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7-31 15:52:29
그녀는 지지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디아 포에트의 법
아주 오랜 옛날, 여자는 집에서 살림이나 하며 가정을 지키는 존재라는 편견 아래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을 무시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대를 그린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내가 사는 이 세상은 누군가에게는 요지경일지도 모르겠다'라는 것이었다. 여자의 의견이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안되던 그 시절에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고 싶어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는 응원하면서 볼 수밖에 없는, 나의 올타임 페이보릿 주제였다. 그런 탓에 '에놀라 홈즈', '웬즈데이' 같은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이겠지.
남들과 달리, 사회진출로 자신의 자아를 찾는 여성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옷차림은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시각적 효과 말고도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잘 보여준다. 패션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신의 취향, 자아를 표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갑옷이 되어 주기도 한다. 여자는 이런 일에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는 남자 위주 사회에 고급스럽게 멕이기 위함일 수도 있고. 여자의 치장은 자아실현이 될 수도 있고,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최소한의 자존심이 되어 준다. 말이 주절주절 길었는데, 그냥 여주인공 옷이 예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살인사건을 풀어내는 재미도 분명히 있지만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부류가 받았던 잣대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리디아는 사회에서 괴짜로 취급받지만 리디아의 조카만 봐도 어딘가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교계에 데뷔해야 하고 그러려면 엄마는 딸의 외모, 행동에 지나치게 간섭하게 된다. 지금도 분명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물론 픽션이긴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이 시기의 여성과 현 시대의 여성의 삶은 대단히 바뀐 것 같지도 않지만서도 이 때와는 달리 결혼이 필수가 되지 않은 것만 보아도 세상 많이 변했다 싶다. 이 정도의 변화가 오기까지 참 천천히,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사회의 왕따가 되어가며, 극단적으로는 피도 흘려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난 리디아 같은 캐릭터를 굉장히 애정한다. 그런 괴짜같은, 사회적인 시선 기준으로 여성답지 않은 여성, 시집가긴 글러버린 여성들의 뚝심 덕분에 뭔가 내가 좀 더 편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 과몰입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추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사건을 수사하면서 하나하나 여성에 대한 편견을 뚫어가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나는 보면서 계속 이런 사회에서의 왕따 취급도 기꺼이 받고 살아온 뚝심 있는 여성상, 즉 이 리디아의 캐릭터 설정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 설정값에 멋있음에 취해 끝까지 본 것 같다. 구박하는 것 같으면서 끝에 가서는 리디아를 조금은 지지하는 오빠의 모습도 호감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동생에 대한 걱정 정도로 정리하니 그도 일견 이해가 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시즌2 나왔으면 좋겠다. 그녀가 미국에 잘 갔을지, 갔다면 신대륙에서 어떤 편견과 싸울 수 있을지.
Relative contents
-
- '모가디슈'의 친구이자 '교섭'의 형님쯤 되는
줄을 잘 서야 해
어느 날의 레바논.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있다. 임무 수행 중이다. 외교관 신분으로 타지에 온 두 사람. 치안이 불안정한 레바논이었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재석에겐 가족이 있기 때문에 아무 탈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운전 중인 두 사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실제로 이루어졌다. 차 앞에 갑자기 어떤 차량이 끼어들더니 총기를 든 괴한이 내린다. 재석은 납치당한다.
분명 앞길이 창창할 것 같았다. 외무관 민준. 온갖 고생해서 외무고시에 붙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찬밥 신세다. 제5 공화국 시기. 막상 합격했는데 예상만큼 미래가 밝지 않았다. 이왕 외무관 일 할 거면 미국 정도는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어림없다. 학벌에 밀려난 민준. 무려 서울대 출신에 몇 기수 아래인 후배를 부러워하기만 한다. 이러려고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뭐 방법이 없을까? 뾰족하게 떠오르는 수는 없다. 괜히 심술 나 후배의 책상 위 물건을 어지르는 민준. 속이라도 시원하면 다행이다. 사무실에서 나오는 길. 복도를 뚜벅뚜벅 걷고 있다. 갑자기 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민준. 수화기 너머에선 암호가 들렸다. ‘저는 대한민국 서기관 오재석입니다. 저는 살아있습니다’ 당황한 민준.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외교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또 그 스스로를 위해 주인공은 레바논 출국길에 오른다.
이 집 잘하네
<비공식 작전>은 김성훈 감독의 주특기가 적절히 잘 들어간 영화다. 전작들과 겹쳐지는 설정이 몇 있다. <끝까지 간다>에서는 두 남자가 대결구도를 이룬다. 이야기의 끝을 모를 정도로 강력한 서스펜스 역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던 요소 중 하나다. 틈새마다 담겨있는 유머도 장르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음 작품 <터널>은 거대한 재난영화이면서 사회 시스템에 대해 코멘트하는 영화다. 터널을 둘러싼 설계,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보도윤리까지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여러 사건들이 떠오른다. 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여러 사건’은 사실상 영화의 진주인공으로 기능한다. 주인공의 처절함과 터널 외부 환경에 대조를 둬 차이점을 부각했다.
이 <비공식작전>은 전작의 특성들이 이어진다. 영화는 후반부까지 서스펜스를 통해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영화는 크게 두 소재(와 인물)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우선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오재석을 구해라’다. 여기에 주인공 민준이 욕망하는 부분인 출세가 극 중에서 중요하게 작동한다. 이는 인물설정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판수 덕에 더 두드러진다. 그리고 다른 서스펜스 요소인 ‘오재석을 구할 돈을 구해라’도 있다. 이 영화에서 판수는 이야기에서 민준만큼 중요한 주인공이다. 장르적으로 톤 앤 매너를 가볍게 유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판수 스스로의 욕망이 이야기에서 핵심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두 서스펜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다가 한 번에 합쳐 엔딩즈음에 어떤 장면으로 환기시킨다. 이를 위한 각본의 인과관계를 잘 설정했다는 점, 연출로 이를 살린 점은 김성훈 감독의 경험이 오롯이 들어간 부분이다.
두 주인공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은 네 사람이다. 주인공 민준, 납치당한 재석, 택시운전사 판수,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등장하는’ 한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판수는 실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인물의 어떤 특성은 후반부 사건전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판수 서사는 이 영화에서 낯선 이야기에 넓이를 더한다. 익숙하기도 하다. 이 판수가 이야기에서 어떻게 역할하는지는 <끝까지 간다>에서 봤었다. 그러나 본작에서 둔 차이점은 판수가 자연재해같이 불현듯 찾아오는 악당이 아니라 ‘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가’를 설명하는 점이었다. 영화의 소재 특성상 올해 개봉했던 <교섭>이 떠오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 <교섭>과의 차이점은 인물의 입체성에서 온다. 입체적인 판수, 그 판수만큼이나 입체적인 민준이 극의 생동감을 부여한다. <교섭>에서 황정민 배우가 맡았던 역할은 성자 같아서 재미가 없는 것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영화에서 빌런 캐릭터로서 활약하는 인물이 있다. 김응수 배우가 맡은 안기부장이다. 이 이야기에서 안기부 내지 제5공화국이라는 세팅은 겉도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2009년 즈음으로 옮겨도 이야기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안기부가 외교부에 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행정부처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왜 안기부가 이런 역할을 하는가’라는 점은 ‘비공식 작전’이 제목인 이유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가 민준에게 던진 질문은 ‘네가 하는 고생 그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영화 내적으로 어떻게 코멘트하고 있는지를 사진만 등장하고 실질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캐릭터에서 알 수 있다. 당시 안기부의 위상을 생각하면 더더욱 확실해진다. 이 영화가 공식적과 비공식적인 측면이 대조되어 위선적이었던 당시 시대상에 대한 코멘트라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자매품 친구들
영화의 소재만 보면 <모가디슈>와 <교섭>이 떠오른다. 이 영화가 앞선 두 작품과 가지는 차이점과 공통점은 직업윤리를 다루는 방식과 액션에 있다. 영화에서 두 인물은 대비된다. 김응수 배우가 맡은 안기부장 역과 김종수 배우가 맡은 외교부 장관 역이다. 이 두 사람은 첫 등장에 입은 의상부터 대비된다. 이 대조는 영화 후반부에 어떤 장면을 통해 더 두드러진다. ‘외교부 내의 학벌로 인해 승진에 차질이 생겼다’에서 시작한 이야기라 이런 전개가 생뚱맞은 감이 없지는 않다. 뿐만 아니라 이 장면이 엔딩부에서 ‘굳이 필요했을까’라는 점 역시 약간 의문점이 드는 구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연장선상에서 이 시퀀스는 꼭 필요했다. <교섭>에서 황정민 배우가 맡았던 역할의 단점은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이 인물은 내내 거룩하기만 해서 결함에 마음이 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유머가 적재적소에 들어간 것이 후반부의 직업윤리에 대해 감정이입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영화의 액션에 관한 부분 역시 <모가디슈>와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루는 부분이 있다. 우선 영화를 보고 나면 <모가디슈>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디테일에 관한 부분에서는 확실히 차이점이 느껴지기는 하나 <모가디슈>를 봤던 관객분들이라면 감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를 봤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에 등장한 액션들이 감독의 시그니쳐 유사하게 연출됐다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 액션과 별개로 총기를 사용한 시퀀스를 통해 영화에서 무난한 긴장감을 만들어줘 이 영화의 메시지 이전에 상업적인 노선까지 적절히 잘 잡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주지훈, 하정우 배우는 능청맞게 연기 정말 잘했다. 특히 하정우 배우는 전작 <수리남>에서보다 더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훨훨 날아다닌다. 반대로 조력자 캐릭터들이 살짝 작위적으로 연출된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다. 관람에 큰 영향이 갈 정도는 아니다.
-
- 떠도는 표면에서 찰나의 만남으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왕가위의 영화는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두 편이 떠오른다. <중경삼림>(1994)과 <타락천사>(1995)다. 반드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타락천사>다. 의외의 선택처럼 보일 수 있겠다. <중경삼림>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영화지만, <타락천사>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비운의 작품이다. 두 편의 영화는 같은 듯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 두 영화는 모두 청춘들의 몸부림이 스며든, 홍콩의 중국 반환 직전의 세기말 감성이 물씬 피어나는 90년대를 공유한다. 사실 <중경삼림>엔 경찰 663과 페이의 이야기 뒤에 이어졌어야 할 세 번째 에피소드가 있었다. 하지만 두 개의 에피소드만으로 장편 분량을 충족하자, 왕가위 감독은 후속 에피소드를 덧붙이지 않고 영화를 내놓았다. 그렇게 <중경삼림>에 편입되지 못한 이야기가 <타락천사>의 근간이 된다. 덩그러니 남은 세 번째 에피소드를 각색하고 살을 붙여 만든 영화가 바로 <타락천사>다. 그래서 묘하게 <타락천사>는 태생적 배경에서부터 어딘가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소외감과 주변을 배회하는 외로움 따위가 묻어나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떠도는 표면
<중경삼림>이 낮의 영화라면 <타락천사>는 밤의 영화다. 대도시의 밤은 언제나 외롭다. 컬러풀한 네온사인의 잔상이 밤거리의 쓸쓸함을 더욱 짙게 만들고, 번화가 주변부에선 마음 둘 곳 없는 영혼들이 술로 밤을 지새운다. 도시가 밤으로 물들어가면 평상시에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종종 출현한다. 컴컴한 뒷골목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사람들도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대다수 사회구성원이 쉬거나 자고 있을 때 움직이기 시작한다. 직업이 없이 부유하는 사람들도 밤이 되면 이곳저곳에 기웃대며 나름대로 존재감을 표출한다. <타락천사>의 인물들은 한적한 도시의 밤을 누비는 외로운 방랑자들이다. 마음 놓고 쉴 곳을 찾지 못해 계속해서 떠도는 유령들. 이들의 피상적인 몸부림, 표면적인 움직임은 왕가위의 광각 렌즈 속에 갇혀 진한 고독과 상실 등의 파편들로 형상화된다.
<타락천사>는 불친절하다. 인물의 사연을 펼쳐놓긴 하지만, 어쩐지 관객을 설득하기보다는 인물을 어떻게 바라볼지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왕가위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스치는 인연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자들의 부유하는 떨림만을 포착하는 작업이다. 어쩌면 이런 시선은 미국 독립영화계의 상징인 존 카사베츠의 눈과 맞닿아 있다. 언젠가 왕가위가 카사베츠의 영화를 인상깊게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카사베츠는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1976) 속 비텔리를 그려낼 때도 이미지의 잔상들과 조명, 인물의 인생관을 펼쳐놓는 듯한 장황한 대사들, 도통 의뭉스러워 보이는 클로즈업을 활용해서 삶의 표면과 심연을 오가는 시선을 드러냈다. 비텔리에게 마냥 몰입할 수만은 없지만, 그의 사연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타락천사>의 인물을 볼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날 것의 감정들이 내게 전해지긴 하지만, 어쩐지 쉽사리 공감하기는 힘든 이야기들. <타락천사>가 <중경삼림>과 유사한 스타일이 묻어나는 영화임에도 지지층이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타락천사'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표출하는 카메라
<타락천사>에는 고독과 불안함, 공허와 갈망, 회상과 아련함, 애정, 사랑, 연민 등이 뒤얽힌 복잡한 감정의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이 영화는 시청각적 표현력 혹은 영화 기법으로 빚어낸 전달력 등에 있어서 그 어떤 왕가위의 영화들보다도 직관적이고 강렬한 효과를 유도해낸다. 시작부터 끝까지 광각 렌즈를 피사체(주로 인물)에 들이밀면서, 삐딱한 구도를 통해 프레임 내부를 맴도는 인물의 공간을 왜곡한다. 인물들은 과장되고 뒤틀린 형상으로 주변 공간을 점유한다. 특히나 버스 내부, 단골 술집, 식당 등의 장소에서 킬러와 파트너의 얼굴을 통해 그들의 황량한 내면이 극단적으로 표출된다. 작정하고 도시 주변부 방랑자들의 외로움을 담아내는 영화다. 그러니까 왕가위는 영화를 찍는 순간부터 이미 무엇을 담아낼지, 어떻게 표현할지 계획된 공식 아래 솔직하게 드러내고 가감 없이 표출한다.
킬러와 파트너는 늘 엇갈린다. 작업을 마친 킬러가 비밀 아지트로 복귀하고 휴식을 취한 뒤 다른 작업을 위해 자리를 뜨면, 파트너는 킬러가 머문 자리를 청소하고 정보를 건네는 등 중개인처럼 킬러를 돕는다. 두 사람은 유대감이나 이성 간의 호기심이 아닌 비즈니스로 얽힌 사이이므로, 서로가 맡은 일에만 충실하면 잘 맞은 부품이 쉼 없이 돌아가듯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트너는 킬러를 마음에 품게 되고, 더는 엇갈림을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킬러는 얼굴을 보자는 그녀의 요청을 거절한다. 일과 감정이 섞이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킬러와 파트너는 모두 각자의 사정과 나름의 사연으로 고독에 파묻힌다. 파트너의 수음 행위가 적나라하게 프레임에 두 번째로 담기는 신을 떠올려 보자. 이 장면은 킬러와 베이비(염색한 여자)가 같이 있는 모습 이후 제시된다. 이때 왜곡된 구도 및 광각 렌즈, 음악을 통해 킬러와 엇갈리기만 하는 파트너의 상황과 그녀의 참담한 심리를 아주 짙은 고독감으로 환원한다. 시작부터 광각으로 프레임을 구획하던 왕가위의 카메라는 숨김없이 인물의 표면과 심리를 함께 포착하고 드러낸다.
'타락천사'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찰나의 만남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짙은 고독에 신음하는 <타락천사>의 무드는 하지무가 나오는 에피소드로 인해 살짝 달라진다. 킬러와 파트너, 하지무와 아버지, 킬러와 베이비, 하지무와 찰리의 에피소드가 뒤섞이다가 마침내 영화는 파트너와 하지무가 만나면서 끝으로 향한다. 하지무는 아버지를 잃고 찰리를 떠나보냈으며, 파트너는 킬러를 잃었다. 광각 구도에 갇힌 파트너의 뒤에 피를 흘리는 하지무가 있다. 상처받은 두 사람은 상실과 고독을 잠시 뒤로하고, 같이 오토바이에 몸을 맡긴다. 왕가위는 마지막에 두 사람을 이어준다. 상실의 흔적, 고독을 지우려는 몸부림, 오토바이 등이 두 사람 사이를 매개하면서 두 사람의 조우는 아슬아슬하게 잠시나마 지속된다. 인물 간의 만남이 짧게나마 유지되는 이 순간이 <타락천사>뿐만 아니라 왕가위 영화에선 특히 중요하다. 영원한 이별이나 영원한 만남은 없다. 우리가 <타락천사>에서 포착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건, 어지럽게 흩어지다가도 문득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아주 잠깐의 순간들이다. 따라서 터널을 빠져나오는 마지막 쇼트에서 카메라의 시선은 오토바이를 타는 두 사람을 영원히 담지 않고 하늘로 향한다.
하지무는 <중경삼림>의 경찰 223과 묘하게 겹친다. 모든 것에는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을 뱉는다든가, 파인애플 통조림에 관한 에피소드라든가. 223과 하지무를 연기하는 배우가 같다는 점 또한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소소한 재미를 준다. 그렇다고 두 영화를 매개하는 이런 요소들을 가볍게 흘려보내기에는 어딘가 아까운 구석이 있다. 두 영화는 사실 한 편의 영화로 기획됐었다. 경찰 223과 마약 밀매상의 관계가 삐삐로 인해 강화됐던 것처럼, 하지무의 캠코더에 담긴 영상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유대가 강화되는 듯 보인다. 이때 인물과 매개물 사이의 실질적인 만남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삐삐 속 목소리와 캠코더 속 영상은 휘발되지 않고 남아 있다. 게다가 파트너와 킬러는 단골 바의 주크박스 속 음악(망기타[忘記他])에 의해 매개되기도 한다. 음악은 인물이 바를 떠난 뒤에도 계속 필름에 남아 킬러와 파트너의 상황적인 괴리를 강조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의 경계를 짓이기는 기묘한 매개가 펼쳐진다.
어쩌면 이 영화는 찰나의 만남을 매개하는 것들에 관한 영화가 아닌가. 하지무가 끊임없이 제공하는 아이스크림 덕분에 장발 남자의 가족이 한데 모여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가족이 다 모여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짧은 시간은 아이스크림이 만들어낸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이렇듯 클로즈업과 왜곡된 앵글을 동원하는 뒤틀린 표면의 탐닉은 피상적인 조우의 순간들과 스치는 만남을 담아내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휘발되는 순간들을 매개하는 몇몇 요소들이 이 영화를 표면과 심연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텍스트로 가공하고 있다. 왜곡된 듯한 표면적인 움직임과 심연 어딘가의 보존된 추억,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매개물을 통해 공존할 수 있다. 그래서 순간을 가두려는 스텝 프린팅 기법이 왕가위의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게 아닌가. <타락천사>는 그 표면과 심연을 오가는 움직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영화다. 스쳐가는 만남이 자아내는 자그마한 위안과 추억들을 잠시나마 머금으려는 솔직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원한 낭만도, 영원한 고독도 없이 오로지 찰나의 마주침에서만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이게 바로 <타락천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타락천사'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
- 나만의 영화 캐릭터 MBTI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나병입니다! ?
여러분께 새로운 이벤트를 가지고 왔습니다!
씨네픽과 씨네랩의 합작 프로젝트!
MBTI를 통해 나만의 영화 캐릭터를 만나보는 특별한 이벤트입니다. ?
나와 닮은 영화 캐릭터는 누구일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신 적 없으신가요?
이번 이벤트에서는 나와 닮은 영화 캐릭터뿐만 아니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한 줄 무비 타입, 닮은 캐릭터, 그리고 어울리는 추천 영화까지 한곳에 담아보았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나만의 영화 캐릭터를 찾으러 가볼까요?
▶ MBTI 테스트 참여하기: https://form.typeform.com/to/fnAi8ltu?typeform-source=62oelbkwiib.typeform.com
-
- 우린 모두 다른 모양의 솔방울
왜 전쟁이었을까. 왜 하필 피노키오를 전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은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줄에 묶여 꼭두각시처럼 춤을 추는 피노키오의 모습이, 바로 전쟁터로 뛰어드는 사람들의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어린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배우고, 삶에 대한 이유를 찾아야 할 나이에 전쟁터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어른들조차 견디기 힘든 전쟁의 고통을, 왜 고통스러운지도 모른 채 그저 익숙해져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줄에 묶인 꼭두각시처럼 보인다.
파시즘에 젖은 시장의 아들, 캔들윅은 아버지의 명령대로 움직인다. 의문이나 불만은 입 밖에 내서는 안된다. 꼭두각시는 줄을 조종하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만 살 수 있으니까. 줄이 끊어졌을 때 처참히 버려진 자신을 대신할 꼭두각시는 많다. 전쟁이 모두를 똑같은 꼭두각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삶의 목표를 단일화 시킨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 외에 다른 목표를 가지는 순간, 죽임 당하거나 괴로움에 못 이겨 생을 마감할 테니까.
꼭두각시 조종자들에게 줄이 없어도 움직이는 피노키오는 존재 자체만으로 위협적이다. 피노키오는 전쟁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거부한다. 전쟁의 무의미함을 꼬집으며 삶의 가치를 찾아내려는 피노키오를 보며, 상처 입은 자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학대당했던 원숭이 스파차투라와 소년 캔들윅은 피노키오로 인해 해방을 얻는다. 이는 굉장히 슬프지만 어찌할 수 없는 수순이다. 인생을 돌아보면, 내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으로 인해 치유되는 경험은 거의 없다. 우리는 대게 나와 비슷한 슬픔을 가진 사람과 만나 나의 아픔을 치유한다. 슬프지만 당연한 일이다.
피노키오는 자신 역시 무거운 짐을 이고 있으면서도, 남들에게 베푸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 기꺼이 남을 위해 위로를 나누어주는 피노키오의 모습은 용감하면서도 강인하다. 이는 쉽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위로를 내어주는데 인색한 현대사회 속에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피노키오, 내 아들. 내가 널 다른 아이로 만들려고 했구나.
이제 카를로가 되지도, 다른 누군가가 되지도 마라. 네 모습 그대로 살아.
난 널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피노키오는 영생을 포기하고 죽음이 있는, 단 한 번뿐인 삶을 선택한다. 죽음의 신은 반복해서 말한다. 인간의 삶이 아름다운 것은 그 순간이 매우 짧기 때문이라고. 모든 순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야 한다. 단 한 번뿐인 나의 삶을, 내가 아닌 남으로 살면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카를로가 처음 솔방울을 가져왔을 때, 제페토는 그것이 완벽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난 솔방울도, 상처가 있는 솔방울도, 땅에 심고 충분히 물을 주면 제각각의 모양으로 훌륭한 소나무가 된다. 어떤 솔방울이든 나무가 될 기회는 있다. 그 누구도 솔방울에게 완벽함을 운운할 자격은 없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린 언제나 전쟁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전쟁은 누가 만든 것인가? 진정 그 전쟁이 내가 원했던 것인가?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목표를 가지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다. 한 번뿐인 삶을 나라는 특별한 존재를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때론 그런 사회의 총격에 피를 흘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린 꿋꿋이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 나라는 존재만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향해.
-
- 12월 5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2월 5주 개봉영화!
젠틀맨 Gentleman , 2021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의 통쾌한 캐릭터 열전!
영화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입니다.
'승리호','지옥' 변봉선 촬영감독부터 '한산: 용의 출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조화성 미술 감독
그리고 '콜'. '독전', '마스터' 달파란 음악감독까지 최정예 제작진이 스크린에 펼쳐낸 완성형 범죄 오락인데요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의 각기 다른 캐릭터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욱 높일 것입니다.
올 연말 짜릿하고 통쾌한 쾌감을 선사할 유일한 범죄 오락 영화!
이번주 추천영화 "젠틀맨" 입니다.
크레이지 컴페티션 Competencia Oficial , Official Competition , 2021
지상 최대의 걸작 만들기 프로젝트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은 한 억만장자가 80세 생일 기념으로 자신의 명성을 더 널리 알릴 불세출의 걸작 제작을 기획하고,
이에 천재 감독, 월드 스타, 연기 거장이 모여 영화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가졌지만 명성에 목마른 억만장자의 지상 최대의 걸작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기발하고 위트있는 소재로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세계적인 월클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처음으로 상대역으로 만나 연기를 펼쳐 뜨거운 화제를 모았고
다양한 작품들이 개봉하는 가운데 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아트버스터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천재 감독X월드 스타X연기 거장
이번주 추천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 입니다
몬스터 신부: 101번째 프로포즈
Koshchey. Pokhititel nevest , How to Save the Immortal , 2022
'몬스터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잇는 "몬스터 신부: 101번째 프로포즈"
영화 "몬스터 신부"는 300년간 불멸의 삶을 이어오고 있는 몬스터 백작이
매번 실패로 돌아간 100번의 프러포즈에 이어 마지막 101번째 프러포즈에 성공하기 위해 펼치는 모험을
코믹하게 그려낸 몬스터 판타지 애니메이션입니다.
'몬스터 호텔', '몬스터 패밀리' 등 '몬스터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잇는 애니메이션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몬스터 백작, 극한의 코믹 웨딩 어드벤처!
이번주 추천영화 "몬스터 신부" 입니다
THIS WEEK MOVIE
“나쁜 놈 잡는데 불법, 합법이 어딨습니까? 잡으면 장땡이지”
"젠틀맨"은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던 중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쓴 흥신소 사장이
검사 행세를 하며 악당을 쫓게 되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파헤칠수록 실체를 드러내는 추악한 범죄와 무소불위의 나쁜 놈을 응징하는 과정을 통쾌하게 그려내는데요
지루할 틈 없이 몰아치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비롯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웃음
그리고 '악의 축'인 거대 로펌과의 대립이 빚어내는 폭발적인 긴장감까지
범죄 오락 영화를 즐기는 모든 관객에게 높은 만족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기존 범죄 오락 영화와 차별화된 신선한 설정과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공간!
새로운 범죄 오락 영화를 선사할
이번 주 THIS WEEK MOVIE "젠틀맨"입니다.
-
- 12월 3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2월 3주 개봉영화!
아바타: 물의길 Avatar: The Way of Water , 2022
아바타 13년 만에 돌아오다!
2009년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바타'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을 합니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데요 로맨스에서 가족,
더 나아가 부족 간의 이야기로 세계관을 넓히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펼쳐낼 예정입니다.
최첨단 기술의 도입으로 영화 산업에 새로운 역사를 쓴 제임스 카메론 감독!
수중 세계의 다채로운 비주얼을 큰 스크린에 펼쳐내는 또 한번의 신드롬!
이번주 추천영화 "아바타: 물의길" 입니다.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 2022
대한민국 No.1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세 번째 극장판!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는 다른 평행세계로 사라진 '두리'와 '금비'를 찾고,
새로운 악당 '어나더'의 계획을 막기 위한 '하리'와 '신비', '강림', 그리고
차원도깨비 '키비'의 다이내믹한 모험을 그린 오싹 판타지 어드벤처입니다.
2020년 4월부터 '신비아파트'의 세 번째 극장판 기획을 시작했던 제작진은
약 2년 8개월의 제작기간 동안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주된 무대가 되었던 '신비아파트'를 벗어나 7개의 세계로 이루어진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
7개의 평행세계에 각각 존재하는 '하리'와 '두리' 캐릭터는 얼굴을 똑같지만
성격도, 스타일도 전혀 다른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국내에서 제작된 유일무이한 호러 애니메이션!
이번주 추천영화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 입니다.
-
-
- [소리도 없이]리뷰:단편영화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영화
#소리도없이#유아인#유재명
악은 변하지 않으며 항상 우리 곁에 있다.
-
- 넷플릭스 <니모나> 공식 예고편
- 조금은 악당. 조금은 영웅. 《니모나》, 6월 30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
-
- 영화 <헤어질 결심> 2차 예고편
진실을 향한 과정, 끝없는 의심과 관심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 [헤어질 결심] 2차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