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7-31 15:52:29
그녀는 지지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디아 포에트의 법
아주 오랜 옛날, 여자는 집에서 살림이나 하며 가정을 지키는 존재라는 편견 아래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을 무시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대를 그린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내가 사는 이 세상은 누군가에게는 요지경일지도 모르겠다'라는 것이었다. 여자의 의견이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안되던 그 시절에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고 싶어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는 응원하면서 볼 수밖에 없는, 나의 올타임 페이보릿 주제였다. 그런 탓에 '에놀라 홈즈', '웬즈데이' 같은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이겠지.
남들과 달리, 사회진출로 자신의 자아를 찾는 여성의 이야기에서 그들의 옷차림은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시각적 효과 말고도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잘 보여준다. 패션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신의 취향, 자아를 표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갑옷이 되어 주기도 한다. 여자는 이런 일에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는 남자 위주 사회에 고급스럽게 멕이기 위함일 수도 있고. 여자의 치장은 자아실현이 될 수도 있고,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최소한의 자존심이 되어 준다. 말이 주절주절 길었는데, 그냥 여주인공 옷이 예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살인사건을 풀어내는 재미도 분명히 있지만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부류가 받았던 잣대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리디아는 사회에서 괴짜로 취급받지만 리디아의 조카만 봐도 어딘가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교계에 데뷔해야 하고 그러려면 엄마는 딸의 외모, 행동에 지나치게 간섭하게 된다. 지금도 분명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물론 픽션이긴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이 시기의 여성과 현 시대의 여성의 삶은 대단히 바뀐 것 같지도 않지만서도 이 때와는 달리 결혼이 필수가 되지 않은 것만 보아도 세상 많이 변했다 싶다. 이 정도의 변화가 오기까지 참 천천히,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사회의 왕따가 되어가며, 극단적으로는 피도 흘려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난 리디아 같은 캐릭터를 굉장히 애정한다. 그런 괴짜같은, 사회적인 시선 기준으로 여성답지 않은 여성, 시집가긴 글러버린 여성들의 뚝심 덕분에 뭔가 내가 좀 더 편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 과몰입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추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사건을 수사하면서 하나하나 여성에 대한 편견을 뚫어가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나는 보면서 계속 이런 사회에서의 왕따 취급도 기꺼이 받고 살아온 뚝심 있는 여성상, 즉 이 리디아의 캐릭터 설정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 설정값에 멋있음에 취해 끝까지 본 것 같다. 구박하는 것 같으면서 끝에 가서는 리디아를 조금은 지지하는 오빠의 모습도 호감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동생에 대한 걱정 정도로 정리하니 그도 일견 이해가 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시즌2 나왔으면 좋겠다. 그녀가 미국에 잘 갔을지, 갔다면 신대륙에서 어떤 편견과 싸울 수 있을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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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이’가 ‘퀸카’를 욕망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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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
모든 멜로, 로맨스 영화에는 극복할 수 없는 ‘격차’ 혹은 ‘차이’가 있다. 이들은 〈타이타닉〉에서는 신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가문,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성격 등으로 나타난다. 격차와 차이가 클수록 두 주인공이 끝내 사랑을 이뤄냈을 때 생기는 감동의 크기가 커진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에서 두 주인공의 격차/차이는 외모와 성격으로 나타난다. 오지랖이 넓고, 산만하며, 평범한(?) 외모의 모태솔로 창수(윤시윤)는 예쁘고 똑 부러지는 퀸카 아라(설인아)를 짝사랑한다. 아라는 창수의 이름조차 모르지만, 창수는 매일 출근길 버스에서나마 아라를 볼 수 있다는 데 행복해 한다.
이제 문제는 둘 사이의 격차/차이를 메우는 방식이다. 멀게만 보이는 둘을 어떻게 가장 가까운 존재로 만들 것인지에서 멜로/로맨스 영화의 성패가 결정된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다소 판타지적으로 보이는 요소를 활용한다. 뿌리기만 하면 상대가 첫사랑으로 보이는 향수를 우연히 얻은 창수가 이를 활용해 아라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후에 이를 알게 된 아라가 창수와 자신의 감정이 진짜인지를 고민하며 달달함과 긴장감이 고조된다.
다만 전반적으로 너무 전형적인 방식으로만 극이 흘러간다는 점은 아쉽다. 결말이 이미 정해진 장르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 가능한 장면만 이어져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캐릭터 설정과 관계, 갈등의 고조, 이야기 전개 등의 부분이 모두 그렇다. 영화가 특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이는 코미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익숙함은 ‘편안함’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진부함’으로 독해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평범한 남자가 짝사랑한 퀸카는 사실 사랑을 갈구하는 외로운 존재였다’라는 극의 흐름과 만났을 때는, 영화의 익숙함이 반동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창수가 사용한 향수의 향이 그리 아름답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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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사랑
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을 단순한 시대극 로맨스로 보지 않았다. 자신의 호감과는 상관없이 알맞은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며 그 당시를 비판하게 되었고, 사랑에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이 되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녀주인공의 사랑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만약 남녀 주인공이 '결혼'이 삶의 목적인 사회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그들이 비혼 주의자였다면? 둘에게서 사랑의 스파크가 튈 수 있었을까?
뒤 이어 보게 된 영화 <더 랍스터>는 목적에 의한 사랑을 잘 보여줬다. <더 랍스터>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진 사람은 외진 숲 속 호텔에 들어가게 된다. 그들은 호텔 안에서 45일 안에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면 자신이 정한 '동물'이 된다. 호텔에 갇힌 사람들은 하루에 해야 할 일정이 정해져 있는데 대표적으로 외톨이를 잡는 사냥 시간이 있다. 호텔에서 도망 나온 사람들을 외톨이라 부르고 외톨이를 사냥해오면 외톨이의 수에 따라 호텔에 묵을 수 있는 날이 연장된다. 그래서 동물이 되고 싶지 않으나 짝은 없는 사람들은 맹렬하게 외톨이를 사냥한다. 그 외에 남자와 여자가 모여 춤을 추거나 수영을 하는 등의 만남의 시간이 있고 왜 짝이 있어야만 하는지 교육해주는 시간도 있다. 교육 내용은 정말 황당한데 여자가 성폭행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남자가 있어야 하고 음식을 먹다 목에 걸렸을 때, 하임리임법을 해줄 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면 세상에 모든 위기에 맞서지 못한다고 공포를 조장하는 교육이었다. 그리고 호텔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규칙도 있는데 거짓으로 짝을 만들거나 자기 위로 하는 행위이다. 호텔에서는 절대 혼자서 성행위를 해선 안되는데 들킬 경우 토스트기에 손이 집어넣어 진다. 짝을 찾지 못하면 인권 따위 없는 사회이다.
기서 주인공 데이비드는 거짓으로 사랑에 빠진 척하다 들켜 동물이 될 뻔하다, 가까스로 호텔에 탈출해 외톨이 무리에 끼게 된다. 하지만 외톨이 무리도 호텔 못지않게 엄격한 규칙이 있었다. '평생 혼자 살아도 되지만 사랑은 해선 안된다.' 호텔과 반대되는 규칙이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무리에서 자신의 아픈 등에 연고를 발라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사랑하고 싶던 둘은 외톨이 무리에서 도망칠 계획을 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을 눈치챈 무리의 대장이 데이비드 몰래 여자의 눈을 멀게 한다. 그때, 여자가 대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왜 내 눈을 멀게 했지? 그를 멀게 할 수도 있잖아"
흔히 사랑하면 목숨도 내놓는다는데, 사랑하는 남자의 눈이 아닌 왜 내 눈이냐 묻는 상황은 보편적으로 예상되는 대사와 달랐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은건가. 아니면 자신의 눈과 바꿀만큼은 아니였던건가.
여자의 눈은 멀었지만 무리에서 꼭 탈출하고 싶었던 데이비드는 대장을 제압하고 여자와 도망간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해 도시에 한 레스토랑에 도착한 데이비드는 그녀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금방 끝내고 올게."
스테이크 칼을 들고 한참을 세면대 앞에 서있던 그는 그녀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 짝을 찾지 못하면 무슨 동물이 되고 싶죠?
- 랍스터요. 랍스터는 100년 넘게 살아요. 귀족들처럼 푸른 피를 가지고 있고 평생 번식을 해요. 그리고 제가 바다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동물이 돼서도 아주 오래,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던 바다에서 살고 싶어 했던 데이비드는 사랑한다 믿었던 여자와 눈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눈이 머는 것쯤은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탈출에 성공해 자유가 된 그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더 랍스터>처럼 사랑을 해야만 하는 곳에서 피어오른 사랑은 사랑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는 목적, 구체적으로는 '생존'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브리저튼>과 <더 랍스터> 모두 사랑해야만 하는 목적이 있던 사회였다. 그리고 <더 랍스터>는 살기 위해선 사랑을 해야 한다는 생존사랑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게 했다. 과연 목적이 있는 사랑은 사랑일까 본능일까? 아니 애초에 사랑은 본능일까 이성일까?
분명한 건 <더 랍스터> 속 데이비드의 사랑은 탈출을 위해 사랑을 이용한 이성처럼 보였다.
‘노처녀. 노총각’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우린 이렇게 불렀다. 지금은 비혼주의가 완연한 사회이기에 저런 단어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도 나이가 들면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 생각했던 사회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생존사랑'을 해오지 않았을까? 당연히 해야만 하는 사회에서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알맞은 누군가를 찾아 사랑한다고 세뇌하며 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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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과 동시에 펼쳐지는 밀실의 공포
개봉 당시 로튼 토마토 신선도 99%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던 영화였던 ‘겟 아웃’. ‘놉’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미루고 있던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을 보게 되었다. 충격적이고 소름 끼치며 공포를 넘어선 놀라움이라는 말로 포스터가 장식되어 있는 이 영화는 직접적인 공포보다는 소름 끼치는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다. 인종차별을 필두로 가히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곳곳에 복선을 깔아두고 있다. 어떤 무서움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망이 펼쳐질 이 곳은 ‘겟 아웃’ 이다. 흑인인 크리스와 백인인 로즈는 연인 사이이고 로즈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로즈의 집, 직접적인 인종차별은 아니었지만 걱정했던 대로 여러 곳에서 묻어나는 편견들로 인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애써 무시하며 로즈와 함께하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어딘가의 밤에 빠져든다. 꿈같은 순간에서 빠져나온 크리스는 집에 빠져나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백인 손님들로 가득한 파티에서 크리스는 관심의 중심이 되고 흑인 손님에게는 흑인 특유의 문화를 느낄 수 없어 더욱 혼란스러운데, 카메라를 꺼내 들면서 크리스의 혼란은 더욱 커진다. 그가 겪는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온 걸까.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사실 예고편도 보지 않았다. 공포 영화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했고 진부한 결말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내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모두 부수고 들어오며 어떤 장면도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겉보기에 사라진 편견들이 어떻게 곳곳에 파고들어 있는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드러내고 영화 자체에서도 소름끼치는 요소들로 펼쳐내는 마법을 펼친다. 특히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된 보이는 존재들에 의한 욕망으로 인해 더욱 몸서리 쳐진다. 무서운 장면들 없이도 무서울 수 있는 이 영화를 만나고 싶다면 추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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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즈가 돌아왔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이 지난 2019년 1월 '비틀즈' 공식 SNS에 '비틀즈'의 음반 제작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결국 북미 배급사였던 '디즈니'와의 협의 끝에 극장용 영화가 아닌 TV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공개하기로 결정하였는데요.
피터 잭슨 감독이 다룬 영상은 비틀즈의 Let It Be/Get Back 제작 과정을 담은 21일 간의 미공개 영상과 현장의 음성이 담긴 영상이기에, 전 세계 비틀즈 팬들은 당초 예상되었던 2시간 짜리 편집본보다 더 긴 영상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더욱 신이 난 모습인데요. 이 앨범이 제작되었을 당시는 '비틀즈' 멤버 간의 불화가 극에 달한 시점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난해 피터 잭슨 감독이 공개한 클립을 통해 팬들이 알지 못했던 멤버들의 관계가 드러나 기대감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10월 13일 (북미 기준) <비틀즈: 겟 백>의 새로운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예고편은 전무후무한 최고의 그룹 비틀즈가 곡을 써내려가는 과정은 물론, 녹음부터 콘서트로 이어지는 장면까지 말그래도 비틀즈의 한 앨범의 제작부터 활동 과정까지가 모두 담겨있는데요. 원체 곡을 빠르게 쓰는 것으로 유명한 그룹이기에, 이 여정이 3주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놀랍습니다. 하지만, 이 서사 안에는 그들이 불안, 초조함을 느끼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최고의 합을 보여준 이 앨범 이후 그들이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기에 관객 입장에서 이 다큐멘터리가 더 와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시간 가량의 영화에서 그 3배에 달하는 TV 시리즈로 커진 <비틀즈: 겟 백>은 비틀즈 역사의 마지막 장을 돌아보는 거대한 회고의 일환으로, 비틀즈의 1969년 1월을 돌아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이는 전 세계 비틀즈 팬들에게 특히 큰 선물일텐데요. 그저 다큐멘터리를 즐기는 영화 혹은 드라마 팬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회고는 단순히 '작품성'만을 논하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피터 잭슨 감독이 다듬은 '비틀즈'의 "Get Back"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3일에 걸쳐 공개될 예정인데요. 2021년 11월 25~27일로 공개일을 픽스한 만큼, 11월 국내 출시되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국내 팬들 역시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은 볼 수 없어 더욱 소중한 장면들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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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호수, 유리창, 거울로 그려낸 데칼코마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카롤린 링 Karoline Lyngbye
출연] 미켈 폴스라르 Mikkel Boe FØLSGAARD, 마리 바크 한센 Marie BACH HANSEN
시놉시스
스틴과 타이트는 어린 아들 네모와 함께 코펜하겐의 도시 생활을 떠나 스웨덴의 한 고립된 숲으로 향하고, 그곳에서의 삶을 팟캐스트 녹음을 통해 기록하며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자 한다. 그러던 중 자신들과 똑같은 모습의 커플을 호수 건너편에서 발견하고, 곧 원한과 이기심, 욕망으로 뒤덮인 자신들의 자아와 마주하게 된다.
도플갱어를 마주한다면?
독일에서 기원한 미신 '도플갱어(Doppelgänger)'.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며, 그 사람을 만나면 자신은 죽는다는 내용으로 유명하다. 괴테도 자기랑 똑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전승이 있지만, 핵심은 도플갱어를 만나는 게 악운의 전조라는 점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도플갱어는 존재할 수 없다. 생김새부터 DNA까지 전부 같은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0.1%가 채 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본다 하더라도 이는 정신 질환 증상이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도플갱어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존재할 수 없는 존재를 봤다는 공포와 내가 미쳐버린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나를 감쌀 테니.
카롤린 링비의 장편영화 데뷔작 <수퍼포지션>은 그 공포와 두려움을 물고 늘어진다. 이 감정을 철저히 해부한다. '나와 똑같은 사람, 내 남편과 똑같은 남자, 내 아들과 똑같은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이라는 오싹한 상상을 원동력 삼아 굳건히 나아간다. 이 접근법은 생각보다 신선하다. 원초적인 감정에 충실히 몰두할 뿐, 좀처럼 딴 길로 새지 않기 때문이다.
호수가 두려운 이유
<수퍼포지션>의 지향점은 첫 장면부터 드러난다.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시작한다. 북유럽 특유의 길고 가는 삼림이 둘러싼 호수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호수를 보는 듯한데 모양이 평소와 다르다. 파란 하늘이 왼쪽, 호수가 오른쪽에 있다. 위아래가 아니라. 화면은 마치 데칼코마니 같다. 잔잔한 호수에 하늘이 비치면서 좌우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호수의 역할이 흥미롭다. 첫 장면 이후 호수는 한동안 아무 일도 안 한다. 스틴과 타이트가 지내는 집의 예쁜 배경을 할 뿐이다. 그러나 스틴이 호수 건너편에서 자기 가족 외의 다른 사람을 발견하자 호수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생긴다. 도플갱어가 있다는 의심. 곧 두려움이다.
이에 더해 영화는 호수를 다른 이미지로 끊임없이 바꿔낸다. 유리창이 대표적이다. 일가족이 숲 속 집에 들어설 때, 그들이 집 안에서 요리하거나 글을 쓸 때, 싸우는 순간까지. 카메라는 주인공과 주인공이 반사되어 비치는 모습을 같이 중심에 둔다. 그 덕분에 알 수 없는 호수의 두려움은 손쉽게 영화 전반으로 전염된다. 이는 도플갱어의 존재를 인지하기까지 초중반부의 흐름이 상당히 강한 흡인력을 자랑하는 이유다.
도플갱어의 진짜 의미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 때문에 두려울 수 있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두려운 걸까? 영화는 호수가 잠시 역할을 하지 않는 사이에 그 답을 미리 일러준다. 영화 전반을 사로잡은 두려움은 단순히 도플갱어 때문이 아니다. 도플갱어를 만나 알 수도 있는 답 때문이다. 바로 자기 자신에 관한 진실이다.
첫 팟캐스트 녹음 때부터 스틴과 타이트는 계속해서 갈등을 빚는다. 이번 기회에 서로에게 솔직해지자는 부부. 그러나 그 솔직함의 의미가 다르다. 스틴은 알몸을 보여주듯이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타이트는 필요한 일에 한해서만 솔직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갈등은 점점 커지고, 서로를 비난한다. 서로 무책임한 남편과 아내라고.
이때 도플갱어의 등장은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지금 자기 모습이 어떤지, 부부 관계는 어떠한지, 아이에게는 어떤 부모인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다. 처음에 서로를 경계하던 도플갱어 부부가 싸우는 대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인생을 공유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자기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꾼 사람과 자기 모습을 고집하는 사람의 운명이 갈리는 이유다. 거울을 보고 진짜 솔직해질 수 있는지, 아니면 그 거울에 비친 모습까지도 왜곡하며 외면할지. 자기 과오와 결점까지도 끌어안고 살아갈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 <수퍼포지션>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다.
다소 빛이 바랜 도전
아쉽게도 <수퍼포지션>은 초중반부의 흡입력을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이유는 두 개다.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우선 소재와 접근법의 참신함이 빛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물론 도플갱어와 거울의 이미지를 활용해 주인공의 심리를 파헤친다는 접근 자체는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문제는 최근 들어 멀티버스 소재를 꺼내든 영화가 너무 많다는 것. 멀티버스 영화도 대부분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을 통해 주인공의 인생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퍼포지션>의 도플갱어 이야기가 자기만의 한 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굳이 설명을 덧대는 약간의 욕심도 아쉽다. 영화는 도플갱어끼리 만난 이후에 상황을 해석하려 한다. 타이트는 자기가 미친 거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하나의 답이 도출된다. '중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제목 '수퍼포지션'이다. 평행세계가 겹쳐진 결과 도플갱어끼리 만나는 상황이 생겼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 설정 때문에 영화의 개성은 희석된다. <수퍼포지션>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일반적인 멀티버스 영화와는 달리 스릴러 내지 호러 영화의 분위기를 끌고 간다는 점이다. 명확한 설명 없이 도플갱어를 일종의 미스터리로 남겨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북유럽, 그것도 숲 속을 배경으로 삼다 보니 유달리 스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일종의 설명, 특히나 SF적인 설정이 붙어 버리니 본래 분위기나 색깔은 약해지고 만다.
Acceptable 무난함
고요한 호수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나와 나의 싸움
상영 일정
7/2 17:00 - 18:45 CGV소풍 9관
7/6 19:30 - 21:15 부천시청 어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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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사랑이 머무는 순간, 도르래가 움직인다" 영화 <곤돌라> 관람 후기
[JIFF 데일리] '사랑이 머무는 순간, 도르래가 움직인다'
영화 <곤돌라> 관람 후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곤돌라>
제목 : 곤돌라(Gondola)
감독 : 바이트 헬머
러닝타임 : 85분
관람 등급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 케이블카는 산골과 계곡의 마을을 연결한다. 케이블카 승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바. 두 개의 케이블카 중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한 대가 내려가고... 케이블카는 중간에서 만나기 마련이다. 다른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승무원의 이름은 니노. 이바와 니노는 30분마다 지나가면서 서로를 만나고 어느날, 그들은 합심하여 상사에게 맞서기로 한다.
곤돌라(Gondola). 케이블카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기점으로 정확한 의미를 확인했습니다. 단어는 총 세 가지 의미를 지칭하고 있었습니다. 1.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작은 보트 2. 비행선이나 기구 따위에 달린 바퀴 3. 고층 건물의 옥상에 설치하여 짐을 올리는 시설. 영화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산 속과 계곡 주변의 마을 사람들을 이어주는 2, 3번의 뜻을 가진 곤돌라를 보여줍니다. 두 주인공과 동내 꼬마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으며 마지막으로 4번째 ‘사랑을 실어 나르는 관계’라는 의미까지 추가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누군가의 죽음과 주인공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 케이블카로 관을 옮긴다는 점과 관 위에 직원 옷을 올려두었다는 점 등 정황상 곤돌라 직원의 죽음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와 관이 함께 지나가며 마을 주민들이 애도하는 장면이 영화 가장 초반에 만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곤돌라에 관을 실어 나르는 장면마저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님의 서늘한 동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장례식을 영화 초반부에 배치한 점과 케이블카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시선은 블랙 코미디와 비유로 가득한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 곤돌라의 공석은 새로운 주인공이 ‘직원복이 맞아서’ 차지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가벼운 이유로 시작한 것이죠.
상영이 시작하고 가장 먼저 놀란 점은 ‘무성 영화’라는 점입니다. 오래전 고딕한 영화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인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었던 것과 달랐습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대사가 없었고, 문장으로 이루어진 설명이 없다 보니 처음부터 관객은 화면에서 얻을 수 있는 시각 정보를 얻기 위해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구어체가 사라진 세상에서는 배우의 눈짓,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창작자의 감성이 묻은 강렬한 효과음과 감미로운 음악이 찾아옵니다. ‘무성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아름다운 색감과 황금비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팀 버튼 감독의 빅피쉬 같은 독창적인 상상력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관람을 추천합니다.
이후 두 세가지 시퀀스가 이어집니다. 대부분 곤돌라 직원인 두 여인의 타오르기 시작하는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상차행, 하차행 케이블카가 마주치는 순간을 재밌게 묘사하는 점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가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비행기에 올라탄 승무원이 되고 싶은 주인공은 케이블카를 비행기, 버스, 증기선 모양으로 꾸미죠. 일련의 사건으로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증오가 쌓인 상태에서는 케이블카는 곧 전차로 변신해 혈투의 현장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깊어지면 곤돌라는 신혼행 웨딩카로 변하죠. 곤돌라는 두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의 감정을 빗대는 장치이자 소통을 이어주는 연결점으로 묘사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곤돌라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을 극한까지 긁어 모았고, 그것을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감독하신 ‘바이트 헬머’ 감독님은 1999년 영화 ‘투발루’로 데뷔해 ‘브라이 이야기’, ‘우리친구 피들스틱스’ 등 전체적으로 동화적인 포근한 감성이 담긴 영화에 집중하고 계십니다. 시네퀘스트 영화제 코미디부문 최우수 장편영화상, 스웨덴 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을, 바에른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진 분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는 어른 동화처럼 따뜻하지만 아찔한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가 동화 같은 이유는 총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필름 카메라 감성 같은 색감 선정’입니다. 푸르름이 사방에 깔린 산골 마을에서 원색 계열의 옷들은 초록색과 극명하게 대비하며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유럽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지역의 고산 지역에서 추억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분명 관람을 추천합니다.
두번째는 ‘사랑은 곤돌라를 타고’라는 점입니다. 영화는 내내 사랑하는 서로가 보내고 받고, 당기고 밀어주는 요소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곤돌라 직원으로서 상대와 많이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보여줍니다. 일정 간격으로 서로 번갈아 체스를 두며 상대를 약 올리기도, 승차장에 선물을 올려두고 반응을 살피기도 합니다. 간질거리는 애정 표현은 악의 없는 순수함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소리’입니다. 대사가 없는 영화기에 시각적인 부분과 효과음이 매우 크게 작동합니다. 발걸음 소리, 곤돌라가 움직이는 기계음 소리 등 일상보다 몇 배는 확대한 효과음처럼 들렸습니다. 특히 유리잔 위를 물 묻은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피어나는 우주를 담은 것 같은 소리 등 구어체가 전할 수 없는 부분을 영화는 청각적인 대체재로 가득하게 만들었죠. 다회차 상영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눈을 감고 영화를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작품 중 손에 꼽고 싶은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두 여성의 사랑을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초여름 날씨처럼 표현했다는 점, 중력을 거스르고 마찰을 줄이는 도르래를 사랑과 관계로 표현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또 만나길 희망할 정도였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극한으로 달려가는 두 여인의 감정선에 집중했다면, 이번 <곤돌라>는 동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사랑이 어떻게 곤돌라로 이어지는지를 중점으로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필름, LP, 투박한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2024.05.03 CGV전주고사 2관(202)
2024.05.05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410)
2024.05.10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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