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0 00:15:04
홀리모터스
살아낸 그 삶 마저 연기였을까?
내 삶은 어디에..
실제의 삶과 연기하는 삶 사이의 간극은 그 안에서도 소모되는 오스카만이 남겨져있었다.
“20분안에 지난 20년을 다 돌아봐야해”
극장에서 자는 관객들, 리무진의 대화를 통한 시대변화
그럼에도 잊지 않겠다는 중간중간의 영화장면들이 인상적이게 다가온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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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viction of Everyone, 영화 <브이 포 벤데타>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해 주던 친구가 있었다. 영화 초반에 나오던 독백을 적어서 편지에 적어주면서. 추천받으면 제때 보지 않는 이상한 습관이라도 있었던 건지, 한참이 지나고 이제서야 봤다. 이비의 목소리로 Remember, Remember the 5th of November로 시작되는 대사를 들으면서 그 친구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라고 했을까 궁금해졌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그 친구를 마음 한 켠에 두고 시작되었다.
유쾌한 사이다 영화다. 이상적인 전개지만 배경은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미래의 국가이지만 익숙하다. 역사는 패션보다는 좀 더 큰 주기로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리라. 세계대전과 테러, 질병을 겪으면서 등장한 전체주의 국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질병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2차 세계대전은 강렬하며, 생체실험은 저 멀리 일제강점기까지 떠오르게 한다. 히틀러를 떠올리게 만든 것 같은 미래엔 서틀러가 있고 언론을 포함해 수많은 통제가 있다. 늦은 밤엔 통금이 있고, 하나가 되기 위해 다양성은 배척된다. 서틀러와 크리디는 일부러 질병을 퍼뜨려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넣었다. 생화학무기를 만들겠다던 생체실험은 본래 목적 대신 유일무이한 질병을 만들고 치료제를 갖고 있다가 적시에 풀고 이익을 얻는데 쓰였다. 얼마나 짜릿했을까. 온 나라를 내 손에 넣고 마음대로 휘두르는 기분이란. 또 얼마나 불안했을까. 조금씩 틈이 생기는 게 보일 때마다. 그래서 자꾸 통제하게 되었겠지.
사람들은 서틀러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불만은 있지만 그들에게 서틀러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차악이다. 다시 고통받고 두려워하며 살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도 그냥 듣고 있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면서 그런대로 산다. 때 되면 밥을 먹고, 술도 마시고 TV도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허전하다면 그건 사람들의 어딘가 결핍된 표정 때문일 것이다. 미술과 음악 등 예술은 물론 음식까지 제한했다니 서틀러는 정말 고약하기 짝이 없다. 예술은 자유롭게 자신을 비판하는 게 싫어서 그랬던 모양이고, 본인 입에만 넣으라고 있는 버터가 아닌데.
그때 나타난 게 브이다. 이비를 포함해 사람들이 가면을 쓴 그를 마음에 담게 된 건 그는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모두가 알고 있지만 대놓고 이 나라는 뭔가가 제대로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권력자들이 가장 큰 잘못을 했지만, 사실은 거울 속에 비치는 당신들이 가만히 있었던 걸 되돌아보라고 말하는 그 사람이 놀라워서 귀 기울인 건 아닐까. 당장 나와 함께 하자고 하지 않고 1년 후에 함께 하자는 그 말에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치부하지 않는다. 혁명을 꿈꾸는 사람이 궤변론자나 과대 망상가라고 평가받지 않게 되는 건 정말 세상이 문제가 있고, 사람들도 알고 있지만 어찌할 바를 알 수 없을 때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억압적으로 느껴질수록 브이에게 설득력이 생긴다. 누군가에겐 그럴듯하고, 누군가에겐 헛소리가 되어버릴 땐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이상하지, 하나가 되자고 할수록 하나같이 절망감을 느끼게 만드는 게.
브이의 '11.5 선언'은 묘하게 교훈적이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입바른 소리를 하면 밉상일 때도 있는데 이상하게 수긍이 가는 건 그는 사람들과 다르게 도전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그 방송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소를 시원하게 폭파하면서 1812 서곡을 들려주었고, 언론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정규 방송을 차단하고 비상 방송을 장악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였다. 방송국에서는 황급히 그를 검거한 것처럼 내보냈지만 이미 사람들은 믿지 않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음을 흔들고 내년 11월 5일을 기대하게 만든 것이다. 1년 후 11월 5일이 다 되어선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버렸다. 모든 집에 자신과 똑같은 가면과 망토를 선물하면서 사람들은 거리에 나올 준비가 되었다. 그 가면을 쓰고 망토를 걸치고 한마음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정이 지났을 때, 400여 년 전 가이 포크스의 생각처럼 시원하게 국회의사당을 날려버렸다.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해 준 건물은, 사람들에게 의미를 잃었을 때 쓸모를 다 한다. 국가나 정부에도 이는 똑같이 적용된다.
이쯤 되면 다가오는 느낌을 알다마다. 뭔가 술술 풀리는 게 좋으면서도 불편하다. 음악과 함께 펑펑 터지는 건물에 하늘 위를 수놓는 폭죽은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러면서도 그 광경이 잠잠해지면 이비가 처음 브이를 만났을 때 경계했던 생각이 그대로 소환된다. 이상은 어디에나, 누구의 마음속에나 있었지만 왜 우리의 현실은 늘 그러지 못했을까? 한바탕씩 뒤집어지면 이제는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다가도 다시 보면 제자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다시 사람들은 무기력해질 것이고 누군가는 권력이나 이익을 위해 기상천외한 일을 벌일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신념(이데아, Idea)에 답이 있다고 하는 건 안도해야 할 부분인지 모르겠다. 개인의 마음속 신념은 절대적일지 몰라도, 사람들 사이에 신념은 너무나 다른 의미다. 각자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거나 빼앗기까지 하며, 그럼에도 그 신념은 끈질기게 살아있다. 인간이 때론 신념의 숙주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내가 잘 사는 것과 우리가 잘 사는 방향은 다를 때가 많다. 국가나 정부가 있는 한 그 부분이 충돌하는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나 정부 없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혼란과 변화 속에서 안정을 찾고 싶어 할 테니까. 둘 다 우리를 공포와 무기력에 잠식하게 만들기는 충분하다.
또 다른 불안감의 원인은 브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후에 브이처럼 이렇게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해 줄 존재가 있을까? 브이는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불렀지만 영화 속의 그는 적잖이 멋진 영웅이었다. 위트가 넘친다. 문학은 셰익스피어, 영화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좋아하며, 총보다 칼을 선호하고, 재즈를 즐겨 듣고, 자신만의 갤러리를 갖췄다. 심지어 앞치마를 곱게 두르곤 아침엔 몰래 구한 버터에 계란 넣은 토스트도 만들어주지 않나. 이비에겐 첫 만남부터 핑거맨에게 붙잡혀 있는 걸 구해줬을뿐더러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만큼의 온갖 V를 가져와 언어유희를 펼쳤다.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전신이 불타 있는 걸 알고도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면 왜일까? 흔들리지 않는 신념 혹은 그 신념을 내뱉는 깊은 목소리의 덕일까? 부정하지 말자. 브이는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만큼 멋진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팬텀이 크리스틴에게 한 것처럼 이비에게 소유욕을 보이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물론 브이 역시 팬텀 못지않게 몹쓸 구석도 많다. 애초에 이비를 이 모든 사단에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처음 만났는데 재판소를 터뜨리는 그 자리에 데려가서 공범으로 만들지 않았나. 이비가 일하고 있는 BTN 방송국에서 때마침 '11.5 선언'을 하면서 건물을 장악했고, 이비가 그를 구해주자 예상에 없던 전개인지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집에 데려와 안전하게 내년 11월 5일까지 나갈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다. 이비의 신분증을 제 것처럼 훔쳐서 자신의 복수에 이용했고 두려움을 없애주겠다는 이유로 그녀를 고문하고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기에 고문을 해줬어. 머리를 밀고, 물에 집어넣었지. 왜 그렇게 오래 고문했냐고? 네가 굴복하지 않았잖아. 용서를 바라진 않지만 넌 덕분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되었다면서. 가만 보면 상당히 뻔뻔하다.
영화에서 조금 아쉬운 건 고문 장면 이후에 이비가 브이를 쉽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둘 사이에 애틋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서 좀 더 시간을 할애하며 전달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제삼자가 보기엔 방금 전까지 자신을 고문했던 브이를 이비가 마치 스톡홀름 증후군에라도 걸린 것처럼 사랑에 빠진 느낌이었다. 물론 무슨 의미인지는 안다. 초반부터 이비는 모두가 11월 5일을 기억하지만, 자신은 한 남자, 브이를 기억하겠다고 할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한다. 그날이 다가올수록 사랑도 깊어졌다. 심지어 두려운 게 없다던 브이는 막판에 이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들은 통했다. 죽음은 두려워하지 않고 신념이 확고한, 단단한 존재가 되었다. 11월 5일 전날 밤 그들은 마지막으로 Cry me a river을 듣고 춤을 추었다. 사랑을 느낄 수 없으리라고 했던 브이에게 이비는 그렇게 불가능할 것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줬다. 그렇다고 브이가 이비를 고문했다는 사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둘이 애초에 결사단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넘치던 증오가 갑자기 진정된다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사랑을 전하려 했던 발레리의 편지가 아니었으면 이비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장담할 수도 없다. 둘이 애틋해지는 걸 보고 함께 100퍼센트 애틋해지진 못했다.
역설적이게도 브이가 이비를 무척 아꼈기 때문에 고문까지 했겠다 싶다. 브이는 왜 그녀에게 빠져들었을까. 그가 우연을 믿지 않아서는 아닐까. 브이로 현란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이 이비(Evey)라는 이름에 v가 들어가서? 혹은 E-V라고 생각하니 너무 인연처럼 느껴져서? 마침 재판소를 터뜨리러 가는 저녁에 Eve라는 뜻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혹은 그녀에게 고마워서는 아닐까? 마침 방송국에서 위기의 순간 이비가 자신을 구해줘서?
혹은 얄팍하게도 그의 곁을 먼저 떠나서는 아닐까. 브이가 복수를 위해 그녀를 미끼로 썼을 때,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도망쳐 일하던 방송국의 PD 고든에게 찾아갔다. 고든은 묘하게 브이와 닮았다. 재즈를 틀은 채로 계란 넣은 토스트를 해주고, 집에 자신만의 위험한 갤러리가 있다. 그가 자신이 브이라고 장난칠 때, 왠지 그게 장난이 아닌 것도 같았다. 좀 더 평범하고 힘이 세지 않다고 해서 그가 브이와 다른 것은 아니다. 고든은 간판 프로그램의 PD고 무슨 바람인지 갑자기 말도 안 되게 풍자적인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브이에게 고든과 그의 결정적 차이점은 이비가 고든의 집에서는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단 점은 아닌가? 고든이 프로그램 내용으로 붙잡혀 가고 나서 도망치던 이비를 붙잡아 고문을 시작한 걸 보면, 지극히 공적인 이유만으로 고문을 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궁금했겠지. 그에게서 도망치고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지 않을지 확인하고 싶었을 갓이다.
Ideas are bulletproof.(My turn!)
고문 후에 이비가 브이를 떠난 걸 보면 브이가 준 교훈과 별개로 이비가 다행히(?) 완전히 그를 용서한 건 아닌 듯싶다. 이비와 브이는 복수라는 지점에서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복수를 하는데 피를 흘려야 하는가. 이비는 자신의 온 가족을 이 나라에 빼앗기고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영화를 보고도 복수에 눈이 멀어 외면당한 메르세데스가 안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만약 브이가 복수할 대상이 마침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그때도 우리는 지금처럼 브이를 공감할 수 있었을까? 그가 복수할 대상들이 이제는 힘을 잃은 약자가 되었다면 애초에 그는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도 않고 소리 소문 없이 죽였을 것이다. 그들의 힘을 빼앗고 모든 것을 정상화하는 방법이 브이에겐 죽음뿐이었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건, 이비가 그저 브이를 기억하는 어느 특별한 누군가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만약 그 고문이 이비가 자신을 대신할 또 다른 브이가 될 수 있는 걸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해도 설득력은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이비에게 집과 심지어 10년을 넘게 노선을 깔고 만들어놓은 지하철 폭탄을 넘기는 걸 보면 그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브이는 복수가 삶의 목표였지만, 이비는 복수가 목표인 사람이 아니다. 그녀에겐 이름처럼 삶이 있고, 그 삶은 국회의사당이 폭파된 이후에도 이어진다. 원작에선 실제로 이비가, 이후에는 도미닉이 브이를 이어간다고 하는데 그 부분이 살아났어도 좋았을 것이다.
20년을 걸었던 도미노
영화는 브이의 원맨쇼이자 이비와 브이의 콤비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팀워크였다. 그래서 더더욱 반드시 브이라는 '한 남자'를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브이였고, 브이이며, 브이가 될 수많은 사람들을 모두 기억할 수 있게 될 테니까.
이제서야 그 영화를 보게 된 게 현실과 무관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우리의 과거는 지구 상 어딘가에서 되풀이된다. 그 과거는 누군가의 현재이자 미래다. 조금 가깝고 먼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억압에 맞서 저항하려 하지만 영화처럼 속 시원한 모습은 보기 힘들다. 브이는 피의 복수에 성공했지만 현실엔 무고한 사람들의 피가 흐른다. 마음이 아파서 영화를 통해서라도 대리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면 역시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초인적인 힘을 가졌던 영화 속 브이를 찾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부르고 싶은 건 브이가 아닌, 이비, 발레리, 핀치 경감, 고든 PD, 그리고 안경잡이 소녀다. 이비가 브이가 방송국에서 도망칠 수 있도록 돕지 않았다면, 발레리가 고문당하면서도 모두를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기지 않았더라면, 당에 27년이나 충성해 온 핀치 경감이 이 나라가 권력을 위해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다는 걸 알고 이비가 레버를 당길 때 말리지 않았다면, 고든 PD가 사람들에게 코미디를 가장해 서틀러를 풍자하지 않았다면, 안경잡이 소녀가 브이의 상징을 스프레이로 그리지 않았다면, 술집과 식당, 집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망토를 걸치고 한 곳에 모여있지 않았다면,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1812 서곡이 그렇게 통쾌하게 들릴 리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끝까지 브이와 이비를 뒤쫓다가 걸음을 멈췄던, 모든 걸 알고 밤잠을 설쳤던 핀치 경감이 기억에 가장 남는다. 그의 촉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고, 언제 총을 내려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V가 들어가는 수많은 단어가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남는 건 모두(everyone), 그리고 신념 혹은 유죄(conviction)이란 단어다. 신념이자 유죄라는 뜻을 가진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반드시 처벌을 받는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더라도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유죄다. 신념 없이 살아서 유죄가 되기도 하고, 신념이 있더라도 어떻게 행하느냐에 따라 유죄가 될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특정한 정치체제나 사상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목격한 건 통제와 억압 사이에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었다. 어떤 해결 방법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영화도 무조건적인 답을 주진 않는다. 브이 역시 완전하지 않았고, 앞으로 어느 누구도 완전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가 남긴 말들 중 스스로에 마음에 남았던 말을 기억하면 된다. 그리고 언젠가 뭔가가 제대로 잘못되었을 때, 그 말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으면 된다. Voil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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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지막 간이역
영화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를 보러 가서 광고로 접한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홍보 티저 영상 속에서는 한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이별과 성장을 다룬 굉장히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시놉시스
소중한 건 기다리는 게 아니야, 찾으러 떠나는 거야!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루가 봄과 함께 사야카 곁을 떠났다. 사야카를 처음 겪는 이별이 낯설기만 하다. 오래 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와 함께 헤어진 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사랑하는 존재들과 이별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은 한 역에서 이별을 받아들이고 다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아름답게 풀어낸 추억의 한 장면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사야카와 루가 행복하게 초원을 뛰오는 장면이다. 어찌보면 무미건조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슬로우 모션과 클로즈업을 활용해서 둘 사이의 행복감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는 미장센을 선보였다. 상당히 긴 시간을 사야카와 루의 행복한 모습을 담아내는데 쓰고 있었다. 대사 없이 장면으로만 쭉 이어지는 전환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그 행복한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고 싶게끔 만들었던 연출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아마 누구나 어렸을 때 티없이 행복해하며 뛰놀았던 시절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회상을 하게되면서 그 장면을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공허함을 표현하다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어린 배우가 공허함을 표현하기에는 그 감정의 폭이 얕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야카 역을 맡은 닛츠 치세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현장학습을 다녀온 사이 세상을 떠난 루를 잃은 사야카는 루와 함께 놀았던 비밀기지, 함께 기차를 보았던 기차역, 그리고 루가 있었던 동물병원을 혼자 돌아다니면서 루의 흔적을 찾고, 추억에 잠긴다. 그리고 동물병원에서 루가 죽었다는 말을 다시금 들으면서 클로즈업 된 사아캬의 눈에는 정말 한순간에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사람의 공허한 눈빛이 담겨있었다. 어떻게 어린 소녀가 그 공허함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극 중에서 닛츠 치세는 크게 울지 않는다. 눈에 눈물이 차올라도 펑펑 우는 장면은 없다. 눈물을 참아내면서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분노, 우울함, 외로움, 공허함과 같이 있었던 순간을 생각하며 스쳐지나가는 즐거움, 행복, 따뜻함이라는 감정을 눈에 오롯이 표현해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감정이 배가 되어 전달됐고 관객이었던 나는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소녀의 이야기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초반에는 도대체 영화 이름이 왜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행복한 사야카와 루, 그리고 루를 떠나보낸 외로운 사야카의 모습만이 비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초반 이상할 정도로 사야카와 루가 열중해서 땅을 파는 장면을 길게 보여준다. 철길과 같은 곳을 열심히 파고 결국에는 이 철길이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한다.
루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철길이 무엇인지 밝혀진다. 바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태워가는 간이역이었다. 이 곳에서 사야카는 루를 떠나보낸다. 그 사이 재즈바 할아버지와 친구를 맺고 함께 여행을 가서 각각 자신들을 떠난 루와 아들을 맘나면서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고, 할아버지 마저 병환을 돌아가신다. 사야카는 자신의 친구였던 루와 할아버지를 이곳에서 다시 만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면서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리소 루스라는 새로운 강아지를 만나 현실을 살아간다. 이별 후 직면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며 진정으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존재를 보내주는 그 과정을 굉장히 담담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8살 소녀가 갑자기 찾아온 이별을 경험하면서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잘 담아낸 작품이었다.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꽤 오랫동안 심금을 울렸다. 간만에 감성적으로 촉촉하게 젖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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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7회 크리틱스 초이스 TV드라마 부문 <오징어 게임> 주요 3개 부문 후보선정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2022년 '제27회 미국의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의
주요 후보작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는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시상식으로
비평가들이 선정하는만큼 권위있는 시상식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올해 TV드라마 부문에 <오징어 게임>이 드라마 시리즈상,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이정재),
그리고 외국드라마상의 총 3개 부문 후보에 올라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주요 부문 후보작들을 함께 살펴보실까요?
작품상
1.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2. <틱,틱!..붐!>
3. <파워 오브 도그>
4. <듄>
5. <돈 룩 업>
6. <코다>
7. <리커리쉬 피자>
8. <킹 리차드>
9. <나이트메어 앨리>
10. <벨파스트>
▶ 정말 쟁쟁한 후보작품들이 많습니다. 얼마전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가 발표가 됐는데요. <듄>은 골든글로브에 이어 크리틱스 초이스에도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아마 이번 아카데미/오스카의 작품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독상
1. <리커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2.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3. <듄> (드니 빌뇌브)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5. <나이트메어 앨리> (기예르모 델 토로)
6.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정말 감독상 후보군들도 쟁쟁합니다. 주목할 점은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감독상 재대결 매치입니다.
1993년에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과 <쉰들러 리스트>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다시 만났습니다. :)
남우주연상
1. <시라노> (피터 딘클리지)
2. <맥베스의 비극> (덴젤 워싱턴)
3. <킹 리차드> (윌 스미스)
4. <틱, 틱!...붐!> (앤드류 가필드)
5. <파워 오브 도그> (배네딕트 컴버배치)
6. <피그> (니콜라스 케이지)
▶ 오랜만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돌아온 <피그>의 니콜라스 케이지입니다. 피터 딘글리지 배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배우들이 오스카 후보나 오스카 수상의 전적이 있는 배우들인데요.
과연 이번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는 어느 배우가 수상할지 기대가 됩니다.
여우주연상
1. <타미 페이의 눈> (제시카 차스테인)
2. <하우스 오브 구찌> (레이디 가가)
3. <잃어버린 딸> (올리비아 콜먼)
4. <빙 더 리카르도> (니콜 키드먼)
5. <리커리쉬 피자> (알레나 하임)
6. <스펜서> (크리스틴 스튜어트)
▶<리커리쉬 피자>의 알레나 하임 배우가 수상을 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모두 상을 받을 만한 자격과 실력이 있지만,
씨네랩의 예상으로는 <하우스 오브 구찌>의 레이디 가가의 수상이 유력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남우조연상
1. <벨파스트> (제이미 도넌)
2. <빙 더 리카르도> (J.K 시몬스)
3. <하우스 오브 구찌> (자레드 레토)
4. <벨파스트> (키어런 하인즈)
5. <파워 오브 도그> (코디 스밋 맥피)
6. <코다> (트로이 코처)
▶ <파워 오브 도그>의 코디 스밋 맥피는 정말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쟁쟁한 남우조연상 후보 중에서 <벨파스트>의 2명의 배우들이 후보에 올랐네요.
남우조연상 수상도 <벨파스트>의 배우 중 한명이 수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우조연상
1. <벨파스트> (커트리나 발프)
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리아나 드보스)
3. <킹 리차드> (안저뉴 앨리스)
4. <파워 오브 도그> (커스틴 던스트)
5.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타 모레노)
6. <매스> (앤 다우드)
▶여우조연상 후보는 꽤 낯선 배우들이 많아보이지만, 올해 모두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훌륭한 배우들입니다.
씨네랩은 조심스럽게...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던스트의 수상을 예측해봅니다.
앙상블 연기상
1. <벨파스트>
2. <돈 룩 업>
3. <파워 오브 도그>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5. <리커리쉬 피자>
6. <더 하더 데이 폴>
▶ SAG의 앙상블 연기상처럼 크리틱스 초이스에도 연기 앙상블상이 있네요. 아무래도 배우들의 합을 주요 수상 기준으로 보는 바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작품이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벨파스트>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수상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
각본상
1. <리커리쉬 피자> (폴 토마스 앤더슨)
2. <돈 룩 업> (애덤 맥케이, 데이빗 시로타)
3.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4. <킹 리차드> (자흐 바일린)
5. <빙 더 리카르도> (애런 소킨)
▶ 감독들은 본인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죠? 봉준호 감독도 대표적인 케이스이구요.
<리커리쉬 피자>의 폴 토마스 앤더슨도 천재 감독이자 각본가로 유명한데요. 폴 토마스 앤더슨 VS 애런 소킨 VS 애덤 맥케이의 삼파전이 예상됩니다.
각색상
1.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
2. <잃어버린 딸> (매기 질렌할)
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토니 커쉬너)
4. <듄> (존 스파이츠, 드니 빌뇌브, 에릭 로스)
5. <코다> (시안 헤더)
▶올해는 <파워 오브 도그>가 평단의 엄청난 칭찬을 받으며 올해 영화의 다크 호스로 평가 받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VS <잃어버린 딸>의 매기 질렌할 감독이 대결이 눈에 띄는데요. 아! <듄>의 드니 빌뇌브 감독도 있네요. 각색상 후보군들도 정말 쟁쟁해서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외국어 영화상
1. <드라이브 마이 카> (일본)
2. <신의 손> (이탈리아)
3. <플리> (덴마크)
4.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프랑스)
5. <A 히어로> (스페인)
▶ 올해 외국어영화상 후보도 정말 쟁쟁합니다. 가장 주목할만한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인 것 같습니다.
올해 정말 많은 평단과 관람객의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외국어영화상까지 수상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씨네랩의 전신인 하이,스트레인저의 공동배급 작품입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기쁜 소식입니다! :)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크리틱스 초이스 외국어 영화상의 수상도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오징어 게임> TV드라마 부문 총 3개 부문 후보
▶마지막으로 올 한해 전세계 콘텐츠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자랑스런 대한민국 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크리틱스 초이스 후보 선정 소식입니다.
크리틱스 초이스는 영화 뿐만 아니라 TV드라마 부분의 수상도 진행되는데요. <오징어 게임>이 바로 드라마 시리즈상,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 (이정재), 외국 드라마상 등 총 3개 부문에 올랐습니다.
정말로 축하드리며. 1월 9일 수상도 간절히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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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하는 무대의 표리 <아네트>, 2021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부에는 주로 감독과 전작을 다룹니다. 2부부터 보셔도 됩니다.
<1부-레오 카락스>
우린 누구였나? 누구였나?
과거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우린 어떤 모습일까
다른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그 느낌이 느껴져
묘한 그 감정…
아이가 하나 있었네
아주 어린아이가
우리에게 아이가 있었어
아이의 이름도 불렀고
그런데 그 아이는…
우린 떠나야만 했지
아주 멀리 헤어져야 했어
연인들은 흉한 모습으로 변했고
서로 멀어지기를 바랐지
새로운 시작
죽은 자는 떠나고
산 자는 살아가지
우린 누구였나? 우린 누구였나?
과거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우린 어떤 모습일까
다른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새로운 시작
죽은 자는 떠나고 산 자는 살아가지
-영화 <홀리 모터스, 2012> 노래 중,
까락스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고 그의 전 여자친구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창조하는 창작자이다. 그들이 만든 아이는 바로 그들이 만든 예술품이다. 노래가 아이의 죽음을 암시하듯 아이의 죽음은 완성되지 못한 예술품의 끝이지만 <아네트>는 ‘아네트'를 통해 그 연장선을 보여준다. 또한, ‘안'은 까락스의 전 여자친구 ‘예카테리나 고루베'의 은유로 비춰진다. 고루베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다가 2011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했다. ‘아네트'는 <홀리 모터스>의 노래에 연이어 연장선을 떠올려볼 수 있다.
2013년 국내 개봉한 <홀리 모터스> 이후 8년 만의 영화다. 그 전작 <폴라 X>가 13년 만에 연출한 작품임을 유념할 때 이번에도 감독은 꽤나 긴 공백기를 가지고 작품을 선보였다. <폴라 X>와 <홀리 모터스>로 감독이 영화에 있어서 아날로그 필름의 20세기와 디지털 시네마가 된 21세기의 급변하는 세상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보였다. 이 당시 스스로 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였다고 말한 감독의 고뇌가 돋보이는 작품이 전작 <홀리 모터스>였다. 기술뿐만 아니라 이전까지의 영화들과도 달랐다. 데뷔작 <소년, 소녀를 만나다>부터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까지 주로 청춘남녀들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 한, 내러티브를 중심의 20세기 필름 영화에서 21세기 디지털 영화 <홀리 모터스>, <아네트>는 레오 까락스의 새로운 방향인 셈이다. 영화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관한 감독의 성찰이 담긴 <홀리 모터스>가 ‘영화에 대한 영화'라면, <아네트>에서는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까락스 본인이 잠에서 깨어나 침실에서 걸어 나와 벽을 부수고 들어간 극장에서 시작했다면, <아네트>는 길 위의 소리(음파)와 함께 사운드를 조정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치 영화에 대한 영화를 시작하겠다고 열었던 <홀리 모터스>와 음악을 조율하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지는 첫 장면으로 시작한다.
<2부-아네트>
내가 그녀한테 반한 건 분명한데
그녀가 내게 반한 건
그건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네트>는 유능하고 인기 있는 할리우드의 한 예술가 커플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는 유명 오페라 가수 안에게 분명하게 반해 연애를 하면서도 안이 자신을 만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아해한다. 그럼에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이 커플은 아네트라는 딸을 가지게 되지만, 그로 인해 둘의 생활에 균열의 시작임은 미처 알지 못한 터였다. 갈등을 좁히고자 가진 요트 여행에선 앞을 볼 수 없는 거친 파도 앞에, 한 예술가 커플의 연애 스토리는 신이 만든 인간이라는 유인원의 열등감과 욕망을 드러내는 군상으로 변모한다.
오늘 쇼 어땠냐는 질문에 헨리는 ‘관객들을 죽여줬지’라고, 안은 ‘난 그들을 구해줬어'라고 말한다. 헨리는 무대에서 관객들을 ‘죽이기'위해 때로는 죽는 시늉도 한다. 하지만 무대에서의 총을 맞는 연기를 해도 그 죽음은 웃음거리가 된다. 이를 보여주는 감독의 시선조차 아무도 없는 무대에 헨리 혼자 덩그러니 놓여 초라하게 보여준다. 반면 안의 죽음은 조명받는 무대 위 숭고한 행위로 모두를 감동시킨다. 같은 ‘무대’라는 곳에 서서 관객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거나 발화를 하지만, 일제히 무대를 보고만 있는 제의적 형식의 오페라 관객들과 다르게 헨리의 관객들은 때로는 노래를 주고받으며 즉각적인 리액션으로 소통하는 형식이다. 본인들의 죽음으로 관객을 죽여주는 헨리와 관객을 구원하는 안의 무대는 같은 역할임에도 분명히 달랐다. 사람은 누구나 개별적인 제각기 다른 존재임에도 헨리에게 이러한 괴리는 열등감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오토바이에 안을 태우고 멋지게 질주하던 헨리의 모습은 어느새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뀐다. 분명한 건 안은 그런 헨리에게 불안함 또는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헨리는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안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찾고자 했던 헨리는 그 인정의 욕구를 본인이 아닌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고 그 욕망은 결국 헨리를 높이는 것이 아닌 안을 추락시키려는 잘못된 목적지에 닿는다. 여기서 정신 차리지 못하고 아네트의 능력을 보자마자 ‘아동착취'라는 문제 제기에도 자신의 어린 딸을 관객 앞에 세우는 파렴치한 인간이 된다. 점점 더 자기 파멸적인 행동에 이르게 된 헨리는, 아네트를 함께 이용하는 동업자였던 지휘자마저 한 여자를 두고 경쟁자라고 인식하는 순간 그를 제거한다. 지휘자를 죽인 후에는 범인으로 검거가 되는 ‘벌’을 받지만 안을 죽인 죗값은 없으며 아네트를 착취한 벌은 아네트로부터의 ‘외면’이다. 하지만 이미 ‘사랑'을 모르는 자에게 사랑하는 이로부터의 버려짐이 과연 얼마나 큰 벌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사과를 먹는 안을 보고 있자면 백설공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안의 욕망과 생각은 드러나지 않는 존재로 온전히 헨리의 입장에서 그려진다고 볼 수 있다. 차 안에서 불타는 산에 대한 속보를 보다가 잠들었을 때 현실인지 꿈인지 불명확한 장면들 속에 과거 구설수에 오른 헨리로 인해 염려하는 안의 모습은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면에 대해 안이 죽은 후 지휘자에게 아네트를 맡기고 나갔던 헨리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더 많은 감각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종종 등장하는 연예 뉴스 장면 또한 이들에 대해 끊임없는 논쟁거리로 만든다. 죽든 말든 뭘 하든 소비되며 인기를 등에 업고 소위 신분 상승을 노리는 예술의 위치, 예술가에 대한 가십, 연인에 대한 의심, 현실과 맞닿은 문제들을 음악이라는 레오 카락스의 무대를 통해 보여준다.
‘신의 유인원'이란 결국 신이 만든 찌질하고 나약한 인간을 보여준다. 왜 자신을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의문에서 비롯된 열등감, 본인을 의심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를 의심하던 남성은 결국 몰락한다. 과연 헨리는 한 남편으로서 안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것일까 헨리라는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의 인트로 곡 So may we star는 마치 감독이 ‘이 현실을 보여줘도 되는 걸까요’라며 묻는 것 같다. 남성의 성장과 깨달음에는 여성 혹은 아이라는 약자의 존재가 언제까지 필요할지 모르겠다. 신의 유인원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기엔 효과적이지만 다음 세대의 감독들에게는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능력을 기대해보고 싶다. 그럼에도 어떤 삶에 대한 교훈이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보여주는 감독의 매력이 잘 드러난 것은 분명한 작품이다. 무대를 마주하는 관객, 영화라는 매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로서 고민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하이, 스트레인저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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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 크루엘라
DDP 근처 극장에서 크루엘라를 보았다.
*주의 : 이 리뷰에는 스포가 첨가되있습니다!
디즈니의 실사영화 크루엘라이다.
디즈니가 만든 만큼 영화의 미장센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게 되었다. 내가 가장 칭찬하고 싶었던 것은 배우의 느낌과 1970년대의 런던 모습을 세련되게 담은 점인데, 그렇게 조성한 분위기로 인해 캐릭터가 훨씬 돋보였다. OST또한 매우 좋았다. 인터뷰에서 노래 선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촬영 현장에서도 OST를 재생하는 등 영화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노력을 보여줬다. (디즈니라서 당연한 걸수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도 좋았다. 세계관, 에스텔라/크루엘라의 자아 교체, 출생의 비밀 등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소재들이 많이 있는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꼬이는 부분 없이 이해 가능한 것이 좋았다. 하지만 캐릭터의 단점도 보였다. 나쁜 짓을 엄청 하는데 일부러 착하게 연민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다소 느껴졌다. 영화는 소설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실사 버전인데, 나무위키를 참조해 보니 영화 제작 과정에서 설정 변경이 존재했다고 한다. 실제로 크루엘라가 좀 착하게 된 면이 있다고 하고, 그래서 약간은 애매한 캐릭터성이 아쉬웠다. 물론 캐릭터는 칭찬할 점이 많다. 앞에서 언급했던 배경과의 조화, 자아분열등 중2병적인 요소를 자연스러우면서 헷갈리지 않게 만든 것이 좋았다.
결론은 1970년대 런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 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 많은 영감이 되었다~
파노라마_에디터 OREHF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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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 크루즈> - ‘허무맹랑한 꿈을 진짜로 만드는 아마존 모험’
정글 크루즈 (Jungle Cruise)
개봉일 : 2021.07.28 (한국 기준)
감독 : 자움 콜렛 세리
출연 : 드웨인 존슨, 에밀리 블런트, 에드가 라미레즈, 제시 플레먼스, 잭 화이트홀
‘허무맹랑한 꿈을 진짜로 만드는 아마존 모험’
디즈니가 딱 디즈니답게 만든, 여름을 겨냥한 정글 모험 영화 <정글 크루즈>. <캐리비안의 해적>을 이을 액션 어드벤처란 말에 <캐리비안의 해적>같은 모험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테고, 마음을 비우고 동심으로 돌아가 모험 놀이기구를 즐기듯 즐긴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재밌게 즐기고 온 영화였는데, 전체적인 흐름상 묵직한 한방이 없어서인지 ‘무색무취’라는 불호 리뷰도 예상보다 많아서 조금 놀랐다.
<정글 크루즈>는 전설 속 달의 눈물을 찾아 떠나는 아마존 모험 이야기다. 주인공 릴리와 맥그리거 남매는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다는 전설 속 달의 눈물의 존재를 부정하는 수많은 학자들을 뒤로하고 위험한 아마존으로 향한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들었던 전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만약에 그것이 진짜 존재한다면 수많은 아픈 사람들을 위해 쓰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면서.
릴리 남매는 조금 특별하다. 릴리는 ‘바지 입은 여자’로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다른 학자들처럼 앉아서 학술회를 즐기기보단 편안한 옷을 입고 직접 모험에 뛰어들길 즐기는 인물이다. 걱정이 한가득이지만 누나 릴리를 따라서 아마존 모험에 나선 맥그리거는 학자로서의 멋과 품위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모험이 진행될수록 아마존에 적합한 행색으로 변화하며(?)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정글에선 모든 게 당신을 죽일 수 있어요.”라며 승객들에게 겁 한 바가지를 들이붓는 듬직한 풍채를 가진 ‘프랭크’는 가짜 위험과 가짜 모험으로 가득한 아마존 크루즈를 운영하는 선장이다. 당장 빌린 돈도 갚을 수 없는 팍팍한 살림살이와 다 낡은 크루즈 한 대가 그가 가진 전부다. 프랭크는 타이밍 좋게 마주친 돈 많은 손님 릴리의 모험 가이드를 승낙한다.
시선 끄는 것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당당한 여성 릴리와 그녀의 모습이 아직은 신경 쓰이는 선장 프랭크. 이들은 전설과 그에 얽힌 저주 속으로 뛰어든다. 많은 이를 살릴 수 있을 거라 전해지는 전설 속엔 이기심과 욕심으로 만들어진 풀지 못하는 저주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설을 믿으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는 말처럼 전설 속 달의 눈물을 얻기 위해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단단히 엉켜버린 저주를 풀어야 한다.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 모험에 뛰어든 이타적인 사람과 커다란 위험을 끌고 아마존으로 들어온 자의 대립이 끝없이 이어지고, 저주의 비밀이 조금씩 풀리며 잔잔했던 모험에 즐거운 스릴을 더한다. 아름답지만 위험하고 스릴 넘치는 이들의 모험의 끝엔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사실 이전에 나온 모험 영화가 정말 많다 보니 이 이야기의 흐름을 아예 예상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아주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함께 즐긴 크루즈 모험이 나는 꽤 즐거웠다.
정글 크루즈 시놉시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스릴을 선사하는 재치 넘치는 크루즈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의학의 미래를 바꿀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면서, 순탄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열대우림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역경과 초자연적인 힘을 마주하게 된다. 고대 나무에 얽힌 비밀이 드러날수록 릴리와 프랭크는 더욱더 커다란 위험에 처하고 인류의 운명도 위태로워지는데…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모든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달의 눈물을 찾겠다 다짐한 박사 릴리는 모두가 믿지 않는 전설을 찾아 위험한 아마존으로 향한다. 릴리는 여자는 무조건 풍성한 치마를 입는 게 정상인 시대 배경에 굴하지 않고 편안한 셔츠와 바지, 부츠를 선택한다. 아마존과 가장 잘 어울리는 복장이지만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한 릴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말한다. “신경 안 써”라고. 이타적이고 강단 있는 여주인공 릴리는 영화 내내 단 한 번도 겁을 먹고 도망치거나 물러나지 않는다. 현시대에 알맞게 설정된 ‘매력적인 여주인공’인 그녀는 고구마가 아닌 사이다 그 자체다.
“난 많은 사람들 돕고 싶어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 달의 눈물을 찾는 릴리와 더 많은 싸움을 위해 치유 능력을 이용하려는 요아힘. 그리고 오래된 저주에 묶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프랭크와 아기레. 네 사람은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의 눈물을 찾는다. 딸을 살리기 위해서, 저주를 끝내기 위해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각자 너무도 다른 목표지만 이들은 모두 달의 눈물을 원한다.
전설을 이기적으로 이용하려는 요아힘은 저주에 걸린 아기레와 동료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아마존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달의 눈물을 지키는 부족과 형제처럼 자란 프랭크를 모두 가차 없이 찔러버린 아기레, 더 많은 싸움을 위해 치유의 힘을 이용하려는 요아임. 이기적이고 잔인한 힘을 끌어안은 무거운 잠수함이 아마존을 휘젓고 프랭크는 그를 막으려 한다. 오래된 전설과 저주의 진실이 한순간에 밝혀지고 달의 눈물을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쓰려던 인물들은 전설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한다.
그에 반해 릴리 일행은 전설의 달의 눈물을 손에 넣는데 성공한다. 영화의 후반부, 한 개뿐이었던 달의 눈물을 써버린 릴리에게 아마존은 또 한 번의 기회를 준다. 마치 자신을 존중해 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릴리와 프랭크, 맥그리거는 아마존 강의 흐름을 역행하지 않고 그 무엇도 필요 이상으로 해치지 않는다. 그들은 자연을 존중했고 달의 눈물을 지키는 부족원들과도 서로의 물건을 나누며 자연스레 그들의 삶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과 전설을 믿고 존중하던 이타적인 인물들은 결국 원하던 전설을 손에 얻는다. 뻔하고 당연하지만 이처럼 모범적인 결말은 또 없을 것이다.
릴리는 달의 눈물을 찾는 모험을 통해 자신이 믿는 전설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했고, 프랭크는 거짓말로 꾸며진 오래된 인생과 저주를 벗어나 진짜 소중한 것이 있는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된다. 모두가 가짜라 말했던, 가짜로 채워져 있었던 전설을 믿음과 용기를 통해 진짜로 바꿔놓은 멋진 아마존 모험이었다. (릴리와 프랭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감정선이 두텁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이보다 더 깊이 들어갔으면 뜬금없는 로맨스 느낌이 났을 것 같아 이 정도가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름 영화, 액션 어드벤처라는 장르엔 충실히 복무한 영화 <정글 크루즈>. 너무 무겁지 않은, 오랜만에 동심을 깨워줄 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딱 제격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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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메이커,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을 아는 남자와 대통령이 되고 싶은 남자가 만났다!
영화 킹메이커가 지난 주 개봉했습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선거 전략가로 불렸던 엄창록 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된 영화인데요.
영화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좋습니다.
영화 속 두 인물의 우정과 관계도 눈에 들어오는데요.
대선이 다가오는 요즘 이 영화를 본다면, 정치란 무엇이고 또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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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7월 4주 신작 영화
[WEEKEND CHOICE MOVIE] #왓챠영화 #왓챠신작 #왓챠
#비와당신의이야기 #오문희 #아웃포스트 #라이더스오브저스티스 #손오공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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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몬스터 헌터>
UN합동 보안 작전부 아르테미스 대위(밀라 요보비치)는 행방불명된 팀원들을 찾기 위해 나서지만 실종된 그들과 같은 이상 현상으로 거대 몬스터의 세계로 빠진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강력한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유일한 생존자가 된 그녀는 몬스터 헌터(토니 자)와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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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강릉> 메인 예고편
강릉 최대 조직의 '길석'. 평화와 의리를 중요시하며 질서 있게 살아가던 그의 앞에 강릉 최대 리조트 소유권을 노린 남자 '민석'이 나타난다. 첫 만남부터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둘, '민석'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두 조직 사이에는 겉잡을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는데. . .거친 운명 앞에 놓인 두 남자 그들의 이양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