛은 진짜 실존하는 군인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가 제임스와 교류하며 조금씩 눈빛이 살아나고 미소를 보이는 모습은 배우의 연기로 무척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제임스 역을 맡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과거에 코믹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는 무척 심각한 역할을 맡았는데 트라우마와 죄책감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킨 인물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 영화의 제작사는 최근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그리고 공포영화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A24다. 두 배우의 열연은 애플티비+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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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3. 16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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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6 화이트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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