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07-26 18:05:12
멀티버스라는 늪에서 악전고투하다
<데드풀과 울버린>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바네사를 되살리고 일상을 되찾은 '데드풀/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데드풀은 이제 어벤져스에 가입해 조금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그는 어벤져스로부터 거절당하고, 그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도 이별한 후 '피터'(롭 딜레이니)의 도움을 받아 중고차 딜러 일을 하며 지낸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온다. '울버린'(휴 잭맨)의 죽음과 함께 엑스맨 유니버스가 소멸될 상황이 되자, TVA에서 데드풀을 MCU의 일원으로 캐스팅한 것. 데드풀은 '마블의 예수'가 될 것이라 들뜨지만, 흥분도 잠시. 그는 엑스맨 유니버스를 곧장 파괴하려는 '패러독스'(매튜 맥퍼딘)의 음모를 눈치채고, 자기 우주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모든 면에서 상극이고, 자기 우주를 구하는 데 실패한 또 다른 '울버린'과 함께.
MCU의 예수는 되지 못하다
2024 슈퍼볼에서 처음 공개된 <데드풀과 울버린>의 티저 예고편. 2분 남짓한 영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개 24시간 만에 3억 6,5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기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하 <노 웨이 홈>)의 3억 5,550만 조회수를 뛰어넘었다. 특히 한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바로 마블의 예수님이야"라는 데드풀의 대사는 MCU와 멀티버스 사가에 신선한 피가 수혈될 거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 <데드풀과 울버린>은 안타깝게도 기대에 미치 못했다. 데드풀과 멀티버스 사가의 만남 자체는 인상적이다. 데드풀만의 특색과 입담을 살려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 사가를 작품 내에서 풀어냈다. 엑스맨 버전 <노 웨이 홈>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엑스맨>, <판타스틱 포>, <데어데블>, <블레이드> 등 2000년대 초중반을 수놓은 과거 마블 캐릭터들에게 명예로운 엔딩을 안겨 주었다.
다만 MCU 멀티버스 사가의 문제점은 여전하다. 멀티버스 캐릭터에게 내준 공간만큼 데드풀과 울버린의 자리가 줄었다. 그 결과 데드풀도, 울버린도 각자의 서사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냉정히 말해 휴 잭맨이 복귀했다는 것 외에 의의가 없을 정도다. 프로모션 과정 내내 강조한 데드풀과 울버린의 버디 무비라는 개성도 덩달아 옅어진다. 결국 <데드풀과 울버린>이 MCU의 구세주냐는 질문에도 '아니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20세기 폭스의 <노 웨이 홈>
데드풀의 가장 큰 개성은 자유로움이었다. 그는 작품 내외를 오가며 히어로 영화의 금기를 전부 다 깨버렸다. 그래서인지 그는 엑스맨 유니버스에 속하면서도 따로 노는 미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MCU는 이를 엑스맨 유니버스와 MCU의 가교로 삼았다. 데드풀의 입담과 액션을 활용해 작품 외적인 이유로 퇴장했던 캐릭터에게는 마지막 인사의 기회를 주고, 세계관 자체는 멀티버스 속에 남겨두며 미래를 기약한다.
당장 기본적인 스토리부터가 현실의 은유다. 데드풀이 자기 우주를 파괴하려는 TVA에 맞서는 것은 디즈니의 폭스 인수로 인해 종료된 엑스맨 유니버스의 상황을 보여준다. 자기 우주에서 엑스맨을 구하지 못한 울버린의 모습도 마치 엑스맨 유나버스의 종료를 막지 못한 현실의 울버린을 보는 듯하다. 그들이 과거 마블 영화 캐릭터를 지배하려는 카산드라 노바와 싸우는 것 또한 MCU에 병합돼야 할 엑스맨 유니버스의 현실을 은유한다.
그 덕분에 영화는 다시 못 볼 캐릭터로 가득하다. 촬영은 완료했으나 공개되지 못한 채닝 테이텀의 갬빗과 <로건> 속 로라를 비롯해 파이로, 토드, 아자젤, 저거너트 같은 조연이 재등장한다. 이에 더해 크리스 에반스의 휴먼 토치, 제니퍼 가너의 엘렉트라,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 등 과거의 영웅도 마지막 인사를 보낸다. 즉, <데드풀과 울버린>은 20세기 폭스 버전의 <노 웨이 홈>이다. 엑스맨 시리즈를 비롯한 예전 마블 영화의 추억을 지키려는 메타적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다만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MCU 멀티버스 사가 중 진입장벽이 가장 높다. 일단 엑스맨 유니버스를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고, <판타스틱 포>, <블레이드>, <데어데블>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면 등장인물조차 알 수 없다. 또 <로키> 시즌 1을 보지 않으면 TVA, 보이드, 알리오스와 신성한 시간대 같은 설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갬빗의 경우에는 디즈니-폭스 인수 사가와 관련된 뒷이야기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스파이더맨이 되지 못한 울버린
그러나 <데드풀과 울버린>의 완성도는 <노 웨이 홈>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 핵심적인 전제 하나를 놓친 까닭이다. <노 웨이 홈>의 힘은 과거의 두 스파이더맨에서 비롯했다. 그들이 과거의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모습이 시간을 뛰어넘는 감동의 원천이었다.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가 그린 고블린을 치료하고,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파커가 추락하는 MJ를 구해내는 모습은 팬들의 상상과 염원을 스크린에 펼쳐 보이는 순간이었다.
<데드풀과 울버린>도 비슷한 방식으로 울버린을 활용하려 한다. 엑스맨을 구하지 못한 멀티버스의 로건을 기존의 엑스맨 유니버스로 불러와서 그가 다시 히어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문제는 이 울버린이 지난 20여 년간 엑스맨 시리즈에서 활약한 울버린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예전 스파이더맨과는 달리 이번 울버린은 관객과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교류할 길이 없다.
불친절한 전개는 문제를 더 키운다. 멀티버스의 울버린이 좌절한 이유나 정황은 실감하기 어렵다. 흔한 플래시백 하나 없이 대사로만 제시되기 때문. 그가 엑스맨으로 나서기를 주저하는 이유도 알기 어렵고, 로라가 멀티버스의 로건에게 그의 본성과 영웅성을 일깨우는 대화도 임팩트가 부족하다. <노 웨이 홈>에서 과거의 스파이더맨이 MCU의 스파이더맨에게 조언을 건네는 장면과 비교하면 차이가 명백하다.
이 괴리감은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암시된다. 데드풀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로건>에서 묻힌 울버린의 무덤을 파헤친다. 그러고는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뼈를 이용해서 자신을 뒤쫓아온 TVA 요원들을 때려잡는다. 물론 분위기나 연출 자체는 데드풀답게 유쾌하고, 데드풀도 관객에게 사과를 건넨다. 하지만 <로건>의 결말을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마냥 즐기기 어렵고, 이번 울버린과의 거리감이 더 멀어지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울버린과 함께 무너지는 데드풀
이에 더해 <데드풀> 영화인데도 데드풀의 서사를 살려내지 못했다. <데드풀> 시리즈의 매력은 평범한 주제나 메시지를 데드풀스럽게 풀어낸다는 점에 있다. 1편은 로맨스 영화를, 2편은 가족 영화를 B급 유머로 범벅해 흥미롭게 풀어낸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친구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된 2편 이후로 무언가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데드풀. 그는 MCU의 어벤져스에 합류하려고 했지만, 어벤져스로부터 거절당한 후 크게 좌절했고, 평범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헤맸다. TVA에서는 마침내 MCU의 예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종국에는 그 꿈도 포기한다. 친구들과 그들의 일상을 지켜내는 것, 그리고 새롭게 만난 친구인 울버린을 지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분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영화는 울버린과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 결과 데드풀의 서사는 직접적인 묘사 대신 상황 설명 대사로 자주 대체된다. 일례로 데드풀의 우주가 위험하다는 상황 설명도 패러독스의 대사로만 언급되니 실감하기 어렵다. 결국 <데드풀과 울버린>의 끝에는 데드풀다운 유머만 남는다. 시작과 끝을 장식한 내레이션 없이는 데드풀만의 서사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데드풀도, 울버린도 없는 버디 무비
전반적인 만듦새도 덩달아 미흡해진다. 두 주연 개개인의 서사가 부족하니 버디 무비인데도 둘의 호흡은 매끄럽지 않다. 예를 들어 울버린은 갈수록 데드풀에게 끌려다니는 듯하다. 새로운 울버린에게 마음을 주기 어려운 가운데 시리즈 내내 데드풀을 봐온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시퀀스와 시퀀스의 연결도 부자연스럽다. 꼭 보여줘야 할 멀티버스 이벤트를 먼저 설계한 뒤, 데드풀과 울버린의 행적을 짜 맞춘 듯 보인다.
그래서 클라이맥스가 뒤바뀐 듯 보이기도 한다. 중반부 보이드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작중 가장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여러 돌연변이와 히어로들이 뒤엉켜서 각자의 능력을 뽐내는 이 장면은 마치 <엑스맨: 최후의 전쟁> 속 알카트라즈 시퀀스를 보는 듯하다. 과거 시리즈와 캐릭터들에 대한 헌사가 가득하기에 뭉클하기까지 하다.
그에 반해 데드풀과 울버린이 데드풀 군단을 마주하는 시퀀스는 임팩트가 부족하다. 물론 <올드보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를 연상시키는 액션 자체의 쾌감은 나름 인상적이고, MCU의 멀티버스 설정을 비꼬는 대사는 유쾌하다. 하지만 데드풀과 울버린의 서사가 부족하다 보니 단순한 팬서비스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시퀀스를 들어내더라도 스토리 전개에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악역의 존재감이 확실했다면 상술한 문제는 다소 가려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는 능력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 그녀는 '보이드'로 떨어진 모든 캐릭터를 지배하고, 그러기 위해 모든 시간선을 붕괴시키려 한다. 이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역의 클리셰를 비튼 것에 불과하다. 그녀의 개인사마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그녀가 울버린의 이야기에 공감하거나 마음을 바꾸는 전개 또한 다소 급작스럽다.
MCU의 고질병이 또 도지다
결국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의 고질병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등이 줄곧 노출한 문제점의 연장선이다. 이번에도 세계관 정리에는 성공했다. 꼬여버린 엑스맨 유니버스에게 깔끔한 엔딩을 선사하고, 이전 마블 영화와 MCU의 관계를 정리했다. 추후 MCU가 선보일 <엑스맨>과 <판타스틱 4>, <블레이드>, <데어데블> 등을 위한 길은 닦은 셈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매력은 잃어버렸다. 더 나아가서는 데드풀이나 울버린이 MCU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그 가능성도 제시하지 못했다. 즉, 지반을 정리하고 기초 공사까지는 완료했지만, 정작 그 부지 위에 무슨 건물을 올릴지 조감도조차 못 보여줬다. 그러니 MCU의 구세주라고 부르기에는 <데드풀과 울버린>이 남긴 아쉬움이 너무나도 크다.
Acceptable 무난함
데드풀과 울버린도 빠져나오지 못한 멀티버스의 늪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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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으로 한사람의 인생이 무너지다 | 영화 샤크
오늘의 영화는 티빙 오리지널로 개봉하여 아직도
꾸준한 인기순위 영화 상위권에 차지하고 있는 영화 샤크 더 비기닝!
과거에 비해 지금 꾸준하게 학교폭력과 관련된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는데,
이 영화는 폭력 때문에 누군가의 인생이 한순간에 망가지면서
살아남기 위해 싸움을 하는 이야기 입니다.
기본 정보
장르 : 액션, 드라마, 스릴러, 느와르
감독 : 채여준
각본 : 민지
출연진 : 김민석, 위하준, 정원창
개봉일 : 2021년 6월 17일
평점 : 7.81
스트리밍 : 티빙
기획 의도
뜻밖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학교폭력 피해자 차우솔(김민석)
소년교도소에 수감된 뒤 우연히 종합격투기 챔피언 정도연(위하준)을
만나게 되고,
자신 안의 두려움과 마주한 채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하나씩
극복해 나간다.
"누구에게도 숙이지 않아도 될 힘을 가르쳐 주세요"
교도소에서 출소해도, 자신을 괴롭힐 배석찬(정원창)을 두려워하던 차은솔은
고된 훈련을 통해 점차 강력한 상어의 공격 본능을 일깨우기 시작하는데...
여담
영화 샤크의 경우 카카오에 연재하고 있는
김우섭 웹툰의 <샤크>를 영화로 재각색하여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티빙 오리지널로 공개된 영화 샤크는
꾸준하게 인기 영화 순위에서 상위권을 자리 잡고 있다.
김민석이라는 캐릭터가 학교폭력 피해자를 너무 현실감 있게
잘 살렸던 것 같아서 더욱더 몰입감이 있었다.
후기 및 결말
영화 샤크 더 비기닝 결말을 살펴보자면
교도소에서 만난 정도현이 떠나게 되자 차우솔은
끈기와 그동안의 훈련을 통해 교도소 내 싸움 4인방과 평화협정을 맺는다
시간이 흘러 차우솔의 출소일이 되고
배석찬은 이제 막 출소한 차우솔을 기다리고 있다가 시비를 건다.
정도현에게 배운 기술을 활용하여 배석찬에게 승리를 거두며
싸움을 가르쳐 준 정도현을 면회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폭력으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망가지고,
그걸 복수하기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이 망가지는 악순환이 돼버린...
한줄평 :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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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기에 있다 I am Here 범죄 스릴러 속 휴머니즘
불량 남녀와 브라더를 감독했었던 신근호 감독이 12일 개봉을 앞둔 ‘나는 여기에 있다’로 새 작품을 내놓았는데,
주연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는 VIP 시사회 이벤트에 선정되어 서울에 다녀왔다.
공항에서 티켓팅을 한 뒤 브릿지 연결 없이 버스 이동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국내선 항공의 운항 편수를 102편으로 늘렸는데, 제주 도민들의 도외 지역으로의 이동을 편리하게 돕고자 만들어진 제주항공은 해외 운항 노선 또한 늘려가며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요금 금액대와 상관없이 포인트 적립이 모두 이루어지고, 마일리지 좌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적립한 포인트 사용이 비교적 쉬운 편으로 포인트로 티켓 구입 시 부족한 포인트는 현금으로 즉시 보충할 수 있다. 포인트 구매 시 공항 이용료나 유류할증료 부분은 포인트로 구매가 불가하며, 별도로 결제를 해야 한다.
다만 적립된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있어 그 기간이 만료되면 사라지니 이 점, 참고하시길 바라고요.
드디어 제주 땅을 벗어난 비행기는 제주의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의 고도에 진입했는데,
예전에 비해서는 건물들이 무척이나 많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휴양지라는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비행기는 순항을 하며 1시간여를 상공을 날아 서울 김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서울 관광을 다닌 뒤 시사회가 진행될 건대입구 롯데시네마까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갔다.영화관으로 들어가니 입구 쪽에서 바로 시사회 티켓을 배부하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현장 티켓 수령은 별다른 기다림없이 바로 진행된다.
연락처 뒷자리와 이름, 선정 채널 등을 이야기하니 티켓을 나눠준다.
좌석은 임의 배정이다.
VIP 시사회라면 당연히 무대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오던 뷰피였지만, 단순 영화 상영만을 두고도 시사회 진행이 되는 자리에 몇 번 참석하고 나니, 참석 신청에 신중이 기해지던 차에 감독과 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함께하는 작품을 만나게 되어 신청 후 선정되기를 무척이나 바래오던 차에 선정이 되어 더욱 소중하고 값진 순간으로 만날 수 있었다.
영화관 내에서뿐 아니라 영화 상영 전 영화관의 한쪽 공간에서는 출연 배우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될 조한선과 정태우 배우 등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프레임 안에 담기도 했다.
이제는 중견 배우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두 배우의 연기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기념 사진 촬영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가 좌석을 배정받은 2층으로 올라가 무대인사를 기다리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품은 고조된 분위기 가운데 있었다.
요즘 한국 영화의 흥행 실적이 저조한 편인데, 이 작품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러닝타임은 82분으로 억지로 스토리를 질질 끌고 가지 않으며 포인트를 잡으며 깔끔하게 진행되어 가는 작품이었던 터라 짧은 시간 집중해서 영화를 감상하고 싶으셨던 분들에게도 괜찮을 듯싶었다.
7시가 되니 신근호 감독과 조한선, 정진운, 정태우, 노수산나 배우들이 무대로 와 인사를 했다.
범죄, 액션, 스릴러 장르의 ‘나는 여기에 있다’는 2023년 4월 12일 대개봉 예정으로 경찰과 범죄자가 동일한 공여자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은 스토리가 가미되었다.
장기를 기증받은 후 예전 성격이나 생활 패턴이 아닌, 공여자의 성격과 생활 습관으로 반응하며 지내는 경우가 종종 의학계에 보고되곤 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언급됩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 말미에 그러한 실제 스토리를 감안해 만든 작품은 아님을 밝히는 문구가 나온다.
신근호 감독 조한선 정태우 정진운 배우 주연 나는 여기에 있다 VIP 시건대 입구 롯데시네마 ‘나는 여기에 있다’ 무대인사 VIP 시사회
무대인사를 위해 상영관 안으로 입장하는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그들의 무대인사가 담긴 동영상을 첨부한다.
영상에 담긴 배우들의 바램처럼 ‘대박’나시길 바란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느낄 수도 있겠다.
긍휼한 시선으로 범죄자를 바라보는 형사의 마음과 심리를 표현하는 조한선 배우와 아역 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이제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낯설지 않은 정태우 배우의 연기가 스크린 위에서 펼쳐지는 작품이었다.
특히나 왼쪽 눈 밑이 떨리는 조한선 배우의 연기는 인상적!
영화 관람이 끝난 뒤 밖으로 나왔는데, 무대인사를 했던 배우들 외에도 영화에 출현한 배우들 또한 눈에 들어옵니다.
무대인사가 있었던 VIP 시사회라 영화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했던 자리였다.
티켓값이 이전에 비해서는 많이 오른 편이라 극장가를 찾는 것에 대한 부담과 망설임이 있는 요즘이지만, 공여자의 삶이 장기를 기증받은 이의 삶에 영향을 미친 부분에 대해 어떠한 해석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답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연출을 한 ‘나는 여기에 있다’를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보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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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 7관왕 석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고, 더 나은 현재를 그릴 수 있었는데 늘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
종종 이렇게 되뇌던 날들이 있었다. 선택의 기로 앞에서 늘 같은 결정을 내리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이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자책하고. 지금은, 아무렴 괜찮다고 생각했다. 영화 에에올이 말해준 것처럼,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다른 세계에서는 이뤘을 것이고, 그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곳에서는 이뤘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조이의 베이글(좌)과 에블린(우)
허무주의에 빠진 조이가 보여준, 흰 구멍이 뚫린 검정 베이글. 그 베이글의 안팎을 바꾸면 검정 구멍이 뚫린 흰 베이글이 된다. 양자경(에블린 역)이 이마에 붙인 그 눈알처럼. 이렇게 조금만 관점을 달리한다면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최악 속에서 최선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조이, 에블린, 웨이먼드
정신없이 지나가는 영화 전반부에서, 영화 속 에블린이 되어 다중우주를 경험했다. 무엇이든 되고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돌고 돌아 결국 도착한 이곳이, 마주한 세계가, 내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한 모든 선택들이 소중함을 느꼈다.
그러니까 조금 더 다정하자고, 조금 더 사랑하자고 말하고 싶다.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다중 우주에서, 그 우주에 속한 하나의 세계에서, 맺어진 ‘너’와 ‘나’니까.
ha ha ha
Ha Ha 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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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처스 라운지> | 학교에 비친 사회를 보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도난 사건이 빈번한 학교에 부임한 신임 교사 ‘카를라’(레오니 베네쉬). 그녀는 이민자 출신 학생이 범인으로 몰리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교무실에서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린다. 노트북 카메라를 켜 둔 채 지갑을 옷에 두고 수업에 들어갔다 온 사이, 돈을 가져간 사람의 블라우스가 카메라에 찍힌 것.
카를라는 범인을 찾으러 나서고, 이내 용의자를 발견한다. 학교 직원 '쿤'(에바 로에보)'이 문제의 블라우스를 입은 것. 이에 학교는 쿤의 출근을 금지하고, 쿤의 아들이자 카를라의 학생인 '오스카'(레오나르드 슈테트니쉬)는 카를라에게 적개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 이후, 카를라는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큰 시련을 마주한다.
학교와 교사를 빌려 사회를 이야기하다
<티처스 라운지>는 '독일영화상'에서 최고의 영화상, 감독상, 시나리오상, 여우주연상 등 5관왕을 달성한 영화다. 화려한 수상경력과 교무실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조합하면 이 작품의 소재를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교권이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을 통해 교권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카를라는 어떻게든 교내 도난 사건을 해결하려 든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불똥이 튄다. 편견과 선입견, 오해가 겹치면서 학부모는 교사를 비난한다. 학교와 교사는 권위를 내세워 비난을 막으려 한다. 학생들도 교내 언론 같은 스피커를 활용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게 학교는, 특히 교무실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마치 최근 한국의 교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광경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이 광경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한 편을 연상시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작품은 우연히도 비슷한 사회적 갈등을 다룬다.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학생, 학부모, 교사의 관점이 엇갈리는 파국을 다룬다. 단순히 교권의 추락만 지적하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질적인 원인, 사회 전체의 책임을 지적하는 점도 공통점이다.
단,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장르의 차이다. 괴물이 비극 섞인 판타지를 지향한다면, 티처스 라운지는 강렬한 스릴러로 나아간다. 이 차이는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두 작품의 끝도 상이하게 만든다. 그 덕분에 <티처스 라운지>는 <괴물>과 공유한 여러 공통점에서 불구하고, 차별화된 톤과 메시지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괴물>을 닮았다
<티처스 라운지>와 <괴물>의 가장 큰 공통점은 교권 이슈를 불쏘시개로 쓴다는 점이다. 두 작품은 교권 이슈를 활용해 더 시급한 문제를 지적한다. 소통의 단절이다. 방식은 다르다. <괴물>은 관객을 현혹하는 방식을 택했다. 학부모, 교사의 시점에서 사건의 편린만 먼저 보여준 후에 학생의 관점에서 진상을 보여줬다. 학부모나 교사에게 동조한 관객 스스로가 편견과 선입견에 빠져 있었음을 자각하도록 만들면서 문제점을 체감시켰다.
반면에 <티처스 라운지>는 소통이 단절된 상황 속에 관객을 던져 놓는다. 핵심은 모두들 눈을 가린 채로 코끼리를 만지기 바쁘다는 것. 모든 주인공은 각자의 사실만 믿는다. 카를라는 블라우스의 문양에만 꽂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카를라의 인터뷰 중 입맛에 맞는 대목만 기사화한다. 학부모들은 카를라의 변명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갈등의 시발점인 카를라가 뒤늦게 진실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나 여의치 않다.
결국 <티처스 라운지>는 철저히 학교 내의 이야기만 다루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사회 전체를 다룬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관용의 부재,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견과 선입견의 존재. 이들이 교권 자체의 하락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에 정확히 부합하는 작품인 셈이다.
<괴물>과는 다른 학교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티처스 라운지>와 <괴물>의 공통점은 생각보다 눈에 잘 안 띈다. 포장 방법이 퍽 다르기 때문.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학교를 활용하는 방법에서 비롯된다. <괴물>에서 학교는 여러 배경 중 하나에 불과했다. 또 문제가 발생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을 어루만지는 공간이기도 했다. 일례로 미나토는 교장 선생에게 트롬본을 배우면서 위안을 찾았다.
<티처스 라운지>는 정반대다. 철저히 학교 안에서의 상황만 다룬다. 학교 내부를 보여주는 방식도 억압적이다. 1.31:1의 좁은 화면 비율을 활용해 학교를 꽤 폐쇄적인 공간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살렸다. 이에 더해 학부모, 교사, 학생의 시점을 교차한 <괴물>과 달리 <티처스 라운지>는 카를라에게만 집중한다. 그녀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의 중심에 있고, 관객은 그녀의 시점에서 모든 사건을 본다.
그 덕분에 <티처스 라운지>는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학생들은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교사에게 욕을 한다. 교사들은 해결법을 두고 서로에게 고함을 질러댄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들은 법적조치를 들먹이며 교사를 비난한다. 오해와 편견이 쌓이는 서스펜스, 갈등이 일제히 분출되는 폭발력은 좁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한층 강렬해진다. 여기에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까지 더해지면 교내 갈등은 한 층 첨예해진다.
다른 학교, 다른 결론
스릴러의 미덕에 충실한 결과 <티처스 라운지>의 결론 역시 <괴물>에 비해 더 날카롭다. 사회적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 예를 들어 영화는 정체성 정치의 부작용을 자연스럽게 지적한다. 폴란드 출신이라는 카를라의 개인적 배경을 꼬투리잡거나, 교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가는 교내 언론의 행태는 단순히 학교 내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학교의 도난 사건 대응 역시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학교를 일종의 감옥으로 묘사하면서 학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질문하기 때문. 학교는 학칙을 어겼다고 의심되는 학생을 처벌하고, 통제하고, 다른 피의자를 찾아내기 위해 학생들이 서로를 감시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교정, 감시, 처벌은 감옥의 생리와 다를 게 없다. 학교의 존재의의와 목적에 대해 다시금 고찰하게 만드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티처스 라운지>가 <괴물>과 전혀 다른 결로 마무리되는 이유다. 두 작품은 모두 '교권의 위기' 혹은 '소통과 관용의 부재'처럼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괴물>은 그 끝을 비극적인 판타지로 마무리했다. 이상적인 사회를 구현하기를 바라는 한 줌의 기대와 희망을 품어 관객에게 날려 보냈다. 반면에 <티처스 라운지>는 더 직접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다. 전자가 시라면, 후자는 에세이에 가깝다.
큐브에 새겨진 결론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티처스 라운지>의 결론은 카를라가 오스카에게 건넨 큐브에 담겨 있다. 학교는 오스카에게 강제 전학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학교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한 채 교실에 계속 남아 있는다. 동료 교사들이 경찰을 부를지 고민하는 사이 카를라는 오스카 옆 책상에 앉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담임교사로서 그의 옆을 지킨다.
그러자 오스카는 카를라가 건넸던 큐브를 조용히 맞추기 시작한다. 오스카와 갈등을 빚기 시작할 때 그녀는 큐브를 건넸다. 알고리즘에 맞춰 순서대로 풀어내야 하는 큐브처럼 다른 문제들도 원칙을 따를 때만 풀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들 사이에 숱한 오해와 편견이 쌓인다 해도, 차분하게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나란히 앉은 카를라와 오스카의 모습에서 그들이 99분 간 이어진 갈등의 탈출구를 마침내 찾은 듯 보이는 이유다.
물론 카를라는 이상적인 교사가 아니다. 학칙을 어겼고, 섣부른 추측으로 일을 키웠다. 하지만 그녀는 실수를 인정했고, 마지막까지 교사로서의 원칙을 지켰으며, 의무를 다했다. <티처스 라운지>를 단순한 스릴러 영화로 취급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측과 선동이 난무하고 신뢰를 찾기 힘든 사회라면 더욱 그렇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학교가 이렇게 폭발적인 공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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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마법 같은 기적을 불러 일으키는 색
*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기자단으로 부산국제 영화제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스터>
<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
<출연진>
Juliette JOUAN, Raphaël THIÉRY, Louis GARREL, Noémie LVOVSKY
<시놉시스>
<마틴 에덴>(2019)의 피에트로 마르첼로는 본인만의 서정적이고 낭만주의적인 필모그래피를 이어간다. 알렉산드르 그린의 러시아 콩트 <스칼렛 세일즈>(1923)를 각색한 영화는 1차 세계대전 직후에 노르망디의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마을에서 배척받는 라파엘과(라파엘 띠에리) 그의 딸 줄리엣은(줄리엣 주앙) 외롭지만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어느 날 한 마법사가 훗날 줄리엣이 하늘을 나는 주홍 돛을 단 배에 납치될 거라는 예언을 하고, 줄리엣은 이 예언을 굳게 믿으면서 왕자를 기다린다. 그녀가 자신의 감정을 노래하는 장면은 자크 드미의 <당나귀 가죽>(1970)에 대한 오마주다. 하지만 <스칼렛>에서 불굴의 용기와 상상력의 힘을 소유한 자는 왕자가 아닌 공주이며,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왕자를 구하는 사람 역시 줄리엣이다. 피에트로 마르첼로는 황금빛 석양과 두꺼비가 사는 연못으로 시골의 마법을 포착하면서 올해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서승희)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우리는 때론 고되고 잔인한 현실 속에서 마법과도 같은 일을 꿈꾸곤 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터무니 없는 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론, 당신이 간절히 염원한다면 삶은 당신에게 기꺼이 마법을 선물해줄 것이다. 이 마법의 다른 이름은, 다름아닌 '사랑'이다. 영화 <스칼렛>은 이러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 ‘주홍색’의 마녀들
목공인 라파엘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죽은 아내의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가 머문 곳은 어느 부랑자촌. 그곳에는 아들렌 부인이라는 '마녀'와 대장장이 가족, 그리고 홀로 남겨진 라파엘과 마리의 딸, '쥘리에트'가 있었다. 그들은 그 마을의 이방인이었고, 전후의 인심은 팍팍하기 그지 없어서, 언제나 핍박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팍팍한 인생 속에서 나름대로의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어느 일상의 틈에 마법이 깃들기를 염원하면서 말이다.
<스칼렛>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연상된 것은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자>(Scarlet letter)였다. 이방인으로써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받는 라파엘 가족들의 모습은 어쩐지 '주홍글자'가 쓰인 표식을 가슴에 달고 다니며 박해받던 헤스터 프린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이 유난히 붉은 옷을 자주 입는 다는 점도 이러한 가설을 세우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주홍색'은 '낙인'의 이미지를 가지는 호손의 소설에서와는 다소 의미가 다른 것처럼 보인다. 딸인 쥘리에트와 아들렌 부인은 탁월한 언변과 재치로 라파엘의 일자리를 구해주는 등 어떤 고난의 상황을 타파해나갈 때마다 붉은 색을 입고 있는데,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여기서의 주홍색은 시련 그 자체를 의미하기보다는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어떤 마법과도 같은 힘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마법!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잔잔한 마음에 격정을 불러 일으키며, 마침내는 간절히 염원하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것을 달리 말하면, 어쩌면, 이 마법의 다른 이름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라파엘이 자신이 사랑해 마지 않던 마리의 초상을 붉은 배경의 액자에 넣어두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달려가는 쥘리에트가 새빨간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숲속의 마녀가 예언한대로 '붉은 돛을 단 배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토록 기다리던 연인과 재회하던 날, 온 세상이 붉게 물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 곳곳에서는 마녀에 대한 비유를 발견할 수 있는데, 점을 보고 마녀의 노래를 부르는 아들렌 부인이 그렇고, 동물들과 벗하며 맨발로 숲을 드나드는 자유로운 여인인 쥘리에트와 그런 그에게 신비로운 조언을 해주는 숲속의 여인에게서 그러한 '마녀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주 노골적인 '마법'이 나타나지 않는데, 영화는 오히려 아주 절묘하게 색상과 상황의 변화를 활용하여 '마법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낸다.
2. 고된 삶 속에서 푸른 희망을 찾는다는 것
또 인상 깊었던 것은 푸른 색의 절묘한 활용이다.-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절대적으로 옳은 해석은 아님을 밝힌다!- 푸른 색은 붉은 색과 더불어 많은 장면에서 돋보였는데, 가령 귀로에 오른 라파엘의 군복, 성장하는 쥘리에트의 옷과 장성한 그의 머리에 달린 푸른 리본, 작업에 착수한 라파엘과 쥘리에트 부녀의 푸른 앞치마 등이 그렇다. 아, 라파엘과 아들렌의 푸른 눈이라든가, 사랑하는 이의 장례식에서 아들렌과 쥘리에트가 입은 짙푸른 의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푸른색은 양가적인 의미를 가진 색이다. 그것은 때론 우울의 색이기도 하고, 희망의 색이기도 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라든가,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푸른 요정'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라!- 전후 죽은 아내가 머물던 곳으로 향하는 라파엘의 푸른색은 지치고 쓸쓸한 기운을 풍기는가 하면, 그의 장례식에서 보이는 푸른색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상실감을 적절히 나타내준다. 그러나 우울과 환희는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양면적인 법. 이 푸른색은 라파엘 가족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간직하고 그들의 삶을 꿋꿋이 이어나갈 때 빛을 발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노라 말하는 아들렌과,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딴 선수상 제작에 매진하는 라파엘, 그리고 그런 라파엘의 유지를 이어 받아 푸른 앞치마를 입는 쥘리에트의 모습은, 사람을 비로소 살게하는 희망과 그것의 계승을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 <스칼렛>은 생생한 색의 대비를 통해 잔잔한 시골 마을에서 이방인으로써 살아가는 이 독특한 가족-소위 정상 가족의 범주를 벗어난-의 삶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안에는 사랑과 낭만이 있다.
3. 그 밖의 관람포인트!
그밖에 관심을 가지면 재밌을 듯한 관람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첫째, 화면 연출. 이 영화는 특히 붉은 색감이 두드러진다. 비단 의상 뿐만 아니라, 붉은 노을과 붉은 얼굴 등 전반적인 화면의 색감이 붉게 연출되어 있는데, 이러한 붉은색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상상해보며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관람법이 되리라. 또 이 영화는 최근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약 4:3의 화면비를 채택했는데-필자는 숫자에 약하므로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다ㅎㅎ- 이 때문에 좀 더 고전적인 인상을 준다.
둘째, 다양한 아카이브 영상의 차용이다. 피에트로 감독은 영화감독이자 아카이비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세계1차대전 당시의 여러 영상들을 활용하여 좀더 생생한 장면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또다른 점은 다름아닌 음악이다. 탄탄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렉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함으로서 뮤지컬 영화는 아니면서 마치 뮤지컬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로 배우인 라파엘과 쥘리에트-실제 배우와 배역의 이름이 동일하다-는 악기 연주에도 상당한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자, 우리 인생이 너무나 팍팍하다면, 우리도 어떤 마법과도 힘을 가져다줄 주홍색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영화관에서 영화 <스칼렛>을 관람하는 것도 이런 마법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22.10.08. 15:30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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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행선인 줄 알았던 교차선
평행선인 줄 알았던 교차선, <해피엔드> 리뷰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했습니다.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엔드,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반응 좋았기에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시놉시스 외에 어떤 것도 알아보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시작, 영화 끝. 시작부터 심장은 뛰었고,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함께 간 친구와 영화관을 나오며 한 말은 "미쳤다."뿐이었다. 그 정도로 취향인 영화였고, 조금 더 심층적으로 보고 싶었기에 시사회 감상 후 개봉일인 4월 30일 영화를 한차례 또 보았다.
훌륭한 음향과 연출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이야기였다. 해피엔드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AI로 사람을 인식하고, 감시하는 시대. 주인공들의 장난을 '테러'로 규정한 교장은 학교에 AI 감시 체제를 학교에 도입한다. 대지진 예고로 혼란스러운 사회와 AI 감시 체제로 억압된 학교에서 코우와 유타, 아타, 밍, 톰 그리고 학생들은 어떤 변화를 맞이한다. 해피엔드는 청춘을 이야기한다. 청춘 속 한번은 겪을 만한, 뗄 수 없는 정치와 우정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더 재밌게 보고 싶다면 주목할 포인트
1. 지진의 타이밍
2. 반복되는 대사
3. 유사한 인물
본 리뷰는 다음 글부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주 정치적인 설정,
현실과 영화, 사회와 학교의 거울 구조
거울 1. 현실과 영화
SF와 청춘이라는 장르로 무엇을 보여줄까 기대했다. 흔한 청춘물이면 어찌할지 생각하면서도 SF와 함께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기에 궁금했다. SF라는 장르는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장면을 연출한다. 또 다른 부분으로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점을 가진 장르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전해도 현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것 같다. 욕심으로 인한 독점, 본인의 안정을 위한 공격 등, 사회에 근본적 문제를 짚어내기 위해 SF 배경이 쓰인다. 해피엔드는 듄과 같은 화려한 스케일보다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SF를 활용했다. 해피엔드 속 일본 사회는 일본에서 벌어진 상황과 비슷하며, 전 세계적인 흐름과도 유사하다.
거울 2. 사회와 학교
영화는 현실을 비추고, 해피엔드 속 학교는 영화 속 사회를 비춘다. 코우와 유타가 세워둔 교장의 스포츠카. 교장은 그것을 보고는 "테러인가"라고 말한다. 부하 교사는 "네?"라고 답하며 관객의 반응을 대신한다. 과연 스포츠카를 세워둔 것이 학교를 향한 테러일까? 아니다. 그저 교장을 향한 공격일 뿐 학교를 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장은 이것을 테러로 규정하고, AI 체제를 도입하는 이유로 말한다. 아이들은 AI 감시 체제로 시도 때도 없이 감시당한다. 웃긴 점은 이 AI 감시가 아주 허술하다는 것이다. 유타가 당당히 교무실에서 열쇠를 가져가는 것은 벌점이 없다. 야구부 주장이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집으면 흡연으로 벌점을 부여한다. 외에도 영화 속에서 허술한 점들이 많다. 그와 동시에 학교엔 혐오가 심해진다. 귀화하지 않은 학생들을 분류하고, 그들이 규정한 일본인만을 위한 수업이 진행된다. 교장은 코우의 국적을 이야기하며 그런 출신이지 않는냐며 혐오가 가득한 말을 학생들 앞에서 내뱉고, 자기 잘못은 변명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까지도 '일본식' 예절을 말하며 같은 학생이 차별 발언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영화 속 사회와 같다. 대지진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불안을 조장하고, 권력을 잡는 총리의 소식은 뉴스로 알 수 있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익숙함에 움찔하게 만든다. 총리는 지진이 일어나면 외국인 범죄가 늘어난다는 말도 안 되는 파시즘적 발언을 내뱉다가 도시락을 맞기도 한다. 학교의 AI 감시는 사회 속 경찰과 같다. 코우는 여러 번 검문당한다. 얼굴을 인식하고, 소지 의무가 없는 서류를 요구받는다. 클럽에 들어간 것은 코우의 잘못이라 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붙잡힐 이유는 없다. 두 번째 검문에서 우퍼를 튼 것은 유타였음에도 코우가 서류를 요구받는다. 경찰은 딱히 중요치 않다. 마치 AI 감시체계가 허술하고, 멍청한 것처럼 경찰도 똑같다. 지진 경보 타이밍에 맞춰 시위를 탄압하기도 한다.
거울 3. 총리와 교장
거울 2가 거울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연출은 총리와 교장의 관계이다. 둘은 의도적으로 닮아있다. 특히 도시락 피습 사건과 교장실 점거 농성 장면은 완벽한 거울이다. 총리는 도시락 피습사건에서 도시락을 맞고 볼에 음식을 떼어내며 "아깝게시리"라고 말한다. 교장은 점거 농성에서 버려진 스시를 주우며 똑같이 말한다. "아깝게시리"라고. 그 외에도 불안을 조장해 권력을 잡는 점도, 혐오 발언을 내뱉는 것도 닮았다. 이 둘은 현실의 권력자와도 닮았다. 모든 나쁜 권력자들은 같은 모습을 한다.
또 하나 닮은 점은 이익을 좇는 것이다. 교장은 본인 차 테러 이전에 AI 감시 체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점거 농성 전 기사 인터뷰 내용을 보면 AI 감시 체제를 쓰고 교장의 지인(초반부 도지사 선물을 챙겨주던 사람)을 자주 봐야 해서 힘들다는 농담을 한다. 차가 세워지기 전에도 감시 체제와 관련된 인물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차 사건이 명분으로 이용됐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아마도 본인의 이익을 위해 AI 감시를 가져온 게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한다. 총리도 결국 대지진의 불안을 이용해 많은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권력뿐 아니라 내진설계 건축과 같이 분명 돈과 연결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교장도 학교 내진 설계를 위해 도지사에게 로비했고, 제2의 아지트가 될 뻔한 클럽도 내진설계 빌딩 공사를 위해 없어졌다. 코우네 식당에서 건축회사 아저씨가 지진이 오면 건축회사가 잘 된다고 말한다.
아주 정치적인 설정,
각자의 방식으로
잘못된 권력은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대응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상상력이 필요해”라고 한탄하며 말한 후미의 말에 대답하듯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권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석적인 모습은 후미다. 시위에 참여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한다. 저돌적으로 맞선다. 그리고 고민하는 코우, 코우는 후미처럼 맞서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재일 한국인으로 겪었던 차별과 대학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고민한다. 중요한 순간에도 그 고민으로 나서지 못하고, 결국 유타에게 마음의 빚을 진다. 그럼에도 코우는 시위에 참여하고, 화를 내고, 점거 농성을 서포트한다. 유타는 코우를 보며, 코우를 위해 저항한다. 코우의 벌까지 자신이 맡아 결국 권력이 무너질 가능성을 만든다. 이유 없이 검문당하던 코우를 보며, 혼자서 우퍼를 옮기며, 쫓겨나는 친구들을 보며 우타도 조금씩 변화했다. AI 감시에 반항하던 아타는 벌점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어쩔 수 없다며 청소한다. 순응하는 것처럼 보인 아타는 졸업식 날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장에게 한 방 먹인다. 그 외에도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을 학생들의 저항이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다. 모두가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움직인다.
한 번쯤 겪는 우정의 변화,갈림길에 서 있는 코우와 유타자랄수록 인간관계는 점점 넓어지고, 변화한다. 청소년기에 우정은 삶에서 어느 정도 크기를 차지할까? 특히,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우정은 변치 않을 것이라 여길 것이다. 그러다 소울메이트라 여기던 친구와 메울 수 없는 차이를 느낀다면 삶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영화에서 지진은 코우와 유타의 관계가 흔들릴 때 함께 발생한다. 가장 큰 흔들림이던 첫 번째 흔들림, 코우는 차별당한 순간과 불안감에 빠진다. 그러다 맞서 싸우는 후미를 발견하고 시선을 돌린다. 유타는 코우의 변화에 어색함을 느낀다. 두 번째 흔들림, 유타는 알바 면접을 보고 유타는 폭력 탄압이 발생한 시위 현장에 있었다. 유타는 시위에 나가며 싸우고, 억울함을 토해내는 코우를 보고는 옆자리에 앉지 않는다. 코우는 유타를 이해할 수 없고, 유타는 코우를 이해할 수 없다. 마지막 흔들림, 대학 장학금을 받은 코우와 퇴학당한 유타. 코우와 유타는 이전과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관계가 되었다.코우와 유타는 소꿉친구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오던 친구이다. 유타는 우퍼를 옮기며 서로가 영원할 친구 관계임을 이야기한다. 싸우더라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코우는 톰에게 우리가 유타를 대학교에서 만났더라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물어본다. 코우는 유타가 변해서 자기와 앞으로도 함께했으면 하는 만큼 유타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안 맞는 부분을, 참을 수 없다. 우정이란 무엇일까?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것이 친구일까? 완전 똑같은 사람끼리만 친구가 되는 걸까? 멀어지지 않아야 하는 걸까? 영화를 보며 수많은 질문이 생각났다. 영화와 함께 개인적인 답을 해보자면, 우정은 복잡하다. 사람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고, 아주 극히 일부 겹치는 때가 생긴다. 대부분 그 겹치는 때에 친해진다. 모든 부분이 같을 수 없다. 안 맞는 부분이 없을 수 없다. 그렇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겹치는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친구이다. 또 우정은 가깝지 않더라도 이어지고, 끊기더라도 이어진다. 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우정은 이어질 수 있다.코우와 유타의 흔들림은 사실 너무 친하고, 좋아했기에 생겼다. 같은 사람이었으면 한 것이다. 갈림길에서 누군가의 집에 따라가고 싶었던 마음처럼, 이 삶의 갈림길에서 같은 방향을 향했으면 했다. 둘은 싸우면서도 서로를 본다. 유타와 싸웠지만 가능한 곳까지 우퍼를 옮겨주는 코우, 코우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코우를 보호하고, 코우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게 자신을 희생한 유타. 마지막 장면 둘은 결국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을 향한다. 이전과 다른 관계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둘은 앞으로도 서로 다른 길에서 우정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변화하고, 이해하고자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는 교차 선에서 어린 시절처럼 장난치며 웃을 것이다.한 번쯤 겪는 우정의 변화,너랑 나는 정말 다른 것 같아초반부 함께 음악을 즐기고, 몇 번의 가위바위보도 겹치는 소울메이트 코우와 유타는 이야기가 진행될 수도 서로의 다름을 느낀다. 소꿉친구, 초중고 친구들과 겪는 큰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결국 좀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것. 자라면서 변화가 생긴다. 분명 어린 시절에는 잘 맞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변하는 취향, 성향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친구와 차이가 생긴다. 코우와 유타도 이런 타이밍이었다. 너무나 잘 맞는 둘이었기에 오히려 다름이 큰 흔들림이었다. 그래도 이 사건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코우는 유타를, 현실을 모르는 무개념이라 말했지만, 결국 자신을 구한 것이 유타였다. 코우가 생각한 것처럼 유타는 현실을 모르는 어린애도 아니고, 무력한 바보도 아니었다. 유타는 코우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말대답을 해서 싸우는지, 길에서 시위하는지 즐기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있던 유타는 동아리방을 빼앗기고, 클럽도 없어졌다. 우퍼를 옮겨주었던 친구도 빼앗겼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아마도 유타와 코우는 다른 길을 가더라도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영화를 보고청소년 주인공을 다루는 청춘물은 가끔 많은 것들이 제외된다. 특히 정치적인 요소가 우정의 흔들림의 원인으로 나온 영화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마치 학생이라고 정치적 의견이 없다고 여겨지는 것처럼 어리기에, 보호받는 존재기에 오히려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해피엔드는 확실히 학생이, 청춘이 겪는 것을 색안경을 벗고 그려냈다는 점에서 좋다. 그래서 꼭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모든 세대가 겪었을 일을, 현재의 일을 말하고 있다고 느껴졌다.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영화를 한 번, 두 번 보고 심층 리뷰를 쓸 수 없는 타입이다. 언젠가 OTT에 들어온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하고 싶은 영화이다. 아직도 궁금한 점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조금 더 준비해서 이야기해 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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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노동자의 2주
Chapter 2 이반과 이고르, 빨간색과 하얀색
00:00 황금종려상
00:37 귀여운 여인, 대부
01:51 노동자의 2주
03:46 편견, 자본가
06:34 이반과 이고르
08:01 빨간색 하얀색
09:10 별점 및 한 줄 평
09:28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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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던 그 이름 구찌. 내 것이 될수록 더욱 갖고 싶었던 이름.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었던 그 이름. 구찌를 갖기 위해 구찌를 죽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