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8-12 10:45:27
8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300만 돌파한 <파일럿> 다음주도 조정석 영화 개봉 ?!
조정석 주연의 영화 <파일럿>이 개봉 1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가 파격적인 변신을 거쳐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2024년 여름 개봉 영화 중 최단 시간 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올여름 최고의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한, 광복절 연휴 주간이 시작되는 다음 주에도 흥행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8월 14일 개봉하는 조정석 주연의 또 다른 영화 <행복의 나라>가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다음 주는 '조정석 주간'이 될 전망입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으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한편,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관객 수 40만 명을 돌파하며 2위를, <슈퍼배드 4>는
<데드풀과 울버린>을 제치고 3위에 올랐습니다.
국내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데드풀과 울버린>이 개봉 3주 만에 전 세계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올해 두 번째로 10억 달러를 넘긴 작품이 되었습니다.
데드풀의 실제 아내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주연한 <잇 엔드 위드 어스>가 2위를 차지했으며, <트위스터스>가 3위에 올랐습니다.
<행복의 나라> <빅토리> <트위스터스> <에이리언: 로물루스> 광복절 전날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며 박스오피스 순위는 어떻게 변할지! 씨네픽 박스오피스 분석 다음주에도 기대해주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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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리뷰 - 베놈2의 단점을 답습하다 (스포일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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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합니다]
1. 베놈, 모비우스는 마블의 작품이지만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독자적인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01:25 ~ 01:27 01:53 ~ 02:02
2. 제가 러프하게 마블의 작품이라고 한 부분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엔 조금더 검토를 하고 영상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시청에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분명 영화 모비어스에도 장점은 있었습니다. 정말 박쥐처럼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적인 효과도 인상적이었고, 액션씬 중간중간에 나오는 슬로 모션도 기억에 꽤나 남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흔히 말하는 겉멋 가득한 무의미한 연출들은 아쉬웠고,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 결말은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던 블랙위도우, 베놈 2, 샹치, 이터널스로 인해 식어가던 마블에 대한 애정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시금 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모비우스가 그 불씨를 다시 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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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레그스] 끝장리뷰 | 답은 이미지와 사운드에 있다 | 클린턴과 백악관 상징 | 제목 분석 | TV, 뱀 해석 | 가족 파괴
(영화 [롱레그스](2024)는 씨네랩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롱레그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이미지와 사운드
Chapter 2 클린턴과 백악관, 제목 분석, 가족 파괴
00:00 롱레그스
01:43 이미지와 사운드
03:11 TV 상징
05:01 이미지 뱀
06:13 클린턴과 백악관
07:35 제목 분석
09:58 별점 및 한 줄 평
10:1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롱레그스 #롱레그스해석 #롱레그스리뷰 #롱레그스영화 #영화롱레그스 #롱레그스후기 #니콜라스케이지 #오스굿퍼킨스 #Longlegsmovie #Longlegsreview #OzPerkins #오즈퍼킨스 #Nicolas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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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뤼팽 파트 2> 공식 예고편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 펠레그리니.
그를 향해 복수를 시작했던 아산이 또다시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건 역전을 위한 계획, 그리고 목숨을 건 트릭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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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트르담> 메인 예고편
한물 간 건축가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모드.
툭하면 애인과 싸우고 찾아오는 전남편과는 여전히 오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잊고 있던 옛사랑까지 나타나 혼란스러운 가운데 노트르담 성당 산책로 복원 사업이라는 중대한 프로젝트까지 맡게 되고..
일과 사랑, 육아까지 그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모드의 행운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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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OTT 종료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월의 첫째 주, 모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매월 첫째 주마다 씨네랩에서 준비하는 콘텐츠가 있죠!
바로, 매달 OTT 종료예정작 추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1월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넷플릭스와 왓챠의 종료 예정작을
추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놓치지 마시고 원하는 콘텐츠를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데이브 미로 만들다: 판타스틱 미로 대탈출
1.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애니는 거실에 쌓인 재활용 박스 사이에서 애인 데이브의 목소리를 듣고,
애니는 친구들과 함께 요새가 되어버린 종이박스 안으로 데이브를 찾기 위해 들어간다.
cine pick!
50회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데이브 미로 만들다: 판타스틱 미로 대탈출>은
재활용 박스와 보잘 것 없는 재료로 만든 미로에 실종된 데이브를 찾는다는
독특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더 웨이 홈
1.6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안전 상의 이유로 핏불테리어를 규제하는 법안 때문에 주인 루카스와 헤어지게 된 강아지 벨라.
시간이 흐를수록 루카스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가던 벨라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cine pick!
강아지 벨라를 응원하게 되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은 <더 웨이 홈>은
잔잔한 힐링영화로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굿타임
1.10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동생과 함께 은행을 턴 남자. 성공의 기쁨도 잠시,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은 경찰에 붙잡히고 만다.
동생을 되찾고 경찰의 추적도 따돌려야 하는 남자, 그의 분투기.
cine pick!
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고, 사운드 트랙상을 수상한 <굿타임>은
치밀한 연기와 밀도 있는 연출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하이 스트렁
1.13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버스킹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니, 예술학교에 갓 입학한 무용수 루비.
바이올린 도난 사건으로 가까워진 조니와 루비는 스텝스 멤버들과 친해지면서
상금 2만 5천 불의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cine pick!
댄서와 바이올리니스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시각적, 청각적 재미를 주는 영화이다.
가장 보통의 연애
1.13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이별의 아픔을 술로 달래며 매일 흑역사를 갱신하는 재훈, 사랑에 대한 환상 없이
끝난 연애에 미련 갖지 않는 선영.
두 사람은 직장 동료가 된지 하루 만에 뜻하지 않게 서로의 연애사를 공개하게 된다.
cine pick!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보여준 <가장 보통의 연애>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공감대와 신선한 재미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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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은 정말 없다. 이게 영화이듯이, <노 베어스>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 베어스> No Bears, 2022, 이란, 드라마
감독: 자파르 파나히
고백하건대 곰은 정말 없다. 이게 영화이듯이, <노 베어스>
박티아르(남편)가 가게에서 일하는 자라(아내)를 급히 불러낸다. 그는 아내에게 훔친 여권을 건네며 먼저 프랑스로 떠나라고 사정한다. 자라는 남편이 없는 삶은 의미 없다며 그의 호소를 단호히 거절한다. 아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괴로워하던 남편은 행인과 시비가 붙고, 격한 감정을 토해낸다. 그 순간 카메라가 쭉 멀어지면서 화면 안으로 조감독 레자가 등장한다. 카메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 멀어지고, 마침내 노트북으로 화상 연결 중인 파나히 감독이 모습을 드러낸다. 박티아르와 자라는 감독이 찍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연기 중인 배우들이었다.
그는 현재 국경 인근의 작은 마을에 숨어있다. 촌장님의 소개로 간바라(집주인)의 방을 빌렸고, 인터넷이 끊기기 전까지 방 안에서 일주일 내내 영화 촬영만 진행했다. 사실상 촬영 말고는 와이파이가 설치되지 않은 마을에서 다른 할 일이 없던 그는 예비부부의 발 씻기 행사에 간다는 간바라에게 카메라를 건네며 녹화를 부탁하고, 자신도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나간다. 아랫집 입장에선 안방 천장인 옥상에서 감독은 훗날 엄청난 폭풍의 씨앗이 될 사진을 찍는다.
출처: 영화 <노 베어스> 스틸컷
그날 밤, 간바라는 오전에 들고 갔던 카메라를 감독에게 돌려준다. 녹화 영상 안엔 감독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신랄한 평가가 들어있었고, 대부분 감독을 의심하고 있었다. 감독은 국경을 넘으려고 숨어 들어온 사람이며, 마을의 골칫거리가 될 운명이었다. 뒷담화 영상에 당황하는 간바라와 달리 감독은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그저 영상을 보고 또 볼뿐이다.
빛 한 점 없는 밤, 레자가 촬영본이 든 하드 디스크를 갖고 감독을 몰래 찾아온다. 감독은 레자의 설득에 밀수업자들만 이용하는 도로를 지나 국경경비대가 지키고 있는 언덕에 올라간다. 그들이 선 곳은 이란과 튀르키예의 국경이었고, 감독은 그 사실을 안 순간 조감독의 손을 뿌리치고 마을로 돌아간다. 자국(이란)의 출국금지와 영화 제작 금지 명령을 받은 감독이 국경을 넘지도 않을 거면서 굳이 국경 마을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명료하다. 마을이 영화 촬영지(튀르키예)와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영화 내내 유지된다. 오직 ‘촬영’만이 감독을 동요하게 하고 움직이게 한다. 그 누구도, 어떤 사건도 그를 흔들지 못한다. 이는 마을의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려는 마을 사람들의 집요한 행동 방식과도 연결되며, 관객을 향한 <노 베어스>의 일관된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젊은 여자를 시작으로 감독은 마을 사람들이 예견한 미래에 빠르게 도달한다. 간바라의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차례로 감독을 찾아와 젊은 남녀의 사진을 찍었냐고 묻는다. 촌장은 마을에서 갖는 자신의 위신을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사진을 달라고 한다. 감독은 젊은 남녀의 사진을 찍은 적 없다고 짧고 굵게 대답한다. 그의 세계에선 “컷!”이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그러나 그가 있는 곳은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미래의 남편 이름으로 탯줄을 자르는 전통을 목숨처럼 여기는 마을이다. 스스로를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라 주장하며, 어떠한 위협도 용납하지 않는 자들을 그가 무슨 수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 간바라의 빠른 눈치로 국경에 몰래 갔다 온 일은 숨겼지만, 관습으로 엮인 남녀가 아닌 진짜 사랑으로 맺어진 연인을 기록한 행위는 모른 척 묻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감독은 저항할 힘을 갖고 있어도 쓸 수 없는 무력한 이방인과 달랐다. 스스로를 그렇게 굳게 믿었기에 마을 사람들과의 입씨름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사태가 점점 난폭해지고 심각해지자, 촌장은 감독에게 맹세의 방에 가서 사진은 없다고 선언할 것을 요구한다. 촌장에겐 마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영화 <노 베어스> 스틸컷
‘위장 여권을 구하는 부부의 상황’과 ‘국경 인근 마을에 숨어 영화 작업 중인 감독의 환경’은 <노 베어스>의 주축이 되는 이야기들로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수시로 전환되며 진행됐다. 전자는 감독이 창작한 허구, 후자는 실제 상황이었으며 서로의 사건에 관여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별 탈 없이 쭉 이어졌다. 대본대로 알맞게 연기하던 주인공들이 갑자기 감독에게 말을 걸고 분노를 표출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었다. 박티아르와 자라의 생존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들은 약혼식을 촬영한 간바라와 맹세의 방에서 ‘맹세하는 나’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 감독처럼, 자기들의 삶이 영화화되는 것을 허락했다. 해피엔딩은 없었다. 박티아르의 여권은 가짜였고, 자라는 끝나지 않는 절망과 참을 수 없는 괴로움에, 바다에 뛰어들었다. 맹세하는 것조차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겠다고 우긴 감독은 마을의 전통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다, 기어이 평화로운 마을을 폭력과 의심으로 얼룩지게 했다. 두 이야기의 마침표는 철저하게 ‘감독이 촬영한다는’ 전제하에 고려된 결괏값이었다.
분명 부부와 감독의 이야기는 진짜였다. 카메라의 빨간불에 노출된 채 아내의 시신을 마주한 남편과 국경을 넘다 총에 맞아 강가에 죽은 채로 발견된 연인(사진 속)의 모습이 이를 증명했다. 두 이야기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완성되었지만, 이러한 시각은 지극히 표면적이며 단편적일 뿐이다. <노 베어스>의 초점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일도 만들어진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를 구성하는 ‘말과 행동’에 있다. 감독이 내놓은 결과물보다 그가 주인공으로서 행한 모든 방식이 더 중요하다. 초반에 일상 대화처럼 지나갔던 “자라, 감정을 절제해요.”란 감독의 한마디가 “곰은 없어요.”만큼이나 치명적이고 가혹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인물들이 전부 각자의 경계선을 지키기 위해 마음대로 타인의 선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베어스>는 그 선의 실체를 관객에게 공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의 위치가 우리가 인식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출처: 영화 <노 베어스> 스틸컷
카메라는 모든 이야기의 끝, 마지막 장면 그 뒤에 있다. 경비대가 오기 전 서둘러 마을을 떠나던 감독이 죽은 연인을 보고 차를 세운 순간이다. 그는 처음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감정적으로 동요한다. 국경을 넘지 않은 이유와 같은 걸까? 아니면, 인간으로서 갖는 죄책감 때문인가? 어찌 됐든 감독은 두 이야기를 비극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마을 사람들은 또 어떤가? 역시 같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감독은 부부의 세상을, 마을 사람들은 감독의 세상을 침범했다. 그들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젊은 연인의 사진이 영화 속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박티아르의 가짜 여권과 자라의 시신이 두 눈에 박힌 적이 없는 이유와 같다. 영화 속 감독은 어느 순간 멈춰 섰고, 이야기는 끝났다. 주인공이 카메라를 들지 못했기에 끝난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인물인 ‘그’ 역시 포기했다는 뜻인가? 혼란과 혼돈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노 베어스>는 한 가지 팁을 건넨다.
역시나 집요하고 일관된 태도로, “곰은 없다”라고.
‘곰이 없다’라는 말은 ‘맹세의 방으로 향하는 길에 곰이 있다’는 말에서 왔다. 맹세의 방은 신성한 공간이다. 신성한 곳으로 향하는 길목엔 항상 악이 존재하고 그 악은 사람들이 생산하는 공포로 몸집을 부풀린다. 따라서 맹세의 방에서 고백하는 모든 말은 틀림없는 진실과 사실로 확정된다. 문제는, 마을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도를 넘은 탓에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은 평화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도 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맹세의 방을 정당화의 도구로 쓰고 있었다. 난제를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이 고작 입만 움찔거리는 맹세라니. 맹세의 방으로 가던 감독을 불러 세워 두려움과 권력의 관계를 설명하며, 거짓말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한 마을 주민의 말이 더욱더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다.
출처: 영화 <노 베어스> 포스터
<노 베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파나히 감독의 뒤에 서서 지켜보게 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본 작품이 영화인지 아닌지 묻는다. 나아가 영화라면 어디까지 영화이고, 영화가 아니라면 어디까지 영화가 아닌지, 경계를 정해보라고 요구한다. 관객을 자꾸만 두리번거리게 하고, 카메라의 빨간불을 찾게 만든다. 빨간불이 계속 깜빡였으면 하는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의 충돌을 계속 부추긴다. 물론 본 작품이 주인공(파나히)과 똑같은 상황에 있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만의, 자국의 탄압에 대한 저항 운동이란 사실은 변함없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은,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할듯싶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무력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든 해야겠다는 강인한 의지 사이에 핀 <노 베어스>.
고백하건대 세상에 곰은 정말 없다, 이게 영화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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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나라 형사들의 공조보다 더 필요했던 것
누군가가 글쓴이에게 '10대 시절 중 뭐가 제일 아쉬우세요?'라고 묻는다면, 내 답은 간단하다. '모든 것이 전부 다'다. 성장했으니 후회도 하는 거겠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중 탑 3 안에 들 것은 역시 외국어를 배우는 것. 단순히 토익점수나 영어 수능 등급 때문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메리트다. 일단 그리고 외국어 잘하는 게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그냥 무엇이든 공부 열심히 하면 멋있지만 특히 외국어는 더 멋있는 느낌..?
외국어를 공부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이것만 있겠어? 외국인 친구 사귀면 재밌을 것 같다. 어느 나라를 가도 날 반기는 사람이 있는 건 신기한 경험일 것 같다. 실제로 학교 다니면서 캐나다에 살지만 베트남 사람인 외국인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친구 자체가 귀여워서 아주 즐거운 기억이었다. 또 베트남과 캐나다의 문화에 대한 걸 들었던 기억도 재밌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이렇게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그런데 만약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신기한 일일 것이다. 그것도 내가 경찰이라 북한 사람과 힘을 합쳐 범죄자를 잡는 기억이라면 더 신기하겠지? 여기 남, 북한 형사가 두 번째 협동 수사로 북한의 범죄자를 잡으려고 한다. <공조 : 인터내셔날>이다.
삼국 공조
첫 번째 공조가 지니고 시간이 좀 지났다. 북한은 정부차원에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범죄자의 이름은 장명준. 북한이 아닌 해외에서 범죄행각을 지속하고 있다. 추적 중인 임철령. 추격 끝에 장명준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다. FBI와의 실랑이를 잘 해결하고 그렇게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 같았다. 미국 어느 길가에서 장명준을 검거한 채로 이동 중인 임철령. 부하 직원과 잠깐 대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다. 테러당한 수송차량. 갑자기 총격전이 일어난다. 의문의 괴한들은 장명준을 엄호한다. 수많은 FBI 요원이 사살당한다. 아수라장이 된 수송차량. 난장판이 된 틈을 타 장명준은 괴한들과 함께 탈출에 성공한다.
금세 임철령의 귀에 장명준의 근황이 들려온다. 남한으로 도망갔다는 말이 들린다. 남한이라. 임철령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명의 얼굴이 있다. 그래. 그 형은 잘 지내려나. 남한으로 돌아가 공조수사를 기획하는 임철령. 어렵지 않게 남한으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형. 오랜만입니다. 강진태와 임철령은 다시 한번 더 범죄자를 잡기 위해 힘을 합친다. 그런데, 두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었다. 미국 FBI가 이 사건에 개입한 것이다. FBI의 담당자 잭은 강진태, 임철령과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채로 장명준을 잡기 위해 공조한다.
본분에 충실하다
5년 만에 돌아온 <공조> 시리즈의 신작이다. 장르는 역시 코미디다. 호러 영화는 무서워야 제맛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코미디 영화는 웃기면 장땡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글쓴이는 적지 않게 웃다 나왔다. 그리고 상영관 안의 분위기도 좋았다. 오히려 나를 제외한 관객들이 글쓴이보다 더 자주 웃었다. 이 영화에서 코미디를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다. 일단 현빈, 다니엘 헤니 두 배우를 3초만 쳐다봐도 알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 특징을 영화는 경제적으로 활용한다. 남북한의 긴장상태를 소재로 한 영화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코미디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는 팝 그룹이 어디야? 하면 딱 나오는 답이 있다. 근데 그 팀이 북한에서도 아예 100% 같은 맥락으로 쓰일 리는 없다. 이를 활용한 코미디도 적지 않게 보인다. 또 유해진 배우가 연기력으로 잘 살린 말장난 개그가 있다. "내가 무슨 ~도 아니고"식의 문장을 활용하는데, 이 멘트들이 걸핏하면 촌스러워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비슷한 말이 계속해서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질척이는 느낌이 없었던 건 이 말장난이 재미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강진태가 집안을 이끌고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이 부부 코미디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공조라는 점에서 한국 국정원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데, 이 감시, 감청을 코미디로 활용한다. 각본가의 근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코미디 요소 중 최고는 임윤아 배우의 존재감이다. 이 영화는 임윤아 배우가 할 수 있는 많은 자원들을 10분 재활용한다. 임윤아 배우는 극 중에서 실업자로 나온다. 그리고 자기가 미녀인 걸 알고 있다. 걸핏 보면 모순되는 설정 같아 보이지만 이 배우는 이를 잘 소화한다. 화려하면 화려한 메이크업 방식대로 아이돌 센터의 클래스를 보여줄 수 있지만 뭔가 연약해 보이는 비주얼을 가진 임윤아 배우. 감독은 이 배우의 코디 방식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영화에서 '백수와 어울리는' 얼굴과 '역시 아이돌 센터 출신'이라는, 모순될 수도 있는 설정을 극에서 양립할 수 있게 설정했다. 극 초반, 임윤아 배우가 연기한 박민영을 유튜브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 설정했다. 짤막하게 이 캐릭터가 화장하는 시퀀스를 넣는다. 그럼 딱 느끼는 건 '우와 진짜 예쁘다' 다. 이렇게 초장부터 관객에게 기선제압 아닌 기선제압을 보여준다. 이다음 장면에 가족끼리 밥을 먹는다. 뭐하고 묻냐는 진태 아내의 질문에 "유튜브를 하고 있다"라고 답하는 민영. 이어 곧 "1년 중 3만 6천 원". 두 가지 행동이 이 배우를 아주 살짝만 봐도 설득력이 있게 만들었다. 또 진태의 입에서 '임철 령이 돌아온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임철령이 나에게 빠진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는 민영. 이 허무맹랑한 주장이 러닝타임 후반부까지 어떤 식으로 변형되는지 보면 흥미롭다. 배우의 비주얼과 연기력을 잘 꿰뚫고 있었던 각본가, 감독의 좋은 수가 돋보였다.
또 이 영화는 코미디 이전에 액션 장르의 영화다. 범죄물이기 때문에 부랑자들과의 액션이 빠질 수 없다. 이 영화의 코미디 작동법과 마찬가지로 액션 잘 찍었다. 예고편에도 나온 장면이다. 임철령과 강진태가 다시 만나 인사를 하고 악당들과 싸울 준비를 한다. 의외로 싸움 잘하는 강진태. 주목해야 할 건 이때의 임철령이다. 예전에 두루마리 휴지로도 상대를 두들겨 패버렸던 임철령. 임철령은 파리채와 '이 음식'으로 악당들을 혼내준다. 이 액션이 터무늬 없고 있고를 떠나 현빈 배우가 몸을 잘 써서 느린 연출 방식에도 생동감이 살아있다. 맨몸액션뿐만 아니라 총기 액션도 좋았다. 초반부 총기 액션은 이 영화의 스타트로 손색없었다. 전조에 차량이 전복되고 총기 액션으로 넘어가는데 이때 전환이 부드럽고 박진감이 살아있다. 이 좋은 시작은 중후반부가 되면 강점으로 작용한다. 중후반부는 액션이 주가 된다. 이 액션 신(들)에 단점도 있긴 하지만 가벼웠던 분위기를 무겁게 환기하는 좋은 연출이 주가 됐다. 아이디어가 빛났던 부분도 있고 배우들이 고생했겠거니 싶었던 부분도 있다. 특히 후반부에서 두 배우가 보여준 세 배우의 맨몸액션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레이-인남의 액션 신을 보는 것 같았다. 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액션을 느리게 찍고 화면을 빠르게 재생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이 영화는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배우들이 어떻게 액션을 보여줄지를 다 외우고 찍은 티가 잘 난다. 사실 주요 액션신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와 크게 관련이 있어서 풀어쓰기는 좀 어려운 감이 있다. 그런데 분명하게 서술할 수 있는 건 액션과 코미디는 확실하게 잡은 영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잘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영화를 보면서 계속 찜찜했다. 일단 첫 번째. 이야기에 균열이 너무 많다. 일단 박민영 캐릭터다. 이 인물은 왜 아직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이 든다. 그리고 두 번째. 유투버라는 설정은 아예 불필요했다. 그냥 없어도 된다. 3만 6천 원이라는 설정을 넣어서 후에 코미디 요소로 쓰려고 이 인물을 유투버로 만든 것 같다. 그런데 굳이 그 장면에서 180만 원이라는 코미디 요소가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돈으로 무얼 하는지도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없어도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극에서 매체를 너무 편의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장명준이 자금줄의 나이트클럽에 가서 돈을 요구하는 장면이 있다. 이것도 충분히 경찰에 신고할만한 장면이다. 그런데 그 장명준 일당이 행패만 부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없다. 임철령, 강진태가 악당들과 싸운 건 바로 뉴스에 나오는데 말이다. 또 다른 구멍은 국정원이다. 앞에서 서술한 대로 국정원이 이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한다. 이 국정원이 강진태의 집안을 도청, 감청한다. 이거 이래도 되나? 아예 민간인인데? 도청하는 대상인 강진태 가족은 과연 무슨 잘못인가? 이 도청 여부를 가지고 다른 캐릭터들이 보이는 행각도 물음표 치는 구석이 많다. 또 이 국정원 요원들이 인물들을 바탕으로 코멘트하는 장면이 있다. 아무리 코미디적 요소라지만 이 장면 자체가 아예 불필요하다. 이 코멘트가 임무에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이렇게 안 넣어도 될 요소를 굳이 코미디로 살린 탓에 첩보전 양상이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돼야 할 영화의 흐름에서 집중을 깨는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 국정원 캐릭터들 중 한 멤버는 뭔가 이상하다. 굉장히 감정적이다. 좀 지나칠 정도로.
두 번째. 장르에 대한 연구가 안 보인다. 뭐 영화가 장르에 대한 연구가 무조건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다. 이 영화는 그런 스릴러 영화의 고찰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으니까. 그런데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구석이 있다. 바로 빌런 장명준 역이다. 우리가 어떤 스릴러 영화를 볼 때 긴장감을 느끼는 방식 중 하나는 빌런의 서사를 느끼는 것이다. 아니면 악당의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유감스럽지만, 이게 나의 방식이야'라고 강렬한 인상을 줬던 레이, <관상>에서 압도적인 첫 등장신으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수양 대군, 손석구의 열연으로 임팩트를 줬던 <범죄도시 2>의 강해상이 그렇다. 또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의 버키나 <시빌 워>의 제모 남작을 보면서도 찾을 수 있다. 이 둘에겐 세뇌와 가족을 잃은 슬픔이라는 동기부여가 강력하다. 이 장명준은 두 예시에 끼지 못한다. 일단 초반부 차량 폭파 및 총격전 장면은 그 일당의 강력함만 느껴지지 빌런 장명준 자체에는 몰입이 안 된다. 극 중후반부까지 장명준 개인에게 할당된 액션 시퀀스도 상당히 부족할뿐더러 동기도 후반부에 잠깐만 느끼니 배우 진선규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지루하다고 느낄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세 번째. 설정을 굉장히 편의적으로 활용한다. 무슨 뜻이냐면 '알고 보니' 식의 전개가 영화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나이트클럽 수색 신이 있다. 북한 사람 임철령과 남한 사람이지만 아저씨 나이인 강진태는 현실적으로 수색하기 어렵다. 그럼 누가 있어? 바로 박민영이 있다.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며 활약할 것 같은 민영. 민영은 '알고보니' 클럽 죽순이었다. 그런데 이 민영의 행보를 유심하게 보신다면 알 수 있다. 이런 식의 전개가 극 전부를 이끈다는 걸. 비슷한 맥락으로 다니엘 헤니가 연기한 잭 캐릭터에도 이런 '알고 보니'식 전개가 있다. '알고 보니' 잭 캐릭터가 과거에 어떤 부서에서 일을 했었다. 뭐 그 부서에서 일한 건 좋다. 그러나 이 설정을 굳이 그런 식으로 보여줄 이유가 있나? 싶다. 초반부에 어떤 부분을 할애하더라도 이 부분을 묘사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었다. 그냥 단순히 한 문장 하나로 퉁치기엔 더 풀었어야 했던 떡밥이 많다. 또 이 인물이 주요 범죄자를 심문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때 이 사람의 어떤 기억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이 된다. 이게 흐름 상으로 보면 이상하다. 이 경험을 활용하는 방식도 기시감이 든다. 그냥 이 경험의 이유가 '다니엘 헤니가 잘생겨서' 밖에 없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결과를 제시하고 과정을 '알고 보니'로 퉁치니 적지 않은 코미디 요소가 의문점이 드는 것이다.
이 편의적인 설정의 정점은 세 인물의 갈등이 고점으로 치닫는 시퀀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마치 짜기라도 했던 것처럼 이 사람들은 어디로 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갈등 해소하기 위해 많이 가는 곳이 어김없이 나온다. 이곳에서 보여주는 모든 장면은 전부 조악하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던 '가장 유명한 팝 그룹' 소재는 KPOP이라는 단골손님을 이제 너무 자주 봐서 질리기까지 하다. 그리고 현빈, 다니엘 헤니 두 배우의 공통점을 사용하는 방식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상케 한다. 2005년에 썼던 방식이 2022년에 고대로 이어진다. 두 인물이 그런 장점이 있어서 파생되는 코미디는 민영과의 관계에서만 써먹어도 충분했다. 그런데 2절 3절까지 쭉쭉 이어지니 안 그래도 식상한 게 두 번 반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 진태가 공조수사 이전에 사이버수사대 소속이었다. 이 사이버수사대 소속이기 때문에 수사가 굉장히 용이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 이것도 1절만 하고 끝냈어야 했다.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장르적인 재미를 뽑아낼 수 있었을 텐데 모든 게 그냥 쉽게 사사샥 지나간다. '사이버 수사대 출신인 거 알지? 그러니까 그냥 이렇게 쉽게 지나간다 ㅎㅎ'의 전개는 극에서 한 번만 반복되는 게 아니라서 굉장히 아쉽다. 이 과정은 자체로만 보면 충분히 더 어려웠어야 했다고 본다. 또한 극초반부에서 진태가 수사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진태가 수사하기 위해서 어떤 기계를 들고 범죄자 소굴에 들어간다. 그 범죄자 소굴은 쉽게 진압된다. 그다음. 위조 여권 전문가를 포획하려 한다. 그런데 이때 경찰들이 너무 무기력하다. 최소한 가까이라도 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후 카레이싱 액션에서도 진태가 사서 문제를 만드는 부분이 있다. 이 시퀀스 자체가 올드한 걸 떠나서 작위적이니 초반부가 몰입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반부 주요 인물들의 주인공 버프는 '굳이?'싶다. 두 배우 멋있는 건 알겠는데 너무 그런 멋을 추구했던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 번만 보여주는 거면 모르겠는데 이게 세, 네 번쯤 반복되니 완성도에 금이 간다.
또 그 편의성으로만 활용한 설정은 카메라 촬영 방식에도 있다. 초반부 파리채로 액션 시퀀스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이 영화는 슬로모션을 활용한다. 이 영화에서 이 액션은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임철령의 빠릿빠릿한 무력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극 중에서 <범죄도시>의 '마석도'를 연상케 하는 세계관 최강자로 묘사되는 임철령. 강력한 모습을 보여줘야 후의 모든 액션신에 설득력이 생긴다. 그러면 행동이 재빠르거나 진중해야 한다. 이 시퀀스에서 보여준 액션 연출 방식은 촬영 구도도 뭔가 김 빠지고 재빠르지도 않다. 어떤 편집 방식을 쓰기도 했다. 이 연출 방식 때문에 임철 령이 약해 보인다. 영화의 강약 조절에 아쉬움이 생기는 지점이다.
중후반부의 긴박감으로도 숨길 수 없었던
이렇게 잘 만든 것도 있지만 단점이 그것을 상회하다 보니 재밌긴 해도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스릴러의 장르성을 좀 더 깊게 탐구했으면 이 좋은 배우들로 더 나은 결과물이 생길 수 있다는 아쉬움은 둘째로 친다. 분명히 서사가 더 들어가야 할 부분에 '너희들 이거 좋아하지?'를 의식해서 다 때려 박았으니 시각적 쾌감만으로도 영화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임윤아 배우의 미모. 현빈 배우의 카리스마. 유해진 배우의 유쾌함. 진선규 배우의 연기력. 이거 우리 이미 영화 보기 전에 다 알고 있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제시됐다 뿐이지 영화는 이 요소를 1차적으로 활용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 남는 게 과연 뭐가 있을까?를 돌이킬 때 다 아는 걸 말할 수밖에 없다. 임윤아 배우 예쁜 거 누가 몰라? 이제 어엿한 베테랑 배우 된 거 누가 몰라? 현빈 배우 멋있는 거 혹시 모르는 사람? 심지어 조연급이었던 김원해 배우의 연기는 <아수라>에서 봤다. 이렇게 거의 대부분 아는 것들, 그러니까 배우 고유의 매력을 캐릭터 영화로 둔갑시켜 러닝타임을 끌고 가니 좀 진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있다. 세 인물의 협동 이전에 장르 특성과의 공조가 먼저 이어졌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기획에서도 의문이 있다. 삼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는 것이 영화의 제목 아닌가. 그럼 서로 의심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이 애매하게 퉁친다. 어쩌면 영화는 이걸 중심으로 뭔가를 더 전개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헌트>에서 고밀도의 첩보전을 봤던 우리는 이 영화의 연출력에 웃음이 나긴 하지만 솔직히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명절 특수 영화 좋다 이거야. 근데 그게 과연 전부일까? 엄마 아빠 극장에 데려가서 하하하 웃는 걸로 만족하기엔 강력한 라이벌로 <육사오>가 있고, 첩보전을 보기엔 <헌트>가 있다. 관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고를 틈도 없이 주요 영화관에 이 <공조 : 인터내셔날>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 이 외부적인 환경 세팅과 아는 맛을 골랐다는 안정적인 선택 때문에 재밌긴 해도 잘 만든 영화라고 보기는 사실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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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신, 희생, 그러나 우정
<아워 프렌드>는 사랑, 우정, 이별, 죽음이라는 주제를 일상적 배경에서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말이죠, 사실 아주 뻔한 이야기를 예상했어요. 당연히 눈물이 약간 나겠고, 심금을 울리려고 꽤 노력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 예상과는 조금 다르더군요. 어디에선가 있을 법하면서도 어디에서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였고, 사랑, 우정, 이별, 죽음이라는 흔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감정을 함부로 쓰지 않는 세심한 영화였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아워 프렌드>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아워 프렌드>는 2023년 11월 22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아워 프렌드
Our Friend
<아워 프렌드>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 '니콜'과 그의 남편 '매튜', 그리고 그들의 곁에 함께하는 친구 '데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작품은 에스콰이어 매거진에 실린 'The Friend'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기반으로 하는 실화 영화입니다. 극 중에서처럼 남편 '매튜'가 직접 에세이를 썼죠.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의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이른바 ‘신파’라고 부르는 감성 팔이 영화의 대표적인 소재거리입니다. 그런 영화에서는 다 죽어가던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없던 힘을 짜내어 십여 분이 넘도록 마지막 인사를 나누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앞두고 감정의 요동을 겪는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구태여 클로즈업으로 강조하거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사람의 모습 뒤에 더 슬픈 음악을 깔곤 하죠. 그러나 <아워 프렌드>는 조금 다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과 주변인들의 모습에서 억지로 슬픔을 짜내기보다는 죽음의 그늘에서 그들이 겪는 우여곡절을 찬찬히 짚어가는 데 집중합니다.
이를 위해 영화는 '니콜'이 암 선고를 받는 시점을 중심으로 시간 순서를 이리저리 뒤섞는 플롯을 사용합니다. 퍼즐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퍼즐 조각을 맨 처음부터 하나씩 순서대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마 재미가 없을 테지요. <아워 프렌드>의 플롯도 이와 비슷합니다. 시간 순서에 따라 이야기 조각을 차례대로 배열하지 않고, 이곳저곳의 퍼즐을 조금씩 채워가는 방식을 취하죠. 그렇게 세 사람이 어떻게 우정을 쌓았고, '데인'이 왜 ‘니콜'과 '매튜' 가족 곁에 머물렀는지를 알게 합니다. 관객은 영화가 제시하는 시간의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모으다가, 이윽고 ‘세 사람의 우정’이라는 그림을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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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인트로를 포함한 몇몇 장면에서 인물들을 근거리에서 포착했다가 조금씩 원거리로 이동해 관조하는 촬영 방식을 택합니다. 가까이에서 촬영할 때와 멀리서 촬영할 때 관객이 화면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는 면에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저는 그의 명언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진실을 알 수 없다'는 말로 해석하곤 합니다.
멀리서 보면 '니콜'과 '매튜' 가족, 그리고 '데인'의 관계는 단순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암에 걸린 친구에게 과하리 만치 헌신하는 연민 많은 친구. 친구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호구 같은 친구. 하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데인'은 자신을 깎아내리고 낮추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니콜'은 그런 '데인'의 진짜 가치를 알아봐 준 유일한 친구였죠. '데인'은 바보 같이 우직하고, 우스꽝스러운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며, 실없을 정도로 다정하고, 언제나 마음을 쓰는 사람입니다. 직장을 옮기는 것은 한참을 망설이지만, 친구를 위해서라면 사는 곳을 떠나는 결정쯤이야 가뿐하게 내리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남들에게 '데인'은 그저 별난 놈이었을지 몰라도, '니콜'은 그런 그를 프루트 루프(Fruit Loop, 어리석고 이상한 사람을 부르는 말)라는 사랑스러운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니콜' 덕분에 만나게 된 '매튜' 역시 '데인'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매튜'는 '데인'이 삶의 끝자락에 서 있을 때 그를 외로움의 늪에서 꺼내준 동아줄이었거든요.
그럼, 마음속에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니콜'과 '매튜' 가족을 위해 사는 곳, 직장, 애인을 떠나 1년이 넘는 뒷바라지를 자처한 '데인'의 행동은 과연 지나친 헌신과 희생일까, 진정한 우정일까?
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서로의 이야기를 쭉 지켜봐 온 ‘니콜', '매튜', 그리고 '데인'뿐일 것입니다. 극 중 어느 과거 회상 장면에서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는 '니콜'을 두고, 그녀의 오랜 친구 '샬럿'이 이런 말을 합니다. "I have stories." 너의 지나간 시간들을 아는 친구는 나뿐이라는 의미의 말이었는데요. 이 대사는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대입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삶 역시 단편만 봐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법이죠.
그렇지만 이 영화가 세 사람의 지나간 시간들을 지근거리에서 천천히 알아갈 수 있도록 했으니, 이를 핑계 삼아 감히 저 질문에 답을 해보고 싶습니다. ‘데인’의 행동은 분명한 헌신과 희생이었으나, 명백한 우정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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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하고 만든 영화에는 끄떡없지만, ‘울지 않아도 돼.’ 하고 만든 영화에 하릴없이 무너지시는 분들 계신가요? 그렇게 저는 <아워 프렌드>의 내용을 곱씹을 때마다 눈물을 쏟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아워 프렌드>는 마음 한구석이라도 따뜻하게 데우고 싶은 추운 겨울이 찾아올 때마다 꺼내볼 따뜻함과 애틋함을 가진 영화로 제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올 겨울 이 영화와 함께 따뜻한 우정의 온기를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Summary
두 딸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니콜'과 '매튜' 부부. 어느 날, '니콜'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매튜'는 점점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져 내리던 중 두 사람의 오랜 절친인 '데인'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
출연: 다코타 존슨, 케이시 애플렉, 제이슨 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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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붉그스름한 군자
감독: 박재민
러닝타임: 4분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 험난한 성인식을 치러야 하는 수많은 아이들. 과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애니메이션 1' 中 <성인식> 스틸컷
옛날 부족국가 시절, 제사는 신을 향한 행위였다. 돼지나 소와 같은 가축도 가능했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양도 있었다. 제물이 희귀할수록 신에게 큰 기쁨을 전달할 것이라 믿었던 부족들의 행위였다. <성인식>은 인신공양까지는 아니고, 하얀 새를 제물로 바친다. 제단 위에서 제사장이 꼬마에게 하얀 새를 공양하라고 한다. 그러나 꼬마는 반대한다. 하얀 새를 제사장에게 던지며 제사장을 제단 밑으로 떨어트린다. <성인식>은 샌드아트와 복합적으로 연출하며 빠른 전개와 인상적인 효과를 보인다. 넘어진 제사장을 목격한 다른 하얀 새를 품고 있던 꼬마들은 각자가 품었던 하얀 새를 풀어준다. 하얀 새들은 자유를 찾는다. 생명의 소중함을 느낀 꼬마의 결단력 있는 행동은 성인(聖人)의 모습을 보인다.
상영일자: 9/19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9/1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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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 그녀의 등장에 모든 직원들은 분주해진다. 너저분했던 책상 위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편한 슬리퍼를 벗고 구두로 갈아 신는다. 기자의 꿈을 꾸던 앤디(앤 헤서웨이)가 면접을 보러 와서 목격한 광경이다. 늘 구두를 신고 다니는 런웨이 직원들을 일명 '또각이'들이라고 하며 남자친구에게 그들의 옷차림을 비판하던 앤디는 어쩌다가 런웨이에 입사하게 된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잡지사인 이 곳에서, 그것도 미란다의 직속비서로 1년만 버티면 어떤 회사든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에 앤디는 또각이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버텨보기로 한다. 하지만 소문난 '얼음공주', '워커홀릭' 미란다의 취향과 세세한 요구를 맞추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앤디의 전화벨 소리만큼 앤디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미란다의 심부름으로 점점 지쳐가고 10번 잘하다가 1번의 실수로 듣는 쓴소리에 앤디는 그나마 해낸 9번의 보람마저 없어진다.
'할머니 치마'와 편하고 두툼한 운동화를 신고 온 앤디의 첫 출근날, 그녀에게 구두를 던져준 디자이너 나이젤에게 하소연하던 앤디는,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패션잡지회사에 다니면서 직원들에 대한 불평과 불만만 하고 지냈지 자신은 정작 어떠한 관심도, 애정도 없이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앤디는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업무에 대한 꼼꼼함과 버티기는 잘해왔었던 앤디의 새로운 노력에 미란다는 점점 눈길을 준다. 쉴 새 없이 울렸던 앤디의 전화벨은 두배, 세배로 더해지고 앤디는 에밀리만 할 수 있었던 미란다의 집에까지 드나드는 일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미란다에게 인정받게 된다. 앤디는 기존 비서인 에밀리의 자리가 밀려날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직장에서 잘 나가면 개인사가 삐걱대지-'라는 나이젤의 이야기가 앤디에게도 일어날까?
영화를 처음 봤던 5년도 더 지난 그때는 메릴 스트립의 존재감과 앤 헤서웨이의 변화된 모습이 마냥 재미있기만 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시 보니, 다른 것들이 보인다. 특히 앤디의 열정 속에 느끼는 갈등과 갈증에 대한 그녀의 고민들.
자신이 가진 커리어의 성공적인 스토리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미란다의 모습은 그녀의 외적인 포스뿐만 아니라 영화의 플로우에서도 느껴진다. 예를 들면 앤디가 런웨이에 들어가기 위해 한 노력의 과정은 영화에서 밝히지 않는다. 다만 미란다가 앤디를 합격시켰던 이유와 당시 앤디에 대한 미란다의 어떤 감정들을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앤디가 단번에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도 앤디의 다양한 변화를 한 쇼트로 이어서 담아 이야기의 다음 파트를 밀고 나가는데 힘을 싣는다. 그렇게 앤디는 런웨이에서의 경력을 쌓게 되면서 영화도 앤디 개인의 꿈과 직업에 대해 선택하는 과정들을 같이 쌓아간다. 주축이 되는 두 캐릭터의 성격을 명확하고 디테일하게 설정한 감독은 영화의 엔딩까지 캐릭터에 설정한 신념을 끌고 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엔딩씬의 매력이 더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봐도 좋은 영화, 좋은배우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다만 원작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영화로써만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이 확연히 느껴진다. 벌써 개봉한 지 14년이 지난 영화를 오랜만에 관람하니 이 영화가 2020년에 만들어졌다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무척 궁금하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이야기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로 힘을 싣는 이 영화의 매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명작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명작이라는 것을 안다. 결국 콘텐츠도 이야기의 힘이라는 것도 안다. 그저 영화의 체험적인 면모가 커질수록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아쉬운 마음에 이런 생각해봤다. 그저 이야기의 힘이 사라지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포토 스틸컷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성 실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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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리뷰 - 베놈2의 단점을 답습하다 (스포일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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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합니다]
1. 베놈, 모비우스는 마블의 작품이지만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독자적인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01:25 ~ 01:27 01:53 ~ 02:02
2. 제가 러프하게 마블의 작품이라고 한 부분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엔 조금더 검토를 하고 영상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시청에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분명 영화 모비어스에도 장점은 있었습니다. 정말 박쥐처럼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적인 효과도 인상적이었고, 액션씬 중간중간에 나오는 슬로 모션도 기억에 꽤나 남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흔히 말하는 겉멋 가득한 무의미한 연출들은 아쉬웠고,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 결말은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던 블랙위도우, 베놈 2, 샹치, 이터널스로 인해 식어가던 마블에 대한 애정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시금 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모비우스가 그 불씨를 다시 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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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레그스] 끝장리뷰 | 답은 이미지와 사운드에 있다 | 클린턴과 백악관 상징 | 제목 분석 | TV, 뱀 해석 | 가족 파괴
(영화 [롱레그스](2024)는 씨네랩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롱레그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이미지와 사운드
Chapter 2 클린턴과 백악관, 제목 분석, 가족 파괴
00:00 롱레그스
01:43 이미지와 사운드
03:11 TV 상징
05:01 이미지 뱀
06:13 클린턴과 백악관
07:35 제목 분석
09:58 별점 및 한 줄 평
10:1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롱레그스 #롱레그스해석 #롱레그스리뷰 #롱레그스영화 #영화롱레그스 #롱레그스후기 #니콜라스케이지 #오스굿퍼킨스 #Longlegsmovie #Longlegsreview #OzPerkins #오즈퍼킨스 #Nicolas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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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뤼팽 파트 2> 공식 예고편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 펠레그리니.
그를 향해 복수를 시작했던 아산이 또다시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건 역전을 위한 계획, 그리고 목숨을 건 트릭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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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트르담> 메인 예고편
한물 간 건축가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모드.
툭하면 애인과 싸우고 찾아오는 전남편과는 여전히 오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잊고 있던 옛사랑까지 나타나 혼란스러운 가운데 노트르담 성당 산책로 복원 사업이라는 중대한 프로젝트까지 맡게 되고..
일과 사랑, 육아까지 그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모드의 행운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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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OTT 종료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월의 첫째 주, 모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매월 첫째 주마다 씨네랩에서 준비하는 콘텐츠가 있죠!
바로, 매달 OTT 종료예정작 추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1월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넷플릭스와 왓챠의 종료 예정작을
추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놓치지 마시고 원하는 콘텐츠를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데이브 미로 만들다: 판타스틱 미로 대탈출
1.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애니는 거실에 쌓인 재활용 박스 사이에서 애인 데이브의 목소리를 듣고,
애니는 친구들과 함께 요새가 되어버린 종이박스 안으로 데이브를 찾기 위해 들어간다.
cine pick!
50회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데이브 미로 만들다: 판타스틱 미로 대탈출>은
재활용 박스와 보잘 것 없는 재료로 만든 미로에 실종된 데이브를 찾는다는
독특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더 웨이 홈
1.6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안전 상의 이유로 핏불테리어를 규제하는 법안 때문에 주인 루카스와 헤어지게 된 강아지 벨라.
시간이 흐를수록 루카스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가던 벨라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cine pick!
강아지 벨라를 응원하게 되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은 <더 웨이 홈>은
잔잔한 힐링영화로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굿타임
1.10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동생과 함께 은행을 턴 남자. 성공의 기쁨도 잠시,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은 경찰에 붙잡히고 만다.
동생을 되찾고 경찰의 추적도 따돌려야 하는 남자, 그의 분투기.
cine pick!
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고, 사운드 트랙상을 수상한 <굿타임>은
치밀한 연기와 밀도 있는 연출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하이 스트렁
1.13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버스킹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니, 예술학교에 갓 입학한 무용수 루비.
바이올린 도난 사건으로 가까워진 조니와 루비는 스텝스 멤버들과 친해지면서
상금 2만 5천 불의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cine pick!
댄서와 바이올리니스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시각적, 청각적 재미를 주는 영화이다.
가장 보통의 연애
1.13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이별의 아픔을 술로 달래며 매일 흑역사를 갱신하는 재훈, 사랑에 대한 환상 없이
끝난 연애에 미련 갖지 않는 선영.
두 사람은 직장 동료가 된지 하루 만에 뜻하지 않게 서로의 연애사를 공개하게 된다.
cine pick!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보여준 <가장 보통의 연애>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공감대와 신선한 재미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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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은 정말 없다. 이게 영화이듯이, <노 베어스>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 베어스> No Bears, 2022, 이란, 드라마
감독: 자파르 파나히
고백하건대 곰은 정말 없다. 이게 영화이듯이, <노 베어스>
박티아르(남편)가 가게에서 일하는 자라(아내)를 급히 불러낸다. 그는 아내에게 훔친 여권을 건네며 먼저 프랑스로 떠나라고 사정한다. 자라는 남편이 없는 삶은 의미 없다며 그의 호소를 단호히 거절한다. 아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괴로워하던 남편은 행인과 시비가 붙고, 격한 감정을 토해낸다. 그 순간 카메라가 쭉 멀어지면서 화면 안으로 조감독 레자가 등장한다. 카메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 멀어지고, 마침내 노트북으로 화상 연결 중인 파나히 감독이 모습을 드러낸다. 박티아르와 자라는 감독이 찍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연기 중인 배우들이었다.
그는 현재 국경 인근의 작은 마을에 숨어있다. 촌장님의 소개로 간바라(집주인)의 방을 빌렸고, 인터넷이 끊기기 전까지 방 안에서 일주일 내내 영화 촬영만 진행했다. 사실상 촬영 말고는 와이파이가 설치되지 않은 마을에서 다른 할 일이 없던 그는 예비부부의 발 씻기 행사에 간다는 간바라에게 카메라를 건네며 녹화를 부탁하고, 자신도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나간다. 아랫집 입장에선 안방 천장인 옥상에서 감독은 훗날 엄청난 폭풍의 씨앗이 될 사진을 찍는다.
출처: 영화 <노 베어스> 스틸컷
그날 밤, 간바라는 오전에 들고 갔던 카메라를 감독에게 돌려준다. 녹화 영상 안엔 감독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신랄한 평가가 들어있었고, 대부분 감독을 의심하고 있었다. 감독은 국경을 넘으려고 숨어 들어온 사람이며, 마을의 골칫거리가 될 운명이었다. 뒷담화 영상에 당황하는 간바라와 달리 감독은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그저 영상을 보고 또 볼뿐이다.
빛 한 점 없는 밤, 레자가 촬영본이 든 하드 디스크를 갖고 감독을 몰래 찾아온다. 감독은 레자의 설득에 밀수업자들만 이용하는 도로를 지나 국경경비대가 지키고 있는 언덕에 올라간다. 그들이 선 곳은 이란과 튀르키예의 국경이었고, 감독은 그 사실을 안 순간 조감독의 손을 뿌리치고 마을로 돌아간다. 자국(이란)의 출국금지와 영화 제작 금지 명령을 받은 감독이 국경을 넘지도 않을 거면서 굳이 국경 마을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명료하다. 마을이 영화 촬영지(튀르키예)와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영화 내내 유지된다. 오직 ‘촬영’만이 감독을 동요하게 하고 움직이게 한다. 그 누구도, 어떤 사건도 그를 흔들지 못한다. 이는 마을의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려는 마을 사람들의 집요한 행동 방식과도 연결되며, 관객을 향한 <노 베어스>의 일관된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젊은 여자를 시작으로 감독은 마을 사람들이 예견한 미래에 빠르게 도달한다. 간바라의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차례로 감독을 찾아와 젊은 남녀의 사진을 찍었냐고 묻는다. 촌장은 마을에서 갖는 자신의 위신을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사진을 달라고 한다. 감독은 젊은 남녀의 사진을 찍은 적 없다고 짧고 굵게 대답한다. 그의 세계에선 “컷!”이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그러나 그가 있는 곳은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미래의 남편 이름으로 탯줄을 자르는 전통을 목숨처럼 여기는 마을이다. 스스로를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라 주장하며, 어떠한 위협도 용납하지 않는 자들을 그가 무슨 수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 간바라의 빠른 눈치로 국경에 몰래 갔다 온 일은 숨겼지만, 관습으로 엮인 남녀가 아닌 진짜 사랑으로 맺어진 연인을 기록한 행위는 모른 척 묻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감독은 저항할 힘을 갖고 있어도 쓸 수 없는 무력한 이방인과 달랐다. 스스로를 그렇게 굳게 믿었기에 마을 사람들과의 입씨름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사태가 점점 난폭해지고 심각해지자, 촌장은 감독에게 맹세의 방에 가서 사진은 없다고 선언할 것을 요구한다. 촌장에겐 마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영화 <노 베어스> 스틸컷
‘위장 여권을 구하는 부부의 상황’과 ‘국경 인근 마을에 숨어 영화 작업 중인 감독의 환경’은 <노 베어스>의 주축이 되는 이야기들로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수시로 전환되며 진행됐다. 전자는 감독이 창작한 허구, 후자는 실제 상황이었으며 서로의 사건에 관여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별 탈 없이 쭉 이어졌다. 대본대로 알맞게 연기하던 주인공들이 갑자기 감독에게 말을 걸고 분노를 표출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었다. 박티아르와 자라의 생존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들은 약혼식을 촬영한 간바라와 맹세의 방에서 ‘맹세하는 나’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 감독처럼, 자기들의 삶이 영화화되는 것을 허락했다. 해피엔딩은 없었다. 박티아르의 여권은 가짜였고, 자라는 끝나지 않는 절망과 참을 수 없는 괴로움에, 바다에 뛰어들었다. 맹세하는 것조차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겠다고 우긴 감독은 마을의 전통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다, 기어이 평화로운 마을을 폭력과 의심으로 얼룩지게 했다. 두 이야기의 마침표는 철저하게 ‘감독이 촬영한다는’ 전제하에 고려된 결괏값이었다.
분명 부부와 감독의 이야기는 진짜였다. 카메라의 빨간불에 노출된 채 아내의 시신을 마주한 남편과 국경을 넘다 총에 맞아 강가에 죽은 채로 발견된 연인(사진 속)의 모습이 이를 증명했다. 두 이야기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완성되었지만, 이러한 시각은 지극히 표면적이며 단편적일 뿐이다. <노 베어스>의 초점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일도 만들어진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를 구성하는 ‘말과 행동’에 있다. 감독이 내놓은 결과물보다 그가 주인공으로서 행한 모든 방식이 더 중요하다. 초반에 일상 대화처럼 지나갔던 “자라, 감정을 절제해요.”란 감독의 한마디가 “곰은 없어요.”만큼이나 치명적이고 가혹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인물들이 전부 각자의 경계선을 지키기 위해 마음대로 타인의 선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베어스>는 그 선의 실체를 관객에게 공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의 위치가 우리가 인식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출처: 영화 <노 베어스> 스틸컷
카메라는 모든 이야기의 끝, 마지막 장면 그 뒤에 있다. 경비대가 오기 전 서둘러 마을을 떠나던 감독이 죽은 연인을 보고 차를 세운 순간이다. 그는 처음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감정적으로 동요한다. 국경을 넘지 않은 이유와 같은 걸까? 아니면, 인간으로서 갖는 죄책감 때문인가? 어찌 됐든 감독은 두 이야기를 비극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마을 사람들은 또 어떤가? 역시 같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감독은 부부의 세상을, 마을 사람들은 감독의 세상을 침범했다. 그들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젊은 연인의 사진이 영화 속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박티아르의 가짜 여권과 자라의 시신이 두 눈에 박힌 적이 없는 이유와 같다. 영화 속 감독은 어느 순간 멈춰 섰고, 이야기는 끝났다. 주인공이 카메라를 들지 못했기에 끝난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인물인 ‘그’ 역시 포기했다는 뜻인가? 혼란과 혼돈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노 베어스>는 한 가지 팁을 건넨다.
역시나 집요하고 일관된 태도로, “곰은 없다”라고.
‘곰이 없다’라는 말은 ‘맹세의 방으로 향하는 길에 곰이 있다’는 말에서 왔다. 맹세의 방은 신성한 공간이다. 신성한 곳으로 향하는 길목엔 항상 악이 존재하고 그 악은 사람들이 생산하는 공포로 몸집을 부풀린다. 따라서 맹세의 방에서 고백하는 모든 말은 틀림없는 진실과 사실로 확정된다. 문제는, 마을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도를 넘은 탓에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은 평화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도 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맹세의 방을 정당화의 도구로 쓰고 있었다. 난제를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이 고작 입만 움찔거리는 맹세라니. 맹세의 방으로 가던 감독을 불러 세워 두려움과 권력의 관계를 설명하며, 거짓말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한 마을 주민의 말이 더욱더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다.
출처: 영화 <노 베어스> 포스터
<노 베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파나히 감독의 뒤에 서서 지켜보게 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본 작품이 영화인지 아닌지 묻는다. 나아가 영화라면 어디까지 영화이고, 영화가 아니라면 어디까지 영화가 아닌지, 경계를 정해보라고 요구한다. 관객을 자꾸만 두리번거리게 하고, 카메라의 빨간불을 찾게 만든다. 빨간불이 계속 깜빡였으면 하는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의 충돌을 계속 부추긴다. 물론 본 작품이 주인공(파나히)과 똑같은 상황에 있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만의, 자국의 탄압에 대한 저항 운동이란 사실은 변함없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은,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할듯싶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무력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든 해야겠다는 강인한 의지 사이에 핀 <노 베어스>.
고백하건대 세상에 곰은 정말 없다, 이게 영화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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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나라 형사들의 공조보다 더 필요했던 것
누군가가 글쓴이에게 '10대 시절 중 뭐가 제일 아쉬우세요?'라고 묻는다면, 내 답은 간단하다. '모든 것이 전부 다'다. 성장했으니 후회도 하는 거겠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중 탑 3 안에 들 것은 역시 외국어를 배우는 것. 단순히 토익점수나 영어 수능 등급 때문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메리트다. 일단 그리고 외국어 잘하는 게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그냥 무엇이든 공부 열심히 하면 멋있지만 특히 외국어는 더 멋있는 느낌..?
외국어를 공부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이것만 있겠어? 외국인 친구 사귀면 재밌을 것 같다. 어느 나라를 가도 날 반기는 사람이 있는 건 신기한 경험일 것 같다. 실제로 학교 다니면서 캐나다에 살지만 베트남 사람인 외국인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친구 자체가 귀여워서 아주 즐거운 기억이었다. 또 베트남과 캐나다의 문화에 대한 걸 들었던 기억도 재밌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이렇게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그런데 만약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신기한 일일 것이다. 그것도 내가 경찰이라 북한 사람과 힘을 합쳐 범죄자를 잡는 기억이라면 더 신기하겠지? 여기 남, 북한 형사가 두 번째 협동 수사로 북한의 범죄자를 잡으려고 한다. <공조 : 인터내셔날>이다.
삼국 공조
첫 번째 공조가 지니고 시간이 좀 지났다. 북한은 정부차원에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범죄자의 이름은 장명준. 북한이 아닌 해외에서 범죄행각을 지속하고 있다. 추적 중인 임철령. 추격 끝에 장명준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다. FBI와의 실랑이를 잘 해결하고 그렇게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 같았다. 미국 어느 길가에서 장명준을 검거한 채로 이동 중인 임철령. 부하 직원과 잠깐 대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다. 테러당한 수송차량. 갑자기 총격전이 일어난다. 의문의 괴한들은 장명준을 엄호한다. 수많은 FBI 요원이 사살당한다. 아수라장이 된 수송차량. 난장판이 된 틈을 타 장명준은 괴한들과 함께 탈출에 성공한다.
금세 임철령의 귀에 장명준의 근황이 들려온다. 남한으로 도망갔다는 말이 들린다. 남한이라. 임철령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명의 얼굴이 있다. 그래. 그 형은 잘 지내려나. 남한으로 돌아가 공조수사를 기획하는 임철령. 어렵지 않게 남한으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형. 오랜만입니다. 강진태와 임철령은 다시 한번 더 범죄자를 잡기 위해 힘을 합친다. 그런데, 두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었다. 미국 FBI가 이 사건에 개입한 것이다. FBI의 담당자 잭은 강진태, 임철령과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채로 장명준을 잡기 위해 공조한다.
본분에 충실하다
5년 만에 돌아온 <공조> 시리즈의 신작이다. 장르는 역시 코미디다. 호러 영화는 무서워야 제맛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코미디 영화는 웃기면 장땡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글쓴이는 적지 않게 웃다 나왔다. 그리고 상영관 안의 분위기도 좋았다. 오히려 나를 제외한 관객들이 글쓴이보다 더 자주 웃었다. 이 영화에서 코미디를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다. 일단 현빈, 다니엘 헤니 두 배우를 3초만 쳐다봐도 알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 특징을 영화는 경제적으로 활용한다. 남북한의 긴장상태를 소재로 한 영화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코미디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는 팝 그룹이 어디야? 하면 딱 나오는 답이 있다. 근데 그 팀이 북한에서도 아예 100% 같은 맥락으로 쓰일 리는 없다. 이를 활용한 코미디도 적지 않게 보인다. 또 유해진 배우가 연기력으로 잘 살린 말장난 개그가 있다. "내가 무슨 ~도 아니고"식의 문장을 활용하는데, 이 멘트들이 걸핏하면 촌스러워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비슷한 말이 계속해서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질척이는 느낌이 없었던 건 이 말장난이 재미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강진태가 집안을 이끌고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이 부부 코미디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공조라는 점에서 한국 국정원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데, 이 감시, 감청을 코미디로 활용한다. 각본가의 근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코미디 요소 중 최고는 임윤아 배우의 존재감이다. 이 영화는 임윤아 배우가 할 수 있는 많은 자원들을 10분 재활용한다. 임윤아 배우는 극 중에서 실업자로 나온다. 그리고 자기가 미녀인 걸 알고 있다. 걸핏 보면 모순되는 설정 같아 보이지만 이 배우는 이를 잘 소화한다. 화려하면 화려한 메이크업 방식대로 아이돌 센터의 클래스를 보여줄 수 있지만 뭔가 연약해 보이는 비주얼을 가진 임윤아 배우. 감독은 이 배우의 코디 방식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영화에서 '백수와 어울리는' 얼굴과 '역시 아이돌 센터 출신'이라는, 모순될 수도 있는 설정을 극에서 양립할 수 있게 설정했다. 극 초반, 임윤아 배우가 연기한 박민영을 유튜브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 설정했다. 짤막하게 이 캐릭터가 화장하는 시퀀스를 넣는다. 그럼 딱 느끼는 건 '우와 진짜 예쁘다' 다. 이렇게 초장부터 관객에게 기선제압 아닌 기선제압을 보여준다. 이다음 장면에 가족끼리 밥을 먹는다. 뭐하고 묻냐는 진태 아내의 질문에 "유튜브를 하고 있다"라고 답하는 민영. 이어 곧 "1년 중 3만 6천 원". 두 가지 행동이 이 배우를 아주 살짝만 봐도 설득력이 있게 만들었다. 또 진태의 입에서 '임철 령이 돌아온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임철령이 나에게 빠진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는 민영. 이 허무맹랑한 주장이 러닝타임 후반부까지 어떤 식으로 변형되는지 보면 흥미롭다. 배우의 비주얼과 연기력을 잘 꿰뚫고 있었던 각본가, 감독의 좋은 수가 돋보였다.
또 이 영화는 코미디 이전에 액션 장르의 영화다. 범죄물이기 때문에 부랑자들과의 액션이 빠질 수 없다. 이 영화의 코미디 작동법과 마찬가지로 액션 잘 찍었다. 예고편에도 나온 장면이다. 임철령과 강진태가 다시 만나 인사를 하고 악당들과 싸울 준비를 한다. 의외로 싸움 잘하는 강진태. 주목해야 할 건 이때의 임철령이다. 예전에 두루마리 휴지로도 상대를 두들겨 패버렸던 임철령. 임철령은 파리채와 '이 음식'으로 악당들을 혼내준다. 이 액션이 터무늬 없고 있고를 떠나 현빈 배우가 몸을 잘 써서 느린 연출 방식에도 생동감이 살아있다. 맨몸액션뿐만 아니라 총기 액션도 좋았다. 초반부 총기 액션은 이 영화의 스타트로 손색없었다. 전조에 차량이 전복되고 총기 액션으로 넘어가는데 이때 전환이 부드럽고 박진감이 살아있다. 이 좋은 시작은 중후반부가 되면 강점으로 작용한다. 중후반부는 액션이 주가 된다. 이 액션 신(들)에 단점도 있긴 하지만 가벼웠던 분위기를 무겁게 환기하는 좋은 연출이 주가 됐다. 아이디어가 빛났던 부분도 있고 배우들이 고생했겠거니 싶었던 부분도 있다. 특히 후반부에서 두 배우가 보여준 세 배우의 맨몸액션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레이-인남의 액션 신을 보는 것 같았다. 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액션을 느리게 찍고 화면을 빠르게 재생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이 영화는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배우들이 어떻게 액션을 보여줄지를 다 외우고 찍은 티가 잘 난다. 사실 주요 액션신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와 크게 관련이 있어서 풀어쓰기는 좀 어려운 감이 있다. 그런데 분명하게 서술할 수 있는 건 액션과 코미디는 확실하게 잡은 영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잘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영화를 보면서 계속 찜찜했다. 일단 첫 번째. 이야기에 균열이 너무 많다. 일단 박민영 캐릭터다. 이 인물은 왜 아직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이 든다. 그리고 두 번째. 유투버라는 설정은 아예 불필요했다. 그냥 없어도 된다. 3만 6천 원이라는 설정을 넣어서 후에 코미디 요소로 쓰려고 이 인물을 유투버로 만든 것 같다. 그런데 굳이 그 장면에서 180만 원이라는 코미디 요소가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돈으로 무얼 하는지도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없어도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극에서 매체를 너무 편의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장명준이 자금줄의 나이트클럽에 가서 돈을 요구하는 장면이 있다. 이것도 충분히 경찰에 신고할만한 장면이다. 그런데 그 장명준 일당이 행패만 부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없다. 임철령, 강진태가 악당들과 싸운 건 바로 뉴스에 나오는데 말이다. 또 다른 구멍은 국정원이다. 앞에서 서술한 대로 국정원이 이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한다. 이 국정원이 강진태의 집안을 도청, 감청한다. 이거 이래도 되나? 아예 민간인인데? 도청하는 대상인 강진태 가족은 과연 무슨 잘못인가? 이 도청 여부를 가지고 다른 캐릭터들이 보이는 행각도 물음표 치는 구석이 많다. 또 이 국정원 요원들이 인물들을 바탕으로 코멘트하는 장면이 있다. 아무리 코미디적 요소라지만 이 장면 자체가 아예 불필요하다. 이 코멘트가 임무에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이렇게 안 넣어도 될 요소를 굳이 코미디로 살린 탓에 첩보전 양상이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돼야 할 영화의 흐름에서 집중을 깨는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 국정원 캐릭터들 중 한 멤버는 뭔가 이상하다. 굉장히 감정적이다. 좀 지나칠 정도로.
두 번째. 장르에 대한 연구가 안 보인다. 뭐 영화가 장르에 대한 연구가 무조건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다. 이 영화는 그런 스릴러 영화의 고찰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으니까. 그런데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구석이 있다. 바로 빌런 장명준 역이다. 우리가 어떤 스릴러 영화를 볼 때 긴장감을 느끼는 방식 중 하나는 빌런의 서사를 느끼는 것이다. 아니면 악당의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유감스럽지만, 이게 나의 방식이야'라고 강렬한 인상을 줬던 레이, <관상>에서 압도적인 첫 등장신으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수양 대군, 손석구의 열연으로 임팩트를 줬던 <범죄도시 2>의 강해상이 그렇다. 또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의 버키나 <시빌 워>의 제모 남작을 보면서도 찾을 수 있다. 이 둘에겐 세뇌와 가족을 잃은 슬픔이라는 동기부여가 강력하다. 이 장명준은 두 예시에 끼지 못한다. 일단 초반부 차량 폭파 및 총격전 장면은 그 일당의 강력함만 느껴지지 빌런 장명준 자체에는 몰입이 안 된다. 극 중후반부까지 장명준 개인에게 할당된 액션 시퀀스도 상당히 부족할뿐더러 동기도 후반부에 잠깐만 느끼니 배우 진선규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지루하다고 느낄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세 번째. 설정을 굉장히 편의적으로 활용한다. 무슨 뜻이냐면 '알고 보니' 식의 전개가 영화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나이트클럽 수색 신이 있다. 북한 사람 임철령과 남한 사람이지만 아저씨 나이인 강진태는 현실적으로 수색하기 어렵다. 그럼 누가 있어? 바로 박민영이 있다.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며 활약할 것 같은 민영. 민영은 '알고보니' 클럽 죽순이었다. 그런데 이 민영의 행보를 유심하게 보신다면 알 수 있다. 이런 식의 전개가 극 전부를 이끈다는 걸. 비슷한 맥락으로 다니엘 헤니가 연기한 잭 캐릭터에도 이런 '알고 보니'식 전개가 있다. '알고 보니' 잭 캐릭터가 과거에 어떤 부서에서 일을 했었다. 뭐 그 부서에서 일한 건 좋다. 그러나 이 설정을 굳이 그런 식으로 보여줄 이유가 있나? 싶다. 초반부에 어떤 부분을 할애하더라도 이 부분을 묘사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었다. 그냥 단순히 한 문장 하나로 퉁치기엔 더 풀었어야 했던 떡밥이 많다. 또 이 인물이 주요 범죄자를 심문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때 이 사람의 어떤 기억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이 된다. 이게 흐름 상으로 보면 이상하다. 이 경험을 활용하는 방식도 기시감이 든다. 그냥 이 경험의 이유가 '다니엘 헤니가 잘생겨서' 밖에 없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결과를 제시하고 과정을 '알고 보니'로 퉁치니 적지 않은 코미디 요소가 의문점이 드는 것이다.
이 편의적인 설정의 정점은 세 인물의 갈등이 고점으로 치닫는 시퀀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마치 짜기라도 했던 것처럼 이 사람들은 어디로 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갈등 해소하기 위해 많이 가는 곳이 어김없이 나온다. 이곳에서 보여주는 모든 장면은 전부 조악하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던 '가장 유명한 팝 그룹' 소재는 KPOP이라는 단골손님을 이제 너무 자주 봐서 질리기까지 하다. 그리고 현빈, 다니엘 헤니 두 배우의 공통점을 사용하는 방식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상케 한다. 2005년에 썼던 방식이 2022년에 고대로 이어진다. 두 인물이 그런 장점이 있어서 파생되는 코미디는 민영과의 관계에서만 써먹어도 충분했다. 그런데 2절 3절까지 쭉쭉 이어지니 안 그래도 식상한 게 두 번 반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 진태가 공조수사 이전에 사이버수사대 소속이었다. 이 사이버수사대 소속이기 때문에 수사가 굉장히 용이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 이것도 1절만 하고 끝냈어야 했다.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장르적인 재미를 뽑아낼 수 있었을 텐데 모든 게 그냥 쉽게 사사샥 지나간다. '사이버 수사대 출신인 거 알지? 그러니까 그냥 이렇게 쉽게 지나간다 ㅎㅎ'의 전개는 극에서 한 번만 반복되는 게 아니라서 굉장히 아쉽다. 이 과정은 자체로만 보면 충분히 더 어려웠어야 했다고 본다. 또한 극초반부에서 진태가 수사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진태가 수사하기 위해서 어떤 기계를 들고 범죄자 소굴에 들어간다. 그 범죄자 소굴은 쉽게 진압된다. 그다음. 위조 여권 전문가를 포획하려 한다. 그런데 이때 경찰들이 너무 무기력하다. 최소한 가까이라도 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후 카레이싱 액션에서도 진태가 사서 문제를 만드는 부분이 있다. 이 시퀀스 자체가 올드한 걸 떠나서 작위적이니 초반부가 몰입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반부 주요 인물들의 주인공 버프는 '굳이?'싶다. 두 배우 멋있는 건 알겠는데 너무 그런 멋을 추구했던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 번만 보여주는 거면 모르겠는데 이게 세, 네 번쯤 반복되니 완성도에 금이 간다.
또 그 편의성으로만 활용한 설정은 카메라 촬영 방식에도 있다. 초반부 파리채로 액션 시퀀스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이 영화는 슬로모션을 활용한다. 이 영화에서 이 액션은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임철령의 빠릿빠릿한 무력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극 중에서 <범죄도시>의 '마석도'를 연상케 하는 세계관 최강자로 묘사되는 임철령. 강력한 모습을 보여줘야 후의 모든 액션신에 설득력이 생긴다. 그러면 행동이 재빠르거나 진중해야 한다. 이 시퀀스에서 보여준 액션 연출 방식은 촬영 구도도 뭔가 김 빠지고 재빠르지도 않다. 어떤 편집 방식을 쓰기도 했다. 이 연출 방식 때문에 임철 령이 약해 보인다. 영화의 강약 조절에 아쉬움이 생기는 지점이다.
중후반부의 긴박감으로도 숨길 수 없었던
이렇게 잘 만든 것도 있지만 단점이 그것을 상회하다 보니 재밌긴 해도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스릴러의 장르성을 좀 더 깊게 탐구했으면 이 좋은 배우들로 더 나은 결과물이 생길 수 있다는 아쉬움은 둘째로 친다. 분명히 서사가 더 들어가야 할 부분에 '너희들 이거 좋아하지?'를 의식해서 다 때려 박았으니 시각적 쾌감만으로도 영화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임윤아 배우의 미모. 현빈 배우의 카리스마. 유해진 배우의 유쾌함. 진선규 배우의 연기력. 이거 우리 이미 영화 보기 전에 다 알고 있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제시됐다 뿐이지 영화는 이 요소를 1차적으로 활용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 남는 게 과연 뭐가 있을까?를 돌이킬 때 다 아는 걸 말할 수밖에 없다. 임윤아 배우 예쁜 거 누가 몰라? 이제 어엿한 베테랑 배우 된 거 누가 몰라? 현빈 배우 멋있는 거 혹시 모르는 사람? 심지어 조연급이었던 김원해 배우의 연기는 <아수라>에서 봤다. 이렇게 거의 대부분 아는 것들, 그러니까 배우 고유의 매력을 캐릭터 영화로 둔갑시켜 러닝타임을 끌고 가니 좀 진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있다. 세 인물의 협동 이전에 장르 특성과의 공조가 먼저 이어졌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기획에서도 의문이 있다. 삼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는 것이 영화의 제목 아닌가. 그럼 서로 의심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이 애매하게 퉁친다. 어쩌면 영화는 이걸 중심으로 뭔가를 더 전개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헌트>에서 고밀도의 첩보전을 봤던 우리는 이 영화의 연출력에 웃음이 나긴 하지만 솔직히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명절 특수 영화 좋다 이거야. 근데 그게 과연 전부일까? 엄마 아빠 극장에 데려가서 하하하 웃는 걸로 만족하기엔 강력한 라이벌로 <육사오>가 있고, 첩보전을 보기엔 <헌트>가 있다. 관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고를 틈도 없이 주요 영화관에 이 <공조 : 인터내셔날>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 이 외부적인 환경 세팅과 아는 맛을 골랐다는 안정적인 선택 때문에 재밌긴 해도 잘 만든 영화라고 보기는 사실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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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신, 희생, 그러나 우정
<아워 프렌드>는 사랑, 우정, 이별, 죽음이라는 주제를 일상적 배경에서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말이죠, 사실 아주 뻔한 이야기를 예상했어요. 당연히 눈물이 약간 나겠고, 심금을 울리려고 꽤 노력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 예상과는 조금 다르더군요. 어디에선가 있을 법하면서도 어디에서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였고, 사랑, 우정, 이별, 죽음이라는 흔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감정을 함부로 쓰지 않는 세심한 영화였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아워 프렌드>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아워 프렌드>는 2023년 11월 22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아워 프렌드
Our Friend
<아워 프렌드>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 '니콜'과 그의 남편 '매튜', 그리고 그들의 곁에 함께하는 친구 '데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작품은 에스콰이어 매거진에 실린 'The Friend'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기반으로 하는 실화 영화입니다. 극 중에서처럼 남편 '매튜'가 직접 에세이를 썼죠.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의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이른바 ‘신파’라고 부르는 감성 팔이 영화의 대표적인 소재거리입니다. 그런 영화에서는 다 죽어가던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없던 힘을 짜내어 십여 분이 넘도록 마지막 인사를 나누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앞두고 감정의 요동을 겪는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구태여 클로즈업으로 강조하거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사람의 모습 뒤에 더 슬픈 음악을 깔곤 하죠. 그러나 <아워 프렌드>는 조금 다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과 주변인들의 모습에서 억지로 슬픔을 짜내기보다는 죽음의 그늘에서 그들이 겪는 우여곡절을 찬찬히 짚어가는 데 집중합니다.
이를 위해 영화는 '니콜'이 암 선고를 받는 시점을 중심으로 시간 순서를 이리저리 뒤섞는 플롯을 사용합니다. 퍼즐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퍼즐 조각을 맨 처음부터 하나씩 순서대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마 재미가 없을 테지요. <아워 프렌드>의 플롯도 이와 비슷합니다. 시간 순서에 따라 이야기 조각을 차례대로 배열하지 않고, 이곳저곳의 퍼즐을 조금씩 채워가는 방식을 취하죠. 그렇게 세 사람이 어떻게 우정을 쌓았고, '데인'이 왜 ‘니콜'과 '매튜' 가족 곁에 머물렀는지를 알게 합니다. 관객은 영화가 제시하는 시간의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모으다가, 이윽고 ‘세 사람의 우정’이라는 그림을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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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인트로를 포함한 몇몇 장면에서 인물들을 근거리에서 포착했다가 조금씩 원거리로 이동해 관조하는 촬영 방식을 택합니다. 가까이에서 촬영할 때와 멀리서 촬영할 때 관객이 화면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다는 면에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저는 그의 명언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진실을 알 수 없다'는 말로 해석하곤 합니다.
멀리서 보면 '니콜'과 '매튜' 가족, 그리고 '데인'의 관계는 단순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암에 걸린 친구에게 과하리 만치 헌신하는 연민 많은 친구. 친구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호구 같은 친구. 하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데인'은 자신을 깎아내리고 낮추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니콜'은 그런 '데인'의 진짜 가치를 알아봐 준 유일한 친구였죠. '데인'은 바보 같이 우직하고, 우스꽝스러운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며, 실없을 정도로 다정하고, 언제나 마음을 쓰는 사람입니다. 직장을 옮기는 것은 한참을 망설이지만, 친구를 위해서라면 사는 곳을 떠나는 결정쯤이야 가뿐하게 내리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남들에게 '데인'은 그저 별난 놈이었을지 몰라도, '니콜'은 그런 그를 프루트 루프(Fruit Loop, 어리석고 이상한 사람을 부르는 말)라는 사랑스러운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니콜' 덕분에 만나게 된 '매튜' 역시 '데인'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매튜'는 '데인'이 삶의 끝자락에 서 있을 때 그를 외로움의 늪에서 꺼내준 동아줄이었거든요.
그럼, 마음속에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니콜'과 '매튜' 가족을 위해 사는 곳, 직장, 애인을 떠나 1년이 넘는 뒷바라지를 자처한 '데인'의 행동은 과연 지나친 헌신과 희생일까, 진정한 우정일까?
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서로의 이야기를 쭉 지켜봐 온 ‘니콜', '매튜', 그리고 '데인'뿐일 것입니다. 극 중 어느 과거 회상 장면에서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는 '니콜'을 두고, 그녀의 오랜 친구 '샬럿'이 이런 말을 합니다. "I have stories." 너의 지나간 시간들을 아는 친구는 나뿐이라는 의미의 말이었는데요. 이 대사는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대입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삶 역시 단편만 봐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법이죠.
그렇지만 이 영화가 세 사람의 지나간 시간들을 지근거리에서 천천히 알아갈 수 있도록 했으니, 이를 핑계 삼아 감히 저 질문에 답을 해보고 싶습니다. ‘데인’의 행동은 분명한 헌신과 희생이었으나, 명백한 우정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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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하고 만든 영화에는 끄떡없지만, ‘울지 않아도 돼.’ 하고 만든 영화에 하릴없이 무너지시는 분들 계신가요? 그렇게 저는 <아워 프렌드>의 내용을 곱씹을 때마다 눈물을 쏟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아워 프렌드>는 마음 한구석이라도 따뜻하게 데우고 싶은 추운 겨울이 찾아올 때마다 꺼내볼 따뜻함과 애틋함을 가진 영화로 제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올 겨울 이 영화와 함께 따뜻한 우정의 온기를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Summary
두 딸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니콜'과 '매튜' 부부. 어느 날, '니콜'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매튜'는 점점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져 내리던 중 두 사람의 오랜 절친인 '데인'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
출연: 다코타 존슨, 케이시 애플렉, 제이슨 시걸