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2-31 11:33:39
2021_씨네픽_연말결산.zip
영화 앱테크 씨네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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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 입니다!
어느덧 2021년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는데요.
정말 눈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린 2021년이지만,
씨네픽의 한 해를 살펴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씨네픽 2021 총결산.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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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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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총총 물러가보겠습니다.
씨네랩, 씨네픽 에디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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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물려준 삶을 대하는 태도
흙바닭 위에 파란 방수천으로 세워 둔 큰 천막이 있고, 그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노래 하는 어린 아이가 있는 낡은 사진이 있다. 그 사진 속에는 5살의 내가 웃고 있다. 내 뒤에 세워진 그 천막은 우리 집이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집이 아닌, 흙 바닥 위에 스티로폼을 깔고 지냈다고. 부부는 참 지독히도 가난했다. 당시 엄마의 가계부에는 콩나물 몇 십 원조차도 외상으로 샀던 일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의 집은 방 하나가 전부였다. 그야말로 단칸방.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이 있고 ㄷ자로 작은방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의 방 한 칸이 우리 집이었다. 여러 가족들이 화장실 하나를 쓰던 집이었다. 월세를 낼 수가 없어서 흙바닥에 파란색 천막을 쳐놓고 산 적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난 기억이 없지만, 그 천막 앞에서 해 맑게 노래하는 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증거처럼 남아있다.
어릴 때 아빠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가난했기에 돈을 쓸 수 없었겠구나 싶었지만, 지금까지도 전혀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빠의 의지였던 것 같다. 학벌이 좋지 않아서, 부모가 나빠서, 가난해서…불행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딸과 한 번 더 웃겠다는 아빠의 강력한 의지.콩나물을 외상으로 살 정도로 가난했다는데, 아빠는 내가 태어나고 며칠 뒤 카메라를 샀다. 미놀타 수동 필름 카메라. 오빠를 3년 동안 키워보니, 이렇게 이쁜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게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어 덜컥 값비싼 카메라를 샀다는 것이다. 엄마는 “너희 아빠는 그런 사람이지.”라고 말했다. 생활은 팍팍했지만, 오늘의 행복을 놓치지는 않는 사람.
아빠는 그 카메라를 들고 헤헤하고 입을 활짝 벌리고 웃으며, 나와 오빠와 엄마를 담았다. 그 파란색 천막집 앞에서도, 벽지가 다 벗겨진 단칸방에서도, 가난한 배경과 관계없이 우리는 노래했고 춤을 췄다. 아빠는 늘 재미있었고,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는 웃음이 많은 아빠 얼굴 그대로 자주 웃었다. 그 시절 가난한 집 아이들이 그렇듯 미미 같은 인형은 산타 할아버지 선물로 크리스마스에나 한 번쯤 가질 수 있었고, (그것도 이모와 외삼촌의 선물이었다고) 그 흔한 그림책 같은 것도 없었지만, 아빠는 우리 가족을 둘러싼 모든 것이 놀이가 되게 했다. 지도 한 장을 펼쳐놓고, 온 세상으로 상상 여행을 떠난다거나, 어려운 한자를 공부해 서로 맞추는 게임을 한다거나. 흡사 대국을 펼치는 것처럼 진지하게 오목을 둔다던가. 돈과 상관없이 일상의 작은 순간을 행복하게 즐길 수 법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였을까? 흙바닥 위에 파란 방수 천막으로 간이집을 만들어 살았던 때를 지나, 꽤 오랫동안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도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결핍으로 인한 서글픔이나 두려움, 걱정, 욕망이 아니라 ‘웃고 있는 표정들’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며, 나는 내내 아빠를 생각했다. 현실이 괴로워도 살아 숨쉬는 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삶의 방식과 사랑을 자녀에게 고스란히 남겨 준 아빠. 영화의 주인공 ‘귀도’의 삶은 나의 아빠의 삶과 너무 닮아 있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1997년에 상영된 이탈리아 영화이다. 로마에 갓 상경한 시골 총각 ‘귀도’는 운명처럼 만난 여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넘치는 재치와 유머로 약혼자가 있던 그녀를 사로잡은 ‘귀도’는 ‘도라’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분신과도 같은 아들 ‘조수아’를 얻는다. ‘조수아’의 다섯 살 생일,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은 ‘귀도’와 ‘조수아’를 수용소 행 기차에 실어버리고, 소식을 들은 ‘도라’ 역시 기차에 따라 오른다. ‘귀도’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단체게임이라 속이고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불안한 하루하루가 지나 어느덧 전쟁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귀도’는 마지막으로 ‘조수아’를 창고에 숨겨둔 채 아내를 찾아 나서지만, 끝내 독일군에게 들켜 잡히게 되고, ‘조수아’가 안심하도록 마지막까지 코믹한 모습을 보이며 시야에서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 ‘조수아’는 아빠가 당부했던대로 모든 사람이 없어졌을 때 숨은곳에서 나오고 되는데, 밖엔아빠 말대로 진짜 탱크가 ‘조수아’ 앞에 와 있었다.
"이건 내 이야기이며
날 위해 희생한
내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이것이 아버지가
내게 남긴 선물이다."
주인공 귀도를 연기한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 영화의 감독이며, 도라역의 니콜레타 브라스키는 실제 그의 아내이다. 감독의 아버지는 실제로 수용소에서 3년을 버틴 생존자로, 아들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때 귀도가 어린 조수아에게 그랬던 것 처럼 게임에 비유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부모가 되기 전에 나의 삶엔 현재와 미래만 있었다.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목표를 향해 있던 시선에서, 아이를 낳아 길러보고 나서야, 부모에게 받은 과거의 경험이 고스란히 아이와의 일상에 투영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잠자리에 누워 끝도 없는 세계로 이야기를 뻗어 나가는 시간을 갖는 것, 매일 오늘 발견한 예쁜 말을 기록하는 것, 책을 선물할 때면 꼭 날짜와 짧은 편지를 쓰는 것, 별것 없는 식사 한 끼에도 케첩으로 하트를 그려 넣는 것, 작은 꽃들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 우리의 귀여운 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 매일 일어나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까지 …부모에게 받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나를 발견하고서야 어린 시절과 그 시절의 아빠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아픈 과거에서 배움을 얻지만 얽매이지 않고, 큰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지만 그 때문에 현재를 저당 잡히지 않는 사람. 오늘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균형 있는 삶을 꾸려온 아빠를 통해 나 역시 괴로워도 아파도 매일의 행복을 발견하는 삶의 태도를 갖게 된 것 같다. 아름다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람과 그를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영화가 내 곁에 있다는 것 또한 오늘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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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하지만 아름다운 꿈, 영화를 사랑한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20년대 할리우드. 무성 영화의 스타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의 저택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벌어진다. 파티는 난잡하다. 그러나 매혹적이다. 영화에 출연하거나, 영화를 찍고 싶거나,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멕시코에서 막 LA에 입성한 '매니(디에고 칼바)'와 스타가 될 거라는 확신에 가득 찬 '넬리(마고 로비)'도 다르지 않다. 우연히 만나 영화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촬영의 세계에 발을 딛는다. 그렇게 꿈을 이루고 스타가 되는 것도 잠시. 유성 영화가 등장하면서 세 주인공은 각자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꿈을 버리고 살아가거나, 꿈을 이룬 채 퇴장하거나.
<바빌론>으로 돌아온 꿈과 현실의 마술사, 데이미언 셔젤
<위플래쉬>, <라라랜드>, <퍼스트맨>으로 연이은 성공을 거둔 데이미언 셔젤 감독. 사실 그의 특징을 콕 집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의 작품은 매번 장르도, 분위기도, 소재도, 연출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 영화 전문인 줄 알았더니 어느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기 영화를 찍었다. 빠른 편집과 몰아치는 연출이 장점인 줄 알았더니 담담하고 느릿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도 증명해 보였다.
그렇지만 서사적인 측면에서는 그의 특징을 하나 찾을 수 있다. 데이미언 셔젤은 언제나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의 주인공은 가족, 사랑, 일상, 주변인의 관계를 포기한 채 꿈을 좇거나, 반대로 꿈을 포기해야 한다. 둘 모두를 갖는 해피엔딩은 없다. 인상적인 엔딩 장면들 이면에 늘 냉혹함이 깃들어 있는 이유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꿈과 현실의 매개체는 늘 매혹적이다. 현실을 잊게 하고, 찰나의 순간이라도 꿈을 이루어주기에. 꿈을 잊고 현실을 살더라도 단 한 순간 동안은 아름다웠던 꿈속으로 되돌아갈 문을 열어 주기에. 그래서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를 했던 그 열정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 재즈와 뮤지컬, 그리고 달이 아름다운 것처럼.
1920년대 후반과 30년대 초반의 할리우드, 무성 영화의 시대가 끝나고 유성 영화의 전성기가 도래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바빌론>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꿈'을 쟁취하기 위해 할리우드에 모인 사람들이 벌이는 이 역동적인 이야기는 셔젤 감독의 이전 작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주제를 담은 매개체가 영화이고, 무대가 할리우드일 뿐이다. 하지만 바로 '영화'라는 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바빌론>은 더욱 특별하다. 영화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 가득하기에 셔젤의 작품 중 가장 야심 차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설령 이전 필모그래피에 비해 길고 거칠며 덜 정돈된 인상이 가득하더라도.
할리우드, 추하고 난잡한 꿈의 공장
<바빌론>의 오프닝만 봐도 셔젤의 야심이 느껴진다. 잭 콘래드의 파티는 마치 배즈 루어먼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하는 파티를 보는 듯하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재즈 연주만큼 화려하고 정신없고 난잡하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술을 들이켜고, 마약을 빤다. 소파 위, 테이블 위, 계단 아래에서 정신없이 섹스한다. 누군가는 어이없이 죽고, 또 누군가는 다음 영화에 캐스팅되기 위해 영화 제작자에게 추파를 던진다. 언제 터져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넘쳐 나는 자극 속에서 사람들은 마비되어 간다.
30여 분간 이어진 오프닝 다음에 등장한 영화 촬영 현장도 파티 못지않은 아수라장이다. 파티에서 갑작스럽게 캐스팅된 넬리의 촬영장은 무슨 영화를 찍는지 알기 어렵다. 서부 시대 선술집 옆에는 아무런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시대와 공간을 재현한 세트장이 즐비하다. 아무 준비 없이 촬영에 투입된 넬리가 기대 이상의 눈물 연기를 선보이자 영화감독은 즉석에서 시나리오와 콘티를 수정해 가며 촬영하기 바쁘다. 바로 뒤 촬영장에서 불이 나 모두가 대피하는 와중에도.
한편, 에픽 영화를 촬영하는 잭의 촬영장은 유혈이 낭자하다. 대규모 전투 시퀀스에 참여한 엑스트라는 창에 찔리고, 마차나 말굽에 짓밟힌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케스트라는 해당 장면에 맞는 곡을 연주하고 감독은 필요한 카메라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대기실에서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잭은 지루함에 지쳐 술을 진탕 마시기 시작한다. 마침내 잭의 순서가 찾아왔을 때, 술에 취한 주연 배우는 촬영장까지 걸어가지도 못한다. 한편 영화감독의 수중에는 카메라가 없다.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지기 직전에 매니가 카메라를 대여해 오자 간신히 그날 촬영을 끝마친다. 밤이 찾아오면 그들은 촬영장에서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또다시 술과 마약과 섹스에 빠져든다. 또 아침 해가 뜨면 또다시 새벽부터 촬영하러 나선다. 얼핏 보기에 1920년대의 할리우드는 추잡하고 흉하다.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게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빠져나올 수 없는 영화의 아름다움
하지만 정신을 쏙 빼놓는 <바빌론>의 오프닝과 초반부는 마냥 저속하지 않다. 파티와 촬영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꿈'이다. 매니는 영화계에서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다. 자신감으로 가득한 넬리는 기회만 준다면 스타가 될 수 있다며 파티장을 자기 무대로 만든다. 잭 역시 할리우드의 톱스타로서 지금처럼 화려한 삶을 계속해서 누리고자 한다. 파티 음악을 담당하는 색소폰 연주자 '시드니(조반 아데포)' 역시 위대한 아티스트가 되는 꿈에 부풀어 있다. 이처럼 꿈들이 모여 열망을 분출하기에 더럽고 추잡하고 혼란스러운 이 파티는 사랑스럽다.
촬영장도 다르지 않다. 촬영 장비는 항상 망가지고, 사람은 죽어 나간다. 지금이라면 난리가 날 사건 사고가 쏟아지는데도 사람들은 매일매일 영화를 찍기 위해 모인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코끼리 똥을 맞으면서도 기어코 코끼리를 잭의 파티장에 데려가기 위해 애쓰는 매니처럼, 그들은 영화 촬영장을 떠나지 않는다.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여배우의 춤과 눈물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만취한 할리우드의 스타가 하루의 마지막 태양 빛을 배경으로 운명적인 서사시를 완성하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 혼돈의 끝에서 마주한 한순간의 절정을 찍을 때 찾아오는 황홀경을 붙잡기 위해서. 그렇기에 모든 영화 촬영장도 파티만큼이나 아름답다.
실제로 꿈이 없는 파티와 촬영장은 추하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또 한 번의 파티 장면만 봐도 오프닝 파티와는 묘하게 다르다. 여전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지만, 차이점이 있다. 이 피티에는 꿈이 없다. 무성 영화의 스타로 등극한 넬리와 잭, 그리고 잭의 매니저로 영화계에 입성한 매니에게는 꿈이 없다. 유성 영화가 등장하자 그들은 촬영장 안팎에서 불안에 떤다. 과연 자기가 여전히 스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 영화계에서 종사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녹음 스튜디오가 갖춰진 새로운 촬영장의 모습도 아름답지 않다. 사람이 죽는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다르지 않으나, 배우와 스태프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촬영할 만한 매력이나 보람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파티는 불안함을 떨쳐내기 위한 공간이자 시간일 뿐이다. 그래서 꿈을 잃은 이들은 코앞의 자극에만 심취한다. 이제 그들의 놀이는 아름답지 않다.
추잡함까지 사랑하게 만드는 맹목적인 사랑, 영화
이처럼 <바빌론>은 1920년대 영화 산업의 명암을 가리지 않은 채 보여준다. 동시에 영화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치부를 알면서도 계속해서 사랑한다. 달리 말해 영화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을 고백한다. 사막에서 시작한 할리우드를 건물 가득한 도시로 키워낸 열정은 물론, 그 열정이 선을 넘어버린 광기도 함께 사랑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바빌론>은 신선하다. 할리우드는 가끔 자기 역사를 미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지름길을 가지 않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연애편지가 아닌 애증의 편지라서 특별하다.
영화는 이 맹목적인 사랑을 매니의 눈빛에 담아낸다. 카메라는 그가 영화와 눈이 맞는 순간을 포착한다. 첫 번째 순간은 잭의 파티 장면이다. 막 LA에 온 매니는 온갖 잡일을 한다. 파티에 서프라이즈로 등장시킬 코끼리를 데려오고, 술과 마약을 배달하며, 대리운전을 한다. 그러던 중 매니는 넬리를 본다. 입장을 거부당하던 그녀를 몰래 파티장에 넣어주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둘 다 열렬히 영화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넬리가 파티의 무대를 휘어잡고,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곧장 캐스팅 제의를 받는 걸 본다. 그렇게 그는 넬리와 사랑에 빠진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영화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두 번째 순간은 멕시코로 탈출하기 전 우연히 들린 파티 장면이다. 영화 제작자가 된 매니는 여러 문제로 꼬여 버린 넬리의 커리어를 되살리려 한다. 그러나 도박에 빠진 넬리는 이미 '제임스 맥케이(토비 맥과이어)'가 이끄는 LA 지역 갱들과 문제를 겪고 있다. 넬리를 도와주던 매니 역시 자연히 그들과 갈등을 겪고, 끝내 그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갱을 피해 도망치던 매니와 넬리는 이동 중 작은 마을에서 열린 파티에 우연히 참석하고, 파티를 촬영하는 카메라 앞에서 함께 춤을 춘다. 바로 이때 그는 다시 영화의 매력에 빠진다. 영화의 추잡함을 온몸으로 체감했고 넬리와 영화가 인생에서 피해야 할 골칫거리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는 이번에도 영화에게 함락당한다. 이 두 장면만 보더라도 영화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 어떤 느낌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온몸을 던져 사랑해서 진정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셔젤 감독의 작품답게 <바빌론> 속 사랑도 현실 앞에서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무성 영화의 사람들인 세 주인공 앞에 유성 영화가 등장하고,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가 새로운 시대에 발굴된 신흥 스타를 비춘다면, <바빌론>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는 이들을 그려낸 셈이다. 톱스타였던 잭은 미숙한 목소리 연기 때문에 이제 관객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와 몇십 년간 같이 일해온 에이전시는 그에게 더 이상 흥행 작품의 배역을 맡기지 않는다. 라이징 스타였던 넬리의 커리어도 순식간에 꺾인다. 허스키하고 거친 게 매력인 그녀의 목소리가 유성 영화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리우드의 체계가 잡혀간 것도 그녀에게는 독이다. 거칠고 야생적인 넬리의 성격은 사교 파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음악 영화 제작자로 이름을 알린 매니도 끝내 현실의 벽에 부닥친다. 그는 넬리의 커리어를 살리려다가 본인 경력도 끝날 위기에 처한다.
그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자기 꿈을 지킨 채 찬란히 부서지든가, 현실을 인정하고 꿈을 내려놓든가. 세 주인공은 제각기 달리 선택한다. 잭은 자신의 시대가 끝났다고 판단한다. 더 추해지기 전에 스스로 자기 시간을 끝낸다. 넬리는 잭과 비슷한, 한편으로는 그녀다운 선택을 한다. 함께 도망치자는 매니의 제안을 거부한다. 처음 등장할 때처럼 춤을 추면서 거리 저편으로 사라진다. 매니는 도망치기 직전 갱에게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다. 그러더니 영화라는 꿈을 포기한다. 할리우드를 떠나 평범히 살아간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선택을 응원하고 또 위로한다. 온몸을 던져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라는 꿈을 꾼 이들의 마지막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잭에게 그의 시대가 끝난다고 알려준 기자 '엘리노어(진 스마트)'의 대사에 모든 게 함축되어 있다. 그녀는 잭이 "천사와 유령들과 함께 영원을 누릴 것이다"라고 말한다. 온몸을 던져 영화를 만든 넬리와 매니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영상과 이름으로 살아남은 채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새로운 관객과 친구가 될 것이므로.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다시 한번 매니의 눈에 주목한다. 시간이 흘러 LA로 돌아온 매니는 극장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본다. 작중 등장인물인 리나 라몬트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유성 영화 시대에 전성기가 끝나버린 여배우를 보며 넬리와 무성 영화의 전성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내 경탄에 가득 찬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보면서 자기가 사랑했던 대상이 넬리라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넬리를 담아낸, 꿈과도 같았던 영화의 한 장면에 매료됐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동시에 자기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자기처럼 한순간의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고생했고, 고생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영화를 보며 배운다. 기차가 들어오는 장면부터 이크란을 타고 제이크 설리가 하늘을 나는 순간까지. 자기가 몸담았던 할리우드는 달라졌어도, 할리우드는 계속된다는 걸 직감한다. 멸망한 후에도 시대에 따라 아름답고 위대한 나라와 도시를 지칭하는 표현이 되어 살아남았던 바빌론처럼.
영화를 사랑하게 만들다
이 모든 사랑 고백은 데이미안 셔젤이 직접 실천했기에 더 인상적이다. 사실 <바빌론>은 <위플래쉬>나 <라라랜드>, 심지어 <퍼스트맨>에 비해서도 대중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일단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지나치게 길다. 파티 장면이나 몇몇 에피소드는 단축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몇몇 캐릭터도 생략할 수 있다. 그러나 셔젤은 그러지 않았다. 자기 비전을 전부 스크린으로 옮겼다. 애초에 이 영화를 제작하자고 배급사를 설득할 만한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 전작들을 만들었다고 했던 만큼, 타협하지 않았다. 모든 영화와 영화계 종사자들을 향한 찬가를 온전히 들려준다. 하지만 그렇기에 <바빌론>의 메시지는 강력하다. 영화를 향한 애정, 심지어 할리우드의 부끄러운 과거까지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설령 이전 필모그래피에 비해 길고 거칠며 덜 정돈된 인상이 가득하더라도.
감독의 장점과 배우들의 조화는 화룡점정이다.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은 여전하다. 넬리와 매니의 주제곡이나 잭의 주제곡은 미세하게 변주되면서 반복된다. 그때마다 필요한 감정을 기가 막히게 자아낸다. <라라랜드>에서 'City of stars'가 반복되지만, 들을 때마다 인상이 다른 것과 유사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더 말할 게 없다. 특히 마고 로비가 눈에 띈다. 마치 할리우드의 얼굴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도 그랬지만, 그 시대의 할리우드를 또 한 번 생생하게 표현한다. 관객과 함께 광란의 20년대를 헤쳐 나가는 디에고 칼바의 신선한 페이스도, 작품 전반적으로 중후함과 위트를 불어넣는 브래드 피트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달리 말해 <바빌론>은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영화다. 설령 팬데믹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와 멀어졌다고 하더라도.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인생과 꿈 사이에서 영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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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블패티 / double patt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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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디즈니 플러스", "HBO 맥스"와 같은 국내 론칭을 앞둔 플랫폼 경쟁에 밀리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국내 플랫폼들의 움직임은 어떨까요?
"티빙"은 작년 12월에 개봉하려던 <서복>을 오리지널 작품으로 가져오며 <사냥의 시간>, <승리호>가 겹칠 만큼 "넷플릭스"를 떠오르게 만들더군요.
근데, 'Seezn'은 전작 <큰엄마의 미친봉고>에 이어 다른 단독 콘텐츠를 선보이는 우직한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허나 영화 <더블패티>는 공개도 하기에 앞서 많은 이들에게 영화 외적으로 주목을 받은 영화입니다.
"코로나19"로 극장 개봉에 위태로운 마당에 주연 배우의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정말 위태로웠거든요.
그렇게, 공개된 영화 <더블패티>는 13,643명(03.07 기준)으로 일반 영화와 비교하면 인상적인 반응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전 리뷰에서도 올렸듯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가운데 <프롬>만 2만명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OTT 플랫폼"은 '극장 상영보다 얼마나, 온라인에서 언급되는지?'를 봐야 하는데요.
부정적인 소식이지만, 어찌 되었든 이미 화제의 중심인 <더블패티>는 영화적으로 재밌었는지? -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각자가 원하는 것은 있지만, 씨름 유망주 "강우람"과 아나운서 준비생 "현지"에게 이마저도 힘들기만 합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이들은 서로의 힘이 되어주길 약속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앞으로 나가는데...
1. 배우들과 비교하려 든다면...
전작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제목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면, 이번 <더블패티>는 그에 비해 주목이 덜 가는 제목입니다.
그러나 이를 보려는 이유에는 "레드벨벳"의 "아이린"분이 나온다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이미, 가수로 익숙한 그녀가 연기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기에는 충분하니까요.
근데, 한 편으로는 이런 문제도 지적될 겁니다.
"과연, 연기는 잘하기는 할까?"라는 계속해 지적된 "아이돌 배우"의 출연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말이죠.
괜찮은가?
일단, "아이린"분이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으로 이미, 경력이 있으니 방구석에서 이렇게 써 내려가는 저보다는 훨씬 나은데요.
근데, 다른 배우들과 비교하여 본다면 아쉬운 점들이 나타납니다.
상대역으로 나오는 "강우람"역의 "신승호"분과 비교하면 미세한 표정 변화나 뭉개지는 일부 발음이나 발성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특히, 이런 문제는 마지막에 앵커로 나오는 "정영주"과의 현장 보도에서 비교되더군요.
이에 대해 지적하는 건, 그녀가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할이 "아나운서 지망생"이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2. 왜, 내리시는 거죠?
정식적인 후속작은 아니지만, 영화 <더블패티>는 <큰엄마의 미친봉고>을 연출한 "백승환"감독의 신작입니다.
이는 즉슨, <큰엄마의 미친봉고>에서 지적된 문제들이 이번 영화 <더블패티>에서도 고스란히 지적된다는 이야기인데요.
먼저, 이야기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앞서 말했듯이 <더블패티>는 각자의 위치에서 지친 두 남녀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게 이야기입니다.
근데, 이 이야기에 투입되는 캐릭터들은 넘치고 개연성은 주먹구구이기에 바쁩니다.
이 정도 배우를 이렇게 밖에...
첫번째, 캐릭터의 씀씀이가 너무 헤픕니다.
전작 <큰엄마의 미친봉고>에서도 메인 플롯으로 진출하지 못한 캐릭터들이 많았던 것처럼 이번 <더블패티>에서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갑작스레, 술집에 "성적 소수자"가 있지 않나 잘해줄 것만 같았던 사장님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만 같은데 영화는 이를 "운동하는 얘가 엉뚱한 곳으로 힘쓰면 안 된다"라는 말로 무마시키며, 이들을 퇴장시킵니다. (여기서, 성적 소수자로 나오는데 "조달환"분인데도...)
여기에 각자 라이벌로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뚜렷한 이야기가 없어 이들이 보여주는 "희열감"도 전무합니다.
3. 말랐다는 할머님의 말씀, 걸러들으세요.
두번째는 앞서 말한 캐릭터의 설명과 연결된 이야기의 연결입니다.
앞서 말한 술집 사장님의 이야기나 각자 라이벌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소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이야기에도 고스란히 영향이 미칩니다.
특히, "씨름"을 내세운 이유에는 마지막에 보여주는 "뒤집기"장면으로 보입니다.
마치, 위기에 직면한 자신의 상황을 뒤집으려는 것처럼 많고 많은 기술들 중 하나 "뒤집기"를 보여주는 건 이런 의도 때문이겠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캐릭터의 소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냥 엄한데 화 푸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거든요.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들 겁니다.
영화 <더블패티>는 분량이 107분으로 결코, 적은 분량을 가진 영화가 아닌데도 '설명할 시간에 왜 설명을 못했는지?'에 대해 말이죠.
아무리, 먹는 게 남는다고 하지만...
영화 <더블패티>는 이들은 힘든 상황에 처했습니다.
보통 이야기에서 이런 이들이 행할 행동에는 먹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 주된 메타포이고 "클리셰"입니다.
세세하게 말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말해 이들에게 동일감을 주어 관객들의 흥미를 이끄는 것이 더 좋은 것이죠.
그런 점에서 <더블패티>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의도한 바를 신비롭게 보여주는 것인데, 여기서 재밌는 건 하나의 차이가 있습니다.
극 중 이들이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술이 올라오는데, 이는 이들의 고된 삶을 강조합니다.
취해야만 이들의 본심이 담긴 말이 나오는 것처럼 맨정신으로 살아가기에 어렵다는 것을 더 보여주는 것이죠.
근데, 문제는 이게 과하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먹으려 하니 정작 하고픈 말이 있어도 음식으로 밀어 넣고 있거든요.
4. 거, 지방방송 좀 꺼라!
과하다는 기준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영화 <더블패티>는 이런 장면을 시작 1시간까지 반복합니다.
달라지는 건 메뉴뿐이니 의미 없는 동어반복과 친절의 과잉으로 받아들어질 만큼 설명을 하니 관객들로써는 피로감이 쌓일 겁니다.
그렇기에 앞선 전개와 후반 전개에서 느껴지는 속도는 정반대로 다른데요.
앞서 먹는 장면만 나오는 전개에서는 지지부진했다면, 후반 전개는 빠르게 느껴질 겁니다.
이쯤만 하면, 후반 전개가 이를 상쇄할 만큼 좋겠구나 싶겠으나 앞서 언급한 필요한 설명들이 빠져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치, 만두에 속 재료를 안 넣은 것처럼 밍밍하기 그지없습니다.
음향을 이렇게 넣어야만 하나?
이런 요소들로 온전히, 영화에 집중하기도 힘든데 영화 <더블패티>의 가장 큰 문제는 음향입니다.
노래가 좋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를 뜬금없는 구간에서 나와 관객들이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데요.
가령, 극 중 "우람"이 클럽에서 사람들을 관리하는 장면에서 특수 효과음이 그러하니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닌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확실하고 좋습니다.
앞에서 말한 "뒤집기"처럼 "현지"가 "아나운서"를 하고 싶어 하는 것에는 정해진 대본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소리를 내고 싶다는 것이겠죠.
그런 점에서 메시지는 확실하고 쉬운데, 이를 전달하려는 편집은 이 영화의 운명을 쉽게 잊히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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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곤과 주거 문제 사이의 청년들
지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CGV 아트하우스상을 수상했으며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으로, 전 세계 독립영화인들의 축제로 불리는 제 50회로테르담국제영화제의 한국 극영화로는 유일하게 하버 부문에 초청되어 화제를 모은 영화 홈리스 리뷰입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임승현 감독과 전봉석, 박정연 주연 배우가 참석한 언론 배급 시사회로 미리 만날 수 있었는데, 어떻게 작품을 구상했고 어떤 식으로 작품 속 캐릭터를 이해하고 접근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현실과의 차이가 눈에 띄었지만, 꽤 묵직한 주제를 보여줘서 몰입감 있게 감상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홈리스 정보
그 돈 없으면 저희 진짜 죽어요
전셋집 보증금 사기를 당한 한결과 고운은 매일 찜질방이나 모텔을 전전하며 힘겹게 살아갑니다. 아기 우림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욕심은 당연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죠. 그러던 중 찜질방에서 난 사고로 아기가 다치고 한결은 자신에게 잘해줬던 할머니가 미국에 가서 1달간 집을 봐달라 부탁했다며 갑자기 어느 집으로 데려갑니다. 고운은 의문이 들긴 했지만, 현재 상황에 이보다 좋은 선택은 없으니 별말 없이 살게 되고 점점 시간이 흐르는데...
예고편│ Trailer
영제: Homeless│감독·각본: 임승현
출연진: 전봉석, 박정연, 신현서, 송광자, 장준휘│장르: 드라마, 가족
상영 시간: 83분│국가: 한국│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기자·평론가 6.0
수상 내역: 21회 전주국제영화제(한국경쟁 - CGV 아트 하우스상)
제작: ㈜타이거시네마, DGC
제공·배급: 그린나래미디어㈜
개봉일: 2022년 9월 15일
시청 가능 서비스: 극장 개봉 예정
# 영화 홈리스 후기
진짜 이 집 맡긴 거 맞아?
빈곤한 삶을 벗어나고 싶은 어린 부부의 삶을 중심에 두고 청년 빈곤과 주거 이슈를 내세우지만, 노인 고독사 등의 현대 사회 문제를 전반적으로 풀어나가며 사회적 관심의 결핍을 이야기합니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소외된 이들의 현실과 사회의 무관심이 전달하는 무거운 분위기는 많은 생각을 이끌죠. 그렇기에 아기와 자신들을 위해 보금자리를 소망하는 젊은 부부인 한결과 고은의 선택을 응원하기도 비난하기도 어렵습니다. 완전히 다른 문제일 것이라 생각한 청년 빈곤에 따른 주거 문제와 점차 늘어나는 노인 고독사의 연출은 참혹한 현실을 더 참혹하게 만들어 이상한 공포감마저 들게 합니다.
상영 이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서울역 인근에 있는 쪽방촌을 답사하며 생활 방식을 참고하고 관찰하며 극영화로서의 현실성에 더 많은 노력을 했다는 임승현 감독과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까 고민했다는 박정연, 전봉석 배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거 빈곤이나 청년 문제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 설명이 필요 없지만,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라 제작진 모두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죠. 그만큼 눈빛이나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인물간 변화되는 감정이 표출되는 장면들은 인상적이고 흡인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 괴리가 개인적 차이에 따라 존재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의 선택을 비난하기에도, 응원하기에도 어렵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처음엔 난리 법석을 떨던 고운이 사실을 알고 나서 한결을 몰아붙이고 서로의 입장이 반대가 되는 장면들이 그러한 이유 때문이겠죠. 조금은 과하게 극한으로 내몰지만, 관객의 입장에 따라 와닿는 현실이 많을 듯해 흥미로우실 듯 하네요. :)
한 줄 평 : 가난의 절망을 벗어나려는 최선의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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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급형 넷플릭스 로맨스 콘텐츠
요새 영어공부를 슬금슬금 다시 시작했다. 시간이 참 많았는데 이제 시작하는 내 자신에 대해 한심함을 느끼면서도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더 늦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 전문직 직종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따라가기 급급하기에 이지리스닝을 찾다가 이 드라마를 찾아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어공부라는 핑계로 계속 보긴했는데 두 번은 보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중간에 하차할 수도 있었는데 약간 막장드라마를 보는 심리로 봤는지도 모르겠다.
로맨스란 모름지기 배우의 얼굴이 곧 서사인 장르이기도 하다. 그러니 배우들의 얼굴에 대한 얘기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얼굴에 대한 취향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내 취향이네 아니네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콜의 역할은 참 2000년대에 많이 등장하는 나쁜 남자 클리셰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겉보기엔 반항적이지만 마음은 참 여린, 그런 캐릭터. 그 옛날 린제이로한과 힐러리 더프 같은 배우들이 활발히 활동할 때의 그 남주 감성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콜과 그의 동생인 알렉스의 여자 취향이 이렇게 똑같을 수 있다는 사실이 뇌절 포인트였다. 점점 보다보면 여기서 제일 문제는 재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솔직하지 못하고 위선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누가봐도 콜에게 더 이끌리면서 알렉스와 사귀는 지점에서부터 불안하다 싶었는데 결국 결말을 보고 캐릭터에 정이 떨어졌다. 학교 날라리에게 관심이 가면서도 '나는 모범생이야'라는 프레임에 갖혀 자신을 옥죄는 모습이 저럴거까지 있나 했다. 뭐 내 말대로 했다면 사실 로맨스의 맛은 없었을 것이다. 이 글을 누가 읽는다면 로맨스를 오래 보지 못한다면서 나름 열심히 봐놓고 이게 무슨 열폭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하
그저 넷플릭스가 잊을만하면 내놓는 그저 그런 스테디 셀러 카테고리의 작품이다. 예를 들면 '키싱부스'라던가 '엑스오키티'같은 장르 말이다. 가끔 넷플릭스를 보면 이런 오글거리는, 설렘이 과한 장르는 꾸준히 수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거 같다. 물론 선택해서 본 내 잘못이 크지만 보급형 넷플릭스 콘텐츠도 좀 신박한 로맨스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장르는 한 번 보고 끝내는 장르라고 보는데 계속 곱씹을수록 좋은 대사가 있는 그런 로맨스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새로운 콘텐츠 소비도 중요하지만 재방문율도 중요한 지표가 아닌 걸까 의문이 드는 작품이었다. 아, 그래도 이런 장르가 신인들의 등용문이라는 점은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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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를 이겨내는 우주적 다정함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은 우리를 다른 인생으로 이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무술 고수, 영화배우, 맹인 가수, 요리사 등등이 될 수 있고 심지어 돌이 되는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에 건너와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 중국인 이민자 에블린(양자경)의 삶이 있다. 수북이 쌓인 영수증 더미에 깔리기 직전의 그는 쇠약해진 아버지(제임스 홍)를 돌봐야 하고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쿠안)와는 이혼하기 직전이다. 세무당국의 세무조사와 남편의 이혼 요구 그리고 딸 조이(스테파니 수)의 여자친구 문제가 에블린에게 한꺼번에 덮쳐온다. 이런 에블린에게 모든 우주를 구하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모든 우주를 혼돈에 빠뜨리려 하는 ‘조부 투파키’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단다.
에블린은 여러 우주 중 하나에서 각 우주의 기술과 기억,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버스 점프’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인물이다. 알고리즘을 개발한 우주의 에블린은 능력이 출중했던 한 아이의 버스 점프 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그 아이는 모든 우주의 자아를 동시에 경험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무한한 다중우주를 혼돈에 빠뜨린 빌런 ‘조부 투파키’가 탄생한다. 이 조부 투파키가 세탁소를 운영하는 우주의 딸 조이다. 에블린은 다중우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딸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우주의 자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된 그는 엄청난 지식과 힘을 얻었다. 무료하던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베이글 위에 올려버렸다. 가운데가 뻥 뚫린 검은 베이글 위에 온 세상을 올리자 그는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것은 ‘무’이며, 부질없다는 진실을.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이 부질없는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진정한 죽음이다. 검은 베이글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부 투파키의 블랙홀이다. 또 한 가지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에블린이 자신과 같은 것을 보는 것이다.
조부 투파키 혹은 조이는 끝없는 버스 점프에 갇혀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힘과 지식을 얻었을지 모르나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며 혼란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버스 점프에 갇혀 있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갇혀 있는 것이다. 조이 역시 이 윤회와도 같은 끝없는 굴레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원>)의 플롯을 간단하게 보자면, 모녀간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단 한 사람의 이해와 공감이면 딸이 가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바로 엄마다.
우주의 진짜 적은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다. <에에원> 속 베이글은 이 세상의 허무를 상징한다. 새하얀 공간에 둥실 떠있는 까맣고 가운데가 뻥 뚫린 베이글 말이다. 에블린이 싸워야 하는 것은 조부 투파키나 딸 조이가 아니라 세상의 폭력과 허무함 그리고 염세주의다. 이에 맞서는 단서는 남편 웨이먼드가 준다. 평소 웨이먼드가 세탁소 곳곳에 붙여놓은 하얀 바탕에 가운데가 까만 장난감 눈알은 베이글에 대항하는 다정함의 상징이다. 폭력과 고통 앞에서 자비와 연민을 가지라는 불교의 가르침처럼 에블린은 미간 근처 이마에 장난감 눈알을 붙이고 다정함의 방식으로 싸운다. 다른 우주의 어떤 누구라도 사랑으로 감싸 안는다. 손가락이 핫도그가 되어버린 우주일지라도.
멀티버스다운 영화적 스펙터클을 경험한 끝에 도달하게 된 곳은 다정함이다. ‘우리는 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어쩌면 이처럼 거창해야만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현재의 삶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세탁하고 세금 내는 일이 지긋지긋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른 우주의 또 다른 나, 멋진 삶을 사는 나를 꿈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여기의 사랑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 모든 우주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코인세탁소에서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 이 삶을 사랑할 수도 있다. 에블린은 모든 우주의 자신을 보고 왔고,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조이와 여기 있는 삶을 선택한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평범하게 여겨지는 현재, 여기의 사랑을 멀티버스의 차원에서 설명해냈다. 무한한 다중우주를 거쳐 온 우리의 지금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현재 여기에서 서로 다정함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곧 기적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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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소희 한 사람의 죽음이 드러낸 현실
?Rabbitgumi 입니다!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했어요.
과거 전주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가슴아픈 현실을 볼 수 있는 영화에요.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 현실과 고등학교 현장 실습의 현실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누가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는 영화에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저의 간단한 리뷰를 영상에서 말씀드릴게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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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적 도깨비 깃발 - 전체적으로 직무유기인 영화
“가자, 보물 찾으러!”
자칭 고려 제일검인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와
바다를 평정한 해적선의 주인 `해랑`(한효주).
한 배에서 운명을 함께하게 된 이들이지만
산과 바다, 태생부터 상극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며 바람 잘 날 없는 항해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왜구선을 소탕하던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의 보물이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적 인생에 다시없을 최대 규모의 보물을 찾아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으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적 `부흥수`(권상우)또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데...!
해적과 의적, 그리고 역적
사라진 보물! 찾는 자가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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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몬스터 아카데미> 메인 예고편
상위 1%의 천재들만 다니는 ‘크랜스턴 아카데미’ 그곳에 전학 온 괴짜 천재 소년 ‘대니’! 학교 최고의 엄친딸 ‘리즈’와 묘한 라이벌 신경전을 벌이며 아슬아슬한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대니’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발명에 도전하던 중 무심코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포털을 열게 되고, 그곳에 봉인되어 있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학교를 뒤덮는데! 저세상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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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로커> 메인 예고편
"소중한 아기를 안겨드리는 큐피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가슴 벅찬 여정의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