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07-21 16:24:18
도주하는 아이 도망가는 어른, <도주하는 아이>
아이를 포기한 어른의 탓인가. 어른도 포기하게 한 아이의 탓인가.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주하는 아이> System Crasher , 2019 제작
독일 | 드라마 | 110분
감독: 노라 핑샤이트
도주하는 아이, 도망가는 어른

여기 어느 누구도 보호해 줄 수 없는 아이가 있다.
핑크 공주 베니.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수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 정신병원에는 너무 어려서 입원할 수 없고, 정부나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시설(기관)에서는 쫓겨나기 일쑤다. 어렵게 배정된 위탁가정에서도 아이를 향한 사랑 유통기한은 터무니없이 짧다. 초반부에 휘몰아치는 베니의 현실은 아이가 어른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인지, 어른이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없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하여 세상을 향한 베니의 거친 비명은 끝날 줄 모르고, 진행되는 모든 이야기는 매 순간 충격적이다.
핑크색 옷을 입은 작은 발이 첫 장면으로 등장하고, 이후 온몸에 의료기구를 달고 있는 베니의 무표정이 비친다. 아이의 무표정은 맹수가 사냥을 하기 전의 고요한 움직임이다. 누구를 물어뜯기 위함일까. 순간 등골이 오싹해질 때 그녀는 도끼 같은 눈을 한 채 고르지 못한 이빨을 드러낸다. 무표정의 베니가 사랑스러운 이빨을 내밀 때마다 <도주하는 아이>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심지어 반복적이다. 리셋 버튼이 주인공의 폭력에 의해 눌러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숨 가쁘게 진행된다.
이 작품은 출구가 없는 베니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양반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시스템에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이웃에게도 베니의 존재는 미쳐버린 개와 같다. 베니는 그들이 인정하기 싫은 인간성과 딱 정해놓은 도덕성의 한계를 폭로한다. 그래서 그들은 "전 할 만큼 했어요.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네요."란 말로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이미 초록불에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넜기 때문에 매번, 불시에 빨간불에 뛰어드는 아이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항변인 셈이다. 이 얼마나 대단하고도 간단한 마음가짐인가.
선생님들 역시 베니를 감당하지 않으려 한다. 베니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베니와 거리를 둔다. 세상을 물어뜯는 아이는 착한 아이도, 착한 어른도 될 수 없으니까. 베니를 보호할 수 있는 어른이 부재한 건, 아이의 탓일까. 모든 아이는 어른의 관심과 사랑을 선택적으로 받는 존재인가? '착한 아이' 프레임과 '착한 어른' 코스프레가 어떠한 검증 없이 무차별적으로 견고해지자, 베니는 더 처절하게 소리 지른다. "전부 다 싫어!"라고. 그리고 그들에게서 미친 듯이 도망친다.

어렸을 때 기저귀로 얼굴을 눌린 후 트라우마를 갖게 된 베니는 엄마에게만 자신의 얼굴을 만질 수 있도록 허락했다. 엄마, 베니에게 엄마란 존재는 모든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 속에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건 엄마와 다시 함께 살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이니까. 베니는 자기를 만나러 오지 않는 엄마를 보고자, 보호소를 탈출한다. 도로 위에서 한참 동안 세워주지 않는 차에 쓰레기를 던지고 미친개처럼 왈왈 짖어대고 나서야 겨우 히치하이킹에 성공한다. 그렇게 어렵게 집에 온 베니를 맞이한 건, 낯선 아저씨. 사실 엄마도 딸을 자기 삶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베니가 또 폭력적으로 변해 자신을 때릴 거란 두려움과 작은 아들이 베니와 같은 행동을 학습해 학습해고 있다는 불안이 원인이었다. 충분히 베니를 다시 집에 데리고 올 수 있음에도 엄마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겠다는 말로 딸을 외면하고 있었다. 베니를 향한 엄마의 모성애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했다는 비극 앞에, 배니는 또다시 리셋, 리셋된다.
엄마의 등을 조각상으로 내리치며 "죽여버릴 거야!! 개년!!"이라 욕하고, 낯선 아저씨의 주먹에 얼굴을 몇 번 구타당한 후 바닥에 질질 끌려 장롱 속에 처넣어질 때까지 말이다. 베니는 광기를 내뿜으며 희망을 줬던 엄마를 향해 울부짖는다. 아이는 자신의 손을 물어뜯지 않고서는 분노를 표출할 수 없었고, 또 엄마는 도망치고 베니는 또 홀로 남는다. 반복되는 리셋, 사실 베니는 보호소 직원들에게 끌려갈 때마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유통기한이 정말 다했음을 매번 온몸으로 받아들였음에도 또다시 엄마의 품이 그리워 몸을 잔뜩 웅크려왔다. 엄마와 함께 사는 꿈을 꾸고, 엄마가 좋아할 만한 가방을 가게에서 훔치고, 또 만나러 오지 않는 엄마에게 분노 대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던 딸이었다. 잔인하게도, 이것이 <도주하는 아아>가 주는 유일한 희망이다.

다행스럽게도 엄마를 제외하고, 베니의 웃음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두 명의 어른이 존재한다. '비파네'와 '미하'. 두 사람은 베니의 얼굴을 만져도 되는 어른이다. 비파네는 베니에게 안전한 가정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동 보호사이고 미하는 비행청소년의 행동을 교정하는 일을 하는 전문가다. 이 두 사람만이 핑크 공주를 상처 입은 아이로만 바라본다. 함께 가슴 아파하고 안쓰러워하며 베니의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비파네는 베니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어떻게든 아이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려 한다. 베니에게 엄마가 결국 너를 버렸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대신 흐느끼는 그런 어른이다. 그래서 아이는 비파네만큼은 두 팔 벌려 안아주고, 함께 하고 싶어 한다. 비파네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외적으론 무기력한 인간이지만, 베니에겐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품어주는 몇 안 되는 어른이니까.
미하는 온몸이 묶인 채 병실에서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베니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무엇이 저렇게 어린아이를 분노로 가득 차게 만들었을까. 겨우 아홉 살인 저 아이가, 얼마나 큰 고통과 슬픔을 품고 있는 걸까. 결국 그는 베니를 숲 속에 있는 자신의 오두막(상담소)에 3주 동안 데리고 있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한다. 그러나 베니를 경험한 자들은 미하를 믿지 않는다. '미하의 프로그램'이 아무리 효과적이어도 '베니의 리셋'은 막을 수 없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그들의 말대로 미하는 실패한다. 시종일관 베니와 베니를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를 확고하게 고수하던 <도주하는 아이>의 태도가 180도 바뀌는 순간이다. 영화는 이후부터 애매한 자세를 취한다. 일례로, 미하의 자발적인 포기가 정말 자의인지 아닌지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모두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미하는 베니의 리셋을 통제할 수도, 치료할 수도 없는 사람이 됐다. 그가 베니에게 가족(아내와 자식)을 보여주고, 오두막이 아닌 자기 집에서 베니를 재워준 순간, 그렇게 결정됐다. 베니가 미하에게 사랑을 갈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베니는 미하에게 아빠가 되어달라고 고집을 부리며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부인과 아이를 죽이면요? 그럼 완전 제 것이 되는데?"라고. 오랫동안 느껴보지 않았고 어쩌면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따라서 어떡해서든 갖고 싶었던 사랑, 베니에겐 반드시 필요했다. 미하는 평생 지켜오던 직업과 가족을 무참히 파괴해 버릴 것 같은 베니에게 큰 두려움을 느끼고 결국 비파네에게 고백한다.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베니에게 희망을 줬고, 그 결과 통제블능이 되어버렸다고. 그렇게 베니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잃고, 비파네와 미하는 본인들 역시 도망가는 어른임을 인정한다. 어른들은 베니를 정신과 치료가 가능한 케냐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케냐로 떠나야만 하는 베니의 상황, <도주하는 아이>가 남긴 마지막 말줄임표다.

베니는 버려지기 전에 반드시 도주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다시 도주할 수 있다. 잡히고, 또 잡히면서 크지 않으면 아이는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이제 베니는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고, 더 쉽게 칼을 휘두를 것이고, 더 잔인하게 자신의 얼굴을 만진 이들에게 폭력을 가할 것이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다. 반복되는 리셋에 스스로 폭주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 <도주하는 아이>가 처음부터 계속 보여줬던 명확한 진단이다.
아이를 포기한 어른의 탓인가. 어른도 포기하게 한 아이의 탓인가. 영화는 아이는 도주하고 어른은 도망간다는 결과만 내놓았다. 숲 속에서 베니를 향해 짖어대던 미친개만이 아이를 품어주는 장면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겠지. 그래서 도주하는 베니의 얼굴에 띈 웃음이 가슴을 더 두근거리게 한다. 그 두근거림이 설렘이 아닌 두려움이란 사실을 <도주하는 아이>도, 우리도 모두 알고 있다. 또 한 명의, 도망가는 어른의 떨리는 두 눈을 봤을 테니까. 베니의 마지막 호소이자 세상을 향한 다신 없을 답변이 떠오른다.
"웃기시네!"
이제 베니의 얼굴을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Relative contents
-
- 아시아인 차별? 엿 먹으라 그래
6★/10★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로, 전 세계에서 큰 수익을 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압권은 도입부다. 돈이 썩어 나는 아시아인이 호텔 안내 직원의 인종 차별적 모욕에 그 자리에서 호텔을 사 버리는 장면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욕을 되갚는 최고의 방법은 내가 너보다 경제력이 월등함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를 인종 차별적 모욕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영화는 이후에도 서로 다른 계급의 두 아시안 남녀의 사랑을 로맨틱 코미디의 문법으로 담아낸다. 소모되다 사라져버리는 아시아인이 등장하지 않는, 무려 아시아인이 슈퍼 리치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적잖은 쾌감을 제공했다.
〈조이 라이드〉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아〉의 각본을 쓴 아델 림의 첫 연출작이다. 이번에도 아시아인이 주인공이고, 도입부부터 통쾌한 장면을 선보인다. 한 아시아계 부부가 주민 대다수가 백인인 마을로 이사를 온다. 그런 그들에게 한 백인 부부가 다가온다. 그들은 아시아계 부부의 딸 롤로와 자신의 딸이 함께 놀 수 있겠냐고 묻는다. 그때 백인 부부 뒤에서 숨어 있던 아이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백인 부부의 아시아계 입양아 오드리다. 롤로와 오드리는 곧바로 놀이터로 향하고, 롤로는 “칭챙총”거리는 백인 아이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 오드리는 완벽한 모범생으로 성장해 촉망받는 변호사가 되었고, 롤로는 성적인 것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예술가를 지망하지만 실은 사고뭉치에 가까운 어른으로 성장했다. 물론 둘은 여전히 가까운 친구다. 그러던 중 오드리가 사업차 중국으로 가게 되어 롤로와 그녀의 사촌 데드아이가 통역을 핑계로 오드리와 동참한다. 중국에서는 오드리의 대학 시절 룸메이트이자 인기 배우인 캣도 합류한다.
넷은 오드리의 파트너 승진이 걸린 일생일대의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한다. 그런데 계약 당사자가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한다. 중국에서는 그 사람의 가족을 보고 상대를 파악한다며 며칠 후에 있을 파티에 그녀의 친모를 데려오라고 요구한 것. 오드리에게는 청천벽력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중국에서 입양되었다는 것과 생모의 사진 한 장 말고는 아무런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원급 승진이 걸린 일인데 포기할 수는 없다.
네 사람이 오드리의 생모를 찾아 떠나는 과정은 내내 아시아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관한 유쾌하고 도발적인 물음으로 가득하다. 더불어, 이들은 모두 섹스와 K-팝 등 자기 욕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여성이기도 하다. 자기 욕망의 방향을 아는 아시아 여성. 이들이 서로 복작거리며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한 웃음은 그 자체로도 즐길 만하지만 지금껏 할리우드에서 주변화되고, 제한된 채 고정된 역할만 수행해오던 아시아 여성의 이미지를 과격하게 비튼다는 점에서도 쾌감을 자아낸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출발점을 향한 오드리와 그 친구들의 여정은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개성 강한 서로 다른 네 친구의 서사는 아시아 여성의 이미지를 하나로 환원하지 않고 다채롭게 만든다. 여러 모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코미디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물론, 영화의 형식 측면에서 본다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아〉가 그랬듯, 〈조이 라이드〉 역시 장르 문법의 전형성에는 손대지 않기 때문이다. 〈조이 라이드〉는 자기 자신을 향한 여정이라는 코미디/버디 무비의 일반적 구조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오드리의 진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과 개별 주인공의 매력과 이들의 어우러짐에 대한 묘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말이다. 오드리가 자신이 부정해왔던 아시아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조이 라이드〉는 가족주의, 아름다운 자연 등 서양이 동양을 오리엔탈리즘적으로 재현해온 방식을 그대로 차용해 오드리의 정체성 탐색 과정을 채운다. 이 영화가 할리우드가 아시아/인을 재현해온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서양이 상상적으로 구성해온 동양의 이미지 배치를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하나의 영화에 너무 많은 기대를 투영할 필요는 없다. 〈조이 라이드〉에게 아시아/인과 할리우드가 맺어온 불평등한 관계 모두를 뒤집으라고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는 소리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 범주 내에서 아시아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즐길 만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균열은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는 좋은데 아시아/인 재현은 엉망이어서 양가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의 성공은 그 자체로 변화를 촉구한다. 들러리가 아닌, 행복과 고뇌를 동시에 느끼는 복합적 주체로서의 아시아인이 등장하는, ‘아시아인 차별? 엿 먹으라 그래!’라고 당차게 말하는 더 많은 할리우드 영화를 기다린다.
-
- 우린 모두 다른 모양의 솔방울
왜 전쟁이었을까. 왜 하필 피노키오를 전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은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줄에 묶여 꼭두각시처럼 춤을 추는 피노키오의 모습이, 바로 전쟁터로 뛰어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어린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배우고, 삶에 대한 이유를 찾아야 할 나이에 전쟁터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어른들조차 견디기 힘든 전쟁의 고통을, 왜 고통스러운지도 모른 채 그저 익숙해져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줄에 묶인 꼭두각시처럼 보인다.
파시즘에 젖은 시장의 아들, 캔들윅은 아버지의 명령대로 움직인다. 의문이나 불만은 입 밖에 내서는 안된다. 꼭두각시는 줄을 조종하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만 살 수 있으니까. 줄이 끊어졌을 때 처참히 버려진 자신을 대신할 꼭두각시는 많다. 전쟁이 모두를 똑같은 꼭두각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삶의 목표를 단일화 시킨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외에 다른 목표를 가지는 순간, 죽임 당하거나 괴로움에 못 이겨 생을 마감할 테니까.
꼭두각시 조종자들에게 줄이 없어도 움직이는 피노키오는 존재 자체만으로 위협적이다. 피노키오는 전쟁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거부한다. 전쟁의 무의미함을 꼬집으며 삶의 가치를 찾아내려는 피노키오를 보며, 상처 입은 자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학대당했던 원숭이 스파차투라와 소년 캔들윅은 피노키오로 인해 해방을 얻는다. 이는 굉장히 슬프지만 어찌할 수 없는 수순이다. 인생을 돌아보면, 내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으로 인해 치유되는 경험은 거의 없다. 우리는 대게 나와 비슷한 슬픔을 가진 사람과 만나 나의 아픔을 치유한다. 슬프지만 당연한 일이다.
피노키오는 자신 역시 무거운 짐을 이고 있으면서도, 남들에게 베푸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 기꺼이 남을 위해 위로를 나누어주는 피노키오의 모습은 용감하면서도 강인하다. 이는 쉽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위로를 내어주는데 인색한 현대사회 속에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피노키오, 내 아들. 내가 널 다른 아이로 만들려고 했구나.
이제 카를로가 되지도, 다른 누군가가 되지도 마라. 네 모습 그대로 살아.
난 널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피노키오는 영생을 포기하고 죽음이 있는, 단 한 번뿐인 삶을 선택한다. 죽음의 신은 반복해서 말한다. 인간의 삶이 아름다운 것은 그 순간이 매우 짧기 때문이라고. 모든 순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 단 한 번뿐인 나의 삶을, 내가 아닌 남으로 살면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카를로가 처음 솔방울을 가져왔을 때, 제페토는 그것이 완벽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난 솔방울도, 상처가 있는 솔방울도, 땅에 심고 충분히 물을 주면 제각각의 모양으로 훌륭한 소나무가 된다. 어떤 솔방울이든 나무가 될 기회는 있다. 그 누구도 솔방울에게 완벽함을 운운할 자격은 없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린 언제나 전쟁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전쟁은 누가 만든 것인가? 진정 그 전쟁이 내가 원했던 것인가?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목표를 가지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다. 한 번뿐인 삶을 나라는 특별한 존재를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때론 그런 사회의 총격에 피를 흘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린 꿋꿋이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 나라는 존재만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향해.
-
- 넷플릭스 섹시한 자동차 강도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제가 오늘은 조금 신나고 빠른 음악과 스피드의 환상의 콜라보를 가진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를 가지고 왔어요!~
요즘 추워서 집에 꽁꽁 싸매고 있을 때 경쾌한 음악과 드라이브를 대신 만족할 수 있는
대리만족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토리는 별로이지만, 음악과 액션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 많은 분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한번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줄거리부터 결말까지! 살펴볼게요~
기본정보장르 : 액션, 범죄,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감독 / 각본 : 에드가 라이트출연진 : 안셀 엘고트, 릴리 제임스, 케빈 스페이시개봉일 : 2017.09.14평점 : 8.41스트리밍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기획의도애틀랜타의 은행과 공공기간들을 연쇄적으로 털고 있는 어느 강도단.전속 도주 운전수로 일하고 있는 베이비(안셀 엘고트). 어릴 적 사고로 생긴 청각 장애 때문에생기는 이명을 없애기 위해 항상 아이팟과 이어폰을 가지고 다니며 음악에 심취해 있는 베이비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드라이버다.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강도단을 나오려고 하지만, 강도단의 수간인 박사가베이비의 천재적인 능력을 이용하고자 다시 팀으로 합류하는데...여담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는 개봉 직후 토마토 신선도 100%를 한동안 유지하면서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성공적인 실적을 거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화끈한 카레이싱에 어울리는 음악이 훌륭했다는 점이다. 음악을 적절한 장면에 잘 활용하면서 호흡이 딱딱 맞아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후기 및 결말일단 베이비 드라이버결말 부터 살펴보자면...베이비는 경찰과 무기 밀매 조직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며 힘들게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마음이 그래도 착했던 박사는 차와 돈을 건네받고 박사는 죽었습니다. 베이비는 가까스로 도망치지만, 결국에는 붙잡혀 25년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가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5년 후 가석방을 받은 베이비는 교도소에 나와있는 데보라를 만나며 오픈카를 타고 떠나게 됩니다.이 영화는 엄청 단순하지만! 음악과 액션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음악 액션 영화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영화였다.영화는 내용을 중점을 두기보단 액션, 음악, 카레이싱! 이 3가지의 조합에 포커스를 두면 참 좋은 영화이며 여기서 스토리를 깊게 살펴보면... 보지 마! 눈 감아~ 그래도 평점 8점대로 정말 준수한 영화를 가진 베이비 드라이버 영화!~신나는 드라이브 떠나고 싶을 때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
- 2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금주에는 마블 스튜디오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옵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새로운 캡틴과 함께 관객들에게 찾아왔습니다.
이번 작품으로 삐그덕거리던 마블의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곧 개최될 아카데미 시상식의 강력한 후보로 점쳐지는 <브루탈리스트>도 개봉을 앞뒀습니다.215분이라는 러닝타임과 상영시간 내 인터미션이 존재한다는 정보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등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애드리언 브로디가 과연 이번 오스카에서도 남우주연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브루탈리스트
The Brutalist
개요: 드라마 | 미국 | 215분
감독: 브래디 코베
주연: 애드리언 브로디, 펠리시티 존스, 가이 피어스
개봉: 2025.02.12.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전쟁의 상흔을 뒤로하고 미국에 정착한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미국 이민자의 냉혹한 현실 속에 전쟁의 트라우마를 견뎌내던 어느 날. ‘라즐로’의 천재성을 알아본 부유한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이 기념비적인 건축물 설계를 제안한다.
하지만, 시대와 공간, 빛의 경계를 넘어 대담하고 혁신적인 그의 건축 설계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후원자 해리슨의 감시와 압박, 주변의 비난이 거세질수록 오히려 더 자신의 설계에 집착하던 ‘라즐로’.
혁신적인 브루탈리즘 건축에 자신을 투영하던 ‘라즐로’는 결국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는데...
발 디딜 곳 없는, 소속이 불분명한 삶의 연대기 트라우마가 예술로 승화된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Captain America: Brave New World
개요: 액션 | 미국
감독: 줄리어스 오나
주연: 안소니 마키, 해리슨 포드, 대니 라미레즈, 쉬라 하스
개봉: 2025.02.12.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대통령이 된 새디우스 로스와 재회 후, 국제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샘이 전 세계를 붉게 장악하려는사악한 음모 뒤에 숨겨진 존재와 이유를 파헤쳐 나가는 액션 블록버스터.
두 사람
Life Unrehearsed
개요: 다큐멘터리 | 대한민국 | 80분
감독: 반박지은
주연: 이수현, 김인선
개봉: 2025.02.12.
배급: 반박지은필름, (주)시네마달
줄거리
“가장 낯선 곳에서, 가장 깊은 사랑으로”
파독 간호사로 낯선 나라 독일에 이주한 뒤 지역 사회와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 내는 일에 앞장선 ‘수현’.간호 학교를 졸업하고 신학 연구에 뛰어들며 이주민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는 호스피스 리더 ‘인선’.
40여 년 전, 재독여신도회에서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 이민 1세대, 이주 노동자,그리고 레즈비언으로서 서로에게 쉴 곳이 되어주고, 곁에서 여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첫 황혼에서 두 손을 마주 잡은 <두 사람>의 무지갯빛 블루스가 시작됩니다!
아카디안
Arcadian
개요: SF | 미국 | 92분
감독: 벤자민 브루어
주연: 니콜라스 케이지, 맥스웰 젠킨스, 제이든 마텔
개봉: 2025.02.13.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줄거리
밤이 오면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온다! 쌍둥이 아들 ‘토마스’와 ‘조셉’과 함께 문명이 파괴된 세상을 살아가는 ‘폴’.밤마다 습격하는 정체불명의 괴물들 때문에 이들은 매일 긴장감 속에 전투를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일로 한밤중에 집을 나선 ‘폴’은 마주쳐서는 안 될 괴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
- 우리는 화학물질로부터 대탈출 중
2019년에 우리는 괜찮은 코미디 영화들을 많이 만났다. 연초에는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이었고, 중반에는 이상근 감독의 <엑시트>였다.
<엑시트>라는 영화는 대학생 때 산악 동아리에서 이름 좀 떨쳤지만 이제는 만년 취업준비생인 용남과 용남의 옛 짝사랑이자 용남 어머니의 칠순 잔치의 웨딩홀에서 일하고 있는 의주가 알 수 없는 유독가스를 피해 탈출하는 영화다. 장르는 액션과 코미디. 분명히 무섭고 진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나가는 감독님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유독가스는 '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이라는 말이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공업용으로 쓰이는 것들을 화학물질이라고 부르지만 말이다. 화학물질의 결합이나 화합을 통해 발견된 대표적인 물질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셀룰로스에 질산과 황산을 가해서 얻어진 물질이기 때문이다.
온 도시를 유독가스로 뒤덮은 범인은 어떤 기업의 연구자였고, 연구 결과를 빼앗긴 것에 대한 일종의 복수 행위로 가스를 살포한 것이었다. 실제로 악덕 기업에서 연구자의 특허권을 빼앗든지, 연구 결과를 훔쳐 가는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영화에서 유독가스라고 불리는 그 화학물질은 호흡을 곤란하게 하고 피부에 기포를 생기게 했으며 종례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아주 독한 물질이다. 우리는 이런 화학물질을 '유해화학물질'이라고 부른다. 유해화학물질은 독성이나 발암성을 띠고 있어서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화학물질인데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아서 노출되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직접 닿거나 섭취하였을 때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유출되어 공기 중의 물질과 반응하여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끝까지 이 물질의 정체는 나오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부분은 아주 현실적인 부분이다. 왜 현실적일까?
많은 기업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화학물질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화학물질들을 혼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생각보다 우리나라에는 화학물질과 관련된 법들이 많이 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 관리법」 이 두 가지 법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간단히 '화평법', '화관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래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이었는데 2012년 휴브글로벌의 불산(불화수소산) 가스 누출사고와 2013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법을 분리하여 관리하게 된 것이다. 화평법은 국내에 들어오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정보를 만드는 것이고, 화관법은 화학사고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시행 이후에도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엑시트>에 나오는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화학물질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2만여 개의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5억 5천만 톤을 유통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화학산업이 세계 2위 규모이고 국내 최대 수출 분야로서 매년 400여 종의 새로운 신규 화학물질이 제조되고 수입될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에 반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은 점차 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화학단지 대부분이 7~80년대 가동되기 시작해서 적게는 20년, 많게는 50년 이상 가동된 시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2014년에서 2020년 4월 사이에 발생한 화학 사고의 522건 중 취급시설 관리를 소홀하게 해서 발생한 사고가 전체 화학사고 중 46%나 차지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고의로 살포한 것이었지만 노후 시설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 노후시설을 관리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고의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이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 없는 것은 정말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곳은 환경부와 그 산하기관인데 화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의 수, 규모, 업종 등 전체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이 바뀌면서 영업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시설이 정기 검사와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영업 허가가 면제된 시설은 신경 쓰지 않고 있기도 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정기검사를 받지 않는 곳이 39%나 되었고 정기검사를 받지 않고 영업하다가 적발된 곳도 있었다. 사업자가 영업허가를 신청하지 않는 이상 영업허가가 면제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해 정부도 지자체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원주의 경우도 문막 공단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약품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원주시에 문의하면 강원도와 원주지방환경청에 문의하라고 민원을 돌린다. 하지만 돌려받은 두 곳도 대답해 주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강릉의 수소 폭발 사고가 있었을 때는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기도 했다. 이처럼 유해화학물질과 관련해서 법적으로는 명확한 관리 주체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사고가 터지면 책임 공방을 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영화는 사람을 구조하는 중에 끝이 났지만 이런 현실이 있기 때문에 과연 도시가 회복될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정말 모르기 때문인 이유는 또 있는데 이는 기업의 '영업비밀' 때문이다.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다루는 회사에서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 공개하면 문제가 터졌을 때 빨리 대비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영업비밀로써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인들이나 다른 회사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공개 시 정말 영업상 손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에까지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가 있다니… 우리나라는 기업의 이득과 국민의 안전을 동일 선상에서조차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그 물질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탄올 대신 '메탄올'을 사용하여 실명한 노동자들에 대해 뉴스를 통해 보신 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고가 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 2020년에 들어서야 사업장의 잘못이 인정되었다. (참조: KBS 뉴스7, '메탄올 실명' 파견노동자들 4년 만에 손배 인정..."안전관리 방치 책임")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치는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도 마주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화학물질은 하나의 물질일 때는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다른 물질과 만나서 반응하면서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하루하루 새로운 화학물질이 나오고 있고, 현시점에 있는 모든 화학물질의 특성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정말 조심히 다뤄야만 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불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바로 화학물질이다.
<엑시트>에서 유독가스로부터 피해를 받는 존재는 '인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사람이 그렇게 죽을 정도라면 나무와 동물은 분명한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불산 누출의 피해가 있었던 동네의 사진을 보면 나무들이 붉은색으로 모두 죽은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아주 힘겹기는 하지만 사람은 두 다리가 있어서 도망이라도 갈 수 있는데 나무는 그러하지 못하니 얼마나 애석했을까.
그리고 걱정이 되었던 것은 하천이었다. 영화에서 유독가스는 결국 물을 뿌려서 잡는다.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진 수용성 화학물질이었던 것이다. 물과 비로 눈에 보이는 가스상 화학물질을 잡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화학물질의 성격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될지는 정말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떼죽음 맞을 수도 있고, 시간이 걸려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도 있고, 식수로 활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고, 눈에 보이는 위험이 사라졌다고 해서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낙동강에서 과불화화합물과 1.4-다이옥산이 검출되어서 식수로서의 기능을 의심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화학물질로부터의 위험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공단이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만 사고가 일어난다는 법은 없고, 우리의 삶의 모든 곳에 화학물질과 유해화학물질이 있으니 말이다.
-
- 시간의 마술사는 낭비를 모르지
외진 사막에서 사랑을 나눌 준비를 하는 나일스(앤디 샘버그)와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 결혼식에서 만난 둘은 꽤나 빠른 진도를 나가고 있었다. 분위기가 애틋하게 무르익을 무렵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나일스의 어깨에 박힌다. 혼란에 빠진 세라에 반해 의외로 덤덤한 나일스는 붉은빛으로 가득한 동굴 속으로 사라진다. 나일스가 걱정된 세라 또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녀는 이미 지났을 11월 9일 결혼식 아침에 눈을 뜨게 된다. 과연 세라에겐 무슨 일이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친숙의 탈을 쓴 세련된 이야기꾼”. <팜 스프링스>는 우리에겐 이미 친숙해져 버린 시간여행과 로맨틱이라는 두 장르를 결합시킨다. 친숙한 소재는 관객에게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오용하면 진부함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맥스 바르바코우 감독에게 친숙함이란 위험보단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무기인 듯하다. 분명 다른 작품에서 봤음직한 장면을 능수능란하게 재구성하는 모습은 이번 작품이 첫 장편 영화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한다. 특히 영화라는 한정된 시간의 예술이 지닌 가치를 온전히 이끌어내는 모습은 ‘시간의 마술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 획기적인 개입<팜 스프링스>의 친숙함은 <사랑은 블랙홀>과 <해피 데스데이> 사이를 오간다. 바르바코우 감독은 두 작품에 대한 단순한 모방과 변형에 그치지 않고 색다른 시도를 꾀한다. 바로 ‘중간자의 개입’이다. 반복되는 시간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루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중간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시간 속 기억의 축적은 주인공에게만 적용되기에 그들은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었다. 대부분 미래를 예견하는듯한 모습으로 설득하지만 주인공들과 같은 시간을 적용받는 관객들에겐 지루한 순간일 수밖에 없다. 바르바코우 감독은 중간자의 개입을 통해 단순하지만 획기적인 방법으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시간을 영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 동일한 시간 축 위에 다양한 인물의 등장
나일스, 세라, 로이는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상영시간이 한 시간 반에 지나지 않는 작품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다루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팜 스프링스>는 인물들의 과거를 최대한 절제하고 11월 9일이란 하루에 집중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그들의 행동에 따라 하루는 변한다. 매번 다른 시간 속에서 함께 쌓인 경험이 인물들의 과거가 되고 이는 곧 그들의 개성으로 자리 잡는다. <브루클린 나인>, <파고>, <위플래시> 등으로 대중에게 인증받은 배우들은 훌륭한 연기를 통해 각자 맡은 캐릭터의 개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
-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4] 나를 위로하는 나의 영화 (with. 민가람 & 심석우 감독)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00:00 인트로 03:07 [시네도키, 뉴욕]에 관한 짧은 이야기 05:37 자전적인 이야기에 관해 13:54 연출로서의 영화 21:20 추천 영화 [결혼 이야기] 28:41 [참가상] 이야기 30:05 다시 이 영화들을 찍는다면? 32:51 [내가 사랑하는 나의 자존감 도둑] 이야기 37:07 딸과 엄마의 관계 43:19 그가 재미없는 이유 48:48 마무리
-
- 코x나로 미국이 건설했지만 딱하나 놓친 한 가지 [영화리뷰/결말포함]
-
무비워크 : Movie Walk
SUBSCRIBE
▼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
- 넷플릭스 <하이라키> 공식 티저 예고편
-
- 티빙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티저 예고편
[2021년 7월 16일, 티빙 공개]
대가가 담긴 소원을 파는 마녀식당에서 마녀 희라(송지효)와 동업자 진(남지현), 알바 길용(채종협)이 사연 가득한 손님들과 만들어가는 소울 충전 잔혹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